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Esendial - 3

야이, 빌어먹을 놈의 자식아! 아무리 감추려 그랬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국가 기록물을! 그것도 원본을! 그렇게 덥석 잘라낼 수 있는 거냐! 이 삐~ 자식아!

그러니까 공포소설에 자주 나오는 것처럼 그 집에 들어가면 절로 소설을 쓰게 됩니다. 근데 그 소설이 참 독특합니다. 책 말미, 그러니까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에 후일담 비슷한 이야기로 언급이 됩니다. 그게 참 공포스러워요. 그 집에서 뛰쳐나오지 않았다면 골치 아팠겠다 싶거든요.
무엇보다 료코의 존재가 어중간 합니다. 이 사람 미친 것 같아.-ㅁ-; 아니, 하지만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 자체가 의심되는 사람의 증언 밖에 없잖아요? 물론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한다 해도 뭔가 미묘하게 안 맞습니다. 사고가 난 뒤에 정신이 나가서, 혹은 집에 홀려서 저런 범죄를 저질렀다? 그게 공포다?
...
음,
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인가봅니다. 지나가던 행인 1이 연고도 없는 집에 들어가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고 그런 엽기적인 행위를 했다고 하면 다들 비웃을 겁니다. 아니, 그게 또 거꾸로 그 사람이 범인으로 의심받지 않은 이유일지도 모릅니다만, 이상하잖아요.;

그냥 책 전체적인 분위기와 이야기를 받아 들인다면 추리소설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지요. 그렇긴 합니다만, 앞으로는 "히히히"라는 글자만 봐도 소름이 오도도도도독 돋을 것 같은게.-_-;


게다가 미쓰다 신조의 무서움은 해설에서도 언급됩니다. 저, 해설 앞부분 읽으면서도 이게 진짜 해설인지 아니면 소설의 일부분인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중반쯤 읽고서야 이게 '정말로 다른 사람이 쓴' 해설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정도로 허구와 실제를 뒤섞어 놓았으니 알아채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사람 무서워...;

게다가2 이 책으로 돌하우스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아놔.;ㅂ;
나이 예순 되면 돌하우스 하나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이번 트라우마로 돌하우스를 만들게 될지 의문입니다. 흑흑흑. 어제 혼자서 불꺼진 방 옆을 지나가는데 어둠이 무섭게 느껴졌으니.... 으흑흑;ㅂ;

제 취향만 놓고 따지자면 『염매』보다는 『산마』가 위입니다. 왜냐면 『염매』가 더 무섭거든요. 시골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 사람 없는 외진 곳을 걸을 때의 느낌이 굉장히 스산하다는 걸 직접 체험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염매』에서 언급하는 '마을 전체가 눈에 안 들어온다', '사각이 많다'는 것이 굉장히 무서웠고요. 제가 원래 겁이 좀 많습니다.
제가 도조 겐야 시리즈에 갖는 불만은 괴이와 현실을 딱 가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는 정확하게 둘로 나뉩니다. 물론 제 생각이지만, 반은 괴이를 인정하고 반은 괴이를 현실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그 끝맺음이 깔끔합니다. 질척하지 않아요. 근데 『산마』나 『염매』나 괴이와 현실을 나누지 않습니다. 물론 도조는 괴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풀어내지만 그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이런 해석이나 설명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 확신이 서지 않아요. 특히 『염매』의 해결편은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한 번 지적하고 전체 추리를 풀어낸 뒤, 그것에 모순이 생기면 범인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서 다시 풀어냅니다. 그리고 거기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면 또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적합니다. 『잘린 머리』나 『산마』나 『염매』나 패턴은 같습니다.
아마 저나 B님의 평가가 갈리는 것은 읽은 순서에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잘린 머리』를 가장 먼저 보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본 『염매』에서는 그런 추리에 염증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니 이놈, 해결을 제시하고는 '아니면 말고'라는 건 뭐냐! ;ㅁ;

민속 전승을 써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또 다른 책에서도 많이 보았습니다. 교고쿠도에서는 장황하게, 몇 장이나 써서 그 이야기를 풀어 냅니다. 여기서는 도조 겐야와 다른 인물들이 번갈아 대화를 합니다. 그러니 장황한 분위기는 없습니다. 대신, 번역과 편집의 문제도 있지만 인식하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거야 교고쿠도에서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책과 비교하면 조금 다릅니다. 음, 제가 이 책을 보면서 이런 분위기는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 했더니 오늘 아침에야 그 책이 떠올랐습니다. 니시오 이신.; B님 블로그에 리뷰는 없더군요. 니시오 이신 시리즈 중에서 『괴물 이야기』(바케모노가타리)를 보면 이런 류의 괴이들이 한자 표기법과 독음, 이음동의어, 동음이의어, 의미의 변화, 말장난 등등 다양한 방향으로 변주되어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해요..-ㅁ-; 특히 『염매』에서 집안 이름을 두고 설명하는 것은 아주 익숙합니다. 그래서 식상하게 느꼈는지도 모르지요.

『염매』나 『산마』가 『잘린 머리』보다 덜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범인입니다. 『잘린 머리』는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을 못했고, 마지막의 뒤집히는 부분도 전혀 생각 못했던 것이고요. 근데 『산마』는 그럴법 하다 생각했고 『염매』는 아예 초장부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염매』는 수수께끼 몇 가지가 풀리지 않았군요. 렌타로의 행방불명은 큰 집의 짓인건지, 레이지와 구로쓰가 가깝게 지낸 것은 왜인지. 가장 큰 문제만 풀어 놓고 나머지는 설렁설렁 넘어간 것 같습니다. 하기야 원래 사건이 벌어지면 그렇지요.; 오히려 모든 사건이 깨끗하게 풀리는 것이 이상할 지경입니다.


『산마』와 『염매』가 마음에 덜 들었던 또 하나의 이유. 범인에 대한 처벌입니다. 『산마』는 특히 맨 마지막 해결 부분에서 혈압이 확 올랐고, 『염매』는 마지막의 그 덧붙임이 사람 속을 뒤집더군요. 전 깔끔한 것이 좋습니다. 하하하하.;ㅂ;

- 자아. 도지슨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미 이 인물에 대해 파악이 다 되었는데, 그러고는 살짝 좌절했습니다. 아놔; 이 코드가 이리 쉬운 코드였나? ;ㅂ; 내가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닌가? ;ㅂ; 거울을 보고도 확신이 섰고요.

-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읽다가 미싱링크였던 부분을 재차 깨달았습니다. 왜 갑자기 시계관이 등장하나, 이상하다 했더니 나름의 이유가 있었군요.

- 마지막의 트릭을 보고는 앨리스보다 「신의 등불」이 먼저 떠오릅니다. 마스터님은 아시겠지요.-ㅂ-; 모르시면 안됩니다? 그 소설 주인공 이름이 앨리스였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그 트릭도 참 재미있었고요. 이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읽다가 맨 마지막, 범인의 수기를 보았을 때 조금 이상하다 생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후계자 운운한 부분 말이죠. 분명 앞에서는 애를 질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뒤에서는 후계자 언급한게 이상했거든요. 막판의 반전과 그 설명을 보고서야 깨달았고, 앞으로 다시 돌아가서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앞부터 함정을 파 놓으면 어쩌냐는 말이냐! 싶었습니다.

솔직히 범인이 어렸을 때 당한 그 일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아는데, 꼭 그렇게까지 죽여야 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왕이면 내 손으로 죽이겠다는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참.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다고 해도 신흥 종교의 교주인만큼 그 사실을 폭로해서 아예 무너뜨릴 수도 있잖나요.
일단 범인은 무고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지요. 이미 거기서 양심이 마비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완전범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하려 한다면 어찌되었든 그 반작용이 돌아올 수 밖에 없어요.

살인에 사용된 방정식 자체는 참신하지만 조금 억지가 있어 보입니다. 음, 취향에 안 맞아요. 방정식이 등장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F가 된다』가 연상되던데, 전체 트릭은 F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분위기도 그렇고요. 쓰다보니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이 도서관에 있던가?

그렇지 않아도 내내 눈이 가는 사람이 있어 이 사람이 의심스럽다 생각했는데, 그래서 다른 인물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헛짚었더군요. 배신당했다 생각하며 해결편도 건성건성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이런 저런 상황들을 떠올려보니 의심갈만 하군요. 그런 부분도 저런 부분도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ㅂ;

게다가 앞부분과 맨뒷부분에 편지가 있습니다. 앞부분의 편지를 보고 맨 뒤의 편지도 그런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것도 지레짐작이더라고요. 하하하.;ㅂ;

주인공인 이즈미 사에코는 어느 날 갑자기, 타인의 손에 이끌려 엄격한 교풍의 기숙사제 여학교에 들어갑니다. 머리 길이를 포함해 헤어스타일과 입을 옷, 심지어는 기숙사 내에서의 복장까지 지시하는 그런 학교입니다.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꼬투리를 잡아 혼내기 바쁘며 사고를 치면 독방에 감금하기도 합니다.
평범한 집에서 자라왔던 사에코는 그런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데다, 학급의 분위기도 반장인 아야가 주도하는데 따라 기묘하게 경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에코의 룸메이트인 타카토리 케이는 그런 반에서 겉도는 분위기고요.
어두운 분위기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반전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또 다른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 하나 죽어갑니다. 다만 이건 끝까지 다 읽었을 때 알았던 것이고, 처음 두세 번째 죽음까지는 단순히 누군가와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종 반전은 범인의 정체. 범인이 누군지 미리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범인이 왜 그 사람들을 죽였는가와 범인의 정체가 무엇인가는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이건 사에코의 과거와도 관련이 있고요. 게다가 지속적으로 보이는 사에코의 악몽과, 이야기 중간 중간 등장하는 누군가의 독백이 얽히면 마지막 장면도 고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입맛이 쓴 것이죠.

그러니까, 80%를 넘어간 시점부터 이상한 기류가 흐릅니다. 마사토와의 관계인데... 앞에 나오는 겐이치로의 수기에서도 느꼈지만 끈적해요. 물론 편지글에서의 이야기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담백한 편입니다. 그러니까 이쯤이면 스토커에 가까운 팬과 연예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데 마사토와 주인공(나)의 관계는 이상합니다. 게다가 상당히 앞부분에서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주인공의 이름이 안나옵니다. 마사토가 주인공을 어떻게 부른다고 언급은 하지만 그 이름이 무엇인지 나오지 않습니다.

한 번 더 접고..

[#M_더보기|접기|이중으로 접는 것은 내용 폭로를 또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야, 이 책은 몇 중으로 사실을 가리고 있는 걸요. 앞부분은 아무리 봐도 추리가 아닌 음악소설인데 절반을 넘어가면서 사건이 등장하고, 그러면서 이야기가 조금씩 진도가 나갑니다.

그리고 50%를 넘어가면서부터 슬슬 앞서 말한 이상한 기류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BL. 아마 상당수의 독자들은 이쯤에서 불온한 기색을 눈치채고 책을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사토에 대한 나의 감정이 굉장히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이 그 즈음이거든요. 아마 감상이 많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딱 거기가 고비입니다. 대학에 합격하고, 그리고 끝에 다다르면 이야기는 그냥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으로 보이던 살인사건으로 돌아갑니다. 이게 추리소설인 이유를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그 앞은 아무리 봐도 음악소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마구마구 넘어갔는데 책 한 권을 1시간 만에 읽는 신기(-_-)를 발휘하며 넘어갔더니 별장에서의 사건, 맨 앞에서부터 등장한 손가락 사건이 나옵니다. 마사토가 피아노를 더이상 치지 않게 된 계기가 된 사건 말입니다. 내내 기다렸는데 여기서 분위기가 요상하게 꼬이더니 키스신.OTL 상당수 독자들은 또 여기서 탈락했을 겁니다. 저도 그부분은 대강 넘어가면서 나오는데, 이 때 왜 갑자기 또 칼부림?; 게다가 그 칼부림을 한 아가씨는 자살했다고요? 게다가 자살 후에 이 사람은 그나마 평범하게 사는 것 같더니 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이 수기를 쓰고, 왜 정신이상 초기 같은 분위기를 뒤에 남기는 겁니까.


그렇게 생각했더니 맨 마지막의 편지글이 이야기를 끝맺습니다. 아마 B님이 말씀하신 구조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편지글로 시작해 본편으로 가고 이야기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절정(살인사건)의 묘한 분위기가 마지막장까지 이어지며, 뭔가를 폭발시킵니다. 그리고 마무리 주제는 또다시 편지글. 하지만 이 역시 불온한 분위기를 풍기며, 사람들에게 의심만 잔뜩 심어 놓고는 질문과 함께 마무리됩니다. 하하하하.


게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사토의 정체였어.OTL 아니 앞부분에 슬쩍 번역가가 장난(?)친 것이 있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