진실을 감춰 놓으면 비밀이 되는 것이고 오해의 발단이 됩니다. 관계 파탄의 시작은 바로 거기부터입니다.
앞서 올란 『꼬리 달린 왕자님』과 마찬가지로 BL입니다. 이쪽을 질색하시는 분이라면 읽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수위가 조금 더 많이 높거든요.(...)
조아라에서 완결되었는데 출간된다는 소식이 올라온 것이 작년. 그래서 내내 기다리다가 뒤늦게 알았습니다. 작가님이 안 좋은 일에 휘말리셨더군요. 그 때문에 아예 조아라 활동을 접으셨다는데, 『Truth』 완결 후 연재되던 『불멸의 연인~슈베르트의 베토벤』 연재도 이제 기약이 없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노코멘트.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니...(먼산) 사실 저도 제가 휘말린 일이 아니었다면 관련 글을 못봤을 것이라, 몰랐을 겁니다.(먼산2)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약간 허구성이 섞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살짝 할리킹의 요소가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BL소설이다보니 그 정도는 용납할 수 있습니다. 허구성이 있다는 것은 미국계 회사라고는 하나, 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증권회사 회장의 부인이 남자라는 점입니다. 회장도 물론 남자고요.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리잡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거기에 덧붙여 반동인물 커플인 상대방도 한국에서 손꼽힐 정도의 재벌가이고 그런 재벌의 후계자임에도 동성 애인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 특별한 제지가 없습니다.
뭐, BL 소설이니까요.(2)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기도 하고요.
소설은 이윤이 몇 년간의 짝사랑을 뒤로하고 짝사랑 상대가 원하는 대로 그의 인생에서 사라지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이윤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독백으로 그려지지요. 짝사랑이자 첫사랑인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만 그걸로 사랑을 완전히 끝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미국 도착하자마자 바로 결혼을 하고, 배우자와 함께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합니다. 배우자인 지헌일은 뉴욕에 본사를 둔 증권회사의 회장입니다. 후배와 함께 대학 시절에 양부모의 유산을 기반으로 돈을 굴리면서 자금을 마련하고, 월스트리트에 들어가고 이후 한국에도 지사를 낸 겁니다.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양쪽을 오가는 것이 자유롭습니다.
윤이 헌일과 결혼한 것은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최치원이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윤은 최치원의 애인인 한승후의 곡을 표절하고 협박했으며 기타 등등의 사건을 일으킨 일로 집에서 절연을 당했고, 친구에게도 버림받습니다. 그 뒤에 쫓기듯 결혼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결혼 생활은 꽤 달달합니다. 그냥 그대로 살았으면 좋으련만, 승후가 다시 연락해오고, 그와 관련해 치원이 화를 내면서 사태는 꼬여갑니다.
이야기는 윤의 입장에서만 진행되고 반전은 없습니다. 다만 왜 승후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연재되지 않았던 외전에 살짝 나와 있습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나온 것과 역사적 사실이 같지 않았으니 그건 비유대상이 안되고, 굳이 표현하자면 주유 앞에 공명이 나타나자 주유가 겪을 수밖에 없는 심적 갈등이 그대로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뭐, 모든 사람이 그런 걸요. 윤이 말했듯 천재 역시 그런 상처나 열등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겠지요.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앞은 윤과 치원과 승후의 진실이라고 한다면 뒤는 윤과 헌일의 진실입니다. 승후와 윤의 관계에서 치원에게 밝혀진 진실은 결국 치원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진실을 외면한 죄값을 치르게 하지만 윤과 헌일 사이에서는 진실이 그 둘의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하듯, 둘 사이도 그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단단하게 자리잡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치유되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앞부분에서 승후와의 진실이 밝혀지려 할 때 윤이 듣고 싶어하던 라만차의 기사 곡이 갑자기 듣고 싶네요. 음악이 소재다보니 그 곡 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곡들이 등장합니다. 하나씩 찾아 듣는 것도 좋더라고요.
violetcream. 『Truth, 진실』. B&M(뿔미디어), 2016, 12000원.
Truth is Turuth to the end of the reckoning. 윤이가 하는 말이지만 또한 작가님께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