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의 반전, 혹은 함정.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은 시리즈 세 번째 권입니다. 이게 마지막 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거예요. 작가가 2009년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뒷 권이 못나오죠.;ㅂ;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겨서, 외모만 보면 그리스의 조각상을 보는 것 같은, 게다가 패션 센스도 멋진 미남이자 훈남인데, 움직이기만 하면 산통을 깹니다. 걷기 시작한 즉시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진다거나,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여기거 어딘지 멍청한 얼굴로 둘러본다거나, 마구 헷갈린다거나. 그런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은근히 인기가 있습니다. 여자들은 외모에 호감을 느끼고, 남자들은 잘생겼지만 부족한 모습에 연민 비슷한 것을 느끼나 봅니다. 책 세 권의 에피소드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는지는 이번 책 맨 마지막을 보면 압니다. 참석자 면면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니 1권부터 다시 몰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맨 마지막의 이야기는 갑자기 붕 뜹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어떤 이상한 인물에 대한 수수께끼를 불러 일으키더니, 막판에는 아이이치로의 정체가 등장합니다. 그 순간 이 소설은 추리소설에서 판타지소설로 도약합니다.(먼산) 나름 그 설정이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이야기에 막판에는 막 달렸습니다.ㅠ_ㅠ;


그래도 각 편에서,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작은 일들을 관찰해서 하나로 주워내는 아이이치로의 추리능력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와사카 쓰마오.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 권영주 옮김. 시공사, 2013. 13000원.

한줄 결론.
보시되, 맨 마지막의 에피소드는 약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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