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낚이실 분들 많을텐데, 소개하자니 위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도서관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이에 꽂혀 있어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매번 집어들지 말지 고민했습니다. 한국에는 시리즈가 세 권 나와 있는데, 이북으로도 나와 있으니 보기는 편하겠네요.'ㅂ' 번역자는 현정수씨. 그래서 집어들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에는 번역자를 보고 호기심이 들었다는 것도 있습니다.

하여간.

이 책 시리즈의 배경은 삿포로입니다. 정확히는 스스키노 거리고요. 삿포로 역에서 남쪽 방향에 있는 거리가 스스키노인데, 환락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술집이 즐비하고 밤이 더 화려한 그런 곳이라더군요. 예전에 홋카이도 여행 갔을 때는 숙소가 스스키노 거리에서 멀지 않았는데, 실제 삿포로를 돌아다니면서는 스스키노 거리 북쪽만 돌아보아서 스스키노는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밤문화 체질이 아니라 그런 것도 있겠지요.
주인공은 상당한 덩치의 소유자입니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상당히 나가고. 하는 일은 탐정업이라고는 하지만 1인 심부름센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례를 받고 무언가를 찾아주거나, 돈을 대신 받아주기 위한 약간의 작업을 펼치거나, 중재를 하며 협상비를 받거나 합니다. 원래는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는데, 취직이 안되는 과라 그냥 그 상태로 넘어간 모양입니다. 시절은 80년대 후반. 그래서 휴대폰이니 뭐니는 전혀 안나오고 분위기가 아날로그 적입니다. 그러니 하드보일드 분위기도 제대로 나고요.

한데 보통 생각하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같은 장르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이 가끔 허당짓을 벌여서, 그 때문에 실소가 터져나오거든요. 고독한 한 마리 늑대라 부르기에는 늑대에게 미안한 정도? 늑대보다 단계를 낮춰 불러도 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도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꾸려나가니까요.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의뢰를 받아 행방불명된 한 여자를 찾는데서 시작합니다. 안 좋은 쪽으로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더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거든요? 근데 막판에 뒤통수를 두 대쯤 맞습니다.-_-; 아놔. 이런 사람 싫어! 그 덕분에 다음 책을 볼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중이고요. 그래도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보다는 훨씬 무난한 하드보일드입니다. 그쪽은 건조하다 못해 버석버석한데, 이쪽은 조금 유머가 들어갔으니까요.


스스키노를 몇 번 가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해가 더 쉬우실 겁니다. 배경이 삿포로이다 보니 그 주변의 지리를 조금은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몰라도 보는데는 지장 없습니다.


그리고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다 늙었느니 어쩌느니 소리를 하는 주인공 녀석. 언젠가 만나면 엉덩짝을 차주고 싶습니다. 날마다 그렇게 위스키를 부어대니 신체 나이는 50대지! 네놈이 간경화로 일찌감치 가버린다해도 이상치 않아!


아즈마 나오미. 『탐정은 바에 있다』, 현정수 옮김. 포레(문학동네), 2011, 12000원.


헐.
이북까지 나와 있길래 출판사 검색하면 달랑 세권 나오는 것치고는 그래도 튼튼한 회사인가? 하고는 판권기를 보니 문학동네로군요. 허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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