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가 반납한다고 건네온 책을 들고 와서 유심히 책등을 보는데, 문득 이 책 감상을 적었나 아닌가 헷갈리는 겁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확인했더니 안 적었어요. 어헉.; 왜 빼먹은 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 읽고 나서 G에게 넘겨주고는, 나중에 반납하면 그 때 감상 적겠다고 했나봅니다. 그러니 빼먹었지. 일단 리뷰는 2014년에 적는 걸로 하고, 독서목록에도 뒤늦게지만 추가합니다.ㅠ_ㅠ 이렇게 흘려보낸 책이 적지는 않을 것 같은데 넘어갈 수 밖에 없지요.


이 책을 왜 빌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합니다. 아마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발견하고 검색한 뒤 빌렸거나, 가장 최근에 본 잡지-행복이 가득한 집에 이 책이 실려서 검색했거나. 아마 둘 중 하나일 겁니다. 하여간 이 책이 임업과 관련된 소설이라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집어 든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로 임업에 대한 책입니다.

벌목이나 채벌, 간벌 등 임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옛날 옛적 『우담바라』라고 하는 한국소설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책이냐 물으신다면, 고등학생이 재미로 볼만한 책이긴 하나, 지금 다시 보기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책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커플링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손 댈 생각이 없거든요. 게다가 최근에 작가가 이 이야기의 후속편을 냈는데, 결말 부분만 확인하다가 제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걸 확인하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하여간 그 책에서, 지역 유지의 후계자로 집안을 이끌어 가는 아가씨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것이 선산을 포함한 집안 산림의 간벌을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이전에 친구에게도 잠깐 들었지만, 산은 꾸준히 관리해야지 좋은 나무가 자라고, 그래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더군요. 그냥 알아서 자라게 내버려 두면 나무가 잘 크지도 못할뿐 더러 채벌한다 한들 돈이 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경복궁 등의 대규모 보수공사를 위해 나무를 베러 가는 몇몇 사진에서도, 대들보를 베기 위한 나무를 베러 가는데 산이 조금 허전하다는 느낌이 있었지요. 흔히 주변에서 보는 것처럼 나무가 빽빽하게 들이차고 관목이나 덩굴이 엉켜있는 그런 모습은 아니더랍니다. 그러니 그렇게 좋은 나무가 자라는지도 모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주인공 유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어머니와 담임선생님의 작당하에 나고야 너머 어드메, 하여간 깊은 산골에 임업연수생으로 끌려 갑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적당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에서 굴러 다닐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담임이 멋대로 임업연수생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거죠. 물론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부모님의 동의가 있으면 제출이 가능했을 겁니다. 어머니야 빈둥거리겠다는 아들의 속내가 빤히 보였을 테고, 최근에 태어난 손자에게 빠져 있었으니 번거로운 작은아들은 멀리 치워도 상관 없었겠지요.

그런 이유로 유키는 휴대폰 전파도 잘 닿지 않는 산골 마을, 가무사리라는 곳으로 끌려 갑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는 가무사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유키가 일하는 나카무라 삼립조합 사람들과, 가무사리라는 공간 그 자체를 다룹니다. 근데 앞서 리뷰 올린 책보다는 훨씬 본격적입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임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나무를 잘 가꾸기 위해서는 채벌도 중요하지만 잘 심는 것도 중요합니다. 잘 심고 나면 그 다음엔 잘 자라도록 가지치기도 해야하고요. 30년생 나무를 베어다 파는 것이니, 그 30년 동안은 주변의 산림을 돌아가며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지금까지 이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을 유키는 내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데, 특히 요키라는 이름의 사수(라고 해두지요)가 특히 심합니다. 이건 요키가 유키보다 훨씬 일을 잘하고, 훨씬 능력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령도 좋고 천재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임업분야에 재능이 있거든요. 누구는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는데, 누구는 도끼 하나로 슥슥 나무를 간벌한다든지, 가지치기도 도끼 한 자루면 충분하다는 모습을 보인다든지. 그러면서 아주 미인 아내도 있고 바람도 잘 피우고(...) 능력 있는 전형적인 남자입니다. 그런데 유키와는 별로 나이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그러니 라이벌을 넘어서서 불편한 상대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보다보면 일본 산속 어드메에는 정말 이런 공간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정말로 산신의 보호를 받고,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베고, 산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을 거라고요. 가무사리 숲에서의 1년은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ㅅ+

(물론 취향을 탈 수 있습니다...ㄱ-;)


미우라 시온.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 오세웅 옮김. RHK(랜덤하우스 코리아), 2012, 12000원.


다른 것보다 소재가 독특해서라도 한 번 읽어보시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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