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는 오레키가 제일 귀엽습니다. 두 오레키 모두 말이지요. 흑막 오레키와 흑말 호레키. 왜 흑말이냐 하면 말처럼 일하는 오레키니까요.(...) 말처럼 끌려다니는 오레키. 하하하. 오레키 호타로의 이미지는 그렇습니다.

엊그제 도착한 『쿠드랴프카의 차례』를 읽다가 위화감을 느끼고 왜인가 생각했는데 바로 떠올랐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 권인 『빙과』는 제대로 보았는데, 그 다음권『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안 읽은 겁니다. 두 권 한 번에 사놓고는 첫 번째만 읽고 두 번째는 읽는 걸 잊은 채 G에게 넘긴 겁니다. 그 사이에 책이 잠시 대출 나갔다 왔거든요. 그러니 까맣게 잊고 있었지.

책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애니메이션하고 비교가 되는데 세 번째 책을 보면서는 애니메이션이 잘 만들기는 했으나 소설과는 다른 맛이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설의 분위기와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소설은 그야말로 학교에서의 짤막한 사건을 보여주는데 비해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길고 섬세하며 미묘하면서도 아픈 이야기를 잡아냅니다. 그러니까 각 이야기 사이사이에 있는 뒷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 다 끌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사이를 잘 채웠지요. 하지만 그 사이에 채운 것들이 오히려 이야기 전체를 감상하는 데는 방해 요소가 됩니다. 애니메이션 전체 이야기 중에서 『쿠드랴프카의 차례』를 다룬 편들은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블루레이를 구입한다 해도 이 편은 빼고 할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은 다릅니다.

소설판은 고전부 부원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됩니다. 돌아가며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봅니다. 어떤 때는 관찰자, 어떤 때는 주인공이로군요. 그렇게 돌아가며 사건을 구경하는데 중간중간 폭소가 터집니다. 아, 정말 귀엽더라니까요. 거기에 몇몇 인물들은 여기서 제대로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후반부의 사건에서 등장하는 주몬지 카호도 여기서 먼저 나왔더군요.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그 아가 이 아인지 몰랐습니다.
거기에 문집 판매 대금이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문제 등등도 여기서 상세히 다루고 있고요.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였던 『저녁에는 송장이』와 관련된 마야카의 이야기도 무난하게 넘어갑니다. 거기서 나오는 고양이 캐릭터가 뭔가 했는데 여기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네요.

다시 말해 소설을 먼저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탄했을 텐데,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소설을 보고 있노라니 애니메이션이 채운 이야기들이 너무 무겁게 느껴집니다. 빡빡하게, 쉴틈 없이 보여준다고 해야하나. 하기야 그게 교토 애니메이션의 장점이자 단점일지도 모릅니다.




344쪽.
호타로와 사토시의 대화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미싱 링을 발견한 거야?"
 미시건 뭐?
"미싱 링. 잃어버린 고리. '십문자'에게 피해를 당한 각 동아리에 숨은 연관성이라도 발견했느냐고 묻는 거야."

혹시 이것도 쿠드랴프카의 차례에 따라 생략된 걸까요.
...
말장난 적고 보니 이해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기도...(먼산)



요네자와 호노부. 『쿠드랴프카의 차례』,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4, 14000원.


그러고 보면 애니메이션과 번역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녁에는 송장이』도 먼저 방영한 애니플러스 애니메이션에서는 『저녁에는 몸으로』라고 번역했지요. 앞뒤 정황을 봐서는 소설의 번역이 맞을 거라고 봅니다. 제행무상-원효대사의 해골물과 같은 개념을 다룬 이야기니까 송장.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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