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 <윌리엄 모리스 평전>, 개마고원, 2007

출간 직후에 보고 나서 언젠가 꼭 읽겠다고 결심한 책을 이제야 보았습니다. 구입할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도서관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잽싸게 가입한 후 빌려왔지요.

그리고는 이 책을 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취향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아니 굉장히 많이 멀리 떨어진 책입니다. 윌리엄 모리스의 활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산만하더군요. 뭐, 읽은 사람이 좀 산만한 상태였던 것도 이유는 이유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유토피아적인 윌리엄 모리스의 에코토피아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서요. 사회주의자였다는 것은 대강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쯤 되면 "당신, 너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어!"라고 절규하고 싶은 수준인거죠. 아마도 그의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은 것은-이 책에서 많이 과장한 건지 어떤 건지 사회주의쪽에서는 꽤나 유명한 모양인데 말입니다-그런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노동자에 의한 일치 단결, 혁명보다는 중세시대(14세기경)와도 같은 길드를 통한 노동계급의 성장을 바란달까요. 공장을 거부하고 중세시대의 길드를 통한 수공예 제작, 그리고 길드 안에서의 끈끈한 유대를 꿈꾸는 겁니다. 하지만 중세의 길드는 그렇게 달콤한 것만은 아니었지요. 수평적인 느낌의 길드가 아니라 수직적인 도제제도로 뒷받침 되는, 그리고 충분히 상하 관계로 인한 "착취"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었지요. 저는 인간이 인간인 이상, 저것은 꿈의 세계라고 봅니다. 거기에 윌리엄 모리스의 회사에서도 저런 길드적인 수공예 제작은 불가능했지요. 그러니 꿈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요.

그의 사생활이 (겉으로 보기에는. 속은 어땠을지 제가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굉장히 불행했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아내와의 불화는 알고 있었지만 큰딸의 지병과 작은 딸의 이혼문제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그는 후손이 끊어진 셈이지요. 그의 형제들이 낳은 다른 아이들을 밴다면...

윌리엄 모리스는 그 자신이 너무도 순수했기에 인간세상에서 오래 살지 못한게 아니었을까요. 원조 호빗(...)이라는 생각도 드는 그의 모습이 아련해보입니다.
(톨킨이 윌리엄 모리스의 제자였다는 이야기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진짜, 호빗의 모델은 윌리엄 모리스였을지도 모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