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히사 아쓰시, <천국의 책방 1-2>, 예담, 2007
M. 리 고프, <파리가 잡은 범인>, 해바라기, 2002

음? 분명 한 권 더 읽은 것 같은데, 어떤 책이었는지 그 사이에 잊었습니다. 리뷰는 읽고 나서 바로 올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천국의 책방은 책을 받아보고 상당히 열받았습니다. 하드 커버에, 책 자체는 잘 만든것 같지만 이렇게 얇은 책이 8천원이나 하다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거기에 두 권입니다. 각 권 8천원, 두 권 사면 16000원. 으윽; 상당하지요. 최근 책 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건 심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책을 다 읽고는 수긍했습니다. 8천원 주고 살만한 책입니다. 139페이지 밖에 안되고 내용도 짧지만 구성은 탄탄합니다. 보고 나면 책방로망스란 생각이 팍 떠오르는걸요. 1권과 2권은 배경(설정)만 같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지만, 이렇게 나간다면 3권이나 그 뒷권도 꾸준히 보고 싶어집니다. 뒷 권이 진짜 있는지 궁금합니다.


파리가 잡은 범인은  2002년에 나온 법의학 책입니다. 모 반장님과 친구로 지내지 않을까란 망상이 들게 하는, 곤충법의학자가 쓴 책이고요. 아마 곤충법의학의 시조쯤이 아닐까 생각되는 걸요. 굉장히 재미있게, 지루하지 않게 읽었지만 단점이 있다면 비위가 약한 분들에게는 쥐약이라는 겁니다. 구더기를 채집하고 기르는 것에 대한 리얼한 설명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구더기들은 번데기를 이루기 전 마른 장소를 찾아 이동합니다. 하지만 습한 장소에서 돼지를 가지고 실험했을 때 는....
p.80-81
(중략) 근처 몇 마일 이내에 사실 마른 지역이란 없었는데 구더기가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구더기들은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고 줄기를 타고 오른 후 가지를 따라 이동, 나뭇가지 끝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모두 돼지 세 마리로 실험을 한 당시, 시체가 있던 각각의 장소에서 수천마리의 구더기가 이동하여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가 결국 땅으로 떨어지는 광경은 마치 구더기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너무 엄청난 구더기가 떨어지는 바람에 연구실에서 우산을 가져온 다음에야 표본을 채집할 수 있었다.(중략)

이런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파리를 질색하고 구더기를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CSI를 무난하게 보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섬 반장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훗훗
어제 45분간-실은 그 이상. 약속시간 8분 전에 도착했으니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린 셈이지요?-기다리면서 종각 반디앤루니스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베스트셀러 판매대 앞을 서성거렸습니다. 원래 찍어두었던 몇몇 그림책들을 살펴볼 생각이었지만 서점이 작은 편이라 그런지 책들이 제대로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판매대 아래 쪽의, 보통 재고 수납용으로 쓰는 공간에도 책이 꽂혀 있습니다. 제가 찾는 그림 책들은 잘나가는 책이 아니라 아래 쪽을 뒤져야 겠더라고요. 그냥 다음에 영풍이나 교보에 가서 찾아보겠다고 생각하고 베스트셀러와 여행 관련 서적만 찾아봤습니다.

반디앤루니스의 서가 배열은 교보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교보에서의 여행 서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는 여행정보 중심을 다루고 있는, 여행-예술 코너에 들어간 책, 그리고 다른 한 쪽이 수필, 여행기로 분류되어 한국수필이나 외국수필들과 함께 꽂힌 책입니다. 하지만 반디앤루니스에서는 아예 특정 주제별로 서가를 분류해두었더군요. 국내 여행기, 국외 여행기 등으로 말입니다. 게다가 교보보다 사람이 적어서(...) 책 보기도 편하더군요. 눈 높이의, 한 눈에 들어오는 서가라는 점도 좋습니다.
하기야 종각 교보와 강남 교보도 책 배치에 있어서는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요? 강남 교보의 책 배치는 종각 교보보다 왠지 예전의 영풍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말입니다.

도서관에 신청하려고 찍어둔 책들이 꽤 있습니다.


권삼윤, <이탈리아,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 속을 거닐다>. 푸른숲, 2005

제목부터가 사람의 몸을 둥실 뜨게 만들지 않습니까.(웃음)
이탈리아는 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 곳이라 망설여지긴 하지만, 지난번의 이탈리안 조이가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도 찾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대강 훑어 보았는데 책 분위기도 꽤 마음에 들더군요. 북적북적한 곳 말고도 여러 곳이 등장한다는 점도 좋습니다. 읽고 나면 카드를 들고 로마행 티켓을 끊게 될까 두렵긴 합니다.



박사, 이명석, <여행자의 로망 백서>, 북하우스, 2005
작년 여름에 한 번 봤던 책인데, 얼마전 이글루스 여행 밸리에도 소개가 되어 문득 떠올랐습니다. 여행에서의 로망에 대해 이야기한 책. 올해 여행 가기 전에 한 번 더 읽고 여행의 로망을 다시 일깨워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석미, <스프링 고양이>, 마음산책, 2007
이 책을 신청도서로 고른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고양이라서.(웃음)


러디어드 키플링, <>, 북하우스, 2007

킴은 제목만 많이 들었지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번역본을 본 것도,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예전에 다른 판본으로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정글북도 어렸을 때만 읽고 다시 본 적이 없으니...
제국주의에 물든 작가가 편파적인 시각(?)으로 쓴 소설이라지만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박홍규, <윌리엄 모리스 평전>, 개마고원, 2007

이쪽은 구입 여부를 고민중입니다. 서가에 책이 올려진 것을 보고는 앞 뒤 가리지 않고 집어서 잠시간 열심히 읽고 있었으니까요. 역시 윌리엄 모리스는 제 이상형입니다.T-T 남자로서의 이상형은 아니고-이 아저씨의 연애담은 참..;-팔방미인이었다는 점이 굉장히 부럽습니다. 재능은 없지만 만들면 된다라고 애써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쫓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디자인 부분은 형편없이 떨어지지만 몇몇 부분은 그림자만이라도 쫓아가려고 부단히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윌리엄 모리스가 단명한 이유가 팔방미인이라 너무 일에 매진해서였다는데...? 그렇게 짧고 굵게 가는 것도 멋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광주 교수님의 윌리엄 모리스 이야기는 예술가적 분야에 촛점을 맞췄다면 이쪽은 사회운동가로서의 모습까지 두로 아울러 보고 있(다고 합니)다. 대강 훑어 보니 꽤 재미있는 이름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존 러스킨이랄지, 톨킨이랄지(모리스가 톨킨의 스승이었다는 것은 톨킨의 환상서가에서 들어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관계였는지는 책을 봐야 알듯합니다. 일단 다음달 월급 받아보고 통장 잔고 확인하고 질러야겠습니다. 흑흑;ㅅ;


지금 신청하면 언제쯤 들어올 수 있을까요. 한참 뒤의 일일게 분명한데, 올 여름 전까지는 볼 수 있겠지요.
  

미야베 미유키, <이름 없는 독>, 북스피어, 2007
알렉스 로비라 셀마, <희망을 찾아서 7>, 21세기북스, 2006

두 권을 연달아 올리는 것은 어제 <이름 없는 독> 올리는 것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하하; 어쩐지 어제 해야할 포스팅 중 뭔가 빠진 것 같더라니 이거였군요.

먼저 미미여사 책부터.
어느 날 아침. 출근 전에 잠시 신문을 뒤적이는데 신간 소개에 미야베 미유키 신간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순간 앞 뒤 가리지 않고 주문을 했다가, 쿠폰 적용을 잊었다는 것을 깨닫고 주문 취소, 그날 밤에 재주문했습니다. 약간의 삽질이 있었지만 그래도 책은 빨리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읽고 있는 책이 있었기 때문에-<멸망하는 국가>-G에게 먼저 읽으라고 넘겼지요. 책은 꽤 두껍지만 읽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누군가>에서 시작되는 스기무라 사부로 연작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역자 후기를 보니 미미여사가 앞으로 현대물은 스기무라 시리즈를 쓰겠다고 했다니 계속 이어 나올듯합니다. 뭐, 날개 부분의 출시 예정작 다음 책이 5월 7일이라 기대 반 상심 반-자금문제;-에 떨고 있지요. 근간 리스트가 거의 두 달 텀으로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흑과 다의 환상도 나온지 좀 되었으니까 5-6월 쯤에도 다음 책이 나오겠군요. 이런....)

상황의 긴박감, 전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바티스타> 쪽이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그쪽을 더 재미있게 읽었으니까요. 대신 두고두고 곰씹게 되는 것은 이쪽입니다. 다 읽고 감상을 쓰려는 지금에서야 저 <이름 없는 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습니다. 무엇인지 가르쳐 드리면 재미없지요. 읽고 나면 바로 아실테니 남겨두겠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스기무라의 소심함이 절정에 이른 듯합니다. 뭐랄까, 아내에게(그리고 아내의 친정식구들에게) 쥐어사는 모습이 꽤 여러 번 보이거든요.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만 문득 우리나라의 이런 위치에 놓인 남자-사위-들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S모 기업에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

너무 기대를 하고 읽어서 그런지 재미는 있지만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 이 책을 읽을 당시 터진 VT 사건이 동시에 오버랩 되는 것도 타이밍이 좋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군요.
이걸 이야기 하자면 살짝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접습니다.



(생협 대출 가능합니다.^ㅁ^)


희망을 찾아서는 자기계발동화류입니다. 처음부터 교훈을 주기 위해 씌어진 동화라는 거죠. 내용은 간단합니다. 세상은 어둠의 제왕인 눌이 거의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 눌에게 맞서고 있는 알보르 왕국. 눌은 왕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알보르 왕국의 왕자가 태어나자 아기를 납치하고 알보르 왕국의 수호검도 가져갑니다. 왕비는 아기를 잃은 슬픔에 시름 시름 앓다가 죽고 왕은 점점 늙어갑니다. 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안 왕은 휘하의 기사 중 한 젊은 기사를 후계자로 삼으려 합니다. 그리고 이 젊은 기사는 후계자가 되기 전, 눌에게 납치된 왕자를 찾아오겠다며 여행을 떠납니다.

동화죠.^^; 기사가 찾아 떠나는 것이 왕자가 아니라 공주였다면 로맨스까지 곁들인 이야기가 되었을 것인데 그건 아니고... 하여간 왕자를 찾으러 가는 도중 기사는 여러 차례의 시련을 받고 그것을 극복합니다. 그 와중에 던져지는 화두가 이 책의 주요 교훈입니다.

마음에 들었냐고 물으신다면 예라고 답하겠습니다. 내용도 꽤 재미있고 읽기 어렵지 않고. 하지만 내용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일러스트입니다. 표지 일러스트를 포함, 각 장의 앞에 붙어 있는 일러스트들이 굉장히 취향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이걸 퀼트나 태피스트리(-_-)로 재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을까요.
(아, 태피스트리 떠올리니 구입해야하는 책 한 권이 생각났습니다. 이런...;)

이런 류의 책을 보다가 일러스트 때문에 구입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것 참 고민되네요.
베르나르 앙리 레비, <아메리칸 버티고>, 황금부엉이, 2007

읽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 것은 책이 두껍기(476 p.)도 했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 역시 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닌, 두고두고 곰씹고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총 동원해 이리 끼워보고 저리 끼워보고 해야했기 때문이지요.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머리 아픈(좋은 의미로의 두통. 생각할 여지가 많습니다) 책이며, 누군가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단, 추천할 때는 대상을 잘 골라야 합니다. 뭐랄까, 어떤 종류의 책을 읽느냐를 두고 고른다면 주간조선파보다는 한겨레21파에게 추천하겠습니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 사람입니다.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으니 유명한 학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학계통-KDC 300에 분류되는 주제-의 학자로 보이는데 이름만 들어봤지 이 사람과 관계된 저작이나 영상물을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뭔가 이 사람에 대해 알겠다 싶더군요.
프랑스 사람이다 보니 미국에 대해서는 조금 시니컬하면서도 한 발자국 물러서 보고 있는-관조적인 분위기가 보입니다. 책에서 언급하는 토크빌도 한 번 만나 본 적이 없지만, 대강 어떤 사람인지 짐작은 갑니다. 이 책은 월간 아틀랜틱이라는 잡지사에서 레비씨에게 토크빌의 여정을 따라가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한데서 시작됩니다. 여정을 따라서 미국 전역을 여행하고 돌고 인터뷰하고 보고 사진을 찍고, 그리고 그 중간중간 글을 씁니다. 글 분위기를 봐서는 잡지에 칼럼식으로 연재되지 않았나 싶군요. 짤막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절대로.. 말이지요.

이 책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프랑스 지식인이 바라본 현대 미국 사회의 문화, 사회, 정치, 그리고 기타 등등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닮은 책을 꼽으라 하면 단연 <멸망하는 국가>(다치바나 다카시)지요. <멸망하는~>이 일본인이 말하는 일본 정치의 문제(안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본 이야기)라면 이쪽은 외부인이 본 이 나라의 문제점쯤 되겠습니다. 그 시선이 제가 가진 시선과도 닮아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지 못한 나라 랭킹 상위권에 드는 미국을 이런 저런 시점에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죽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의 내용이나 두께에 비해 부담이 덜했다는 것도 좋고 말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쓰고 싶지만 제가 정리해서 담기엔 무리인 내용인데다, 한 번만 읽고 말하기엔 벅찹니다. 적어도 두 세 번은 읽어보고 정리를 한 다음 곰곰이 생각해서 다뤄야 할 내용이지요. ..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은 두 번재 손 댈 시기가 아니겠지요. 다른 책으로 머리를 좀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 다시 읽으면 뭔가 다른 느낌이 와 닿을 겁니다.

다른 이야기보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러슈모어 이야기. 이부분은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보통 여행기와는 다릅니다. 앞서 소개했던 아메리칸 자전거 여행보다 더 깊습니다.(하기야 여행의 계기가 달랐으니) 그러니 한 번 읽어보세요.


린 콕스,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열 일곱살의 바다>, 북폴리오, 2006


누군가가 이 책을 정말 읽어보고 싶다고 추천해서 잡게 되었습니다. 추천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책이지요. 제목부터가 피하고 싶은 분위기를 팍팍 느끼고 있거든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수영선수이자 나중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저자가 열 일곱살에 겪었던 작지만 큰 사건을 다룬 책입니다. 사건이 일어나서 종료되기까지는 아마 3시간 남짓. 하지만 그 3시간은 저자의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니까...
평소와 다름없이 바다에서 아침 수영연습을 하고 있던 저자는 수영 도중 조금 이상한 일을 당합니다. 바다에서라면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생각하고 수영 연습을 마치려던 중, 연습할 때면 항상 만나는 친한 할아버지에게 제지를 받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새끼 고래 한 마리가 같이 헤엄을 치고 있었던 것이지요. 졸졸 따라오고 있었던 겁니다. 만약 수영 연습을 마치고 뭍에 오른다면 얕은 해변가에서 죽을 것이 분명하니 계속 바다에 있기로 결심하고 그 새끼 고래의 어미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할아버지는 무전기를 통해 근처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에게 어미 수염고래를 찾아달라 부탁하고 소녀는 그 동안 새끼 고래와 함께 어미를 찾아 주변 바다를 헤맵니다.

물론 찾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미 고래를 찾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있었던 고래와 소녀와의 교감입니다. 그리고 그 교감에 대한 설명, 바다에 대한 묘사가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마음이 부우우우웅~ 떠 있는 상태라면 지금 당장 수영복을 집어들고 바다 속에 뛰어들어 고래를 찾아 헤맬 것 같은 정도?(웃음) 과장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글 맛도 꽤 좋고 짧은 이야기이면서 부드럽게 다가오는 느낌이 좋습니다. 수영이나 바다, 해양 생물을 좋아하는 학생에게 추천하면 괜찮겠군요.

예전에 읽었던 책 중 비슷한 느낌의 책이 두 권 있습니다.

사이 몽고메리, <아마존의 신비, 분홍 돌고래를 만나다>, 돌베개, 2003
바비 샌더즈, <돌고래에게 배운다>, 넥서스BOOKS, 2004

양쪽다 돌고래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분홍 돌고래 쪽이 좀더 아마존 생태기에 가깝다고 하면 돌고래에게 배운다는 돌고래들이 가르쳐준 삶의 지혜-자기계발 계통-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돌고래에게 배운다도 돌고래와 함께 하는 수영 투어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이 세 권이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 기사를 보니 포경금지 때문에 동해에 고래가 많이 늘었다고 하는군요. 뭐, 고래가 늘은건지 아니면 동해를 다니는 배가 늘은건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고래가 늘었다고 해서 다시 포경재개를 하자고 하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요.
갈팡질팡하고 있긴 한데 제 심정을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고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고래고기를 먹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포경 재개를 하자고 하면 이건 아니다 싶고.

지난번에 읽었던 알래스카~에서 북극의 얼음 사이에 갇힌 고래를 구출하는 것을 보고 에스키모인들이 하는 말이 살며시 떠오릅니다. 이런 저런 생각만 많고 딱히 정리되지는 않는군요.
리처드 폴 에반스, <나의 백만장자 아저씨>, 작가정신, 2006

전체 요약 메모. 이거 적어두는게 혹시 저작권법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요약분이 아니라 전체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끄적입니다.
< 백만장자 아저씨가 주는 교훈 >

1.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라

2. 돈을 충직한 하인으로 만들어라
→ 현재 가진 돈은? 수입은? 지출 내역은?

3.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워라
→ 나만의 보물상자

4. 백만장자들은 백만달러짜리 정신자세가 있다.
: 지출할 때마다 신중히 생각한다.
: 소비가 주는 찰나의 기분에 연연하지 않는다.
: 소비와 행복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 자신의 부를 흔들림 없이 지킨다.
  *  꼭 써야 할까? 여기에 쓰면 재산이 늘어날까, 줄어들까?
     : 충동구매 or 계획구매? → 반드시 꼭 사야할 것은 없다
  *  지금 꼭 원하는가?
  *  정말로 행복해질까?
  *  진정 지켜야할 것은 무엇인가?

5. 인생의 모범이 되어라.

책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조지 S. 클래이슨의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와 닮아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재산관리 책 중에서는 바빌론 부자가 제일 낫고, 백만장자가 그 다음이군요. 최근에 나온 재산관리 책 중에서는 가장 낫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신 자세와 관련된 것이고 실제 재테크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 겁니다. 기본은 기본대로, 그리고 그 다음의 전략 전술은 따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변주해야겠지요.
다른 것보다 4번과 5번이 가장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돈을 벌면서도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것. 으으음. 우리나라 부자들 중에 이 다섯 가지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그러고 보니 이번호 쿠켄에 실린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명문종가를 찾아서)가 생각납니다. 이 이야기도 은근히 재미있었으니 한 번 찾아서 읽어보세요.


토드 홉킨스, 레이 힐버트, <청소부 밥>, 위즈덤하우스, 2006

청소부 밥은 마침 사람과 책(교보문고에서 제공하는 책관련 무가지)에 공저자들과의 만남이 실려서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덥석 집은 책입니다. 최근에 이런 류의 책을 하도 많이 읽었더니 슬슬 물린다고 할까요?
먼저 이 책에서 말하는 여섯 가지 지침은 이렇습니다.
<앨리스의 여섯 가지 지침>

1.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2.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3.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4. 배운것을 전달하라
5.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6. 삶의 지혜를 후대에게 물려주라

이야기의 시작은 간단합니다. 로저는 큰 회사의 사장이지만 최근 여러모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큰 거래처와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고, 업무량은 나날이 늘어만 가며, 그 때문에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합니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가족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주 평범한(...) 가장인겁니다.
그러던 그가 회사 청소부인 밥을 만나고 그에게서 한 주에 하나씩 여섯 가지 지침을 받습니다. 이 지침은 밥 자신의 것이 아니라 몇 년 전에 죽은 그의 아내 앨리스가 하나하나 일깨워준 것이지요.

이 중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1, 3, 5입니다. 나머지 세 가지는 지금의 제게는 해당사항이 없으니까요. 2번의 가족은 자신의 부양가족-결혼한 남자가 부양하는 아내와 자식-에 대한 것이고 4번이나 6번은 아직 제가 그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전달하기에 많이 부족하니까요.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종종 업무 중에 딴 짓을 하다가 본 업무로 돌아오면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든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렸다든지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집까지 일을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퇴근하면 그 뒤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푹 쉬는 것이지요. 집까지 업무를 끌어들이면 집은 휴식처가 아니라 업무처, 일터가 되고 맙니다. 이건 피해야 하는 것이니...

저는 개신교도, 카톨릭도 아닙니다. 종교란에는 불교라고 쓰지만 최근에는 종종 무교라고도 씁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는 것이 제게 해당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됩니다.; 기도라는게 꼭 하나님이나 하느님에게 하는 것은 아니고 나 자신이나 그 누군가에게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중요한 것은 투덜대면서 자기 속을 갉아 먹는 것보다는 기도하면서 상황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입니다. 명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겠지요.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거나 마구 써버리지 말고 새로운 것에 투자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이야기겠지요. 소비와 투자는 똑같이 쓰는 것이지만 결과물이 다릅니다. 이건 앞서 나온 백만장자 아저씨와도 관련 있군요.



오늘도 주저리 주저리. 다음에 읽을 책은 아메리칸 버티고가 될듯합니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이레, 2004

이 책은 첫비행님이 추천해주신 책입니다. 제목에 끌려서 도서관에 신청은 해놓았는데 한 번 펼쳐 보고는 그대로 덮어서 서가에 꽂아 두었습니다. 여행이라는 말에 덥석 집었다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상념기(혹은 깊은 탐색 기록)라서 어렵다는 생각에 내려두었던 것이지요.
초반은 그렇습니다. 이야기의 서술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뭔가 지루하고 답답하지만 읽어 가면 갈수록 은근히 맛이 느껴집니다. 작가가 어딘가를 여행하면서 그 여행에서 떠올린, 혹은 그 여행지와 관련 있는 누군가(대개는 유명인사)와 연결지어 그 사람의 이야기와 여행기록을 병행합니다. 사실 여행기록은 거의 없고, 여행지에서 떠올린 누군가에 대한 기록이 더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맛이 더 쏠쏠하지요. 종종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지유가오카에서 그랬습니다.
지유가오카=자유의 언덕은 원래 그 곳에 있었던 학교 이름입니다. 지유가오카가 지금은 부촌(느낌은 청담동에 가까울듯?)이지만 그 때는 허허벌판에 가깝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어떤 교육자가 그 땅에 작은 학교를 세웁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고요. 그 학교 이름이 자유의 언덕입니다. 학교 이름이 지명이 된 독특한 경우지요. 지금도 와치필드에서 몽생클레르로 올라가다보면 지유가오카 학원이 보입니다. 물론 처음의 학교와 지금의 학교는 상당히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의 학교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대안학교였으니까요.
이 대안학교가 기억에 남는 것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토토짱-구로야나기 테츠코, 창가의 토토 작가-이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바로 지유가오카 출신이거든요. 지역에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학교 출신인겁니다. 지유가오카 어딘가에 이 학교 기념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마트 앞이라고 했는데 미처 찾아보질 못했지요.

이런 식으로 여행 중에, 여행과 관련이 있는-혹은 여행중에 하는 행동과 관련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이야기를 잡아 채서 글을 쓴 것이고요.

몇 가지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적어볼까요.

p. 205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장소 : 레이크 디스트릭트, 안내자 : 윌리엄 워즈워스

(중략) 앰블사이드에서는 사람들이 신문을 사고 스콘(핫케이크의 일종)을 먹었다. (중략)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호수지방으로, 워즈워스가 신나게 노래한 멋진 지방이자 베아트릭스 포터가 농장을 사서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한-내셔널 트러스트 재단의 시작이 된 곳입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워즈워스를 떠올리면 문학자, 베아트릭스 포터를 떠올리면 일반인(?), 내셔널 트러스트를 떠올리면 사회운동가라고 하면 지나친 편견일까요.

..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저기저, 스콘에 대한 설명이 너무도 감명 깊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머릿 속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순간 암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역자가 정영목씨인 것을 확인하고 좌절했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T-T 팬케이크와 스콘은 재료가 비록 같을지언정 배합 비율과 만드는 법은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도대체 왜! 그냥 홍차에 곁들여 먹는 과자라고만 해도 되었을 것을요!
스콘을 두고 영국 웰빙빵이라고 한 모 백화점의 웃지 못할 선전 이후 최대 타격이었습니다.

p.305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장소 : 많음;;; 안내자 : 존 러스킨
(중략)
그러나 사진이 그것을 찍는 사람들 다수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의 열의는 사그라졌다. 사람들은 적극적이며 의식적으로 보기 위한 보조 장치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을 대체하는 물건으로 사용하였으며, 그 결과 전보다 세상에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었다. 사진이 자동적으로 세상의 소유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략)

존 러스킨. 사회운동가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을 떠올리면 토토로의 숲, 베아트릭스 포터,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이렇게 데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에게 예술 수업을 할 것,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칠 것이라는 점에서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곧 변질되겠지요. 잘 관찰하기 위해 데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가르칠 것이니까요.
주객 전도.
한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

이 편을 읽고 나니 미니 스케치북과 연필과 색연필이 땡깁니다. 이렇게 관심 분야를 계속 늘려가면 아니되는데, 왜 하고 싶은 것은 늘어만 갈까요.;
그래도 스케치, 데생이 중요하다는 것은 정말 공감이 갑니다. 사진의 폐해에 대해 지적한 것도 십분 이해하고요. 저 역시 사진의 폐해에 물들어 있으니 말입니다. 먹을 것이 나오면 일단 사진기부터 들이대고, 그것이 어땠는지 기억하려면 사진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이걸 데생으로 남긴다면 훨씬 더 잘,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인데요. 기억은 사진에게 밀어두고 저는 그저 셔터 누르기에 바쁜 것이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도 사진은 멈출 수 없습니다; )


맨 마지막 편인 귀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도 방여행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고요. 하지만 같은 방여행이라는 단어를 써도 제가 가는 여행은 다릅니다. 여행 서적을 가져다 놓고, 예전에 여행갔던 기록을 펼쳐 놓고 다시 한 번 그곳을 탐험하는 겁니다. 기억을 더듬어 어느 골목길에 들어가면 어디로 통하는지, 어떤 가게가 나오는지 생각하면서 상상으로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차근차근 노트에 적어보렵니다.
... 스트레스로 인한 여행부족증의 처방전이랍니다.T-T



일단 이 책은 장바구니에 담아두었습니다. 언젠가 사게 될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이름없는 독>을 참고 읽기를 잘했습니다. 음,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까요. 청소부 밥, 7 Seven, 아메리칸 버티고, 25세 인간의 힘만으로 지구를 여행하다,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열일곱살의 바다 중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고민이군요~.
제인 오스틴, <이성과 감성>, 민음사, 2006

오만과 편견을 꽤 괜찮게 읽었기 때문에 이성과 감성도 꽤 기대를 했습니다. 이 말이 먼저 나온다는 것은 기대만 못했다는 것이죠. 책 읽은데 걸린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하하..

90년대 중반 쯤 센스 앤 센서빌리티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왔습니다. 역지는 윤지관씨. 앞서 나온 오만과 편견의 공역자입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어떤 미망인에게는 세 딸이 있습니다. 이 딸 중 위의 둘-열 아홉, 열 일곱-의 연애담과 결혼사가 이성과 감성의 내용이지요. 큰 딸은 맏이 답게- 제 주변의 맏이는 대부분 성격이 그렇습니다-이성적이고 전체를 생각하는 반면, 작은 딸은 좀더 감성적이고 자신의 감정에 몰두해 있는 타입입니다. 보통 첫째와 둘째의 성격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데 그 차이는 연애 차이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재미없을테니 패스. 하지만 제인 오스틴 답게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대체적으로 제인 오스틴이 편드는 것은 언니 쪽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침착하고 자기 절제가 강하고 자신의 슬픔을 어떻게든 이성적으로 조정해보려는 노력이 대단한 그 언니분.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그런 감정 컨트롤 능력을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뭐, 지나치게 감정 조절을 하는 덕에 주변 사람이 속내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어느 능력이건 장단점이 있지 않습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기 미안한 책, 대신 제인 오스틴의 팬이라면 한 번 읽어봐도 나쁘지 않은 책입니다.


노승국, 요시이 마유코, <도쿄의 보물창고>, 바이널, 2007

UGUF의 파리의 보물창고, 캐나다의 보물창고에 이은 세 번째 책입니다. UGUF의 도쿄 이야기-여행기가 아니라-_--인 30일간의 도쿄 여행은 바이널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한길아트에서 나왔습니다.

부제는 GUGI와 MAYU가 찾아낸 도쿄 뒷골목 탐험, 잡제는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가 찾아낸 살아 숨쉬는 골목 속 도쿄, 도쿄사람들. 두 사람의 공저인 셈입니다. 우연히 비행기 옆좌석에 앉아서 알게 된 두 사람이 도쿄 안에서 서로 교류를 가지며 만든 책인거지요.

느낌은 바이널의 다른 여행기와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특히 파리의 보물창고와 말이지요. 다른 곳에 소개된 곳도 많지만 가능하면 새로운 곳, 알려지지 않은 곳을 소개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중간의 리포트로 등장한 "일본여자들의 방"은 약하군요. 간단하게 집어 넣을 것이라면 좀더 세세하게 다뤘으면 좋았을 것을요.


다른 도쿄 여행 책도 많이 보셨을테고, 도쿄 여행 책도 많이 보셨을테니 이 책을 보고 싶은 분께는 딱 한 가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소개된 곳 중에 지유가오카 와치필드와 하라주쿠 텐시노스미카가 있습니다.(웃음) 이쯤이면 설명으로는 충분하지요?

구입 추천도는 반반. 사기는 조~금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보기만 하기도 조~금 아까운 책입니다. 책을 손에 들면 구입할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타입의 책이군요.


다치바나 다카시, <멸망하는 국가>, 열대림, 2006

html에서 img src 태그를 넣어 표지를 넣어보았습니다. 글만 넣기는 밋밋하더군요.

원제는 滅びゆく國家 입니다. 멸망해가는 국가, 진행중이라는 의미가 강하지요. 이 책의 내용도 그렇습니다. 일본이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근본은 고이즈미와 일본내 우경화다라고요. 처음 절반은 꽤 흥미있게 읽었는데 뒷부분은 고이즈미를 중심으로한 일본 정치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상당히 건너 뛰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가능하면 읽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재미있게 읽은 책과 불편하게 읽은 책, 이해하지 못해 결국 포기한 책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청춘표류>, <사색기행>은 재미있게 읽은 책, 그리고 뇌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른 모 책은 이해하지 못한 쪽, <멸망하는 국가>는 불편하게 읽다가 건너 뛴 책입니다.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일본 내의 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우경화와 일본 극우파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말입니다. 예, 그런 점에서는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개헌론을 펴고 있는지, 어떤 생각으로 남자 천황제를 지지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일본 국민들이 고이즈미와 극우파들을 지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나오니까요. 대신 인터넷에 연재하던 부분을 약간 손질해 책으로 낸 것인 만큼 지금부터 약 1년 여 전쯤의 이야기라는 것을 감안해야합니다. 아마 연재하던 홈페이지에는 꾸준히 이야기가 올라오고 있겠지요.

가장 불편했던 것은 한국에 대한 언급이 적다라는 점입니다. 아시아 내 외교에 대해서 중점을 두는 것은 중국, 한국은 거기에 곁다리로 등장합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발언만 나오고 한국 대통령은 이름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세트로 묶여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등장하지요. 뒤에도 한 번 더 나오지만 그것은 "미국과의 조약 때문에 베트남 전에도 참전했다"라는 안 좋은 예로 나옵니다. 거참...;
거기에 전후 세대들은 태평양 전쟁만 기억하고 있지만 중국 전쟁을 포함하면 14년이며, 그 당시 중국에서 죽은 사람들의 숫자는 1천만이라고 기술하면서도 한국의 식민 점령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습니다. 중국이 왜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반대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만 한국이 왜 야스쿠니 참배에 반대하는지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습니다. 일본에 있어 한국의 위상이란 존재하기나 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런 시각에서도 볼만한 책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평화헌법 9조,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일안보조약의 차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가지는 의미 등은 저도 처음 보아 알았습니다. 중일 전쟁에 대한 것도 그렇고요. 근대사를 돌아보고 헌법과 조약의 의미 등 정치외교학을 살짝 맛보기로 보는 느낌이니 한 번 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
그러기엔 책값이 조금 부담되는군요. 가까운 도서관에 신청하심은...? (18000원입니다)
홍은택,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한겨레출판, 2006

감상 : 재미있었다.







이렇게 끝내면 당연히 안되죠.^^:

작년 말쯤이었나, 한겨레 21을 보다가 추천하는 글을 보고 읽어야할 책 목록에 올려두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이 닿는 곳에 읽으려고 하는 책이 있는데 손을 뻗지 않는다면 이상한거죠.;


그냥 재미있었다로만 끝내고 싶은 것은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 때문입니다. Azafran님의 포스팅 이후, 간만에 만나는 강적입니다. 자전거 여행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실감 있는 자전거 여행이 꽤 마음에 와 닿았거든요. 실행 여부의 현실성이 아니라 여행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바이크 라이더로 태어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좀더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단순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서 벗어나 자전거를 직접 수리하는 자전거 기술자로도 다시 거듭나는 모습이 멋있었다는 겁니다. 거기에 중간중간 좌절-여행을 그만두고 싶었던 몇몇 사건들-을 겪는 모습도 현실감 있었고요. 특히 골(태평양)을 눈 앞에 두고 그냥 안보고 돌아갈까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녹슬어가는 자전거 한 대를 끌어다가 당장 녹을 벗기고 때빼고 광내서 토요일에 홍대 놀러 갈 때 사용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 팔랑귀를 가지신 분들, 자전거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신 분들은 주의하세요. 잘못하면 자전거 여행 준비를 위해 자전거를 지르실지도 모릅니다.(웃음)
가이도 다케루,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예담, 2007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바티스타"가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제목상 이탈리아나 유럽계 소설이거니 생각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다가 G군의 요청에 의해 도서관에 신청한 책인데 말이죠, 이게 의외의 물건이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책을 다 읽고 덮은 순간 미미여사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미미여사의 새 책-다른 책들에 밀려 아직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을 읽다보면 분명 그래도 역시 미미님이라 생각하겠지만, 잠시간이라도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는게 이 책의 맛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거의 절정에 가까워졌을 무렵 도서관에서 빌려보지 말고 사서 볼 걸 그랬다고 후회했습니다. 사서 본다 한 들 아깝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바티스타 수술은 심장 절제술을 말합니다. 책 앞부분을 잠시 옮겨 보지요.
p. 13
(중략)
바티스타 수술의 학술적인 정식 명칭은 '좌심실 축소 성형술(Partial Left Ventriculectomy)'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정식 명칭보다 창시자인 R. 바티스타(Randas J. V. Batista) 박사의 이름을 딴 속칭 쪽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확장형 심근증(心筋症)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 방식의 하나 이다.
(생략)

간단히 내용 소개를 하려 해도 내용 소개를 하다보면 도입부부터 맥이 빠질 것 같아 내용 소개는 전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게 대학 병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 맨 뒷 부분을 읽고 있다 보면 왠지 드래곤 라자 12권이 떠오른다는 점, 등장인물들의 얼굴이 하얀거탑의 주인공들로 대치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세요.

역자는 권일영씨. 어쩌면 미미여사를 떠올렸던 것도 이 이유일지도 모릅습니다.
(누군가의 번역을 맡으셨지요)
웨인 다이어, <행복한 이기주의자>, 21세기북스, 2006

3월 초에 붙잡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명성에 비해서는 제게 남는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기억 남는 것들은 메모할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 Bad까지는 아니고 Not Bad 정도는 될겁니다.
책갈피에 붙여둔 포스트잇을 이제야 정리하는군요.

* 자기비하 금지
운을 행운으로 만드는 것은 실력이다. : 운도 실력이다.
추녀의 위안, 질투 금지
- 삶의 모든 것을 좋아함
- 주어진 상황에 그대로 대처
: 인생을 즐기고 인생에 흠뻑 젖어 사는 사람
- 현재 지향적, 자립적, 솔직함.
- 모든 사람의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모든 사람이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없음 → 외적 요인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운신
- 사회에 반기를 들지 않지만 명쾌하고 합리적으로 무시할 때와 본분에 충실해야할 때를 스스로 판단
- 인생을 관망, 스스로를 불평없이 받아들임
- 호기심이 왕성, 배우는 사람. 자기 변경을 하지 않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이렇게 되면 위통도 사라지겠군요.( ")
카베이 유카코, <키리 1>, 대원씨아이, 2007
미치루 유키, <소년 음양사 1>, 학산문화사, 2006
후시노 미치루, <귀족 탐정 에드워드 1>, 대원씨아이, 2007

지난 생협 번개 때 kiril님께 빌린 라이트 노벨 세 권입니다. 키리는 현재 2권까지, 에드워드는 1권, 소년 음양사는 5권까지 나와 있습니다.(교보에서 검색하니 그렇군요. 그런데 에드워드는 더 나오지 않았던가?)

읽은 순서대로 포스팅을 해보지요.

키리는 굉장히 메마른 느낌의, 건조하지만 반면 건조한 사막 속에서 물기가 약간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의 책입니다. 이상한 설명이지만 읽고 나면 아마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건조하고 뻑뻑한 세계 속에서 주인공 두 사람만이 조금의 수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물론 그 두 사람이 가진 수분도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정도로 충분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기를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내용을 아시는 분이라면 두 사람이 아니라고 하실지도 모르는데,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인간의 기준을 신체로 보지 않았습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야기이니 내용폭로는 아니겠지만, 하여간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인간적인 존재중 하나가 바로 그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개척시대 서부를 배경으로한 로드무비라고 보셔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겁니다. 그렇게 건조하고 뻑뻑한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묘하게 호감이 갑니다. 하지만 뒷 권은 없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1권에서 그냥 맺어도 좋지 않을까요. 뒷 권으로 넘어가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미묘하게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라서요. 그야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이 있으면 당연한 패턴이라지만 그래도 좀....

소년 음양사는 세이메이의 손자가 주인공입니다.(웃음) 제가 이렇게 쓴다는 걸 알면 마사히로가 득달같이 달려와 그렇게 부르지마!라고 소리지를 것 같지만, 와준다면 저는 손을 덥석 잡고 쓰다듬을겁니다. 관례를 올린 열 세살의 보송보송한 소년이 그렇게 부르지마라고 한다고 해도 그건 누나-실은 그 이상?;;-입장에서는 새파랗게 어린 동생의 투정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군요. 관련된 이야기는 중간에 아버지도 한 번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는게 어린 아이 답다고 할까요.
음양의 도시나 음양사보다는 훨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굉장히 짧습니다. 키리보다 소년 음양사나 에드워드 쪽은 분량이 적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그러니 원서로 보아도 그리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소년 음양사는 배경이 헤이안이다보니 낯선 단어들이 많이 튀어나오겠지만 그 시대 공부를 한다면 좋을 것이고요.
일러스트의 아사기 사쿠라도 비슷한 분위기의 세인트 비스트보다 그림이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종종 파후 등에서 선전을 볼 때 꽤 마음에 들었는데 표지도 딱 그렇군요. 나중에 화집이 나오면 구입할겁니다.

귀족 탐정 에드워드는 제목 그대로입니다.
1편에 해당되는 이번 이야기는 .... 아, 그 이야기를 해버리면 전체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넘어가고.. 어떻게 보면 1편의 분위기는 영국요이담과도 닮아 있습니다. 요이담쪽이 좀더 호러에 서스펜스가 가미되어 있다면 이쪽은 가벼운 유령물 정도의 느낌? 보기에는 에드워드 쪽이 좋습니다. 요이담은 내용이 좀 많이 무겁더군요.(물론 원서로 읽어서 내용 파악이 제대로 된 것인가라는 문제도 있지만.)
에드워드나 소년 음양사나 둘다 다음권을 읽고 싶어한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에드워드 쪽에 조금 더 점수를 준다면 그건 에드워드의 보모 때문일겁니다. 어떻게 보면 카인-리브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가벼운데다 란돌-그레이슨 쪽과도 닮아 있으니 말이지요. 애보기에 중점을 두면 그렇지 않습니까. 거기에 왜 그가 에드워드의 보모가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을 보다 보면 폭소가 나올 지경입니다. 정말 귀여워요!
뭐, 에드워드 쪽에 점수를 더 준다면 그건 에드워드의 외모 때문.
그렇습니다.
에드워드는 곱슬거리는 부드러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졌습니다.(먼산) 거기에 애같지만 가치관에 있어서는 상당히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의 유래도 알만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키릴님께 다음 권이 있다면 빌려봐야겠습니다. 음하하;
베른트 하인리히, <숲에 사는 즐거움>, 사이언스북스, 2005
마거릿 D. 로우먼 & 제임스 버지스, <웰컴 투 정글>, 갤리온, 2006

숲에 사는 즐거움은 읽은지 꽤 되었는데도 이제야 포스팅을 하는군요. 2주 전에 읽은 책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물론 반은 농담. 기억은 납니다만, 자세하게 남아 있지는 않군요. 느낌은 시튼이나 파브르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하다라고 할까요?
베른트 하인리히는 원래 폴란드인가, 하여간 그쪽 사람이었답니다. 하지만 2차대전 당시, 가족 중 유태인이 있어서 아버지가 공군 장교로 자원을 하게되고-이 과정에서도 연줄은 굉장히 중요했다는 이야기가...;-이후엔 그 백을 이용해 독일로 넘어들어갑니다. 아마 베를린 쪽이었던 모양입니다. 전쟁이 끝날 즈음부터 해서 얼마간 살았다는 작은 숲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친하게 지내던 장교로부터 몸을 피하는 것이 좋다라는 충고를 듣고 무작정 이주를 했는데 그 직후 소련군이 들어와 점령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동베를린이었나봅니다.
미국으로 이주해와서도 열정적인 실험(과 관찰)정신은 사그러들지 않아서 여러 곤충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결국 이쪽으로 석사, 박사, 연구까지 진행하게 됩니다. 그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 흥미롭더군요. 실제 실험 이야기를 섞어서 쓴 일기를 보는 느낌일까요?

웰컴 투 정글도 비슷합니다. 마거릿 D. 로우먼은 캐노피라 불리는, 숲의 상층부-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운 그 무엇-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얻었지만 일찍 싱글맘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연구를 다니게 되지요. 이 아들들은 어머니의 열정적인 실험, 관찰 정신을 본 받아 옆에서 같이 연구를 합니다. 물론 어렸을 때는 연구라기보다는 그저 관찰하고 기록하고 분석하고 의문을 가지는 초보적인 단계인 셈인데, 어머니의 연구지가 광범위하다보니-페루갔다가, 브라질 갔다가, 코스타리카 갔다가 등등-아이들도 여러 곳을 같이 다니면서 연구의 수준도 나날이 깊어집니다. 큰 아들은 2007년, 작은 아들은 2009년 프린스턴 입학 예정이라는 것을 보니 쫓아다니면서 배우는 그 수준이 대단했나봅니다.+_+
(공저로 되어 있는 제임스 버지스가 큰 아들입니다)

둘다 생태학과 동물학과 식물학과 곤충학을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시튼 동물기나 파브르 곤충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더 추천하겠습니다. 뭐, 웰컴 투 정글은 육아 분투기와 교육기로도 읽을 수 있으니 그렇게 보셔도 좋고요.




간만의 날림 리뷰. 이만하고 일하러 사라집니다.;ㅅ;
최근에는 신간을 거의 구입하지 않았기에 집에 있는 책들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 이탈리아에서 온 편지 1-2
- 침묵하는 소수
- 신간이긴 하지만 일단 일본어 책이니, AFTERNOON TEA RECIPE(일어)

그리고 오늘은 녹색의 가르침.
다음 책은 긍정적으로 사는 방법(소노 아야코)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가장 최근에 충동구매한 책인 AFTERNOON TEA RECIPE BOOK은 제가 일본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리는 Afternoon Tea Room(Shop)의 인기 메뉴를 다룬 책이랍니다. 사진도 취향인데다 몇몇 마음에 드는 레시피도 있어서 앞 뒤 가릴 것 없이 구입했습니다. 몇 가지는 도전해볼 생각인데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가 몇 있어서 어찌해야할까 고민중입니다. 도전한다면 아마 3-4월 중으로 하겠지요. 그 이상 미루면 손을 안 댈 것이 뻔하니..;

이제 이번달엔 더이상 교보에 가면 안됩니다. 책 보면 지르고 싶을 건데 살 돈 없어요.T-T
온다 리쿠, <흑과 다의 환상>, 북폴리오, 2006

온다 리쿠 작품 중에서는 굽이치는 강가만 제외하고 다 읽은 셈입니다. 굽이치는~은 엔딩 부분만 훑어보고는 엔딩이 제 취향이 아니었기에 피했습니다. 아무래도 뒤 끝이 남는 느낌이라 말입니다. 깔끔하기로 말하자면 가장 먼저 출판되었던 밤의 피크닉이 가장 깔끔하고, 끈적하기로 말하자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가장 심합니다. 삼월은~은 비슷한 연작 소설들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더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따지고 보면 흑과 다의 환상도 삼월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보리의~가 직접적으로 연장선상에 있다면-3장을 떼어서 확대해 썼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예고살인과도 비슷할지도요? 하지만 엔딩이 다릅니다-흑과 다는 보리보다는 앞서 나왔으면서 미묘하게 연장선에 있습니다. 출간 순서대로 읽었다면 아마 보리를 읽을 때의 느낌이 굉장히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흑과 다의 환상은 마흔을 앞둔 네 친구들(남자 둘, 여자 둘)의 여행으로 시작합니다. 보통 남자 둘 여자 둘, 그것도 30대 후반의 사람들이라면 부부동반 여행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은 각자 자신의 배우자들을 놔두고 모였습니다. 참 독특하지요. 한국에서도 이루어지기 힘든 여행이라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도 쉽지는 않을거라 봅니다. 이들 네 사람이 각각의 장에서 주인공이 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시선도 옮겨 갑니다. 순서는 리에코, 아키히코, 마키오, 세쓰코의 순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이 순서가 약→강으로 밖에 안 보이는군요.OTL
참으로.... 이들의 관계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개작의 소지도 다분합니다. 음하하;)
아직은 책을 막 읽어낸 시점이라 뭐라 정리해아할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제 자신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랄까, 저 자신을 안에서 들여다 볼 수 있게 한-그리고 제 남성취향을 꽤 재미있는 방향으로 되새길 수 있게 한 소설이지요.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리에코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것은 마키오의 상태입니다. 그런 제가 친구, 혹은 파트너로 두고 싶은 것은 아키히코나 세쓰코입니다. 읽어보시면 쓴웃음을 지으실지도요.
교고쿠 나츠히코, <광골의 꿈>, 손안의책, 2006

제목만 들어도 뭔가 해골이 덜그럭거리며 춤을 출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어제 밤에 본 CSI 뉴욕편이 해골로 시작한바, 의미가 깊군요. ... 진담으로 받아들이시면 안됩니다. 하하하하하;


아침부터 상큼하게 하는 이야기란게 해골. 그래도 이번 책은 교고쿠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무난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부메의 여름이나 망량의 상자나 읽고 나서 며칠간 끙끙대고 있었는데 이쪽은 그래도 쌈박하게, 가볍게 마무리가 됩니다. 그점에서는 지금 읽고 있는 흑과 다의 환상이 머리아플 여지가 많습니다. 온다 리쿠의 코드도 사람의 가슴에 비수를 푹 찌르는 데는 뭔가 있으니까요. 흑과 다는 다음에 마저 이야기 하도록 하고..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대개 패턴이 사건이 발생한다 혹은 사건의 피해자, 피의자가 알 수 없는(그러나 본 내용을 다 파악하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중얼 거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걸 우울증 환자인 안나가는 환상소설 작가에게 들고온다거나, 아니면 그 외 다른 등장인물들-어디서건 반드시 이 패거리(?)와 연결된-에게 손님이나 누군가가 찾아와 상의를 한다거나 하여 전개됩니다. 그리고 교고쿠도는 책상머리 탐정, 그 외는 탐정의 지시 하에 투덜거리며 움직여서 정보를 캐냅니다. 지시를 받지 않고 본인의 마음대로 움직여도 정보는 어차피 교고쿠도에게 흘러가더군요. 그리고는 해결사 교고쿠도가 출동해 책 반 권 분량에 걸쳐 구구하게 사건을 설명합니다.
책의 10%가 도입, 40%가 교고쿠도를 중심으로 한 만담(이라기보다는 알 수 없는 해설. 심리학부터 의학, 민속학 등의 분야를 망라합니다), 40%가 교고쿠도의 사건 해설, 나머지 10%가 잡다 이야기인고로 ... 물론 그대로 믿지 마시고 어느 정도 깎아 들으시는 것이 좋지만 책을 일단 읽고 나면 저런 분포도가 자동으로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거기에 이번 권을 읽으면서 교고쿠도 시리즈에 나오는 또하나의 공통점을 깨달았습니다. 이제야 깨달았다는 점이 둔하긴 하지만..; 시리즈마다 의학적인 이야기가 꼭 한 번씩 등장합니다. 우부메에서는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와 관련된 의학적 설명을, 망량에서는 그 기묘한 생명유지장치를, 광골의 꿈에서도 프로이트, 뇌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광골의 꿈에서 등장하는 의학코드는 미리 알려드리면 내용폭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은근슬쩍 넘어갑니다.

아, 광골의 꿈을 읽기 전에 프로이트나 정신분석학 쪽 책을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군요. 앞에서는 그 수염난 할아버지에 대한 반항의식이 줄줄 등장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한 번 더 ... 읽기는 미묘하고. 혹시 전권 대출해 가실 분 없으십니까?;;
이번 책박스는 꽤 큽니다. 평소에는 한 두 권 정도만 주문하고 말았는데, 이 때는 어쩌다보니(...) 주문 폭주를 해서 온다 리쿠의 소설과 사려고 생각하고는 미뤄두고 있던 책들을 한꺼번에 넣었습니다. 지원되는 문화비로 영수증 처리하면 뭐, 제 지갑에서 나가는 부분은 적어지지요.

엎어진 영수증과 함께 보이는 김영갑씨 사진집. 생협 번개 때 리퀘 있으면 들고갑니다. 훗훗훗.

광골의 꿈도 지르는 바람에 총 11만 ****원이 들었습니다. 제일 많이 차지한 것은 물론 사진집. 저게 45000원이었거든요. 가끔 여행가고 싶을 때 들여다보면 카드를 긁게 만드는 주범이 될 거라 추측합니다. 여행에의 환상을 잡아 넣는 것은 사실 이글루스 여행 밸리가 열 몫쯤 담당하고 있지요. 100몫을 맡고 있는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큽니다.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는 다 읽었습니다. 남녀공학 기숙사물로 보아야 할지, 추리소설로 보아야 할지, 스릴러로 보아야 할지, 방황하는성정체성물(...)로 보아야할지 애매하긴 합니다. 뭐, 거기에 엔딩을 확인하고 읽어서 타격이 적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뒤통수를 꽤나 얻어맞았을 겁니다. <삼월은 붉은 구렁>의 4번째 장을 확장시켰지만 엔딩이 전혀 다르다고 하더니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캐릭터는 요한. 이 녀석은 성공할겁니다. 반대에 서있는 것이 아마도 레이지. 이쪽은 계속 학교에 갇혀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드는군요. 그렇다고 동생이 구해줄 것 같지도 않으니 언젠가는 습지로 걸어들어가지 않을까요. 아니면 그녀의 정체를 알고서는 맹렬하게 돌진한다거나....;

정체를 감추고 있는 학교라는 점에서는 클램프학원과도 닮았군요.(웃음) 이쪽 학교는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라는 철칙을 잘 지키고 있으니 그런 점은 또 다르군요. 클램프 학원이 감추려한 것은 나무가 아닌 다른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 그나저나 X는 언제쯤 완결되려나요.=_=;
호시노 미치오,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청어람미디어, 2005

오랜만에 반납들어온 책이 마침 얼마전에 읽고 싶다 생각하던 차라 잽싸게 들고 왔습니다. 제목처럼 주제는 알래스카, 주제를 소화하는 방식은 사진과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작가는 사망한지 좀 되었습니다. 1999년에 사망했는데 책이 2005년에 나온 것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죽은 뒤에도 죽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진과 이야기는 살아 있으니까요.

이 책도 사실 조심해야하는 책중 하나입니다. 김영갑씨 책 못지 않게 사람을 부추깁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서 그대로의 자연과 조우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알래스카~는 이번이 두 번째로 읽는 것임에도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느낌이 너무 다릅니다. 최근 매너리즘에 빠진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마음이 황량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역마살이 갑자기 자라나는 듯한, 어디론가로 떠나야 할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군요.
지금 발목을 붙들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뿌리치고 티켓 한 장만 끊어서(왕복이 아니라) 알래스카에 들어가 홀로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읽은 조용헌 칼럼에서도 그랬지요. 사막에 들어가 한 달 정도 있으면 혼자 있어도 외롭거나 두렵지 않은 독존의식(獨存意識)을 기를 수 있다고요. 알래스카에 가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살짝 생각해봅니다.( ")

아, 그리고 하나 더. 알래스카의 현 상황에 대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기사를 미리 읽고 이 책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006년 후반기 표제 중에 알래스카 관련 이야기가 있었지요. 유전이 발견되면서 점점 국립공원들이 점점 개발되어 가고, 알래스카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원주민들은 개발과 이주민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간다는 아주 진부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알래스카~는 옛날 이야기(10년 전의)에 가깝지만 그래도 상황은 악화되었으면 되었지, 절대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 못하니까요.

그리하여 살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사진은 마음에 들었는데 옆에 놓고 보면 정말 티켓 쥐고 달려나갈까 무서워서 못두겠습니다.


최효찬,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예담, 2006

읽는 내내 태클이 걸려서 난감했던 책입니다. 주변에서의 태클이 아니라 제 내부의 태클-다시 말해 책이 굉장히 허술했다는 겁니다. 앞 뒤가 안 맞는 두서 없는 책이란 생각도 들고, 책 전체적으로 일관성 없이 하고 싶은 말이 뭔가라고 되묻는 경우도 많았고요.거기에 제가 신문기사라든지 다른 책들을 통해 얻어서 여기 등장한 명문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이 책에 등장한 이야기보다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입니다. 주제는 좋지만 엮어내는 방법이 좋지 않았으며 수박 겉핥기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기왕이면 내용 팍팍 실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아도 좋았을 건데 말입니다.
소개된 곳은 케네디, 발렌베리, 게이츠, 퀴리, 공자, 로스차일드, 다윈, 타고르, 톨스토이, 러셀의 집안입니다. 게이츠가가 왜 들어가나 했더니 여기도 명문가였군요. 어쩐지,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에 나섰다고 할 때 어라라?라고 생각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다들 명문가라고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뭔가 미묘하게 핀트가 안 맞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냥 유명인들의 집안 내력 소개 정도에 지나지 않은 이야기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이 책에서 제대로 집중하고 읽었던 이야기는 딱 한 구절입니다.

p.185
"의사 아버지, 아들의 '인생 스승'이 되다"
찰스 다윈이 자란 곳은 런던에서 기차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중세풍의 아름다운 도시 슈루즈버리다. 시내에는 다윈의 동상이 중심가를 바라보며 세워져 있고, 그가 살았던 생가도 잘 보존되어 있다. 슈루즈버리는 원탁의 기사를 다스린 아더왕의 전설이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략

!!!!
캐드펠! 휴 버링가! 시루즈베리 수도원! >ㅁ<!!!

그리하여 다음에 혹시 영국여행을 하게 된다면 시루즈베리도 반드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후훗~♡

칼라 컬슨, <이탈리안 조이>, 넥서스BOOKS, 2006

지난 달에 도서구입 폭주를 하면서 구입했던 책 중 가장 나중에 들어온 것이 이탈리안 조이입니다. 대개 교보에서 보내오는 책들은 한진택배를 이용하지만 이번은 책 배송이 늦었기 때문에 우체국택배로 오더군요. 같이 온 DVD 중에서 프린스 앤 프린세스가 입고가 늦었는지 주문한지 일주일 넘기고 도착했습니다. 어차피 이탈리안 조이는 두 번 읽었던 책이고 가끔 들여다보면서 유럽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볼까해서 구입한 것이니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지요.
도서관에서 책을 검증하고 구입하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구입하는 책의 절반 이상은 작가 구입-그 작가 책은 무조건 산다는 식의-이고 나머지의 절반 정도는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마음에 들어서 구입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다른 책들보다 훨씬 여러 번 읽습니다. 로베르의 행복레시피는 제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다섯 번은 읽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들어 있는 모든 레시피를 통달했다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시고, 그저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자주 보는 겁니다. 멋진 그대에게나 남자들에게, 침묵하는 소수,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녹색의 가르침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 적어두고 보니 공통점이 있군요. 이런..;

이탈리안 조이를 읽어보셨다면 위에 언급된 책들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셨을겁니다. 여행기라기 보다는 정주기에 가까운 이 사진책은 굉장히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잘나가는 회사를 운영하던 30대 초반의 여자가, 여성으로서의 자신이 점점 사라지고 외로워진다고 느끼는 순간 결심을 하고는 회사를 팔고 집을 정리하고 짐을 정리하고 카메라 하나만 들고 유럽으로 날아옵니다. 첫 번째로 머물겠다고 생각한 곳이 피렌체. 몇 년 전에 여행을 왔을 때 좋은 곳이라 생각해서 발을 내딛었는데 잠시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새 몇 년을 머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이탈리아 사람들과 교류하고 좌충우돌하면서도 사진작가로서의 꿈을 키우고 그걸 실현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 연애담이 없을리 없지요. 정열적이고 솔직한 이탈리아 남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죽어있던 여성성도 되살아나고 연애도 하고 사랑고백도 받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담긴 책이니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외치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웃음)

이탈리아는 여행지로서의 악명은 높지만 살아가는 곳으로서는 별로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탈리아 예찬자인 컬슨씨의 이야기만 들어서 그렇지, 로마에서 살았던(10년도 더 전이라지만) 하루키의 이야기를 읽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점도 많지요. 둘다 이탈리아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유럽은 비용문제도 그렇고 일정 문제도 그렇고, 아마 몇 년 이내에는 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탈리안 조이, 이글루스의 절세마녀님 이야기, 첫비행님의 여행준비를 보고 있자니 몸이 들썩거리는군요. 허리띠 졸라매서 도전해야겠습니다. 훗훗훗. 그런 의미에서 첫비행님께는 다음 포스팅을 바칩니다.(응?;)


신이현, <알자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건 신문의 프리뷰를 보고는 덥석 물어버린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지요. 프리뷰를 보고 나면 일단 서점에 가서 책을 검토하고 구입을 결정하는데 반해, 이경우는 주제도 그렇고 내용도 취향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망설임 없이 구입했습니다. 같이 주문을 넣었던 샤바케나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는 이 책에 휘말려 구입했다는 느낌이 더 강할 정도입니다. 구입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던 책을, 망설임 없이 지르는 책과 함께 주문해서 폭주했다고 할까요.
읽고 난 후의 느낌. 좀더 프랑스 적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일반인(이쪽 생활을 잘 모르는 한국사람)에게 맞추려고 한 것인지 알자스 생활에 푹 젖어 있는 사람이긴 한데 일부러 한국인에 맞춰 난이도를 조정했더군요. 그걸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초록색 레몬입니다.
초록색 레몬. 뭔가 떠오르는게 있지 않습니까? 한국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지만-가끔 백화점에서 보이기도 합니다-소녀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름의 그 열매, 라임일겁니다.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소금에 절인 라임도 이겁니다. 껍질은 얇고 레몬보다는 좀더 작고 동글거리지만 신맛이 강하며 칵테일 등에 쓰이는 과일이지요. 주로 라임주스로 유명합니다.(이건 제 린스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아마 대개의 한국 사람들은 라임이 무엇인지 모를테니 그냥 초록색 레몬이라고 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해서 바꿨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이런 부분이 참 아쉽습니다. 본격적으로 빠지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로베르씨의 행복레시피에서 종종 보았던 프랑스인의 식습관이, 조금은 거북한 느낌이나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보면 묘합니다. 행복레시피를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웃음과 한숨이 동시에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역시, 유럽여행에의 꿈을 불태우게 만든 책입니다. 훗훗.;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손안의책, 2005

시리즈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한국에는 이 책 한 권만 나와 있습니다. 역자(김소연씨)와 출판사를 보면 장르를 짐작할 수 있는 멋진 책(...)이지요. 원래는 역자로 검색을 했다가, 손안의책에서 최근에 뭐 재미있는게 안나왔나 검색하면서 덥석 집어든 책입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있다가 알자스와 함께 주문을 했습니다.
집지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아, 물론 분위기는 확 다릅니다. 집지기 쪽이 풍류적이라면 샤바케는 그보다는 좀더 추리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긴장감과 함께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여기도 주인공인 이치타로가 마음에 들었고요.
책 소개를 보면 병약한 소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인공이 가진 출생의 비밀을 보자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이러니 얘가 이렇게 비실거리지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정도입니다. 그런 녀석이 성격은 또 좋다는게 희한합니다. 잘나가는 운송업체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래미인데, 이 당시의 운송업체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한국판으로 돌려본다면 금호 아시아나의 무녀독남쯤? (....) 대강 그런 아이일진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안 좋아서 뭔가 일만 터지면 픽 쓰러지고 하는 허약 체질이라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렇게 자라면 버르장머리 없고 막나가는 아이가 나올만도 한데, 다른 체질 때문인지 전혀 그런 것도 없습니다. 어떤 때는 보면 대범하고, 사고뭉치이고, 호기심도 많고, 머리도 굉장히 좋습니다. 분석가 타입이기도 하고요. 몸이 안 좋다는 핸디캡만 없었다면 대성할 인물이라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묘사된 것을 보면 굉장한 미소년입니다. 아니, 나이가 나이인만큼 미청년이라 불러야 할까요? (병약 미청년이라.... 모 타입이 떠오릅니다;)

다음 권이 제발 나와주기를 빌고 있는데 이 책이 잘 안팔려서 그런지 뒷권 이야기가 없습니다.(훌쩍)


고경원,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7

이쪽은 만월님 블로그에서 보고 구입을 결정한 책입니다. 라고 하면 거짓말.OTL 부추김 당했지만 구입여부는 두고보자고 했던 것이 어쩌다보니 휘말려서 결재버튼을 누르고 있었다는 겁니다. 역시 책은 몰아서 사는 것이 제맛이야랄까요.(...)
하지만 느낌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특히 밀레니엄 고양이-종로타워고양이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나도 찾아가서 한참 바라보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였습니다. 더불어 집 근처에 있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요. 집 근처에 있는 길고양이는 원래 길고양이가 아니었을겁니다. 집 근처의 미용실에서 지내던 코숏태비가 한 마리 있었고, 그 태비 외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미용실에 상주해 있었습니다. 코숏태비는 확실히 미용실 안에서 지내고 있었으니 여기 고양이 같더군요.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자 태비가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를 낳았습니다. 이 다섯마리는 미용실에서 지내는 것같지는 않았고, 이 때부터 어미가 새끼들과 같이 밖을 쏘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새 미용실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고 그저 미용실 앞 화단에 놓인 사료와 물을 가끔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이 있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끔 아파트 주변이나 집 주변에서 보이는 고양이들은 미용실에 살던 어미 태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는 미용실 앞 화분에 정말로 귀여운 턱시도 새끼 냥이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본적 있었지요. 시간과 나이를 생각하면 미용실 태비의 손자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말았는데 이렇게 집 주변의 길고양이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안국동 고양이는 아마 저도 본 적이 있을 것이고(구멍가게 앞에서 뒹굴던 고양이 두 마리를 저도 기억합니다. 아마 거기가 맞을거예요) 그러다 보니 절로 맞장구를 치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다만 고양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길고양이는 퇴치해야할 대상일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 분들께는 뻘짓으로 보일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 퀄리티 시즌을 갔을 때 발정난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QS 대문 옆의 화단으로 고양이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보면 그 근방이 길고양이들의 쉼터가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 여유가 되고 시간이 된다면 티마스터께 말씀 드려서 이쪽의 길고양이들 생태 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제 작은 소망입니다. 신촌 쪽의 고양이들을 파악하는 것은 집근처 고양이 파악보다는 훠~~~얼씬 힘들겠지만 퀄리티 시즌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잠깐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ps. 까웅이의 발정은 잦아들었을까요...? =_=;;

그 분이 오셨습니다. 아래는 최근 제게서 떠나가질 않고 계시는 그 분과 저의 대화를 옮긴 것입니다. 잘 읽고 정답에 해당되는 것을 골라 동그라미를 쳐...............(퍽!)

그 분 : 요즘에도 열심히 내 교지를 받아들어 실천하고 있는듯하여 무척 기쁘다. 그러나,
Kirnan : 뭔가 마음에 걸리는게 있으신지요?
그 : 광골의 꿈이 나온지 꽤 되었는데 왜 아직 지르고 있지 않은가?
K : 광골의 꿈이라 하오면 교고쿠도 시리즈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그 : 그렇다.
K :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사옵니다. 전작 우부메의 여름이나 망량의 상자나, 만담의 수준은 CP를 뛰어 넘었다고 사료되오나 전체적인 내용의 수준이 제게는 너무 버겁사옵니다. 너무 무겁습니다.
그 :그렇다고 생각되면 이것을 보아라.



K : 헉!
그 : 호흡곤란은 적당히 일으키고, 어떻게 생각하나?
K : 그, 그것이...
그 : 만약 이 세 사람이 자신들의 작품을 모두 끌어 모아 패러렐 월드를 만들 경우를 대비해야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어서 광골의 꿈을 지르도록 하여라.
K : 지르겠사옵니다, 지르겠사옵니다.

그 분이 누구신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알고 계시겠지요? -ㅅ-;

이런 이유도 있긴 하지만,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야베 미유키 책은 근간들도 다 취향에 맞는 책이라 구입 예정목록에 올릴겁니다. 올해 9월까지 예정이 빡빡하군요.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 내온 책들이 있으니, 수준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겁니다. 그저 열심히 서가 자리만 만들어 두어야 겠군요.

---------------

여기부터는 다른 이야기.

마술은 속삭인다를 한 번 완독하고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 읽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뭔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이 필터링이 가능한 책이란 거죠.

그리고 묘하게 내추럴의 미카엘과 마술은 속삭인다의 마모루가 겹쳐보입니다. 이름을 보면 마모루의 이름도 護거나 保일 것 같은데(원서를 확인해야..) 이름에서 받은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는 캐릭터입니다. 자기 자신이든, 혹은 자기를 아껴주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지키고 나서는 학생이군요. 행동력도 있고 실력도 있고 외모(...)도 되고 말입니다. 외모에 대해서는 책에 등장하는 모 스토커의 입장에서 본 마모루를 참조하세요.
뭐, 미카엘과 겹쳐 보이는 것은 단순히 성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마모루도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조금은 자극하는 타입으로 보이는군요. 주변 사람들이 마모루를 아끼는 것을 보면 그것이 꽤 잘 드러납니다. 양쪽을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재미있을 테니 재독하실 때는 시험해보세요. 필터링은 삼독째 하신다면 더욱 좋습니다.(;)


----
방금 전 주문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주문분만 도착하면 되는군요. 오늘 도착한 책은 이번주를 넘길 수 있을까요.
미야베 미유키, <마술은 속삭인다>, <누군가>, 북스피어, 각각 2006, 2007

미야베 미유키의 책 라인 중에서 제가 자신있게 뽑아 드는 것은 추리소설쪽입니다. SF(SF&Fantasy) 쪽은 ICO를 비롯해 브레이브 스토리나 드림 버스터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거기까지 손을 대기에는 무섭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추리소설은 풍덩 빠져서 유유자적한-그러나 통장과 카드 결재내역은 그렇지 않은-생활을 하고 있는데 SF까지 손을 대면 그 뒷감당은 누가합니까. 통장이 하죠.(먼산)

교보에서 작가 검색을 하면 대개는 최근 판매순으로 등장합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항상 모방범이 위에 올라있고 그 뒤가 최근 신간 순인데 마술은 속삭인다는 의외로 순위가 낮아서 놀랐습니다. "최근" 판매순이라 그럴까요. 작년 출간책으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그렇게 마술적인 책인데 말입니다.

마술적이라고 한 것은 이 책의 트릭, 소재, 내용 모두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마술은 소근소근 속삭여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이는 그 사람들의 죽음은 아주 굵은 동앗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말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가볍게 본 만큼 그들이 후회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쉽게 핀치에 몰리는 것도 당연했겠지요. 죽음의 무덤은 그 사람들이 스스로 판 것입니다. 그 사람은 여섯 명 분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만큼 쉽지 많은 않은 생을 보낼겁니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겠군요.
죽음의 이유는 중반부에 등장합니다. 트릭도 생각하기 어렵지 않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모습입니다. 원래는 살 생각이 없었는데 번역자(김소연씨) 때문에 지른 만큼 번역은 꽤 깔끔했다고 생각합니다. 손을 뗄 수도 없이 그저 빨려 들어가 읽을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갔다가 전원이 뽑히는 바람에(소설이 끝나는 바람에) 반쯤 기어나온 형국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일이 있으신 분은 잠시 이 책을 떼어두셔도 좋습니다. 스트레이트로 한 입에 털어 넣고 잠시 맛을 음미한 다음 한 잔을 더 주문해 다시 천천히 느긋하게 대사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드세요. 더욱 맛있게 드실 수 있을겁니다.
(... 최근 히로님의 칵테일 레시피에 푹 빠져 있는지라 이런 이야기가.;)
비중은 낮았지만 다카노씨에 대한 호감지수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음훗훗~


누군가는 어땠나.
작가가 의도한 그대로의 소설입니다. 행복한 사람이 탐정이 된다면?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탐정들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행복하다고는 볼 수 없었지요. 삶이 무료하다며 마약을 하거나, 아내가 세 번 죽거나(맞나요?), 좋아하던 여자에게 채이고는 다시 검사 친구랑 같이 사건에 파묻히거나, 신에게 귀의하거나(조금 다르지만). 그러니 가정을 가지고 있고, 예쁜 아내와 예쁜 딸이 있으며, 내가 버는 돈은 아니지만 상당히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스기무라씨는 독특한 사람입니다. 물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어쩌다보니 조금 조사를 하게 되었을 뿐 탐정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탐정일을 하기에는 본인이 자신에 대해 말한 것처럼 배짱도 없고, 소심합니다.

소소한 만큼 결론도 소소하지만 원래 일상사라는 것은 다 그렇지 않나요. 다른 사람에게는 언뜻 소소하고 작아보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것이 엄청나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채 바꿔 버릴만한 일이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 소소함도 미야베 미유키의 손을 거치면 역시 끝날 때까지 놓기가 어려운 이야기가 됩니다.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덧붙이자면 言毒에는 아무리 내성이 있는 사람이라도 물리면 아픕니다. 거기에 독을 뱉는 사람들은 고의적으로 그 사람을 상처 입히려고 던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그 커플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그래, 딱 너희같은 사람 만나라.-_-


그럼 맛을 음미하러 저는 돌아갑니다~.
목요일 저녁에 도착한 책 두 권. 얌전히 봉인했다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인과지평의 저 너머로 던져버리고 타샤의 집부터 붙잡고 신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집지기~쪽은 그래도 좀 묵혔다가 읽으려 했는데 그 다음날 출근길에 들고 나가서 흐뭇하게 읽어갔지요.

타샤 튜더, <타샤의 집>, 월북, 2007

은근히 기대를 하고 샀는데 생각에는 못미친 책입니다. 저는 좀더 자세한 이야기-그러니까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것이 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냥 타샤 튜더가 19세기에 멈춰서서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제 기대보다는 수박 겉 핥기로 지나갑니다. 시리즈 책들 중에서는 가장 두껍지만 내용은 오히려 아쉬웠다고 할까요. 사진도 전작들이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꽃 사진의 화려함이 덜해서 그렇겠지요.
다만 중간에 등장하는 퀼트 이불은 패턴이 꽤 마음에 들어서 도전해볼까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화살깃 모양 패턴인데 별모양이 나와서 취향이었다는거죠. 하하하하하;
다른 건 몰라도 아마를 재배해서 그걸 가공해서(아마 처리는 대마처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단편소설 중에 삼 삶아서 실로 만들 때는 온 마을 아낙네들이 다 모여서 작업한다는 식으로 시작하는게 있었는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섬유질 뭉치로 만들어서, 그걸 물레에 돌려 실을 만들고 염색도 해서 체크무니 린넨을 직접 짠다는 데서는 뒷목잡고 쓰러졌습니다. 이런 이야기 하기는 그렇지만 사서 고생.....;;;
아, 옷만들기 스킬도 굉장히 부러웠습니다. 마비노기에서는 1랭일지라도 패턴은 사서 해야하는데(...) 타샤 할머니는 옷을 한번만 보면 패턴 제도할 필요 없이 그냥 슥슥 옷감을 잘라서 스슥 꿰매서 옷 한 벌을 만든다지 않습니까. 아무리 복잡한 옷이라도 그리 만든다는 것을 보면 대단합니다. 덕분에 저도 불붙어서 다시 퀼트 붙잡고 있다니까요.


나시키 가호,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손안의책, 2005

귀엽습니다.
첫 감상이 이 한 단어라니 황당하실지도 모르지만 정말 귀엽습니다.
집지기라 해서 나이가 좀 있는-중년에서 노년 사이-집 관리인 할아버지 이야기인가 했더니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친한 친구가 호수에서 행방불명이 된 이후 그의 아버지에게 부탁을 받아서 친구 집의 집지기로 오게된 남자지요. 원래 글 쓰는 것으로 생계를 근근히 유지했지만 그것도 잘 벌리는 편은 아니라 집도 주고 약간의 돈도 준다는데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덥석 가서 집지기를 맡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기묘한 페로몬이 있는 것인지 이상한 게 잘 꼬이는 체질입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주인공의 후배가 터키 황제가 일본 학자를 특별히 유적발굴하라고 초청해서 터키에 건너 갔다고 하니... 언제쯤인지는 대강 짐작하실 수 있을겁니다)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그런가~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는게 귀엽지요.
그러나 그 무엇보다 귀여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이름입니다.
앞부분에 이름이 나왔길래 그냥 슥 훑어 보고 나가다가 뭔가 걸려서 다시 돌아가 보았다는 그 이름.
와타누키 세이시로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와타누키 기미히로의 고조 할아버지 쯤으로 보이는군요. 하는 짓이나 잘 홀리는 짓이나 이상한 것을 잘 본다는 것이나, 옆에 그런 친구를 하나 두고 있다는 점이나. 거기에 홀려도 저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지요.

음양사를 번역한 김소연씨가 미야베 미유키의 책 몇 권을 번역했길래 손안의책에서도 다른 책을 더 번역했나 궁금해서 찾아봤다가 걸린 책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2005년에 나온 책을 이제야 볼 일은 없었겠지요. 아마 까맣게 잊어버리고 넘어갔을 터.
각 편이 10장 내외로 짤막하다는 점, 각 장의 제목이 식물 이름으로 되어 있고 그게 소재가 된다는 점도 독특합니다. 생각날 때마다 좋아하는 편을 골라 읽어보겠군요. 간만에 슬슬 웃음을 흘리게 만드는 책을 만났습니다.
온다 리쿠는 한국의 첫 번역작인 밤의 피크닉을 보고 홀랑 반한 케이스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고는 반하다 못해 구입하게 되었지요. 24시간 동안 벌어진 일을 두 주인공(남, 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그 한 권이 지루하지 않게 펼쳐져 있습니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있을 수 있을 법한 관계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너무 길어지는군요.;

하지만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취향에서 조금 벗어났습니다. 읽지는 않았는데 엔딩 부분만 살펴봤을 때는 미묘했거든요. 대신 책을 읽힌 가클은 괜찮았다고 하긴 합니다. 가클의 혀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는게 여기서 들통나는군요. 케세라. 잘못 만난 것을 어쩌리.

지난 1월 초, 여행 가기 직전에 질러둔 책의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온다 리쿠, <빛의 제국>, 국일미디어(권영주)
온다 리쿠, <삼월은 붉은 구렁을>, 북폴리오(권영주)
온다 리쿠, <여섯 번째 사요코>, 노블마인(오근영)
온다 리쿠, <네버랜드>, 국일미디어(권영주)
미야베 미유키, <스텝 파더 스텝>, 작가정신(양억관)


미야베 미유키의 스텝 파더 스텝은 예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으니 넘어갑니다. 아, 그래도 이건 잊지 말고 올려야지요.

나머지 네 권은 모두 온다 리쿠 작품입니다. 밤의 피크닉이 나오고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나오더니 이제는 온다 리쿠 책도 마구 쏟아내는군요. 그래도 괜찮다 싶은게 역자가 거의 같습니다. 여섯 번째 사요코만 오근영씨 번역이고 나머지 세 권은 권영주씨가 번역 했습니다. 앞으로도 온다 리쿠 책의 상당수는 권영주씨의 번역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군요. 빛의 제국이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나 연작의 첫 번째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이 네 권 중 가장 무난한 것을 꼽으라 하면 여섯 번째 사요코를 들겠습니다. 네버랜드 역시 사요코와 비슷하게 학교 배경 청소년 소설(이라고 뭉뚱그리기엔 무리가..)이지만 양쪽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사요코는 한 학교의 1년을, 네버랜드는 일본 고등학교의 겨울 방학이 시작된 크리스마스 직전부터 1월 1일까지가 시간상 배경입니다. 공간적 배경도 학교와 학교가 속한 마을이 전체적으로 들어간 느낌의 사요코와는 달리 네버랜드는 주 무대가 기숙사입니다. 학교라기 보다는 기숙사의, 그것도 거실룸이 소설 공간이 되지요. 등장 인물의 남녀 비율도 꽤 차이가 납니다. 하하하;

사요코는 학교 축제와 전설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입니다. 학교의 전설적 존재인 사요코와 동명인 여학생이 학교로 전학을 옵니다. 공부도 잘하고 전에 다녔던 학교도 명문고라 시골의 이 학교로 전학을 오는 것보다는 원래의 학교에 다니는 것이 좋았을 것인데 왜 전학을 왔는지, 거기에 "사요코"라는 존재의 전설도 이야기와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보스를 추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뭐, 맨 마지막의 사건 하나는 조금 동떨어진데다가 왜 사요코가 그런 행동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다뤄져 있지 않아서 아쉽더군요.
분위기는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포스팅은 여기)와 닮아 있습니다. 작가도 다르고 출판사도 전혀 다름에도 이상하게 읽는 동안 그 책 생각이 났습니다. 네버랜드도 닮아 있고요.
덧붙여서, 출판사인 노블마인은 웅진출판의 임프린트입니다. 도착한 책들을 목록에 적다보니 노블마인의 ISBN 출판사 코드가 01이더군요. 01은 웅진입니다. 아직 한국에는 한 자릿수 출판사 코드는 없고 두 자릿수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이 웅진입니다. ISBN 코드가 이상하다 생각해서 책 뒷부분을 보니 임프린트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회사보다야 이쪽이 관리하기 좋겠지요, 뭐.

네버랜드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겨울방학 때 귀가하지 않고 기숙사에 남게 된 세 학생과 깍두기(...) 한 학생을 포함한 네 학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귀가하고 싶지 않은 상황의 학생들인지라 기숙사에서의 생활도 꽤 익숙한(불편하지 않은) 편이더군요. 거기에 그렇게 요리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야, 집에 갈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다만 깍두기를 포함한 네 학생들이 그 짧은 기간 동안 서로를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에서 서로 부딛히고 자신의 비밀과 자신의 진짜(감추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고 하는 것이 굉장히 사실적이었습니다. 다들 문제를 하나 이상 씩 가지고 있더군요. 물론 털어서 먼지(문제) 안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다만...;
순수한(...) 소년들이라 그런지 읽는 맛은 꽤 좋았습니다. 훗훗훗. 특히 요리 잘 하는 그 누군가는 굉장히 탐이 나던걸요. 현실계에 존재하기 어려운 캐릭터라는게 문제지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란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장이 전혀 다른 내용으로 톡톡 튀는 기묘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2장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3-4장은 느낌이 다릅니다. 1-2장이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환상 속의 책(실은 저도 1장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3장은 다른 차원에서 ≪삼월은 붉은 구렁을≫를 다루고 있고 4장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씌어진 과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굉장히 기묘해요. 이 책이 온다 리쿠의 첫 작품이라던가요? 이 책을 시작점으로 해서 여기 등장하는 몇몇 이야기들이 장편으로 확장된 것이 <흑과 다의 환상><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입니다. 이 두(실은 셋) 권은 이번에 주문이 들어갔어야 했지만 리뷰에 걸리는 것들이 상당히 많아서 다음으로 보류했습니다. 그리고 온다 리쿠 근간들 중에 기대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요.

기대하고 있는 것은 도코노 이야기 시리즈의 뒷 권들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가 빛의 제국, 그리고 그 뒤에 다른 책들이 두 세 권 정도 근간으로 잡혀 있습니다. 도코노라는 것은 역사의 변방(혹은 길 옆 덤불)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고 있던 일족입니다. 평범한 일족은 아니고 대대로 독특한 능력들이 전해져 왔다는 군요. 예지능력(먼눈)도 그렇고 무엇인가를 담는 능력, 멀리 듣는 능력(먼귀), 빠른 걸음등이 그렇답니다. 이들이 어떻게 멸족하다시피 사라졌는가에 대해서는 빛의 제국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근간 중 한 권이 이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다룰 모양이더군요. 멸족 이유가 바로 그들이 가진 특수 능력이라는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태평양 전쟁 중에 엉뚱하게 끌려간 것은 교고쿠도만은 아니었고, 이들 도코노 일족도 특유의 능력 때문에 일본군에 끌려가 전쟁에 협조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합니다. 거부했던 이들이 어찌되었는지는 빛의 제국에 나와 있으니 읽어보면 아실겁니다.
원래는 같은 주인공을 둔 짤막짤막한 이야기로 만들려 했다는데 어쩌다보니 주인공도 다 다르고(대신 전작의 주인공이 다른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도코노라는 일족에 대한 소재만 다루게 된 시리즈물이 탄생했다는군요. 일족이 은근히 마음에 들어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요.


그전에 넘어야 하는 것은 미야베 미유키. 브레이브 스토리는 주문할까 말까 하다가 넘어갔는데 역자의 유혹이 큽니다. 김소연씨가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ㅂ;


딴소리 하자면...
이번에 완역되어 나온 겐지 이야기. 볼 마음이 안듭니다. 겐지 이야기는 다니구치 누군가가 번역(일역)한 다니구치겐지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다른 사람의 일역본으로 나왔더군요. 거기에 역자가....OTL 도서관에 신청할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왠지 도서관에 신청하기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혹시 보신 분 있으면 어떤지 가르쳐 주세요.
2006년 서계 결산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읽었던 "신간"들 중에서 카페에 기록해두었던 것들만 추려봅니다. 신간들 중 카페에 기록하지 않은 것은 추리기 난감하지요. 일기에도 제대로 써두지 않아서 더합니다.; 거기에 신간말고 읽었던 구간은 .. 사실 신간보다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손이 땡겨서 읽은 책들이 꽤 되니..

새뮤얼 스마일즈,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론>, 비즈니스북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 생각의 나무
<도시 - 인류 최후의 고향>, 지호
<서양중세기행>
<경제학 콘서트>
<Coffee>
김남희,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스위스 디자인 여행>
<세계기차여행>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새뮤얼 스마일즈, <검약론>
<고양이는 어디서 명상하는가>
기타무라 가오루, <이야기꾼 여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도쿄 기담집>
<알래스카의 늙은 곰이 내게 인생을 가르쳐 주었다>
<김서령의 가(家)>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1-3>
<커피견문록>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정원의 역사>
<초콜릿 칩 쿠키 살인사건>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수집- 기묘하고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
<이상한 나라의 토토>
<새콤달콤 요리사 비비짱의 초감각 일본 요리 여행>
<카라반 이야기>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시간이 만든 빛의 유혹 앤티크 쥬얼리>
<사신 치바>
<렉싱턴의 유령>
<아름다운 비지니스>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2>
<어스시의 마법사 3>
<김영갑 : 1957-2005>
<90일간의 자전거 여행 - 두 바퀴로 유럽 지도를 그리다>
<공상 소년 소녀 UGUF의 30일간의 도쿄여행>
<캐나다의 보물창고>
<파리의 보물창고>
<두나's 런던놀이>
<홍염의 성좌 1-7>
<행복한 사람 타샤튜더>
<타샤의 정원>
<흑색수배>
<슈거블루스>
<시크릿 하우스>
<생활의 발견, 파리>
<모방범1-3>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할 때가 온다>
<스텝파더스텝>
<겨울의 죽음>
<검은 고양이 네로>
<화차>
<9월의 4분의 1>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
<세기의 재판>
<관심>
<이유>
<사막에 숲이 있다>
<뱀파이어 걸작선>
<오늘의 행복 레시피>

-----------------------------

79권. 100권은 안되는군요.( ")
장르나 기타 자세한 서지사항 정리는 나중으로 미루겠습니다.
낸시 파머, <전갈의 아이>, 비룡소, 2004
사이먼 베킷, <사체의 증언>, 대교베텔스만, 2006

2006년 마지막 책과 2007년 첫 번째 책.
제목이 둘다 무시무시하지만 흡입력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양쪽 모두 읽는 동안 책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으니까요.

두 권 모두 책을 골라들면서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어떨지 몰라서 뒷부분의 내용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끝 부분은 알고 읽은 셈이니 부담은 덜했지요. 물론 약간만.; 제가 골라 읽은 부분이 전체적인 내용이 마무리 되는 부분이라 주인공의 성장기인 전갈의 아이나 추리소설 형식인 사체의 증언에서는 그리 큰 내용을 차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대강 범인이 밝혀지고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있으니 안심하고 봤지요. 보는 내내 엔딩을 알았음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전갈의 아이는 주제가 클론입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 소개를 읽으면 알겠지만 배경이 근미래입니다. 복제인간이 존재하고 그런 유전학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한 세계인 것이지요. 주인공인 마트는 ... 뭐랄까, 마피아의 보스보다 더 암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알라크란(전갈이란 뜻입니다)의 여덟 번째 클론입니다. 모체는 암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천대를 받습니다. 본체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의 클로닝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알라크란은 그런 것을 다 무시합니다. 그에게 자신의 클론인간은 도너이니까요. 하지만 마트는 자신이 도너라는 사실을 아주 나중에야 확실하게 깨닫습니다.

비룡소에서 나온 책이니 만큼 성장 소설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암울(혹은 진지)한 책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클론을 다룬 책들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아이들에게 읽힐 만한 것이로군요. 월광천녀는 이런저런 문제가 많으니 말입니다.;(애들에게 읽히기엔 너무 탐미주의적이랄까요?;;;)


사체의 증언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법의학 계통의 책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폐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의 폐쇄성, 그리고 집단행동. 아주 작은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여러 증거가 모두 그 마을사람 중 하나가 범인이라는 것을 지목하고 있었을 때, 고여서 새로운 물이 거의 흘러들어오지 않는-새로운 물이 들어오면 30년 정도는 묵혀야 조금 섞일까 말까하는-마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아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서울 정도로요. CSI나 스카페타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께 추천합니다. 아, 배경은 영국입니다.



신비의 섬은 3권이나 되니 읽는데 좀 시간이 걸리겠군요. 그나저나 이것도 곱게 읽히지 않는데.. 필터를 끄는 방법이 없을까요? =_=
로베르 아르보, <오늘의 행복 레시피>, 나비장책, 2006

이 책의 부제는 "프랑스 요리사 로베르가 차려주는 행복한 부엌 이야기"입니다. 제목 그대로 레시피가 살아서 팔팔 뛰는 수필집인거지요.

로베르 아르보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거쳐서 홍콩에 갔다가 거기서 지금의 아내인 탕(베트남계 미국인)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사이에 아들 둘을 얻었습니다. 결혼하면서부터는 주 활동 무대가 뉴욕이 되었으며 뉴욕에서 프랑스 요리학교를 다닌 다음 여러 경력을 쌓아 르 가맹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엽니다. 뉴욕 소호에 열었던 그 작은 레스토랑이 지금은 아홉 개의 다른 지점을 가질 정도로 커졌지요.

책에서는 자신의 레스토랑 이야기보다는 집에서 어떻게 무엇을 만들어 먹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뉴욕이 본거지이지만 프랑스에도 집이 있어서 양쪽을 오가며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의 중심은 프랑스 가정식입니다. 거기에 그 가정식들의 레시피가 나와 있고요. 직접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레시피가 상세하다보니 이대로 따라하면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올 거란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재료들도 아주 구하기 어렵다거나 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허브 드 프로방스가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이건 뭐.........;) 그런 요리들을 뺀다 해도 다른 레시피들이 충분히 맛있어 보입니다.-ㅠ-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고는 다 읽은 즉시 서점에 주문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현재 네 번째 다시 읽고 있고요. 몇몇 음식들이 조만간 과정샷과 함께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다른 것보다 수많은 조리기구는 필요 없고 간단한 것만 있으면 된다는 로베르 아저씨의 말에 공감합니다. 프랑스야 맛있는 파티세리나 브랑제리가 있으니 집에서 과자나 빵을 구울 필요도 없다고 하고, 그러니 제과제빵 관련 도구들도 필요 없다는 겁니다. 이 말이 가슴에 크게 와 닿은 것은 최근 증식하려는 제과제빵 기구들의 유혹을 물리치는데 엄청난 공로를 세웠기 때문입니다.T-T 그저 버터가 많이 들어간 디저트는 맛있는 곳에서 사다 먹으면 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가끔 비스코티를 만드는데만 신경 쓰렵니다. 이거라면 집에 있는 도구만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책에서 등장하는 카페오레용 사발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일본에서라면 구할 수 있을까요? 사발 한 가득 카페오레를 담아서 거기에 바게트를 찍어 먹는다는데 홀랑 넘어갔습니다. 카페오레용 큰 컵은 많이 봤지만 "반드시 손잡이가 양쪽에 달려야 하는" 카페오레 사발은 처음이라서...
브램 스토커 외, <뱀파이어 걸작선>, 책세상, 2006

사진 정리고 뭐고 다 미뤄두고 포스팅부터 올립니다. 지금 올리지 않으면 몇 주 묵혔다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최근 읽은 서양소설(분류기호상 영미문학 이후쪽; )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편이라 읽기 편하고 의외로 무섭지 않았으며 탐미주의 계열이지만 분위기가 괜찮은 것들이 많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책 소개를 보면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을 비롯해 19-20세기의 뱀파이어(혹은 그 비슷한 것)를 주제로 한 소설들이 실려 있습니다. 책 읽기 전에는 가장 관심이 가는 소설로 첫 번째로 실린 카르밀라, 맨 마지막에 실린 고골(고골리)의 비이를 꼽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분류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제목상 대강 유추할 수 있듯이 카르밀라는 유리가면에서 아유미가 연기했던 그 흡혈귀 카밀라입니다. 읽기 전 작가와 작품 소개에서 간단히 보고 들어갔지만 소개되었던 대로 분위기가 진하더군요. 무슨 분위기가 진하냐고 물으시다면 난감합니다.
흡혈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루드벤 경도 이 책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호오, 이런 이야기였군요. 자동필터가 전개되어 읽으면서도 조금 난처했지만 습작소설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루드벤 경의 이미지를 팍팍 살려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도 이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던가요? 홍염의 성좌에서 에드워드의 이미지도 몽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따왔다고 하지만 원조는 아마 루드벤 경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회색조의 무미, 무감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니 말입니다. 뭐, 난봉꾼도 이정도가 되면 카사노바 저리가라라는 생각이....;
고골의 비이는 읽으면서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예전에 한 번 보았던 공포소설입니다. 뱀파이어의 이미지보다는 러시아 특유의 민화-바바뭐시기 할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속 마녀 이미지가 강하군요. 초등학교, 중학교 쯤의 일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당시 마구잡이로 읽었던 공포소설 중에 비이가 끼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엔 단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다는 것을 봐서는 한국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묘하게도 루드벤 경과 드라큘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여자입니다. 남자들이 신사이자 타락한 무서운 존재라면 여자들은 요염하고 화려하고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이미지가 강하네요.
다시 말해 19-20세기의 뱀파이어들은 대개 억울하게 제대로 꽃펴보지 못하고 죽은(요절한) 여자라는 것인데 마녀사냥의 이미지와도 연계가 되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잠깐 드는군요.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다고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집에 둘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공포소설은 집에 두고 못본다니까요.

이미애, <사막에 숲이 있다>, 서해문집, 2006

인간극장 비슷한 느낌의 다큐멘터리를 책 한 권으로 그대로 옮긴 책입니다. 저자인 이미애씨도 다큐멘터리 방송작가라 그런지 책에서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군요.

인위쩐, 바이완샹 부부. 대개 부부를 부를 때면 남편의 이름이 먼저 나오고 아내의 이름이 뒤에 나오지만 이 부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인위쩐이 아내, 바이완샹이 남편이지요.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도 인위쩐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 여 년 전, 한 아가씨가 사막에 버려지는 사건에서부터 입니다. 여러 남매의 셋째 아들이었던 바이완샹은 아들이 없었던 큰아버지의 양자로 들어가지만 큰아버지는 특별한 직업이 없이 사막화가 한창 진행중인 징베이탕 마을에서 구걸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니 바이완샹도 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요.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이 스물 하나가 되어서도 특별한 직업도 없이, 제대로 된 집도 없이 사막 한 가운데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정말로 하늘에서 신부가 뚝 떨어집니다. 하늘에서 사막으로 떨어진 신부가 바로 인위쩐. 처음에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어야 하나 절망했기도 했지만 오기로 똘똘뭉쳐서 하늘에 대항하기 시작합니다. 그 첫걸음이 나무심기. 이 이야기는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의 재현판입니다. 그것도 황무지가 아닌 사막에서, 여자 혼자의 힘으로 시작되고(물론 남편의 외조가 있었지만) 지금도 진행중인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사람이 망가뜨린 자연을 사람이 극복하고 살려낸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저는 나무를 심은 사람이 더 마음에 듭니다. 현실이 아니라 가끔은 동화가 더 좋다라는 생각에서일까요. 그래도 하면 된다라는 그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주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해야하는 시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군요.
몰입도가 좋아서 한 시간 남짓만에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글발이란 이런건가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