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7편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미미여사의 책은 에도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손을 댑니다. 그도 그런 것이 사회파 추리소설은 뒷맛이 쓰고, SF는 읽고 나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습니다. 지금도 떠올리는 『크로스파이어』의 내용을 생각하면 참.
이 소설은 굉장히 오래전에 나왔습니다. Copyright를 확인하니 1994년이네요. 책이 나온 것은 2010년. 그러니까 초창기 책입니다. 빙고님은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구적초』와 닮아 있습니다. 『인질 카논』은 『지하도의 비』보다 더 가볍습니다. 읽다보면 미미여사 특유의 분위기가 살되, 조금은 싸늘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쌉쌀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고 나서는 의외로 개운하더라고요. 뒷맛이 쓰게 남는 소설은 아니지만 허탈한 웃음을 흘리게도 만드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표제작인 「지하도의 비」는 마지막의 반전이 꽤 지독했습니다. 아놔.;ㅂ;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갈 줄은 몰랐어! 하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허탈하면서도 개운한 느낌이네요. 트릭은 간단하지만 조금 살벌한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재미있네요.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이하 생략. 어떤 단어를 붙이든 간에 내용 폭로가 될 겁니다. 하여간 밤길이 아주 조금 무서워집니다. 제가 밤길을 걷는 일은 굉장히 드물지만 말입니다. 아, 저녁길과 새벽길은 걷긴 걷습니다. 그래도 여기 등장하는 것은 '마녀들이 수다떠는 12시'니까요.
「불문율」은 『이유』의 구성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유』보다는 이 소설이 먼저인가요? 출간이 언제인지 잊었지만 구성이 닮았습니다. 작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쌓아서 전체를 펼쳐보니 그림이 그려집니다. 왜 그 사람이 그런 짓을 벌였는가. 임계점을 넘었던 거로군요. 딱, 역치값. 스위치. 건드려서는 안되는 역린. 저도 가끔은 그럽니다. 얌전한 사람도 가슴 속에 쌓아 두었다가 한순간에 폭발시키지요. 그런 느낌입니다.
「혼선」은 읽고 나면 도시괴담이 떠오릅니다. 허허허. 미미여사 다워요. 저야 그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지만 그런 전화에 시달린 사람들이라면 골치 아프겠지요. 그리고 이 소설이 나왔을 당시에는 수신불가라든지 수신거부라는 기능도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유선전화잖아요. 게다가 마지막 묘사를 보면 옛날 옛적의 전화기일 겁니다. 다이얼 전화기가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 드네요. 다이얼 전화기. 써본 적은 있지만 참 재미있지요. 그런 전화기 지금은 어디 없나.-ㅁ-
「영원한 승리」. 제가 꼽는 이번 단편집 최고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취향이라 그렇지요. 마지막의 반전이라니. 거참, 초성 자음을 마구 날리고 싶은 정도로 유쾌합니다. 권선징악에 반전, 그리고 숨겨진 비밀은 하나쯤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승리포즈를 날리는 멋진 이모님. 의외로 유쾌한 분이 아니었을까란 망상도 해봅니다.
「무쿠로바라」는 읽고 나서 의외로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을 떠올렸습니다. 의외지요. 하지만 그런 곳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닮아있습니다. 다행히 지나간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네요.
「안녕 기리하라씨」는 결말이 꽤 의외였는데, 「혼선」과도 조금 닮았습니다. 하지만 취향은 아니었고요.

무난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취향대로 하나 골라드시어요.'ㅂ'



미야베 미유키. 『지하도의 비』, 추지나 옮김. 북스피어, 2010, 1만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