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입니다.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한지는 좀 되었는데, 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참 전에 집어 들고, G의 방에서 자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꺼내 들었습니다 내내 조아라만 파고 굴러 다니자니 아쉽기도 하고 너무 놀아서 켕기더군요. 그리하여 구입하고 읽는 걸 미뤄두었던 다른 책 한 권이랑,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두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여기 쓰지 않는 다른 책 두 권은 아마 집에서 감상을 올리겠군요.


셜로키언이 쓴 셜로키언을 위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읽다보면 셜로키언을 빡치게 하는 함정이 무수히 널려 있습니다. 화자가 왓슨이나 셜록이 아니거든요. 둘입니다. 각 장은 와트손™과 나쓰미™의 입장에서 번갈아 진행됩니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시선에서 보기도 하는데, 기본은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셜록은 오히려 찬밥입니다. 그, 셜록이 하는 짓을 보면 참. 셜로키언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했나 싶군요. 하지만 사전 조사는 아주 철저합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시마다 소지입니다. 그 시마다 소지 맞고요,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가 영국 런던에 유학했을 당시, 우울증으로 인해 귀국 일정을 미룬 적이 있다. 그러나 귀국을 미룬 것은 우울증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라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휘말린 나쓰메는 자신의 셰익스피어 과외선생인 크레이그 선생에게 소개를 받아, 별로 내키진 않지만 정신병력이 있는 어느 코카인쟁이에게 상의를 하러 갑니다.
...
그리고 거기서 지대로 미친 놈을 만나 노랭이 취급을 당하자 머리 끝까지 빡돕니다. 이 앞부분의 전개는 와트손™과 나쓰미™의 시각이 제각각입니다. 전혀 달라요. 키 작고 소심하고 애 같은 일본인™과, 정신을 어디다 팔아 먹었는지 불쌍한 어느 코카인쟁이를 돌보는 의사™의 시점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셜로키언이 보면 아마 빡칠 거라고 이야기 한겁니다.

하지만 결론은 또 괜찮아요. 특히 마지막의 그 훈훈한 장면을 보면, 이 소설의 승자는 고양이...........
아마 이쯤에서 다들 짐작하실 겁니다. 그런거예요.


일단 셜록 홈즈의 뒷 설정을 알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지만, 셜로키언에게는 부담 백배일 수 있습니다. 읽다가 "나의 셜록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라며 책을 던져버릴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앞부분은 건성건성 읽은 뒤 본격적인 추리 장면-그러니까 후반부만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몇몇 묘사에서는 포복절도를 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뭔가를 먹으며 읽지는 맙시다.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도 대강은 알면 됩니다. 저도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한 권 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이해하며 보았으니까요. 아, 정말. 이렇게 마무리를 지을 줄은 몰랐어... 시마다 소지...;ㅂ;


시마다 소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김소영 옮김. 두드림. 2012, 13500원.


앞부분에서 읽다가 포복절도한 한 묘사.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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