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보다 더 짧은 이야기를 말하는 단어 중에 掌편, 葉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손바닥만한 글, 잎사귀만한 글을 말하며 단편이라 부르는 글보다 더 짧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책은 작가가 아닌 어느 남자가 쓴 다섯 편의 짧은 글을 쫓는 것이 기둥 줄거리입니다. 하나의 글을 찾을 때마다 그 글도 책에 소개가 되는데 굉장히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없는 이야기, 리들(riddle) 스토리라 부르더군요. 다만 이 소설을 쓴 사람은 각각의 결말을 딱 한 줄로 결정해서 적어두었으며, 적은 결말만 남겨 놓고 사망합니다.

글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둡고 무겁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 나면 허무함, 그리고 무상함, 거기에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책이네요. 글이 어두운 것은 배경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90년대 초, 버블이 막 꺼지기 시작한 시점의 일본이기에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에 돌아가지 못하는 청년이나,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같이 가라앉는 남자나, 가장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여자나 다 어둡기 마련입니다. 호황기였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지요.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들의 존재입니다. 짧지만 일상적이지 않고 환상적이며, 그렇지만 그 안에 함축된 뜻은 여러 가지로 읽힙니다. 게다가 딱 한 줄을 덧붙임으로써 그 이야기가 완결된다는 것도 굉장히 신기합니다. 역시 달라요...
그리고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작품을 생각하면 이 작가 자체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빙과』도 이 작가 작품이고, 『봄철한정딸기 파르페』도 이 작가 작품입니다. 이 둘은 일상 추리물이고 개그와 유며가 담겨 있습니다. 심각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찌보면 무난하고 평범합니다. 그럴진대, 『부러진 용골』은 정통 중세 판타지 추리소설이며 묵직합니다. 『인사이트 밀』은 어떤 의미로는 엽기에 가까운 정통 추리소설입니다. 『덧없는 양들의 축원』은 『추상오단장』에 실린 장편과 분위기가 상당히 닮아 있으며 전체적으로 환상소설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판타지가 아니라, 아련하고 무섭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느낌의 환상입니다.
이런 소설을 모두 한 사람이 썼지요.-_-; 그래서 무서운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허허허..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았다면 이 책도 추천합니다.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다른 책들을 먼저 읽고 나서 보기를 추천합니다. 그냥 보아도 상관없지만 다른 책들과의 연계 속에서 읽으면 이 책에 더 감탄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아... 이렇게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로 부럽습니다.T-T;


요네자와 호노부. 『추상오단장』,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1. 12000원.


의도적으로 이 소설의 한 축만 밝히고 다른 축은 빼놓았습니다. 그 축은 직접 찾아서 읽어보시길.
어쩌다가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는 잊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정보를 보고, 도서관에 신청하려 했더니 이미 주문 상태더라라는 건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경로로 받은 책인데 취향이 확연히 갈리더군요. 저는 꽤 재미있게 보았는데 G는 이게 뭐냐며 투덜거리더랍니다.-ㅂ-;


시릴 헤어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확실히 법적인 인간이라 그런지 문제나 분위기나 트릭마저도 영국적이며 법적입니다. 정말로요. 그렇기 때문에 피가 난무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심심하고 무뚝뚝하며 재미없는 이야기라 생각할 것이고, 영국식 유머나, 2차 대전 이후의 영국 모습은 안 맞는다 싶으시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단 B님이나 C님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보지 않으실까 하네요. 같이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윔지 경, 브라운 신부, 애거서 크리스티와 비교하기는 쉽지 않고, 저는 오히려 카랑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윔지 경의 이야기처럼 복잡하거나 이야기가 잘 안풀리는 분위기는 없고, 브라운 신부님의 사건처럼 사람의 맹점과 심리를 파고들어 고찰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애거서 크리스티처럼 로맨스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애거서 크리스티와는 조금 분위기가 닮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여, 영락한 어느 시골의 영주관에서 벌어진 크리스마스 만찬이 배경이니까요. 모인 사람들의 면면이 참, 이렇게 물과 기름을 한꺼번에 모아 놓을 수 있나 싶을 정도니까요. 한창 이름을 날리는 정치가, 파시스트이자 유대인 혐오주의자인 청년, 청년을 좋아하는 귀족 아가씨, 정치가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의 아내. 거기에 불청객이 아마도 두 셋쯤...?
탐정역을 누가 할지 보고 있었는데 예상하던 인물이 맡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고 쿨하게, 이건 영국식 살인입니다라고 말하는 학자님. 아, 이런 성격 참 좋다니까요. 후후후후후.



하지만 이 소설이 흡족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제가 정말로 싫어하는 종류의 사람이 하나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버릇없는 아가씨가 하나 있어요. 어떻게 저런 아버지 밑에서 저런 딸이 나온 건지. 하기야 그런 성격이니 그 사람과도 살았던 거라 생각합니다만.-_-; 파시스트 청년이야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여자도 질색입니다.


손자가 부모들 말고, 할아버지들을 닮았으면 좋겠군요.-_-


시릴 헤어. 『영국식 살인』, 이경아 옮김. 엘릭시르, 2013, 11800원.

2차대전 후라고는 하지만 아직 영국의 전통적인 분위기는 살아 있습니다. 집사님이 배가 나온 중년 아저씨(혹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마르고 꼬장꼬장한 타입이었어도 좋았을텐데, 어느 쪽이건 멋진 집사님인 것은 확실합니다.+ㅆ+


리뷰는 쓰지 않겠지만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버트램 호텔에서』의 앞부분에서도 그런 영국적인 옛 분위기는 맛볼 수 있습니다. 연이어 보고 나니 꽤 재미있네요.
둘다 정확한 제목은 아닙니다.-ㅁ-
앞쪽은 우타노 쇼고의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이고 뒤쪽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입니다. 두 권 모두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의 추리소설입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살의』시리즈는 앞서 다른 시리즈로도 있...는지 확신이 없군요. 하여간 이 학교도 키치죠지 근처 어드메에 있답니다. 이 주변은 참으로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곳인가요. 살인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어떤 집도 이 근처에 있다 하고, 중견 기업의 아들과 재벌집 딸이 형사를 하는 곳도 이 주변이지요. 조금씩 위치는 차이나지만 그 근방에 참 많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 손대고 있는 원서는 아예 배경이 이노카시라 공원이었어..ㄱ-;

하여간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는 소재가 야구입니다. 야구를 좋아하신다면 꽤 재미있게 보실테고, 그렇지 않다 하셔도 괜찮을 겁니다. 안심하고 읽으시어요. 전체적으로 바보트리오와 주변인물들의 만담이 이어지는지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막판의 그 '트릭 혹은 함정'은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앞서 그 인물 소개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자세한 것은 넘어가고..
연전 연패를 거듭하는 어느 학교 야구부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베이스 네 개가 홀라당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다른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그것도 꽤 큰 사건이라..-ㅁ-
읽고 있다보면 오코노미야키가 먹고 싶어진다는 점이 최대 단점입니다. 하하.;


우타노 쇼고의 책은 한국에 여럿 번역되어 나왔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질 않더군요. 이건 그래도 내용이 발랄해 보여 집어 들었는데, 예상대로입니다. 마이다 히토미는 11살의 초등학생입니다. 아버지는 조교수이고 숙부는 형사입니다. 형사인 숙부는 같이 살진 않지만 가끔 집에 놀러 옵니다. 어머니는 안계시고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녀가족이라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숙부가 자주 오니 숙부도 가족으로 포함시켜야 할까요.
하여간 이 소설은 짤막짤막한 단편들이 이어지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앞서의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이어집니다. 그리고 몇몇은 참, 입맛이 씁쓸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끄으응.;
제목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주인공은 숙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형사의 입장에서 이런 저런 사건을 조사하는데, 힌트는 항상 히토미가 던져 줍니다. 히토미가 한 작은 힌트, 실마리, 이야기가 사건과 맞아 떨어지지요. 그렇기 때문에 막판에서는 이게 또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대박 큰 폭탄을 터뜨렸지..ㄱ-;

다음 권도 나와 있더군요. 여기서 히토미는 14세인가봅니다. 중학생이라는 이야기네요. 이 책도 빌려다 놓았으니 조만간 읽고 리뷰를 쓰겠지만 그 전에 일단 『엿보는 고헤이지』부터..-ㅁ-;



히가시가와 도쿠야.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 한성례 옮김. 씨엘북스, 2012. 12000원.
우타노 쇼고.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 현정수 옮김. 한스미디어, 12500원.

제목만 들어도 공포 혹은 추리소설이라는 게 감이 오시나요. 넵, 맞습니다. 추리소설입니다. 그것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입니다. 당연히 긴다이치 코스케가 나오고요.

후기를 보니 이 책이 거의 마지막 이야기랍니다. 실제 긴다이치 하지메 소년의 사건부를 보면 긴다이치 코스케가 미국으로 건너 간뒤 연락 두절 상태라고 나오는데, 여기서 바로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발간 순서로 보면 뒤에 한 권 더 있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의 생애로 보자면 이게 마지막 이야기라네요. 그래서인지 다른 책보다도 두껍습니다. 상 하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도 그렇게 나뉘어 있고요.

후기를 읽기 전에는 코스케 나이가 많다 했더니-쉰으로 보이는 일흔-_--맨 뒤에서 정말로 떠나네요. 홈즈와도 결말이 비슷해보입니다. 물론 홈즈는 은퇴했고, 은퇴한 뒤에 수제자가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지만....(패러디 중에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지요. 이건 맨 뒤에 실린 해설에도 등장하는데, 혈통, 집안, 압박, 권력, 돈.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합니다. 고립된 지역이 배경일 때는 지역 유지의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어 혈통이 끊긴다거나(血), 여자를 두고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다거나(性), 집안의 권력이나 돈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있다거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문제는 항상 발생하니까요.-ㅅ-;

상, 하권으로 나뉜 것은 책 앞부분에도 나오지만 살인사건이 두 번에 걸쳐 나오기 때문입니다. 두 권인데다 그 한 권이 절대 얇지 않아서 빌리면서도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단번에 진도가 나가더군요. 금요일에 업무 끝내고 우울모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시마다 소지의 책 한 권이랑 이 책 두 권까지 세 권을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다 읽었습니다. 뭐, 집 인터넷에 문제가 생겨서 조아라에 들어가지 않았고, 웹 서핑도 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것이 독서나 보고서 쓰기(...) 외에는 없었지요. 덕분에 책 세 권을 홀라당 읽을 수 있었고요.


병원 고개라 불리는 어느 유명한 고개가 있습니다. 대략의 위치는 쿠단시타 그 주변 어드메인 것 같더군요. 메이지 유신 전부터 의사로 일했던 어느 집안이 있습니다. 그 집안의 당주는 앞으로는 한의가 아니라 양의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을 알고 아들을 유학 보냅니다. 그리고 돌아온 아들은 굉장히 유능한 의사가 되었고, 처가쪽의 힘을 얻어 상당히 큰 병원을 만듭니다. 처가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복잡한 관계로 얽힌 집안인데 이 양쪽 집안이 서로 겹사돈을 맺고 맺고 합니다. 하지만 병원 집안은 지식인에 가깝고 조금 보수적인데 반해, 처가쪽은 안 좋은 일에도 손을 대고 하는 뒤가 구린 집안입니다. 그런 집안이 대를 넘어가며 서로 겹사돈을 맺고,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쪽 사업에도 손을 대어 상당히 커집니다. 하지만 2차대전의 폭격 때문에 의사집안의 가주가 사망하고, 집안은 가모(家母)에 해당하는 야요이가 이끌어 갑니다. 양쪽 집안 모두 손(孫)이 부족해서 결국엔 딱 하나만 남게되지요. 그건 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지만.. 하여간 병원이 있는 고개는 그 유명한 병원 때문에 병원고개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어느 해, 빈집으로 남아 있던 그 병원 옆 고택에서 어떤 여자가 목매달아 죽습니다. 책 제목의 유래지요. 목매달아 죽은 여인이 누구이고,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넘어갑니다.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뭐, 항상 긴다이치가 후회하듯이 여기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몇몇 건 때문에 사건은 커집니다. 만약 진즉에 그 사실을 확인했다면 사건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겠지요. 하아......


전체적인 감상을 한 줄로 요약하면 딱, 요코미조 세이시 다운 이야기. 음, 솔직히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꼬일 것이라고 말이죠. 범인 추리하는 것도 아주 어렵지는 않고, 상황도 대강 짐작은 되지만 그래도 읽는 거잖아요.-ㅁ-;
다만 그놈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절대 이해 불가.-_-; 물론 정복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리하학적인 짓을 벌여도 되는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자네, 이미 삐~도 있었잖나. 그런데 그런 짓을 벌인단 말이지? 아우, 솔직히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 중에서 이런 코드가 빠진 것은 거의 없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읽을 때마다 마음에 걸리네요. 게다가 이런 상황이 되면 회사, 아니 재벌이라고 할 정도로 방대한 집안 하나가 그대로 몰락하는 셈입니다.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 범인 말고 중요 인물 중 하나가 마지막에 먹인 큰 엿도 이해가 안 갑니다. 덕분에 집안뿐만 아니라 집안이 이끌고 있었던 사업도 완전히 오갈데 없어진 셈이니까요. 하하...


주요 소품중 하나인 삐~와 관련해서는 다음에 다룰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다음 기회에.
아마 B님이나 C님은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요코미조 세이시.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상-하, 정명원 옮김. 시공사, 2013, 각 12000원.

책 가격을 찾다가 놀랐습니다. 헉; 이렇게 싸다니! ... 그리고 이 책 가격이 싸다 생각하는데서 조금 좌절을...;ㅂ;

같이 검색해서 나온 원작 표지(카도카와문고)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담고 있군요. 이 부분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말입니다.
물론 제가 아이디어가 괜찮다 어쩐다 말할 레벨이 아닙니다. 저자가 마쓰모토 세이초거든요. 하하하하; 미미여사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니 이분은 제가 평할 수준이 아니지요.
하지만 호불호는 논할 수 있습니다.'ㅂ' 그런 고로 감상기는 호불호에 대해 풀어 가겠습니다.

제목인 D의 복합. 저게 왜 D인지는 책 중반에 나옵니다. 아예 주인공의 입을 빌어서 그렇게 쓰거든요. 근데 그 D라는게, 제가 최근에 아주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D와 용어가 같습니다. 그런 고로 이 D가 그 D인가 싶은데. 아, 물론 반쯤은 농담인 거고, 읽다보면 아하 싶습니다. 아이디어가 참 좋아요.

하지만 그 D에 대한 아이디어를 빼놓고도 전체 이야기는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앞부분과 뒷부분의 중점이 다르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맨 뒤의 해결 혹은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계기를 보면 처음에 나온 것들은 오히려 곁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곁다리가 아니라 아예 심리적 함정입니다.
범인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그가 이런 일을 벌였는가이지요. 결말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니까 이렇다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원래 그런겁니다.(...)


좀 안 팔리는 작가인 이세는 어느 날 원고 의뢰를 받습니다. 이름도 낯선 어느 잡지사에서 기고를 요청한 겁니다. 그것도 민속학과 여행기를 섞어서 써달라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취재비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할테고, 원고 비용도 상당히 비싸게 줍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80년대인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비용도 대단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때는 한창 버블경제 때로군요. 그러니 돈이 많아서 심심풀이로 잡지를 창간하는 것도 가능한 일일테고 말입니다.
소설의 시작이 이렇다보니 앞부분은 주로 전해오는 이야기에 맞춰 여행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아마 이 부분은 M님이 굉장히 좋아하실 겁니다. 코스가 교토 주변이거든요. 게다가 다들 기차 타고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라. 이 코스 그대~로 따라가도 재미있을테고, 마침 책 출판사(모비딕)가 친절하게도 지도를 실어 놓았습니다. 다음 여행에 참고하세요.

하여간 그렇게 여행을 다니던 와중에 이상한 일이 몇 가지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살인사건에 대한 제보가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 있었다나요.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이야기도 여행기에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원고까지 써내고 있던 도중에 이런 저런 사건이 커집니다.

앞부분이 민속학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인데, 제 입장에서는 조금 억지 같다는 생각이. 그도 그런게 주로 단어의 유사성, 발음의 유사성 등을 들어서 말로 풀어내고 있거든요. 뭐, 니시오 이신이나 미쓰다 신조의 책에서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쪽은 조금 더 말장난 느낌이 강한 듯. 솔직히 『퇴마록』이 떠올랐습니다. 하하하하;
(어떤 의미에서, 퇴마록을 좋아했다는 건 흑역사로 생각하고 싶은 정도..ㄱ-; 특히 거기 실린 내용을 믿고 있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편은 세계편이지만 다시 볼 용기는 없습니다)


앞부분은 민속학을 따라가는 여행이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이 사람 왜 이래?와 그거 도대체 뭐야? 랑 도대체 누가 무슨 짓을 한거야?라는 의문을 푸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ㄱ-;
어쨌던 이세는 이 기고 덕분에 조금 먹고 살만해졌을테니 다행인가요. 기고 후에 이런 저런 일감이 많이 들어왔다 하거든요.


그리고 아래는 어떤 등장인물에 대한 폭언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자료를 훼손하는 놈은 벌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벌은 좀. 뭐, 마쓰모토 세이초니까요.;



마쓰모토 세이초. 『D의 복합』, 김경남 옮김. 모비딕, 2012, 13500원.


책의 두께나 내용에 비해서는 가격이 안타깝습니다. 요즘 웬만한 책이 저 가격인 걸 생각하면, 이런 두께에, 이런 내용이면서 가격이 저렴하지 않나 싶은 정도네요. 책은 꽤 잘 뽑아냈고 표지 디자인 등도 마음에 듭니다.
작년에 북스피어랑 모비딕이랑 손잡고는 같이 마쓰모토 세이초 시리즈를 내고 공동 마케팅을 펼친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야 이 책을 보았네요. 마쓰모토 세이초는 솔직히 제 취향에서는 안 맞습니다. 사회문제를 좀 깊게 다루고 파고 들기 때문에 무겁거든요. 게다가 결말이 속 시원하지도 않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미미여사의 책 중에 『누군가』나 『이름없는 독』이 이런 느낌에 가깝겠지요. 그나마 미미여사는 결말이 마쓰모토 세이초보다는 조금 후련한 편이니까요.
(아니... 『외딴집』은 조금 예외고...)

B님이랑 C님, I님께 추천합니다. T님도 좋아하시려나..? M님이야 앞에 철로 깔아 드렸으니 보시겠지요. 음하핫!
미쓰다 신조의 소설입니다. 매번 무의식 중에 마쓰다 신조라 쓰고 있는데 마가 아니라 미입니다. 왜 쓸 때마다 헷갈리는 건지 원.;
(종종 글자를 건너 뛰어가며 읽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허허허;)


하여간 공포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작을 꽤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집어 들었는데 정작 읽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 읽고 나니 같은 날 빌려온 마쓰모토 세이초의 책에는 손이 더 안가는군요. 마쓰모토 세이초 책도 건조하다 못해 버석버석한 느낌인데, 『기관』을 읽고 나서 이걸 보면 정신이 황폐해질 것 같더랍니다.

기관은 機關도 아니고 器官도 아닙니다. 한자어로 忌館이라고 씁니다. 흔히 쓰는 단어는 아니고, 만든 단어 일겁니다. 忌는 꺼릴 기, 즉 꺼리는 집이라는 뜻이겠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도조 겐야가 아니라 미쓰다 신조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데, 한쪽은 도조 겐야가 나오는 추리소설, 다른 쪽은 미쓰다 신조가 주인공인 공포(호러)소설입니다. 그러니 이 책이 공포소설인 것도 당연하지요. 물론 추리적 요소는 있지만, 되짚어 보면 추리하기에는 재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쉽지 않아요.

이 책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제 주변 분들 중에서는 B님이나 보실까. 그 외에는 없어요. 일단 전개 부분에서 상당히 잔혹한, 엽기적인 설정이 등장하는데다 공포 요소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소재는 딱 집어 말하자면 유령의 집이예요. 제목에 괜히 館이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는 잡지, 그것도 무려 『GEO』 편집자입니다. 이 잡지 기억하는 분 있을라나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 독일 쪽에서 나온 잡지를 번안 혹은 새로 취재하여 만든 잡지입니다. 굉장히 좋아해서 정기구독도 신청했습니다. 가격이 상당해서 구독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신청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그랬는데 폐간되었네요. 『내셔널 지오그래픽』보다 이쪽을 훨씬 더 좋아했는데 말입니다. 왜 그랬냐 물으시면 저도 모릅니다. 그냥 판형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네요.
하여간 미쓰다는 잡지 편집부의 이사로 도쿄에 올라왔다가, 나중에 잡지 편집 방향이 바뀌자 단행본 쪽으로 부서를 이동합니다. 그런 와중에 집 이사도 함께 하는데, 좋아하는 지역에서 아주 독특한 느낌의 집을 발견합니다. 팀버양식이라던가요. 영국의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황무지의 스산한 느낌이 감돕니다. 영국 공포소설 읽어보신 분이라면 짐작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끝.


아니, 정말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내용을 자세하게 쓰지 않고는 이 이상의 이야기를 다루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 접어서 적어보지요.





하여간 배경 지역이 무사시노 쪽이라 B님이 흥미있어할만하긴 한데, 결말이 열린 결말에 가깝다는 것이 걸립니다. 그리고 접은 곳에도 적어놓았지만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모 소설의 등장인물이 말했듯이 "사실 속에 거짓을 조금만 섞으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정말로요.


미쓰다 신조.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1, 12800원.

번역은 대체적으로 무난하지만 지역 명에 대해서는 조금 걸리는 곳이 있네요.
갓파하시모토, 시노바스노이케 연못. 이 두 가지가 눈에 걸리더군요. 아사쿠사쪽에서 우에노로 걸어가는 도중에 지나치는 곳인데, 갓파바시는 이름을 들어보았으니 거기에 本을 붙인다 해도 읽는 건 갓파바시모토일 것 같거든요. 거기에 시노바스는 예전에 우에노 돌아다닐 때 지나치면서 출구를 보았는데 시노바'즈'일 것 같습니다. 시노바스노이케가 아니라 그냥 시노바즈 연못이라 하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하고요.

뭐, 일본 지명 번역하는 것은 참, 쉽지 않지요.;;
달리 읽힌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용이 바뀐 것도 아니고, 바뀐 것은 읽는 사람인 저일 따름이지요.


앞서 미쓰다 신조의 책을 소개하면서 『저주의 혈맥』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쪽도 민속학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라고 말입니다. 그 때 이 책을 빌려서 다시 읽어보겠다 생각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 엊그제 빌려와서 보았습니다. 생사부(...)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홀라당 잊고 있었으니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왜 죽었는지, 어떤 과정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에서 사라진걸 보니, 제가 추리소설을 재독 삼독해도 문제가 없는 건 그 때문이란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가끔은 鳥頭인 것이 도움이 되는군요. 아니, 까마귀는 머리가 좋은 편이니 鳥가 아니라 鷄로 할걸 그랬나요.

전체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주인공은 민속학 관련 연구자입니다. 아직 석사과정(인지 박사과정인지) 학생으로 있습니다. 즉, 연구 거리를 찾아다니는 중이지요. 한데 일본은 한국보다 교수-제자간의 갑을 관계가 빡빡하기 때문에 학생은 정말 교수의 온갖 뒤치닥 거리를 다 해야합니다. 그 중에는 연구 소재 상납이라는 것도 있지요. 주인공도 자기 아이디어를 교수에게 빼앗긴 뒤부터는 아이디어를 누설하지 않기 위해 조심합니다.
그래서 그 날도 홀로 산을 헤매던 중이었는데, 목적하던 곳의 신목(신의 나무)을 발견하고 관찰하다가, 무의식 중에 사고를 칩니다. 그리고 그 사고 뒷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무서운 사람과 만나고, 교수가 또 휘말리고, 아이디어를 폭로 당하고 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위의 내용 설명에서 주요 트릭은 홀랑 빼먹었으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얼개는 대강 저렇습니다.

이 소설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삽화를 CLAMP가 그렸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CLAMP의 네코이 믹쿠가 그린 것 같더군요. 아직 그림체가 다듬어지기 전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볼만은 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합법 드러그』의 주인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성격도 비슷하게 보이고요. 삽화만 보면 이거 BL 아닌가 싶은데 내용을 보면 전혀 아니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적어도 주인공에게는 다른 사람이 있으니까요.


보고 있자니 역시 라이트 노벨이라 그런가 전개가 약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도 그렇게 말하지만, 주인공이 겪은 상황 때문에 그렇지 그 이론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런 주장은 씨알도 안 먹힐 걸요. 그러니 보충해야할텐데, 그걸 어떻게 하려나 싶은 정도입니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요. 어디까지나 이건 소설이니까요.


책이 두꺼워서 보는 걸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빨랐습니다. 두꺼워도 라이트 노벨이니, 실려 있는 분량 차이가 꽤 납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지 이틀만에 다 보았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랑 취침전에 본 것만으로 본 것이니 금방 본 거지요.


자, 그러니 이제는 기관을 보러 가야..-ㅁ-;


카몬 나나미. 『저주의 혈맥』, 김수현 옮김. 학산문화사, 2008, 6500원.


책 가격을 검색해보면서, 싸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좌절했습니다. 두껍긴 하지만 라이트노벨인데 가격 6500원을 싸다고 생각하다니요.;ㅁ;
각각 다른 책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에 이어 나온 책들입니다. 시리즈지요. 원서 검색을 해보지 않아, 이 시리즈가 얼마나 있고 몇 번째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각권 따로 보아도 문제 없습니다.

두 권 모두 B님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 출간 순서대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의 순서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제 취향에는 안 맞았습니다. 책을 내려 놓는 순간까지 그렇게 충격은 받지 않았습니다. 익숙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자세히 적으면 내용 폭로가 될 터이니 아래 따로 접어서 서술하겠습니다.

일단 이 두 편도 요코미조 세이시와 느낌이 닮았습니다. 닮지만 꽤 다릅니다. 그러고 보면 B님은 이걸 두고 교고쿠도를 떠올리시던데, 저는 전혀 다른 작품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B님은 안 보셨을 듯..? 블로그 검색해보아도 이 작가는 안 보셨더군요. 저는 이쪽이 외려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글 분위기는 극과 극입니다.;
괴담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도조 겐야는 산골짝에 들어갑니다. 신(神)의 가문과 마귀 가문으로 나뉜 마을은 극명하게 대립해 있는데, 도조가 들어온 뒤에 예상했던 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갑자기 오버랩 되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ㅁ-; 그쪽은 아예 저주받은 건축가(...)가 있어 그 집에서만 사건이 벌어진다지만 여기서는 도조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첫 번째 권은 조금 다르군요. 그쪽은 별개의 이야기로 둡니다.
하여간 도조도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출판사 편집자와의 대화에서 그런 속내, 불안감을 비추고 편집자는 우연의 일치다며 달랩니다. 하지만 자네가 미쓰다 신조의 추리소설 주인공인 이상, 이런 우연의 일치는 계속될 걸세. 하하하.;ㅂ;


이 시리즈는 다 읽고 나서 책 제목을 보면 제목이 달리 보입니다. 제목 자체가 상당한 키워드거든요. 어떻게 키워드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은 책에 몰입하시어요.

책 편집도 조금 불만이 있습니다. 비채가 책은 잘 만들긴 하는데 책 편집은 취향이 아닙니다. 활자 크기가 크고 자간이 넓어 펼쳤을 때 양 면에 들어가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책 두께도 두꺼워지고 무겁지요. 읽다보면 이게 그렇게 분량 많은 것은 아닌데 책이 부피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거워서 들고 다니며 보기 힘들더군요. 그래도 꿋꿋하게 보고 다녔지만. 『산마』는 목요일에 끝, 『염매』는 어제 끝냈습니다. 별 생각없이 보았는데 연속으로 본 셈이군요. 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책 두 권을 더 보았습니다. 하하하하; 보고서 회피모드라 그런거예요.

자, 이제부터는 책의 내용에 대해 적어봅니다.



아, 번역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권영주씨는 제가 번역본을 꽤 많이 보았는데, 이번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B님 블로그 댓글에도 썼찌만, 『산마』는 도조와 편집자가 만난 장소를 진보 정이라 표기해서 당황했습니다. 그냥 진보쵸라고 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염매』에서는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 특정 장면에서 인물 이름을 잘못 적은 것인 아닌가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염매』 때문에 한동안 무서운 길은 못 다닐 것 같습니다. 으으으; 등 뒤에 누가 쫓아오는 기분이 들어요!

미쓰다 신조. 『산마처럼 비웃는 것』, 권영주 옮김. 비채, 2011, 12000원.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권영주 옮김. 비채, 2012, 14000원.



이래 놓고 오늘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면서 미쓰다 신조의 다른 책도 추가로 빌려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도 신간 나왔는데 봐야 하나?
추리소설입니다. 원제는 首無の如き崇るもの. B님 추천으로 찍어 두었다가, 한국 출간 순서대로 이 책을 가장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처음에 제목을 듣고는 익숙하다 했더니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가 이것이랑 비슷하네요. 그러고 보니 헛소리꾼 시리즈도 집에 자리만 넉넉했다면 두었을 시리즈인데 말입니다. 이 책과 제목이 닮은 것은 『살린 머리 사이클』입니다. 머리가 왜 잘렸는가는 어떤 추리소설에서건 중요한 부분이지요. 이 이야기에서뿐만 아니라 『점성술 살인사건』에서도 자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처음 이야기는 옛날 옛적, 어느 시골마을에 살았던 아줌마한테서 시작됩니다. 아줌마이지만 꽤 이름있는 추리소설 작가로 필명을 쓴답니다. 이 사람은 몇 십년 전, 순경이었던 남편 덕분에 그 마을에서 벌어진 어느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만납니다. 사건에 직접 뛰어든 것은 순경이었던 남편이지만 상담역이었던 덕분에 굉장히 자세한 정보도 얻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이 수수께끼를 어떻게든 풀어보기 위해 추리소설 독자들을 대상으로 사건의 전체 이야기를 밝히고 해결의 실마리를 달라고 요청합니다. 잡지에 연재를 했거든요.

戰前에 일어났던 살인사건은 유서깊은 산을 중심으로 한 이 마을의 유력 집안 후계자(조주로)와 그 동생이 마을의 오래된 신사에 참배를 드리던 중에 발생합니다. 두 번째 살인사건은 그 후계자가 결혼할 때가 되어 맞선을 보는 도중에 일어나고요. 이 두 가지 살인사건이 가장 큰 수수께끼입니다. 약 10년 사이를 두고 일어난 사건들은 마을에도 굉장한 광풍을 몰고옵니다. 유력 집안은 세 곳이지만, 그 세 곳의 지위가 바뀌는 큰 일이었으니까요. 이야기의 중심 인물 중에는 초반에 등장하는 꼬마, 요키다카가 있습니다. 부모와 가족을 어이없이 잃고 마을에 흘러 들어온 꼬마는 여러 모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밝히면 안되니까 슬쩍 넘어갑니다. 하여간 전체 등장 인물 중 요키다카처럼 처음 이미지와 끝 이미지가 확 바뀌는 사람도 드뭅니다. 아니,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이미지가 바뀝니다. 초지일관한 이미지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중간에 굉장히 변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이 반전의 묘미지요.-_-;

특히 맨 마지막 부분의 해설(!)은 기묘합니다. 몇 번이고 뒤집어 엎는데, 그걸 세 번쯤 반복해서 보았나봅니다. 글이 튀어나올 때마다 결과가 달라집니다. 바뀌고, 또 바뀌고.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허탈했습니다. 다시 보면서도 긴가민가하지만 몇 번이나 다시 보고 나서는 범인이 그 사람인가 싶더군요. 그 부분에 대한 묘사는 조금 헷갈리긴 합니다. 기술하는 사람도 헷갈리고 있었으니까요.


몇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조주로와 요키다카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처음 보았을 때부터 걸렸거든요. 그 때문에 앞부분 읽다가 집어 던질까 고민하며 결말을 보고는 다시 처음부터 보았습니다. 한데, 제가 보았던 결말은 일부더군요. 결말부분이 길어서 그 짧은 장면만 보아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B님이 이야기하신대로 전체 분위기는 요코미조 세이시와 닮았습니다. 더벅머리 탐정이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나 사람들이 몰살하고 나서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입니다. 하기야 이건 그보다는 더 교고쿠도 같기도 하군요. 민속학적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에 대한 해답(?)도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보세요.


책은 두껍지만 역시 한 번 붙들면 손을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보고서가 끝나기를 기다려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보고서 마감을 어겼을 겁니다...-ㅁ-;
이 책은 다 보았고, 칼로리 플래닛도 다 읽었으니 다시 다음 책을 보러 가야겠네요. 하지만 그 사이에 읽을 책이 최소 두 권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먼저 빨리 읽을 수 있는 책 두 권부터 해결하고 그 다음 책을 보렵니다.+ㅅ+




미쓰다 신조.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권영주 옮김. 비채, 2010. 14000원.

몇 번 크루즈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워본 적이 있습니다. 과거형인 까닭은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제가 그 배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자신이 없거든요. 영어가 능통해야 거기서 제대로 놀 수 있을텐데 그렇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냥 꿈으로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크루즈 여행은 나이 더 먹어서 가고, 지금은 그 돈으로 비행기 여행을 다니는 것이 좋다고 말입니다.

근데 이 소설은 조금 다릅니다. 크루즈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배여행입니다. 양쪽의 차이는 배를 타는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거죠. 요즘 같으면 서울에서 런던 가려면 인천에서 배타고 가는 것보다 비행기 타고 가는 쪽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고 가격도 쌉니다. 인천에서 출발해 런던까지 가는 크루즈는 가격이 항공권의 몇 배는 나갈 겁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려고 해도 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사람들은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어 그냥 배를 타고 여러 도시에 갑니다. 왜냐하면 항공노선이 없었던 때거든요. 소설의 배경이 1930년대입니다. 하하하.;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고 매번 시점이 이동하기 때문에 꼭 누구다라고 집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배 자체가 소설의 주인공인지도 모릅니다.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사고를 치고, 배 안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하니까요. 김전일이나 코난이 타고 있는 건지, 이 배에서는 살인사건도 몇 번, 상해사건도 몇 번, 사기나 납치 등의 형사 사건도 여러 번 일어납니다. 여러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소설마다 트릭이나 방향도 상당히 다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괴담 이야기. 처음에는 단순 괴담인줄 알았지만 막판에는 무릎을 쳤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군요. 물론 이런 시대라서 가능한 이야기지만 상당히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 같은 묘한 분위기가 납니다.
등장인물들이 일본인 외에 여러 외국인도 있어 그런가, 뒤죽박죽이기도 하고 하츠 아키코의 영국 시대물이나 우유당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시대라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한국의 1930년대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시대였지요. 그런 시대에 이런 배를 타고 유유자적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입맛이 씁니다.

작가가 와카타케 나나미이지만 전작에 비한다면 상당히 가볍습니다. 이 작가는 가벼운 건 발랄한 느낌도 들지만 무겁게 나가면 사람의 발목을 붙잡아 끌어 당기는 물귀신 같기도 합니다. 이쪽은 가벼운 책이니 부담 없이 읽어보시어요. 다만 배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사라질 겁니다.(먼산)

와카타케 나나미. 『명탐정은 밀항중』, 권영주 옮김. 노블마인, 2010, 1만원.


작품 해설은 가몬 나나미가 썼는데, 읽고서 저나 G나 둘다 포복절도했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오카마라니!

자세한 내용은 해설 보시면 아실겁니다. 하하하;
예전에 『미로관의 살인사건』 감상을 올리면서 적을까 말까 하다가 접은 내용이 있습니다. 『미로관의 살인사건』 번역자는 권영인데, 이후에 한스미디어에서 재출간한 것은 권일영씨가 번역을 맡았습니다. 혹시나 같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서 주저리주저리 적었다가 도로 지웠는데, 『암흑관의 살인』 역자 후기에 자세히 나옵니다. 권일영씨가 그 당시 번역해서 필명으로 냈다고요. 이 책 말미에는 『미로관의 살인사건』도 다시 번역해서 내고 싶다 적었는데 과연, 2011년에 나온 『미로관의 살인』도 권일영씨가 번역을 맡았네요.'ㅂ'
추리소설을 집어들었을 때 번역자를 확인하고 권일영씨인 걸 확인하면 높은 확률로 그대로 집어 들어 봅니다. 취향이 대체적으로 맞는 편입니다. 대체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하드보일드 계열은 안 맞기 때문입니다. 하라 료의 몇몇 소설도 번역하셨는데 그쪽은 제 취향에는 너무 단단합니다.(웃음)

『암흑관의 살인』말고 다른 책들도 거의가 재독인데, 몇몇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를 잊어 새로 읽는 기분이었고 어떤 책은 또 트릭을 잊어서 범인이 하는 짓을 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쪽은 차라리 범인을 기억했다면 나았을 것을, 트릭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트릭이 아니라 반전이었지요. 가장 큰 반전. 이 책이 어떻게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덕분에 다시 읽는 재미가 반감되었네요.

어떻게 보면 『암흑관의 살인』은 관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밑바닥에 있는, 기저에 있는 소설일 겁니다. 어떻게 관시리즈가 시작되는지에 대해 밝히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나오기는 비교적 최근에 나왔지만, 시리즈를 계속하면서 나왔을 법한 의문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는 겁니다. 사건의 트릭이나 문제는 별 것 아닌데 또 몇 군데서 사람의 속을 자극하는 것들이 몇 있네요.
책이 상당히 두껍고 3권이나 되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막상 손을 대면 책이 훌훌 넘어갑니다.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다른 관시리즈보다 조금 더 걸리던가요. 생각보다 많이 안 걸립니다. 그야 한 번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를 못하니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코난군이 엽니다. 시시야에게 코난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가와미나미는 어머니의 49제를 지내기 위해 규슈에 내려갔다가 친척 할아버지에게서 어느 신기한 저택에 대한 이야기를 얻어 듣습니다. 규슈 산골짝 어드메에 호수가 하나 있고, 그 호수 안쪽에는 기괴한 건물이 하나 있답니다. 무서운 소문이 서려있는 그 건물은 나카무라 뭐라는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가와미나미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이라는 걸 확신하고 직접 찾아 들어갑니다. 시시야에게도 연락을 취하지만 또 어디 놀러갔는지 연락이 안됩니다. 혼자 차를 빌려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안개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다른 관들을 찾아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특히 흑묘관. 거기를 찾아갔을 때는 안개로 굉장히 고생했는데, 여기는 한층 더합니다.

그리고 관에 들어가서 당연히 사건에 휘말립니다. 당연합니다. 시시야와 코난은 관에만 갔다 하면 사건이 벌어지니까요. 이번에도 당연히 사건에 휘말리는데, 워낙 건물이나 그곳에 살고 있는 집안이 희한한 곳이라 사건은 더 오리무중으로 빠져듭니다.

자아. 그럼 어디가 함정이고 어디에서 발목을 잡히는지는 두고 보시면 알겁니다. 음하하하하.;ㅂ;



아야츠지 유키토. 『암흑관의 살인1-3』, 권일영 옮김. 한스미디어. 2007, 각 11800원.


그나저나. 『기면관의 살인』에서 시시야는 중년이 되어가며 살집이 붙은 모양인데, 앞서 『흑묘관』을 포함해 다른 관시리즈를 보면 메피스토텔레스 같은 이미지라 한단 말이죠. 키도 크지만 마른데다가 구부정하다 하니 말입니다. 허허허. 나잇살은 누구도 못 이기는 군요.
...
혹시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가요?;


덧붙여, 암흑관은 굉장히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아예 책 앞에 평면도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평면도를 그린 사람은 오노 후유미. 으하하.;ㅂ; 그야말로 부창부수입니다. 이 경우에는 夫든 婦든 어느 쪽을 앞에 놓아도 말이 다 맞아요.;
둘을 한 번에 묶은 것은 재독이기 때문입니다. 둘다예전에 보았거든요. 언제 보았더라.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아마 검색해보면 언젠가 올린 감상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냥 넘어갑니다.

『블랙베리 와인』은 보통 식물을 키우고 싶을 때 꺼내듭니다. 전작 『초콜릿』이 초콜릿을 통해 랑스크네의 폐쇄적 분위기를 잡아냈다면 『블랙베리 와인』은 농사를 통해 개발과 유지라는 양쪽 축의 대립을 보여줍니다. 유지라고 하면 이상하군요. 하지만 개발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저보다 좋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랑스크네의 주변 마을 중에는 외지인을 끌어 들여 대규모의 관광업으로 마을을 일으킨 곳이 몇몇 있습니다. 랑스크네의 몇몇 사람들도 그런 방향으로의 개발을 원하고요. 하지만 그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향의 차이이긴 한데, 개발지지자는 조금 더 적극적인 활동가이고 개발반대자는 조용하고 얌전한 침묵자입니다. 방관은 아니지만 사건이 크게 일어날 때까지는 행동하지 않는 듯하군요. 『초콜릿』에 등장했던 사람은 그 속에서의 행동으로 짐작할 수 있는 파벌로, 그렇게 나뉩니다. 이 상황의 중심 인물은 제이입니다. 영국인 작가이지만 그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그리고 그 때의 일을 떠올려 쓴 소설로 히트를 쳤지만 첫 작품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다음 작품들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듣습니다. 젊고 아름다운-하지만 왠지 거미 같은 이미지의 (절대 취향 아닌) 여자와 같이 살다가 충동적으로 랑스크네의 땅과 집을 사서 이사를 옵니다.

소설은 크게 제이의 어린시절과 현재 모습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어린시절이나 현재나 가리지 않고 읽었지만 재독, 삼독할 때는 그냥 현재 모습만 골라 봅니다. 옛이야기는 그리 취향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농삿일에 대한 정보도 현재 이야기에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현재편만 골라보지요.
결론은 조금 의외였지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적으로 조금 묵직하고 잔잔한 느낌이니 취향을 탈 수 있습니다. 『초콜릿』도 끝부분의 반전이 있지만 이것도 클라이막스에서 예상 외의 행동이 등장합니다. 그래도 좋아요.'ㅂ'



『시계관의 살인』은 예전에 한 번 보았고, 트릭이나 범인은 대강 기억하지만 몇몇이 죽은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아 오랜만에 꺼내들었습니다. 관시리즈를 읽다보니 옛 이야기를 홀랑 잊어서 그렇지요. 『십각관의 살인』보다 훨씬 두꺼운데 말입니다, 간만에 보니 그래도 좋네요. 미인박명이라는 건 여기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입니다. 제발 좀 이런 인물은 살려두면 안됩니까. 소설 속에서도 미인은 공공재라고요!(....)



조안 해리스. 『블랙베리 와인』, 송은경 옮김. 문학동네, 2006, 11000원.
아야츠지 유키토. 『시계관의 살인』, 김난주 옮김. 한스미디어, 2005, 13000원.

씁쓸한 소설이라고 쓰다가 쌉쌀한으로 한 단계 낮췄습니다. 적어도 아주 입맛이 쓰기만 하지는 않으니까요.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읽으면서 굉장히 입맛이 떫은 것이 많습니다.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닌데, 개운하진 않더라도 아주 씁쓸하진 않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경입니다. 한국에서는 여자 경찰에 대한 대우가 어떤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한국에서는 어떤지 궁금하더군요. 주인공은 교통 경찰 업무가 아니라 실제 수사업무에 참여하는 경찰입니다. 정확히는, 범죄자 몽타주를 그리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얼굴순경이라 불리더군요. 이 부분 번역이 조금 걸렸는데, 한국에서는 얼굴 그림이라 하지 않고 그냥 몽타주라고 쓰지 않나요. 범인의 얼굴 몽타주를 배포한다는 말은 뉴스든 기사든 여러 매체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진대 여기서는 얼굴 순경이니, 얼굴 그림이니 적어 놓아서 읽는 동안 조금 걸렸습니다. 일부러 주인공의 소외감을 강조하려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히라노 미즈호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몽타주 그리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자리로 이동합니다. 원래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고, 어떻게 보면 차심부름 같은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앞서 일을 그만둘 때 일으켰던 사건과 여러 사정으로 인해 홀대 받고 있지요.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어렸을 때 꿈꾸었던 그런 자리로 가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책에는 에필로그 포함해서 총 6가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미즈호는 그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조금씩 나아갑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종신검시관』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역동적으로 느껴집니다. 『종신검시관』에서와는 달리, 주인공은 미즈호 한 사람이니까요. 읽다보면 여자를 보는 시각에 대해 조금 불만을 가지게 되지만 그게 틀렸냐고 물으신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저런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뭐, 경찰이라는 직업 구조상 저렇게 징징대는 여자들이 많았을 수도 있지요.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요, 이게 아니었어요, 저 못해요, 그러니 저 시집가요.(...) 허허허허. 그저 웃습니다. 허허허허.

경찰은 잘 모르지만 군대에서는 어떤가. 군대도 최근 10년 사이에 풀렸지만 여성 지휘관의 전방 근무는 아직 사례가 없는 듯합니다. 진급하는데 그런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모양이지만, 장기간 행군하는 동안의 문제나 훈련 참가시의 시설 문제가 걸림돌이라 들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장군 진급한 예는 여럿 있지만, 어떤 경우는 업무능력 보다 여성성(-_-)을 강조하여 진급이 된 경우도 있다니까요. 그 사람이 업무 능력이 그렇게 떨어지고 일 못하는데 .. (이하생략)
더 이상 말해야 무엇합니까. 경우에 따라 다른 것을요. 하지만 저렇게,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일 잘못하면, 혹은 그 중간의 길을 닦아주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행동하면 도매로 묶여 비난받습니다. 뭐, 남의 일만은 아니군요.ㅠ_ㅠ


씁쓸하지만, 그리고 뒷맛이 아주 개운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형사, 혹은 경찰물이나 경찰 분야 중에서도 특수 업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께 추천합니다.'ㅂ'


요코야마 히데오. 『얼굴』, 민경욱 옮김. 랜덤하우스, 2010, 1만원.

흑묘관의 살인사건에는 기대하는 것만큼 고양이가 많이 나오진 않습니다. 그래도 이전에 보았던 다른 관시리즈보다는 고양이가 많이 나옵니다. 등장인물이 고양이를 키우거든요.

먼저 주의 사항. 제가 읽은 판은 10년도 더 전에 나온 학산문화사 판입니다. 그러므로 아래 적은 부분들은 현재 구할 수 있는 한스미디어 판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겁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실 분들은 가능하면 한스미디어 판을 보세요. 특히 B님. 이거 읽다가 번역 때문에 폭발하실지도 모릅니다.(먼산)


다 읽고 나서 막판의 반전을 보고는 몇 가지가 떠올랐는데 그걸 다 적으면 내용폭로, 트릭 공개가 되니 그 부분은 따로 접어 두겠습니다.

소설의 전체 구조는 수기로 보는 과거의 사건과 그 뒤를 쫓아가는 현재의 모습이 교차 등장하는 구조입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시시야와 만나고 싶다며 담당 편집자 가와미나미에게 연락을 해옵니다. 그 할아버지가 시시야와 가와미나미에게 보여준 수기는 현재의 이야기와 교차되며 한 장씩 소개됩니다. 아예 시작부터가 할아버지의 수기입니다.'ㅂ'
전체적으로 무난한 이야기지만 몇몇 부분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권장하진 않습니다.(어?) 15금은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전의 관시리즈는 피가 난무하고 연쇄살인은 당연한 분위기더니 이쪽은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무난하다 표현한 것이고요. 음, 일단 고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꽤 마음에 들겁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의 배경은 홋카이도.... 아니; 소설 앞 부분에 등장하는 '좀 더 집필 속도를 빨리 해 두 시간짜리 드라마로도 만들어 그 주인공을 각지로 여행시키면, 여행작가도 될 수 있다'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습니다. 인형관은 교토더니 흑묘관은 홋카이도냐!


실은 그게 함정입니다.-_-;

자아. 앞부분부터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재미있었던 부분을 적어보지요. 네모 상자나 따옴표 부분은 본문을 옮긴 것입니다.

- 시시야 카도미는 추리소설 작가입니다. 관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이지요. 어떻게 보면 미타라이 키요시와도 닮았습니다. 지금은 본격 추리소설 작가인데, 나카무라 세이지의 마수에 사로 잡혀 그 사람이 만든 건축물 이야기가 나오면 코를 들이밉니다. 이번에도 그랬는데,

시시야 카도미는 원고 마감에 쫓겨 지금쯤 틀림없이 극단적인 야행성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내는 단행본 장편인데 확실히는 모르지만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여고를 무대로 벌어지는 연속살인 이야기일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오네요. 저는 그 장편의 제목을 압니다.-ㅂ-;;;
그리하여 가와미나미가 내건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었다는 건축물 관련 정보가 들어왔어요'라는 떡밥을 물고 시시야는 장렬하게 산화합니다.

가와미나미의 그런 생각은 멋지게 들어맞아, 시시야 카도미는 이날 밤, 원고 집필 매수에 있어 신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편집자라면 작가를 능수능란하게 조교(!)할 수 있어야합니다.


- 편집자 이름은 가와미나미. 이전에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서도 잠시 나왔지만 江南이란 성은 읽는 방법이 세 가지라 하던가요. 아리스의 성은 아마 에나미라고 읽었을 겁니다. 설마 그래서 넣은 건가.

- 이름이나 지명 번역에 대한 불만은 다 넘어갑니다. 9*년에 나온 책이니까요. 그러니 그냥...;ㅂ; 리사꼬라든지 '훗'카이토오라든지, 삿뽀로라든지. 아니 근데 앞에서는 그리 적고 뒤에서는 '훗'카이도라고 제대로 적었단 말입니다. 번역하신 분이 55년생이시라는데..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붙잡고 읽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러면 안되지요.OTL 눈 나빠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 제일 큰 원인은 추리소설을 읽느라 버스 안에서도 책을 붙들고 있어 그렇습니다. 차멀미가 나지 않는 걸 보니 위 상태는 괜찮은가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흑묘관의 살인사건』, 백지원 옮김. 학산문화사, 1997, 6500원.


학산문화사 판은 절판입니다. 지금은 한스미디어 판만 있고 12000원이네요.'ㅂ'
『수차관의 살인』에 이어지는 것이 『인형관의 살인』일 것이고, 그 다음이 아마 이 책일 겁니다. 순서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용을 보면 대강 그럴 것 같더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며칠간 보았던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차관』이나 『인형관』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서 투덜댔지만 이건 정말 본격 미스터리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더군요. 반전을 수 차례 깔아 놓아서 읽다보면 뒤통수를 맞고 다시 한 번 앞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게다가 미로관이라는 배경 자체가 은근히 취향입니다.

겉으로 보는 것보다 안쪽이 더 큰 집인데, 미궁구조는 지하층에 있습니다. 대문부터 시작해 도처에 미궁 특유의 분위기를 깔아 놓습니다. 소품 하나 허투로 놓은 것이 없네요. 나카무라 세이지의 작품이니 그럴법 합니다만. 그런 묘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인데,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 혹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이런 추리소설이 참 좋아요./ㅅ/
수미쌍관 구조라는 것도 좋고요. 물론 읽고 나면 수미쌍관이 아니라 수미쌍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읽고 나면 자연히 체득할 겁니다.


아니, 저야 앞부분을 읽으면서 위화감을 느낀 것은 다름이 아니라 『기면관의 살인』을 먼저 보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등장한 손재주가 여기서도 또 한 번 등장하네요. 재미있긴 한데 결말을 생각하면 조금 입이 씁니다. 하기야 추리소설에서 깔끔쌈박하게 행복한 결말을 내는 것은 추리소설이지만 로맨스소설이기도 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정도겠지요. 나머지는 현실은 시궁창인게 많아서.;

아마 제 홈페이지 오시는 분 중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난하게 보실 겁니다. 직금까지 보았던 관시리즈 중에서는 이게 제일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공을 쫓아가는 모험입니다. 흐흐흐...



아야츠지 유키토. 『미로관의 살인사건』, 권영 옮김. 학산문화사, 1997, 6500원
며칠 동안 내내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만 읽은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사이 다른 책과 다른 자료와 다른 문서들을 읽는 사이에 중간 중간 아야츠지로 도피한 것이지요. 그렇게 우길랍니다.

지금도 출근해서 노트북 붙잡고, 워밍업 차원에서 글씁니다. 오늘 공방은 건너 뛰고, 가능하면 화요일 초안 작성을 완료하고 금요일 예비 작업을 완료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꽉꽉 눌러 업무 하고는 저녁 땐 명동 다녀올 생각이고요. 명동 안 간 것이 어언 ...(하략)


다음에 읽을 책도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인데, 일단 미로관을 먼저 빌려 왔습니다. 도서관에 한스미디어에서 나온 신간은 들어오지 않았더군요. 90년대에 나온 학산문화사의 시리즈만 들어와 있습니다. 근데 한스미디어 책이 재번역본인지 아니면 재간인지는 알 길이 없네요. 십각관을 비롯해 초기 나온 몇몇 책은 옛 추리소설들을 보는 것 같은 디자인과 편집이었는데 최근에 나온 인형관이나 수차관은 상당히 깔끔하게 뽑아냈습니다. 물론 속표지만 보았으니 겉표지를 걸치면 어떤지는 모릅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겉표지를 모두 벗겨 놓지요)

『미로관의 살인사건』은 관시리즈니까 못해도 중박은 갈테고, 그래서 엔하위키 뒤지다가 『살인방정식』의 평가가 더 낮다는 부분을 보고는 이쪽을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살인방정식』은 트릭이 조금 독특하게 등장하는데, 그 풀이 과정을 보면 제목이 왜 저런지도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꼭 그렇게 해서라도 범행을 저질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군더더기가 많습니다. 오히려 그 트릭 자체보다는 주변 정황에 더 눈이 갑니다. 그리고 책 마지막에 반전처럼 등장하는 부분의 묘사는 상당합니다. 그 부분은 이야기가 풀리는 내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막판에 휙 몰아치는군요.


이 소설의 백미는 역시 맨 마지막 장이네요.-ㅁ-

엔하 위키를 보니 야아츠지 유키토라는 필명을 지어준 것이 시마다 소지였습니다. 관 시리즈의 등장 인물이 그 사람인 것도 그럼 이해가 되네요. 시마다 소지의 중요 캐릭터 이름을 이렇게도 섞어 넣다니.

아야츠지 유키토랑 시마다 소지가 이웃해 있어서 왔다갔다 하면서 보다가 시마다 소지 책도 빌렸습니다. 해문에서 시마다 소지의 새로운 시리즈를 냈군요. 그러고 보니 나올 당시에 이글루스에서 관련 글을 본 것 같습니다. 이제야 기억나다니.;

다음에 빌려 볼 책 목록을 여기 적어야겠네요.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내킨다면 『마왕유희』와 『점성술 살인사건』 재독. 『암흑관의 살인』 세 권. 미미여사의 『영웅의 서』(취향에 맞는지 확인하고;), 『고구레 사진관』. 아, 그러고 보니 뭔가 사겠다고 생각한 책이 또 있었는데? =ㅁ=


아야츠지 유키토. 『살인 방정식』, 한희선 옮김. 은행나무, 2011. 12000원.

아무리 생각해도 아야쓰지 유키토라고 쓰고 싶은 생각은 안 듭니다.; 현행 외래어표기법으로는 아야츠지가 아니라 아야쓰지가 맞을거예요....
...
글 다 쓰고 저장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로그인이 풀려 있어 글 쓴 것이 홀라당 날아가면 굉장히 화납니다.^-^++ 두 번 같은 글을 쓰기는 어려운데 말이죠. 흑.

어쩌다보니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만 줄창 보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음, 신간 검색을 하다가 『기면관의 살인』이라는 신작을 보았고, 그걸 빌려다 보니 그 앞에 다른 이야기들이 더 있더군요. 제가 제대로 챙겨 본 것은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까지였기 때문에, 아예 도서관에 가서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이 있는 곳에 가, 이것저것 뒤졌습니다. 그러다가 앞서 『진홍빛 속삭임』, 『수차관의 살인』,『인형관의 살인』을 순서대로 보았지요.

읽다보니 제가 시마다 소지와 요네자와 호노부, 아야츠지 유키토를 조금 헷갈리고 있었습니다. 몇몇 작품의 작가를 뒤죽박죽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부러진 용골』도 시마다 소지의 책으로 착각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의외로 한국에 많이 나오진 않았네요. 아야츠지 유키토나 요네자와 호노부가 더 많을 겁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와 시마다 소지를 헷갈리는 것은 관 시리즈에 공통하여 등장하는 인물 때문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헷갈리는 거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수차관의 살인』을 볼 때 확실하게 인식했습니다. 이 인물 때문에 두 작가를 헷갈리는 거다라고요. 『인형관의 살인』을 보고 있노라면 아야츠지 유키토가 일부러 그렇게 설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외로 아리스가와 아리스와는 헷갈리지 않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입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대표작은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잖아요. 그렇다보니 헷갈릴 일이 없지요.

『수차관의 비밀』에서 언급하는 걸 잊었는데, 이 소설의 해설을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썼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아야츠지 유키토가 비슷한 연배로 활동도 비슷하게 하는데, 의외로 접점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시리즈를 계기로 둘이 가까워졌고, 그 계기가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인형관의 살인』해설을 썼습니다. 나름 재미있더라고요. 순서로 따지먼 『수차관』 다음이 『인형관』입니다. 그렇게 읽으시면 더 재미있지요.-ㅁ-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책에서도 관 시리즈의 주인공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인을 잘못 짚은 것도 있습니다.


제목부터 인형이 등장하는데 소설 속에서도 인형은 나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분위기를 괴이하게 만드니까요. 그러고 보니 교토에는 보크스의 텐시노사토도 있지요. 조형촌도 교토쪽이 본가(?)아니었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배경이 교토이다보니 읽는 내내 교토의 거리가 떠오릅니다. 정확히는 시라카와인데, 긴가쿠지 북쪽입니다. 마르브란슈가 있는 쪽보다는 남쪽일거예요. 시라카와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하니까요.
하여간 인형이 괴기스런 이미지로 많이 등장하는데 엊그제 읽은 『골목길 연가』에도 인형 장인이 한 명 나왔지요. 이 배경이 80년대니까 지금하고는 인형 작법이 좀 차이가 있나봅니다. 인형 몸을 나누는 방식이 다르더군요. 뭐, 저도 보크스 덕분에 구체관절인형은 익숙하지만, 그래도 인형 작가들의 구체관절인형은 무섭게 느껴집니다. 보크스의 인형은 대체적으로 만화체라고 한다면 인형 작가들의 인형은 극화체 같거든요. 그렇다보니 더 사실적이라 무섭지요.
보크스의 첫 (양산형) 구체관절인형이 9세 메구였다고 알고 있는데 13세 메구는 줄리엣이 잘 어울리는 아가씨지만 9세 메구는 1번 헤드 계열이라, 일본 전통인형하고 분위기가 상당히 닮았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게 생각했지요. 일본 전통 인형에 얽힌 괴담도 많지요. 하하하;


기왕이면 시마다 소지의 소설을 다 보고 이 책을 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특정 한 작품만 보아도 되지만 언급하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시마다 소지 책을 보고 이 책을 보시면 웃을 수 있는 몇몇 장면이 있습니다.:)

첫비행님은 이 책을 보시면 교토 여행을 가고 싶어지실 것이 분명하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ㅂ-; 여행이 결정되셨다면 읽으셔도 ... 괜찮겠지요.;


아야츠지 유키토. 『인형관의 살인』,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2, 12000원.

그러고 보니 B님이 요즘 오노 후유미를 읽고 계시는데 말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동지애가 느껴지네요.-ㅁ-;
오노 후유미와 아야츠지 유키토는 ....(하략)
짧은 이야기 7편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미미여사의 책은 에도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손을 댑니다. 그도 그런 것이 사회파 추리소설은 뒷맛이 쓰고, SF는 읽고 나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습니다. 지금도 떠올리는 『크로스파이어』의 내용을 생각하면 참.
이 소설은 굉장히 오래전에 나왔습니다. Copyright를 확인하니 1994년이네요. 책이 나온 것은 2010년. 그러니까 초창기 책입니다. 빙고님은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구적초』와 닮아 있습니다. 『인질 카논』은 『지하도의 비』보다 더 가볍습니다. 읽다보면 미미여사 특유의 분위기가 살되, 조금은 싸늘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쌉쌀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고 나서는 의외로 개운하더라고요. 뒷맛이 쓰게 남는 소설은 아니지만 허탈한 웃음을 흘리게도 만드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표제작인 「지하도의 비」는 마지막의 반전이 꽤 지독했습니다. 아놔.;ㅂ;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갈 줄은 몰랐어! 하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허탈하면서도 개운한 느낌이네요. 트릭은 간단하지만 조금 살벌한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재미있네요.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이하 생략. 어떤 단어를 붙이든 간에 내용 폭로가 될 겁니다. 하여간 밤길이 아주 조금 무서워집니다. 제가 밤길을 걷는 일은 굉장히 드물지만 말입니다. 아, 저녁길과 새벽길은 걷긴 걷습니다. 그래도 여기 등장하는 것은 '마녀들이 수다떠는 12시'니까요.
「불문율」은 『이유』의 구성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유』보다는 이 소설이 먼저인가요? 출간이 언제인지 잊었지만 구성이 닮았습니다. 작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쌓아서 전체를 펼쳐보니 그림이 그려집니다. 왜 그 사람이 그런 짓을 벌였는가. 임계점을 넘었던 거로군요. 딱, 역치값. 스위치. 건드려서는 안되는 역린. 저도 가끔은 그럽니다. 얌전한 사람도 가슴 속에 쌓아 두었다가 한순간에 폭발시키지요. 그런 느낌입니다.
「혼선」은 읽고 나면 도시괴담이 떠오릅니다. 허허허. 미미여사 다워요. 저야 그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지만 그런 전화에 시달린 사람들이라면 골치 아프겠지요. 그리고 이 소설이 나왔을 당시에는 수신불가라든지 수신거부라는 기능도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유선전화잖아요. 게다가 마지막 묘사를 보면 옛날 옛적의 전화기일 겁니다. 다이얼 전화기가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 드네요. 다이얼 전화기. 써본 적은 있지만 참 재미있지요. 그런 전화기 지금은 어디 없나.-ㅁ-
「영원한 승리」. 제가 꼽는 이번 단편집 최고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취향이라 그렇지요. 마지막의 반전이라니. 거참, 초성 자음을 마구 날리고 싶은 정도로 유쾌합니다. 권선징악에 반전, 그리고 숨겨진 비밀은 하나쯤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승리포즈를 날리는 멋진 이모님. 의외로 유쾌한 분이 아니었을까란 망상도 해봅니다.
「무쿠로바라」는 읽고 나서 의외로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을 떠올렸습니다. 의외지요. 하지만 그런 곳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닮아있습니다. 다행히 지나간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네요.
「안녕 기리하라씨」는 결말이 꽤 의외였는데, 「혼선」과도 조금 닮았습니다. 하지만 취향은 아니었고요.

무난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취향대로 하나 골라드시어요.'ㅂ'



미야베 미유키. 『지하도의 비』, 추지나 옮김. 북스피어, 2010, 1만원.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G하고는 안 맞습니다. 저하고도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가끔 읽고 싶을 때가 있더군요. 그러니까 읽을 책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말입니다. 인기도는 잘 모르지만 엊그제 서가를 돌아다니며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찾아 꺼내다가, 다른 작품이 눈에 들어오길래 함께 빌렸습니다. 관 시리즈는 보기 조금 부담스러우니 단권으로 마무리 된 『진홍빛 속삭임』을 집어 들었지요.

지금 막 다 읽고 나서 감상을 적는 건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책입니다. 앞서 읽었던 『어나더』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추천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리 추천하진 않습니다. 일단 제 주변에서 이 책을 재미있게 볼 분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소재나 내용이 마이너 계통입니다. 허허허.

배경과 소재가 되는 키워드를 적어보면 여학교, 기숙사제, 스트레스, 억압, 엄격함, 체벌, 강압. 이 외에도 한참 많지만 넘어갑니다.-_-;
남자가 쓴 여학교 기숙사 이야기라 실제 이런 학교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는데, 이 책이 나온게 1988년이랍니다. 그 때라면 있을 법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 쓴 것이 『어나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역자 후기를 보면 양쪽 소설의 닮은 꼴이 한층 더합니다.'ㅂ'


그래도 관 시리즈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보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결말도 개운치 못하고 뒷맛이 남기 때문에 다른 책으로 정화를 해야겠네요. 혹시라도 간단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접은 부분을 열어 보시길. 상당한 내용 폭로가 들어갑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진홍빛 속삭임』, 현정수 옮김. 한스미디어, 2012, 12800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등장인물은 타카토리 케이. 아야는 예상했던 분위기의 인물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설퍼보이지만 이게 초기 작품이니까요. 88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으음...; 여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을까요, 남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을까요.


다음에는 힐링을 위해 『블랙베리 와인』을 꺼내야겠군요. 하하하.;ㅂ;
한 줄 요약.
관 시리즈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습니다.OTL

가장 최근에 읽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소설이 『어나더』, 그 전에 읽은 것이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입니다. 그러니 관 시리즈 내용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하긴 한데, 첫 작품이 『십각관의 살인』이었던 만큼 관 시리즈는 각별하지요.
『시계관』까지는 어찌어찌 기억을 하는데 찾아보니 그 사이의 몇몇 관 시리즈를 안 읽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면관의 살인』이 처음에 뜬금없이 다가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주인공의 행적이 앞에 나오기 때문에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뿐이지, 이 사람만 떴다 하면 사건이 터지는 데는 한숨이 나옵니다. 허허허;ㅂ; 어딘가의 건방진 꼬마보다 더 무섭지요.
그런 의미에서 교보문고에 올라온 책 소개는 틀립니다. 이 사람은 절대 명탐정이 아닌걸요. 앞서의 다른 사건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지요. 직업이 탐정인 것도 아니고, 살인 사건에 몇 번 휘말리다가 어쩌다보니 추리소설작가가 된 불쌍한 인생...ㄱ-; 그렇다보니 시체를 봐도 이제는 상대적으로 무덤덤합니다.


주인공이야 그렇다 치고, 전체적인 트릭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그 미친 건축가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던걸요. 이쯤되면 mad scientist가 아니라 mad architect입니다.-_-; 그러니 이 사람의 건축물에는 가까이 가지 마세요. 뭔가 사건에 휘말릴지도 모릅니다.(...)
앞부분의 위화감이 복선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그걸 깨닫는 주인공이나 풀어내는 솜씨나 역시 답다 싶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생일과 기념일을 기억하는 걸 보니 이 사람 결혼하기 글렀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간단한 감상은 이정도로 적고, 건축물이 배경이다보니 T님은 그럭저럭 보실 듯합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시리즈는 고전 추리소설 분위기에 가까운지라 지루하다는 반응도 나올법 하거든요. 물론 고전이라고 해도 셜록보다는 뒤쪽입니다.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쯤에 가깝겠네요. 밀실 살인에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점은 요즘 추리만화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군요.
다만 가면이 많이 등장하니 이런 건 질색이라는 분은 피하시고, 약간 잔인한 부분도 있습니다. 잔인한 정도야 물론 CSI 등에 비하면 아주 순수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트릭도 어떻게 보면 현대적....; 배경은 물론 90년대 초반이지만 말입니다.

B님은 보셨으려나요..? 아야츠지 유키토는 B님 취향 범주는 아니라 원서로라도 건드리진 않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아요.'ㅂ'


그리고 몇 군데 걸렸던 번역문제.
다른 부분은 다 무난하지만 홋카이도를 홋카이 도로 띄어썼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도쿄 도 등으로 행정구역명과 지역명 사이를 띄어썼습니다. 눈에 걸리더군요.
그리고 앞부분의 민얼굴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아마 민낯이라고,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가리키는 유행어 때문에 그리 쓴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맨얼굴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지 않나요.
이 두 부분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기면관의 살인』, 박수지 옮김. 한스미디어, 2012, 13500원
Two thums up.

올해의 추리소설로 두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빙고님께는 원서로 보실 것을, 첫비행님과 아이쭈님과 티이타님께는 번역서 쪽을 추천합니다. 번역이 무난해서(걸리는 곳이 없어) 번역서로도 괜찮거든요. 그래도 빙고님은 이미 한 권 보셨다니까 원서를 추천합니다.

이 책도 프님 추천이었지요. 처음에는 아이이치로의 낭패인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아가 두 개, 이가 두 개인 『아아이이치로의 낭패』입니다. 물론 띄어쓰기는 그게 아닙니다. 아, 아이이치로입니다. 감탄사의 아도 아니고 성이 아, 이름이 아이이치로입니다. 거참, 거창한 이름이지요. 번역자 후기를 읽고 왜 이름이 이런지 알고 나서는 무릎을 쳤습니다. 그렇군요. 말하자면 한국어로 가가람이라는 이름을 짓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왜 인지는 번역자 후기를 읽으시어요.

처음 프님의 추천에서는 브라운 신부와 비슷하다라고 해서 덥석 미끼를 물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저자 자체가 일본의 G. K. 체스터튼 소리를 듣는답니다. 과연, 주인공인 아이이치로가 이런 저런 행동의 맥락을 보고 앞으로 이리 될 것이다 예언(!)하는 것이 브라운 신부와 같은 신묘한 능력을 보이더군요. 심리적으로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근데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넘겨 짚는데 그것이 백발백중인 이 청년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물론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같은 엄친아는 아닙니다. 아주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거든요. 아무 것도 없는데도 허우적 거리며 쓰러지거나 뭔가 작은 일만 있어도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 가만히 서 있을 때의 귀공자 같은 분위기를 한순간에 날려버립니다. 입만 열지 않으면 서양인형이라는 장미십자탐정보다 상태가 심각합니다. 외모가 아니었다면 쪼다(...)나 등신(...)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입니다. 게다가 취미가 사진 찍기입니다. 아니, 아예 직업이 사진찍기지요. 그것도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는, 정말로 필요 없고 쓸모 없을 것 같은 것만 골라 찍습니다. 특이한 구름이나 특이한 곤충이나 특이한 식물만 찍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 여기저기를 헤메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사건들과도 자주 마주칩니다.
그러고 보니 어수룩하게 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긴다이치 쿄스케랑과도 비슷한데, 적어도 쿄스케는 아이이치로보다는 자주 똑똑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이치로는 가만히 서 있을 때랑 트릭 풀이를 제시할 때를 제외하면 사람이 뭔가 부족해보이거든요.OTL

그러니까 이 소설은 아이이치로라는 인물 때문에 절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첫 단편을 보았을 때는 그 심리 트릭을 잘 파악하는 것이 대단하다 싶었는데, 몇 편 읽으면 읽을 수록 기괴한 트릭과 상황과 심리와 정황 등에 당황하며, 그걸 그렇게 잘 눈치채는 이 청년에게 홀딱 반합니다. 아, 차라리 외모가 이렇지 않았다면 차라리 귀엽기라도 했을 것을, 외모와 하고 다니는 것이 귀공자 급이니 여자들이 이 남자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혹시 다음에 나올 장편에는 뭔가 로맨스라도 있을까요. 아니, 없을 것 같은데. 양웬리보다도 이쪽이 더 접근하기 어려우니까요.(...)

아아이이치로의 한자명을 빼먹었네요. 亞愛一郞. 한자로는 간단하지요? 하지만 읽는 법은 난감합니다. 하하하.


아와사카 쓰마오. 『아아이이치로의 낭패』, 권영주 옮김. 시공사, 2010, 12000원.
『아아이이치로의 사고』, 권영주 옮김. 시공사, 2012, 12000원.



덧붙이자면.
1권에 해당하는 『아아이이치로의 낭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설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나온 곤다 만지의 해설입니다. 해설이라고는 하나, 이 소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다루고 있지요. 2차 대전 후, 대만 사람으로 일본 필명(?)은 시마자키 히로시인 傅金泉가 상당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전과 전후의 일본 추리소설을 수집합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관련 잡지들도 수집하여 그 컬렉션이 상당히 방대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환영성이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그 잡지를 통해 수 많은 추리소설 작가들과 교류합니다. 아니, 2권인 『아아이이치로의 사고』에서 해설을 다나카 요시키가 썼고 거기서도 환영성이 언급된 걸 보면 판타지 소설작가나 SF쪽과도 관련이 있었겠지요. 시마자키 히로시에 대한 이야기는 일본 위키 쪽을 참조하세요.(링크)
그러나 잡지란 돈 먹는 하마지요. 결국 환영성은 폐간되고 이 사람의 방대한 컬렉션도 결국 뿔뿔히 흩어집니다. 전무후무한 추리소설 컬렉션이 그렇게 흩어지다니.;ㅂ; 그 부분을 읽으면서 '일본의 추리소설 광들은 도대체 뭐 한 것이냐!'라고 버럭 화를 냈으니까요.
사실 한국이라고 다를 것 같진 않습니다. 이런 컬렉션이 나오면 자신의 막대한 돈을 들여 그 기록물들을 모아 남기는 사람들이 나올까요. 아니, 그렇진 않을 겁니다. 저도 그럴 생각은 있지만 자금이 없는 걸요. 1, 2억으로 될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참 아까운 컬렉션입니다. 그런 컬렉션을 추리소설 협회 등에서 모아 구해서 보존했다면, 차라리 그게 더 좋았을텐데요.
끄응.
이 책을 볼 때마다 불쑥 불쑥 화가 난단 말입니다.ㄱ-;


아래는 『청색의 수수께끼』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소설의 반전이 들어 있으니 가려서 열어 보셔야 합니다. 자칫하다가는 내용 폭로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봐도 이건 오역이네요. 끄응..
프님의 2012년 대출 목록(링크)을 보다보니 끌리는 책이 많았습니다. 한 번에 다 빌리는 것은 무리고, 그 중 일부만 골라 그 중에서도 또 일부를 빌려서 들고 왔습니다. 그렇게 빌려 읽은 책이 지금까지 세 권. 하나는 앞서 올렸고 다른 한 권은 이 다음에 따로 올릴 겁니다.

『부러진 용골』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입니다. 이 책 후기와 역자 후기를 보고 처음 알았는데, 요네자와 호노부의 데뷔작이 『빙과』더군요. 그건 미처 몰랐습니다.; 대표작이겠거니 생각만 했지 한국에는 아직 번역이 늦어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이랑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을 보고 그 다음에 『인사이트 밀』과 『덧없는 양들의 축연』을 보았습니다. 맨 뒤의 책 때문에 그 다음 책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굉장히 느낌이 다릅니다. 판타지소설에 가까운데다 여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일종의 연작소설이라 환상소설의 기묘하고 기이한 분위기, 그리고 결말의 반전이 허탈하게 만들더라고요. 『인사이트 밀』은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다루고 있고 역시 에필로그에서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아놔...;ㅂ;

자세한 리뷰는 앞서 적었으니 이쯤하지요.

『부러진 용골』은 그래서 교보의 책 내용 소개만 보고는 딱 이거다라고 감이 오진 않았습니다. 배경은 중세, 게다가 판타지입니다.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판타지라길래 손을 뗐는데, 덕후혼 양성서 중 최강이라는 평을 읽으니 안 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일단 굳게 마음을 먹고 빌려봤습니다.
그리고 G가 먼저 읽다가 중도포기 합니다.ㄱ-; 앞부분 읽다가 재미 없어서 결말을 읽고 내려놨다는데 취향이 아니었나봅니다. 그랬다니 궁금해서 그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제가 집어들었습니다.

...

음. 저도 그랬습니다. 출근하는 도중 10% 가량 보고나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어 마지막의 10%를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내용을 알았으니 되었다며 책을 덮고는 더 안 봤는데, 퇴근길에 심심한 겁니다. 다른 읽을 책도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면 앞부분 읽은 것의 뒤를 이어 봅니다. 그리고 주우우우욱 읽어 내려가면서 왜 결말을 먼저 보아 범인을 미리 확인했을까 자첵하며 끝까지 다시 읽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시구사와 케이이치 못지 않은 후기에 두 손 번쩍 들었습니다.
만세.
이 책은 헌정본입니다. 말하자면 헌정본입니다. 그리고 이게 왜 덕후혼 양성소인지는 저도 이해가 갑니다. 정말 덕후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소설이니까요. 그 덕후가 어떤 덕후인지는 접어둡니다.



어차피 간략 내용이야 서점에도 있으니까 이 책의 추천 포인트를 언급합니다.
시대적 배경은 12세기. 정확히는 밖에서만사자심왕 리처드가 십자군 원정 나가서 존이 섭정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러니 시간적 순서로는 엘리스 피터슨과 아리아나 프랭클린의 다음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티이타님과 빙고님께 먼저 추천합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도 있지요.^^;

기본 틀은 오히려 『장미의 이름』과 닮았습니다. 먼 곳에서 찾아온 기사와 그의 종자. 그리고 솔론 제도라고 하는 런던 북동쪽, 북해 위의 작은 중계무역 섬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여기 역시 수도원 못지 않게 폐쇄된 공간입니다. 1차 용의자들은 일찌감치 정해졌으며 그 안에서 하나씩 여러 증거들을 뽑아 놓고 그에 맞는 사람들을 찾아나갑니다. 이건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의 사실 목록을 닮았지요.
배경은 역사적으로 실재한 공간과 시간이지만 여기는 또 마술이 횡행합니다. 마법보다는 주술적 도구를 사용하는 마술에 가깝지요. 하지만 그런 마술도 한계는 있으며, 탐정인 기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설령 누군가 마술사라 해도, 또 어떠한 마술을 사용했더라도, '미니온'이 바로 그 자이거나 혹은 그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범인의 조건에 맞아 들어가는, 혹은 범인이 아닐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거죠.


범인을 탐구하는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기사와 종자는 주인공인 '나'를 데리고 함께 섬을 돌아다니며 여러 정황을 탐구하며, 그 와중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집니다. 마술적인 이야기가 들어간 이 이야기는 신비롭기도 하지만 아름답기도 합니다. 넵. 멋집니다. 누님.+ㅁ+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역시 그 누님이에요.

읽다보면 느낍니다.
빠심과 덕심은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부러진 용골』,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2, 14800원.

올해의 추리소설 목록에 추가!
제목부터가 암시하고 있군요. 하하하하하;ㅂ;

북스피어 펀드의 이자조로 받은 책은 거의 다 오지 않았나 했는데 이번에 또 『푸른 작별』이 도착했습니다. 결론만 콕 찝어 말하자면 꽤 괜찮은 책입니다. 좋은 책이라고 말하지 않는건 제 취향에 완전히 부합하진 않기 때문이네요. 그게, 여자가 너무 많아요.-ㅁ-; 이 책은 맥도널드가 쓴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의 한 권인데, 교보문고에 올라온 제목처럼 순정 마초, 딱 그런 느낌입니다. 여자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며 혼자 지내도 괜찮아라는, 조금 마초 같은 분위기의 남정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참 여립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그걸 더욱 더 느꼈고요.;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에 대해서는 책 날개에 더 자세히 나왔으니 내용은 생략합니다. 그쪽을 읽는 것이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날개의 책 소개도 그렇게 맛깔나게 쓸 수가.-ㅁ-; 하여간 전체적인 분위기는 1980년대 즈음, 한국에서 방영했던 여러 미국 드라마와 비슷합니다. 여자가 등장하고, 남자는 능력있고. 위험에 처한 여자를 남자가 참으로 귀찮은듯하지만사실은신경써서 구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께는 츤데레라는 단어로 표현해도 충분히 알아들으실겁니다. 이 사람 참 여리다니까요.(2)

평소에는 플로리다 어느 해변에 정박시킨 배 안에서 살며 뒹굴뒹굴(하지만 하는 일은 많게) 시간을 보내지만 돈이 떨어지면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정식 경로로는 되찾을 수 없는 물건을 찾아주고 수고비로 절반을 가져갑니다. 하지만 이것도 이상해요. 날개의 설명에도 나오지만, 『푸른 작별』에서 쓴 경비는 분명 수고비로 받은 것 이상입니다. 절대 그래요. 물론 지금하고 물가가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절대 더 들었지 적게 들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달랑 그 만큼만 받겠다고? 그걸로 장사가 돼?;

맥가이버나 마이클(전격 Z작전)하고 비슷할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것이 있다면 이 사람이 그리 매력적인, 미남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평범한 아저씨 같은 이미지더군요. 대신 하는 짓이 귀여울(!) 뿐이지요.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부드러운 삶은 달걀(...)을 좋아하시면 추천합니다. 일단 M님과 C님 취향에는 맞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특히 M님 취향에 더 가까울듯?


추천 키워드는 추리소설, 해결사, 하드보일드, 옛 미국드라마 등등입니다.



존 D. 맥도널드. 『푸른 작별』, 송기철 옮김. 북스피어, 2012, 12000원



덧붙임. 바다 속에 들어간 그것...;ㅂ; 참 아깝군요...;ㅂ; 찾을 길은 없겠지요.
전작 『악마의 케이크 살인사건』(아마도 데빌스푸드 케이크를 의미한듯)의 결말부를 보고는 내 다시는 안보리라며 절규를 했는데 『시나몬 롤 살인사건』이라는 말에 홀랑 낚였습니다. 아니, 무엇보다 결말을 확인하고는 마음 놓고 보았습니다.-_-; 물론 이렇게 될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마음 놓고 보는 것이 좋잖아요?

이전에 한 번 언급했지만 다음 작품은 『레드 벨벳 컵케이크 살인사건』입니다. 『시나몬 롤』은 다음 작품이랑 이야기가 바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직 해결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어서 말입니다. 설마 이걸 수습하지 않고 다음 작품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꺼내려나?

실은 『레드 벨벳』의 내용을 확인하고 『시나몬 롤』을 집어들었습니다. 『레드 벨벳』은 처음 분위기로 이야기를 돌리려는지 피해자가 삐~거든요. 그 때문에 호기심도 생겼고 질색하는 B여사가 그래도 고개를 들이민다기에 전작부터 차근히 읽어보자 싶었습니다.

이하는 내용 폭로이니 읽으실 분들은 넘어가시어요.


시나몬 롤 레시피는 맨 앞에 나오는데 생각보다 특이합니다. 반죽에 커피가 들어가네요. 그렇지 않아도 이번호 쿠켄을 보고 번으로 만드는 시나몬 롤은 시도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 레시피도 꽤 마음에 듭니다. 시나몬은 좋아하지 않지만 한번 시도해볼까요.

사실 제일 신기한 레시피는 아보카도 쿠키였는데... 도전하기가 겁납니다.;
읽은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천은 하지만 앞부분 90%의 이야기가 고비라는 점은 꼭 기억해두시길. 다시말해 이 책은 마지막의 10%의 이야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 오히려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옛날 옛적에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발터 뫼르스의 책이지요. 두 권짜리로 하드커버인데 처음 앞부분은 굉장히 읽기 힘들었습니다. 난해하고 지루하고. 괴물들이 산다는 지하세계에 주인공이 떨어져서 헤매고 돌아다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뒤에 밝혀지지요. 그 책의 감상을 적으면서, 앞부분 ⅔와 뒷부분 ⅓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90%와 10%입니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은 앞 90%와 뒷 10%를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습니다. 그리고 제일 고비를 넘기기 힘든 것은 중심 사건이 일어나는 그 즈음의 이야기입니다.

앞부분은 굉장히 장광설입니다. 나는 피아노 전공자로 고등학생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나가미네 마사토라는 유명한 학생과 만나 모차르트-살리에리와 같은 미묘한 관계를 구축합니다. 나가미네 마사토는 유수의 주니어 콩쿨에서 열두살의 나이로 우승한 천재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런 둘의 관계는 특정 분야의 천재와, 그 천재를 동경하는 인물의 관계와도 유사합니다. 앞의 이야기는 그런 관계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고 그에 덧붙여 나가미네 마사토가 좋아하는 슈만의 일대기와 그가 쓴 곡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음악론이 장황하게 펼쳐지니, 그 음악을 실제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긴가 민가합니다. 사실 유튜브 등에서 찾아 들을 수도 있을텐데 안 듣고 그냥 읽었네요. 빨리 읽으려고 서두른 것도 없지 않아 있고...;
그렇기 때문에 B님이 먼저 말씀하신, 슈만의 환상곡 형식을 따랐다는 것도 확실히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앞의 내용이 계속 걸릴 수 밖에 없지요. 솔직히 재미가 없습니다. 주인공의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고, 주인공과 마사토의 관계도 이상하고. 게다가 80%쯤 되었을 때부터 굉장히 걸리는 부분도 나옵니다. 이하는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접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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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읽고 나서 끙끙대며 막판의 수수께끼와 중간의 여러 이야기들을 미친듯이 복기하게 만드는 무서운 소설입니다. 일단 첫비행님, 키릴님께 추천합니다. 아마 키릴님이라면 무난(...)하게 보실 듯?;


참고로 앞부분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면서 떠올린 또 다른 책이 있습니다. 『얼음나무 숲』. 음악가들의 대결, 혹은 라이벌 관계를 보는 거라면 이 소설의 두 주인공 구도가 더 마음에 든다 생각했지요. 하하하. 하지만 그건 마지막 이야기를 읽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고..OTL


오쿠이즈미 히카루. 『손가락 없는 환상곡』, 김선영 옮김. 시공사, 2012, 12500원

M님의 추천으로 본 책입니다.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으셔서 기대를 너무 하고 본 것이 패인이군요.T-T;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지경사에서 나온 플로시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아마 첫비행님이 그러셨던 것 같은데 말이죠. 첫비행님이랑 S에게는 괜찮을 책입니다.

빅토리아 시대를 지나 소설의 배경은 조지 6세 시대입니다. 5세도 아니고 6세 맞아요. 왜냐하면 제 기억에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가 1952년이었으니까요. 그러니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두고 보면 연대를 더 좁힐 수 있습니다.

2차대전도 끝난 어느 조용한 영국시골에는 플라비아라는 아이가 삽니다. 아버지는 그 지역 토박이이며 지역 유지에 가깝습니다.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하는 해리엇은 죽은지 오래되었지요. 그리하여 아버지는 세 딸과 함께 시골에서 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여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조용히 살아갑니다. 어디까지나 아버지 기준에서 말이지요. 그 딸들은 절대 조용하지 않거든요.
나이 차이가 적진 않을텐데 이 딸래미들은 다 한 가닥 합니다. 이야기 서술이 막내인 플라비아를 중심으로 돌아가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보고 나면 참, 이런 딸들을 잘 데리고 있는 아버지가 대단합니다. 어떻게 보면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엊그제 M님과의 대화에서도 그랬듯, 이 얌전한 아버지에게서 이런 딸들이 나오려면 어머니가 대단했다는 추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나 플라비아의 추억에서 등장하는 어머니는 약간 말괄량이일지는 모르나 대체적으로 얌젆나 것 같다니까요. 이건 아무래도 추억 오류가 아닌가 싶을뿐이고.ㄱ-; 저런 딸이 나오려면 절대, 절대, 절대, 어머니도 한 가닥 하셨을겁니다. 그러니 뒷 권이 기대됩니다. 어머니의 옛 이야기도 얽혀 나올 법하니까요.

전체 시리즈게 여섯 권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한국에는 『파이바닥의 달콤함』을 포함해서 두 권이 나왔습니다. 다음 권도 일단 도서관에 신청해야겠네요.



개인적으로 플라비아의 화학 실험실은 참으로 부럽습니다. 얘가 여자아이가 아니라 소년이었다면 아마 화학 만렙을 찍었을 겁니다. 독학한 것이 이 정도 수준이면..(먼산) 시리즈의 결말이 어떻게 나갈지 궁금하네요.


앨런 브래들리. 『파이 바닥의 달콤함』, 성문영 옮김. 문학동네, 2011, 13800원




읽으면서는 그럭저럭 재미있었지만 본격 감상을 쓰기엔 아쉬운 책 한 권이랑, 읽고 나서 허무했든 책 한 권, 도합 두 권의 리뷰를 올립니다.
으, 반쯤 졸면서 쓰는 글이라 글 내용이 날아갈지도 몰라요.-ㅁ-/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은 동화를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짜나갑니다. 도쿄 어드메에 있는 고급형(?) 술집에서 술판이 벌어집니다. 술판이라고는 하지만 주종이 일본주라 안주와 함께 일본주의 역사 이야기도 오가고, 조금 복작복작한 모습입니다. 거기에 평소에는 없었던 어느 젊은 아가씨가 한 명 끼어듭니다. 끼어든 이유는 바에에 앉아 안 풀리는 살인사건을 꺼내든 형사 때문이었지요. 술김에 실명을 거론하기도 하는 추태도 보이는데, 그 사건은 대학원에서 동화의 심리 분석을 하고 있다는 아가씨가 동화의 모티브와 맞춰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면서 풀립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총 여섯 편으로 이어집니다. 그 때마다 아가씨는 도저히 깰 수 없는 알리바이를 가뿐하게 깨고 형사에게 답을 가져다 줍니다. 덕분에 형사는 경시총감상을 연속 수상하지요. 다른 사람이 풀어준 수수께끼로 상을 탄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긴 합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저렇지만 막판의 이야기까지 읽으면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라이트노벨을 읽고 난 뒤의 허무함과 비슷하군요. 라이트노벨의 추리도 저런 분위기가 많습니다. 작위적인 설정, 끼워맞추기. 그렇게 맞춘 트리깅 또 정답이라네요.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게다가 매번 유명한 동화와 맞아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도 희한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동화는 동화로 보아야지, 이렇게 이면을 살펴본다,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 하며 적어 놓으면 환상이 깨진단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 나온 그림동화 다시 읽기 류의 소설은 질색인걸요.

동화 재해석에 대한 반감, 끼워맞추기식 트릭, 황당한 결말. 그리하여 별로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출간 당시부터 찍어 놓고 있었는데 빌리는 것을 잊고 있다 이제야 보았습니다. 이어진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세 개의 단편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착각이었군요. 언젠가 결말부분만 들여다 보았다가 내용이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앞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후기에도 나왔듯 세 이야기는 나름 공통점이 있습니다. 밀실입니다. 세 곳 모두 밀실 살인을 다루고 있지요. 하지만 방향은 전혀 다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시작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떠올렸는데 결말은 또 다릅니다. 게다가 나이스 타이밍, 시의적절한 때에 도착을 해서 그리 되었으니 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결말은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짐작은 할 수 있는 선이군요. 그러고 보니 이건 또 긴다이치 하지메의 분위기가 폴폴...-ㅁ-;

불만이 있다면 몇 가지 번역 부분에서였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한 파이로 반스(라고 썼던 것 같군요). 이 책이 나온 것은 2010년인데, 북스피어에서 S. S. 밴다인의 책을 2009년에 냈습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파일로 밴스라고 맞췄으면 좋았을텐데요. 거기에 제목을 『승정 살인사건』이라 했는데, 승정보다는 『비숍 살인사건』이나 『주교 살인사건』이라 하는 쪽이 맞겠지요. 전자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파일로 밴스 시리즈 번역제목이고 후자는 북스피어판 번역제목입니다. 이런 걸 맞춰줬다면 무난하게 읽었을텐데 말입니다.




구지라 도이치로.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박지현 옮김. 살림, 2010, 12000원
우타노 쇼고.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 2010, 11000원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 중에는 흔히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불리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주인공 이름) 시리즈가 있습니다. 학생 아리스는 첫 편 기준으로 대학 신입생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주인공이며 왓슨 역입니다. 이쪽의 탐정은 에가미라는 대학 선배지요.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이름을 잊었는데, 그도 그런 것이 저는 작가 아리스를 더 좋아합니다. 작가 아리스도 주인공 이름이 아리스가와 아리스. 추리소설 작가이며 왓슨역입니다. 탐정은 대학 동창인 히무라 히데오. 범죄학자이며 교토의 사립대학 조교수라고 합니다.
설정이 재미있는 건 작가 아리스가 쓰는 소설이 학생 아리스 시리즈고, 학생 아리스가 쓰는 소설이 작가 아리스라는 부분입니다.
본인이 엘러리 퀸을 좋아해 주인공과 작가 이름을 같이 두기도 했고 국명시리즈를 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보다보면 엘러리 퀸보다는 파일로 밴스에 가까울까 싶습니다. 아니, 파일로 밴스도 딱 들어맞진 않습니다. 셜록 왓슨 콤비가 더 비슷하겠네요. 파일로 밴스에서처럼 조수가 관찰자로만 남아 있지는 않고 부지런히 추리하고 머리를 굴리고 찾아보니 말입니다. 실제로 히무라도 아리스가와를 상당히 괴롭힙니다. 괴롭히면서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군요.

본론으로 돌아가, 『쌍두의 악마』를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는데, 이쪽은 학생 아리스라 별로 내키지 않아 놔뒀습니다. 요즘은 책을 덜 봐서 『달리의 고치』도 볼 생각은 그리 없었는데 이걸 보게 된 것은 순전히 마스터님의 감상글 때문입니다. 본문은 일부러 책 볼 때까지 봉인했지만 감상을 적었다는 것 자체가 뭔가 있겠다 싶어 묵혔다가 보았거든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다 읽고 나서 나중에 마스터님의 감상을 보았는데 딱 그 부분을 짚어 내셨더군요. 그 부분은 아래에 따로 적어 이야기 하고 일단은 내용을 봅니다.


살바도르 달리를 참으로 좋아하는 어느 보석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수염도 달리처럼 길러 놓고, 고베 쪽에 있는 별장에는 달리의 작품을 가져다 놓기도 한데다 고치라는 별명을 가진 이상한 욕조 같은 것도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달리를 좋아하는 이 보석상에서 시작됩니다.




소설 속에서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름을 듣고는 금방 기억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 '도'냐면 빙고님께 잠시 부연 설명을 들었거든요. 아리스가와라는 성이 교토 쪽에서는 종종 보이는 유서깊은 성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자면 전주 이씨쯤..? 그런 느낌에 가까운 성이랍니다. 하지만 딱히 아리스가와라는 성이 아니라 해도 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이 깊지요. 하하.-ㅂ-;


아리스가와 아리스. 『달리의 고치』,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2

첫비행님께 말씀드렸지만, 이번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는 읽고 나면 도쿄 여행이 땡깁니다. 그것도 서편이 아니라 동편, 정확히는 시타마치라 불리는 에도의 옛 서민 거주구역 쪽 말입니다.  그래서 일본여행 유혹에 대한 역치값이 낮은 분들은 이 책을 보다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쿄랭 항공권을 끊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합니다.
일본 동쪽, 아직 전통적인 일본 분위기가 살아 있다는 마을 닌교쵸(人形町)의 어느 가게에 형사들이 찾아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조사를 나왔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당시 어떤 사람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러 왔다더니, 찾아온 '형사 같지않은 형사'는 소소한 일상 미스테리를 해결하고 갑니다.

자아 . 여기부터는 상당한 내용 폭로가 있으니 접어둡니다. 이 책은 단편 모음, 혹은 연작 단편집 같아보이지만 그리 단순하진 않습니다.



유명 탐정들이 독신이라는 설에 대해 잠시.-ㅁ-;
엊그제 운동 나갔다가 문득 떠올렸는데 말입니다. 셜록 홈즈도 독신, 마플 여사도 독신, 에르큘 포와로도 독신. 파일로 밴스도 독신, 엘러리 퀸은 결혼했지만 은퇴한 뒤의 결혼이었습니다. 조르주 경감도 독신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대체적으로 탐정이나 형사들은 가정을 이룬 경우가 많지 않은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면 최근 나오는 소설들에서처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거나 말입니다. 그것도 나름 신기하군요...;;
그러고 보면 제가 집에 두고 있는 추리소설 시리즈는 엘러리 퀸, 캐드펠 수사님, 파일로 밴스이니 다 독신입니다. 물론 캐드펠 수사님은...(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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