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시리즈 제목은 미야베월드 제2막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낸 미미여사의 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한 쪽은 사회파 소설, 다른 쪽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한 추리소설입니다. 아마 그 때문에 제2막이라고 붙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찾아보면 어느 책인가의 후기에 왜 2막인지 나와 있을 겁니다.

하여간.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은 첫 편인 『외딴집』, 두 번째 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세 번째 편 『괴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사서 보았습니다. 이 세 편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고요. 두 번째나 세 번째 이야기는 그래도 살 생각은 있었는데, 『외딴집』은 아무리해도 구입할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사람에 따라서는 『외딴집』을 에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뛰어난 편으로 꼽을 수도 있지만 저는 도저히 두 번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야기에 담긴 무게가 대단했거든요. 사실 『외딴집』은 그런 점에서는 수작입니다. 빼어난 작품이라 제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하여간2.
여행을 다녀온 뒤 『진상』상-하권을 바로 구입했고, 그러고 나서 『그림자 밟기』를 주문했습니다. ... 아마도 맞을 걸요.; 요즘 시간 관념이 그리 좋지 않아서 헷갈리긴 합니다만, 『진상』을 읽다보니 문득 앞 편이 보고 싶어지는 겁니다. 자아. 여기서 잠시 전체 책을 정리하도록 하지요.

북스피어에서 내고 있는 미미여사의 에도 시대물 중 몇 가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시리즈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이나 시간적 배경은 공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외딴집』은 예외로군요. 이건 배경이 에도가 아니라 에도 시대니까요. 한 번쯤은 미야베월드 제2막을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기왕 이어 읽은 것, 한 번에 정리해보지요.
1편은 『외딴집』 상-하권.
2편은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3편은 『괴이』.
4편은 『흔들리는 바위』.
5편은 『메롱』.
6편은 『얼간이』.
7편은 『하루살이』 상-하권.
8편은 『미인』.
9편은 『말하는 검』.
10편은 『흑백』.
11편은 『안주』.
12편은 『진상』상-하권.
13편은 『그림자 밟기』.

이 중 단편집인 것도 있고 장편인 것도 있는데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작단편소설처럼 하나하나의 단편이 나뉘어져서 그게 또 한 편으로 이어진 책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책은 장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하나하나를 단편으로 떼어 볼 수도 있습니다. 각 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짧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안에서 끝나며,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이야기가 또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완독한 『진상』이 그런 이야기입니다. 작은 수수께끼들을 풀어 내는데, 그 풀린 이야기 하나하나는 소설 전체를 꿰뚫는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뭐,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군요.
『흑백』이나 『안주』가 그나마 단편에 가까운데 이것도 전체를 구성하는 이야기 하나가 딱히 없다 뿐이지 단편으로도, 장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아예 단편인 것도 있긴 합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는 서로 떨어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단편집으로 보면 되겠지요. 아니, 지금 읽고 있는 『그림자 밟기』도 그런 단편에 해당할겁니다.

정리하면, 『외딴집』은 오롯이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 『메롱』도 하나의 이야기였다고 기억은 합니다. 확실하진 않네요. 이건 모종의 이유로 이번 재독에서 빠졌는데, 월요일에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니 또 다시 읽고 나면 분위기 파악이 되겠지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괴이』, 『그림자 밟기』는 단편집입니다. 다만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다른 시리즈의 앞 이야기로 볼 수 있으며, 『그림자 밟기』의 단편 중에는 다른 시리즈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흔들리는 바위』, 『미인』, 『말하는 검』은 오하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말하는 검』은 미미여사가 아주 초기에 쓴 작품으로, 『흔들리는 바위』의 원형에 가깝습니다. 이걸 읽고 다른 세 편을 보는 쪽이 순서상으로는 맞겠지만, 실은 출간 순서대로 보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하는 검』의 특정 인물에 지나치게 빠질 수 있습니다.(...)
오하쓰라는 아가씨는 어떤 일을 계기로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평소에는 올케언니랑 같이 밥집에서 일을 하지만 어쩌다보니 사건에 끼어 들게 됩니다. 그건 오라버니의 영향도 있겠지만, 『말하는 검』에서도 나오는 그 어르신의 영향이 클 겁니다.

『흑백』과 『안주』는 미시마야 변조 괴담 연작입니다. 오치카라는 아가씨는 어떤 사정으로 에도에 있는 숙부댁에 올라옵니다. 보통 그리 되면 숙부댁에서 아가씨로 고이 모셔져야 하지만 본인은 그저 일하는 사람처럼 숙부댁에서 열심히 지내기를 원합니다. 그리 된 데에는 사정이 있고요.
그 사정 때문에 오치카를 안쓰럽게 보던 숙부는 어떤 일을 계기로 하여 흑백의 방을 꾸미고, 거기서 괴담을 모으기로 합니다. 괴담을 듣는 것은 오치카 본인이고요. 『흑백』이나 『안주』나, 둘다 처음에 시작된 어떤 사건, 혹은 중간에 등장하는 어떤 일이 마지막에 가서 매듭지어집니다. 이건 아직 진행중인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오치카가 가정을 꾸리는 이야기가 다음 책에 등장한다 해서 기다리고 있지요.

『얼간이』, 『하루살이』,  『진상』, 『그림자 밟기』. 물론 『그림자 밟기』는 일부만 이 시리즈에 이어집니다. 중요 조연중 한 명이 등장하는 단편이 있거든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도 넓게는 같은 시리즈로 볼 수 있습니다.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생각해보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앞 이야기에 해당됩니다.
『얼간이』가 맨 처음 나왔을 때는 헐렁~한 무사님과 꽃미소년의 조합이라는 책 소개글을 보고 상당히 기대했는데, 꽃미소년은 아주 한참 뒤에나 등장합니다. 하지만 『얼간이』부터 시작해서 『하루살이』와 『진상』을 같이 본다면 문제 없습니다. 유미노스케 참 예뻐요.... 미모로 따지자면 미미여사 시리즈에서 최고 미소년일겁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홀리니까요. 심지어는 쟤를 그냥 두면 나중에 한량이 되거나 여난에 휩쓸릴 것이니 차라리 제부에게 맡겨서 무가의 일을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어머니가 직접 말할 정도입니다. 외모는 자신(어머니)을 꼭 빼닮았는데, 남편이 아주 여자 관계가 안 좋아요. 그러니 걱정할 만도 하지요. (그리고 이 여자문제는 나중에 또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괴이도를 따라 나눈다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가 제일 괴이도가 낮습니다. 그 다음은 미시마야 시리즈. 가장 괴이한 것은 오하쓰 시리즈랑 『괴이』네요. 『괴이』는 정말 괴담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그림자 밟기』도 괴이도가 높은 편입니다.'ㅂ'



번역자는 김소연씨가 대부분을 하고, 『말하는 검』을 최고은씨,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를 이규원씨가 번역했습니다. 번역은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몇가지 걸리는 점이 있네요. 특히 이번에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를 다시 읽으면서 알았는데; 나가야 이름을 다르게 표기했습니다. 『얼간이』에서는 뎃핀 나가야라고 소개했는데, 최신 권인 『진상』에서는 데쓰빈 나가야라고 표기했더군요. 그러고 보니 또 사람 이름을 잘못 쓴 곳도 한 군데 있었는데 어디인지 잊었습니다. 그 부분이 걸린 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무난합니다. 무난하다는 말을 넘어서 이 정도까지 번역해준데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에도시대에 대한 여러 지식들은 거의 다 미야베월드 제2막에서 정보를 얻었습니다. 간접 정보지만 그 시대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사전 조사도 철저히 했을 거라 믿으니 괜찮겠지요. 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몇몇 로맨스 소설처럼 설렁한 구조는 절대 아닙니다. 특별히 어느 작품을 떠올리며 쓰는 것은 아니라고 말 못하겠네요. 하하하;


어제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도 다 읽었으니, 다음은 『메롱』입니다. 그리고 『괴이』. 그러고 나면 북스피어에서 나올 다음 책을 기다려야겠네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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