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어느 청년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나는 맥도날드에서 질투심 많은 여자친구에게서 바람피운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비난의 말을 쏟아낸 여자친구는 맥도날드를 뛰쳐 나갔고, 주인공은 비오는 밖에 우산 하나 없이 맨몸으로 쫓아 나갑니다. 여자친구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질투심이 조금 강해서 이런 일을 종종 벌이는 모양이군요. 그렇게 쫓아나가긴 했지만 비를 보고 잠시 멈칫한 사이 여자친구가 사라집니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 조금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골목 안쪽의 커피점 안내 간판을 봅니다. 조금 고민하다가 충동적으로 커피점에 들어가고, 그 직후 사건이 벌어져 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복잡하지요? 하지만 이런 복잡한 사건들은 탈레랑 커피점의 바리스타인 기리마 미호시에게는 커피를 갈아 내리듯 풀어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곰곰히 생각하고 이리저리 정황을 맞추면서 커피밀을 돌리면 커피가 잘 갈리듯 수수께끼도 잘 갈립니다. 그리고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지요.

책 표지에는 기리마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는 걸로 나오는데 소설을 읽어보면 실제로는 드립커피 전문점입니다. 애초에 일본판 표지부터 저러니 어쩔 수 없어요.


어떤 점에서는 일상추리물인데 말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커피 때문입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관련 정보를 조금이나마 주워들은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지입니다. 커피와 관련된 이름들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있는지 이리저리 돋보기를 들이대며 맞추는 재미가 있어요. 후기를 보면 여주인공의 이름도 넓게는 커피와 관련이 됩니다.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을 비블리오 고서당보다 조금 높게 두는 것은 순전히 제 취향 탓입니다. 비블리오 고서당은 아직 차마 손을 못댔을 정도로 이야기가 조금 무겁습니다. 아니, 무겁다기보다는 마음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1권 아직 번역본 나오기 전에 C님께 원서로 빌려 읽다가 1권 첫 번째 이야기의 무게랑 그 뒤에 나오는 특정 인물 이야기를 듣고서는 고이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탈레랑은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런 분위기가 없습니다. 시종일관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며 손수건만 쥐어짤뿐이지 읽는 데는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C님도 지적하신 이야기인데, 이거 자칫하면 교토 여행 티켓을 끊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읽은 소설의 상당수가 그렇긴 한데 이 책도 교토가 배경입니다. 교토야 워낙 커피로 유명한 동네니 이런 카페가 어디에 숨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으, 저도 기리마씨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요.;ㅠ;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그럴 려면 당장 강릉행 버스표를 끊어야 하나, 그러기에는 비용과 체력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 다음달 쯤 도전하고 싶지만 역시, 비용이 문제네요. 게다가 다음달엔 장거리 출장도 있긔..;ㅂ;...)


오카자키 다쿠마.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2013, 12800.


책 가격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이게 원래 문고판으로 출간된 걸로 알거든요. 사실 그런 의미에서 라노베 가격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가격이 아닐까 했는데 12800원이면 가격이 좀.ㄱ-; 하기야 요즘 책 가격이 체감상 10% 가까이 상승한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습니다...;ㅂ;

(하지만 자네가 최근 구입한 BL 소설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ㄱ- 게다가 12000원이었으면 군말 없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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