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시작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북스피어에서 내는 미야베 월드 제2막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만 모았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는 『외딴집』으로 2007년. 교보 링크를 따라가서 본 원작은 2005년에 출간되었네요. 그 다음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2008/1991), 『괴이』(2008/2003, 문고), 『흔들리는 바위』(2008/1993), 『메롱』(2009/2002),『얼간이』(2010/2000), 『하루살이』(2011/2004), 『미인』(2011/) 순으로 나왔습니다. 미인의 원제는 몰라서 못찾았는데 빙고님이 이전에 이야기 하셨던 대로 출간 순서도 다르고 출판사도 다릅니다. 그걸 북스피어에서 모아서 시리즈로 내고 있지요. 책 내용과 디자인, 시리즈로서의 소장성을 생각하면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 하지만 집에는 한 권도 안 남아 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죠.; 그도 그런게 미야베 미유키 책 중에서는 현재 화차 한 권만 남아 있거든요. 나머지는 전부 읽고 바로 방출했습니다. 이 중 몇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했지만 절반 정도는 구입한 걸로 기억합니다. 『메롱』부터는 확실히 구입한 걸로 기억하고요.

시리즈로 묶자면 『외딴집』은 별도, 『혼조 후카가와』랑 『괴이』도 낱권, 『메롱』도 별개, 『얼간이』와 『하루살이』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흔들리는 바위』랑 『미인』이 또 이어집니다. 『미인』 뒤쪽의 역자 후기를 보니 이 책 이후에 한참 동안 뒷권이 안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나왔다면 아마 또 염장당했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 하지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자면 편하게 읽히는 것은 『혼조 후카가와』와 『괴이』입니다. 공포물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메롱』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었고 『외딴집』은 입맛이 씁니다. 『얼간이』와 『하루살이』는 조금 얼간이 같아 보이는 무사와 그의 처조카인 미소년이 세트인데, 출판사도 광고는 그리했지만 두 사람이 제대로 콤비를 이루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시대물 본다고 생각하시고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처럼 콤비 활약은 기대하지 않으시는게 좋아요. 다만 『흔들리는 바위』와 『미인』에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제대로 콤비플레이가 이어집니다. 남녀 콤비인데, 남자쪽(우쿄노스케)이 두뇌파, 여자쪽(오하쓰)이 행동파입니다. 이렇게 쓰면 『Q.E.D.』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하기야 양쪽다 경찰(말하자면;)에 줄을 대고 있는데 오하쓰가 더 긴밀합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접도록 하지요.

남녀커플인 만큼 애정노선도 조금은 있습니다. 『흔들리는 바위』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했는데 『미인』은 꽤 괜찮았습니다. G에게 먼저 읽으라고 줬더니 한밤중에 보다가 무서워서 혼났다나요. 그러니 읽으시는 분들도 조금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한밤중에 다른 사람 다 자고 있는데 방에서 불켜고 본다면 무섭긴 하겠지만 전 그리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공포물에는 제가 더 약합니다.(...) 역시 TPO의 문제인가요.;

『미인』의 주제를 조금 있어보이게 써보면 가족간의 갈등과 봉합, 그리고 미의 기준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후자쪽일텐데, 예쁘지 않아도 예뻐보이는 사람이 있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미인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게 상당한 주제지요. 사실 그보다 더 진한 소재가 있긴 한데.... 그건 내용 폭로이므로 살짝 접어둡니다.


이렇게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면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둘도 나옵니다. 괴이처럼 이상한 것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이상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느냐. 『외딴집』이나 『혼조 후카가와』, 『얼간이』,『하루살이』는 과학적인 입장에서 접근합니다. 그렇다보니 이상한 것에 대한 언급이 적거나 과학적으로 밝히려고 하지요. 그에 반해 『메롱』,『흔들리는 바위』나 『미인』은 아예 이상한 것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미인』은 특히 더 그렇네요. 내용에서도 가미가쿠시가 실제 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거든요. 어떤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미인』을 읽으면서 세 군데쯤 진하게 염장당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과 그 전의 70% 부분에서는 ....T-T
아.. 지난 주말부터 커플염장을 진하게 당하다보니 정말 죽겠네요. 어흑. 지금은 그 커플염장 4단 콤보 중 3단인 『맹독』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도 끝나고 나면 다시 원서 읽기로 돌아가야겠네요. 이번에 읽을 책은 요리책이니 설마 커플염장은 당하지 않겠지요.;



미야베 미유키. 『미인』,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1, 14000원


참참.
번역에 대해서 한 마디 더. 다른 부분은 특이한 점이 없었는데 딱 한 부분이 걸렸습니다. 등장인물 중 어느 두 사람의 관계가 친척관계라 하는데, '숙모가 그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면서 두 사람이 사촌이라고 하더군요.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데, 숙모는 작은어머니-다시 말해 숙부=작은아버지의 아내입니다. 숙모가 그 집안에 시집가서 사촌지간이 되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모나 고모라면 이해가 가는데 말입니다. 혹시 피가 섞이지는 않은 사촌지간이라거나? 숙부가 돌아가신 뒤 숙모가 재가를 했다든지.. 등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으니 머리가 아프네요. 원서에는 뭐라 나와 있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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