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생협 모임에서는 사은품을 안 들고 갔습니다. 이건 다음 번에 들고 가도록 하고...-ㅂ-;


이번 달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이벤트로 두 권을 모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마우스패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했는데, 두 종류의 일러스트 중에서 제가 원하는 쪽으로 와서 다행입니다. 지탄다도 좋지만 오레키가 훨씬 취향이거든요. 오레키가 더 귀엽습니다. 훗훗훗훗훗...

애니플러스를 스토킹(!) 하면서 몇 번이나 보았던 터라 이미 내용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소설은 행간이 많이 비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빙과』는 굉장히 섬세하게, 한 컷 한 컷 빚어가며 만들었기 때문에 상세합니다. 어느 한 컷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없지요. 그에 비해 소설은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느 소설에서 "미처 가설을 준비하지 않은 오레키는 난처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머리를 짜던 그는 잠시 화장실을 빌리겠다고 하고 일어섰다. 지탄다가 가리킨 방향으로 가자 서늘해 보이는, 하지만 스산한 느낌의 복도가 이어졌고 ..." 식으로 만화 그리듯 기술하나요.; 물론 그런 소설도 있지만 고전부 시리즈는 그런 부류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읽고 있다보면 그 행간을 에폭시로 메워나간 교토 애니메이션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반면에 그게 오히려 소설의 강점이 됩니다. 하나하나 독자가 직접 이야기를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점이지요. 물론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이 떠올라 소설의 묘사 부족에 불만을 가지게 되지만 읽다보면 소설의 간략함이 그런 여백을 내준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빙과』의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장면에서의 인물들은 애니메이션보다 소설쪽의 박력이 더하다 싶더군요.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도 오레키의 좌절과 오레키™의 상황 파악 능력이 돋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쪽은 애니메이션과 소설이 상당히 차이나더군요.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애니메이션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소설은 괜찮게 보았습니다. 그리 길지 않게 기술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 그러고 보니 『빙과』에서 오레키가 풀었던 수수께끼는 하나뿐입니다. 음악실과 동호회에 대한 수수께끼-즉, 2편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소설에는 없었어요. 애니메이션과 소설의 차이를 하나 하나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덧붙이자면 번역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책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습니다. 번역은 최고은씨가 했다면 더 잘어울렸을라나 싶은 정도. 『빙과』에 등장하는 여러 말장난을 그냥 넘겼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말장난이나 일본어 단어의 차이 등등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넘어갈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책은 잘 만들었지요.
내용이 얼마 되지 않아 페이지는 적지만, 이타카판 『은하영웅전설』 못지 않게 공들여 만든 책입니다. 갈색 바탕으로 손에 잘 잡히는 판형도 그렇고, 글씨는 크지만 읽기에는 편합니다. (행간도 넓지만-_-) 하지만 편집도 훌륭한데다, 굵은 띠지까지 포함해서 표지 디자인을 한 점, 띠지의 색에 맞춰 가늠끈을 넣은 점 등등 신경써서 책을 만들었다는게 보입니다. 『빙과』는 가늠끈이 연한 하늘색이고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연한 보라색이지요. 거기에 속지도 굉장히 귀엽습니다. 포장지 비슷한 걸 썼는데 디자인이 일본의 포장 디자인과 비슷합니다. 슬쩍 본문 분위기를 맞춘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이 부분은 확인한다고 하고는 잊었습니다.OTL)
덕분에 어제 생협에서 실물을 보신 분들 중 두 분이 책에 홀려서 구입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핫핫핫. 나중에 대출나갔던 책이 돌아오면 띠지로 가려진 표지도 찍어서 올려보겠습니다.+ㅆ+



요네자와 호노부. 『빙과』,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격 생각해도 살만한 책이예요.-ㅁ-/



일요일에도 M님이랑 같이 이야기했지만 오레키 참 귀엽습니다.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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