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루카가 깔고 앉은 것이 5만원 어치 책입니다. 물론 실제 가격은 그보다 조금 더 나갑니다. 화집 두 권이 들어 있으니 책 4권만으로도 5만원을 훌쩍 넘기더군요.

한 달도 더 전부터 산다고 벼르다가 이제야 구입한 미미여사의 『미인』, 피터 윔지경의 『맹독』, 『진여신전생 페르소나 3』, 『페르소나 4』설정 자료집 및 화집의 네 권인데, 소설은 아직 안 읽고 놔뒀습니다. 아껴서 보고 싶은 마음에 책만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니까요.

페르소나3,4 설정집은 엔하위키에서 설정을 다 읽은 다음에 보니 가능하면 '내용을 폭로하지 않으려고' 애쓴 티가 납니다. 『페르소나3』는 결말부 노출을 피하고, 『페르소나4』는 범인 노출을 꺼리더군요. 어제도 페르소나 4 애니메이션을 아주 즐겁게 본터라 히죽히죽 웃으면서 설정 자료들을 훑어보고 있었습니다. PS3용으로도 발매되면 덥석 지를텐데, 아직 확실한 이야기가 없네요. PS2용으로 지르기엔 게임기 가격이랑 부피가 부담스럽고 말입니다.


미인이랑 맹독은 읽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일단 바티칸의 신부님들이 미국에서 벌어진 일 뒷 수습하는 게 끝나야 두 권을 읽을테니까요. 그래도 이달 안에는 읽을 수 있겠지요.(...)
어제 적었으면 두 권이었을텐데, 오늘 적으면서 한 권이 늘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한 권을 마저 끝냈거든요. 독서 속도가 빠른 것은 읽은 책 세 권 모두 일본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는 꼼꼼히 읽지 않고 마구 속도를 내서 봅니다. 취향에 맞지 않을 때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데 이번이 정말 그랬습니다. 한 권은 그나마 재미있어서 읽는 속도가 빨랐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우울모드로 빠지는 함정이 나타나서 실패작이 되었고 나머지 두 권은 읽은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책들이었습니다.

읽고 나서 이게 뭐냐 싶었던 책, 『우울한 해즈빈』. 해즈빈은 이름이 아니라 has been을 말하는 겁니다. 소설 중간에 언급되더군요.
읽고 난 느낌은 심히 안 좋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공감할 수도 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결혼하면서 퇴사해 집에 있는 주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는데 그 사람의 심리가 이해되면서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한국이고 일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상당히 공감이 갔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네요. 엘리트 코스를 밟아 탄탄대로를 탔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으로 입사했으면서 점점 밀립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밀리고 밀리다 못해 결혼이라는 차를 잡아 타지요. 그래도 몇 년이고 옆에서 결혼하자고 했던 남자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집에 들어 앉아서 '왜 그러고 사나' 싶은 생활로 들어갑니다. 다른 사람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겁니다. 나름의 문제가 있긴 한데 그건 주인공의 주변 환경에서 온다기 보다는 본인의 문제였으니까요. 그게 회사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고 보고요.
여튼 비슷한 분위기를 그린 소설이라면 차라리 다나베 세이코의 『아주 사적인 시간』이 더 읽기 편했습니다. 여기서는 주인공이 틀을 깨부수고 나와 다시 서는 걸로 끝맺음을 하니까요. 『우울한 해즈빈』은 깨닫고 다시 서려는 데서 딱 끝을 맺습니다. 제게는 미적지근한, 그리고 안 좋은 부분만 슥슥 긁어대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한줄 요약. 이 책이랑은 파장이 안 맞았어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그래도 꽤 많이 보았는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립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중에서 好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키친』, 『도마뱀』(지금 다시 읽으면 달라질지도..), 『왕국 3』,『데이지의 일생』 정도입니다. 이 중 집에 있는 책은 『키친』과 『왕국 3』이군요. 『왕국』은 다 가지고 있지만 1-2권은 다시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방출할까 합니다 G가 좋다고 해서 사긴 했는데 정작 본인도 별로 마음에 안든다고 하니까요.
여튼 기억나는 중에서는 대강 그런데, 이번의 『안녕 시모키타자와』를 읽고는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막판의 몇 십장은 그냥 훌훌 넘기면서 훑어봤습니다. 제대로 읽고 싶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도 자기복제(자기표절)이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설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무언가를 잃어버린 나와 가족 혹은 가까운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극복하면서 소설이 마무리 됩니다. 그 과정은 불륜이나 근친상간이나 그와 유사한 관계로 이어지고요. 막판 전개를 보고는 정말 .... (먼산)
원래는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G가 이 소설을 보고 시모키타자와에 가고 싶다길래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시모키타자와를 가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보겠지만, 그리고 다시 가고 싶다 생각하겠지만 전 가본적이 없어서 그냥 맨숭맨숭하게 읽었습니다. 그보다는 소설 속에서 잠깐 등장하는 야나카쪽이 끌리더군요. 이건 제가 야나카를 가봐서 더 그럴겁니다.-ㅁ-/
시모키타자와를 가본 적이 있고 거길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실만합니다. 배경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졌으니까요. 단, 주인공의 연애행보를 보고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던 고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연애라인에 불만이 많으시다면 안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머지 한 권은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입니다. 이전에 나온 『퍼펙트 블루』와 이어지는 이야기지요. 『퍼펙트 블루』에는 은퇴한 경찰견 마사가 등장합니다. 사실 이름이 마사라서 마사 스튜어트를 연상했고, 그래서 암컷이라 생각했는데 수컷이더군요.ㄱ- 왜 암컷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건지..;
가볍게 읽을만한 이야기지만 막판에 휙 돌았습니다. 그 전까지 재미있게 잘 보았는데 막판에 사람을 우울의 함정으로 몰아가더군요. 제목보고 홀랑 반하셨을 빙고님, 조심하세요. 막판 함정은 저보다 빙고님께 더 강력하게 작용할겁니다.-_-a 특히 마지막 사건이 어제 G가 언급한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되어서 말입니다. G에게 그 이야기까지 들었더니 찜짐함이 배가 되는군요.(먼산)


그리하여 요 며칠 사이에 읽은 세 권에서 연속 지뢰를 밟는 바람에 기분이 우울합니다. 흑. 게다가 그 직전에 본 게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사라진 소녀들』 뒷부분(전편을 안 보고 결말만 확인)이라, 기분이 더 안 좋네요. 아무래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마플 이모님께 위로를 받아야겠어요.


아사히나 아스카. 『우울한 해즈빈』, 오유리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9000원
요시모토 바나나. 『안녕 시모기타자와』,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1, 12000원
미야베 미유키.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오근영 옮김. 살림, 2011, 12000원

『수수께끼는 저녁식사 후에』를 보고 나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그 전에 출간된 소설 『저택섬』을 주문한다 해놓고는, 월별 교보 구입 제한 금액을 넘기는 바람에 8월 되어서야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바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주문했다 생각했는데 정작 받아보니 책이 빠져 있더군요.; 구입 금액 맞추면서 책을 뺐던 모양입니다.

그래놓고 몇 주 되지 않아 바로 신간이 나왔네요.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 고양이가 소재라니 홀랑 넘어갑니다. 벼르고 있다가 이것도 바로 주문해서 지난 주말에 맛있게 읽었습니다. (그 뒤에 역접이 들어갑니다;)


『저택섬』은 배경이 현대가 아닙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현재가 아닙니다. 스마트폰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 때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연히 핸드폰이란 것도 없고요. 그런 때에 섬에 들어갔다가 폭풍우로 갇힙니다. 그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는데, 마침 그 안에 탐정과 형사가 있었단 말입니다. 원래는 다른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저택에 초대받은 것이었는데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풉니다.

대부분의 형사+탐정물이 그렇듯이 탐정이 조금 더 똑똑합니다. 사건 발생 → 미해결 → 사건 발생 → 둘다 해결이라는 점에서 『저택섬』이나 『완전범죄 고양이』나 구조는 비슷합니다. 탐정과 형사가 함께 뛴다는 것도 비슷하고요. 트릭의 구조 혹은 실마리가 '***'이라는 점도 유사합니다. 하지만 양쪽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개그에 가깝게 웃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저택섬』이 조금 더 진지하게 느껴지는 것은 등장인물 때문에 그럴겁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전 『완전범죄 고양이』에 등장하는 탐정은 취향이 아니었습니다.OTL 전 이런 사람이 싫어요. 어흑.;ㅂ; 능력이 없는 건 아닌데, 사람이 가벼워 보이고 좀 무능력해보이는 타입의 탐정이거든요. 그래서 앞의 100쪽 남짓은 휙휙 넘겨가며 보는 바람에 20분도 안되어 독파했습니다. 책 자체가 두껍지만 분량이 많지 않아서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만에 볼 수 있긴 했지요. 그래도 탐정이 엉뚱한 짓 벌이는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아 휙 뛰어 넘었습니다.
그랬는데, 뒷부분의 해결부분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탐정 할만하더라고요. 이런 능력이 있으면 진작에 좀 발휘해보지! 하기야 그 전의 이런 저런 작은 사고로 수집한 정보가 해결의 밑바탕이 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ㅂ;

트릭만 두고보자면 『저택섬』이 조금 더 마음에 듭니다. 스케일이 크거든요. 유명 건축가가 만든 집이라는 점에서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과도 비슷한데 스케일이 다릅니다.; 트릭을 보시면 아실거예요. 미처 생각도 못한, 상상을 초월한 트릭이란 말이죠.'ㅂ';
생각도 못했다는 점에서는 『완전범죄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끝까지 읽고 나면 완전범죄에 고양이가 몇 마리나 필요한지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 범죄에 필요한 고양이가 몇 마리 였는지 셀 수 있습니다. 그게 또 재미라니까요.


가볍고 유쾌하게 보기에 좋은 추리소설입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이 『수수께끼』포함해서 딱 세 권만 나와 있다는게 아쉽네요.




덧붙임.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범죄 고양이』를 보고 나서 도쿄여행에 대한 충동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링크)

덧붙임 2.
『저택섬』은 티이타님께 추천. 왜냐하면..(이하생략)


히가시가와 도쿠야. 『저택섬』. 권일영 옮김, 폴라북스, 2011, 13000원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마리 필요한가』. 권일영 옮김, 폴라북스, 2011, 13500원.

『해결사』부터.
이 책은 읽은지 한참 되었습니다. 올 초에, G가 사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었거든요. 그 때 마침 또 읽을 책이 없어 투덜대다가 G의 방에서 들고 나와 심드렁하게 읽고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습니다. 마지막의 그 부분을 읽을 때, "아...."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더군요. 아쉬웠던 건 책이 파본이라 중간에 20-30쪽 정도를 못 봤습니다.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지만 그건 아쉬웠어요.
교보문고의 책 소개를 읽으면 왠지 이거 러브 스릴러 같은데, 전혀 아닙니다.; 음, 알기 쉽게 돌려서 표현하자면, 원빈이 전당포 주인이 아니라 정비소 정비공으로 일하면서 경치좋은 호숫가의 집에서 애인이랑 살다가, 애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곳의 원빈이 아니라 『아저씨』의 원빈입니다. 물론 『해결사』의 주인공은 공무원은 아니었고 그저 서바이벌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일뿐입니다. 다만 그런 경험 때문에 사람이 조심스럽고 과묵할 따름이지요. 애인이 죽은 뒤 옛 동료들이 찾아와서 다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뭔가 껄끄럽게 여겼던 그 부분이 마지막에 휙 풀리는 걸 보고 으헉했습니다. 전체적인 전개를 봐서는 그리 이상하게 생각할 부분은 아닌데, 보는 순간 수긍이 되더군요.
하드보일드의 느낌이 강한-하지만 주인공이 차도남이 아니라, 남에겐 차갑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무뚝뚝한 남자입니다. 정말 그렇다니까요.-ㅁ-/


샤바케는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해 어제 끝을 냈습니다. 엄청나게 속도를 내면서 중간중간 해석 안되는 부분은 싹 뛰어 넘었습니다. 넵. 그래서 큰 줄기만 압니다.;
지금까지는 샤바케 번역서만 봤는데 이번엔 하도 궁금해서 원서로 읽었지요. 5권은 통째로 한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역시 트러블메이커인 도련님은 여전히 일에 휘말리는군요. 그것도 그 허약체질에, 그 며칠 사이에 그렇게 휘말리니.. 한 달간 드러누워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뒤에 먹은 영약들을 생각하면 그 허약체질에 영약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는지 걱정될 따름이군요. 보통 사람들, 아니 보통 무협지의 주인공들이 먹는 영물들 수준으로 먹어제끼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환골탈태하여 온몸의 기혈이 열리고..(이하생략)

하지만 샤바케를 보면서 미친듯이 웃고 있었던 건 그 때문이 아닙니다.
도련님이 하는 대사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

まずいよ, どいしよ .

으아아아악! (데굴데굴데굴)

다행히 あまりだよ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것까지 있었다면 정말 마도카와 싱크로 100%를 달성했을겁니다.


이전에 샤바케 읽었을 때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 권도 그렇고, 지금 읽고 있는 여섯 번째 책도 도련님의 고민이 굉장히 많더군요. 생각도 많고 어떻게 할지 끙끙대는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주인공인 이상 사건에 계속 휘말릴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대단한 외할머니를 둔 덕에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기도 하고 고생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도대체 도련님은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하는 건지. 과연 무사히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긴 합니다. 하하하...;
제목보다 소개글을 보고 낚여서 구입한 책입니다. 소개글에 부잣집 아가씨와 독설가 집사의 문제풀이라고 나와 있었거든요. 집사라는 말에 한 번 낚이고, 독설가라는 말에 한 번 더 낚여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는 서점에서 훑어보고 다음날 바로 주문했습니다.

원 제목은 『謎解きはディナ-のあとで』. 디너를 저녁식사라고 했는데 디너라고 하는 쪽이 글 분위기엔 더 잘 어울립니다. 왜냐면 아가씨는 저녁식사가 아니라 디너를 드시거든요. 저녁메뉴를 보면 그야말로 정찬입니다. 평소 식생활이 이러니 참..;

자아. 아래는 내용폭로 신나게 하면서 리뷰할 예정이오니 한 줄 요약으로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하겠습니다.

공략대상은 마스터님. 키워드는 독설가 집사, 아가씨, 탁상머리 탐정입니다. 마스터님 취향에 아주 잘 맞을 책이라고 단언합니다.




주인공 호쇼 레이코는 비교적 신참내기 형사입니다. 강력계인지 살인사건에 자주 불려 다니는데, 직속 상관인 가자마쓰리는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아들래미로 야구를 하다가 경찰쪽으로 진로를 틀어버린 케이스랍니다. 이름이 꽤 알려진 야구선수였다는데 그에 대한 비유는 책 본문을 보시는게 더 확 와닿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이 아저씨(...)는 은색 재규어를 몰고 다니는데 부하인 레이코에게 마음이 있는 건지 가끔 이리저리 찔러봅니다. 하지만 레이코는 대체적으로 그걸 성희롱이라든지 쓸데 없는 짓이라든지 자기 자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조금 안됐네요. 하지만 글 읽는 사람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고 본인에게 그런 자각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흠흠.



그런 아가씨는 일이 끝나면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현장에서 떨어진 모퉁이에는 리무진이 대기합니다. 그리고 그 리무진을 타고 늘어져 있으면 집사 겸 운전기사가 알아서 집까지 태워다 줍니다. 그렇습니다. 상관인 가자마쓰리가 부르는 별명도 아가씨지만 실제로도 아가씨입니다. 체감상 가자마쓰리와 호쇼는 격이 다릅니다. 가자마쓰리는 중견 기업이지만 호쇼는 재벌입니다.; 한국은 사실 중견 기업과 재벌의 느낌이 별로 와닿지 않는데다 중견 모터스라고 했을 때 떠올릴만한 기업이 없지요.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요. 카페베네 회장집 아들과 롯데 딸이라면 ... ... .... 어쨌든 비유가 어렵지만 그런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가자마쓰리가 중견기업 아들이라는 건 다들 알지만 레이코가 재벌집 아가씨라는 건 극히 일부만 알고 있습니다. 이 아가씨는 평소에는 바지(어떤 바지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차림이지만 리무진에만 타면 시트에 두 발 죽 뻗고 누워 뒹굴하다가, 전채부터 시작해 3-4코스로 이어지는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 원피스로 갈아 입은채 와인을 홀짝 거리며 그 날의 일에 대해 고민합니다. 원체 아가씨라 바지보다는 원피스가 편하다는군요. 그렇게 뒹굴뒹굴 하고 있으면서 풀리지 않은 살인사건 수수께끼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패턴이 시작됩니다.

사건 발생 → 귀가 및 저녁 식사 후 휴식 시간 → 고민하고 있자 집사가 사건에 대해 질문 → 사건 내용을 들은 집사가 열라-_- 비웃음 → 아가씨의 폭발 → 문제풀이

중간에 '열라'라는 말을 썼는데 저 단어보다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당연히 비웃음 당한 아가씨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 이제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집사에게 넌 해고야!라며 펄쩍펄쩍 뜁니다. 집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고 나가는데, 뒤에서 아가씨가 해답을 알려달라고 하고, 집사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해답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게 정답으로 추측되니 아가씨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씩씩 거리면서도 자르질 못했지요.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비웃음 당한다해도 꾹 참고 해답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집사의 방약무인한 행동은 계속됩니다. 쭈욱~.

내용이 발랄한데다 캐릭터가 다들 살아 있으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한 권으로 끝났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고요. 지금 그 후속편을 쓰고 있다니 언젠가는 나오겠지요. 다 읽고 났더니 작가의 전작인 저택섬도 궁금해집니다. 이것도 유머 미스테리라니까 언제 주문할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주문 들어갈거예요.


기분이 가라앉을 때, 우울해지려할 때 읽으면 좋습니다. 마스터님께 추천했지만 키릴님이나 아이쭈님도 좋아하실거예요.'ㅂ'


히가시카와 도쿠야.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현정수 옮김. 21세기 북스, 2011, 12500원

그리고 그 기발한 발상은 제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至成이면 感天이다, 窮卽通이다 등등 다양한 한자 성어가 떠오르네요.

지난주에 『이방의 기사』를 읽으면서 맨 뒤의 역자 후기에 시마다 소지의 신작이 소개될 예정이고 그게 미타라이 시리즈가 아닌, 형사 요시키 시리즈라는 언급이 있더군요. 당장 검색해보았더니 책이 나왔더군요. 그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도입부가 묘한 분위기라 읽으면서 걱정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헐, 싶었고 중간 부분에서는 으헉 싶었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소재™가 여기서 이렇게 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다 읽고 해설이랑 역자 후기를 보니 한숨만 나오더군요. 제목만 봐서는 가벼운 이야기 같지만, 그리고 도입부를 봐서는 환상소설 같지만, 막상 끝까지 읽어 나가면 본격적인 사회소설입니다. 그것도 일종의 하드보일드 분위기까지 풍기면서 말입니다.

한희선씨(역자)가 미타라이보고 섬세하다 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시리즈 주인공인 형사 요시키도 꽤 섬세하다면 섬세한 성격입니다. 다만 미타라이가 병약 미청년의 신경질적이고 (약간은) 소심한 인물이라면 요시키는 뚝심과 끈기를 겸비한, 멋있는 남자입니다. 미스터리를 앞에 두면 불독처럼(아니 시바견처럼?) 끈질긴 사람이라는 점은 같지만 외모나 성격이나 설정 등은 상당히 방향이 다릅니다.

(여기까지 적고보니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생각나네요. '하나도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모든 것이 반대라서 위화감이 있다'라는 내용이 등장하는 단편 말입니다. 집에서 찾아봐야..;...)


시리즈 열 네 번째 소설이라는데 한국에는 일착으로 소개되었네요. 아마 소재의 특이성이 한 몫 했을 겁니다. 덕분에 저도 자극을 받아 요시키 시리즈를 더 읽고 싶다 생각했고요. 하지만 한국에는 이제 한 권 나왔고, 미타라이 시리즈도 아직 안 나온 것이 많고 하니 다 보려면 멀었어..;ㅁ;


아래 접은 부분은 내용 폭로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전과는 달리 아주 자세한 내용 설명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니 일본의 병폐는 요시키 같은 형사가 말단에 머무르고 있는데서 시작되지 않았나 합니다. 국민들의 권익보다는 몸사리기, 면피하기, 책임회피가 먼저이니-그야말로 관료제의 병폐-혹여 당한 사람이 가냘픈 목소리로 외친다 한들 주먹 아래 묻힐 뿐이지요. 발로 뛰고 몸으로 뛰어 사실을 밝히는 사람은 바보로 취급당하고 호구로 취급당하지요. 앞가림 못하는 사람이라고 비웃음 당하지요. 슬픕니다.

그러니 고위 관료, 고위 임원들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것은 능력있는 말단들...(먼산)


아. 철덕이라 자부하시는 분은 꼭 읽어보세요. 기이한 이야기의 트릭은 철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잠시동안만 운행되었다는 철로. 하코다테에서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 안에서 일어납니다. 최근에 훗카이도 여행 정보를 모으면서 훗카이도의 각 지방 도시 위치를 대강 알고 있으니 이해가 빨랐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구글맵으로 보고 있노라면 헷갈릴리도 없었을텐데.-ㅁ-;



시마다 소지.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11, 13000원

시마다 소지 책은 가뭄에 콩나듯 출간되는 지라 마음껏, 양껏 읽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였다고 기억하는데, 트릭은 기억나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네요.-ㅁ-; 이 빈약한 기억력이라니. 덕분에 이전에 읽었던 추리소설을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는 점은 좋지만,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도 안난다는 점은 문제입니다. 허허허.
여튼 이 책도 다시 읽긴 읽어야 하는데, 아마 『마신유희』랑 『점성술 살인사건』을 먼저 읽지 않을까 합니다. 『점성술 살인사건』은 같은 트릭을 『소년탐정 김전일(긴다이치 하지메)』에서 썼기 때문에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던 데다 『마신유희』는 맨 마지막의 풀이가 워낙 기억에 남아서 말이죠.

『이방의 기사』를 읽고 나서 미타라이가 등장한 다른 소설들이 보고 싶어진 건 이 소설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의 첫만남이 아니라 미타라이와 누구씨의 첫만남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 후기를 보니 쓰긴 맨 처음에 썼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주 나중에, 쓴지 9년 가까이 만에 공개된 거랍니다. 발표가 늦은거죠. 그래도 시마다 소지의 모든 소설 중에서 가장 앞에 위치한 것이고, 작가가 그 뒷 이야기들을 쓰면서는 이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썼을 것이니 상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조는 다른 추리소설이나 시마다 소지의 다른 이야기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보다 해결부분이 조금 깁니다. 70% 정도일까요? 지금 옆에 책이 없어서 다시 확인은 못하지만 대강 그쯤 분량에서 이야기가 급박하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그 장면'도 그 즈음에서 나오고요. 그러니까 왜 이 책 제목이 『이방의 기사』이 되었는가는 그 장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초성체 웃음 소리를 남발하고 싶을 정도로 멋있는 장면이지요.

바꿔 생각해보면, 미타라이 입장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은 거의 처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맛없는 걸(그거슨 커피가 아님!) 마셔주고 자주 놀러와주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 말입니다. 그런 희귀종이 눈 앞에 있는데, 위험에 처해 있다니 당장에 날아가야죠. 『마신유희』나 『용와정 살인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어미새(..)의 곁을 떠나 자립해서 저 멀리 날아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두 사람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은 아니겠지요. 『용와정 살인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의 시작, 시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책이고, 둘의 끈끈한 인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책입니다. 그러니 '치료해줘고맙다는나미에게그런거필요없다고말하며엉덩이춤을추는쵸파'같은 미타라이의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 꼭 읽어보세요. 앞서 언급한 그 장면에서 뒤로 넘어가 굴러다니게 될겁니다.



시마다 소지. 『이방의 기사』, 한희원 옮김. 시공사, 2010, 13000원


1. 하도 책 리뷰를 안 쓰다보니 요즘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하네요. 이런..-_-; 이럴 때는 가장 간단하게 확인하는 방법-교보문고 주문란을 들어갑니다. 아하. 『하루살이』에 대한 리뷰를 빼먹었네요. 같이 주문했던 『고래 남친』이나 기타 등등의 책은 사진을 찍어 리뷰하면서 간단하게 다루었지만 『하루살이』는 전작인 『얼간이』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리뷰를 미루고 있다가 홀랑 맛있게 잘 읽어놓고도 감상 적는 것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거기에 『취미는 독서』는 어제야 다 읽었고요. 『고식 외전 2』라든지 『오오카미씨 6』도 읽어놓고 리뷰를 안 적었으니, 어제 다 읽고 나서 뒷맛이 꺼끌했던 로맨스 소설과 함께 묶어서 적어봅니다.

2. 『하루살이』는 책이 두껍기도 하고 상 하권으로 나뉘어 있어서 맨 뒤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취미는 독서』를 아껴 읽으려 하다보니 『하루살이』를 먼저 읽게 되었네요.'ㅂ' 앞서 구입한 책 안내할 때도 적었지만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야베 월드 2막 시리즈 최신간입니다. 물론 한국 기준이고 일본에서는 2005년에 나온 책입니다. 일본 기준으로는 구간이지요.
이야기는 바로 직전에 나온 『얼간이』와 바로 이어집니다. 책 소개를 읽다가 살짝 내용폭로를 당했는데, 『얼간이』의 소개 때도 그랬지만 책 소개에 등장한 이야기는 한참 뒤에 나옵니다. 하지만 표제인 하루살이는 맨 앞에 나오는군요. 미묘한 불일치.-ㅁ-; 주인공이 전작하고 동일하니 전작을 읽어야 내용 이해가 빠른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는 '그 사건'은 『얼간이』의 가장 큰 사건과 직결되니까 보는 쪽이 낫지요. 물론 몰라도 읽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지만 묘~하게 양쪽 책에서 '그 사람'의 이미지가 다릅니다.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시선은 『얼간이』 맨 마지막 모습이 더 강한 이미지네요.
내용 폭로를 줄이려다보니 뭔가 빙빙 돌고 있습니다.-ㅁ-;

『얼간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외모에 대한 묘사가 적었던 꼬맹이는, 이번 편에서 제대로 그 미색을 보여줍니다. 외모 묘사가 상당히 많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그렇고요. 그래서 꼬마가 절색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래도 애는 애네요. 사고쳐서 야단 맞는 걸 보니 더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키랑 소금일텐데 일본은 그런건 없나봅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시타마치-성아랫마을=저잣거리의 풍경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보니 츠다 마사미의 『에도로 가자』와 이미지가 겹칩니다. 물론 양쪽의 시대적 배경은 몇백 년 차이나지만 그 정도는 괜찮아요. 어차피 둘 다 에도인걸요. 그래서 『하루살이』를 만족스럽게 다 읽고 나서는 다시 『에도로 가자』를 꺼내 들었습니다.;

『얼간이』를 보고 속타셨던 분은 이번 권에서 조금 속이 풀리실 겁니다. 그나저나 꼬맹이가 양자입적되는 건 과연 언제쯤이려나.;



3. 『취미는 독서』.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베스트셀러 분석서라고 할 수 있는데 가볍게 연재한 칼럼을 모아 묶은 것이고 감상평이 상당히 신랄한데다 자기 기준에 치우친 감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 책의 묘미예요.-ㅠ-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것들을 모아서 자근자근 씹고 있으니까요. 다만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나,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상당히 있으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후소샤 역사교과서 같은 책에 대한 분석도 그렇고. 음, 그 역사교과서에 대한 평을 읽어보니 이덕일의 역사책이 잘 팔리는 것과 맥락이 비슷해보이네요. 하하하하하.


4. 고식과 오오카미씨는 따로 리뷰할 것도 없이 가볍게 잘 보았습니다. 오오카미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때 딱 여기까지 나왔던 모양인데,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잘 만들었네요.'ㅁ' 물론 캐릭터가 많고 설정이 많아 100% 살리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책 여섯 권의 에피소드를 모아 12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게 쉽지는 않을테니까요.; 결말부가 아쉽다면 아쉽달까.
고식은 본편보다는 외전을 보고 있는데, 본편이 하도 암울한 분위기라 외전만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말입니다. 가볍게 볼만은 하지만 한 번 보고 나면 그대로 머릿속에서 사라질 이야기들이고, 마음에 드는 것은 애니메이션 오프닝과 삽화 정도. 하도 읽을 것이 없어서 집어 들긴 했는데 말입니다. 두 권 모두 방출 예정이고요.
(아마 이번 주말에 북오프에 다녀올 듯.)


5. 그리고 로맨스 소설 네 권.
듀시스님께 빌린 (동인출판형) 로맨스 소설인데, 어제 아침 출근길에 읽기 시작해서 어제 저녁에 네 권 모두 끝냈습니다. 시작할 때는 긴가민가 했지만 첫 번째 권을 다 읽고 나니 손이 근질근질한게, 아주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제대로 보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2권이랑 그 스핀오프에 해당되는 이야기 두 권까지 다 읽고 났더니 ...  .... 음, 입맛이 아주 씁니다. 설탕을 들이부어 맛있게 먹은 것까지 좋은데, 거기에다가 독약(...)을 섞어놓았군요.

독약이 뭔가 하면, 후기쪽에 아주 살짝 언급된 다른 시리즈-스핀오프, 혹은 외전-의 간략 소개입니다. 본편, 정확히 1권의 첫 번째 이야기까지는 아주 달달하더니만 2권 마지막 이야기쯤 가니 다른 사람의 연애담이 불행한 결말로 가는게 빤히 보이더군요. 거기에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다른 두 권도 본편은 달달하지만 결말에는 조연이 아주 처절하게 망가지는(불행해지는) 이야기가 있어서...-_-; 꽤 마음에 들어하던 인물이 그렇게 망가지는 것을 보니 입맛이 뚝 떨어졌습니다. ;ㅂ;

처음에는 재미있게 보았는데 또 찬찬히 이야기를 되짚어 보니 앞 뒤가 안 맞는 곳이 몇 군데 있네요.; 그리고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꼬인다 했더니, 맨 처음 이야기를 단편으로 낸 다음, 그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요청 받아 차례차례 썼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앞 뒤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조금 달라졌다거나, 처음에 보았던 이미지가 아니라던가, 뒷 이야기까지 다시 다 보고 첫 번째 이야기를 보니 혈압이 오른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먼산) 특히,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누구씨가-그렇습니다, 저는 이런 공부벌레 타입에 약합니다-악역이 된 상황이 마음에 안든다거나,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그 뒷 이야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 사람만 다굴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던가, 그런게 총체적으로 걸리네요. 흑.;ㅂ;

첫 번째 이야기만 봐서는 달달하고 귀여운 로맨스 소설이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썩어빠질 민폐 커플에, 여주인공의 바뀐 캐릭터가 정말로 마음에 안 들어서 입맛을 잃었다는 이야깁니다. 덕분에 소설 쓰고 싶은 마음이 확 들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요.
(무엇보다, 판타지 소설이고 첫 편의 설정을 보면 남녀평등 세계관 같은데 읽다보면 델피니아만도 못한 여성 취급이라니.-_- 바쁘게 일한다는 언급은 보이나 여자들이 바쁘게 일하는 장면은 잘 등장하지 않은 것도 걸리고. 하기야 남자들도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만.)

앞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탓에 뒷부분에서 탈력해버린 것, 그리고 달달한 이야기의 스핀오프+외전이 쓰디쓴 이야기이고 이걸 책에 담아 놓아 입맛이 써졌다는 것이 불만 원인이지요. 하하하...



역시 100% 취향의 로맨스 소설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ㅁ-// 그래도 듀시스님이 빌려주신 덕에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아마 오늘도 집에 가면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 히죽히죽 웃으며 보고 있을거예요.///



미야베 미유키. 『하루살이 상-하』,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1, 각 12000원.
사이토 미나코. 『취미는 독서』, 김성민 옮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6, 12000원
사쿠라바 카즈키. 『고식 외전 2: 여름에서 멀어지는 열차』, 김현숙 옮김. 대원씨아이, 2008, 7000원
오키타 마사시. 『오오카미씨와 장화신은 형님고양이』, 김혜성 옮김. 대원씨아이, 2011, 7000원

제목은 말 장난입니다. 본문 및 책 내용은 죽여, 살려와 전혀 관계 없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저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죽이고 살리는 것과는 관계가 없지요)

신간 목록을 죽 훑어 보다가 순위 안에 『손 안의 작은 새』란 책이 있는 걸 봤습니다. 클릭해서 내용을 훑어 보려다가 표지를 보고는 점수가 확 깎였습니다. 표지가 취향과 백만광년정도 거리가 있더군요. 핫핫핫.-_-;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출판사의 소개글도 일종의 낚시입니다. 출판사 소개글에 과장이 상당히 섞여 있다 생각한 책이 꽤 있는데, 가장 심각하게 느낀(?) 것이 『얼간이』입니다. 어벙버리한 무사와 천재 미소년의 콤비라고 했는데 이 천재 미소년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은 마지막 30% 가량이었다고 기억하고, 상당히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지만 미소년이라고 칭송받을 정도의 외모적 묘사나 상황 묘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사도 그렇게 어벙버리하거나 멍청하거나 하지 않고 좀 느긋한 성격의 중년 아저씨고요. 읽다가 낚였다고 투덜댔지만 미미여사 책인데다 역자도 이규원씨라 내용 자체에는 불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마음이 좀 상해서 아직 『하루살이』는 주문 순위가 뒤로 밀렸습니다. 3월 되면 주문할듯.;


『손 안의 작은 새』는 역자가 권영주씨라 일단 마음은 놓았는데 가노 도모코란 이름이 묘하게 걸리더랍니다. 분명 이 작가 책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더군요. 이 책 내기 직전에 출간된 『유리기린』은 아는 책이 아니라 놔두고, 다른 목록을 보니 『나선 계단의 앨리스』, 『무지개집의 앨리스』 작가더랍니다. 지금 찾아보니 2008년에 읽은 책이네요.(감상기 링크)
이 두 책도 꽤 마음에 들어서 두 세 번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이번 책도 일상 생활 속의 추리라는 말에, 로맨스도 섞여 있다 해서, 이 달은 책 더 안 사겠다는 결심을 깨고 먼저 구입해 보았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아래는 내용 폭로형 감상기이니 주의하며 열어보세요.


전작인 『유리기린』은 애초에 시작부터가 그렇다보니 아직 읽을 용기가 안납니다. 보고는 싶은데 용기가 안나네요. 다른 책들 더 보고 용기가 생기면 도전해보렵니다.+ㅅ+

1. 지난번의 프렌치 토스트 식빵은 파리바게트의 쫄깃한 이탈리안이었지요.
이번에 구운 것은 나무와 벽돌에서 파는 자이언트 식빵입니다. 원래는 4칸-그러니까 이탈리안 식빵의 두 배 크기-이 아닐까 싶은데 이탈리안 식빵보다 조금 크긴 하지만 가격이 5천원입니다. 상당히 비싸지요. 망설이다가 집어 들었는데 들어보면서 알았습니다. 우와. 무겁네요. 식빵이 이렇게 무거운 것은 처음입니다. 같은 부피의 다른 빵보다 확실히 무게가 나가더라고요.

이탈리안 식빵이라면 반으로 나눠 먹지만 자이언트 식빵은 넷으로 나눠 한 끼 분량을 해결합니다.'ㅠ' 상당히 찰지고 쫄깃한 것이, 다른 식빵처럼 적당히 씹어 넘겼다가는 소화가 안 될 지경입니다.(실제로도 그랬고;;;)


나무와 벽돌 광화문점은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폐점 공지가 붙어 잇는 걸 본 건 오래 전인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쓰네요. 그 주변 지역 재개발 때문에 문을 닫는 모양이었습니다. 더 플레이스인가 플레이트인가도 계약만료되면 없어지지 않을까 싶고요.
재개발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라, 이런 가게들이 하나 둘 없어진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오래 있던 가게들은 찾아가는 맛도 쏠쏠히 있는데, 새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오래된 것도 나름의 운치가 있는데 말입니다.



2. 고양이 탐정 쇼타로 1권을 보면 교토의 유명한 간식 가게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 컨셉으로 취재를 하러 나왔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인데, 무기테모치로 유명하다는 나카무라켄(中村軒)은 1883년에 처음 생겼다고 합니다. 얇고 동그랗게 만든 찰떡에 팥소를 넣고 반으로 접은 모양인가본데, 1883년에 생긴 이 가게가 교토에서는 (역사로는) 돋보이지 않는답니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가게들이 많아서라네요. 하하하. 한국에서는 1900년 이전에 생긴 저런 가게가 있을까요. 전란을 겪은 지역과, 천황이 있었기에 전란을 피할 수 있었던 도시의 차이라고 생각해도 좀 아쉽군요.
(끄응. 일본의 왕에 대해 쓸 때마다 고민되네요. 일왕이라 쓰기에도 미묘하고, 천황이라 쓰기는 또 내키지 않고.-ㅁ-)

하지만 전 무기테모치보다는 후타바의 마메모치가 좋아요.-ㅠ- 다른 것보다 콩떡!



아, 그리고 이전부터 적는다고 하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쇼타로는 페르시안 고양이의 혼혈로 추정됩니다. 종종 그런 언급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털이 온통 까맣고, 발 일부만 하얗다나요. 하는 짓을 봐도 그렇고 사람 말도 알아 듣고 사고도 잘치고 그렇다보니 읽는 내내 머릿속을 돌아다닌 것은 빌헬름이었다능.;ㅂ;
하지만 일본 성인 여성이 안고 다닐 정도라면 아마 빌헬름보다는 작고 가벼울 것으로 추정됩니다. ... 아, 빌헬름도 털 부피 때문에 그렇지 실제로는 무게가 많이 안 나가려나요. 원래 주인도 여성이고 했으니...;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가방을 샀더니 책 네 권이 따라왔습니다.

...

농담입니다. 물론.;

윗 문장은 왼쪽에 있는 책 네 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백희나씨의 달 샤베트와, 거기에 딸려 온 이벤트 상품인 엽서. 아라비안 나이트 엽서인데 그림이 낯익다 했더니 인디고에서 나온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삽화가시더군요.'ㅂ'

- 달 샤베트. 백희나씨의 그림책은 어른이 봐도 재미있습니다. 물론 저야 그림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어른이긴 합니다. 여튼 집(아파트)을 만들고 꾸미고 그리고 사진 찍어서 구성한 그림책이라 더 재미있습니다. 제가 미니어처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이번 책은 앞서 나온 구름빵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도 그 달 샤베트 한 그릇 얻어 먹었더라면 올 여름에 고생 덜 했을텐데요. 아니, 그 달 샤베트 한 그릇 얻어다가 땡볕에 고생하시는 분들께 가져다 드리고 싶더군요.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다른 집들은 다 에어컨을 돌리고 있는데 반장 할머니는 부채를 부치며 더위를 이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리는 '물 떨어지는' 소리. 뭔가 하고 보니 날이 너무 더워 달이 녹아 내립니다. 서둘러 그릇을 준비해 녹아내린 달을 받아 둡니다. 그리고 이걸로 뭘 할까 하다가 샤베트를 만들지요.
그 때 정전이 됩니다. 주변 지역까지 다 정전이 되니 어두컴컴한데다 에어컨이고 선풍기고 안 돌아갑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밖에 나와보니 반장 할머니네 집만 환합니다. 들여다보니 달 샤베트가 있군요.

그 뒷 이야기는 재미로 남겨두겠습니다. 후후후후후.
(아, 잊지말고 생협 번개에도 가져가야죠. 이 책 어디 두었더라..?)


- 고양이 쇼타로는 1권 앞부분을 보고 취향에 안 맞는다고 던져버릴까 했습니다. 이 책을 구입 목록에 올린 것은 신간 검색하던 도중에 가방을 함께 준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고, 번역자가 권일영씨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심하고 구입했는데 취향에 안 맞는다고 바로 던져버리기는 아깝더군요. 꾹 참고 읽어나가니 처음 두 편이 지나자 분위기가 돌아옵니다. 오오. 이거라면 괜찮아. 게다가 귀여워!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역시 주인님.-ㅁ-; 아니, 파트너라고 할까요, 동반자라고 할까요. 하여간 그런 성격의 아가씨는 제가 껄끄러워 하는 타입의 사람이란 말입니다. 아가씨라 부르기는 미묘하지만 연령대가 비슷했던 걸로 기억하니 그냥 넘어가지요. 돈 쓰는 것도 그렇고 살림 운영하는 것도 그렇고. 대책 없달까..OTL 쇼타로가 불안해할만 합니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는 앞서 읽은 「롱 도그 바이」처럼 고양이가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인간세계를 바라봅니다. 시선이 독특하기도 하거니와 다들 너무도 똑똑해서 수수께끼를 금방 풀어냅니다. 그리고는 주변 사람이 그걸 알아채게 하는데, 가끔은 비약이 심한 것 아닐까 싶은 정도로 잘 알아챕니다. 애초에 여주인공인 '주인님'이 상상의 날개를 아주 잘 펴는-헛다리도 잘 짚는-사람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

쇼타로 시리즈는 한국에 이 네 권만 들어와 있습니다. 장편도 있는 모양인데 그건 아직이네요. 검색하다가 알았지만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하하하하. 저 이 책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알고 났더니 쇼타로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30% 증가했습니다.
(저 책에 디오라마가 등장해서 그런 것만은 아닙...?)


쇼타로 시리즈는 역시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보고 나면 집에서 구르고 있는 고양이들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백희나. 「달 샤베트」. 스토리보울, 2010, 1만원.
시바타 요시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4」. 권일영. 시작(웅진임프린트), 2010, 각 8500원.


쇼타로 4권을 구입하면 준다는 작은 가방은 정말로 작습니다. 저 쇼타로 시리즈도 A6 사이즈인가 싶을 정도로 작은데-사진의 엽서와 비교하시면 대강 아실겁니다-그 쇼타로 시리즈 책 한 권이 들어가면 딱 맞습니다. 거기에 핸드폰 하나, 교통카드 지갑 하나 정도 들어갈까요. 집 앞 카페에 책 한 권 들고 마실 나갈 때 이용하면 좋겠더군요.'ㅂ'
나나니벌도, 땡벌도, 말벌도, 꿀벌도 아닌 여왕벌입니다. 나나니벌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종류는 여왕벌이 있을텐데 말이죠. 나나니벌은 그냥 암컷이 구멍파서 밥이랑 알이랑 같이 넣어두지 않던가요. 파브르 곤충기는 고등학교 때 읽었던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포스는, 예전에 박연이 그린 「나비날개」(맞나; 하여간 두 권짜리 만화책)의 기생벌 같은 느낌입니다. 요 며칠 전에 이 책이 문득 떠올라서 내용이 어땠나 기억을 더듬고 있었는데 마침 또 비슷한 느낌의 여왕벌이란 책을 봤으니 같이 써보는 거죠. 하여간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절로 홀리고 있으니 개미귀신과 닮았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당당함과 예상하고 있던 그 정체(?)를 생각하면 여왕벌은 타당한 제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펄이 된 당신, 고생 좀 하겠구려. 그나마 여왕개미가 아닌 것이 다행이오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을 읽다보면 여자 주인공은 항상 미모의 소녀입니다. 보통 미모가 아니지요. 옥문도에서야 여자들이 좀 많이 나왔으니 상대적으로 미모에 대한 이야기가 덜 부각되지만, 다른 이야기에서는 외모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특히 악마가 피리를 불다나 이누가미 일족의 경우엔 주인공이나 조연들의 미모가 어느 정도는 사건의 원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외모 순위만 놓고 보자면 이번 소설의 주인공이 제일 상위에 올라갈겁니다. 절색이기도 하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색기가 폴폴 풍기거든요. 남자를 절로 홀리는 미모인겁니다. 그 미모가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 .....;


재미있게는 보았는데 몽고메리(L.M.) 분위기가 나다보니 결말은 미묘합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맺어주니 좋긴 한데 거참..=_=;


그리고 이번 소설에서는 전쟁 직후 일본 황실의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소재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어느 블로그에서 일본 황실에 대한 계보와 전후 사정에 대한 것을 읽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편하게 보았습니다. 알고 있으면 여왕벌을 조금 더 재미있게(?) 그리고 불편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_-;

- 맥아더가 들어와서 한 일 중 하나가 일본 전범 재판이었지요. 그 때 일본 황실의 개편 작업도 같이 이루어집니다. 일본 황실은 본가 외에 11개인가, 10개의 분가가 있었습니다.(한국 왕실도 이왕가(李王家)라는 이름으로 있었음)
분가 황실들은 이 때 모두 평민으로 각하됩니다. 지금도 분가들은 남아 있지만 신분은 어디까지나 평민입니다.-ㅅ-

- 일본 사람들이 황실에 갖고 있는 경의랄까.. 그런게 참 묘해 보이는군요. 이번에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가 쓴 「지의 정원」을 읽으면서도 느꼈는데 묘하고 또 불편합니다.=_= 지의 정원에 대한 리뷰는 한 번 더 읽고 해야할 것 같아서 미루고 있고요. 빠르면 이번주에 올라갈라나.



추리소설로서는 그리 높은 평을 받지 못했지만 영상화는 많이 되었다는데, 결말을 보고 있으니 확실히 영상으로 만들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미모를 갖추고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라면..?; 미모와 색기, 당당함 등을 다 갖추어야 하는데 찾기 쉽지 않겠다 싶습니다. 2006년에 만든 것이 최신이라는데 여배우가 누군지는 나오지 않고 긴다이치 역을 이나가키 고로가 맡았다는 것만 나오네요. 은근 잘어울립니다.-ㅁ-;


해결부분을 보면 트릭이랄 것도 별로 없고, 그냥 가볍게 로맨스 소설 보듯 보셔도 됩니다. 범인은 맞추지 못했지만 읽고 나니 딱 요코미조 세이시답더랍니다. 풍기는 느낌만 보자면 이누가미 일족과 가장 닮아있어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는 전작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다 봤습니다. 쌍두의 악마 리뷰를 보고는 보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서 책 구입 자금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쌍두의 악마부터 구입했을 겁니다.
(저는 역시 작가 아리스 쪽이 더 취향입니다. 학생 아리스의 탐정씨는 너무 쿨쒹하시달까.)

제가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를 재미없게 본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인공 '나'가 하는 짓이 중학생들이 하는 딱 그 행동이다보니 참을 수 없어졌단거죠. 아하하; 사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도 그래서 초반이 재미없었습니다. 친구에게 질투하고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 안달나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친구는 참 고고 냉정 우아하시고. ... 아니, 정말 그래요. 갸는 또래 중학생과는 분위기가 달라요. 뭐랄까, 좀 천재적이랄까.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특히 마지막의 30%를 읽으면서는 두 손 들었습니다. 아아. 역시 미미여사님.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씁쓸하기도 하지만 '지당해보이는' 상황이라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 한 번에 확 날아가는군요. 그리하여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무리도 전작과 살짝 연결해주면서 했고요.

괜찮아, 꼬마. 다 잘 될거야. 죽도록 힘들어도, 마음이 허해도, 언젠가 봄은 올테니까.
(물론 그 봄을 만나지 않고 끝까지 겨울로 살겠다는 인간도 여기 있지만, 그런 건 예외.)



꼬리 아홉 고양이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엘러리 퀸 시리즈 중에서 안 본 책이다 싶어 집어 들었씁니다. 이전에 단편으로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을 보긴 했는데 이건 아예 장편이더군요. 서로 다른 이야기다 싶어서 빌렸는데 완전히 다릅니다.
아마 시기 상 라이츠빌 중 재앙의 거리였나, 그 후의 이야기 같습니다. 엘러리가 사건에 참여하는 이유라든지, 맨 마지막의 해결부분에서의 일을 보면 대강 짐작이 갑니다. 애초에 라이츠빌 시리즈는 제 취향하고 안 맞아서 한 번 읽고는 고이 모셔두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연결되는 이야기가 재앙의 거리였는지 열흘간의 불가사의인지요.-ㅁ-

시작은 간단합니다. 고양이라는 이름이 붙은 어느 살인자가 뉴욕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릅니다. 하지만 수법만 동일할뿐, 살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공통점도, 어떠한 이유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이고 자신이 범행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패닉에 빠집니다.

엘러리는 처음엔 사건 수사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지만 옆구리를 퍽퍽 찔린데다가 아예 시장과 경찰 고위 인사가 짜고서는 퀸 경감을 사건 담당자로 임명한 덕에 끌려 들어갑니다. 그 뒤에도 연쇄 살인이 계속되다 보니.... (하략)

재미있게 보았지만 취향은 아니었습니다.ㅠ_ㅠ 뉴욕이 배경이지만 글 분위기는 라이츠빌 시리즈와 닮았습니다.
거기에 보고 있다보니, 엘러리 퀸을 따라잡고자 하는 어느 작가가 떠오르더랍니다.

'자넨 아직 멀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지나치게 건방진걸까요. 한 가지 사실이 딱 튀어오르는 순간, 그 간의 모든 의문이 차례로 풀려나가고 있으니, 마치 매듭 하나를 풀자 실뭉치가 한 번에 풀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역시 하략)

왜 시공사의 엘러리 퀸 시리즈에 이 이야기가 빠졌는지 궁금하군요. 요즘 추리소설 열심히 내고 있던데 다시 안 내주려나. 그러면 잽싸게 시리즈 다 사줄텐데 말입니다. .. 그리고 기왕 낼 때는 판형 예쁘게 해서 하드커버 실제본으로 내주세요.>ㅆ<




최근 들어서 깨달았지만 나이 먹으면서 아집같은 것이 생깁니다. 고집과는 다른 쪽으로요. 편견이라고해야하나. 그런게 강화되는 느낌이더랍니다. 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냐면, 제가 해산물을 즐겨먹지 않는다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로 바뀐 것도 최근 몇 년 사이이고, 큰 개는 좋아한다에서 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로 마음이 돌아선 것도 최근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깨달은게 올해 들어서였을겁니다.

어쨌건.;
그런 이유로 가스미 류이치라는 낯선 작가의 책 표지에, 도기 하드보일드 액션이라는 소개글을 보고는 손이 가지 않더군요. 하지만 이미 집에 남아 있는 추리소설들은 거의 다 읽은 상황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집어 들어 읽을 수 밖에요.

...

근데 이거 아주 재미있습니다.
아주 귀엽습니다.;
개들로 난장판이지만, 아주 재미있습니다.+ㅅ+



주인공은 개입니다. 시바견과 다른 개의 잡종인데 중년이라기엔 조금 젊은 부부가 주인입니다. 일찍 결혼을 해서 이미 자식들은 다 독립했고, 번역일을 하는 남편과 디자이너인 아내만 단촐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 마을-플랜더스의 개에서 이름을 따와서 프라다 마을. 명품 마을은 아닙니다-은 개가 상당히 많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언급도 조금은 있지만 마을 주민들은 격하게 개를 사랑하는 듯 보입니다. 뭐, 관광 홍보 차원이기도 하지만 마을의 영웅犬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세웠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동상을 만든 후부터 마을에 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것이 주견공과 그 친구들이고요. 개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사람이 주역이 아니라 개가 주역인 이야기라니까요. 그러니 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재미있게 보실 것이고, 좋아하지 않으신다 해도 모험과 추리가 넘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또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 고로 이건 첫비행님이 참으로 좋아하실 듯한..
(요즘 바쁘셔서 보실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연작 시리즈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 고로 웡모어!




가스미 류이치. 「롱 도그 바이」. 권남희 옮김. 새앙뿔, 2010, 10000원
엘러리 퀸.「꼬리 아홉 고양이」. 동서문화사, 2009, 7800원
미야베 미유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김해용 옮김. 황매, 2010. 11000원

읽은 책이 또 잔뜩 밀렸군요. 따로 리뷰할 책 한 권은 놔두고 나머지는 또 몰아서 리뷰합니다.


엊그제 홍대 북새통 문고에 가서 책을 구입했다가 함정에 두 번 걸렸습니다. 하하.; 타메다 히나타의 책 두 권이 있던데 그림이 익숙하고 꽤나 예뻐서 덥석 집어 들었거든요. 그게 함정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_-; 한 번 읽고는 그대로 북오프에 넘기겠다고 쌓아 두었습니다.
「이국 미로의 크로와제」는 조금 더 나갔더라면 취향이었을텐데, 이건 뭐랄까. 고식 표지에서 보이는 듯한-움직이는 골동품 인형같은 애들이 한가득인데다 내용이 빤히 보입니다. 쇠락한 시장과 거기서 일하는 도제-당연히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대단한 마스터(장인)-에, 일본에서 데려왔다는 인형같은 아이가 일을 돕습니다. 당연히 일본에서 온 인형 같은 소녀는 이리저리 사고를 치고, 그런 와중에 서로 마음을 열고, 거기에 또 쇠락한 시장(상가)를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빤히 보이는 듯하고.-_-;
「여우와 아토리」는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인 여우와 아토리는 전형적인 츤데레 여주인공이 있더군요.(...) 차라리 뒤쪽에 실린 뭐시기의 카르테 외전편이 낫습니다.(2003년, 대원에서 출간된 3권짜리 책의 번외편)


존 딕슨 카의 책 중 화형법정은 앞부분만 조금 읽다가 결말부분 확인하고는 던졌습니다. 추리소설 분위기가 아니더군요. 그래서 줄 그어두었습니다.
연속 살인사건은 그럭저럭.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은 이야기 구성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결말이 조금 미묘하지만 뭐, 그정도면 괜찮고요. 펠 박사님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활약하는 것은 역시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였고.. 구부러진 경첩은 그냥저냥. 엔딩이 참 미묘합니다.ㅠ_ㅠ
그래도 다 정통 추리 계통이라 맛있게 잘 봤습니다.

「교토! 천년의 시간여행」은 교토 지역의 명승지와 사적을 골라 소개하고 있는데, 교토 여행을 가기 전에 필수적으로 보아야 겠더랍니다. 하지만 상당히 졸리니-아무래도 역사적 사실이 많아서..;-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책이 한길사에서 나온 것을 보고는 도대체 작가가 누군가 그랬더니만,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 책 초기 번역자 중 한 명입니다.; 이현진씨.; 「남자들에게」도 이 분 번역이고요.(먼산) 어쩐지. 한길사에서 아무나 낼리가 없는데?싶더니만..; 키릴님도 한 번 찾아보세요. 역사적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한 번 사다 놓으면 가기 전에 두고두고 공부하고 갈 수 있습니다.-ㅂ-

「나만의 집을 만드는 100가지 원칙」과 「라이프」는 구입 예정입니다. 자금만 있다면 「찻자리, 디자인하다」도 도전해보겠는데 고가라서 일단 뒤로 밀렸습니다. 나만의~는 독립하여 새로 집을 꾸미는 사람들에게, 원룸형 집을 구할 때의 주의점부터 시작해 가구를 구입할 때, 집의 분위기를 잡을 때, 소품을 살 때, 소품을 정리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고려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야 아직 독립하지 않았지만 제 방을 정리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만한 말들이 많더군요. 가격이 비싸서 구입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끝까지 읽어보고는 사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라이프」는 제가 아니라 G가 산답니다.-ㅁ-
「찻자리, 디자인하다」는 종갓집을 찾아다니며 여러 제사상과 상차림을 취재하던 저자가 그런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낸 것입니다. 그런고로 쿠켄에 실리는 칼럼과도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계절마다의 독특한 상차림을 보여주는데, 그릇 욕심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보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ㅁ-;
한국식 상차림을 잘 보여주니까 집들이 할 일이나 손님 초대할 일 있으시다면 한 번쯤 찾아 보세요.'ㅂ'

「성계의 문장」은 예전에 은하전기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하는데, 그 때는 라이트 노벨에 손을 대지 않을때 였습니다. 그런 고로 그런 책이 있구나라고만 알고 넘어갔지요.
성계 시리즈는 원래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쪽을 먼저 알고 관심을 두었던 터라, 원작 소설이 출간된 것을 보고는 고민했습니다. 표지 삽화가 조금 미묘한데, 삽화 담당이 프린세스 메이커 2의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ㅁ-; 그렇다고 그런 예쁜 그림을 생각하시면 좀...?; 삽화 때문에 책에 손이 안간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여간 이 책을 보고 가장 반기실 분을 꼽으라면 단연 첫비행님. 이번에 감상 적은 책 중에는 첫비행님 옆구리를 꾹꾹 찌를만한 것이 꽤 있습니다. 라이프야 이미 보셨다 했고, 나만의 집을 만드는~이라든지 찻자리 디자인 같은 책도...(물끄럼)
성계의 문장은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고로,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Boy meets girl입니다. 그러나 그 소녀가 말하자면 마일즈 같은 존재였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지요. 아니, 그레고르쪽이라 할걸 그랬나.-ㅁ-;
도입부이기 때문에 성계의 전기가 나와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터인데, 앞으로 소년=진트의 인생항로가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 졸업할 때까지야 거의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에 의해 인생이 확확 뒤틀렸지만, 이제부터는 본인이 선택한 길을 걷는 것이니까요.
과연 어떻게 되려나, 심히 걱정됩니다.(먼산)


존 딕슨 카. 「연속 살인 사건」, 「화형법정」. 동서문화사, 2003. 6800원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로크미디어, 2009. 12000원.
 「구부러진 경첩」. 고려원북스, 2009. 12000원
이현진. 「교토! 천년의 시간여행」. 한길사, 2010. 19000원
카와카미 유키. 「나만의 집을 만드는 100가지 원칙」. 니들북, 2009. 14800원.
이이지마 나미. 「라이프: 카모메 식당, 그들만의 따뜻한 이야기」. 시드페이퍼, 2010. 13000원
이연자. 「찻자리, 디자인하다」. 오픈하우스, 2010. 22000원
모리오카 히로유키. 「성계의 문장 1-3(완)」. 김영종. 대원씨아이, 2010. 7000원
타케다 히나타. 「이국 미로의 크로와제 1」, 「여우와 아토리」. 최윤정. 학산문화사, 2010, 4200원
그 외에 존 딕슨 카 몇 권입니다.


고양이 오스카는 원래 따로 다루려고 했는데 미루다보니 그냥 간단 감상으로 같이 올립니다.

아주 편하게,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책 소개에는 듀이에 비교하고 있는데 분위기는 확연히 다릅니다. 고양이 오스카도 듀이처럼 사람을 '치유하는' 애완동물이지만, 오스카는 듀이보다는 조금 쌀쌀맞습니다. 듀이가 영업부장이라면 이쪽은 관리부장...(어?) 하여간 그런 상황에 이르기 전에는 딱히 눈에 안 들어오는 보통의 고양이입니다.
오스카가 일하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다보니 이 책은 들꽃 진료소의 이야기와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대신 이쪽이 치매 전문 병원이라, 이야기도 치매환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것이 중심입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치매 환자들의 뒷바라지와 호스피스 관련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한 번쯤은 꼭 읽어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주변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는 얻어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치매가 어떤 병인지 말해주는 책은 거의 처음 만났습니다.(기억하는 한도에서는...^^;)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괴짜 경제학」이나 성공경영사례 모음집과 비슷한 느낌의 책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이나 물건을 놓고 이게 왜 성공하였는지 밝혀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조금은 여성학적인 느낌도 받는 건 주제 중에 피임약과 염색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임약은 둘째치고, 염색약의 여성해방적 의미 ... 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주변에 달마다 염색하는 사람이 둘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자신은 염색이라하면 질색하거든요. 거기에 노란색이나 밝은 갈색의 염색이라면 더더욱....^^; 머릿결이 상하는 것도 그렇고, 시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하여간 그렇다는 거죠.
그러고 보면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생에게 염색이란 해서는 절대 안될 일이었습니다.-ㅁ-;


「덧없는 양들의 축연」. 끄응....;
제 블로그에 올라온 책들 중에서는 괴담류에 집어 넣고 싶네요. 정말로 괴담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책인데 저는 불호에 가까웠습니다. 고가(오래된 가문), 아가씨, 영양, 혈통, 배신, 충성 등의 단어에 관심있는 분들은 괜찮겠지만...;
하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고 단번에 읽어내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뭐...'ㅂ';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낌 위화감 중 하나는 나이입니다. 주인공들의 나이를 계속 10대 후반으로 놓고 읽다가 나중에야 이상한 걸 알아챘거든요. 음.. 루피너스 탐정단이나 사쿠라바 가즈키의 청년들을 위한 독서클럽에 괴담 분위기와 여학교를 듬뿍 가미하면 이런 느낌일겁니다.



존 딕슨 카의 책 세 권. 밤에 걷다의 트릭은 한 가지는 제대로 봤지만 나머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누구씨는 팔힘이 상당히 세군요. 펠 박사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더 취향이었습니다. 덧붙여 취향은 어쩔 수 없더란...;
모자수집광을 먼저보고 연속 살인을 나중에 봤는데 책 나온 순서나 시대 순서나 둘다 연속 살인이 먼저입니다. 그러니 연속 살인을 먼저 보고 모자수집광을 보는 쪽이 이해하기 낫습니다.'ㅂ' 이쪽은 무난무난한 추리소설.


야창귀담은 요재지이 계통으로 추측되는 기담집입니다. 모란꽃 등불 = 보탄도로 = 목단등롱도 실려 있군요. 해피엔딩보다는 아닌 쪽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여름에 가볍게 볼만한 기담집입니다.


산사에서 만든 차는 개인적으로 사고 싶더랍니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네요.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전국의 여러 사찰을 방문해, 차 만드는 법을 모아 만든 책입니다. 판형이 A4정도로 큰데다가 컬러판이다보니 가격이 상당하군요. 한국어를 읽을 줄 아는 외국인에게는 선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녹차 외에 꽃차나 기타 산채로 만든 차도 등장하는데 보고 있자니 저도 차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이 뒤에 이어서 읽은 책도 비슷해서 차와 관련된 지름신이 지금 등 뒤에서 얼쩡대고 있습니다. 참아주세요.;


자아. 그럼 가장 아껴둔 책 두 권. 「상으로 가츠오부시를 줄게」와 「세 마리 아저씨」입니다. 상으로~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정확히는 사진 에세이지요. 다비드라는 반려묘를 잃은 뒤, 부부는 다시는 고양이를 기를 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릎고양이인 어느 길고양이에게 위안을 받고, 주변 친구들의 고양이를 잠시 탁묘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 '다비드는 더이상 만날 수 없겠지만 다비드가 아니라 다른 고양이라면 그 나름으로 사랑할 수 있을거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코숏...이 아니라 재숏을 두 마리 데려옵니다.
발랄한 고양이에게 종종 사용되는 단어, '똥꼬발랄'한 녀석들이라 사진 역시 굉장히 느낌이 좋습니다. 와아. 고양이를 보고 있자면 아무것도 못할 거란 생각이 팍팍 들던걸요. 블로그도 방문해보고 싶어지더랍니다.
(책 제목은 저자들의 블로그 제목이기도 합니다)


세 마리 아저씨는, 은퇴를 한 아저씨 한 마리가 친구의 제안으로 마을사건해결사팀을 만들면서 시작됩니다. 물론 그렇게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도 재미가 쏠쏠하지요. 다른 책보다는 직전에 보았던 「사랑, 전철」과 닮아 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확연히 다른 세 아저씨들의 성격이 아주 재미있게 그려집니다. 게다가 이거 성장 소설이자 연애소설이기도 하니 솔로부대원들은 읽을 때 주의하세요.
보고 있자면 딸 사랑 바보 아버지들의 계보를 잇는 아저씨도 등장합니다. 이 아저씨가 상당히 마음에 든 것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대사가 바로 이 아저씨-노리오의 대사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리오 엘렉트리컬 퍼레이드!"


위 대사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직접 읽어서 찾아보세요.


덧. 엘렉트리컬이 아니라 일렉트리컬이 되어야하지 않나요..'ㅂ';


데이비드 도사. 「고양이 오스카」. 이레, 2010. 12000원
아리카와 히로. 「세 마리 아저씨」, 오근영. 살림. 2010. 12800원
이시카와 고사이. 「야창귀담」. 문. 2008. 25000원
요네자와 호노부. 「덧없는 양들의 축연」, 최고은. 북홀릭, 2010. 12000원
존 딕슨 카. 「연속 살인 사건」. 동서문화사, 2003. 6800원, 「모자수집광사건」. 동서문화사, 2003. 7800원
 「밤에 걷다」. 로크미디어, 2009. 10000원
이정애. 「산사에서 만든 차」. 정리출판사, 2005. 33000원
말콤 글래드웰.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김영사, 2010. 15000원
마토바 치카코. 「상으로 가츠오부시를 줄게」. 니들북, 2010. 11800원

존 딕슨 카라는 작가는 이름만 잘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이 작가라는 것을 알고 본 책 중 기억나는 것이 딱 한 권일 정도입니다. 게다가 그 책은 「셜록 홈즈 미공개 단편선」.(...) 아서 코난 도일의 아들래미인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이랑 같이 낸 셜록 홈즈 오피셜 동인지입니다.

그러다가 로크미디어에서 나온 새책,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서 빌려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줄 감상.



"내가 왜 이제야 존 딕슨 카를 알았을까.;ㅂ;"


와이리 늦었노? 라는 심정인 겁니다. 한 권만 읽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상당히 비슷하고, 애거서 크리스티보다는 더 묵직합니다. 심리적 요소가 더 강하게 드러나 있지요. 아마 펠 박사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거기에다, 책을 읽다가 펠 박사의 이름을 듣고서야 옛날부터 이 작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옛날 옛날에, 활자중독인 한 아해가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추리소설 탐정들만 모아 놓은 요약본을 보았는데, 거기에 안락의자 탐정으로 푸근한 느낌의 펠 박사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존 딕슨 카를 알게 된 셈이지요.
펠 박사의 외모를 떠올리면 아무리 봐도 산타클로스. 엊그제 본 「산타 아줌마」의 삽화 영향이 크긴 하겠지만, 그런 느낌입니다.; 조금 소란스럽고 말 많지만 진중할 때는 또 진지하고 멋지다니까요.


책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 소개는 피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교보 등의 책 소개를 보시면 되겠지요. 다만 보고 있자면 울컥울컥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으니 커플 공격을 피하고 싶은 분들은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덕분에 올 여름을 함께 보낼 추리소설이 잔뜩 생겼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슬슬 탄력을 일어가던 차이니 마침 잘 되었네요. 신나게 읽어제끼렵니다.>ㅅ<
아래 목록에 적지 않은 책 중 고양이 오스카와 초록캡슐의 수수께끼는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거죠.

「슈크림 살인사건」. 예상대로의 번역제목입니다. 원제는 크림퍼프 살인사건. 슈크림이나 크림퍼프나 같은 디저트를 말할테니까요. 근데 원서가 더 재미있는 것 같은 느낌은 왜? 특별히 번역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애플 턴오버 살인사건(애플파이 살인사건으로 번역될듯)은 원서 빌려다 놓고 아직도 손 못댔습니다. 엔딩 부분 때문에 열받아서...-_-;

「내 마음의 크리스마스」는 계절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뭐, 가볍게 읽을만한 이야기입니다. 잭 캔필드가 기획한 닭수프를 크리스마스 배경으로 뽑았다고 생각하셔도 무관해요.; 대체적으로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마음이 포카포카따끈따끈해지는 이야기이니 기분 전환용으로 보시면 좋습니다.

「다관에 담긴 한중일의 차 문화사는」좀 미묘. 다관 사진을 보고 홀랑 집어 들었는데 뭔가 빠졌다는 느낌? 어중간한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상당히 기대하며 빌렸던 책이라 아쉽네요. 그래도 사진만 봐도 충분히 지름신이 올만하니 다관 좋아하는 분들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기담: 열두 가지의 거짓, 열두 가지의 진실」은 보다 덮었습니다. 아사노 아츠코=아사노 아쓰코로 「배터리」의 작가라 궁금한김에 집어 들었는데 앞의 몇 편 읽다가 도저히 버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려놨습니다. 연작 단편 비슷한데 상당히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동화풍의 이야기입니다. 기담에 관심이 있어서 집어 들었다가..ㅠ_ㅠ 게다가 엔딩이....ㅠ_ㅠ

「요이야마 만화경」은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ㄱ- 딱 이 작가 느낌. 앞서 본 「유정천 가족」이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하고도 이어집니다. 특히 밤은 짧아~하고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군요.
같은 작가 책을 여러 권 보면서 생각하는 거지만 완전히 세계관(배경)이 일치하진 않습니다. 아귀가 딱 들어맞지 않아요. 여기들어가면 퍼즐 조각 모양이 이렇게 되고, 저기 들어가면 퍼즐 모양이 또 저렇게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니 직접적으로 추천하기엔 좀.
아, 가미가쿠시를 연상시키는 것도 있습니다. 이번 책도 배경은 당근 교토고요.

「스페인은 맛있다」는 가볍게 맛있게 재미있게 볼만한 스페인 음식 책입니다. 스페인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기도 하고 조리법도 나와 있어요. 배고플 때 보면 꽤 힘들겁니다. 간단히 설명하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는게 솔직한 평입니다. 이 당시 손이 안가서 오랫동안 방치하다가 집어든 책인데 책 읽는 진도가 상당히 빨리 나가던걸요.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티 러버's 소울」은 비슷한 시기에 기획으로 나온 초콜릿이나 커피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차를 마시는 이야기가 주인데 녹차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홍차인데, 솔직히 기대하고 있던 것은 홍차 포트와 홍찻잔, 그리고 티푸드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소수이고 대부분은 티백이네요. 어흑.;ㅂ; 하기야 미국에서 모은 이야기이니 그런 종류의 차이야기는 드물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차를 마시고픈 욕구를 팍팍 자극하니, 이걸 읽고 나서부터 내내 차를 퍼 마시고 있습니다.
책에 실린 레시피중 포도당차라는 것이 있는데 레시피가 진짜 무섭더군요. 하도 달아서 포도당을 공급하는 느낌이라는 의미에서 그리 이름이 붙었는데, 2리터의 포도당차를 만들 때 립톤 티백 4개인가 6개에 설탕이 한 컵입니다. 미국식 컵이니 240ml. 우유팩으로 하나하고도 조금 더 들어갑니다.ㄱ- 삼다* 생수병 하나에 설탕이 그만큼이라닛. 우어어어어어; 마시고 나면 입술이 끈적끈적해진다는 것이 이해갑니다.;

「얼간이」는 좀 미묘. 이건 「메롱」에 이은 미야베월드 2막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나왔지요. 이번의 번역자는 김소연씨가 아니라 이규원씨입니다. 배경이 시타마치-서민거리라서 그런지 앞쪽에 역주가 여럿 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거슬렸지만 그게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겠더군요. 에도시대 서민생활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역사소설 읽는 느낌으로 봐도 좋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불만은 맨 뒤. 미소년과 어리버리 아저씨의 사건 해결쯤으로 보았는데 미소년이 그 한~참 뒤에 나오더군요.(훌쩍) 머리를 막 틀어올린 애송이와 어리버리 아저씨의 콤비 플레이를 기대했건만..;ㅂ; (...)
혼조 후카가와 시리즈와 연계되어 있기도 하고 분량이 상당하기도 하니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은 빼놓고, 에도시대를 배경으로한 이야기를 본다 생각하시면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결말이 흡족하게 와닿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그러니 그건 염두에 두세요.




조앤 플루크. 「슈크림 살인사건」. 해문출판사, 2010, 12000원
미야베 미유키. 「얼간이」. 북스피어, 2010, 14000원
헬렌 스지맨스키. 「내 마음의 크리스마스」. 나무처럼, 2006, 1만원
잭 캔필드 외. 「티 러버's 소울」. 바롬웍스, 2009, 13000원
정동주. 「다관에 담긴 한 중 일의 차 문화사」. 한길사, 2008, 22000원
모리미 도미히코. 「요이야마 만화경」, 권영주 역. 문학수첩. 2010, 11000원
아사노 아츠코. 「기담: 열두가지의 거짓, 열두가지의 진실」, 권남희 역. 아고라, 2009, 1만원
김문정. 「스페인은 맛있다」. 예담, 2009, 15000원


검색하다보니 미미여사 책이 또 나왔군요. 윽. 이걸 사, 말아..;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만 세 종 먼저 리뷰 올립니다. 나머지 책은 간단 리뷰로 몰아 올릴 예정입니다.

「사랑, 전철」은 「도서관 전쟁」시리즈의 작가인 아리카와 히로의 책입니다. 이전에 「하늘밑」, 「바닷속」 등 밀리터리 계통의 책이 한국에 많이 번역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앞 문장을 '밀리터리 계통의 책을 많이 썼다'고 쓰려다가 바꿔 썼습니다. 「사랑, 전철」은 밀리터리 로맨스와는 거리가 있거든요. 밀덕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건 연애를 위한 코드 중 하나고(...) 중요한 것은 전철입니다. 배경은 오사카이고, 오사카에서 운행되는 어느 전철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니 전차남... 아니 전철을 배경으로 한 단편 연작 로맨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첫 단편의 주인공은 그 다음 편의 주인공에게 '관찰'당하며, 그 다음편의 주인공은 전편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렇게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는 시간을 건너뛰어 다시 우연히 마주치고 참견하고 인사를 나눕니다. 뭐라 뭐라 해도 읽어보는 것이 최고입니다. 이 책을 가장 좋아할 분을 찍자면 마스터님.-ㅁ- 읽으면서 이거 취향이 아닐까라고 내내 생각했습니다. 후후후.
몇몇 단어가 번역에서 걸리긴 했지만 그정도는 그냥 넘어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두 번째. 아, 그리고 염장도가 상당히 높으니 커플지옥을 외치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성녀의 구제는 도서관에 있길래 덥석 물어온, 비교적 최근에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입니다. 탐정 갈릴레오 라인이긴 한데 그 사이의 책 중 안 본 것이 있는지 왜 두 사람의 사이가 냉랭한지 모르겠습니다. 가오루라는 새로운 등장인물도 그렇고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제대로 챙겨보진 않았지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은근 좋아하거든요. 웅. 왜 그럴까.-ㅁ-;
하여간 제목이 왜 저런지는 끝까지 가보아야 압니다. 범죄 트릭이 제목과도 관련이 있거든요. 범인은 알지만 트릭을 알지 못하면 체포할 수 없다, 그리고 증거를 확보해야한다가 주요 문제인데 누구씨가 범인에게 호감을 가진 것도 수사 진행상황에 영향을 주더군요. 그리고 가오루는 포지션도 그렇고, 「붉은 손가락」에서의 가가형사와 이미지가 비슷합니다. 굉장히 감이 좋은 형사로군요.
퀼트전문가가 주인공이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직접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아. 직접적으로 떠오르는 이야기는 「내가 그를 죽였다」입니다. 트릭을 풀어 내는 것에 촛점이 맞아서 그럴까요.'ㅂ'

아쉬운 것은 편집입니다. 글씨가 크고 행간이 넓어 한 장에 들어가는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책이 무겁기도 하니 차라리 책을 얇게 만들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얼핏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해리 포터 가격 상승 논란이군요. 흠.


어제 읽고는 미친 듯이 웃어 제낀 책이 산타 아줌마. 히가시노 게이고가 글을 써서 같은 서가에 있길래 별 기대 없이 빌렸습니다. 하지만 이거 유머가 장난 아니예요. 우울할 때 읽으면 정말 좋습니다. 기왕이면 크리스마스가 좋지만 「부탁해요 마스터」도 엊그제 읽은 차에 뭐 관계 있나요. 오히려 더울 때 추운 배경의 책을 읽는 것이 좋지요.

산타클로스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회의를 갖습니다. 각 국가의 산타클로스들이 모인 이유는 새로운 산타 회장의 선출 및 새로운 미국산타의 결정입니다. 회장을 맡고 있던 미국 산타가 은퇴를 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산타가 자신의 후임으로 데려온 것이 제시카, 바로 여자입니다. 거기서 각국의 산타가 경악하고는 가부에 대해 토론을 벌입니다.
다른 것보다 그림이 예쁘고 산타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하나 둘 부서지면서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산타 클로스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읽다보면 포복절도하게 된다니까요. 거기에 맨 뒤에 붙은 보너스! 각국의 산타들을 간략하게 그렸는데 그게 구입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 읽고 나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책들의 작가라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두 권의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니까요.



덧붙임. 본문 글 쓰고 수정하면서 책 검색을 하다보니 ............... 아리카와 히로가 여자였군요. 왜 전 남자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을까요.;

아리카와 히로. 「사랑, 전철」. 윤성원 역. 이레, 2009. 12000원
히가시노 게이고. 「성녀의 구제」. 김난주 역. 재인, 2009. 13800원
히가시노 게이고 글, 스기타 히로미 그림.「산타 아줌마」. 이선희 역. 바움, 2002. 7500원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별도 감상을 올리지 않고 가볍게 넘어간 책들에 대한 언급입니다. 물론 아래에서 써 놓고 또 다시 써 놓는 바보짓도 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냥 넘어가주세요.^^;


「나를 더 사랑하는 법 -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
책 제목이 좀 긴데 미국의 어느 웹에서 예술가들이 시도한 '상황'에 대한 여러 반응을 모은 것입니다. 말이 어렵지만 웹 2.0이라는 상호소통형 블로그, 홈페이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미란다 줄라이와 해럴 플레처는 홈페이지에다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라는 과제를 올립니다. 총 47가지였나요.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홀랑 잊었지만-이라고 적고서 목차를 확인하니 총 63가지입니다-, 사람들이 그 과제를 보고 자신이 과제를 해결하여 올리는 겁니다. 당연히 올린 과제는 여러사람들이 볼 수 있고요. 트랙백 형식으로 했는지, 게시판에 올리는 형식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질 않았거든요. 왜냐면 대부분의 과제가 제 흥미를 벗어난 것이 많았습니다.

흥미로운 것 중에는 플래시를 터뜨린채 침대 아래 찍기랑 전쟁을 겪은 사람과 인터뷰 해보기가 있습니다. 전쟁을 겪은 사람과의 인터뷰는 확실히 미국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겠지요. 한국에서라면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를 인터뷰하면 될테니 나이 있는 분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미국에서 전쟁을 겪은 사람이라면 대부분은 파병입니다. 설마하니 남북전쟁을 겪은 사람이 아직도 살아 있다거나...? 그렇다면 기네스의 최 연장자 기록을 갈아치워야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난민, 혹은 망명을 선택해 들어온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기록도 꽤 재미있게 읽혔지요.

플래시를 터뜨린채 침대 아래 사진을 찍는 것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 하나. 상당수의 사진에 고양이가 찍혀 있습니다. 으하하하하;
하지만 저는 침대 밑을 찍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서랍 달린 침대를 쓰거든요.

한국편도 있긴 한데 그냥 가볍게 볼 정도. 음... 지금 생각하니 이 책을 보고 시큰둥했던 것은 이게 사진 100제나 소설 100제 등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ㅂ';



「허니문」은 데이지의 일생 때문에 다시 보았는데 지금 다시 보니 닮긴 닮았지만 일부분만입니다. 「허니문」이 이런 내용이었나 싶을 정도로 까맣게 내용을 잊고 있었고요. 그러고 보니 「허니문」은 「키친」과도 굉장히 닮았네요. 죽음의 극복이라.


요네하라 마리의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뽑아든 책입니다. 요네하라씨의 책은 한 권씩 뽑아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음식 견문록도 재미있었지만 다른 수필들도 유머와 위트가 넘칩니다. 이 책은 제목과 표지에서 유추할 수 있는대로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 동물 암컷이나 동물 수컷이면 족해라는 내용입니다. 집에서 키우던 여러 개와 고양이가 어떻게 집에 흘러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를 보여주는데 마치 고양이 생태학을 보는 느낌입니다. 개보다는 고양이에 대한 글이 많거든요. 고양이의 수가 개보다 많은 것도 그 이유입니다. 개는 1-1+1로 항상 한 마리지만 고양이는 두 마리 이상입니다. 책을 본지가 좀 지나서 최고 몇 마리까지 되었는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최고는 아마 .. 여섯마리? 데리고 있던 고양이중 한 마리가 출산해서 여섯마리까지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 여섯이 아니라 여덟마리가 되었던 건가..;
첫비행님은 아주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ㅅ+ 커피와 우유도 성격이 다르지만(개묘차) 여기 등장하는 고양이들도 다 성격이 다르더군요. 제멋대로 고양이들이 어떻게 사람을 녹이는지를 보고 있다가 뿜었습니다. 특히 고모님이 넘어가는 부분을 보면 책 붙들고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거리게 되니 말이죠.


명탐정 홈즈걸은 아예 제목을 홈즈걸 시리즈로 가나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서처럼 홈즈걸의 책장, 사라진 원고지, 사인회 등으로 부제 비슷하게 붙이는게 훨씬 마음에 듭니다. 하여간 3권은 음....................; 역시 미묘. 이번 편의 메인 이야기인 사인회는 묘하게도 '범인'이 제 취향(...)이었고, 피해자가 그닥 취향이 아니라서 범인 편을 들게 되더랍니다.(먼산) 심한 짓을 했지만 그렇게 역으로 감정이입이 되니 끄응...;

염소씨가 잃어버린 물건- 이번 책의 가장 마지막 이야기는 본래의 분위기로 돌아온듯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이런 쪽이 좋아요.>ㅅ<

앞으로 한동안은 서점에 가면 일하시는 분들이 그냥 보이지는 않을겁니다.


타샤 튜더의 책 두 권은 인형의 집을 보고는 마음이 동해서 찾아본 김에, 더 보게 된 책들입니다. 사진이 주로 등장하는 수필집이랄까. 훌훌 넘어가는 책들입니다. 하지만 그 중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신문의 활용입니다. 정치인 사진이 크게 나온 신문은 사진이 있는 곳을 윗면으로 해서 새장에 깔아준답니다. 좋은 활용방법이더군요. 후후후.





이보다 더 보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집에서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읽고서도 기억 못하는 책이 도대체 뭐다냥?


미란다 줄라이. 「나를 더 사랑하는 법 -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 앨리스, 2009. 18000원
요시모토 바나나. 「허니문」. 민음사, 2000. 9000원.
요네하라 마리.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 마음산책, 2008. 12000원
오사키 고즈에. 「명탐정 홈즈걸 3」. 다산책방, 2010. 10000원
타샤 튜더. 「맘 먹은대로 살아요」, 「나는 지금 행복해요」. 종이나라, 2004, 2007.

부제는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입니다. 하지만 '나'가 말했듯이 저는 에도시대의 셜록 홈즈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에도 시대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보실 것이고, 특히 셜록 홈즈처럼 작은 단서에서 그 때까지 모아둔 잡다한 정보를 뒤섞어 걸리는 것을 찍어내는 것이 아주 수준급입니다.

그냥 제목만 두고 봐서는 최근에 나온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시리즈와 비슷하게 보일텐데 실은 이 책이 원조입니다. 작가는 오카모토 기도. 이름이 귀에 익은데 아무래도 최근에 보았던 일본 공포소설 걸작선인가, 거기서 이름이 등장 ..... 까지 쓰고 찾아보니 아닙니다.; 같은 출판사(책세상)에서 나온 「일본 호러 걸작선」에는 안 실려 있네요. 다른 곳에서 하도 자주 들은 이름이라 귀에 익었나봅니다. 일본 공포물을 언급할 때 자주 들었던 이름이니까요. 어허허허허;

하여간 이 한시치 체포록은 책 뒤에 실린 작가의 말에도 나와 있지만, 셜록 홈즈를 읽고 나서 자극받아 쓴 이야기랍니다. 마침 에도 시대의 지식은 좀 가지고 있었고, 그러니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한 번 써보자 싶어 써두었다가 여기저기 연재하면서 분량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작가의 말을 보시면 될테고요. 하여간 이 한시치 체포록은 이후 요코미조 세이시(긴다이치 하지메의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인형 사시치 체포록」과 미야베 미유키의 「영험 오하쓰 체포록(북스피어, 흔들리는 바위)」로 이어진다는군요.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은 못봤지만(아마도 미번역) 미미여사 책은 많이 봤습니다. 북스피어에서 나온 에도 시대 시리즈가 그런 분위기지요. 제 생각에는 「흔들리는 바위」보다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쪽이 한시치 체포록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형식은 다르지만 말입니다.

한시치 체포록의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가, 에도 시대 말기에 활동하던 오캇피키(순라꾼?)인 한시치를 알게 되어 그 할아버지 집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얻어 들으러 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 이야기는 한시치를 알게된 연유에 대해, 그 다음부터는 한시치네 놀러갔다가 이야기를 듣는 겁니다. 본인이 활동한 것도 있고, 협력한 이야기도 있고, 들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뒤섞여 있다보니 이게 은근히 '진짜'같아 보이는 겁니다. 눈에 착착 감기는 것이,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떨어져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업무 따위는 내 팽개치고 내내 붙잡고 보고 있었을 겁니다. 아침 출근시간부터 보기 시작해 오늘 안에 다 보긴 했지만 말입니다. ;;;;


책세상에서 나온 책 몇 가지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께는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올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책들입니다.(...) 그런 고로 공포물.;

「일본 호러 걸작선」: 유~명 작가들의 공포소설을 모아 놓은 단편집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든지 라프카디오 헌이라든지, 미야자와 겐지, 나쓰메 소세키, 그 외 등등. 자세한 것은 교보문고 쪽 책 소개를 링크할테니 참고하세요. 책 제목과 작가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링크)

「뱀파이어 걸작선」. 비이가 실려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도망치고 싶은 심정인데 말입니다. 어렸을 때 삽화가 있는 <비이>를 보고 나서 기겁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카르밀라>가 실려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카르밀라>는 유리가면에서 아유미가 열연한 연극-마야를 물먹인 누구씨를 물먹이기 위해;;;-인 <흡혈귀 카밀라>입니다. 연극을 보고 있으면 진짜 카밀라가 참 불쌍하지만 원작을 보면 절대 아닙니다. 이 원작을 가지고 그렇게까지 분위기를 뒤바꾼 아유미에게 박수를.-ㅁ-;



근데 관련 서적 검색하다가 이즈미 교카의 새 책이 나온 걸 봤습니다.ㄱ- 보고 싶은 마음 반, 무서운 마음 반. 아무래도 올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책이 한 권 더 늘어났군요. 어흑.;




그러고 보니 리뷰 써야할 것이 하나 더 있군요. 도쿄 23구..... 하여간 가이도 다케루의 단편. 판타스틱에 실린 걸 엊그제 보았습니다. 거기에 등장하는 술집 이름이 보탄도로=목단등롱=모란꽃 등불이라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이즈미 교카하고도 관련이 있다고 들은듯...? 아니, 조금 헷갈리네요. 이전에 들은 정보와 뒤죽박죽이 되어서 말입니다. 하여간 일본의 괴담이라는 것은 확신합니다. 하쓰 아키코의 단편집에도 실려 있지요.
이 이야기 리뷰는 나중에 의학의 초보자와 제너럴 루주의 전설을 같이 정리하면서 올리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저도 장담 못해요.;ㅅ;

다른 책들은 묶어서 올리고 이 둘은 따로 떼어 씁니다.
아무래도 쓸 말이 조금 다른터라..^^;


「의뢰인은 죽었다」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입니다. 누구나면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감상 링크)과 「네탓이야」(감상 링크),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감상 링크)의 작가입니다. 적고 보니 나온 책은 다 봤군요.; 취향에 100% 일치하지는 않는데도 이렇게까지 보게 되는 것은 책 읽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읽는 속도가 빠르니 결국에는 입맛에 딱 맞지 않아도 아쉬운대로 찾아보게 되니 말입니다.

출간 순서는 미스터리한 일상> 네탓이야> 사건 수첩> 의뢰인 순입니다.

「의뢰인은 죽었다」는 「네 탓이야」에 이어지는 연작 소설입니다. 단편 모음이라고 해야하나요. 다른 책도 다 연작 소설이긴 한데 이 두 권은 주인공이 히무라 아키라로 같습니다. 직업은 흥신소에서 일하는 탐정. 상당한 트러블 메이커로 일에 잘 휘말리며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오지랍이 넓습니다.-ㅁ- 일에 잘 휘말리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고요.

대체적으로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그래, 세상은 이런거지'라는 문구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자네 참 안됐구만'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니, 나이로 치면 히무라 아키라가 저보다 연상이겠지만 그래도 「네 탓이야」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폭폭 나옵니다. 「의뢰인은 죽었다」는 일부 판타지라고 해야하나, 조금 요상한 이야기가 섞여 있는데 맨 마지막 부분을 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무리수를 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아무리 이상하게 꼬이고 심령적인 상황으로 흘러도 이 작가는 항상 막판에 뒤집거든요. 그렇다 보니 다음 권에서 알아서 해결하겠지 싶은 생각도 듭니다. ... 그러길 바라고 있습니다.(먼산)

「의뢰인」에서의 패턴은 대개 의뢰가 들어온다, 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떠맡는다, 휘말린다, 해결한다 혹은 미스터리가 밝혀진다, 뒤통수를 맞는다의 순서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뒤통수를 맞게 되니 나중에는 통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뒤통수를 맞고 나면 머리가 얼얼해서 기분나쁜 것은 같지만요.
가볍게 보기에는 이야기가 무겁지만 심심풀이로 보기에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조금 삶은 달걀 풍이기도 하지요.



명탐정 홈즈걸의 두 번째 이야기, 사라진 원고지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1권을 워낙 재미있게 봐서 2권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짧은 연휴기간 동안(2박 3일이었나, 3박 4일인가 그렇습니다;)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며 현재의 미스터리와 과거의 미스터리를 동시에 풀어나가는 것이 꽤 괜찮았습니다. 책에 푹 빠져 있었지만 그게 홈즈보다는 왓슨쪽의 시각으로 보고 있어어 힌트를 거의 안 주고 줄창 달려나가는 누구씨에게 불만이 쌓이더군요. 하여간 그렇게 깔끔하게 풀리다니 과연 추리소설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현실세계에서는 풀어나가기 어려울테니 말입니다.

서점에 유령이 나타나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는 구조요청을 받고 주인공 두 사람은 나고야까지 내려갑니다. 구조요청을 한 사람이 이전에 교코(왓슨?)과 함께 세후도에서 근무를 했고, 지금은 고향에 내려가 그 곳의 유서깊은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령이 나타난 곳도 그 서점-마루우도입니다. 문제는 그 유령의 정체인데, 시내에서는 그 유령이 옛날 옛적, 자신의 스승을 죽이고 체포되어 징역을 살다가 2년 만에 사망한 어느 청년이라는 소문이 도는 겁니다. 내키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끌려간 꼴이 된 교코는 다에와 함께 옛 사건의 관계자를 만나러 다닙니다.



이야기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나고야의 이곳 저곳을 함께 돌아다니는 느낌이라, 나고야 여행을 다녀오고서 보면 느낌이 더 각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나고야를 돌아다니는 장면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게 아쉽네요.T^T
하지만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뒷 부분입니다. 사건의 이면에 얽혀 있는, 청년의 과거 말입니다. 와아. 그런 이야기를 담다니, 입맛이 씁쓸하더군요. 물론 그정도의 사건을 만들어야 청년의 행동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오지만 그래도 그런 트릭을 써야했나요.T-T 으흐흐흑. 잘생기고 능력도 있고 괜찮은 청년인데 참 아깝지 않습니까.

... 이런, 소설 속에 지나치게 빠져들었군요.

의뢰인을 먼저 보고 홈즈걸 2를 그 다음에 본 것이 다행입니다. 의뢰인을 먼저 보았다면 기분이 가라앉았을텐데 홈즈걸을 아낀다고 나중에 본 것이 오히려 좋았네요. 다음 권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와카타케 나나미. 「의뢰인은 죽었다」, 권영주. 북폴리오, 2009. 1만원
오사키 고즈에.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서혜영. 다산책방, 2009. 1만원


덧붙임.
적다보니 홈즈걸의 역자 이름이 익숙합니다.; 혹시나란 생각에 찾아보니 밤은 짧아의 역자입니다. 아하하하하하; 게다가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도쿄 밴드 왜건도 이 분이 번역했군요. 기억할 번역자 이름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서혜영씨가 번역한 책도 취향에 맞는 책이라고 안심하고 집어들겁니다.

사실 번역제목보다는 원제가 더 마음에 듭니다. 하기야 팔리는 걸 염두에 둔다면 원제보다는 번역 제목이 더 친숙할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요. 명탐점 홈즈걸이라니까 저는 오히려 반감이 들어서 손을 안 댔거든요.; 원제는 이 책의 세 번째 편 제목을 딴 '배달 빨간두건'입니다.

서가를 배회하다가 눈에 들어와 1-2권을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책을 집어든 이유는 「명탐점 홈즈걸의 책장」이라는 제목 때문이 아니라 그 위의 총서명-세후도 서점 사건 메모 때문이었습니다. 서점 사건이라니, 일상생활을 배경으로 한 소소하고도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실제로 읽으면서도 그랬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실제 있을법한 미스터리들이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사소한 이야기인 것은 아닙니다. 살인은 아니지만 범죄도 등장하고, CSI..가 아니라 FBI 실종수사대가 출동해야할 것 같은 사건도 나옵니다. 하지만 어느 것이든 해결하는 사람은 평범한 서점 직원입니다.

앞서는 작은 서점이라고 했는데 세후도는 그리 작은 서점은 아닙니다. 뒤에 나오는 것을 보니 6층짜리 역 건물에 입점한, 100평330평방미터의 중형 서점입니다. 지역에는 하나쯤 있을법한 서점이지요. 책 뒷부분에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가진 간담회가 정리되어 있는데 그걸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서점에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교차, 실제의 서점생활까지. 일상생활 밀착형 미스테리라는 걸 그 간담회가 또 제대로 보여줍니다.




여기까지는 설렁설렁 책 소개기.
그리고 지금부터는 책 지름신을 소환합니다.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이 책의 추천 대상은 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대부분의 분들입니다.
일단 티이타님과 아이쭈님. 두 분다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키릴님과 듀시스님도 가볍게 보실 수 있고요.
첫비행님은 취향에 잘 맞을 거라 생각하고, 가장 이 책이 취향일거라 생각하는 것은 마스터님입니다. 특히 두 번째 편. 제가 봤을 때는 그 편이 마스터님 취향 직격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 이거 너무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긴 하네요.^^; 하지만 이 단편집이 상당히 마스터님 취향이라고 생각하니 아예 다음 모임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 맛보고 결정하시와요.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은 네 번째 이야기인 '여섯 번째 메시지'에서 「다얀의 스케치 교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 마이너한(제멋대로 기준이지만;) 책이 이런 곳에 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한 권 더 확인해보긴 해야하는데 역시 같은 편에 등장하는 「하늘 여행」은 이전에 고토 세이의 얼그레이씨~이야기에서 잠깐 등장한 그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은 글 쓰고 나서 보충하겠습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아. 보면서 가슴에 확 꽂혀서...ㅠ_ㅠ
히카루 겐지가 달리 히카루 겐지겠냐는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데 보면서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마무리가 대박이예요. 정말 부전자전이라면 그 뒷 이야기도 정말 무서울(?)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다음 편은 장편이라는데 그래서 지금 손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도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면서 가슴이 벅차 올라(...) 남은 책장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서 한 편 읽고 쉬고, 한 편 읽고 또 잠시 쉬고 하며 보았거든요. 장편은 도중에 중지곧하기 어려우니 조금만 더 아꼈다가 보렵니다. 3편을 서둘러 수배해야겠네요.



마음에 드는 책들이 거의 그랬듯이 이 책도 이후에 리뷰가 조금씩 더 올라갈겁니다.^ㅠ^

호로로로로로록~ (커피 마시는 소리)


참으로 오랜만에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잠시 짬을 내가며 읽고 있는 것이 엊그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 1권입니다. 연작 단편이라고 해야하나요. 소설책은 맞는데 하타케나카 메구미 시리즈나 가토 미아키의 클럽 인디고 시리즈처럼 장편으로 죽 이어지지 않고 단락단락 끊어져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본 소설은 이런  식의 책이 많군요. 한 권을 통째로 읽기에는 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스러울 때 집어들면 딱입니다.

하여간 배경은 세후도(成風堂: 세이후도일지 세후도일지 헷갈리는군요;..)라는 서점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서점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마술은 속삭인다」에 등장하는 로렐보다는 작아서 일겁니다.; 로렐의 이미지는 기노쿠니야고, 세후도는 점원이 적다는 걸 보면 그보다 훨씬 작은 것 같군요.

하여간 지금 읽어 내려간 두 편이 취향에 딱이라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후후후 ///
2권까지 다 읽고 나면 제대로 된 리뷰 올리겠습니다.
원래 감상 쓰고 싶었던 책은 따로 있지만 그건 따로 쓰겠습니다. 여기에도 잠깐 언급되긴 하겠지요.'ㅂ'


그런 고로 간단 감상부터.
「접시에 뉴욕을 담다」. 2003년에서 2006년까지 뉴욕에 머물면서 CIA(요리학교)를 다니고, 여러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각각의 레스토랑 리뷰를 모아 놓은 글입니다. 중간중간 요리학교 다니는 동안의 짤막한 이야기도 담겨 있고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개인적인 경험담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전문가가 맛본 것은 맞지만 경험이 개인적이라는 느낌입니다. 본인도 각각의 레스토랑 체험담에 그렇게 적었고요. 이전에 몇 번 읽었던 '블로그에 올린 글 출판집'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는 스페인을 다녀온 뒤 스페인 요리집도 잠깐 열었던 사람이 쓴 스페인 짤막 체류기 + 요리책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얇고, 엽서집을 보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거 추천하기에는 조금 난감..; 스페인 요리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정확한 분량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한식 만들 때도 그렇지만 정량화 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손맛이랄까, 그런 쪽을 강조한 셈이지요. 스페인 짤막 체류기라고 적긴 했는데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활담에 가깝기 때문에 여행기라고 하기 보다는 수필에 가깝습니다. 그냥 가볍게 볼만은 한데 크게 기대는 하지 마세요.'ㅂ'
요리법은 한국에서도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대강대강요리를 잘하시는 분이라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오선 여행」은 책 다 챙겨서 나가다가 눈에 스쳐 지나가던 책이 걸려서 집어 들었습니다. 영국 여행기? 아니면 과학사?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 고민되지만 도서관에서는 과학사, 혹은 과학수필로 집어 넣었군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그리니치 천문대는 경도의 기준입니다. 그리고 그 자오선을 중심으로 해서 영국에서 일어난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 일어난 장소들이 여럿 있답니다. 그래서 그 자오선을 따라 영국 남부에서부터 죽 올라가 여러 과학적인 발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읽은지가 좀 되어서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그리고 사실 읽다가 졸았습니다-그 발견들은 과학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지질학, 물리학, 화학, 그리고 기타 등등.; 기억에 남는 인물 중에는 화석 발견의 대가(?)인 메리도 있습니다. 성은 지금 잊었는데 이전에 동서문화사의 에이브 시리즈에 관련 책이 있어 꽤 재미있게 보았던 이야기입니다. 정규교육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하고 해안가에서 주변 관광객들에게 작은 화석을 파는 것으로 생활을 이어나가던 한 소녀가, 악어의 선조인가 하는 그 대단한 화석을 발견하여 굉장히 유명해졌다는 내용입니다. 실제 있었던 일이고 그 당시로서는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학자들에게는 큰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야 여자이기도 했고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까요.'ㅅ' 그래도 그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그 부분은 기억에 꽤 남습니다.


「아임 어 스튜던트」는 신간 소개를 보고 홀랑 반해서 도서관에 신청해 보았습니다. 암에 걸렸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 남자가, 다시 신입생이 되어 공부를 해보겠다고 하여 대학에 입학하고 잠시간 신입생들과 함께 학창생활을 만끽합니다. 내용만 보면 별것 아니지만 여기에 그 남자의 신상을 밝히면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니까 로저 마틴씨는 대학 총장입니다. 폐암으로 죽다 살아난 뒤 안식년을 내고는 그 시간을 오롯이 신입생 생활에 투자한 것이지요. 재입학한 학교가 조금 독특한 곳이라, 고전에 대한 강독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거기에 조정(배젓기 운동;)을 포함한 예체능 활동이 필수인 곳입니다. 모 대학교의 재단으로 들어간 어느 기업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지요. 하하하. (그 기업이 어떤 비난=뒷말을 듣고 있는지 알고는 음...; 싶었습니다;;)
 하여간 오랜만에 고전을 다시 읽고 예순의 나이에 조정경기에 참여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며 즐겁게 보내는데, 말은 그렇지만 그 내용은 좌충우돌, 이런 저런 실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걸 감안하면서 보셔야 합니다. 신입생들과 진한 우정을 쌓는다고 책 소개에는 나와 있지만 글쎄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아폴로의 눈」은 서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G. K. 체스터튼의 G. K.가 길버트 키스라는 것은 이 때 처음 인식했습니다. 핫핫핫.; 집에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전집이 있지만 몇 년 전에 예술제본으로 만들고 나서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도 아마 G. K.가 어떤 이름의 이니셜인지 나와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읽은 기억이 없군요.
 표제작인 아폴로의 눈은 브라운 신부 전집에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맨 앞에 실린 '벼랑 위의 세 기병'은 본 적이 없습니다. 실려 있는 다섯 개의 단편 중에 그 하나만 브라운 신부 전집에 없고 나머지는 다 실려 있습니다. '벼랑 위의 세 기병'은 아마 한국에 소개되는 것이 처음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절판이라, 보실 분들은 도서관에서 빌리는 수 밖에 없겠네요. 교보에서 검색하다보니 「목요일이었던 남자」라는 책도 나와 있는데 볼까 말까 고민됩니다. 브라운 신부도 그렇지만 체스터튼의 추리소설은 조금 무거워서 손대기 망설여지는군요.



김은희. 「접시에 뉴욕을 담다」, 그루비주얼, 2007. 14000원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 「아폴로의 눈」, 바벨의도서관. 2009. 9500원 (그러나 절판;)
정세영. 「스페인에서 날아온 맛있는 편지」, 이숲. 2009. 9500원
쳇 레이모. 「자오선 여행」, 사이언스북스. 2008. 13000원
로저 마틴. 「아임 어 스튜던트」, 웅진지식하우스, 2010. 12000원


여기까지가 4월 16일에 썼던 글이라 먼저 올립니다. 그 뒤에도 읽은 책이 더 읽지만 그건 다음 글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S에게 보내는 글입니다.'ㅂ'

지난 주말에 S가 빌려간 책들인데 이 중 몇 권은 읽었다 하여 집에 남았습니다. 총 대출 권 수는 열 여덟 권. 어떤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은지 따져보다보니 커피 맛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재미있겠더라고요. 그리하여 한 번 적어봅니다.

순서는 처음에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그리고 S에게 건네는 말이므로 존대는 하지 않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중,하」.
최근 이벤트에 당첨되어 얻은 책인데 리뷰 올리기도 전에 먼저 대출되어 사진이 찍혔네. 마쓰모토 세이초가 원래 사회파라던가, 하여간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소재로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여기에 실린 것 중에는 소설이 아닌 것도 있어. 논픽션도 같이 있으니 읽을 때 헷갈리지 말 것. 하기야 미미여사가 대표 편집을 맡았기 때문에 그 설명만 봐도 대강 알 수 있겠지만.

커피 맛으로 따지자면 꽤 스모키해. 연기맛, 훈연맛이 강하고 어떤 것은 목을 강하게 자극하는데다 끝맛도 안 좋아. 책이 어렵기 때문에 한 번에 다 보는(마시는) 것은 힘들테고 중간중간 다른 책들과 섞어보되, 가능한 빨리 보는 것이 좋아. 스모키 하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맨 마지막으로 보면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거든. 거기에 커피 맛이 세서..-_-;

참고로 미미여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는 평가를 받는 다는 듯. 그래서인지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쓰는 방식이 조금 닮았다는 생각. 하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정말로 '현실적'이야.


미야베 미유키, 「화차」, 「인질카논」,「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
「화차」는 위의 시리즈 영향을 상당히 받지 않았나 싶긴 하네. 소재 쓰는 법으로 보면 「이유」가 더 닮았을지도. 이쪽은 글 쓰는 방식 때문에 다르긴 하지만. 하여간 화차는 끝 맛이 '향이 나려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전체적으로 스모키 하면서도 나름 맛이 둥글둥글하다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마시기 편하다고 해야겠지.
「인질카논」는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 하지만 교토의 이노다 커피처럼 고급 분위기는 아니고, 만든 사람은 장인인데 왠지 기대에 못 미치는 커피맛이라는 느낌. 그래도 무난하게 마시기는 좋아. 내용이 달달하거나 부드럽진 않지만. 참, 단편집이야.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는 첫비행님이 추천해주셔서 기대하고 봤는데 솔직히 기대에 못 미쳤...;
만든 사람은 장인인데 뭔가 지나치게 평범해. 하지만 그냥 무난무난하니까 기대는 너무 하지 말고 청소년 대상 가벼운 추리소설 본다고 생각하면 될 듯.


츠지무라 미즈키, 「밤과 노는 아이들 상-하」, 「얼음고래」
츠지무라 미즈키는 추천하기가 굉장히 난감함.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였나. 이걸 포함해서 위의 두 권까지 다 손안의책에서 냈어. 작년인가에 재고 처분할 때 구입한 책인데, 「얼음고래」는 자주 들여다보지만 「밤과 노는 아이들」은 결국 구입한 뒤에 다시 못봤음. 이 작가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맛(소재)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야. 살인사건이 소재고 분위기가 암울...; 상대적으로 읽기 편한 것이 「얼음고래」. 이쪽은 은근 내 취향이라 맛이 깔끔하게 딱 떨어진다는 느낌이야. 추리를 해야할 부분이 있기도 하고 카드의 패를 하나씩 뽑아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얼음고래」는 진하고 쓰지만 앞 뒤가 달달한 맛이라 나는 좋았지. 그래서 책 읽을 때는  「밤과 노는 아이들」 먼저, 「얼음고래」는 나중에.


오노 나츠메, 「GENTE 1-3」
이건 만화니까 언제 봐도 상관없어.(웃음)


아리스가와 아리스, 「46번째 밀실」
이건 중간중간 번갈아 볼 때 보거나, 아니면 맨 뒤에 보거나.
개인적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가벼운 추리소설이라는 느낌이고, 단편쪽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46번째 밀실」과 「절규성 살인사건」도 그랬음. 「절규성 살인사건」쪽이 더 볼만해.


온다 리쿠, 「목요조곡」, 「코끼리와 귀울음」
온다 리쿠는 온다 리쿠. 「코끼리와 귀울음」은 이미 본 것 같은데, 「목요조곡」은 내가 좋아하는 온다 리쿠 책 중 하나임. 어, 딱히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그런 것은 아니...... ㄴ게 아니라 맞고.; 둘다 편하게 마실 수 있긴 한데 온다 리쿠 책은 잡미가 많다고 해야하나. 뒷맛이 깔끔하지 않아. 「목요조곡」은 상대적으로 뒷맛도 나쁘지 않지만 그게 사족으로 읽힐 수도 있지.


「너를 위한 이야기」
이건 그냥 가볍게 보면 돼. 커피믹스.-ㅠ-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커피우유쯤? (웃음)
커피우유라고 하면 작가에게 미안하긴 한데 정말 그런 느낌이야. 편하고 무난하게 볼만한. 아, 대신 소재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했으니 커피보다는 말차에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뒷맛도 나쁘지 않아.'ㅂ' 「광골의 꿈」 쪽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


밴 다인, 「파일로 밴스의 정의」
정통 추리소설이니 정통 커피맛.-ㅠ- 이 책만 분위기가 확 다르니까 다른 책들과 섞어보는데는 무리가 없을거야. 엘러리 퀸보다 더 현학적(어려운 말 하기 좋아하는;)이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파일로 밴스가 주인공임. 두 편이 실려 있는데 앞쪽이 훨씬 이야기가 길어. 그리고 내 입맛에는 뒤쪽보다는 앞쪽 이야기가 더 입에 맞았지.



대강 이렇습니다. 내용이 무거운 책부터 먼저 보는 게 낫지 않을까.'ㅂ'
다음에는 음양사랑 샤바케가 대기중. 그 사이에 다른 책을 더 사지는 않을것같네. 최근에는 소설보다 여행, 제과제빵 쪽 관련 일본 책을 더 많이 사니까.; 거기에 추리소설은 여름이 제철이라 그 때 주로 나오니 말야.
추리소설은 미리 내용을 알면 재미가 떨어지겠지요. 사전에 힌트라든지, 그런 걸 받아도 책 읽는 맛이 떨어진다 생각하시면 이 글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전미궁을 다 읽고 나서 감상문을 썼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몇 가지 이야기를 짤막하게 다룹니다. 그러니 책을 다 보고 보시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감상문을 다 쓰고 집안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떠오르는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



















바이올렛과 릴리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읽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다시 이야기를 찾아보기가 번거롭군요. 릴리는 일란성이든 아니든 관계없다고 버럭 화를 내던가요. 하여간 둘이 일란성이라면 마지막에 DNA 검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할거라고 봅니다. 이란성이라면 확인이 어렵겠지만 일란성이라면 남은 시신의 DNA를 판별하여 DNA가 동일하면 그렇고, 다르면 아니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란성이었다는 이야기인가요.

잠깐 여기서 다른 이야기 하나더. 이전에 읽었던 모 만화(마술사)에서는 일란성 남녀 쌍둥이가 나오는데 말입니다. 이건 아니지 않나요.; 아, 하기야 난자가 수정전에 충격을 받아 분할을 해서 각각에 X, Y 염색체 정자가 수정을 한다면 일란성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흐음. 이렇게 하면 유전자가 상당히 일치하니 닮은 꼴이 나올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ㅅ'
(유전학을 은근 좋아해서..)


그리고 설거지하다가 막판에 떠오른 이야기. 앵미궁의 저주를 내리고 사라진 은사자. 하지만 왜 다들 XX에만 집착하냔 말입니까.


맏이는 어디갔나요?



으아아아아악. -_-;
저걸 떠올리고나서는 경악했습니다. 정말 맏이는 어디있어요?
이 책보다 더 읽었지만 그에 대한 리뷰는 따로 쓰겠습니다. 그쪽은 요리책이랑 여행가이드북이거든요.'ㅂ'


「지도는 지구보다 크다」는 책상머리 앞에서 할 수 있는 세계여행=지도에 낙서하기에서 태어난 책입니다. 중간중간 글쓴이들의 실제 체험담이 섞여 있지만 상식과 여행담과 후기와 상상이 뒤섞이니 재미있는 글이 나오는군요. 요즘 제가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책상 머리 앞에서 도쿄여행 짜기'이다보니 더 공감이 되었나봅니다. 지도 한 장 가져다 놓고 여기는 이래서 유명해, 저기는 저래서 유명해라며 여행 이야기를 풀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말솜씨에 상대방이 넘어간다면 성공! 그래서 저도 이 책에 같이 낚였습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여행가고 싶다기 보다는 여행기에 등장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그건 이 여행짜기의 중심이 책의 작가나 주인공이나 영화 속 주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인디아나 존스, 쥘 베른,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소룡 등. 구구절절 설명해도 사실 맛을 잘 못 느낄터이니 아예 가장 깊게 인상에 남은 챕터를 들어보지요.

'빅토리아 시대 괴물들의 서식지'.
오프닝은 바이런입니다. 빅토리아 시대 괴물들의 서식지라는 이야기에 바이런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 짝꿍 셸리와 함께 메리 고드윈(메리 셸리*)이 나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엄마'지요. 사실 메리 고드윈에게 얽힌 비화에 대해서는 작년인가 재작년쯤에 나온 만화 「메리 고드윈」을 참고하시길. 아니면 살림지식총서의 프랑켄슈타인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하여간 스위스의 별장에서 놀고 있던 바이런이 같이 놀고 있던 친구들(퍼시 셸리, 셸리의 애인인 고드윈 포함)에게 무서운 괴물 이야기를 써보자고 했더랍니다. 유명한 시인이 둘이나 있음에도 거기에서 탄생한 걸작 '괴물'은 주변인에 의해 만들어졌지요. 메리 고드윈이 쓴 프랑켄슈타인, 바이런의 주치의인 존 폴리도리가 쓴 뱀파이어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뱀파이어가 여기서 등장했다는 건 처음 알았답니다.-ㅁ-; 그러고 보니 책세상에서 나온 「뱀파이어 걸작선」에 이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루드벤 경 이야기가 그건가요?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하여간 보고 있자니 괴물들이 등장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째로 다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일 먼저 찾아보고 싶은 것은 「판타스마고리아나」. 모 소설에 등장하는 이 단어가 원래 있는 단어인 줄은 몰랐습니다. 독일 전승 모음집이라는데 한국에 출간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역시 찾아봐야죠.


다른 한 편은 '오리엔트 특급으로 유럽을 꿰뚫다'.
이건 애거서 크리스티 헌정편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어흑. 간만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거기에 오마쥬인 「나폴리 특급 살인」도 말입니다. 「오리엔트~」는 집에 없지만 「나폴리~」는 집에 있으니 간만에 꺼내봐야겠네요.

사실 손이 안가서 미뤄두고 있던 책인데 말입니다, 두고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이 두 사람이 같이 쓴 책인  「여행자의 로망백서」때문에 여행의 로망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책과 영화와 여행에 대한 로망을 쌓고 있습니다. 여행가고 싶은 분들보다는 책 사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분들에게 쥐약이니 조심하세요.



나전미궁.
구입하기는 한참 전에 해놓고, 들어 있는 봉투를 침대 머리맡의 쇼핑백에 던져 넣고 까맣게 잊고 있던 덕에 뒤늦게야 꺼내보았습니다. 하하하. 그리고는 좀더 두고 읽을까 하다가 마스터님의 리뷰에 옆구리를 퍽퍽 찔려 내키지 않는 마음 가짐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흠. 명불허전.
처음에는 억지로 읽어 넣는 느낌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문어씨가 있어서 말입니다. 저는 문어씨같은 타입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문어에게 '자네 고생이 많았네'라고 어깨를 두들겨 주고 싶군요. 뽑기 옆에서 지낼려면 어쩔 수 없이 저래야겠다 싶더군요. 허허허.
다른 작품에 비해 여자가 많이 등장하나 싶었는데 의외로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이 없었습니다. 할머니 3인조 정도가 마음에 들었달까. 젊은 여자들은 상대하기 버겁습니다. 특히 문어라든지, 꽃밭이라든지. 거기에 추위까지 휘몰아치면 와아아아.; 여성진을 두고 보면 차라리 나이팅게일과 루주가 나아요.


좀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은 내용 정리가 되지 않아 그런 것이고, 바티스타 후 1년 반에 나이팅게일이 떨어졌다고 하니 아마 장군님은 북쪽에 계실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누구씨랑 조우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싶고요. 근데 그 장면 상상만 해도 무서운걸요. 거기서 둘이 맞붙으면 그야말로 용호상박. 하지만 호랑이한테는 하야부사(송골매)가 달려 있잖아요? 거기에 백년묵은 너구리에 화식조가 합세한다면, 그리고 드디어 제대로 학교 다니겠다고 설파한-어떻게 보면 은 사자의 정신적 아들래미가 되는 뽑기가 합류하면 쉽지 않겠지요. 게다가 누구씨는 반동인물인 관계로 절대 이 스토리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음하하하.;;;;;;

자세한 줄거리는 쓰지 않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보면서 파악하시는게 좋지만 앞부분이 안 읽힌다고 도중에 던지지는 마세요. 이 책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힘들게 힘들게 올라가지만 어느 순간 페달이 쉽게 밟히고 그 다음에는 어어어어 하는 사이에 엄청난 속도로 언덕을 내려옵니다. 이런. 언덕을 다 내려와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누가 뒤통수를 때리고 달아납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말입니다.


뒷권이 훨씬 더 기대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너럴 루주의 전설은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손에 넣어야겠네요. 교보에 들어와 있을지, 아니면 주문 가능할지 확인해야겠습니다. 후후후.



박사, 이명석,「지도는 지구보다 크다」, 궁리, 2009
가이도 다케루, 「나전미궁」, 권일영, 예담, 2010


* 책에서는 메리 셸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당시는 처녀적 성인 메리 고드윈이 맞습니다. 아직 결혼전이었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메리 고드윈」이라는 한국만화를 보시면 아실겁니다. 퍼시 셸리는 그 당시 유부남으로 아내와 이혼하려 했지만 아내가 거부했지요. 그래서 둘이서 스위스로 갔다고 알고 있습니다.-ㅁ-;
메리 고드윈의 삶은 참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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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4.
덧붙임.
「바티스타」의 오프닝은 2월 4일. 「제너럴」의 오프닝은 12월 14일입니다. 「나이팅게일」과 「제너럴」은 병행구조이므로 같이 간다고 봐도 되고, 「나이팅게일」은 크리스마스 공연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됩니다. 이것 역시 같다고 보면 되지요. 그러므로 「바티스타」후 1년 반에 이어지는 「나전미궁」은, 위의 사건들이 일어난 이듬해 6월이 배경입니다. '제너럴'과 '매'는 둘이 손잡고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자시고 계실듯...-ㅁ-;

(다방커피 + 브라우니. 다방커피보다는 블랙이 낫군요.)



추리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시리즈 두 번째 권인데, 첫 번째 권은 다 읽지 않고 앞만 읽다가 범인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이번에는 부탁을 받아 구해온 거라 호기심이 생겨 다시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도입부까지 보고는 엔딩을 확인했는데 어머나.-ㅁ-; 피해자, 가해자, 피의자를 다 맞췄군요. 어허허. 이야기가 어찌 흘러갈지도 뻔히 보입니다.



그래도 일단은 봐야...-ㅅ-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를 키릴님께 받아 한 권 한 권 보고 있습니다. 지금 네 권을 받아서 G 먼저 보라 하고 저는 G가 다 읽으면 그 뒤에 받아 보고 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G가 소화하는 속도가 빠르군요. 권이 그리 얇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읽기 쉬운 책이라는 겁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를 읽고 난 뒤에 그렇듯이 입맛이 씁니다. 뭐, 제가 읽은 히가시노의 책은 몇 권 안됩니다. 그 유명한 「용의자 X의 살인」도 읽지 않았고 「예지몽」, 「탐정 갈릴레이」가 다인가 ... 싶군요.; 블로그 검색하면 되겠지만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으니 이정도로 봐도 무난할 듯합니다.-_-;
「졸업」은 맛보기로, 그냥 가가가 형사가 되기 훨씬 전, 대학 때 어땠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했던 친구들 사이가 어그러지고 무너지고 결국엔 가루가 되어버리는 것이 낱낱이 보여지기 때문에, 그리고 굉장히 추한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에 읽고 나서는 다시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다음권을 기다리긴 했습니다만..;

「잠자는 숲」은 제목이 왜 그런가 지금 생각하니 대강 알겠군요. 싹둑 잘랐습니다. 하하하.
하여간 이번 권은 굉장히 달달하다고 G가 슬쩍 알려줘서 읽었는데 이게 뭐가 답니까. 안 달아요. 이정도는 보통의 무난한 추리소설이라고요. ... 하지만 이것은 제가 졸업과 잠자는 숲을 읽기 전에 모 로맨스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설탕을 듬뿍 넣은 쿠키를 먹은 뒤에 가능한 단맛을 줄이려고 애쓴 떡을 한 조각 집어 먹으면 전혀 달다는 생각이 안 들겠지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하여간 이 책도 다 읽고 나서 지금 돌아보니 마음에 안드는 장면이 여럿 있었지만 무난하게 볼만한 소설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세 번째의 「악의」. 이건 제가 읽은 올해 최악의 소설의 끝자리 정도는 차지할만 합니다. 이전에 가위남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정도로,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가위남은 분노의 대상이 살인자이지만 악의는 제 자신입니다. 읽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이것은 반전 내용을 밝히지 않으면 쓸 수 없기 때문에 살짝 가려둡니다.-_-;


하여간 그 때문에 이 책은 한 번 더, 다시 읽어야 한다는 건 압니다. 다른 시선에서 책을 바라봐야하는데 읽을 생각이 손톱만큼도 안납니다. 그래도 가가형사의 말대로 쾌유를 빕니다. 당신은 꼭 그래야 하니까요.



그나저나 다음권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아직 G에겐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저는 앞서 읽은 듀시스님께 결말부분을 살짝 얻어들었습니다. 읽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다음권을 보려면 읽어야겠지요? ;ㅅ;


히가시노 게이고, 「졸업」, 「잠자는 숲」,「악의」, 양윤옥 옮김, 2009, 현대문학


덧붙임.
첫비행님이 저 「잠자는 숲」을 읽어보셨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안 읽어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발레리나가 사람을 죽이면서 시작되는, 발레가 소재가 되는 이야기라 괜찮습니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요즘 「스바루」의 2부가 책으로 나오는 모양이더라고요.-ㅂ-
모종의 이유*로 조금 복잡한 감정에 잠기다가 안되겠다 싶어 방금 읽은 따끈따끈한 책 감상을 올립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신간이 나온줄도 모르고 있다가, 도서관에 반납된 책을 보고는 잽싸게 채왔습니다. 저 아래 있는 매처럼 눈을 번뜩이며 있다가 먹이를 낚아 채온 기분이군요.
그 글에는 안 적었다고 기억하는데, 에노시마 거주조인 매입니다. 하야부사가 매 맞지요?;;
(그러고 보면 「Sky High」에선 멸종위기 운운하던데 거기는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ㄱ- 갸들이 사는 곳이 쇼난이었다면 쉽게 봤을겁니다.)

감상을 쓰고는 싶은데 쓰기가 모호합니다. 다른 추리소설도 내용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이게 혹시 내용을 폭로하는 것이라든지 아니면 트릭을 발설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고민하게 되는데 이 책은 더욱 그렇습니다. 구조가 닮은 소설이 하나 있는데 그걸 여기서 소개하면 바로 트릭이 드러납니다. 그냥, 제가 찍었던 어떤 인물이 범인이 아니었다라는 것 정도만 밝히고 넘어가지요.
이번에는 그래도 긴다이치가 제대로 활동합니다. 죽은 사람은 여럿 있지만 지금까지 봤던 것중에서 이렇게 속 시원히 사건을 해결한 것이 거의 없었지요. 역시 하지메는 할아버지의 손자 맞습니다. 공놀이 하는 악마든 피리부는 악마든 제대로 방어한 적이 드물지 않습니까. 실수를 해서 흔적을 남긴다거나 그 때까지 안 나오던 실마리가 나와야지만 사건을 해결해주는걸요. 그러고 보니 이번 편에서도 어떤 의미로는 실패했군요.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세요. 책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 「밤 산책」, 정명원 옮김, 시공사, 2009, 11000원



* 그러니까 심정상으로는, 제가 터뜨리기 망설였던 폭탄을 다른 분에게 넘겨서 대신 터뜨렸다가 집중사격 받는 듯한 느낌...;;;; 크흑, 죄송합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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