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 소년이 아니라 긴다이치 쿄스케, 그 할아버지입니다. 물론 요코미조 세이시 입장에서는 긴다이치 하지메는 듣도 보도 못한 손자이겠지만요. 하하;


이 책은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단편이기 때문에 죽는 사람의 수는 적으며, 긴다이치가 끼어들기 전에 이미 죽은 경우도 많습니다. 맨 마지막 단편이자 표제작인 「백일홍 나무 아래」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건 또 긴다이치 시리즈 중 가장 앞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맨 뒤의 해설에도 나와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야기는 어둡습니다. 명쾌한 해결보다는 뒷맛이 안 좋은, 약간은 서글프고 허무한 결말이 많네요. 그렇지만 읽고 나서 아주 씁쓸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단편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길이라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는 장편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잖아요. 시리즈가 상대적으로 짧으니 코난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옛 작품 치고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이쯤에서 모리 코고로와 긴다이치 하지메가 방명록에 있는 숙박시설은 확인하는 즉시 도망치는 것이 좋다는 드립이 떠오릅니다만..-_-)


재미있는 것은 「흑난초 아가씨」입니다. 어쩌면 이게 본론일지도 모르겠는데..-_-;;

최근에 이글루스 슈타인호프님 댁(블로그;)에서 바다코끼리씨와 다른 방문객들 사이에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요약본(http://nestofpnix.egloos.com/4858642)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보시려면 앞의 포스팅들을 확인하시면 되는데, 말하는 벽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치 스쿼시의 벽이 움직이면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재미있다고 한 것은 「흑난초 아가씨」 중간 구절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중략)그리고 그 청산가리……. 지금은 뒤숭숭한 시대지만 청산가리 같이 위험한 약을 누구나 갖고 있는 건 아니죠. 그런데 아주 최근, 모 군수공장에서는 전쟁 전에 직원들에게 청산가리를 나눠주고 여차하면 이걸로 자결하라고 명령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던 적이 있어서,(중략)"

p.166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100%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사실에 근거해서 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끼워 넣은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긴다이치 시리즈는 시대적 배경을 상당히 반영했으니 저런 일이 실제 있었을 거라 추측하는 것이고요.
관련한 수기들도 찾아보면 어디선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뭐, 말하는 벽 이걸 말한다 한들 엉뚱한 방향으로 날려 버리겠지요.



단편이라 전개가 짧고 이야기가 빨리 끝난다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지요.:)


요코미조 세이시. 『백일홍 나무 아래』, 정명원 옮김, 시공사, 2013, 12000원.


시공사는 엘러리 퀸 시리즈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를 출간했다는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까방권을 얻습니다. 하하하;ㅂ;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시공사는 참, 애증의 대상이라니까요. 게다가 긴다이치 시리즈는 꾸준히 정명원씨가 번역하니, 여러 사람이 번역하면서 등장인물 이름을 이래저래 굴렸던 시리즈들과 비교됩니다.
그러니까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는 오레키가 제일 귀엽습니다. 두 오레키 모두 말이지요. 흑막 오레키와 흑말 호레키. 왜 흑말이냐 하면 말처럼 일하는 오레키니까요.(...) 말처럼 끌려다니는 오레키. 하하하. 오레키 호타로의 이미지는 그렇습니다.

엊그제 도착한 『쿠드랴프카의 차례』를 읽다가 위화감을 느끼고 왜인가 생각했는데 바로 떠올랐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 권인 『빙과』는 제대로 보았는데, 그 다음권『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안 읽은 겁니다. 두 권 한 번에 사놓고는 첫 번째만 읽고 두 번째는 읽는 걸 잊은 채 G에게 넘긴 겁니다. 그 사이에 책이 잠시 대출 나갔다 왔거든요. 그러니 까맣게 잊고 있었지.

책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애니메이션하고 비교가 되는데 세 번째 책을 보면서는 애니메이션이 잘 만들기는 했으나 소설과는 다른 맛이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설의 분위기와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소설은 그야말로 학교에서의 짤막한 사건을 보여주는데 비해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길고 섬세하며 미묘하면서도 아픈 이야기를 잡아냅니다. 그러니까 각 이야기 사이사이에 있는 뒷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 다 끌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사이를 잘 채웠지요. 하지만 그 사이에 채운 것들이 오히려 이야기 전체를 감상하는 데는 방해 요소가 됩니다. 애니메이션 전체 이야기 중에서 『쿠드랴프카의 차례』를 다룬 편들은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블루레이를 구입한다 해도 이 편은 빼고 할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은 다릅니다.

소설판은 고전부 부원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됩니다. 돌아가며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봅니다. 어떤 때는 관찰자, 어떤 때는 주인공이로군요. 그렇게 돌아가며 사건을 구경하는데 중간중간 폭소가 터집니다. 아, 정말 귀엽더라니까요. 거기에 몇몇 인물들은 여기서 제대로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후반부의 사건에서 등장하는 주몬지 카호도 여기서 먼저 나왔더군요.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그 아가 이 아인지 몰랐습니다.
거기에 문집 판매 대금이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문제 등등도 여기서 상세히 다루고 있고요.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였던 『저녁에는 송장이』와 관련된 마야카의 이야기도 무난하게 넘어갑니다. 거기서 나오는 고양이 캐릭터가 뭔가 했는데 여기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네요.

다시 말해 소설을 먼저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탄했을 텐데,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소설을 보고 있노라니 애니메이션이 채운 이야기들이 너무 무겁게 느껴집니다. 빡빡하게, 쉴틈 없이 보여준다고 해야하나. 하기야 그게 교토 애니메이션의 장점이자 단점일지도 모릅니다.




344쪽.
호타로와 사토시의 대화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미싱 링을 발견한 거야?"
 미시건 뭐?
"미싱 링. 잃어버린 고리. '십문자'에게 피해를 당한 각 동아리에 숨은 연관성이라도 발견했느냐고 묻는 거야."

혹시 이것도 쿠드랴프카의 차례에 따라 생략된 걸까요.
...
말장난 적고 보니 이해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기도...(먼산)



요네자와 호노부. 『쿠드랴프카의 차례』,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4, 14000원.


그러고 보면 애니메이션과 번역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녁에는 송장이』도 먼저 방영한 애니플러스 애니메이션에서는 『저녁에는 몸으로』라고 번역했지요. 앞뒤 정황을 봐서는 소설의 번역이 맞을 거라고 봅니다. 제행무상-원효대사의 해골물과 같은 개념을 다룬 이야기니까 송장. 아마도..;
다나카 요시키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딱 잘라서 말하건데 싫어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제게 『은하영웅전설』이 어떤 영향을 끼쳤냐고 묻는다면 대답도 못할 겁니다. 측정 불가 수준이거든요. 그 즈음 이런 저런 책들을 상당히 많이 보았지만 『은영전』의 영향력은 아주 높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도 같은 대답을 할 테고요.
그런데 왜 다나카 요시키를 싫어하느냐.
...
『창룡전』 완결 내주세요. 『아루스란 전기』 2부는 나오긴 하는건가요? 도대체 『은영전』말고 다른 작품은 완결을 왜 안 내주는 겁니까? 현기증 난단 말예요! ;ㅁ; 죽기 전에 『창룡전』완결 보고 싶어요. 엉엉엉엉엉.

그런 이유로 다나카 요시키는 좋아하지 않는 쪽입니다. 아마 제 친구들은 완결나지 않은 작품 때문이 아니라 어린애 라인하르트라든지 키르히아이스에 대한 처분이라든지, 로이엔탈에 대한 연민이라든지, 양웬리에 대한 애정 등등으로 화가 나 있을 겁니다. 좋게 말해 화가 난 것이지 강하게 말하면 빡친 거죠.ㄱ-;
(물론 『창룡전』의 내용도 이미 산으로 가고 있어 수습이 불가능한 수준이란 건 압니다만.;)

그럴진대 『일곱 도시 이야기』를 읽고서는 눈물을 흘리며 이에 대한 면책 특권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창룡전』 완결은 천천히 보아도 되어요. 『은영전』에 대한 자기 캐릭터 패러디, 오마쥬를 써낸 시점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네 번이나 다시 읽었으니 말입니다. 역자 후기에도살짝 언급되지만, 정말로 『일곱 도시 이야기』는 『은영전』팬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물론 100% 그런 이유에서 쓴 것은 아닐 겁니다. 초반부에 『은영전』에 대한 비판을 방어하기 위한 설정이 등장하니까요. 그걸 보면 외려 『은영전』에 대한 비판을 보고 그걸 만회하기 위한 자기 만족 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라 확실하진 않지만 『은영전』은 원래 3권 완결 예정이었답니다. 그러던 것이 편집부의 압박으로 이야기가 길어졌다던가요. 일본에서는 흔히 있는 이야기인 모양이지만 3권으로 완결된 『은영전』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대강 궁금증은 풀립니다. 연작 소설에 가깝게, 총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보고 있노라면 더 있으면 좋고, 더 없어도 만족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좋습니다. 뒷 이야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완결성을 가집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만족감이 드는 겁니다.
...
꼭 과식을 피하기 위한 소식 습관 들이기 같군요.


앞의 설명이 길었는데 요약하면 그런 겁니다.
『은영전』 팬이라면 볼만 합니다. 『은영전』 팬이 아니더라도 볼만 합니다. 솔직히 도시의 관계성보다는 인물의 캐릭터성이 더 중요한 소설입니다.



대전도라고 하나요. 지구의 자기장 축이 원인 모르게 뒤틀리면서 지구는 물바다가 되고 대륙이 이동합니다. 그 와중에 인구는 200만명까지 줄어듭니다. 지구의 인구는 그랬지만 달에 살고 있었던 고위층들은 살아 남아 지구의 사람들을 압박합니다. 그에 저항해보았지만 무적의 항공방위시스템이 작동해서 소용 없습니다. 어떻게든 하늘을 나는 탈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셔틀을 만드는 족족 다 방위시스템에 의해 파괴가 됩니다. 지상 500미터 이상으로 날아오르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지구상에 남은 일곱 도시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각각의 특성을 살려 살아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독재자가 등장할 뻔한 어느 도시의 상황에서 시작이 됩니다.

각 도시는 서로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군대를 가지고 있지만 그걸로 다른 곳을 침략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자칫하다가는 다른 도시들이 이쪽의 뒤통수를 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균형을 깨트리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또 마침 몇몇 도시에서는 비슷한 나이 대의 특출난 군사적 재능을 가진 비뚤어진 인간들이 있지 뭡니까. 결국 역자 후기에서 말하는 대로 ***와 ****과 ***가 ******의 중재를 통해 ***의 지략으로 협동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역자 후기에서는 셋만 언급했지만 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하하.-ㅂ-;


결국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네 번 읽고는 못참아서 새로 한 권 샀습니다. 크흑.;ㅂ; 2011년에 나온 책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기야 나온 건 알았지만 다나카 요시키의 책이라서 손대지 않았지. 그런 거지요. 왜냐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오고서도 보름 넘게 손을 대지 않았거든요. 그랬던 걸 후회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2014년 결산 때 올해의 소설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ㅂ-;



다나카 요시키. 『일곱 도시 이야기』, 손진성 옮김. 비채, 2011, 11000원.

막판의 반전, 혹은 함정.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은 시리즈 세 번째 권입니다. 이게 마지막 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거예요. 작가가 2009년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뒷 권이 못나오죠.;ㅂ;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겨서, 외모만 보면 그리스의 조각상을 보는 것 같은, 게다가 패션 센스도 멋진 미남이자 훈남인데, 움직이기만 하면 산통을 깹니다. 걷기 시작한 즉시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진다거나,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여기거 어딘지 멍청한 얼굴로 둘러본다거나, 마구 헷갈린다거나. 그런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은근히 인기가 있습니다. 여자들은 외모에 호감을 느끼고, 남자들은 잘생겼지만 부족한 모습에 연민 비슷한 것을 느끼나 봅니다. 책 세 권의 에피소드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는지는 이번 책 맨 마지막을 보면 압니다. 참석자 면면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니 1권부터 다시 몰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맨 마지막의 이야기는 갑자기 붕 뜹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어떤 이상한 인물에 대한 수수께끼를 불러 일으키더니, 막판에는 아이이치로의 정체가 등장합니다. 그 순간 이 소설은 추리소설에서 판타지소설로 도약합니다.(먼산) 나름 그 설정이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이야기에 막판에는 막 달렸습니다.ㅠ_ㅠ;


그래도 각 편에서,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작은 일들을 관찰해서 하나로 주워내는 아이이치로의 추리능력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와사카 쓰마오.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 권영주 옮김. 시공사, 2013. 13000원.

한줄 결론.
보시되, 맨 마지막의 에피소드는 약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지난번에 앨리스 노블의 책 세 권을 구입했습니다.(관련글) 그 중 한 권인 니기나의 『감금』은 같은 상황을 여주인공의 입장에서 기술했고 Side B에 해당하는 『포로』가 있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다가 이번에 나온 것을 확인하고 집어 들었습니다.

일단 결말을 확인했는데, 이거 뭐임.....;

『감금』만 놓고 보면 남자주인공은 지독히 나쁜 놈인데다가, 이런 저런 설정이 이거 코가 윤의 옛 만화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포로』를 다 읽고, 마지막 장면까지 곰씹다보면 순간 반전됩니다. 이건 특정 만화제목을 대는 것 자체가 내용 폭로가 됩니다.

『감금』에서도 조금은 그런 분위기가 있었는데, 쌍둥이 남매로 호적에는 올라있지만 확인해보면 여주인공은 양녀입니다. 동갑이긴 해도 남주인공은 그 사실을 기억합니다. 자신의 쌍둥이 누나가 집에 왔을 때의 상황을요. 그리고 어머니는 처음에 양녀를 굉장히 아끼고 사랑하지만 애가 점차 자랄 수록 멀리하고 무시합니다. 어렸을 때는 소년처럼 키워졌던 여주인공은 자라면서 친어머니를 쏙 빼닮는데, 양모는 어렸을 때는 자신의 첫사랑(-_-)을 닮았지만 자라면서 그 첫사랑을 빼앗아간 여자의 모습이 보이는 걸 못참았던 겁니다. 그래서 무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훼이크.
말했듯이 특정 만화제목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내용폭로가 됩니다.



자아. 결말을 확인했으니 조만간 다른 책과 함께 포장하여 보내겠습니다. 다음주 중 보내는 것이 목표예요.;ㅂ;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이 시리즈 명이고 이건 그 중 1편에 해당하는 스모 스티커 상-하권입니다. 엊그제 북새통에 갔다가 프랑크프루트 소시지에 대한 설명에 그대로 홀려서 교보에서 바로 주문을 넣었습니다. 상-하권 세트를 구입하면 금장 책갈피를 준다고 했거든요.
넵.;
사은품에 좀 약합니다.

사은품에 약해서 주문한 것도 있지만 만능 감정사라는 거나, 주인공이 여자라는 거나, 프랑크프루트 소시지에 대한 아주 자세한 설명이 확 땡기더군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제 취향에 100% 부합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제게는 1권의 스케일이 지나치게 컸습니다. 전 소소한 일상 추리물이 더 땡기나봅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책 초반에서 가도가와 출판사에 대한 설명도 계속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만화적입니다. 소녀만화 말고 소년만화요. 수수께끼에 대해 헛다리를 짚고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이나, 주인공들이 공권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반 시민이라 공권력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도쿄에서 저 멀리까지 왔다갔다 하는 모습 등등이 그렇게 보입니다. 조연에 해당하는 인물이 신문사 기자로 주인공에게 반해있다는 것, 주인공의 과거가 1권에서 차츰차츰 밝혀진다는 것, 1권의 종료와 동시에 앞으로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이 깔린다는 점은 나쁘지 않지만 분위기가 취향에 안 맞네요.;ㅂ;

보통 100%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 책은 도서관에서 신청해서 읽고 말지만 이건 조금 아리송합니다. 2권은 이보다 스케일이 작다는 역자의 말도 있어서, 아마도 구입하고 읽고 나서는 바로 방출하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도쿄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모습도 그렇고, 만화편집부에 다른 편집부들이 점차 점령을 당하는 모습도 그렇고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현실적이기 때문에 취향에 더 부합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보니 역자 후기에도 언급이 있었습니다. 영화랑 드라마로도 계약 되었다고요. 아주 드라마적인-그러니까 일반적인 드라마 클리셰를 이미 소설 내에서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기 어렵진 않을 겁니다. 기승전결이나 로케이션도 영화나 드라마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도 제 취향에 안 맞았긔..;


읽으면서 왜 라이트노벨로 나오지 않았나 했는데 읽어보고는 알았습니다. 이건 라이트노벨로 나오기에는 조금 무거운 책이더군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방향성을 잡기 애매한 작품..? 그래도 한 번 읽어볼만 합니다.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꽤 재미있는 견해를 보여주더군요.+ㅅ+
(그러니까 꼴찌 낙제생이 어떻게 우수한 감정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마츠오카 케이스케.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 스모 스티커편 상-하』, 김완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3, 각1만원.

번역자인 김완씨는 본인이 지금까지 한 번도 추리소설을 번역한 적이 없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런가요?;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상당수의 분들은 이 분이 번역한 책을 읽어보셨을 겁니다. 『엑셀월드』, 『소드아트온라인』, 『은하영웅전설(2011판)』. 외려 B님은 안 보셨을 가능성이 높고...;
재독을 넘어서 이게 몇 번째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가끔 이 책이 확 땡기는데, 이 번에는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을 읽다가 비슷한 거리를 다루고 있는 『신참자』가 떠올라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습니다. 이 책도 구입하고 싶은데 집에 보관할 자리가 없어서 미루고 있지요. 이건 구입하면 집에 보관해야 하는 책이라 더 망설이는 겁니다.

그나저나 책을 읽다가 번역이 툭 걸리는 경우는 처음 읽을 때보다는 두 번, 세 번째 읽었을 때 더 잘 보입니다. 첫 번째는 빠른 속도로 휙 읽어나가서 신경 못쓰는 부분도, 그 다음에 읽을 때는 조금 찬찬히 읽다보니 보이나봅니다. 이번에 걸린 부분은 사거리.

보통 광화문사거리, 보신각사거리라고 부르지 네거리라고는 안하잖아요? 큰 길뿐만 아니라 골목길도 보통 사거리라고 부르지 않나요. 물론 이게 한자 숫자에 익숙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사거리가 아니라 네거리라고 적었더군요. 틀린 표기는 아닌데 문득 헷갈리더랍니다.;



그나저나 가가 형사 참 멋있긔...;ㅂ;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형사도 멋지지만 이 아저씨는 최근에 나온 책에서 너무 굴렀습니다. 고생을 많이 한데다가 그게 참 .. 삐 ... 해서 가가 형사에 대한 호감도가 더 상승했어요. 그것도 참 신기하지요.-_-;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김난주 옮김. 재인, 2012, 14800원.


그나저나 가가 형사 시리즈도 읽다보면 가해자에게 묘한 연민을 품게 된단 말입니다......
책 리뷰 맞습니다. 책 제목이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이고 이 책의 주요 소재가 수프와 샌드위치라 제목이 저렇습니다.

앞서 올린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은 이보다 앞서 나온 이야기이고, 어쩌다보니 이 소설은 같은 배경을 공유하는 연작 소설이 되었답니다. 책 말미의 후기에 그리 나오는군요. 3부작 예정이라고 하니 뒷 이야기도 있을 텐데 없어도 문제 없는 그런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분위기만 따지면 기승승승의 조앤 해리스 시리즈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조앤 플루크 말고 조앤 해리스. 그러니까 『초콜릿』과 『블랙베리와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말이지요. 세 번째 이야기는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니라 기억에 파묻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조앤 해리스도 소설 속의 과거에서 꼭 사건을 하나씩 만드는 군요. 세 번째 이야기도 그랬지만 셋 다 과거에 범죄 혹은 과실치사가 일어나니까요. 레이크 에덴에 비하면 굉장히 온유하긴 합니다만.

하여간 이번 책은 전작보다 훨씬 더 취향입니다. 앞의 이야기는 몽상가 같은, 판타지가 아니라 환타지 같은, 동화 같은 우화라고 하면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는 훨씬 평범한 일상생활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인공이 조금 느긋하고, 조금 우유부단하고, 무언가에 자주 홀리고, 자주 빠지지만 그건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재능이 아닐까요. 하나에 푹 빠져서 완성할 때까지 끊임없이 달리는 재능은 인생이 재미있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없다고 하는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취미가 없다는 건, 삶에서 뭔가 즐기는 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무언가가 없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의 제목 이야기는 소설 중후반부에서 나옵니다. 앞부분은 그다지 능력 없고 꿈만 있고 영화에 잘 홀리는 어느 청년이 주인공입니다. 뒷부분도 그 청년이 계속 등장하고, 서술 시점이긴 하지만 읽다보면 오리-아히루 아닙니다-ㅂ--보다는 아오이가 주인공 같습니다. 우연이 묘하게 반복되지만 그 우연이 납득할 수 있는 건 드라마보다는 덜 우연적인 만남이라 그런지도 모르지요.


책을 읽고 있다보면 수프와 샌드위치가 생각납니다. 귀를 잘라낸 식빵을 쓴 크로켓 샌드위치. 햄도 좋고 감자샐러드샌드위치도 좋습니다. 하지만 달걀 샌드위치를 제일 좋아하고 오믈렛 샌드위치도 매력적입니다. 거기에 후반에 등장하는 수프는, 정말, 군침이 꼴딱 꼴딱 넘어갑니다. 지금 막 만든 샌드위치에 뜨끈한 수프를 곁들이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등장한 수프 레시피를 보고는 두 눈을 의심했지만, 뭐, 오리는 자신의 레시피를 최종적으로 완성했으니까요. 그러니 그 수프를 만들고도 본인의 수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난 주말에는 카레를 만들었는데 이번 주말에는 수프를 만들어야 하나요. 고구마를 넣은 단호박 수프도 참 좋은데, 집에 호박죽이 있어서 만들기 망설여집니다. 크흑.;ㅠ;



요시다 아쓰히로. 『그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민경욱 옮김. 블루엘리펀트, 2011, 12000원.

............
펴낸 곳이 동아일보사.ㄱ-; 파랑 코끼리는 동아일보사의 임프린트 혹은 자회사인거군요. 하하하.
미쓰다 신조입니다.

저자명만 달랑 적어 놓은 것은, 저자가 누군지 알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갈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하;
빌리기는 2013년에 빌려서, 31일부터 읽기 시작해 1월 1일에 끝마쳤습니다. 읽으면서 "내가 왜 새해 벽두부터 공포물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거야."라고 투덜댔는데 결과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공포물이기는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도조 시리즈처럼 공포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뒷맛은 매우 나쁩니다. 그건 감안하고 보셔야 할 거예요.


미쓰다 신조는 B님께 추천을 받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출간된 책은 거의 다 보았습니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은 딱 한 권, 작년 말에 출간된 신간뿐입니다. 이것도 올 첫 교보 주문에 들어 있으니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면 받아볼 겁니다. 언제 읽느냐는 별개고요.
이렇게 몽창 다 읽다보니 미쓰다 신조의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환상괴기 공포물, 다른 하나는 공포물을 가장한 미스터리입니다. 이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환상괴기에 속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자세히 짚지 않고 넘어갑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전화입니다. 생명의 전화라고, 한국에도 있지요. 예비자살자(?)를 위한 전화 말입니다. 마포대교였나 어디였나. 하여간 자살의 명소에는 이 전화번호가 찍혀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무서워서 그 주변에 안 가는지라 확인은 못하겠네요. 하여간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고 그 전화를 받아주는 곳이 생명의 전화인데, 어느 전화상담원이 자살자의 상담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볍게 신세한탄을 하고 끝나지만 이 경우처럼 자살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별도의 처리가 이어집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이 사람이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각에 갑자기 행방불명이 됩니다. 그것도 약간의 피를 남기고요. 그러고 나서 연쇄살인인지 연쇄사고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커집니다.


만, 추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찍으면 되는데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함정이 있습니다. 그 함정을 넘어서고 나면 부조리가 존재하고요. 하아. 인생사 다 그런 겁니까....(먼산)


책이 두껍긴 한데 넘어가는데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전개가 빠른 편이라 예상했던 것보다는 빨리 읽게 되더군요. 새해 첫 책으로 괜찮았습니다.:)



미쓰다 신조. 『일곰명의 술래잡기』,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3, 13800원.

G가 반납한다고 건네온 책을 들고 와서 유심히 책등을 보는데, 문득 이 책 감상을 적었나 아닌가 헷갈리는 겁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확인했더니 안 적었어요. 어헉.; 왜 빼먹은 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 읽고 나서 G에게 넘겨주고는, 나중에 반납하면 그 때 감상 적겠다고 했나봅니다. 그러니 빼먹었지. 일단 리뷰는 2014년에 적는 걸로 하고, 독서목록에도 뒤늦게지만 추가합니다.ㅠ_ㅠ 이렇게 흘려보낸 책이 적지는 않을 것 같은데 넘어갈 수 밖에 없지요.


이 책을 왜 빌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합니다. 아마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발견하고 검색한 뒤 빌렸거나, 가장 최근에 본 잡지-행복이 가득한 집에 이 책이 실려서 검색했거나. 아마 둘 중 하나일 겁니다. 하여간 이 책이 임업과 관련된 소설이라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집어 든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로 임업에 대한 책입니다.

벌목이나 채벌, 간벌 등 임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옛날 옛적 『우담바라』라고 하는 한국소설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책이냐 물으신다면, 고등학생이 재미로 볼만한 책이긴 하나, 지금 다시 보기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책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커플링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손 댈 생각이 없거든요. 게다가 최근에 작가가 이 이야기의 후속편을 냈는데, 결말 부분만 확인하다가 제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걸 확인하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하여간 그 책에서, 지역 유지의 후계자로 집안을 이끌어 가는 아가씨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것이 선산을 포함한 집안 산림의 간벌을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전에 친구에게도 잠깐 들었지만, 산은 꾸준히 관리해야지 좋은 나무가 자라고, 그래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더군요. 그냥 알아서 자라게 내버려 두면 나무가 잘 크지도 못할뿐 더러 채벌한다 한들 돈이 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경복궁 등의 대규모 보수공사를 위해 나무를 베러 가는 몇몇 사진에서도, 대들보를 베기 위한 나무를 베러 가는데 산이 조금 허전하다는 느낌이 있었지요. 흔히 주변에서 보는 것처럼 나무가 빽빽하게 들이차고 관목이나 덩굴이 엉켜있는 그런 모습은 아니더랍니다. 그러니 그렇게 좋은 나무가 자라는지도 모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주인공 유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어머니와 담임선생님의 작당하에 나고야 너머 어드메, 하여간 깊은 산골에 임업연수생으로 끌려 갑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적당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에서 굴러 다닐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담임이 멋대로 임업연수생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거죠. 물론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부모님의 동의가 있으면 제출이 가능했을 겁니다. 어머니야 빈둥거리겠다는 아들의 속내가 빤히 보였을 테고, 최근에 태어난 손자에게 빠져 있었으니 번거로운 작은아들은 멀리 치워도 상관 없었겠지요.

그런 이유로 유키는 휴대폰 전파도 잘 닿지 않는 산골 마을, 가무사리라는 곳으로 끌려 갑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는 가무사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유키가 일하는 나카무라 삼립조합 사람들과, 가무사리라는 공간 그 자체를 다룹니다. 근데 앞서 리뷰 올린 책보다는 훨씬 본격적입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임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나무를 잘 가꾸기 위해서는 채벌도 중요하지만 잘 심는 것도 중요합니다. 잘 심고 나면 그 다음엔 잘 자라도록 가지치기도 해야하고요. 30년생 나무를 베어다 파는 것이니, 그 30년 동안은 주변의 산림을 돌아가며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지금까지 이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을 유키는 내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데, 특히 요키라는 이름의 사수(라고 해두지요)가 특히 심합니다. 이건 요키가 유키보다 훨씬 일을 잘하고, 훨씬 능력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령도 좋고 천재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임업분야에 재능이 있거든요. 누구는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는데, 누구는 도끼 하나로 슥슥 나무를 간벌한다든지, 가지치기도 도끼 한 자루면 충분하다는 모습을 보인다든지. 그러면서 아주 미인 아내도 있고 바람도 잘 피우고(...) 능력 있는 전형적인 남자입니다. 그런데 유키와는 별로 나이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그러니 라이벌을 넘어서서 불편한 상대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보다보면 일본 산속 어드메에는 정말 이런 공간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정말로 산신의 보호를 받고,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베고, 산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을 거라고요. 가무사리 숲에서의 1년은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ㅅ+

(물론 취향을 탈 수 있습니다...ㄱ-;)


미우라 시온.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오세웅 옮김. RHK(랜덤하우스 코리아), 2012, 12000원.


다른 것보다 소재가 독특해서라도 한 번 읽어보시라 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얇고 굉장히 짧고 알 수 없는 소설입니다.
...
감상 끝.

정말로요.;

주인공인 나는 어느 마을에 정착합니다. 6층 건물의 옥탑방인 7층에 올라 책상 두 개를 놓고 번갈아 작업하는 프리라이터입니다. 원래 하고 싶은 일은 다른 것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주문받은 대로 무엇이든 써주는 사람이 되어야 했지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주인공과 같은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거나, 근처에서 교류를 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근데 별 내용 없고, 별 이야기 없이 아주 무난하고 평탄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렇다고 이게 그냥 무난한 소설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다 읽고 나면 도넛 테이블과 에스프레소 머신과 글쓰는 책상, 옥탑방, 맛있는 채소를 곁들인 정식이 떠오를 테니까요. 그런 이미지가 확연히 남은 덕에 그냥 그런 소설은 벗어났나봅니다.

이게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랍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책 한 권을 집어 들었고, 그게 두 번째 이야기라는 말에 첫 번째 이야기인 이 책도 집어 들었는데 아직까지는 두 번째 이야기를 읽을 생각이 남아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나서도 그럴지는 모르겠네요.

하여간 이 책이 올해 두 번째 책이라는 것이 조금 미묘하긔....;..


요시다 아쓰히로.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박재현 옮김. 21세기북스, 2011, 11000원.

제가 부제를 넣은 것이 아니라 책 제목이 저렇습니다. 한국에는 1권인 이 소설만 나왔는데 일본에는 뒤에 두 권이 더 있답니다. 읽다보면 두 권이 더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목은 저렇고 장르는 추리소설이지만 일단 주요 소재 중 하나가 로맨스입니다. 정말로요. 정말 아닌 것 같지만 로맨스 맞습니다.

원래 서가 서핑을 하다가 찾은 책입니다. 원래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나중에야 전혀 다른 작가인 줄 알았습니다. 찾고 나서 보니 이 책이 애거서 크리스티 탄생 120주년을 맞아 영국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이랑 일본 하야카와 기보시 문학진흥재단, 하야카와쇼보가 손을 잡고 2010년에 새로 만든 상이랍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1회 수상작입니다.

그래서인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못지 않게 풋풋한 로맨스의 분위기가 풍깁니다. 다만 이 로맨스의 분위기는 추리와 현학과 철학과 미학 사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이 책의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지요. 현학과 철학과 미학을 걷어내면 그 뒤에 남는 것은 로맨스라 그게 오히려 소설의 맛을 가릴 수도 있고, 위의 것에 취하다보면 로맨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마지막 편을 보고 나면 손발이 오글거려 "내가 왜 이걸 크리스마스 시즌에 붙잡고 있는거야!"라는 좌절 섞인 비명을 지릅니다.


검정고양이는 나이 스물넷의 대학교수입니다. 동갑인 나는 박사과정 학생이며 대학 동기이기도 한 검정고양이의 조수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과장만 아니면 검정고양이 같이 까탈스러운 인간의 조수(조교)를 할 일이 없지요. 하지만 그대로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학과장인 모 교수님이 조수를 맡아달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떠 맡았습니다.
검정고양이라는 것은 학과장이 그에게 붙인 별명인데, 스물넷이라는 아주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것은 학과장이 논문에 홀딱 반해 강력하게 추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에 다른 사람들의 토가 달리지 않을 정도로 검정고양이는 유능합니다. 그리고 교수로 올라서게 된 계기였던 그 논문의 제목은 『베르그송의 도식으로 본 말라르메』. 어, 저는 둘다 이름만 들었지 누군지 확실하게는 모릅니다. 크흑.;ㅂ;

읽다보면 나는 검정고양이에게 열등감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니, 만약 둘의 성별이 같았다면 더 심하게 나타났을 텐데 검정고양이는 턱시도 고양이라 불리는 검정+흰색 조합의 고양이를 떠올릴 정도로 검은 슈트에 흰셔츠 차림으로 다니는 남자, 나는 그보다는 조금 더 캐주얼하게 입거나 종종 어머니의 정장을 훔쳐(!) 입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그렇다보니 열등감이라 해도 심각하게 나타나진 않고 오히려 일종의 부러움이나 존경 비슷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일반적인 클리셰지요. 탐정역의 인물(만화에서는 자주 남자)와 사건을 물어오는 인물(만화에서는 자주 여자). 다만 이 분위기가 참으로 묘하다는게. 게다가 나의 입장에서 기술하기 때문에 잘은 안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주인공도 굉장한 수재입니다. 옆에 검정고양이가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나이 스물넷에 박사과정 1년차, 게다가 학과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할 정도면 나름 독보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니까요.


하여간 B님은 이 책을 원서로 보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 아마도. 장담은 못하겠네요. 철학이나 건축 등의 다양한 개념을 바탕에 깔고 있는 책이라 원서가 나을지, 번역이 나을지 감이 안옵니다. 번역은 매끄럽게 잘한 편입니다. 아마도 검정고양이의 별명은 쿠로네코이지 않을까 하는데, 이걸 굳이 검은 고양이가 아니라 검정고양이라 한 것은 책 전체적으로 깔려 있는 테마가 에드거 앨런 포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책에 실린 각 장의 이야기는 포의 유명한 작품을 모티브로 썼기 때문에 『검은 고양이』도 주요한 코드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헷갈리지 말라고 일부러 그렇게 번역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B님께 권하는 건 첫 머리의 이야기 소재가 건축과 미술쪽이라서 입니다. 조명도 등장하네요. 포이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아니라 파리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긴 하지만 뭐,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ㅅ+


모리 아키마로.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 이기웅 옮김. 포레(문학동네), 2013, 12000원.

이런. 포레가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였군요.'ㅂ' 어쩐지 역자가...;...



한줄결론. 나는 괜찮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괜찮을지는 확신이 안섬.OTL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두 번째.
첫 번째는 교토 여행에 대한 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맛있는 커피 한 잔에 대한 갈망을 더하던데 이번 권은 조금 미묘합니다. 앞서 진도를 나갈 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은 여전히 어정쩡한 관계이고 더 나가아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더 아쉽고 재미없다 생각했는지 모르지요.

일단 1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권도 이야기 전체를 꿰뚫는 어떤 수수께끼, 혹은 상황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맨 마지막에 가서야 풀리는데, 막판에 함정이 하나 더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리 어려운 함정도 아니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1권에서처럼 강력한 한 방을 날리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앞부분에서 갑자기 난입한 인물이 그리 취향이 아니라, 그래서 더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동생입니다. 바리스타 미호시의 여동생인 미소라. G는 이름을 보고 촌스럽지 않냐 하던데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그냥 호시, 소라만 해도 되지 않았을까. 뭐, 그 아름다운 광경을 이름에 새기고 싶었다는 아버지의 심정은 이해하는데 그래도 미소라라는 이름은 좀.ㅠ_ㅠ 미소라 히바리가 떠올라서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깔끔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도 뒷맛이 썼고, 동생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꼬인데다가, 아저씨가 끼어들어 생긴 여고생 이벤트는 뒷맛이 정말 나빴습니다. 독선과 아집이 난무하는 이야기.ㄱ-;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별로 없었고 맨 마지막의 장면은 인상적이었지만 한 발짝 나가지 못한 것 같은 분위기라 더 그랬네요.


물론 교토의 분위기를 맛보면서, 후시미 이나리 다이샤까지 되새기는 것은 좋습니다. 읽고 있노라니 다시 교토 여행이 가고 싶은데 언제쯤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긔....;ㅂ; 그저 내년 상반기가 빨리 지나기만을 기원합니다. 크흑;



오카자키 다쿠마.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2: 그녀는 카페오레 꿈을 꾼다』,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2013.

책을 받아 들고는 부제를 보고 웃었습니다. 전기양이 떠오르네요. 전기양보다는 카페오레가 낫긴 한가..?
하지만 소설 속 소재는 카페오레가 아니라 카페라떼랑 카푸치노였다는 건 좀.-ㅂ-;


원래 이 소설 작가인 오야마 준코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었답니다. 하지만 드라마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족족 떨어진데다가, 요즘은 오리지날보다 소설이나 만화 원작인 드라마가 많으니 그럼 차라리 소설을 써서 그걸 드라마로 만들겠다-대강 이런 생각으로 쓴 소설이라던가요. 즉,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을 생각하며 쓴 소설이라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 전체적으로 장면 전환이나 분위기, 등장인물이 굉장히 드라마 같습니다. 그것도 일본 드라마 같고요.

실력은 있지만 요령이 없는 똑똑하고 착한 변호사.
변호사 사무실에는 약간 푼수 같은 아주머니 사무원과 집사 같은 이미지의 사무장.
변호사가 등록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튼튼한 이미지의 결혼매니저.
변호사의 전 직장인 대형 로펌.
어쩌다가 얽힌 어느 개그맨 콤비.
카리스마 있는 할머니 회장님.
그 아들로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려 노력하는 아들.
사장과 불륜 관계인 음험한(?) 비서.
사소한 사항으로 항의를 하는 까다로운 부잣집 마나님.


등장인물을 죽 늘어 놓는 것만으로도 절로 캐릭터가 그려집니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서 복작복작 얽힌 것이 이 소설입니다. 일본 드라마를 즐겨본다면 재미있게 볼테고, 『어떻게 좀 안될까요』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이 소설도 다른 맛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맞물립니다. 예상 외의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앞서 보였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이 또 재미입니다. 특히 막판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 분의 카리스마는 정말...; 게다가 거기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뭐,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손아귀를 벗어나기 참 힘들어요. 그나마 이 아들래미는 그럭저럭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왜 이 책 제목이 고양이 변호사인지는 책 첫머리에도 나오고 책 뒷표지에도 나옵니다. 그러니 재미를 위해서 빼두지요. 어떤 의미에서 주인공도 거대 로펌의 희생자일 수 있겠네요.'ㅂ'



오야마 준코. 『고양이 변호사』, 김은모 옮김. 북폴리오, 2013, 12800원.



어, 하지만 저는 이런 종류의 소설은 그리 즐기지 않습니다.
이 책을 보고 생각났지만 차라리 엘러리 퀸의 그 소설을 읽겠어요. 이 책의 소재랑 배경이 그렇다보니 엘러리 퀸의 그 소설이 떠오르더군요. 그 쪽이 더 제 취향에 맞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사람이 엄청나게 죽어나간다는 점에서는 이 소설과 전혀 다른 쪽에 서 있긴 하지만..;
한 줄 요약: 아카츠키 귀여워요, 귀여워! >ㅁ<


이번 편은 여자들의,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6권으로 전체 이야기는 마무리 되지만 깔아 놓은 복선들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복선은 이미 5권에서도 상당히 깔려 있었는데, 5권에서 등장한 여러 복선의 일부는 6권에서 회수가 되고 나머지는 다음권으로 넘어갑니다. 다음권으로 넘어가는 이야기는 아마 시로에가 주인공이 될 다음 권에서 펼쳐질 것 같군요. 게다가 아주 큰 복선이 하나 등장했는데 다음권에서 바로 풀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 권은 시로에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냥타도 드물게 나오고, 꼬마들도 거의 안 나옵니다. 아카츠키와 그 주변의 여자들이 중심이 되다보니 다른 캐릭터들은 싹 밀렸네요. 이번에 처음 등장한 인물도 많지만 마리에나 헨리에타, 레이네시아는 고정 출연입니다. 특히 레이네시아는 이번 권의 중심축입니다. 사건 자체가 레이네시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아카츠키는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와 더불어 커다란 외부 문제를 해결 해야합니다. 하지만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디어 벽을 넘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말입니다.


5권에서 시로에와 미노리를 본 뒤에 아카츠키는 방황합니다. 자신이 고민 없이 주군의 등 뒤를 쫓아다니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자신의 힘은 아직 부족하다고 자학합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여러 모로 고민하지만 고독한 한 마리 늑대인 아카츠키가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랬던 닌자가 오의를 깨닫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합니다. 그게 뭔지는 직접 보시면 아실테고. 그 와중에 생긴 문제는 아키하바라의 살인마입니다. 닥치는 대로 모험자들을 죽이고 다니는데, 모험자들야 죽더라도 신전에서 부활이 가능합니다. 기억의 손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감수할 수 있는 범위였으니까요. 다만 모험자들이 단체로 상대하기 버거울 정도로 강한 적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게다가 상황은 그 적이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넘어가고...

5권은 할렘 분위기,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알 수 없는 복선만 잔뜩 깔아 놓아서 1-4권에서 맛보았던 것 같은 "마비노기 하고 싶다! ;ㅁ;" 라는 생각은 덜했습니다. 근데 6권 보고 다시 들었네요. 으흑.;ㅂ;

그리고 로데연은 멋집니다. 여기서도 아주아주 큰 복선이 하나 깔리고, 사건이 해결되면서는 초대형 복선이 깔리는데 그걸 넘어서서 로데연은 참 멋집니다. 2권에서 시작된 기술 개발 열풍은 중요 생산길드 중 하나였던 로데릭 상회를 연구기관으로 바꿉니다. 아, 이런 대학 같은 분위기라니.;ㅂ; 다들 하고 싶은 연구를 열심히 하고, 그걸 타 길드에 정보로 제공하거나 하여 연구 개발 자금을 삼고 말입니다. 이런 세세한 설정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6권을 보고 도로 반했습니다. 흑흑흑. 7권은 언제쯤 나오나요...;ㅂ;




(애니메이션은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서 손을 못대고 있는데 말입니다. 으으음.ㄱ-)



토노 마마레. 『로그 호라이즌 6: 새벽의 미아』, 김정규 옮김. 대원씨아이, 2013, 7천원.

요즘 이것저것 손대는 책이 많군요. 지금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이 아마도 네 권. 하나는 『전도서』, 하나는 『풀밭』, 하나는 『토리빵』. 거기에 최근에 구입한 라이트 노벨 한 권과 듀시스님께 빌린 『미니스커트 우주해적』6권을 읽었지요.

『미니스커트 우주해적』은 「열혈 우주해적」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보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소설판도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원작이다보니, 이쪽을 먼저 보았다면 애니메이션을 보고 김샜겠다 싶은 정도더군요. 스케일이 훨씬 크고 묘사라든지 상황 설정이라든지, 등장인물의 성격이라든지가 굉장히 다릅니다.

7권도 분위기를 봐서는 서문에 해당됩니다. 그러니까 다음 권으로 끝나든지, 아니면 그 다음 권으로 이야기가 또 이어지든지 할겁니다.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갔거든요. 마지막 장면이 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을 홀라당 기억에서 날릴만한 설정이 그 직전에 등장합니다.

짤막감상으로 적은 것은 1차적으로는 설렁설렁 읽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막판의 반전 때문입니다. 물론 SF니까 나올만도 하겠다 싶었지만 현재는 절대 불가능한 기술이라서요. 그 코드를 여기서 쓸 줄은 몰랐습니다. 허허허; 츤데레 요소가 있었나 했더니 그 행동에는 그런 깊은 이유가 있었네요.
자세한 내용은 내용 폭로라 접습니다. 꽤 중요한 코드거든요.




읽다보니 엉뚱하게 옛날 옛적에 보았던, 그리고 상당히 좋아하는 모 청소년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소재가 그렇다보니 연결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쨌건 내시가 위화감 없이 어울리면서 클로에를 놀리는 것을 보면 기술력이 참으로 대단하다 싶습니다.-ㅂ-;


사사모토 유이치. 『미니스커트 우주해적 7』, 이진주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3, 6800원.


다음 권에서는 진도가 나갈 수 있을까요. 아니. 인종의 차이를 넘어서 직업의 차이가 있어 무리겠지.... 게다가 『우주해적』은 로맨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니 안되겠지요. 부장님 커플을 제외하고서는 커플링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은 본 기억이 없으니까요.;
원제를 찾기 번거롭다며 홀랑 영문 제목을 올려봅니다.-ㅂ-; KITA NO YUZURU 2/3 NO SATSUJIN.
북의 유즈루 2/3의 살인.
엊그제 피터가 말하길에 적었던 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이것저것 잡다하게 보았는데 크게는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랑 요시키 형사 시리즈로 나눕니다. 사실 요시키 형사 시리즈는 올해 들어서야 처음으로 손을 댔을 거예요. 앞서도 열차 살인사건이더니만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단,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그도 그런게 이 책 초반부 읽으면서 아주 강하게 다가온 예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말을 보고 나니 확신이 들더랍니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히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형사의 하드보일드 연애물.
그는 차가운 도시의 형사. 그러나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ㄱ-;
그러므로 염장이 싫으신 분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시키 형사의 냉철하지만 불 같은 성격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몇몇 장면에서는 좀 지나친 것 아닌가 싶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시마다 소지인걸요. 그러려니 생각해야지요. 하하;

키워드를 하나 더 뽑자면 침대열차입니다. 그러니까 저 유즈루라는 열차는 우에노에서 출발해 아오모리까지 가나봅니다. 저도 설렁설렁 읽어서 다시 확인해야하긴 하는데; 하여간 홋카이도에 가기 위한 열차랍니다. 저걸 타고 혼슈 북쪽까지 간다음, 페리로 바다를 건너 하코다테에 들어가 다시 기차로 이동합니다. 해저터널 같은 건 없습니다. 아직 안 뚫린 모양인지 하마나스니 카시오페이아니 트와일라이트니 호쿠토세이 같은 열차는 전부 없습니다. 한참 뒤에나 생겼나보군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긴 하는데 그게 다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고, 사건의 시작부터 종료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열흘? 마지막에 요양하는 기간도 있으니까 사건 해결은 그보단 짧습니다.
굉장히 전개가 빠르고 정신 없기 때문에 읽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저도 금방 다 읽었거든요. 다만 결론의 트릭에 대해서 이게 뭐야!를 외칠 사람들이 여럿 있을 겁니다. 이해하세요. 이게 워낙 오래된 책인걸요. 그러니 이런 괴이한 트릭도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출입하지 않은 건물 5층 꼭대기에 왜 시체 두 구가 있었는가의 문제입니다. 해결을 보니 그참..; 이런 어영부영한 방법 가지고 잘도 계획을 세웠다 싶습니다.ㄱ-;

시마다 소지의 이전 작에서도 느꼈는데 가끔 우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트릭이 등장합니다. 이번 것도 그런 우연이 상황을 꼬아 놓았지요. 그것이 또 다른 해결책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만.




하여간,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면 건강이 최고, 체력이 최고입니다. 지나가던 깡패에게 맞고 나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맷집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체력과 맷집의 밑바탕이라는 것이 LOVE라는 건...
그렇죠. 가나토씨(60대 록가수. 도쿄밴드왜건 출연)의 말대로 세상을 움직이는 건 LOVE인겁니다. 하하하...;ㅂ;



시마다 소지.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한희선 옮김. 검은숲(시공사), 2013, 13800원.


어제 생협 모임에서는 사은품을 안 들고 갔습니다. 이건 다음 번에 들고 가도록 하고...-ㅂ-;


이번 달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이벤트로 두 권을 모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마우스패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했는데, 두 종류의 일러스트 중에서 제가 원하는 쪽으로 와서 다행입니다. 지탄다도 좋지만 오레키가 훨씬 취향이거든요. 오레키가 더 귀엽습니다. 훗훗훗훗훗...

애니플러스를 스토킹(!) 하면서 몇 번이나 보았던 터라 이미 내용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소설은 행간이 많이 비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빙과』는 굉장히 섬세하게, 한 컷 한 컷 빚어가며 만들었기 때문에 상세합니다. 어느 한 컷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없지요. 그에 비해 소설은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느 소설에서 "미처 가설을 준비하지 않은 오레키는 난처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머리를 짜던 그는 잠시 화장실을 빌리겠다고 하고 일어섰다. 지탄다가 가리킨 방향으로 가자 서늘해 보이는, 하지만 스산한 느낌의 복도가 이어졌고 ..." 식으로 만화 그리듯 기술하나요.; 물론 그런 소설도 있지만 고전부 시리즈는 그런 부류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읽고 있다보면 그 행간을 에폭시로 메워나간 교토 애니메이션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반면에 그게 오히려 소설의 강점이 됩니다. 하나하나 독자가 직접 이야기를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점이지요. 물론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이 떠올라 소설의 묘사 부족에 불만을 가지게 되지만 읽다보면 소설의 간략함이 그런 여백을 내준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빙과』의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장면에서의 인물들은 애니메이션보다 소설쪽의 박력이 더하다 싶더군요.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도 오레키의 좌절과 오레키™의 상황 파악 능력이 돋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쪽은 애니메이션과 소설이 상당히 차이나더군요.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애니메이션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소설은 괜찮게 보았습니다. 그리 길지 않게 기술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 그러고 보니 『빙과』에서 오레키가 풀었던 수수께끼는 하나뿐입니다. 음악실과 동호회에 대한 수수께끼-즉, 2편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소설에는 없었어요. 애니메이션과 소설의 차이를 하나 하나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덧붙이자면 번역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책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습니다. 번역은 최고은씨가 했다면 더 잘어울렸을라나 싶은 정도. 『빙과』에 등장하는 여러 말장난을 그냥 넘겼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말장난이나 일본어 단어의 차이 등등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넘어갈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책은 잘 만들었지요.
내용이 얼마 되지 않아 페이지는 적지만, 이타카판 『은하영웅전설』 못지 않게 공들여 만든 책입니다. 갈색 바탕으로 손에 잘 잡히는 판형도 그렇고, 글씨는 크지만 읽기에는 편합니다. (행간도 넓지만-_-) 하지만 편집도 훌륭한데다, 굵은 띠지까지 포함해서 표지 디자인을 한 점, 띠지의 색에 맞춰 가늠끈을 넣은 점 등등 신경써서 책을 만들었다는게 보입니다. 『빙과』는 가늠끈이 연한 하늘색이고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연한 보라색이지요. 거기에 속지도 굉장히 귀엽습니다. 포장지 비슷한 걸 썼는데 디자인이 일본의 포장 디자인과 비슷합니다. 슬쩍 본문 분위기를 맞춘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이 부분은 확인한다고 하고는 잊었습니다.OTL)
덕분에 어제 생협에서 실물을 보신 분들 중 두 분이 책에 홀려서 구입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핫핫핫. 나중에 대출나갔던 책이 돌아오면 띠지로 가려진 표지도 찍어서 올려보겠습니다.+ㅆ+



요네자와 호노부. 『빙과』,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격 생각해도 살만한 책이예요.-ㅁ-/



일요일에도 M님이랑 같이 이야기했지만 오레키 참 귀엽습니다. 후후훗.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안 읽은지 오래되었는데, 서가에서 신간으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길래 호기심에 집어 들었습니다. 책이 얇기 때문에 읽는데 얼마 걸리지는 않았는데 다 읽고 나니 참 복잡한 심정이 들더랍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꼽습니다. 하지만 이걸 언제 다시 읽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원서였다고 기억하는데, 원서의 분위기는 번역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번역자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지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거의가 다 김난주의 번역인데 어제 읽은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읽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40분. 그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얇은 책이고 가벼운 내용입니다.


배경은 하와이이고 읽다보니 어디서 많이 읽은 이야기가 나왔다 했더니 이전의 다른 소설과 이어집니다. 조금만 검색하면 어떤 소설과 이어지는지는 아실 수 있으니 그건 넘어갑니다. 중요한 부분은 그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하와이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많이 나고, 『왕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치료술 혹은 치유 같은 이야기도 나옵니다. 주인공은 퀼트를 하며 이것이 밥벌이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보니 또 제 취향을 직격했다고 투덜댔는데 읽고 나니 손이 근질근질한 것이 바느질이 하고 싶더랍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평소 습관대로 책을 한 번 다 읽고 두 번째 읽고, 세 번째 읽었을 때 책에 질려서 책장이 그냥 넘어갑니다. 훑어 보는 수준이고 자세히 파고 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랍니다.

물론 앞선 소설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암리타』도 생각나고, 전작에 등장한 기이한 가족 구조도 여기서 이어지고, 「도마뱀」이나 『왕국』에서 나온 것 같은 기 치료도 등장합니다. 연애물이니 기본적으로 연애도 등장하지만 또 주인공의 직업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읽다보니 요즘 조아라 소설 리뷰하면서 투덜댔던 자기 복제가 떠오르네요.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쓰다보면 결국 자기 복제라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소설 취향이 확고한 작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가볍게 읽기는 좋지만 그 이상은 아닌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 그러면서 왜 보면 또 찾아 읽게 되는 건지.;



요시모토 바나나.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3, 12000원.

아야쓰지 유키토의 책입니다.'ㅂ'
(나중에 국립국어원에서 아야쓰지 유기도라고 쓰라고 하면 정말로 화낼 거임....OTL)


도서관에 가서 서가 서핑을 하다가 집어온 책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간이 들어왔더군요. 요 몇 달 사이 신간 확인을 소홀히했다는게 티가 팍팍 납니다. 예전 같았으면 작가 이름으로 술술 검색해서 찾았을 터인데 말예요.
하여간 부제가 '기형의 존재들'인데다가, 배경이 정신 병원입니다. 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읽다보면 정말로 정신이 붕괴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아야쓰지가 이런 종류의 글도 잘 쓰지요.ㄱ-;

관시리즈는 피가 난무한다는 것뿐이지, 대체적으로는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많이 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잔혹하게 죽지만 그 이유가 나름 붙어 있습니다. 가끔 이상한 이유가 붙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괴기환상계 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홍의 속삭임』 같은 건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어요. 게다가 그 음산한 분위기가 참...ㅠ_ㅠ 괜히 누구씨랑 부부 관계겠냐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부창부수. 어느 부가 먼저 오든 간에 둘의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참 닮았습니다.


『프릭스』는 그런 의미에서 사람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단편 하나 하나가 다 구멍입니다. 하기야 배경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참으로 정신 없게 만듭니다. 특히 두 번째 단편인 『409호실 환자』는 읽다가 넋이 나갔습니다. 이 중 어느 것인가 골라 잡으세요~★라고 해놓고는 해결은 제 3이었습니다. 하기야 안심하면 안되지요. 이 소설은 모두 주인공인 나, 즉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 함정에 빠집니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도저히 G에게 안 맞겠다 싶어서 고이 집어 들고 왔습니다. 저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아마 읽고 나면 여기서 언급되었던 『외딴섬 악마』를 다시 읽고 싶어질 겁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닮았긴 닮았지요. 결말은 전혀 다르지만.;


아야쓰지 유키토. 『프릭스Freaks: 이형의 존재들』, 정경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3, 1만 2천원.
『가모가와 호루모』의 외전, 혹은 속 이야기, 혹은 뒷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본편 보다 이쪽이 마음에 들어서, 『가모가와 호루모』는 이 책을 읽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싶은 정도네요.

『가모가와 호루모』는 호루모라는 특이한 게임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허니와 클로버』에 등장하는 것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며 청춘은 좋은 것이야!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그런 청춘물이기도 합니다. 이 독특한 이야기는 무난하게 끝맺는데, 본편의 전, 본편의 속, 본편의 뒷 이야기가 단편으로 여기에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읽고 나면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이 듭니다.

- 「가모가와 (소) 호루모」는 굉장히 유쾌합니다. 가모가와에 가보신 적이 있다면 절로 상상이 될텐데, 특히 마지막의 절규™가 압권입니다. 이 커플이 잘 되었을지는 알 수 없군요. 하하하;

- 「로마풍 휴일」은 본편의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본편의 등장인물에 대한 외전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네요. 하지만 이 편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아련하고 또 쌉쌀합니다.
하지만 이 편에서 중요한 것은 중간에 등장하는 우물입니다. 저승과 이어진다는 우물이라는데, 위치를 봐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이전에 다른 책에서 언급했던(링크) 그 우물 같습니다. 헤이안 시대의 어느 관리는 낮에는 조정에서 일을 보았고, 밤에는 저승에 내려가 염라대왕 아래서 일을 했답니다. 그 배경이 되는 우물이 실제 있었군요. 가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ㅂ-; 하지만 이 단편에서의 분위기를 보니 아무래도 공개는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물이 말랐다고 해도 우물은 우물이니까요.
아참, 재미있는 수학퍼즐도 나옵니다. 아마 보면 바로 아실 겁니다. 유명한 퍼즐이니까요.


- 「연애편지와 레몬」은 소재가 된 그 책을 다시 읽어야 겠다 싶더군요. 분명 예전에 지금은 연락이 끊긴 모님께서 주셔서 읽어보았는데 제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이 단편을 보고 나니 읽고 싶어지더군요. 여기서도 패러디의 진수다, 여기저기에 함정을 팠구나 싶었는데....


- 「도시샤대학 황룡진」은 패러디의 극강입니다. 아니, 오마쥬? 실제 존재한 인물들을 교묘하게 끌어 들여서 새로운 호루모를 탄생시킵니다. 모든 조건이 만족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이제 한 팀이 더 탄생하는 걸까요? 설마?
하지만 그 자식은 정말.-_-+ 들어다가 가모가와에 수장시켜 버리고 싶을 정도로 얌체 같은 놈입니다. 얌체가 아니라 자기 좋을 대로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 자기 좋을 대로만 해석하는 머저리. 아오! 그 어떤 욕을 퍼부어도 속이 안 풀립니다. 그러니 그런 남자를 선택한 모 아가씨는 눈이 정말 안 좋다고 생각할 수 밖에요. 계속 싸우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놓지는 않는 걸 보면 외모와 성적이 상당한 영향을 주는 모양입니다.


- 「마루노우치 정상회담」. 이건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힌트도 안됩니다. 그저 펼쳐 놓으세요. 다만 다른 두 곳이 어디였을지 조금 궁금해지긴 하더군요. 아무래도 삐~ 안에 있는 곳을 집어 넣은 모양인데, 여긴 워낙 수가 많은지라 어떤 곳이 선택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유명 신사가 근처에 있는 곳이 아닐까 싶긴 하네요.


- 「나무 궤 사랑」. 본편과도 이어집니다. 본편의 에필로그에 스치듯이 언급된 부분에 조금 더 자세히 나오는 셈입니다. 이쪽은 순정.


그러니까 이 단편집의 장르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습니다. 몇몇은 코믹이며 몇몇은 위대한 명작에 대한 오마쥬 이며, 몇몇은 또 순정입니다. 이야아. 하지만 이 모든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모가와 호루모』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책 면지에 있는 교토 지도는 정말....///// 정말로 귀엽습니다. 이 지도를 들고 여행가고 싶은 정도예요. 물론 교토 초행에, 이 지도를 들고 여행을 가면 난리 납니다. 축척이 어그러진 지도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실제로 교토는 아주 크고 아주 넓습니다.


그러니 교토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보세요.+ㅅ+


마키메 마나부.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이규원 옮김. 노블마인, 2009, 12000원.



OTL
오늘 Cicero님 이글루에서 2차 대전 당시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글을 보았는데, 도시 명이 익숙하다 생각했습니다. 저 위의 수학 퍼즐이었어....;......


지금 서지정보 찾아보다 알았습니다. 외전격인 이 책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가모가와 호루모』가 나왔군요. 이러면 처음 책을 찾아본 사람들은 헷갈렸을 텐데.
게다가 두 책의 번역자가 다르기 때문에 호루모 경기의 규칙이나 용어에 대한 번역이 차이납니다. 『가모가와 호루모』를 먼저 읽고 그 다음에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를 보아서인지 이번에 본 책의 용어가 틀렸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이 먼저 번역되었으니....;
소설을 길이에 따라 장편長篇과 단편短篇으로 나눈다면,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은 번역자의 말대로 단편보다도 더 짧은 소설을 가리키는 장편掌篇이라 불릴겁니다. 근데 저는 장편이라는 표현보다는 엽편葉篇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습니다. 가을이라 그런가봅니다.

짧은 이야기라 부담이 없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대로 이 짧은 소설들은 음식을 소재로 합니다. 각 편의 제목인 음식들은 표지에 아주 작은 그림과 함께 분량이 나옵니다. 만드는 법은 대강이나마 소설 속에 등장하니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설 자체가 조리법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네요. 어떤 건 만드는 법이 잘 안나오지만 그래도 넘어갑니다. 요리 연혁(?)이 길다면 글만 읽어도 대강은 따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도 대강 짐작은 했는데 이 소설들은 시간의 순서대로 움직입니다. 첫 이야기는 연말, 그 다음은 새해 참배, 그 다음은 매화, 그 다음은 벚꽃놀이를 다룹니다. 그리고 한 바퀴를 돌아 마지막은 다시 크리스마스. 즉 1년이 다 지나갑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짐작했지만 읽는 사이에 다 잊었다가 역자 후기를 보고 다시 떠올렸지요. 하하하;

각 이야기 중에서 이어진 것은 딱 두 편뿐입니다. 나머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고요. 일상을 다루기도 하고 비일상을 다루기도 합니다. 어떤 이야기는 포근한 느낌이지만 어떤 것은 또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그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짧은 이야기다보니 그 감정들이 직접 와닿는다기 보다는 조금 멀리서 바라보게 되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보니 괜찮았습니다.

엉뚱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른 것은 시바타 요시키의 『참을 수 없는 월요일』입니다. 이쪽은 장편소설이지만 각 챕터가 끊어지다보니 연작 단편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회사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다보니 OL이 주인공인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이 떠올랐나봅니다.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ㅅ/

하시모토 쓰무구. 『오늘의 요리』, 권남희 옮김. 북폴리오, 2010, 12000원.



이 이야기는 어느 청년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나는 맥도날드에서 질투심 많은 여자친구에게서 바람피운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비난의 말을 쏟아낸 여자친구는 맥도날드를 뛰쳐 나갔고, 주인공은 비오는 밖에 우산 하나 없이 맨몸으로 쫓아 나갑니다. 여자친구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질투심이 조금 강해서 이런 일을 종종 벌이는 모양이군요. 그렇게 쫓아나가긴 했지만 비를 보고 잠시 멈칫한 사이 여자친구가 사라집니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 조금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골목 안쪽의 커피점 안내 간판을 봅니다. 조금 고민하다가 충동적으로 커피점에 들어가고, 그 직후 사건이 벌어져 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복잡하지요? 하지만 이런 복잡한 사건들은 탈레랑 커피점의 바리스타인 기리마 미호시에게는 커피를 갈아 내리듯 풀어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곰곰히 생각하고 이리저리 정황을 맞추면서 커피밀을 돌리면 커피가 잘 갈리듯 수수께끼도 잘 갈립니다. 그리고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지요.

책 표지에는 기리마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는 걸로 나오는데 소설을 읽어보면 실제로는 드립커피 전문점입니다. 애초에 일본판 표지부터 저러니 어쩔 수 없어요.


어떤 점에서는 일상추리물인데 말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커피 때문입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관련 정보를 조금이나마 주워들은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지입니다. 커피와 관련된 이름들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있는지 이리저리 돋보기를 들이대며 맞추는 재미가 있어요. 후기를 보면 여주인공의 이름도 넓게는 커피와 관련이 됩니다.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을 비블리오 고서당보다 조금 높게 두는 것은 순전히 제 취향 탓입니다. 비블리오 고서당은 아직 차마 손을 못댔을 정도로 이야기가 조금 무겁습니다. 아니, 무겁다기보다는 마음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1권 아직 번역본 나오기 전에 C님께 원서로 빌려 읽다가 1권 첫 번째 이야기의 무게랑 그 뒤에 나오는 특정 인물 이야기를 듣고서는 고이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탈레랑은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런 분위기가 없습니다. 시종일관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며 손수건만 쥐어짤뿐이지 읽는 데는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C님도 지적하신 이야기인데, 이거 자칫하면 교토 여행 티켓을 끊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읽은 소설의 상당수가 그렇긴 한데 이 책도 교토가 배경입니다. 교토야 워낙 커피로 유명한 동네니 이런 카페가 어디에 숨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으, 저도 기리마씨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요.;ㅠ;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그럴 려면 당장 강릉행 버스표를 끊어야 하나, 그러기에는 비용과 체력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 다음달 쯤 도전하고 싶지만 역시, 비용이 문제네요. 게다가 다음달엔 장거리 출장도 있긔..;ㅂ;...)


오카자키 다쿠마.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2013, 12800.


책 가격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이게 원래 문고판으로 출간된 걸로 알거든요. 사실 그런 의미에서 라노베 가격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가격이 아닐까 했는데 12800원이면 가격이 좀.ㄱ-; 하기야 요즘 책 가격이 체감상 10% 가까이 상승한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습니다...;ㅂ;

(하지만 자네가 최근 구입한 BL 소설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ㄱ- 게다가 12000원이었으면 군말 없었을 테고.;..)
읽으면서 막판에는 『허니와 클로버』의 할아버지 교수들이 눈물을 흩뿌리며 이것이 청춘! 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절로 떠오르더랍니다. 앞부분은 뭔가 싶지만, 읽다보면 이거야 말로 제대로 된 청춘 소설입니다.
그리고 읽다 보면 굉장히 교토가 가고 싶습니다. 배경이 교토거든요. 같은 교토 배경인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보다 이쪽이 훨씬 묘사가 진합니다. 그도 그런게 교토의 동서남북, 전방위가 다 등장합니다. 소소하게가 아니라 큼직하게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이고요. 특히 대물림 의식을 할 때는 책을 붙들고 굴러다녔습니다. 교토 여행을 많이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곳이 어디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교토대 신입생인 주인공은 아오이마쓰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난 뒤에 수상쩍은 동호회 광고지를 받습니다. 자금이 넉넉치 않아 4월부터 여러 동호회의 환영회에 기웃거리며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 전단지를 보고 고민하다가, 얼결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상형의 코를 가진 아가씨를 만납니다. 그 아가씨 때문에 동호회에 계속해서 출석하는데 이거 뭔가 이상합니다. 교토대 청룡회라는 이름에서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기온마쓰리에 멀어진 요이야마 해제, 그 뒤에 이상한 언어를 배우고 난 뒤에 대물림까지 끝나니 이제 어엿한 멤버가 됩니다.

그러니까 얘들이 500대라고 하고, 2년에 한 번씩 동호회원을 모집하니 1천년을 이어온 유서 깊은 호루모는 백호, 주작, 청룡, 현무의 네 팀이 서로를 겨루는 경기입니다. 아니, 대결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네요. 그 네 팀은 동쪽의 교토대, 북쪽의 교토산업대학, 서쪽의 리쓰메이칸대학, 남쪽의 류코쿠대학입니다. 뭐, 다들 연결지으실 수 있겠지요. 그 네 대학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겨룹니다. 그리고 승리자를 따지는 건데, 주인공은 교토대학이고, 청룡입니다. 이 팀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답니다. 거의 꼴찌를 다투었다는군요.

다시 말해 이 이야기는 연애담과 결투(...)담이 뒤엉킨 이야기입니다. 연애나 경기나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두 사람이 그렇게 얄미운 분위기로 흘러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 두 사람이 살신성인-_-을 한 덕에 주인공에게는 반대 급부로 보정이 생기지만 말이죠. 마지막에 흘러나온 그 이름의 비밀도 참.....;;
...
그런데 주인공의 전체 이름이 나온 적이 있나요? 성은 나오는데 이름은..?


전체 이야기 중 가장 백미는 대물림 의식입니다. 대물림 장소는 각 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신사입니다. 북쪽은 가미가모신사, 동쪽은 요시다 신사, 서쪽은 기타노텐만구, 남쪽은 후시미이나리다이샤. 그리고 이 대물림 의식은 남자들만으로 먼저 시작합니다. 여자들은 밖에서 대기하다가 남자들의 의식이 끝난 뒤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의식의 특성상 여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여자는 할 수 없고,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춤입니다. 남녀차별이라 생각하실 분도 있을텐데, 읽고 나면 이건 여성상위의 남녀차별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3월의 그 추운 새벽에 참, 고생 많다 싶네요.

그리하여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공개합니다. 역시 유튜브. 덕분에 아침부터 상큼한 멘붕을 맛 보았습니다.



소설을 읽지 않으셨다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이걸 보고 소설을 읽거나, 소설을 읽고 이걸 보거나 하면 아마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먼산)


마키메 마나부. 『가모가와 호루모』, 윤성원 옮김. 북폴리오, 2010, 11000원.


M님은 이미 읽고 제게 토스하셨고, B님이나 C님 취향에 잘 맞으리라 생각합니다. S 취향에도 맞을 거예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이즈미 교카의 단편집이 보이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이즈미 교카는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한국에 소개된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작가의 이름을 들은 것은 하쓰 아키코의 단편집에서였습니다. 옛날 대원에서 냈던 하쓰 아키코-그 때는 하츠 아키코라 표기했습니다-의 단편집 중에 이즈미 교카의 단편을 소재로 한 것이 몇 편 있었습니다. 모란 등롱 같은 건 아마 전설을 차용했을 테지만, 산속 호수의 주인과 제물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즈미 교카의 단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예 하쓰 아키코 원화 전시회 때는 이즈미 교카의 단편과 관련된 것을 같이 모아 두었더군요.(링크)

이 책은 두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제목에 표기한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라는 이야기인데, 「고야산 스님」은 이즈미 교카라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괴기, 기이한 이야기, 설화. 그런 느낌의 이야기더군요.
「초롱불 노래」는 그와는 다릅니다. 어, 이전에 『외과실』에 실린 표제작 「외과실」이랑 조금 닮았어요. 하지만 그보다는 더 극劇적입니다. 이런 느낌의 이야기는 종종 일제시대의 변사풍(!) 소설에서 보는 것 같습니다.

「고야산 스님」은 사카구치 안고나, 일본 괴기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취향에 맞을 겁니다. 이것도 극중 극, 다시 말해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동행자에게 말하는 구조입니다. 스님이 산길을 잘못 들었다가 하마터면 홀릴뻔한 이야기지요.
「초롱불 노래」는 조금 이상한 할아버지 두 사람에서 시작해서 같은 시간, 비슷한 장소에 있는 어떤 떠돌이 악공의 시선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그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고백으로 넘어갑니다. 거기서 고백과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할아버지들의 진짜 모습과 거기서 과거를 고백하는 어느 유녀遊女의 술회로 바뀌지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하나로 겹칩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철 없는 것 같은 모습에 투덜대며 보았는데, 읽어갈 수록 절묘하게 배치해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걸 보고 감탄했습니다. 역시 이즈미 교카예요.;;;


이즈미 교카. 『고야산 스님/초롱불 노래』, 임태균 옮김. 문학동네, 2010, 10500원.

번역은 나쁘지 않았는데 가끔 지나치게 친절한 주석이 눈에 걸렸습니다.-ㅁ-
제목을 보고 낚이실 분들 많을텐데, 소개하자니 위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도서관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이에 꽂혀 있어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매번 집어들지 말지 고민했습니다. 한국에는 시리즈가 세 권 나와 있는데, 이북으로도 나와 있으니 보기는 편하겠네요.'ㅂ' 번역자는 현정수씨. 그래서 집어들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에는 번역자를 보고 호기심이 들었다는 것도 있습니다.

하여간.

이 책 시리즈의 배경은 삿포로입니다. 정확히는 스스키노 거리고요. 삿포로 역에서 남쪽 방향에 있는 거리가 스스키노인데, 환락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술집이 즐비하고 밤이 더 화려한 그런 곳이라더군요. 예전에 홋카이도 여행 갔을 때는 숙소가 스스키노 거리에서 멀지 않았는데, 실제 삿포로를 돌아다니면서는 스스키노 거리 북쪽만 돌아보아서 스스키노는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밤문화 체질이 아니라 그런 것도 있겠지요.
주인공은 상당한 덩치의 소유자입니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상당히 나가고. 하는 일은 탐정업이라고는 하지만 1인 심부름센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례를 받고 무언가를 찾아주거나, 돈을 대신 받아주기 위한 약간의 작업을 펼치거나, 중재를 하며 협상비를 받거나 합니다. 원래는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는데, 취직이 안되는 과라 그냥 그 상태로 넘어간 모양입니다. 시절은 80년대 후반. 그래서 휴대폰이니 뭐니는 전혀 안나오고 분위기가 아날로그 적입니다. 그러니 하드보일드 분위기도 제대로 나고요.

한데 보통 생각하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같은 장르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이 가끔 허당짓을 벌여서, 그 때문에 실소가 터져나오거든요. 고독한 한 마리 늑대라 부르기에는 늑대에게 미안한 정도? 늑대보다 단계를 낮춰 불러도 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도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꾸려나가니까요.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의뢰를 받아 행방불명된 한 여자를 찾는데서 시작합니다. 안 좋은 쪽으로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더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거든요? 근데 막판에 뒤통수를 두 대쯤 맞습니다.-_-; 아놔. 이런 사람 싫어! 그 덕분에 다음 책을 볼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중이고요. 그래도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보다는 훨씬 무난한 하드보일드입니다. 그쪽은 건조하다 못해 버석버석한데, 이쪽은 조금 유머가 들어갔으니까요.


스스키노를 몇 번 가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해가 더 쉬우실 겁니다. 배경이 삿포로이다 보니 그 주변의 지리를 조금은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몰라도 보는데는 지장 없습니다.


그리고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다 늙었느니 어쩌느니 소리를 하는 주인공 녀석. 언젠가 만나면 엉덩짝을 차주고 싶습니다. 날마다 그렇게 위스키를 부어대니 신체 나이는 50대지! 네놈이 간경화로 일찌감치 가버린다해도 이상치 않아!


아즈마 나오미. 『탐정은 바에 있다』, 현정수 옮김. 포레(문학동네), 2011, 12000원.


헐.
이북까지 나와 있길래 출판사 검색하면 달랑 세권 나오는 것치고는 그래도 튼튼한 회사인가? 하고는 판권기를 보니 문학동네로군요. 허허허허허.


지난 목요일쯤 구입했을 겁니다. 이번에는 잊지 않고 『꿈빛 파티시엘』완결권을 들고 왔네요.

꿈빛 파티시엘 10권. 완결권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중간 내용을 대강 파악하고 있던 터라 완결만 보았습니다. 아, 역시 초등 감성.ㅠ_ㅠ 손발이 오그라 들 것 같긴 하지만, 케이크가 맛있어 보이니까요. 물론 맛있어 보이는 것과 실제 제작이 가능하느냐는 별개입니다만, 일본의 제과 수준을 생각하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치로리 3.
1-2하고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이쪽은 전형적인 카페알파풍. 1권에서 보인 것처럼 누님의 옷갈아 입는 장면을 슬쩍 훔쳐보는 것 같은 그런 시선이 없습니다. 그냥 얌전한 일상물로 돌아간 느낌이네요. 그래서 외려 실망했습니다. G는 1권은 별로라 하더니 2권도 주니까 본 것 같고, 3권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답니다.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칼바니아 14.
음료를 마시면서 보면 책이 망가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보면서 데굴데굴 굴러다닌 장면이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여기서 상당히 큰 떡밥이 하나 풀립니다. 칼바니아 전체 이야기 중에서 가장 큰 이야기는 에큐의 공작 즉위 건입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요. 그 보다 더 앞서 나오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타니아의 결혼 문제인데, 결혼 문제말고도 하나 더 큰 문제가 있더군요. 그게 여기서 열발짝쯤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에큐의 아버지, 전대 공작님이 사랑받는 건 다 이유가 있었군요.ㅠ_ㅠ


늑대와 향신료 16, 17권. 완결권입니다.
이야기 완결은 16권, 17권은 외전과 에필로그가 있습니다. 에필로그의 발단과 전개는 로렌스 나쁜놈 소리가 나올만한데, 뒤로 가면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결말은 예상했던 대로. 그 몇몇 일러스트에서 보여주었던 그 장면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아, 호로 귀여워요.
G가 지금 늑향을 1권부터 보고 있습니다. 이제 2권 들어가는데, 감상을 물으니 호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읽기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초기에는 그냥 나이 많이 먹은 늑대라면서 생긴 것은 꼭 10대 소녀에, 하는 짓도 10대 소녀에, 어른 스러운 모습은 잘 안 보이지요. 그런데 그게 뒤로 가면 역전..ㄱ-; 로렌스가 여기저기 사고 치는 것을 뒷수습하는 것이 호로 아닌가요. 하하하하하.
하여간 호로는 참 귀엽습니다.///

경고문구 하나 날리자면, 17권은 읽다가 한 마리 닭이 되어 날아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혹시 오리가 되신 분은, 오리털 뽑으면 파카 하나 쯤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올 겨울이 춥지 않 ...을리가 없잖아! 이 썩을 커플! 염장은 그만하라고! 콜이 불쌍하지 않아?(...)



마츠모토 나츠미. 『꿈빛 파티시엘 10』, 김진수, 대원씨아이, 2012, 5500원.
하세쿠라 이스나. 『늑대와 향신료 16: 태양의 금화 (하)』, 박소영 옮김. 학산문화사, 2012, 6800원.
『늑대와 향신료 17』(완), 박소영 옮김. 학산문화사, 2012, 6800원.
코야마 아이코. 『치로리 3』,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3, 5800원.
TONO. 『칼바니아 전기 14』, 박소현 옮김. 서울문화사, 2013, 4500원.


꿈빛 파티시엘 번역을 김진수씨가 했군요. 어쩐지, 읽으면서 여러 용어들이 걸리지 않아서 누가 번역했나 생각하다가 읽고 나서는 홀랑 잊었더랬지요. 지금 보니 역시 그렇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일본어 원서입니다. 한국에 번역되어도 좋을텐데, 가능성은 아주 낮진 않다고 봅니다. 최근에 라이트노벨보다는 조금 윗단계로 출간되는 책들이 있거든요. 비블리오 고서당 시리즈라든지, 커피점 탈레랑이라든지. 비블리오 고서당은 번역본을 읽을지 말지 고민중이긴 한데 탈레랑은 도서관에 없네요. 일단 신청했으니 볼지 말지는 책이 들어올 때 시간이 되느냐가 관건입니다.

카라쿠사 도서관도 넓게 보면 그런 수준의 책입니다. 문고판으로만 나왔지만 라이트노벨이라기에는 내용이 가볍지 않아요. 그리고 같은 시기, 즉 지난 여름 여행 때 사온 책들 중에서 가장 기대하지 않았지만 가장 재미있는 책입니다. 물론 현재형이므로 미래에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ㅂ-; 이제 겨우 두 권 손 댔거든요.

비교대상은 삽화에 낚여서 홀랑 구입했던 『오더는 탐정에게(オ-ダ-は探偵に)』입니다. 나뉜 이야기중 한 편은 다 읽고 그 뒤의 다른 편을 읽다가 C님께 빌려드렸는데, 그 사이 『카라쿠사 도서관 방명록(からくさ圖書館來客簿)』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읽었던 책은 기억 저편으로 사장되었지요. 하하하.


각각의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더 탐정』쪽은 표지에 낚였습니다. 주인공이 아주 잘생겼더군요. 근데 성격은 정말로 나쁩니다. 사람에게 높임말로 독설을 퍼붓는 것이 특기입니다. 얼굴만큼은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생겼지만 성격은 절대 아니지요. 그런 성격이야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니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 상대역에 해당되는 여주인공의 성격이 정말 취향에 안 맞습니다. 포기한 이유의 30% 정도는 그 때문입니다. 나머지 70%는 내용에 그리 공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자주인공이 지나치게 순정만화풍이더군요.

사실 『카라쿠사도서관』은 책 뒷면의 소개글을 읽고는 반쯤 포기하고 구입했습니다. 교토 모처에 카라쿠사 사립 도서관이 있는데, 아주 젊은 도서관 관장과 신비한 외모를 가진 17세 남짓의 미소녀가 일하고 있다는 것이 광고문구입니다. 수상하지요. 참으로 수상합니다. 젊은 도서관 관장과 미소녀라. 게다가 메이드복이래요.
그래도 교토 도서관이라니 눈물을 머금고 딱 질렀는데 읽으면서 내내 웃었습니다. 설명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겉보기 설명일뿐. 실제는 다릅니다.

카라쿠사 도서관은 교토 북쪽, 기타야마 쪽에 있습니다. 시라카와도리 근처 어드메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확한 지역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입관료가 300엔. 이 비용에는 홍차 또는 커피 한 잔 비용이 포함됩니다. 커피는 드립커피이고 홍차는 스트레이트, 레몬티, 밀크티 중에 고를 수 있습니다. 한 번 들어와서 허한 시간인지 세 시간인지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시간을 넘기면 비용이 또 듭니다. 티켓도 판매하니 매번 잔돈을 준비하지 않고 왕창 구입했다가 뜯어 써도 되고요.
(옛날 옛적의 버스 회수권이 떠오르더군요.)

그런데 이 도서관은 사실 눈속임입니다. 이 책의 부제가 도서관의 원래 목적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저승사자 오노 타카무라와 상냥한 길잃은 영혼들(冥官.小野篁と優しい道なしたち).
정확한 번역은 아닙니다. 명관은 저승사자라고 해석했는데 저승의 관리를 지칭하는 겁니다. 주인공인 도서관 관장, 오노 타카무라는 헤이안 시대 때부터 유명한 인물이랍니다. 어디 설화에도 나온다는데, 낮에는 조정에 오르고 밤에는 우물을 통해 저승에서 일한다던가요. 투잡을 뛰는 셈인데 죽은 뒤에는 명관, 즉 저승사자로만 일합니다. 그런 타카무라가 사수로서 새로 명관으로 임명된 토키코(時子)를 가르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 두 사람이 지상계의 명계 출장소에서 하는 일은 부제에도 등장하는 길잃은 영혼(道なし)을 저승으로 보내는 겁니다. 현세에 집착이 많으면 죽은 뒤에도 혼들은 저승으로 가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해서 이들을 저승으로 보내는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와중에 타카무라와 토키코의 사정도 뒤섞여 전개됩니다.

타카무라는 토키코에게 항상 존댓말을 쓰는데, 스물여덟로 보이는 타카무라가 열일곱의 토키코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이상하게 보입니다. 게다가 공주님이라고 부르거든요. 이 둘의 관계가 복잡한 건 둘 다 살아 있는 몸일 때, 타카무라는 토키코보다 신분이 한참 아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선배와 후배의 입장인 지금도 선배가 후배에게 존댓말을 쓰는 상황이 된 겁니다. 고칠 생각을 전혀 안하고, 토키코도 그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더군요. 그리고 사실 둘의 나이차이는 10살 이상입니다. 죽기 전에는 열여덟살 정도 차이났던 모양이니까요. 하지만 ... 맨 마지막 편을 읽으면 몇 군데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나중에 B님께 여쭤봐야겠습니다.;

길잃은 영혼들을 돌려 보내는 각 이야기들도 상당히 잘 풀어냈더군요. 대신 읽는 동안 교토 여행이 심각하게 땡기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으어, 저도 시라카와도리를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걸어서 오리강을 건너고, 데마치야나기 주변을 걷고 싶습니다.;ㅂ;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타카무라의 성격입니다. 물론 맨 마지막 편에서 타카무라와 토키코의 관계에 대해서 음... 상당히 곤란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하여간 타카무라의 성격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변태일 겁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이야기에서 20대 중반쯤의 아가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_-;

"しかし作業服の下にガーターベルトとストッキングはいただけない. 非能率的だ. ついでに言えばまったく色氣を感じない."
(하지만 작업복 아래에 가터 벨트와 스타킹은 받아들일 수 없어. 비능률적이야. 이어 말하면 전혀 색기가 느껴지지 않아.)

여기서는 반말투로 말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존경어를 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평범한데, 가끔 날리는 멘트가 능글맞고 변태기미가 엿보이는 아저씨입니다. 하기야 몇 년을 살았는데.-_-; 아니, 그래도 삐~년 만에 만난 토키코가 네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딱 잘라 이야기하는 걸 보니 그 사이에 저런 변태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인데 단권인듯합니다. 뒷 권은 없어 보이네요. 과연? 뒷이야기도 더 나올법한데 말입니다. 번역 나오면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요. 물론 안나오면 어쩔 수 없이 원서로 또 한 번...;ㅂ;


仲町六繪. 『からくさ圖書館來客簿』. アスキ-.メディアワ-クス, 2013, 610엔.

『신참자』는 재독입니다. 아니, 삼독, 사독인가? 하여간 빌려 읽은 걸로 따지면 아마 두 번째 일겁니다. 지난번에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읽었더니 갑자기 이 책이 보고 싶어져서 말입니다. 마침 대출중이라 한참을 기다려 빌려 읽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갈릴레오의 고뇌』랑 같이 감상을 올리게 되네요.

『신참자』야 두말할 나위 없이 재미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건들을 하나 하나 쫓다보면 그게 실마리로 연결됩니다. 닌교초의 골목을 수없이 누비고 다닌 끝에 드디어 신참자라는 딱지를 떼고 자리를 잡지요. 게다가 주인공이 가가 형사라 매력은 배가 됩니다. 아.... 도대체 로맨스 라인은 어디로 도망가 버린 건지.-_-; 이전에 다른 분들이랑도 이야기 했지만 가가 형사에게도 로맨스는 있었으나 그 다음편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랍니다. 아마 한 번 쓰고 작가가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지요. 크흑.


『갈릴레오의 고뇌』는 솔직히 아주 재미있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성녀의 구제』인가, 하여간 다른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여자 형사가 그닥 취향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하하하; 원래 원작에는 없다가, 『용의자 X』를 영상화 하면서 등장했다는 인물입니다. 그 뒤에는 소설 시리즈에도 등장하는데,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고역이예요..ㄱ-;;;


하여간 두 권 모두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지난 번에 요리 책 세 권을 빌려 모두 다 보았는데 그 중 두 권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한 권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G랑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일이 있는데 이번에 그랬습니다. G는 그 책이 좋았다지만 제가 보기엔 영 아니었거든요. 뭐, 보는 시점 차이입니다만.
(실은, 오늘 아침에도 소금 건으로 한 판 했습니다. G랑 저랑 보는 부분이 전혀 다르더군요. 평행선.-_-)

마음에 들었던 한 권은 다른 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제대로 낚아서 이미 생협에서 구입 예정이신 분이 둘. 그리고 이 책은 C님도 높은 확률로 구입하실 겁니다. 그런 고로 리뷰는 미루고요, 다른 한 권부터 씁니다.

『우정욱의 맑은 날, 정갈한 요리』입니다. 한식 조리법이 나와 있는데 집에서 편하게 해먹을 반찬이랑 손님상에 올릴 음식들을 소개했습니다. 책 편집이 괜찮고 레시피도 상세합니다. 앞부분에 손맛 조미료라고, 생강청을 비롯해서 여러 조미료를 만드는 법이 나오는데 이건 아마 C님이 보고 낚이실..(...)
한국 음식만 나온 것이 아니라 퓨전이라고 할만할 일식이나 서양음식도 섞여 있습니다. 그래도 한식이 많은 편이라 한 권쯤 집에 놓으면 참고하기 괜찮을 겁니다. 다만 책이 떡제본이라 편하게 펼쳐 놓고 보기는 쉽지 않을거예요. 집에서 보고 쓰기에는 아예 다 분해해서 낱장으로 보는 게 좋을지도...;...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김난주 옮김. 재인, 2012, 14800원.
『갈릴레오의 고뇌』, 양억관 옮김. 재인, 2010, 14800원.
우정욱. 『우정욱의 맑은 날, 정갈한 요리』. 비앤씨월드, 2010, 16000원.

가격을 비교하니 참..ㄱ-;
컬러판에 두께도 얇지 않은 요리책이 1만 6천원. 두께가 얇은 것은 아니지만 소설책의 가격이 1만 5천원 가량. 끄응. 책값이 확 올랐다는 실감이 이런데서 납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더이상 사전으로 수익을 올리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새로운 사전은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
물론 100% 그렇다고 확신은 못합니다. 정말로, 한국의 종이사전은 없는 건가요?


써놓고 보니 사전과 사전은 다르죠. 백과사전의 사는 事에 대한 것이고, 이 책에서 다룬 것은 辭전이니 말입니다. 즉, 말과 단어의 뜻을 모아 놓은 종이책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사전이 이제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닮았습니다. 아니,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옛날 옛적에는 집에 사전이 없는 집이 없었습니다. 백과사전 한질은 갖춰놓고 거기에 국어사전이 있었으며 더불어 영어사전도 있었지요. 지금은 사전이 있어야 교양을 말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브리태니커보다 더 많이 알려진 위키피디아가 있으니까요.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만들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의 지혜를 모아 만든 것이고, 그것이 정말로 지혜의 축적인지, 정말로 공신력이 있는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백과사전이나 사전은 참고자료로 쓸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위키백과를 참고자료로 올리면 그리 좋은 시선은 못받을걸요. 블로그의 글에서라면 무리없이 넘어가겠지만 논문에서는 무리죠.;

하여간 이 책은 그 사양산업에 해당하는 辭전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전체 이야기는 다섯 가지입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인물이 한 명 있기는 하나, 각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이 두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겁니다. ..아마도?;


사진의 출처는 다음 영화. 거기에 올라온 스틸사진입니다.

이 책을 읽은 것은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배를 엮다』라는 영화가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개봉했는데, M님이 아주 극찬하시면서 제 취향일거라고 콕 찍어 이야기하시더군요. 사전과 출판사와 쌓여 있는 책과. 아아아. 이거 안 낚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9월의 일반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G가 이야기를 듣고 검색하더니만 원작 소설이 있다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게 바로 이 책이었던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서 어제 슬쩍 D님께 여쭤봤는데 아마도 책의 완결부분까지 거의 다 다루는 모양입니다. 이 사전의 이름은 대도해. 언어의 바다를 건너는 배.... 그 배를 만들어 엮는 작업이 사전편찬 작업이고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그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그냥 지나가지만은 않습니다. 마지막에 모두 엮이거든요.

소설을 보면 사람을 모으고, 힘을 기르고(그 사이 연애도 하고-_-), 새로운 사람을 모으고, 사전을 만들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그리고 한참만에 드디어 완성합니다. 완성하여 출간한 것이 대단하다 싶은 정도로 엄청난 노고가 들어갑니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는 백과사전이건 사전이건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어떻냐 물으면 웃지요. 하하하.;ㅂ; 지금은 사전 읽기를 거의 하지 않나봅니다. 하지만 사전은 절대로, 웹으로 보면 안됩니다. 전자사전도 안돼요. 그런 건 사도입니다. 사전은 오롯이 종이로 된 것을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내가 원하는 단어를 찾는 도중 그와 유사한 단어를 발견하여 새로운 앎의 기쁨을 얻기 위한 곳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엮어주는 이 사람들이 참으로 대단해보입니다.

일단 B님과 C님과 T님은 좋아하실겝니다. 잔잔하지만 그 안에 또 기승전결이 나름 담겨 있거든요. 게다가 배경이 스이도바시랑 가스가 주변이라.-_- 또 도쿄 여행을 자극하는 현실적인 책입니다. 게다가 유머도 상당합니다. 상자를 이리저리 맞춰 테트리스를 하는 능력이 사전 편찬에 아주 도움이 된다는데서는 웃을 수 밖에 없었어요.


영화 개봉은 9월이랍니다. 영화 개봉을 기다리지 못하고 원작을 먼저 보았는데, 워낙 영화에 대한 평이 좋으니 기대되네요. 영화는 보러 갈 생각이고, 이후 DVD나 블루레이로 구입할 생각입니다. 그 때가 기대되네요./ㅅ/



미우라 시온. 『배를 엮다』, 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2013,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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