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은 것들 정리하기가 정말 싫어서 그냥 한 번에 몰아 쓰렵니다. 요 며칠 지뢰를 계속 밟아서 그런가봅니다.

온다 리쿠, <금지된 낙원>
온다 리쿠, <구형의 계절>
우에다 아키나리, <우게쓰 이야기>
아사다 지로,<월하의 연인>
카리야 테츠,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 1-2>
케이트 케리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데이비드 제롤드,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
여성건축기술자회,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
아사쿠라 다쿠야, <눈의 야화>
모리오카 히로유키, <달과 어둠의 전기>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제프리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음, 이것말고도 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니 넘어가고.

달과 어둠의 전기.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가보자 싶어서 읽었는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뒷 권이나 관련 시리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영감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10대의 방약무인한 소년이 무전취식을 노리면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퇴치할 능력도 없으면서 퇴치하겠다고 한 것이 사기 치는 것이지 뭡니까. 하여간 도서관에서 망설이다가 집어 들어 피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달과 어둠의 전기보다 더 지독했던 것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입니다. 이건 읽다가 던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앞에 몇 장 읽어보고는 더 읽다가는 속 터지겠다 싶어 반납했습니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어느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충동적으로 결혼하고는 그에 대해 후회를 할까 마음 편히 살까 고민하는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앞 부분만 읽고는 도저히 공감이 안가서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레시피라도 잔뜩 있을까 싶었는데 각 장 앞에 하나씩 소개 되어 있어 5-6개 남짓만 있더군요.
느낌은 할리퀸 로맨스의 뒷 이야기랄까..?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결혼해서 이렇게 마음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권도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앞부분은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한 소설, 뒤는 사진 위주입니다. 짤막한 에세이 같은 것도 있는데 전 에세이 쪽이 더 좋더군요. 그러고 보니 김영하는 소설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네요. 예전에 랄랄라 하우스만 빌려 읽었던가요.

아사다 지로는 프리즌 호텔만 좋은가봅니다. 특히 몽환적이고 알 수 없는 단편집들은 정말 책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손 대지만 읽고 나서는 항상 후회합니다. 사고루 기담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아야시~는 뒤끝이 안 좋았고 월하의 연인은 쓰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단편이 몇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는다 해도 평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것인데 책 판형이나 글씨 크기, 편집, 그림 등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캔터베리 이야기 자체는 재미없었습니다.

아사쿠라 다쿠야의 눈의 야화는 이전에 새틀라이트 크루즈를 괜찮게 봐서 빌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묘. 책이 두껍지만 안 읽히는 책은 아닌데 몇 군데서 묘하게 늘어집니다. 특정 부분의 묘사, 주인공의 심리적 독백 같은 곳이 지나치게 길어서 소설의 맥을 가늘게 만듭니다. 요약하자면 별 생각 없이 미술을 시작했다가 꽤 잘나가던 주인공이 좌절하고 다시 손대기까지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눈과 관련된 설화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무난하게 볼만하지만 중간에 그 늘어지는 부분에서 지겨워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답답한 성격입니다. 무심에 소심을 더하면 이런 성격일거예요.;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 다른 부분도 많고요. 한국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다 단독주택도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문데, 일본은 아파트나 빌라보다도 정원 가꾸기가 가능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지 단독주택에 대한 개조 사례가 많습니다. 그것도 오래된 집에 대한 개축이 많더군요.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로 거실과 부엌을 개조하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부엌을 배치할 때 햇살이 잘 들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둔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는 에도 시대에 나온 유명한 설화문학이랍니다. 신간을 둘러보다가 내용 소개에 흥미가 끌려서 도서관에 주문해 빌려다 보았습니다.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각 이야기의 뒤에 실려 있는 해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많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요재지이였나, 하여간 그런 류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은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가 쓴 책입니다. 맛의 달인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작가 성격이 나쁘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엊그제 초록불님이 편집자와 작가의 차이는 자뻑기질 차이라고 했는데 이걸 떠올리면 금방 납득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제 멋에 사는 작가예요.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 그림들과 함께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1권은 주로 음식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가, 2권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국가별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별 요리라고는 해도 프랑스 요리 때는 푸와그라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료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두서 없이 늘어 놓는 음식 이야기이니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맛의 달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두말없이 추천합니다. 읽고 있자면 카이바라(번역판에서는 우미하라. 카이바라라고 읽는 것이 맞답니다)나 지로의 나쁜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단번에 아실겁니다.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독신으로 살아오던 어느 작가가 문득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갖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하는데, 이 아이는 자신이 화성인이고 언젠가 화성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화성인에서 지구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이게 순위가 높은 것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작가가 스타트랙 작가라고 해서 홀랑 낚였거든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Happy SF를 봤고, 그래서 여러 SF 소설에 구미가 당기던 차에 별 생각 없이 빌린 책이 SF 작가가 쓴 책인겁니다. 그것만 해도 우연의 일치라 할텐데 번역자는 Happy SF 2호에 실린 단편의 작가였습니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같은 분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SF관련 여러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책은 작고 얇지만 여운도 그렇고 느낌도 좋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

마지막이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과 구형의 계절인데, 사실 둘다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처음 시작은 도시괴담이더니 어느 순간 판타지 소설로 넘어가더군요. 아이쭈님이 네크로폴리스랑 구형의 계절을 보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화냈다 하시던데 이해가 갑니다. 구형의 계절보다는 네크로폴리스가 조금 더 낫긴 합니다. 구형의 계절은 60%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전개되는지, 엉뚱하게 마구 흘러버립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나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처럼 학원물을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퍽 맞은 느낌일까요. 열린 엔딩이라 더 그렇습니다.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마음에 안듭니다.
금지된 낙원도 막판 뒤집기에서 빈대떡을 홀랑 다 태워먹은 느낌입니다. 긴장감을 잘 조성하면서 공포물로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오컬트가 됩니다. 두 사람이 막판 뒤집기를 할 거란건 알았지만 그쪽이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은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 싶었고, 다른 한 쪽은 최종보스 치고는 너무 약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엘프가 매그넘샷 한 발에 글라스기브넨을 날려버린 듯한 느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묵혀둔 책이 몇 권 안 남았는데 이것 다 읽고 나서 뭘 보나 싶습니다.ㅠ_ㅠ

         

온다 리쿠, <네크로폴리스 1-2>, 문학동네, 2008, 12000원
<클레오파트라의 꿈>, 노블마인, 2008, 10000원
<구형의 계절>,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10000원


어쩌다보니 온다 리쿠의 책을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네크로폴리스. 두 권을 몰입해 읽고 나서는 간만에 재미있게 봤다고 흥분하다가 도서관에 클레오파트라의 꿈이 들어온 것을 봤습니다. 이게 시리즈였다는 것은 기억하는데 몇 번째 편인지도 가물가물해서 일단 빌려놓고 보자는 생각에 빌렸습니다. 꽤 재미있게 보고 나서는 이번엔 구형의 계절이 서가에 꽂힌 것을 봅니다. 이쪽은 조금 망설였다가 빌려서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읽을 책이 있었다면 구형의 계절은 손을 대지 않았을건데 묘하게 요즘에는 읽을 책이 없더군요. 재탕을 하느니 도전을 하겠다 싶어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빌렸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초기작품입니다. 느낌은 여섯번째 사요코와 가장 닮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도시전설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붕 뜹니다. 앞과 뒤의 괴리감이랄까요. 기대하던 방향에서 책이 멀어지면서 불만족스럽게 결말을 맞았습니다. 여섯번째 사요코처럼 남녀 고등학생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보신다면 좋지만 뒷부분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알아두세요.;
아참. 덧붙이면 번역이 어긋난 부분이 한 곳 있습니다. 밀크빵.................. 나우시카에 대한 주석을 엉뚱하게 달았던 무라카미 류의 수필집 못지 않게 강렬했습니다. 한 동안 잊지 못할겁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인 메이즈는 예약 신청했는데 아직 들어오려면 멀었나봅니다.
앞 권을 예약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메구미란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군요. 그러니까 조인성 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가 여자말투를 쓴다는 설정인가본데 한국은 여자말투와 남자말투가 나뉘어 있지 않으니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없지만 이걸 여성스러운 말투를 쓴다로 살짝 바꿔보면 닭살이 오도독 돋습니다. 대체적으로 번역은 무난한데 몇 군데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집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렇더군요. 여성스러운 말투로 바꾸다보니 말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요.
이 책은 스토리의 전개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정도로 메구미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네크로폴리스는 엔딩부분만 아니면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겁니다. 결말이 취향이 아니긴 한데 전체 흐름이나 설정은 굉장히 취향입니다. 끝맺음이 걸려서 그런 것이지만 설정도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1-2권으로 나뉘어 있음에도 상당히 두꺼운데다 페이지당 글도 굉장히 많습니다. 가격 대 성능비가 좋다고 할까요.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구입 예정 목록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계속 밀릴 가능성도 있지만, 읽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자금 여유가 생기면 바로 구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너스 트랙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재미있게 본 순서는 감상 쓴 순서의 반대입니다. -ㅂ-



하여간 책 살 돈 좀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달 유가환급금 나오면 그걸로 좀 질러볼까요.;ㅂ;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더럽혀진 천사>, 학산문화사, 2008, 5800원

이글루스 밸리에서 '문학소녀' 시리즈가 일본에서 완결났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그리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4권을 보고 있었는데...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 e-hon을 검색했더니 문학소녀는 전 시리즈가 8권입니다. 최근권이 8번째 책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4권까지만 나와 있고 말입니다. 아직 4권이 더 남았습니다. 5권이 완결일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다음권부터는 구입해서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완결권 나올 때까지 봉인을 할지 말지 고민입니다. 토오코가 1권에서는 2학년, 4권에서는 수험생(그것도 시험이 코앞)입니다. 그렇다면 재수생일 될 것인가 대학생이 될 것인가가 문제?; 4권 분위기 봐서는 재수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걸요. 등급 E라니 말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모의고사는 후배가 신경쓰여서 땡땡이 쳤답니다. 으허허허;

나나세 같은 타입은 제가 질색하고 있는데다 문학부원 커플을 밀고 있으니 엔딩이 어떻게 날지 궁금합니다. 올해 안에 완결권까지 나오는 것은 무리고, 내년까지 꼬박 모으면 되겠지요. 하여간 꽂아둘 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ㅂ-;;


아리스가와 아리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시작, 2008, 11000원
카와이 치구사, <에스페란사 7(완결)>, 신서관


에스페란사는 정보 따로 빼오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그냥 글로만 적겠습니다.;;

에스페란사는 1-6까지 잘 모아 놓고, 7권을 못구했습니다. 이게 완결권인데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품절된 뒤에야 알았습니다. 서울문화사의 품절은 대개 절판과 이어지기 때문에 다시 나올거라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품절된지도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에야 구하기가 더욱 어렵지요.
(지난주에 북새통 갔다가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몇몇 책들의 앞 권 재고가 빠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S에게 이야기 했더니 혹시 덤핑목록이 풀리는 것이 아닌가 하더군요. 주목하시길; )

에스페란사와 용기단 외전을 같이 주문했는데, 안면이 있는 그 직원분이 책을 검색해보시고는 고개를 갸웃거리시더군요. 둘다 e-hon에서 탐미쪽으로 카테고리가 잡혀 있더랍니다. 으허허허; 특히 표지가 묘한 경우 검수과정에서 잡힐 수가 있기 때문에 교보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런 쪽 책들의 주문을 꺼린답니다. 뭐, 듣기로는 최근 검수쪽 담당자가 바뀌어서 묘한 표지가 보이면 주문처인 교보에 전화를 한다나요. 어쨌건 교보에서는 책 주문이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ㅂ- 저야 그렇게 심각한 책은 주문하지 않지만요. 아, 다음에 일본갈 때까지 안 나오면 G-Defend 마지막 두 권도 구해와야죠.; 동수사책은 교보에서 아예 주문이 안되어서..

에스페란사의 결말이 어찌되었는지 물었더니 해피엔딩이라 해서 가슴을 쓸어 내렸는데 이렇게 나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놔.......; 끝부분의 그 장면을 보고는 패닉이 되어서 책장을 넘기지 못했는데 2-3번 정도 죽 읽어나가다보니 전개가 이해되는군요. 허허. 게다가 내부 일러스트도 의도적이었다는게 밝혀지고요. 흑..;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카와이 치구사는 한국에 나온 책이 에스페란사 한 권뿐이라 모르는 분들이 많을텐데, 가장 최근 작업으로 알고 있는 것이 영국요이담의 삽화입니다. 영국요이담도 원래 그 삽화에 낚여서 원서로 1권 주문했다가 크리티컬 히트 맞고는 뻗어서 그 뒤로는 손을 안댔지요. 스페셜은 그래도 이야기가 무난했지만 나머지는 어둡습니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읽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리뷰를 적는다, 적는다 하고는 까맣게 잊고 이제 올리는 바람에 내용도 가물가물하네요.
작가를 보면 아시겠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입니다. 이 작가 책은 시공사에서만 두 권이 나왔습니다. 시리즈가 조금 특이해서,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로 나뉘는데 시공사에서 나온 것은 둘다 학생 쪽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하얀 토끼~는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고요. 어느 쪽이건간에 아리스가와는 보조역, 실제 트릭을 풀어내는 것은 범죄학자인 히무라 히데오와 대학 동아리 부장 에가미 지로입니다.
하얀 토끼~는 단편집인데 구성이나 전개되는 이야기나 <탐정 갈릴레오>가 떠오릅니다. 갈릴레오는 탐정과 형사가 한 팀이고 하얀 토끼는 범죄학자와 소설가 한 팀이지만 단편의 구성이 그래서인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대신 하얀 토끼는 트릭에 중점을 둡니다. 시점이 자주 바뀌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독자에게도 같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 같은데, 그런 쪽에 신경 안 쓰는 저는 조금 산만하게 보였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처음으로 나온 작가 아리스 이야기니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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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읽고 있는 것은 Happy SF. 으허허허;ㅂ; 어제 마일즈의 전쟁 읽다가 데굴데굴 굴러버린 고로 지금도 아주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마스터.....;ㅂ; 덕분에 책 질러야할 것 같아요.;ㅂ;
                             

아마기 슈스케, <강각의 레기오스 1>, 대원씨아이, 2008, 6천원
타니 미즈에, <백작과 요정 1>, 학산문화사, 2007, 5900원
코다 가쿠토, <Missing 1>, 시드노벨, 2008, 5900원
다나카 로미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1>, 서울문화사, 2008, 6천원
오노 후유미, <17세의 봄>, 조은세상, 2005, 75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죽고 싶은 광대>,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순서대로 따지면 대출, 구입, 대출, 구입, 대출, 대출, 대출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저리 섞였군요. 신기할세....;

강각의 레기오스와 미싱은 생협 번개 때 빌린 책입니다. 백작과 요정과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지난 일요일에 구입했고, 17세의 봄은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이 17세의 봄은 작가 후기의 표지 이야기를 보고 금방 알았습니다. 읽으면서도 그게 아닌가 싶었는데, 2년 전엔가 신주쿠 기노쿠니야 포레스트점 2층의 모 코너에 갔다가 눈에 휙 들어온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작가는 오노 후유미인데 삽화가 하츠 아키코씨더군요. 오노 후유미보다는 하츠 아키코가 더 끌려서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손을 뗐는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불행한 결말은 아니지만 공포물이니까요. 그래도 악몽이 깃든 집보다는 덜 무섭습니다.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아서, 차라리 라이트노벨처럼 문고판으로 나왔다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그도 그런게, 표지는 십이국기보다 더 괴악하고, 편집이나 표지 디자인이나 다 책에 손을 대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십이국기도 그렇고 오노 후유미씨 책은 일반 사양(신국판)보다는 문고판이 낫다고 보거든요. 어쨌건 소설 내용과 작가 때문에는 추천할만하지만 구입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작가를 정말 좋아해서 사서 읽고 싶다면 말리지 않지만, 그러기에도 책 만듦새가 마음에 안듭니다. 그러니 제가 십이국기를 원서로 샀죠.;
내용은 혈통에 얽힌 이야기인데, 옛날 이야기구나~ 싶습니다. 필터링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음?)


미싱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책에서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어요. 게다가 지나치게 잘난 고등학생들에게 반감이 들기도 했고요.

학교 배경이라면 차라리 '문학소녀'쪽이 낫습니다. 전개나 구성이나 제 취향은 이쪽에 가깝습니다. 4권까지 나와 있는데 2권까지 읽고는 구입해서 뒷 권을 볼까, 도서관에서 빌려다 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라이트 노벨은 사는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사고 난 뒤에 보관하기가 더 복잡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서가는 입추의 여지도 없습니다. 이제 어디다 쌓아야 하는지가 고민입니다. 바닥에 더 쌓아 두었다가는 어머니의 시선이 두렵고요. 박스에 담아 올리려 해도 이제 올릴 곳이 없는 상황인데..
'문학소녀'는 뭔가 사정이 있는 남자주인공 코노하와 독특한 취향을 가진 여자주인공 토오코의 조합입니다. 사건에 휘말리는 것은 코노하지만 휘말리게 만드는 것은 항상 토오코입니다. 시점은 코노하를 중심으로 움직이니 굳이 따지자면 코노하쪽이 왓슨이군요. 사건의 정리를 하는 것이 토오코라는 점도 왓슨역으로 무게를 잡는 이유입니다.
뭐, 내용이야 평이하지만 '문학소녀'가 주인공인만큼 여러 소설이나 책이 언급됩니다. 보고 있자면 저도 먹고 싶어지는걸요. 구입여부를 망설이는 것도 꽤 마음에 들었다는 반증이고요. 일러스트에 반했다는 것은 부차적인 이유이고요. .. 정말 부차적인지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이글루스 도서밸리에서 관련 글이 몇 번 올라오길래 호기심이 생겨 집어 들었습니다. 책 뒷면의 요정에다가 표지 일러스트에 걸려들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흠흠.
이야기의 설정도, 요정 일러스트도 굉장히 귀엽습니다. 도입부라서 아직 어떤 이야기로 넘어갈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아쉽고요. 2권이, 이 시리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최악일지, 무난할지, 재미있다일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추천 보류입니다.'ㅅ'


강각의 레기오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에 역으로 호기심이 생겼는데 1권을 끌고 나가는 글 타입은 전형적인 용자물입니다. 좌절한 남자주인공, 새로운 환경, 수 많은 여자들(...), 활기를 얻고, 갱생(?)하여 활약. 2권 예고를 보면 지상(지극히 상식적인) 전개로 갈 모양인데 그럼에도 궁금한 것이 사람 심리죠. 전투장면이나 돌아가는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2권은 현재 번역중이라는데 빨리 다음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추천. 첫비행님 취향이 아닐까 생각이..?


백작과 요정. 애니메이션 프리뷰만 봤는데 딱 1권 앞부분이더군요. 이 일러스트가 움직이는 것을 본 셈이니 흐뭇한 마음으로 책을 봤습니다. 무난합니다. 로맨스가 주가 된 요정이야기로군요. 그렇다고 해서 요정이야기가 아주 허술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한 이야기에 담겨 있으니 거기에 맞춰 요정들도 등장합니다. 요정 일러스트가 많지 않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요. 일러스트는 상당수가 백작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워낙 잘생겼으니 (여성) 독자를 유혹하려면 가장 적절한 방법입니다. 음.
저는 취향에 맞아서 다음 책도 사볼 생각이지만 다른 분들께 사서 보라고 추천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취향에 따라 느낌이 갈릴 수 있으니까요. 할리퀸이나 기타 로맨스와 닮았으니 그쪽을 좋아하시고 요정이나 영국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지요.



(와아, 끝! 이제는 아사다 지로 책 한 권만 남았군요.ㅠ_ㅠ)
         

요코미조 세이지, <이누가미 일족>, 시공사, 2008, 11000원
아키타 요시노부, <마술사 오펜 1>, 대원씨아이, 2002, 5500원
매트 리들리, <The Red Queen = 붉은 여왕>, 김영사, 2006, 24000원


마술사 오펜부터.
오펜은 출간 당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은데다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애니메이션 쪽에서 먼저 음악을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애니 제목, 오프닝과 엔딩 음악, 소설 순으로 안 겁니다. 순서가 바뀌었지요. 제목만 알고 있다가 도서관에 오펜시리즈가 있길래 집어들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취향이 아닙니다. 1권과 3권만 읽고는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고이 밀어 넣었습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은 이번에 오펜 소설이 연재중이란 이야기를 살짝 들었기 때문이지만..'ㅂ';
오펜이라는 캐릭터는 나쁘지 않지만 옆의 민폐 캐릭터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더군요.


붉은 여왕은 이번이 두 번째로 읽는 겁니다. 이 책은 개정판이라고 알고 있는데, 예전에 매트 리들리의 게놈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는 붉은 여왕도 호기심이 생겨서 예전 판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떡제본의 신국판 사이즈 책이었는데 지금은 책이 훨씬 두꺼워졌습니다. 판형은 조금 작아졌고요. 종이가 가벼워서 무게는 생각보다 가볍지만 그래도 원체 두꺼운데다 부피가 있어서 들고 다니며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읽을만 했지요.
지금 다시 읽으니 제 생각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상당히 많아서 뒷부분은 날려가며 읽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읽다보니 Alice가 다시 읽고 싶어지던걸요.


이누가미 일족.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꽤 죽어나갑니다. 김전일이 그렇게 할아버지 이름을 부르짖으면서 도 왜 계속 사람이 죽게 놔두나 싶었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할아버지를 빼 닮은 겁니다. 할아버지도 웬만큼 죽어나가야 사건 해결이 가능하더군요. 옛날 소설이다보니 정형화된 캐릭터가 나온다거나 상황도 신파에 가깝게 흐른다거나 하는데, 제목 때문에 목천이 주연을 맡은 모 드라마가 생각나더군요. 물론 줄거리는 상당히 다릅니다.;;
어쨌건 미인과 돈은 분쟁의 씨앗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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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짧으니 책 두 권 더 넣지요.

타니 미즈에, <백작과 요정 8>,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시노하라 미키(MIKI SHINOHARA), <영국요이담 Special>, 대원씨아이, 2008, 6천원


둘다 중간권만 덜렁 구입했습니다. 백작과 요정 8은 단편집, 영국요이담 Special은 외전입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전체 흐름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이 두 권은 외전이자 단편이라 따로 움직일 것 같아서 사전 조사차 읽었습니다.

영국요이담은 이 책이 처음으로 읽는 건 아닙니다. 예전에 파후에 실린 광고를 보고는 삽화가에 낚여서 원서로 1권만 사다보았던 겁니다. 그 때는 아직 메이퀸이니 뭐니 라이트 노벨이 많이 나와 있지 않아서 번역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NT 노벨만 있었거든요. 번역되어 나올 줄 알았으면 안 샀죠. 가격도 번역본이 저렴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읽어보고는 뒤통수를 여러 대 얻어 맞고 만신창이가 되어서 뒷권은 보지 않았습니다. Special은 1권보다 앞의 이야기고 표지만 봐서는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서 안심하고 구입했는데 다행입니다. 정말 밝은 분위기였습니다. 다른 책도 혹시 그럴까 싶었는데 작가 후기에, 이 외전이 전체 분위기와는 동떨어져있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로 다른 책들은 볼 생각을 접었습니다.
영국요이담은 소재는 요정이고 주제는 남자 기숙학교생활이지만 느낌은 호러입니다. 유령도 등장하고 피튀기는 이야기도 등장하고 대체적으로 암울한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일단 괜찮게 끝나기는 하지만 이게 행복한 결말인지는 확신이 안 서는 타입입니다. 공포물을 좋아하고 요정이야기도 좋아하고 새드엔딩도 관계없다면 읽으셔도 좋습니다. 단, 스페셜편은 굉장히 반짝반짝 합니다.'ㅂ'

백작과 요정도 같은 요정물이지만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이건 소재가 요정이고 주제는 연애입니다. 페어리 닥터와 고용주인 백작의 관계가 참 .... 로맨스물 답습니다. 페어리 닥터는 둔하고, 백작은 바람둥이입니다. 백작은 이 여자, 저 여자, 마음에 드는 모든 여자에게 친절한 바람둥이지만 하도 바람둥이라 페어리 닥터에게 구애할 때마다 퇴짜를 맞습니다. 진심으로 대한다고 한들 다른 여자에게 대하는 것과의 차이를 둔한 리디아가 느낄 수 있을리 없지요. 맨날 뒤에서는 이렇게 좋아하는데라고 웅얼웅얼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니 리디아가 진심으로 받아 들일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리디아는 또 백작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으면서도 저런 바람둥이한테 마음이 가서는 안돼라며 다잡고 있지요. 그래도 8권까지 오는 동안 꽤 진전이 있었던 모양이니 엔딩까지는 결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 몇 권에서 완결날지는 감도 안옵니다.
요정이야기는 여럿 나오지만 연애에 시선이 팔리다보니 상대적으로 빈약합니다. 시이나의 정령일기(이쪽은 만화지만)와 비교하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네요. 장편은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이건 영국요이담보다는 짧으니-영국요이담은 본편만 16권 출간;-구입 시도는 해볼만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다 구입했다능~"이란 인증샷이 안 올라오길 바라고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 <외딴집 상-하>, 북스피어, 2007, 각 권 12000


오늘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업무시간 중 독서라는 이야기; )


줄거리를 듣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 내용이 달라 꽤 당황했습니다. 이미지는 보통의 죄수와 어벙버리한 꼬마 아이간의 인간적인 교류정도였는데 스케일이 확 크군요. 거기에 주변 분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약간의 내용폭로를 당한 셈이었지만 그것도 제가 생각한 최악의 수는 피했습니다. 하기야 미미여사가 그렇게까지 잔혹하게 갈리는 없지요. ... 모방범에서 누구가 죽고 크게 그런 장치로 쓰일 때는 속으로 분개했지만 말입니다.

초기에 나오는 것이니 이정도는 이야기해도 되겠지요?
초기 교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태어난 뒤의 가정 교육 말입니다. 아무리 후천적인 교육이 있다 한 들, 초기에 자극이 없으면 나중에 개발되기는 힘든 모양입니다. 하기야 늑대소녀나 늑대소년의 예를 봐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모 소설에서처럼 늑대소년이나 늑대소녀가 연구자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일반인 수준으로 지능이 개발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나포(?)되면 대체적으로 행동학자나 생태학자들에게 붙들려가서 연구소의 연구 대상이 되어 그렇게 길러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아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는 사례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다면 가르쳐주세요.;ㅅ;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좀 가혹해서 말입니다. 흑흑;

여론과 음모와 흑막의 삼중주를 들을 수 있지만 생각보다 평화롭습니다. 그리고 미미여사를 믿으세요.+ㅅ+


아, 역자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김소연씨입니다!
교고쿠도 시리즈랑 음양사, 샤바케에 외딴집까지 모두 시대물인셈입니다. 교고쿠도는 근대물에 가깝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시대물이지요. 이번 책도 굉장히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점의 처리에 꽤 고심하신 모양입니다. 아마도 요미가타(한자 위에 읽는 법을 쓴 작은 히라가나) 때문에 그리 하신 듯합니다. 방점에 유의하시면서 그 변화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본편에서는 아마 한자가 다 바뀌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서로 읽을 때는 한자난무에 모르는 단어 난무로 꽤 고생하지 않을까 싶은걸요.
    

앨리스 설탕,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가이도 다케루, <제너럴 루주의 개선>, 예담, 2008, 10000원


어제 다 읽은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 리뷰를 적으려다가 문득 제너럴 루주의 개선 리뷰를 썼던가 싶은 겁니다. 뒤져보니 안 썼더군요. 읽고서 마음에 들어 광분하며 봐놓고는 이런 바보짓을 하다니. 도서 입수 경로가 달라서 까맣게 잊었나봅니다. 흑흑;

팝업북은 제게 있어 손댈 수 없는 영역의 물건입니다. 책은 좋아하지만 팝업북은 글이 주가 아니라 그림이 주가 되지요. 그림책도 좋아하지만 입체적인 영역의 팝업북은 취향이 아니랄까요. 상상하는 재미가 떨어져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뭐, 현실적인 이유를 몇 가지 대자면 가격이 비싼편이다, 책 판형이 일정하지 않아서 수납하기 어렵다 정도일겁니다. 예전에 마쟈님이 보여주신 위니 더 푸 팝업북을 보고도 홀랑 넘어갈뻔 했으니까요.

다른 작은탐닉 시리즈가 실명을 달고 나왔지만 이 책은 앨리스설탕이라는 닉으로 나왔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부부의 공동필명입니다. 잡화점이라고 함은 두 사람의 취향에 맞는 온갖 물건을 팔다보니 어느 물건을 판다고 딱 잘라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팝업북도 가게에서 파는 상품 중 하나고요. 저는 수집은 하지만 그걸 판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기 때문에 가게를 여는 것은 무리입니다. 소유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서 말입니다. 요즘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져서 필요가 적다 싶으면 버리지만 예전에는 온갖 잡동사니를 다 모아 끌어 안고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여러 종류의 팝업북을 다루면서 팝업북의 역사에 대한 개론적인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팝업북에 관심을 가지고 간단한 역사라도 알면서 수집하고 싶다는 분들, 팝업북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재미로 읽기에도 좋은 책이고요. 작은탐닉이라는 시리즈 주제에도 딱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나 지름신이 두려우신 분들은 건드리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덧붙여.
캔디캔디의 팝업북도 실려 있습니다.; 저는 만화판으로만 기억하고 이게 원작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소설판이 원작, 만화는 그 다음이랍니다. 문제는 원작 소설이 어떤 내용인가라는 점인데, 한창 캔디캔디가 인기를 끌 무렵에 한국에서 여러 판본의 캔디캔디가 나와서 말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 중에는 4권으로 완결나고, 속 캔디캔디인가..까지 나온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총 5권인셈이지요. 이 버전에서는 캔디와 테리가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거기까지 가는 이야기가 아침드라마수준입니다. 지금도 대강의 얼개를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살짝 가르쳐주세요.


제너럴 루주.
험한 표현으로 쓰면 "닥추"입니다. 닥치고, 추천합니다.(먼산)
일본에서는 아직 뒷 권이 나오지 않았고 나선미궁이라는 외전편만 나왔다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작가에게 뒷권을 달라고 메일이라도 보낼까 싶은 정도입니다.
이전 작품인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보면서 다구치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번 편에서 그 수수께끼의 상당수가 풀렸습니다.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다구치 외에 다른 사람의 시점도 많이 들어와 있고, 주인공이 다구치임에는 분명하지만 드디어 간호사들 사이에 떠도는 다구치에 대한 소문들도 등장해서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궁금증이 가셨습니다. 물론, 1-2편을 읽었다면 간호사들이나 병원 내의 소문이 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말입니다. 외부에서는 다구치를 이런 식으로 보고 있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갭이 좀 크다라는 정도만 밝히지요.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다구치가 아닙니다. 제너럴 루주라는 별명을 가진 구명구급센터의 하야미 부장이 주인공입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도 잠깐잠깐 등장을 하지만 반하지 않을 수 없달까요.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나쁜 남자"계통입니다. 독선적이고, 독단에 카리스마가 있고 제멋대로입니다. 하지만 부장으로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능력있는 의사입니다. 의료적인 부분도, 행정적인 부분도, 그리고 환자만이 자신을 심판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고요. 그렇게 멋진 남자인데..... 엔딩까지 보고 나면 (독자는) 다구치에게 역으로 반하게 됩니다. 이유는 직접 찾아보세요.

원래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한 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늘어나자 편집부에서는 한 소설을 두 권으로 내는 것은 하지 말자고 했고 작가인 가이도 다케루는 이 소설을 반으로 나눕니다. 그리하여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으로 따로 나온겁니다. 그래서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을 때면 중간 중간 이야기가 비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이팅게일을 먼저 읽어서인지 그 갭이 꽤 크게 느껴집니다. 가능하면 옆에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가져다 놓고 비교하며 읽거나,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은 직후에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두 개를 동시에 읽어나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군요.

그나저나 두 권을 다 보고 났더니 다구치가 그 연말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만 합니다. 허허;


펠 바르, 마이 슈발, <웃는 경관>, 동서문화사, 2003, 6800원
아리아나 프랭클린, <죽음의 미로>, 웅진지식출판사, 2008, 13800원


생각해보니 나머지 책은 한 번에 몰아서 써도 됩니다. 아주 인상깊게 남아 있는 것은 없는데다 절반 이상이 여행기니까요. 마음에 드는 책만 콕 집어서 길게 쓰고 나머지는 간단 감상으로 써야지요.


웃는 경관은 조금 황당한 경로로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G랑 같이 놀려고 G네 회사 근처의 스타벅스에 들어갔다가, 자유 열람으로 비치된 책 중에 웃는 경관이 있어서 집어 읽었던 겁니다. 뒷면의 내용 소개를 보면 뭔가 아니다 싶어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엔딩 부분만 확인하고 다시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호오. 상당히 괜찮습니다. 배경이 옛날이고-베트남전에 대한 반대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북구 쪽이라 멀긴하지만 전체적인 짜임새가 괜찮습니다. 여기서도 오래된 격언 하나가 떠오르는군요. 강력한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가려둡니다: 나무는 숲에 숨기는 것이 제격이죠.
추리소설이지만 탐정물이 아니라 경찰물입니다. 주인공들이 다 경찰이라 사건 조서를 들여다보면서 수사를 합니다. 경찰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합니다. 대신 내용에 약간 수위가 있는-야한쪽으로;-책이니 애들에게 권하기는 미묘하군요. 신경쓰지 않는다면 내용 전개상 크게 문제되지 않긴 하지만 말입니다.'ㅅ'


죽음의 미로는 예전에도 썼던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감상평? 필요 없습니다. 여섯 글자면 족합니다.

헨리 전하 만세! ;ㅁ;

지난번에도 폐하 멋져요를 연발했지만 이번에는 더합니다. 흑흑. 게다가 책 마지막의 그 문장! 가장 마지막 문장! 대박입니다. 사모하지 않을 수 없어요.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말년이 어땠는지는 접어두고서라도 하여간 멋집니다.
이번에도 캐드펠이 오버랩됩니다. 수녀원장님이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뭐, 한국에서 그런 학설을 펼쳤다가는 온 기독교-천주교가 아니라-의 공세를 받겠지만 말입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하자면, 며칠 전 이글루스에서 휙 떴던 예수님과 부처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정식발매가 될 거라고는 다들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절대 정식발매가 될리 없는 책이지요. 그게 나오면 그 어떤 출판사건 간에 매장 당할 각오를 해야하는겁니다. 개인적으로 보고 싶어서 교보에 별도 주문을 넣을 예정이지만 참... 한국이 경직된 사회라는 것은 이런 부분에서 느낍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유연한 것도 아니죠. 각 사회마다 터부가 있다면 종교는 한국의 터부이고 일본에서는 일왕일겁니다. 여자도 일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개정안을 만들기 직전, 왕실 내부와 극우파들이 짜서(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을 낳은 것을 보고는 기겁했지요. 그걸 두고 펑펑 울면서 인터뷰를 한 어느 할아버지도 참 그렇고 말입니다.
(써놓고 보니 정말 딴 소리;)


그러고 보면 헨리 전하가 부르는 엘리의 별명도 무진장 웃깁니다. 증명샷이라도 찍어 올릴까 싶은 정도인걸요. 음, 기억나면 조만간 사다가 찍어 올리겠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용은 잠들다>, 랜덤하우스, 2006, 12800원
히가시노 게이고, <탐정 갈릴레오>, 재인, 2008, 12000원

같이 빌려 읽은 두 권이라 함께 적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부터 먼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함정 제 1탄이라 합니다. 저는 그 책을 대강 훑어 보고는 취향이 아니라고 내려놓았기 때문에 정확한 분위기는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났더니 앞서 나온 책에 대한 호기심이 떨어집니다. 그 책뿐만 아니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도 다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최근 백마정 살인사건을 비롯해 이 작가의 책이 많이 나오고 있던데 안 찾아봐도 된다고 생각하니 어떤 면에서는 다행입니다. 경쟁이 은근히 치열하거든요.
소재도 나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살인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사건을 맡아서 과학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줄거리도 괜찮지만 이상하게 맛이 떨어집니다. 어쩌면 내용이 지나치게 짧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12000원이라는 가격에, 책 장정에, 두께에 기대했던 만큼의 내용이 없어서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내용이 많지 않아서라는 결론이군요. 그리고 뭔가 미묘~하게 나사하나가 빠진듯합니다.
탐정이나 탐정 옆의 조수(?) 역할을 하는 두 주인공 모두 괜찮지만 딱 이거다 싶게 끌리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평하면 심심할 때 읽을만한 평범한 이야기 = 범작입니다.


용은 잠들다는 취향이 많이 갈릴 작품입니다. 이 책이 마술은 속삭인다보다 먼저 나온 것 같은데 분위기가 꽤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SF 계통이니 이쪽에 관심이 없다면 손을 떼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信이라는 단어가 바탕에 깔려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저런 복선이 깔려 있기는 하나, 생각보다 쉽게 이야기가 풀린다는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 팬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이야기입니다. 키워드를 적어두고 싶지만 그러면 내용폭로가 될 것이니 가능한 정보를 적게 주기 위해 적당히 마무리 짓습니다.'ㅅ'
단, 이건 언급해야지요. 용은 잠들다란 제목을 보고 시미즈 레이코 책이 먼저 떠오르신 분은 없을까요? 비슷한 내용의 만화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목만 비슷할 뿐, 시미즈 레이코쪽은 아예 읽지를 않았습니다. 하하하;



다음 리뷰는 랜드리올이랑 저스트 고고가 되겠네요.


미야베 미유키, <가모우 저택 사건 1-2>, 북폴리오, 2008, 각 권 9800원
아리스가와 아리스, <외딴섬 퍼즐>, 시공사, 2008, 11000원
교고쿠 나쓰히코, <백기도연대 우>, 솔, 2007, 13000원

외딴섬 퍼즐은 읽은지 한참 됐는데도 아직 리뷰를 안 올렸군요. 이런....;
책 읽고서 리뷰 쓴다고 하며 계속 미루다가 한 번에 올리니 이리 되었습니다. 오늘 왕창 다 올려야겠는데요.

외딴섬 퍼즐은 이달 초에, 가모우 저택은 며칠 전에, 백기도연대 우는 오늘 읽은 책입니다. 책 읽은 간격은 좀 있지만 셋다 추리소설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한데 모아서 올립니다. 각기 올리는 것보다는 그쪽이 낫지요.

가장 먼저 읽은 외딴섬 퍼즐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학생 시리즈입니다. 학생 아리스와 소설가 아리스가 등장하는 각각의 시리즈가 있다고 들었는데 시공사에서 전담(?) 번역해서 내는 모양입니다. 학생 아리스는 이전에 월광게임이 나왔고 소설가 아리스 쪽은 아직입니다. 조만간 나올 모양이군요. 이것도 챙겨봐야지요.
일본 추리소설(특히 DMB쪽의;)에서 많이 보이는 피튀기고 잔인한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작가 본인이 엘러리 퀸을 좋아한다 하니 그런 이야기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지요. 월광게임이나 외딴섬 퍼즐이나 둘다 고립된 지역에서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잔혹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양쪽 모두 범인에게 동정심을 갖게 한다는 점은 비슷하군요. 깔끔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편에서는 에가미가 굉장히 돋보이는데다 책 뒤에 실린 작품 해설에서, 내용 폭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에가미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작품 해설은 읽지 않고 넘어가시는 것이 나중에 나올 소설들을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읽고 좀 후회했습니다.(그보다는 작품 해설하는 사람의 말투가 좀...=_=)


가모우 저택 사건은 간만에 읽은 미미여사 책입니다. 쓸쓸한 사냥꾼 이후 더 이상 구입을 하지 않고 손을 떼고 있었는데 여름을 맞아 한꺼번에 책이 쏟아져 나와서 고민하다가 봤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도서관에서 2권을 보고는 잽싸게 빌려 놓고 1권을 예약하는 바람에 보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하하하하하;
가모우 저택 사건은 읽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1권 앞부분을 보고는 지나치게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한 덕에 등에다가 뜨거운 물을 쏟아서 사고를 치고(....) 화가 난 김에 손 안대고 있다가 결말 부분만 먼저 본 다음 다시 호기심이 생겨서 2권을 처음부터 찾아보고, 그리고 다시 1권을 읽었습니다. 도식화하면 1권 앞부분→2권 뒷부분→2권 전체→1권 나머지 부분 순이 됩니다. 그래도 이해하는 데는 문제 없었지요.
SF와 가상역사가 혼재된 이야기이고 실제 존재하는 사건 속에 가상의 이야기를 슬쩍 끼워둔 것입니다. 다루고 있는 소재가 쉽지 않은 것이라 혹시 미미여사의 역사관에 대해 실망하게 될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고 무난무난하게 넘어갔다고 할까요. 중요한 부분은 그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이스터 에그는 못찾았습니다. 알고 계신 분은 살짝 알려주세요.;ㅅ;


백기도연대 우는 굉장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이 등장인물들이 다른 책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생각하면 더더욱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교고쿠 나츠히코 시리즈입니다. 으하하하하하~
하지만 주인공인 나는 삼류 소설가도 아니고 교고쿠도도 아닙니다. 어쩌다가 에노키즈에게 독니로 콱 물려서 그의 졸개(!)가 된 정비공입니다. 교고쿠도가 날마다 말하듯이 왜 끌려 다니는지 알 수 없이 졸졸졸 사건에 끌려 다니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관찰자가 되는군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에노키즈. 일단 에노키즈가 사건을 벌이고 교고쿠도가 수습한다는 얼개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공히 같습니다. 거기에 얼마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나가 문제인 거죠. 일단 전작들을 다 읽고 나서 보시는 쪽이 이해하기가 더 쉬울거라 생각합니다. 그 사건들이 책 속에서 종종 언급됩니다. 광골의 꿈까지도 말입니다. 그냥 읽어도 재미있겠지만 재미를 배가시키는 방법인 것이지요. 단, 재미 배가를 위해 심각한 두뇌운동을 해야한다는 것이 조금 걸립니다. 우부메, 망량, 광골 모두 맨 정신으로 읽기에는 .... (먼산)

어쨌건 에노키즈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니 미남 탐정의 팬들은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얘, 이런 사람입니다.ㄱ-

덧붙이자면 장미십자탐정을 볼 때마다 미친듯이 웃어 제끼는 것은 역시 로젠 크로이츠가 자동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역시, 이들(음양사, 삼류소설가, 형사, 탐정)은 로젠 크로이츠 대원들이었어요.(응?)



아야츠지 유키토, <시계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1-3>, 한스미디어, 2005, 2007, 각각 13000원, 1800원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두드림,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은 작년에 나왔을 때부터 볼지 말지 고민하던 책입니다. 십각관을 가장 먼저 보았는데 뭔가 취향에 맞지 않았거든요. 읽으면서 뭔가 아니다 싶었던 책인데 도서관에서 한꺼번에 네 권-시계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1-3권-을 보고 나니 괜히 욕심이 생겼습니다. 언제 이 시리즈가 다 들어올지 알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덥석 다 빌렸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눈에 보일 때 빌려라라는 규칙입니다. 다음에 빌리자고 미뤄두면 어느 새 서가에서 사라지고 없는겁니다.(먼산) 그러다보니 지난번에 도서관에 가서 추리소설을 7권 빌렸던 거죠. 슬프게도 그제 저녁에 한 권, 어제 저녁에 네 권, 오늘 한 권, 도합 여섯 권을 읽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권. 그러나 한 권은 가모우 저택 사건 "2"권으로 1권은 아직 못 빌렸습니다. 그런 고로 실질 적으로 남은 것은 한 권입니다. 슬퍼라. 어쩌면 이 마저도 오늘 저녁 때 읽어버리고 읽을 책 없다고 눈물짓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래도 오늘 저녁 집에 가서 책좀 질러야...

십각관의 역자는 양억관, 시계관은 김난주, 암흑관은 권일영입니다. 제일 고생했을 것 같은 역자는 권일영씨. 역자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책 자체가 워낙 정신 없습니다. 저야 정신 없는 부분은 알아서 건너 뛰고 읽었지만 역자를 일일이 다 체크하고 가야했을테니까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어느 건축가의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워낙 성격이 독특했던지라 세운 건물도 요상하고, 그런 건물을 요구한 시공주도 독특한 사람이어서 집에서 사건이 이모저모 많이 생기는 겁니다. 십각관은 놀러갔다가 단체로 당한 거고, 시계관은 밀실공포계이지만 안과 밖의 시점에서 동시에 사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암흑관은 시점이 계속 바뀝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기엔 묘했는데 한 번에 풀릴것 같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맨 마지막에 확 풀어줍니다. 세 이야기 중에서 가장 취향이었던 것은 암흑관.
암흑관은 1-3권 전체 페이지수가 1500페이지 가량 됩니다. 1권이 470, 2권이 443, 3권이 596. 그런데 반나절 만에 모두 읽었습니다. 속도가 굉장히 빠른건 제 읽는 속도보다는 편집상의 문제인듯합니다. 양 페이지의 줄이 몇 개 안된다고 할까요. 그리 빽빽하지 않습니다. 진도가 빠른 것도 당연하지요. 게다가 시점이 계속 변하면서 여기저기의 상황을 다 보여주기도 하고, 등장인물 중에서 마음에 드는 존재가 둘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등장인물들이 뒤에서 뒤통수를 좀 쳤지만 이정도는 봐줄 수 있습니다.(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더 쇼크였는지도.;)
괴이한 분위기와 뒤 섞여 있지만 기본은 건축물이라 건축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겁니다.
(어느 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음)

에도가와 란포는 생각보다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단편이 장편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다는데, 이런 타입이면 장편도 손 대지 않는 것이 낫겠습니다. 저는 범인이 주인공인 것은 별로 내켜하지 않거든요. 범인의 불안한 심경이 그대로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왠지 덜덜 떠는 것이 참...=_= 대체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많아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수확이 있다면 아케치 코고로. 이름을 보고는 폭소를 터뜨렸는데, 덕분에 아케치 소년과 아케치 경감의 단편집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고로 다음에 홍대가면 반드시 들고 올겁니다. 우후후후후~ 잠자는 어느 "명"탐정도 여기서 따왔겠다 싶은걸요.
몸이 부어 있는 것-이라 쓰고 요요라고 읽는다-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왠지 운동을 팍팍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제는 걸었습니다. 이대부터 남대문을 거쳐, 대학로까지 걸었지요. 중간에 다른 곳으로 많이 샜지만 6시쯤 끝냈고 시작한 것이 4시쯤이었으니 두 시간 가량 걸은 셈입니다. 생각보다는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라면 한 쪽 어깨에 책 여덟 권을 메고 있었다는 것. 책을 짊어지고 다녀서 집에 들어와서 보니 왼쪽 어깨가 조금 쓸려 있었습니다.

그냥 걷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모저모 구경도 쏠쏠했습니다. 조퇴를 달고 일찍 나가 돌아다닌 거라 시간적 여유도 있었습니다. 원래 목적은 도서관에서 예약한 책을 찾아오는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책도, 저 책도 집어 들어서 총 여덟 권이나 빌린 겁니다. 그것도 딱 한 권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르가 추리소설입니다. 1권은 없었지만 신간이니까 2권도 보였을 때 집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 잽싸게 들고 온 <가모우 저택 사건 2>,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 4권-<시계관 살인사건>, <암흑관 살인사건 1-3>, 예약한 책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외딴섬 퍼즐>, <에도가와 란포 단편선집 1>, 거기에 서가에 있길래 잽싸게 집어온 <부엉이와 밤의 왕>. 그래도 추리소설들이라 책이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부피는 크지만 과학이나 사회서적을 생각하면 훨씬 가볍습니다.

남대문에 가려고 한 것은 레이디 핑거를 오프 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가 확인하러 간 셈인데요, 결국 찾지는 못하고 나무 스푼 하나(1천원)만 샀습니다. 그리고 위타드 홍차를 꽤 괜찮은 가격에 구할 수 있고 컵이나 기타 다구도 굉장히 취향인 집도 하나 찾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뒤쪽에 다시 언급합니다.;

남대문에서 한국은행쪽으로 빠져서 롯데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가장 짧은 코스이지만 을지로와 종로에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에 지하도로 가야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빙글 돌아 시청 바로 옆쪽, 광화문 우체국 근처로 나오는 길로 갔습니다.
시청 광장에는 잔디보호용으로 뭔가 설치했는데, 보고 있자니 <풀 위의 생명들>에서 잔디 비용으로 언급한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꾸준히 잔디도 잘라줘야 하고 농약도 치고, 물도 엄청나게 많이 먹지요. 차라리 "서울 시내에서의 생태계 구성"이라는 주제하에, 아무 풀이건 잡초건 다 자랄 수 있게 두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기는 안 좋을지 몰라도 생태 공원 조성이라는 말을 걸면 좋지 않습니까. 하하하; 일단 물값도 농약값도 관리비도 덜 들건데요. 다른 비용이 더 들지 어떨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걷다가 알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나봅니다. 어제도 혼자 있는 시간 동안 괜히 훌쩍거리고 있었는데 걷는 동안은 그런 생각을 안해도 되고 그저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돌아다니면서 혼자 생각하고 이모저모 다른 생각 떠올릴 수 있으니 정리하는 데는 조금 도움이 되었나봅니다. 더웠지만 바람은 시원한 편이라 걷기에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서대문 근처 어딘가의 빌딩 숲에 호젓한 분위기의 커피 체인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업무중이라 호젓한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빌딩 숲 사이에 있어 그늘도 졌고 조용하기도 합니다. 언제 근처 탐방을 나가볼까 합니다. 주말에는 사람이 더 없지 않을까요?


자아. 위타드 이야기.-ㅅ-;
집에 있는 홍차도 처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들어온 차가 하나 있었으니, 위타드의 블루베리 요거트입니다. 홍차가 아니라 과일차입니다. 어제 남대문 대도종합상가를 갔다가 발견했지요. 그 가게가 굉장히 취향의 컵도 많아서 언제 한 번 더 다녀오려고 생각중인데요, 블루베리 요거트도 있길래 가격을 물었더니 한 봉에 15000원이랍니다. 현재 나와 있는 것은 유통기한이 지나서 한 봉에 1만원으로 판다고 하시는군요. 오오. 싸다.;ㅂ; 삼베리 한 봉지를 일본에서 1400엔 가량에 구했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트와이닝 얼그레이도 취급한다 하는데 이쪽은 양이 꽤 많으니 더 사면 안됩니다. 지금 손댈 것은 블루베리 요거트랑 컵 종류. 지금의 자금 상황으로는 무리이긴 하지만서도..;

어쨌건 자금 사정 생각하고 머리를 쥐어 짜야겠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북스피어, 2008, 9500원

이 책의 리뷰는 한 줄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김소연씨가 번역했습니다.'ㅅ'


제 책 리뷰를 계속 봐오신 분이라면(웃음) 김소연씨가 번역한 책에 대해서는 애정도가 상당히 높다는 걸 아실겁니다. 손안의책에서 나온 대부분의 책들도 그렇지만 다른 곳에서 나온 책도 일단 집어 들고는 김소연씨가 번역했다 싶으면 내용은 가리지 않고 읽습니다. 번역하는 책의 장르가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이라 이 분이 번역한 책은 거의 제 입맛에 맞습니다. 입맛에 착 감기지 않더라도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나온 혼조 후카가와도 나중에 역자를 보고는 웃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시감이 다시 확인된 셈이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에도이며, 에도의 혼조 후카가와 주변에 있는 일곱가지 불가사의(도시전설)를 배경으로 한 짧은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주인공은 각 편 다 다르지만 배경이 같고 공통된 등장인물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앞서 말한 기시감은 여기서 연유합니다. 손안의책에서 나온 샤바케. 그 시리즈가 이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샤바케와는 시점이 다르지만 같은 에도 배경에,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사건에 대한 해결을 다루고 있는 단편집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제 취향이었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샤바케와 혼조 후카가와의 가장 큰 차이는 요괴입니다. 샤바케에서는 요괴들이 등장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이 그대로 나오지만 혼조 후카가와는 기이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그런 이야기이고, 각 편에 등장하는 불가사의들도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소재 정도입니다. 물론 중요한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요괴의 짓이다-샤바케라면 그랬겠지요-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냥 괴담 정도로만 지나갑니다.

1991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역사물이라 그런지 깔끔하게 지나갑니다. 미미여사의 전작 중에서는 쓸쓸한 사냥꾼과 닮아 있군요. 연작 소설, 소소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외딴집은 읽지 않았고 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았지만 괜히 손이 안갑니다. 그보다는 지금 예약중인 낙원이나 발매된 가모우 저택 살인사건이 끌리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낙원은 권일영씨 번역입니다. 흑, 낚이겠네요.ㅠ_ㅠ



에도가와 란포, <외딴섬 악마>, 동서문화사, 2004, 6800원
카메론 스트렌처, <아빠와 함께 저녁 프로젝트>, 로그인, 2008, 9800원


한 권은 그제, 한 권은 어제 다 읽었지요.'ㅅ'

외딴섬 악마는 DMB 시리즈입니다. 이리 적으니 DMB폰이 먼저 생각나지만 뭐...; DMB는 좋아하는 마음 반, 싫어하는 마음 반인 모호한 시리즈입니다. 일단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여러 책들을 많이 내고 있으니 그 점에서는 좋지만 대량으로 뽑아내다보니 번역이 엉망이라 읽고 나서 입맛 버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전에 도서관에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 세번째 수수께끼(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화요일 클럽 이야기)를 신청했다가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제 돈이 아닌데도 아까웠거든요. 직역해도 이보다는 낫겠다 싶은 수준입니다. 이전에 읽은 연쇄 살인 소설 하나도 직역체라 읽으면서 고생했습니다. 말이 딱딱하다보니 몰두하는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래도 이 책은 추천 대상이 아주 명확합니다. 에도가와 란포를 좋아한다, 일본 추리소설을 괜찮게 읽었다, BL을 좋아한다. 은유도 아니고 직설. 주인공을 쫓아다니는 남자 하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엔딩은 .... (음)
외딴섬 악마라길래 소설 초반부터 외딴섬에 고립되나 싶었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뭐랄까, 신비주의적이라기보다는 과학쪽에 가까운 추리입니다.


아빠와 함께 저녁 프로젝트는 가볍게 읽을 만한 수필입니다. 블로그에 연재하던 글을 다듬어 책을 냈다고 생각하는데 글 읽기가 편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아들, 딸, 아내와 함께 뉴욕 교외에 살고 있는 아빠는 어느 날 결심합니다. 출퇴근에 편도 2시간을 쏟아붓다보니, 일에 매달리다 보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집에서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혹은 회사를 그만두고-아이들에게 내가 직접 저녁을 만들어주자!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 아빠는 로펌에서 일하고 있고 로스쿨에 강사로 나가기도 합니다. 로펌을 그만두어도 변호사일은 계속할 수 있으며 강사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입은 확 줄어들지만 아주 밥줄이 끊어지지는 않는겁니다. 둘째, 요리를 못하진 않습니다. 종종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저녁을 해주겠다는, 보통 한국 남성에게는 꽤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이야기는 성공담으로 완벽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절반의 실패, 하지만 절반은 성공합니다. 금전적으로는 많이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가족과 다시 어울리는데 성공하고, 일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릅니다. 하지만 실패는 생활 자체보다는 저녁 식사의 문제였지요. 아이들이 왜이리 저녁을 안 먹을까요. 만드는 방법이나 메뉴를 보면, 저라면 덥석 먹을 음식들이 많은데 입 짧은 아들래미 딸래미는 음식을 거부합니다. 어떤 때는 먹고, 또 어떤 때는 안 먹고. 이런 과정에서 아내의 노고를 다시 한 번 깨닫는 모습도 감동이었습니다.(...)

책이 작고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좋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미묘합니다. 그래도 한 번 가볍게 읽을만한 책입니다.'ㅅ'


가노 도모코, <나선 계단의 앨리스>, <무지개집의 앨리스> 손안의책, 2008

나선 계단의 앨리스가 먼저 올 1월에 나왔고 무지개집의 앨리스는 4월에 나왔습니다. 비교적 따끈따끈한 신간이로군요.

서가를 죽 훑다가-기억에 의하면 끊어지지 않는 실을 다시 빌리기 위해 찾고 있었습니다-굉장히 눈에 확 들어오는 책등에 시선이 가서 뽑아든 책입니다. 제목에 낚였지만 샐러리맨 탐정과 앨리스라니 뭔가 조합이 눈에 빤히 보이는 타입이라서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볍게 읽을 마음으로 한 번에 집어들었습니다. 두 권 모두 오늘 읽기 시작해 오늘 다 읽었고 책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던 참입니다.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무지개집의 앨리스를 다 읽고 나서 다음 작은 없나 싶어 뒷날개를 보았더니 어디서 많이 보았던 책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습니다. 놀라서 출판사를 확인하니 손안의책이었군요. 출판사를 먼저 보았다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집었을 겁니다.

가볍습니다. 하지만 그 가벼움은 일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벼운 것이지 담고 있는 의미가 가볍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뜯어보면 생각할 거리가 꽤 많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현실성도 상당하고요. 현실에 바탕을 둔 사립탐정의 모습은 정말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의 사립탐정이야 흥신소에 가까울 것 같고, 이런 고상한(?) 분위기는 나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일단 제목이 앨리스이니 앨리스의 코드도 많이 나옵니다. 그런 고로 이 책을 보기 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둘다 읽고 나서 보시면 좋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읽은 기억을 다시 꺼내어 뒤져보았지만 좀더 자세히 기억했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읽기 전까지는 그걸 몰랐지요.


살인사건이나 어두컴컴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으니 배겟머리에서 뒹굴거리며 가볍게 읽을만한 추리소설로 좋습니다. 보고 있자면 차가 마시고 싶어지니 그것도 미리 준비하세요~.


아리아나 프랭클린,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웅진지식하우스, 2007


아까 글에서 언급한 정말 재미있는 추리소설이 이겁니다. 표지는 마음에 안들지만 내용 편집은 꽤 괜찮아서 읽는데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책이 두게에 비해 가벼운 편이고요.

원제가 마음에 들어서 번역 제목을 꼭 저렇게 해야했나 싶지만 마땅히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진 않습니다. Mistreess of the Art of Death. 영어 느낌이 더 좋아요.'ㅂ' 아, 아리아나 프랭클린은 필명이고 본명은 다이애나 노먼입니다.


2007년에 출판된 책이고,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교보에서 책 검색했을 때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별로 땡기지 않았던 것이 주인공이 여자였거든요. 거기에 CSI 운운하다보니 분위기가 왠지 스카페타 시리즈가 납니다. 그 여주인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뤄두었는데 이번에 두 번째 권이 나왔습니다. 죽음의 미로요. 이걸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서관에서 검색하니 앞권이 들어와 있고 마침 한 권이 대출가능상태입니다. 조금 고민하다가 대출 여유도 있고 하니 읽어보자라고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단 한 단어로 평을 할 수 있습니다. 읽으세요.
그 이상의 말이 필요 없습니다. 단 타겟은 분명 있습니다. CSI, 캐드펠, 역사소설.
세 단어 중 가장 중요한 코드는 역사소설입니다. 그것도 배경이 헨리 2세입니다. 읽다보니 캐드펠과 로드 다아시 시리즈가 동시에 떠올랐는데 그 이유는 두 말할 필요도 없지요. 모드황후(본 책에서는 마틸다 황후)와 사촌인 스티븐 와의 싸움은 스티븐 왕이 후계자를 잃고 나서 자신의 오촌 조카에게 영국의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하며 끝납니다. 내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종종 등장합니다. 그 헨리 2세는 (먼나라 이웃나라에 의하면;)  루이9세의 아내, 아키텐의 엘레노오라와 눈이 맞습니다. 이혼한 그녀는 잽싸게 연하남을 꿰어차고 영국은 프랑스와 그 옆의 커다란 영국 섬(;;)으로 영토가 넓어집니다.

캐드펠은 배경이 내전시대로 헨리 2세의 즉위 몇 년 전입니다. 그리고 로드 다아시는, 십자군 전쟁 나갔다가 화살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리처드가 제정신 차리고 거대 제국을 세운다라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그 리처드는 헨리 2세의 아들입니다. 이 책에서 나온 몇몇 이야기를 보면 헨리 2세의 첫 아들 윌리엄이나 그 아래의 헨리 모두 일찍 사망하는군요. 리처드가 큰 아들은 아니었나봅니다. 그럼 로드 다아시 시리즈에서 나오는 아더는 헨리 주니어(...)의 아들이었을까요.
배경이 그렇다 보니 대체적으로 캐드펠이 겹쳐 보이지만 읽다보면 그 유머감각에 어느 새 캐드펠을 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자아. 내용 폭로를 막기 위해 아래의 격한 글은 살짝 접어둡니다.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읽고 나서 보시고, 나중에 천천히 볼 것이고 내용폭로는 조금 당해도 상관없다 하시는 분들은 보셔도 됩니다.





사카구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3
롤프 포츠, <여행자의 영혼을 깨우는 여행의 기술>, 넥서스BOOKS, 2008
다이라 아즈코, <먹고 자는 곳 사는 곳>, 웅진지식하우스, 2007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집은 책 한 권, 신간 소개를 보고 집은 책 한 권, 훑어보다가 책이 뭔가 귀여워 집은 책 한 권.
셋다 그리 길게 리뷰를 쓸만한 책은 아닙니다.

불연속 살인사건은 그냥 추리소설입니다. 엉뚱하게 모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가운데 하나 둘 씩 이유 없이 살해당하고 숨겨진 까닭을 찾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예전에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집어 들었는데 읽고 난 뒤에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 읽었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하네요. 예전에 보았던 엘러리 퀸 시리즈의 한 권과 조금 닮아 있습니다. 살인 사건의 배경 부분이 말입니다. 이 이상 이야기 하면 내용폭로가 될테니 함구!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은 공사판 이야기입니다. 직장내 상사와 불륜관계를 유지하며 일에 치이던 한 아가씨가 비계공에게 도움을 받은뒤 그 사람에게 홀딱 반해서 갑자기 건축계로 전직합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건축과 관련된 묘사가 굉장히 상세합니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웃으며 보실 수 있을겁니다.(아마도;) 내용이 길지 않고 짤막한데다 밝은 분위기의 소설이라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소재로도 소설이 나오는구나 싶더군요.

여행의 기술은 알랭 드 보통의 동명 책과 헷갈리면 안됩니다. 원제와 번역제목 사이의 거리가 태평양만큼 넓습니다. 원제는 배가본딩. 이노우에의 만화책 제목의 그 배가본드에 ing를 붙인겁니다. 패키지와는 정 반대이며 그렇다고 배낭여행도 아니고, 하여간 딱 잘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소박하고 작은(어쩌면 큰?) 여행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배가본딩이 어떤 종류의 여행인지는 직접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쉽게 말하면 한비야씨나 김남희씨의 여행을 배가본딩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말로 정확히 설명은 못하지만 감은 잡으셨을걸요.
어딘가에 얽매여 나중에, 언젠가, 돈 생기면, 시간 생기면 간다는 사람들에게 일갈을 하고 지금 즉시 짐싸서 여행을 떠날 것을 종용합니다. 그러니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뛰쳐나가고 싶다(그러나 그러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 책을 읽기 전 화를 가라앉히고 보세요. 해도 된다면 상관없지만 안된다면 이 책이 기폭제가 되어 진짜 사표 던지고 뛰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뭐, 이 책이 권장하는 것은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력입니다만, 저는 그럴 용기도 생각도 없습니다. 유유자적, 뒹굴뒹굴, 마음 편하고, 백 그라운드가 확실한 여행을 선호하니까요. 말하자면 산호초 밖의 망망대해에서 스노쿨링하는 것보다는 리조트 앞의 야트막한 자연 산호초 수영장에서 스노쿨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다. 안정지향적이라...;

Jamie와 나이젤라 요리책은 몇 주째 방치중입니다. 사진이라도 훑어 보아야 리뷰를 쓸 건데 손이 안가는군요. 역시 책이 너무 두꺼워 그런겁니다.;


윤현승, <라크리모사>, 로크미디어, 2008

현재의 평은 별 셋. 저는 별 넷 정도는 주고 싶은데 의외로 낮군요. 아, 하기야 제가 직전에 읽었던 흑사관이 워낙 이상한 책이어서 평점이 더 올라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고 난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은 지금 평하기에는 워낙 들떠 있어서요. 나중에 다시 읽고 다시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며칠 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일요일. 화들짝 놀라 교보를 검색하니 자세한 책정보는 뜨지 않았지만 주문은 가능했습니다. 발매일이 14일-월요일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잽싸게 주문하고 기다렸더니 화요일 아침에 도착해, 저녁 때 귀가하면서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받아보고는 좌절했습니다. 책 뒤의 내용 소개를 읽어보니 공포물입니다. 허허허.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맛없는 것을 먼저 먹는 심정으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것도, 화요일에 책 받아 들고 줄거리 보고는 뒷부분을 먼저 읽어서 어떻게 끝나는지 확인하는 만행-반칙-을 저지른 뒤에 말입니다.
일단 손에 잡고 보니 술술 읽힙니다. 읽기 시작한 것이 오늘 아침인데 저녁 퇴근시간까지 이용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총 독서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2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쉽게 읽히기도 했지만 책 페이지 수에 비해 책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책장이 빨리 넘어갔던 기억이 있으니 글자가 좀 큰편이며 행간이 넓다고 할 수도 있지요. 두껍지만 책 자체는 가벼운 편이니 손에 들고 읽기는 힘들지 않습니다.

끝을 본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기 때문에 긴장감은 좀 많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공포물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봤으니 다행이지요.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추리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스티븐 킹의 호러 추리물은 아니고 밀고 당기는 논리게임이랄까요.


이제부터는 내용폭로가 될 것이니 접어두겠습니다.


도서관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전체적인 흐름도 지금은 마음에 듭니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또 감상이 변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읽었을 때도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면, 아마 그 때는 다음 작업책이 될듯합니다. 훗훗훗~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5


표지는 넣지 않았습니다. 표지를 보신 분이라면 왜 거부당했는지 아실겁니다.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겉멋에 절은 소설입니다. 주인공인 노리미즈의 모델은 아마 필로 반스(파일로 반스)가 아닐까 싶은데 그게 도가 지나쳤습니다. 읽는 내내 저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번역이 좋지 않은 것도-DMB입니다-문제겠지만 책 전체 분위기가 그런걸 어쩝니까. 그닥 리뷰를 쓰고 싶은 생각도 없는 책이었습니다.




테메레르 4권은 도서관에 들어온 모양이고, 오늘 아침부터는 라크리모사를 읽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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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금단 증상인지 몸이 좀 부어 있고, 수면 부족에, 피곤에, 기타 등등의 무기력을 앓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할건데, 토요일에도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섭취 열량 자체도 꽤 부족한 느낌이라서요. 무지방 우유 1리터 한 팩을 어제 사왔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잊지말고 사와야지요. 아침 저녁으로 한 잔씩 마셔도 꽤 도움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골다공증 초기라는 걸요.

자아. 다시 업무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시마다 소지, <마신유희>, 두드림, 2007


시마다 소지의 책 마지막입니다. 한국에 번역된 책 중 지금 구해볼 수 있는 것은 <마신유희>, <점성술살인사건>, <용와정 살인사건>뿐이고 91년도에 국일미디어에서 <얼굴없는 시간>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절판이지만 현재의 분위기를 봐서는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도 더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니 왜 이제야 알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재미있게 읽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맛있는 것을 나중에 먹을 수 있었다는 기쁨도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은 뒤로 남기고 먹거든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봤고, 점성술이나 용와정은 표지가 무난해서 눈치를 못챘는데 마신유희의 표지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겁할 정도로 골 때립니다. 이런 이미지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보고 나서 가위 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이라면 저도 그랬겠지만 지금은 꽤 단련되었으니 얼굴을 찌푸리는 정도로 넘어갔지요.


이번에는 이시오카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배경이 스코틀랜드다보니 나올 수가 없었겠지요. 미타라이의 독주지만 용와정 당시 그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는 조금씩 감이 옵니다. 보면서 느꼈던 위화감도 맨 마지막에 확 풀리면서 쓴웃음을 짓게 만들지만 말입니다.
구약성서에서 나오는 모세와 이집트 탈출, 그리고 야훼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살짝 돌려 말하면 종교적(기독교쪽)으로 민감하신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것이 나을 것이고요.




그나저나, 밤과 노는 아이들은 이번에도 못 빌렸습니다. 빌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보고 나면 뒷 수습이 어려울 것 같아 이번에도 포기했습니다. 읽을 용기는 언제쯤 날까요.;


시마다 소지, <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2006



감상을 쓰려고 보니 이 책은 내용폭로 없이는 절대 감상을 쓸 수 없습니다. 아니, 제가 딱히 내용을 폭로하지 않아도 이 책을 찾아 읽을 분이라면 읽는 도중에 울분을 씹으며 *** 이자식! 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시게 될겁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읽으면서 이 썩을 놈의 자식이라고 내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만 당할 수는 없지요. 제 주변분들이라면, 제 소개를 읽고서 이 책을 읽을 분들이라면 이미 다 내용 폭로를 당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게 될테니까요. 어쨌거나 내용 폭로를 무의식중에 당했든 아니든 간에 이 책은 정말 읽을만 합니다. 책이 나온 것이 한참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소재를 쓴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당시는 아마 엽기 범죄로 생각되었을 법하지만 지금 본다면 잔혹성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꼭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접어두겠지만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거기는 덮어두시고 여기까지만 보신 후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아랫 부분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덧붙임.
중반부 이후에 교토 돌아다니는 장면을 읽다보니 저도 저 코스와 동일하게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토 여행을 꿈꾸는 분이라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시마다 소지, <용와정 살인사건 1-2>, 두드림, 2008


신간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 보게된 소설입니다. 교보에서는 평이 달랑 별 3개인데, 저는 그보다는 높게 주고 싶습니다. 다섯 개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거든요.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앞서 나온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냥 넘어간 모양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집니다. 대출중이니 예약을 걸어두면 이번 달 안에는 볼 수 있을겁니다.

추리소설이니 이모저모 이야기를 하면 내용 폭로가 될테니 피하고, 1-2권 합쳐 1천페이지가 넘음에도 굉장히 빨리 넘어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굉장히 세세한 묘사-1인칭시점-덕분에 제가 직접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건만 아니었다면 저 용와정을 홀랑 구입해다가(1천만엔이랍니다.;) 별장으로 쓰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습니다. 용와정은 굉장히 운치 있는 멋진 여관이더군요. 그런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입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슷하게 엽기 살인이 등장하지만 링컨 라임쪽보다는 이쪽이 훨씬 취향에 맞습니다. 그것 참 묘하죠. 같은 살인마인데도 링컨 라임쪽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링컨 라임이 너무 현실적이라서인가요? 아니, 그보다 용와정쪽이 적어도 피해자가 심적 고통은 덜 당해도 된다는 점에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팔묘촌을 비롯해 긴다이치 시리즈를 읽으신 분이라면 분위기가 굉장히 닮았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막판 반전은 긴다이치보다 이쪽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읽고 나면 "인생사 다 그런거지"라며 담배를 한 대 피워물고 싶어지니까요. 하하핫.



추천 대상은 긴다이치 시리즈(하지메의 외할아버지;)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 엽기 살인 사건도 괜찮다는 분, 책이 길어도 그정도는 충분히 참아낼 수 있다는 분입니다. 단, 모방범 쪽과는 분위기가 좀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배경이 그렇다 보니 태평양 전쟁과 관련되어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애거서 크리스티,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황금가지, 2006
<비둘기 속의 고양이>, 황금가지, 2006
<창백한 말>, 황금가지, 2006

도서관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보이길래 열심히 집어들었는데, 지금 검색하고 보니 황금가지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50권 넘게 나왔군요. 다 읽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은 건너뛰고 읽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20여 권은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애거서 크리스티는 밋밋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패턴화라는 것이 덜 보이니 아직도 애거서 할머니의 머리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을 보고 범인을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군요.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는 건너 뛰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배경은 취향에 안 맞아서 건너 뛰곤 했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백한 말은 약간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포와로도, 마플 여사도 없어요! 하지만 역시 애거서 할머니 답습니다. 요즘 추리소설들에 비하면 짧지만 괜찮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둘기 속의 고양이입니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인물 설정이나, 안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도 좋았습니다. 아니, 보다가 모 만화를 떠올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떤 만화가 떠오르는지 적으려다 보니 이거, 내용 폭로가 되겠군요. 그 부분은 맨 아래에 흰색 폰트로 써 둘테니 보실 분만 보세요.
제목의 유래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증인 중 한 사람이 한 말에서 따왔습니다. 가끔 저도 느끼는 감정입니다. 비둘기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주변의 비둘기는 그 기척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겠지요. 살기는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양 속의 늑대보다 이쪽이 확실하게 감이 오네요.

떠오르는 만화는 <블루 마하라쟈>, <카시카(원제가 뭐였죠;)>. 끝까지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겁니다.
 

막심 샤탕, <악의 영혼 1-2>, 노블마인, 2007


어쩐지............... 느낌이 닮았다 싶었더니 같은 출판사였군요. 흥흥흥.
(모 도서관에서는 책 출판사를 웅진으로 넣어놔서 말입니다. 임프린트라고 해도 그냥 따로 넣어도 되지 않나요.)





신간 검색을 하다가 악의 심연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연쇄살인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호기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나 찾아보았지요. 그랬더니 심연은 없고 전작인 영혼이 있었습니다.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중 심연이 두 번째, 영혼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부터 읽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이쪽을 먼저 잡았지요.

오늘 1권의 80% 가량을 읽고는 불같이 화를 냈고, 2권 엔딩 부분을 찾아 읽고는 급기야 손을 털었습니다. 전체의 절반을 읽은 셈인데 나머지 반은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더 읽다가는 제 정신이 피폐해지겠군요.
연쇄살인이니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텐데 부검 과정이나 부검실, 참혹한 시체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저처럼 감정이입도가 높으면 피곤해지지요. 더 읽었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끝을 확인한 것인데 끝이 또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아아. 별 생각 없이 죽 내리 읽었다가는 며칠간 끙끙 앓을 뻔했습니다. 차라리 다행이군요.

앞서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책은 스카페타 시리즈입니다. 같은 노블마인에서 나왔지요. 링컨 라임 시리즈-이것은 영화 본 콜렉터만 보았지만 일단 분위기상-와 스카페타 시리즈를 섞어 믹서에 잘 갈아 사실과 부검과 미친짓을 섞으면 이 책이 나올 겁니다. 사이코패스니 뭐니 복잡한 이야기는 넘어가죠. 오늘 G와도 대화하며 나왔지만 사이코패스는 별 것 아닙니다. 그저 똑똑한, 머리 좋은 미친X인겁니다. 복잡하게 영어로 돌려 말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 인간이 반동인물인 셈이니 소설 내내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읽는 사람도 피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CSI가 강하다고 했지만 이건 새발의 피..ㅠ_ㅠ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 그대로 지면에 옮기면 저처럼 휘둘리는 사람들은 타격을 받는다니까요.






그런 고로 스카페타, CSI, 크리미널~, 링컨 라임 모두 즐겁고 재미있게 읽고 본다는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하지만 제대로(지대로) 미친 살인범이 등장하니 그 점은 참고하세요.
 

가이도 다케루, <나이팅게일의 침묵>, 예담, 2008
도로시 R. 세이어즈, <시체는 누구?>, 시공사, 2008


제목과 같은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적절히 섞어 쓴 겁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시체는 누구.


갑자기 책 지름신이 오시면서 두 권을 한 번에 구입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책 배송은 편의점 택배로 받고 있는데 하도 많이 드나들다보니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가 얼굴을 기억하시는군요.;; 이제는 신분증 안 보여줘도 된다 하십니다. 아주머니를 본 것이 몇 번 안된다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두 권의 책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가이도 다케루 쪽입니다. 앞서 나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도 하얀거탑과 섞이면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소설은 그 후속편입니다. 글도 맛나고 번역도 좋고-권일영씨 번역. 미야베 미유키 작품을 꽤 많이 번역하셨지요-,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미소년이 주인공입니다.(웃음) 병원 내에서 간호사 투표 미소년 순위 1위에 당당히 등극한 성질 나쁜 미소년 말이죠. 성격도 마모루(마술은 속삭인다의 주인공)과 닮아 있어서 양쪽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역자 후기에 이 책의 후편이 곧 나올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총알 준비해두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나오면 바로 주문 넣어야지요.


시체는 누구는 번역이 좀 걸립니다. 나이팅게일만큼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서일까요. 제목도 원래는 <Whose body?>라는 재기 넘치는 것이었는데 시체는 누구?라고 의역을 하니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피터 윔지 경 첫 번째 이야기인데다 멋진 집사님도 나와주니 넘어갑니다. 알프레드 못지 않게 다재다능한 집사님이 등장하시는군요. 윔지경도 열심히 휘둘리고 있습니다. 귀족 탐정이라는 점에서는 다아시경과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윔지경은 아직은 미숙하고 재미로 추리에 뛰어드는 아마추어 탐정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파일로 반스와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영국과 미국의 차이인건지, 파일로 반스 쪽은 좀더 잔혹하고 사건 전개가 복잡합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쪽은 윔지경쪽이지요.
피터 윔지 경의 다른 시리즈는 동서 미스테리 북스(DMB)로 두 권이 나와 있습니다. 작가 이름이 도로시 세이어스로 나와 있으니 찾아보세요. 지금 교보에서는 둘다 35% 세일중입니다. DMB시리즈는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내에 미발표된 작품을 찾아 읽는다는 의미 정도이니 몇 권만 찾아 보시면 됩니다. 긴다이치의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혼징살인사건이나 반 다인의 필로(파일로) 반스 시리즈, 지금 이야기한 도로시 세이어스의 시리즈 정도. 집에 가지고 있는 것도 그게 전부입니다. 아,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시공사에서 최근 미번역 추리소설들을 조금씩 내주고 있는데 책 사양이나 가격에 대해서는 불만의 여지가 좀 있습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일본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군요.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은 잔혹한 감이 있어 취향에서 꽤 벗어나는 통에..=_=)


애거서 크리스티, <구름 속의 죽음>, 해문출판사, 2007
애거서 크리스티, <크리스마스 살인>, 해문출판사, 2007

크리스마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가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해문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두 권 들고와 읽고 있게 되더군요. 둘다 이번에 나온 추리문학 베스트 시리즈입니다. 해문출판사, 기왕 하는 것 반 다인 것도 마저 내주지 말입니다. 반 다인의 파일로(필로) 밴스 시리즈는 12권이라고 알고 있는데 동서문화사의 날림판과 합치면 총 7권-해문에서 3권, 동서문화사에서 4권-인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시리즈에서는 벤슨을 내줘서 동서문화사와 겹칩니다. 흑흑.

분명 G가 아직 졸업하지 않았을 때 모 대학 도서관에서 해문판 미니 사이즈를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들은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이리 되면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아니면 읽고 나서 홀랑 다 잊었다거나. 하지만 후자는 조금 신빙성이 없는게, 홀랑 다 잊는다 해도 이정도 되면 누가 범인인지 감이 와야하는데 전혀 감이 없습니다. 구름 속의 죽음은 하도 궁금해서 맨 뒤로 넘어가 범인을 확인했고 크리스마스는 나중에 범인이 밝혀진 다음에 입만 떡 벌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페어플레이라기엔 조금 미묘하지만 이정도 맛은 있어야지요.
셜록 홈즈보다는 길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이럴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긴 책은 읽기 싫고 잠깐 머리를 식히는 정도로 읽으려 할 때 말입니다. 물론 한 번에 두 권을 다 읽으려면 벅차긴 하지요.

나이를 먹을 수록 추리소설도 취향이 변해가나봅니다. 아직 어렸을 때는 셜록 홈즈를 최 상위에 두었지만 지금은 셜록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이 좋습니다. 그래도 완숙 달걀은 주인공들이 취향이 아니라 넘어가고요.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도 읽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CSI라인도 재미있게는 읽지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묘한 취향차이. 피가 튀기고 잔인한 살인 수법이 난무하는 것은 신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래도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까지는 수비범위 안입니다.
갑자기 떠오른 김에 퀸의 로마 모자를 읽으러 가야겠네요.


책 장정이 엉뚱하게 시리즈물로 취미가 붙어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중에 취향에 맞고 실제본인 것을 찾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적당한 시리즈가 없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스시가 해당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아직 완결이 안났지 않습니까. 그냥 일본판을 확 사다가 확 제본할까 싶기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군요. 정 안되면 올해는 편집에 매달려 제가 책을 제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제 편집 실력이 너무 안 좋아요. 몇 번 망쳐보면 좀 나아지려나..


요코미조 세이시, <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2007

공놀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코난 극장판 6편. 핫토리 헤이지의 첫사랑이 시작되는 것이 바로 어떤 여자아이가 공을 튀기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지 않습니까. 표지도 그런 류의 공이다보니 연상이 되었습니다. 뭐, 이야기가 그런 아이들이 죽어나가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앞서의 시리즈와 비슷한 연쇄살인사건입니다.
더벅머리의 김전일(金田日:긴다이치)은 여기서도 명탐정 기질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연쇄살인사건이 다 일어나고-다시 말해 죽을 사람 다 죽고 나서 범인을 밝혀내니 그 손자가 똑같다고 해도 뭐라 할 게 아니군요. 그저 할아버지는 출연작이 적은데다 편당 사망자가 적어서 그런 것이고 손자는 한 번 사건이 터졌다 하면 상당히 많이 죽고 출연편인 은근히 많으니 문제인 거죠. 그러다 보니 누적 사망자를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하지만 최근 취향은 아케치라서 그쪽 시리즈를 조금씩 모아볼까 싶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이 책한테 고맙다고 해야하는 일이 있었던지라 더 마음에 듭니다. 수요일 오후에 펑펑 울어서 기분도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는데 그 꿀꿀한 기분을 활짝 개게 해줬습니다. 추리소설에 푹 잠겨서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있다보니 취침시간을 훨씬 넘겼더군요. 그렇게 즐겁게 봤습니다.

지금보면 그냥 그런 수준의 소설이지만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는 좀 잔혹하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도 있습니다. 손자 시리즈에서 소품을 사용해 일부러 꾸민 것도 할아버지 시리즈를 보면 꽤 이해가 갑니다. 읽다보니 손자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어진달까요. 원작을 알고 나서야 패러디가 이해되는 느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아. 진짜 템레르 읽으러갑니다.


요코야마 히데오, <종신검시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 작가의 전 작품인 사라진 이틀은 읽을까 말까 하다가 끝 부분만 확인하고(...) 살며시 덮었던 책입니다. 한데 이 책을 읽고 났더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작가의 전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드는 멋진 책입니다.

일본과 한국에서의 검시관제도는 꽤 다른 모양입니다. 여기서는 경찰 보직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더군요. 종신검시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주인공은 깐깐하면서도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철두철미 합니다. 업무 스타일을 따지자면 CSI 라스베가스팀과도 비슷할까요? 하지만 이쪽은 혼자서 주변의 모든 정황을 살피고 추리해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있으니 훨씬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답게(?) 성격은 굉장히 안 좋습니다.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치정싸움에 휘말려 칼부림 당할 뻔하고, 쿨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삐딱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을 이뤘는데 그 동안 그를 통해 죽음의 비밀이 벗겨진 사람이 몇인지, 그 덕분에 미제가 될 뻔했다가 해결된 사건이 몇인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책에 나온게 그 정도면 (설정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겠지요.

간만에 마음에 드는 멋진 중년(노년?)탐정을 만났습니다. 음훗. 하지만 이런 사람이 상사라면 난감하긴 하겠군요. 일은 많이 배우겠지만 좀...;


표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티스타~와 같은 삽화가가 아닌가란 생각이 드네요.
The Moving Finger 해문판 움직이는 손가락(16권) 맨 마지막 부분입니다.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꼭 한 가지 있어요. 뭐냐 하면, 그 개한테 목걸이와 줄이 있는데도 조안나는 따로 목걸이와 줄을 하나씩 더 보냈거든. 그것이 어디에 필요한 건지 아세요?"
"그건 말이지........."
내가 고소를 금치 못하며 말했다.
"조안나의 조그만 장난에 불과한 거야."


애거서 크리스티는 역시 최고예요! 저런 유머라니!


아,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모 블로거의 페이지에도 있었던 것처럼 애거서 크리스티는 커플링을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최근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를 다시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꼈지요. 이번 편도 마찬가지로 커플이 등장합니다. 남매가 각각 짝을 찾아서 이루게 되는데요, 이중 여동생(글 속의 조안나)이 자기 올케되는 사람에게 개를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 개와는 별도로 목걸이와 줄을 보낸 것이지요.

저는 미혼이지만 분명 이 상징을 이해합니다. 충~분히 말이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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