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야 변조괴담, 그러니까 『흑백』, 『안주』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구입은 나오고서 바로 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 달에 했지요. 구입하려 했더니만 그 달의 구입 금액을 초과하는 바람에 꾹꾹 눌러 참고 다음달이 되어 교보 플래티넘 쿠폰이 나오자마자 주문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교보 플래티넘 기준에 맞추는 건 참 어렵습니다. 초과하지 않게 배분해야하니까요.
(그러니까 채우는 것이 어려운게 아니라 너무 넘지 않게 달마다 구입 금액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_-)


미시마야 변조괴담, 3권에서는 그래도 진도를 나갈거라 해서 기대했는데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거죠. 읽고 나서 다시 앞의 책들을 빌려다 보았는데, 앞의 두 권에서는 그 가게 작은 주인님이랑 잘 이어질 것 같더니, 다시 새로 등장한 선생님이랑도 분위기가 묘하고, 이번 권에서도 선생님이랑 분위기가 좋더니만 딱 한 편에서만 그러고 도로 묵입니다. 허허허허허. 아무래도 미미여사가 오치카를 시집보내기 싫은가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3권 내내 분위기만 잡다-속된말로 썸만 타다-말리가 없어요. 하하하하하하.


표제작인 피리술사는 상당히 무시무시합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앞에 실린 「우는 아기」인데, 후자는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으니 임산부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ㄱ-; 하지만 죄짓고는 못산다는 아주 무서운 교훈을 남기니까요.


미시마야 이야기도 그렇고, 미미여사의 다른 에도 시리즈도 보면 정말 괴담인 것과 괴담인 척 하는 것이 뒤섞이는데 차라리 괴담인 쪽이 마음 편합니다. 괴담이 아닌 쪽은 뒷 맛이 쓰더라고요. 아니, 「안주」는 괴담임에도 눈물 쏟았지만...;ㅂ; 어느 쪽이건 간에 마음 깊숙히 남는 이야기들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피리술사』,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4, 14800원.


번역자는 일단 믿고 보는 이규원씨. 그런 의미에서 북스피어의 책을 살 때는 역자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에도 시리즈를 주로 구입하지만 누가 번역하건 다 괜찮았으니까요.
화과자는 이상하게도 와가시라는 본래 발음보다는 화과자라는 한자어가 더 익숙합니다. 어느 쪽을 더 먼저 접했냐의 문제일 텐데, 등소평보다는 덩샤오핑이 더 낯선 것과 비슷할 겁니다. 주은래가 주언라이보다 더 익숙해요. 하지만 이등박문보다 이토 히로부미가 익숙한 건 왜 그런가.
...

아니, 본 발음으로 읽느냐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읽느냐는 문제는 다 같지 않나요? =ㅁ=


책 내용만 보고 홀려서 도서관에 찾아갔다가 당황했습니다. 책이 나왔다 하면 무조건 챙겨보는 사카키 쓰카사 책이었거든요. 첫 번째 책은 집에 고이 모셔 놓았고, 두 번째 책은 원서로 사다 놓았습니다. 세 번째 책은 취향에서 슬쩍 벗어났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한데 ... 그 사이 제가 챙겨보지 못한 책 한 권이 더 있었군요. 이런.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번 책은 번역이 내내 걸렸습니다. 앞서 나온 책들보다 이번 책의 번역이 더 어려웠을 거라 생각하지만 번역자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다 포기하게 되더군요. 허허허허허. 덕분에 이 책은 그런 앙금이 가슴에 깊이 남았습니다.-_-; 차라리 맨 처음 두 권을 번역한 인단비씨나, 세 번째 책의 현정수씨가 했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을 텐데 이 책의 번역자는...(먼산)


이번 이야기는  사카키 쓰카사의 맨 앞 책인 『끊어지지 않는 실』과 이어집니다. 스핀오프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은데, 두 번째 이야기인 『신데렐라 티쓰』도 같은 상황의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건 왜 그런지 한국에 번역이 안 되었습니다. 배경이 오키나와의 숙박업소라고 들었는데 왜 안 들어오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원서로 읽을까도 고려했지만 검색했던 시점에서는 하드커버만 나와 있어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하여간 이 책은 아라이세탁소와 같은 상점가에 있는 어느 통통한 아가씨가 주인공입니다. 우에모토 교코의 어머니는 아라이세탁소의 파트타임 직원 중 한 명입니다. 기억이 가물하지만 세탁소의 파트타임은 셋이었을 겁니다. 그 중 한 분이었지요. 간식을 자주 갖다 주시는 분이라던가. 하여간 교코는 하고 싶은 일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릴없이 놀다가 도쿄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의 화과자매장에 취직합니다. 의외로 직장 찾기는 쉬웠다고 하는데 면접 잠깐 본 것만으로 바로 취직하지요.

조금 이상한 직원들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아도 대체적으로 있을 법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화과자 매장에서도 세탁소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상 속의 기묘한 수수께끼가 출현합니다. 그걸 풀어가는 것이 교코이고요. 아니, 풀어 나가는 것은 매니저와 다른 직원일 때도 있지만 하여간 주인공은 교코입니다.'ㅂ'

중요한 것은 화과자에 대해서 그리 잘 아는 편이 아니던 이 아가씨가 일취월장하더니만 막판에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과자에 대한 욕구를 마구마구 불러 일으킨다는 겁니다. 게다가 아직 화과자에 대해 잘 모르던 그 시기에도 먹는 것에 대한 묘사 만큼은 대단합니다. 으흑.;ㅠ;



그럼 문제는 뭐냐.
화과자 용어입니다. 화과자와 관련된 용어 번역이 걸리는게 많습니다. 센베이나 모나카에는 역자 주가 없는데 도라야키에는 본문에 역자 주가 붙었습니다. 회색 작은 글씨로 처리해서 크게 거슬리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걸리네요. 거기에 5월의 화과자 신작에는 투구와 장미와 오토시부미가 있답니다. 그리고 오토시부미는 찹쌀모찌랍니다. 6월의 과자는 청매, 물의 달, 수국이고요. 그런 부분이 읽다보면 턱턱 걸립니다. 제 취향에는 아예 다 일본어로 부르는 쪽이 편하거든요.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알기 쉽게 번역을 하는 쪽이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고요. 그래도 어떤 것은 한국어로, 어떤 것은 일본어로 나온 것은 읽다가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소재 특성상 화과자의 유래나 일본 역사, 세시풍속, 절기 등의 설명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으니 번역하기 쉬운 책은 절대 아닙니다. 음.. 이걸 현정수씨가 번역했다면 어떻게 나왔을지도 궁금하긴 하군요. 뭐, 제가 특히 좋아하지 않는 번역자이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받아 들이는 것도 있을 것이니 뭐라 말하기 어렵네요.=ㅁ=


사카키 쓰카사. 『화과자의 안』, 김난주 옮김. 블루엘리펀트(동아일보사), 2014, 12000원.


읽고 나면 화과자가 먹고 싶어지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젠장.. 교토 여행...;ㅂ;
한 줄 감상: 태동출판사에서 2010년 출간한 『도박눈 외』와 같은 책입니다. (링크)

빌려 놓고 이제야 봤는데, G가 이 중 몇 편은 세 번 본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이번 책, 지난 책의 표제작인 『도박눈』입니다. 이건 북스피어의 미야베월드에서도 한 번 나온 적이 있어요. 번역자가 다르니 이 세 권을 놓고 어느 번역이 나은지 고민하는 맛도 있을 듯.-ㅁ- 북스피어는 김소연씨, 이 책은 한성례씨, 도박눈은 정태원씨입니다.

이게 표제작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지방 사투리가 섞였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번역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게다가 몇몇 특이한 풍습에 대한 번역 문제도. 사실 번역은 어떤 것이 낫다고 콕 집어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우도 그렇지만 어느 것이든 먼저 보는 쪽이 익숙해서 그쪽을 선호하거든요. 하하하...;



미야베 미유키 외, 『혈안: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9인의 단편집』, 한성례 옮김. 2012, 12500원.

하여간 다시 보면서 처음 보는 것 같다 생각하는 걸 잠시 반성..OTL
87번 관서 시리즈는 다른 책에서 몇 번 언급된 걸 보았습니다. 명탐정 코난(만화) 책날개 부분에 실린 탐정소개에서도 있을 법하지만 기억에는 없네요. 요즘에는 코난 시리즈를 안봐서 그럴 겁니다.
이걸 읽으려고 생각한 가장 가까운 이유는 앞서 리뷰를 올린 『유럽 문화사』2권입니다. 독자들이 소설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바람에, 카렐라가 결혼 한 뒤 바람피지 못하게 작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이 등장하거든요. 뭐, 그러고 보면 에드 맥베인도 이 소설을 쓸 당시에는 첫 아내와 있었다고 하던데...(먼산) 결혼을 세 번 한 모양입니다. 요즘 북스피어 페북에 올라오는 레이몬드 챈들러와는 사뭇 비교되지요. 뭐, 사람마다 성향은 다 다르니까요.

87번 관서는 베이커 가처럼 소설 속에서 존재하는 가공의 공간입니다. 뉴욕의 가장자리와 조금 비슷한 분위기지만 정말 거기가 모델인 것은 아니고, 실제 장소를 취재하려다가 골치가 아파서 새로 만들었다는 후기가 있더군요. 그거야 저자가 하기 나름이지요.

이게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점점 이야기가 확장되는데, 다른 소개를 보면 이 시리즈는 딱히 주인공이 없답니다. 카렐라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다른 소설에서도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시리즈의 다른 소설에서도 이렇게 비중이 큰 건 아닌가봅니다. 번갈아 가면서 주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하니까요. 그렇게 보면 정말로 CSI 같은 경찰 혹은 경찰 관련 수사물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네요. 팀 전체가 주인공이며 각각의 인물이 주인공 일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는, 그런 소설이나 드라마 말입니다.


원제는 COP HATER. 경찰 혐오, 혹은 경찰 혐오자로 번역되는군요. 경찰 혐오로 번역된 책도 있습니다. 제가 읽은 건 황금가지판인데 여기서는 혐오자로 나옵니다.


비슷하게 경찰 살인사건을 다룬 소설 중 뇌리에 깊게 남은 것이 웃는 경관이었나, 북구계 소설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것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쪽이 훨씬 진지하고, 이쪽은 조금 더 가볍다는 것이 다르겠지요. 아무래도 이 소설이 폭염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또 다르게 느껴졌나봅니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어느 날 순찰하던 경관이 총에 맞아 사망합니다. 누가 죽였는지를 찾기 위해 동료 경찰들은 용의자를 심문하고 다양하게 찾아 돌아다니지만 실마리는 찾기 어렵습니다. 각 경찰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순찰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경찰이 숨지고, 또 다른 경찰이 숨집니다. 이쯤되면 위에서의 압박도 상당하지요. 그 와중에 카렐라는 연애를...-_-;;;


에드 맥베인. 『경찰 혐오자』, 김재윤 옮김. 황금가지, 2004, 9천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카렐라인가본데, 카렐라는 이 때는 아직 연애중입니다. 그러다가 아내가 임신을 하고, 임신한 아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가 고등학생까지 된다-는데, 작가 본인이 등장인물들이 나이 먹는 걸 못 그린다고 했다던가요. 그래서 애들은 나이를 먹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나이가 오리무중이랍니다.; 작가 머릿 속에서는 나이를 먹지 않겠지요. 그 심정 저도 이해가 됩니다.(먼산)
고전 추리소설 타입이라면 셜록 홈즈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묘하게 고풍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합 때문인지, 옛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소설입니다. 다만 뒤통수를 얻어 맞고 나면 그대로 뻗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전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탐정과 조수의 조합이나 그 분위기가 옛 만화책에서 자주 보이는 종류라 그렇습니다. 영명한 소녀 탐정과 그 옆에 붙은 어리버리한 청년. 그런 조합이 이 소설을 끌고 나갑니다. 하지만 이게 독자의 눈을 가리는 가장 큰 안대입니다. 저도 별 생각 없이 읽었다가 마지막 부분을 읽고는 헛웃음만 지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끌고 나갈 줄은 몰랐으니까요.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주인공 나는 일신상의 크나큰 문제로 인해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어느 온천장에 찾아옵니다. 몇 년 전 찾아왔던 작은 온천 지역은 무녀와도 같은 존재를 중심으로 하여 특정 가문의 위세가 센, 그런 시골입니다. 이 무녀님은 옛날 옛적 용을 물리친 분이라고 하는군요. 대대로 집안에서 여자가 그 무녀 역할을 물려 받고, 데릴사위를 들입니다. 그 용의 목이 있다는 곳 주변은 폭포가 있는데 경치가 나쁘지 않아서 주인공 종종 그 바위에 올라갑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살인사건이 이어집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주인공은 한 소녀를 만납니다. 경찰들의 뒤에서 사건을 해결하기로 유명한 어느 애꾸눈 탐정이 있었고, 그 탐정의 유일한 자식인 소녀가 그 곳에 와 있었거든요. 하카마를 입고 검은 머리를 찰랑이는 10대의 소녀인데, 머리가 잘 돌아가기도 하거니와 새침떼기 기질도 있는 것이 주인공이 호감을 가지는 건 당연합니다. 아버지와 같이 주인공과 같은 온천장에 머무르고 있었고요.


자아. 여기서 끊습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살인사건을 소녀가 해결하는 것까지는 동일합니다. 다만 이 와중에 소녀도 여러 모로 상처를 입고 조용히 사라집니다. 청년은 결심했던 것을 행하고요. 이 이상을 이야기하면 내용 폭로가 될 것이 뻔해, 얌전히 놔둡니다.


결말이 의외로 밝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억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범인을 동정하기도 하게 되는 소설이더군요. 무난하게 읽을만 하고, 다른 의미로는 긴다이치 하지메의 여성판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나마 범인 찍기라도 잘하지, 하지메는 헛짚었다가 우수수수수수 죽어나가는 일이 많잖아요. 하지만 뭐, 이 소설도 여기저기 함정이 많으니 결말을 보고는 허탈함에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지요.


총명한 여자아이와 어리버리하고 거기에 끌려 다니는 연상 청년의 조합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그런 조합을 좋아하실 분이 그리 많지 않군요. 하하;


마야 유타카. 『애꾸눈 소녀』, 김은모 옮김. 문학동네, 2012, 13000원.


이쯤되면 표지의 세 사람이 드라마와 겹쳐집니다. 드라마는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소설의 분위기도 이제 드라마 같이 느껴지거든요. 하는 행동이 드라마틱하다 보니 더합니다. 과장되고, 보통 사람들이면 안 할 것 같은, 그런 대화나 행동이 오갑니다. 아예 소설의 전체적인 장면들이 드라마로 자동 재생된다고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1편은 상당히 신선했고, 2편도 그럭저럭 괜찮았던가, 혹은 무난하다 못해 머릿 속에서 금방 기억이 사라질 정도였다던가 한데 3편은 거기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래, 이제 더 보지 않아도 되겠어요. 하지만 그 생각도 맨 마지막 편의 그 장면을 보면 쏙 들어갑니다. 그게 무슨 장면인지는 넘어가지요.(먼산) 일본 경시청은 이래서 안된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 편을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이전 편에서는 자신의 실패담을 들려주기 망설이던 아가씨도 이제는 아예 속 시원히 털어 놓습니다. 그리고 집사가 던지는 마구를 맞고는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 반격합니다. 밥이 아깝다는 소리마저도 들으니, 집사가 지독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맨 마지막 편의 그 장면을 보면 또 웃음이 납니다. 결국 조련 당한 쪽이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둘은 앞으로도 죽 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가볍게 보기 좋고 무난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큰 추리는 기대하지 마세요.:)


그러고 보면 모든 편에서 이야기 합니다. 만악의 근원은 돈이로군요.



히가시가와 도쿠야.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3』, 현정수 옮김. 21세기북스. 2013, 14000원.


이런 집사를 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자학인지도 모릅니다.ㄱ-;
제목을 보고 오해를 했습니다. 그리고 읽는 내내 왜 안하지라고 내내 고민을 했는데 끝에 가서야 제가 오해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책 맨 뒷면을 보고는 확인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라이트노벨 『귀족탐정 에드워드』나. 도로시 세이어스의 피터 윔지 경 시리즈와는 전혀 다릅니다. 헷갈리면 안됩니다. 이 책의 얼개는 책 뒷 면에 있는 한 줄로 끝낼 수 있습니다.

"추리? 내가 왜 그런 귀찮은 일을 해야 하지? 노동은 하인들이 한다고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정말이라니까요.-_-;

육체노동과 지적노동은 하인들이 하고 귀족님께서는 그걸 감상합니다. 근데 이분, 도대체 어디 출신이길래 이렇게 끝발 있으신지. 게다가 어디에 들어가든 상관없이 콧수염(!)을 돌돌 말면서 관람하고 관련된 예쁜 여자를 꼬시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매번 성공하신다는 거. 하하하하하. 저는 역시 집사와 메이드가 참 좋습니다만 등장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ㅁ;


배경 분위기는 요코미조 세이시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귀족이라는 존재가 아직 남아 있고, 핸드폰이나 스마트폰 같은 건 없으며, 위계질서가 남아 있고 귀족에 의한 압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거기에 저런 우아한-_- 귀족 따위 현재 있을리가 없잖아요. 하하하. 이미 일본의 귀족은 2세대, 3세대를 거쳐 세금 내느라 재산을 몽창 털리고 남은 건 거의 없을 듯...;
(그러고 보니 모 만화의 모 귀족(혹은 화족) 집안도 데릴사위를 들였더니 딸 하나 있던 것은 미혼모로 가출했고, 그 아들래미는 독신 선언. 하하하하. 대가 끊겼지만 모든 재산을 그 할머님께서 기증하셨지요. 그 뒷권이 나오긴 하려나. 쿄 굉장히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라이트노벨은 아니지만 무리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게다가 범행 장소가 제각각이고 그리 간단한 추리는 아니니까 보는 재미도 있고요. 몇몇은 입맛이 쓰지만 뭐..'ㅂ'

그래도 전 같은 귀족탐정이라면 윔지경이 취향입니다. 후훗.



마야 유타카. 『귀족 탐정』, 최고은 지음. 북홀릭(학산문화사), 2013, 12000원.

책의 내용 소개는 저자명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끝납니다.
...
정말로요.
....
정말이라니까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하자면, 제 10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이랍니다. 원제의 미즈치는 다른 곳의 염매님과도 비슷합니다. 이곳도 나라 어드메의 약간 고립된 것 같은 기묘한 지역에, 수해와 가뭄으로 고생하는 지역이 있어 거기서 물의 신을 모신데서 연유가 되었다고 합니다.'ㅂ'
그랬는데...
왜 저는 분명 『산마』나 『잘린 머리』나 『염매』를 읽었음에도 기억이 홀랑 날아간 거죠? 그나마 제대로 기억하는 것은 『잘린 머리』뿐이고 다른 두 권은 결말이 어땠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범인마저도 기억이 나질 않으니, 다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이야기는 교토 어드메에서 기자와 탐정과 신사 집안의 망나니(?) 아들래미의 대화에서 시작합니다. 신사집안의 제멋대로 선배는 이래저래 뜸을 들이며 나라 어드메에 있다는 괴이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겐야는 거기에 홀려 선배와 기자와 함께 마을을 찾아가기로 약속을 해놓지요. 하지만 일이 생겨 선배는 결국 이번에도 동행하지 못하고, 겐야와 기자, 소후에 시노만 가게 됩니다.

이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시점이 교차됩니다. 앞부분에도 나오지만 도조 겐야의 시점은 3인칭이고, 나로 나오는 1인칭 시점은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나옵니다. 시노와 선배와 겐야의 지루하고 짜증나는 대화가 지나가면 그 다음에 바로 1인칭 시점이 나오는데, 읽다보면 중간에 그 인물이 누구인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다만 시대가 어떻게 교차하는지는 중반 쯤에야 깨달을 수 있더라고요.


물이 중요한 코드로 등장하기 때문에 물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질색할 수 있습니다. 저는 물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인데 그 때문에 읽으면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악몽을 꾸지 않은 것이 다행이네요. 저는 악몽에서는 반드시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이 등장하는지라, 여기서 나오는 그런 장소는 참 무섭습니다.;ㅂ;

마음에 드는 등장인물이 여럿 나오는데, 이 책도 앞서 다른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결말이 꽤 열려 있지만 짐작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의 등장인데, 에필로그에서 나오는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는 책에 대한 평가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끄응. 사실 제일 끝을 알고 싶었던 것은 다른 인물이었거든요. 그쪽이 마음에 들었던 터라 궁금했는데 결국 그냥 열린 결말로 나갔습니다.


미쓰다 신조를 좋아하신다면 보실만 합니다. 그리고 중간 부분에 굉장히 상세히, 만주에서의 생활과 만주부터 일본으로 돌아오는 고난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간의 조건』이었던가. 어렸을 때 들었던 어느 만주군 병사의 귀환기에 대한 소설을 들은 적이 있는데 겹쳐지는 군요. 이런 이야기에는 약하기 때문에 거북하기도 했고, 또 만주에서의 귀환은 피해자로서의 입장이나 힘들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말입니다. 배경이 그렇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먼산)



미쓰다 신조.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권영주 옮김. 비채(김영사), 2013, 14000원.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 소년이 아니라 긴다이치 쿄스케, 그 할아버지입니다. 물론 요코미조 세이시 입장에서는 긴다이치 하지메는 듣도 보도 못한 손자이겠지만요. 하하;


이 책은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단편이기 때문에 죽는 사람의 수는 적으며, 긴다이치가 끼어들기 전에 이미 죽은 경우도 많습니다. 맨 마지막 단편이자 표제작인 「백일홍 나무 아래」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건 또 긴다이치 시리즈 중 가장 앞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맨 뒤의 해설에도 나와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야기는 어둡습니다. 명쾌한 해결보다는 뒷맛이 안 좋은, 약간은 서글프고 허무한 결말이 많네요. 그렇지만 읽고 나서 아주 씁쓸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단편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길이라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는 장편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잖아요. 시리즈가 상대적으로 짧으니 코난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옛 작품 치고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이쯤에서 모리 코고로와 긴다이치 하지메가 방명록에 있는 숙박시설은 확인하는 즉시 도망치는 것이 좋다는 드립이 떠오릅니다만..-_-)


재미있는 것은 「흑난초 아가씨」입니다. 어쩌면 이게 본론일지도 모르겠는데..-_-;;

최근에 이글루스 슈타인호프님 댁(블로그;)에서 바다코끼리씨와 다른 방문객들 사이에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요약본(http://nestofpnix.egloos.com/4858642)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보시려면 앞의 포스팅들을 확인하시면 되는데, 말하는 벽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마치 스쿼시의 벽이 움직이면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재미있다고 한 것은 「흑난초 아가씨」 중간 구절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중략)그리고 그 청산가리……. 지금은 뒤숭숭한 시대지만 청산가리 같이 위험한 약을 누구나 갖고 있는 건 아니죠. 그런데 아주 최근, 모 군수공장에서는 전쟁 전에 직원들에게 청산가리를 나눠주고 여차하면 이걸로 자결하라고 명령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던 적이 있어서,(중략)"

p.166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100%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사실에 근거해서 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끼워 넣은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긴다이치 시리즈는 시대적 배경을 상당히 반영했으니 저런 일이 실제 있었을 거라 추측하는 것이고요.
관련한 수기들도 찾아보면 어디선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뭐, 말하는 벽 이걸 말한다 한들 엉뚱한 방향으로 날려 버리겠지요.



단편이라 전개가 짧고 이야기가 빨리 끝난다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지요.:)


요코미조 세이시. 『백일홍 나무 아래』, 정명원 옮김, 시공사, 2013, 12000원.


시공사는 엘러리 퀸 시리즈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를 출간했다는 것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까방권을 얻습니다. 하하하;ㅂ;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시공사는 참, 애증의 대상이라니까요. 게다가 긴다이치 시리즈는 꾸준히 정명원씨가 번역하니, 여러 사람이 번역하면서 등장인물 이름을 이래저래 굴렸던 시리즈들과 비교됩니다.
그러니까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는 오레키가 제일 귀엽습니다. 두 오레키 모두 말이지요. 흑막 오레키와 흑말 호레키. 왜 흑말이냐 하면 말처럼 일하는 오레키니까요.(...) 말처럼 끌려다니는 오레키. 하하하. 오레키 호타로의 이미지는 그렇습니다.

엊그제 도착한 『쿠드랴프카의 차례』를 읽다가 위화감을 느끼고 왜인가 생각했는데 바로 떠올랐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 권인 『빙과』는 제대로 보았는데, 그 다음권『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안 읽은 겁니다. 두 권 한 번에 사놓고는 첫 번째만 읽고 두 번째는 읽는 걸 잊은 채 G에게 넘긴 겁니다. 그 사이에 책이 잠시 대출 나갔다 왔거든요. 그러니 까맣게 잊고 있었지.

책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애니메이션하고 비교가 되는데 세 번째 책을 보면서는 애니메이션이 잘 만들기는 했으나 소설과는 다른 맛이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설의 분위기와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소설은 그야말로 학교에서의 짤막한 사건을 보여주는데 비해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길고 섬세하며 미묘하면서도 아픈 이야기를 잡아냅니다. 그러니까 각 이야기 사이사이에 있는 뒷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 다 끌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사이를 잘 채웠지요. 하지만 그 사이에 채운 것들이 오히려 이야기 전체를 감상하는 데는 방해 요소가 됩니다. 애니메이션 전체 이야기 중에서 『쿠드랴프카의 차례』를 다룬 편들은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블루레이를 구입한다 해도 이 편은 빼고 할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소설은 다릅니다.

소설판은 고전부 부원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됩니다. 돌아가며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봅니다. 어떤 때는 관찰자, 어떤 때는 주인공이로군요. 그렇게 돌아가며 사건을 구경하는데 중간중간 폭소가 터집니다. 아, 정말 귀엽더라니까요. 거기에 몇몇 인물들은 여기서 제대로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후반부의 사건에서 등장하는 주몬지 카호도 여기서 먼저 나왔더군요.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그 아가 이 아인지 몰랐습니다.
거기에 문집 판매 대금이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문제 등등도 여기서 상세히 다루고 있고요.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였던 『저녁에는 송장이』와 관련된 마야카의 이야기도 무난하게 넘어갑니다. 거기서 나오는 고양이 캐릭터가 뭔가 했는데 여기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네요.

다시 말해 소설을 먼저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 사이사이의 이야기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탄했을 텐데,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소설을 보고 있노라니 애니메이션이 채운 이야기들이 너무 무겁게 느껴집니다. 빡빡하게, 쉴틈 없이 보여준다고 해야하나. 하기야 그게 교토 애니메이션의 장점이자 단점일지도 모릅니다.




344쪽.
호타로와 사토시의 대화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미싱 링을 발견한 거야?"
 미시건 뭐?
"미싱 링. 잃어버린 고리. '십문자'에게 피해를 당한 각 동아리에 숨은 연관성이라도 발견했느냐고 묻는 거야."

혹시 이것도 쿠드랴프카의 차례에 따라 생략된 걸까요.
...
말장난 적고 보니 이해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기도...(먼산)



요네자와 호노부. 『쿠드랴프카의 차례』,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4, 14000원.


그러고 보면 애니메이션과 번역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녁에는 송장이』도 먼저 방영한 애니플러스 애니메이션에서는 『저녁에는 몸으로』라고 번역했지요. 앞뒤 정황을 봐서는 소설의 번역이 맞을 거라고 봅니다. 제행무상-원효대사의 해골물과 같은 개념을 다룬 이야기니까 송장. 아마도..;
막판의 반전, 혹은 함정.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은 시리즈 세 번째 권입니다. 이게 마지막 권이라고 보아도 무방할거예요. 작가가 2009년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뒷 권이 못나오죠.;ㅂ;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겨서, 외모만 보면 그리스의 조각상을 보는 것 같은, 게다가 패션 센스도 멋진 미남이자 훈남인데, 움직이기만 하면 산통을 깹니다. 걷기 시작한 즉시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진다거나, 눈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여기거 어딘지 멍청한 얼굴로 둘러본다거나, 마구 헷갈린다거나. 그런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은근히 인기가 있습니다. 여자들은 외모에 호감을 느끼고, 남자들은 잘생겼지만 부족한 모습에 연민 비슷한 것을 느끼나 봅니다. 책 세 권의 에피소드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렸는지는 이번 책 맨 마지막을 보면 압니다. 참석자 면면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니 1권부터 다시 몰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맨 마지막의 이야기는 갑자기 붕 뜹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어떤 이상한 인물에 대한 수수께끼를 불러 일으키더니, 막판에는 아이이치로의 정체가 등장합니다. 그 순간 이 소설은 추리소설에서 판타지소설로 도약합니다.(먼산) 나름 그 설정이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이야기에 막판에는 막 달렸습니다.ㅠ_ㅠ;


그래도 각 편에서,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작은 일들을 관찰해서 하나로 주워내는 아이이치로의 추리능력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와사카 쓰마오.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 권영주 옮김. 시공사, 2013. 13000원.

한줄 결론.
보시되, 맨 마지막의 에피소드는 약간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이 시리즈 명이고 이건 그 중 1편에 해당하는 스모 스티커 상-하권입니다. 엊그제 북새통에 갔다가 프랑크프루트 소시지에 대한 설명에 그대로 홀려서 교보에서 바로 주문을 넣었습니다. 상-하권 세트를 구입하면 금장 책갈피를 준다고 했거든요.
넵.;
사은품에 좀 약합니다.

사은품에 약해서 주문한 것도 있지만 만능 감정사라는 거나, 주인공이 여자라는 거나, 프랑크프루트 소시지에 대한 아주 자세한 설명이 확 땡기더군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제 취향에 100% 부합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제게는 1권의 스케일이 지나치게 컸습니다. 전 소소한 일상 추리물이 더 땡기나봅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책 초반에서 가도가와 출판사에 대한 설명도 계속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만화적입니다. 소녀만화 말고 소년만화요. 수수께끼에 대해 헛다리를 짚고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이나, 주인공들이 공권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반 시민이라 공권력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도쿄에서 저 멀리까지 왔다갔다 하는 모습 등등이 그렇게 보입니다. 조연에 해당하는 인물이 신문사 기자로 주인공에게 반해있다는 것, 주인공의 과거가 1권에서 차츰차츰 밝혀진다는 것, 1권의 종료와 동시에 앞으로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이 깔린다는 점은 나쁘지 않지만 분위기가 취향에 안 맞네요.;ㅂ;

보통 100%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 책은 도서관에서 신청해서 읽고 말지만 이건 조금 아리송합니다. 2권은 이보다 스케일이 작다는 역자의 말도 있어서, 아마도 구입하고 읽고 나서는 바로 방출하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도쿄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모습도 그렇고, 만화편집부에 다른 편집부들이 점차 점령을 당하는 모습도 그렇고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현실적이기 때문에 취향에 더 부합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보니 역자 후기에도 언급이 있었습니다. 영화랑 드라마로도 계약 되었다고요. 아주 드라마적인-그러니까 일반적인 드라마 클리셰를 이미 소설 내에서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기 어렵진 않을 겁니다. 기승전결이나 로케이션도 영화나 드라마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도 제 취향에 안 맞았긔..;


읽으면서 왜 라이트노벨로 나오지 않았나 했는데 읽어보고는 알았습니다. 이건 라이트노벨로 나오기에는 조금 무거운 책이더군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방향성을 잡기 애매한 작품..? 그래도 한 번 읽어볼만 합니다.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꽤 재미있는 견해를 보여주더군요.+ㅅ+
(그러니까 꼴찌 낙제생이 어떻게 우수한 감정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마츠오카 케이스케. 『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 스모 스티커편 상-하』, 김완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3, 각1만원.

번역자인 김완씨는 본인이 지금까지 한 번도 추리소설을 번역한 적이 없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런가요?;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상당수의 분들은 이 분이 번역한 책을 읽어보셨을 겁니다. 『엑셀월드』, 『소드아트온라인』, 『은하영웅전설(2011판)』. 외려 B님은 안 보셨을 가능성이 높고...;
재독을 넘어서 이게 몇 번째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가끔 이 책이 확 땡기는데, 이 번에는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을 읽다가 비슷한 거리를 다루고 있는 『신참자』가 떠올라 도서관에서 다시 빌렸습니다. 이 책도 구입하고 싶은데 집에 보관할 자리가 없어서 미루고 있지요. 이건 구입하면 집에 보관해야 하는 책이라 더 망설이는 겁니다.

그나저나 책을 읽다가 번역이 툭 걸리는 경우는 처음 읽을 때보다는 두 번, 세 번째 읽었을 때 더 잘 보입니다. 첫 번째는 빠른 속도로 휙 읽어나가서 신경 못쓰는 부분도, 그 다음에 읽을 때는 조금 찬찬히 읽다보니 보이나봅니다. 이번에 걸린 부분은 사거리.

보통 광화문사거리, 보신각사거리라고 부르지 네거리라고는 안하잖아요? 큰 길뿐만 아니라 골목길도 보통 사거리라고 부르지 않나요. 물론 이게 한자 숫자에 익숙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사거리가 아니라 네거리라고 적었더군요. 틀린 표기는 아닌데 문득 헷갈리더랍니다.;



그나저나 가가 형사 참 멋있긔...;ㅂ;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형사도 멋지지만 이 아저씨는 최근에 나온 책에서 너무 굴렀습니다. 고생을 많이 한데다가 그게 참 .. 삐 ... 해서 가가 형사에 대한 호감도가 더 상승했어요. 그것도 참 신기하지요.-_-;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김난주 옮김. 재인, 2012, 14800원.


그나저나 가가 형사 시리즈도 읽다보면 가해자에게 묘한 연민을 품게 된단 말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미스터리의 출신국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영국 추리소설은 괜찮고, 일본 추리소설도 조금 가리지만 대체적으로 괜찮지만 프랑스 추리소설은 잘 안 맞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르센 뤼팽 시리즈입니다. 주인공이 느끼해요.(...) 너무 잘났어요.(...) 할렘 구축형 인간은 질색이예요.(...) 이건 딱히 프랑스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70년대의 미국드라마도 그랬군요. 600만 달러의 사나이 같은 것 말입니다. 요즘에야 덜하지만 그 당시에는 카우보이의 그 시대 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총잡이-가 아니라 역마살 낀 멋진 남자가 이리저리 헤매다니다가 어느 마을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고 석양과 함께 떠나는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음, 엉뚱한 곳으로 빠졌군요.
하여간 프랑스 추리소설은 저랑 잘 안 맞습니다. 막심 샤탕의 소설은 그런 것이 없었지만 잔혹도가 높아서 손을 뗐지요. 메그레 경감도 그냥 저냥 그렇고, 가스통 르루도 다시 보라면 못 볼 것 같고. 집에는 프랑스 추리소설이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전집에 들어간 것 외에는 없어요.

그럴진대, 셜록이라는 말에 홀려서 이 책을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불안한 기운이 스물스물 몰려옵니다. 중간에 실수로, 맨 마지막 쪽을 읽는 바람에 모든 걸 뒤집어 엎는 그 함정을 먼저 보았지만 그래서 재미가 더 없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홈즈학입니다. 셜록 홈즈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학회를 엽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는 위대한 탐정이며 탐정학에 상당한 족적을 남겼는걸요. 일부 사람들은 셜록 홈즈가 가상의 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말도 안되는 겁니다.
...
이해하시겠습니까? -ㅅ-;
하여간 소르본 대학에 홈즈학이 개설되면서 그 전임교수를 임명하게 됩니다.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보보교수라고, 이미 명예퇴직의 나이를 훌쩍 넘기면서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늙은이입니다. 이 사람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홈즈학회에서 굉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첫 홈즈학 교수라는 명예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홈즈학자들은 스위스 어드메에 있는 폭포 옆 호텔에 모여 초조하게 선출을 기다립니다. 그 사이에 엄청난 눈이 쏟아지고 눈사태까지 닥치면서 호텔은 고립되고 상황은 악화됩니다.

제목은 『셜록 미스터리』면서 분위기는 모 소설을 떠올리는 터라, 여왕님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수기가 번갈아 나타나는데 그건 또 조앤 해리스의 『초콜릿』과 닮았단 말입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국적이 제각각인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군요.


번갈아 가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 헕뜯고 함정을 파서 빠뜨리고. 거기에 그 나이 먹고서도 제 나이값 못하는 놈도 있고요. 그 덕분에 읽는 내내 짜증이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결론도 취향에 안 맞았어요. 하아.ㅠ_ㅠ 무엇보다 그런 허술한 추리를 했음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걸 설명했음에도 그에 대한 의문을 왜 가지지 않는 건가, 그런 사람을 홈즈학 교수로 앉히는 건가에 대한 분노가 올라왔습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홈즈학 교수는 아서 코난 도일 이외에 있을 수 없다고요!
혹시라도 그 다음에 앉을 사람이라면 쿠도 신이....(탕탕탕!)



J. M. 에르. 『셜록 미스터리』, 최정수 옮김. 단숨(자음과모음). 2013, 13700원.


그러니까 이 책은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을 것이 아니라, 프랑스쪽 추리소설, 혹은 블랙유머를 담은 소설을 읽는다 생각하셔야 합니다. 셜록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외려 반감에 지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흑.;
미쓰다 신조입니다.

저자명만 달랑 적어 놓은 것은, 저자가 누군지 알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갈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하;
빌리기는 2013년에 빌려서, 31일부터 읽기 시작해 1월 1일에 끝마쳤습니다. 읽으면서 "내가 왜 새해 벽두부터 공포물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거야."라고 투덜댔는데 결과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공포물이기는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도조 시리즈처럼 공포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뒷맛은 매우 나쁩니다. 그건 감안하고 보셔야 할 거예요.


미쓰다 신조는 B님께 추천을 받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출간된 책은 거의 다 보았습니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은 딱 한 권, 작년 말에 출간된 신간뿐입니다. 이것도 올 첫 교보 주문에 들어 있으니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면 받아볼 겁니다. 언제 읽느냐는 별개고요.
이렇게 몽창 다 읽다보니 미쓰다 신조의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환상괴기 공포물, 다른 하나는 공포물을 가장한 미스터리입니다. 이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환상괴기에 속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자세히 짚지 않고 넘어갑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전화입니다. 생명의 전화라고, 한국에도 있지요. 예비자살자(?)를 위한 전화 말입니다. 마포대교였나 어디였나. 하여간 자살의 명소에는 이 전화번호가 찍혀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저는 무서워서 그 주변에 안 가는지라 확인은 못하겠네요. 하여간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고 그 전화를 받아주는 곳이 생명의 전화인데, 어느 전화상담원이 자살자의 상담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볍게 신세한탄을 하고 끝나지만 이 경우처럼 자살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별도의 처리가 이어집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이 사람이 자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각에 갑자기 행방불명이 됩니다. 그것도 약간의 피를 남기고요. 그러고 나서 연쇄살인인지 연쇄사고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커집니다.


만, 추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찍으면 되는데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함정이 있습니다. 그 함정을 넘어서고 나면 부조리가 존재하고요. 하아. 인생사 다 그런 겁니까....(먼산)


책이 두껍긴 한데 넘어가는데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전개가 빠른 편이라 예상했던 것보다는 빨리 읽게 되더군요. 새해 첫 책으로 괜찮았습니다.:)



미쓰다 신조. 『일곰명의 술래잡기』,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3, 13800원.

제가 부제를 넣은 것이 아니라 책 제목이 저렇습니다. 한국에는 1권인 이 소설만 나왔는데 일본에는 뒤에 두 권이 더 있답니다. 읽다보면 두 권이 더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목은 저렇고 장르는 추리소설이지만 일단 주요 소재 중 하나가 로맨스입니다. 정말로요. 정말 아닌 것 같지만 로맨스 맞습니다.

원래 서가 서핑을 하다가 찾은 책입니다. 원래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나중에야 전혀 다른 작가인 줄 알았습니다. 찾고 나서 보니 이 책이 애거서 크리스티 탄생 120주년을 맞아 영국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이랑 일본 하야카와 기보시 문학진흥재단, 하야카와쇼보가 손을 잡고 2010년에 새로 만든 상이랍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1회 수상작입니다.

그래서인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못지 않게 풋풋한 로맨스의 분위기가 풍깁니다. 다만 이 로맨스의 분위기는 추리와 현학과 철학과 미학 사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이 책의 강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지요. 현학과 철학과 미학을 걷어내면 그 뒤에 남는 것은 로맨스라 그게 오히려 소설의 맛을 가릴 수도 있고, 위의 것에 취하다보면 로맨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마지막 편을 보고 나면 손발이 오글거려 "내가 왜 이걸 크리스마스 시즌에 붙잡고 있는거야!"라는 좌절 섞인 비명을 지릅니다.


검정고양이는 나이 스물넷의 대학교수입니다. 동갑인 나는 박사과정 학생이며 대학 동기이기도 한 검정고양이의 조수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과장만 아니면 검정고양이 같이 까탈스러운 인간의 조수(조교)를 할 일이 없지요. 하지만 그대로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학과장인 모 교수님이 조수를 맡아달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떠 맡았습니다.
검정고양이라는 것은 학과장이 그에게 붙인 별명인데, 스물넷이라는 아주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것은 학과장이 논문에 홀딱 반해 강력하게 추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에 다른 사람들의 토가 달리지 않을 정도로 검정고양이는 유능합니다. 그리고 교수로 올라서게 된 계기였던 그 논문의 제목은 『베르그송의 도식으로 본 말라르메』. 어, 저는 둘다 이름만 들었지 누군지 확실하게는 모릅니다. 크흑.;ㅂ;

읽다보면 나는 검정고양이에게 열등감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니, 만약 둘의 성별이 같았다면 더 심하게 나타났을 텐데 검정고양이는 턱시도 고양이라 불리는 검정+흰색 조합의 고양이를 떠올릴 정도로 검은 슈트에 흰셔츠 차림으로 다니는 남자, 나는 그보다는 조금 더 캐주얼하게 입거나 종종 어머니의 정장을 훔쳐(!) 입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그렇다보니 열등감이라 해도 심각하게 나타나진 않고 오히려 일종의 부러움이나 존경 비슷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일반적인 클리셰지요. 탐정역의 인물(만화에서는 자주 남자)와 사건을 물어오는 인물(만화에서는 자주 여자). 다만 이 분위기가 참으로 묘하다는게. 게다가 나의 입장에서 기술하기 때문에 잘은 안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주인공도 굉장한 수재입니다. 옆에 검정고양이가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나이 스물넷에 박사과정 1년차, 게다가 학과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할 정도면 나름 독보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니까요.


하여간 B님은 이 책을 원서로 보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 아마도. 장담은 못하겠네요. 철학이나 건축 등의 다양한 개념을 바탕에 깔고 있는 책이라 원서가 나을지, 번역이 나을지 감이 안옵니다. 번역은 매끄럽게 잘한 편입니다. 아마도 검정고양이의 별명은 쿠로네코이지 않을까 하는데, 이걸 굳이 검은 고양이가 아니라 검정고양이라 한 것은 책 전체적으로 깔려 있는 테마가 에드거 앨런 포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책에 실린 각 장의 이야기는 포의 유명한 작품을 모티브로 썼기 때문에 『검은 고양이』도 주요한 코드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헷갈리지 말라고 일부러 그렇게 번역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B님께 권하는 건 첫 머리의 이야기 소재가 건축과 미술쪽이라서 입니다. 조명도 등장하네요. 포이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아니라 파리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긴 하지만 뭐,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ㅅ+


모리 아키마로.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 이기웅 옮김. 포레(문학동네), 2013, 12000원.

이런. 포레가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였군요.'ㅂ' 어쩐지 역자가...;...



한줄결론. 나는 괜찮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괜찮을지는 확신이 안섬.OTL
원래 이 소설 작가인 오야마 준코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었답니다. 하지만 드라마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족족 떨어진데다가, 요즘은 오리지날보다 소설이나 만화 원작인 드라마가 많으니 그럼 차라리 소설을 써서 그걸 드라마로 만들겠다-대강 이런 생각으로 쓴 소설이라던가요. 즉,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을 생각하며 쓴 소설이라 해도 틀리진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 전체적으로 장면 전환이나 분위기, 등장인물이 굉장히 드라마 같습니다. 그것도 일본 드라마 같고요.

실력은 있지만 요령이 없는 똑똑하고 착한 변호사.
변호사 사무실에는 약간 푼수 같은 아주머니 사무원과 집사 같은 이미지의 사무장.
변호사가 등록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튼튼한 이미지의 결혼매니저.
변호사의 전 직장인 대형 로펌.
어쩌다가 얽힌 어느 개그맨 콤비.
카리스마 있는 할머니 회장님.
그 아들로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려 노력하는 아들.
사장과 불륜 관계인 음험한(?) 비서.
사소한 사항으로 항의를 하는 까다로운 부잣집 마나님.


등장인물을 죽 늘어 놓는 것만으로도 절로 캐릭터가 그려집니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서 복작복작 얽힌 것이 이 소설입니다. 일본 드라마를 즐겨본다면 재미있게 볼테고, 『어떻게 좀 안될까요』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이 소설도 다른 맛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맞물립니다. 예상 외의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앞서 보였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이 또 재미입니다. 특히 막판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 분의 카리스마는 정말...; 게다가 거기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뭐,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손아귀를 벗어나기 참 힘들어요. 그나마 이 아들래미는 그럭저럭 성공한 경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왜 이 책 제목이 고양이 변호사인지는 책 첫머리에도 나오고 책 뒷표지에도 나옵니다. 그러니 재미를 위해서 빼두지요. 어떤 의미에서 주인공도 거대 로펌의 희생자일 수 있겠네요.'ㅂ'



오야마 준코. 『고양이 변호사』, 김은모 옮김. 북폴리오, 2013, 12800원.



어, 하지만 저는 이런 종류의 소설은 그리 즐기지 않습니다.
이 책을 보고 생각났지만 차라리 엘러리 퀸의 그 소설을 읽겠어요. 이 책의 소재랑 배경이 그렇다보니 엘러리 퀸의 그 소설이 떠오르더군요. 그 쪽이 더 제 취향에 맞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사람이 엄청나게 죽어나간다는 점에서는 이 소설과 전혀 다른 쪽에 서 있긴 하지만..;
원제를 찾기 번거롭다며 홀랑 영문 제목을 올려봅니다.-ㅂ-; KITA NO YUZURU 2/3 NO SATSUJIN.
북의 유즈루 2/3의 살인.
엊그제 피터가 말하길에 적었던 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이것저것 잡다하게 보았는데 크게는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랑 요시키 형사 시리즈로 나눕니다. 사실 요시키 형사 시리즈는 올해 들어서야 처음으로 손을 댔을 거예요. 앞서도 열차 살인사건이더니만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단,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그도 그런게 이 책 초반부 읽으면서 아주 강하게 다가온 예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말을 보고 나니 확신이 들더랍니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히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형사의 하드보일드 연애물.
그는 차가운 도시의 형사. 그러나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ㄱ-;
그러므로 염장이 싫으신 분께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요시키 형사의 냉철하지만 불 같은 성격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몇몇 장면에서는 좀 지나친 것 아닌가 싶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시마다 소지인걸요. 그러려니 생각해야지요. 하하;

키워드를 하나 더 뽑자면 침대열차입니다. 그러니까 저 유즈루라는 열차는 우에노에서 출발해 아오모리까지 가나봅니다. 저도 설렁설렁 읽어서 다시 확인해야하긴 하는데; 하여간 홋카이도에 가기 위한 열차랍니다. 저걸 타고 혼슈 북쪽까지 간다음, 페리로 바다를 건너 하코다테에 들어가 다시 기차로 이동합니다. 해저터널 같은 건 없습니다. 아직 안 뚫린 모양인지 하마나스니 카시오페이아니 트와일라이트니 호쿠토세이 같은 열차는 전부 없습니다. 한참 뒤에나 생겼나보군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긴 하는데 그게 다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고, 사건의 시작부터 종료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열흘? 마지막에 요양하는 기간도 있으니까 사건 해결은 그보단 짧습니다.
굉장히 전개가 빠르고 정신 없기 때문에 읽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습니다. 저도 금방 다 읽었거든요. 다만 결론의 트릭에 대해서 이게 뭐야!를 외칠 사람들이 여럿 있을 겁니다. 이해하세요. 이게 워낙 오래된 책인걸요. 그러니 이런 괴이한 트릭도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출입하지 않은 건물 5층 꼭대기에 왜 시체 두 구가 있었는가의 문제입니다. 해결을 보니 그참..; 이런 어영부영한 방법 가지고 잘도 계획을 세웠다 싶습니다.ㄱ-;

시마다 소지의 이전 작에서도 느꼈는데 가끔 우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트릭이 등장합니다. 이번 것도 그런 우연이 상황을 꼬아 놓았지요. 그것이 또 다른 해결책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만.




하여간,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면 건강이 최고, 체력이 최고입니다. 지나가던 깡패에게 맞고 나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과 맷집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체력과 맷집의 밑바탕이라는 것이 LOVE라는 건...
그렇죠. 가나토씨(60대 록가수. 도쿄밴드왜건 출연)의 말대로 세상을 움직이는 건 LOVE인겁니다. 하하하...;ㅂ;



시마다 소지.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한희선 옮김. 검은숲(시공사), 2013, 13800원.


어제 생협 모임에서는 사은품을 안 들고 갔습니다. 이건 다음 번에 들고 가도록 하고...-ㅂ-;


이번 달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이벤트로 두 권을 모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마우스패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했는데, 두 종류의 일러스트 중에서 제가 원하는 쪽으로 와서 다행입니다. 지탄다도 좋지만 오레키가 훨씬 취향이거든요. 오레키가 더 귀엽습니다. 훗훗훗훗훗...

애니플러스를 스토킹(!) 하면서 몇 번이나 보았던 터라 이미 내용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소설은 행간이 많이 비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빙과』는 굉장히 섬세하게, 한 컷 한 컷 빚어가며 만들었기 때문에 상세합니다. 어느 한 컷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없지요. 그에 비해 소설은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어느 소설에서 "미처 가설을 준비하지 않은 오레키는 난처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머리를 짜던 그는 잠시 화장실을 빌리겠다고 하고 일어섰다. 지탄다가 가리킨 방향으로 가자 서늘해 보이는, 하지만 스산한 느낌의 복도가 이어졌고 ..." 식으로 만화 그리듯 기술하나요.; 물론 그런 소설도 있지만 고전부 시리즈는 그런 부류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읽고 있다보면 그 행간을 에폭시로 메워나간 교토 애니메이션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반면에 그게 오히려 소설의 강점이 됩니다. 하나하나 독자가 직접 이야기를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점이지요. 물론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소설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이 떠올라 소설의 묘사 부족에 불만을 가지게 되지만 읽다보면 소설의 간략함이 그런 여백을 내준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빙과』의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장면에서의 인물들은 애니메이션보다 소설쪽의 박력이 더하다 싶더군요.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도 오레키의 좌절과 오레키™의 상황 파악 능력이 돋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쪽은 애니메이션과 소설이 상당히 차이나더군요.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애니메이션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소설은 괜찮게 보았습니다. 그리 길지 않게 기술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 그러고 보니 『빙과』에서 오레키가 풀었던 수수께끼는 하나뿐입니다. 음악실과 동호회에 대한 수수께끼-즉, 2편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소설에는 없었어요. 애니메이션과 소설의 차이를 하나 하나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덧붙이자면 번역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책 자체는 굉장히 잘 만들었습니다. 번역은 최고은씨가 했다면 더 잘어울렸을라나 싶은 정도. 『빙과』에 등장하는 여러 말장난을 그냥 넘겼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말장난이나 일본어 단어의 차이 등등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넘어갈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책은 잘 만들었지요.
내용이 얼마 되지 않아 페이지는 적지만, 이타카판 『은하영웅전설』 못지 않게 공들여 만든 책입니다. 갈색 바탕으로 손에 잘 잡히는 판형도 그렇고, 글씨는 크지만 읽기에는 편합니다. (행간도 넓지만-_-) 하지만 편집도 훌륭한데다, 굵은 띠지까지 포함해서 표지 디자인을 한 점, 띠지의 색에 맞춰 가늠끈을 넣은 점 등등 신경써서 책을 만들었다는게 보입니다. 『빙과』는 가늠끈이 연한 하늘색이고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연한 보라색이지요. 거기에 속지도 굉장히 귀엽습니다. 포장지 비슷한 걸 썼는데 디자인이 일본의 포장 디자인과 비슷합니다. 슬쩍 본문 분위기를 맞춘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이 부분은 확인한다고 하고는 잊었습니다.OTL)
덕분에 어제 생협에서 실물을 보신 분들 중 두 분이 책에 홀려서 구입하겠다고 하시더군요. 핫핫핫. 나중에 대출나갔던 책이 돌아오면 띠지로 가려진 표지도 찍어서 올려보겠습니다.+ㅆ+



요네자와 호노부. 『빙과』,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문학동네), 2013, 1만 2천원.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격 생각해도 살만한 책이예요.-ㅁ-/



일요일에도 M님이랑 같이 이야기했지만 오레키 참 귀엽습니다. 후후훗.
아야쓰지 유키토의 책입니다.'ㅂ'
(나중에 국립국어원에서 아야쓰지 유기도라고 쓰라고 하면 정말로 화낼 거임....OTL)


도서관에 가서 서가 서핑을 하다가 집어온 책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간이 들어왔더군요. 요 몇 달 사이 신간 확인을 소홀히했다는게 티가 팍팍 납니다. 예전 같았으면 작가 이름으로 술술 검색해서 찾았을 터인데 말예요.
하여간 부제가 '기형의 존재들'인데다가, 배경이 정신 병원입니다. 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읽다보면 정말로 정신이 붕괴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아야쓰지가 이런 종류의 글도 잘 쓰지요.ㄱ-;

관시리즈는 피가 난무한다는 것뿐이지, 대체적으로는 무난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많이 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잔혹하게 죽지만 그 이유가 나름 붙어 있습니다. 가끔 이상한 이유가 붙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괴기환상계 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홍의 속삭임』 같은 건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어요. 게다가 그 음산한 분위기가 참...ㅠ_ㅠ 괜히 누구씨랑 부부 관계겠냐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부창부수. 어느 부가 먼저 오든 간에 둘의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참 닮았습니다.


『프릭스』는 그런 의미에서 사람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단편 하나 하나가 다 구멍입니다. 하기야 배경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참으로 정신 없게 만듭니다. 특히 두 번째 단편인 『409호실 환자』는 읽다가 넋이 나갔습니다. 이 중 어느 것인가 골라 잡으세요~★라고 해놓고는 해결은 제 3이었습니다. 하기야 안심하면 안되지요. 이 소설은 모두 주인공인 나, 즉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 함정에 빠집니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도저히 G에게 안 맞겠다 싶어서 고이 집어 들고 왔습니다. 저만 읽어도 충분합니다.


아마 읽고 나면 여기서 언급되었던 『외딴섬 악마』를 다시 읽고 싶어질 겁니다. 확실히 분위기가 닮았긴 닮았지요. 결말은 전혀 다르지만.;


아야쓰지 유키토. 『프릭스Freaks: 이형의 존재들』, 정경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3, 1만 2천원.
이 이야기는 어느 청년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나는 맥도날드에서 질투심 많은 여자친구에게서 바람피운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비난의 말을 쏟아낸 여자친구는 맥도날드를 뛰쳐 나갔고, 주인공은 비오는 밖에 우산 하나 없이 맨몸으로 쫓아 나갑니다. 여자친구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질투심이 조금 강해서 이런 일을 종종 벌이는 모양이군요. 그렇게 쫓아나가긴 했지만 비를 보고 잠시 멈칫한 사이 여자친구가 사라집니다. 어디로 갔는지 몰라 조금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골목 안쪽의 커피점 안내 간판을 봅니다. 조금 고민하다가 충동적으로 커피점에 들어가고, 그 직후 사건이 벌어져 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복잡하지요? 하지만 이런 복잡한 사건들은 탈레랑 커피점의 바리스타인 기리마 미호시에게는 커피를 갈아 내리듯 풀어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곰곰히 생각하고 이리저리 정황을 맞추면서 커피밀을 돌리면 커피가 잘 갈리듯 수수께끼도 잘 갈립니다. 그리고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지요.

책 표지에는 기리마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는 걸로 나오는데 소설을 읽어보면 실제로는 드립커피 전문점입니다. 애초에 일본판 표지부터 저러니 어쩔 수 없어요.


어떤 점에서는 일상추리물인데 말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커피 때문입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관련 정보를 조금이나마 주워들은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지입니다. 커피와 관련된 이름들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있는지 이리저리 돋보기를 들이대며 맞추는 재미가 있어요. 후기를 보면 여주인공의 이름도 넓게는 커피와 관련이 됩니다.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을 비블리오 고서당보다 조금 높게 두는 것은 순전히 제 취향 탓입니다. 비블리오 고서당은 아직 차마 손을 못댔을 정도로 이야기가 조금 무겁습니다. 아니, 무겁다기보다는 마음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1권 아직 번역본 나오기 전에 C님께 원서로 빌려 읽다가 1권 첫 번째 이야기의 무게랑 그 뒤에 나오는 특정 인물 이야기를 듣고서는 고이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탈레랑은 딱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런 분위기가 없습니다. 시종일관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며 손수건만 쥐어짤뿐이지 읽는 데는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C님도 지적하신 이야기인데, 이거 자칫하면 교토 여행 티켓을 끊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읽은 소설의 상당수가 그렇긴 한데 이 책도 교토가 배경입니다. 교토야 워낙 커피로 유명한 동네니 이런 카페가 어디에 숨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으, 저도 기리마씨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요.;ㅠ;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그럴 려면 당장 강릉행 버스표를 끊어야 하나, 그러기에는 비용과 체력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 다음달 쯤 도전하고 싶지만 역시, 비용이 문제네요. 게다가 다음달엔 장거리 출장도 있긔..;ㅂ;...)


오카자키 다쿠마.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다시 만난다면 당신이 내려준 커피를』, 양윤옥 옮김. 소미미디어, 2013, 12800.


책 가격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이게 원래 문고판으로 출간된 걸로 알거든요. 사실 그런 의미에서 라노베 가격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가격이 아닐까 했는데 12800원이면 가격이 좀.ㄱ-; 하기야 요즘 책 가격이 체감상 10% 가까이 상승한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습니다...;ㅂ;

(하지만 자네가 최근 구입한 BL 소설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ㄱ- 게다가 12000원이었으면 군말 없었을 테고.;..)
감상 한 줄 요약: 이제 그만....OTL


레이크 에덴, 조앤 플루크의 쿠키단지 시리즈 최신 시리즈입니다. 영어권에서도 아직 다음 권은 나오지 않았네요.

이번 책이 16번째 책이라는데, 보다보면 도대체 언제까지 질질 끌거냐는 소리가 튀어 올라옵니다. 지난 권에서 웬만큼 정리되고 슬슬 진도 나가나 싶었는데 안 나갑니다. 대신 엉뚱한 사람이 진도를 빼더군요. 혹시라도 이 커플과 합동결혼식을 올린다며 나서지 않을까,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보지만 희망 고문이 될 거라는 건 저도 압니다. 그 커플이 결혼식을 할지 어떨지 모르지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두 세권은 더 이야기를 끌 수 있겠네요.
이쯤되면 레이크 에덴 시리즈는 그냥 레시피가 실린 소설로 보고 말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발, 결혼 시키라니까요? 한나의 의지박약도 10권 넘게 끌고 왔지 않습니까. 본인 입으로도 왜 그 사람하고 결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하지 않았습니까.-_-+


하여간 그 이야기는 넘어가고.
이번 권은 앞서 나온 『시나몬 롤 살인사건』과도 이어집니다. 가끔 이렇게 연결되는 권이 있는데 이번 권도 거의 이어져서 이야기가 진행되더군요. 앞서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이 여기서 하나 해결되고, 사망플래그가 뜬 인물도 이번 권에서 사망합니다. 드디어.-_-; 하기야 그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잘 보았다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번 권에서 처음으로 한나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습니다. 그것도 제1용의자로요. 그 때문에 마이크에게 삐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제발 그만좀 해.OTL

레드벨벳 레시피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했는데 신기한 재료가 몇 가지 들어가더군요. 가장 궁금한 건 커피 쿠키인데, 이건 나중에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밀이 들어간 쿠키도 앞서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홀랑 잊고 있었습니다. 집에 당밀도 있으니 이번 추석 연휴에 시도해볼까요.



...
말은 이리 해도 분명 다음 권 나오면 불평하면서 또 집어들겁니다. 하하하.;ㅂ;


조앤 플루크. 『레드벨벳 컵케이크 살인사건』, 박영인 옮김, 해문출판사. 2013, 14000원.

꾸준히 시리즈를 내주는 해문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크흑;
영어판으로 읽어도 그럭저럭 읽겠지만 한글판의 속도는 못 따라오니까요. 게다가 번역자가 꾸준히 해준다는 것도 다행입니다. 그리고 책 내용 분량에 비하면-특히 일본소설들에 비하면 분량 당 가격이 못 따라오죠.;
제목을 보고 낚이실 분들 많을텐데, 소개하자니 위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이, 도서관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히가시가와 도쿠야 사이에 꽂혀 있어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매번 집어들지 말지 고민했습니다. 한국에는 시리즈가 세 권 나와 있는데, 이북으로도 나와 있으니 보기는 편하겠네요.'ㅂ' 번역자는 현정수씨. 그래서 집어들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에는 번역자를 보고 호기심이 들었다는 것도 있습니다.

하여간.

이 책 시리즈의 배경은 삿포로입니다. 정확히는 스스키노 거리고요. 삿포로 역에서 남쪽 방향에 있는 거리가 스스키노인데, 환락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술집이 즐비하고 밤이 더 화려한 그런 곳이라더군요. 예전에 홋카이도 여행 갔을 때는 숙소가 스스키노 거리에서 멀지 않았는데, 실제 삿포로를 돌아다니면서는 스스키노 거리 북쪽만 돌아보아서 스스키노는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밤문화 체질이 아니라 그런 것도 있겠지요.
주인공은 상당한 덩치의 소유자입니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상당히 나가고. 하는 일은 탐정업이라고는 하지만 1인 심부름센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례를 받고 무언가를 찾아주거나, 돈을 대신 받아주기 위한 약간의 작업을 펼치거나, 중재를 하며 협상비를 받거나 합니다. 원래는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는데, 취직이 안되는 과라 그냥 그 상태로 넘어간 모양입니다. 시절은 80년대 후반. 그래서 휴대폰이니 뭐니는 전혀 안나오고 분위기가 아날로그 적입니다. 그러니 하드보일드 분위기도 제대로 나고요.

한데 보통 생각하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같은 장르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주인공이 가끔 허당짓을 벌여서, 그 때문에 실소가 터져나오거든요. 고독한 한 마리 늑대라 부르기에는 늑대에게 미안한 정도? 늑대보다 단계를 낮춰 불러도 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도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꾸려나가니까요.

시리즈 1권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의 의뢰를 받아 행방불명된 한 여자를 찾는데서 시작합니다. 안 좋은 쪽으로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더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거든요? 근데 막판에 뒤통수를 두 대쯤 맞습니다.-_-; 아놔. 이런 사람 싫어! 그 덕분에 다음 책을 볼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중이고요. 그래도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보다는 훨씬 무난한 하드보일드입니다. 그쪽은 건조하다 못해 버석버석한데, 이쪽은 조금 유머가 들어갔으니까요.


스스키노를 몇 번 가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해가 더 쉬우실 겁니다. 배경이 삿포로이다 보니 그 주변의 지리를 조금은 알아야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몰라도 보는데는 지장 없습니다.


그리고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다 늙었느니 어쩌느니 소리를 하는 주인공 녀석. 언젠가 만나면 엉덩짝을 차주고 싶습니다. 날마다 그렇게 위스키를 부어대니 신체 나이는 50대지! 네놈이 간경화로 일찌감치 가버린다해도 이상치 않아!


아즈마 나오미. 『탐정은 바에 있다』, 현정수 옮김. 포레(문학동네), 2011, 12000원.


헐.
이북까지 나와 있길래 출판사 검색하면 달랑 세권 나오는 것치고는 그래도 튼튼한 회사인가? 하고는 판권기를 보니 문학동네로군요. 허허허허허.
『신참자』는 재독입니다. 아니, 삼독, 사독인가? 하여간 빌려 읽은 걸로 따지면 아마 두 번째 일겁니다. 지난번에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읽었더니 갑자기 이 책이 보고 싶어져서 말입니다. 마침 대출중이라 한참을 기다려 빌려 읽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갈릴레오의 고뇌』랑 같이 감상을 올리게 되네요.

『신참자』야 두말할 나위 없이 재미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건들을 하나 하나 쫓다보면 그게 실마리로 연결됩니다. 닌교초의 골목을 수없이 누비고 다닌 끝에 드디어 신참자라는 딱지를 떼고 자리를 잡지요. 게다가 주인공이 가가 형사라 매력은 배가 됩니다. 아.... 도대체 로맨스 라인은 어디로 도망가 버린 건지.-_-; 이전에 다른 분들이랑도 이야기 했지만 가가 형사에게도 로맨스는 있었으나 그 다음편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랍니다. 아마 한 번 쓰고 작가가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지요. 크흑.


『갈릴레오의 고뇌』는 솔직히 아주 재미있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성녀의 구제』인가, 하여간 다른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여자 형사가 그닥 취향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하하하; 원래 원작에는 없다가, 『용의자 X』를 영상화 하면서 등장했다는 인물입니다. 그 뒤에는 소설 시리즈에도 등장하는데,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고역이예요..ㄱ-;;;


하여간 두 권 모두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지난 번에 요리 책 세 권을 빌려 모두 다 보았는데 그 중 두 권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한 권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G랑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일이 있는데 이번에 그랬습니다. G는 그 책이 좋았다지만 제가 보기엔 영 아니었거든요. 뭐, 보는 시점 차이입니다만.
(실은, 오늘 아침에도 소금 건으로 한 판 했습니다. G랑 저랑 보는 부분이 전혀 다르더군요. 평행선.-_-)

마음에 들었던 한 권은 다른 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제대로 낚아서 이미 생협에서 구입 예정이신 분이 둘. 그리고 이 책은 C님도 높은 확률로 구입하실 겁니다. 그런 고로 리뷰는 미루고요, 다른 한 권부터 씁니다.

『우정욱의 맑은 날, 정갈한 요리』입니다. 한식 조리법이 나와 있는데 집에서 편하게 해먹을 반찬이랑 손님상에 올릴 음식들을 소개했습니다. 책 편집이 괜찮고 레시피도 상세합니다. 앞부분에 손맛 조미료라고, 생강청을 비롯해서 여러 조미료를 만드는 법이 나오는데 이건 아마 C님이 보고 낚이실..(...)
한국 음식만 나온 것이 아니라 퓨전이라고 할만할 일식이나 서양음식도 섞여 있습니다. 그래도 한식이 많은 편이라 한 권쯤 집에 놓으면 참고하기 괜찮을 겁니다. 다만 책이 떡제본이라 편하게 펼쳐 놓고 보기는 쉽지 않을거예요. 집에서 보고 쓰기에는 아예 다 분해해서 낱장으로 보는 게 좋을지도...;...


히가시노 게이고. 『신참자』, 김난주 옮김. 재인, 2012, 14800원.
『갈릴레오의 고뇌』, 양억관 옮김. 재인, 2010, 14800원.
우정욱. 『우정욱의 맑은 날, 정갈한 요리』. 비앤씨월드, 2010, 16000원.

가격을 비교하니 참..ㄱ-;
컬러판에 두께도 얇지 않은 요리책이 1만 6천원. 두께가 얇은 것은 아니지만 소설책의 가격이 1만 5천원 가량. 끄응. 책값이 확 올랐다는 실감이 이런데서 납니다..;...
일반적인 책 무게로 따지면 무겁진 않습니다. 오히려 단편 다섯 편만 실려 있으니 보기에는 가볍습니다. 같은 북스피어에서 나온 『우리 이웃의 범죄』나 외견상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 책은 책등이 파랗고, 이 책은 빨간색이니 둘을 나란히 꽂아 놓으면 잘 어울리겠네요. 쌍으로 맞춘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는 일상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끝은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로 꾸몄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릅니다. 정말로 무겁습니다.

금요일이었나, 토요일 저녁에 거실을 굴러다니며 이 책을 붙잡고 다 보았는데, 다 보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내가 왜 이 책을 빌려서 보았을까. ;ㅂ; 물론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미여사의 책이라면 웬만한 책은 다 사든 도서관에서 빌리든 보긴 봅니다. 근데 이건 읽고 나서 후회되는 그런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흑...

근데 또 돌려 생각하면 그게 당연한 겁니다.
다섯 편의 단편을 다시 돌려보니 그 중 둘은 그래도 무난한 결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른 셋이 문제입니다. 맨 앞의 단편은 읽고 나서 당황했고, 두 번째 단편은 참 아쉬웠고, 다섯 번째 단편은 읽고 나서 분노의 외침이 목끝까지 올라왔습니다. 아놔...;ㅂ;
다른 둘이 세, 네 번째 단편인데 그걸로 정화했던 정신이 다섯 번째 단편에서 와르르 무너집니다. 흑흑흑. 하지만 이런 게 현실인걸요.


우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읽으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미미여사의 소설이니까요. 미미여사가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도 썼다는 걸 이해할 겸 한 번 읽어보시어요. 특히 세 번째 이야기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눈의 아이』, 김욱 옮김. 북스피어, 2013, 12000원.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작가들이 단편을 쓰고 그것을 묶어 낸 단편집입니다. 카파노블스라는 추리소설 잡지가 일본에 있나본데, 그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추리소설 작가들이 50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소설을 썼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대표작가로 기재했는데, 사실 여기서는 그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같이 실린 작가들이 다들 유명하거든요.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오사와 아리마사, 시마다 소지, 다나카 요시키, 미치오 슈스케, 미야베 미유키, 모리무라 세이이치, 요코야마 히데오. 아마 오십음도 순으로 실어 놓은 모양입니다.
이 중 안 읽어본 작가는 오사와 아리마사, 미치오 슈스케,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세 명입니다. 다른 작가들은 상당수의 작품을 읽었지요.

아야쓰지 유키토. 올해 관 시리즈 전체를 다 다시 읽었습니다. 거기에 『어나더』도 보았고요. 여기 실린 단편은 『어나더』와 비슷하게 공포물입니다. 뭐가 50이냐 하면 ... 으으음. 거기서 그렇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조금 당황했다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유명합니다. 『쌍두의 악마』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전 안 읽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평은 그냥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작가 아리스쪽이 훠어어얼씬 취향입니다.

오사와 아리마사. 이쪽은 읽은 책이 없는데, 그래도 미미여사랑 교고쿠 나쓰히코와 같은 사무실을 쓰는 사이입니다.

시마다 소지. 두말할 필요 있나요. 엊그제 읽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이 이 사람 책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점성술 살인사건』. 『마왕유희』도 좋아합니다. 대표 탐정이 미타라이 기요시고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는 한국에는 한 권만 나와 있습니다. 『하야부사 침대 특급』인데, 이것도 올해 읽었군요. 여기 실린 단편도 미타라이 기요시의 이야기인데 추리는 아닙니다.

다나카 요시키는 쓰자면 손만 아픕니다. 이건 다른 시리즈가 아니라 그냥 집어 넣은 한 편. 추리 요소가 들어가 있긴 하나, 그보다는 호러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배경이 영국이란게...'ㅂ';;

미치오 슈스케는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전체 이야기에서 손꼽을만한, 굉장히 좋은 단편이더군요. 아마도 이건 M님 취향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이건 솔직히 좀..OTL
이미 읽은 내용입니다. 키워드랑 제목을 듣고 혹시 했는데 역시나.엊그제 읽은 『그림자 밟기』에 있습니다. 번역은 그쪽을 먼저 봐서 그런가, 그쪽이 마음에 들더군요. 여기서는 사투리를 아예 한국식으로 다 고쳤습니다. 그게 아쉬운데, 왜냐하면 일본어쪽에서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수준의 사투리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하려면 아예 제주도 사투리를...-_-;;
아니, 하여간. 그래서 이 책이 나오기는 훨씬 먼저 나왔는데 『그림자 밟기』를 읽고 나서 봐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이전에 보았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이름이 낯설어요. 이 단편은 우연과 우연과 우연의 꼬리가 결국 하나로 돌아온..? 그런 느낌이더군요. 하지만 또 배경이 신주쿠야...OTL

요코야마 히데오도 자주 봅니다. 주로 경찰물을 쓰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종신검시관』입니다. 그리고 여기 실린 것도 그 후속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어요.+ㅅ+


미야베 미유키 외. 『도박 눈 외』, 정태원 옮김. 태동출판사, 2010, 12000원.

번역에 대해서는 조금...'ㅂ';
정태원씨는 시공사에서 나온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다 번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괜찮게 보았는데 이 책에서는 걸리는 부분이 몇 있네요. 오타도 발견했고, 갓파를 카파로 쓴 것은 좀..? 혹시 카파노블스라 일부러 원서에서도 카파로 기재했던건가요. 그 부분은 나중에 확인하면 되겠지만, 아마 확인 없이 홀라당 잊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책 제목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입니다.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한지는 좀 되었는데, 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참 전에 집어 들고, G의 방에서 자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꺼내 들었습니다 내내 조아라만 파고 굴러 다니자니 아쉽기도 하고 너무 놀아서 켕기더군요. 그리하여 구입하고 읽는 걸 미뤄두었던 다른 책 한 권이랑,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두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여기 쓰지 않는 다른 책 두 권은 아마 집에서 감상을 올리겠군요.


셜로키언이 쓴 셜로키언을 위한 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읽다보면 셜로키언을 빡치게 하는 함정이 무수히 널려 있습니다. 화자가 왓슨이나 셜록이 아니거든요. 둘입니다. 각 장은 와트손™과 나쓰미™의 입장에서 번갈아 진행됩니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시선에서 보기도 하는데, 기본은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셜록은 오히려 찬밥입니다. 그, 셜록이 하는 짓을 보면 참. 셜로키언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했나 싶군요. 하지만 사전 조사는 아주 철저합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시마다 소지입니다. 그 시마다 소지 맞고요,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가 영국 런던에 유학했을 당시, 우울증으로 인해 귀국 일정을 미룬 적이 있다. 그러나 귀국을 미룬 것은 우울증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라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휘말린 나쓰메는 자신의 셰익스피어 과외선생인 크레이그 선생에게 소개를 받아, 별로 내키진 않지만 정신병력이 있는 어느 코카인쟁이에게 상의를 하러 갑니다.
...
그리고 거기서 지대로 미친 놈을 만나 노랭이 취급을 당하자 머리 끝까지 빡돕니다. 이 앞부분의 전개는 와트손™과 나쓰미™의 시각이 제각각입니다. 전혀 달라요. 키 작고 소심하고 애 같은 일본인™과, 정신을 어디다 팔아 먹었는지 불쌍한 어느 코카인쟁이를 돌보는 의사™의 시점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셜로키언이 보면 아마 빡칠 거라고 이야기 한겁니다.

하지만 결론은 또 괜찮아요. 특히 마지막의 그 훈훈한 장면을 보면, 이 소설의 승자는 고양이...........
아마 이쯤에서 다들 짐작하실 겁니다. 그런거예요.


일단 셜록 홈즈의 뒷 설정을 알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지만, 셜로키언에게는 부담 백배일 수 있습니다. 읽다가 "나의 셜록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라며 책을 던져버릴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앞부분은 건성건성 읽은 뒤 본격적인 추리 장면-그러니까 후반부만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몇몇 묘사에서는 포복절도를 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뭔가를 먹으며 읽지는 맙시다.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도 대강은 알면 됩니다. 저도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한 권 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이해하며 보았으니까요. 아, 정말. 이렇게 마무리를 지을 줄은 몰랐어... 시마다 소지...;ㅂ;


시마다 소지.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김소영 옮김. 두드림. 2012, 13500원.


앞부분에서 읽다가 포복절도한 한 묘사.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래간만의 히가시노 게이고입니다. 한창 열심히 읽다가 손을 놓았는데, 작년에 『신참자』를 보고는 홀라당 반했지요. 다시 반했지만 이전 작품 중에는 영 땡기는 것이 없어 고민하다가,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찾아 들고 왔습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역자 후기에도 나오지만 배경이 호텔이기 때문에 붙은 제목입니다. 매스커레이드는 가장, 가면무도회를 말하지요. 즉, 이 호텔은 가면무도회의 배경이 되는 겁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다만 은유일뿐이지요.-ㅂ-;;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서는 최신작에 해당되는 것 같은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참자』와 닮아 있습니다. 분위기만 닮았지 내용은 영 딴판인데, 닮았다고 느끼는 것은 구조 때문입니다. 대신 주인공이 전혀 다른 인물이다보니 나아가는 방향은 다릅니다. 『신참자』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가깝게 마음에 든 소설이네요.

읽으면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 생각한 것은 어제 저녁, 퇴근 길에 붙들기 시작해서 자기 전에 다 읽었기 때문입니다. 분량이 적지는 않은데, 그걸 홀라당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습니다. 각 이야기는 짤막짤막하게 나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적 흐름으로 보면 이어집니다. 큰 줄기는 하나이고 그 안에서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 사건들 중 몇몇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됩니다.

역자 후기를 보고서야 알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캐릭터를 아낀다더군요. 하기야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은 유명한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두고 있습니다. 딱히 영국작가를 댈 필요도 없지요. 시마다 소지는 미타라이를, 요코미조 세이시는 긴다이치를, 미야베 미유키는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몇몇 시리즈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도 있고요. 에도가와 란포는 딱 떠오르는 인물은 없는데, 고양이는 있네요. 홈즈.;
하여간 그렇게 많은 소설을 냈지만 대개는 단권입니다. 예외적인게 갈릴레오 시리즈랑 가가형사 시리즈 정도네요. 소설 수에 비하면 시리즈는 적은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도 시리즈로 나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네요. 음, 다른 시리즈가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능성은 높습니다. 가가형사보다는 조금 가벼운 이미지이긴 한데, 어디까지나 가가형사에 비하면 그렇다는 겁니다.-ㅂ-;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많이 성장한 인물은 주인공입니다. 머리는 좋지만 사람과 섞이고 협력하는 일은 못했는데, 이 책 속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많이 자랍니다. 아, 참, 귀엽지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저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하하하; 실제 나이가 어떨지는 모릅니다.


배경이 호텔이기 때문에 호텔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볼만 합니다. 특히 전체적인 분위기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호텔물(...)하고도 닮았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풍스럽고 비싼 호텔인데, 그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날 거라는 예보 때문에 경찰들이 잠입을 하게 됩니다. 경찰 잠입은 호텔 직원 속에서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오미라는 유능한 직원이 경찰의 뒤치닥거리를 하게 되지요. 껄렁하고 하기 싫어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저 신참을 유능한 호텔맨으로 키워내는 것이 이 이야기의 주요 내용입니다.

...
는 일부분만 본 것이지요. 하하하.

C님 취향에 아마 가장 잘 맞을 것 같군요. B님에게는 조금 가벼울지도. T님은 가볍기 때문에 무난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의 최대 단점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라 도서관에서 빌리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ㅂ-/


히가시노 게이고. 『매스커레이드 호텔』,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2, 14800원.

생각난 김에 『신참자』를 다시 보려 했더니 도서관에서는 다 대출되고 없군요. 으으으. 아무래도 사야하나...;ㅂ; 사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그 다음 보관이 문제입니다..ㅠ_ㅠ
엊그제 블로그에서 이벤트를 했던 『그림자 밟기』는 어제야 읽었습니다. 읽기 아까워 미뤄둔 것도 있었고, 책이 도착했을 때 한창 미야베월드 제2막의 다른 책들을 보고 있었던 것도 있고요. 그 책들을 다 읽고 나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제 기분이 확 가라앉은 김에 집어 들었는데 두 편을 읽고 나니 아까워서 못 읽겠더군요.
그래서 『작자미상』 상-하권을 먼저 읽고, 리뷰를 올린 다음에 다시 『그림자 밟기』의 다른 편을 읽었습니다.

...

그런데 조금 호불호가 갈릴만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괴이, 요괴들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 추리를 원하신다면 아마 취향에 안 맞으실 겁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사랑스럽고 슬픔이 아련하게 남는 단편들입니다. 게다가 어떤 것들은 또 굉장히 역동적이고요. 요괴나 괴이한 현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닮았지만 각각의 느낌은 상당히 다릅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 「토채귀」, 「반바 빙의」, 「노즈치의 무덤」의 여섯 편이 실려 있습니다.

가장 재미없었던 것이 「반바 빙의」. 이건 읽고 나면 암울합니다. 허탈하다고 해야하나, 주인공의 앞날이 어찌 될지 뻔하게 보입니다. 철없고 예의 없고 무례하고. 이런 사람을 딱 여섯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데 차마 그 표현은 쓸 수 없습니다. 하여간 그런 아내를 맞이했는데, 남편은 데릴사위입니다. 그러니 여자가 남편을 쥐고 흔드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건 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습니다. 처가집이 워낙 부자인데다가 사위는 분가의 차남입니다. 일을 잘하게 생겨서 데려왔다가 딸래미가 반해서 결혼시킨 건데, 그렇다보니 주변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저 녀석이 우리 딸에게 잘하나, 우리 아가씨에게 잘하나 감시합니다. 남편도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도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철없고 애 같은 투정을 부려도 받아줘야하나요. 애를 잘못 키웠군요.-_-
물론 전체 이야기의 본론은 그게 아닙니다. 요괴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남편이 아내의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요. 그참...
하여간 재미없었던 이유는 저 여자가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 역시 정말로 질색 팔색하는 타입의 여자고요. 애 잘못 키우면 저런 사단 납니다.(먼산) 너무 버르장머리 없게 키우지 마세요.(먼산2)


「노즈치의 무덤」은 어쩌면 이 중에서 가장 초기작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사바케』 같기도한, 그런 요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 깔린 이야기가 좀.OTL 맨 마지막 단편인데 뒷맛이 약간 씁쓸합니다.


「토채귀」는 『흑백』에 해당하는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의 프리퀄(앞 이야기)입니다. 아니, 완전한 프리퀄은 아니고 등장인물 A와 B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등장인물 A의 과거는 어땠으며 어떻게 에도에 자리잡게 되었는가를 보여줍니다. 근데 과거 이야기가 참 묵직합니다.OTL
A와 B가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는 『흑백』에서도 잠시 언급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A의 연애담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가 여기 실려 있는데, 문제는 막판에 반전 비슷한 것이 있다는 점. 하하하; 조금 무섭습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간」은 우열을 가릴 수 없게 재미있었습니다. 「스님의 항아리」는 『괴이』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무서운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 희끄무레한 것만 제외한다면 오히려 건강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데렐라 스토리란 말이지요. 물론 신데렐라나 콩쥐나, 둘다 기본 출신은 좋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신분이 상승하니까요. 하여간 스님과 항아리가 등장하기 때문인지 『음양사』도 떠오릅니다. 그보다는 훨씬 덜 무서우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림자 밟기」는 아련하고 서글프지만 그게 또 담담하게 마무리 됩니다. 이건 가장 최근에 나온 『진상』과 같이,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마사고로가 등장합니다. 그러므로 헤이스케-유미노스케 시리즈로 보아도 되겠네요. 그림자라는 소재 때문인지 『그림자가 없는 사나이』라는 유명 SF(?) 소설이 떠오릅니다. 허허허;

「바쿠치간」의 매력은 통쾌함입니다. 무서운 이야기가 깔려 있지만 그걸 멋지게 퇴치하니까요. 게다가 퇴치하는 법을 알고 그것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과 청소년 한 명. 그렇다보니 애들을 주인공으로 한 모험물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개가 등장하기 때문에..-ㅂ- B님이나 C님은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훗훗훗.
특히 B님은 중간에 등장하는 암호문(!)을 그나마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 그 부분의 번역은 사실 조금 아쉽긴 한데, 음을 읽지 않고 그냥 히라가나를 적었다면 일반 독자들에게는 접근하기 안 좋으니까요. 저는 그런 문장이 있을 경우 발음이 적힌 것보다는 원어가 적혀 있는 쪽을 선호합니다. 영미소설의 경우 라틴어가 종종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그럴 경우 라틴어를 한국어 발음으로 읽은 걸 적는 것보다는 라틴어 원어를 그대로 적고, 그 해석을 옆에 달아 놓는 것이 좋더라고요. 특히 이런 외국어가 말장난에 쓰일 때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말장난은 아닌데, ... 그래도 꽤 재미있는 코드라서 말입니다. 다만 여기 등장하는 그 지역이 어디인지 모르겠네요. 구글 지도에서 검색하면 특정 지역이 하나 나오는데, 에도에서 지나치게 멉니다. 게다가 발음도 약간 차이나네요. 과연 여기가 어디려나.-ㅁ-;



미야베 미유키. 『그림자 밟기』,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13,


사실 미야베월드 제2막은 전 권 다 갖춰놓고 싶은데 책 꽂을 공간이 없습니다. 아..T-T; 이것도 지금 일시 방출하나 마나 고민되네요.
이걸로 한국에 출간된 미쓰다 신조의 책은 다 읽은 셈입니다.
...
라고 적고 보니 한 권이 빠졌네요. 『일곱 명의 술래잡기』. 하지만 이 책은 읽을 용기가 안납니다. 무서워요.;

미쓰다 신조의 책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 탐정이 다릅니다. 한쪽은 도조 겐야 시리즈, 다른 한 쪽은 미쓰다 신조 시리즈입니다. 저자명이 등장인물 명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주 드물진 않지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아리스 시리즈의 아리스가와 아리스도 그런 예고, 엘러리 퀸이야 두말할 나위 없는 가장 대표적인 예니까요.
하지만 미쓰다 신조의 책은 그보다 훨씬 현실감이 있습니다. 이전에 『기관』을 읽었을 때도 그런데 사실 사이사이에 허구를 교묘히 끼워넣다보니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 끝이 솟게 만듭니다. 게다가 『기관』은 책 속의 책이 등장하는 데서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데 굉장히 탁월합니다. 혹시라도 여름철 피서에 공포소설을 택하신다면 단연 미쓰다 신초의 책을 추천합니다.-_-;


이 책은 『기관』에 바로 이어집니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해요. 그러니까 미쓰다 신조는 친구 아스카 신이치로와 함께 어느 헌책방을 드나듭니다. 그러다 신구 아스카가 『미궁초자』라는 특이한 이름의 동인지를 꺼내듭니다. 가죽 제본으로는 되어 있지만 개인 제본이라 그런지 굉장히 허술하게 만든 책이랍니다.(물론 같은 개인 제본이라도 저라면 그보단 낫게...(탕탕탕!)) 동인지에는 총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저자가 누군지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데다 판권기가 실려 있을 맨 뒷부분은 안 뜯었습니다. 봉인되어있다고 해도 틀리진 않겠지요.
문제는 그 책을 읽는 순간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그 이상한 일들은 읽은 사람들의 주변을 맴돕니다. 그리고 독자를 위협합니다. 상황을 들어보니 『미궁초자』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부 사라집니다. 그것도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라지는 거죠. 적어도 추적이 가능한 인물들은 전부 그러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미쓰다와 아스카에게는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할 이유가 생깁니다. 죽고 싶진 않거든요. 아니, 죽는 것을 넘어서서, 이상한 괴물이 주변을 맴돈다거나,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습니까.-_-;


다른 추리소설 소개하는 것과는 달리 그래도 이 책에 대해서는 꽤 내용 소개를 한 셈입니다. 하지만 실은 하나도 소개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요. 이 책의 백미는 『미궁초자』에 실린 7편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두 사람의 솜씨입니다. 사실 추리를 풀어내는 솜씨는 미쓰다보다 아스카가 낫긴 합니다만, 그건 상관없습니다.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아주 큰 빅엿을 날리고 사라집니다. 엿을 억지로 입에 우겨넣은 느낌인데, 어쩐지 지난번에 『염매』를 빌리면서 이 책 하 권 결말을 보았을 때 그렇더라니. 그게 이런 이유로군요.-_-;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는가는 조금 고민되긴 합니다. 이 소설을 제대로 즐기려면 가능한 많은 추리소설을 알아야 합니다. 알고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으니까요. 예를 들으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나, S. S. 밴다인의 파일로 밴스 시리즈, 『흑사관 살인사건』 등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 에도가와 란포 정도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것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요. 슬프게도 헨리 메리베일 경은 누구인지 잊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에 나오는 헨리 경인가요.-ㅁ-;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나중으로 미뤄야겠네요.

근데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하나 같이 영미권이고, 프랑스권은 없음..ㄱ-; 그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미쓰다 신조.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상-하』,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3, 각 115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입니다. 하지만 백미는 어쩌면 후기인지도..? 읽고 나면 홍대입구 주변 돌아다니기가 조금 무서울지도 모릅니다. 음훗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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