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다 소지, <마신유희>, 두드림, 2007


시마다 소지의 책 마지막입니다. 한국에 번역된 책 중 지금 구해볼 수 있는 것은 <마신유희>, <점성술살인사건>, <용와정 살인사건>뿐이고 91년도에 국일미디어에서 <얼굴없는 시간>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절판이지만 현재의 분위기를 봐서는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도 더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니 왜 이제야 알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재미있게 읽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맛있는 것을 나중에 먹을 수 있었다는 기쁨도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은 뒤로 남기고 먹거든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봤고, 점성술이나 용와정은 표지가 무난해서 눈치를 못챘는데 마신유희의 표지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겁할 정도로 골 때립니다. 이런 이미지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보고 나서 가위 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이라면 저도 그랬겠지만 지금은 꽤 단련되었으니 얼굴을 찌푸리는 정도로 넘어갔지요.


이번에는 이시오카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배경이 스코틀랜드다보니 나올 수가 없었겠지요. 미타라이의 독주지만 용와정 당시 그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는 조금씩 감이 옵니다. 보면서 느꼈던 위화감도 맨 마지막에 확 풀리면서 쓴웃음을 짓게 만들지만 말입니다.
구약성서에서 나오는 모세와 이집트 탈출, 그리고 야훼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살짝 돌려 말하면 종교적(기독교쪽)으로 민감하신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것이 나을 것이고요.




그나저나, 밤과 노는 아이들은 이번에도 못 빌렸습니다. 빌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보고 나면 뒷 수습이 어려울 것 같아 이번에도 포기했습니다. 읽을 용기는 언제쯤 날까요.;


시마다 소지, <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2006



감상을 쓰려고 보니 이 책은 내용폭로 없이는 절대 감상을 쓸 수 없습니다. 아니, 제가 딱히 내용을 폭로하지 않아도 이 책을 찾아 읽을 분이라면 읽는 도중에 울분을 씹으며 *** 이자식! 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시게 될겁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읽으면서 이 썩을 놈의 자식이라고 내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만 당할 수는 없지요. 제 주변분들이라면, 제 소개를 읽고서 이 책을 읽을 분들이라면 이미 다 내용 폭로를 당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게 될테니까요. 어쨌거나 내용 폭로를 무의식중에 당했든 아니든 간에 이 책은 정말 읽을만 합니다. 책이 나온 것이 한참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소재를 쓴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당시는 아마 엽기 범죄로 생각되었을 법하지만 지금 본다면 잔혹성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꼭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접어두겠지만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거기는 덮어두시고 여기까지만 보신 후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아랫 부분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덧붙임.
중반부 이후에 교토 돌아다니는 장면을 읽다보니 저도 저 코스와 동일하게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토 여행을 꿈꾸는 분이라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시마다 소지, <용와정 살인사건 1-2>, 두드림, 2008


신간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 보게된 소설입니다. 교보에서는 평이 달랑 별 3개인데, 저는 그보다는 높게 주고 싶습니다. 다섯 개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거든요.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앞서 나온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냥 넘어간 모양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집니다. 대출중이니 예약을 걸어두면 이번 달 안에는 볼 수 있을겁니다.

추리소설이니 이모저모 이야기를 하면 내용 폭로가 될테니 피하고, 1-2권 합쳐 1천페이지가 넘음에도 굉장히 빨리 넘어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굉장히 세세한 묘사-1인칭시점-덕분에 제가 직접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건만 아니었다면 저 용와정을 홀랑 구입해다가(1천만엔이랍니다.;) 별장으로 쓰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습니다. 용와정은 굉장히 운치 있는 멋진 여관이더군요. 그런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입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슷하게 엽기 살인이 등장하지만 링컨 라임쪽보다는 이쪽이 훨씬 취향에 맞습니다. 그것 참 묘하죠. 같은 살인마인데도 링컨 라임쪽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링컨 라임이 너무 현실적이라서인가요? 아니, 그보다 용와정쪽이 적어도 피해자가 심적 고통은 덜 당해도 된다는 점에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팔묘촌을 비롯해 긴다이치 시리즈를 읽으신 분이라면 분위기가 굉장히 닮았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막판 반전은 긴다이치보다 이쪽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읽고 나면 "인생사 다 그런거지"라며 담배를 한 대 피워물고 싶어지니까요. 하하핫.



추천 대상은 긴다이치 시리즈(하지메의 외할아버지;)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 엽기 살인 사건도 괜찮다는 분, 책이 길어도 그정도는 충분히 참아낼 수 있다는 분입니다. 단, 모방범 쪽과는 분위기가 좀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배경이 그렇다 보니 태평양 전쟁과 관련되어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애거서 크리스티,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황금가지, 2006
<비둘기 속의 고양이>, 황금가지, 2006
<창백한 말>, 황금가지, 2006

도서관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보이길래 열심히 집어들었는데, 지금 검색하고 보니 황금가지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50권 넘게 나왔군요. 다 읽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은 건너뛰고 읽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20여 권은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애거서 크리스티는 밋밋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패턴화라는 것이 덜 보이니 아직도 애거서 할머니의 머리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을 보고 범인을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군요.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는 건너 뛰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배경은 취향에 안 맞아서 건너 뛰곤 했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백한 말은 약간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포와로도, 마플 여사도 없어요! 하지만 역시 애거서 할머니 답습니다. 요즘 추리소설들에 비하면 짧지만 괜찮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둘기 속의 고양이입니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인물 설정이나, 안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도 좋았습니다. 아니, 보다가 모 만화를 떠올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떤 만화가 떠오르는지 적으려다 보니 이거, 내용 폭로가 되겠군요. 그 부분은 맨 아래에 흰색 폰트로 써 둘테니 보실 분만 보세요.
제목의 유래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증인 중 한 사람이 한 말에서 따왔습니다. 가끔 저도 느끼는 감정입니다. 비둘기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주변의 비둘기는 그 기척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겠지요. 살기는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양 속의 늑대보다 이쪽이 확실하게 감이 오네요.

떠오르는 만화는 <블루 마하라쟈>, <카시카(원제가 뭐였죠;)>. 끝까지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겁니다.
 

막심 샤탕, <악의 영혼 1-2>, 노블마인, 2007


어쩐지............... 느낌이 닮았다 싶었더니 같은 출판사였군요. 흥흥흥.
(모 도서관에서는 책 출판사를 웅진으로 넣어놔서 말입니다. 임프린트라고 해도 그냥 따로 넣어도 되지 않나요.)





신간 검색을 하다가 악의 심연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연쇄살인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호기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나 찾아보았지요. 그랬더니 심연은 없고 전작인 영혼이 있었습니다.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중 심연이 두 번째, 영혼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부터 읽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이쪽을 먼저 잡았지요.

오늘 1권의 80% 가량을 읽고는 불같이 화를 냈고, 2권 엔딩 부분을 찾아 읽고는 급기야 손을 털었습니다. 전체의 절반을 읽은 셈인데 나머지 반은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더 읽다가는 제 정신이 피폐해지겠군요.
연쇄살인이니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텐데 부검 과정이나 부검실, 참혹한 시체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저처럼 감정이입도가 높으면 피곤해지지요. 더 읽었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끝을 확인한 것인데 끝이 또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아아. 별 생각 없이 죽 내리 읽었다가는 며칠간 끙끙 앓을 뻔했습니다. 차라리 다행이군요.

앞서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책은 스카페타 시리즈입니다. 같은 노블마인에서 나왔지요. 링컨 라임 시리즈-이것은 영화 본 콜렉터만 보았지만 일단 분위기상-와 스카페타 시리즈를 섞어 믹서에 잘 갈아 사실과 부검과 미친짓을 섞으면 이 책이 나올 겁니다. 사이코패스니 뭐니 복잡한 이야기는 넘어가죠. 오늘 G와도 대화하며 나왔지만 사이코패스는 별 것 아닙니다. 그저 똑똑한, 머리 좋은 미친X인겁니다. 복잡하게 영어로 돌려 말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 인간이 반동인물인 셈이니 소설 내내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읽는 사람도 피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CSI가 강하다고 했지만 이건 새발의 피..ㅠ_ㅠ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 그대로 지면에 옮기면 저처럼 휘둘리는 사람들은 타격을 받는다니까요.






그런 고로 스카페타, CSI, 크리미널~, 링컨 라임 모두 즐겁고 재미있게 읽고 본다는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하지만 제대로(지대로) 미친 살인범이 등장하니 그 점은 참고하세요.
 

가이도 다케루, <나이팅게일의 침묵>, 예담, 2008
도로시 R. 세이어즈, <시체는 누구?>, 시공사, 2008


제목과 같은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적절히 섞어 쓴 겁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시체는 누구.


갑자기 책 지름신이 오시면서 두 권을 한 번에 구입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책 배송은 편의점 택배로 받고 있는데 하도 많이 드나들다보니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가 얼굴을 기억하시는군요.;; 이제는 신분증 안 보여줘도 된다 하십니다. 아주머니를 본 것이 몇 번 안된다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두 권의 책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가이도 다케루 쪽입니다. 앞서 나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도 하얀거탑과 섞이면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소설은 그 후속편입니다. 글도 맛나고 번역도 좋고-권일영씨 번역. 미야베 미유키 작품을 꽤 많이 번역하셨지요-,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미소년이 주인공입니다.(웃음) 병원 내에서 간호사 투표 미소년 순위 1위에 당당히 등극한 성질 나쁜 미소년 말이죠. 성격도 마모루(마술은 속삭인다의 주인공)과 닮아 있어서 양쪽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역자 후기에 이 책의 후편이 곧 나올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총알 준비해두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나오면 바로 주문 넣어야지요.


시체는 누구는 번역이 좀 걸립니다. 나이팅게일만큼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서일까요. 제목도 원래는 <Whose body?>라는 재기 넘치는 것이었는데 시체는 누구?라고 의역을 하니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피터 윔지 경 첫 번째 이야기인데다 멋진 집사님도 나와주니 넘어갑니다. 알프레드 못지 않게 다재다능한 집사님이 등장하시는군요. 윔지경도 열심히 휘둘리고 있습니다. 귀족 탐정이라는 점에서는 다아시경과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윔지경은 아직은 미숙하고 재미로 추리에 뛰어드는 아마추어 탐정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파일로 반스와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영국과 미국의 차이인건지, 파일로 반스 쪽은 좀더 잔혹하고 사건 전개가 복잡합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쪽은 윔지경쪽이지요.
피터 윔지 경의 다른 시리즈는 동서 미스테리 북스(DMB)로 두 권이 나와 있습니다. 작가 이름이 도로시 세이어스로 나와 있으니 찾아보세요. 지금 교보에서는 둘다 35% 세일중입니다. DMB시리즈는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내에 미발표된 작품을 찾아 읽는다는 의미 정도이니 몇 권만 찾아 보시면 됩니다. 긴다이치의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혼징살인사건이나 반 다인의 필로(파일로) 반스 시리즈, 지금 이야기한 도로시 세이어스의 시리즈 정도. 집에 가지고 있는 것도 그게 전부입니다. 아,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시공사에서 최근 미번역 추리소설들을 조금씩 내주고 있는데 책 사양이나 가격에 대해서는 불만의 여지가 좀 있습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일본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군요.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은 잔혹한 감이 있어 취향에서 꽤 벗어나는 통에..=_=)


애거서 크리스티, <구름 속의 죽음>, 해문출판사, 2007
애거서 크리스티, <크리스마스 살인>, 해문출판사, 2007

크리스마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가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해문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두 권 들고와 읽고 있게 되더군요. 둘다 이번에 나온 추리문학 베스트 시리즈입니다. 해문출판사, 기왕 하는 것 반 다인 것도 마저 내주지 말입니다. 반 다인의 파일로(필로) 밴스 시리즈는 12권이라고 알고 있는데 동서문화사의 날림판과 합치면 총 7권-해문에서 3권, 동서문화사에서 4권-인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시리즈에서는 벤슨을 내줘서 동서문화사와 겹칩니다. 흑흑.

분명 G가 아직 졸업하지 않았을 때 모 대학 도서관에서 해문판 미니 사이즈를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들은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이리 되면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아니면 읽고 나서 홀랑 다 잊었다거나. 하지만 후자는 조금 신빙성이 없는게, 홀랑 다 잊는다 해도 이정도 되면 누가 범인인지 감이 와야하는데 전혀 감이 없습니다. 구름 속의 죽음은 하도 궁금해서 맨 뒤로 넘어가 범인을 확인했고 크리스마스는 나중에 범인이 밝혀진 다음에 입만 떡 벌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페어플레이라기엔 조금 미묘하지만 이정도 맛은 있어야지요.
셜록 홈즈보다는 길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이럴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긴 책은 읽기 싫고 잠깐 머리를 식히는 정도로 읽으려 할 때 말입니다. 물론 한 번에 두 권을 다 읽으려면 벅차긴 하지요.

나이를 먹을 수록 추리소설도 취향이 변해가나봅니다. 아직 어렸을 때는 셜록 홈즈를 최 상위에 두었지만 지금은 셜록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이 좋습니다. 그래도 완숙 달걀은 주인공들이 취향이 아니라 넘어가고요.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도 읽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CSI라인도 재미있게는 읽지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묘한 취향차이. 피가 튀기고 잔인한 살인 수법이 난무하는 것은 신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래도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까지는 수비범위 안입니다.
갑자기 떠오른 김에 퀸의 로마 모자를 읽으러 가야겠네요.


책 장정이 엉뚱하게 시리즈물로 취미가 붙어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중에 취향에 맞고 실제본인 것을 찾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적당한 시리즈가 없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스시가 해당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아직 완결이 안났지 않습니까. 그냥 일본판을 확 사다가 확 제본할까 싶기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군요. 정 안되면 올해는 편집에 매달려 제가 책을 제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제 편집 실력이 너무 안 좋아요. 몇 번 망쳐보면 좀 나아지려나..


요코미조 세이시, <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2007

공놀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코난 극장판 6편. 핫토리 헤이지의 첫사랑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어떤 여자아이가 공을 튀기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지 않습니까. 표지도 그런 류의 공이다보니 연상이 되었습니다. 뭐, 이야기가 그런 아이들이 죽어나가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앞서의 시리즈와 비슷한 연쇄살인사건입니다.
더벅머리의 김전일(金田日:긴다이치)은 여기서도 명탐정 기질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연쇄살인사건이 다 일어나고-다시 말해 죽을 사람 다 죽고 나서 범인을 밝혀내니 그 손자가 똑같다고 해도 뭐라 할 게 아니군요. 그저 할아버지는 출연작이 적은데다 편당 사망자가 적어서 그런 것이고 손자는 한 번 사건이 터졌다 하면 상당히 많이 죽고 출연편인 은근히 많으니 문제인 거죠. 그러다 보니 누적 사망자를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하지만 최근 취향은 아케치라서 그쪽 시리즈를 조금씩 모아볼까 싶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이 책한테 고맙다고 해야하는 일이 있었던지라 더 마음에 듭니다. 수요일 오후에 펑펑 울어서 기분도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는데 그 꿀꿀한 기분을 활짝 개게 해줬습니다. 추리소설에 푹 잠겨서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있다보니 취침시간을 훨씬 넘겼더군요. 그렇게 즐겁게 봤습니다.

지금보면 그냥 그런 수준의 소설이지만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는 좀 잔혹하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도 있습니다. 손자 시리즈에서 소품을 사용해 일부러 꾸민 것도 할아버지 시리즈를 보면 꽤 이해가 갑니다. 읽다보니 손자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어진달까요. 원작을 알고 나서야 패러디가 이해되는 느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아. 진짜 템레르 읽으러갑니다.


요코야마 히데오, <종신검시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 작가의 전 작품인 사라진 이틀은 읽을까 말까 하다가 끝 부분만 확인하고(...) 살며시 덮었던 책입니다. 한데 이 책을 읽고 났더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작가의 전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드는 멋진 책입니다.

일본과 한국에서의 검시관제도는 꽤 다른 모양입니다. 여기서는 경찰 보직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더군요. 종신검시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주인공은 깐깐하면서도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철두철미 합니다. 업무 스타일을 따지자면 CSI 라스베가스팀과도 비슷할까요? 하지만 이쪽은 혼자서 주변의 모든 정황을 살피고 추리해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있으니 훨씬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답게(?) 성격은 굉장히 안 좋습니다.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치정싸움에 휘말려 칼부림 당할 뻔하고, 쿨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삐딱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을 이뤘는데 그 동안 그를 통해 죽음의 비밀이 벗겨진 사람이 몇인지, 그 덕분에 미제가 될 뻔했다가 해결된 사건이 몇인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책에 나온게 그 정도면 (설정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겠지요.

간만에 마음에 드는 멋진 중년(노년?)탐정을 만났습니다. 음훗. 하지만 이런 사람이 상사라면 난감하긴 하겠군요. 일은 많이 배우겠지만 좀...;


표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티스타~와 같은 삽화가가 아닌가란 생각이 드네요.
The Moving Finger 해문판 움직이는 손가락(16권) 맨 마지막 부분입니다.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꼭 한 가지 있어요. 뭐냐 하면, 그 개한테 목걸이와 줄이 있는데도 조안나는 따로 목걸이와 줄을 하나씩 더 보냈거든. 그것이 어디에 필요한 건지 아세요?"
"그건 말이지........."
내가 고소를 금치 못하며 말했다.
"조안나의 조그만 장난에 불과한 거야."


애거서 크리스티는 역시 최고예요! 저런 유머라니!


아,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모 블로거의 페이지에도 있었던 것처럼 애거서 크리스티는 커플링을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최근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를 다시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꼈지요. 이번 편도 마찬가지로 커플이 등장합니다. 남매가 각각 짝을 찾아서 이루게 되는데요, 이중 여동생(글 속의 조안나)이 자기 올케되는 사람에게 개를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 개와는 별도로 목걸이와 줄을 보낸 것이지요.

저는 미혼이지만 분명 이 상징을 이해합니다. 충~분히 말이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모처에 이번에 책이 한 가득 들어왔습니다.
북트럭을 하나 꽉꽉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분량이예요. 대강 추려서 200권?
이번에 들어온 책의 상당수가 추리 소설이라 즐겁게 여름을 보낼 자원을 얻은 셈입니다.

지난 수-목요일 동안 읽은 추리소설은 세 권.
들어온 추리소설만 꼽아보면 시간과공간사판 셜록홈즈 전집,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 전집, 그리고 해문판 애거서 크리스티 개장판 전집(이라고 해봤자 18권)입니다. 뭐, 다빈치 코드나 내 이름은 빨강도 들어왔지만 그건 일단 뺍시다.

앞의 두 종은 집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런 고로 역시 중심이 되는 것은 애거서 아주머니예요. 애거서 아주머니의 탐정 중에서는 미스 마플이 제일 취향이라 일곱명의 탐정 중에서 고를 때도 미스 마플을 뽑았는데요 만약 거기에 엘러리가 있었다면 당연히 엘러리를 골랐을 겁니다. 파일로 밴스 쪽은 좀 위험 부담이 크죠.

읽은 책 세 권은 커튼, 13인의 만찬, 죽음과의 약속입니다.
커튼은 에르큘 포와로의 마지막 권입니다.
예전에 슬쩍 언급되었던 이야기가 있군요. 여기서는 포와로보다 헤이스팅스가 중심이 되어서 사건이 벌어진다고요.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안 하겠습니다. 원래 추리소설은 내용 공개를 하면 안되죠. 그러니 동생에게 추리 소설을 건네줄 때도 절대 이야기 언급은 안합니다. 소설의 맛이 떨어지니까요.

죽음과의 약속도 꽤 취향이었습니다.
이건 예전에 문고처럼 작게 나온 해문판으로 읽었어요. 동생네 학교 도서관에서 한참 애거서 크리스티를 빌려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다 봤지요.

음. 잠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동생네 학교 도서관은 동생이 복학하는 다음학기부터 이용 가능합니다.
사실 도서 신청하는 것도 거의 제가 했었지요. 동생 아이디를 빌려서 스리슬쩍 들어가 보고 싶은 책을 신청하곤 했는데 역시 대학도서관은 좋아요. 이런 저런 어려운 책을 신청해도 전혀 부담이 없거든요. 그리고 책도 빨리 들어오는 편이고요.
그 D대 도서관의 좋은 점이라 하면 역시 햇빛이 잘 안 들어온다는 겁니다. 도서관 책들의 천적은 습기, 직사광선, 벌레 정도이려나? 하여간 반지하 비슷한데 들어가 있어서 좋습니다. 거기에 아직 크기가 작아서 도서관 한 층으로 전체 책이 커버가 된다는 점이 좋지요. 뭐, 제가 다닌 모 대학의 경우 소설과 인문 서적이 완전히 분리 되어 있고 거기에다 과학도서관은 분관이 되어 따로 나가 있어서 사람 열 받게 만들었으니 ...
D대 도서관의 좋은점이 또 하나 있다면 신기한 책들이 많다는 겁니다. 책을 수서할 때 아마도 단체로 들여 놓나봐요. 뱀파이어 시리즈야 이번에 재판(이라기 보다는 2쇄가 맞겠지만)이 되어 나왔지만 그 전에는 구할 곳이 전혀 없었지요. 한데 이 대학도서관에는 전집이 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앤 라이스 전집이 들어와 있는 도서관은 희귀한 편이예요. 거기에다 해문판 애거서도 전집으로 들어와 있지,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로 캐드펠 시리즈와 엘러리 전집이 있다는 것도 꼽을 수 있어요. 그정도로 특이한 도서관입니다.

자아. 본론으로 돌아가서........

죽음과의 약속은 동생을 통해서 빌려봤습니다. 범인을 알고 있음에도 세부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였는지 엔딩 부분은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 탐정 골라 사건 맞기기 이야기에서 나오는 대로 포와로에게 맡기면 결혼 성공률은 100%입니다. 헤이스팅스조차 사건 와중에 만난 여자랑 결혼하지 않았던가요? 죽음과의 약속도 다를게 없어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끼리 자연스레 커플링이 이루어집니다. 허허.

13인의 만찬은 처음 읽어보는 책이었지요. 이것도 잘생긴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의외로 좋았습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인건가요. 캐드펠 시리즈 중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귀신들린 아이(악마의 견습생)의 경우에도 잘생긴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즐겁게 읽었다고 기억합니다. 역시 미인을 좋아하는 것은 ... 제 취향인가봅니다. 금발 팻치인건가요?


오늘도 주말 동안에 읽을 추리 소설을 골라야겠습니다. 반 다인 시리즈는 결국 못참고 샀으니 문제가 안되고, 애거서 크리스티 중에서 몇 권 골라야겠습니다. 이러다가 에도의 패스트푸드나 장안의 봄은 뒤로 미뤄지는게 아닌가 몰라요.

핫. 내일은 시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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