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길이에 따라 장편長篇과 단편短篇으로 나눈다면,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은 번역자의 말대로 단편보다도 더 짧은 소설을 가리키는 장편掌篇이라 불릴겁니다. 근데 저는 장편이라는 표현보다는 엽편葉篇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습니다. 가을이라 그런가봅니다.

짧은 이야기라 부담이 없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대로 이 짧은 소설들은 음식을 소재로 합니다. 각 편의 제목인 음식들은 표지에 아주 작은 그림과 함께 분량이 나옵니다. 만드는 법은 대강이나마 소설 속에 등장하니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설 자체가 조리법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네요. 어떤 건 만드는 법이 잘 안나오지만 그래도 넘어갑니다. 요리 연혁(?)이 길다면 글만 읽어도 대강은 따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도 대강 짐작은 했는데 이 소설들은 시간의 순서대로 움직입니다. 첫 이야기는 연말, 그 다음은 새해 참배, 그 다음은 매화, 그 다음은 벚꽃놀이를 다룹니다. 그리고 한 바퀴를 돌아 마지막은 다시 크리스마스. 즉 1년이 다 지나갑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짐작했지만 읽는 사이에 다 잊었다가 역자 후기를 보고 다시 떠올렸지요. 하하하;

각 이야기 중에서 이어진 것은 딱 두 편뿐입니다. 나머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고요. 일상을 다루기도 하고 비일상을 다루기도 합니다. 어떤 이야기는 포근한 느낌이지만 어떤 것은 또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그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짧은 이야기다보니 그 감정들이 직접 와닿는다기 보다는 조금 멀리서 바라보게 되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보니 괜찮았습니다.

엉뚱하지만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른 것은 시바타 요시키의 『참을 수 없는 월요일』입니다. 이쪽은 장편소설이지만 각 챕터가 끊어지다보니 연작 단편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회사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다보니 OL이 주인공인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이 떠올랐나봅니다.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ㅅ/

하시모토 쓰무구. 『오늘의 요리』, 권남희 옮김. 북폴리오, 2010,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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