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책 무게로 따지면 무겁진 않습니다. 오히려 단편 다섯 편만 실려 있으니 보기에는 가볍습니다. 같은 북스피어에서 나온 『우리 이웃의 범죄』나 외견상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 책은 책등이 파랗고, 이 책은 빨간색이니 둘을 나란히 꽂아 놓으면 잘 어울리겠네요. 쌍으로 맞춘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는 일상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끝은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로 꾸몄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릅니다. 정말로 무겁습니다.

금요일이었나, 토요일 저녁에 거실을 굴러다니며 이 책을 붙잡고 다 보았는데, 다 보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내가 왜 이 책을 빌려서 보았을까. ;ㅂ; 물론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책이라면 웬만한 책은 다 사든 도서관에서 빌리든 보긴 봅니다. 근데 이건 읽고 나서 후회되는 그런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흑...

근데 또 돌려 생각하면 그게 당연한 겁니다.
다섯 편의 단편을 다시 돌려보니 그 중 둘은 그래도 무난한 결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른 셋이 문제입니다. 맨 앞의 단편은 읽고 나서 당황했고, 두 번째 단편은 참 아쉬웠고, 다섯 번째 단편은 읽고 나서 분노의 외침이 목끝까지 올라왔습니다. 아놔...;ㅂ;
다른 둘이 세, 네 번째 단편인데 그걸로 정화했던 정신이 다섯 번째 단편에서 와르르 무너집니다. 흑흑흑. 하지만 이런 게 현실인걸요.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읽으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미미여사의 소설이니까요. 미미여사가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도 썼다는 걸 이해할 겸 한 번 읽어보시어요. 특히 세 번째 이야기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눈의 아이』, 김욱 옮김. 북스피어, 2013,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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