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고님의 우동 한그릇...?에서 연결.

우동 한 그릇이 아니라 소바 한 그릇이라고 확인(?) 받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ㅂ' 몇 년 전부터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지요. 그 사이에 해넘이 국수는 우동이 아니라 소바라고 하는 걸 여기저기서 많이 보았거든요. 다만 좀 둔하기 때문에 해넘이 소바를 먹는다는 글을 보고서도 우동 한 그릇이 아니라 소바 한 그릇이라는 건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해넘이 국수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세노 갓파의 책에서였으니 이것도 이미 90년대 후반쯤의 일이로군요.-ㅁ-;

여튼 저는 개인적으로 메밀국수 한 그릇이나 소바 한 그릇이 아니라 우동 한 그릇이라고 한 것은 로컬라이징(...)이라는 관점에서 탁월한 번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체적으로 일본 원서 번역에 있어서는 직역에 가까운 것을 선호하지만 이 경우는 예외입니다. 의역, 혹은 지역에 맞는 번역이 필요했다고 보는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책이 이렇게 뜰리가 없었으니까요.


아래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본 소바와 우동의 이야기입니다.

블로그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전 시골, 아니 변방도시, 아니 ... 하여간 도시 출신은 아닙니다. 도시에 온 것은 10대 중 후반 경으로, 도시라고 해봤자 강원도의 도시이기 때문에 서울이나 서울 주변, 혹은 부산 같은 대도시와는 온도 차이가 있습니다. 만화책을 사기 위해 고등학교 때는 서울까지 상경을 해야했으니까요. 만화책 뿐만 아니라 외국 음식에 대한 것도 접하는 것이 늦었습니다. 처음으로 홍차를 만난 것은 1998년 12월, 쿠켄 창간호의 부록이었던 립톤 티백을 통해서였으며 아주 맛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두 커피 같은 것도 마실 기회가 많이(거의) 없었지요.

본론으로 돌아가; 소바=메밀국수는 언제 처음으로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먹었다면 서울 큰집에서 명절 동안 머무르면서 사촌언니가 시골에서 자란 사촌동생들에게 맛있는 걸 먹여주기 위해 돌아다녔을 때거나, 그게 아니면 초등하교 6학년 때쯤, 읍내(...)에 생긴 '장터국수'라는 체인점에서 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제 인식은 소바=메밀국수는 찬 음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따뜻한 메밀국수가 있다는 건 비교적 최근에야 알았고 그것도 나름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소바는 광화문 '미진'에서 나오는 것처럼 장국에 찍어먹는 차가운 음식이지 않을까 합니다. 뜨끈한 국물에 말아 먹는 것은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의 제목을 소바라고 번역을 했다면 뜨끈한 국물에 말아먹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번역이 탁월했다고 하는 것은 또한 우동이라는 음식의 이미지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때 한창 우동을 가락국수로 순화하자는 운동이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한글 전용 운동의 일환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뭐, 우동이든 가락국수든 이미지는 간장 베이스의 짭짤하고 뜨끈한 국물에 파를 조금 얹고 그... 튀김 하고 남은 것 같은; 동글동글한 알갱이를 띄우고 뜨끈하게 데운 굵은 면발을 넣은 겁니다. 따뜻하지요. 온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짜장면 같은 중국식과 비슷하게 특별식이라는 생각도 조금은 있습니다. 외식할 때 한 그릇 먹는 그런 음식이란 말입니다. (이것은 사견일지도..^^;)

그렇기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세 모자가 특별한 날, 한 해를 마무리 하기 위해 뜨끈한 우동을 나눠 먹는다는 이미지가 먹혔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소바 혹은 메밀국수라고 번역되고 거기에 주석이 붙었다면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동 한 그릇 책 뒤에 붙은 짧은 이야기-어느 과자집 이야기는 한국 이미지에 비춰서는 그리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음, 떡집이었다면 조금 달랐을까요. 한국에서는 오미야게-선물 문화는 거의 과일 상자 위주로 이루어졌고 한과 같은 건 이렇게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요. 한과가 조명 받은 것도 90년대 후반 넘어서였다고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한 줄로 요약해봅니다.

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지역 사정에 맞는 의역이 있었기에 이 책이 더 읽힐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길게 길게 쓰는 것은 어제 다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때문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을 번역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래도 막힘없이 술술 읽히고 즐길 수 있다면, 그 번역은 번역의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 내가 원작자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관점입니다.

p.258

... 그래서 김난주씨라도 상관없는건가? (어?)




결론은 하늘로 날아갔군요.;




덧붙임.
그래도 요즘에는 일본에 대한 잡지식이 많이 늘다보니, 의역보다는 직역에 가까운 쪽을 선호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보았던 번역 중에서 제일 투덜거리는 건 『빨강머리 백설공주』입니다. 제목은 그냥 두더라도 주인공 이름을 백설이라 하지 말고 그냥 시라유키라고 적어주지.=ㅅ= 읽을 때마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 기업 브랜드가 떠오른단 말입니다. 거기에 가끔은 백설기도...(....)


4권을 샀는데 그 중 한 권만 마음에 들고 나머지 세 권은 영 아닐 때는 가슴이 아픕니다. 내 돈...T-T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비율이 상당히 높아져서 아예 그러려니 생각하고 마음 접는 쪽이 좋지요. 어차피 이 책 대신 샀을 다른 책도 재미있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요.

자아. 여기서 문제. 과연 저 네 권 중에서 어느 것이 마음에 들었을까요?



















『백귀야행』 20권은 아예 읽지도 않았습니다. 16권인가, 그 즈음부터 안 읽고 있는데 G가 모으고 있어서 구입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고로 이것은 마음에 든 책이 아닙니다.


『골드러쉬21』은 표지를 보고 조금 낚인 감이 있는데 내용 자체는 평범 무난합니다. 표지 그림하고 속 그림 사이에 약간의 갭이 있지만 그건 꽤 많은 책들이 그런 고로 넘어가도 되고요.;
내용이 평범무난하다는 것은 전개에 대한 것이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배경을 하나 하나 뜯어보면 절대 평범하지 않습니다. 책 뒷표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서로 엇갈리는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거참, 일부러 평범하지 않게 배치했다는게 티가 팍팍 납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읽을만 했고요.


『칼바니아 이야기』 13권은 읽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권 간 내내 느끼고 있던 건데, 공작들의 연애가 깊어질 수록, 타니아의 후계 문제(라고 순화함)가 부각될 수록 마음에 안 드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래서 어떻게 수습할건데? 그런 질문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더군요. 타니아의 후계는 지금 봐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뭐든 사건이 터져야할텐데, 그 어떤 사건이 터지든 간에 칼바니아 세계관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더군요.(먼산) 타니아의 배우자로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씨인데, 그 사람이 배우자가 될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정말로요.;
12권, 13권에 이어지는 그 이야기는 점점 취향에서 벗어나 이상한 궤도를 달리는군요. 완결날 때까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나은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TONO씨의 결말에 대해서는 『치키타 구구』 때 이미....(하략)
그래서 14권이 나오면 구입만 하고 봉인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남은 한 권, 『오란고교 호스트부』완결권인 18권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달달달달달달달달달달한 이야기인데, 읽다보면 온몸에 닭살이 돋는 것을 감수하면서 굴러다니게 됩니다. 중간권은 홀랑 다 빼먹고 완결권만 사다 본 셈인데 결말도 만족스럽고, 특히 오오토리 쿄우야가 주인공인 특별편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그 배경지역을 가고 싶어지는데 간다면 아마 야들이 다닌 코스를 쫓아다니지 않을까란 망상도 했습니다.



위의 사진에는 없지만 얼마 전에 키릴님께 받은 『빨강머리 백설공주』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니, 상당히가 아니라 요즘에는 거의 이거랑 『오란고교 호스트부』만 붙잡고 있을 정도예요. 좀 심신이 피폐하긴 한데, 갱생(...)하기 위한 방법으로 붙잡고 있는게 이런 책이라니. 아아. 역시 기분 안 좋을 때는 달달한 로맨스가 좋은가봅니다.; 생각난 김에 이번 겨울에는 무협지도 좀 빌려다볼까요.(...)
『빨강머리 백설공주』도 시작은 단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림동화의 백설공주에서 빌려온 모티브에 설정을 살짝 틀어서 만든 것이라는데 이제는 아예 별개의 이야기로 나갑니다. 전형적인 Boy meets girl이더군요. 5권까지 나왔다는데, 3-4권의 전개를 보면 이야기가 쉽게 넘어갈 것 같지 않아서 일단 완결을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그게,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길어지는 느낌이라...; 원래 페이스대로라면 그리 오래 끌지 않고 5-6권 정도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긴 하거든요. 아, 하기야 지금까지의 전개를 보면 권 수가 더 필요한지도..?;


이번 신간에 『에도로 가자』가 있다니 있지 말고 사와야지요. 이거랑 『리니지』는 챙겨와야합니다.-ㅂ-
0. 잡담이 늘어가는 건 쓸 글거리가 별로 없어서임.'ㅅ' 최근에는 사진 찍은 것이 많이 없다보니.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외식과 놀러 나가는 것을 자제하다보니 찍은 사진이 없다. 아, 이 모든 것은 용돈 부족 때문. 하지만 엥겔계수가 절대 낮진 않다는게 맹점임.;


1. 오늘 아침에도 운동 못했다.;ㅁ; 비 오는 건 좋지만 그냥 밤이랑 낮에만 오면 안돼? 흑흑, 운동할 때 비오면 공친단 말이다.


2. 어제 빙고님 댁에서 성우덕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니,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먼저 『키다리 아저씨』부터 써야겠지.

그러니까 며칠 전, 인디고에서 아름다운 고전시리즈 10권으로 『키다리 아저씨』가 나온 것을 보았다. 어느 분 댁에서 『키다리 아저씨』를 언급하며 다시 읽어보니 굉장히 느낌이 다르더라라는 줄거리의 글을 보고는 궁금해서 집어들었거든. 근데 이 시리즈는 삽화를 죄다 다시그리다보니 내가 기대했던 주디의 편지 그림도 다 다시 그려두었더라. 그건 아쉬웠지.
그런데...
그 분의 말마따나 보면서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힘들었다. 독서는 대부분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하는데 내 양 옆, 그리고 정면에 있던 분께 심심한 사과를 드려야겠지. 입끝이 실룩실룩, 피식피식, 결국 어떤 부분에서는 못참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보니 키다리 아저씨™의 어장관리는 참으로 심오했다. 아니, 어장관리라고 적기엔 묘하지. 이건 어항관리? 아무리 생각해도 동그란 어항에 금붕어 한 마리 넣고 키우면서 가끔 밥주다가, 점점 금붕어가 예쁜 짓 하니까 옆에 다른 기생충(..)끼지 않게 관리하고 온갖 차단하는게 웃기잖아! 아래 내용은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접어두고..



아니, 그 외 기타 등등 많다니까요.
그리고 거의 끝에 가서야 두 사람의 나이차가 몇 살인지 나오는데 열 넷이랍니다. 그정도면 뭐....(먼산) 나쁘진 않군요. 아니, 괜찮습니다. 로체스터씨가 제인 에어를 만났을 때, 제인이 16세에 로체스터씨는 서른 다섯 즈음이라고 했던 것 같군요. 그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렇게 보면 저비스는 열 다섯에 조카가 생긴셈입니다? 줄리아 아버지의 막냇동생이라던데 그렇게 생각해도 나이차이가 얼마 안나는군요.

그리하여 키다리 아저씨를 다 읽어가는데, 이야기를 읽다보니 이게 영상물로 머릿속에서 돌아가는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1*년 전에 보았던 일본판 『키다리 아저씨』 애니메이션입니다. 이거 DVD도 발매되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교보에서 박스 1은 품절입니다. 여튼 원작하고는 내용이 상당히 많이 다릅니다.
인디고의 『키다리 아저씨』 삽화는 아마 이쪽이 모델이 아닌가 싶게, 홍당무색(...) 머리칼의 아가씨입니다. 그건 둘째치고 묘하게 아저씨의 목소리가 착착 귀에 감기며 떠오르는 겁니다. 응? 싶어서 기억을 검색하고 G에게 확인했는데, 역시나 박기량씨. 아....;ㅂ; 그 감미로운(...)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절로 재생되니 아저씨에 대한 호감도가 100배 올라갑니다. 흑흑흑.


... 쓰고 있다보니 편한 말투가 해요체로 돌변했다. 하하하하하하. 아... 박기량씨의 목소리를 요즘엔 제대로 애니메이션에서 들을 수 없어 슬프다.;ㅁ;


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 김양미 옮김.  인디고, 2011. 12800원

번역자가 그렇게 설정한 것인지, 이전에 읽었던 다른 『키다리 아저씨』보다 이쪽의 편지글 말투가 더 소녀같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더만. 삽화가 예쁘기도 하고 책이 작고 귀여워서, 인디고의 아름다운고전시리즈는 책 선물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ㅂ'


표지를 보고 낚일까 말까 고민하다가 등을 돌렸는데, 그 며칠 뒤 다른 분께 빌려 읽어보고는 그 다음 주 홍대 간 김에 사왔습니다. 원래 단편이었던 이야기가 길어졌다고 하는데, 앞 이야기의 연결이 꽤 마음에 들었거든요. 표지만 보고 살짝 낚였다가 함정카드 발동이라며 울부짖는 분도 있을법 합니다. 『키노의 여행』처럼 헷갈릴 여지가 약간 있기는 하지요.

순환 백마선의 모델은 멜버른의 전차라고 합니다. 배경은 가상 도시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호주가 아닐까 싶은 분위기가 납니다. 나라가 크다는 것이라든지, 농장이라든지 말입니다. 어느 오래된-물론 서울에 비하면 애송이-ㅁ--도시에는 백마선이라 불리는 순환 전차선이 있습니다. 보통 전차선하면 단선을 떠올리는데 이건 노선이 2호선처럼 원형인가보군요. 그런 백마선의 여러 차장 중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차장을 하고 있는 하나부사라는 청년이 있습니다. 아주 무뚝뚝하고 자기 일에만 열심인 차장인데, 그럼에도 은근히 인기가 많습니다. 이 책은 그 차장이 왜 인기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앞부분과, 차장의 옛 이야기를 보여주는 뒷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완성도는 앞부분이 더 높지 않나 싶긴 하지만 양쪽다 마음에 든 건 마찬가지입니다.'ㅂ'
차장이 잘생겨서 그런것만은 아니랍.....;....


가장 닮은 만화를 고르자면 『ARIA』인데, 그쪽과는 또 다른 분위기입니다. 일상물에 가깝지만 성별편중적인 ARIA에 비해 이쪽은 딱히 성별이고 뭐고를 떠나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조금은 쓸쓸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훈훈해지는 그런 책입니다. 꽤 괜찮은데 의외로 이야기가 없다 싶은게..OTL

같이 출간된 『군청 시네마』는 1960년대의 시골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세 소년들의 영화찍기 좌충우돌을 보여줍니다. 이것도 짜임새가 꽤 괜찮았어요. 다만 1권이라 뒷권을 마저 봐야-완결을 봐야;- 마음놓고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구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보고 있자니 캐릭터들의 면면이 『도플갱어』의 주인공과 그 친구들을 보는 느낌이더군요. 하하하;


사진에 나온 다른 책 한 권-『가짜 이야기』는 이전에도 말했지만 하권 나올 때까지 봉인할겁니다.-ㅁ-; 상권 보고 나면 뒷권 기다리기가 힘들 것 같단 말이죠.
리뷰 적으면서 검색했더니 이 책이 두 번째 단행본입니다. 일본기준인데, 다른 책들은 한국에 번역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픽시 웍스』(원서 링크)가 첫 번째 단행본인 것 같고, 두 번째가 이 책(원서 링크), 세 번째는 『楠木統十郎の災難な日々』라는 책.(원서 링크) 세 번째 책은 부제가 파는 세계를 구한다로군요. 솔직히 삽화를 제외하고서도 제일 끌리는 것은 이 책입니다. 마녀와 여우에 낚였어요.-ㅁ-;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레베토리아 공군의 에이스인 클라우제 슈나우퍼에게 어느 날 명령이 떨어집니다. 열 여섯살 소녀의 보좌를 하라는군요. 군인은 그만두고 예비역으로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인 이 파일럿은 집안, 외모, 머리 등등 빠지는 곳이 거의 없는 이 꼬마 아가씨의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전쟁의 소용돌이에 더 휘말립니다. 이 이상 적다보면 내용 폭로가 될테니 이제부터는 짤막짤막한 감상을 적어봅니다.

관련 단어는 전쟁, 공군, 파일럿, 무기개발, 천재과학자, 라이벌, '전쟁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누님, 독일, 프랑스입니다. 이미 중간에 지나간 어떤 단어 때문에 번쩍하실 분이 많으시리라 보고.....-ㅁ-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오야리 야시토.

삽화 느낌은 꽤 괜찮습니다. 러프 스케치 느낌에 가깝지만 그게 또 잘 어울립니다. 본문 삽화가 묘하게 데셍이 이상하지만 그런건 이미 창세기전-3 아님! 절대 아님!-에서도 눈 감고 넘어간 것이라 신경 안씁니다. 무엇보다 그 두 사람이 같이 있는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얼굴 각도가 이상하다는 것은 이미 머리 저편으로 날렸습니다. 그런겁니다.
표지의 일러스트는 아래의 띠지 적에 모에도가 조금 낮지만 띠지를 벗기는 순간 모에도가 확 올라갑니다. 무릎위까지 올라오는 긴양말에 진한 남색 리본이 달린 것을 보고 역시 오야리....라고 생각했다니까요. 하지만 이 사람의 진가는 내부 컬러 일러스트에서 발휘됩니다. 여기서 잠시 G의 말을 인용하자면..
" 이 사람은 누워있는 여자애를 그리면 허리를 너무 길게 그리는데, 또 서 있는 사람은 다리가 길단 말이지."
어느 부분에 주목해야하는지는 패스.; 여튼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함부로 권두의 접힌 일러스트를 펼쳤다가는 상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일러스트를 보면 주인공간의 나이차이가 열 살은 되어 보이는데 실은 다섯 살 밖에 안납니다. 한쪽이 노안, 한쪽이 동안이라 그렇고, 전쟁의 극한 상황에서 오래 살아남은 에이스이다보니 팍삭 늙은 것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눈만 보면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모습이니까요. 그래도 인간관계의 경험부족은 꽤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노파심에 언급하자면, 추축국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추천하기 망설여집니다. 특성상 그쪽 이야기가 떠오르는지라, 거부감이 있으시다면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이하는 내용폭로가 섞여 있으니 이 책을 보실 분들은 가능하면 손대지 않으시길 권장합니다. 이런 건 책을 읽으면서 파악하는 쪽이 더 재미있거든요.'ㅂ'


처음에는 공군 이야기인가 했더니 몇몇 등장인물이 더 나타나면서 전쟁소설로 바뀝니다.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남의 손을 빌린 전쟁의 비참함에 대해 이야기하네요. 현대사의 몇몇 내전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강대국의 이권 때문에 발생한 그런 내전들은, 강대국의 손을 빌렸지만 손만 빌린 거라 피폐해진 건 내전 장소였지요.(하아)

로리지온 누님연방이라는데,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전 연방군입니다.(웃음)

마지막에 사용한 무기는 역시 소녀취향..(이봐.;)

끝까지 다 보고 나면 할렘구축이 된 것 같이 느껴지지만 워낙 주인공이 둔해서 그럭저럭 보아 넘길 수 있는 수준입니다. 나이차이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노린 거네요. 하지만 삽화를 보면 오야리는 누님 파....?
(그 쪽이 나이차이가 덜 나보이니까. 삽화만 보면 클라우제가 더 많아보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노안인거야.


올해 읽은 라이트노벨 중에서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묵혔다가 다시 보았을 때도 같은 감상일지는 모르지요.  하지만 방출하지 않고 집에 두기로 한 것만으로도 대접받고 있는 셈이니까요.-ㅂ-



미나이 다이스케. 『작은 마녀와 하늘을 나는 여우』, 유경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1, 7000원



0. 간식이 아니라 주식입니다.(...) 요즘의 문제있는 식생활을 여실히 보여주지요. 하하하하하;


1. 지난 주말에 명동에 새로 생긴 유니클로를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갔더라면 조금 상황이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일요일 점심 때-2시경에 갔거든요. 그랬더니 명동역 근처까지 사람들이 대규모로 줄 서 있는 것이 보이더랍니다. G는 거기에서 사은품으로 준다는 담요랑, 9900원이라는 히트택을 노리고 있었는데 인파를 보고는 질려서 그냥 영플라자 유니클로로 갔습니다. 새로 생긴 명동 중앙점 말고 다른 지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더군요. 하지만 영플라자점은 평소와 그리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니, 사람이 평소에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이정도면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겠다는 정도였네요. 새로운 매장에서는 9900원이지만 다른 매장에서는 12900원. 11월 13일까지의 한정 행사였나봅니다.
여기서 옷 몇 점 집어들고 나니 45000원이 금방이군요.-ㅁ-;


2. 그러고 나서 롯데본점에 들어가 등산용으로 많이 입는 겉옷(점퍼)을 한 벌 삽니다. 올해 나온 상품이라는데 30% 해도 20만원을 훌쩍 넘는군요.ㄱ- 덕분에 이달에 모아 놓은 여유자금이 옷값에 다 나갔습니다. 흑, 아르바이트해서 (심정상;) 꼬깃꼬깃 모아놓은 돈이 이렇게 나가는 걸 보니 속이 쓰리네요.
덕분에 아이패드 지름신은 또 도망갔습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더니 이렇게 또...;


3. 하지만 아직 복병이 있지요. 크리스마스 자체 선물로 아이패드를 선택하면 ... (먼산)


4. 주말에 있었던 G와의 쓸데 없는 대화.;

G: 백화점에 남자친구랑 같이 쇼핑올 정도의 재력이라면 어느 정도 되어야하려나.
K: 글쎄.
G: 그보다, 돈이 있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걸 깨달았어.
K: 응?
G: 머리숱.
K: 아....;


5. 롯데보다는 신세계쪽의 디스플레이가 마음에 듭니다. 크리스마스 장식도 신세계쪽이 취향이네요. 양쪽의 분위기 차이는 일본 백화점으로 비유하자면 다카시마야 vs 미츠코시 쯤..?; 사실 롯데는 삿포로에서 처음 들어가본 도부 백화점을 쓰려고 했는데 그것보다는 롯데 분위기가 조금 더 고급이지요.
다만, 지하 식품매장만 놓고 보면 롯데 분위기가 더 고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리뉴얼 중인가본데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매장 문위기는 강남 신세계와 비슷해서 일본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과 닮았습니다.(...) 롯데 본점 식품매장을 돌아다니고 있자면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곳이 도쿄인지 서울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ㅂ-;


6. 롯데백화점에 헤드폰 청음코너가 있어서 G의 아이폰을 연결해 들어보았습니다.
제일 처음 들어본 건 오디오 테크니카의 13만원 조금 넘는 헤드폰.(ATH WS70인가...;) 호오. 저음대가 강조된게 은근히 제 취향입니다. 그 옆에 있던 헤드폰은 그냥 무난무난 하더군요. 그리하여 재미 들린 김에 이런 저런 헤드폰을 다 끼워 듣는데, 젠하이저의 50만원짜리가 있길래 안 예쁘다는 G의 불평은 무시하고 끼워 듣습니다. 그냥 무난한가 싶었는데 밴드 반주가 들어가는 순간 음악이 다르게 들립니다. 아..... 둘이서 입 벌리고 넋을 놓았지요.
문제는 그 다음인데; 그 뒤로는 10만원 초반대의 그 어떤 헤드폰을 끼워도 소리가 안 좋게 들리니다. 줌레드니 뭐니 하는 패션헤드폰은 들어보고 즉시 밀리는군요.
역시 비싼 것은 다릅니다.(먼산)


7. 제목에 써놓고 보니 마녀와 여우하면 어린왕자 같은 분위기가 떠오르네요. 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제목은 『작은 마녀와 하늘을 나는 여우』. 지난주의 글에 언급한 라이트 노벨입니다. 지금 앞부분만 조금 읽었는데 그 부분 읽으면서 폭소했습니다.
- 일단 표지보고 설마했는데 오야리 야시토 삽화 맞습니다. 속의 컬러 일러스트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서 열었다가는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특히 캐나다에서는 이 책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습니다. 오야리 야시토 그림인걸요.(...) 근데 아무리 봐도 여우는 삽화가 더 나이들어 보여...;
- 작은 마녀는 귀족 출신의 천재 아가씨(10대), 하늘을 나는 여우는 그보다 10살은 많을거라 생각하는 공군 에이스 파일럿.
- 앞부분만 아주 조금 읽었는데 그부분만 봐서는 첫비행님, 빙고님, 키릴님이 저격 대상입니다.(어?) 특히 앞의 두 분은 묘사부분을 꼭 읽어보시고 어느 전투기가 모델인지 가르쳐 주시면 감사....(탕탕탕!)

시작은 마음에 들었는데 앞으로가 문제로군요. 핫핫. 다 읽고 나서의 감상이 어느 쪽으로 튈지 저도 궁금합니다.

듀시스님께 드리는 글입니다.-ㅁ-;


계몽사에서 나온 전집은 총 세 종류였습니다. 하나가 어린이 세계의 명작, 다른 하나가 어린이 세계의 동화입니다. 그랬는데, 제가 구한 고단샤판 세계의 메르헨은 이중 '어린이 세계의 명작'입니다. 흔히 녹색책으로 불리지요. 다시 말해 제가 가진 중에는 그 당나귀 가죽의 삽화가 없었습니다.ㅠ_ㅠ
그리하여 구글링은 해본 결과, 이런 글이 뜹니다.(링크) DreamTime™님의 글에 의하면 이게 fratelli fabbri라는 이탈리아 출판사 책이라네요. 그리하여 구글에서 다시 검색을 합니다. 그러다 이미지를 통해 이베이에 올라온 이런 글을 찾습니다.(링크) 좀더 시리즈를 자세히 보려면 이쪽 링크가 낫겠네요. 역시 이베이인데, 이쪽의 사진을 살짝 퍼옵니다.


 
제목은  Vecchie fiabe sonore fratelli fabbri editori complete di dis... 라고 뜹니다. 책 표지를 보니 시리즈 제목이 Fiabe Sonore 같군요. 이걸로 다시 구글링을 합니다. 아아아, 구글신을 경배하라! ;ㅁ;
검색결과 링크 중 이미지만 보시면 바로 아실겁니다.(링크)
이 현란한 검색 결과..T-T
그리고 다시 이탈리아 이베이에서 검색을 합니다.(링크) 이야아. 결과가 확 뜨네요.


세 난장이. 의붓딸을 미워한 새어머니는 딸에게 종이옷을 입혀 한 겨울에 딸기를 구해오라 내보냅니다.



이건 신데렐라. 옷이 환상이었지요.


그리고 이탈리아 위키에 전체 목록이 있는 듯합니다.(Fiabe sonore 항목)
이탈리아어라 해석이 어렵지만 일단 1966년에 나왔다는군요.


01. Il gatto dagli stivali

02. Biancaneve

03. Aladino e la lampada meravigliosa

04. Hänsel e Gretel

05. La bella addormentata nel bosco

06. Il soldatino di piombo

07. Il lupo e i sette capretti

08. Il leone e il falegname

09. I cigni selvatici

10. Biancarosa e Rosella

11. La Principessa incantata

12. Pollicino


13. La piccola guardiana d’oche

14. Il pifferaio magico

15. Abu Kir e Abu Sir

16. Il brutto anatroccolo

17. I sette corvi

18. Cenerentola

19. Il libriccino magico

20. Barbablù

21. La casa nella foresta

22. Abdallah di terra e Abdallah di mare

23. Gli abiti nuovi del Granduca

24. I tre musicanti

25. La pastorella e lo spazzacamino

26. I tre capelli dell’orco

27. Cigno, appiccica!

28. L’uccello d’oro

29. Pollicina

30. I tre cani

31. L’acqua della vita

32. Vardiello

33. I fiori della piccola Ida

34. Il tesoro dei tre fratelli

35. Il pesciolino d’oro

36. Alì Babà e i quaranta ladroni

37. La bella e la bestia

38. Il principe Ahmed e la fata Parì-Banù

39. Il capraio e la figlia del re

40. Cappuccetto rosso

41. Il nano Tremotino

42. I tre cedri

43. Il califfo cicogna

44. L’usignolo

45. Pelle d’asino

46. Fata Piumetta

47. L’acciarino magico

48. Giacomino e il fagiolo

49. Il principe Kamar e la principessa Budur

50. Il serpe bianco

51. Cinque in un baccello

52. Raperonzolo

53. Lo sceicco cieco

54. I musicanti di Brema

55. I tre nanetti del bosco

56. Giannetto fortunato

57. Il Principe rospo

58. Sette in un colpo

59. Re Mentone

60. I tre porcellini


출판사에서 구축한 것으로 보이는 홈페이지가 있어 들어가보았는데..(링크)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등장하는 요정들이로군요. 거기서 다시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이런 페이지가 나옵니다.(링크) 여기는 페이지 중간에 오디오북으로 구축된 위의 시리즈가 죽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30번인 Pelle d'asino가 당나귀 가죽이네요. 하지만 이게 맞는 건지는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한국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하지만 손에 닿기에는 좀 많이 머네요.;
 
피터 윔지경은 제가 좋아하는 탐정 수위 안에 듭니다. 하지만 이번 권으로 그 순위는 추락할 것으로 보이니, 역시 미스 마플이나 캐드펠 수사님이나 브라운 신부님을 상위권으로 밀어야 하는 건가요. 엘러리 퀸은 그렇게 해도 순위가 떨어지지 않는데 왜! ;ㅁ;


동서미스테리북스에서 나온 『의혹』에 실린 어느 단편에 피터 윔지경의 결혼 후 이야기가 잠깐 등장합니다. 그래서 윔지경이 퀸과 마찬가지로 기혼남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맹독』은 피터 윔지경이 어느 아가씨에게 홀라당 반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내리 담고 있습니다.
플롯은 아주 단순합니다.
피터 윔지경은 우연히 피고석에 앉아 있는 어느 아가씨를 보고 한 눈에 반합니다. 그 아가씨는, 그 때의 분위기를 살려 말하자면 빅토리아 시대의 꽉 막힌 시대를 벗어나 이제 본격적으로 여권 신장을 부르짖던 그 때에 맞춰 어느 남자와 동거를 했습니다. 뭐, 결혼하기를 원했었는데 남자가 거절했다던가요. 이 남자도 그리 좋은 남자는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몇년 뒤에 남자가 아가씨랑 결혼할 결심을 하고 청혼을 했을 때, 버럭 화를 내고는 남자와 헤어집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아가씨에게 미련이 남아 몇 번이고 주변을 서성이지요.
그랬는데 어느 날 이 남자가 죽습니다. 위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죽습니다. 남자의 죽음에 대해 또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무덤은 다시 파헤쳐져 검시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남자의 몸에서는 치사량의 비소가 검출됩니다. 그 날 이 남자가 먹은 것을 곰곰이 따져보니 아가씨와 같이 커피를 마셨단 말이죠. 그리고 이 남자가 아가씨를 귀찮고 번거롭게 한데다가 이날도 싸움이 났다는 것은 주변을 조사해보니 금방 나옵니다. 아가씨는 곧 독살 혐의로 재판장에 오릅니다.

이 아가씨에게 홀라당 반한 윔지경은 당장에 찾아가서 프로포즈(...)를 하고는 '제가 꺼내줄게요!'라고 호언장담을 합니다. 그 뒤는 피터경의 좌충우돌. 그리고 파커의 좌충우돌로 이어집니다. 마무리는 공작님의 경악.


커플염장은 이제 그만. 아... ... 물론 가상의 인물이란 건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홀라당 반해서 이렇게 바보짓을 하는 걸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그러니 차라리 전작에서 못난 남자에게 반해 하마터면 가족과 척을 질뻔한 메리 폴리가 귀여워 보일 지경이예요.
앞권인 『증인이 너무 많다』랑 이어지는 이야기라 괜찮긴 한데, 그래도 사이에 몇 권 쯤 빠진 모양입니다. 여튼 피터 윔지경 시리즈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 해야하는겁니다.

트릭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부분에서 퐁하고 등장하더군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 책보다는 전작이 조금 더 마음에 듭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윔지경이 자책하는 장면이 더 많이 등장해서 그런가봅니다.


여튼.
제일 마음에 안드는 것은 책의 판형과 편집입니다. 아무리봐도 이 책은 이렇게 크게 만들 필요가 없어요. 종이 낭비고 책값 낭비입니다. 아니, 작게 만들어서 이 가격을 매겨도 살 사람은 산다고 생각합니다. 도로시 세이어즈의 책을 볼 사람은 알아서 살텐데, 왜 이리 크게 만들었을까요. 신국판이라지만 맨 처음 책인 『시체는 누구』가 문고판형으로 작은 하드커버로 나온 걸 보면 다음 책도 그렇게 귀엽게 만들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에 파묻혀 발견되지 않을까봐 그랬나요. 멋있게 만들긴 했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작게 편집했다가 그걸 도로 확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작게 만들어도 좋았다고요.;ㅁ;
뭐, 이건 제가 작은 책을 선호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드커버라는 것은 마음에 드는데 이렇게 커다란 책을 뜯어서 다시 제본하려고 생각하니 훨씬 아쉽습니다. 작게 도로 내주진 않으려나요.ㅠ_ㅠ
거두절미하고 시작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북스피어에서 내는 미야베 월드 제2막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만 모았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는 『외딴집』으로 2007년. 교보 링크를 따라가서 본 원작은 2005년에 출간되었네요. 그 다음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2008/1991), 『괴이』(2008/2003, 문고), 『흔들리는 바위』(2008/1993), 『메롱』(2009/2002),『얼간이』(2010/2000), 『하루살이』(2011/2004), 『미인』(2011/) 순으로 나왔습니다. 미인의 원제는 몰라서 못찾았는데 빙고님이 이전에 이야기 하셨던 대로 출간 순서도 다르고 출판사도 다릅니다. 그걸 북스피어에서 모아서 시리즈로 내고 있지요. 책 내용과 디자인, 시리즈로서의 소장성을 생각하면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 하지만 집에는 한 권도 안 남아 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죠.; 그도 그런게 미야베 미유키 책 중에서는 현재 화차 한 권만 남아 있거든요. 나머지는 전부 읽고 바로 방출했습니다. 이 중 몇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했지만 절반 정도는 구입한 걸로 기억합니다. 『메롱』부터는 확실히 구입한 걸로 기억하고요.

시리즈로 묶자면 『외딴집』은 별도, 『혼조 후카가와』랑 『괴이』도 낱권, 『메롱』도 별개, 『얼간이』와 『하루살이』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흔들리는 바위』랑 『미인』이 또 이어집니다. 『미인』 뒤쪽의 역자 후기를 보니 이 책 이후에 한참 동안 뒷권이 안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나왔다면 아마 또 염장당했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 하지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자면 편하게 읽히는 것은 『혼조 후카가와』와 『괴이』입니다. 공포물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메롱』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었고 『외딴집』은 입맛이 씁니다. 『얼간이』와 『하루살이』는 조금 얼간이 같아 보이는 무사와 그의 처조카인 미소년이 세트인데, 출판사도 광고는 그리했지만 두 사람이 제대로 콤비를 이루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시대물 본다고 생각하시고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처럼 콤비 활약은 기대하지 않으시는게 좋아요. 다만 『흔들리는 바위』와 『미인』에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제대로 콤비플레이가 이어집니다. 남녀 콤비인데, 남자쪽(우쿄노스케)이 두뇌파, 여자쪽(오하쓰)이 행동파입니다. 이렇게 쓰면 『Q.E.D.』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하기야 양쪽다 경찰(말하자면;)에 줄을 대고 있는데 오하쓰가 더 긴밀합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접도록 하지요.

남녀커플인 만큼 애정노선도 조금은 있습니다. 『흔들리는 바위』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했는데 『미인』은 꽤 괜찮았습니다. G에게 먼저 읽으라고 줬더니 한밤중에 보다가 무서워서 혼났다나요. 그러니 읽으시는 분들도 조금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한밤중에 다른 사람 다 자고 있는데 방에서 불켜고 본다면 무섭긴 하겠지만 전 그리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공포물에는 제가 더 약합니다.(...) 역시 TPO의 문제인가요.;

『미인』의 주제를 조금 있어보이게 써보면 가족간의 갈등과 봉합, 그리고 미의 기준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후자쪽일텐데, 예쁘지 않아도 예뻐보이는 사람이 있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미인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게 상당한 주제지요. 사실 그보다 더 진한 소재가 있긴 한데.... 그건 내용 폭로이므로 살짝 접어둡니다.


이렇게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면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둘도 나옵니다. 괴이처럼 이상한 것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이상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느냐. 『외딴집』이나 『혼조 후카가와』, 『얼간이』,『하루살이』는 과학적인 입장에서 접근합니다. 그렇다보니 이상한 것에 대한 언급이 적거나 과학적으로 밝히려고 하지요. 그에 반해 『메롱』,『흔들리는 바위』나 『미인』은 아예 이상한 것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미인』은 특히 더 그렇네요. 내용에서도 가미가쿠시가 실제 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거든요. 어떤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미인』을 읽으면서 세 군데쯤 진하게 염장당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과 그 전의 70% 부분에서는 ....T-T
아.. 지난 주말부터 커플염장을 진하게 당하다보니 정말 죽겠네요. 어흑. 지금은 그 커플염장 4단 콤보 중 3단인 『맹독』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도 끝나고 나면 다시 원서 읽기로 돌아가야겠네요. 이번에 읽을 책은 요리책이니 설마 커플염장은 당하지 않겠지요.;



미야베 미유키. 『미인』,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1, 14000원


참참.
번역에 대해서 한 마디 더. 다른 부분은 특이한 점이 없었는데 딱 한 부분이 걸렸습니다. 등장인물 중 어느 두 사람의 관계가 친척관계라 하는데, '숙모가 그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면서 두 사람이 사촌이라고 하더군요.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데, 숙모는 작은어머니-다시 말해 숙부=작은아버지의 아내입니다. 숙모가 그 집안에 시집가서 사촌지간이 되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모나 고모라면 이해가 가는데 말입니다. 혹시 피가 섞이지는 않은 사촌지간이라거나? 숙부가 돌아가신 뒤 숙모가 재가를 했다든지.. 등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으니 머리가 아프네요. 원서에는 뭐라 나와 있었을라나.
- 글을 다 올리고 나면 꼭 안 올린 소재가 떠올라서 난감하단 말야.-ㅁ-; 하지만 수정해서 덧붙이긴 그렇고, 따로 쓰기

9. 메그레 경감 시리즈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려나. 나도 추리소설 이력이 그리 길지 않아서 메그레 경감 시리즈는 옛날 옛적 육영사의 추리소설 전집(10권 내외)으로 본 것이 전부지. 사실 그 전집이 내 첫 추리소설이었는지도 몰라. 추리소설이 뭔지도 모르고 무섭다고 해서 가위눌리다가 그 책을 큰집으로 보내고 그걸 나중에 다시 꺼내서 보았던 이야기는 몇 번 블로그에서도 한 적이 있지.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그 추리소설전집을 사주셨는데 표지가 무서워서 가위에 눌린거야. 무서운 책은 손에도 못대던 시절이거든. 지금도 그렇지만 거미나 내가 싫어하는 동물이 표지에 있으면 그 표지는 만지고 싶지 않아.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3학년 때였나, 같은 반 애가 기암성을 보고 있길래 빌려 보고는 홀딱 반해서 그 전집을 다시 집으로 가져왔어. 그 전집에 기암성이 있던 건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보고서 가위 눌린 표지는 윌리엄 아이리시의 『검은 커어튼』이었고, 가장 무서워 하는 표지는 뭐더라, 제목이 기억 안나지만. 여튼 지금 생각해도 가장 피가 난무하는 추리소설은 펠박사-존 딕슨 카의 이야기였어. 하하하하.
지금 생각하면 또 웃긴게, 거기에 SF 소설도 섞여 있더란 말이지. SF 추리소설 전집이라고 해야하나. 집에 가서 생각나면 그 목록 정리해서 올려봐야겠군.
그러고 보니 나, 첫 추리소설이 셜록 홈즈가 아니었어.....(충격)

여튼 그렇게 추리소설을 시작했는데, 마구잡이로 읽어대던 시기에 만난 것이 『노란개』. 가스통 르루의 『노란방』이랑 헷갈리기 쉽지만 전혀 달라. 그러고 보니(2) 가스통 르루는 『노란방』으로 먼저 알았지 『오페라 극장의 유령』은 안중 밖이었다.-ㅁ-;
노란개는 메그레 경감이 주인공인데 이 아저씨가 뭔가 무뚝뚝하면서도 따뜻한, 그리고 진득한 타입이더란 말이지. 지금 생각하면 전형적인 프랑스 형사야. 그 뒤에 본 형사 르코크-수탉이라니.. 지금 깨달았다...;... 어쩐지 막판에 문장을 수탉으로 만들더라니-의 이야기에서도 그렇지만 외려 프랑스 형사들이 불독같은 기질이 있어. 실제 프랑스 경찰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끈질기게 물어지는 습성이 있다고 해야하나. 영국은 그보다는 조금 더 쿨~한 느낌이야.

갑자기 왜 이 이야기가 죽 나왔냐면, 서두에서 꺼낸 것처럼 메그레 경감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야. 그게, 듣기는 한참 전에 들었는데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경감 시리즈가 슬슬 나오고 있더라고. 뤼팽도 그렇지만 이것도 완결까지 나올 기세야. 나야 프랑스 추리소설은 잘 안 맞지만 그래도 읽는 맛이 있지.+ㅠ+ 지금은 못 읽지만 나중에 도서관 다니게 되면 본격적으로 독파해야지. 게다가 다행히 이건 황금가지가 아니라 열린책들에서 나오고 있어. 열린책들의 제책방식은 한길사보다는 덜 미워하지만 그래도 그쪽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리 튼튼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책은 꽤 잘 만드니까. 한길사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도 몇 번 한 적이 있으니 여기서는 패스.;


10. 어제 귀가길에 같이 들어간 G의 가방을 보고 기겁했다. 헉, 가방 속에서 얼핏 보이는 저 무거운 책은 아무리 봐도 스티브 잡스...; 선물받았다는데 좌절했다. 별로 집에 두고 싶은 책이 아니었어.T-T 민음사의 번역이 엉망이라는 소리는 들었는데 엊그제 이런 글(링크)을 보고 나니까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그 아래 댓글 싸움까지 꼭 읽어볼 것. 나름 재미있더만.
저걸 보니 번역서를 사겠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그렇다고 원서로 볼만큼 궁금한 이야기는 아니라서 아마 안 읽을 것 같다. 저걸 영어로 보기에는 내가 영어로 봐야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 하하하.;
읽을 책이 없다며 서가를 뒤지다가 오래전에 사다 놓은 원서를 보았습니다. 2008년에 구입한 책이네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때 처음으로 사노님 이글루(해당글 링크)에 들어가서 보고는 원서를 제대로 읽지 못함에도 교보에 주문해 받아봤습니다. 그 때는 지금만큼 일본어 소설을 못 읽었거든요.-ㅂ-;

여튼 생각난 김에 꺼내 읽자고 읽기 시작한게 사흘만에 다 읽었습니다. 책이 얇고 내용이 많지 않아서 그렇기도 했지만 재미있어서 속도가 휙휙 나갔습니다.
소설 음양사도 패턴이 있고, 그렇다보니 대강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있는데다 이 책의 주제는 혹떼기니까요.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한국전래동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혹부리영감」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동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걸쳐 있습니다. 동유럽권 전래동화인 「두 사람의 도로시」 같은 이야기도 비슷한 전개를 보이는데,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두 사람이 있어서 착한 쪽은 복을 받고 나쁜 쪽은 벌은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혹부리 영감은 성격 좋은 쪽과 성격 나쁜쪽으로 나뉘는데, 성격이 좋아 도깨비와 잘 어울려 놀았던 할아버지는 혹을 뗐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어떻게 해볼까 싶어 갔던 성격 나쁜 할아버지는 제대로 어울려 놀지 못해서 혹 하나를 더 받아왔습니다.

이 이야기도 그렇게 풀립니다.


결론은 말입니다, 재주는 히로마사가 넘고 돈은 세이메이가 벌었습니다. 나중에 히로마사가 그러는군요. 피리는 내가 불어서 해결하고, 자네는 의뢰도 처리하고, 혹 떼는 끈도 챙겼고. 이게 뭐얌!


그러면서도 둘이 붙어 있는 것이 참...-ㅁ-...
작가인 유메마쿠라 바쿠가 이 두 사람을 두고 헤이안 시대의 홈즈와 왓슨이라는데 아주 적절한 표현이군요. 아니, 그렇게 염두에 두고 썼을테니 말입니다. 게다가 히로마사는 검도 꽤 다루지 않던가..? (뱀잡기에서 한 번 등장함) 그럼 BBC 셜... (거기까지)

그리고 슈텐동자. 보는 내내 이미지는 홀릭 19권의 그 동자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게다가 기본 사양이 백설공주랑 동일하군요. 검은 머리칼, 하얀 피부, 붉은 입술.-ㅁ-/ 아, 참 귀여워요.


재미있는 책을 소개해주신 사노님께 감사드립니다. 홋홋홋홋홋~ 배경 계절도 딱 이맘때고 삽화 분위기도 좋았어요! >ㅅ<
나쓰카와 소스케가 쓴 『신의 카르테』는 보기 전까지는 손이 전혀 안 갔습니다. 아마 권신아씨가 표지 디자인을 하지 않았나 싶은데, 표지가 제 취향이 아니라 손이 가질 않더군요. 그래도 내용이 궁금해서 조금만 읽어볼까 하고 1권을 집어들었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아마 이 비슷한 상황에 몰릴 분이라면 첫비행님이나 아이쭈님이실텐데...; 바쁠 때 잘못 집어들면 일이 밀릴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에서 검색을 해보면 책 평가가 굉장히 좋습니다. 그리고 저도 별 다섯 개를 다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아. 이런 이야기 좋아요.;ㅁ; 뭉클뭉클하면서도 따뜻하고, 이상과 현실을 이야기하고, 의사와 환자와 인간을 이야기하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흑흑. 근데 표지의 두 인물이 너무 간질간질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커플 면역력이 떨어지는 분들께는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 둘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온몸에 닭살이 돋아 저 하늘 높이 날아가 치킨스타가 되어버릴 것 같아요.;ㅁ;


조금 진정하고.;
소설의 배경은 신슈입니다. 솔직히 위치가 잘 감이 안오는데, 아래 구글맵을 첨부했으니 보시면 아실겁니다. 나가노현 마쓰모토 시가 중심 배경인데 주인공의 아내 때문인지 산 이야기가 은근히 많습니다. 읽고 있다보면 저도 직접 산에 가보고 싶어질 정도로요. 작가가 주인공과 동문(믿으시면..;)이고 그 지역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아마 실제 배경을 그대로 썼을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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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권까지 나와 있는데 2권까지 다 읽고는 다음권 내놓으라며 몸부림쳤습니다. 실제 내용도 분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책이 두꺼운 건 편집과 글자 크기와 행간의 문제-이걸로는 부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더 읽고 싶더군요.

주인공은 의사입니다. 그것도 내과 5년차. 365일 24시간 근무하는 병원에 있는데 주변에는 괴짜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의료 시스템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일본에는 의국이라는 단체가 있어 거기서 각 병원에 의사를 파견하는 식으로 운영이 되는 모양입니다. 물론 의국에 소속되지 않은 의사도 있지만 많지는 않은 것 같군요. 병원에서 인원 감축이 있으면 다른 병원에 파견될 수 있으니 자리가 보장되니까요. 다만 의국도 단체인만큼 당연히 관료적입니다. 모 BL만화에서도 잠시 언급되었는데 줄을 잘타고 고개를 잘 숙이고 해야 출세하고 위로 올라가고 할 수 있다던가요. 흠.
주인공은 그런 의국에 들어가지 않고 나는 내 길을 가겠다며 독야청청일지 고고일지 괴짜일지, 그런 길을 갑니다. 말투도 굉장히 고풍스럽다는데 유감스럽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느낌을 별로 못 받았습니다. 번역의 문제도 있겠지만 제가 나츠메 소세키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나츠메 소세키를 사랑한 나머지 어투가 나츠메 소세키의 소설투거든요. 확인하려면 원서를 봐야겠지요.

이야기는 내과의지만 응급의료도 맡고 있고, 담당환자가 30명인데다 365일 중 약 4일 정도만 휴가를 쓰는 격무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환자와의 교감, 주변 의사나 간호사들과의 이야기, 같은 집에 사는 독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합니다. 다만, 2권을 읽다가는 결국 울었습니다.; 만약 정신상태가 조금 더 불안했더라면, 그리고 침대 속에서 읽고 있었다면 눈이 퉁퉁 불도록 울었을겁니다. 아..ㅠ_ㅠ 그래도 좋아요. 의사도 인간이라는 것.. 하지만 그 전에 이 책의 의사들은 양심을 이야기하지요. 이런 의사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싶습니다. 그러니 이 분들이 퇴근도 못하고 야근에 철야 진료를 거듭하는 것이겠지만..OTL
들꽃진료소 같은 의료 수필의 소설버전이라 생각하셔도 얼추 맞지만, 주인공이 독특하고 아내도 꽤 특이하니까요. 그러니 소설이죠.(저런 여리여리한 몸에 저 장비를 짊어지고 산에 간다라..ㄱ- 게다가 주인공의 아내는 겉모습만 보면 전형적인 소녀니까요.;)


빙고님은 그냥 원서로 보시는 것이 나을 겁니다. 음, 추천 대상은 첫비행님, 키릴님. 훗훗훗~.



나쓰카와 소스케. 『신의 카르테 1-2』, 채숙향 옮김. 작품, 2011, 각 11900원.

어느 날 아내가 죽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째 상실입니다. 첫 번째 아내는 원래 몸이 약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태어나지 못한 아기와 아내를 함께 보내고는 좀 많이 힘들었지요. 그 얼마 뒤에 누님의 강권(?)덕에 재혼을 하여 이번엔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하지만 퉁명스럽고 살갑게 말 못하는 남편을 둔 덕에 두 번재 아내는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샌드위치 소스가 샜다고 버럭 화내고 돌아 나온 것이, 아내와의 마지막 대면이었습니다. 그 직후 아내는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다시는 대화를 하지 못하고 보내야했으니까요.


시작 부분은 대강 이렇습니다. 퉁명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데 익숙한 아버지, 거기에 남편과의 불화로 도쿄에서 친정으로 돌아온 딸. 두 사람 모두 죽은지 얼마 안되는 어머니의 빈자리 때문에 마음이 허전합니다. 딸은 계모였기 때문에 조심스레 대할 수 밖에 없었고 아버지는 원래 성격이 그래서 살갑게 대하지 못했는데,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요. 없어지고 나니 그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 겁니다.
그랬는데 갑자기 이상한 여자애가 하나 등장합니다. 죽은 아내(오토미)는 리본센터라고, 사회재활훈련센터에서 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회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주로 여자)이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게 이런 저런 것을 가르쳐 주는 곳입니다. 오토미씨가 가르친 것은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생활법입니다. 청소하는 법, 빨래 하는 법, 빨래 개는 법, 음식 하는 법 등등의 생활의 기본 말입니다. 리본센터에 오는 아이들 중에는 그런 기본을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는군요.
그렇게 해서 오토미를 만났다는 새카만얼굴의 금발머리 날라리 소녀는 죽은 선생님이 원하던 거라면서 49제 때의 연회를 이야기 합니다. 처음에는 무뚝뚝했던 아버지나 딸이나, 이 발랄한 소녀에게 휘둘려 점점 정상 생활로 돌아갑니다. 평탄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그 사이에 이런 저런 일들이 여럿 생깁니다.



G는 그저 그렇게 읽었다고 해서 내키지 않았는데,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하니 단숨에 읽게 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음식 이야기가 많지는 않지만 잃어버린 것을 극복하고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 여러가지를 겪어야 하는 부녀가 참..... 그래도 제대로 설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상당히 공감하며 봤기 때문에 말이죠.

가볍고 무난하고 따뜻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괜찮을 겁니다. 몇 가지 사소하지만 꽤 괜찮은 살림팁이 있는 것도 재미있고요.+ㅅ+



이부키 유키. 『49일의 레시피』, 김윤수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1, 10800원.

맨 처음 본 건 유라님 블로그에서였습니다.-ㅁ- 원피스 도시락책이 나온다고 해서 아마존을 뒤졌더니 바로 튀어나오네요.(링크) G에게 링크를 건내줬더니 당장에 구입을!이라며 광분하지 뭡니까. 일단 교보에서 주문할 생각을 하고 혹시 있을까 싶어 교보에서 검색을 했더니 있었습니다.(링크) 있을 거라 생각도 안했는데 의외였습니다.


9월은 이미 구입 제한 금액을 돌파했으니 10월 되자마자 주문하겠다고 해서 10월 1일에 바로 주문했습니다. CD랑 같이 주문했더니 도착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더군요.




그리하여 어느 날 밤에 찍은 캐릭터 도시락 책 사진. 어떤 구성인가 싶었더니 지난 홋카이도 여행 때 서점에서 많이 본, 책보다 같이 들어 있는 다른 상품이 메인인 세트입니다.




이게 도시락책. 굉장히 얇습니다. 스테이플러로 찍어 철했더군요. 그냥 광고전단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캐릭터 소개 기타 등등에, 들어 있는 부속 소개, 뒤에는 이 틀을 써서 만든 음식이 실려 있습니다.




역시 디저트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요. 실리콘 틀로 굳힌 초파랑 루피 푸딩, 오른쪽은 상디랑 조로 과자. 캐릭터마다 전부 들어 있는 건 아니고, 실리콘 푸딩틀은 초파랑 루피만, 과자 틀은 상디랑 조로만 있습니다.




전체 부속입니다. 아래 쪽의 하늘색 틀이 쿠키틀, 분홍이 초파 빨강이 루피 실리콘틀입니다. 그리고 해적 깃발은 단순한 장식용이고요.




노란 부속은 케이크 위에 코코아파우더나 슈거파우더를 뿌릴 때 쓴다고 생각하시면 얼추 맞고..-ㅁ- 저걸로 말차 라떼에 무늬 넣어볼까요.(웃음)



구입 가격은 2만원 정도였습니다. 쿠폰 써서 그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했지요. 지금은 환율이 적용되어 조금 비싸졌지만.. 여튼 원피스 팬이라면 재미삼아(..) 한 번쯤 구입할만 합니다.
지난주에 구입해놓고 리뷰 올리는 걸 잊고 있었던 책 두 권입니다. 한 권은 홀릭 19(완결), 다른 하나는 아소 미코토의 골목길 연가입니다. 웃. 『칼 이야기』의 리뷰도 올려야 하는데 이건 적다가 말아서..T-T 일단 만화책 두 권부터 올리지요.

그 주 목요일에 홀랑홀랑 북새통에 가서는 신간-홀릭 19권을 집어들고는 한참 고민했습니다. 책 한 권만 집어 들고 가기는 부족하고, 게다가 같이 집어 들었던 『원피스』나 『어떻게 좀 안될까요』는 G가 부탁한 책이라 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거든요. 요즘 신간 기근에 시달리는터라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러다가 구입하려다가 까맣게 잊었던 모 책을 떠올리고는 1권만 먼저 구입했습니다. 그 날 저녁에 집에 들어갔더니 G가 다음에 갈 때 『리니지』완전판을 사다 달라고 하더군요. 마침 1권을 읽고 나서는 2권까지 사지 않은 걸 후회하던터라 금요일 저녁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은 약속이 있어 바빴으니까요.(하지만 그 약속은 그 다음주-지난 토요일로 밀렸다능..-_-)
다녀오면서 함께 구입한 것이, 미처 나온 걸 모르고 있던 아소 미코토의 신작 『골목길 연가』입니다. 교토의 골목길을 배경으로 한 책이라는 설명만 읽고는 앞 뒤 안 가리고 바로 구입 결정을 ㅐ했지요. 컬러만 보고는 이 작가가 그 작가인 줄은 미처 몰랐던 겁니다.-ㅁ-/

아소 미코토 책은 집에 거의 다 가지고 있습니다. 거의라고 한 것은 빼놓고 구입하지 않은 것이 있을지도 몰라 그런 거고.. 『천연소재로 가자』나 『오존』, 『Go 히로미 Go』, 『어떻게 좀 안될까요』, 『BELL』까지는 확실히 있다고 기억합니다. 그것 외에 더 있는지는 가물가물. 여튼 다 챙겨 보고 있는 몇 안되는 작가라 신간이 나오면 그 즉시 집어들고 봅니다.
『골목길 연가』의 원제가 뭔지 확인은 못했는데, 내용상 골목길이 아니라 나가야일 것 같군요. 다만 나가야라고 적으면 못 알아 들을 사람이 태반이니(저도 포함) 의역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교토의 어느 골목길. 낡은 건물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건물을 어떻게 쓸까 하다가 건물을 '젊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빌려주기로 합니다. 낡은 건물이니 저렴하게 빌려주는 거죠. 그렇게 해서 그 건물은 돈 없는 창작자들의 요람으로 거듭납니다. 근데 이 건물이 나가야일거라는게 제 생각인데.. 에도시대에는 일종의 쪽방 비슷하게, 화장실과 제대로 된 부엌을 공유하는 6칸짜리 건물이 있습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집 6개 정도가 붙어 있고, 집은 하나하나가 한칸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구조에 대한 설명은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특히 『얼간이』를 보시면 자세히 나와 있어요. 여튼 이런 집에 옹기종기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연작이 『골목길 연가』인 겁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 주인공인데, 그렇다보니 조~금 감정이입하며 봤습니다. 아하하하; 하지만 공방에서 이야기하다보니 저정도 시설(...) 갖추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겠더군요. 교토의 어떤 골목길이 실제 모델이라는데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 번 여기저기 쑤셕거려볼까 싶기도 하고..-ㅁ-;

홀릭은 한 줄 감상만 적어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완결 낼 거면 왜 냈니."
'왜 냈니'에는 '이제'라든지 '지금에서야'라든지 '길게' 등등의 수식어가 포함됩니다.18권에서 내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를 19권까지 끌고 가서 시간도 제대로 안 맞게, 어중간하게 냈더군요. 시간이 안 맞는다는 건 다른 이야기랑 안 맞는다는 의미인데, 홀릭의 시작시점에서 보자면 결말부는 대략 100년 정도 흘렀을 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렇게 이야기를 끌 필요는 없었을 거라 보는데..ㄱ- 와타누키를 풀어주려면 그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 걸까요. 차라리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면... 이라는 아쉬움에, 이렇게 어중간하게 끝낼거면 그냥 일찍 끝내지라는 분노(?)가 뒤섞이더군요. 그래도 『츠바사』랑은 달리 일단 집에 두기는 할겁니다.-ㅅ-



CLAMP. 『XXX홀릭 19』, 윤영의 옮김. 서울문화사, 2011, 5천원
아소 미코토. 『골목길 연가 1』, 최윤정 옮김. 시리얼, 2011, 7천원



* 덧붙임.
잊고 있었는데, 『골목길 연가』 1권은 파본 확인이 필요합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책 중 한 컷의 인쇄가 조금 밀린 곳이 있다나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제가 구입한 책도 파본이라고 G가 확인했습니다. 2쇄가 나와도 뭐... 교환할지는 미지수. 크게 신경쓰진 않거든요.-ㅁ-;
구입 후에 언제 한 번 리뷰 올려야지~ 그래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던 고식 가이드북입니다. 지난 홋카이도 여행 때 사왔고 가격은 그냥 저냥한 정도였고요. 그래도 고식 일러스트를 상당히 좋아했던 터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표지는 e-hon에서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책 링크는 아마존이고요.(링크


표지는 소설 삽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쪽 그림입니다. 내용도 거의 그렇고요. 소설쪽 화집은 나오지 않은 모양인데..
(그러고 보니 소년 음양사 화집도 나왔던데 구입 여부를 고려해야..-_-a)




내용은 이쪽을 참조하세요. 소베르 왕국과 성 마르그리트 학원에 대한 것, 그리고 빅토리카 성우 인터뷰, 빅토리카 외 캐릭터 소개, 여러 수수께끼 풀이에 대한 것, 미술 갤러리, 쿠죠 성우 인터뷰, 원작자와 감독, 시리즈 구성 담당자 등의 인터뷰도 이어집니다. 다만 이 성우 인터뷰라는게 참...ㄱ- 성우를 코스튬플레이 시켜놓고 인터뷰를 하더군요. 보고 하도 충격을 받아서(...) 해당 페이지를 풀로 붙여 놓을까 고민했습니다. 하하하. 그런 건 질색이거든요.



 
빅토리카의 의상은 이정도만 나옵니다. 중요 의상만 나온다 보시면 될텐데 이정도만으로도 저는 만족했습니다.



 
이게 그 성우 인터뷰. 이런 짓 좀 하지마라..OTL



 

어제 적었으면 두 권이었을텐데, 오늘 적으면서 한 권이 늘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한 권을 마저 끝냈거든요. 독서 속도가 빠른 것은 읽은 책 세 권 모두 일본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는 꼼꼼히 읽지 않고 마구 속도를 내서 봅니다. 취향에 맞지 않을 때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데 이번이 정말 그랬습니다. 한 권은 그나마 재미있어서 읽는 속도가 빨랐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우울모드로 빠지는 함정이 나타나서 실패작이 되었고 나머지 두 권은 읽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책들이었습니다.

읽고 나서 이게 뭐냐 싶었던 책, 『우울한 해즈빈』. 해즈빈은 이름이 아니라 has been을 말하는 겁니다. 소설 중간에 언급되더군요.
읽고 난 느낌은 심히 안 좋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공감할 수도 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결혼하면서 퇴사해 집에 있는 주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데 그 사람의 심리가 이해되면서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한국이고 일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상당히 공감이 갔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네요. 엘리트 코스를 밟아 탄탄대로를 탔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으로 입사했으면서 점점 밀립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밀리고 밀리다 못해 결혼이라는 차를 잡아 타지요. 그래도 몇 년이고 옆에서 결혼하자고 했던 남자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집에 들어 앉아서 '왜 그러고 사나' 싶은 생활로 들어갑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겁니다. 나름의 문제가 있긴 한데 그건 주인공의 주변 환경에서 온다기 보다는 본인의 문제였으니까요. 그게 회사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고 보고요.
여튼 비슷한 분위기를 그린 소설이라면 차라리 다나베 세이코의 『아주 사적인 시간』이 더 읽기 편했습니다. 여기서는 주인공이 틀을 깨부수고 나와 다시 서는 걸로 끝맺음을 하니까요. 『우울한 해즈빈』은 깨닫고 다시 서려는 데서 딱 끝을 맺습니다. 제게는 미적지근한, 그리고 안 좋은 부분만 슥슥 긁어대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한줄 요약. 이 책이랑은 파장이 안 맞았어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그래도 꽤 많이 보았는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립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중에서 好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키친』, 『도마뱀』(지금 다시 읽으면 달라질지도..), 『왕국 3』,『데이지의 일생』 정도입니다. 이 중 집에 있는 책은 『키친』과 『왕국 3』이군요. 『왕국』은 다 가지고 있지만 1-2권은 다시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방출할까 합니다 G가 좋다고 해서 사긴 했는데 정작 본인도 별로 마음에 안든다고 하니까요.
여튼 기억나는 중에서는 대강 그런데, 이번의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읽고는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막판의 몇 십장은 그냥 훌훌 넘기면서 훑어봤습니다. 제대로 읽고 싶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도 자기복제(자기표절)이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설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무언가를 잃어버린 나와 가족 혹은 가까운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극복하면서 소설이 마무리 됩니다. 그 과정은 불륜이나 근친상간이나 그와 유사한 관계로 이어지고요. 막판 전개를 보고는 정말 .... (먼산)
원래는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G가 이 소설을 보고 시모키타자와에 가고 싶다길래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시모키타자와를 가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보겠지만, 그리고 다시 가고 싶다 생각하겠지만 전 가본적이 없어서 그냥 맨숭맨숭하게 읽었습니다. 그보다는 소설 속에서 잠깐 등장하는 야나카쪽이 끌리더군요. 이건 제가 야나카를 가봐서 더 그럴겁니다.-ㅁ-/
시모키타자와를 가본 적이 있고 거길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실만합니다. 배경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졌으니까요. 단, 주인공의 연애행보를 보고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던 고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연애라인에 불만이 많으시다면 안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머지 한 권은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입니다. 이전에 나온 『퍼펙트 블루』와 이어지는 이야기지요. 『퍼펙트 블루』에는 은퇴한 경찰견 마사가 등장합니다. 사실 이름이 마사라서 마사 스튜어트를 연상했고, 그래서 암컷이라 생각했는데 수컷이더군요.ㄱ- 왜 암컷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건지..;
가볍게 읽을만한 이야기지만 막판에 휙 돌았습니다. 그 전까지 재미있게 잘 보았는데 막판에 사람을 우울의 함정으로 몰아가더군요. 제목보고 홀랑 반하셨을 빙고님, 조심하세요. 막판 함정은 저보다 빙고님께 더 강력하게 작용할겁니다.-_-a 특히 마지막 사건이 어제 G가 언급한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되어서 말입니다. G에게 그 이야기까지 들었더니 찜짐함이 배가 되는군요.(먼산)


그리하여 요 며칠 사이에 읽은 세 권에서 연속 지뢰를 밟는 바람에 기분이 우울합니다. 흑. 게다가 그 직전에 본 게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사라진 소녀들』 뒷부분(전편을 안 보고 결말만 확인)이라, 기분이 더 안 좋네요. 아무래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마플 이모님께 위로를 받아야겠어요.


아사히나 아스카. 『우울한 해즈빈』, 오유리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9000원
요시모토 바나나. 『안녕 시모기타자와』,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1, 12000원
미야베 미유키.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오근영 옮김. 살림, 2011, 12000원

0. 퇴마록, 중학교 3학년 때 친구가 강력 추천해서 읽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읽었다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왜냐면 그걸 추천한 친구가 3학년 때 만난 친구니, 아마 이건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나봅니다. .. 아니, 근데 저도 기억이 헷갈리네요. 일단 아래의 상황을 떠올리면 중3 말에서 고등학교 초쯤에 읽은 것 같습니다.;

1. 친구의 추천으로 책방에서 빌려다 읽었던가,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가 했는데 보고 나서 그날밤 가위에 눌렸습니다. 1권 맨 마지막 편이, 부모님 안계신 틈을 타서 하이텔에서 채팅하다가 괴물(...)을 만나는 이야기였는데 그 편을 읽고 나서 그 괴물이 방에 들어오는 내용으로 악몽을 꾸었거든요. 그게 그대로 가위눌림으로 이어진 겁니다. 공포였어요.T-T
지금 다시 읽으면 웃으며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보고 싶지 않은 건 않은거고, 사실 퇴마록을 다시 읽기 싫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저는 성폭행과 강간이 소재인 이야기가 정말로 싫습니다. 제가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읽기를 포기한 것도 딱 그 대목에서였고, 해당 내용이 들어간 소설은 보고 나서 굉장히 기분이 더럽습니다. 근데 퇴마록 국내편의 상당수는 그런 지뢰가 들어 있습니다. 월향의 배경은 덜하지만 제일 기분나빠하는 것이 측백나무 산장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


2. G랑 이야기하다가.

K: 난 그래서 퇴마록이 싫어. 개정판 살 생각이 안 드는 것도 그 때문이야.
G: 그건 그래. 그래서 난 세계편이 좋아.
K: 응, 나도 세계편은 좋아. 아서왕 이야기야 그렇다 쳐도..₁
G: 퇴마록 이야기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K: 아, 그거! 그건 나도 좋아해. 결말부가 재미있었지.
G: 그것 말고는 측백나무. 그 왜, 흡혈 이야기 말야.
K: ... 님, 잘못 고른 것 아님?  측백나무는 흡혈 이야기가 아니라 그, 빙의랑 강간...
G: 어?
K: 그 왜, 산장에서 대규모로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여자 둘에 남자 몇이더라? 여자들에게는 강간 흔적이 있고. 근데 남자 하나만 폭행 흔적에 반항 흔적이 있던.
G: 아, 맞다!
K: 산장 안에 악령이 있어서 그 등산부 학생들 몸에 들어가서...
G: 맞다 맞다. 그럼 흡혈은 뭐지?
K: 흑장미 아니었나? 


 
읽으시는 분 중 퇴마록 국내편에 등장하는 흡혈 이야기가 어떤 건지 기억하시는 분은 댓글을..(쿨럭쿨럭) 세계편은 『왈라키아의 밤』이었을거예요. 드라큘라 백작 한 번 멋지게 나오시고..-_-;;
흡혈이라고 하니 하지은씨의 『얼음나무 숲』도 흡혈 비슷했지요. 『얼음나무 숲』은 한국 판타지 소설을 추천하라면 당당히 추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내용이라..-ㅁ-;


3. 그런 이유로 퇴마록 국내편의 구입은 막을(미룰) 수 있었지만 세계편은 장담 못합니다. 그건 저나 G나 누구 한 사람이 할까? 그러면 못 막고 홀랑 넘어갈 것 같아요.



 ₁퇴마록의 아서왕 이야기도 좀 이상했지만, Fate/Stay Night에 비하면 그정도의 아서왕 전설 비틀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최악)의 아서왕 이야기는 『아발론의 안개』. 이건 아마 사노님 취향에 맞을듯..?;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를 보고 나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그 전에 출간된 소설 『저택섬』을 주문한다 해놓고는, 월별 교보 구입 제한 금액을 넘기는 바람에 8월 되어서야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바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주문했다 생각했는데 정작 받아보니 책이 빠져 있더군요.; 구입 금액 맞추면서 책을 뺐던 모양입니다.

그래놓고 몇 주 되지 않아 바로 신간이 나왔네요.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 고양이가 소재라니 홀랑 넘어갑니다. 벼르고 있다가 이것도 바로 주문해서 지난 주말에 맛있게 읽었습니다. (그 뒤에 역접이 들어갑니다;)


『저택섬』은 배경이 현대가 아닙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현재가 아닙니다. 스마트폰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 때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연히 핸드폰이란 것도 없고요. 그런 때에 섬에 들어갔다가 폭풍우로 갇힙니다. 그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는데, 마침 그 안에 탐정과 형사가 있었단 말입니다. 원래는 다른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저택에 초대받은 것이었는데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풉니다.

대부분의 형사+탐정물이 그렇듯이 탐정이 조금 더 똑똑합니다. 사건 발생 → 미해결 → 사건 발생 → 둘다 해결이라는 점에서 『저택섬』이나 『완전범죄 고양이』나 구조는 비슷합니다. 탐정과 형사가 함께 뛴다는 것도 비슷하고요. 트릭의 구조 혹은 실마리가 '***'이라는 점도 유사합니다. 하지만 양쪽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개그에 가깝게 웃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저택섬』이 조금 더 진지하게 느껴지는 것은 등장인물 때문에 그럴겁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전 『완전범죄 고양이』에 등장하는 탐정은 취향이 아니었습니다.OTL 전 이런 사람이 싫어요. 어흑.;ㅂ; 능력이 없는 건 아닌데, 사람이 가벼워 보이고 좀 무능력해보이는 타입의 탐정이거든요. 그래서 앞의 100쪽 남짓은 휙휙 넘겨가며 보는 바람에 20분도 안되어 독파했습니다. 책 자체가 두껍지만 분량이 많지 않아서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만에 볼 수 있긴 했지요. 그래도 탐정이 엉뚱한 짓 벌이는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아 휙 뛰어 넘었습니다.
그랬는데, 뒷부분의 해결부분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탐정 할만하더라고요. 이런 능력이 있으면 진작에 좀 발휘해보지! 하기야 그 전의 이런 저런 작은 사고로 수집한 정보가 해결의 밑바탕이 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ㅂ;

트릭만 두고보자면 『저택섬』이 조금 더 마음에 듭니다. 스케일이 크거든요. 유명 건축가가 만든 집이라는 점에서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과도 비슷한데 스케일이 다릅니다.; 트릭을 보시면 아실거예요. 미처 생각도 못한, 상상을 초월한 트릭이란 말이죠.'ㅂ';
생각도 못했다는 점에서는 『완전범죄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끝까지 읽고 나면 완전범죄에 고양이가 몇 마리나 필요한지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 범죄에 필요한 고양이가 몇 마리 였는지 셀 수 있습니다. 그게 또 재미라니까요.


가볍고 유쾌하게 보기에 좋은 추리소설입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이 『수수께끼』포함해서 딱 세 권만 나와 있다는게 아쉽네요.




덧붙임.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범죄 고양이』를 보고 나서 도쿄여행에 대한 충동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링크)

덧붙임 2.
『저택섬』은 티이타님께 추천. 왜냐하면..(이하생략)


히가시가와 도쿠야. 『저택섬』. 권일영 옮김, 폴라북스, 2011, 13000원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 권일영 옮김, 폴라북스, 2011, 13500원.

최근에는 책 리뷰를 안 올렸네요. 무엇보다 책 읽고 나서 바로바로 쓰지 않으니 홀랑 잊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복기-다시 읽는 책이 더 많다보니 리뷰 쓸 책이 많지 않기도 하고요.
요즘 읽은 책이 뭐 있던가 생각했더니 떠오르는 것이 딱 세 권 있습니다. 일단 두 권은 묶어 올리고 다른 책부터 적어보지요.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삽화집』3권은 이달에 나왔습니다. 9월 발매 신간에 나온 건 알았지만 추석 지나고 나오지 않을까 싶어 일부러 늦게 가서 사오고는 지난 주말에 홀랑 다 읽었습니다. 1-2권과 마찬가지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랑 본편의 뒷 이야기를 다루고 있네요. 개그 분위기가 강한 우마왕편은 소재가 된 것이 '파도소리'라서 다른 책하고 또 겹쳐졌네요.-ㅁ-a

생협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에덴으로 오라』라는 책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절판되었을거라 생각하는데 한국에는 이 책말고도 더 나왔습니다. 『오늘도 파워업』말입니다. 『드래곤플라이』였나, 『에덴으로 오라』의 극중극인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미완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기억하고요. 『에덴~』도 한국에서 4권까지 나왔는데 일본에서도 완결되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그 분위기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남자 그여자』의 몇몇 컷이 조금 닮은 것 같기도..^^;
『에덴으로 오라』에서 이 「파도소리」가 잠깐 등장합니다. '모닥불을 넘어서 내게 와'라고 외치는 장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네요. 아.. 꼬꼬맹이들이 그러고 있는 걸 보면 왠지 쓴웃음+썩은웃음이 입가에 감돌뿐이고...

그렇다보니 우마왕편은 상당히 감회가 깊었습니다. 하하하.;

문학소녀 견습생 시리즈는 1권만 간신히 읽고 2권은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 오미가 코노하랑 어떻게 매듭(?)을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8권 마지막 부분하고 연결되려면 거기서 이야기가 확 튀면 안될텐데, 일단 견습생 시리즈 완결편인 3권이 나와야 2권도 볼 수 있거든요. 1권 읽고 나서 속이 휙 뒤집어진 덕에 2권은 봉인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원서로 볼 생각은 없고요.
문학소녀는 책장 수납 능력 문제도 그렇고, 외전 이야기중 딱 이거다 싶은 이야기가 없기도 해서 외전 완결까지 나오면 본편만 보관하고 외전은 전부 처분하려고 합니다. 외전만 해도 이미 7권이나 되니 보관하기가 어렵거든요.ㄱ-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구입한 라이트노벨은 거의가 방출되었지요. 문학소녀도 외전은 예외가 아닐 겁니다.(아마도)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이 책의 맨 마지막 단편은 커플염장입니다. 솔로부대원들은 보실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T-T 그래도 그 커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조금 위안이 되었네요. 흑흑흑.;


(내용면에서-_-) 이 책과 반대 방향에 있는 것이 모리 카오루의 『신부이야기』3권입니다. 아무리 봐도 이번권은 특정 인물(옷걸이)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봅니다. 책 대사를 보지 않고 훌훌 넘기다보면 그 인물에 대한 작가의 집중도가 확 느껴지거든요. 이런 표현을 쓰는 건 내키지 않는데, 작가가 그 캐릭터를 '전면적으로 훑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그러니 스토리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다만 저는 이런 내용은 질색하는지라, 아무리 이게 역사적 사실이고 전통이었다고 해도 취향에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런 의미에서 『신부이야기』도 완결이 날 때까지는 봉인입니다. 『나츠메우인장』, 『씨엘』도 같은 상황이네요. 모리 카오루의 전작인 『엠마』도 그런 이유에서 완결날 때까지 참았다가 한 번에 구입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만 『나츠메』나 『씨엘』은 결말이 날 때까지 미구입이고 『신부이야기』는 구입은 하되 읽지는 않을 겁니다. 앞의 두 권은 완결을 확인하고 구입할 예정이지만 『신부이야기』는 그림구경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하하;
(하지만 아마도 책을 나누게 되면 모리 카오루 책은 G한테 들고가라고 할듯..;...)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사랑하는 삽화집 3』, 김예진 옮김. 학산문화사, 2011, 6800원
모리 카오루. 『신부이야기 3』,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2011,  6000원.

『해결사』부터.
이 책은 읽은지 한참 되었습니다. 올 초에, G가 사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었거든요. 그 때 마침 또 읽을 책이 없어 투덜대다가 G의 방에서 들고 나와 심드렁하게 읽고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마지막의 그 부분을 읽을 때, "아...."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더군요. 아쉬웠던 건 책이 파본이라 중간에 20-30쪽 정도를 못 봤습니다.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지만 그건 아쉬웠어요.
교보문고의 책 소개를 읽으면 왠지 이거 러브 스릴러 같은데, 전혀 아닙니다.; 음, 알기 쉽게 돌려서 표현하자면, 원빈이 전당포 주인이 아니라 정비소 정비공으로 일하면서 경치좋은 호숫가의 집에서 애인이랑 살다가, 애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곳의 원빈이 아니라 『아저씨』의 원빈입니다. 물론 『해결사』의 주인공은 공무원은 아니었고 그저 서바이벌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일뿐입니다. 다만 그런 경험 때문에 사람이 조심스럽고 과묵할 따름이지요. 애인이 죽은 뒤 옛 동료들이 찾아와서 다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뭔가 껄끄럽게 여겼던 그 부분이 마지막에 휙 풀리는 걸 보고 으헉했습니다. 전체적인 전개를 봐서는 그리 이상하게 생각할 부분은 아닌데, 보는 순간 수긍이 되더군요.
하드보일드의 느낌이 강한-하지만 주인공이 차도남이 아니라, 남에겐 차갑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무뚝뚝한 남자입니다. 정말 그렇다니까요.-ㅁ-/


샤바케는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해 어제 끝을 냈습니다. 엄청나게 속도를 내면서 중간중간 해석 안되는 부분은 싹 뛰어 넘었습니다. 넵. 그래서 큰 줄기만 압니다.;
지금까지는 샤바케 번역서만 봤는데 이번엔 하도 궁금해서 원서로 읽었지요. 5권은 통째로 한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역시 트러블메이커인 도련님은 여전히 일에 휘말리는군요. 그것도 그 허약체질에, 그 며칠 사이에 그렇게 휘말리니.. 한 달간 드러누워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뒤에 먹은 영약들을 생각하면 그 허약체질에 영약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는지 걱정될 따름이군요. 보통 사람들, 아니 보통 무협지의 주인공들이 먹는 영물들 수준으로 먹어제끼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환골탈태하여 온몸의 기혈이 열리고..(이하생략)

하지만 샤바케를 보면서 미친듯이 웃고 있었던 건 그 때문이 아닙니다.
도련님이 하는 대사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

まずいよ, どいしよ .

으아아아악! (데굴데굴데굴)

다행히 あまりだよ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것까지 있었다면 정말 마도카와 싱크로 100%를 달성했을겁니다.


이전에 샤바케 읽었을 때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 권도 그렇고, 지금 읽고 있는 여섯 번째 책도 도련님의 고민이 굉장히 많더군요. 생각도 많고 어떻게 할지 끙끙대는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주인공인 이상 사건에 계속 휘말릴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대단한 외할머니를 둔 덕에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기도 하고 고생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도대체 도련님은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하는 건지. 과연 무사히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긴 합니다. 하하하...;


이이지마 나미의 라이프는 3권이 마지막권인가봅니다. 맨 뒤에 편집자의 글도 실려 있었거든요. 이것으로 일단 시리즈는 마무리 한다고 말입니다. 이번에는 책에 가다랭이포(가츠오부시) 작은 포장이 같이 들어 있어서 웃었습니다. 지난번의 맛선생보다는 이쪽이 집에서 쓰기 좋겠더라고요. 양은 적지만 한 번쯤 간단히 쓰면 되는 거고...

일단 티이타님은 필수 구입! 왜냐면, 이틀에 걸쳐 만드는 비프스튜가 나오기 때문입니다.+ㅅ+ 이번엔 가츠동, 가츠니, 오야코동(닭고기달걀덮밥) 등이 나오더군요. 거기에 맨 뒤에는 1권, 2권에 실린 음식 조리법 목차도 같이 실려 있어서 찾아보기 편합니다. 이번 책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하여 몇 가지는 조만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특히 비프스튜는 말이죠.


티이타님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 간단히 소개하자면; 쇠고기는 덩어리채 양파 썬 것 등을 넣고 은근은근 끓입니다. 거기에 양파를 오래 볶아서 갈색으로 만든 다음 거기에 버터와 밀가루를 넣어 브라운 루를 만듭니다. 그걸 쇠고기 끓인 것에 넣어 끓입니다. 이게 첫날 분량이네요. 둘째 날에는 놔두었던 쇠고기 국물에 다른 채소를 넣고 다시 끓입니다.
브라운 루를 넣어 스튜를 걸죽하게 만드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따로 양파랑 볶아서 맛을 내네요.+ㅠ+
혹시 안 보신 분 있으시다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ㅁ-;
왜냐면 27권을 읽고 났더니 앞 권이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티이타님 이글루에서 『강철의 연금술사』 완결권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완결난 것을 알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으니 듣고는 덥석 구입했지요. 그대로 27권에서 마무리 되어 다행입니다. 같이 사들고 온 『원피스』는 이제 1부 끝 2부 시작인데 62권.(...) 여튼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 궁금해서 27권만 달랑 사들고 왔습니다. 참고로 저는 7권쯤 나왔을 때인가, G가 빌려와서 보긴 했는데 기본 얼개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 으하하.;ㅂ;

앞 이야기를 전혀 모르고 어떻게 돌아가는 이야기인지 감은 안와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별 문제가 없더라고요. 앞에서 던져 놓았던 여러 이야기들을 다 수습했는지는 제가 앞을 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고... 27권 단권만 놓고 봤을 때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알의 이야기, 에드의 이야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앞으로 조금 더 외전이 나오면 어떨까 싶은데 지금 다른 작품 새 연재에 들어갔지요. 농고 이야기. ... 솔직히 말하면 이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고로 외전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새 작품 단행본이 나오면 까맣게 잊어버릴거예요. 허허허.;

에드가 드디어 **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과연. 그렇군요. 거기에 또 마지막에 어퍼컷을 날리는 바람에...^-T 아니, 등가교환의 법칙을 그런데 쓰면 어쩌자는 거냐! 하지만 과연 대답하는 쪽도 대단하군요. 훗훗훗.


G의 반응은 아직 못 들었는데 뭐라 하려나. 다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보관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과연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요.


아라카와 히로무. ”강철의 연금술사 27』,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1, 4200원

요도가와 컨베이어벨트 걸. 취미 안 맞음. 하지만 마스터님은 잘 보실 듯.. 그러고 보니 오늘 본 책은 거의가 다 마스터님 취향?;
저랑 안 맞은 이유는 동갑내기 16세인데 서로 극과 극에 가까운 상황에 놓인 두 여자아이들 이야기라는 점. 저 그런 이야기 안 좋아합니다. 『꽃보다남자』가 떠오르기도 하는 설정도 있어서 말이죠. 게다가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고 하는 건 취향에 안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여고생들의 일상(?)과 , 밀고 당기는 사이에 가까워지는 상황 묘사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실만한 듯.

『영혼』은 역시 취향에 안 맞습니다.OTL 이가라시 다이스케는 『리틀 포레스트』까지가 한계네요. 그 이후의 작품은 제게는 어렵습니다. 내용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감성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영향을 받았다는 『충사』까지는 그래도 읽을 수 있는데 모모씨라든지 이모씨라든지 이모씨2의 작품은 보고 있자면 그 괴이에 도저히 적응을 못하겠다니까요. 은근히 비위약하고 무서운 것 못보는 성격이 이런데서 나옵니다.; 하지만 그 상상력만큼은 정말 엄청나군요. 좋아하진 않지만 존경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아버지』는 나온지는 한참 되었는데 이제야 보았습니다. 명불허전. 피네간의 경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경야에 일어난 아들래미의 심적변화가 꽤 재미있습니다. 그 하룻밤 사이에 멀게 느껴지던 아버지가 순식간에 옆에 있는 사람으로 다가온다는게 또 재미있더군요. 돗토리에 한 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표지를 보고는 맨 나중에 읽어야 겠다고 빼두었던 『짝사랑 일기 소녀』.
아. 역시 치유계입니다.T-T 맨 마지막으로 돌리길 잘했네요. 보고 있는 동안 마음이 화사(...)해지면서 웃게 됩니다. 뒹굴뒹굴 굴러다니며 웃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그런데 이런 느낌의 유머를 어디서 많이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어디서 봤더라. 아, 어쩌면 아소 미코토와 닮게 느껴져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다 보고 나서 안 보려고 빼두었던 『K(케이)』에 손이 갔는데.. 데...(먼산)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군요. 짧은 단편 하나하나가 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특히 마지막 단편에 용이 내려오는 부분은 허걱했습니다. 주인공인 케이가 항상 죽음을 각오하고 움직인다 하지만 그래도 가슴이 내려앉더군요.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긴 뒤의 마지막 멘트는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림은 다니구치 지로, 글은 도사키 지로라는데 굉장히 호흡이 잘 맞습니다. 한 명 한 명에 대한 이미지가 확 와닿네요.
등산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100% 감정이입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읽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카무라 아스미코. 『짝사랑 일기 소녀』, 최윤정 옮김. 시리얼, 2011
다니구치 지로. 『아버지』, 신준용 옮김. 애니북스, 2005
도사키 시로, 다니구치 지로. 『K(케이)』,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0
무라카미 카츠라. 『요도가와 컨베이어벨트 걸 1』, 한나리 옮김. 미우, 2011
이가라시 다이스케. 『영혼』, 김완 옮김. 애니북스, 2008

표지 삽화보고는 뜨악했다가 작가 확인하고 기겁했다가 출판사 보고 갸우뚱했던 책입니다. G가 빌려왔는데 왜 이런 이상한 표지(...)의 책을 빌려왔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니 근데 삽화도 그렇고, 책 만듦새는 그닥 취향이 아닙니다.(삽화 그리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아마 작가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집어들지 않았을 겁니다. 거기에다 이타카에서 나온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 괜찮을까 고민하며 집었지요. 로크미디어였다면 이전에 읽어본 책이 있으니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을테고요.


내용도 솔직히 말하면 취향이 아닙니다. 하지은씨의 책은 읽고 나면 헛헛하거나, 좌절하거나, 혹은 동결건조되거나의 반응을 보입니다.
글을 너무 잘 써서 읽다가 지나치게 감정 이입되어 좌절하거나-『얼음나무의 숲』- 결말을 미리 확인하고 나서 봤음에도 결말이 아니라 에필로그를 보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결말에 헛헛해하거나-『모래선혈』- 읽고 나서 바삭하게 마르긴 했으나 그게 열풍 건조가 아니라 차갑게 가라앉아 버리는 동결 건조된 마음만 남거나-위의 두 작품 다 해당-합니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한 줄 요약하면 잘 읽히고 흡입력 좋지만 읽고 나면 허무해요.(먼산)

그런 공식(?)에서 벗어난 것은 『꿈을 걷다』2009판에 실린 「앵무새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다」뿐입니다.; 그건 유쾌했지요, 참으로. 하지만 같은 책에 있는 모 소설이 무서워서 구입을 못했습니다.
이 책은 어느 쪽이냐 하면 헛헛한 쪽입니다. 굉장히 슬프고 침울하고, 그러면서 아주 약간의 밝은 빛과 상당한 어둠을 남겨 놓았습니다.

보이드 씨의 저택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그 분위기에서는 『너를 위한 이야기』나 『새장관의 오늘도 졸린 주민들』이 떠오릅니다. 특히 새장관~하고 느낌이 닮았다고 여긴건 이게 어느 저택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다만 여운을 남기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언급한 두 종의 라이트노벨이 가볍게 넘어간다 하면 이쪽은 훨씬 묵직하고 현실감 있습니다. 특히 야반도주 남녀의 종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아련하게 남을 수 밖에 없네요. 그 민폐녀 참..-_-+ 이야기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캐릭터입니다.

내용 소개를 안 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CLAMP의 『xxxHilic』과 닮았습니다. 이 힌트라면 충분히 내용폭로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주인공은 전혀, 절대, 안 닮았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아니, 외려 걱정을 해야할판인가요.





그러고 보니 안 풀린 문제점이 몇 가지 남았네요. 과연 그 소녀의 정체가 무엇인지-다시 읽어보면 보일지도 모르지만 용기가 안납니다-, 왜 맨 마지막의 그녀는 빨강머리인지 말입니다. 빨강머리 건은 혹시 염색이 덜 풀린건가 싶기도 하지만 모르겠네요. 참, 보이드씨가 누군지는 대강 짐작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군요.


하지은.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이타카, 2010, 9500원

간만에 독서신이 오셨는지 자기 전까지 해서 주룩 다 읽어 내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출근시간 동안에 책 한 권을 더 보았으니, 그 책에 대한 감상은 별도로 작성하도록 하지요.


언더그라운드의 후속작인 이 책은 열림원에서 나온 책에는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다시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도서관에 책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있긴 하지만 도서관 방문했을 때 자리에 있어야..-ㅁ-;
『언더그라운드』의 후속작인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집니다. 앞부분은 옴진리교의 옛신자들과 신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고 뒷부분에는 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씨와의 대담이 실려 있습니다. 하야오씨와의 대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고 찾아보니 그렇습니다. 2004년에 출간된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에서도 만났군요. 시기상으로는 『약속된 장소에서』가 먼저고(90년대 후반) 『하루키, 하야오~』는 그 뒤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 책에서는 가와이 하야오씨에 대해 심리학자라고만 하고 있는데 저 책에서는 '문화청 장관'이라고 하고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하루키, 하야오~』를 맨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이 하야오가 저 하야오인 줄 알았습니다. 딱히 주석을 달지 않아도 알아들으실 분들 많으실걸로 알고 넘어갑니다.(...)


여튼 대담 부분의 인상은 꽤 강했습니다. 알아듣기 어렵다는(그만큼 제 지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었어요. 앞부분을 다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있으니 일단 앞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사린 사건의 피해자들에 비해 옴진리교 신자들에 대한 인터뷰는 적습니다. 모든 신자들을 인터뷰할 수는 없을 것이고, 접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린 사건 외 여러 테러 사건 이후 옴진리교는 배척의 대상이 되었으니까요. 인터뷰 속에 등장한 이런 저런 교리를 보면 그다지 공감이 가진 않는데, 이런 것에 홀딱 빠진 사람도 있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저라면 차라리 인도에 가서 진짜 구루 아래서 수행하는 쪽을 추천(?)합니다만. 아니면 머리깎고 출가하는 것이 낫겠다 싶은 정도고요. 수행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기독교를 추천하기는 미묘하죠. 뭐, 『우천염천』에도 나왔던 그리스 산골짝 수도원이라면 모를까.
이 인터뷰에 등장한 사람들은 사린가스 등의 테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대체적으로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생각도 못했다, 지금도 확신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답하더군요. 사고가 완전히 일어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참 ..;
나사가 빠져 있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데, 인터뷰어들은 '이 세상'에서는 살기 쉽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대담에도 나오는 것처럼 이런 사람들도 사회 속에서 평범하게, 혹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게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까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마음 쉴 수 있었던 곳은 옴진리교라는 종교였지요. 그리고 그런 선택 때문에 이 사람들은 '이 세상'에 발 붙일 곳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교세가 커진 뒤로는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특히 옴진리교 내부에서 출세하려면 도쿄대 출신이거나 미녀거나 해야한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는 사회와 다를게 뭔가요.(먼산)

한국은 어떨까 하면... 대개 저런 사람들은 교회에서 끌어 안는 것 같더군요. 확신은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래요. 불교나 기타 종교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교회 편(?)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1권을 보고 궁금했던 옴진리교 내부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아직 궁금증이 다 풀린 건 아니고요. 하지만 다 찾아보기에는 일부러 알 필요가 있는 지식도 아닌 것 같고. 아마 옴진리교에 대한 이야기는 마쓰모토 사린 사건이나 관련 사고들을 더 찾아보는 정도에서 멈추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몬주 사건(-_-)이 커지면 그 때 다시 들여다 보게 될지도 모르지요. 하하하하하.;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OTL



무라카미 하루키. 『약속된 장소에서 - 언더그라운드2』,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2010



덧붙임.
교주 이름이 아사하라 쇼코라고 해서 1권 읽는 내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본명은 따로 있고 남자입니다.; 하기야 여자였다면 도쿄대 출신이거나 미청년이거나... 겠지.OTL
이런 심각한 재앙이 일어났을 때 조직적으로 신속하고 효율성 있게 대응하는 시스템이 일본에는 없습니다.


p.350, 신슈대학 의학부장 야나기사와 노부오와의 인터뷰 제목.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두 번째지요. 아니, 세 번째인지도 모르지만, 여튼 처음 읽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1998년에 열림원에서 나온 버전으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역자는 양억관씨였는데 재번역인지 아니면 재출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에 나온 판은 1-2권으로 나눠 나왔더군요. 2권은 아직 손대지 않았고 1권은 한참 읽는 중입니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서글프기도 하네요. 게다가 읽기 시작한 것이 5월이었는데 한참 도호쿠 대지진에 원전 사태 이야기가 나오던 때라 겹쳐 보이더군요.

옴진리교라는 종교가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종교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순화했음) 그런 종교에 몰두하는 사람이나, 이상한 쪽으로 나가는 사람을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등장하는 옴진리교 관계자-사린가스테러의 실행자들을 보면 이런 사람들이 왜 그런가 싶더군요. 초 엘리트들이 여럿 있었으니 말입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서울대 의대 출신이라든지,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이라든지. 그런 사람들이 옴진리교의 신자였고 그 사건의 실행자-테러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해가 안되는 건 일본 정부입니다. 아놔. 고베 대지진 때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데, 고베 대지진과 같은 해에 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고베 대지진이 1월에 있었고 이건 그 해 3월에 있었지요. 마쓰모토시 사린살포 사건₁은 그 전해 있었던 모양인데 이 사건과 관련해 1월쯤 옴진리교 본부를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고베 대지진으로 일정이 밀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3월에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테러가 일어났고요. 일본경찰(정부)의 대처가 조금 빨랐다면 이 사건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 때의 대응 상황을 보면 참 .... (먼산)
사린사건이 일어난 것은 95년 3월 20일이고, 이 인터뷰는 96년 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것은 사린 사건 발생 시점부터 따지면 거의 16년입니다. 그 16년 동안 대처 방식은 전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기시감에 데자뷰가 팍팍 느껴집니다. 아, 이 대처, 이 상황, 어디서 많이 봤다.-_-;;


사실 맨 위의 인용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한국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서해 원유 유출 사건을 떠올려봅시다. 이것도 서해 주민들에게는 아주 지독한 재앙이었지요. 지금도 삼별은 책임회피하고 있지만-저는 삼별에 책임이 있고 그에 대해 보상을 해아한다고 생각합니다-그 사건을 해결한 것은 '국민'이었지요. 전국에서 구름떼처럼 몰려든 자원봉사자들. 그 사람들이 일일이 해안을 닦아서 깨끗하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국가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이런 사태에 대한 어떤 매뉴얼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요. 그저 달려가서 도왔을 뿐입니다. 음, 이번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봐도 그런 기질적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막무가내로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여 과정이나 결재라인이나 적합성은 뒤로 제쳐두고 일단 실행하는 그 실행력 말입니다.; 한국인은 잘 잊기도 하고 다혈질적이기도 하지만 그게 사건이 터졌을 때는 행동력으로 발휘됩니다. 하지만 안전제일주의인 일본 사람들에게는 사건이 터지면 일단 뭔지 한참 의논하고 위에 물어보고 라인에 문제 없나 확인하고 그걸 다 맞춘 다음에 움직입니다. 그렇다보니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대처가 늦을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국민들은 그걸 감내합니다. 한국에서라면 당장에 들고 일어날 정도로 느린데도 말입니다.

JL123편이었나. 정비불량으로 산중에 추락한 그 비행기 말입니다. 사망자가 다수 나온 이유가 '사람들이 다 죽었을 거다'라고 생각하여 그날 당장 구조하러 가지 않았던 JAL과 자위대와 기타 기관들의 늦장대처 때문이었다던가요. 떨어지고 나서는 대책 위원회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탁상공론을 펼치고 있었다는군요.
이 추락사고에 대해 들었을 때 아시아나의 첫 사고-라고 기억합니다-였던 김해 추락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산 중턱에 떨어진 비행기, 그리고 생존자중 일부가 마을까지 내려왔고, 마을 사람들이 올라가 단체로 구조 활동을 벌였지요. 그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JL쪽은 완전 산간이었고, 한국의 산간지방하고는 또 아주 많이 차이나기도 하지만...(먼산)

하여간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잡다한 생각들이 더 떠오르더랍니다. 2권은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언더 그라운드 1』,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10.


덧붙임.
주석 ₁을 달아놓고 나중에 안 적었네요.OTL
마쓰모토 사린 사건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는 간략하게만 다루고 있습니다. 옴진리교는 이전에도 사린 관련한 사건을 여럿 일으켰는데 이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하철 사린 사건 전에 일어났으며, 나가노현 마쓰모토 시에다 사린 가스를 살포한 사건입니다. 아예 도심지에다가 가스를 풀었는데, 옴진리교가 했다는 심증만 있고 물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 전해-그러니까 94년에 일어난 사건인가보네요. 여기서도 사망자가 7명 나왔습니다. 여기서 제대로 증거를 확보하고 돌입(?)했더라면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사건은 없었을테고, 그리고 만약 거기서 대처를 더 제대로 하고 그 때 매뉴얼이 좀 작성되었더라면 지하철 사린 가스 사건에 대한 초기 대응이 조금 더 빠르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목에 집사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조금 고민하다가 1권만 집어 들었던 책. 다 읽고 나서는 2권도 사올 걸 그랬다고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지갑이 참으로 빈약했기 때문에(지금도 마찬가지지만) 2권까지 집어들고 올 여유가 없었지요. 하루 간식을 조금 줄이면 책 살 돈이 늘어날텐데 말입니다. 그러니 다시 간식자가제조의시기로 돌입해야겠네요.

책 뒷면의 소개는 아주 간략합니다.
동료들에게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주인인 엘미나(女)도 만족하는 능력 있는 집사 마르크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 있습니다. 원래 능력 있는 집사가 아니라 능력있는 암살자였거늘, 암살에 실패하고 백지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바람에 죽을 때까지 부려먹힐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게 실제 내용의 절반입니다.-ㅁ- 아주 충실하게-약간은 과장을 더해서 요약을 잘 했더라고요. 집사 환타지라고 하는데 그럭저럭 맞습니다. 지금까지 집사 환타지라고 하면 한국에서 나온 『집사 그레이스』가 전부였는데 조금은 방향이 다릅니다.'ㅂ' 이쪽이 훨씬 가볍고 경쾌하군요.(당연하지)

마르크의 성이 마르두크라는데서 잠시 웃고.... (E2)
2권 구입을 해올 걸 그랬다고 후회는 했지만 역자 후기를 보고는 다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현재 일본에서 10권까지 나왔다네요? 이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끌고 나갈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현재 나타난 보스로는 도저히 이야기가 안 될 것이니 또 다른 흑막이 2-3개(..) 나타났을 것이 빤히 보이기도 하고요. 마르크가 보이는 집사로서의 능력이, 그리고 집을 꾸려나가는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는지라 10권이나 되는 이야기를 다 보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잖아요.ㄱ- 아... 고민된다.;

자세한 내용과 복선에 대한 추측 등은 아래 밀어 넣겠습니다.
일단 키워드는 집사, 초미소녀 여주인, 정령, 계약자, 황야물(...). 그런 점에서는 『책의 공주는 노래한다』와도 조금 닮았네요.


테시마 후지노리. 『그림자 집사 마르크의 실수』, 김혜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1, 7천원.




결국 쓰다보니 낚이고 있다능...-ㅁ- 생협분들 중에서 보고 싶은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 이번 모임 때 들고 가겠습니다.
만화책 감상은 한 번에 몰아 올립니다. 최근 1주일 이내에 읽은 책들이니까요.'ㅂ'

『버스 달리다』는 G가 아는 곳에서 빌려다 보았는데 구입 예정입니다. 사실 어제 사려고 했는데 지갑이 너무 빈약해서 더 빈약하게 만들 수 없겠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닭고기(...) 사야하는데. 책이 밥에 밀린 경우였습니다. 아래의 책 가격을 보시면 그 때의 제 심정을 아실 겁니다.(먼산)

사하라 미즈가 『별의 목소리』 만화책 작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은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결말이 빤히 보여서₁ 차마 손을 대지 못하겠더군요. 그러다가 『MY GIRL』을 보고서는 확 갔습니다. 부녀가 함께 산다는 설정은 『Papa told me』와 비슷하지만 함께 살게 된 계기라든지, 그렇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녀간의 조근조근하면서도 간질간질한 대화는 심금을 울립니다. 딸바보 (예비)아빠들에게는 권장도서로 지정하고 싶을 정도..(탕!) 그렇기 때문에 『버스 달리다』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보았습니다.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이야기일지 감이 안왔거든요.

결론을 먼저 말하면, 『버스 달리다』는 『MY GIRL』 주인공들의 연애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염장도가 아주 높은 책이며, 솔로들에게는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야 면역력이 있기 때문에 이정도로는 괜찮습니다.(..) 로맨스 소설을 읽은 게 몇 년인데요. 이정도로 염장당하면 절여지다 못해 수분이 다 빠져 건어물이 되어있겠지요.
각각의 마을 이름은 버스 정류장 이름이기도 하고, 그 버스를 중심으로 해서 알콩달콩한 연애가 펼쳐집니다. 역시 밀고 당기는, 그 섬세한 묘사가 이어지는 단편들이라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면역력이 약한 분들에게는 치명타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쑥맥 과학 선생님 이야기인데, 츤츤을 한 방에 날려 데레로 만드는 그 솜씨는 대단합니다.(이 묘사는 『오오카미』 7권에서 나왔길래 한 번 써먹어보고...-ㅁ-) 이런 걸 길들이기라고 하는 거죠. 넵.

(이쯤 쓰면 홀릴 분들은 충분히 홀릴거라 보고..)

아마 마스터님은 이미 보셨을 겁니다. 키릴님이나 듀시스님도 이미 보셨을 것 같고. 첫비행님은 보셨나요?


『토리빵』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권은 참 슬픈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병)아리에게 홀려있다가 독립하고 나간 뒤 등 뒤를 돌아보니 두 달 동안 밀려 있던 업무가 노도와 같이 사람들을 덥쳤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1-5권까지 보면서 이처럼 슬픈 이야기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 물론 '커버 그라운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내 앞에는 잡초가 놓여 있었다'도 슬프지만 말입니다. 여튼 참으로 알차고 재미있는 한 권이었습니다. 역시 『토리빵』은 발매사수를 해도 시간과 체력이 아깝지 않아요.+ㅅ+

(발매사수. 본방사수와 같이 발매일이 되면 득달같이 홍대에 달려가 사오는 것.)


『심야식당』7권은 지난주에 교보에서 예약받는 것을 보고 토요일에 혹시 들어올까 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어제 직접 가서 샀습니다. 이번 권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가장 웃겼던 것은 당근 이야기. 『맛의 달인』에 나오는 양파 이야기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쪽은 진짜였습니다. 사랑은 당근을 이기는군요.(웃음) 그리고 '졸업'하는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아, 하지만 전 고기의 젤라틴 국물은 그냥 뜨겁게 데워 비벼먹는 쪽을 좋아하기 때문에 차가운 젤라틴 덩어리 국물은..T-T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무난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토리빵』 비슷하게 소소하고 맛있는 이야기였지요. 기대감은 조금 낮추시는게 더 재미있을 겁니다.^^;



사하라 미즈. 『버스, 달리다』, 서현아 옮김. 시리얼, 2009, 8000원
토리노 난코. 『토리빵 5』, 이혁진 옮김. AK COMICS, 2011, 6500원
아베 야로. 『심야식당 5』, 조은정 옮김. 미우, 2011, 8500원


₁ 산왕님 이글루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질문할 것이 없냐'는 글이 올라왔을 때 "커플에 원수졌습니까"라는 질문이 절찬리에 호응을 얻었습니다.(...) 감독의 답변이 참 궁금합니다.
그 아래 원거리 연애 관련 질문도 있었는데, 그것도 궁금하던데요.
확실히 감상은 그 날 그날의 감정 상태에 따라 갈리는군요. 지금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으니 아무래도 박한 평가가 나갈 수 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가 재미없는 영상을 지지부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니 순환오류인지도 모르겠네요.

박한 평가를 유도한 드라마는 『자상한 시간』. 원제는 やさしい時間 인데 1화에 등장한 내용을 보면 자상하다기 보다는 상냥하다는 단어가 어울립니다. 대강 카페에 오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절로 やさしい 기분(인지 분위기인지)이 된다는 대목이 있었거든요. 제목도 거기서 따온듯합니다.

원래 일본 드라마는 잘 안 봅니다. 드라마 취향이 NCIS로 맞춰져 그런지 일본 드라마는 뭔가 미적지근하네요. 그래도 이 드라마는 홋카이도-특히 비에이와 후라노의 풍경이 잘 나온다 하여 보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만큼은 아니었고, 그나마 홋카이도 다운 풍경을 제대로 음미한 것은 8화였나, 눈보라를 배경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우와,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시베리아의 블리자드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그 근처는 됩니다.;

한창 보고 있을 때 ㄹ의 평가를 들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끝까지 다 본 것에 대한 보람보다는, 내가 왜 이런 드라마를 여기까지 봐야해라며 화를 내게 된다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ㄹ의 평가를 볼 때는 몰랐는데 다 보고 나니 은근 살심(-_-)이 들더군요. 중간중간 빨리 감아가며 봤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다 봤으면 자괴감이 들었을 겁니다. 하하하.

이유는 간단합니다. 드라마 대사도 대체적으로 너무 '극적'이예요.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방식이, 특히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의 대사들이 문어체입니다. 마치 연극무대에서 독백을 하며 대사를 내뱉는 것 같더라고요. 말과 말 사이의 텀도 그렇고 말하는 내용도 그렇고요. 거기에 주인공 세 사람 중 두 사람에게 감정 이입이 전혀 안되다 보니 다른 한 사람마저도 나중에는 싫어집니다. 이 드라마는 아빠와 아들의 갈등을 중심으로, 그 사이에 이런 저런 불화를 일으키는 여자아이 하나가 있습니다. 나중에 G에게 듣고 알았지만, 드라마 보는 내내 혐오에 가까운 감정으로 보게 되었던 이 여자아이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주인공이랍니다. 이번에 마스터님 이글루에서 그 애가 나온 포스터를 보고는 허허허 웃기만 했지요.(맨 위의 포스터는 아들인 니노미야가, 맨 아래 포스터는 이 여자아이-마사미가 있었습니다)
여주인공인 아즈는 외곬수 성격에, '그런 사건'을 겪고 나서는 자존감이 지나치게 떨어지고 자학하고 사람의 말(주로 어른)을 듣지 않는 성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전체 70%가 지나갈 때까지의 트러블 메이커로 온갖 사건을 일으킵니다. 하하하. 정말 싫어요.-_-;
남주인공인 타쿠는 그나마 낫지만, 예전에 사고 친 경력이 있어 조금은 소심한 성격입니다. 문제는 이 사고인데, 저는 다 보고 나서도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당위가 안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 나이 대의 아이들은 앞 뒤 안 맞는 생각을 자주 한다지만-저는 지금도 그렇습니다.OTL-묘하게 앞 뒤 안 맞고 사고치고..-_- 여튼 이상합니다, 이상해요. 드라마 장면에도 앞 뒤가 안 맞는 곳이 몇 군데 떠올랐고요.
메인 주인공인 유키치는 '카페에 이런 마스터가 있으면 단골합니다'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아..;ㅂ; 멋져요.;ㅂ; 하지만 더 멋진 분이 있으니 타쿠의 스승인 로쿠. 이런 터프한 아저씨(할아버지)도 좋습니다. 이 두 인물이 없었다면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유키치는 막판-11화에서 성격이 바뀐 것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대면신이 정말로 마음에 안 들어서, '이걸 보기 위해 이 드라마를 여기까지 봤는가!'라며 화냈습니다.-_-

홋카이도의 풍경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조연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중심 연애노선은 정말로 취향에 안 맞아서 나올 때마다 빨리 감았습니다. 최종 결론은 추천할만한 드라마는 그다지 아니라는 점.;


타쿠에 대한 호감이 떨어진 것은 드라마 보던 도중 G에게서, '드라마 촬영 후 남녀 주인공이 사귀었다. 그러다가 몇 년 뒤 깨졌다. 그 이유가 니노미야의 외도였다'라는 걸 들었기 때문입니다. 외도라고 표현하는 것은 둘이 동거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바람이 아니라 외도라고 해도 틀리진 않다고 봅니다만. 여튼 그 때문에 호감도가 확 떨어졌습니다.

한줄 결론: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으며 적어도 내게는 맞지 않았음.


이걸로 드라마 감상은 끝! 아래는 최근에 읽은 책 두 권입니다.



위로의 레시피는 표지가 맛있어서 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대강 훑어보고는 미진하다 싶었지요. 그 느낌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단도 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제 입맛에 안 맞는 책입니다.-ㅁ-;

황경신씨의 책은 여러번 찾아보았는데 그 때마다 묘한 맛이 돕니다. 외려 PAPER에서 연재하던 때의-여기 실린 글 중에 PAPER에서 본 것도 있습니다. 카레이야기-글맛이 더 좋았다고 기억합니다. 모아서 보는 것과 다른 글과 섞여 보는 것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뒷부분에 있는 소설과 수필의 경계에 있는 글들은 정말로 제게 안 맞더라고요.;
다만 386세대라면 그 당시 대학다니면서 먹었던, 추억에 젖은 음식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련하게 옛 기억을 되살릴지도 모릅니다. 저는 386도 아니고 술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술마신 기억도 없고-이건 트라우마 때문-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하며 놀던 귀가파였기 때문에 맞아 들어가는 기억이 없네요. 내륙 출신이라 바닷가 음식에 대한 기억도 상대적으로 덜하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공선옥씨의 『행복한 만찬』에 더 공감하는 걸겁니다. 세대는 많이 차이나지만 부모님의 어렸을 적 이야기와, 제 경험이 혼재되어 여러 기억을 떠올렸거든요.

한줄 결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세대가 같다면 공감할 가능성도 높겠지요.-ㅂ-



『안나리사의 가족』은 사진에 낚여 보았습니다.-ㅁ-
핀란드 출신으로,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그것도 양평의 한적한 마을에 사는 안나리사의 이야기입니다. 글을 쓴 사람은 남편이고 사진도 남편 혹은 본인이 찍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체적으로 무난무난한 이야기인데 글이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아내가 쓴 글을 번역한 것도 있고 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애들의 사진이나, 유리 공예 사진 등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기에 핀란드에서의 모습도. 북구유럽의 이야기, 아이 키우기, 집 꾸미기 등의 이야기가 쏠쏠하더군요. 티이타님이 보시면 마음에 들어하실 것이 좀 있을 듯.^^;

양평도 춥다고 알고 있는데 난방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털실양말도 그렇고 뜨거운 물통(탕파)으로도 충분하다네요. 아마 집 공간이 넓어 전체 난방 돌리기가 쉽지 않아 그런건가 싶은데, 워낙 추운 지방에서 살다온 부부이니 어쩌면 이정도 추위는 괜찮은지도 모르죠.
책 말미에 핀란드 여행기가 있습니다. 딸 둘과 아내가 핀란드 친정에 다녀온 내용인데, 아이들의 이모나 외숙부가 나이차이가 얼마 안나니 재미있겠더라고요. 막내 이모는 큰딸이랑 두 살 차이랍니다.-ㅁ-; 그러니 그냥 놀이친구인셈..;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 언젠가는..이라고 기약도 해봅니다.'ㅂ'

한줄 평가: 글이 2% 부족하지만 읽고난 느낌은 괜찮았음. 핀란드 하악하악!(...)



황경신. 『위로의 레시피』, 권윤주 그림. 모요사, 2011, 13000원
홍성환. 『안나리사의 가족』. 시드페이퍼, 2011,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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