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노 마사유키, <가위남>, 노블마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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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난, 간만에 가이시안을 불러내 이야기를 한다.)
G : 간만에 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마음이 든거야. 혹시 어제 그 복권 때문에?
K : 복권을 긁었더니 옛 기억이 떠올라서 문득 쓰고 싶어졌달까. 하여간 어제와 오늘의 연이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더 그래.
G : 하기야. 마지막으로 이런 대화를 한 게 언제였더라. 기억도 안난다.
K : 아마 리포트 쓸 때가 마지막이었을걸.
G : 그래, 복권은 그렇다 쳐. 그럼 오늘의 충격에 해당되는 이 책이 그렇게 견디기 힘들정도로 문제였어?
K : 아아. 떠올리고 싶지 않을만큼 뒤통수를 맞았어. 그러니까 이 책을 사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어느 블로거의 리뷰였거든.
G :응
K : 맨 마지막의 반전을 보고는 앞서 나왔던 이야기의 위화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어. 반전이 궁금해서 산 책이었는데 대박이었지.
G : G는 꽤 마음에 들어한 것 같던데.
K : 괜찮았대. 좋았다고 하던데 마음에 들었나봐. 하지만 난 어제의 타격에 이은 연타석이었다고! 젠장, 그렇게 돌아갈 줄 누가 알았어!
G : 보니 쇼크 받을만 하다.
K : 그치, 그치!
G : 이거 보니 한동안 소설은 손 안댈 것 같은데. 스나크 사냥이나 불안한 동화나 유지니아나 사두고 아직 손도 안댔잖아.
K : 손대고 싶은 생각도 싹 사라졌어. 그만큼 불안한 정신상태에서 타격이 너무 컸달까.
G :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날라리 리뷰를 써도 되는거냐.
K : 말하고 싶은 것은 이거야. 불안한 정신상태에서 읽지 말 것, 반전에 대비할 필요가 상당히 있다는 것도. 평상시라면 별 문제없이 읽었을 내용인데 말야.
G : 알았어, 알았어. 이만 들어가서 쉬라고. 홍차라도 한 잔 줘?
(가이시안, 키르난에게 주는 홍차에 슬쩍 라벤더를 집어 넣는다. 이정도라면 치사량, 아니 치면량일 것이다. 부디 푹 잘 수 있기를.)
書計
- 가위남 2007.09.21 2
- 1600권이라... 2007.09.02 2
- 민들레 공책, 라이온 하트 2007.09.01 2
- 두나s 도쿄놀이, 나폴리 특급 살인 2007.08.25
- 제이미 올리버의 이탈리아 여행 2007.08.25
- 키노의 여행 10 2007.08.14 2
-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2007.08.13
- 소년 음양사 4-7 2007.08.06
- 상냥한 용의 살해법 2007.08.05 4
- 윌리엄 모리스 평전 2007.08.03
- 단테의 신곡 살인 2007.07.26 2
- 집사 그레이스 2007.07.22
- 걷는 인간 죽어도 안 걷는 인간 2007.07.19
- 외과의사 2007.07.12 2
- 사라진 이틀 외 두 권 2007.07.11 2
- 종신검시관 2007.07.10
- off-line 모드와 on-line 모드 2007.06.30 2
- 고릴라 왕국에서....... 2007.06.22
- 주말과 어제까지 맛있게 먹은 책들 2007.06.20
- 백합에게도 뼈가 있는가? 2007.06.14
- 용기단 25, 큰독수리의 맹세 2007.06.13 4
- 델피니아 외전 - 큰 독수리의 맹세 2007.06.13 2
- 동경오감 2007.06.06 4
- 미궁시리즈 34권 2007.05.30 4
- KOTARO ISAKA 2007.05.26 2
- 오듀본의 기도 2007.05.22 2
- 아버지의 부엌, 야시, 고양이는 알고 있다 2007.05.21 2
- 오듀본의 기도, 프랑스 오브 유어예 2007.05.17 2
- 늙은 여우를 단칼에 베다 2007.05.11 2
- 아주 사적인 시간 2007.05.09 2
가위남
1600권이라...
단독주택이 아니라 일반 아파트라면 하중 검사를 해보심이...(먼산)
책무게도 그렇지만 1600권을 보관할 책장 무게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저는 보관 문제로 책 증식은 포기했습니다. 좋아하는 책만 남기려면 덜 좋아하는 책들은 순차적으로 밀려나야하니까 말입니다. 흑흑;
그러고 보니 어제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신작 보고서 G가,
"으억! 하루키 수필집이 아사히도 시리즈만 30권이래!"
라고 후기에서 찾아 읽어준 덕분에 조만간 북오프 뒤져볼 생각입니다. 번역이 안되었으니 어쩝니까. 원서로 읽어야죠.ㅠ_ㅠ
민들레 공책, 라이온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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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민들레 공책>, 국일미디어, 2007
온다 리쿠, <라이온 하트>, 북스토리, 2007
최근에 구입한 온다 리쿠 시리즈. 민들레 공책을 먼저 읽고 그 다음날 바로 라이온 하트를 읽었습니다.
어제 출장 다녀온 여파에 오늘 병원 다녀올 일이 있어 길게 쓸 여력은 안되지만, 길게 쓸만한 책들도 아닙니다.
예,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먼산)
간단히 감상을 이야기 하면, 민들레 공책은 읽는 내내 불쾌했으며, 라이온 하트는 읽는 내내 입에서 불을 뿜었습니다.
민들레 공책의 원제는 탄포포소시랍니다. 마쿠라노소시처럼 일기로 쓴 이야기랄까요. 주인공이 어렸을 때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형식의 소설입니다. 탄포포소시는 주인공이 그 당시 있었던 일을 적은 일기장의 제목입니다. 마쿠라노소시 같은 옛 고전문학에서 이름을 따와 지었다는군요. 도입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탄포포는 민들레입니다.
이 책은 빛의 제국에 이어지는 도코노 이야기 시리즈입니다. 빛의 제국을 꽤 마음에 들어해서 이 이야기가 나온 것을 알고는 기대했지만 읽는 내내 불쾌했습니다. 배경이 문제입니다. 역자도 뒤에 언급했지만 이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태평양 전쟁 직전입니다. 노서아의 첩자, 전쟁과 일본의 위치 등에 대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을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급기야 맨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더욱더 불편해집니다. 이런 부분은 반딧불의 묘와도 닮았다 하면 이해하시려나요.
1인칭 관찰자 시점이기 때문에 도코노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비춰지는지 잘 보이지만 ... 그런 재미있는 부분을 뛰어 넘어 제가 민감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걸리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엔드게임은 현대물이니 그쪽을 기대해보렵니다.-_-
라이온 하트.
듣는 순간 폭소를 터뜨린 제목입니다. 작가 후기에는 이 노래가 영국의 유명 락그룹 노래라고 되어 있는데 저나 동년배에게는 라이온 하트가 S모 그룹(푸르딩딩한 그들;)의 노래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 노래가 귓가에 울리니 웃지 않을 수 없는데, 내용은 딴판입니다. 좀더 중세적 분위기-들여다보면 중세에서 몇 백년 후의 일이지만-에 가깝고 마르크 레비의 모 소설을 절로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지요. 마르크 레비의 그 소설은 읽어보지는 않았고 대강 훑어 보았지만 타입이 비슷해서 말입니다. 하기야 이런 주제는 자주 등장했지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불을 뿜는 이유는 단 하나. 커플지옥 솔로천국에게는 굉장히 괴로운 주제입니다.
작가 본인도 밝혔지만 이거 로맨스 소설입니다.OTL
주인공들의 외모가 굉장히 출중한데다 남자쪽 외모에 대한 묘사가 제 취향이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읽었지만,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과 끝점을 알게 되면 허무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 E²를 그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니까요.
사보시는 것보다는 빌려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올 여름은 온다리쿠의 풍년이군요. 저 두 권을 구입하고 잠시 검색을 안했더니 그 사이 신간 두 권이 더 나왔습니다. 고로 구입하지 않은 온다 리쿠 책은 다시 4권으로 늘었습니다.(굽이치는 강가에서는 구입리스트에서 아예 빠져있지만..;)
두나s 도쿄놀이, 나폴리 특급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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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두나s 도쿄놀이>, 테이스트팩토리, 2007
랜섬 개릿, <나폴리 특급 살인>, 행복한책읽기, 2007
나폴리 특급 살인은 마쟈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책이 나온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 즉시 주문을 넣었습니다. 두나s 도쿄놀이도 예약 받을 때 잽싸게 주문했고요.
두나s 도쿄놀이는 런던놀이를 꽤 괜찮게 봤기 때문에 주문했습니다. 초판 한정으로 CD가 들어가 있다던데 나중에 알고 보니 초판 1만 5천부 한정이랍니다. 그럼 한정의 의미가 거의 없지 않나요.(먼산) 베스트셀러로 마음 잡고 찍으면 초판이 1만부 정도라고 알고 있고, 반응이 조금 괜찮을거라 생각하면 3천부, 조금만 찍을거면 2천부, 그것도 안 될 것 같다면 1천부를 찍을 건데 말입니다. 초판이 1만 5천이라. 런던 놀이가 꽤 많이 팔렸나 봅니다.
책을 읽어보고 CD까지 돌려보고 생각한 것이지만 CD가 더 마음에 듭니다. 책 제작팀이 함께 가서 만든 프로젝트 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들이 꽤 귀엽게 나왔거든요. 책에 등장한 여러 사진들이 어떻게 찍힌 것인지를 하나 하나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은 런던놀이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런던은 내가 잘 모르는 곳, 도쿄는 그래도 아는 곳이기 때문이겠지요. 시모키타자와나 키치죠지, 메구로 지역이 좀더 자세하게 나왔다면 좋았을텐데요. 아니면 아예 닌교쵸라든지.
다닌 곳이 주로 신주쿠, 시부야, 하라주쿠 등 다른 책들에서 똑같이 다루는 지역이라 아쉬웠습니다.
나폴리 특급 살인은 두 말이 필요 없지요. 음훗훗훗훗훗훗~ 역시 행복한책읽기 SF 총서는 소중합니다!
이번 책에서는 다아시 경의 능글맞음이 어느 정도의 경지인지와, 마스터 숀 오클란과 다아시 경의 친분 정도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아, 물론 그런 의미의 동거는 아닙니다.( ") 다아시 경의 나이가 꽤 되는데도 한 번도 가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아예 결혼을 안했나 싶기도 하군요. 다아시 경 시리즈는 이 세 권이 거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데 친척에 대한 이야기는 몇 번 있었지만 아내라든지 자식 이야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고로 다아시 경도 미혼의 미남 명탐정 반열에 들어갑니다. 훗훗.
(엘러리 퀸은 나중에 결혼했다지만 그래도 거의 독신으로 나오고, 파일로 밴스는 아예 독신. 브라운 신부님은 당연히 독신, 캐드펠 수사님은 아이가 있지만 그래도 좋아요!)
나폴리 특급 살인도 아껴두고 읽자고 해놓고는 못참고 읽었으니 이제 수중에 남은 것은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온다 리쿠 책뿐입니다. 라이온 하트. 이건 도코노 이야기 다른 책들과 유지니아 등을 구입한 다음에 볼 겁니다. 그 때까지는 다른 책들을 읽으며 달래야죠.;ㅂ;
제이미 올리버의 이탈리아 여행
제이미 올리버 : 이탈리아 요리여행 - Jamie's Great Escape : Italian
제이미 올리버에 낚이고 사은품에 또 다시 낚여서 지르게 된 DVD. 도착은 지난주에 했고 수요일에 뜯어 한 번 돌려보았습니다. 거실 컴퓨터에서 보느라 자세가 불안정했지만 뭐, 그래도 보는 데는 문제 없었습니다. 다만 보다가 엎어져 졸았다는 것 밖에는 말입니다.;;
도착한 물건은 왼쪽의 DVD와 오른쪽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박스 두 가지였지요.
매너리즘에 빠진 영국 요리사가 새로운 활력을 얻기 위해 이탈리아 본토로 차를 타고 갑니다. 뒤에는 이동식 부엌을 트레일러에 달아 끌고, 폭스바겐의 버스 비슷한 작은 차를 운전하면서요. 34시간을 운전해 이탈리아에 도착해서는 현지의 여러가지 것들을 체험하느라 정신 없습니다. 비디오가 따라갔으니 아마 어느 정도 사건을 일으킬 필요는 있었겠지만, 그런 사건들도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하지만 보다가 졸았습니다.OTL 끝까지 다 못보고 DVD 끄고는 그대로 엎어졌지요.
제 취향은 온스타일에서 해줬던 제이미 앳 홈 정도인가봅니다.; 이렇게 사건 일으키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는 안 맞군요. 음..;
다음부터는 무턱대고 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ㅠ_ㅠ
키노의 여행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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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사와 케이이치, <키노의 여행 10>, 대원씨아이, 2007
뉴타입을 보고는 키노의 여행 10권이 8월 발매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야 지난 일요일에 후다닥 홍대에 다녀왔지요.
그리고 잠시 짚고 넘어가는 모 책방관련 불매운동 이야기. 불쾌할 수도 있으니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같이 간 S에게서 위의 이야기를 들으며 원래 가는 지하 서점으로 갑니다. 거기서 키노의 여행 10권만 구입하고 돌아나왔지요. 다른 책까지 손대면 안됩니다. 8월 월급 명세서를 보고는 다음달 소비 계획을 어찌 짜야하나 머리를 짜내고 있으니까요. 평소보다 20만원 가량 줄었습니다.(먼산)
내용을 알려드리면 절대 안되는게 시리즈물이죠? 그러니 간단히 몇 가지 이야기만 하죠.
- 안에 들어 있는 9월 NT 노벨 신간 목록을 보고 다음달에 왕녀 그린다 (상)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허허;
- 후기는 여전합니다.
- 간만의 중편이군요. 그 때문인지 단편은 더 짧습니다.
- 아침에 출근하면서 식용견을 없애자라는 포스터를 봤는데, 그래서 더 강렬한 의미로 다가온 단편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상냥용에서도 개의 식용문제와 관련해서 언급된 것이 하나 있었군요. 먹으면 어때서? 혹시 양이 너무 적어서 삐진 걸까요?
비도 비지만 습한데다 더운 것은 싫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군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내년부터는 장마가 없어진다고 하니 골치 아픕니다. 이젠 우기랍니다. 상대되는 건기도 있을 것이니 겨울에는 눈이 제대로 안 내릴까 걱정됩니다.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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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노블마인, 2007
7월 한 달 동안 온다 리쿠의 책이 네 권 나왔습니다.-_-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미여사의 책이 딱 한 권 나왔다는 것일까요? 미미 여사의 책중 최근에 나오는 것은 권일영씨가 거의 번역을 하고 있어 그런가봅니다. 아, 모방범은 양억권씨 번역이었습니다.( ")
오근영씨도 온다 리쿠의 다른 책들을 보면서 종종 보였던 이름입니다. 대체적으로 이 두 작가는 번역가가 이들 몇몇이 돌아가며 하는 듯해서 안심이 됩니다. 번역 때문에 책을 읽는 도중 기분 상했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책은 꽤 읽는게 힘들었습니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난해해요. 첫 작품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복잡해요. 추리를 해야하는 이야기 몇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고 극증극의 형태도 띠고 있기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여자분들은 이렇게 말하면 어떤 느낌인지 대강 아실거예요. 디스코머리(혹은 댕기머리)를 따는 느낌입니다.-_-;
이 책을 사올 때 G는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과 이 책 사이에서 고민을 했더랍니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 지갑이 주인공이라 이쪽을 들고 왔더군요. 지갑이 주인공인 책이 땡기지 않았답니다. 덕분에 복잡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느라 조금 고생은 했지만 읽고 나서의 만족감은 좋았습니다. 훗훗.
특히 배경이 되는 작은 호텔의 중정-원제가 中庭の出來事-카페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 근처에 그런 조그만 카페가 있다면 하루종일 뒹굴거리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일본에서라면 종종 눈에 띌 거라 생각하는 타입의 공간이지요. 한국에서야 이런 류의 작은 호텔은 거의 구경도 못했으니, 작은 호텔=모텔=그렇고 그런 곳으로 인식되기 때문일까요.
그나저나 7월 동안 네 권이라 써놓고 검색해보니 다섯 권입니다.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라이온 하트, 유지니아, 민들레 공책, 엔드게임. 결국 이달 말까지 나머지 4권도 지르게 되겠군요. 하하하.;ㅂ;
소년 음양사 4-7
![](http://image.kyobobook.co.kr/images/book/large/848/l9788952983848.jpg)
유키 미츠루, <소년 음양사 4-7>, 학산문화사, 2007
책 사진과 링크는 4권입니다.
찾아보니 8권은 외전편이더군요. 7권까지의 환상적인 절단신공을 맛보며 눈물을 흘려야 했는데 9권이 나오려면 더 기다려야 하나봅니다. 하기야 책은 꼬박꼬박 나오고 있고 어제 교보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처음 보는 표지의 시리즈가 많았으니 아직은 괜찮습니다. 다음권 일본에서 언제 나와요!라고 절규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미궁시리즈도 그렇지만 소년음양사도 일본에서의 각 권 제목이 다릅니다. 그러니 어느 것이 신간인지 알려면 ISBN을 확인해야하는데 중간에 빠지는 책이 있을 가능성도 높아서 일단 표지만 확인해보았습니다. 꽤 되던걸요. 처음 보는 얼굴들도 많고.
뭐니뭐니 해도 일러스트에 홀딱 반해가며 보는 책인데 시리즈 전편을 통틀어 최고 미인은 20대의 세이메이라고 단언합니다. 꼬맹이가 할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할머니도 만만치 않은 미인이었을건데 아쉽게도 얼굴이 나온적이 없어서요. ... 그러고 보면 꼬맹이 커플들의 후손도 상당한 미인이....(퍽!) 게다가 혈통이 그러니 만큼 증조할아버지나 아버지를 뛰어넘는 자식이 나오지 않을리 없죠. 아, 마사히로가 그런 것처럼 격세유전을 감안하면 그 아랫대일까요? 그러고 보면 상냥용의 그 닮은 꼴도 격세유전입니다.(세 번째 읽은 시점에서야 그 어머니가 그 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_- 그 전까지는 부계유전으로 착각하고 있었다죠. 바보라서 깨닫는게 늦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것은 절단신공 덕분입니다.
kiril님이 7권에서의 삽질을 이야기하실 때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감이 안잡혔는데 보고 나니 알겠습니다. 원령복수단을 조직해서 난입하고 싶은 심정이더군요. 후.... 저런 둔탱때문에 고생한 마음고생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목군 원령상태에서 드럼세탁기에 넣고 예약 1시간 포함 3시간짜리 풀코스 세탁에 건조 20분까지 더하고 싶더군요. 그렇게 해서 보송보송한 털로 말려 나오더라도 한낮기온 35도의 땡볕에 바짝 말려서 살균까지 완벽하게 하고요. 훗훗훗..
시리즈 끝날 때까지 원령이라 불러주마! ^-^++++
상냥한 용의 살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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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모리 토키오, <상냥한 용의 살해법>, 대원씨아이, 2005
걸어 놓은 링크는 5권입니다.
현재 6권까지 나와 있지만 삽화가가 바뀌는 바람에 5권까지만 구입하고 신나게 재탕에 재탕을 하고 있습니다. kiril님은 대강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격침당했습니다. 내용도 그렇거니와 삽화에서도 홀딱 반한거지요. 가장 좋아하는 삽화는 1권 첫 번째 삽화입니다. 주인공들의 대면신이지요.
(그러고 보니 츠모리 토키오의 소설은 둘다 삽화 때문에 질려서 뒷 권을 안사게 되는군요. 삼천도 그렇고 상냥용도 그렇고.)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성격은 책의 라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대원씨아이의 B愛노벨이라지요. 그렇지만 상당수의 독자들이 분개하는 대로 소프트의 극치를 달리고 있으니 단련만 되어 있다면 그냥 일반적인 연애물로 보아도 문제 없습니다. 정작 이 책을 읽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는 이런겁니다.
"이것이 치킨스타에 얽힌 전설이로군요."
"그렇단다."
짧은 만화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보통 닭살이 돋는다고 하면 이런 이야기도 합니다. 모 동인 소설의 본편이 끝난 뒤, 외전이 나올 때 쯤 작가가 한 말입니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 이런 이야기.
장광설이 되었지만 결론은 그겁니다. 이 책은 위의 두 이야기를 합친 것만큼이나 강력한 변신 파워-치킨파워메이크업!-를 구사합니다. 이 책은 솔로지옥 커플천국을 외치는 커플천국주의자의 경전이며 솔로천국주의자들에게는 굉장한 정신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물론 책이 재미가 없다거나 한 것은 단연코 아닙니다. 삼천세계도 그랬지만 한 번 잡으면 끝을 봐야하는 무서운 소설입니다. 솔로전사들마저도 그 커플들의 행각에 빠져서 팔에 돋은 닭살들을 대패로 긁어가며 읽어 가게 되니까요. 삼천은 페로몬 대마왕이 둔감 대마왕이기도 해서 페로몬에 홀린 고양이들이 헛손질을 하고 있다면 이쪽은 흑묘 백묘가 쌍으로 놉니다. 거기에 흑묘의 조상들까지 출몰해 자신들의 커플담을 줄줄이 읊은 뒤에 백묘를 쓰다듬어주고 가지요. 백묘의 조상도 나타나서 흑묘를 데리고 노는 것을 보면 참...(먼산)
그래도 아주 오랜만에, "마비노기 캐릭터로 구체화 시켜 보고 싶은" 캐릭터들을 만났습니다.;
달큰하다 못해 꿀단지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익사할 것 같은 이야기이니 주의가 필요하지만 어차피 이것도 액체니 얼려가며 보시면 읽는데는 문제 없고요. 달달한 맛에 두 번째 읽다가 뛰쳐나가 아예 새 책을 사와서 히죽거리고 보고 있으니 지름신의 강림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단 것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피하셔야겠지만요.
덧붙여 대놓고 S에게.
추측컨대, 딱 네취향이다.-_-;;; 빌려줄게.
덧붙임 2. 원서 구입 예정입니다.-_-;;;;;;;;;;;;;;;
윌리엄 모리스 평전
![](http://image.kyobobook.co.kr/images/book/large/567/l9788957690567.jpg)
박홍규, <윌리엄 모리스 평전>, 개마고원, 2007
출간 직후에 보고 나서 언젠가 꼭 읽겠다고 결심한 책을 이제야 보았습니다. 구입할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도서관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잽싸게 가입한 후 빌려왔지요.
그리고는 이 책을 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취향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아니 굉장히 많이 멀리 떨어진 책입니다. 윌리엄 모리스의 활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산만하더군요. 뭐, 읽은 사람이 좀 산만한 상태였던 것도 이유는 이유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유토피아적인 윌리엄 모리스의 에코토피아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서요. 사회주의자였다는 것은 대강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쯤 되면 "당신, 너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어!"라고 절규하고 싶은 수준인거죠. 아마도 그의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것은-이 책에서 많이 과장한 건지 어떤 건지 사회주의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모양인데 말입니다-그런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노동자에 의한 일치 단결, 혁명보다는 중세시대(14세기경)와도 같은 길드를 통한 노동계급의 성장을 바란달까요. 공장을 거부하고 중세시대의 길드를 통한 수공예 제작, 그리고 길드 안에서의 끈끈한 유대를 꿈꾸는 겁니다. 하지만 중세의 길드는 그렇게 달콤한 것만은 아니었지요. 수평적인 느낌의 길드가 아니라 수직적인 도제제도로 뒷받침 되는, 그리고 충분히 상하 관계로 인한 "착취"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었지요. 저는 인간이 인간인 이상, 저것은 꿈의 세계라고 봅니다. 거기에 윌리엄 모리스의 회사에서도 저런 길드적인 수공예 제작은 불가능했지요. 그러니 꿈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요.
그의 사생활이 (겉으로 보기에는. 속은 어땠을지 제가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굉장히 불행했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아내와의 불화는 알고 있었지만 큰딸의 지병과 작은 딸의 이혼문제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그는 후손이 끊어진 셈이지요. 그의 형제들이 낳은 다른 아이들을 밴다면...
윌리엄 모리스는 그 자신이 너무도 순수했기에 인간세상에서 오래 살지 못한게 아니었을까요. 원조 호빗(...)이라는 생각도 드는 그의 모습이 아련해보입니다.
(톨킨이 윌리엄 모리스의 제자였다는 이야기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진짜, 호빗의 모델은 윌리엄 모리스였을지도 모릅니다.;;)
단테의 신곡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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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들랄랑드, <단테의 신곡 살인>, 황매, 2007
나온걸 본지는 꽤 되었는데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읽기로 결심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요. 교보문고의 책 리뷰에서 꽤 내용폭로를 당한 셈이 되어 앞부분은 조금 심심하게 읽었지만 나름 독특했습니다. 흡입력도 상당히 있는게, 어제 아침 출근길에 읽기 시작해서 결국 저녁 퇴근해서 끝까지 한 번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조금은 딱딱하고 설명조인 부분도 있어, 이런 부분은 휙 뛰어넘고 읽긴 했지요.
아예 단테가 탐정 역을 맡는 소설도 있긴 하지만 이쪽은 그와 관련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배경이 베네치아라는 것도 미처 알지 못하고(책 리뷰를 읽었는데 왜 베네치아라는 것은 못본거죠.ㄱ-) 읽은 터라 베네치아의 이야기를 보고는 흥미롭게 따라가기도 했고요.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 등장한 위원회들이 실제 움직이는 것도, 베네치아의 카니발이 무대가 되는 것도, 그 무엇보다 주인공의 감방 동료에 대한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실제의 역사 속에 살인사건이 교묘히 들어간 셈이고요.
이번에는 일부러 뒷부분을 확인하지 않고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리하여 제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찍어두고 읽어내려갔는데 헛짚었더군요.OTL 범인을 안 상태에서 되짚어 생각하니 힌트는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흑흑흑; 힌트가 있었음에도 범인을 짚어내지 못한 것은 범인이 제 취향의 인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범인이 밝혀졌을 때는 그렇군이라는 긍정의 대답과 뒤통수를 맞은 듯한 머리의 얼얼함을 동시에 느껴야 했던 겁니다.
거기에 결말도 참....ㄱ- 커플지옥 옹호론자인 제게는 고역이었습니다.
역사물을 좋아하시는 분, 베네치아를 좋아하시는 분, 정치적 음모가 뒤섞인 살인사건을 좋아하시는 분, 잔혹한 묘사는 질색이라는 분은 읽어보세요. 물론 살인사건 자체는 엽기적이지만 최근의 법의학계 스릴러보다는 훨씬 순하니까요.
집사 그레이스
완결권인 7권 출간일은 2005년입니다. 이미 교보에서는 품절 상태로군요.
저는 듀시스님께 빌려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내내 읽어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집사계의 최고봉, 리브나 메이드계의 최고봉 엠마, 파출부(?)계의 최고봉 와타누키 못지 않은 대단한 집사라길래 그레이스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서 시작했던 것이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엔딩이 그리 되는 것이 좀 ... .... .... 이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스승과 제자는 같은 길을 걷는거죠.(응?)
일 처리 능력이나 대세파악능력, 인맥구축능력과 인맥활용능력, 외모, 거기에 대단한 생활 마법 및 청소마법(...)을 지니고 있지만 결벽증이라는 점과 만약 그가 집사가 된다면 내내 시달려야 한다는 점이 무섭습니다. 특히 머리카락! 저처럼 머리카락이 긴 사람들은 땋든 아니든간에 방에 머리카락이 뒹굴기 마련인데 무표정한 얼굴로 뒤에서 테이프를 들고 쫓아다니는 집사의 모습은 호러지 않습니까. 완벽하게 정리를 해준다는 것은 좋지만 좀...?;
대신 개인 사서로 영입해 분류체계 등을 가르쳐 준다면 완벽한 장서관리 및 서재 환경 구축을 해낼 수 있는 멋진 인재입니다. "집"이 아니라 "외부 서재" 관리를 위한 인물이라는 거죠.
그리하여 이상적인 고용인 관계도는 이렇게 정리되었습니다.
총집사 리브, 개인 서재 관리자 그레이스, 개인 메이드 엠마, 파출부 와타누키.
불가능한 이야기란 것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먼산)
걷는 인간 죽어도 안 걷는 인간
모두 같으면서 다른 이야기지만 체력을 위해, 건강을 위해, 체중감량을 위해 걷기를 시작한지 한 달이 더 지났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5월 말부터였다고 기억하는데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것은 7월 초에서나 느꼈습니다. 운동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으니 저처럼 성급한 사람은 쉽게 지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만큼 습관을 확실하게 다진다면 꾸준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걷기 운동입니다.
6월 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음을 원망하며 투덜거리다가 손에 잡힌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귀가 팔랑팔랑 덤보 같기도 하니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비오는 날도 우산을 들고 운동 나갈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실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고, 대신 비가 올까말까 하는 우중충한 날씨에도 나가는 확률이 좀더 높아졌습니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말입니다. 다행히 그렇게 우산을 들고 운동을 나간 경우 우산을 쓰게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이 책은 그만큼 강력한 걷기 예찬입니다. (모 책을 떠올리실 분들도..)
걷기라는 운동이 몸에 끼치는 영향, 습관에 끼치는 영향, 생활에 끼치는 영향 등 한 사람의 전반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주는지 저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걷기를 시작하고 싶지만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분, 걷기 운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운동 효과가 없는 듯해서 그만둘까 망설이는 분들에게 좋은 책입니다. 쐐기를 박아주니까요.
G에게 권해주고 싶지만.... 권해도 읽지 않을 것이 뻔하니 책만 내려다 보고 한숨을 푹~ 내쉬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하하.....-_-;
외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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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개리첸, <외과의사>,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읽고 나서 후편이 있다는 이야기에 검색해보니 같은 시기에 나온 시리즈 후속편인 견습의사, 그리고 파견의사라는 책이 나와 있군요. 고민됩니다.
마음에 들긴 했는데 읽은 것은 살짝 후회했습니다. 이런 주제에 민감한 편이라 이번에도 여지없이 남자싫어!라고 절규하며 책을 덮어야 했거든요.OTL 괜찮은 남자들도 몇 등장하긴 했는데 남자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자리를 잡으려고 분투하는 모 형사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리다 보니 더 그랬지요. 뭐, 지나치게 이상화된 것이 아닌가 싶은 남자들도 몇 있었습니다.
로빈 쿡과도 비슷하게 의학 스릴러 계통입니다. 로빈쿡은 아예 의학이 주제라면 이쪽은 살인 수법이 의학계이고 그걸 형사들이 쫓고 있다는 것이 다르겠지요. 책도 꽤 두껍지만 읽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주 무대는 보스턴. 여기에 외과적 처치가 잘 된 여성들의 시체(자세한 언급은 피합니다)가 발견됩니다.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은 이 범죄자에게 신문들은 외과의사란 별명을 붙여 줍니다. 그리고 형사들과 또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얽히고, 강력계 형사들 사이에서의 홍일점인 제인 리졸리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러고 보니 뭔가 서점 사이트에서의 책 소개를 퍼다 놓은 것 같군요. 흐음.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이미지가 약한(?) 것이 제인인데 후속작들은 제인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 물이랍니다. 앞서 언급한 견습의사나 파견의사도 그렇고요. 읽어보고는 싶은데 참...; 살인 방법이 잔혹하기도 하고 뒷 편들도 그럴거라는 생각이 드니 도서관에 신청하기도 망설여 지는걸요.
스카페타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분들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연쇄 살인범(사이코패스일겁니다-_-)의 찌질한 짓이 동시에 보이니 엽기 살인과 성폭행 쪽은 질색이다 싶은 분들은 피하세요.;
사라진 이틀 외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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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빈, <그리우면 떠나라>,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요코야마 히데오, <사라진 이틀>, 들녘, 2004
김용규, 김성규, <알도와 떠도는 사원>, 웅진지식하우스, 2007
알도와 떠도는 사원부터 적어보지요. 왜냐하면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으니까.;;;
하드커버에 가벼운데다 책 자체도 꽤 마음에 들게 잘 나왔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앞부분 읽다가 포기하고 맨 뒤로 넘어가 엔딩 부분만 확인했습니다. 주인공은 김알도. 어머니가 독일인, 아버지는 한국인입니다. 아버지가 계신 인도의 연구소에 놀러갔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지요. 장르는 판타지입니다. 다만 철학 판타지라는게 독특합니다. 신화나 철학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등장해서 정신 없게 만듭니다.
하지만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걸 방해한 건 아닙니다. 소피의 세계보다는 쉽지만 읽는 내내 걸리는게 있었습니다. 매끄럽지가 않아요. 그게 계속 걸려서 읽어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얌전히 내려놓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긴 합니다. 철학적 이야기가 어떻게 들어가 있나 궁금해서 말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는 아닐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우면 떠나라는 오늘 다 읽었습니다.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40분. 포토에세이에 가까운 여행기입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친구와 같이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사람의 기록입니다. 사진들은 꽤 마음에 들지만 뭐랄까... 지난번에 포스팅한 치즈이야기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블로그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겠지요, 아마도. 사진도 예쁘고 글도 그럭저럭이지만 블로그 글을 차례차례 보는 쪽이 더 재미있을 듯합니다.
전반부는 실연극복기, 후반부는 우정의 재시험(?)이랄까요. 읽고 나면 유럽여행이 무서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라진 이틀은 엊그제 올린 종신검시관 작가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입니다. 사라진 이틀이 먼저 나왔고 종신검시관은 최근 책입니다. 종신검시관을 재미있게 읽어서 다른 책도 보고 싶어진 겁니다. 그리고는 덥석 집어 들어 1시간도 걸리지 않아 다 읽어내려갔습니다. 덕분에 어제 취침시간을 넘겼지요. 밤 10시 쯤에 저 책을 잡은게 문제는 문제였습니다.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으니까요.
끝부분은 예전에(...) 훑어 보아서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끝부분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 책은 경찰, 검찰, 기자, 변호사, 판사 등 사건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개개인의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범인과 경찰과의 관계, 경찰과 검찰과의 관계, 기자와 경찰 검찰과의 관계, 변호사와 범인, 검찰과의 관계, 판사와 범인의 관계 등 말입니다. 처음에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들의 관계가 형성되지만 법정을 중심으로도 또 다른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종신검시관에서도 그랬지만 이쪽도 현재 일본의 법조계와 경찰계 등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군요.
예,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추리를 좋아하는 분보다는 경찰이나 검찰과 관련된 이야기,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추리가 전부가 아닌 책이니까요.
결론. 사라진 이틀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종신검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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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 <종신검시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 작가의 전 작품인 사라진 이틀은 읽을까 말까 하다가 끝 부분만 확인하고(...) 살며시 덮었던 책입니다. 한데 이 책을 읽고 났더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작가의 전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드는 멋진 책입니다.
일본과 한국에서의 검시관제도는 꽤 다른 모양입니다. 여기서는 경찰 보직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더군요. 종신검시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주인공은 깐깐하면서도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철두철미 합니다. 업무 스타일을 따지자면 CSI 라스베가스팀과도 비슷할까요? 하지만 이쪽은 혼자서 주변의 모든 정황을 살피고 추리해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있으니 훨씬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답게(?) 성격은 굉장히 안 좋습니다.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치정싸움에 휘말려 칼부림 당할 뻔하고, 쿨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삐딱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을 이뤘는데 그 동안 그를 통해 죽음의 비밀이 벗겨진 사람이 몇인지, 그 덕분에 미제가 될 뻔했다가 해결된 사건이 몇인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책에 나온게 그 정도면 (설정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겠지요.
간만에 마음에 드는 멋진 중년(노년?)탐정을 만났습니다. 음훗. 하지만 이런 사람이 상사라면 난감하긴 하겠군요. 일은 많이 배우겠지만 좀...;
표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티스타~와 같은 삽화가가 아닌가란 생각이 드네요.
off-line 모드와 on-line 모드
다 읽고 나자 낚였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스산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 전율을 느껴야 했던 책입니다. 정말로, 낚기 위한 책인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군요.
G네 회사에서 2주마다 한 번씩 문화데이인가를 진행하며 책 한 권을 살 수 있게 배려를 해준답니다. 지난 번의 백합도 이쪽을 통해서, 동경오감도 이쪽을 통해서 구입한 겁니다. 지난 일요일에 G와 놀러 나가면서 교보에 갔던 것도 이때문입니다. 여행쪽 책으로 골라볼까 싶어서 이것 저것 뒤져 보고 있는데 G가 흥분한 목소리로 치즈 이야기라며 이걸 사겠다고 했습니다. 대강 훑어 보니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치즈 여행기이길래 그러자고 하고, 목요일에 제가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
....
..... -_-+
제대로 내용도 살펴보지 않고 구입을 결정한 제게 화가 나더군요. 15000원이나 주고 산 책인데 말입니다. 본인 돈은 아니었다지만 다른 좋은 책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닙니까.
치즈 때문에 유럽에 건너가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등지를 돌아보며 치즈 농장들과 공장들을 돌아다녔다는 소재는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내용이나 글이나 사진 모두가 책으로 나와서 저 가격을 받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의 소재로는 괜찮고 재미있게 읽을만 하지만 책으로 나왔을 때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죠. on-line에서는 OK, off-line에서는 Bad. 15000원 주고 어느 블로그에 입장해 포스트 몇 개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참.
책이 줄 수 있는 정보성도 약한 편이고-없진 않았지만 미미한 수준-여행기라 하기에는 내용이 많이 부족하고, 책이 크고 두껍지만 그것은 지질과 편집의 문제이고.
덕분에 좋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고릴라 왕국에서.......
던 프린스-휴즈,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북폴리오, 2006
자폐아 판정을 뒤늦게 받은 어떤 박사가 쓴 책이라길래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주변에 정말로 아까운 아이가 있어서 자폐라는 증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고(귀엽고), 몸도 늘씬하고 피부도 뽀얗고. 그러니까 자폐가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왕자님이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읽게 된 이 책. 하지만 읽다가 몇 번이고 던지고 싶은 심정을 참았습니다. 하하.
작가인 던 프린스-휴즈는 서른 여섯에 자폐(정확히는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판정을 받습니다.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던 것이 자폐라는 증세가 하나가 아니더군요. 진작에 알 수 있었을 건데-대부분의 병들도 증세가 여러가지지 않습니까-뒤늦게야, 정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판정을 내리면 자폐라는 거죠. 뭐랄까, 자폐인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세상을 보고 인식하는 시선이 다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도 사회 생활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피나는 노력을 하여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기 때문이랍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있는 모양입니다. 작가의 부모님이나 친가, 외가모두 조금 독특하더군요. 실제 사촌 중에도 아스퍼거 증후군 판정을 받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쪽은 작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말입니다. 좀더 폭력적이랄까, 분노폭발형이랄까 이런 성향을 가졌더군요.
그런 정보를 얻는 것은 좋은데...;
자신의 성장 기록을 적어나가면서 리얼하게 묘사한건 꽤 당황했습니다. 거기에 앞부분에서 아이의 출산을 경험했다고 했으니 결혼했나보다 했더니 그런게 아니었어요! 돌려 말하자면 백합. 아니아니, 이렇게 표현하면 그분들께 미안하지요. 서로 사랑해서 가정을 이뤘고 그래서 한 쪽이 임신해 아들을 낳았으니, 분명 출산을 경험한 것이고 프린스-휴즈의 아들인겁니다. 뒷부분에서 자기 아들에 대한 사랑을 여러 번 이야기 할 때는 좀 당황스러웠고,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제게 또 놀랐습니다. 담담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런 고로 이 책을 추천할 때는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이런 부분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안되겠지요.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상적인 가정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자 본인에게는 사랑하는 삶의 동반자와, 사랑하는 아들이 함께하는 가정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다른 역경을 딛고, 제대로 된 학교 교육 라인-고교 중퇴 후 대학 졸업, 석박사 진행-을 밟지 않았음에도 연구자로서 설 수 있었던 것이고요.
아, 제목에 등장하는 고릴라는 저자의 연구 분야 이야기입니다.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에게 반하고, 동물원에 직업을 얻어서 본격적으로 고릴라의 생태와 습관, 생활방식 등에 대해 보고서를 쓰게 되는데 이것이 굉장히 세밀하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고릴라를 연구합니다. 저자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동 떨어진 일종의 외계인(?)이라고 여기고 있어서 인지 고릴라를 연구하는데도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갑니다. 동화된다고 할까요. 인간 대 유인원이 아니라 같은 고릴라로 여긴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그런 교감이 저자가 연구에 몰두하고, 사회에 조금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더군요.
그러니까 반은 제인구달계(...), 반은 자전적 수필인거죠.
주말과 어제까지 맛있게 먹은 책들
MITSURU YUKI, <소년 음양사 2-3>, 학산문화사
키릴님께 빌린 소년 음양사. 좀더 두었다가 읽고 싶었지만 결국 못참고는 어제 후다닥 2-3권을 내리 읽었습니다.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고 내용도 마음에 들고.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러스트는 세이메이-마사히로의 대결신과 목군의 강제퇴장입니다.
커플 밀어주기가 대세이긴 하지만 밀어주는 커플이 12세, 13세다보니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듭니다. 그나저나 7권에서 목군(일부러 이렇게 부르기-_-)이 쓸데 없는 짓을 하는 모양인데 참... 마사히로 괴롭히는 짓은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역시 큰 버전보다는 작은 버전(고양이 크기)이 마음에 듭니다. 성격도 그렇고요.
후시노 미치루, <귀족탐정 에드워드 2>, 학산문화사
이쪽도 키릴님께 빌렸습니다. 역시 어제 못참고 읽었지요. 최근 모 책을 오래 묵혔다 읽었더니 거슬리는 부분이 팍팍 튀어나온 덕에 좌절했거든요. 이 이야기는 넘어가고..;
시작이나 설정은 괜찮았는데 어떻게 보면 조금 정형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사립탐정과 그의 집사(겸 보모), 독특한 능력을 지닌 견습생, 이들과 자주 얽히지만 사이는 안 좋다고 할 수 있는 형사. 그리고 여기에 2권에서 악의 축이 드디어 등장합니다. 후세인이나 부시가 아닙니다. 사립탐정과 개인적으로 얽혀 있는데 덜자란 모리어티나, 모리어티의 카피캣이 되려다가만 미청년쯤? 그가 절대악이 되어야 했던 당위성 같은게 많이 부족했지요. 그렇게 고집피우지 말지란 생각이 퍼뜩.-_-; 능력이 아깝습니다.
시미즈 레이코, <비밀 3>, 서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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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맞습니다. 1-2권을 읽고 나서는 손 안대겠다고 생각해놓고는 왜 건드린 걸까요. 하기야 눈 앞에 책이 있으니 무의식 중에 손이 간 것이었지만...; 읽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아주머님은 점점 자극적인 소재를 쓰고 계시는군요.(훌쩍)
사에나기 료, <선생님의 권유 1-3>, 학산문화사
사에나기씨의 책은 학산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첫작품이 아마, 토우카이도 탐정단이었나요? 그 때 잠시 선생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확장시켜 쓴 것이 이게 아닐까 추측합니다.(아마도;)
짧지만 내용도 그렇고 꽤 괜찮았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뭐, 놀림은 당한다 한들 그 애가 끄떡할까요. 하하하; 특유의 미소로 날려버리겠지요.
전작인 나나키는 1권만 사고 말았지만 이 책을 보고나니 나나키 쪽도 보고 싶어집니다.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려나..
모토 나오코, <레이디 빅토리안 20>,학산문화사 / <디어홈즈1-2>, 조은세상
레이디 빅토리안은 마지막권입니다. 반전이 나올까도 기대했지만 그리 되지는 않았지요. 예상했던 대로의 결말이랄까요? 흐음. 그래도 달큰한 엔딩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디어홈즈는 .... 셜로키안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설정을 여러 군데 손 봤다지만 두 권으로 깔끔하게 끝낸 것도 좋았고요. 가볍게 읽을만한 책입니다.
대강 이정도. 지금은 일본어 공부 겸 Cafe Sweets를 보고 있습니다. 이번 것은 B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해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 훗훗.
백합에게도 뼈가 있는가?
아침에 책을 챙겨 나와 출근길에 보기 시작해 결국 끝을 보고 말았습니다.
역시 온다 리쿠 책은 손에서 놓기 어렵군요. 예전에 대량 구입했을 때도 내리 읽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감상을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정도?
리세야............................................;ㅂ;
반전은 아니지만 그 비스무리한 건 때문에 약간의 좌절이 있었다고 할까요.
이번 이야기는 보리 바다에서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입니다. 학교를 나온 리세는 영국에서 유학을 하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어 잠시 일본에 들어옵니다. 할머니가 유언장에다가 자기가 살고 있던 집은 리세가 6개월 이상 산 뒤에 처분할 것이라는 조항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레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에 영국에서 유학하다 말고 일본 학교로 편입해 들어온 것이지요. 그리고 사건은 시작됩니다.
리세는 여기서도 여지없이 실력(...)을 발휘합니다. 책 내내 리세에게 넘어간 남자들이 장난 아니게 많군요. 거참. 이미 장래는 결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거기에 닿기까지 (어울리지는 않지만?) 소녀의 감성에 젖어 있는 그녀의 모습이 꽤 괜찮습니다. 마지막의 사건은 삽질이라 생각하지만요. 아냐. 그래도 돼. 어차피 모 씨의 욕심을 네가 지킬 필요는 없으니까.(라는게 제 감상입니다.)
전편인 보리바다의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도 살짝 언급됩니다. 그리고 리세의 집안 이야기도. 굉장히 가계도가 복잡하더군요. 배경이 되는 공간도 읽다보면 확연히 알 수 있으니 맞춰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볼까 고민했던 곳 중 한 군데인데, 조금은 아쉽네요. (후쿠오카는 아닙니다;)
다음권은 언제쯤 나올까요.
용기단 25, 큰독수리의 맹세
... 다시 말하면 읽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
국왕폐하가 잡혀갔을 때 나시아스가 보인 변절. 그걸 두고 발로는 사자 앞에서 버럭버럭 화를 냈지만 돌아서서는 걱정하는 로자몬드에게 라모나 기사단장은 날로먹는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말을 합니다.
과연.
전대 단장의 종자였던 나시아스가 전대 단장을 빼닮은 것도 당연하고, 파라스트의 너구리 때문에 이쪽도 만만치 않은 너구리가 되는 것도 당연하군요. 그러니 그렇게 오랫동안 나시아스를 알아온 발로가 그런 소리를 한 것도 당연합니다. 처음으로 나시아스의 전투모습을 본 발로가 어이없음과 어안이벙벙이었던 것도 당연하지요. 틸레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테니까.
뒷부분의 이야기는 사족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독기장이나 폐하를 뵐 수 없으니까요. 작가도 그래서 그런지 웬만한 주요 인물들은 한 번씩 다 쓸고(?) 넘어갑니다. 그러고 보면 발로의 아들래미가 어떻게 커줄지도 기대됩니다. 아마 그 나이 또래 애들의 대장이 될텐데 말입니다. 쪼만쪼만한 애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쩌면 애보기로 전락할지도...?;
용의 기사단도 이제 막장입니다. 작가가 다음권이 마지막권이라면서 외전 이외에는 불거지지 않게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한 권으로 마무리될까요. 외전이 30권으로 늘어지는 것이 아닐지 걱정됩니다. 흑흑.
그래도 이번 권은 꽤 마음에 듭니다. 표지는 용관들(사망여부 관계없이)에 뒷표지는 용제님, 그리고 속의 일러스트가! 꼬마 라스를 안고 있는 카이스턴입니다.ㅠ_ㅠ 옛날 일러스트만 못하지만 그래도 귀엽습니다. 아아. 좋아요~
마지막권은 그래도 내년까지 나오겠지요? 내년이면 완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물러갑니다.
델피니아 외전 - 큰 독수리의 맹세
용의 기사단 25권을 사기 위해 홍대에 갔다가, NT 노벨 신간들 쌓여 있는 곳에서 굉장히 익숙한 그림을 발견하고 10초간 사고가 정지했다가 앞 뒤 가리지 않고-지갑 사정 생각하지 않고-집어 들었습니다. 아아. 드디어 나와주었군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리고 구입한지 3시간 후.
또 한 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내가 왜 이 책을 이 돈 주고 샀을고라는 후회가 물 밀려오듯 덥치더군요. 이쯤되면 후회의 파도나 후회의 해일을 넘어서 후회의 지진해일(쓰나미)입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전체를 다 읽지 못하고 보고 싶었던 몇몇 부분을 골라 읽었습니다. 해당 부분을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자니 내용 폭로가 될 것 같아서 일단 가려둡니다.
진짜, 생각같아서는 NT노벨 홈페이지에 들어가 번역 상태에 대해 항의라도 하고 싶지만, 그래서 다시 새로운 번역으로 책을 내라고 요구하고 싶지만 제대로 먹힐까요. 예전에 십이국기가 나왔을 때도 번역 문제가 굉장히 말이 많았지만 이 책은 그런 것도 없을 듯합니다. 번역도 아니고 해석 수준이니 이구 동성으로 개판 소리가 나올테니까요. 십이국기는 찬반으로라도 갈리지 않았습니까.
그런 이유에서 주변에 혹시 델피 외전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말리고 싶습니다. 보고 싶으면 제가 빌려드리겠습니다. 읽은 이후에 구입 여부를 결정하세요.
동경오감
일요일부터 출장을 나가려고 생각하니 갑자기 금요일 저녁에 충동구매 지수가 역치를 넘어섰습니다. 그리하여 지른 책이 이 책.
원래는 G의 "2주에한번있는회사카드로도서구입하기"를 이용해 구입하려던 책이었는데 그 사이를 못참았습니다. 그리하여 다음에 지를 책은 온다 리쿠의 백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다음은 아사다 지로의 프리즌 호텔을 한 권씩 모으려고요. G도 동의했습니다. 그야 책은 사야하는데 무슨 책을 살까 먼저 물어본 건 G였으니까요.
(다음 리뷰로는 모리링의 책을 구입했으면 좋겠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서..)
마침 교보에서 동경오감을 구입하려 했더니 2천원짜리 쿠폰을 줍니다. 판매가도 20% 할인에 쿠폰까지 쓰면 1만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_+ 거기에 선착순으로 주는 여행수첩도 챙겼지요. 훗훗훗~
책을 받아보고는 꽤 놀랐습니다. 지난번에 오프라인에서도 한 번 봤지만 책이 굉장히 묵직하고 큽니다. 거기에 커버도 검은색. 겉으로 봐서는 여행 안내 책자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강 훑어봐도 오히려 디자인관련 책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주로 소개된 곳들도 도쿄 내에서 독특한 디자인, 인테리어를 가진 상점들이나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들, 요시토모 나라 등의 디자이너나 화가들이 참여한 카페나 가게,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럽 등의 다른 나라 상품을 판매하는 곳 등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책자들에 소개된 적이 없는 곳이지요.
지역도 그렇고 소개된 가게들도 그렇고. 인테리어나 디자인 등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숙독하고 도쿄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한 방법일겁니다.
저도 덕분에 한 군데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후타코타마가와(二子玉川). 다카시마야 S.C.(쇼핑센터)가 문제가 아니라 그 맛있다는 다코야키와 타이야키가 먹고 싶습니다. 타이야키의 단면에 팥이 듬뿍(진짜, 듬뿍듬뿍;;)들어간 것을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시부야에서 10분 가량, 지유가오카에서도 바로 가는 전철이 있으니까 지유가오카랑 묶어서 다녀와도 재미있겠네요.+_+
미궁시리즈 3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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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유우, <미궁시리즈 34>, 학산문화사, 2007
재미있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하지만 33권 못지 않게 이 권이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 작가 선언 때문입니다.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스터나 레이양이 보면 꽤 아쉬워 할듯.^^; 내용은 비밀로 하지요~♡
지난 주말에 델피니아 전기를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 다시 읽었더니 이번엔 외전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원서를 붙들고 고군분투하며 역시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 읽었지요. 지금 맨 마지막 몇 장면만 남겨 놓은 상태입니다.
다시 읽으면서 느꼈지만 외전편의 주인공은 발로가 아니라 나시아스입니다. 둘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지만 이야기는 나시아스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만큼 델피니아 전기에서 세라 다음으로 마음에 들어하는 나시아스에게 충분히 감정 이입을 하며 읽을 수 있었지요. 특히 나시아스가 라모나 기사단 부단장으로 추천되었을 때 틸레든 기사단 단장님의 반응에 쓴웃음만 지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멋집니다. 후훗.
100% 이해가 안되니 아쉽지만 다음 달에는 나온다니까 그 말만 믿고 기다리렵니다. 나오기만 하면 당장에 달려가야죠.+_+
KOTARO IS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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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 <러시 라이프>, 한스미디어, 2006 (양억관)
이사카 코타로, <종말의 바보>,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윤덕주)
이사카 코타로일지, 이사카 고타로일지(코타로에 한표!) 모르니 영문으로. 영문으로도 K인데 참...
이 사람 책을 서점에서 검색하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많이 쓰기도 했지만 번역도 많이 되었다는 이야기겠지요. 생각해보면 첫 책은 사신 치바였습니다. 느낌이 꽤 마음에 들기도 해서 주변에 여러 번 추천한 책이었지요. 이후 손을 안댔다가 최근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 한번에 쏟아져 들어와서 몇 권 읽어봤습니다.
묘하군요. 요시모토 바나나는 키친까지만 좋다고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만 찾아 읽지만 이 사람 책도 처럼 소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립니다. 사신 치바나 종말의 바보는 취향이지만 러시 라이프나 오듀본의 기도는 아닙니다. 오듀본~의 경우는 경계에서 살짝 불호(不好)로 치우쳤지만 러시 라이프는 확실히 불호입니다.
러시라이프는 어느 역을 중심으로 해서 서로 얽고 얽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화자의 시점이 계속 바뀝니다-에서 등장한 누군가가 그 다음에 스치듯 지나간다거나, 이름이 언급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결국 맨 마지막에는 전체 등장인물이 우르르 달려 나와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합니다. 구성은 독특하고 재미있지만 거꾸로 말하면 산만하죠. 등장인물도 많고, 이야기도 많고. 결국 나중에는 후르륵 넘겨 보며 여기 등장하는 인물이 여기서 이렇게 일해서 저렇게 되는데, 그럼 시간표가 어떻게 되는거야라고 절규하고 말았습니다. 진짜 맨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면 시간표를 만들어서 쫓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만들려고 했지만 뭔가, 시간이 이상하게 엉키는 통에 손대기 난감하더군요.)
오듀본의 주인공도 여기에 살짝 등장합니다.
종말의 바보는 다른것보다 챕터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이것도 같은 공간(어느 맨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됩니다. 맨션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한 챕터 한 챕터의 주인공이 됩니다. 러시라이프와 비슷하게, 전 편의 주인공은 다음편에 이름이 언급된다거나 등장한다거나 합니다. 물론 같은 마을 주민이니까 이야기가 연결될 수 있지요.
챕터 제목이 재미있다는 것은 발음입니다.
02_태양의 약속(太陽のシ-ル)
03_형제의 복수(籠城のビ-ル)
04_동면의 소녀(冬眠のガ-ル)
05_강철의 킥복서(鐵鋼のウ-ル)
06_소행성의 밤(天體のヨ-ル)
07_가족의 탄생(演劇のオ-ル)
08_노인의 망루(深海のポ-ル)
말장난이죠.^^;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의 접근으로 인류 멸망(지구 멸망은 아니죠. 인류가 죽는다고 지구가 죽는 것은 아닐테니.)이 3년 남은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종말을 눈 앞에 두고도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이야기라 더욱더. 인류 멸망이 머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벌어 놓은 돈을 챙겨들고 어딘가 도서관에서 뒹굴뒹굴 책을 읽지 않을까 싶군요.
이런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하고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
오듀본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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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 <오듀본의 기도>, 황매, 2006
이사카 고타로인지 코타로인지.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더군요. 이 책도 나오기 전에는, 다른 책에서 소개될 때 오듀본의 기원이라 번역되기도 했습니다. 祈り. 기도, 기원 둘다 맞겠지요.
참으로 묘한 책입니다.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은 흡입력이 있다는 것이지만, 그 흡입력은 주인공에게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묘한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압권인 허수아비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지요. 이 허수아비의 제작비화(전설)을 듣게 되면 그것도 참 묘합니다.
시작은 간단합니다.
주인공인 이토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일본과 단절된 작은 섬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강도짓을 하다가 동창(경찰입니다)에게 걸렸다는 것. 그 동창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인물 중 하나이며... 중간중간 등장하지만, 한 단어로 정의하면 사이코패스입니다. 이런 녀석이 경찰이라니 참. 하여간 이토는 그 섬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몇 안되는 사람으로 추앙받으며 이 섬에 없는 무엇인가를 가져다 줄 존재로 받들어집니다. 하지만 이토가 섬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섬의 정신적 지주가 죽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듀본은 새 그림을 잘 그렸던 화가입니다. 여행비둘기의 종말을 안타까워 했던 사람이지요. 오듀본의 기도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시면 될겁니다.
살인사건의 범인도, 섬에 얽힌 이야기도, 섬에 부족했던 것도 독특합니다. 얽히고 섥힌 관계가 모든 것의 중심이랄까요. 그걸 쫓아가다 보면 고개를 돌릴 틈도 없습니다. 책이 두껍지만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한국 소설 출간하듯 출간하면 굉장히 얇아질 걸요. 일본 소설을 하드커버의 양장으로 출간하는 건 분량이 적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덕분에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근 차근 읽어나가야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것은 벚꽃이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특히 엔딩 부분의 벚꽃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훗.
아버지의 부엌, 야시, 고양이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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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시 게이죠, <아버지의 부엌>, 지향, 2007
쓰네카와 고타로, <야시>, 노블마인, 2006
니키 에츠코, <고양이는 알고 있다>, 시공사, 2006
읽고도 포스팅하는 것을 잊고 있던 것이 아버지의 부엌. 야시와 고양이는 지난 주말과 오늘에 걸쳐 읽었습니다. 야시는 아침 출근시간에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80% 정도 다 읽을 수 있는 짧은 책입니다.
아버지의 부엌은 홀로 된 아버지의 생존 투쟁기입니다. 어머니가 갑작스레 폐암으로 돌아가시게 되자 딸들은 고민합니다. 막내아들까지 포함한 다섯 남매 중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저자인 셋째 딸 뿐. 나머지 넷은 이미 가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딸들이 모실 수 있는 형편도 여의치 않고, 아버지도 딸들에게 기대는 것은 내켜하지 않습니다. 기왕이면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아들이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아직 병도 몰랐을 때) 파산해서 도망을 칩니다. 간신히 찾아두었지만 그 쪽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결국 독신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던 셋째딸이 아버지 집과 도쿄를 오가면서 아버지가 홀로 서실 수 있도록 훈련을 합니다. 이 책은 그 1년 동안의 기록인겁니다.
어버이날 직전에 읽었는데 읽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는 보고 나면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싶어진다는데, 이 책은 읽는 도중에 전화기를 들어 아버지께 전화를 하고 싶어집니다.(결국 했습니다.///)
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제목이 좀 낚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리소설인데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목에서 기대한 것처럼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살인 동기나 범인이나 알고나니 과연이라 생각했지만 아주 특이한 것도 아닙니다. 특이한 것이라면 탐정들일까요. 그리 많지 않은 남매 탐정입니다. 시리즈도 여럿 있는 모양인데 시리즈 뒤에 가면 여동생이 결혼해서 성이 바뀌고, 바뀐 성으로 다시 탐정 노릇(?)을 하는 이야기도 있나봅니다. 작가가 일본 추리소설 1세대라더니 분위기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닮아 있습니다. 부담없이 읽을만한 추리소설입니다. 피가 난무하는 최근의 추리소설들과는 분위기가 다르죠.(떠올리고 있는 것은 긴다이치 시리즈.)
야시는 이 세 권 중에서 가장 짧습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확실하게 잡혀 있는 책이군요. 처음 읽는 분이라면 분위기에 취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단편이라기엔 조금 긴, 장편이라기엔 짧은 듯한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저에게는 아주 독특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백귀야행이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나, 그외 손안의책에서 나온 책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같은 라인으로 잡으실 겁니다. 특히 야시라는 개념은 세상비밀(원제 : 우유당 이야기)에 등장했던 장과도 닮아 있습니다. 야시가 음산한 느낌-그야말로 암시장-이라면 세상비밀의 장은 조금 개구지고 재미있는 느낌이지요. 그런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요.
아, 그리고 이쪽이 좀더 인간 관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좋으냐 물으면 난감합니다만.^^;
자,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 ..... 헉; 오듀본의 기도 리뷰를 빼먹었군요. 이건 다음 기회에.
오듀본의 기도, 프랑스 오브 유어예
이사카 코타로, <오듀본의 기도>, 황매, 2006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 이번에 왕창 들어와서 그 중 가장 두꺼운 책으로 꺼내보았습니다. 이게 초기작이기도 했고요. 일본소설들은 대개 여자가 주인공으로 조금은 가볍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쪽은 다릅니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과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군요.
엔딩이 어찌될까 궁금해서 막 달려 읽어봤는데 맺음부를 보고는 두 손 들었습니다.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둥실 뜨는 멋진 결말이었지요. 음핫핫핫~
개인적으로는 벚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웃음)
유어예, <프랑스 오브 유어예>, 바이널, 2006
유어예.
이 책을 보고 나서야 유어예가 외국어도 아니고, 논어에 나오는 단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遊於藝라고 쓰더군요. 예술에서 노닐다라는 뜻이랍니다. 박서림 씨와 김인중 씨 부부가 예술이라는 필터를 끼고 프랑스를 들여다 본 것이라고 하면 맞겠군요. 여러 프랑스의 작가와 프랑스에서 살았던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찾아본 겁니다. 테마가 있는 프랑스 여행을 하려 할 때 미리 읽어보고 가시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그냥 읽는 것은 하지 마세요. 잘못하면 ... 적금 깨서 파리행 티켓 끊을지도 모릅니다.
이 두 권의 리뷰가 좀 날림 경향이 있는 것은 어제 읽은 또다른 책 때문입니다. 그건 별도 포스팅을 하도록 하죠.
늙은 여우를 단칼에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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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팔, <늙은 여우를 단칼에 베다>, 더불어책, 2003
이 책의 내용은 단 한 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一瞬電光刺老狐 한 순간에 번개같이 늙은 여우를 베었다
늙은 여우라니까 구미호라든지 아니면 추한 여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요? 이 한문 구절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시해의 주역이었던 도오 가츠아키(藤勝顯)가,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쓴 칼집에 새겨져 있습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테니 넘어갑니다.
이 책은 저자가 일본 지역 중에서도 큐슈를 중심으로 하여 한국의 역사가 남아 있는 동해안쪽 지역의 여러 도시를 돌아보며 한국 역사의 발자취를 사진과 글로 모은 책입니다. 어느 블로거의 글에서 후쿠오카의 구시다 신사에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썼던 검이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 언급된 이 책을 도서관에 주문했습니다. 어제 단숨에 다 읽었고요.
불편한 책입니다.
역사의식이랄까,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주로 쇼핑(...)에 몰두하여 도쿄만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다음에 일본에 간다면 오사카나 교토보다 이쪽을 먼저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것고 이 책 때문입니다. 검 뿐만아니라 명성황후를 모델로 만들었다는 관음상도 보고 싶습니다. 검은 일반 공개가 안된다 하지만 관음상은-처음 도오 가츠아키가 만든 것은 구리로 되어 있었으나 전쟁 당시 징발되었고 이후 일찍 죽은 딸을 위로하기 위해 어느 부부가 시주한 돌관음상이 남아 있습니다-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거기에 윤동주 시인이 죽었다는 그 후쿠오카 형무소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이전한데다 구치소로 변경되어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같은 것이니까요. 한 번도 이런 곳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부끄럽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불편한 책입니다.
후쿠오카 외에도 백제시대부터의 일본 교류와 관련된 지역, 조선통신사 행렬과 관련된 지역,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사카 성 등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라면 가기 전에 한 번 읽어보세요.
아주 사적인 시간
본제는 私的生活. 원제가 훨씬 느낌을 잘살리고 있지만 사적생활이란 제목을 그대로 쓰자니 한국어로의 어감은 안 좋지요. 그래서 아주 사적인 시간이란 제목을 썼나봅니다.
책을 내려 놓은 순간 제목을 100%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81년 작이라는데 시간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점도 대단하지요. 아니, 조금은 느끼고 있었습니다. 핸드폰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약간 고풍적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뭐라 설명을 해야할지. 처음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았을 때는 뭔가, 영계 남자를 꿰어찬 능수능란한 여자의 부잣집 마나님 탈출기로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전혀 아닙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는 꽤 잘된 내용 요약이지만 그건 책을 다 읽었을 때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고, 읽는 과정에서는 그 이야기가 언제쯤 나오나라고 생각하며 따라가기 바쁩니다. 그러니 그런 내용 소개는 잠시 접어두고 책에 몰두하셔도 좋습니다.
자, 여기부터는 진짜 감상입니다. 가짜 감상도 있냐고 물으신다면, 두리뭉실한 감상은 있다라고 답하겠습니다.(웃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잠시 고민하다 깨달았습니다. 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손에서 떼기 싫었는지, 왜 여주인공에게 지나치게 감정 이입이 되어 울컥했는지 말입니다. 간단하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점이라 하면 경제생활이 좀더 안정될 수 있다라는 점이지요. 주인공인 노리코는 특히 더 재벌 2세랑 결혼했으니 그런 점이 확연히 보이지만 맞벌이를 하게 되면 돈 모으는 것이 좀더 쉬워지지 않나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비춰봐도 그렇습니다.
단점? 여기에 나온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바람이야 그렇다 쳐도(물론 실제 제가 당하게 되면 화산폭발이 일어나겠지만;) 남편이라는 존재와 계속 연애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언젠가 사랑이라는 감정이 끝나게 되면 그 때는 서로간의 코드를 조율해 파장을 맞춰 나가면서 생활을 이뤄야 할 것인데, 노리코와 고의 커플은 그렇지 못합니다. 처음 노리코가 결혼할 때는 자신의 생활을 유지해나가겠다고 생각했겠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지요. 고의 생활에 휘둘리고 결국엔 자신의 사적영역들이 하나 둘 잘려나가는 것을 맛봐야 합니다. 처음엔 일, 친구, 그리고 자신의 작업실과 예전의 사적기록인 일기까지. 거기에 노리코와 고는 파장이 맞지 않습니다. 연애는 가능하지만 같은 취미와 같은 수준의 대화를 공유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노리코가 시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도, 시어머니와는 그런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일겁니다. 거기에 결혼생활을 휘두르기 시작한 고는 급기야, 두목원숭이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지켜왔던 가치관까지 순식간에 바꿔버리고 자신들의 생활을 그 패턴에 맞춰버립니다. 그리고 노리코에게도 그것을 강요합니다. 본인은 강요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강요예요, 그건.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었나 봅니다. 하하; 하여간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글픔 역시 맛봐야했다는 것이 참..
읽고 나서 확인하니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였군요. 이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후기에는 후속편도 낸다고 되어 있는데 나왔는지 궁금하군요. 나와 있다면 언젠가 번역되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