巷設百物語. 띄어 읽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데 말입니다. 뜻을 생각하면 巷 設 百物語가 될 겁니다.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이야기니까요. 괴담에 가깝게 떠도는 이야기이고, 어떻게 보면 미야베 미유키의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나 『괴이』와도 닮았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닮았다는 것이지 같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교고쿠 나쓰히코가 쓴 괴담의 또 다른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를 교고쿠 나쓰히코가 쓴다면 이런 분위기겠다 싶습니다.

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구입해 읽고는 방출했는데, 『엿보는 고헤이지』를 읽다보니 이 책도 보고 싶지 뭡니까. 그래서 아예 전편과 속편을 함께 빌려 왔습니다. 『항설백물어』가 앞에 나왔고 『속 항설백물어』가 그 다음입니다.

총 7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으며 각 편의 구조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편을 보면 대강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지만 그 밑 바닥에 깔린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는 알기 쉽지 않습니다. 알아도 그걸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이지요.
솔직히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첫 번째 이야기부터 제 역린(...)을 건드리지만 말입니다, 대체적으로 통쾌한 해결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볼 수 있습니다. 『고헤이지』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고 계속 속타는 내용과는 다르지요.

앞편에 해당하는 『항설백물어』에서 제일 마음에 들어한 것은 마이쿠비와 야나기온나. 마이쿠비는 춤추는 머리(대가리;)라는 의미일테고, 야나기온나는 버들여인(귀신?)입니다. 가장 화끈한 해결을 보여주니까요.



그리고 여기부터는 지난 주말에 『속 항설백물어』까지 보고 적는데...
(전편은 보았는데 속편은 안보았더군요. 허허허;)
속편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쪽은 B님 취향이실듯. 원서로 보시어요. 왜냐면 이건 여러 민속학적 속설을 많이 다루는지라, 원어로 보는쪽이 훨씬 이해가 빠를 겁니다.

전편에서는 각 이야기가 끊어지는 것 같은데, 『속 항설백물어』에서는 각 이야기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모모타로 입장에서 집어 넣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으로 모모타로 중심이라, 전편의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에도시대의 여러 신분제 문제, 떠돌이들의 이야기, 탐관오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뒤섞이거든요. 거기에다 『항설백물어』의 다른 축인 모사가들의 과거 이야기와 뒷 이야기를 한 번에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점점 어둡게 흘러간다 했는데 모든 이야기를 꿰뚫는 것은 딱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오긴의 양부, 고에몬의 과거와 복수에 대한 것이지요. 실타래가 풀린다기보다는 각각의 조각을 조금씩 이어나가 보면 어느 새 한 편의 조각보가 완성되었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 결말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지요. 누구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말도 해피엔딩 혹은 새드엔딩이 됩니다. 모모타로 입장에서는 어땠을까요. 과연 해피엔딩이려나.

속편이 조금 더 우울한 감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못 참는 분은 전편만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항설백물어』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보시어요. 찜찜함 혹은 우중충한 기분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이한 이야기』, 금정 옮김. 비채, 2009, 14000원.
『속 항설백물어: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이한 이야기』, 금정 옮김. 비채, 2011, 22000원.


속편의 가격이 높지만 두께가 상당한데다, 번역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큰 불만은 없습니다.'ㅂ' 다만 읽는 도중에 원어(한자)가 궁금한 단어가 많았던 고로 달리지 않았던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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