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의 반전, 혹은 함정.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은 시리즈 세 번째 권입니다. 이게 마지막 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거예요. 작가가 2009년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뒷 권이 못나오죠.;ㅂ;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겨서, 외모만 보면 그리스의 조각상을 보는 것 같은, 게다가 패션 센스도 멋진 미남이자 훈남인데, 움직이기만 하면 산통을 깹니다. 걷기 시작한 즉시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진다거나,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여기거 어딘지 멍청한 얼굴로 둘러본다거나, 마구 헷갈린다거나. 그런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은근히 인기가 있습니다. 여자들은 외모에 호감을 느끼고, 남자들은 잘생겼지만 부족한 모습에 연민 비슷한 것을 느끼나 봅니다. 책 세 권의 에피소드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는지는 이번 책 맨 마지막을 보면 압니다. 참석자 면면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니 1권부터 다시 몰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맨 마지막의 이야기는 갑자기 붕 뜹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어떤 이상한 인물에 대한 수수께끼를 불러 일으키더니, 막판에는 아이이치로의 정체가 등장합니다. 그 순간 이 소설은 추리소설에서 판타지소설로 도약합니다.(먼산) 나름 그 설정이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이야기에 막판에는 막 달렸습니다.ㅠ_ㅠ;


그래도 각 편에서,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작은 일들을 관찰해서 하나로 주워내는 아이이치로의 추리능력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와사카 쓰마오.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 권영주 옮김. 시공사, 2013. 13000원.

한줄 결론.
보시되, 맨 마지막의 에피소드는 약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이 시리즈 명이고 이건 그 중 1편에 해당하는 스모 스티커 상-하권입니다. 엊그제 북새통에 갔다가 프랑크프루트 소시지에 대한 설명에 그대로 홀려서 교보에서 바로 주문을 넣었습니다. 상-하권 세트를 구입하면 금장 책갈피를 준다고 했거든요.
넵.;
사은품에 좀 약합니다.

사은품에 약해서 주문한 것도 있지만 만능 감정사라는 거나, 주인공이 여자라는 거나, 프랑크프루트 소시지에 대한 아주 자세한 설명이 확 땡기더군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제 취향에 100% 부합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제게는 1권의 스케일이 지나치게 컸습니다. 전 소소한 일상 추리물이 더 땡기나봅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책 초반에서 가도가와 출판사에 대한 설명도 계속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만화적입니다. 소녀만화 말고 소년만화요. 수수께끼에 대해 헛다리를 짚고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이나, 주인공들이 공권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반 시민이라 공권력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도쿄에서 저 멀리까지 왔다갔다 하는 모습 등등이 그렇게 보입니다. 조연에 해당하는 인물이 신문사 기자로 주인공에게 반해있다는 것, 주인공의 과거가 1권에서 차츰차츰 밝혀진다는 것, 1권의 종료와 동시에 앞으로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이 깔린다는 점은 나쁘지 않지만 분위기가 취향에 안 맞네요.;ㅂ;

보통 100%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 책은 도서관에서 신청해서 읽고 말지만 이건 조금 아리송합니다. 2권은 이보다 스케일이 작다는 역자의 말도 있어서, 아마도 구입하고 읽고 나서는 바로 방출하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도쿄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모습도 그렇고, 만화편집부에 다른 편집부들이 점차 점령을 당하는 모습도 그렇고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현실적이기 때문에 취향에 더 부합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보니 역자 후기에도 언급이 있었습니다. 영화랑 드라마로도 계약 되었다고요. 아주 드라마적인-그러니까 일반적인 드라마 클리셰를 이미 소설 내에서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기 어렵진 않을 겁니다. 기승전결이나 로케이션도 영화나 드라마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도 제 취향에 안 맞았긔..;


읽으면서 왜 라이트노벨로 나오지 않았나 했는데 읽어보고는 알았습니다. 이건 라이트노벨로 나오기에는 조금 무거운 책이더군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방향성을 잡기 애매한 작품..? 그래도 한 번 읽어볼만 합니다.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꽤 재미있는 견해를 보여주더군요.+ㅅ+
(그러니까 꼴찌 낙제생이 어떻게 우수한 감정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마츠오카 케이스케.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 스모 스티커편 상-하』, 김완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3, 각1만원.

번역자인 김완씨는 본인이 지금까지 한 번도 추리소설을 번역한 적이 없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런가요?;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상당수의 분들은 이 분이 번역한 책을 읽어보셨을 겁니다. 『엑셀월드』, 『소드아트온라인』, 『은하영웅전설(2011판)』. 외려 B님은 안 보셨을 가능성이 높고...;
재독을 넘어서 이게 몇 번째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가끔 이 책이 확 땡기는데, 이 번에는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을 읽다가 비슷한 거리를 다루고 있는 『신참자』가 떠올라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습니다. 이 책도 구입하고 싶은데 집에 보관할 자리가 없어서 미루고 있지요. 이건 구입하면 집에 보관해야 하는 책이라 더 망설이는 겁니다.

그나저나 책을 읽다가 번역이 툭 걸리는 경우는 처음 읽을 때보다는 두 번, 세 번째 읽었을 때 더 잘 보입니다. 첫 번째는 빠른 속도로 휙 읽어나가서 신경 못쓰는 부분도, 그 다음에 읽을 때는 조금 찬찬히 읽다보니 보이나봅니다. 이번에 걸린 부분은 사거리.

보통 광화문사거리, 보신각사거리라고 부르지 네거리라고는 안하잖아요? 큰 길뿐만 아니라 골목길도 보통 사거리라고 부르지 않나요. 물론 이게 한자 숫자에 익숙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사거리가 아니라 네거리라고 적었더군요. 틀린 표기는 아닌데 문득 헷갈리더랍니다.;



그나저나 가가 형사 참 멋있긔...;ㅂ;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형사도 멋지지만 이 아저씨는 최근에 나온 책에서 너무 굴렀습니다. 고생을 많이 한데다가 그게 참 .. 삐 ... 해서 가가 형사에 대한 호감도가 더 상승했어요. 그것도 참 신기하지요.-_-;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김난주 옮김. 재인, 2012, 14800원.


그나저나 가가 형사 시리즈도 읽다보면 가해자에게 묘한 연민을 품게 된단 말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미스터리의 출신국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영국 추리소설은 괜찮고, 일본 추리소설도 조금 가리지만 대체적으로 괜찮지만 프랑스 추리소설은 잘 안 맞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르센 뤼팽 시리즈입니다. 주인공이 느끼해요.(...) 너무 잘났어요.(...) 할렘 구축형 인간은 질색이예요.(...) 이건 딱히 프랑스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70년대의 미국드라마도 그랬군요. 600만 달러의 사나이 같은 것 말입니다. 요즘에야 덜하지만 그 당시에는 카우보이의 그 시대 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총잡이-가 아니라 역마살 낀 멋진 남자가 이리저리 헤매다니다가 어느 마을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고 석양과 함께 떠나는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음, 엉뚱한 곳으로 빠졌군요.
하여간 프랑스 추리소설은 저랑 잘 안 맞습니다. 막심 샤탕의 소설은 그런 것이 없었지만 잔혹도가 높아서 손을 뗐지요. 메그레 경감도 그냥 저냥 그렇고, 가스통 르루도 다시 보라면 못 볼 것 같고. 집에는 프랑스 추리소설이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전집에 들어간 것 외에는 없어요.

그럴진대, 셜록이라는 말에 홀려서 이 책을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불안한 기운이 스물스물 몰려옵니다. 중간에 실수로, 맨 마지막 쪽을 읽는 바람에 모든 걸 뒤집어 엎는 그 함정을 먼저 보았지만 그래서 재미가 더 없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홈즈학입니다. 셜록 홈즈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학회를 엽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는 위대한 탐정이며 탐정학에 상당한 족적을 남겼는걸요. 일부 사람들은 셜록 홈즈가 가상의 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말도 안되는 겁니다.
...
이해하시겠습니까? -ㅅ-;
하여간 소르본 대학에 홈즈학이 개설되면서 그 전임교수를 임명하게 됩니다.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보보교수라고, 이미 명예퇴직의 나이를 훌쩍 넘기면서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늙은이입니다. 이 사람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홈즈학회에서 굉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첫 홈즈학 교수라는 명예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홈즈학자들은 스위스 어드메에 있는 폭포 옆 호텔에 모여 초조하게 선출을 기다립니다. 그 사이에 엄청난 눈이 쏟아지고 눈사태까지 닥치면서 호텔은 고립되고 상황은 악화됩니다.

제목은 『셜록 미스터리』면서 분위기는 모 소설을 떠올리는 터라, 여왕님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수기가 번갈아 나타나는데 그건 또 조앤 해리스의 『초콜릿』과 닮았단 말입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국적이 제각각인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군요.


번갈아 가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 헕뜯고 함정을 파서 빠뜨리고. 거기에 그 나이 먹고서도 제 나이값 못하는 놈도 있고요. 그 덕분에 읽는 내내 짜증이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결론도 취향에 안 맞았어요. 하아.ㅠ_ㅠ 무엇보다 그런 허술한 추리를 했음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걸 설명했음에도 그에 대한 의문을 왜 가지지 않는 건가, 그런 사람을 홈즈학 교수로 앉히는 건가에 대한 분노가 올라왔습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홈즈학 교수는 아서 코난 도일 이외에 있을 수 없다고요!
혹시라도 그 다음에 앉을 사람이라면 쿠도 신이....(탕탕탕!)



J. M. 에르. 『셜록 미스터리』, 최정수 옮김. 단숨(자음과모음). 2013, 13700원.


그러니까 이 책은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을 것이 아니라, 프랑스쪽 추리소설, 혹은 블랙유머를 담은 소설을 읽는다 생각하셔야 합니다. 셜록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외려 반감에 지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흑.;
미쓰다 신조입니다.

저자명만 달랑 적어 놓은 것은, 저자가 누군지 알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갈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하;
빌리기는 2013년에 빌려서, 31일부터 읽기 시작해 1월 1일에 끝마쳤습니다. 읽으면서 "내가 왜 새해 벽두부터 공포물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거야."라고 투덜댔는데 결과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공포물이기는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도조 시리즈처럼 공포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뒷맛은 매우 나쁩니다. 그건 감안하고 보셔야 할 거예요.


미쓰다 신조는 B님께 추천을 받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출간된 책은 거의 다 보았습니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은 딱 한 권, 작년 말에 출간된 신간뿐입니다. 이것도 올 첫 교보 주문에 들어 있으니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면 받아볼 겁니다. 언제 읽느냐는 별개고요.
이렇게 몽창 다 읽다보니 미쓰다 신조의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환상괴기 공포물, 다른 하나는 공포물을 가장한 미스터리입니다. 이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환상괴기에 속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자세히 짚지 않고 넘어갑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전화입니다. 생명의 전화라고, 한국에도 있지요. 예비자살자(?)를 위한 전화 말입니다. 마포대교였나 어디였나. 하여간 자살의 명소에는 이 전화번호가 찍혀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무서워서 그 주변에 안 가는지라 확인은 못하겠네요. 하여간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고 그 전화를 받아주는 곳이 생명의 전화인데, 어느 전화상담원이 자살자의 상담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볍게 신세한탄을 하고 끝나지만 이 경우처럼 자살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별도의 처리가 이어집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이 사람이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각에 갑자기 행방불명이 됩니다. 그것도 약간의 피를 남기고요. 그러고 나서 연쇄살인인지 연쇄사고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커집니다.


만, 추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찍으면 되는데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함정이 있습니다. 그 함정을 넘어서고 나면 부조리가 존재하고요. 하아. 인생사 다 그런 겁니까....(먼산)


책이 두껍긴 한데 넘어가는데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전개가 빠른 편이라 예상했던 것보다는 빨리 읽게 되더군요. 새해 첫 책으로 괜찮았습니다.:)



미쓰다 신조. 『일곰명의 술래잡기』,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3, 13800원.

제가 부제를 넣은 것이 아니라 책 제목이 저렇습니다. 한국에는 1권인 이 소설만 나왔는데 일본에는 뒤에 두 권이 더 있답니다. 읽다보면 두 권이 더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목은 저렇고 장르는 추리소설이지만 일단 주요 소재 중 하나가 로맨스입니다. 정말로요. 정말 아닌 것 같지만 로맨스 맞습니다.

원래 서가 서핑을 하다가 찾은 책입니다. 원래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나중에야 전혀 다른 작가인 줄 알았습니다. 찾고 나서 보니 이 책이 애거서 크리스티 탄생 120주년을 맞아 영국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이랑 일본 하야카와 기보시 문학진흥재단, 하야카와쇼보가 손을 잡고 2010년에 새로 만든 상이랍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1회 수상작입니다.

그래서인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못지 않게 풋풋한 로맨스의 분위기가 풍깁니다. 다만 이 로맨스의 분위기는 추리와 현학과 철학과 미학 사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이 책의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지요. 현학과 철학과 미학을 걷어내면 그 뒤에 남는 것은 로맨스라 그게 오히려 소설의 맛을 가릴 수도 있고, 위의 것에 취하다보면 로맨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마지막 편을 보고 나면 손발이 오글거려 "내가 왜 이걸 크리스마스 시즌에 붙잡고 있는거야!"라는 좌절 섞인 비명을 지릅니다.


검정고양이는 나이 스물넷의 대학교수입니다. 동갑인 나는 박사과정 학생이며 대학 동기이기도 한 검정고양이의 조수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과장만 아니면 검정고양이 같이 까탈스러운 인간의 조수(조교)를 할 일이 없지요. 하지만 그대로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학과장인 모 교수님이 조수를 맡아달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떠 맡았습니다.
검정고양이라는 것은 학과장이 그에게 붙인 별명인데, 스물넷이라는 아주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것은 학과장이 논문에 홀딱 반해 강력하게 추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에 다른 사람들의 토가 달리지 않을 정도로 검정고양이는 유능합니다. 그리고 교수로 올라서게 된 계기였던 그 논문의 제목은 『베르그송의 도식으로 본 말라르메』. 어, 저는 둘다 이름만 들었지 누군지 확실하게는 모릅니다. 크흑.;ㅂ;

읽다보면 나는 검정고양이에게 열등감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니, 만약 둘의 성별이 같았다면 더 심하게 나타났을 텐데 검정고양이는 턱시도 고양이라 불리는 검정+흰색 조합의 고양이를 떠올릴 정도로 검은 슈트에 흰셔츠 차림으로 다니는 남자, 나는 그보다는 조금 더 캐주얼하게 입거나 종종 어머니의 정장을 훔쳐(!) 입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그렇다보니 열등감이라 해도 심각하게 나타나진 않고 오히려 일종의 부러움이나 존경 비슷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일반적인 클리셰지요. 탐정역의 인물(만화에서는 자주 남자)와 사건을 물어오는 인물(만화에서는 자주 여자). 다만 이 분위기가 참으로 묘하다는게. 게다가 나의 입장에서 기술하기 때문에 잘은 안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주인공도 굉장한 수재입니다. 옆에 검정고양이가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나이 스물넷에 박사과정 1년차, 게다가 학과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할 정도면 나름 독보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니까요.


하여간 B님은 이 책을 원서로 보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 아마도. 장담은 못하겠네요. 철학이나 건축 등의 다양한 개념을 바탕에 깔고 있는 책이라 원서가 나을지, 번역이 나을지 감이 안옵니다. 번역은 매끄럽게 잘한 편입니다. 아마도 검정고양이의 별명은 쿠로네코이지 않을까 하는데, 이걸 굳이 검은 고양이가 아니라 검정고양이라 한 것은 책 전체적으로 깔려 있는 테마가 에드거 앨런 포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책에 실린 각 장의 이야기는 포의 유명한 작품을 모티브로 썼기 때문에 『검은 고양이』도 주요한 코드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헷갈리지 말라고 일부러 그렇게 번역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B님께 권하는 건 첫 머리의 이야기 소재가 건축과 미술쪽이라서 입니다. 조명도 등장하네요. 포이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아니라 파리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긴 하지만 뭐,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ㅅ+


모리 아키마로.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 이기웅 옮김. 포레(문학동네), 2013, 12000원.

이런. 포레가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였군요.'ㅂ' 어쩐지 역자가...;...



한줄결론. 나는 괜찮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괜찮을지는 확신이 안섬.OTL
원래 이 소설 작가인 오야마 준코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었답니다. 하지만 드라마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족족 떨어진데다가, 요즘은 오리지날보다 소설이나 만화 원작인 드라마가 많으니 그럼 차라리 소설을 써서 그걸 드라마로 만들겠다-대강 이런 생각으로 쓴 소설이라던가요. 즉,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을 생각하며 쓴 소설이라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 전체적으로 장면 전환이나 분위기, 등장인물이 굉장히 드라마 같습니다. 그것도 일본 드라마 같고요.

실력은 있지만 요령이 없는 똑똑하고 착한 변호사.
변호사 사무실에는 약간 푼수 같은 아주머니 사무원과 집사 같은 이미지의 사무장.
변호사가 등록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튼튼한 이미지의 결혼매니저.
변호사의 전 직장인 대형 로펌.
어쩌다가 얽힌 어느 개그맨 콤비.
카리스마 있는 할머니 회장님.
그 아들로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려 노력하는 아들.
사장과 불륜 관계인 음험한(?) 비서.
사소한 사항으로 항의를 하는 까다로운 부잣집 마나님.


등장인물을 죽 늘어 놓는 것만으로도 절로 캐릭터가 그려집니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서 복작복작 얽힌 것이 이 소설입니다. 일본 드라마를 즐겨본다면 재미있게 볼테고, 『어떻게 좀 안될까요』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이 소설도 다른 맛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맞물립니다. 예상 외의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앞서 보였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이 또 재미입니다. 특히 막판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 분의 카리스마는 정말...; 게다가 거기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뭐,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손아귀를 벗어나기 참 힘들어요. 그나마 이 아들래미는 그럭저럭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왜 이 책 제목이 고양이 변호사인지는 책 첫머리에도 나오고 책 뒷표지에도 나옵니다. 그러니 재미를 위해서 빼두지요. 어떤 의미에서 주인공도 거대 로펌의 희생자일 수 있겠네요.'ㅂ'



오야마 준코. 『고양이 변호사』, 김은모 옮김. 북폴리오, 2013, 12800원.



어, 하지만 저는 이런 종류의 소설은 그리 즐기지 않습니다.
이 책을 보고 생각났지만 차라리 엘러리 퀸의 그 소설을 읽겠어요. 이 책의 소재랑 배경이 그렇다보니 엘러리 퀸의 그 소설이 떠오르더군요. 그 쪽이 더 제 취향에 맞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사람이 엄청나게 죽어나간다는 점에서는 이 소설과 전혀 다른 쪽에 서 있긴 하지만..;
원제를 찾기 번거롭다며 홀랑 영문 제목을 올려봅니다.-ㅂ-; KITA NO YUZURU 2/3 NO SATSUJIN.
북의 유즈루 2/3의 살인.
엊그제 피터가 말하길에 적었던 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이것저것 잡다하게 보았는데 크게는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랑 요시키 형사 시리즈로 나눕니다. 사실 요시키 형사 시리즈는 올해 들어서야 처음으로 손을 댔을 거예요. 앞서도 열차 살인사건이더니만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단,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그도 그런게 이 책 초반부 읽으면서 아주 강하게 다가온 예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말을 보고 나니 확신이 들더랍니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히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형사의 하드보일드 연애물.
그는 차가운 도시의 형사. 그러나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ㄱ-;
그러므로 염장이 싫으신 분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시키 형사의 냉철하지만 불 같은 성격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몇몇 장면에서는 좀 지나친 것 아닌가 싶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시마다 소지인걸요. 그러려니 생각해야지요. 하하;

키워드를 하나 더 뽑자면 침대열차입니다. 그러니까 저 유즈루라는 열차는 우에노에서 출발해 아오모리까지 가나봅니다. 저도 설렁설렁 읽어서 다시 확인해야하긴 하는데; 하여간 홋카이도에 가기 위한 열차랍니다. 저걸 타고 혼슈 북쪽까지 간다음, 페리로 바다를 건너 하코다테에 들어가 다시 기차로 이동합니다. 해저터널 같은 건 없습니다. 아직 안 뚫린 모양인지 하마나스니 카시오페이아니 트와일라이트니 호쿠토세이 같은 열차는 전부 없습니다. 한참 뒤에나 생겼나보군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긴 하는데 그게 다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고, 사건의 시작부터 종료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열흘? 마지막에 요양하는 기간도 있으니까 사건 해결은 그보단 짧습니다.
굉장히 전개가 빠르고 정신 없기 때문에 읽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저도 금방 다 읽었거든요. 다만 결론의 트릭에 대해서 이게 뭐야!를 외칠 사람들이 여럿 있을 겁니다. 이해하세요. 이게 워낙 오래된 책인걸요. 그러니 이런 괴이한 트릭도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출입하지 않은 건물 5층 꼭대기에 왜 시체 두 구가 있었는가의 문제입니다. 해결을 보니 그참..; 이런 어영부영한 방법 가지고 잘도 계획을 세웠다 싶습니다.ㄱ-;

시마다 소지의 이전 작에서도 느꼈는데 가끔 우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트릭이 등장합니다. 이번 것도 그런 우연이 상황을 꼬아 놓았지요. 그것이 또 다른 해결책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만.




하여간,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면 건강이 최고, 체력이 최고입니다. 지나가던 깡패에게 맞고 나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맷집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체력과 맷집의 밑바탕이라는 것이 LOVE라는 건...
그렇죠. 가나토씨(60대 록가수. 도쿄밴드왜건 출연)의 말대로 세상을 움직이는 건 LOVE인겁니다. 하하하...;ㅂ;



시마다 소지.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한희선 옮김. 검은숲(시공사), 2013, 13800원.


어제 생협 모임에서는 사은품을 안 들고 갔습니다. 이건 다음 번에 들고 가도록 하고...-ㅂ-;


이번 달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이벤트로 두 권을 모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마우스패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했는데, 두 종류의 일러스트 중에서 제가 원하는 쪽으로 와서 다행입니다. 지탄다도 좋지만 오레키가 훨씬 취향이거든요. 오레키가 더 귀엽습니다. 훗훗훗훗훗...

애니플러스를 스토킹(!) 하면서 몇 번이나 보았던 터라 이미 내용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소설은 행간이 많이 비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빙과』는 굉장히 섬세하게, 한 컷 한 컷 빚어가며 만들었기 때문에 상세합니다. 어느 한 컷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없지요. 그에 비해 소설은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느 소설에서 "미처 가설을 준비하지 않은 오레키는 난처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머리를 짜던 그는 잠시 화장실을 빌리겠다고 하고 일어섰다. 지탄다가 가리킨 방향으로 가자 서늘해 보이는, 하지만 스산한 느낌의 복도가 이어졌고 ..." 식으로 만화 그리듯 기술하나요.; 물론 그런 소설도 있지만 고전부 시리즈는 그런 부류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읽고 있다보면 그 행간을 에폭시로 메워나간 교토 애니메이션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반면에 그게 오히려 소설의 강점이 됩니다. 하나하나 독자가 직접 이야기를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점이지요. 물론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이 떠올라 소설의 묘사 부족에 불만을 가지게 되지만 읽다보면 소설의 간략함이 그런 여백을 내준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빙과』의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장면에서의 인물들은 애니메이션보다 소설쪽의 박력이 더하다 싶더군요.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도 오레키의 좌절과 오레키™의 상황 파악 능력이 돋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쪽은 애니메이션과 소설이 상당히 차이나더군요.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애니메이션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소설은 괜찮게 보았습니다. 그리 길지 않게 기술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 그러고 보니 『빙과』에서 오레키가 풀었던 수수께끼는 하나뿐입니다. 음악실과 동호회에 대한 수수께끼-즉, 2편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소설에는 없었어요. 애니메이션과 소설의 차이를 하나 하나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덧붙이자면 번역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책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습니다. 번역은 최고은씨가 했다면 더 잘어울렸을라나 싶은 정도. 『빙과』에 등장하는 여러 말장난을 그냥 넘겼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말장난이나 일본어 단어의 차이 등등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넘어갈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책은 잘 만들었지요.
내용이 얼마 되지 않아 페이지는 적지만, 이타카판 『은하영웅전설』 못지 않게 공들여 만든 책입니다. 갈색 바탕으로 손에 잘 잡히는 판형도 그렇고, 글씨는 크지만 읽기에는 편합니다. (행간도 넓지만-_-) 하지만 편집도 훌륭한데다, 굵은 띠지까지 포함해서 표지 디자인을 한 점, 띠지의 색에 맞춰 가늠끈을 넣은 점 등등 신경써서 책을 만들었다는게 보입니다. 『빙과』는 가늠끈이 연한 하늘색이고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연한 보라색이지요. 거기에 속지도 굉장히 귀엽습니다. 포장지 비슷한 걸 썼는데 디자인이 일본의 포장 디자인과 비슷합니다. 슬쩍 본문 분위기를 맞춘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이 부분은 확인한다고 하고는 잊었습니다.OTL)
덕분에 어제 생협에서 실물을 보신 분들 중 두 분이 책에 홀려서 구입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핫핫핫. 나중에 대출나갔던 책이 돌아오면 띠지로 가려진 표지도 찍어서 올려보겠습니다.+ㅆ+



요네자와 호노부. 『빙과』,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격 생각해도 살만한 책이예요.-ㅁ-/



일요일에도 M님이랑 같이 이야기했지만 오레키 참 귀엽습니다. 후후훗.
아야쓰지 유키토의 책입니다.'ㅂ'
(나중에 국립국어원에서 아야쓰지 유기도라고 쓰라고 하면 정말로 화낼 거임....OTL)


도서관에 가서 서가 서핑을 하다가 집어온 책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간이 들어왔더군요. 요 몇 달 사이 신간 확인을 소홀히했다는게 티가 팍팍 납니다. 예전 같았으면 작가 이름으로 술술 검색해서 찾았을 터인데 말예요.
하여간 부제가 '기형의 존재들'인데다가, 배경이 정신 병원입니다. 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읽다보면 정말로 정신이 붕괴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아야쓰지가 이런 종류의 글도 잘 쓰지요.ㄱ-;

관시리즈는 피가 난무한다는 것뿐이지, 대체적으로는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많이 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잔혹하게 죽지만 그 이유가 나름 붙어 있습니다. 가끔 이상한 이유가 붙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괴기환상계 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홍의 속삭임』 같은 건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어요. 게다가 그 음산한 분위기가 참...ㅠ_ㅠ 괜히 누구씨랑 부부 관계겠냐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부창부수. 어느 부가 먼저 오든 간에 둘의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참 닮았습니다.


『프릭스』는 그런 의미에서 사람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단편 하나 하나가 다 구멍입니다. 하기야 배경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참으로 정신 없게 만듭니다. 특히 두 번째 단편인 『409호실 환자』는 읽다가 넋이 나갔습니다. 이 중 어느 것인가 골라 잡으세요~★라고 해놓고는 해결은 제 3이었습니다. 하기야 안심하면 안되지요. 이 소설은 모두 주인공인 나, 즉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 함정에 빠집니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도저히 G에게 안 맞겠다 싶어서 고이 집어 들고 왔습니다. 저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아마 읽고 나면 여기서 언급되었던 『외딴섬 악마』를 다시 읽고 싶어질 겁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닮았긴 닮았지요. 결말은 전혀 다르지만.;


아야쓰지 유키토. 『프릭스Freaks: 이형의 존재들』, 정경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3, 1만 2천원.
이 이야기는 어느 청년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나는 맥도날드에서 질투심 많은 여자친구에게서 바람피운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비난의 말을 쏟아낸 여자친구는 맥도날드를 뛰쳐 나갔고, 주인공은 비오는 밖에 우산 하나 없이 맨몸으로 쫓아 나갑니다. 여자친구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질투심이 조금 강해서 이런 일을 종종 벌이는 모양이군요. 그렇게 쫓아나가긴 했지만 비를 보고 잠시 멈칫한 사이 여자친구가 사라집니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 조금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골목 안쪽의 커피점 안내 간판을 봅니다. 조금 고민하다가 충동적으로 커피점에 들어가고, 그 직후 사건이 벌어져 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복잡하지요? 하지만 이런 복잡한 사건들은 탈레랑 커피점의 바리스타인 기리마 미호시에게는 커피를 갈아 내리듯 풀어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곰곰히 생각하고 이리저리 정황을 맞추면서 커피밀을 돌리면 커피가 잘 갈리듯 수수께끼도 잘 갈립니다. 그리고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지요.

책 표지에는 기리마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는 걸로 나오는데 소설을 읽어보면 실제로는 드립커피 전문점입니다. 애초에 일본판 표지부터 저러니 어쩔 수 없어요.


어떤 점에서는 일상추리물인데 말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커피 때문입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관련 정보를 조금이나마 주워들은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지입니다. 커피와 관련된 이름들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있는지 이리저리 돋보기를 들이대며 맞추는 재미가 있어요. 후기를 보면 여주인공의 이름도 넓게는 커피와 관련이 됩니다.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을 비블리오 고서당보다 조금 높게 두는 것은 순전히 제 취향 탓입니다. 비블리오 고서당은 아직 차마 손을 못댔을 정도로 이야기가 조금 무겁습니다. 아니, 무겁다기보다는 마음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1권 아직 번역본 나오기 전에 C님께 원서로 빌려 읽다가 1권 첫 번째 이야기의 무게랑 그 뒤에 나오는 특정 인물 이야기를 듣고서는 고이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탈레랑은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런 분위기가 없습니다. 시종일관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며 손수건만 쥐어짤뿐이지 읽는 데는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C님도 지적하신 이야기인데, 이거 자칫하면 교토 여행 티켓을 끊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읽은 소설의 상당수가 그렇긴 한데 이 책도 교토가 배경입니다. 교토야 워낙 커피로 유명한 동네니 이런 카페가 어디에 숨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으, 저도 기리마씨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요.;ㅠ;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그럴 려면 당장 강릉행 버스표를 끊어야 하나, 그러기에는 비용과 체력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 다음달 쯤 도전하고 싶지만 역시, 비용이 문제네요. 게다가 다음달엔 장거리 출장도 있긔..;ㅂ;...)


오카자키 다쿠마.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2013, 12800.


책 가격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이게 원래 문고판으로 출간된 걸로 알거든요. 사실 그런 의미에서 라노베 가격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가격이 아닐까 했는데 12800원이면 가격이 좀.ㄱ-; 하기야 요즘 책 가격이 체감상 10% 가까이 상승한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습니다...;ㅂ;

(하지만 자네가 최근 구입한 BL 소설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ㄱ- 게다가 12000원이었으면 군말 없었을 테고.;..)
감상 한 줄 요약: 이제 그만....OTL


레이크 에덴, 조앤 플루크의 쿠키단지 시리즈 최신 시리즈입니다. 영어권에서도 아직 다음 권은 나오지 않았네요.

이번 책이 16번째 책이라는데, 보다보면 도대체 언제까지 질질 끌거냐는 소리가 튀어 올라옵니다. 지난 권에서 웬만큼 정리되고 슬슬 진도 나가나 싶었는데 안 나갑니다. 대신 엉뚱한 사람이 진도를 빼더군요. 혹시라도 이 커플과 합동결혼식을 올린다며 나서지 않을까,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보지만 희망 고문이 될 거라는 건 저도 압니다. 그 커플이 결혼식을 할지 어떨지 모르지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두 세권은 더 이야기를 끌 수 있겠네요.
이쯤되면 레이크 에덴 시리즈는 그냥 레시피가 실린 소설로 보고 말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발, 결혼 시키라니까요? 한나의 의지박약도 10권 넘게 끌고 왔지 않습니까. 본인 입으로도 왜 그 사람하고 결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하지 않았습니까.-_-+


하여간 그 이야기는 넘어가고.
이번 권은 앞서 나온 『시나몬 롤 살인사건』과도 이어집니다. 가끔 이렇게 연결되는 권이 있는데 이번 권도 거의 이어져서 이야기가 진행되더군요. 앞서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이 여기서 하나 해결되고, 사망플래그가 뜬 인물도 이번 권에서 사망합니다. 드디어.-_-; 하기야 그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잘 보았다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번 권에서 처음으로 한나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습니다. 그것도 제1용의자로요. 그 때문에 마이크에게 삐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제발 그만좀 해.OTL

레드벨벳 레시피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했는데 신기한 재료가 몇 가지 들어가더군요. 가장 궁금한 건 커피 쿠키인데, 이건 나중에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밀이 들어간 쿠키도 앞서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홀랑 잊고 있었습니다. 집에 당밀도 있으니 이번 추석 연휴에 시도해볼까요.



...
말은 이리 해도 분명 다음 권 나오면 불평하면서 또 집어들겁니다. 하하하.;ㅂ;


조앤 플루크. 『레드벨벳 컵케이크 살인사건』, 박영인 옮김, 해문출판사. 2013, 14000원.

꾸준히 시리즈를 내주는 해문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크흑;
영어판으로 읽어도 그럭저럭 읽겠지만 한글판의 속도는 못 따라오니까요. 게다가 번역자가 꾸준히 해준다는 것도 다행입니다. 그리고 책 내용 분량에 비하면-특히 일본소설들에 비하면 분량 당 가격이 못 따라오죠.;
제목을 보고 낚이실 분들 많을텐데, 소개하자니 위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도서관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이에 꽂혀 있어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매번 집어들지 말지 고민했습니다. 한국에는 시리즈가 세 권 나와 있는데, 이북으로도 나와 있으니 보기는 편하겠네요.'ㅂ' 번역자는 현정수씨. 그래서 집어들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에는 번역자를 보고 호기심이 들었다는 것도 있습니다.

하여간.

이 책 시리즈의 배경은 삿포로입니다. 정확히는 스스키노 거리고요. 삿포로 역에서 남쪽 방향에 있는 거리가 스스키노인데, 환락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술집이 즐비하고 밤이 더 화려한 그런 곳이라더군요. 예전에 홋카이도 여행 갔을 때는 숙소가 스스키노 거리에서 멀지 않았는데, 실제 삿포로를 돌아다니면서는 스스키노 거리 북쪽만 돌아보아서 스스키노는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밤문화 체질이 아니라 그런 것도 있겠지요.
주인공은 상당한 덩치의 소유자입니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상당히 나가고. 하는 일은 탐정업이라고는 하지만 1인 심부름센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례를 받고 무언가를 찾아주거나, 돈을 대신 받아주기 위한 약간의 작업을 펼치거나, 중재를 하며 협상비를 받거나 합니다. 원래는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는데, 취직이 안되는 과라 그냥 그 상태로 넘어간 모양입니다. 시절은 80년대 후반. 그래서 휴대폰이니 뭐니는 전혀 안나오고 분위기가 아날로그 적입니다. 그러니 하드보일드 분위기도 제대로 나고요.

한데 보통 생각하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같은 장르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이 가끔 허당짓을 벌여서, 그 때문에 실소가 터져나오거든요. 고독한 한 마리 늑대라 부르기에는 늑대에게 미안한 정도? 늑대보다 단계를 낮춰 불러도 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도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꾸려나가니까요.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의뢰를 받아 행방불명된 한 여자를 찾는데서 시작합니다. 안 좋은 쪽으로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더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거든요? 근데 막판에 뒤통수를 두 대쯤 맞습니다.-_-; 아놔. 이런 사람 싫어! 그 덕분에 다음 책을 볼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중이고요. 그래도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보다는 훨씬 무난한 하드보일드입니다. 그쪽은 건조하다 못해 버석버석한데, 이쪽은 조금 유머가 들어갔으니까요.


스스키노를 몇 번 가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해가 더 쉬우실 겁니다. 배경이 삿포로이다 보니 그 주변의 지리를 조금은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몰라도 보는데는 지장 없습니다.


그리고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다 늙었느니 어쩌느니 소리를 하는 주인공 녀석. 언젠가 만나면 엉덩짝을 차주고 싶습니다. 날마다 그렇게 위스키를 부어대니 신체 나이는 50대지! 네놈이 간경화로 일찌감치 가버린다해도 이상치 않아!


아즈마 나오미. 『탐정은 바에 있다』, 현정수 옮김. 포레(문학동네), 2011, 12000원.


헐.
이북까지 나와 있길래 출판사 검색하면 달랑 세권 나오는 것치고는 그래도 튼튼한 회사인가? 하고는 판권기를 보니 문학동네로군요. 허허허허허.
『신참자』는 재독입니다. 아니, 삼독, 사독인가? 하여간 빌려 읽은 걸로 따지면 아마 두 번째 일겁니다. 지난번에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읽었더니 갑자기 이 책이 보고 싶어져서 말입니다. 마침 대출중이라 한참을 기다려 빌려 읽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갈릴레오의 고뇌』랑 같이 감상을 올리게 되네요.

『신참자』야 두말할 나위 없이 재미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건들을 하나 하나 쫓다보면 그게 실마리로 연결됩니다. 닌교초의 골목을 수없이 누비고 다닌 끝에 드디어 신참자라는 딱지를 떼고 자리를 잡지요. 게다가 주인공이 가가 형사라 매력은 배가 됩니다. 아.... 도대체 로맨스 라인은 어디로 도망가 버린 건지.-_-; 이전에 다른 분들이랑도 이야기 했지만 가가 형사에게도 로맨스는 있었으나 그 다음편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랍니다. 아마 한 번 쓰고 작가가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지요. 크흑.


『갈릴레오의 고뇌』는 솔직히 아주 재미있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성녀의 구제』인가, 하여간 다른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여자 형사가 그닥 취향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하하하; 원래 원작에는 없다가, 『용의자 X』를 영상화 하면서 등장했다는 인물입니다. 그 뒤에는 소설 시리즈에도 등장하는데,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고역이예요..ㄱ-;;;


하여간 두 권 모두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지난 번에 요리 책 세 권을 빌려 모두 다 보았는데 그 중 두 권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한 권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G랑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일이 있는데 이번에 그랬습니다. G는 그 책이 좋았다지만 제가 보기엔 영 아니었거든요. 뭐, 보는 시점 차이입니다만.
(실은, 오늘 아침에도 소금 건으로 한 판 했습니다. G랑 저랑 보는 부분이 전혀 다르더군요. 평행선.-_-)

마음에 들었던 한 권은 다른 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제대로 낚아서 이미 생협에서 구입 예정이신 분이 둘. 그리고 이 책은 C님도 높은 확률로 구입하실 겁니다. 그런 고로 리뷰는 미루고요, 다른 한 권부터 씁니다.

『우정욱의 맑은 날, 정갈한 요리』입니다. 한식 조리법이 나와 있는데 집에서 편하게 해먹을 반찬이랑 손님상에 올릴 음식들을 소개했습니다. 책 편집이 괜찮고 레시피도 상세합니다. 앞부분에 손맛 조미료라고, 생강청을 비롯해서 여러 조미료를 만드는 법이 나오는데 이건 아마 C님이 보고 낚이실..(...)
한국 음식만 나온 것이 아니라 퓨전이라고 할만할 일식이나 서양음식도 섞여 있습니다. 그래도 한식이 많은 편이라 한 권쯤 집에 놓으면 참고하기 괜찮을 겁니다. 다만 책이 떡제본이라 편하게 펼쳐 놓고 보기는 쉽지 않을거예요. 집에서 보고 쓰기에는 아예 다 분해해서 낱장으로 보는 게 좋을지도...;...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김난주 옮김. 재인, 2012, 14800원.
『갈릴레오의 고뇌』, 양억관 옮김. 재인, 2010, 14800원.
우정욱. 『우정욱의 맑은 날, 정갈한 요리』. 비앤씨월드, 2010, 16000원.

가격을 비교하니 참..ㄱ-;
컬러판에 두께도 얇지 않은 요리책이 1만 6천원. 두께가 얇은 것은 아니지만 소설책의 가격이 1만 5천원 가량. 끄응. 책값이 확 올랐다는 실감이 이런데서 납니다..;...
일반적인 책 무게로 따지면 무겁진 않습니다. 오히려 단편 다섯 편만 실려 있으니 보기에는 가볍습니다. 같은 북스피어에서 나온 『우리 이웃의 범죄』나 외견상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 책은 책등이 파랗고, 이 책은 빨간색이니 둘을 나란히 꽂아 놓으면 잘 어울리겠네요. 쌍으로 맞춘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는 일상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끝은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로 꾸몄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릅니다. 정말로 무겁습니다.

금요일이었나, 토요일 저녁에 거실을 굴러다니며 이 책을 붙잡고 다 보았는데, 다 보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내가 왜 이 책을 빌려서 보았을까. ;ㅂ; 물론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책이라면 웬만한 책은 다 사든 도서관에서 빌리든 보긴 봅니다. 근데 이건 읽고 나서 후회되는 그런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흑...

근데 또 돌려 생각하면 그게 당연한 겁니다.
다섯 편의 단편을 다시 돌려보니 그 중 둘은 그래도 무난한 결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른 셋이 문제입니다. 맨 앞의 단편은 읽고 나서 당황했고, 두 번째 단편은 참 아쉬웠고, 다섯 번째 단편은 읽고 나서 분노의 외침이 목끝까지 올라왔습니다. 아놔...;ㅂ;
다른 둘이 세, 네 번째 단편인데 그걸로 정화했던 정신이 다섯 번째 단편에서 와르르 무너집니다. 흑흑흑. 하지만 이런 게 현실인걸요.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읽으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미미여사의 소설이니까요. 미미여사가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도 썼다는 걸 이해할 겸 한 번 읽어보시어요. 특히 세 번째 이야기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눈의 아이』, 김욱 옮김. 북스피어, 2013, 12000원.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작가들이 단편을 쓰고 그것을 묶어 낸 단편집입니다. 카파노블스라는 추리소설 잡지가 일본에 있나본데, 그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추리소설 작가들이 50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소설을 썼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대표작가로 기재했는데, 사실 여기서는 그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같이 실린 작가들이 다들 유명하거든요.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오사와 아리마사, 시마다 소지, 다나카 요시키, 미치오 슈스케, 미야베 미유키, 모리무라 세이이치, 요코야마 히데오. 아마 오십음도 순으로 실어 놓은 모양입니다.
이 중 안 읽어본 작가는 오사와 아리마사, 미치오 슈스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세 명입니다. 다른 작가들은 상당수의 작품을 읽었지요.

아야쓰지 유키토. 올해 관 시리즈 전체를 다 다시 읽었습니다. 거기에 『어나더』도 보았고요. 여기 실린 단편은 『어나더』와 비슷하게 공포물입니다. 뭐가 50이냐 하면 ... 으으음. 거기서 그렇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 당황했다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유명합니다. 『쌍두의 악마』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전 안 읽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평은 그냥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작가 아리스쪽이 훠어어얼씬 취향입니다.

오사와 아리마사. 이쪽은 읽은 책이 없는데, 그래도 미미여사랑 교고쿠 나쓰히코와 같은 사무실을 쓰는 사이입니다.

시마다 소지. 두말할 필요 있나요. 엊그제 읽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이 이 사람 책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점성술 살인사건』. 『마왕유희』도 좋아합니다. 대표 탐정이 미타라이 기요시고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는 한국에는 한 권만 나와 있습니다. 『하야부사 침대 특급』인데, 이것도 올해 읽었군요. 여기 실린 단편도 미타라이 기요시의 이야기인데 추리는 아닙니다.

다나카 요시키는 쓰자면 손만 아픕니다. 이건 다른 시리즈가 아니라 그냥 집어 넣은 한 편. 추리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나, 그보다는 호러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배경이 영국이란게...'ㅂ';;

미치오 슈스케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전체 이야기에서 손꼽을만한, 굉장히 좋은 단편이더군요. 아마도 이건 M님 취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이건 솔직히 좀..OTL
이미 읽은 내용입니다. 키워드랑 제목을 듣고 혹시 했는데 역시나.엊그제 읽은 『그림자 밟기』에 있습니다. 번역은 그쪽을 먼저 봐서 그런가, 그쪽이 마음에 들더군요. 여기서는 사투리를 아예 한국식으로 다 고쳤습니다. 그게 아쉬운데, 왜냐하면 일본어쪽에서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의 사투리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하려면 아예 제주도 사투리를...-_-;;
아니, 하여간. 그래서 이 책이 나오기는 훨씬 먼저 나왔는데 『그림자 밟기』를 읽고 나서 봐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이전에 보았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이름이 낯설어요. 이 단편은 우연과 우연과 우연의 꼬리가 결국 하나로 돌아온..? 그런 느낌이더군요. 하지만 또 배경이 신주쿠야...OTL

요코야마 히데오도 자주 봅니다. 주로 경찰물을 쓰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종신검시관』입니다. 그리고 여기 실린 것도 그 후속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어요.+ㅅ+


미야베 미유키 외. 『도박 눈 외』, 정태원 옮김. 태동출판사, 2010, 12000원.

번역에 대해서는 조금...'ㅂ';
정태원씨는 시공사에서 나온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다 번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괜찮게 보았는데 이 책에서는 걸리는 부분이 몇 있네요. 오타도 발견했고, 갓파를 카파로 쓴 것은 좀..? 혹시 카파노블스라 일부러 원서에서도 카파로 기재했던건가요. 그 부분은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지만, 아마 확인 없이 홀라당 잊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책 제목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입니다.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한지는 좀 되었는데, 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참 전에 집어 들고, G의 방에서 자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꺼내 들었습니다 내내 조아라만 파고 굴러 다니자니 아쉽기도 하고 너무 놀아서 켕기더군요. 그리하여 구입하고 읽는 걸 미뤄두었던 다른 책 한 권이랑,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두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여기 쓰지 않는 다른 책 두 권은 아마 집에서 감상을 올리겠군요.


셜로키언이 쓴 셜로키언을 위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읽다보면 셜로키언을 빡치게 하는 함정이 무수히 널려 있습니다. 화자가 왓슨이나 셜록이 아니거든요. 둘입니다. 각 장은 와트손™과 나쓰미™의 입장에서 번갈아 진행됩니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시선에서 보기도 하는데, 기본은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셜록은 오히려 찬밥입니다. 그, 셜록이 하는 짓을 보면 참. 셜로키언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했나 싶군요. 하지만 사전 조사는 아주 철저합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시마다 소지입니다. 그 시마다 소지 맞고요,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가 영국 런던에 유학했을 당시, 우울증으로 인해 귀국 일정을 미룬 적이 있다. 그러나 귀국을 미룬 것은 우울증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라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휘말린 나쓰메는 자신의 셰익스피어 과외선생인 크레이그 선생에게 소개를 받아, 별로 내키진 않지만 정신병력이 있는 어느 코카인쟁이에게 상의를 하러 갑니다.
...
그리고 거기서 지대로 미친 놈을 만나 노랭이 취급을 당하자 머리 끝까지 빡돕니다. 이 앞부분의 전개는 와트손™과 나쓰미™의 시각이 제각각입니다. 전혀 달라요. 키 작고 소심하고 애 같은 일본인™과, 정신을 어디다 팔아 먹었는지 불쌍한 어느 코카인쟁이를 돌보는 의사™의 시점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셜로키언이 보면 아마 빡칠 거라고 이야기 한겁니다.

하지만 결론은 또 괜찮아요. 특히 마지막의 그 훈훈한 장면을 보면, 이 소설의 승자는 고양이...........
아마 이쯤에서 다들 짐작하실 겁니다. 그런거예요.


일단 셜록 홈즈의 뒷 설정을 알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지만, 셜로키언에게는 부담 백배일 수 있습니다. 읽다가 "나의 셜록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라며 책을 던져버릴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앞부분은 건성건성 읽은 뒤 본격적인 추리 장면-그러니까 후반부만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몇몇 묘사에서는 포복절도를 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뭔가를 먹으며 읽지는 맙시다.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도 대강은 알면 됩니다. 저도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한 권 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이해하며 보았으니까요. 아, 정말. 이렇게 마무리를 지을 줄은 몰랐어... 시마다 소지...;ㅂ;


시마다 소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김소영 옮김. 두드림. 2012, 13500원.


앞부분에서 읽다가 포복절도한 한 묘사.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래간만의 히가시노 게이고입니다. 한창 열심히 읽다가 손을 놓았는데, 작년에 『신참자』를 보고는 홀라당 반했지요. 다시 반했지만 이전 작품 중에는 영 땡기는 것이 없어 고민하다가,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찾아 들고 왔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역자 후기에도 나오지만 배경이 호텔이기 때문에 붙은 제목입니다. 매스커레이드는 가장, 가면무도회를 말하지요. 즉, 이 호텔은 가면무도회의 배경이 되는 겁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다만 은유일뿐이지요.-ㅂ-;;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서는 최신작에 해당되는 것 같은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참자』와 닮아 있습니다. 분위기만 닮았지 내용은 영 딴판인데, 닮았다고 느끼는 것은 구조 때문입니다. 대신 주인공이 전혀 다른 인물이다보니 나아가는 방향은 다릅니다. 『신참자』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가깝게 마음에 든 소설이네요.

읽으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 생각한 것은 어제 저녁, 퇴근 길에 붙들기 시작해서 자기 전에 다 읽었기 때문입니다. 분량이 적지는 않은데, 그걸 홀라당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습니다. 각 이야기는 짤막짤막하게 나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적 흐름으로 보면 이어집니다. 큰 줄기는 하나이고 그 안에서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 사건들 중 몇몇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됩니다.

역자 후기를 보고서야 알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캐릭터를 아낀다더군요. 하기야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은 유명한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두고 있습니다. 딱히 영국작가를 댈 필요도 없지요. 시마다 소지는 미타라이를, 요코미조 세이시는 긴다이치를, 미야베 미유키는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몇몇 시리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도 있고요. 에도가와 란포는 딱 떠오르는 인물은 없는데, 고양이는 있네요. 홈즈.;
하여간 그렇게 많은 소설을 냈지만 대개는 단권입니다. 예외적인게 갈릴레오 시리즈랑 가가형사 시리즈 정도네요. 소설 수에 비하면 시리즈는 적은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도 시리즈로 나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네요. 음, 다른 시리즈가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능성은 높습니다. 가가형사보다는 조금 가벼운 이미지이긴 한데, 어디까지나 가가형사에 비하면 그렇다는 겁니다.-ㅂ-;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많이 성장한 인물은 주인공입니다. 머리는 좋지만 사람과 섞이고 협력하는 일은 못했는데, 이 책 속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많이 자랍니다. 아, 참, 귀엽지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저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하하하; 실제 나이가 어떨지는 모릅니다.


배경이 호텔이기 때문에 호텔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볼만 합니다. 특히 전체적인 분위기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호텔물(...)하고도 닮았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풍스럽고 비싼 호텔인데, 그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날 거라는 예보 때문에 경찰들이 잠입을 하게 됩니다. 경찰 잠입은 호텔 직원 속에서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오미라는 유능한 직원이 경찰의 뒤치닥거리를 하게 되지요. 껄렁하고 하기 싫어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저 신참을 유능한 호텔맨으로 키워내는 것이 이 이야기의 주요 내용입니다.

...
는 일부분만 본 것이지요. 하하하.

C님 취향에 아마 가장 잘 맞을 것 같군요. B님에게는 조금 가벼울지도. T님은 가볍기 때문에 무난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의 최대 단점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라 도서관에서 빌리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ㅂ-/


히가시노 게이고. 『매스커레이드 호텔』,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2, 14800원.

생각난 김에 『신참자』를 다시 보려 했더니 도서관에서는 다 대출되고 없군요. 으으으. 아무래도 사야하나...;ㅂ; 사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그 다음 보관이 문제입니다..ㅠ_ㅠ
엊그제 블로그에서 이벤트를 했던 『그림자 밟기』는 어제야 읽었습니다. 읽기 아까워 미뤄둔 것도 있었고, 책이 도착했을 때 한창 미야베월드 제2막의 다른 책들을 보고 있었던 것도 있고요. 그 책들을 다 읽고 나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제 기분이 확 가라앉은 김에 집어 들었는데 두 편을 읽고 나니 아까워서 못 읽겠더군요.
그래서 『작자미상』 상-하권을 먼저 읽고, 리뷰를 올린 다음에 다시 『그림자 밟기』의 다른 편을 읽었습니다.

...

그런데 조금 호불호가 갈릴만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괴이, 요괴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 추리를 원하신다면 아마 취향에 안 맞으실 겁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사랑스럽고 슬픔이 아련하게 남는 단편들입니다. 게다가 어떤 것들은 또 굉장히 역동적이고요. 요괴나 괴이한 현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닮았지만 각각의 느낌은 상당히 다릅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 「토채귀」, 「반바 빙의」, 「노즈치의 무덤」의 여섯 편이 실려 있습니다.

가장 재미없었던 것이 「반바 빙의」. 이건 읽고 나면 암울합니다. 허탈하다고 해야하나, 주인공의 앞날이 어찌 될지 뻔하게 보입니다. 철없고 예의 없고 무례하고. 이런 사람을 딱 여섯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데 차마 그 표현은 쓸 수 없습니다. 하여간 그런 아내를 맞이했는데, 남편은 데릴사위입니다. 그러니 여자가 남편을 쥐고 흔드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건 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습니다. 처가집이 워낙 부자인데다가 사위는 분가의 차남입니다. 일을 잘하게 생겨서 데려왔다가 딸래미가 반해서 결혼시킨 건데, 그렇다보니 주변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저 녀석이 우리 딸에게 잘하나, 우리 아가씨에게 잘하나 감시합니다. 남편도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도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철없고 애 같은 투정을 부려도 받아줘야하나요. 애를 잘못 키웠군요.-_-
물론 전체 이야기의 본론은 그게 아닙니다. 요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남편이 아내의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요. 그참...
하여간 재미없었던 이유는 저 여자가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 역시 정말로 질색 팔색하는 타입의 여자고요. 애 잘못 키우면 저런 사단 납니다.(먼산) 너무 버르장머리 없게 키우지 마세요.(먼산2)


「노즈치의 무덤」은 어쩌면 이 중에서 가장 초기작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사바케』 같기도한, 그런 요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 깔린 이야기가 좀.OTL 맨 마지막 단편인데 뒷맛이 약간 씁쓸합니다.


「토채귀」는 『흑백』에 해당하는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의 프리퀄(앞 이야기)입니다. 아니, 완전한 프리퀄은 아니고 등장인물 A와 B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등장인물 A의 과거는 어땠으며 어떻게 에도에 자리잡게 되었는가를 보여줍니다. 근데 과거 이야기가 참 묵직합니다.OTL
A와 B가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는 『흑백』에서도 잠시 언급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A의 연애담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가 여기 실려 있는데, 문제는 막판에 반전 비슷한 것이 있다는 점. 하하하; 조금 무섭습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은 우열을 가릴 수 없게 재미있었습니다. 「스님의 항아리」는 『괴이』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무서운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 희끄무레한 것만 제외한다면 오히려 건강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데렐라 스토리란 말이지요. 물론 신데렐라나 콩쥐나, 둘다 기본 출신은 좋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신분이 상승하니까요. 하여간 스님과 항아리가 등장하기 때문인지 『음양사』도 떠오릅니다. 그보다는 훨씬 덜 무서우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림자 밟기」는 아련하고 서글프지만 그게 또 담담하게 마무리 됩니다. 이건 가장 최근에 나온 『진상』과 같이,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마사고로가 등장합니다. 그러므로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로 보아도 되겠네요. 그림자라는 소재 때문인지 『그림자가 없는 사나이』라는 유명 SF(?) 소설이 떠오릅니다. 허허허;

「바쿠치간」의 매력은 통쾌함입니다. 무서운 이야기가 깔려 있지만 그걸 멋지게 퇴치하니까요. 게다가 퇴치하는 법을 알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과 청소년 한 명. 그렇다보니 애들을 주인공으로 한 모험물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개가 등장하기 때문에..-ㅂ- B님이나 C님은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훗훗훗.
특히 B님은 중간에 등장하는 암호문(!)을 그나마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 그 부분의 번역은 사실 조금 아쉽긴 한데, 음을 읽지 않고 그냥 히라가나를 적었다면 일반 독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안 좋으니까요. 저는 그런 문장이 있을 경우 발음이 적힌 것보다는 원어가 적혀 있는 쪽을 선호합니다. 영미소설의 경우 라틴어가 종종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그럴 경우 라틴어를 한국어 발음으로 읽은 걸 적는 것보다는 라틴어 원어를 그대로 적고, 그 해석을 옆에 달아 놓는 것이 좋더라고요. 특히 이런 외국어가 말장난에 쓰일 때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말장난은 아닌데, ... 그래도 꽤 재미있는 코드라서 말입니다. 다만 여기 등장하는 그 지역이 어디인지 모르겠네요.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면 특정 지역이 하나 나오는데, 에도에서 지나치게 멉니다. 게다가 발음도 약간 차이나네요. 과연 여기가 어디려나.-ㅁ-;



미야베 미유키. 『그림자 밟기』,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사실 미야베월드 제2막은 전 권 다 갖춰놓고 싶은데 책 꽂을 공간이 없습니다. 아..T-T; 이것도 지금 일시 방출하나 마나 고민되네요.
이걸로 한국에 출간된 미쓰다 신조의 책은 다 읽은 셈입니다.
...
라고 적고 보니 한 권이 빠졌네요. 『일곱 명의 술래잡기』. 하지만 이 책은 읽을 용기가 안납니다. 무서워요.;

미쓰다 신조의 책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 탐정이 다릅니다. 한쪽은 도조 겐야 시리즈, 다른 한 쪽은 미쓰다 신조 시리즈입니다. 저자명이 등장인물 명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주 드물진 않지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아리스 시리즈의 아리스가와 아리스도 그런 예고, 엘러리 퀸이야 두말할 나위 없는 가장 대표적인 예니까요.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책은 그보다 훨씬 현실감이 있습니다. 이전에 『기관』을 읽었을 때도 그런데 사실 사이사이에 허구를 교묘히 끼워넣다보니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 끝이 솟게 만듭니다. 게다가 『기관』은 책 속의 책이 등장하는 데서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데 굉장히 탁월합니다. 혹시라도 여름철 피서에 공포소설을 택하신다면 단연 미쓰다 신초의 책을 추천합니다.-_-;


이 책은 『기관』에 바로 이어집니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해요. 그러니까 미쓰다 신조는 친구 아스카 신이치로와 함께 어느 헌책방을 드나듭니다. 그러다 신구 아스카가 『미궁초자』라는 특이한 이름의 동인지를 꺼내듭니다. 가죽 제본으로는 되어 있지만 개인 제본이라 그런지 굉장히 허술하게 만든 책이랍니다.(물론 같은 개인 제본이라도 저라면 그보단 낫게...(탕탕탕!)) 동인지에는 총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저자가 누군지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데다 판권기가 실려 있을 맨 뒷부분은 안 뜯었습니다. 봉인되어있다고 해도 틀리진 않겠지요.
문제는 그 책을 읽는 순간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 이상한 일들은 읽은 사람들의 주변을 맴돕니다. 그리고 독자를 위협합니다. 상황을 들어보니 『미궁초자』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부 사라집니다. 그것도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라지는 거죠. 적어도 추적이 가능한 인물들은 전부 그러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미쓰다와 아스카에게는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할 이유가 생깁니다. 죽고 싶진 않거든요. 아니, 죽는 것을 넘어서서, 이상한 괴물이 주변을 맴돈다거나,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습니까.-_-;


다른 추리소설 소개하는 것과는 달리 그래도 이 책에 대해서는 꽤 내용 소개를 한 셈입니다. 하지만 실은 하나도 소개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요. 이 책의 백미는 『미궁초자』에 실린 7편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두 사람의 솜씨입니다. 사실 추리를 풀어내는 솜씨는 미쓰다보다 아스카가 낫긴 합니다만, 그건 상관없습니다.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아주 큰 빅엿을 날리고 사라집니다. 엿을 억지로 입에 우겨넣은 느낌인데, 어쩐지 지난번에 『염매』를 빌리면서 이 책 하 권 결말을 보았을 때 그렇더라니. 그게 이런 이유로군요.-_-;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는가는 조금 고민되긴 합니다. 이 소설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능한 많은 추리소설을 알아야 합니다. 알고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으니까요. 예를 들으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나, S. S. 밴다인의 파일로 밴스 시리즈, 『흑사관 살인사건』 등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 에도가와 란포 정도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것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요. 슬프게도 헨리 메리베일 경은 누구인지 잊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에 나오는 헨리 경인가요.-ㅁ-;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나중으로 미뤄야겠네요.

근데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하나 같이 영미권이고, 프랑스권은 없음..ㄱ-; 그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미쓰다 신조.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상-하』,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3, 각 115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입니다. 하지만 백미는 어쩌면 후기인지도..? 읽고 나면 홍대입구 주변 돌아다니기가 조금 무서울지도 모릅니다. 음훗훗훗훗~
단편보다 더 짧은 이야기를 말하는 단어 중에 掌편, 葉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손바닥만한 글, 잎사귀만한 글을 말하며 단편이라 부르는 글보다 더 짧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책은 작가가 아닌 어느 남자가 쓴 다섯 편의 짧은 글을 쫓는 것이 기둥 줄거리입니다. 하나의 글을 찾을 때마다 그 글도 책에 소개가 되는데 굉장히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없는 이야기, 리들(riddle) 스토리라 부르더군요. 다만 이 소설을 쓴 사람은 각각의 결말을 딱 한 줄로 결정해서 적어두었으며, 적은 결말만 남겨 놓고 사망합니다.

글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둡고 무겁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나면 허무함, 그리고 무상함, 거기에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책이네요. 글이 어두운 것은 배경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90년대 초, 버블이 막 꺼지기 시작한 시점의 일본이기에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에 돌아가지 못하는 청년이나,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같이 가라앉는 남자나, 가장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여자나 다 어둡기 마련입니다. 호황기였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지요.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들의 존재입니다. 짧지만 일상적이지 않고 환상적이며, 그렇지만 그 안에 함축된 뜻은 여러 가지로 읽힙니다. 게다가 딱 한 줄을 덧붙임으로써 그 이야기가 완결된다는 것도 굉장히 신기합니다. 역시 달라요...
그리고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작품을 생각하면 이 작가 자체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빙과』도 이 작가 작품이고, 『봄철한정딸기 파르페』도 이 작가 작품입니다. 이 둘은 일상 추리물이고 개그와 유며가 담겨 있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찌보면 무난하고 평범합니다. 그럴진대, 『부러진 용골』은 정통 중세 판타지 추리소설이며 묵직합니다. 『인사이트 밀』은 어떤 의미로는 엽기에 가까운 정통 추리소설입니다. 『덧없는 양들의 축원』은 『추상오단장』에 실린 장편과 분위기가 상당히 닮아 있으며 전체적으로 환상소설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판타지가 아니라, 아련하고 무섭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느낌의 환상입니다.
이런 소설을 모두 한 사람이 썼지요.-_-; 그래서 무서운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허허허..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았다면 이 책도 추천합니다.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다른 책들을 먼저 읽고 나서 보기를 추천합니다. 그냥 보아도 상관없지만 다른 책들과의 연계 속에서 읽으면 이 책에 더 감탄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아... 이렇게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로 부럽습니다.T-T;


요네자와 호노부. 『추상오단장』,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1. 12000원.


의도적으로 이 소설의 한 축만 밝히고 다른 축은 빼놓았습니다. 그 축은 직접 찾아서 읽어보시길.
어쩌다가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는 잊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정보를 보고, 도서관에 신청하려 했더니 이미 주문 상태더라라는 건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경로로 받은 책인데 취향이 확연히 갈리더군요. 저는 꽤 재미있게 보았는데 G는 이게 뭐냐며 투덜거리더랍니다.-ㅂ-;


시릴 헤어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확실히 법적인 인간이라 그런지 문제나 분위기나 트릭마저도 영국적이며 법적입니다. 정말로요. 그렇기 때문에 피가 난무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심심하고 무뚝뚝하며 재미없는 이야기라 생각할 것이고, 영국식 유머나, 2차 대전 이후의 영국 모습은 안 맞는다 싶으시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단 B님이나 C님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보지 않으실까 하네요. 같이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윔지 경, 브라운 신부, 애거서 크리스티와 비교하기는 쉽지 않고, 저는 오히려 카랑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윔지 경의 이야기처럼 복잡하거나 이야기가 잘 안풀리는 분위기는 없고, 브라운 신부님의 사건처럼 사람의 맹점과 심리를 파고들어 고찰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애거서 크리스티처럼 로맨스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애거서 크리스티와는 조금 분위기가 닮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여, 영락한 어느 시골의 영주관에서 벌어진 크리스마스 만찬이 배경이니까요. 모인 사람들의 면면이 참, 이렇게 물과 기름을 한꺼번에 모아 놓을 수 있나 싶을 정도니까요. 한창 이름을 날리는 정치가, 파시스트이자 유대인 혐오주의자인 청년, 청년을 좋아하는 귀족 아가씨, 정치가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의 아내. 거기에 불청객이 아마도 두 셋쯤...?
탐정역을 누가 할지 보고 있었는데 예상하던 인물이 맡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고 쿨하게, 이건 영국식 살인입니다라고 말하는 학자님. 아, 이런 성격 참 좋다니까요. 후후후후후.



하지만 이 소설이 흡족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제가 정말로 싫어하는 종류의 사람이 하나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버릇없는 아가씨가 하나 있어요. 어떻게 저런 아버지 밑에서 저런 딸이 나온 건지. 하기야 그런 성격이니 그 사람과도 살았던 거라 생각합니다만.-_-; 파시스트 청년이야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여자도 질색입니다.


손자가 부모들 말고, 할아버지들을 닮았으면 좋겠군요.-_-


시릴 헤어. 『영국식 살인』, 이경아 옮김. 엘릭시르, 2013, 11800원.

2차대전 후라고는 하지만 아직 영국의 전통적인 분위기는 살아 있습니다. 집사님이 배가 나온 중년 아저씨(혹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마르고 꼬장꼬장한 타입이었어도 좋았을텐데, 어느 쪽이건 멋진 집사님인 것은 확실합니다.+ㅆ+


리뷰는 쓰지 않겠지만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버트램 호텔에서』의 앞부분에서도 그런 영국적인 옛 분위기는 맛볼 수 있습니다. 연이어 보고 나니 꽤 재미있네요.
둘다 정확한 제목은 아닙니다.-ㅁ-
앞쪽은 우타노 쇼고의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이고 뒤쪽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입니다. 두 권 모두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의 추리소설입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살의』시리즈는 앞서 다른 시리즈로도 있...는지 확신이 없군요. 하여간 이 학교도 키치죠지 근처 어드메에 있답니다. 이 주변은 참으로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곳인가요. 살인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어떤 집도 이 근처에 있다 하고, 중견 기업의 아들과 재벌집 딸이 형사를 하는 곳도 이 주변이지요. 조금씩 위치는 차이나지만 그 근방에 참 많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 손대고 있는 원서는 아예 배경이 이노카시라 공원이었어..ㄱ-;

하여간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는 소재가 야구입니다. 야구를 좋아하신다면 꽤 재미있게 보실테고, 그렇지 않다 하셔도 괜찮을 겁니다. 안심하고 읽으시어요. 전체적으로 바보트리오와 주변인물들의 만담이 이어지는지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막판의 그 '트릭 혹은 함정'은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앞서 그 인물 소개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자세한 것은 넘어가고..
연전 연패를 거듭하는 어느 학교 야구부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베이스 네 개가 홀라당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다른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그것도 꽤 큰 사건이라..-ㅁ-
읽고 있다보면 오코노미야키가 먹고 싶어진다는 점이 최대 단점입니다. 하하.;


우타노 쇼고의 책은 한국에 여럿 번역되어 나왔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질 않더군요. 이건 그래도 내용이 발랄해 보여 집어 들었는데, 예상대로입니다. 마이다 히토미는 11살의 초등학생입니다. 아버지는 조교수이고 숙부는 형사입니다. 형사인 숙부는 같이 살진 않지만 가끔 집에 놀러 옵니다. 어머니는 안계시고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녀가족이라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숙부가 자주 오니 숙부도 가족으로 포함시켜야 할까요.
하여간 이 소설은 짤막짤막한 단편들이 이어지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앞서의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이어집니다. 그리고 몇몇은 참, 입맛이 씁쓸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끄으응.;
제목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주인공은 숙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형사의 입장에서 이런 저런 사건을 조사하는데, 힌트는 항상 히토미가 던져 줍니다. 히토미가 한 작은 힌트, 실마리, 이야기가 사건과 맞아 떨어지지요. 그렇기 때문에 막판에서는 이게 또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대박 큰 폭탄을 터뜨렸지..ㄱ-;

다음 권도 나와 있더군요. 여기서 히토미는 14세인가봅니다. 중학생이라는 이야기네요. 이 책도 빌려다 놓았으니 조만간 읽고 리뷰를 쓰겠지만 그 전에 일단 『엿보는 고헤이지』부터..-ㅁ-;



히가시가와 도쿠야.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한성례 옮김. 씨엘북스, 2012. 12000원.
우타노 쇼고.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 현정수 옮김. 한스미디어, 12500원.

제목만 들어도 공포 혹은 추리소설이라는 게 감이 오시나요. 넵, 맞습니다. 추리소설입니다. 그것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입니다. 당연히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고요.

후기를 보니 이 책이 거의 마지막 이야기랍니다. 실제 긴다이치 하지메 소년의 사건부를 보면 긴다이치 코스케가 미국으로 건너 간뒤 연락 두절 상태라고 나오는데, 여기서 바로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발간 순서로 보면 뒤에 한 권 더 있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의 생애로 보자면 이게 마지막 이야기라네요. 그래서인지 다른 책보다도 두껍습니다. 상 하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도 그렇게 나뉘어 있고요.

후기를 읽기 전에는 코스케 나이가 많다 했더니-쉰으로 보이는 일흔-_--맨 뒤에서 정말로 떠나네요. 홈즈와도 결말이 비슷해보입니다. 물론 홈즈는 은퇴했고, 은퇴한 뒤에 수제자가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지만....(패러디 중에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지요. 이건 맨 뒤에 실린 해설에도 등장하는데, 혈통, 집안, 압박, 권력, 돈.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합니다. 고립된 지역이 배경일 때는 지역 유지의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어 혈통이 끊긴다거나(血), 여자를 두고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다거나(性), 집안의 권력이나 돈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있다거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문제는 항상 발생하니까요.-ㅅ-;

상, 하권으로 나뉜 것은 책 앞부분에도 나오지만 살인사건이 두 번에 걸쳐 나오기 때문입니다. 두 권인데다 그 한 권이 절대 얇지 않아서 빌리면서도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단번에 진도가 나가더군요. 금요일에 업무 끝내고 우울모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시마다 소지의 책 한 권이랑 이 책 두 권까지 세 권을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다 읽었습니다. 뭐, 집 인터넷에 문제가 생겨서 조아라에 들어가지 않았고, 웹 서핑도 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것이 독서나 보고서 쓰기(...) 외에는 없었지요. 덕분에 책 세 권을 홀라당 읽을 수 있었고요.


병원 고개라 불리는 어느 유명한 고개가 있습니다. 대략의 위치는 쿠단시타 그 주변 어드메인 것 같더군요. 메이지 유신 전부터 의사로 일했던 어느 집안이 있습니다. 그 집안의 당주는 앞으로는 한의가 아니라 양의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을 알고 아들을 유학 보냅니다. 그리고 돌아온 아들은 굉장히 유능한 의사가 되었고, 처가쪽의 힘을 얻어 상당히 큰 병원을 만듭니다. 처가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복잡한 관계로 얽힌 집안인데 이 양쪽 집안이 서로 겹사돈을 맺고 맺고 합니다. 하지만 병원 집안은 지식인에 가깝고 조금 보수적인데 반해, 처가쪽은 안 좋은 일에도 손을 대고 하는 뒤가 구린 집안입니다. 그런 집안이 대를 넘어가며 서로 겹사돈을 맺고,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쪽 사업에도 손을 대어 상당히 커집니다. 하지만 2차대전의 폭격 때문에 의사집안의 가주가 사망하고, 집안은 가모(家母)에 해당하는 야요이가 이끌어 갑니다. 양쪽 집안 모두 손(孫)이 부족해서 결국엔 딱 하나만 남게되지요. 그건 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지만.. 하여간 병원이 있는 고개는 그 유명한 병원 때문에 병원고개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어느 해, 빈집으로 남아 있던 그 병원 옆 고택에서 어떤 여자가 목매달아 죽습니다. 책 제목의 유래지요. 목매달아 죽은 여인이 누구이고,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넘어갑니다.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뭐, 항상 긴다이치가 후회하듯이 여기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몇몇 건 때문에 사건은 커집니다. 만약 진즉에 그 사실을 확인했다면 사건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겠지요. 하아......


전체적인 감상을 한 줄로 요약하면 딱, 요코미조 세이시 다운 이야기. 음, 솔직히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꼬일 것이라고 말이죠. 범인 추리하는 것도 아주 어렵지는 않고, 상황도 대강 짐작은 되지만 그래도 읽는 거잖아요.-ㅁ-;
다만 그놈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절대 이해 불가.-_-; 물론 정복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리하학적인 짓을 벌여도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자네, 이미 삐~도 있었잖나. 그런데 그런 짓을 벌인단 말이지? 아우, 솔직히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 중에서 이런 코드가 빠진 것은 거의 없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읽을 때마다 마음에 걸리네요. 게다가 이런 상황이 되면 회사, 아니 재벌이라고 할 정도로 방대한 집안 하나가 그대로 몰락하는 셈입니다.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범인 말고 중요 인물 중 하나가 마지막에 먹인 큰 엿도 이해가 안 갑니다. 덕분에 집안뿐만 아니라 집안이 이끌고 있었던 사업도 완전히 오갈데 없어진 셈이니까요. 하하...


주요 소품중 하나인 삐~와 관련해서는 다음에 다룰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다음 기회에.
아마 B님이나 C님은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요코미조 세이시.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상-하, 정명원 옮김. 시공사, 2013, 각 12000원.

책 가격을 찾다가 놀랐습니다. 헉; 이렇게 싸다니! ... 그리고 이 책 가격이 싸다 생각하는데서 조금 좌절을...;ㅂ;

같이 검색해서 나온 원작 표지(카도카와문고)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담고 있군요. 이 부분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말입니다.
물론 제가 아이디어가 괜찮다 어쩐다 말할 레벨이 아닙니다. 저자가 마쓰모토 세이초거든요. 하하하하; 미미여사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니 이분은 제가 평할 수준이 아니지요.
하지만 호불호는 논할 수 있습니다.'ㅂ' 그런 고로 감상기는 호불호에 대해 풀어 가겠습니다.

제목인 D의 복합. 저게 왜 D인지는 책 중반에 나옵니다. 아예 주인공의 입을 빌어서 그렇게 쓰거든요. 근데 그 D라는게, 제가 최근에 아주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D와 용어가 같습니다. 그런 고로 이 D가 그 D인가 싶은데. 아, 물론 반쯤은 농담인 거고, 읽다보면 아하 싶습니다. 아이디어가 참 좋아요.

하지만 그 D에 대한 아이디어를 빼놓고도 전체 이야기는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앞부분과 뒷부분의 중점이 다르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맨 뒤의 해결 혹은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계기를 보면 처음에 나온 것들은 오히려 곁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곁다리가 아니라 아예 심리적 함정입니다.
범인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그가 이런 일을 벌였는가이지요. 결말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니까 이렇다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원래 그런겁니다.(...)


좀 안 팔리는 작가인 이세는 어느 날 원고 의뢰를 받습니다. 이름도 낯선 어느 잡지사에서 기고를 요청한 겁니다. 그것도 민속학과 여행기를 섞어서 써달라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취재비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할테고, 원고 비용도 상당히 비싸게 줍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80년대인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비용도 대단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때는 한창 버블경제 때로군요. 그러니 돈이 많아서 심심풀이로 잡지를 창간하는 것도 가능한 일일테고 말입니다.
소설의 시작이 이렇다보니 앞부분은 주로 전해오는 이야기에 맞춰 여행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아마 이 부분은 M님이 굉장히 좋아하실 겁니다. 코스가 교토 주변이거든요. 게다가 다들 기차 타고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라. 이 코스 그대~로 따라가도 재미있을테고, 마침 책 출판사(모비딕)가 친절하게도 지도를 실어 놓았습니다. 다음 여행에 참고하세요.

하여간 그렇게 여행을 다니던 와중에 이상한 일이 몇 가지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살인사건에 대한 제보가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 있었다나요.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이야기도 여행기에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원고까지 써내고 있던 도중에 이런 저런 사건이 커집니다.

앞부분이 민속학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인데, 제 입장에서는 조금 억지 같다는 생각이. 그도 그런게 주로 단어의 유사성, 발음의 유사성 등을 들어서 말로 풀어내고 있거든요. 뭐, 니시오 이신이나 미쓰다 신조의 책에서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쪽은 조금 더 말장난 느낌이 강한 듯. 솔직히 『퇴마록』이 떠올랐습니다. 하하하하;
(어떤 의미에서, 퇴마록을 좋아했다는 건 흑역사로 생각하고 싶은 정도..ㄱ-; 특히 거기 실린 내용을 믿고 있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편은 세계편이지만 다시 볼 용기는 없습니다)


앞부분은 민속학을 따라가는 여행이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이 사람 왜 이래?와 그거 도대체 뭐야? 랑 도대체 누가 무슨 짓을 한거야?라는 의문을 푸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ㄱ-;
어쨌던 이세는 이 기고 덕분에 조금 먹고 살만해졌을테니 다행인가요. 기고 후에 이런 저런 일감이 많이 들어왔다 하거든요.


그리고 아래는 어떤 등장인물에 대한 폭언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자료를 훼손하는 놈은 벌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벌은 좀. 뭐, 마쓰모토 세이초니까요.;



마쓰모토 세이초. 『D의 복합』, 김경남 옮김. 모비딕, 2012, 13500원.


책의 두께나 내용에 비해서는 가격이 안타깝습니다. 요즘 웬만한 책이 저 가격인 걸 생각하면, 이런 두께에, 이런 내용이면서 가격이 저렴하지 않나 싶은 정도네요. 책은 꽤 잘 뽑아냈고 표지 디자인 등도 마음에 듭니다.
작년에 북스피어랑 모비딕이랑 손잡고는 같이 마쓰모토 세이초 시리즈를 내고 공동 마케팅을 펼친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야 이 책을 보았네요. 마쓰모토 세이초는 솔직히 제 취향에서는 안 맞습니다. 사회문제를 좀 깊게 다루고 파고 들기 때문에 무겁거든요. 게다가 결말이 속 시원하지도 않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미미여사의 책 중에 『누군가』나 『이름없는 독』이 이런 느낌에 가깝겠지요. 그나마 미미여사는 결말이 마쓰모토 세이초보다는 조금 후련한 편이니까요.
(아니... 『외딴집』은 조금 예외고...)

B님이랑 C님, I님께 추천합니다. T님도 좋아하시려나..? M님이야 앞에 철로 깔아 드렸으니 보시겠지요. 음하핫!
미쓰다 신조의 소설입니다. 매번 무의식 중에 마쓰다 신조라 쓰고 있는데 마가 아니라 미입니다. 왜 쓸 때마다 헷갈리는 건지 원.;
(종종 글자를 건너 뛰어가며 읽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허허허;)


하여간 공포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작을 꽤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집어 들었는데 정작 읽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 읽고 나니 같은 날 빌려온 마쓰모토 세이초의 책에는 손이 더 안가는군요. 마쓰모토 세이초 책도 건조하다 못해 버석버석한 느낌인데, 『기관』을 읽고 나서 이걸 보면 정신이 황폐해질 것 같더랍니다.

기관은 機關도 아니고 器官도 아닙니다. 한자어로 忌館이라고 씁니다. 흔히 쓰는 단어는 아니고, 만든 단어 일겁니다. 忌는 꺼릴 기, 즉 꺼리는 집이라는 뜻이겠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도조 겐야가 아니라 미쓰다 신조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데, 한쪽은 도조 겐야가 나오는 추리소설, 다른 쪽은 미쓰다 신조가 주인공인 공포(호러)소설입니다. 그러니 이 책이 공포소설인 것도 당연하지요. 물론 추리적 요소는 있지만, 되짚어 보면 추리하기에는 재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쉽지 않아요.

이 책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제 주변 분들 중에서는 B님이나 보실까. 그 외에는 없어요. 일단 전개 부분에서 상당히 잔혹한, 엽기적인 설정이 등장하는데다 공포 요소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소재는 딱 집어 말하자면 유령의 집이예요. 제목에 괜히 館이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는 잡지, 그것도 무려 『GEO』 편집자입니다. 이 잡지 기억하는 분 있을라나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 독일 쪽에서 나온 잡지를 번안 혹은 새로 취재하여 만든 잡지입니다. 굉장히 좋아해서 정기구독도 신청했습니다. 가격이 상당해서 구독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신청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랬는데 폐간되었네요. 『내셔널 지오그래픽』보다 이쪽을 훨씬 더 좋아했는데 말입니다. 왜 그랬냐 물으시면 저도 모릅니다. 그냥 판형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네요.
하여간 미쓰다는 잡지 편집부의 이사로 도쿄에 올라왔다가, 나중에 잡지 편집 방향이 바뀌자 단행본 쪽으로 부서를 이동합니다. 그런 와중에 집 이사도 함께 하는데, 좋아하는 지역에서 아주 독특한 느낌의 집을 발견합니다. 팀버양식이라던가요. 영국의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황무지의 스산한 느낌이 감돕니다. 영국 공포소설 읽어보신 분이라면 짐작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끝.


아니, 정말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내용을 자세하게 쓰지 않고는 이 이상의 이야기를 다루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 접어서 적어보지요.





하여간 배경 지역이 무사시노 쪽이라 B님이 흥미있어할만하긴 한데, 결말이 열린 결말에 가깝다는 것이 걸립니다. 그리고 접은 곳에도 적어놓았지만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모 소설의 등장인물이 말했듯이 "사실 속에 거짓을 조금만 섞으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정말로요.


미쓰다 신조.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1, 128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지역 명에 대해서는 조금 걸리는 곳이 있네요.
갓파하시모토, 시노바스노이케 연못. 이 두 가지가 눈에 걸리더군요. 아사쿠사쪽에서 우에노로 걸어가는 도중에 지나치는 곳인데, 갓파바시는 이름을 들어보았으니 거기에 本을 붙인다 해도 읽는 건 갓파바시모토일 것 같거든요. 거기에 시노바스는 예전에 우에노 돌아다닐 때 지나치면서 출구를 보았는데 시노바'즈'일 것 같습니다. 시노바스노이케가 아니라 그냥 시노바즈 연못이라 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하고요.

뭐, 일본 지명 번역하는 것은 참, 쉽지 않지요.;;
달리 읽힌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용이 바뀐 것도 아니고, 바뀐 것은 읽는 사람인 저일 따름이지요.


앞서 미쓰다 신조의 책을 소개하면서 『저주의 혈맥』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쪽도 민속학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라고 말입니다. 그 때 이 책을 빌려서 다시 읽어보겠다 생각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 엊그제 빌려와서 보았습니다. 생사부(...)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홀라당 잊고 있었으니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왜 죽었는지, 어떤 과정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에서 사라진걸 보니, 제가 추리소설을 재독 삼독해도 문제가 없는 건 그 때문이란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가끔은 鳥頭인 것이 도움이 되는군요. 아니, 까마귀는 머리가 좋은 편이니 鳥가 아니라 鷄로 할걸 그랬나요.

전체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주인공은 민속학 관련 연구자입니다. 아직 석사과정(인지 박사과정인지) 학생으로 있습니다. 즉, 연구 거리를 찾아다니는 중이지요. 한데 일본은 한국보다 교수-제자간의 갑을 관계가 빡빡하기 때문에 학생은 정말 교수의 온갖 뒤치닥 거리를 다 해야합니다. 그 중에는 연구 소재 상납이라는 것도 있지요. 주인공도 자기 아이디어를 교수에게 빼앗긴 뒤부터는 아이디어를 누설하지 않기 위해 조심합니다.
그래서 그 날도 홀로 산을 헤매던 중이었는데, 목적하던 곳의 신목(신의 나무)을 발견하고 관찰하다가, 무의식 중에 사고를 칩니다. 그리고 그 사고 뒷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무서운 사람과 만나고, 교수가 또 휘말리고, 아이디어를 폭로 당하고 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위의 내용 설명에서 주요 트릭은 홀랑 빼먹었으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얼개는 대강 저렇습니다.

이 소설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삽화를 CLAMP가 그렸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CLAMP의 네코이 믹쿠가 그린 것 같더군요. 아직 그림체가 다듬어지기 전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볼만은 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합법 드러그』의 주인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성격도 비슷하게 보이고요. 삽화만 보면 이거 BL 아닌가 싶은데 내용을 보면 전혀 아니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적어도 주인공에게는 다른 사람이 있으니까요.


보고 있자니 역시 라이트 노벨이라 그런가 전개가 약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도 그렇게 말하지만, 주인공이 겪은 상황 때문에 그렇지 그 이론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런 주장은 씨알도 안 먹힐 걸요. 그러니 보충해야할텐데, 그걸 어떻게 하려나 싶은 정도입니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요. 어디까지나 이건 소설이니까요.


책이 두꺼워서 보는 걸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빨랐습니다. 두꺼워도 라이트 노벨이니, 실려 있는 분량 차이가 꽤 납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지 이틀만에 다 보았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랑 취침전에 본 것만으로 본 것이니 금방 본 거지요.


자, 그러니 이제는 기관을 보러 가야..-ㅁ-;


카몬 나나미. 『저주의 혈맥』, 김수현 옮김. 학산문화사, 2008, 6500원.


책 가격을 검색해보면서, 싸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좌절했습니다. 두껍긴 하지만 라이트노벨인데 가격 6500원을 싸다고 생각하다니요.;ㅁ;
각각 다른 책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에 이어 나온 책들입니다. 시리즈지요. 원서 검색을 해보지 않아, 이 시리즈가 얼마나 있고 몇 번째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각권 따로 보아도 문제 없습니다.

두 권 모두 B님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 출간 순서대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의 순서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제 취향에는 안 맞았습니다. 책을 내려 놓는 순간까지 그렇게 충격은 받지 않았습니다. 익숙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자세히 적으면 내용 폭로가 될 터이니 아래 따로 접어서 서술하겠습니다.

일단 이 두 편도 요코미조 세이시와 느낌이 닮았습니다. 닮지만 꽤 다릅니다. 그러고 보면 B님은 이걸 두고 교고쿠도를 떠올리시던데, 저는 전혀 다른 작품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B님은 안 보셨을 듯..? 블로그 검색해보아도 이 작가는 안 보셨더군요. 저는 이쪽이 외려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글 분위기는 극과 극입니다.;
괴담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도조 겐야는 산골짝에 들어갑니다. 신(神)의 가문과 마귀 가문으로 나뉜 마을은 극명하게 대립해 있는데, 도조가 들어온 뒤에 예상했던 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갑자기 오버랩 되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ㅁ-; 그쪽은 아예 저주받은 건축가(...)가 있어 그 집에서만 사건이 벌어진다지만 여기서는 도조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첫 번째 권은 조금 다르군요. 그쪽은 별개의 이야기로 둡니다.
하여간 도조도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출판사 편집자와의 대화에서 그런 속내, 불안감을 비추고 편집자는 우연의 일치다며 달랩니다. 하지만 자네가 미쓰다 신조의 추리소설 주인공인 이상, 이런 우연의 일치는 계속될 걸세. 하하하.;ㅂ;


이 시리즈는 다 읽고 나서 책 제목을 보면 제목이 달리 보입니다. 제목 자체가 상당한 키워드거든요. 어떻게 키워드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은 책에 몰입하시어요.

책 편집도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비채가 책은 잘 만들긴 하는데 책 편집은 취향이 아닙니다. 활자 크기가 크고 자간이 넓어 펼쳤을 때 양 면에 들어가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책 두께도 두꺼워지고 무겁지요. 읽다보면 이게 그렇게 분량 많은 것은 아닌데 책이 부피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거워서 들고 다니며 보기 힘들더군요. 그래도 꿋꿋하게 보고 다녔지만. 『산마』는 목요일에 끝, 『염매』는 어제 끝냈습니다. 별 생각없이 보았는데 연속으로 본 셈이군요. 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책 두 권을 더 보았습니다. 하하하하; 보고서 회피모드라 그런거예요.

자, 이제부터는 책의 내용에 대해 적어봅니다.



아, 번역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권영주씨는 제가 번역본을 꽤 많이 보았는데, 이번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B님 블로그 댓글에도 썼찌만, 『산마』는 도조와 편집자가 만난 장소를 진보 정이라 표기해서 당황했습니다. 그냥 진보쵸라고 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염매』에서는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 특정 장면에서 인물 이름을 잘못 적은 것인 아닌가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염매』 때문에 한동안 무서운 길은 못 다닐 것 같습니다. 으으으; 등 뒤에 누가 쫓아오는 기분이 들어요!

미쓰다 신조. 『산마처럼 비웃는 것』, 권영주 옮김. 비채, 2011, 12000원.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권영주 옮김. 비채, 2012, 14000원.



이래 놓고 오늘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면서 미쓰다 신조의 다른 책도 추가로 빌려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도 신간 나왔는데 봐야 하나?
추리소설입니다. 원제는 首無の如き崇るもの. B님 추천으로 찍어 두었다가, 한국 출간 순서대로 이 책을 가장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처음에 제목을 듣고는 익숙하다 했더니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가 이것이랑 비슷하네요. 그러고 보니 헛소리꾼 시리즈도 집에 자리만 넉넉했다면 두었을 시리즈인데 말입니다. 이 책과 제목이 닮은 것은 『살린 머리 사이클』입니다. 머리가 왜 잘렸는가는 어떤 추리소설에서건 중요한 부분이지요. 이 이야기에서뿐만 아니라 『점성술 살인사건』에서도 자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처음 이야기는 옛날 옛적, 어느 시골마을에 살았던 아줌마한테서 시작됩니다. 아줌마이지만 꽤 이름있는 추리소설 작가로 필명을 쓴답니다. 이 사람은 몇 십년 전, 순경이었던 남편 덕분에 그 마을에서 벌어진 어느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만납니다. 사건에 직접 뛰어든 것은 순경이었던 남편이지만 상담역이었던 덕분에 굉장히 자세한 정보도 얻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이 수수께끼를 어떻게든 풀어보기 위해 추리소설 독자들을 대상으로 사건의 전체 이야기를 밝히고 해결의 실마리를 달라고 요청합니다. 잡지에 연재를 했거든요.

戰前에 일어났던 살인사건은 유서깊은 산을 중심으로 한 이 마을의 유력 집안 후계자(조주로)와 그 동생이 마을의 오래된 신사에 참배를 드리던 중에 발생합니다. 두 번째 살인사건은 그 후계자가 결혼할 때가 되어 맞선을 보는 도중에 일어나고요. 이 두 가지 살인사건이 가장 큰 수수께끼입니다. 약 10년 사이를 두고 일어난 사건들은 마을에도 굉장한 광풍을 몰고옵니다. 유력 집안은 세 곳이지만, 그 세 곳의 지위가 바뀌는 큰 일이었으니까요. 이야기의 중심 인물 중에는 초반에 등장하는 꼬마, 요키다카가 있습니다. 부모와 가족을 어이없이 잃고 마을에 흘러 들어온 꼬마는 여러 모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밝히면 안되니까 슬쩍 넘어갑니다. 하여간 전체 등장 인물 중 요키다카처럼 처음 이미지와 끝 이미지가 확 바뀌는 사람도 드뭅니다. 아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이미지가 바뀝니다. 초지일관한 이미지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중간에 굉장히 변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이 반전의 묘미지요.-_-;

특히 맨 마지막 부분의 해설(!)은 기묘합니다. 몇 번이고 뒤집어 엎는데, 그걸 세 번쯤 반복해서 보았나봅니다. 글이 튀어나올 때마다 결과가 달라집니다. 바뀌고, 또 바뀌고.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허탈했습니다. 다시 보면서도 긴가민가하지만 몇 번이나 다시 보고 나서는 범인이 그 사람인가 싶더군요. 그 부분에 대한 묘사는 조금 헷갈리긴 합니다. 기술하는 사람도 헷갈리고 있었으니까요.


몇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조주로와 요키다카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처음 보았을 때부터 걸렸거든요. 그 때문에 앞부분 읽다가 집어 던질까 고민하며 결말을 보고는 다시 처음부터 보았습니다. 한데, 제가 보았던 결말은 일부더군요. 결말부분이 길어서 그 짧은 장면만 보아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B님이 이야기하신대로 전체 분위기는 요코미조 세이시와 닮았습니다. 더벅머리 탐정이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 사람들이 몰살하고 나서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입니다. 하기야 이건 그보다는 더 교고쿠도 같기도 하군요. 민속학적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에 대한 해답(?)도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보세요.


책은 두껍지만 역시 한 번 붙들면 손을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보고서가 끝나기를 기다려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보고서 마감을 어겼을 겁니다...-ㅁ-;
이 책은 다 보았고, 칼로리 플래닛도 다 읽었으니 다시 다음 책을 보러 가야겠네요. 하지만 그 사이에 읽을 책이 최소 두 권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먼저 빨리 읽을 수 있는 책 두 권부터 해결하고 그 다음 책을 보렵니다.+ㅅ+




미쓰다 신조.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권영주 옮김. 비채, 2010. 14000원.

몇 번 크루즈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본 적이 있습니다. 과거형인 까닭은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제가 그 배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자신이 없거든요. 영어가 능통해야 거기서 제대로 놀 수 있을텐데 그렇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냥 꿈으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크루즈 여행은 나이 더 먹어서 가고, 지금은 그 돈으로 비행기 여행을 다니는 것이 좋다고 말입니다.

근데 이 소설은 조금 다릅니다. 크루즈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배여행입니다. 양쪽의 차이는 배를 타는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거죠. 요즘 같으면 서울에서 런던 가려면 인천에서 배타고 가는 것보다 비행기 타고 가는 쪽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고 가격도 쌉니다. 인천에서 출발해 런던까지 가는 크루즈는 가격이 항공권의 몇 배는 나갈 겁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려고 해도 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사람들은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어 그냥 배를 타고 여러 도시에 갑니다. 왜냐하면 항공노선이 없었던 때거든요. 소설의 배경이 1930년대입니다. 하하하.;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고 매번 시점이 이동하기 때문에 꼭 누구다라고 집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배 자체가 소설의 주인공인지도 모릅니다.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사고를 치고, 배 안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하니까요. 김전일이나 코난이 타고 있는 건지, 이 배에서는 살인사건도 몇 번, 상해사건도 몇 번, 사기나 납치 등의 형사 사건도 여러 번 일어납니다. 여러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소설마다 트릭이나 방향도 상당히 다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괴담 이야기. 처음에는 단순 괴담인줄 알았지만 막판에는 무릎을 쳤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군요. 물론 이런 시대라서 가능한 이야기지만 상당히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 같은 묘한 분위기가 납니다.
등장인물들이 일본인 외에 여러 외국인도 있어 그런가, 뒤죽박죽이기도 하고 하츠 아키코의 영국 시대물이나 우유당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시대라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한국의 1930년대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시대였지요. 그런 시대에 이런 배를 타고 유유자적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입맛이 씁니다.

작가가 와카타케 나나미이지만 전작에 비한다면 상당히 가볍습니다. 이 작가는 가벼운 건 발랄한 느낌도 들지만 무겁게 나가면 사람의 발목을 붙잡아 끌어 당기는 물귀신 같기도 합니다. 이쪽은 가벼운 책이니 부담 없이 읽어보시어요. 다만 배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사라질 겁니다.(먼산)

와카타케 나나미. 『명탐정은 밀항중』, 권영주 옮김. 노블마인, 2010, 1만원.


작품 해설은 가몬 나나미가 썼는데, 읽고서 저나 G나 둘다 포복절도했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오카마라니!

자세한 내용은 해설 보시면 아실겁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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