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기발한 발상은 제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至成이면 感天이다, 窮卽通이다 등등 다양한 한자 성어가 떠오르네요.

지난주에 『이방의 기사』를 읽으면서 맨 뒤의 역자 후기에 시마다 소지의 신작이 소개될 예정이고 그게 미타라이 시리즈가 아닌, 형사 요시키 시리즈라는 언급이 있더군요. 당장 검색해보았더니 책이 나왔더군요. 그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도입부가 묘한 분위기라 읽으면서 걱정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헐, 싶었고 중간 부분에서는 으헉 싶었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 소재™가 여기서 이렇게 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다 읽고 해설이랑 역자 후기를 보니 한숨만 나오더군요. 제목만 봐서는 가벼운 이야기 같지만, 그리고 도입부를 봐서는 환상소설 같지만, 막상 끝까지 읽어 나가면 본격적인 사회소설입니다. 그것도 일종의 하드보일드 분위기까지 풍기면서 말입니다.

한희선씨(역자)가 미타라이보고 섬세하다 했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시리즈 주인공인 형사 요시키도 꽤 섬세하다면 섬세한 성격입니다. 다만 미타라이가 병약 미청년의 신경질적이고 (약간은) 소심한 인물이라면 요시키는 뚝심과 끈기를 겸비한, 멋있는 남자입니다. 미스터리를 앞에 두면 불독처럼(아니 시바견처럼?) 끈질긴 사람이라는 점은 같지만 외모나 성격이나 설정 등은 상당히 방향이 다릅니다.

(여기까지 적고보니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생각나네요. '하나도 겹치는 부분이 없어서-모든 것이 반대라서 위화감이 있다'라는 내용이 등장하는 단편 말입니다. 집에서 찾아봐야..;...)


시리즈 열 네 번째 소설이라는데 한국에는 일착으로 소개되었네요. 아마 소재의 특이성이 한 몫 했을 겁니다. 덕분에 저도 자극을 받아 요시키 시리즈를 더 읽고 싶다 생각했고요. 하지만 한국에는 이제 한 권 나왔고, 미타라이 시리즈도 아직 안 나온 것이 많고 하니 다 보려면 멀었어..;ㅁ;


아래 접은 부분은 내용 폭로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전과는 달리 아주 자세한 내용 설명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니 일본의 병폐는 요시키 같은 형사가 말단에 머무르고 있는데서 시작되지 않았나 합니다. 국민들의 권익보다는 몸사리기, 면피하기, 책임회피가 먼저이니-그야말로 관료제의 병폐-혹여 당한 사람이 가냘픈 목소리로 외친다 한들 주먹 아래 묻힐 뿐이지요. 발로 뛰고 몸으로 뛰어 사실을 밝히는 사람은 바보로 취급당하고 호구로 취급당하지요. 앞가림 못하는 사람이라고 비웃음 당하지요. 슬픕니다.

그러니 고위 관료, 고위 임원들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것은 능력있는 말단들...(먼산)


아. 철덕이라 자부하시는 분은 꼭 읽어보세요. 기이한 이야기의 트릭은 철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잠시동안만 운행되었다는 철로. 하코다테에서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 안에서 일어납니다. 최근에 훗카이도 여행 정보를 모으면서 훗카이도의 각 지방 도시 위치를 대강 알고 있으니 이해가 빨랐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구글맵으로 보고 있노라면 헷갈릴리도 없었을텐데.-ㅁ-;



시마다 소지.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11,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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