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안 읽은지 오래되었는데, 서가에서 신간으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길래 호기심에 집어 들었습니다. 책이 얇기 때문에 읽는데 얼마 걸리지는 않았는데 다 읽고 나니 참 복잡한 심정이 들더랍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꼽습니다. 하지만 이걸 언제 다시 읽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마지막으로 읽은 것은 원서였다고 기억하는데, 원서의 분위기는 번역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번역자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지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거의가 다 김난주의 번역인데 어제 읽은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읽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40분. 그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얇은 책이고 가벼운 내용입니다.


배경은 하와이이고 읽다보니 어디서 많이 읽은 이야기가 나왔다 했더니 이전의 다른 소설과 이어집니다. 조금만 검색하면 어떤 소설과 이어지는지는 아실 수 있으니 그건 넘어갑니다. 중요한 부분은 그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하와이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많이 나고, 『왕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치료술 혹은 치유 같은 이야기도 나옵니다. 주인공은 퀼트를 하며 이것이 밥벌이에 해당됩니다. 그렇다보니 또 제 취향을 직격했다고 투덜댔는데 읽고 나니 손이 근질근질한 것이 바느질이 하고 싶더랍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평소 습관대로 책을 한 번 다 읽고 두 번째 읽고, 세 번째 읽었을 때 책에 질려서 책장이 그냥 넘어갑니다. 훑어 보는 수준이고 자세히 파고 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랍니다.

물론 앞선 소설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암리타』도 생각나고, 전작에 등장한 기이한 가족 구조도 여기서 이어지고, 「도마뱀」이나 『왕국』에서 나온 것 같은 기 치료도 등장합니다. 연애물이니 기본적으로 연애도 등장하지만 또 주인공의 직업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읽다보니 요즘 조아라 소설 리뷰하면서 투덜댔던 자기 복제가 떠오르네요.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쓰다보면 결국 자기 복제라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소설 취향이 확고한 작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가볍게 읽기는 좋지만 그 이상은 아닌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 그러면서 왜 보면 또 찾아 읽게 되는 건지.;



요시모토 바나나.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3,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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