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 아이패드 붙잡고 조아라에 열중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딱 잘라; 최근 몇 주간 조아라에서 본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기본은 로맨스, 가족, 치유계, 달달물이지만 그 안에 깔린 감정선이 섬세합니다. 보다가 울컥해서 차마 지하철 안에서 울 수는 없기에 설렁 읽고 넘어간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네요. 완결편과 에필로그 보고서는 결국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슬픈 내용은 아닙니다. 아니,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눈물을 유도하는 쪽의 슬프고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의 잔잔한 감동 끝자락에서 내려 놓을 때의 눈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아이쭈님께는 호불호가 조금 갈릴 것 같고.; mitsuki님은 호불호가 갈리실지도? 티이타님은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저어하실 수 있지만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싶고, 첫비행님이나 키릴님은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합니다.

참, 완결 작품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주인공은 올가라는 아가씨입니다. 제국의 공작가에서, 외동딸로 자란 귀한 아가씨지요. 위로 오라버니만 셋인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프롤로그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남편에게만 관심이 있고 그 사이로 낳은 아이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고 애정조차도 주지 않았기에 집안 분위기는 파탄 수준입니다. 하지만 죽기 직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서 마지막 후회를 하고 미안함과 애정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일반적인 회귀물과 마찬가지로 죽고 나서 돌아온 시점은 결혼식 직전입니다. 이전의 생에 대해 굉장히 후회하고 있던 올가는 이 때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갑니다. 왜 가족(친정)들이 결혼에 반대했는지 깨닫고, 전생에 만났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길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전생에 대해 계속 후회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해합니다. 뭐,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은 행복하게 끝을 맺습니다. 그것도 아주아주 행복하게 말입니다.

추천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글 방향입니다. 회귀물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보면 식상한데, 이 경우는 다른 회귀물과는 다릅니다. 주변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신을 느껴 이를 아득바득 갈며 복수를 외치는 것이 꽤 많지만 이 경우는 본인의 태도를 반성하고 다시 돌아가 시작하고 싶어하는 것이니까요. 누군가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도 그렇습니다.(물론 소설 속에서의 올가는 그리 적극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둘째는 글 흐름입니다. 완결된 소설을 한 번에 죽 읽어내려가는데 크게 걸리는 부분 없이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글솜씨도 괜찮습니다.
셋째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만 보면 감동적인 내용만 있을 것 같지만 절대 아닙니다.; 읽다보면 표정 관리가 안되어 한쪽 입꼬리가 휙 올라가 있는 걸 느낍니다.-_- 개그 포인트가 만발하다보니 웃지 않을 수 없어요! 게다가 최대 문제점인 염장은 더합니다. 올가와 남편은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는데 그것이 어디에서건 누가 있건 상관없이 발휘됩니다. 주변 등장인물들도 염장에 온 몸이 오그라들지만 읽는 사람들도 오그라듭니다. 게다가 괄괄한 아이들도 몇몇 등장하여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대체적으로 소설 속의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꼼짝 못하고 사는군요. 어허허.
넷째는 묘사인데, 비교적 앞부분에 올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묘사한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음; 저야 둘다 경험하지 못하여 실제와의 일치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가끔 이글루스 등에서 보이는 출산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혹시 경험자시거나 전공자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소설 후기에 등장하는 작가님 나이를 보니 아닐 것 같더군요. 그리고 임신 출산 경험이 없다고 딱 못 박으셨습니다. 헉.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가...;


굉장히 달달한 로맨스 가족물이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못참는 분이나, 염장은 질색이라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머가 넘치는 글이라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점을 덧붙이지요.




덧붙임.
1. 올가의 전생과 후생-이라고 하기는 이상하지만, 하여간 이전 삶(L)과 현재 삶(L')를 비교하면 굉장히 차이가 납니다. 특히 외전으로 등장한 이전 삶을 보면 굉장히 삭막하군요.OTL

2. 총 55편이라 편수는 적지만, 분량이 상당하니 읽는데도 꽤 걸립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봐서 가격은 미처 확인을 하지 않았는데 높은 편입니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흑백이고, 책이 두껍긴 하지만 판형이 작고 쪽당 들어가는 내용이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아쉽네요. 하지만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니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은 만족했습니다.

책의 크기는 한국판 문고책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러니까 라이트노벨과 같은 크기지요. 활자가 크고 행간이 넓어 읽기는 좋지만 조금 빽빽하게 해도 좋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한 손에 들고 읽기 좋은 책이란 건 변함 없지요.

본론으로 돌아가, 이 책은 집을 짓는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읽은 『집을 순례하다』 등의 책이 건축물 순례기라면 이 책은 본인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고, 집을 지을 때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등의 이야기를 가볍게 다루고 있습니다. 가볍게라는 것은 읽기에 가볍다는 뜻이고,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언젠가 '내 집'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집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해 이모저모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것도 집의 세부적인 구조-벽난로라든지, 진입로, 계단 손잡이 등등-물에 대한 고민도 하게 합니다. 한국에서라면 벽난로는 둘째치고 일단 온돌을 얼마나 깔아 둘 것인가 고민할텐데, 난방을 위해 벽난로를 쓰고 그 주변에 아늑한 공간을 만든다거나 하는 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온돌을 깐다면 벽난로는 실용적인 용도보다는 장식물에 가까울 수도 있으니까요.-ㅂ-;

하여간 집을 설계하고 지을 때,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 오가는 논의와, 그렇게 나온 결과물, 그리고 그 오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앞서 본 다른 책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 무엇에 대해 고민하나 등 말이지요. 그게 세세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보기는 됩니다. 대체적으로 수필에 가깝게, 읽기 편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생각할 거리는 많지요.


가끔 은퇴해서 살 집은 어땠으면 좋겠는가 생각하는데 여기서 얻은 짤막한 아이디어들을 스케치로 남겨둔다면 나중에 의뢰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ㅅ+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짓다』, 이서연 옮김. 사이, 2012, 13900원

조아라에서 읽은 소설 리뷰입니다. 공략 대상(!)은 첫비행님, 아이쭈님.


조아라의 판타지 소설 리뷰를 올리며 『물에 비친 달』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계 진입물에 마녀가 소재라고 썼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부족한 리뷰입니다.OTL 그 단어만으로는 내용을 다 표현할 수가 없지요.
판타지는 판타지인데, 이세계에 떨어지고 나서도 주인공은 이런 저런 상황에 휘말립니다. 전쟁도 있지만 직선적인 오해나 이용이 아니라, 각자의 비밀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상황 판단을 통해 움직이는 체스말 사이에서 체크메이트를 이루는 그런 내용이니까요. 주인공이 변화하는 모습도 상당히 재미있고, 외전을 통해 나온 달달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게다가 글이 꽤 괜찮거든요.

그리고 몇 달 뒤. 실시간 순위에 오른 『아이비스의 기묘한 이야기』를 읽습니다. 한창 연재중이었는데 연재 속도가 빨라서 마음에 들었지요. 주인공 아이비스는 어머니께 물려받은 신기한 목걸이를 통해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과거의 나에게 훈계하며 모든 상황을 바로 잡으려 하는데…….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리 없지요. 게다가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면 할 수록 일은 꼬여갑니다. 1부 끝무렵에 밝혀지는 '비밀'-_-을 읽고 나서는 무서워서 잠시 손을 떼었습니다. 그리고 손을 떼었던 그 잠시 동안 소설이 완결란에 올라왔더군요. 완결이 그리 빨리 올라올 줄은 몰랐습니다. 리체르카님의 소설 연재 속도는 엄청나군요.(먼산)

1부 진행하면서 짐작은 했지만 2부에서는 더 확실히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할까요. 리뷰 쓰면서도 상당히 고민되는데, 『물에 비친 달』을 두고 밤중에 혼자 읽지 말라는 경고를 붙여 두셨다면 『아이비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거기에 ×2를 붙이겠습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아이비스』쪽이 공포물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심리 스릴러겠지요.

과거로 돌아가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리 쉽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힘. 분명 대가가 있지요. 거기에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에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ㅂ; 그런 상황에서 아이비스가 마지막으로 택한 것이 최선인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알 수 없지요.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자신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요.

심리 스릴러, 추리의 요소를 갖추고 매끄럽게 읽히는 판타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쪽을 좋아하실 것 같은 첫비행님과 아이쭈님께 추천하지요. 핫핫핫~


택배가 왔다길래 누구건가 했더니 제 것이었습니다.-ㅁ-;
북스피어에서 왔는데 지난번 보다 부피가 확연히 크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내용물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읽고 폭소를 터뜨린 지령 2호나, Le Zirashi(철자가 이거 맞나;) 세 부, 텐도 아라타의 『가족 사냥』까지 말입니다.

Le Zi~는 누구에게 건네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홍보가 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넘겨야겠군요.>ㅅ<
꽤 오래 전에 G가 구입한 라이트 노벨입니다. 한달하고 더 전에 사두었는데, 야가 자기 방에다가 방치해두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책상 정리하면서 제 방으로 넘겼습니다. G는 그냥 그랬는지 1권만 구입하고 말았는데 저는 의외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전개를 보아하니 한 두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라 10권은 나올 이야기라 구입이 망설여지네요.

이야기의 기본 골조는 간단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많은 접속자를 가진 온라인 게임이 있습니다. 꽤 광대한 맵을 가지고 있고 지역 서버가 따로 있지만 서버의 이동이 자유로운 게임이었지요. 대규모 패치를 앞두고 사람들이 다들 기대하던 어느 날, 사건이 일어납니다. 게임 패치를 기다리며 접속해있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들이 '실체'로 게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게임 속 외모여야 했을, 가상 외모여야 했을 사람들은 현실의 모습을 반영한 외모를 가지고, 자신이 키운 캐릭터의 능력을 가진채, 게임을 현실로 맞이합니다.

조아라에서도 게임 소설은 거의 보질 않았던 터라 이게 신선하기도 하고, 마비노기를 꽤 오래 했던 입장에서 공감이 가기도 하더군요. 덕분에 끊었던 마비노기에 다시 손을 댈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 무리죠. P4 진행중인데 시간 엄청나게 소모할 온라인 게임에 다시 손댈 생각은 안듭니다.(먼산) 결제만 해둔다 해도 해두면 또 하고 싶어질테니까요. 게임 쪽은 작은 목표 만드는 것이 아주 손쉽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저기까지만이라고 하다보면 한 두 시간 날리는 것은 쉽습니다.(경험담;..)


1-2장까지는 넘기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폐기해야겠다 싶어 내려 놓았는데, 퇴근길에 다시 손댈까 싶어 집어 들었다가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내렸습니다. 주인공들이 구하러 갔다가 만난 옛 친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삽화를 보고 있노라니 꽤 익숙한게 어디서 봤나 했더니 엉뚱하게도 이이다 하루코의 『성 라이센스』쪽이었습니다.;  유니콘들이 모여 노는 마을의 바 마스터랑 닮았더군요.
..
근데 30-40대가 온라인 게임하기에 나이가 많다니.; 으으음; 하기야 40대라면 조금 미묘할지 모르지만, 제 주변의 여러 40대를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토노 마마레. 『로그 호라이즌 1』, 김은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2. 7천원.

이 소설 읽는 내내 무슨 생각했냐면 주인공 카니가 자네를 닮았다고 말이지. 여섯 살 꼬맹이처럼 참으로 발랄하여 열일곱이라는 나이 수치가 민망한 그런 아이인데, 그 발랄함이 참으로 자네랑 닮았다고 생각했지 뭔가. 그래. 주인공 성격을 두고 본다면 딱 들장미 소녀 캔디. 아냐, 칠전팔기,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캔디가 아니라 개구리 소년 왕눈...(탕!)


S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정도로 하고;
이 소설은 옛날에 나왔습니다. 이전에 S가 정말로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주인공 여자애는 빨간 두건 같은 타입인데, 대마법사인 할아버지에게 받은 특이한 마법 도구-바구니를 가지고 있다라고 소개하더군요. 그 소개를 들은 것이 몇 년 전인데, 요즘 판타지 소설이 확 땡겨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문득 생각나길래 S에게 부탁해 빌렸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흔히 말하는 판타지 장르물로는 이계깽판물이지요. 근데 보통의 이계깽판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약간 어긋난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처음에 나온 여러 수수께끼들을 풀어 나가며 맨 마지막에 핵폭탄을 하나 투하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일단 이상한 세계로 떨어지는 것은 4월의 앨리스란 별명을 가진 열일곱의 철 없는 아가씨 카닐리언. 열일곱이지만 하는 짓은 미운 일곱살입니다. 주변 사람들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딱 초딩짓이네요. 그 때문에 1-2권에서는 카니가 벌이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잠시 내려놓을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인데다, 특히 조이 같은 등장인물은 첫 인상과 나중 인상이 확 바뀌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을 고르라면 게르트가 1번, 조이가 2번입니다.-ㅂ-
주인공에 해당되는 카니나, 케인이나 로저 등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위의 두 등장인물이 워낙 강렬해서 말이죠. 하하하; 무엇보다 외모상 취향은 절대 게르트입니다. 절대로.; 약간 비뚤어진 성격의 조이는, 이름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하얀 늑대들』의 제이가 떠오르더군요. 하기야 제이는 무뚝뚝한 기사+전사타입이라면 조이는 약싹빠른 성격입니다. 하지만 카니에게 휘둘리면서는 조금 달라지지요. 무엇보다 5권에서 등장한 모 장면에서 이 둘에게 홀딱 반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다른 차원이동물과는 다른 이야기라 생각하는 것은 여러 설정 때문입니다. 일단 현대에서 판타지 세계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마법이 존재하는 런던에서 다른 세계로 떨어진 것이고, 떨어진 세계가 수인과 인간이 대립하는 곳이라는 점, 예언의 그 인물이 왜 카니여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까지 맨 마지막에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 그렇지요. 그런 설정이 잘 맞아 떨어지고 몇몇 고비들까지 다 넘기고, 주인공은 구르고 굴러 엄청 고생하고 나서도 반짝 반짝 빛나고. 그리고 그 빛으로 다른 인물들을 구원합니다. 구원했지만, 여전히 카니는 앨리스 에이프릴-발랄한 봄아가씨입니다.

결말을 보고서 안심하고 보았는데, 맨 마지막의 그 모습이 이상하다 했더니 소설 속에서 그 셋의 관계를 밝혔군요. 뒷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다면 하고 아쉬워 해보지만 그런 외전은 조아라같은 곳에서 가능하지 출판 판타지에서는 무리죠. 흑흑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카닐리언의 대사입니다.


"(쭝략) 진심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그건 살아 있지 않다는 걸. 반대로 아무리 힘들고 세상이 끝날 것 같아도, 움직이고 있는 동안은 살아있는 거예요."

그러니 저 역시 열심히 움직여야겠습니다./ㅁ/


장남우. 『시즌 Alice April 1-5(완)』. 서울P&B, 2005.



덧붙임.
카닐리언이라 쓰지 않고 카니라는 애칭을 언급한건 이중 유희...(이봐;;...)
근데, 이거 기준이 2008-2009년 정도 기준이다?; 그게 요즘에는 그런 책을 잘 안 읽었거든. 아, 그보다 늦게 올려서 미안.OTL 모아서 쓴다 쓴다 하고는 그 동안 자료 모으는게 미뤄져서.T-T;


추천 기준이 어려워서 고르기가 쉽지 않네. 솔직히 이런 종류의 잔혹한 추리소설은 사서 보기가 쉽지 않아. 내가 그런 종류의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것도 그렇고, 사서 봐도 괜찮다고 할 정도면 최소 두 세 번은 보아야 만족하지 않을까 싶은데 두 번 이상 읽은 기억이 없거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로맨스는 있으나 암울합니다.ㄱ-; 그렇기 때문에 감안하고 봐야해.
(참, 네가 말했던 그 로맨스 소설 지난주인가에 나왔어! 그리고 닥터 진도 다음 권 나온 것 같다. 완결권까지는 한 권 더 남은 것 같았는데, 확인해봐.)


추천할 만한 책 중 옛날 작품부터 끌어 올려볼게.

1. 먼저 CSI 시리즈.
이건 미드 CSI 시리즈의 소설판이야. 지금은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도서관에는 있지 않을까 해.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걸랑. 기존 캐릭터를 알고 있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드라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결말이야. 그러니까 범인을 놓친다거나 하진 않았던 걸로 기억해. 개인적으로 연쇄살인범이 나온 19금 딱지 달린 책이 기억에 남는데, 제목이 떠오르질 않네.OTL 그 맨 뒤에 미국의 유명한 연쇄살인마 30명을 모아 소개했는데 읽다가 속이 울렁거려 혼났어.ㄱ-;


2.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이라는 사람이 쓴 법의학 소설이야. 법의학자가 주인공인데 주인공 이름이 스카페타라서 스카페타 시리즈라고 멋대로 부르고 있지. 책이 꽤 많이 나왔는데, 상-하로 나뉘어 냈더군. 이것도 10종(20권) 이상 나왔을거야.
스무 권 가까이 읽었다가 손을 내려 놓은 것은 로맨스 라인이 끊어졌기 때문이었지. 그건 도저히 용서 못하겠더라.
주인공이 살해위협을 당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꽤 조마조마한 편이야. 그리고 이 다음에 소개할 링컨 라임 시리즈도 그렇지만 이것도 읽고 나면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이 참 많구나' 싶다? -_-;


3. 링컨 라임 시리즈
이건 첫 번째 소설이 영화로도 나왔어. 『본 콜렉터』라고, 덴젤 워싱턴이랑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을 맡았지. 거기서는 주인공이 흑인인 셈이지만 실제로는 백인이야.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소설을 보고서는 조금 뜨악했어. 당연히 흑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ㅁ-;
이쪽은 주인공인 링컨 라임의 개인적인 사정을 해결하는 것도 전체 시리즈의 주요 내용이야. 여기서도 사건을 저지르는 것은 사이코패스들이고...ㄱ-; 본인이 위협을 받는 것도 몇 번 있긴 했지. 하지만 변태도(...)는 스카페타 시리즈가 더 높다고 기억해. 하하하;


4. 악의 영혼 등 악 시리즈 3부작.
막심 샤탕의 책인데, 이전에 악의 영혼을 읽다가 포기한 글을 적었으니 참고해.(링크) 보면 알겠지만 1권 거의 다 보고 나서는 도저히 내용을 견딜 수가 없어서 2권을 확인하고,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안 다음에 읽는 걸 포기했어. 도저히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더군.
변태도는 앞에 소개한 책들 중에서 최고야.-_-; 최근까지 읽었던 그 어떤 소설보다 강렬했다고 기억해. 그런데 엊그제 이 작가 이름을 다른 소설책에서 보고 기겁한게, 로맨스 소설(?)로 유명한 작가 기욤 뮈소의 『천사의 부름』을 보다 보니 작가 후기에 막심 샤탕이 언급되더라고.OTL 어쩐지 기욤 뮈소 신작, 『천사의 부름』이 조금 CSI 분위기가 난다 했더니 그랬어..ㄱ-;


5. 아리아나 프랭클린, 아델리아 시리즈
이전에 다른 분 댓글을 보니 작가가 3권까지 써내고 사망했다더라. 흑.;ㅂ; 내가 좋아하는 다른 추리소설과 시대가 비슷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았는데, 이쪽은 배경이 영국 중세시대야. 그러니까 헨리 2세. 사자심왕 리처드의 아버지지.
중세라지만 그래도 연쇄 살인범이 있는 것은 다르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책인 『죽음의 미로』보다 첫 번째 책인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쪽이 네 취향에 맞을거라 생각해. CSI 적인 요소도 이쪽이 강하고.'ㅂ'
(정확히는 변태도가 더 높아;..)
이쪽도 특이하게 중세임에도 여자 의사가 등장하더라니까.


6. 넬레 노이하우스 시리즈
이건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어. 분위기 자체는 링컨 라임이나 스카페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하지만 변태도는 조금 떨어지고 형사가 주인공이다보니 대체적으로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 다만 요즘 하도 인기작이라 일단 소개함. 솔직히 다른 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왜 인기가 있나 싶기는 해.;


7. 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소설이야. 찾다보니 내가 넬레 노이하우스 시리즈와 이걸 헷갈렸더군. 『사라진 소녀들』은 범죄자가 변태라..(먼산) CSI 같은 곳에서 자주 등장하는 타입이더라. 연쇄살인이라고 하기에는 어중간한데, 범죄자가 성격이나 하는 짓이 많이 뒤틀렸어.


8. 7년의 밤
정유정이라는 한국작가의 소설인데, 주변에서 하도 재미있다 추천해서 G에게 먼저 읽으라고 했다가 야단 맞았어. 앞부분 조금 읽다가 '토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해. 사실 나도 앞 부분 조금 보고 뒷부분만 보고 넘겼던 건데 그것만 보아도 참, 글발이 세. 근데 글발이 하도 좋고 흡입력이 너무 좋아서, 내게 이 책을 추천한 분이 왜 추천했는지 알만 하더라. 참 잘 썼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거지.(먼산)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추천해.


변태도라고 쓰긴 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풀어 쓰자면 CSI나 NCIS 등의 미드로 단련이 된 사람이 얼마나 버티고 읽어낼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면 돼. 뭐, 여기 등장하는 범죄자들은 사람을 죽일 때 그냥 안 죽이고 온갖 이상한 짓을 다 하고 죽이니까.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보다 '머리 좋지만 미친 사람'이라는 말을 선호하는데, 머리 좋다와 미쳤다의 수치가 올라가면 변태도도 상승하는 거지.
여기 소개한 책 중에서는 넬레 노이하우스가 제일 무난하려나? 『CSI 시리즈』나 『사라진 소녀들』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편이고, 그 다음이 『스카페타 시리즈』랑 『링컨 라임 시리즈』야.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 내용은 약한 편이지만 글솜씨 때문에 몰입도가 높아져서 읽기 버거웠던 것이 『7년의 밤』. 그리고 읽다가 포기했던 것이 『악의 영혼』.
일단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대강 훑어 본 다음 구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취향을 타니까.^^;
과학책은 잘 못 읽습니다. 읽기는 읽지만, 과학책 읽기도 추리소설처럼 하는지라 읽고 나서 머릿속에 남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면 조금은 남긴 남더군요. 그래도 『이기적 유전자』나 『코스모스』 같은 책은 몇 번을 시도했건만 다 읽지 못하고 포기를 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의 경우엔 그냥 원서를 읽는 것이 쉽게 읽힌다는데 아직 도전은 못하겠습니다.; 해볼 생각은 물론 있습니다.-ㅂ-

『붉은 여왕』은 아마 이번이 세 번째 일겁니다. 대학 시절에 처음 읽고, 몇 년 전에 두 번째 읽고, 이번이 세 번째 입니다. 다른 건 다 빼고 제목의 연유는 대강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내가 이걸 기억하고 있긴 있었나 싶은 생각마저 들더랍니다. 하하하; .. 근데 이 책 세 번만 읽은 것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보다 더 읽은 것 같긴 한데.ㄱ-;

한줄이든 한 문단이든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책 읽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맥락이 끊어졌습니다. 막판의 30%는 그래도 몰아서 보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의 시작은 왜 인간은, 그리고 생물은 性을 가졌으며 그것도 다성(多性)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혹은 수컷과 암컷을 대변되는 두 가지 성을 가졌냐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차츰 성별과 그에 따른 선택, 진화를 포함해 다양한 이론들을 거치고 논박하며 흘러갑니다. 최종 결론은? 남녀의 성별 차이와 차별에 대해 다루고 끝을 맺습니다.
생물학이지만 사회학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라, 그것도 나름 재미있네요. 『게놈』 때문에 매트 리들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게놈』에서 다룬 여러 유전 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정치적으로 중립(이라기보다는 공격을 덜 받기 위해서..?)을 지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그래도 굉장히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판타지를 보면서도 항상 궁금해했던 것-그러니까 왜 인간의 임신기간은 9개월(하고 조금 더)이며, 갓 태어난 인간은 왜 빨리 자라지 못하는가도 여기서 의문이 풀리더군요. 인간의 뇌가 커지면서 머리도 덩달아 커졌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9개월이 한계랍니다. 그 이상 자라면 골반뼈 사이를 아기가 통과할 수 없다네요. 제대로 성숙된 상태가 되려면 21개월은 있어야 태어나자마자 걸을텐데 그렇게까지 자궁에서 키우는 것은 무리라는 거죠. 아주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덧붙여 생각난 두 가지.
남자가 아무리 자식을 많이 본다 해도 그 자식이 제대로 후손을 남길 수 있을까는 미지수입니다. 물론 소설과 실제는 다릅니다만, 이런 경우도 있거든요.

1. 호주인가, 하여간 조금 황량한 분위기의 농장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있습니다. 『가시나무 새』였을거예요. 고등학교 때 본 책인데 취향이 아니라 한 두 번 보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은 농장의 딸래미인데 꽤 예뻤던 모양입니다? 근데 위로 오빠들이 줄줄이 있고 야만 딸이던가, 딸이 하나 더 있던가 그랬는데 오빠들 몇은 성인이 되어 후손을 보기 전에 사망. 몇은 수줍음이 많이 여자를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늙습니다. 그리고 후손을 제대로 본 것이 주인공이었는데, 그나마 제대로 된 남자를 고르지 못해 결혼생활은 중도에 포기하고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둡니다. 그럴진대..;
아들은 신부가 되어 신학교 졸업 후에 바다에서 익사.ㄱ-
딸은 배우의 길을 걷다가 꽤 능력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기로 했는데 정황상 아이는 한 둘 정도만 둘 것 같더랍니다.; 그리고 농장에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남자랑 같이 독일인지 어딘지에서 살테고요.
그러니 자손을 많이 보아도 그 다음대의 후손이 어떻게 자식을 낳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2. 이건 실제 사례지요.
『초원의 집』은 주인공인 로러 잉걸스 와일더의 자전 소설입니다. 결혼해서 로즈라는 딸 하나를 두었는데, 이 딸에게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준 것이, 딸이 직접 소설로 쓰라 하여 그걸 썼다더군요. 10권의 내용이 덜 다듬어진 것은 쓰던 도중에 저자가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보면 로러는 네 자매입니다. 메리, 로러, 캐리, 그레이스 순인데 이 중 결혼한 것은 로러 하나입니다. 메리는 열병에 걸려 시각을 잃은 뒤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집에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삽니다. 캐리나 그레이스 둘 중 하나는 병으로 사망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캐리였을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허약했다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자매도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로러의 유일한 딸 로즈도 결혼을 했던가 하지 않았던가, 하여간 자식이 없습니다.
딸 넷을 보았는데 결국 유전자는 이어지지 못하고... (이봐;;)

뭐, 어떤 집의 경우에는 10형제 모두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또 손자를 보고 하여 전체 친척 모임을 하면 100명도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런 사례도 있고 저런 사례도 있는 거죠.


아마 몇 개월 묵혔다가 다시 볼 것 같습니다. 아니, 내년쯤? 그 때는 조금 마음 편히 쫓기지 않고 볼 수 있을라나요.
요즘 내내 판타지만 보고 있었는데 간만에 다시 보니 (앞부분은 많이 졸았지만) 좋았습니다./ㅅ/
아라카와 히로무의 『백성귀족』2권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나올거라 기대도 안했는데 생각하지 않는 사이에 덥석 나왔네요. 『은수저』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라니 기다려봅니다.+ㅅ+

어, 하지만 『백성귀족』2권은 그리 기대하지는 마세요. 기대했던 것보다는 떨어집니다. 특히 몇 군데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다, 이 사람은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농산물 받아먹는 도시민 입장에서는 심장 찔리고, 게다가 S냥의 체험기를 들을 때처럼(...)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비명을 지르고 싶단 말입니다. 특히 그 이녀(였나 삼녀였나;)의 손가락 다쳤을 때의 체험기를 들으면 말입니다.T-T;

그래도 개그 포인트는 건재하니 지하철 안에서 읽다가는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습니다. 어제 펼쳐들고 읽었다가 도중에 포기했습니다. 하도 웃음이 푹푹 터져나오니 민망하더군요.

자세한 내용은 접어둡니다.




1권에서 홋카이도에 대한 환상을 키워준다 하면, 2권에서는 그 환상이 조금 무너집니다. 그래, 어디든 살기 좋기만 한 곳은 없지요.
0. 엊그제 올린다 하고 아직 못 올렸던 그간의 소설 탐독기입니다.-ㅁ-;
그 전에 조아라 어플리케이션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아니, 『크리스마스 로즈』부터 이야기 해야하나?;


1. 판타지 소설 기근에 시달리다가, 프리미엄 작품 중 완결났고 이북으로도 나온 『크리스마스 로즈』를 이북으로 구입했습니다. 응24에서 샀는데 나중에 보니, 5월에 『세피아 로즈』를 비롯한 조아라의 소설들이 교보 이북에도 들어왔습니다. 교보 이북은 아직 써보지 않아서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네요. 일단 아이패드에는 깔아 놓지 않았습니다. 노트북에만 깔아 놓았는데, 아이패드에 깔았다가는 내내 판타지 소설을 붙들고 있을 것이 무서워서 그랬습니다.(먼산)
지금까지 구입한 조아라 이북은 『엘샤 꽃나무 아래에 앉아서』였습니다. 글씨가 바탕체 비슷한데 그냥 저냥 볼만 했지만 중간에 편집이 잘못된 곳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구입한  몇 권도 폰트나 정렬 방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네요. 이건 비교 대상이 PDF 파일이기 때문입니다. PDF 파일은 실제 책과 거의 다를 바 없으니까요.
『세피아 로즈』는 1권인가 2권인가에 편집 오류가 아예 있습니다. 분량 조절을 잘못했는지 해당 페이지에 엄청나게 많은 양이 들어가 글씨가 한 번에 6포인트 가깝게 줄어 있습니다. 보통 노트북으로 보는데 10.4인치의 노트북에서 평범하게 보다가 그 페이지만 나오면 화면을 확대해서 봐야합니다.;

그래서 조아라의 이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했던 것인데 『크리스마스 로즈』는 좀 달랐습니다. 판타지 소설 기근에 시달리다가 완결 판타지라는 말에 덥석 물어서 봤는데 이건 글씨체가 굴림체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편집도 굉장히 깔끔하고요. 읽기 편했습니다. 다섯 권짜리였던가요. 응24에서 구입한 조아라 이북 중에서 제일 편집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이북은 또 어떤지 모르지요.


2. 『크리스마스 로즈』는 회귀물입니다. 그러니까 살인 등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사건이 시작된 즈음으로, 어른의 기억 그대로 가지고 돌아오는 것을 회귀물이라고 하더군요. 가장 유명한 회귀물이라면 역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지요.(...) 아니, 물론 방향이 다르지만 회귀물이라 불러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스크루지는 과거, 현재, 미래를 다 보고 뉘우치지만 대부분 판타지 주인공은 그 때까지의 삶을 다 겪고 어떤 계기-대개 죽음을 통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옵니다. 그리고 미래는 바뀝니다.
『크리스마스 로즈』는 그런 회귀물 중에서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내용입니다.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뀝니다. 오늘 열심히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역시 죽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이 있는데 그쪽은 훨씬 무게가 있더군요. 『크리스마스 로즈』는 그보다는 가볍지만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굉장히 많이 바뀝니다. 결국은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 냈으니 제가 덥석 집어(?) 들었고요.
주인공은 독약을 먹고 죽어서 과거로 돌아옵니다. 백작가의 딸이지만 어머니가 하층민입니다. 딱 한 번 아버지가 실수를 했는데 그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 거죠. 그리고 그 아이를 백작가에 맡기고는 사라집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것, 배다른 형제들이 성격이 나쁘다는 것, 학교에서 새로 만난 친구에게 질투를 했다는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학교에서 가장 친하게 지낸 그 친구를 괴롭히다가 결국에는 동반 자살을 합니다. 그리고 회귀를 하지요.
그 복잡한 실타래는 전부 다 풀립니다. 그리고 새로운 실들이 엮여 새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분위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3. 판타지 쪽을 웬만큼 다 보고 나니 이젠 BL까지 봅니다.-ㅂ-;
판타지 중에 내용이 괜찮더라도 BL에 묻혀(?) 있는 것이 있을테거든요. 그래서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이 몇 편 있습니다.
하나는 『Au revoir pas adieu 안녕 아닌 다시』입니다. 프랑스어를 손에 놓은지 몇 년이지만 아마 오흐브아파자뒤 쯤 될겁니다. 근데 쓰고 보니 공지에는 오르브아 파 아듀라고 하셨군요. 어느 쪽이 맞을라나. 하기야 한국어 표기법으로는 오흐브아가 아니라 오르브아가 맞긴 할겁니다. 한글 제목이 말하는대로 이것도 회귀물입니다. 이쪽은 아예 마법사인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칼에 찔려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아직 개발중이던 시간을 돌리는 마법을 사용합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만이 32세의 정신으로 열 두 살의 몸에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시간은 다시 흘러가고 모든 일들은 다 뒤 바뀝니다.
각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그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이랑 얽힌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모습이 어떻게, 그렇게 확 방향을 틀게 되었나도 나오고요. 결론을 보면 어느 놈이 원흉이라는 것이 확 나오지만 그걸 알리면 재미없지요.-ㅂ- 가볍게 볼만합니다.
BL이기 때문에 베드신도 등장하지만 뭐, 두 군데 뿐이니 슬쩍 넘어가신다 해도...; 암울한 이전의 이야기에 비해 현재의 이야기가 발랄하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주인공이 회귀하며 성격이 확 바뀌어 그렇지요.


4. 다른 하나는 『마법스프』입니다. 역시 BL인데 이건 동화풍 BL이라해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중간에 주인공 출생의 비밀(...)과 마법사의 관계가 꽤 큰 줄기를 가지고 있어, 단순한 동화풍 판타지가 아니라는 점이 좋습니다.
주인공은 귀족이지만 어머니의 출신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병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와 일종의 계약을 합니다. 한 사람 몫을 다하여 집안에 도움이 된다면 집에 머물 수 있고 어머니의 약값도 줄 수 있지만, 아니라면 나가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건으로 인해 기사의 길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직후 어머니도 돌아가십니다. 거칠 것이 없으니, 어머니의 유언대로 북쪽 끝 머나먼 얼음성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마법사에게 속아 요리사로 일합니다.
음식 설명이 꽤 맛있고, 달큰달큰한 연애사라.... 재미있습니다. 문장이 좀 길고 비문이 자주 보이는 것(...) 빼고는 말입니다.;; 수식어가 상당히 많은데 그래서 더 동화풍이나, 그림을 그리듯이 지켜볼 수 있는지도 모르지요.
네버랜드는 집에 남겨 두고 있는 몇 안되는 온다 리쿠 책입니다. 앞서 몇 번 쓰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제 손을 거쳐간 온다 리쿠 책 중에서 살아남은(?) 것은 『네버랜드』와 『목요조곡』뿐입니다. 둘 다 먹을 것이 소재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물론 공통점은 그뿐만이 아니라, 한정된 시간안에 소수의 인원이 모여서 친목(...)을 쌓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입니다. 그 안에서는 물론 갈등도 발생합니다. 두 소설의 갈등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어떤 점에서는 일맥 상통하지요. 『네버랜드』는 기간이 『목요조곡』보다는 길지만 대체적으로 닷새에서 엿새 가량의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고 닫힌 공간에서, 알고는 있지만 잘은 몰랐던 아이들이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러고 보니 집에는 없지만 구입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네크로폴리스』도 한정된 기간, 닫힌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소재가 무엇이냐가 꽤 다르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집에 있는 이 두 책은 원서로도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북오프에서 『네버랜드』는 가격이 꽤 높고 『목요조곡』은 아예 없더라고요. 어쩔까 했는데 첫비행님이 빌려주신다 하셔서 덥석 받아들었습니다. 4월에 빌려서 이제야 읽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 ... ..... 는게 아니라 지금 상태가 보고서 회피중이라는 것.; 지금 보고서는 25%의 진도를 보입니다. 그 사이 『네버랜드』는 75%의 진척을 보이고요.;

원서로 보니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번역서보다 원서쪽이 훨씬 건조합니다. 읽는 속도가 느려 그런지, 책의 내용에 반응하는 것도 훨씬 깊고요. 책 읽다 말고 실실 피식 웃고 있다거나 침중한 얼굴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딱 출퇴근시간뿐인데 지하철 안에서 그러고 있자니 조금 민망하게도 느껴지네요.
원서로 보다가 폭소할뻔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주로 오사무가 등장하는 부분인데, 그 외에 칸지가 요시쿠니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도 원서로 보니 더 느낌이 와닿습니다. 한국어로는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는데, 넷의 말투가 서로 다릅니다. 무엇보다 미츠히로의 말투가 규슈, 정확히는 하카타 사투리라는 걸 알고는 충격 받았습니다. 번역서에서는 매끈한 말투를 쓰는데다 이렇게 입이 걸지도 않았다고요.;ㅂ; 뭐, 오사무를 제외하면 셋다 엄친아(이케맨)지만 특히 미츠히로는 전형적인 소설 속 왕자님인데 말입니다.ㄱ-; 모범생에 공부도 잘하지 외모도 잘났지. 운동을 못하는 것도 절대 아니고 말입니다. 오사무와 테니스 경기하는 것을 보면 더 그렇지요. 물론 성격도 나쁘고, 어떤 면에서는 전형적인(2) 소설 속 나쁜 남자입니다. 이런 남자와는 만나면 안됩...(거기까지)


오늘 아침에 읽은 부분이 미츠히로 파트였습니다. 오사무의 사건, 요시쿠니의 사건, 칸지의 사건을 넘어서 미츠히로가 고백하는 장면이지요. 천천히 씹어 가며 읽다보니 아침에 읽기에는 참 부적절한 장면인데 말입니다. 거기에 꼼짝없이 붙들려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세 사람의 심정이 저나 크게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아니, 저는 이미 번역서로 내용을 알고 있었으니 충격이 덜했겠지요. 이제 남은 건 그 다음날 미츠히로가 한 번 더 얻어 맏는 장면입니다. 그 부분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원서로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묘한 언어 차이 때문입니다. 한국어에서는 '나'나 '너'같은 1인칭, 2인칭 대명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근데 일본어에서는 그 말투에 따라 굉장히 많은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는 이름을 부르는데도 상당한 차이가 있고요. 특히 미츠히로의 회상에서, 담임선생님이 미츠히로를 부를 때 한자어가 아니라 히라가나로, みつひろ라고 표기합니다. 그것도 묘하고... 무엇보다 미츠히로의 사투리를 포함해 말투 전반이 충격이었으니까요.-ㅁ-;

미츠히로의 과거 때문에 『네버랜드』는 트라우마가 될만한데, 남학교 기숙사의 로망-예를 들면 녹림관.ㄱ--때문인지 계속 보게 됩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워낙 잘났으니 말이죠. 가장 중심인 요시쿠니도 본인이 그렇게 생각해서 문제지, 다른 사람들 시선에서 바라보면 전형적인 엄친아입니다. 칸지 같은 녀석이 들러붙는 것을 보면 더 그렇죠. 게다가 전 여자친구랑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선남선녀라든지, 천생연분이라든지로 표현했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읽기 시작하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요시쿠니의 한자어가 美國, 오사무의 한자어가 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칸지의 한자어도 寬司로 흔히 보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어떨지 모르지만; 미츠히로光浩는 평범한 편입니다. 하하;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 보고서가 먼저 끝날지 『네버랜드』 읽는 것이 먼저 끝날지 궁금하네요.-ㅁ-;
소심한 고로 서평을 조아라란에 쓰지 못하고 블로그에 깨작깨작 쓰고 있는건...-ㅁ-;

보고서 20장 짜리 두 건이 등 뒤에서 얼쩡대고 있으므로, 일을 집까지 들고 왔음에도 지금껏 팽개쳐두고 딴짓하고 있었습니다. 딴짓 장소는 역시 조아라. 현실회피에는 판타지만한 것이 없습니다.(...)
각설하고, 최근 읽은 몇몇 소설 중에 작가분이 후기에서 본인이 아주 좋아한다며 추천한 판타지가 두 종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콰터파나. 특수군(軍)이 주인공이라길래 어머나~♡라며 집어 들어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툼한 분량과 취향의 내용에 그야말로 감읍하며 보았습니다. 딱 제 취향입니다.T-T 더도말고 덜도 말고 이런 판타지소설 더 없나요.

잠시 딴 이야기를 하자면, 그 수 많은 남장(여자)물도 글 내용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게 재미있습니다. 같이 선호작에 담아 놓았던 『아즈렐』과 『세피아 로즈』도, 학교라는 공간 배경과 커플 호감도를 두고 보자면 『세피아 로즈』쪽이 취향입니다. 물론 현실성은 『세피아 로즈』가 떨어지지요. 엊그제 본 『쉐빌리에 졸업기』는 『세피아 로즈』보다 현실성이 더 떨어지지만 말입니다.OTL 아니, 글 전개나 내용은 상당히 괜찮았는데 여주인공이 선택한 남자가 제 취향에 안 맞았기에..(먼산) 판타지나 로맨스 소설의 호불호는 글솜씨에 관계없이 이런 사소한(..) 문제로도 갈립니다. 『세피아 로즈』는 엔론이 워낙 매력적이었으니 거기에 홀딱 반해 넘어간 거죠, 뭐.;


하여간 『아콰터파나』는 지난 3월 이후 연중입니다. 현재 챕터 3까지 올라와 있고요. 하지만 워낙 편당 분량이 많기 때문에 웬만한 소설의 챕터 6까지의 분량이라 해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일단 챕터 1까지는 그렇습니다) 작가님이 생업 때문에 소설 쓰기를 잠시 멈추신 모양입니다. 흑. 정말 취향인데. 돈독 오른 남자주인공도 그렇지만 상당히 능력 있는데다 머리도 잘 돌아가고. 게다가 글에서 전공 혹은 심도있는 취미의 향이 폴폴 풍깁니다.; 전문지식이 상당히 깊고 그걸 살짝 틀어서 쓰는 것도 멋지군요. 게다가 설정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황제의 파워가 세다보니 황제 직속으로 특수업무를 담당하는 특수군이 편성되었고, 귀족관련 독살사건 등을 조사하고 있으니 현실세계로 따지자면 CSI쯤 됩니다. 하지만 능력으로 따지면 CSI가 아니라 NCIS의 에비 슈토쯤...ㄱ-; 딱 에비같은 사람들만 잔뜩 모아 놓았습니다. 평민이든 귀족이든 황족이든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그런 엘리트 집단이지만 일이 있을 때만 소환당하니 평소에는 부업을 하고 있고, 신분을 감추기 위해 특수군끼리도 대개 코드명으로 부릅니다. 아콰터파나는 독살 감식을 담당하는 누구씨의 코드명입니다.

챕터 1에서는 어느 귀족영애의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독초에 대한 지식도 그렇거니와 무대 설정, 깨알 같은 실험 설정-축소시킨 몬스터가 실험쥐 대신이라니!!!-, 돈에 쪼들리는 조교수의 생생한 모습(...)까지 다루고 있으니 정말로 취향에 맞네요. 그래서 조금씩 야금야금 아껴가며 보고 있습니다. 챕터 1까지 다 보고 나서도 아깝다며 차마 2편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거, 워낙 제 취향이라.;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 중에는 어느 분 취향에 맞을까요.;;;;;
감상문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빼먹고 있었군요. 이런.;
이 책은 첫비행님 여행 가시기 전에 올리려 했는데 늦었습니다. 아마 제가 이 리뷰 올렸으면 첫비행님의 여행비용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을 것이란 생각이 폴폴~ ;;; 그도 그런 것이 이 책 감상은 첫비행님을 노리고(!) 올리는 겁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랑 비슷한 계통이거든요.

일본에서는 이런 측량형 여행기(?)가 종종 출판되는데, 한국에서는 별로 못봤습니다. 번역 나온 것만 해도 셋이나 되는데 한국에는 비슷한 책을 못 보았네요. 일단 세노 갓파의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 『작업실 탐닉』, 『유럽낭만 산책』이 먼저 떠오르고, 첫비행님이 먼저 옆구리 찔러 주신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도 많지요. 그리고 이 책이 있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건축계통 종사자라는 겁니다. 세노 갓파는 건축가는 아니지만 무대미술가랍니다. 한국에는 책이 몇 권 소개되지 않았는데 저서도 상당히 많고요. 그 중 한국에도 나온 『유럽낭만 산책』이 이 책의 모델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에도 등장하지만 하는 짓(..)이 닮았습니다. 하하;

『여행의 공간』은 건축가인 저자가 세계 각지를 여행 다니면서 머물렀던 호텔 측량기입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줄자와 필기도구를 들고 여기저기 측량을 해야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네요. 측량하는데는 대략 두 시간이 걸린답니다.(...) 신혼여행 가서도 그랬다는데 아내가 동종업계 종사자여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신혼여행 시작하면서부터 싸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머물렀던 호텔이 다 '유명한' 호텔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세노 갓파는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머물렀다는 느낌이 강한데, 우라 가즈야는 유명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만들었거나 리모델링에 참여한 호텔, 소설이나 영화 등의 배경이 된 호텔, 고급 호텔 등을 일부러 골라 갑니다. 건축가니까 공부가 된다는 핑계도 있지만 이런 평면도와 그림, 그에 따른 자세한 설명과 감상을 읽고 있노라니 비용이 들더라도 머물러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비스부터 배치 형태나 동선, 물품이나 호텔에서 보이는 경관 등에 대해 자세히 쓰고 있거든요. 덕분에 읽고 나니 가고 싶은 여러 호텔들이 생기는 바람에..-_-;
지역 비율로 따지자면 뉴욕이 제일 많은 것 같군요.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호텔에 비치된 전용 메모지를 썼더군요. 거기에 스케치할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거기에 그린다면 나름의 제한(?)도 있고, 호텔이 어디였는지 적을 필요도 따로 없겠네요. 종이 상단에는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고 아래에는 주소까지 친절하게 찍어 두었으니 말입니다.
저도 종이니 뭐니 핑계대지 말고 도전해볼까요..-ㅁ-;;;


우라 가즈야. 『여행의 공간: 어느 건축가의 은밀한 기록』, 송수영 옮김. 북노마드, 2012, 16000원


덧붙여. 그림 중 몇가지는 흑백으로 나왔습니다. 아니, 몇가지가 아니라 꽤...군요. 기왕 싣는 김에 전체를 다 채색으로 실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아쉽네요.


어느 날, 집에 들어와보니 책상 위에 소포가 있습니다. 셜록 블루레인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로군요. 올 소포가 없는데 뭔가 싶어 발신인을 보니 어머나, 주소가 마포구.-ㅁ-/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더랍니다.

아직 서점에 깔리기도 전에 펀드 이자 책을 발송한다며, 이 책을 가지고 냉정침착하면서도 은근 뜨겁게 홍보하라-라고 이해를-는 지령이 담김 편지도 있었습니다. 이름하야, 지령 1호. 거기에 위에 놓인 것은 미스터리의 계보 초판 한 정 부록인 원고지입니다. 으허허. 이런 원고지, 참으로 오랜만에 받아보았네요.

그러나 정작 『미스터리의 계보』는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논픽션까지는 좋은데 대강 책을 훑어보니 ① 사회는 참 시궁창, ② 돈 없는게 죄야라는 포스가 팍팍 풍깁니다. 어두운 이야기를 읽으면 한없이 파랑(...)에 가까워지는 제 성격상 묵혔다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옆에 입가심할 다른 발랄한 책 가져다 놓고 보아야겠어요.


이 책은 다음 생협 번개 때 들고 가겠습니다.^-^
요즘에는 영문 아티클 읽는 것도 일단락되었고, 이제 보고서 두 편을 위해 논문 마흔 편 가량을 보아야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논문이란게 학술논문, 학위논문, 외국논문 포함이라는 것이 슬플 따름이지요. 그 때문에 요즘에는 현실도피적으로 조아라의 판타지 소설을 신나게(...)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보고서 쓸 시간이 부족한데...; 게다가 쪽수도 많이 써야하는데..;ㅂ;


최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조아라 소설을 곰곰이 되새겨보니 남자 주인공들이 참으로 한결 같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닮았어요. ① 백작가 이상의 자제님께서, ② 검술도 부지런히 익히셨고(10대 소드마스터는 옵션), 거기에 ③ 천재가 아닐까 할 정도로 엄청난 두뇌에, ④ 재산이야 두말할 나위 없지요. ⑤ 외모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하기야 천상의 미모라는 표현이 들어가는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긴 하네요. 그리고 ⑥ 주인공을 굉장히 아껴줍니다. 여자주인공의 성격은 다 제각각이지만 말입니다.'ㅂ'; 여자들이 좋아하는-추측컨대 이 소설 모두 작가가 여자일겁니다;-남자주인공의 조건이 다 그런가 싶습니다.

올해 들어서 조아라에 눈도장 계속 찍고 있는데 괜찮게 챙겨본 소설들만 죽 올려봅니다. 물론 완결 소설만.; 완결 소설 아닌 것도 몇 편 보고 있는데 연재소설을 보는 것과 완결소설을 보는 것은 상당히 느낌 차이가 납니다. 전체적으로 죽 이어 보다보면 연재소설일 때는 괜찮았는데 막판에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들이 있더군요. 물론 완결소설이라고 완벽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매끈해서 볼만합니다. 매끈하지 않으면 도중에 그만두지요.

1. 둥근보름달. 『엘샤 꽃나무 아래에 앉아서』, 『계약의 목걸이』
둘다 프리미엄 작품입니다. 10편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지만 그 뒤는 결제해야만 볼 수 있습니다. 딱지 100개에 1만원인데, 편당 딱지 0.5장이 들어갑니다. 『계약의 목걸이』를 듀시스님 추천으로 보기시작했는데, 프리미엄 전환되기 전에 보기 시작해서 170편까지 올라온 지금, 딱지 결제 편 수 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엘샤 꽃나무』는 응24에서 이북 6권까지 구입해놓고 뒤를 홀라당 다 본다음, 7권도 이후 결재했습니다.
사실 조아라의 이북은 구입을 그리 권하지 않습니다. 이북 만드는 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기도 불편하고 그리 예뻐보이지도 않고, 가독성도 꽤 떨어집니다. 조악하다는 생각이 팍팍...; 이럴바엔 차라리 PDF인 쪽이 낫지요. 하기야 PDF는 저작권 보호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말입니다.(받은 사람이 PDF로 배포하면 저작권 침해에 무방비;)
그래도 한 번에 보기 편하고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도 볼 수 있는데다 가격이 저렴하니까 사긴 하는데 다른 이북도 이런 수준인지는 궁금하더군요. 이북은 이쪽이 처음이라 말입니다.
하여간 내용 풀어가는 것은 『엘샤 꽃나무』가 더 취향입니다. 아무리 어렸을 때부터 여자처럼 아름다웠다고 해도 성별이 바뀌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걸리긴 하는데, 제 성별이 바뀌어 본적 없으니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런 걸 넘어가면 대체적으로 알콩달콩한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무엇보다 막판의 그 문제가 풀릴 때의 장면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최근에 완결되었습니다. 이제 나머지 이북이 나오는 것만 기다리면 되겠네요.
『계약의 목걸이』는 여주인공이 그리 예쁜 외모는 아니라는 것이 독특합니다. 평범한 외모인데 비범한 능력이 외모를 커버합니다.(...) 그러나 읽다보면 왜 남자주인공의 부모들이 여자주인공을 며느리감으로 낙점했는지 십분 이해가 갑니다. 물론 아들래미가 홀라당 반해있기도 하고, 탐나는 인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이 폭주했을 때 막아낼 수 있는 인물은 며느리가 유일무이'하기 때문입니다. 허허허; 『계약의 목걸이』가 『엘샤 꽃나무』보다는 아기자기합니다. 세세한 소품들이 더 많이 나오는군요. 에피소드도 더 길고요. 이건 여자주인공의 직업 때문이기도 할겁니다.'ㅂ'


2. 프리메르. 『이즈렐, 가출하다』
최근에 완결되었습니다. 가출 청소년이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읍읍읍읍읍)
물론 농담이고; 황태자와의 결혼이 싫어서 남동생이랑 짜고 가출했더니, 들어간 학교가 남학교라 힘들었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추천수가 많은 판타지를 골라 봤는데, 대체적으로 회귀물(시간을 돌리는 쪽)이랑 남장물이 많더군요. 끝부분으로 가면 달달하다못해 꿀에 빠져 익사할 것 같은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꿀에 빠지면 익사가 아니라 질식사인가요. 어느 쪽이건 간에 굉장히 달달합니다.


3. Lucyte. 『세피아 로즈』
프리미엄 작품으로 역시 완결되었습니다. 이것도 10편까지 읽고 나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3권까지 이북 결제해 읽고는 그 뒤편을 끝까지 다 결제했습니다. 물론 결말의 다섯 편은 먼저 보고 해피엔딩인 걸 확인한 다음에 이북을 샀지요. 행복하지 않으면 못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10편까지의 이야기만 봐서는 울먹울먹할 이야기 같았거든요.
이쪽도 남장물입니다. 여기서는 남장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조금 다르더군요. 그리고 『이즈렐』보다는 덜 현실적이라 생각한 부분이 달거리입니다. 아무리 개인실을 쓰고 있다지만 달거리할 때는 쉽지 않지요.=ㅅ=; 그건 뭐, 적당히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긴 합니다.;; 개인차가 심하니까요. 그리고 여자주인공의 실력에 대해서는 ...(먼산)
이쪽은 처음에 등장한 '의문'을 풀어 나가는 것이 중심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의 무게가 상당합니다. 거기에 로맨스 요소를 섞어 두었는데 발랄하다기보다는 조금 애잔한 것 같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성격이 달라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주인공 무리가 투닥거리며 노는 모습이 참 귀여워서 좋습니다.///


4. 해맑. 『엘핀느의 꽃』
이분 작품은 조금 무섭습니다. 이전에 몇 편 보았는데, 글 잘쓰시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잘 쓰시니까 내용에 폭 빠지면 그 어두움에서 헤어나오기가 어렵지요.
글솜씨는 아마 제가 소개하는 작품 중 한 손 안에 들 겁니다. 앞에서 소개한 작품들보다 훨씬 낫지요. 앞의 이야기들은 재미를 중점에 두고 소개했지만 이건 글솜씨와 전개가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앞의 약 20편을 결재해보다가, 앞으로 사건이 터질 것 같은 생각에 두 손 들고 포기했습니다. 그러다가 완결난 것을 알고는 뒤의 10편 남짓을 결제했습니다.(...) 그러므로 중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대강 짐작은 갑니다. 이 글 전체를 꿰뚫는 주제는 아마 '용서'일 겁니다. 여자주인공 마음 고생이 심하니 각오하고 보세요.-ㅁ-;


5. 연리향. 『잇페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 패러디, 조우(遭遇)』
『잇페이』는 이분이 쓰신 전체적인 세계관 안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판타지 소설도 찾아보니 같은 세계관 안의 이야기더군요. 로맨스는 아니고 판타지 모험(여행)물에 가까운데 주인공이 꼬꼬마입니다. 다섯살의 어린 아이다보니 아빠(...)와 함께 여행하면서 예쁜짓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참 귀엽지요.
『조우』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소설판과 지브리 극장판 설정을 적절히 섞어서 쓴 이야기입니다. 소피가 참으로 미인인데다 하울도 참 귀엽습니다. 여기의 소피 이미지는 본편의 소피에 가깝고 하울은 극장판의 외모에 가깝습니다. 둘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군요. 핫핫핫..; 무엇보다 황야의 마녀와 캘시퍼에 대한 설정이 상당히 바꾸셨더군요. 이런 설정도 재미있습니다.+ㅅ+


6. Jaz. 『카모마일의 소환사』
판타지로서 흡입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저는 여기 등장하는 학교가 마음에 들었는데... 데...;ㅂ;
로맨스도 있긴 하지만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쪽이 중심 줄거리입니다. 하지만 두 번 읽을 용기는 나지 않더군요. 가벼운 부분도 있지만,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무겁습니다....;


7. 『Dollish』, 『물에 비친 달』, 『아르페지오』
『Dollish』는 회귀입니다. 병에 걸려 죽은 여주인공이, 이전 삶에 아쉬움을 가지고 어렸을 때로 돌아가 다시 사랑을 이루는 내용인데, 마지막에 살짝 함정이 있습니다.-ㅁ-; 앞부분은 시스터 컴플렉스의 오라버니와, 그 절친한 친구인 남자주인공의 신경전이 볼만합니다. 주인공의 반동인물이 상당히 기분나쁘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하기야 이런 악녀도 판타지 로맨스에서 종종 등장하지요. 바로 앞에 소개한 『카모마일의 소환사』도 조금 그런 경향이 있고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누가 악녀인지는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물에 비친 달』은 목석같은 남자주인공과 이계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여자주인공의 관계가 재미있습니다.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여자주인공에, 티 안내면서 어떻게든 잡으려는 남자주인공이..(물론 이건 뒷부분의 이야기지만.)
마녀가 중심 소재이고, 마녀의 저주가 무엇인지, 그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중심 내용입니다. 로맨스보다는 판타지가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 라고 쓰고 곰곰이 돌이켜보니 로맨스가 적은 것도 아니군요. 워낙 마녀의 비밀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그렇지, 막판에 두 사람이 밀고 당기는(?) 부분은 꽤 재미있습니다.
『아르페지오』는 복수물입니다. 회귀는 아니고, 자신에게 막 대한 전남편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가 심장에 대못을 박아주는 내용입니다.(먼산) 전남편은 정말 용서할 수 없는 놈이라...-_-+ 다른 이야기에 비해 짧은 편이라 무난하게 읽기 괜찮습니다.


8. 루나냥. 『로즈마리- 귀족아가씨』
최근에 읽은 소설인데 1부, 2부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불행한 귀족아가씨 로즈마리의 삶(...)을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불행을 견디다 못해 스러진 로즈마리를 보듬어 안아 올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부와 2부의 느낌이 사뭇 달라요. 1부에서는 귀족집안의 생활상이나 귀족 여인네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면, 2부에서는 로즈마리의 입장에서 보여주었던 그 모습들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로즈마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를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 내용 자체가 조금 답답합니다. 주인공이 사랑을 못 받고 자란데다가 성격도 그런 아픔을 다 속으로 씹어 삼키는 타입이라... 게다가 주인공의 반동인물이 문제지요. 전형적인 '이고깽 판타지 주인공'의 모습인데, 그게 기존 귀족 입장에서는 굉장히 문제 많아 보입니다.; 능력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고.(먼산) 하여간 2부에서 보상(?) 받는 것을 보면 그래도 마음이 풀립니다. 에필로그의 한 편만이 뒷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달큰달큰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9. 시연翅姸, 『황녀귀환』
편은 78편이지만 편당 내용이 많습니다. 꼼꼼히 읽다보면 시간이 꽤 걸리지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절반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에 뒷편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앞편은 제가 도저히 못 읽겠더군요.; 소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자주인공이 다른 소설과는 다른 성정(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추천할만합니다. 무엇보다 비틀린 관계에서 시작해, 그걸 바로잡고 같이 손잡고 나간다는 점에서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종류의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거기에 해피엔딩이고요. 가족, 로맨스, 판타지라고 할 수 있긴 합니다. 아니, 우울증 치료도 있으니 의학이나 심리상담도 들어갈까요.;
여자주인공은 가족관계 때문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울증을 앓아 왔습니다. 그래도 치료를 통해 10대 중반에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어떤 사건 때문에 완전히 삶이 바뀝니다. 다시 변화를 주고자 탈출을 시도하는데 ..... (이하생략)
후반부에서는 일이 술술 풀리고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ㅅ/ 자주 들여다보는 소설 중 하나고요.



최근에 연재작 중에서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해하며 보고 있는게 『버림받은 황비』입니다. 최근 연재분에서 분위기가 앞부분과 확 달라져서 꽤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쪽으로 내지 말아주세요..T-T;
한줄 감상 : 글쎄........................


니시오 이신의 모노가타리시리즈, 『고양이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고 덥석 집어 들어 바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리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맨 처음의 『괴물 이야기』는 딴소리와 이야기 진행의 균형이 잘 맞았지만 뒤로 가면 갈 수록 딴소리의 비중이 높습니다. 『상처 이야기』는 그래도 이야기 진행의 비중-특히 전투(?) 비중이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키스샷 아가씨가 취향에 안 맞았어요. 시노부는 좋지만 키스샷=본체는 취향이 아니더라고요. 표지 그림(t삽화)이 취향이 아니라 그런가요.; 그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뒤에 나온 다른 책들도 입맛에 안 맞아서 한 번 읽고는 바로 방출했지요.

이번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상처 이야기』와 『괴물 이야기』의 사이-정확히는 골든위크에 있었던, 하네카와 츠바사의 이야기가 주입니다. 읽고 나면 츠바사도 그리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팍팍 들지요.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이 책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것은 주인공도 직접 말했듯이 책의 1/4이 딴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아라라기가의 남매가 주고 받는 영양가 없는 만담이 앞에 등장하는데, 그걸 읽고 있자면 내가 왜 이것을 참고 읽어야하나 싶습니다. 대신 그 뒷 부분의 전개는 상당히 빠릅니다. 그것만 넘기면 되긴 하지요.

그렇지만 『괴몰 이야기』의 히타기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츠바사에게는 감정이입이 안되고, 그렇기 때문에 아라라기의 '어장관리'도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까지만 해도 그렇게 변태로 보이진 않았는데, 후편이 나오면 나올 수록 상태 심각한 변태이지 뭡니까. 『괴물 이야기』만 봐서는 히타기에게만 마음을 주고 주변은 그리 생각하지 않은 둔탱이 같았는데 말이죠. 작가가 글을 쓰면 쓸 수록 얘 성격이 이상해지는 건가.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잇짱이 낫습니다.-_-; 언제 공간과 자금이 되면(...) 헛소리꾼 시리즈를 모을까 싶네요. 하하;
앞서 읽은 권은 미처 리뷰를 올리지 않았네요. 아마 작년에 6권까지 다 보았을 겁니다. 사실 4-6권 사이는 내키지 않아하며 보았던 지라 안 올렸을 겁니다. 주인공 마흐무트에 대한 편애가 심하다보니 고생하는 편은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6권부터 긴박하게 움직이더니 7권에서 뒤집고, 8권에서 사고쳤습니다.(먼산)

가상의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지만 본국인 투르키에는 오스만 투르크가 모델일 것이고, 무역국가인 베네딕크는 베네치아, 발트라인은 합스부르크 왕가, 혹은 러시아계. 다시 말해 게르만이나 슬라브 제국일겁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신성로마제국일 것 같긴 하군요. 그리고 포르키니아는 조금 헷갈리지만 알렉산드리아-이집트. 8권의 배경은 메소포타미아 지방 어드메.

다시 말해 그냥 보는 것보다는 역사적 지식을 갖고 보는 쪽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편을 보고 나서 시오노 할머니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다시 꺼내 읽을까 싶더군요. 그거랑 『콘스탄티노플 공성전』이었나, 전쟁 3부작이랑 섞어 읽으면 딱입니다.-ㅁ-; 주인공이 투르키에=투르크 사람인지라 옷차림이 화려하고 게다가 꼬꼬마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색채가 제 취향.OTL 금발에 엷은 하늘색 눈이랍니다. 아하하;

등장인물 얼굴 취향은 마흐무트 - 바야짓 - 자가노스더라능...;;; 예쁘다는 것 외엔 공통점이 없군요. 성격이나 포지션은 다 제각각입니다.;

그나저나 이 작가 참 대단하네요. 데뷔가 2007년인데 이게 첫 장편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끌고 나가는 것을 보면 의외로 잘 끌고 나간다 싶어서 말입니다. 20권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은데, 현재 일본에는 10권까지 나왔습니다.

참, 알타이르는 알테어, 별 이름입니다. 아예 아랍쪽에서 온 별이름이라는군요.


이하는 내용이 들어가니 보실 분은 빼고 보시어요.


Kotono Kato. 『장국의 알타이르 7-8』, 유현지 옮김. 학산문화사, 2012, 각 4500원.



내용폭로를 막기 위해 되도록이면 앞부분에는 내용은 담지 않았습니다.-ㅂ-


1권에서는 등장인물 소개로 주로 나왔다 치면, 막판에 사고가 일어납니다. 주인공인 마흐무트의 친한 친구가 반란을 일으킵니다.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나간 마흐무트는 막판에 개별행동을 해서 친구를 구하고 반란도 무사히 진압하지만 군인이면서 개별행동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문책성 인사로 천인대장으로 강등됩니다.(2권)
참고로 이 아해의 나이는 아직 10대. 최연소 13인 장군입니다. 그러던 것이 강등되어 천인대장이 되지만, 상관이자 생명의 은인인 카리르의 도움으로 세상공부를 하러 나갑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며 두 명의 호위가 붙게되고(3-4권), 그러고 더 돌아다니다가 투르키에에 대한 또 다른 반란에 휩쓸려 진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이게 수습이 되는 것이 7권입니다. 8권에서는 다시 장군으로 복권되어 이번에도 또 사고 치러나갑니다. 아하하. 이제는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는군요.-ㅁ-/ 1권에서는 주로 몸싸움을 보여주더니만 이번에는 제대로 머리싸움을 보여주네요. 과연 9-10권은 어떻게 돌아가려나. 기대됩니다.

집 서가에 넣을 자리가 없음에도 지금 챙겨오고 싶어 투덜대고 있습니다. 으. 마흐무트가 귀엽긴 하지만,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꽤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넣을 자리는 없단 말이닷!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 중 어떤 책을 먼저 읽을 까 하다가 냐오님이 『핀치의 부리』를 추천하신 덕에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제목을 들었기 때문에 빌리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른 책에 밀려서 읽는 것이 늦어졌을뿐이지요.;

한데 읽기 전, 어려울까 겁먹었던 것과는 달리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제 취향은 생물학, 그 중에서도 이런 진화 생물학입니다. 조금은 재미있게라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다룬 것보다는-그런 내용의 드라마나 영화도 질색합니다-진지하면서도 생생하게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빌린 책도 『모래군의 열두달』. 아마 비슷한 맥락의 책일겁니다. 이쪽은 현장연구가 아니라 체험 관찰기에 가깝겠지만 말입니다.

다윈의 핀치는 다윈이 비글호 여행을 하던 도중, 진화론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걸로 유명합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 부리가, 모두 같은 종임에도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진화론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던가요. 그래서 핀치가 유명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 다윈의 핀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화론이 다시 맹공격을 받던 당시, 연구자들은 현장연구를 통해 진화의 또 다른 증거를 발견합니다. 그 중 하나가 핀치입니다. 진화가 아주 천천히,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보다보면 진화는 환경에 맞춘 변화로, 어떤 것이 진보이고 어떤 것이 퇴보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둘다 맞습니다. 환경에 맞춰 제대로 살아 남는다면 그것은 나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적어도 뒤쳐져-죽지는 않을테니까요.

현장 연구의 생생한 모습을 담으면서, 또 다른 연구를 보여주며. 왔다갔다 하고 있는 내용 전개가 꽤 익숙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더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천문학 책인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에서 다룬 것과 비슷하군요. 팔로마산 천문대에 근무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 각자의 연구 영역과 그와 관련된 학문과 이론을 풀어 나가는 것이 꽤 비슷합니다. 익숙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인가봅니다.

뒤로 가면 진화생물학을 넘어서 의학의 이야기도 다룹니다. 페니실린은 수 많은 사람들을 구했지만 이제 더이상 듣지 않습니다. 박테리아나 세균의 진화(적응=내성)를 통해 이제는 듣지 않거든요.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도 그래서 등장하는 겁니다. 인간에게는 재앙이겠지만 그들에게는 진화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일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빨리 적응한다는게 그리 좋게 보이진 않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분명 신종플루나 사스나 조류독감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쓴 책인데도 그런 존재를 암시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래서 막판에는 더 공감하며 보았지요.


읽고 있다보니 다시 매튜 리들리의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 읽어야지요.>ㅅ<
(아마도 6월에나..OTL)


조너던 와이너. 『핀치의 부리』, 이한음 옮김. 이끌리오, 2001. 13000원.


그러고 보니 읽다가 몇몇 단어의 번역이 걸렸던 것 같은데, 워낙 재미있어서 잊었습니다. 하하.;ㅂ;
필독서라고 적고 싶었지만 과장하는 느낌이라 한 발짝 뺐습니다.'ㅂ'

이전 작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나 『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 두 사람』과는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앞서의 두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라면, 『남은 생 180일』은 완화의료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옵니다. 흔히 한국에서는 호스피스라고 하는데 죽음을 앞둔 암환자나 난치병 환자가 더이상 치료는 받지 않고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만 받는 것입니다. 몸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완화하며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의료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이 완화의료가 어떤 것인지 아실겁니다.

죽음에 대해, 특히 암환자의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암환자가 가족 중 혹은 친척 가운데 한 명 이상 있는 때에는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말기 암 환자가 받는 치료의 부담이나, 완화의료에 대한 오해 등을 상세하게 적고 있거든요.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저는 제가 암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의식 없이 육체만 기능하는 상황이 몇 달 간 계속되는 것은 저 답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뒤에 남을 사람들에 대한 배려랑은 거리가 먼, 제 욕심입니다. 그냥 자력으로 호흡하고 의식을 유지하다가 고이 가고 싶습니다.
음, 유언장을 써야하는 이유가 늘었네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고 미리 밝혀야 할테니까요.-ㅂ-;

이 책을 읽다보면 완화의료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밝게만 본 것은 아닌가 싶은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완화의료를 받기란 쉽지 않다니까요. 전체 의료인 중 수백 명만 완화의료 혹은 호스피스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 실제로 그런 연수를 받고 훈련을 받은 사람은 그 중에서도 소수랍니다. 한국에서는 종교 관련 기관 몇 군데서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고 알고 있고요. 그러니 한국에서는 만나기 더 힘들테고...

하여간 말기 암 환자의 용태나 죽음 과정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니 한 번쯤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특히 쥬빌란님이 보시면 .. 각별하실듯..? ;;;;



오츠 슈이치. 『남은 생 180일』, 황소연 옮김. 21세기북스, 2012, 13000원

제목이 조금 길지요. 하지만 제목이 책 내용을 그대로 말하네요. 요리연구가나 음식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부엌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살림법을 곁들인 책입니다. 만약 도서관에서 먼저 발견하지 않았다면 교보에서 구입했을텐데, 그렇게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도 영 마음에 안 찼거든요. 구입해서 보았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이건 제가 워낙 많은 부엌을 들여다보아서 그럴겁니다.

일본의 『天然生活』부터 시작해, 부엌과 관련된 책은 꽤 많이 모았다가 꽤 많이 처분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천연생활의 압축 버전일지도 모르지요. 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책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책 평가는 높은데 저는 별로 마음이 안갔습니다. 이미 일본의 책을 통해서 다 엿보았거든요. 한국 부엌 특유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부엌을 너무 깔끔하게 해두어 살아 있는 느낌이 안듭니다. 거기에 부엌의 구조(평면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체 풍경이 보이는 것도 아니라 이리저리 짜맞춰가며 상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피곤해지더군요.OTL

거기에 실린 부엌들 중에 가지고 싶은 부엌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먼산) 이런 부엌에서 나도 일하고 싶다거나, 나중에 이런 부엌을 가지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그것도 이 책의 평가가 떨어지는 이유고요. 일본책을 보지 않으신다면 보실만하겠지만 아니라면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효자동 레시피』의 저자 신경숙씨(소설가와는 동명이인;) 부분은 몇 번 다시 들여다 보게되더군요. 특히 티이타님께는 도움이 될듯..? 아이 이유식하는 방법이 살짝 나와 있거든요. 참고하시와요.+ㅅ+ 전 견과류 쿠키가 마음에 들어 집에 만들어 둘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주현. 『갖고 싶은 부엌 + 알고 싶은 살림법』. 중앙북스, 2012, 13000원

원제가 『ごはんのことばかり100話とちょっと』입니다. '밥이야기만 100 이야기와 조금 더'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번역제목보다는 이쪽이 더 맛깔납니다. 진짜 먹는 이야기만 가득하거든요. 짤막짤막한 기록을 여러 개 모아 두었다가 책으로 엮은 거랍니다. 어떻게 책을 만들었는지 작가 후기에 나와 있으니 보시면 아실겁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보시는게...-ㅂ-; 내용 폭로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뒷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까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최근에 『키친』을 원서로 보고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번역서에서 쌓아 놓았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미카게나 유이치나, 번역서에서는 꽤 어른스럽습니다. 하지만 원서에서는 딱 그나이 또래의 어린 아이들처럼 보입니다. 아니, 지금 이 나이 먹어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애들 맞아요. 20대 초반인걸요. 유이치는 아직 대학생이고 미카게는 자퇴(?)하고 요식업계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연상연하커플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투를 보고 있노라면 애 맞아요.; 혀 짧은 소리가 절로 연상되는 그런 말투였습니다. 원서로 보고 나서, 한국에 출간된 『키친』은 역시 번역자의 소설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키친』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불만은 없습니다. 그 뒤에 들었던 번역자의 몇몇 사건들이 떠올라서 이 번역자의 책은 가능한 피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랬는데, 이번 책을 보면서도 조금 불안불안했습니다. 음식이 소재다보니 오역이 나올 것 같더군요. 아니나 달라. 중간에 등장한 와카모레 때문에 기겁하다 못해, 다른 모든 기억이 날아가고 머릿 속에는 와카모레만 남았습니다.


<188쪽. 93번째 이야기>

아보카도가 있어서 와카모레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를 만들고 싶은 생각에 죽어라 으깼다.

.....
....
...

아놔. 와카모레의 저주에 걸렸어요!;ㅂ;
아보카도를 으깨서 만든 거라면 절대 guacamole죠. 구아카몰레든, 과카몰레든 과카몰리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와카모레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아보카도에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스라고 적었다는 것은 찾아보았다는 이야기일텐데 왜 와카모레?

그 앞에는 미묘한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145쪽, 66번째 이야기>

신선한 고추와 민트와 누크맘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태국의 전통 장을 나름대로 적당히 섞었을 뿐인데 이렇게 미묘하게 맛이 달라지다니.

누크맘....OTL
이거 베트남어로는 nước mắm라고 쓰는데 한국 위키백과 쪽에서 찾으면 nước chấm만 나옵니다. 그리고 이건 느억짬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베트남의 어장(fish source)는 느억맘이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군요. 누크맘이라 부르는 건 못봤습니다. 포털에서 누크맘이라고 검색하면 '누크 맘에 들어요'라는 글이 나오는군요. 아기용품인 누크가 마음에 든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그래서?
원서를 읽기로 결정했습니다.-ㅁ-;

하지만 삽화라고 불러야할지 사진이라고 불러야할지, 하여간 그게 마음에 들어서 번역서도 나름 추천은 합니다. 무난하게 읽을만하니까요. 일본에서 출간된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리 시간의 간격은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몇몇 소설에 대한 실마리(?) 같은 것도 들여다보입니다.+ㅅ+

요시모토 바나나. 『바나나 키친』,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2, 12000원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건축책 중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것이 『집을 생각한다』입니다. 한국 발간일을 따지자면 앞에 나온 책인데, 저작권 연도를 보고는 제일 뒤로 미뤘더니 그러길 잘했더군요. 앞서 읽은 건축기행이나 집기행 책에 등장했던 유명 주택과 건축물이 다시 한 번씩 등장하는군요. 먼저 보아서 어떤 집들인지 파악하고 있다보니 예시로 등장할 때도 쉽게 이해가 됩니다. 알아보기 좋았어요.'ㅂ'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부터 생각하고 있던 '집'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내가 원하는 집이 어떤 집이냐는 거지요.

이 책에서는 집이 갖춰야할 풍경을 열 두 가지로 말합니다. 목차에 나와 있으니 고스란히 긁어보지요.

1. 풍경_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
2. 원룸_ 건축가는 원룸으로 기억된다
3. 편안함_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4. 불_ 집의 중심에는 불이 있다
5. 재미_ 재미와 여유, 그리고 집
6. 주방과 식탁_ 아름답게 어질러진 주방
7. 아이들_ 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
8. 감촉_ 손에서 자라나는 애착
9. 장식_ 적당한 격식, 효과적인 장식
10. 가구_ 가구와 함께 살아가는 집
11. 세월_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
12. 빛_ 두 가지 의미의 빛

음, 그렇긴 한데, 제가 이상향으로 그리는 집은 여기서 몇 가지가 빠집니다. 일단 한국에서 대부분의 집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에서도 불을 못 쓰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벽난로는 무리죠. 화로까지는 어찌어찌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도 재의 처리 문제가 골치아픕니다. 애초에 화로에 담는 불은 가라앉은-사그라드는 불이므로 피워서 담아야한다는 문제도 있지요. 단독이 아니면 힘들다라는 이야깁니다. 뭐, 부엌의 가스렌지는 저도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하니 불이 없진 않겠지요.

아이들도 독신이 많은 현재의 가족 모습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이라면 재미가 있는 집이라는 이야기인데, 그건 5번하고 겹치잖아요. 아니면...
제가 피터팬증후군에 걸려 있는걸 어떻게 알았지요?(탕탕탕!)

그리고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도 지금은 확신할 수 없지요. 제가 집을 지을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최소 20년은 지나야할테고, 제가 얼마나 그 집에서 생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독신으로 산다면 자식들이 그 집을 이어서 사용할거란 생각도 안 들고. 이 부분은 지금으로써는 미지의 영역이네요.

최근 쓴 소설(단편) 때문에 그 집의 구조를 손에 잡힐듯이 그리게 되었는데, 실제로도 가능한 집일지는 모릅니다. 대강 여기에 이런 것이 있겠거니 생각하는 집인데, 그 집을 보니 중요한 것이 침실과 공용공간의 분리인가 싶네요. 2층은 오롯이 침실, 1층은 거실과 부엌. 거실이긴 하지만 들어가면서 바로 보이는 것은 아니고 좁은 공간을 지나야 거실이 나옵니다. 거실에는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고, 좌식 공간입니다. 넓은 탁자가 놓여 있고요. 그 근처에서 항상 뒹굴거나 탁자를 밀어 놓고 뒹굴거나. 그런 느낌입니다. 역시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뒹구는 공간이 중심이라니. 하기야 공부는 도서관에서 하니 집은 쉬는 공간입니다.
애초에 제가 살 집이라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 놓은-상상한 공간인데 그 곳에서 등장인물들이 노는 것을 보니 저 역시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의외로 제가 살 공간을 떠올리라고 하면 그게 또 어렵고. 다만 앞서 다른 네 권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 작아야 한다는 겁니다.; 청소를 좋아하지 않는 특성상 큰집은 내키지 않네요. 혼자서 산다고 하면 25평 내외? 아니, 뭐, 일본의 땅콩집을 떠올린다면 25평도 큰 셈입니다.-ㅂ- 보통은 10평 남짓이니까요.

지난번에 읽은 『일본의 땅콩집』도 제대로 리뷰를 다루지 않았는데, 그것도 조만간 정리하겠습니다. 그것과 합해서 정말 내가 사고 싶은, 짓고 싶은 집을 그려봐야겠네요.+ㅅ+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집을 적어둔 것이 있습니다. 긴 공간에 침실부터 손님맞이 공간까지를 차례로 배치한 히아신스 하우스. 미타니 류지의 오두막, 단 가즈오. 거기에 추억의 보물상자. 이건 애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상자겠다 싶습니다. 이거 모 만화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했지요. 우연히 발견한 가방 속에 이런 '보물'이 들어 있었다는 건데, 그 장면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지진 재해 방지용 미닫이 찬장이랑 패치워크 서랍장.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ㅅ<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생각한다』, 정영희 옮김. 다빈치, 2008, 18000원


먼저 읽은 『집을 순례하다』가 더 마음에 와 닿았던지라 『내 마음의 건축』은 상대적으로 밀렸습니다. 상권 마지막의 마티스랑 하권의 기쿠게쓰테이만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물론 중간에 저를 낚을 만한 곳-스톡홀롬 도서관이 있지만 도서관의 규모나 존재에 대해 저랑은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서 말입니다. 이렇게 원형 공간에 자연광 아래서, 수 많은 책들을 마주하고 서 있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겠지만 말입니다, 이게 간접 조명이라 책이 덜 상한다한들 조금 걱정은 된다고요. 게다가 이렇게 배치하면 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대규모 도서관들은 책의 보관에 애로사항이 꽃 필 겁니다.

헉! 지금 사진을 보니 몇몇 책들이 쓰러져 있어! 안돼! 이러면 책이 망가져! (....)


흠흠.

하여간 스톡홀롬 도서관에 홀리지 않은 것은 여기 꽂힌 책들이 제가 읽을 수 없는 책이라 그렇습니다. 전 스웨덴어를 모르니까요.(먼산) 그렇다보니 시큰둥하게 책을 넘기는데, 막판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뒤에 꺼내고; 간단 감상부터 적어보지요.

- 타와라야 료칸은 한 번 묵어보고 싶습니다. 게다가 교토네요.;ㅁ; 다다미와는 상성이 잘 안 맞는데 그래도 이런 료칸이라면 하룻밤 머물면서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거든요. 사진만 봐서는 단층건물이겠거니 싶은데, 교토시청사 근처에 있는 3층 건물이랍니다. 옥상에도 정원을 올려서 3층 방에도 딸린 정원이 있더군요. 앉은뱅이 책상이 아니라 아래에 다리를 넣게 되어 있는 책상이라니, 고정이라는게 조금 걸리지만 그래도 책상다리 오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좋습니다. 거기서 정원을 내려다보며 종이에 끄적대는 것도 해보고 싶군요.

-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는 앞서 『집을 순례하다』에서도 언급했는데 여기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그리고 사람이 살고 있는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를 소개하고 있네요. 그것도 거의 변한 것이 없이, 약간의 개축만 거친 집입니다. 오래된 집인데도 별 위화감 없이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고, 거기 사는 사람들이 집의 역사를 알고 나서는 관련 자료들을 찾는다는 점도 재미있고요. (여러 가지, 특히 전공의 의미를 듬뿍 담아) 역시 미국이군요.

- '집의 변주곡'에서 나온 단지는 겉만 봐서는 그냥 평범한 미국의 주택단지 같아 보이는데 속을 들여다보고 그 유래를 들여다보니 또 달리 보입니다. 게다가 단지 사람들이 일심단결하여 그 형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니까요.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로 꼽혔던 어떤 주택단지가 문득 떠오릅니다. 거기 재개발한다고 하더니만 어찌 되었을라나요. 그런 집들이 점점 사라지는게 안타깝습니다. 아파트가 전부는 아닐텐데 말입니다. 물론 편하긴 하지요.(먼산)

- 상권 맨 마지막에 등장한 로사리오 예배당. 마티스가 직접 건축에 참여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마티스가 말했던 것처럼 겨울의 오전 11시, 햇살이 들어올 즈음에 가서 멍하니 느껴보고 싶습니다. 물론 마티스의 그림은 제 취향이 아니지만,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사진을 보니 낚일 수 밖에 없더라고요. 흑흑흑;


- 하권에서 가장 먼저 홀린 것은 기쿠게쓰테이-掬月亭입니다. 저 (국)자는 다음 한자사전에 안나오는데, 당나라 시인 우량사(于良史)의 시 춘산야월에서 掬水月在手라는 부분이 있어 따온 거라합니다. 손으로 물을 뜨니 손 안에 달이 있다는 뜻이라나요. 연못 위로 살짝 튀어나온 정자인데 사진을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눈 내린 은각사의 사진을 보고 홀딱 반한 뒤로는 오랜만에 이렇게 반해보네요.-ㅂ-

- 카스텔베키오 미술관은 이탈리아에 가면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폴폴 듭니다. 아우. 미술관 건물에 반해서 미술관 찾아가겠다는 생각은 이번에 처음 해보네요. 홀딱 반해서 그 안에서 못 나올지도 모릅니다.;

- 속 나의 집은 재미있지만 이런 장치(?)가 있는 집은 그닥 취향이 아닙니다.

- 아스플룬드가 설계한 숲의 장례식장은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 아래서는 멋지지만 우울하게 구름낀 날에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비석 없이 그냥 수목장이어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저는 비석 없이 그냥 묻히는 것이 좋습니다. 하기야 뒤에 찾아올 사람들을 위해서는 비석이 안내판 역할을 할테니 있는 것이 좋은가요.
그러고 보니 유언장에 적어야 하는 것 중에 장례방식도 있었구나. 전 화장 후에 수목장을 하는 쪽이 좋습니다. 납골당에 들어가는 건 갇히는 느낌이라 싫어요. 그게 아니라면 그냥 들이나 산에 뿌리는 것이 좋네요.

- 도요타마 감옥이나 뒤에 나오는 하타노다이역은 이젠 만날 수 없으니 이 책으로만 볼 수 있을테고..

- 오타니에미 예배당은 신교 예배당일텐데, 신교든 구교든 상관없이 저 안에서 사색하고 싶습니다. 역시 멍 때리고 있어도 좋을 공간이군요.

- 셜록 홈즈 박물관은 그 앞부분의 창작에서 포복절도했습니다. 이야, 본편의 소개보다 이게 더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맨 마지막에 적은 작가의 첨언은 '일본인'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무리죠. 일본에서는 어디에 가든 상상한 것보다 괜찮은 기념품을 만나는데 한국에서는 상상한 것 이하의 물품을 만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진짜 그런 기념품을 판다면 당장에 티켓 끊어서 런던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 오키나와의 집은 패스.

- 솔크 생물학 연구소는 앞서 루이스 바라간의 집 기행에서도 잠시 등장합니다. 루이스 칸이 솔크 생물학 연구소를 설계하다가 루이스 바라간에게 SOS를 쳤다는 이야기지요. 그게 어떻든 간에 생물학 연구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갑자기 생물학 책이 마구 읽고 싶어지는게..-ㅁ-/

읽다보니 이 책을 먼저 보고 『집을 순례하다』를 읽고, 『집을 생각하다』를 읽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합니다. 저작권 연도를 확인하고는 이 순서로 보았는데, 읽다보니 그쪽이 읽기 수월하겠다 싶네요. 지금 읽고 있는 『집을 생각하다』는 『집 순례』랑 『마음건축』에 등장한 여러 건축물이 다시 나오니 앞서 두 권을 다 읽고 보는 쪽이 이해가 쉬울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확신하긴 어렵지만 말입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내 마음의 건축 상-하』, 정영희 옮김. 다빈치, 2011, 18000원



그러고 보니 역주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 기행에서 다루었던 다다미 한 장의 넓이 말입니다. 한 장이 1.8 × 9미터라고 나와 있는데 1.8 × 0.9아닌가요.-ㅂ-;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뭐 없나 떠올리다가 문득, 이전에 첫비행님이 옆구리 퍽퍽 찔러주시던 책이 생각났습니다. 건축 책이었는데 작가가 누구더라 싶어 찾아보니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었습니다. 역시 도서관은 큰 것이 아름다운게, 예상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나온 책이 다 있더군요. 한꺼번에 다 빌리고 싶었지만 그날은 가방 무게가 참으로 아름다워 눈물을 머금고 일곱권만 빌렸습니다. 이 중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 네 권, 다른 종류의 책이 세 권이었지요. 나머지 세 권 중에는 『핀치의 부리』도 있었습니다.

어떤 책부터 읽을까 하다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이 네 권이나 되니 이것부터 보자 싶어서 지난 일요일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분량이 충분하겠거니 했는데 일요일에 의외의 일이 생기는 바람에 책이 부족했지요. 차라리 『핀치의 부리』를 들고 갈 걸 그랬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맨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이 『집을 순례하다』이고 그 다음은 『다시 집을 순례하다』입니다. 어떤 책을 먼저볼까 하다가 먼저 출간된 책부터 보아야 할 것 같아 출간년도를 확인하고는 집순례를 먼저, 내마음의건축을 나중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짝 후회중입니다. 제 취향은 집순례입니다. 하하하.
(라고 적어놓고 지금 『내 마음의 건축』을 읽고 있는데, 정정합니다. 몇몇 건축물이 제 눈을 휘어잡았습니다.;;)

『집을 순례하다』는 말 그대로 세계 각지에 있는 이런 저런 집들을 돌아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집이 아닙니다. 세계의 명작을 골라서 보고 다녔으니까요. 보통 이런 류의 건축기행은 유명 건축가의 기념비적 작품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어디어디 미술관이나 어디어디 회사 건물 등을 보게 마련인데-한국으로 따지자면 선유도 공원이나 강남 교보타워 등을 들여다보는-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집을 들여다봅니다. 유명 건축가들이 만든 사람 냄새 나는 집을 말입니다. 그래서 더 반하고, 그래서 더 집이 가지고 싶어집니다.

집에 대한 애착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주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초등학교 때였으니까요. 그 이유도 분명 기억합니다. 그리고 제 집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그 때였고, 고등학교 때는 잠시 건축학과를 갈까 고민도 했습니다. 성적만 두고 보자면 건축학과 가는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더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고, 도저히 수학을 버틸 자신이 없었습니다. 물리도 엉망이고, 성격이 급하고 덤벙거려 도면을 그리면 항상 어딘가에서 비뚤어집니다. 그리하여 마음을 접었지요.
그럼에도 이 책을 보면 그 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 .... 아니, 나, 「건축학개론」 안봤는데? ㄱ-;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집에 대한 생각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대부분의 집이 작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어디까지나 대부분이고 몇몇 집은 규모가 상상이 안될 정도입니다. 특히 필립 존스의 집은 규모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마음에 드는 집도 있고 도면도 있습니다.
- 집을 엉망을 지어~ 라는 소리가 『행복의 건축』에서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그런 사람이 이런 예쁜 집도 짓나 싶은 정도로, 르 코르뷔지에 어머니의 집은 멋집니다. 부모님을 위한 집이라고 하는데 작지만 아담하고 또 편안하고 아늑한 집입니다.
- 루이스 칸이 여동생을 위해 지은 집은 살아보고 싶습니다. 2층 건물인데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딱 그 크기입니다. 1층에는 식당과 거실, 부엌이랑 세탁실(다용도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식당이랑 부엌을 분리할 필요가 딱히 없으니 붙이거나 하면 될 것 같고, 식당을 거실로 만들고 거실을 서재로 만들면 딱 좋겠다 싶네요.  2층은 정말 개인 공간입니다. 근데 정말 이 집 마음에 들어요.
- 마리오 보타의 집은 패스.
- 아스플룬드의 집은  벽난로 부분이 마음에 드는데, 살 집이라기 보다는 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머물며 휴가를 즐기는 집 같네요.
- 낙수장은 패스.
- 필립 존슨의 타운 하우스도 멋집니다. 근데 중간에 그리 중정이 있으면, 왠지 습기가 차고 모기가...(하략)
- 알바 알토의 집은 2층에서 내려본 모양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2층에 침실이 있으면 여름엔 덥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묘하군요. 하지만 그 아늑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꿈꾸었던 산장이었지요. 하하하;
- 슈뢰더 하우스는 전위적이고 복잡해보이는데다 2층에서 각 가족의 사생활이 엄격하게 구분되지는 않는 것 같아 마음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런 현대적인 집이 저리도 오래된 것이라 생각하니 대단하다 싶네요.
- 르 코르뷔지에의 작은 별장은 패스. 너무 작아요.OTL

『다시 집을 순례하다』에 등장하는 집 중에서는,
- 안도 다다오의 집은 덥다는 말에 두 손 들었습니다. 그건 좀.; 하지만 작고도 아담하고, 겉은 현대적이라 전시용일 것 같아보이지만 속은 살아 있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 임스 부부의 집이나 시 랜치는 눈으로 보기에 좋았습니다. 시 랜치는 멋지지만 사는 집보다는 잠깐 머물다가 가는 집 같아 보이는군요. 펜션 같습니다. 다른 것보다 해변창(베이윈도)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햇살이 반짝반짝 드는 긴 의자에, 그 아래 깔린 융단. 거기서 해변을 내려다보며 뒹굴거리고 싶네요. 하지만 외관은 그리 취향에 안 맞습니다.;
- 피에르 샤로의 유리집, 루이스 바라간의 집, 안젤로 만자로티와 브루노 모라스티의 까사 그랑데는 패스.
- 키에르홀름의 집은 두 권 모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집 한 손에 듭니다. 월출이라는데서 휙 갔군요.
- 필립 존슨의 글라스 하우스는 .... .... 이건 직접 책을 보셔야 합니다.; 뭐라 말할 수 없네요. 물론 작은 집을 좋아하는 저는 이런 집을 지을 것 같진 않지만 이쯤 되면 건축도 하나의 놀이가 됩니다.(먼산)

적고보니 1권의 집이 더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도면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이 보기에 좋습니다. 도면을 보고 사진을 보며 실제 모습이 어떤지 왔다갔다 하는 것도 좋았고요. 이걸 보며 언젠가는 작고 아기자기하고 마음에 드는 그런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살고 싶은 집으로는 루이스 칸의 에시에릭 하우스랑 키에르홀름의 집, 르 코르비지에 어머니의 집을 꼽습니다. 다만 르 코르뷔지에의 집은 서가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고, 에시에릭 하우스는 혼자 살기에는 조금 규모가 큽니다. 도면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청소라; 더욱 그렇네요. 설거지는 좋지만 청소는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키에르홀름의 집은 서가가 부족하고 집 크기도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크군요.

아마 제가 가진 자금을 생각하면 나중에 지을 집은 여기 등장한 집보다 훨씬 작을겁니다. 물론 아무리 작다한들 나중에 본 르 코르뷔지에의 작은 별방보다는 클겁니다.; 하지만 작아도 아늑하고, 원하는 건 거의 다 갖추고 있는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그런 집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읽고 나면 정말로 집을 짓고 싶어지는, 집을 부르는 그런 책이니까요. 아마 다음 책들까지 다 읽고 나면 도면을 슬슬 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집은 워낙 큰 물건이라 지름신이 쉬이 오시진 않겠지요. 하하. 대신 지름을 대비한 저축신이 오실 것 같으니..;


나카무라 요시후미. 『집을 순례하다』, 정영희 옮김. 사이. 2011, 19500원
『다시 집을 순례하다』, 황용훈, 김종하 옮김. 사이, 2012, 2만원

첫비행님은 이미 보셨고, 빙고님과 아이쭈님은 보시고 나면 집을 지르시고 싶어지실테고(...), 티이타님은 아마 다른 눈(...)으로 이 책을 보실테고 ... -ㅁ-;
원래는 본문을 참고하면서 적으려 했는데, 책을 홀랑 반납했네요. 출처는 아래에 따로 적습니다.
봄하고 아주 잘 어울리는 유쾌한 이야기라 말이지요.

어느 해인가, 요네하라씨는 실연했습니다. 그리고는 방에 틀어박혀 내내 울뿐,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지요. 거기에 무시무시한 독감까지 찾아왔습니다. 휴지를 펑펑 써가며 눈물 콧물 닦아 내던 와중에 창 밖을 보니 창 밖에 휴지가 날아가 있더랍니다. 여기 관리인이 상당히 엄격한지라 휴지는 모두 잘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창 밖 나무에 휴지가 걸려 있는 거죠. 흰 휴지인데 매달려 있는 모습이 얼핏 봐서는 축제나 행사 때 매달아두는 종이 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보고 있는 와중에 동료 통역사가 병문안을 옵니다. 손에는 분홍색 꽃이 핀 복숭아 나무 가지가 들려 있었다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말.

"복숭아꽃을 들고 왔는데 목련이 화사하게 피어서 … (하략)"

순간 자신의 착각을 깨달은 작가는 속으로 마구 웃으며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글을 읽은 다음부터 내내 목련을 볼 때마다 크*넥스~ 이러고 있다는거죠. 하하하;;;


요네하라 마리. 『문화편력기』, 조영렬 옮김. 마음산책, 2009, 12000원

요네하라 마리씨의 책 답게 세계의 문화를 잡다하게 다루며-그 때문에 조금 맥락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가볍게 읽기에 괜찮네요./ㅅ/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아마 티이타님 취향에 잘 맞을 거예요.
통섭은 최재천 교수가 consilience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풀어내면서 선택한 단어입니다. 다만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아서 보통은 부합, 일치 등으로 번역되는 모양입니다. 원래 의미는 학문간의 넘나듦이라는군요. 학문 통합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consilience는 19세기 말의 학자 윌리엄 휴얼이 만든 단어라는데 아마 학문간, 특히 과학쪽의 영역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시기가 아닌가 싶네요.'ㅂ' 지금이야 화학과 물리학, 생물학이나 지구과학 등도 이전에 제가 학교에서 배웠을 때와는 달리 굉장히 통합되었으니까요. 경계를 가르기가 쉽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통섭을 과학 간의 학문 통합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에서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들며 읽을만한 책을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애초에 서문에서 저자가 적었듯이 이 책의 모델(?)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쉽게 편하게 읽힙니다. 그리고 상당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읽어봐야할 책 스무 권이 쌓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무 권 이상이 쌓일 수도 있고, 그 이하일 수도 있습니다. 어림짐작으로 스무 권이라 했는데, 저도 일단 몇 권이나 봐야하는지 차근차근 적기 위해 서둘러 감상을 쓰는 겁니다. 으, 언제 다 읽지.OTL
아무래도 올 여름 휴가 동안에는 다른 것은 뒤로 미루고 여기 적어 놓을 책들을 다 소화시키는 걸 목표로 삼아야겠습니다.(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소개 책인데다 글이 쉽게 나가고, 중간 중간 들어간 삽화도 꽤 마음에 들었던데다, 글 편집이 넉넉해서(이건 조금 불만입니다) 읽기는 편합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절대 가벼운 것만은 아닙니다. 소개하는 책들 중 상당수가 '고전' 반열에 오를 책들이라, 읽을 생각만 해도 ... 조금 부담이 되는군요. 하하;
생태학을 좋아하신다거나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야할 책 목록이 잔뜩 쌓일 겁니다. 특히 빙고님은 중간에 등장하는 소시지개(...)의 그림에 홀랑 넘어가실듯..?;
티이타님, 아이쭈님도 무난하게 보실 수 있을거예요.+ㅅ+


최재천. 『통섭의 식탁』. 명진출판, 2011, 1만 5천원


이하는 봐야하는 책들.;


피오나 미들턴. 『물개』. 들녘, 2004 (볼지말지는 실제 책을 넘겨보고 결정할 것)
베른트 하인리히. 『까마귀의 마음』. 에코리브르, 2005 (볼 가능성 높음)
조너던 와이너. 『핀치의 부리』. 이끌리오, 2001 (볼지 말지 고민중)
베른트 하인리히. 『동물들의 겨울나기』. 에코리브르, 2003 (이것은 재독)
나탈리 앤지어. 『살아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해나무, 2003 (고민중;)
KBS 동물의 건축술 제작팀. 『동물의 건축술』. 문학동네, 2012 (볼 가능성 높음)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 해나무, 2003 (안 볼 가능성 있음;)
『이기적 유전자』 ... 차라리 원서로 볼까 고민중;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김영사, 2002 (3독 고민중. 안 보면 저자의 다른 책을 골라 볼 것임)
메리 아펠호프. 『지렁이를 기른다고?』. 시금치, 2006 (볼 가능성 높음)
콘라드 로렌츠. 『야생거위와 보낸 1년』. 한문화, 2004 (볼 것임,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볼 것)
알도 레오폴드. 『모래군의 열두 달』. 따님, 2000 (볼 것임)



-- 교보에서 위의 책들을 검색하다보니 대부분 품절입니다. 몇 권은 아예 절판이군요. 보시려면 도서관에서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먼산)
츠다 마사미의 『에도로 가자』는 6권 완결이네요. 어제 홍대 나가서 G의 심부름으로 『듀라라라』1권 사러 갔다가 나온 걸 보고 집어들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책 중에는 TONO의 『코럴』2권도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말았습니다. 뒤의 짤막 내용 소개를 보니 안 보는 쪽이 정신 건강에(...) 이롭겠더군요. 하하하.

그 외에 『오오카미』시리즈 신작도 나왔는데 이것도 역시 패스.


하여간 『에도로 가자』결말은 예상했던 범위 안입니다. 이번 권에서는 그림체가 상당히 변했더군요. 가장 좋아했던 그림체는 한창 『그남자 그여자』 연재하던 시기였는데 섬세한 그림체였지만 그 당시 내용이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자주 넘겨보지는 못하지요.(먼산) 그 때의 그림에 힘이 팍 들어갔다면 지금은 좀 힘이 빠지고 편하게 그리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보고 있었네요.

하지만 이번 권의 무서움은 내용이나 그림체가 아닙니다. 책 중간 중간의 ¼ 공간에 마음에 든 물건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는데, 남부철기를 다뤘습니다.ㄱ- 미네랄워터의 맛이 달라진다니 더 궁금해지잖아요! 하지만 이걸로 물 끓여서 홍차 우리면 맛이 전혀 안 날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하코네에서 판다는 미니어처 목공예품도 직접 보고 싶습니다. 아놔.;ㅂ;


이제 다음 작품이 뭐거 나올지 기대됩니다.>ㅅ<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덜댔지만 그래도 후르륵 훑어보듯 본 책은 몇 권 있습니다. 길게 시간 들여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입니다. 기록 겸 짤막하게 남겨봅니다.

『마망갸또의 홈베이킹 스쿨』은 시리즈 세 번째 권이군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레시피가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일본 레시피 북을 보면 또 지나치게 친절한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책은 앞부분의 기본 기술 설명하는 부분을 빼고, 본격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면서는 설명이 너무 간결하지 않나 싶네요.

『달콤한 나의 상자』는 전통적이지만 특이한 미국 과자(디저트)를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무난한, 혹은 기본 레시피를 원하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본 레시피를 숙지하고 거기에서 조금 변화를 주어 만들고 싶으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겁니다. 지금까지 봤던 과자들과는 사뭇 다른데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첫비행님이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군요. (샘플로 들고 갈까요?)

『맛있는 풍경』은 위의 『달콤한 나의 상자』와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길래 호기심에 집어 들었습니다. 무난하게 한 번 쯤 읽어볼만 하나, 이 책은 싸이월드 블로그를 통째로 편집해 출판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 취향에는 안 맞았네요. 하지만 이것도 역시 첫비행님께는... (...) 전부는 아니고 몇 가지는 참고해서 응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음에 드는 조리법이 몇 가지 있었어요.+ㅠ+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는 앞의 두 부분만 읽고 내려 놓았습니다. 『1평의 기적』이 이 책에서 잠깐 소개되었다가 주인 할머니를 설득해서 만들어진 책이라고 들어서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그닥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는, 뚝심과 장인 정신으로 완전 무장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을 위해 봉사하는 기업을 말하는가봅니다. 물론 그런 기업들이 이렇게 소개되면 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이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정신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읽다가 말았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재미가 없더군요.; 『1평의 기적』은 재미있었는데.-ㅅ-;



피윤정. 『마망갸또의 홈베이킹 스쿨』. TERRA, 2011, 15000원.
정재은. 『나의 달콤한 상자』. 소풍, 2010, 16800원.
사카모토 고지.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 양영철 옮김. 21세기북스, 2011, 12000원.
정혜경. 『(아름다운 작은 도시 포트 콜린스에서 전해 온)맛있는 풍경』. 소풍, 2011, 16800원.


사고 싶어도 책장이 부족하면 결국 포기하게 되네요. 말은 이리하지만 어제 도착한 책 무더기는...OTL
1. 한국어로 잘 풀어서 간결하고 아름답게 쓸 수 있음에도 영어를 쓸 때면 비웃습니다. 대기업이 그럴 때는 더더욱 비웃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기업이 그러면 느그들이 그러면 그렇지라며 흉을 봅니다. 물론 저도 한국어를 아름답게 구사하진 못합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건 많아요.

CJ에서 운영하는 채널 올리브. 이번에 대규모로 개편하면서 올리브쇼라는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올리브에서는 광고할 때 '올리브쇼를 새로이 런칭합니다'라고 하더군요. 근데 그 올리브쇼 광고할 때 어이가 없었던 광고문구가 있었습니다. 올리브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캐치프레이즈죠. '비주얼과 테이스티'를 어쩌고. 하하하하. 비주얼은 뭐고 테이스티는 뭡니까. 그 진행자의 특유 어법을 강조한 광고문구인겁니까. 그래도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화면 아래쪽에다가 당당히 자막으로 표기했더군요. 이건 외래어도 아니고 외국어입니다.-_-;

2. 그러면서 신나게 흉을 봤는데, 엊그제 쿠켄을 보면서도 그렇게 걸린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이한 잼을 소개하는 기사였는데 수입제품이었나봅니다.

'펌킨버터'
미시건 메이플 슈거의 달콤함과 스파이스를 가미한 펌킨이 어우러진 제품. (이하생략)

적당히 바꿔도 될텐데. 오히려 저 설명을 보고 헷갈리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뒤에 등장하는 마차는 뭘까요. 마차하면 말이 끄는 탈것이라든지, 먹는 것이라 하면 산에서 마를 캐다가 잘 씻어 갈아서 걸죽하게 만들어 마시는 건강차를 연상하게 됩니다. 근데 저게 영어표기로 matcha로 나와 있고 재료도 그 가루차 맞단 말입니다. 말차 혹은 맛챠라고 쓰면 될텐데?


3. 쿠켄에서 얻은 정보입니다. 당산동쪽에 브레드피트랑 브레드랩에서 일했던 제빵사가 나와서 차린 빵집이 생겼답니다. 영등포구 당산동 5가 11-34 1층이라네요.+ㅅ+


4. 지난번에 빙고님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새로 나온 퇴마록 표지를 보면 생각나는 것. 팔레트. 정확히는 색조 화장용 팔레트. 표지 디자인을 누가 했을지 궁금합니다. 저자가 하지 않았을까 추측은 하는데, 과연.


5. 통섭의 식탁 앞부분을 넘겨보다가 고민에 잠긴 건 .. 나중에 쓰지요. 일단 수습부터.OTL
어쩌다가 이 책을 찾았는지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아마 교보문고의 새로나온 책을 보다가 고른 것 같습니다. 일본의 어느 자그마한 가게의 이야기라 했거든요. 그래서 검색했다가 도서관에 있는 걸 확인했고, 엊그제 도서관에 간 김에 찾아 들고 왔습니다.

책이 작기도 하지만 읽기 쉬운 문체에 술술 넘어가는 내용입니다. 중간 중간 글자 색을 달리 하고 굵게 하여 강조한 부분이 있는데 이게 원서도 그런지, 번역자가 강조한 부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옥같은 글이긴 하나 한국에서도 통용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작지만 튼튼한 가게는 한국에서는 많지 않거든요. 거기에 소품종 다량 생산으로 1년에 4억엔을 번다하니, 한국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소품종까지는 가능하나 그렇게 많은 수익은 못 낼 것 같거든요.

일단 내용부터 소개하고 자세히 적어보지요.

도쿄 서쪽, 키치조지에는 오자사라는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파는 메뉴는 딱 두 종류. 모나카와 양갱만 만들어 팝니다. 크기가 1평 남짓한 가게에서는 판매를 주로 하고, 따로 공장이 있어 거기에서 과자를 만듭니다. 글쓴이이자 주인공인 할머니 이나가키 아츠코씨는 열 아홉-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바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노점이었답니다. 그것도 상시노점이 아니라, 시의 땅을 빌려 썼던 것이라 장사 시작하기 전에 기둥을 세우고 하여 노점을 조립하고, 장사가 끝나면 노점을 해체해야했답니다. 그 때는 집에서 만든 팥경단(당고)을 팔았다네요.
친가 외가 합하여 총 16명의 끼니가 그 장사에 달려 있었답니다. 맏딸로 아래로는 나이 차이 꽤 나는 동생들이 네 다섯 있고, 아버지의 사촌이나, 세살 차이 나는 숙부나, 모두 같이 살고 있었다네요. 하기야 그 때는 패전 직후였으니까요. 어디든 다 피폐했겠지요.
(그러니 그 때 한 번 뒤집어서 일본 정계 판도를 바꿨어야했어.-_- 히로히토를 그대로 놔둔 것이...)
숙부와 아버지가 만든 경단을 자전거에 싣고 와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작은 공간에서 팔고, 그걸 3년 동안 하니 작은 점포를 얻을 수 있는 자금이 생겼답니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점포를 협상하여 시세보다 높게 주고, 생활비까지 몇 년 간 대준다고 약조하여 얻은 것이 지금의 오자사 자리랍니다.
원래 아버지는 캐러멜 등을 만드는 가게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캐러멜을 만들어 파는 건 고급형 가게들이었지만 그 때는 조금 달랐던 모양입니다. 여러 과자 회사에서 캐러멜을 만들면서 그런 작은 점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그래서 업종 변경한 것이 경단집이었다네요. 그에 대한 언급은 아주 상세하지는 않아서 아마 다른 이유도 있었을거란 생각은 듭니다.

오자사를 만들면서 경단은 메뉴에서 빼고, 양갱과 모나카를 만듭니다. 그것도 양갱은 상상하기 어려운 맛을 내는 모양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고, 찰지고, 입에서 사르르 녹고. 그게 어떻게 한 양갱에서 동시에 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양갱은 먹기 어렵겠지요. 하루에 딱 150개만 생산할 수 있는데 한 사람 당 5개까지 살 수 있고, 그걸 살려면 번호표를 받아야합니다. 아침에 딱 50장을 배부한다네요. 그러니 새벽같이 일어나 가게 앞에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아야 그 양갱을 먹을 수 있는 겁니다.(먼산) 아니, 키치죠지라면 그 민치가스가 먼저 떠오르는데, 거기도 줄 엄청나게 서잖아요? 하지만 오자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허허허; 줄을 서려면 이정도는 서야하는군요. 아니, 코미케도 이정도는 아닐 것 같아.;;

처음 양갱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하루에 150개 만들고 개당 가격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걸로 어떻게 4억엔의 수익이 나나 했습니다. 머릿속에서 대강 계산해도 수가 안 맞더군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양갱은 고품질 소량생산의 대표주자(?)로 소개한 것이고 주력 메뉴는 오히려 모나카인가 봅니다. 요즘엔 아예 인터넷으로도 주문을 받는다는데(링크) 주문 형식은 아주 간단하네요. 다음에 주문해볼까 싶기도 한데 끄응..;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할머니의 고생담이 담담하게 그려졌는데, 참 대단한 분입니다. 열 아홉에 장사를 시작해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 힘든 양갱 만드는 일에도 도전했으니까요. 양갱은 집에서도 몇 번 만들어 본 적 있는데 오자사의 양갱과는 비교도 안되겠지요.;


제목에다 '하지만'이라는 걸 덧붙인 건 아무리 좋은 재료라 해도 저 썩을 동전 때문에(버럭버럭버럭!) 보면서도 걱정이 되더랍니다. 토카치든 어디든 이미 홋카이도의 팥도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잖아요. 지하수도 깊은 곳에서 직접 뽑아서 쓴다지만 걱정됩니다. 하아. 그래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양갱과 모나카네요. 양갱은 무리라해도 모나카는 일본 여행 가면 한 번 주문해볼까 합니다. 가능할라나.-ㅁ-;


아, 그래서 최종 결론.

티이타님, 빙고님, 첫비행님 .. 아니, 그 외에 다른 분들도 읽으시면 아마 제대로 낚이실 겁니다. 빙고님이나 첫비행님은 '양갱이랑 모나카가 먹고 싶어! 아니, 일본 여행 가고 싶어!'라고 부르짖으실테고 아이쭈님이나 티이타님은 아마도 꿩대신 닭이라고 한국에서 맛있는 양갱이나 모나카를 파는 곳이 어디 있나 검색하실 것 같습니다.
예상이라, 어디까지 맞을지는 모르겠네요. 후훗.


이나가키 아츠코. 『1평의 기적』, 양영철 옮김. 서돌, 2012, 14000원.

해팥이라 표기해서 틀린 것 아닌가 싶어 찾아보니 해팥, 햇팥 둘다 쓰는 모양입니다. 근데 전 사이시옷 들어가는 쪽이 익숙해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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