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시 게이죠, <아버지의 부엌>, 지향, 2007
쓰네카와 고타로, <야시>, 노블마인, 2006
니키 에츠코, <고양이는 알고 있다>, 시공사, 2006
읽고도 포스팅하는 것을 잊고 있던 것이 아버지의 부엌. 야시와 고양이는 지난 주말과 오늘에 걸쳐 읽었습니다. 야시는 아침 출근시간에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80% 정도 다 읽을 수 있는 짧은 책입니다.
아버지의 부엌은 홀로 된 아버지의 생존 투쟁기입니다. 어머니가 갑작스레 폐암으로 돌아가시게 되자 딸들은 고민합니다. 막내아들까지 포함한 다섯 남매 중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저자인 셋째 딸 뿐. 나머지 넷은 이미 가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딸들이 모실 수 있는 형편도 여의치 않고, 아버지도 딸들에게 기대는 것은 내켜하지 않습니다. 기왕이면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아들이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아직 병도 몰랐을 때) 파산해서 도망을 칩니다. 간신히 찾아두었지만 그 쪽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결국 독신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던 셋째딸이 아버지 집과 도쿄를 오가면서 아버지가 홀로 서실 수 있도록 훈련을 합니다. 이 책은 그 1년 동안의 기록인겁니다.
어버이날 직전에 읽었는데 읽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는 보고 나면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싶어진다는데, 이 책은 읽는 도중에 전화기를 들어 아버지께 전화를 하고 싶어집니다.(결국 했습니다.///)
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제목이 좀 낚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리소설인데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목에서 기대한 것처럼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살인 동기나 범인이나 알고나니 과연이라 생각했지만 아주 특이한 것도 아닙니다. 특이한 것이라면 탐정들일까요. 그리 많지 않은 남매 탐정입니다. 시리즈도 여럿 있는 모양인데 시리즈 뒤에 가면 여동생이 결혼해서 성이 바뀌고, 바뀐 성으로 다시 탐정 노릇(?)을 하는 이야기도 있나봅니다. 작가가 일본 추리소설 1세대라더니 분위기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닮아 있습니다. 부담없이 읽을만한 추리소설입니다. 피가 난무하는 최근의 추리소설들과는 분위기가 다르죠.(떠올리고 있는 것은 긴다이치 시리즈.)
야시는 이 세 권 중에서 가장 짧습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확실하게 잡혀 있는 책이군요. 처음 읽는 분이라면 분위기에 취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단편이라기엔 조금 긴, 장편이라기엔 짧은 듯한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저에게는 아주 독특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백귀야행이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나, 그외 손안의책에서 나온 책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같은 라인으로 잡으실 겁니다. 특히 야시라는 개념은 세상비밀(원제 : 우유당 이야기)에 등장했던 장과도 닮아 있습니다. 야시가 음산한 느낌-그야말로 암시장-이라면 세상비밀의 장은 조금 개구지고 재미있는 느낌이지요. 그런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요.
아, 그리고 이쪽이 좀더 인간 관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좋으냐 물으면 난감합니다만.^^;
자,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 ..... 헉; 오듀본의 기도 리뷰를 빼먹었군요. 이건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