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소설 작가인 오야마 준코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었답니다. 하지만 드라마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족족 떨어진데다가, 요즘은 오리지날보다 소설이나 만화 원작인 드라마가 많으니 그럼 차라리 소설을 써서 그걸 드라마로 만들겠다-대강 이런 생각으로 쓴 소설이라던가요. 즉,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을 생각하며 쓴 소설이라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 전체적으로 장면 전환이나 분위기, 등장인물이 굉장히 드라마 같습니다. 그것도 일본 드라마 같고요.

실력은 있지만 요령이 없는 똑똑하고 착한 변호사.
변호사 사무실에는 약간 푼수 같은 아주머니 사무원과 집사 같은 이미지의 사무장.
변호사가 등록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튼튼한 이미지의 결혼매니저.
변호사의 전 직장인 대형 로펌.
어쩌다가 얽힌 어느 개그맨 콤비.
카리스마 있는 할머니 회장님.
그 아들로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려 노력하는 아들.
사장과 불륜 관계인 음험한(?) 비서.
사소한 사항으로 항의를 하는 까다로운 부잣집 마나님.


등장인물을 죽 늘어 놓는 것만으로도 절로 캐릭터가 그려집니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서 복작복작 얽힌 것이 이 소설입니다. 일본 드라마를 즐겨본다면 재미있게 볼테고, 『어떻게 좀 안될까요』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이 소설도 다른 맛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맞물립니다. 예상 외의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앞서 보였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이 또 재미입니다. 특히 막판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 분의 카리스마는 정말...; 게다가 거기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뭐,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손아귀를 벗어나기 참 힘들어요. 그나마 이 아들래미는 그럭저럭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왜 이 책 제목이 고양이 변호사인지는 책 첫머리에도 나오고 책 뒷표지에도 나옵니다. 그러니 재미를 위해서 빼두지요. 어떤 의미에서 주인공도 거대 로펌의 희생자일 수 있겠네요.'ㅂ'



오야마 준코. 『고양이 변호사』, 김은모 옮김. 북폴리오, 2013, 12800원.



어, 하지만 저는 이런 종류의 소설은 그리 즐기지 않습니다.
이 책을 보고 생각났지만 차라리 엘러리 퀸의 그 소설을 읽겠어요. 이 책의 소재랑 배경이 그렇다보니 엘러리 퀸의 그 소설이 떠오르더군요. 그 쪽이 더 제 취향에 맞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사람이 엄청나게 죽어나간다는 점에서는 이 소설과 전혀 다른 쪽에 서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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