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내가 죽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째 상실입니다. 첫 번째 아내는 원래 몸이 약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태어나지 못한 아기와 아내를 함께 보내고는 좀 많이 힘들었지요. 그 얼마 뒤에 누님의 강권(?)덕에 재혼을 하여 이번엔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하지만 퉁명스럽고 살갑게 말 못하는 남편을 둔 덕에 두 번재 아내는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샌드위치 소스가 샜다고 버럭 화내고 돌아 나온 것이, 아내와의 마지막 대면이었습니다. 그 직후 아내는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다시는 대화를 하지 못하고 보내야했으니까요.


시작 부분은 대강 이렇습니다. 퉁명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데 익숙한 아버지, 거기에 남편과의 불화로 도쿄에서 친정으로 돌아온 딸. 두 사람 모두 죽은지 얼마 안되는 어머니의 빈자리 때문에 마음이 허전합니다. 딸은 계모였기 때문에 조심스레 대할 수 밖에 없었고 아버지는 원래 성격이 그래서 살갑게 대하지 못했는데,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요. 없어지고 나니 그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 겁니다.
그랬는데 갑자기 이상한 여자애가 하나 등장합니다. 죽은 아내(오토미)는 리본센터라고, 사회재활훈련센터에서 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회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주로 여자)이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게 이런 저런 것을 가르쳐 주는 곳입니다. 오토미씨가 가르친 것은 아주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생활법입니다. 청소하는 법, 빨래 하는 법, 빨래 개는 법, 음식 하는 법 등등의 생활의 기본 말입니다. 리본센터에 오는 아이들 중에는 그런 기본을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는군요.
그렇게 해서 오토미를 만났다는 새카만얼굴의 금발머리 날라리 소녀는 죽은 선생님이 원하던 거라면서 49제 때의 연회를 이야기 합니다. 처음에는 무뚝뚝했던 아버지나 딸이나, 이 발랄한 소녀에게 휘둘려 점점 정상 생활로 돌아갑니다. 평탄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그 사이에 이런 저런 일들이 여럿 생깁니다.



G는 그저 그렇게 읽었다고 해서 내키지 않았는데,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하니 단숨에 읽게 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음식 이야기가 많지는 않지만 잃어버린 것을 극복하고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 여러가지를 겪어야 하는 부녀가 참..... 그래도 제대로 설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상당히 공감하며 봤기 때문에 말이죠.

가볍고 무난하고 따뜻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괜찮을 겁니다. 몇 가지 사소하지만 꽤 괜찮은 살림팁이 있는 것도 재미있고요.+ㅅ+



이부키 유키. 『49일의 레시피』, 김윤수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1, 10800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