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는 전작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다 봤습니다. 쌍두의 악마 리뷰를 보고는 보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서 책 구입 자금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쌍두의 악마부터 구입했을 겁니다.
(저는 역시 작가 아리스 쪽이 더 취향입니다. 학생 아리스의 탐정씨는 너무 쿨쒹하시달까.)

제가 오늘밤은 잠들 수 없어를 재미없게 본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인공 '나'가 하는 짓이 중학생들이 하는 딱 그 행동이다보니 참을 수 없어졌단거죠. 아하하; 사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도 그래서 초반이 재미없었습니다. 친구에게 질투하고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 안달나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친구는 참 고고 냉정 우아하시고. ... 아니, 정말 그래요. 갸는 또래 중학생과는 분위기가 달라요. 뭐랄까, 좀 천재적이랄까.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특히 마지막의 30%를 읽으면서는 두 손 들었습니다. 아아. 역시 미미여사님.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씁쓸하기도 하지만 '지당해보이는' 상황이라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 한 번에 확 날아가는군요. 그리하여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무리도 전작과 살짝 연결해주면서 했고요.

괜찮아, 꼬마. 다 잘 될거야. 죽도록 힘들어도, 마음이 허해도, 언젠가 봄은 올테니까.
(물론 그 봄을 만나지 않고 끝까지 겨울로 살겠다는 인간도 여기 있지만, 그런 건 예외.)



꼬리 아홉 고양이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엘러리 퀸 시리즈 중에서 안 본 책이다 싶어 집어 들었씁니다. 이전에 단편으로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을 보긴 했는데 이건 아예 장편이더군요. 서로 다른 이야기다 싶어서 빌렸는데 완전히 다릅니다.
아마 시기 상 라이츠빌 중 재앙의 거리였나, 그 후의 이야기 같습니다. 엘러리가 사건에 참여하는 이유라든지, 맨 마지막의 해결부분에서의 일을 보면 대강 짐작이 갑니다. 애초에 라이츠빌 시리즈는 제 취향하고 안 맞아서 한 번 읽고는 고이 모셔두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연결되는 이야기가 재앙의 거리였는지 열흘간의 불가사의인지요.-ㅁ-

시작은 간단합니다. 고양이라는 이름이 붙은 어느 살인자가 뉴욕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릅니다. 하지만 수법만 동일할뿐, 살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공통점도, 어떠한 이유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이고 자신이 범행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패닉에 빠집니다.

엘러리는 처음엔 사건 수사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지만 옆구리를 퍽퍽 찔린데다가 아예 시장과 경찰 고위 인사가 짜고서는 퀸 경감을 사건 담당자로 임명한 덕에 끌려 들어갑니다. 그 뒤에도 연쇄 살인이 계속되다 보니.... (하략)

재미있게 보았지만 취향은 아니었습니다.ㅠ_ㅠ 뉴욕이 배경이지만 글 분위기는 라이츠빌 시리즈와 닮았습니다.
거기에 보고 있다보니, 엘러리 퀸을 따라잡고자 하는 어느 작가가 떠오르더랍니다.

'자넨 아직 멀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지나치게 건방진걸까요. 한 가지 사실이 딱 튀어오르는 순간, 그 간의 모든 의문이 차례로 풀려나가고 있으니, 마치 매듭 하나를 풀자 실뭉치가 한 번에 풀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역시 하략)

왜 시공사의 엘러리 퀸 시리즈에 이 이야기가 빠졌는지 궁금하군요. 요즘 추리소설 열심히 내고 있던데 다시 안 내주려나. 그러면 잽싸게 시리즈 다 사줄텐데 말입니다. .. 그리고 기왕 낼 때는 판형 예쁘게 해서 하드커버 실제본으로 내주세요.>ㅆ<




최근 들어서 깨달았지만 나이 먹으면서 아집같은 것이 생깁니다. 고집과는 다른 쪽으로요. 편견이라고해야하나. 그런게 강화되는 느낌이더랍니다. 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냐면, 제가 해산물을 즐겨먹지 않는다에서 좋아하지 않는다로 바뀐 것도 최근 몇 년 사이이고, 큰 개는 좋아한다에서 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로 마음이 돌아선 것도 최근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깨달은게 올해 들어서였을겁니다.

어쨌건.;
그런 이유로 가스미 류이치라는 낯선 작가의 책 표지에, 도기 하드보일드 액션이라는 소개글을 보고는 손이 가지 않더군요. 하지만 이미 집에 남아 있는 추리소설들은 거의 다 읽은 상황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집어 들어 읽을 수 밖에요.

...

근데 이거 아주 재미있습니다.
아주 귀엽습니다.;
개들로 난장판이지만, 아주 재미있습니다.+ㅅ+



주인공은 개입니다. 시바견과 다른 개의 잡종인데 중년이라기엔 조금 젊은 부부가 주인입니다. 일찍 결혼을 해서 이미 자식들은 다 독립했고, 번역일을 하는 남편과 디자이너인 아내만 단촐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 마을-플랜더스의 개에서 이름을 따와서 프라다 마을. 명품 마을은 아닙니다-은 개가 상당히 많습니다. 고양이에 대한 언급도 조금은 있지만 마을 주민들은 격하게 개를 사랑하는 듯 보입니다. 뭐, 관광 홍보 차원이기도 하지만 마을의 영웅犬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세웠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동상을 만든 후부터 마을에 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것이 주견공과 그 친구들이고요. 개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사람이 주역이 아니라 개가 주역인 이야기라니까요. 그러니 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재미있게 보실 것이고, 좋아하지 않으신다 해도 모험과 추리가 넘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또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 고로 이건 첫비행님이 참으로 좋아하실 듯한..
(요즘 바쁘셔서 보실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연작 시리즈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 고로 웡모어!




가스미 류이치. 「롱 도그 바이」. 권남희 옮김. 새앙뿔, 2010, 10000원
엘러리 퀸.「꼬리 아홉 고양이」. 동서문화사, 2009, 7800원
미야베 미유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김해용 옮김. 황매, 2010.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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