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고쿠 나쓰히코도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자주 씁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은 교고쿠도 시리즈이고 이건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항설백물어』는 아예 에도 시대가 배경입니다. 뭐, 지역은 에도가 아니라 여기저기 각 지방이지만 말입니다.

『엿보는 고헤이지』도 배경은 에도시대입니다. 언제쯤일까 생각했는데 발매 시점을 잘 모르겠네요. 문고판을 보았을 때는 『항설백물어』보다 뒤에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앞인가. 왜 이걸 이야기 하냐면, 『엿보는 고헤이지』를 읽는 도중에 『항설백물어』를 읽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항설백물어』랑 『속 항설백물어』 두 권 모두 빌려왔지요.

각 장은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부제가 붙습니다. 그리고 각 장의 주인공은 부제목과 동일합니다. 시작은 고헤이지의 독백이지만, 이것만으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릅니다.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고헤이지의 이미지를 투상하다보면 이 놈 참 못난 놈일세 싶습니다. 못났지요. 기둥서방처럼 여자한테 기대어 사는 주제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항상 골방 속 어둠에 앉아 훔쳐보기만 합니다. 그런데 또 여자는 결혼한 것도 아니면서 고헤이지를 내치지 않는다니까요. 우리는 이럴 때 이런 단어를 씁니다. 그 단어는 마음 속에 묻어두고 꺼내지 말자고요. 아니, 아내 하는 모습을 보면 ㅊ를 넘어서서 ㅇ으로 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거든요. 절정 부분에서 누군가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상황을 보면 말입니다. 하하.-_-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연기 지지리도 못하는 배우 고헤이지가, 어쩌다보니 외부에서 의뢰를 맡아 유령역을 하러 가는 것을 기둥 줄거리로 합니다. 그 와중에 이런 저런 사람들이 등장해 고헤이지를 중심으로 일이 뒤엉킵니다. 우연의 연속이라 할 수도 있지만 나름, 있을법한 일입니다. 상황은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뀌며 계속 뒤집힙니다. 특히 고헤이지를 중심으로 한 7부 능선에서의 사건은 정말, 사람 속을 이리저리 뒤집더군요.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까봐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고헤이지의 과거에 얽힌 이야기랑 고헤이지의 독백에서 등장하는 속내들은 만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이야기가 책을 전체적으로 무겁게 만드는 것도 있지요.

『항설백물어』를 보고 싶어진 것은 여기 등장하는 인물 둘이 상당히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항설백물어』를 마지막으로 읽은지 오래되었고, 원래 등장인물 이름은 잘 기억하지 않는데도 이 이름은 뇌리에 깊숙히 남았나보네요. 그 때문에 덥석 빌려온 것이지요.
시간으로 보아, 『엿보는 고헤이지』는 일종의 프리퀄입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항설백물어』의 주요 수완꾼 둘이 여기서 그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아직 젊을 때의 모습이고요. 제 실력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해야하나요. 아니, 어쩌면 이 때의 일을 계기로 『항설백물어』의 출연(...)을 결정했는지도 모릅니다.


교고쿠 나쓰히코. 『엿보는 고헤이지』,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14000원.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많고 묵직하고, 자신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그런 책이라 생각합니다. 아... 하지만 이 무거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덩달아 무거워지는 바람에 우울우울모드로..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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