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공포소설에 약합니다. 공포소설은 잘 보지 못할 뿐더러, 가끔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몽을 꿀 때가 있습니다. 그건 어렸을 적의 일이긴 했지만 육영사에서 나온 추리소설 전집의 표지를 보고 무서운 책이라고 생각해서 밤마다 악몽을 꾼 적이 있었지요. 그 책은 고이 큰집으로 보냈다가, 1년 뒤에 『기암성』을 읽고는 이 책이 무서운 책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도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거 참 묘한 전집이었지요. SF 단편선도 상당히 들어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공포소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퇴마록 국내편을 본 날 악몽을 꿨습니다. 국내편 2권이었나, 집에 혼자 지키고 있는데 밖에서 개가 들어오려고 하는 급박한 상황 말입니다. B님은 아마 그 편 눈물 겹게 보셨을 테지만 저는 그날 밤 방문 밖에서 그런 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상상하며 악몽을 꾸었습니다.


그런 제가 나이 먹어서는 미쓰다 신조까지 보게 되더군요. 오노 후유미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나이 먹는 것은 무뎌진는 것인가라고 안심 혹은 방심한 사이 이번 책에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아놔. 정말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위에 눌릴 것 같은' 상황은 아주 오랜만에 겪었습니다. 오노 후유미의 『잔예』나 『귀담백경』보다 이게 더 무서웠어요.


『백사당』과 『사관장』은 짝을 이루는 책입니다. 이 둘을 묶어서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가 됩니다. 맨 뒤의 책 소개에도 둘다 작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라고 나옵니다. 맞아요. 짝을 이룹니다. 그래서 더 방심했습니다. 왜냐하면 『백사당』은 이야기 구성이 조금 독특할 뿐 아주 무섭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물론 어디선가 엿보는 시선이 느껴진다거나, 망자의 몸을 닦기 위해 상주(당주)가 전용 공간에 들어가 시체와 단둘이 밤을 지새워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설정만으로도 무섭긴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한 때 유행하던 유머에 가장 아르바이트 소득이 높은 것으로 시체닦이가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시신을 닦는 것이니 더 무서울 수 있다고는 해도, 시신을 닦는 것이 쉬울리가 있나요. 은근 무거운데다 해야 하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복잡할 겁니다. 왜냐면 닦는 목적이 마가 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거든요. 다시 말해 그 과정에 *******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걸 위해 손도끼도 준비한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그런 복잡한 과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허술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수기라고는 하던데...



라고 생각했더니 뒷 이야기가 바로 이어집니다. 『사관장』. 편집자이자 호러작가인 미쓰다 신조는 평소 알고 지내던 편집자에게서 나이 지긋하게 먹은 남자를 소개 받습니다. 본인의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작가지망생이라는데 자신의 경험담인 공포소설을 써냈다더군요. 그래서 공포소설이나 관련 서적을 기획하는 미쓰다 신조에게 소개를 한 겁니다.

미쓰다 신조는 그 사람이 어렸을 적 겪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걸 원고로 보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 얼마 뒤 손으로 쓴 원고가 도착하는데, 그 원고를 읽는 사람마다 기묘한 일에 휘말립니다.


전체 줄거리를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막판에 반전이 있습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수기인지 헷갈린다는 겁니다. 미쓰다 신조는 작가 시리즈와 도조 겐야 시리즈라는 두 종류의 시리즈 소설이 있고 이 중 작가 시리즈의 주인공은 미쓰다 신조입니다. 즉, 자신의 예전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인물인 겁니다. 앞서 『잔예』에서의 장치와 동일합니다. 그렇다 보니 읽고 있는 동안에 이 상황 자체가 진짜 미쓰다 신조가 겪는 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사건이 주로 발생하는 곳이 도쿄 진보쵸 주변과 교토, 나라입니다. 세 지역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포 장치는 배가 됩니다. 그야, 아는 지역이다보니 머릿속에서 대강 상상이 되거든요. 더 잘 그려질 수록 공포는 더 커집니다.^-T


앞서 나온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도 맨 뒤가 굉장히 유야무야 했고, 『작자미상』도 그랬습니다. 어디까지가 소설적 장치인지 헷갈리는 것은 이번 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의 '소설'에서도 결국 주인공은 휘말려서 괴이에 빠져버리는 것 같습니다만, 이번 권에서는 ..(하략)




그리하여 어젯밤 베갯머리 책으로 이걸 선택해 읽고 나서는 결심했습니다.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미쓰다 신조의 책 세 권을 가져왔는데, 이중 마지막 책인 『노조키메』는 읽지 않겠다고요. 과연...?




미쓰다 신조.『백사당』, 『사관장』,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4, 각 14500원, 13800원.


번역은 크게 걸리는 것 없이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두 권을 한 사람이 번역했으니까요. 김은모씨는 제가 집어든 책에서 자주 마주치는 번역가입니다. 제 취향에서 조금 하드한 책을 집어 들었다 하면 종종 만나는...;ㅂ;



태그에 추리소설을 넣은 것은 이게 미스테리적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릴러도 넣을 걸 그랬나요.

스자쿠 쥬고(朱雀十五)의 탐정 시리즈 다섯 번째 책입니다. 저자는 후지키 린. 제가 G3.5를 하게 만들었던 원흉인 『바티칸 기적조사관』 시리즈의 저자입니다. 『기적조사관』은 요즘 1년이나 1.5년에 한 권 꼴로 나오고 있는데 책이 늦게 나오는 것은 둘째치고 이야기가 슬슬 산으로 갈 조짐이 있어서 말입니다. 사실 제가 더 능력이 있었다면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모종의 망상 이야기를 써 제꼈을 거라 생각하는 정도로 상당히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각 권의 분위기가 확확 바뀐다는 점도 재미있지요.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후지키 린의 책은 한국에 드물게 번역되었습니다. 시리즈는 꽤 많이 냈는데 번역이 안되는 작가 중 하나더라고요. 라이트노벨이라기에는 책이 무겁고, 일반 추리소설로 내기에는 라이트노벨은 아니어도 취향을 타는 내용이 많아 그럴 겁니다. 게다가 『기적조사관』은 특정 종교와 관련이 있는 고로 문제의 소지가 있고요. 아니, 『성스런 형님』도 번역되었는데 웬말이냐 싶긴 하지만.... (성스러운 형님이 정확한 표기겠지만 애정을 담아 성스런이라고 씁니다. 하하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2

저자는 후지키 린, 표지는 토레스 시바모토. 『바티칸 기적조사관』에 이어 이 시리즈도 토레스 시바모토가 표지를 담당했습니다. 라노베가 아니기 때문에 속 삽화는 없습니다. 그런 것이 어울릴 이야기도 아니고요. 이 시리즈는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서 손을 안대고 있었는데, 이번 권의 분위기가 긴다이치 시리즈와 닮았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 B님께 빌렸습니다. 빌려 놓고 다른 일로 내내 미루고 있다가 더 이상 미루면 다른 책들도 못 읽을 것 같아 마음 먹고 붙잡아 달렸습니다. 앞의 100쪽 가량을 읽는데는 열흘 넘게 걸렸지만 뒤의 300쪽은 가속페달을 밟은 것처럼 점점 속도가 올라서 어제 마지막 100쪽을 다 읽었습니다. 물론 성격상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고 설명이 나오는 것 같은 부분은 잽싸게 건너뛰어 가며 사건만 파악했습니다.



아주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자면 선조들이 사고 친 것을 후손들 중 누군가가 미친듯이 폭주하며 고리를 끊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이 몇인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막말로 표현하면 "X는 누가 싸고 치우는 건 후손이 하고"의 수준입니다. 민폐 단계로 보자면 도쿄전력의 뒤치닥거리와 비슷한..(...) 아니, 뭐, 이건 국가적인 문제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것은 섬 하나가 통째로 말려들어간 셈이니까요.


앞 시리즈를 보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후지키 린의 스타일입니다. 오랫동안 미루고 커버만 씌워두었다가 보는데, 보는 도중 '이 분위기 아주 익숙한데'라고 생각하고 3초 뒤에 『기적조사관』을 떠올렸지요. 나쁘게 말하면 상투적이고 서문에 해당하는 부분이 길지만 이게 일어가 아니라 번역서였다고 생각하면 별 문제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숨돌릴 틈도 없이 연속적으로 사건이 휘몰아칩니다. 주인공인 리쓰코가 책 말미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서문에 해당하는 시간은 앞의 100쪽 조금 더 되는 분량에서 일주일에서 열흘 가량이었지만 뒤에서는 이틀에서 사흘 가량에 거의 폭주하든 사건이 연달아 일어납니다. 특히 앞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스자쿠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하나 하나 트릭이 풀리고 사건이 해결됩니다.



범인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신원미상의 시체도 짐작했던 인물이었고, 그 뒤에 등장하는 다른 시체는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범인의 정체 등은 초기부터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도 그런게 추리소설이잖아요. 몇몇 추리소설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등장인물 중에 범인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하기 상당히 쉬웠고요. 하지만 다른 시체의 정체와, 그 정체와 관련되어 범인이 범행을 기도한 또 다른 이유, 그리고 자백한 이유를 생각하면 ... 입에서 불을 뿜고 싶은 정도입니다. 범인을 눈치챘을 때부터 마음에 드는 인물이 이렇게 훅 가는 구나 싶었던 데다, 결국엔 선대들이 사고 친 것을 뒤에서 수습하는 것이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결말이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이런 폐쇄적인 섬 사회의 지배집단에서 흔히 발생하는 근친상간은 그쪽을 질색하는 사람들에게는 심기에 거슬릴 수 있고요. 선대에 해당하는 그쪽 인물들은 다같이 드럼통에 시멘트 부어 넣고 후쿠시마 앞 바다에 수장시키고 싶은 심정입니다. 참.ㅠ_ㅠ 아냐, 그래도 스자쿠가 나섰으니 그 사람의 인생은 그래도 보장되었겠지요. 아마도. 상황을 봐서 그 뒤의 섬 상황은 안 봐도 시궁창이겠지만 그건 알 바 아닙니다. 하하하하....


트릭들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스자쿠가 없었다면 이 사건들이 그냥 묻혔을 거란 생각도 드는데 그렇게 되었다면 아마 섬은 의외로 평온하게 흘러갔을 겁니다. 어저면 스자쿠와 리쓰코가 있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는지도 모르지요. 진상은 밝혀졌지만 그리 좋은 결말은 아니니까요.




藤木稟.『大年神が彷徨う島 探偵・朱雀十五の事件簿』. 角川書店, 2014, 778엔.


2014년에 발행되었지만 『기적조사관』보다 앞선 작품입니다. 도쿠마(德間)쇼텐에서 2000년에 나온 문고본이 있거든요. 이미 완결도 났다 하던데...?

두 권을 같이 묵은 것은 연작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어지는 이야기지요. 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곳의 이야기도 아니지만 하여간 연작은 맞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야마자키 돼지돼지. 두 권 모두 화자나 주인공은 따로 있고 야마자키씨는 모든 단편에 등장하는 감초역할을 합니다. 『크리스마스의 돼지돼지』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시간 대 별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돼지돼지를 목격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앨리스의 미궁 호텔』은 호텔에 올리는 작은 아마추어 연극의 시작과 실제 공연까지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의 입으로 전합니다. 서로 다른 소설이고 이어지지는 않지만 돼지돼지 시리즈이긴 합니다.


가볍게 볼만은 하지만 100% 취향에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요즘처럼 신경이 날카로울 때는 오히려 이런 이야기는 입에 안 맞습니다. 차라리 전문서적을 보는 것이 낫지요.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이야기들에 가까워서 시큰둥했던 것도 있습니다.



다만 『크리스마스의 돼지돼지』는 삽화가 들어있기도 하고, 책도 얇으니 보기는 좋을 겁니다. 『앨리스의 미궁 호텔』은 삽화가 없지만 그래도 호텔을 중심으로 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니 말입니다. 양쪽에서 돼지돼지씨가 맡은 역할은 다르기도 하고요.


돼지 삽화를 보면서 익숙하다고 생각하다가 떠올렸습니다. 야마자키 돼지돼지는 중년 남자이고, 아내와 딸 둘이 있지만(『크리스마스의 돼지돼지』 참고) 그 삽화는 올리비아를 닮았습니다.(...) 다리는 둘째치고 얼굴 조형이 상당히 유사합니다. 하기야 귀여운 돼지인형이니 올리비아를 닮을 수 밖에..?;



야자키 아리미. 『앨리스의 미궁 호텔』, 권영주 옮김. 비채, 2011, 1만원.

야자키 아리미. 『크리스마스의 돼지돼지』, 서혜영 옮김, 시공사, 2003, 8500원.



그나저나. 『크리스마스의 돼지돼지』에는 오타가 있네요. 재킷 가격이 3129엔이라고 했는데, 그 바로 뒤에 1만엔 3장, 1천엔 2장을 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0이 하나 빠졌군요.

제목이 길어서 줄였는데, 원래는 일상 미스터리 앞에 기묘한을 넣었다 뺐습니다. 미스터리 혹은 추리소설이지만 추리라고 하기에는 묘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탐정역을 하는 가사사기는 뭔가 허당이고 화자인 나, 히구라시는 굼뜨고 멍청한 것 같지만 사실은... (먼산)


어차피 그렇게 적어봤자 다들 아시긴 할 겁니다.=ㅅ= 1편을 보면 구도가 나오고, 그게 반복적인 패턴으로 등장합니다. 중고매장을 운영하지만 장물도 은근 슬쩍 취급하는 가사사기 중고 매장의 부점장인 히구라시는 원래 미대 출신입니다. 대학 졸업 뒤에 놀고 있다가 가사사기의 제안으로 중고매장의 부점장이 됩니다. 점장과 부점장만 있는 중고 매장이지요. 말이 좋아 중고매장이지 고물상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고민되더군요. 도대체 쓸모라고 없는 물건을 매입해서는 히구라시가 어떻게든 팔만한 물건으로 만들어서 진열하고. 팔리는 이야기는 거의 안나오더랍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가사사기는 조증 환자인 것 마냥 뭐든 긍정적으로, 자기 본위적으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도 다 그렇게. 그래서 해결사로 나섭니다. 그런 가사사기의 뒤를 쫓아다니는 것은 여중생인 미나미인데....


총 네 편의 단편이 있지만 다 모아서 읽고 나면 허탈합니다. 왠지 담배 한 대가 땡기는 그런 소설. 아련하다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뭔가 답답합니다.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히구라시나 가사사기가 그렇게 계속 살거라고 생각하면 한숨만 나옵니다. 허허허.


가볍게 읽을만은 하지만 일고 난 뒤의 감상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싶은데... 취향에 안 맞는 것 같군요.=ㅁ=



미치오 슈스케.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김은모 옮김. 북폴리오, 2011, 14000원.


1권이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이고 2권이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 생각해서 아예 두 권을 빌렸는데, 1권을 읽고 탈력해서 손을 뗐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1권에 깔린 복선을 봐서는 그리 좋은 전개가 안나오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딱 잘라 말해 여주인공이 제가 제일 싫어하는 타입입니다. 오지랖 넓고, 밝고, 발랄하고, 지나치게 낙천적이고. 여주인공은 유치원 교사인데 아직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지각 직전의 상황에서 후다닥 움직이고, 아직 요령은 부족한 초보인데 이미 한 눈에 반한 것 같은 분위기에서 아니라고 박박 우기고 있고요. 게다가 그리 솔직한 편이 아닙니다.


이렇게 모아 놓으니 최악의 인물인 것 같은데 그게 한 번에 드러나진 않습니다. 저야 안 좋은 면만 집어서 보고 있어서 더 그런 것일 테고요.



히구라시 타비토는 뭐든지 시각화하여 보는 인물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재능을 살려 탐정일을 하는 셈인데 사람이 착해서 그런지 타비토를 아끼는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착하긴 하지만 아주 착한 것은 아니고, 착한 감정을 흉폭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긴 하더군요. 그에 대한 복선이 이미 1권 말미에 깔려 있고, 2권에서도 그에 대해 풀어 놓을 생각이지 않을까 합니다. 1권이 『찾는 것』이라 타비토가 찾는 방식과 그가 찾고 있는 것에 대한 실마리를 살짝 흘린다면, 2권에서는 왜 타비토가 '잃었는가'에 대해 조금 보여주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절대 한 두 권 안에 끝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소 5권. 그 이상 넘어갈 수도 있고요.


여자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2권을 볼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타비토가 그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완결이 나면 그에 따라 뒤를 볼 생각은 있습니다. 지금 일부러 누락하고 언급하지 않는 주요 인물이 있는데 아마 M님 취향일지도..=ㅁ= 꽤 귀엽습니다. 딱 파파 톨드 미의 어느 아가씨에서 아이다움을 빼면 이런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하하.;





이미 그런 정황이 눈에 보이는데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을리 없죠. 참견쟁이 여주인공과,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허허롭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의 문제를 받아 들이고 복수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는 웃는 남주인공. 클리셰라면 클리셰인데, 참.... 결말이 어떻게 날지에 따라 더 볼지 말지 결정하렵니다.




야마구치 코자부로.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김예진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4, 12000원.


서가를 둘러보다가 집어 들었습니다. 연구에 몰두하여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는 어느 연구자의 이야기를 다룬 모양인데 호기심에 들고 왔지요. 작가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그 작가라는 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하기야 그 책도 제목만 듣고 손대지 않았는데... 전작이 괜찮았다고 했으니 괜찮겠거니 하고 빌렸습니다.



(라고 적고 수정.; funnyfunny님의 댓글 보고서 깨달았네요. 다른 작가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모리 히로시는 『모든 것이 F가 된다』,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의 작가입니다. ... ... 앞의 책을 적어 놓고 보니 왜 비뚤어진 결말이 나오는지 대강 이해가 갑...(응?))


80% 읽을 때까지는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10%가 문제였습니다. 그 마지막 10% 때문에 책에 대한 감상평이 확 하락했네요. 왜?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랍니다.



이야기는 1인칭 관찰자 시점에 가깝습니다. 나는 수학을 상당히 좋아하고 수준이 높습니다. 그리고 수학 성적이 높을 경우 진학하기 쉬운 학교에 맞춰 진학하고, 대학교 4학년 때 논문을 쓰기 위해 강좌에 들어갑니다. 사람이 적은 모리모토 강좌에 들어가서는 모리모토 교수가 아니라 그 아래 조교인 기시마 선생에게 지도를 받기로 합니다. 하지만 조수(지금의 조교)에 해당하는 기시마 선생은 잠시 미국에 가있는 터라 그 동안은 기시마 선생의 제자에 가까운 나카무라에게 직접 지도를 받는 상황이 됩니다. 나카무라는 박사과정 학생이고요.


기시마 선생을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하지만 만나고 나서는 둘이 궁합이 잘 맞아 함께 연구를 진행합니다. 에니악은 아니겠지만 하여간 그와 유사한 대형 컴퓨터(계산기)를 이용해서 계산을 하는데, 미리 프로그램을 짜고, 계산기에 입력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하고. 그리고 이후에는 단말기를 사용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런 작업과 연구를 반복하는 와중에 학부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다시 박사과정에 진학합니다. '나'는 연구만을 생각하는 기시마 선생에게 감화되고 존경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살짝 로맨스가 끼어 들어갑니다.


하지만 나와 기시마 선생은 다릅니다. 연구만을 추가하는 기시마 선생과는 달리, 나는 결혼과 함께 다른 길을 걷습니다. 천상 연구자의 길도 있지만, 만약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그 길을 갔겠지만 결국 일반적인 교수로의 길을 갑니다. 그 와중에 기시마 선생은 많은 연구를 하지만.....



아마도 연구를 접었거나 혼자만 연구를 하고 있거나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화자인 하시바가 교수가 되었고 같은 학문을 하고 있으니 학회에서 만날 일이 많았을 겁니다. 근데 왜? 기시마 선생이 나중에 결혼을 했다는 것도 친구들을 통해 듣긴 하지만 직접 만나는 일은 없습니다. 왜? 학회에서 만날 일이 없었다는 것은 기시마 선생이 논문 발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하시바가 교수인 이상 계속해서 연구 실적을 내야하고 학회의 발표를 주도하는 일은 계속되었을 겁니다. 기시마 선생을 만날 수 없었다는 건 기시마 선생이 더 이상 그런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는 걸로 읽힙니다.

무엇보다 맨 마지막 10%에 해당되는 부분에서 결혼은 둘째치고 '**의 **가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더군요. 연구만 해서는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은 그런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길을 가야한다고 하는 건가요. 아니면 기시마 선생과 대비해서 일반적인 길을 걸었던 하시바를 강조하고 싶었던 건가요. 결론에서 기시마 선생의 삶이 그리 행복하거나 조용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는 건 넘겨 짚은 걸까요.



마지막 10% 때문에 책에 대한 모든 기대가 무너졌습니다. 결국 마음은 차갑게 식었네요.





모리 히로시. 『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홍성민 옮김. 작은씨앗, 2013, 12500원.



마지막의 10%만 제외하면 그 때까지는 참 괜찮았습니다. 하시바가 박사과정 마치는 부분까지는 읽을만 하니 추천합니다. 그 뒤를 읽고 나서의 판단은 ...

80-90년대에 전산학과나 유사학문을 했던 사람, 혹은 그 쪽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수학 전공하시는 분도 흥미롭게 보실 것이라 보고요. 그리고 연구직에 있는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하지만 아주 많은 기대는 하지 마세요.

마법사가 있으면 모든 완전범죄시도는 미완전범죄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흠흠.


야쿠시지 료코만큼은 아니지만 나이도 많으면서 요염하고 허당 같으며 남자를 좋아하는 상관을 두고, 그 상관에게 발로 차이는 것이 소원(...)인 은근한 변태 소스케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그 파트너가 될 인물이 마녀 마리입니다. 총 네 편의 이야기가 있는데, 각 이야기의 앞에는 범인이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고 완전 범죄를 꿈꾸는지가 나오고 뒤에는 그걸 깨뜨리는 마리와 소스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상관께서는 그저 허당짓만 하시고요. 그러니까 모 자동차회사의 아들래미인 모 경감님과도 비슷하다고 하면 할 수 있겠네요. 성별만 바뀌었는지도 모릅니다.


마리의 꿈은 입주 가정부입니다. 저택에 기거하며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 꿈인데, 어째 들어가는 집마다 사건이 생깁니다. 첫 사건 후 들어가려 했던 집에서는 이상한 남자에게 쫓겨서 도망갔고요. 결국 유령 저택이란 별칭이 붙은 집으로 들어가긴 합니다. 이렇게 적으면 내용 폭로가 되나요?



소스케보다는 마리나 상관님의 외모 묘사가 훨씬 자세한데, 마리는 검은색의 원피스를 입고 거기에 흰 앞치마를 두른 전형적인 시중인으로 나옵니다. 손에는 당연히 빗자루가 들려 있고요. 그리고 예상할 수 있지만 머리카락은 양쪽으로 나누어 쫑쫑 땋았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묘사지 않나요. 메이드 마녀라.=ㅁ=;



트릭은 나쁘지 않지만 아주 사소하고 작은 실수가 결국 완전 범죄를 깨는 단서가 됩니다. 유리에 작은 불순물만 들어가도 산산조각 난다고 했던가요. 여기 등장하는 범죄들은 거의 그렇습니다. 어떤 것은 범인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안쓰럽기 이전에 그러면 범죄를 저지르면 안된다니까요. 범죄를 저질러서 내 삶까지 와장창 무너뜨리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결국 복수에 먹히는 것이니 말입니다.




가볍게 볼만합니다. 하지만 제 취향에는 마리나, 마리가 이후 근무할 저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건 흐름이 취향에 살짝 안 맞았습니다.'ㅂ';



히가시가와 도쿠야. 『마법사는 완전범죄를 꿈꾸는가?』, 채숙향 옮김. 지식여행, 2014.



한줄 결론. 마리 귀여워요, 마리! +ㅠ+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면 숙박업소 추리소설쯤 됩니다. 단편집이고요, 히무라와 아리스가와가 나옵니다. 후기를 보니 원래 시리즈로 기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첫 이야기를 연재하고 나니까 다음 편을 달라고 하는 바람에 시리즈인걸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보니 내용이나 분위기가 제각각입니다. 총 네 편이 있는데 이야기가 다 마음에 듭니다. 히무라와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좋아하는데 이쪽도 상당히 취향이네요.



어두운 여관, 호텔 라플레시아, 이상한 손님, 201호실의 재난의 네 편인데, 숙소도 제각각이라 호텔이나 여관, 료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숙박업소라는 표현을 쓴 겁니다. 맨 앞은 여관, 그 다음은 리조트 호텔, 그 다음은 료칸, 그 다음이 호텔입니다. 시기도 각각이긴 하지만 배경이 숙박업소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뒤에 두 사람이 해결한다는 것도 같고요. 다만 읽고 나서의 뒷맛은 제각각입니다. 보고 난 뒤의 입맛이 쓰다는 것은 비슷하긴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분위기는 이시가키섬이 배경인 호텔 라플레시아가 좀 낫나 싶지만, 결말은 취향이 아닙니다. 201호실의 재난은 웬만해서는 평정을 유지하는 히무라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드문 내용입니다. 히무라가 이렇게 고생하는 이야기도 있구나 싶은 정도고요. 대개는 아리스가와가 이상한 추리를 내놓고 히무라는 그걸 깨부수거나 놀리는데 맨 마지막 편은 조금 다릅니다. 아마 M님은 보시면서 포복절도 할지도?



무난하고 가볍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표기법에서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네요. 이제는 슬슬 익숙해져서 그런지 타니자키 준이치로보다는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익숙합니다.=ㅁ= 그것도 그렇지만 『음영예찬』은 한국에 『음예예찬』과 『그늘에 대하여』로 번역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음영예찬』이라고 검색하면 안나오죠.; 이 책도 꽤 괜찮게 보았는데.....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싶은 부분이 한 곳 더 있었는데 안 적어두었군요. 크흑.;ㅂ;



아리스가와 아리스. 『어두운 여관』, 최고은 옮김. 북홀릭(학산문화사), 2013, 12800원.


흑사관 살인사건은 아마 이번이 세 번째로 읽는 걸 겁니다. 이전에 읽을 때는 덜 느꼈는데, 이번에는 읽는 내내 번역자에게 감사하는 마음만 들었습니다. 이런 짜증나고 현학적인 이야기를 번역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 싶더군요. 심심하면 밀교, 비의, 철학, 신학 등등의 잡다한 것들을 몽창 밀어 넣고 섞었거든요. 앞의 두 번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책으로 보았는데 이번은 북로드에서 나온 책입니다. 판형이 다른 일본 추리소설보다 큰데, 내용도 상당히 많습니다. 게다가 소설로서는 드물게 삽화도 있고요. 그 삽화가 아마 원작 삽화일 건데, 분위기를 아주 잘 살려줍니다. 어렸을 적 추리소설에서나 보았을 그, 선 굵은 목판화 그림. 이게 으스스한 책의 분위기를 잘 살립니다.

세 번이나 읽었음에도 범인이 누구인지 홀랑 잊었습니다. 대강 누구였던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는 까맣게 잊었더랬지요. 그래서 막판의 사건들을 보고서는 헛웃음만 지었습니다. 세 번째인데 왜 이래!

결국에는 미친 학자(...) 때문에 이 모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싶더군요. 그러니까 실험을 시작한 놈도 미친 것이고, 실험을 설계한 놈도 미친 겁니다. 우생학이나 유전자 지도 역시 마찬가지잖아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뭐할 가능성이 높다거나 하는 이야기 말입니다. 어디서나 예외는 있습니다. 그래서 생물학이 더 재미있는 것이고요. 괜히 퍼센티지로 이야기하고, 확률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걸 일반화 시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이야기라니까요.

결국엔 탐 크루즈가 주연했던 모 영화의 이야기를 과거의 버전으로 재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하하하하.


현학적이고 탐미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면에서는 파일로 밴스를 앞섭니다. 파일로 밴스의 이야기는 그래도 알아 들을 수 있는데 노리미즈와 그 주변 사람들의 대화는 못 알아듣는 것이 태반입니다. 서당개 생활 3년이면 여기 형사님처럼 대강은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저는 이런 친구랑은 같이 못 놀 것 같지만 말입니다.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은 단편집입니다. 앞서 올린 밀실 살인과 같은 작가고요. 이건 다양한 종류의 살인사건을 주제로 쓴 단편을 모아 놓았습니다. 어떤 것은 코믹이고, 어떤 것은 밀실이고, 어떤 것은 SF입니다. 재미있기는 하나, 뒤로 가면 갈 수록 취향에 안 맞는 이야기가 많더랍니다. 일부러 그렇게 쓴 것으로 보이던데, 그래도 제 취향 아닙니다. 고이 덮어서 내려 놓았지요. 하하.; 그래서 두 권을 함께 묶어 리뷰를 올리는 겁니다.'ㅂ'; 아마 다음에도 이 작가 책은 안 볼 것 같습니다. 두 권 모두 미묘하게 취향에서 벗어났으니까요.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 김선영 옮김. 북로드, 2011, 13800원,

코바야시 야스미.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2, 12800원.


오노 후유미의 소설임에도 그리 무섭지 않습니다. 호러나 공포, 스릴러에 가까운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다른 일본 추리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무난한 살인사건과 해결이 있습니다. 읽고 나면 이거 오노 후유미 책 맞나 싶은 정도로요. 참고로 오노 후유미, 종종 오노 주상이라 불리는 그 분은 『십이국기』와 『고스트 헌트』와 『시귀』의 작가입니다. 대체적인 작품 분위기는 나중의 둘에 치우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십이국기』가 비정규예요.=ㅁ= 책 감상을 검색하시면 아시겠지만 『17세의 봄』이나 『녹색의 집』 같은 등 뒤에 오한이 드는 작품을 주로 쓰죠.


『흑사의 섬』은 그런 소설에 비하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밀실 살인 사건은 아니지만, 닫혀 있고 폐쇄적인 공간인 어느 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그걸 해결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물론 그건 속 내용이고, 겉을 보면 조금 다릅니다. 몇 번 일을 같이 했던 사람이 잠시 집을 비울 거라면서 열쇠를 맡기고 사라집니다. 사흘 뒤에도 안 오면 정리를 해달라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이차저차 추적을 해서 그 사람이 고향섬에 내려갔을 것이라 추측하고 그 뒤를 쫓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안 왔대요. 분명 선착장에서는 그런 사람이 탔다는데 섬에서는 그런 사람이 안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일행이 있었답니다. 데면데면한 사이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였다는군요.
그리고 진상을 쫓아 추적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미 한참 전에도 그 사람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적이 있답니다. 그 당시 살해당한 사람은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적당히 끝난 그 사건은 미제 사건이 되어 도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결론은. 하하하하.;ㅂ;


도서관에서 오노 후유미 책들을 보다가 신간이 나온 것을 보고 덥석 집어 들었는데 신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좋아요. 게다가 북홀릭과 추지나의 조합입니다. 『시귀』도 그랬지요. 지금 다른 책도 나온다는 말에 빌려보겠다 하고는 ... 체크하고 잊었군요. 하하하하. 그것도 조만간 빌릴겁니다.:)



오노 후유미. 『흑사의 섬』, 추지나 옮김. 북홀릭(학산문화사), 2013, 13800원.

고바야시 야스미의 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출판사가 북홀릭-학산문화사인 것을 확인하고 고민하다가 역자까지 확인하고는 집어 들었습니다. 보려고 집어든 책이 최고은씨가 번역자라면 대체적으로 봅니다. 북홀릭 책 중에서 이렇게 번역자를 확인하고는 믿고 보는 것은 또 추지나가 있고... 왜 이 두 조합을 믿냐면 북홀릭에서 내는 것은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북홀릭에서 나온 책은 그럭저럭 볼만하다, 그리고 최고은이나 추지나 번역은 취향에 맞는다. 그러니 본다의 흐름으로 갑니다.


보던 도중 맨 뒤를 확인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꾹 눌러참고 끝까지 보았는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중간에 뒤를 보았다고 해도 이게 뭔지 이해는 가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충분합니다. 이 책 뒷부분은 세 번을 다시 읽고서야 왜 그런 상황인지 이해를 했습니다. 뒤의 트릭은 상당히 내용 폭로가 들어가 있고, 또 보는 사람에 따라 굉장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왜 반감을 일으키는지 설명하는 것 자체가 내용 폭로에 가깝습니다. 저야 상대적으로 덜했고, 반감도 그럭저럭인 수준에서 끝났지만...

.. 이정도 쓰면 설마하니 미리보기에서 내용이 보이진 않겠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책의 불안 요소에 대해 적어봅니다. 아마 제 성향을 아시는 분 중에 제가 반감이 그럭저럭이라고 적은데서 짐작하실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건 앞부분부터 대강 짐작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중요한 건 탐정입니다. 주인공을 고용해서 조수로 부리고 있는 탐정 요리카와는 모든 일을 조수에게 맡기고 자신은 안락의자 탐정으로 일합니다. 조사도 조수, 인터뷰도 조수. 이런 거야 뭐, 여러 안락의자 탐정들이 잘 하는 일이긴 합니다.

지금 리뷰를 쓰면서 앞부분을 다시 훑어 보았는데 대사가 참 의미심장한 것이 많더군요. 하하하.



탐정 요리카와가 있는 요리카와 사무소에 웬 나이 지긋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사모님이 의뢰를 하러 왔습니다. 소개한 인물은 타니가와 경부. 사모님의 요구는, 살인 사건에 휘말린 아들의 결백을 밝혀달라는 것입니다. 죽은 사람은 며느리인데, 며느리와 아들과 변호사와 여자가 별장에서 만나 이혼 문제로 상담하던 도중, 며느리가 사망합니다. 문제는 타살과 자살 중 어느 쪽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밀실이네요. 이것 참.
탐정께서는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면 안된다고 극구 주장하여 조수인 요쓰야가 사건 현장에 갑니다. 그리고 이것 저것 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관련 인물들을 모두 모아 놓고 해결을 합니다. 이 해결 상황이 ... (먼산)



중간에는 미쓰다 신조쪽으로 갈까 말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론은 전혀 다른 쪽입니다. 게다가 결론에서 등장한 반전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이지만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아쉽다가 아니라 안타깝고.. (먼산)

반전이나 흐름을 봐서는 상당히 독특한 추리소설이고 볼만 합니다. 앞서 말한 부분을 넘길 수 있다면 보셔도 문제 안됩니다. 음, 통쾌한 반전극 같은 것은 없으나 최종 해결 후에 한 번 더 작은 반전이 있습니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입니다.(...)



코바야시 야스미. 『밀실 살인』, 최고은 옮김. 북홀릭(학산문화사), 2014, 13000원.

책을 읽고, 책등을 보고 책 표지를 보고 간기를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
쓰가루 백년 식당 먼저.

어쩌다 보니 두 권 모두 먹는 것이 소재입니다. 앞 권은 쓰가루 지역에 4대 째 내려오는 어느 작은 식당이 주 소재이고, 후자는 홋카이도의 어느 호숫가에 있는 작은 빵집이 소재입니다.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둘다 다른 매체로 바뀌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영화로 만들어졌거든요.

쓰가루 백년 식당은 아오모리, 쓰가루 지역이라 불리는 곳에 있는 어느 메밀국수 집이 배경입니다. 도쿄에서 많이 먹는 니하치소바 같은 것과는 굉장히 다른 메밀국수더군요. 면은 콩가루를 섞어 만들고 국물은 구워말린 정어리를 쓴다고 합니다. 가쓰오부시 이야기 같은데 내내 삶아 말린 정어리의 대비되는 것으로 구워 말린 정어리를 강조하는군요. 일단 면에 콩가루가 들어가 살짝 단맛이 돌고, 전날 삶아둔 면을 사리로 만들었다가 먹을 때는 가볍게 끓는 물에 데쳐 토렴하듯이 만들어내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일반 메밀국수보다 부드러울 수 밖에 없죠. 좋게 말하면 부드러운 거고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다 불어 있는 면일 수도 있겠네요. 먹어 본 적이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여간 3대째 운영하는 아버지는 여전히 작은 메밀국수 가게 주인장이고, 아들은 도쿄에 나와 있습니다. 아버지 이야기, 아들 이야기에 식당을 맨 처음 세운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섞입니다. 증조할아버지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맨몸으로 식당을 건사합니다. 그래도 3대째에 와서는 아들 대학 공부도 시켰으니 그럭저럭 성공한 셈이지만, 정작 3대인 본인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두는 건지도 모릅니다. 대체적으로 잔잔하고 무난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굵은 가지는 아들의 연애담이지만 거기에 식당을 잇는 문제와 여자친구의 직업 문제가 얽히면 상황은 복잡합니다. 그래도 상상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니까 안심하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를 충분히 알겠더군요. 이 자체로 영화 시나리오 한 편이 나올만 합니다.;



해피해피 브레드는 영화를 먼저 먼저 보아서 그런지 저절로 장면들이 머릿 속에서 재생이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책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더군요. 막판에 일기로 접어 들어서는 오히려 담담하게 그 상황이 그려지고, 이게 또 영화하고는 다른 내용을 담아서 여기서는 그래도 영화랑 겹쳐지진 않더군요. 그래서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영화를 빼고 소설만 두고 보면 그 자체로 꽤 괜찮은 책인데 내용이 짧습니다. 진짜 영화가 더 풍부한 것 같기도 한..=ㅁ= ... 또 어떤 부분은 소설에서 그 앞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요. 어쨌건  보고 나면 빵과 수프가 먹고 싶어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소설 구입을 조~금 고려하긴 했는데 역시 둘 곳이 없네요. 아으..;ㅂ;



모리사와 아키오. 『쓰가루 백년 식당』, 이수미 옮김. 샘터, 2014, 1만 4천원.
미시마 유키코. 『해피 해피 브레드』, 서혜영 옮김. 블루엘리펀트, 2012, 1만 2천원.

... 빵....;ㅠ;
오리엔트 특급 살인도 그렇지만 이즈모 특급 살인도 침대차가 소재입니다. 다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트릭 자체가 오리엔트 특급이라는 밀실 안에서 어떻게 사건이 일어났는가가 주요 내용이라면, 이즈모 특급 살인은 범행의 트릭을 밝히고 범인의 죄를 입증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해 이거, 읽는 내내 M님이 생각나더랍니다. 취향이실걸요. 아마 이대로 쫓아 보고 싶은 생각이 솔솔 들지 않을까 싶은 정도로...
그런데, 아직도 이즈모 특급이 있나요? 신칸센의 도입으로 이미 사라졌을 것 같은데?


서두에 쓰지 않았지만 이 책은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탐정 시리즈입니다. 앞서 나왔던 하야부사 특급의 트릭 이후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앞서 출간된 다른 두 권-『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이나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보다 앞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요시키 탐정 시리즈는 철도 트릭이나 철도를 소재로 삼은 이야기네요. 철덕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ㅅ+
(적고 보니 한국에 출간된 요시키 시리즈 모두가 다...;)


소설 앞부분을 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코난이 떠오릅니다. 코난 극장판 첫 번째가 철도를 대상으로 했지요. 환상선이니 뭐니 했지만 그게 야마노테센이라는 건 알만한 사람들 다 알 겁니다. 그 도중에 수색 장면이 있어 그런가, 앞부분 읽으면서 코난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거기에다 의외로 범인일 법한 사람을 앞에 배치하고 그 사람의 트릭이나 범행 동기를 보여주면서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만듭니다. 다만, 학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점, 그런 성격이 학자로서 부족한 면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ㅅ=; 오히려 같은 학자라도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놈이나, 또 다른 '여성성'을 동원해 불합리한 방법으로 이권을 챙기는 인간은 정말 질색입니다. 그 셋이 가장 소설 읽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복수극이라지만 그 복수로 인해 본인이 파멸하고,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 둘도 같이 휘말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범인의 복수에는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집과 독선이 본인을 망가뜨린 것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범인이 경멸하던 어떤 사람 X는.... 의외로 그 사람이 조커였다는 생각도 들더랍니다. 함부로 발톱을 내놓지 않는 그런 인물 말입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요.


하여간 사건의 중심에 있던 그 세 사람은 최악의 남자, 최악의 여자로 꼽을 만하며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부류입니다.(먼산)


시마다 소지. 『이즈모 특급 살인』, 한희선 옮김. 검은숲, 2014, 13800원.

이 책의 부제는 '또 하나의 점성술 살인사건'입니다. 이쯤 되면 대강의 내용을 짐작하시겠지요? 뭐, 주인공이 다르다는 차이는 있긴 합니다.'ㅂ' 그리고 목적이 달라요.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터라, 시마다 소지의 책은 요시키 시리즈보다 미타라이 시리즈를 좋아해서 나중에 전 권 구입한다면 미타라이 쪽을 먼저 수집하겠다 생각했지만 이건 같이 구입해도 좋겠다 싶습니다. 철도 트릭이 하야부사 보다 더 재미있어요.
제목에 적은 대로,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정확히는 어제 저녁에 읽기 시작해, 앞의 몇 쪽을 보다가 맨 뒤로 넘어가 결말 부분 확인하고는 내려 놓았습니다. 이전 권부터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건 알았는데 이번 3권을 읽고 확신했습니다.


커피를 소재로 하고 배경이 교토라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저랑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미호시나 아오야마나 둘 다 선뜻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니긴 합니다만, 다가가는 과정이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쪽이 아오야마라 그런지, 아오야마는 조금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데 반해 미호시는 간격을 봐가면서 조정하고 있다는 느낌도 강하고요. 저, 그런 상황 신경쓰이고 속 터져서 못 봅니다.
추리소설이든 일상추리소설든 제가 소설을 읽을 때 원하는 것은 카타르시스입니다. 속 시원히 문제가 해결되고 마음 편히 책을 덮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탈레랑은 미묘합니다. 레이크 에덴은 속 터진다고 투덜대면서도 보지만 그건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건너 뛰고 보는데다 레시피는 남으니까요. 그런 재미라도 있는데 커피점 탈레랑은 ... 둘만 놓고 보면 참, 진도 안 나가죠.

... 그래서 제가 비블리아 고서당을 안 봅니다. 원서를 먼저 보아 속도가 더뎠던 이유도 있지만 아주 지독하게 속터진다 하더군요. 그래서 2-3권은 아예 번역본도 손 안댔습니다. 해결할 때까지는 안 볼래요.


본론으로 돌아가, 이번 편의 주 소재는 KBC, 교토 바리스타 챔피언십입니다. 한국에서도 11월에 카페쇼와 함께 개최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얻는다는데, 교토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특별한 것은 교토가 커피로 유명한 고장이기 때문입니다. 도쿄보다 노포도 많고, 새로운 가게도 많습니다. 지역 크기에 비해 커피 콩 볶는 사람들도 많고, 배워가는 사람도 많더랍니다. 아마 그래서 교토 바리스타 챔피언십이라는 걸 가상으로 만들어 소재로 삼은 것 같은데... 데...(먼산)

아랫부분은 내용을 담고 있으니 책 읽으실 분들은 안 보고 넘어가시길.;


역자 후기에는 오카자키 다쿠마의 소설에는 악인이 없다고 했는데 아뇨, 있었습니다. 아무리 변명을 한들 그 둘은 악인 맞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려고 움직인 악의적인 사람들은 확실히 악인입니다. 구제할 길이 없는 이기주의자이지요. 물론 그 중 한 명은 자신의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했다고 하지만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이득을 얻으려 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역자 후기를 읽고 오히려 더 소설에 대한 불만이 늘었다니까요. 하하.



탈레랑을 읽고 나면 커피가 마시고 싶긴 한데, 이번 편은 읽고 나서는 카페라떼를 한동안 멀리하려나 싶더랍니다. 2년 전에 벌어진 사건과 이번에 벌어진 사건을 보시면 아실겁니다.-_-;


오카자키 다쿠마.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3: 마음을 미혹에 빠뜨리는 블렌드』,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2014, 12800원.


저는 저런 이유로 읽는 것을 포기했지만, 잔잔한 일상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교토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괜찮을 겁니다.=ㅂ=
한줄요약: 불쌍한 녹나무


녹나무로 포털에서 검색하면 제주도에서 자란다고 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본문에서, 남쪽에서 많이 자라는 나무라 도쿄에서 이렇게 큰 나무는 없다고 나옵니다. 그렇게 큰 녹나무는 몇 그루 없는데다 이건 특히 더 크다고요. 그리고 사람 잡아먹는 나무로도 소문이 났다고요.

사람 잡아 먹는 나무로 소문 난 이유는 앞에 나옵니다. 그 나무 주변이 처형장이어서 그러기도 했겠지만 워낙 커서 그 주변의 언덕을 덮어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공포감이 조성되는 것도 있습니다. 『퇴마록』에서도 측백나무 편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죠.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인데.... 사실 『퇴마록』의 이야기 중 상당수는 이런 코드™가 있어서 질색합니다.-_-;


녹나무가 서 있는 곳은 언덕 위입니다. 언덕 위에는 평평한 땅이 있는데, 그 땅에는 예전엔 유리공장이 있었고 그 다음에는 학교가 있었으며 현재는 오래된 저택과 그 앞의 빌라가 있습니다. 저택 주인의 자식들이 빌라를 지어 거기에 살고 있고요. 그리고 이시오카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 저택에서 일어난 사망사건에 연루되고 그걸 빌미로 미타라이가 사건에 끼어듭니다.


자아. 결론은... (먼산) 생각 외로 간단하고 예측 가능한 범위입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작은 반전 비슷한 것이 있지만 그 정도는 감안할 수 있고요. 다만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에서와 비슷한 트릭이 들어갑니다. 그 트릭을 보고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결말은 마음에 듭니다.


읽고 나면 엉뚱하게 『마왕유희』가 읽고 싶습니다. 그런고로 내일 도서관에 가봐야겠네요. 대출되지 않았을라나?;



시마다 소지.『어둠비탈의 식인나무』, 김소영 옮김. 검은숲, 2014, 15800원.

사실은 제목이 함정. 제목에 홀리시면 트릭에 낚입니다. 하하하하하...;ㅂ;
벚나무 아래 시체가 있다는 것은 사카구치 안고의 단편에서 나왔는데, 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먼저 보았습니다.

1.채소밭 비료
아마 C님은 기억하실 것 같은데, 예전에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중 『11인이 있다』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것으로 백신을 찾아 헤매는 어느 우주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첫사랑을 구하기 위해 전 우주를 돌아다니는 것인데, 아마 원작이 만화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비족이었나, 탈피하는 종족에게 가는 이야기였고-그 에피소드의 조연이 아주 잘생겼다고 기억합니다ㄱ--다른 하나는 첫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그러니까 우주 콜로니에 들어갔더니 아주 싱싱하게 잘 자란 채소밭만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는 거죠. 그리고 이유는 '채소밭을 잘 가꿔라'라는 명령이 입력된 로봇이 비료가 부족하자 사람들을 하나하나 비료로 썼다는 것. 하하하하. 그 애니메이션이 전체적으로 스릴러물에 가까웠지만 그 편은 특히 더 했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로봇에게 당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2.국화 화단 비료
삼국지였나, 하여간 어느 전집을 사러 청계천에 갔다가 덤으로 따라온 것 중에 오왕과 월왕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있었습니다. 그 앞부분에 등장하더군요. 왕을 죽이려고 벼르던 신하가 왕을 정원에 초대합니다. 국화가 아주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데, 왕이 감탄하지요. 이런 크고 아름다운 국화는 어떻게 키우냐고요. 그러자 정원 주인이 답합니다. 좋은 비료를 주어서 그렇다고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왕을 비료™로 삼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꺼내냐면, 요즘 읽고 있는 소설 하나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 M님은 좋아하실 이야기. 시마다 소지의 미타라이 신간입니다.


p.212
 "(중략) 그러다 보니 요코하마 쪽에서 이렇게 크게 자란 건 극히 이례적인 모양이더군요. 식물학자들도 큰 수수께끼라고들 했습니다."
 "그렇군요. 처형된 죄수들의 선혈을 쭉쭉 빨아 먹었기 때문이라는 사람들 말이 그래서 나온 거로군요?"
(중략)
 "아, 그런데 재미있는 게, 도쿄의 미나토 구 다카나와의 다카마쓰 중학교에 있는 메밀잣밤나무도 아주 큽니다. 밑동 쪽은 작은 산 같지요. 어떻게 그렇게나 크게 자랐을까 가만 생각해봤더니, 그 나무가 심겨진 장소가 에도 시대 때 호소카와 저택 자리였더라고요."
 "호소카와 저택이라면?"
 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주신구라가 있었던 곳이지요. 아코번의 무사들이 주군의 복수를 한 뒤 할복한 사건 말입니다."


그래서 저 나무를 보러 가고 싶습니다.(...)
미시마야 변조괴담, 그러니까 『흑백』, 『안주』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구입은 나오고서 바로 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달에 했지요. 구입하려 했더니만 그 달의 구입 금액을 초과하는 바람에 꾹꾹 눌러 참고 다음달이 되어 교보 플래티넘 쿠폰이 나오자마자 주문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교보 플래티넘 기준에 맞추는 건 참 어렵습니다. 초과하지 않게 배분해야하니까요.
(그러니까 채우는 것이 어려운게 아니라 너무 넘지 않게 달마다 구입 금액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_-)


미시마야 변조괴담, 3권에서는 그래도 진도를 나갈거라 해서 기대했는데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거죠. 읽고 나서 다시 앞의 책들을 빌려다 보았는데, 앞의 두 권에서는 그 가게 작은 주인님이랑 잘 이어질 것 같더니, 다시 새로 등장한 선생님이랑도 분위기가 묘하고, 이번 권에서도 선생님이랑 분위기가 좋더니만 딱 한 편에서만 그러고 도로 묵입니다. 허허허허허. 아무래도 미미여사가 오치카를 시집보내기 싫은가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3권 내내 분위기만 잡다-속된말로 썸만 타다-말리가 없어요. 하하하하하하.


표제작인 피리술사는 상당히 무시무시합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앞에 실린 「우는 아기」인데, 후자는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으니 임산부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ㄱ-; 하지만 죄짓고는 못산다는 아주 무서운 교훈을 남기니까요.


미시마야 이야기도 그렇고, 미미여사의 다른 에도 시리즈도 보면 정말 괴담인 것과 괴담인 척 하는 것이 뒤섞이는데 차라리 괴담인 쪽이 마음 편합니다. 괴담이 아닌 쪽은 뒷 맛이 쓰더라고요. 아니, 「안주」는 괴담임에도 눈물 쏟았지만...;ㅂ; 어느 쪽이건 간에 마음 깊숙히 남는 이야기들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피리술사』,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4, 14800원.


번역자는 일단 믿고 보는 이규원씨. 그런 의미에서 북스피어의 책을 살 때는 역자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에도 시리즈를 주로 구입하지만 누가 번역하건 다 괜찮았으니까요.
화과자는 이상하게도 와가시라는 본래 발음보다는 화과자라는 한자어가 더 익숙합니다. 어느 쪽을 더 먼저 접했냐의 문제일 텐데, 등소평보다는 덩샤오핑이 더 낯선 것과 비슷할 겁니다. 주은래가 주언라이보다 더 익숙해요. 하지만 이등박문보다 이토 히로부미가 익숙한 건 왜 그런가.
...

아니, 본 발음으로 읽느냐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읽느냐는 문제는 다 같지 않나요? =ㅁ=


책 내용만 보고 홀려서 도서관에 찾아갔다가 당황했습니다. 책이 나왔다 하면 무조건 챙겨보는 사카키 쓰카사 책이었거든요. 첫 번째 책은 집에 고이 모셔 놓았고, 두 번째 책은 원서로 사다 놓았습니다. 세 번째 책은 취향에서 슬쩍 벗어났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한데 ... 그 사이 제가 챙겨보지 못한 책 한 권이 더 있었군요. 이런.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번 책은 번역이 내내 걸렸습니다. 앞서 나온 책들보다 이번 책의 번역이 더 어려웠을 거라 생각하지만 번역자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다 포기하게 되더군요. 허허허허허. 덕분에 이 책은 그런 앙금이 가슴에 깊이 남았습니다.-_-; 차라리 맨 처음 두 권을 번역한 인단비씨나, 세 번째 책의 현정수씨가 했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을 텐데 이 책의 번역자는...(먼산)


이번 이야기는  사카키 쓰카사의 맨 앞 책인 『끊어지지 않는 실』과 이어집니다. 스핀오프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은데, 두 번째 이야기인 『신데렐라 티쓰』도 같은 상황의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건 왜 그런지 한국에 번역이 안 되었습니다. 배경이 오키나와의 숙박업소라고 들었는데 왜 안 들어오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원서로 읽을까도 고려했지만 검색했던 시점에서는 하드커버만 나와 있어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하여간 이 책은 아라이세탁소와 같은 상점가에 있는 어느 통통한 아가씨가 주인공입니다. 우에모토 교코의 어머니는 아라이세탁소의 파트타임 직원 중 한 명입니다. 기억이 가물하지만 세탁소의 파트타임은 셋이었을 겁니다. 그 중 한 분이었지요. 간식을 자주 갖다 주시는 분이라던가. 하여간 교코는 하고 싶은 일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릴없이 놀다가 도쿄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의 화과자매장에 취직합니다. 의외로 직장 찾기는 쉬웠다고 하는데 면접 잠깐 본 것만으로 바로 취직하지요.

조금 이상한 직원들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아도 대체적으로 있을 법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화과자 매장에서도 세탁소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상 속의 기묘한 수수께끼가 출현합니다. 그걸 풀어가는 것이 교코이고요. 아니, 풀어 나가는 것은 매니저와 다른 직원일 때도 있지만 하여간 주인공은 교코입니다.'ㅂ'

중요한 것은 화과자에 대해서 그리 잘 아는 편이 아니던 이 아가씨가 일취월장하더니만 막판에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과자에 대한 욕구를 마구마구 불러 일으킨다는 겁니다. 게다가 아직 화과자에 대해 잘 모르던 그 시기에도 먹는 것에 대한 묘사 만큼은 대단합니다. 으흑.;ㅠ;



그럼 문제는 뭐냐.
화과자 용어입니다. 화과자와 관련된 용어 번역이 걸리는게 많습니다. 센베이나 모나카에는 역자 주가 없는데 도라야키에는 본문에 역자 주가 붙었습니다. 회색 작은 글씨로 처리해서 크게 거슬리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걸리네요. 거기에 5월의 화과자 신작에는 투구와 장미와 오토시부미가 있답니다. 그리고 오토시부미는 찹쌀모찌랍니다. 6월의 과자는 청매, 물의 달, 수국이고요. 그런 부분이 읽다보면 턱턱 걸립니다. 제 취향에는 아예 다 일본어로 부르는 쪽이 편하거든요.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알기 쉽게 번역을 하는 쪽이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고요. 그래도 어떤 것은 한국어로, 어떤 것은 일본어로 나온 것은 읽다가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소재 특성상 화과자의 유래나 일본 역사, 세시풍속, 절기 등의 설명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으니 번역하기 쉬운 책은 절대 아닙니다. 음.. 이걸 현정수씨가 번역했다면 어떻게 나왔을지도 궁금하긴 하군요. 뭐, 제가 특히 좋아하지 않는 번역자이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받아 들이는 것도 있을 것이니 뭐라 말하기 어렵네요.=ㅁ=


사카키 쓰카사. 『화과자의 안』, 김난주 옮김. 블루엘리펀트(동아일보사), 2014, 12000원.


읽고 나면 화과자가 먹고 싶어지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젠장.. 교토 여행...;ㅂ;
일본의 고서점, 헌책방거리하면 다른 곳 다 빼고 진보쵸가 떠오릅니다. 한국에서야 청계천은 이미 거리가 사라진지 오래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부산의 보수동 골목이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서도 진보쵸를 제외한 다른 곳은 떠오르는 곳이 없어요. 그것도 나름 신기합니다. 다른 곳에도 헌책방 골목이나 고서점 골목이 있을 법 한데, 헌책방하면 여기만 생각나니 말입니다. 뭐, 교토에도 고서점시장 같은 것이 열리곤 한다 하나 시기 맞춰 가본 적은 없습니다. 아쉽네요.

하여간 이 소설의 배경은 진보쵸의 뒷골목에 자리잡은 서점입니다. 모리사키 서점은 거의 3대를 이어 서점을 하고 있지만 다른 서점에 비하면 아직 젊은 편입니다. 그런 서점을 이어가는 것은 주인공 다카코의 외삼촌입니다. 규슈가 고향으로 도쿄의 그냥 평범한 회사원인 다카코는 나쁜남자를 만나서 폐인 일보 직전까지 갑니다. 그런 다카코를 구원하는 것은 진보쵸의 서점이었지요. 서점에 자리를 잡고, 책에게 구원을 받고, 사람을 만나며 치료를 받고 그래서 다시 일어섭니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이야기이고, 후반부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거꾸로 다카코가 다른 사람들을 구원합니다. 구원이라기보다는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사람들의 등을 떠밀어 한발짝 더 나갈 수 있게 해준다고 해야하나요. 그래서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입장이 반대가 됩니다. 이쪽도 가볍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이고, 또 첫 번째 이야기하고도 바로 이어지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책이 얇아서 아침 출근길에 후르륵 다 읽을 수 있었네요. 빨리 넘어가는 이야기라 그렇기도 했지만....;



다음에는 카페 스보루가 진짜 있는 카페인지 확인하러 진보쵸에 가봐야겠습니다.=ㅠ=



야기사와 사토시.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서혜영 옮김. 블루엘리펀트(동아일보사), 2013, 12000원.


하지만 야스쿠니 거리가 나올 때마다 미묘한 얼굴 표정을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군요. 허허허...
베이커리인데 왜 초콜릿이 땡기냐 물으신다면, 끝까지 읽어보면 안다 답하겠습니다. 기승전초콜릿이거든요.


한밤중의 베이커리는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앞부분의 내용은 왠지 『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과 닮았습니다. 그나마 『블루베리잼』은 생판 남은 아니고 아주 먼 친척의 상황이지만 여기는 생판 남을 속여서 자신의 딸을 맡기는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한데, 맡기기로 한 사람은 없고 남은 것은 혈연도 면식도 전혀 없는 남정네 둘. 그리하여 약간 비뚤어진 사춘기 소녀는 아저씨와 그 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가 있는 빵집에서 기거하게 됩니다. 여기에 꼬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빵집을 중심으로 묘한 가족관계 혹은 동지애가 생기고 한 배를 탄 사람들이 마음을 모은다 정도로 마무리 짓지요.

두 번째 이야기는 그보다 더 나아갑니다. 아저씨를 찾아서 어떤 여자가 찾아오고, 이어서 그 여자 때문에 사건에 휘말립니다. 지난번에는 꼬마가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20대 처자가 문제네요. 결국 사건은 그럭저럭 해결하고, 그 와중에 연애담이 생기며 막판에 소녀는 초콜릿에 대한 재능을 깨닫습니다. 마지막은 벚꽃놀이 준비.
...
적다보니 흐름이 이상하지만 원래 삶은 그런거죠. 한 가지 사건이 발생해서 그에 대한 해결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있고 그에 대한 곁가지로 다른 일이 발생하고, 그런 것들이 뒤죽박죽 섞이고, 다시 해결되어 일상으로 돌아가고.

그런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부담 없이 편하게 보았습니다.



보고 나면 크로아상이 확 땡기고 막판의 초콜릿 때문에 방산시장에서 초콜릿 사왔다는 건 후일담 정도..?;


오누마 노리코. 『한밤중의 베이커리 2』, 김윤수 옮김. 은행나무, 2014, 13000원.

『도쿄밴드웨건』이 떠오릅니다. 락은 사랑이자, 락은 인생이고, 락은 진리입니다. 후훗. 나이 예순 넘어 이미 손자가 초등학생인 락커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폐부 직전의 락밴드를 살려보려는 두 소년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이 마리화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미친 일이고, 그에 관해서 흘러간 상황은 대체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교내에서 사고를 쳤다면 더 문제였겠지만, 경찰에서 연락이 들어온 것이 어쩌면 상황이 커진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그 두 학생이 외부에서 사고를 일으켜, 경찰에게 검거가 되어, 그 다음에 학교로 연락이 온 덕에 학교에서는 이 학생들이 소속된 밴드부 폐쇄 결정을 내리거든요. 어차피 실제 활동하던 것은 이 두 학생과 다른 후배 한 명 뿐이었으니 학교에서는 거리낌이 없었을 겁니다. 그것도 유명한 밴드가 아니라 교내 밴드. 게다가 이미 죽어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상황의 반전은 교장입니다. 밴드부의 해체를 반대하는 유령 부원의 주장을 듣고 교장은 세 가지 조건을 붙여 허락합니다. 고문을 둘 것, 고문이 있을 때만 연주를 할 것, 반년 이내에 성과를 거둘 것. 활동 부원과 전(前) 유령부원은 같이 손을 잡고 신입멤버를 찾아 헤매며, 거기에 고문을 맡을 교사를 찾아 다닙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사고를 친 밴드부에 적을 두려는 교사도, 학생도 없지요. 이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1학기와 함께 시작합니다.'ㅅ'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론은 ROCK입니다. 마지막에 무시무시한 반전도 등장하긴 하나, 전체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밴드부 부원을 모집하기 위한 좌충우돌
-ROCK, 음악, 밴드에 대한 열망
-밴드부를 반대하고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교사와의 충돌
-LOVE
-청춘

이 모든 것이 뒤섞이면 이 짧지만 긴 소설이 됩니다. 부원을 모집하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고, 고문을 부탁하고, 열심히 연습하며, 밴드부에 대한 학생들의 비난어린 시선도 감내합니다. 그리고 결론은 ROCK. 으흑. 보고 나면 악기 하나 쯤 붙들고 싶어지는 그런 여운이 남습니다. 당연히 행복한 결말로 끝나고요.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보너스 트랙』 옆에 꽂혀 있길래=같은 작가이길래 고민하다 들고 왓는데 오늘 아침부터 시작해 방금 전 끝냈습니다. 아마 C님은 이미 보셨거나 좋아하실 것 같...-ㅂ-;;
(이미 보셨던가;;)


마음에 안드는 건 판형입니다. 『도서관 전쟁』은 이보다는 글자크기가 작고 빡빡한 편인데 같은 라인으로 나온 『보너스 트랙』이나 『층계참의 빅노이즈』는 책이 두꺼워서 건드리기 망설여집니다. 사실 내용 압축하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북홀릭판 수준으로 낼 수 있을 것 같은 걸요. 하드커버가 아니라 소프트커버였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 점은 조금 아쉽네요.

뒤늦게 접한 것이 아쉬워 다시 한 번 읽으러 갑니다./ㅅ/



코시가야 오사무. 『층계참의 빅노이즈』, 김진수 옮김. 스튜디오본프리, 2010, 12000원.


도서관에서 빌렸던 터라 표지는 못보았는데, 지금 보고 당황했습니다. 일러스트 김형태..ㄱ-; 왠지 손이 더 안가는군요. 표지가 케이토가 아니라 유사쿠 같은게....;
아예 제목에다 땅땅땅 박았습니다. 하드 SF. 제목에 낚이고 첫 작품에 낚여 이게 뭔가 했는데 이거 하드, 아니, 정통 SF에 가까운 단편집입니다.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제목을 보고 홀려서 집어 들었습니다. 일단 이 책 NT 노벨로 대원씨아이에서 나왔고요, 제목에 슈뢰딩거와 초콜릿 파르페가 들어갑니다. 제 취향이다 싶어서 덥석 집었는데 SF라네요. 『M.G.H.』 같은 소설을 기대하고 집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지요. 이 책 속표지가 검은색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라인이 라이트노벨계가 아니라 『유키카제』와 같은 라인인 겁니다. 하하하하하.;ㅂ; 하지만 그 사실을 떠올린 것은 첫 번째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였습니다. 그걸 다 보고서야 이 책이 단편소설집인걸 알았고, 맨 앞 이야기가 표제작인 걸 알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한 권짜리 소설인 줄 알았거든요.

표제작인 「슈뢰딩거의 초콜릿 파르페」는 배경이 물리학입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저도 들어서 알고 있는 데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잖아요. 이게 초콜릿 파르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보시면 아십니다. 다만 첫 번째 이야기에 대한 감상은 접어 둡니다. 한줄로 요약하면 커플천국 솔로지옥입니다. 솔로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됩니다.
(그래, 기억하는 한도 내의 모든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솔로였어.ㄱ-)


배경이 되는 물리학 이론이 꽤 흥미로운데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생물학까지는 그럭저럭 가겠는데 최신 물리학이랑 화학은 이해하기 어려워요.;ㅁ;


「어금니의 스위치를 켜라」. 이건 내용을 말하는 것 자체가..-ㅂ-;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떠오르더랍니다. 아이언맨은 아닙니다. 분위기는 600만 달러의 사나이 계통이네요. 하지만 결론은..(눈물 좀 닦고)
순간 가속에 대한 이야기는 모 소설에서도 등장하지 않던가요? 하여간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바이오십 헌터」는 상상 초월할만한 그런 이야기라. 음, 저는 이 이야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최근에 읽었던 SF,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떠올랐습니다. 표제작 말고 그 단편집 자체 말입니다. 로저 젤라즈니가 절로 떠오르는 단편이더군요. 덕분에 또 읽고 싶어지더랍니다. 아무래도 이거 전자책으로 사야겠어요..-ㅁ-;
(라고 썼지만 안나왔습니다.ㄱ-)


「메두사의 주문」은 특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생각납니다. 소재의 문제일겁니다. 하여간 읽고 나면. 하하하하하. 이것도 굉장히 아이디어가 독특합니다. 이런 이야기일 줄은 몰랐어요.ㄱ-;


「언젠가 찾아올 겨울의 슬픔도」는 제목이 상당히 긴데,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안생겨요.(먼산) 평행세계랑 타임패러독스를 이야기하는데 결말이 슬프더군요. 제목 그대로.


「7퍼센트의 천무」는 대체적으로 무난합니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커플천국.


「어둠 속의 충동」은 오마쥬입니다. 아마도? 전 러브크래크래프트를 안 읽어서 확신은 못하지만 그쪽 계통의 이야기를 섞은 것 같습니다. 보고 나면 하수구 위는 못 지나갈 거고, 우주괴물 따위는 ..ㅠ_ㅠ 게다가 결론은 커플천국.


넵.
읽고 나면 솔로는 참 옆구리가 허전합니다. 내용 정리하다보니 더 옆구리가 허전하네요. 하지만 솔로지옥을 부르짖는 것은 작가가 커플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처럼 오타쿠 커플인 것 같더군요. 제 평소 독서범위하고는 다른 방향이라 저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습니다. 하여간 애초에 기대했던 가벼운 소설이 아니라 무거운 소설이기는 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 C님이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로저 젤라즈니나 러브크래프트 등의 오마쥬를 좋아하신다면 보실만 하실 겁니다. 조금 묵직한 SF지만 그 요소를 빼놓고 보면 판타지로 읽히기도 합니다. 묘하지요.-ㅁ-


야마모토 히로시. 『슈뢰딩거의 초콜릿 파르페』, 박용국 옮김. 대원씨아이, 2010, 9800원.


지금 보니 NT Library라고 표지에 있는데, 『유키카제』도 같은 라인인가 싶고..? 나중에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지금 보니(2) 교보에서는 절판으로 뜨는군요. 젠장.ㄱ-;
책을 빌리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같은 작가의 『엠브리오 기담』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옆에 꽂힌 책을 보고는 호기심에 집었던 겁니다. 퇴근 길 버스 안에서 꺼내 들었는데 단편집이고 연작도 아니라서 읽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곱 번째 이야기까지 읽고 나서는 책을 도로 집어 넣었습니다. 생각 가아서는 던지고 싶었는데 제 책은 아니니까요. 굉장히 뒤끝이 안 좋은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른 것보다 재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가라앉았거나 뒷맛이 안 좋은 소설은 잘 안 봅니다. 한국 근대소설을 안 보는 이유도 동일합니다. 아리랑도 3권까지인가 보았지만 그 뒤로는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대강 손에 잡히다보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군요. 골치 아픈 것은 인문 사회 과학 서적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소설은 뒤끝이 안 좋은 소설입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이야기. 야마노테선을 타고 돌면서 다른 사람들이 가방을 놓고 내리기를 기다려서는 기회를 보아 놓친 가방을 들고 내립니다. 현금만 꺼내고 가방은 폐기. 다시 말해 도둑인겁니다. 이 여자가 그렇게 된 계기는 첫 직장에서 실패하고 차츰 내리막길을 걷다 그런 것인데, 결국에는 우는 걸로 끝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동거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 이것도 뒷맛 안 좋아요.

세 번째 이야기는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결혼하기 직전 남자친구가 식장에 있는 걸 발견합니다. 결혼하기 직전까지 저울질 하다가 도쿄대 나온 남자를 고른 터라 다른 친구에게 옷 갈아 입는 사이 하소연을 했는데, 그걸 신랑이 듣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엄마에게 돈을 도둑맞은 딸 이야기. 하지만 결국에 딸이 엄마에게 공감하고 아버지랑 이혼하고 가출하자고 도로 부추깁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남편에게 살해당하기 직전의 여자 이야기. 순정 만화가랍니다.(먼산)

여섯 번째 이야기는 누나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알고 나서는 소심한 복수를 계획한 남동생이 고양이를 납치하는데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죽으면서 아이는 외려 자신이 그런 거라고 자수하고는 입을 다뭅니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양쪽이 경찰서에서 싸우는 가운데, 남동생이 고양이를 유괴할 때부터 상황을 보고 있던 친구가 쟤는 아무 잘못 없다고 나서는 군요. 하지만 소년은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내가 정말로 죄가 없나, 하고.

일곱 번째 이야기는 7년간 불륜 관계였던 남자가, 승진을 위해 불륜녀를 버리고 미국 유학을 선택합니다. 게다가 헤어질 때 아내가 둘째를 원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여자는 소심한 복수로 볼거리에 걸린 걸 알고는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안아달라고 합니다. 둘다 볼거리 백신을 안 맞았다던가요. 남자는 결국 불임.-_-;



읽고 나면 기분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가라 앉아요. 왜 이런 소설을 썼는지를 넘어서 내가 왜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기분이 나빠야 해?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것이 현대 소설인가 싶기도 하고..? ㄱ-


야마모토 후미오. 『블랙 티』, 김미영 옮김. 창해, 2009, 9500원.

로그 호라이즈는 애니메이션만 아니면 더 좋아했을 텐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쿠로에(...)의 성우가 문제입니다. 예전에 하트 커넥트 사건으로 단단히 찍힌 인물이라 내키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소설은 상당히 좋아합니다. 라이트노벨 중에서 출간된 걸 알면 그 즉시 홍대 가서 사오는 작품이 셋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로그 호라이즌』입니다.


7권은 외전이나 바깥 이야기를 다루는 것처럼 느껴진 6권과 짝을 이룹니다. 6권을 보면 설명이 덜 되었다 싶은 부분이 몇 있지요. 아카쓰키랑 시로에가 만나는 장면입니다. 기억에는 둘 나이가 그렇게 차이나지 않을 것 같은데 아카쓰키가 워낙 동안-로리-이다 보니 5-6세 이상 차이가 날 것 같다는 망상도 듭니다. 아닐 거예요.-ㅂ-; 저야 아카쓰키랑 시로에 커플을 미는 입장이라 다른 아가씨보다 이쪽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6권에서는 대대적인 떡밥이 하나 나왔지요. 이거 어떻게 풀어 나갈 건가 싶은 정도의 무거운 떡밥. 7권도 만만치 않습니다. 7권의 떡밥은 쿠니에 일족입니다. 6권에서도 이 일족에 대해 잠시 언급이 있었지요. 마법진을 풀기 위해 쿠니에 일족의 힘을 빌리던데 그 일족의 가장 큰 비밀을 어쩌다보니 알게 되었다는 것이 시로에의 상황입니다. 거기에 5권인가에서 잠시 스치듯 지나간 인물 둘도 굉장히 큰 비중으로 다가옵니다. 근데 이것 참. 그 때 보았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 보이네요.


거기에 이번 권이 상당히 마음에 든 건 1권에서 있었던 사건을 다시 다루기 때문입니다. 아니, 1권의 사건과 2권의 사건, 거기에 5권의 사건들까지 아울러 다루어 엮어 내니 그게 또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성격 더럽게 안 좋은 것 같아 보인 누구씨가 현실 세계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게임 폐인 고딩이라는 게..ㄱ-; 그런 고딩이 죽을 힘을 다해, 사력을 다해 외치는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크흑. 열혈 용사를 보는 것 같은데, 그게 또 절절하게 마음을 울리더군요.

다만 시로에 못지 않게 팬티용사(-_-)도 할렘 구축을 하는 거냐 싶어서 말입니다. 아니, 뭐, 마리에랑 거의 공인 커플이 아닌가 싶긴 한데 이번 권에서 졸졸 쫓아다니는 여자가 나옵니다. 물론 이 여자의 이미지는 좋아서 쫓아다닌다기 보다는 팬티용사의 뒤를 이을 훌륭한 신사™고요. 그리고 시로에는 현재 최소한 셋의 호감을 받고 있잖아요? 서풍의 기사단 길드 마스터인 소지로보다야 덜 하지만 그래도 본인이 은근히 뿌리고 다니니까 문제입니다. 작가가 그리 설정한 걸 어쩌겠느냐만...; 아, 그래도 전 꼬리 몇 개 달린 여우도 싫고요, 쿨하지만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비서님도 뒤로 밀렸고요, 귀여운 여중생도 아닙니다. 아카쓰키를 지지합니다.///


이번 권은 던전 공략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걸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보고 있노라니 손이 근질근질한게 다시 마비노기를 하고 싶던걸요. 그러기 위해서는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해야할 텐데, 지난번에 깔았다가 속도 안나오는 것을 보니 손이 안갑니다. 하하; 뭐, 아예 윈도 8로 업그레이드 할 겸 해볼까요..?



토노 마마레. 『로그 호라이즌 7: 쿠니에의 황금』, 김정규 옮김. 대원씨아이, 2014, 7천원.


국립국어원의 표기에 따르면 아카츠키가 아니라 아카쓰키고, 토노 마마레가 아니라 도노 마마레입니다. 하지만 쓸 때마다 위화감이 상당하네요.
내용 한 줄 요약: 처절하게 망가져라! 나루타마!


할렘 구축은 용서하지 못해! 그러니 넌 망신을 당해야 해!

라고 작가가 일부러 함정을 파놓는 것인지, 본편 내내 주인공 나루타 마이치로는 구릅니다. 앞부터 예상은 했지만 나루타마의 소꿉친구로 매번 골탕 먹이는 회장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리 없지요. 게다가 4권에서 나루타마가 사고를 조금 쳤습니다. 바로 납작 엎드리긴 했지만 그 타격이 상당했던 지라, 회장은 내내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축제를 맞아 학생회가 메이드 + 집사 카페를 맡아 열면서는 나루타마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합니다. 그리고 그 일격을 맞은 채로 얌전히 숨어 있어야 했던 나루타마는 모종의 사건 때문에 그 모습 그대로 전교를 질주합니다. 하하.

이쯤 되면 대강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실지도요?


이렇게 내용을 적다보면 보통의 학교를 배경으로 한 보통의 라이트 노벨과 다를바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표지도 그런 라이트노벨과 유사하고요. 이번 편 표지는 흑발을 휘날리는 E컵 미소녀라 말입니다. 한데 이 소설의 주 내용은 추리입니다. 이것도 회장이 문제인데, 회장이 심심풀이로 학생회 임원들을 참여시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어린 양의 모임이 시작이었거든요. 그 어린 양의 모임에서 나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루타마가 억지로 끌어 들인 모 빈유 안경 투덜이가 탐정인 셈이고, 나루타마나 사사하라는 그에 따라가는 보조역이지요. 물론 보조역에 해당하는 주변 인물이 많고, 해결하는 것 중 꽤 재미있는 미스터리도 있으니까요. 저 할렘 구축만 아니면 가볍게 읽을 만 합니다.'ㅂ'


그러니 이 소설을 안 버리고 고이 집에 모셔두고 있는 것이지요. 뭐, 조만간 폐기할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그건 조금 더 두고 볼 생각입니다. 그 전에 「문학소녀」부터 해결을..OTL


간구도. 『어린 양은 길을 잃지 않아 5: 소란을 떠는 양 다섯 마리』, 김소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4, 7천원.


부제에 양 다섯 마리라고 쓴 것은 5권이기 때문입니다. 4권은 네 마리더라고요.


참고로 제 주변에서는 이 소설 저만 읽습니다.(먼산) G도 안 봐요.; 나쁘진 않은데 말입니다...
원서입니다. 일단 앞서 밝혀놓고..

제목이 異人館화랑인데, 앞부분의 이인관을 어떻게 번역해야할지 고민되더랍니다. 이게, 요코하마의 그 이진칸 거리를 염두에 두고 붙인 이름이거든요. 배경이 요코하마입니다. 일본의 개항지에는 이진칸, 즉 외국인 거리가 있으니, 고베에도 이진칸이 있고 요코하마에도 있고, 나가사키에도 있습니다. 나가사키도 아마 있을 거예요.; 확인은 못했지만..

하여간 요코하마의 이진칸이 모인 마을, 거리에는 화랑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 주인이던 화가는 최근 세상을 떠났고, 화가의 부인인 미망인이 그 옆에서 홍차를 전문적으로 내는 가게를 운영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달달한 이야기 같은데 실상은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소재가 미술이네요. 그것도 미술 중에서도 상당히 드문 학문이고 한국에는 전공자가 있을지 궁금한 도상학입니다. 하기야 한국 민화도 도상학적인 부분이 분명 있으니 없진 않겠지요.
앞에 설명한 부분은 전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남긴 뜻을 알 수 없는 편지입니다. 편지의 내용이 이상한 것은 그 할아버지가 조금 독특한 성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만 내놓는 타입입니다. 문제는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고, 그나마 나은 것은 편지의 수신자가 할아버지와 가까운 사이였던 손녀딸이라는 겁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그 손녀입니다. 이름은 치카게. 이미 이름을 언급한 시점에서 폭소를 터뜨릴 분이 있을지도요. 벚꽃 정령은 안나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치카게는 조부모와 함께 영국에 있다가 공부를 더 할까 하는 시점에서 조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서둘러 귀국합니다. 병세가 그렇게 심할거라고는 주변 사람 모두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손녀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지요. 게다가 조부모는 치카게에게는 부모나 다름없고 유일한 가족입니다. 그래서 열여덟 살의 아가씨는 집에 돌아와서는 할아버지가 본인에게 남긴 유언을 보는데, 손녀가 외톨이가 될까 안타까워한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치카게를 부탁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혼약......; 문제는 상대가 누구인지 언급이 없고, 부탁했다라는 말만 있습니다. 하하하.

여기에 후보로 짐작되는 두 명의 남자가 나옵니다. 이종사촌 오라버니로, 성격이 지나치게 발랄한 교이치. 항상 존댓말을 쓰는 성격 나쁜 도마. 둘 중 누구일지는 시작하고 나서 10%쯤 진도 나가면 대강 감이 옵니다. 이 사람 밖에 없어요.


이 책을 추천한 건 B님이랑 C님인데, 추천하시면서 재미는 있지만 여주인공 성격이 문제라고 하시더군요. 처음 읽으면서는 왜 그런가 했는데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결국 30%쯤 나가서는 못참고 맨 마지막 장으로 넘어가 후루룩 읽었습니다. 가운데 부분은 넘어가도 되겠더라고요. 이걸 끝까지 읽다가는, 도마보다 더 성격이 나쁜 이 아가씨 때문에 속이 뒤집어지겠다 싶었습니다. 새침떼기도 정도가 있지, 이 정도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러니까 서브컬쳐의 츤데레보다 더합니다. 보통은 츤츤 데레데레, 즉 몇번 새침떨다가 그 뒤에 가면 '널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그래도 괜찮아!' 정도의 반응을 보이게 마련인데, 이 아가씨는 한도 끝도 없이 츤츤츤츤츤츤츤츤츤츤츤. 또래와 사귀어 본 적이 없고, 사람과 어울린 적이 드물어서 그런가 싶습니다.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니까요. 이게 또 치카게의 가정환경과 연결되면 안쓰럽기도 하고 안되어 보이니 그럭저럭 넘어가긴 합니다.


끝에는 조금 달라질까 싶었는데, 마지막 장에서도 대강 돌아가는 상황 다 파악했음에도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네요. 하지만 뭐, 그래도 소재가 워낙 독특했던 터라 볼만합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소재가 도상학입니다. 서양미술에서는 도상학이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지요. 그림의 여기저기에 배치된 소품은 그냥 들어가지 않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들어갑니다. 여기서는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을 헤집어서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도상이 그려진, 그런 그림이 소재가 됩니다. 치카게의 전공이 도상학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도 같이 언급이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번역본이 나오면 츤츤은 넘어가더라도 일단 구입해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번역본이 나올 가능성은 아주 낮진 않습니다. 요즘처럼 가벼운 미스터리가 번역 잘되는 때라면 가능성이 있고, 이 작가는 한국에 번역본이 나온 적이 있어서 가능성이 조금 더 높습니다. 다만 전작의 번역이 일본과는 달리 절단 신공에 가깝게, 중간에 정식 발매되다 말았어요.-_-
『백작과 요정』. 성격 나쁜 남자와 살짝 새침데기 기질이 있는 시골 아가씨의 연애담 및 남정네의 어장관리(...) 로맨스 라이트노벨 말입니다. 같은 작가예요. 아마존에서 오늘 검색해보고 알았습니다. 허허허허허. 그러고 보면 이 소설에서도 구도는 비슷하군요. 허허허허허. 게다가 이 소설; 2013년 12월 27일에 나온 최신간에서는 이미 아들래미가 한 살 반이야! ;ㅁ; 한국판에서는 약혼만 하고 결혼식도 아직 안 올렸단 말입니다! 전투도 안 끝났어!



谷 瑞恵(다니 미즈에). 『異人館画廊 盗まれた絵と謎を読む少女』. 集英社, 2014, 605엔.



첨부한 것은 이 소설의 표지와 백작과 요정 최근 권 표지. ... 애가 참 귀엽더군요. 그 때문에 호기심이 들어서 최근 두 권만 원서로 사서 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전 추리소설 타입이라면 셜록 홈즈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묘하게 고풍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합 때문인지, 옛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소설입니다. 다만 뒤통수를 얻어 맞고 나면 그대로 뻗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전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탐정과 조수의 조합이나 그 분위기가 옛 만화책에서 자주 보이는 종류라 그렇습니다. 영명한 소녀 탐정과 그 옆에 붙은 어리버리한 청년. 그런 조합이 이 소설을 끌고 나갑니다. 하지만 이게 독자의 눈을 가리는 가장 큰 안대입니다. 저도 별 생각 없이 읽었다가 마지막 부분을 읽고는 헛웃음만 지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끌고 나갈 줄은 몰랐으니까요.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주인공 나는 일신상의 크나큰 문제로 인해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어느 온천장에 찾아옵니다. 몇 년 전 찾아왔던 작은 온천 지역은 무녀와도 같은 존재를 중심으로 하여 특정 가문의 위세가 센, 그런 시골입니다. 이 무녀님은 옛날 옛적 용을 물리친 분이라고 하는군요. 대대로 집안에서 여자가 그 무녀 역할을 물려 받고, 데릴사위를 들입니다. 그 용의 목이 있다는 곳 주변은 폭포가 있는데 경치가 나쁘지 않아서 주인공 종종 그 바위에 올라갑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살인사건이 이어집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주인공은 한 소녀를 만납니다. 경찰들의 뒤에서 사건을 해결하기로 유명한 어느 애꾸눈 탐정이 있었고, 그 탐정의 유일한 자식인 소녀가 그 곳에 와 있었거든요. 하카마를 입고 검은 머리를 찰랑이는 10대의 소녀인데, 머리가 잘 돌아가기도 하거니와 새침떼기 기질도 있는 것이 주인공이 호감을 가지는 건 당연합니다. 아버지와 같이 주인공과 같은 온천장에 머무르고 있었고요.


자아. 여기서 끊습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살인사건을 소녀가 해결하는 것까지는 동일합니다. 다만 이 와중에 소녀도 여러 모로 상처를 입고 조용히 사라집니다. 청년은 결심했던 것을 행하고요. 이 이상을 이야기하면 내용 폭로가 될 것이 뻔해, 얌전히 놔둡니다.


결말이 의외로 밝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억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범인을 동정하기도 하게 되는 소설이더군요. 무난하게 읽을만 하고, 다른 의미로는 긴다이치 하지메의 여성판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나마 범인 찍기라도 잘하지, 하지메는 헛짚었다가 우수수수수수 죽어나가는 일이 많잖아요. 하지만 뭐, 이 소설도 여기저기 함정이 많으니 결말을 보고는 허탈함에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지요.


총명한 여자아이와 어리버리하고 거기에 끌려 다니는 연상 청년의 조합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그런 조합을 좋아하실 분이 그리 많지 않군요. 하하;


마야 유타카. 『애꾸눈 소녀』, 김은모 옮김. 문학동네, 2012, 13000원.


이쯤되면 표지의 세 사람이 드라마와 겹쳐집니다. 드라마는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소설의 분위기도 이제 드라마 같이 느껴지거든요. 하는 행동이 드라마틱하다 보니 더합니다. 과장되고, 보통 사람들이면 안 할 것 같은, 그런 대화나 행동이 오갑니다. 아예 소설의 전체적인 장면들이 드라마로 자동 재생된다고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1편은 상당히 신선했고, 2편도 그럭저럭 괜찮았던가, 혹은 무난하다 못해 머릿 속에서 금방 기억이 사라질 정도였다던가 한데 3편은 거기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래, 이제 더 보지 않아도 되겠어요. 하지만 그 생각도 맨 마지막 편의 그 장면을 보면 쏙 들어갑니다. 그게 무슨 장면인지는 넘어가지요.(먼산) 일본 경시청은 이래서 안된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 편을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이전 편에서는 자신의 실패담을 들려주기 망설이던 아가씨도 이제는 아예 속 시원히 털어 놓습니다. 그리고 집사가 던지는 마구를 맞고는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 반격합니다. 밥이 아깝다는 소리마저도 들으니, 집사가 지독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맨 마지막 편의 그 장면을 보면 또 웃음이 납니다. 결국 조련 당한 쪽이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둘은 앞으로도 죽 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가볍게 보기 좋고 무난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큰 추리는 기대하지 마세요.:)


그러고 보면 모든 편에서 이야기 합니다. 만악의 근원은 돈이로군요.



히가시가와 도쿠야.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3』, 현정수 옮김. 21세기북스. 2013, 14000원.


이런 집사를 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자학인지도 모릅니다.ㄱ-;
제목을 보고 오해를 했습니다. 그리고 읽는 내내 왜 안하지라고 내내 고민을 했는데 끝에 가서야 제가 오해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책 맨 뒷면을 보고는 확인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라이트노벨 『귀족탐정 에드워드』나. 도로시 세이어스의 피터 윔지 경 시리즈와는 전혀 다릅니다. 헷갈리면 안됩니다. 이 책의 얼개는 책 뒷 면에 있는 한 줄로 끝낼 수 있습니다.

"추리? 내가 왜 그런 귀찮은 일을 해야 하지? 노동은 하인들이 한다고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정말이라니까요.-_-;

육체노동과 지적노동은 하인들이 하고 귀족님께서는 그걸 감상합니다. 근데 이분, 도대체 어디 출신이길래 이렇게 끝발 있으신지. 게다가 어디에 들어가든 상관없이 콧수염(!)을 돌돌 말면서 관람하고 관련된 예쁜 여자를 꼬시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매번 성공하신다는 거. 하하하하하. 저는 역시 집사와 메이드가 참 좋습니다만 등장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ㅁ;


배경 분위기는 요코미조 세이시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귀족이라는 존재가 아직 남아 있고, 핸드폰이나 스마트폰 같은 건 없으며, 위계질서가 남아 있고 귀족에 의한 압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거기에 저런 우아한-_- 귀족 따위 현재 있을리가 없잖아요. 하하하. 이미 일본의 귀족은 2세대, 3세대를 거쳐 세금 내느라 재산을 몽창 털리고 남은 건 거의 없을 듯...;
(그러고 보니 모 만화의 모 귀족(혹은 화족) 집안도 데릴사위를 들였더니 딸 하나 있던 것은 미혼모로 가출했고, 그 아들래미는 독신 선언. 하하하하. 대가 끊겼지만 모든 재산을 그 할머님께서 기증하셨지요. 그 뒷권이 나오긴 하려나. 쿄 굉장히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라이트노벨은 아니지만 무리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게다가 범행 장소가 제각각이고 그리 간단한 추리는 아니니까 보는 재미도 있고요. 몇몇은 입맛이 쓰지만 뭐..'ㅂ'

그래도 전 같은 귀족탐정이라면 윔지경이 취향입니다. 후훗.



마야 유타카. 『귀족 탐정』, 최고은 지음. 북홀릭(학산문화사), 2013, 12000원.

책의 내용 소개는 저자명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끝납니다.
...
정말로요.
....
정말이라니까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하자면, 제 10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이랍니다. 원제의 미즈치는 다른 곳의 염매님과도 비슷합니다. 이곳도 나라 어드메의 약간 고립된 것 같은 기묘한 지역에, 수해와 가뭄으로 고생하는 지역이 있어 거기서 물의 신을 모신데서 연유가 되었다고 합니다.'ㅂ'
그랬는데...
왜 저는 분명 『산마』나 『잘린 머리』나 『염매』를 읽었음에도 기억이 홀랑 날아간 거죠? 그나마 제대로 기억하는 것은 『잘린 머리』뿐이고 다른 두 권은 결말이 어땠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범인마저도 기억이 나질 않으니, 다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이야기는 교토 어드메에서 기자와 탐정과 신사 집안의 망나니(?) 아들래미의 대화에서 시작합니다. 신사집안의 제멋대로 선배는 이래저래 뜸을 들이며 나라 어드메에 있다는 괴이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겐야는 거기에 홀려 선배와 기자와 함께 마을을 찾아가기로 약속을 해놓지요. 하지만 일이 생겨 선배는 결국 이번에도 동행하지 못하고, 겐야와 기자, 소후에 시노만 가게 됩니다.

이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시점이 교차됩니다. 앞부분에도 나오지만 도조 겐야의 시점은 3인칭이고, 나로 나오는 1인칭 시점은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나옵니다. 시노와 선배와 겐야의 지루하고 짜증나는 대화가 지나가면 그 다음에 바로 1인칭 시점이 나오는데, 읽다보면 중간에 그 인물이 누구인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다만 시대가 어떻게 교차하는지는 중반 쯤에야 깨달을 수 있더라고요.


물이 중요한 코드로 등장하기 때문에 물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질색할 수 있습니다. 저는 물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인데 그 때문에 읽으면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악몽을 꾸지 않은 것이 다행이네요. 저는 악몽에서는 반드시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이 등장하는지라, 여기서 나오는 그런 장소는 참 무섭습니다.;ㅂ;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이 여럿 나오는데, 이 책도 앞서 다른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결말이 꽤 열려 있지만 짐작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의 등장인데, 에필로그에서 나오는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는 책에 대한 평가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끄응. 사실 제일 끝을 알고 싶었던 것은 다른 인물이었거든요. 그쪽이 마음에 들었던 터라 궁금했는데 결국 그냥 열린 결말로 나갔습니다.


미쓰다 신조를 좋아하신다면 보실만 합니다. 그리고 중간 부분에 굉장히 상세히, 만주에서의 생활과 만주부터 일본으로 돌아오는 고난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의 조건』이었던가. 어렸을 때 들었던 어느 만주군 병사의 귀환기에 대한 소설을 들은 적이 있는데 겹쳐지는 군요. 이런 이야기에는 약하기 때문에 거북하기도 했고, 또 만주에서의 귀환은 피해자로서의 입장이나 힘들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말입니다. 배경이 그렇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먼산)



미쓰다 신조.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권영주 옮김. 비채(김영사), 2013,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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