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로관의 살인사건』 감상을 올리면서 적을까 말까 하다가 접은 내용이 있습니다. 『미로관의 살인사건』 번역자는 권영인데, 이후에 한스미디어에서 재출간한 것은 권일영씨가 번역을 맡았습니다. 혹시나 같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서 주저리주저리 적었다가 도로 지웠는데, 『암흑관의 살인』 역자 후기에 자세히 나옵니다. 권일영씨가 그 당시 번역해서 필명으로 냈다고요. 이 책 말미에는 『미로관의 살인사건』도 다시 번역해서 내고 싶다 적었는데 과연, 2011년에 나온 『미로관의 살인』도 권일영씨가 번역을 맡았네요.'ㅂ'
추리소설을 집어들었을 때 번역자를 확인하고 권일영씨인 걸 확인하면 높은 확률로 그대로 집어 들어 봅니다. 취향이 대체적으로 맞는 편입니다. 대체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하드보일드 계열은 안 맞기 때문입니다. 하라 료의 몇몇 소설도 번역하셨는데 그쪽은 제 취향에는 너무 단단합니다.(웃음)

『암흑관의 살인』말고 다른 책들도 거의가 재독인데, 몇몇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를 잊어 새로 읽는 기분이었고 어떤 책은 또 트릭을 잊어서 범인이 하는 짓을 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쪽은 차라리 범인을 기억했다면 나았을 것을, 트릭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트릭이 아니라 반전이었지요. 가장 큰 반전. 이 책이 어떻게 사람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덕분에 다시 읽는 재미가 반감되었네요.

어떻게 보면 『암흑관의 살인』은 관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밑바닥에 있는, 기저에 있는 소설일 겁니다. 어떻게 관시리즈가 시작되는지에 대해 밝히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나오기는 비교적 최근에 나왔지만, 시리즈를 계속하면서 나왔을 법한 의문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는 겁니다. 사건의 트릭이나 문제는 별 것 아닌데 또 몇 군데서 사람의 속을 자극하는 것들이 몇 있네요.
책이 상당히 두껍고 3권이나 되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막상 손을 대면 책이 훌훌 넘어갑니다.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다른 관시리즈보다 조금 더 걸리던가요. 생각보다 많이 안 걸립니다. 그야 한 번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를 못하니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코난군이 엽니다. 시시야에게 코난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가와미나미는 어머니의 49제를 지내기 위해 규슈에 내려갔다가 친척 할아버지에게서 어느 신기한 저택에 대한 이야기를 얻어 듣습니다. 규슈 산골짝 어드메에 호수가 하나 있고, 그 호수 안쪽에는 기괴한 건물이 하나 있답니다. 무서운 소문이 서려있는 그 건물은 나카무라 뭐라는 건축가가 지은 건물이라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가와미나미는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이라는 걸 확신하고 직접 찾아 들어갑니다. 시시야에게도 연락을 취하지만 또 어디 놀러갔는지 연락이 안됩니다. 혼자 차를 빌려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안개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다른 관들을 찾아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특히 흑묘관. 거기를 찾아갔을 때는 안개로 굉장히 고생했는데, 여기는 한층 더합니다.

그리고 관에 들어가서 당연히 사건에 휘말립니다. 당연합니다. 시시야와 코난은 관에만 갔다 하면 사건이 벌어지니까요. 이번에도 당연히 사건에 휘말리는데, 워낙 건물이나 그곳에 살고 있는 집안이 희한한 곳이라 사건은 더 오리무중으로 빠져듭니다.

자아. 그럼 어디가 함정이고 어디에서 발목을 잡히는지는 두고 보시면 알겁니다. 음하하하하.;ㅂ;



아야츠지 유키토. 『암흑관의 살인1-3』, 권일영 옮김. 한스미디어. 2007, 각 11800원.


그나저나. 『기면관의 살인』에서 시시야는 중년이 되어가며 살집이 붙은 모양인데, 앞서 『흑묘관』을 포함해 다른 관시리즈를 보면 메피스토텔레스 같은 이미지라 한단 말이죠. 키도 크지만 마른데다가 구부정하다 하니 말입니다. 허허허. 나잇살은 누구도 못 이기는 군요.
...
혹시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가요?;


덧붙여, 암흑관은 굉장히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아예 책 앞에 평면도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평면도를 그린 사람은 오노 후유미. 으하하.;ㅂ; 그야말로 부창부수입니다. 이 경우에는 夫든 婦든 어느 쪽을 앞에 놓아도 말이 다 맞아요.;
둘을 한 번에 묶은 것은 재독이기 때문입니다. 둘다예전에 보았거든요. 언제 보았더라.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아마 검색해보면 언젠가 올린 감상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냥 넘어갑니다.

『블랙베리 와인』은 보통 식물을 키우고 싶을 때 꺼내듭니다. 전작 『초콜릿』이 초콜릿을 통해 랑스크네의 폐쇄적 분위기를 잡아냈다면 『블랙베리 와인』은 농사를 통해 개발과 유지라는 양쪽 축의 대립을 보여줍니다. 유지라고 하면 이상하군요. 하지만 개발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저보다 좋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랑스크네의 주변 마을 중에는 외지인을 끌어 들여 대규모의 관광업으로 마을을 일으킨 곳이 몇몇 있습니다. 랑스크네의 몇몇 사람들도 그런 방향으로의 개발을 원하고요. 하지만 그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향의 차이이긴 한데, 개발지지자는 조금 더 적극적인 활동가이고 개발반대자는 조용하고 얌전한 침묵자입니다. 방관은 아니지만 사건이 크게 일어날 때까지는 행동하지 않는 듯하군요. 『초콜릿』에 등장했던 사람은 그 속에서의 행동으로 짐작할 수 있는 파벌로, 그렇게 나뉩니다. 이 상황의 중심 인물은 제이입니다. 영국인 작가이지만 그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그리고 그 때의 일을 떠올려 쓴 소설로 히트를 쳤지만 첫 작품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다음 작품들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듣습니다. 젊고 아름다운-하지만 왠지 거미 같은 이미지의 (절대 취향 아닌) 여자와 같이 살다가 충동적으로 랑스크네의 땅과 집을 사서 이사를 옵니다.

소설은 크게 제이의 어린시절과 현재 모습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처음에는 어린시절이나 현재나 가리지 않고 읽었지만 재독, 삼독할 때는 그냥 현재 모습만 골라 봅니다. 옛이야기는 그리 취향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농삿일에 대한 정보도 현재 이야기에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현재편만 골라보지요.
결론은 조금 의외였지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체적으로 조금 묵직하고 잔잔한 느낌이니 취향을 탈 수 있습니다. 『초콜릿』도 끝부분의 반전이 있지만 이것도 클라이막스에서 예상 외의 행동이 등장합니다. 그래도 좋아요.'ㅂ'



『시계관의 살인』은 예전에 한 번 보았고, 트릭이나 범인은 대강 기억하지만 몇몇이 죽은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아 오랜만에 꺼내들었습니다. 관시리즈를 읽다보니 옛 이야기를 홀랑 잊어서 그렇지요. 『십각관의 살인』보다 훨씬 두꺼운데 말입니다, 간만에 보니 그래도 좋네요. 미인박명이라는 건 여기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입니다. 제발 좀 이런 인물은 살려두면 안됩니까. 소설 속에서도 미인은 공공재라고요!(....)



조안 해리스. 『블랙베리 와인』, 송은경 옮김. 문학동네, 2006, 11000원.
아야츠지 유키토. 『시계관의 살인』, 김난주 옮김. 한스미디어, 2005, 13000원.

씁쓸한 소설이라고 쓰다가 쌉쌀한으로 한 단계 낮췄습니다. 적어도 아주 입맛이 쓰기만 하지는 않으니까요.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읽으면서 굉장히 입맛이 떫은 것이 많습니다.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닌데, 개운하진 않더라도 아주 씁쓸하진 않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경입니다. 한국에서는 여자 경찰에 대한 대우가 어떤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한국에서는 어떤지 궁금하더군요. 주인공은 교통 경찰 업무가 아니라 실제 수사업무에 참여하는 경찰입니다. 정확히는, 범죄자 몽타주를 그리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얼굴순경이라 불리더군요. 이 부분 번역이 조금 걸렸는데, 한국에서는 얼굴 그림이라 하지 않고 그냥 몽타주라고 쓰지 않나요. 범인의 얼굴 몽타주를 배포한다는 말은 뉴스든 기사든 여러 매체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진대 여기서는 얼굴 순경이니, 얼굴 그림이니 적어 놓아서 읽는 동안 조금 걸렸습니다. 일부러 주인공의 소외감을 강조하려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히라노 미즈호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몽타주 그리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자리로 이동합니다. 원래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고, 어떻게 보면 차심부름 같은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앞서 일을 그만둘 때 일으켰던 사건과 여러 사정으로 인해 홀대 받고 있지요.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어렸을 때 꿈꾸었던 그런 자리로 가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책에는 에필로그 포함해서 총 6가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미즈호는 그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 조금씩 나아갑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종신검시관』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역동적으로 느껴집니다. 『종신검시관』에서와는 달리, 주인공은 미즈호 한 사람이니까요. 읽다보면 여자를 보는 시각에 대해 조금 불만을 가지게 되지만 그게 틀렸냐고 물으신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저런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뭐, 경찰이라는 직업 구조상 저렇게 징징대는 여자들이 많았을 수도 있지요.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요, 이게 아니었어요, 저 못해요, 그러니 저 시집가요.(...) 허허허허. 그저 웃습니다. 허허허허.

경찰은 잘 모르지만 군대에서는 어떤가. 군대도 최근 10년 사이에 풀렸지만 여성 지휘관의 전방 근무는 아직 사례가 없는 듯합니다. 진급하는데 그런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모양이지만, 장기간 행군하는 동안의 문제나 훈련 참가시의 시설 문제가 걸림돌이라 들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장군 진급한 예는 여럿 있지만, 어떤 경우는 업무능력 보다 여성성(-_-)을 강조하여 진급이 된 경우도 있다니까요. 그 사람이 업무 능력이 그렇게 떨어지고 일 못하는데 .. (이하생략)
더 이상 말해야 무엇합니까. 경우에 따라 다른 것을요. 하지만 저렇게,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일 잘못하면, 혹은 그 중간의 길을 닦아주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행동하면 도매로 묶여 비난받습니다. 뭐, 남의 일만은 아니군요.ㅠ_ㅠ


씁쓸하지만, 그리고 뒷맛이 아주 개운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형사, 혹은 경찰물이나 경찰 분야 중에서도 특수 업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께 추천합니다.'ㅂ'


요코야마 히데오. 『얼굴』, 민경욱 옮김. 랜덤하우스, 2010, 1만원.

흑묘관의 살인사건에는 기대하는 것만큼 고양이가 많이 나오진 않습니다. 그래도 이전에 보았던 다른 관시리즈보다는 고양이가 많이 나옵니다. 등장인물이 고양이를 키우거든요.

먼저 주의 사항. 제가 읽은 판은 10년도 더 전에 나온 학산문화사 판입니다. 그러므로 아래 적은 부분들은 현재 구할 수 있는 한스미디어 판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겁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실 분들은 가능하면 한스미디어 판을 보세요. 특히 B님. 이거 읽다가 번역 때문에 폭발하실지도 모릅니다.(먼산)


다 읽고 나서 막판의 반전을 보고는 몇 가지가 떠올랐는데 그걸 다 적으면 내용폭로, 트릭 공개가 되니 그 부분은 따로 접어 두겠습니다.

소설의 전체 구조는 수기로 보는 과거의 사건과 그 뒤를 쫓아가는 현재의 모습이 교차 등장하는 구조입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시시야와 만나고 싶다며 담당 편집자 가와미나미에게 연락을 해옵니다. 그 할아버지가 시시야와 가와미나미에게 보여준 수기는 현재의 이야기와 교차되며 한 장씩 소개됩니다. 아예 시작부터가 할아버지의 수기입니다.'ㅂ'
전체적으로 무난한 이야기지만 몇몇 부분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권장하진 않습니다.(어?) 15금은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이전의 관시리즈는 피가 난무하고 연쇄살인은 당연한 분위기더니 이쪽은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무난하다 표현한 것이고요. 음, 일단 고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꽤 마음에 들겁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의 배경은 홋카이도.... 아니; 소설 앞 부분에 등장하는 '좀 더 집필 속도를 빨리 해 두 시간짜리 드라마로도 만들어 그 주인공을 각지로 여행시키면, 여행작가도 될 수 있다'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습니다. 인형관은 교토더니 흑묘관은 홋카이도냐!


실은 그게 함정입니다.-_-;

자아. 앞부분부터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재미있었던 부분을 적어보지요. 네모 상자나 따옴표 부분은 본문을 옮긴 것입니다.

- 시시야 카도미는 추리소설 작가입니다. 관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하는 인물이지요. 어떻게 보면 미타라이 키요시와도 닮았습니다. 지금은 본격 추리소설 작가인데, 나카무라 세이지의 마수에 사로 잡혀 그 사람이 만든 건축물 이야기가 나오면 코를 들이밉니다. 이번에도 그랬는데,

시시야 카도미는 원고 마감에 쫓겨 지금쯤 틀림없이 극단적인 야행성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내는 단행본 장편인데 확실히는 모르지만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여고를 무대로 벌어지는 연속살인 이야기일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오네요. 저는 그 장편의 제목을 압니다.-ㅂ-;;;
그리하여 가와미나미가 내건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었다는 건축물 관련 정보가 들어왔어요'라는 떡밥을 물고 시시야는 장렬하게 산화합니다.

가와미나미의 그런 생각은 멋지게 들어맞아, 시시야 카도미는 이날 밤, 원고 집필 매수에 있어 신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편집자라면 작가를 능수능란하게 조교(!)할 수 있어야합니다.


- 편집자 이름은 가와미나미. 이전에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학생 아리스 시리즈에서도 잠시 나왔지만 江南이란 성은 읽는 방법이 세 가지라 하던가요. 아리스의 성은 아마 에나미라고 읽었을 겁니다. 설마 그래서 넣은 건가.

- 이름이나 지명 번역에 대한 불만은 다 넘어갑니다. 9*년에 나온 책이니까요. 그러니 그냥...;ㅂ; 리사꼬라든지 '훗'카이토오라든지, 삿뽀로라든지. 아니 근데 앞에서는 그리 적고 뒤에서는 '훗'카이도라고 제대로 적었단 말입니다. 번역하신 분이 55년생이시라는데..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붙잡고 읽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이러면 안되지요.OTL 눈 나빠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시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 제일 큰 원인은 추리소설을 읽느라 버스 안에서도 책을 붙들고 있어 그렇습니다. 차멀미가 나지 않는 걸 보니 위 상태는 괜찮은가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흑묘관의 살인사건』, 백지원 옮김. 학산문화사, 1997, 6500원.


학산문화사 판은 절판입니다. 지금은 한스미디어 판만 있고 12000원이네요.'ㅂ'
『수차관의 살인』에 이어지는 것이 『인형관의 살인』일 것이고, 그 다음이 아마 이 책일 겁니다. 순서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용을 보면 대강 그럴 것 같더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며칠간 보았던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차관』이나 『인형관』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서 투덜댔지만 이건 정말 본격 미스터리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더군요. 반전을 수 차례 깔아 놓아서 읽다보면 뒤통수를 맞고 다시 한 번 앞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게다가 미로관이라는 배경 자체가 은근히 취향입니다.

겉으로 보는 것보다 안쪽이 더 큰 집인데, 미궁구조는 지하층에 있습니다. 대문부터 시작해 도처에 미궁 특유의 분위기를 깔아 놓습니다. 소품 하나 허투로 놓은 것이 없네요. 나카무라 세이지의 작품이니 그럴법 합니다만. 그런 묘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인데,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 혹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이런 추리소설이 참 좋아요./ㅅ/
수미쌍관 구조라는 것도 좋고요. 물론 읽고 나면 수미쌍관이 아니라 수미쌍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읽고 나면 자연히 체득할 겁니다.


아니, 저야 앞부분을 읽으면서 위화감을 느낀 것은 다름이 아니라 『기면관의 살인』을 먼저 보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등장한 손재주가 여기서도 또 한 번 등장하네요. 재미있긴 한데 결말을 생각하면 조금 입이 씁니다. 하기야 추리소설에서 깔끔쌈박하게 행복한 결말을 내는 것은 추리소설이지만 로맨스소설이기도 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정도겠지요. 나머지는 현실은 시궁창인게 많아서.;

아마 제 홈페이지 오시는 분 중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난하게 보실 겁니다. 직금까지 보았던 관시리즈 중에서는 이게 제일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공을 쫓아가는 모험입니다. 흐흐흐...



아야츠지 유키토. 『미로관의 살인사건』, 권영 옮김. 학산문화사, 1997, 6500원
며칠 동안 내내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만 읽은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사이 다른 책과 다른 자료와 다른 문서들을 읽는 사이에 중간 중간 아야츠지로 도피한 것이지요. 그렇게 우길랍니다.

지금도 출근해서 노트북 붙잡고, 워밍업 차원에서 글씁니다. 오늘 공방은 건너 뛰고, 가능하면 화요일 초안 작성을 완료하고 금요일 예비 작업을 완료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꽉꽉 눌러 업무 하고는 저녁 땐 명동 다녀올 생각이고요. 명동 안 간 것이 어언 ...(하략)


다음에 읽을 책도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인데, 일단 미로관을 먼저 빌려 왔습니다. 도서관에 한스미디어에서 나온 신간은 들어오지 않았더군요. 90년대에 나온 학산문화사의 시리즈만 들어와 있습니다. 근데 한스미디어 책이 재번역본인지 아니면 재간인지는 알 길이 없네요. 십각관을 비롯해 초기 나온 몇몇 책은 옛 추리소설들을 보는 것 같은 디자인과 편집이었는데 최근에 나온 인형관이나 수차관은 상당히 깔끔하게 뽑아냈습니다. 물론 속표지만 보았으니 겉표지를 걸치면 어떤지는 모릅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겉표지를 모두 벗겨 놓지요)

『미로관의 살인사건』은 관시리즈니까 못해도 중박은 갈테고, 그래서 엔하위키 뒤지다가 『살인방정식』의 평가가 더 낮다는 부분을 보고는 이쪽을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살인방정식』은 트릭이 조금 독특하게 등장하는데, 그 풀이 과정을 보면 제목이 왜 저런지도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꼭 그렇게 해서라도 범행을 저질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군더더기가 많습니다. 오히려 그 트릭 자체보다는 주변 정황에 더 눈이 갑니다. 그리고 책 마지막에 반전처럼 등장하는 부분의 묘사는 상당합니다. 그 부분은 이야기가 풀리는 내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막판에 휙 몰아치는군요.


이 소설의 백미는 역시 맨 마지막 장이네요.-ㅁ-

엔하 위키를 보니 야아츠지 유키토라는 필명을 지어준 것이 시마다 소지였습니다. 관 시리즈의 등장 인물이 그 사람인 것도 그럼 이해가 되네요. 시마다 소지의 중요 캐릭터 이름을 이렇게도 섞어 넣다니.

아야츠지 유키토랑 시마다 소지가 이웃해 있어서 왔다갔다 하면서 보다가 시마다 소지 책도 빌렸습니다. 해문에서 시마다 소지의 새로운 시리즈를 냈군요. 그러고 보니 나올 당시에 이글루스에서 관련 글을 본 것 같습니다. 이제야 기억나다니.;

다음에 빌려 볼 책 목록을 여기 적어야겠네요.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내킨다면 『마왕유희』와 『점성술 살인사건』 재독. 『암흑관의 살인』 세 권. 미미여사의 『영웅의 서』(취향에 맞는지 확인하고;), 『고구레 사진관』. 아, 그러고 보니 뭔가 사겠다고 생각한 책이 또 있었는데? =ㅁ=


아야츠지 유키토. 『살인 방정식』, 한희선 옮김. 은행나무, 2011. 12000원.

아무리 생각해도 아야쓰지 유키토라고 쓰고 싶은 생각은 안 듭니다.; 현행 외래어표기법으로는 아야츠지가 아니라 아야쓰지가 맞을거예요....
...
글 다 쓰고 저장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로그인이 풀려 있어 글 쓴 것이 홀라당 날아가면 굉장히 화납니다.^-^++ 두 번 같은 글을 쓰기는 어려운데 말이죠. 흑.

어쩌다보니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만 줄창 보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음, 신간 검색을 하다가 『기면관의 살인』이라는 신작을 보았고, 그걸 빌려다 보니 그 앞에 다른 이야기들이 더 있더군요. 제가 제대로 챙겨 본 것은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까지였기 때문에, 아예 도서관에 가서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이 있는 곳에 가, 이것저것 뒤졌습니다. 그러다가 앞서 『진홍빛 속삭임』, 『수차관의 살인』,『인형관의 살인』을 순서대로 보았지요.

읽다보니 제가 시마다 소지와 요네자와 호노부, 아야츠지 유키토를 조금 헷갈리고 있었습니다. 몇몇 작품의 작가를 뒤죽박죽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부러진 용골』도 시마다 소지의 책으로 착각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의외로 한국에 많이 나오진 않았네요. 아야츠지 유키토나 요네자와 호노부가 더 많을 겁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와 시마다 소지를 헷갈리는 것은 관 시리즈에 공통하여 등장하는 인물 때문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헷갈리는 거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수차관의 살인』을 볼 때 확실하게 인식했습니다. 이 인물 때문에 두 작가를 헷갈리는 거다라고요. 『인형관의 살인』을 보고 있노라면 아야츠지 유키토가 일부러 그렇게 설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외로 아리스가와 아리스와는 헷갈리지 않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입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대표작은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잖아요. 그렇다보니 헷갈릴 일이 없지요.

『수차관의 비밀』에서 언급하는 걸 잊었는데, 이 소설의 해설을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썼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아야츠지 유키토가 비슷한 연배로 활동도 비슷하게 하는데, 의외로 접점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시리즈를 계기로 둘이 가까워졌고, 그 계기가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인형관의 살인』해설을 썼습니다. 나름 재미있더라고요. 순서로 따지먼 『수차관』 다음이 『인형관』입니다. 그렇게 읽으시면 더 재미있지요.-ㅁ-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책에서도 관 시리즈의 주인공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인을 잘못 짚은 것도 있습니다.


제목부터 인형이 등장하는데 소설 속에서도 인형은 나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분위기를 괴이하게 만드니까요. 그러고 보니 교토에는 보크스의 텐시노사토도 있지요. 조형촌도 교토쪽이 본가(?)아니었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배경이 교토이다보니 읽는 내내 교토의 거리가 떠오릅니다. 정확히는 시라카와인데, 긴가쿠지 북쪽입니다. 마르브란슈가 있는 쪽보다는 남쪽일거예요. 시라카와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하니까요.
하여간 인형이 괴기스런 이미지로 많이 등장하는데 엊그제 읽은 『골목길 연가』에도 인형 장인이 한 명 나왔지요. 이 배경이 80년대니까 지금하고는 인형 작법이 좀 차이가 있나봅니다. 인형 몸을 나누는 방식이 다르더군요. 뭐, 저도 보크스 덕분에 구체관절인형은 익숙하지만, 그래도 인형 작가들의 구체관절인형은 무섭게 느껴집니다. 보크스의 인형은 대체적으로 만화체라고 한다면 인형 작가들의 인형은 극화체 같거든요. 그렇다보니 더 사실적이라 무섭지요.
보크스의 첫 (양산형) 구체관절인형이 9세 메구였다고 알고 있는데 13세 메구는 줄리엣이 잘 어울리는 아가씨지만 9세 메구는 1번 헤드 계열이라, 일본 전통인형하고 분위기가 상당히 닮았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게 생각했지요. 일본 전통 인형에 얽힌 괴담도 많지요. 하하하;


기왕이면 시마다 소지의 소설을 다 보고 이 책을 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특정 한 작품만 보아도 되지만 언급하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시마다 소지 책을 보고 이 책을 보시면 웃을 수 있는 몇몇 장면이 있습니다.:)

첫비행님은 이 책을 보시면 교토 여행을 가고 싶어지실 것이 분명하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ㅂ-; 여행이 결정되셨다면 읽으셔도 ... 괜찮겠지요.;


아야츠지 유키토. 『인형관의 살인』,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2012, 12000원.

그러고 보니 B님이 요즘 오노 후유미를 읽고 계시는데 말입니다. 어떤 의미로는 동지애가 느껴지네요.-ㅁ-;
오노 후유미와 아야츠지 유키토는 ....(하략)
짧은 이야기 7편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미미여사의 책은 에도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손을 댑니다. 그도 그런 것이 사회파 추리소설은 뒷맛이 쓰고, SF는 읽고 나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습니다. 지금도 떠올리는 『크로스파이어』의 내용을 생각하면 참.
이 소설은 굉장히 오래전에 나왔습니다. Copyright를 확인하니 1994년이네요. 책이 나온 것은 2010년. 그러니까 초창기 책입니다. 빙고님은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구적초』와 닮아 있습니다. 『인질 카논』은 『지하도의 비』보다 더 가볍습니다. 읽다보면 미미여사 특유의 분위기가 살되, 조금은 싸늘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쌉쌀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고 나서는 의외로 개운하더라고요. 뒷맛이 쓰게 남는 소설은 아니지만 허탈한 웃음을 흘리게도 만드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표제작인 「지하도의 비」는 마지막의 반전이 꽤 지독했습니다. 아놔.;ㅂ;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갈 줄은 몰랐어! 하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 않습니다. 허탈하면서도 개운한 느낌이네요. 트릭은 간단하지만 조금 살벌한 것 같기도 하고. 의외로 재미있네요.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이하 생략. 어떤 단어를 붙이든 간에 내용 폭로가 될 겁니다. 하여간 밤길이 아주 조금 무서워집니다. 제가 밤길을 걷는 일은 굉장히 드물지만 말입니다. 아, 저녁길과 새벽길은 걷긴 걷습니다. 그래도 여기 등장하는 것은 '마녀들이 수다떠는 12시'니까요.
「불문율」은 『이유』의 구성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유』보다는 이 소설이 먼저인가요? 출간이 언제인지 잊었지만 구성이 닮았습니다. 작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쌓아서 전체를 펼쳐보니 그림이 그려집니다. 왜 그 사람이 그런 짓을 벌였는가. 임계점을 넘었던 거로군요. 딱, 역치값. 스위치. 건드려서는 안되는 역린. 저도 가끔은 그럽니다. 얌전한 사람도 가슴 속에 쌓아 두었다가 한순간에 폭발시키지요. 그런 느낌입니다.
「혼선」은 읽고 나면 도시괴담이 떠오릅니다. 허허허. 미미여사 다워요. 저야 그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지만 그런 전화에 시달린 사람들이라면 골치 아프겠지요. 그리고 이 소설이 나왔을 당시에는 수신불가라든지 수신거부라는 기능도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유선전화잖아요. 게다가 마지막 묘사를 보면 옛날 옛적의 전화기일 겁니다. 다이얼 전화기가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 드네요. 다이얼 전화기. 써본 적은 있지만 참 재미있지요. 그런 전화기 지금은 어디 없나.-ㅁ-
「영원한 승리」. 제가 꼽는 이번 단편집 최고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취향이라 그렇지요. 마지막의 반전이라니. 거참, 초성 자음을 마구 날리고 싶은 정도로 유쾌합니다. 권선징악에 반전, 그리고 숨겨진 비밀은 하나쯤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승리포즈를 날리는 멋진 이모님. 의외로 유쾌한 분이 아니었을까란 망상도 해봅니다.
「무쿠로바라」는 읽고 나서 의외로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을 떠올렸습니다. 의외지요. 하지만 그런 곳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닮아있습니다. 다행히 지나간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네요.
「안녕 기리하라씨」는 결말이 꽤 의외였는데, 「혼선」과도 조금 닮았습니다. 하지만 취향은 아니었고요.

무난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취향대로 하나 골라드시어요.'ㅂ'



미야베 미유키. 『지하도의 비』, 추지나 옮김. 북스피어, 2010, 1만원.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G하고는 안 맞습니다. 저하고도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가끔 읽고 싶을 때가 있더군요. 그러니까 읽을 책이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말입니다. 인기도는 잘 모르지만 엊그제 서가를 돌아다니며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찾아 꺼내다가, 다른 작품이 눈에 들어오길래 함께 빌렸습니다. 관 시리즈는 보기 조금 부담스러우니 단권으로 마무리 된 『진홍빛 속삭임』을 집어 들었지요.

지금 막 다 읽고 나서 감상을 적는 건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책입니다. 앞서 읽었던 『어나더』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추천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리 추천하진 않습니다. 일단 제 주변에서 이 책을 재미있게 볼 분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소재나 내용이 마이너 계통입니다. 허허허.

배경과 소재가 되는 키워드를 적어보면 여학교, 기숙사제, 스트레스, 억압, 엄격함, 체벌, 강압. 이 외에도 한참 많지만 넘어갑니다.-_-;
남자가 쓴 여학교 기숙사 이야기라 실제 이런 학교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는데, 이 책이 나온게 1988년이랍니다. 그 때라면 있을 법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 쓴 것이 『어나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역자 후기를 보면 양쪽 소설의 닮은 꼴이 한층 더합니다.'ㅂ'


그래도 관 시리즈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보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결말도 개운치 못하고 뒷맛이 남기 때문에 다른 책으로 정화를 해야겠네요. 혹시라도 간단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접은 부분을 열어 보시길. 상당한 내용 폭로가 들어갑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진홍빛 속삭임』, 현정수 옮김. 한스미디어, 2012, 12800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등장인물은 타카토리 케이. 아야는 예상했던 분위기의 인물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설퍼보이지만 이게 초기 작품이니까요. 88년에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으음...; 여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을까요, 남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을까요.


다음에는 힐링을 위해 『블랙베리 와인』을 꺼내야겠군요. 하하하.;ㅂ;
한 줄 요약.
관 시리즈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습니다.OTL

가장 최근에 읽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소설이 『어나더』, 그 전에 읽은 것이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입니다. 그러니 관 시리즈 내용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하긴 한데, 첫 작품이 『십각관의 살인』이었던 만큼 관 시리즈는 각별하지요.
『시계관』까지는 어찌어찌 기억을 하는데 찾아보니 그 사이의 몇몇 관 시리즈를 안 읽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면관의 살인』이 처음에 뜬금없이 다가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주인공의 행적이 앞에 나오기 때문에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뿐이지, 이 사람만 떴다 하면 사건이 터지는 데는 한숨이 나옵니다. 허허허;ㅂ; 어딘가의 건방진 꼬마보다 더 무섭지요.
그런 의미에서 교보문고에 올라온 책 소개는 틀립니다. 이 사람은 절대 명탐정이 아닌걸요. 앞서의 다른 사건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지요. 직업이 탐정인 것도 아니고, 살인 사건에 몇 번 휘말리다가 어쩌다보니 추리소설작가가 된 불쌍한 인생...ㄱ-; 그렇다보니 시체를 봐도 이제는 상대적으로 무덤덤합니다.


주인공이야 그렇다 치고, 전체적인 트릭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그 미친 건축가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던걸요. 이쯤되면 mad scientist가 아니라 mad architect입니다.-_-; 그러니 이 사람의 건축물에는 가까이 가지 마세요. 뭔가 사건에 휘말릴지도 모릅니다.(...)
앞부분의 위화감이 복선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그걸 깨닫는 주인공이나 풀어내는 솜씨나 역시 답다 싶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생일과 기념일을 기억하는 걸 보니 이 사람 결혼하기 글렀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간단한 감상은 이정도로 적고, 건축물이 배경이다보니 T님은 그럭저럭 보실 듯합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시리즈는 고전 추리소설 분위기에 가까운지라 지루하다는 반응도 나올법 하거든요. 물론 고전이라고 해도 셜록보다는 뒤쪽입니다.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쯤에 가깝겠네요. 밀실 살인에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점은 요즘 추리만화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군요.
다만 가면이 많이 등장하니 이런 건 질색이라는 분은 피하시고, 약간 잔인한 부분도 있습니다. 잔인한 정도야 물론 CSI 등에 비하면 아주 순수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트릭도 어떻게 보면 현대적....; 배경은 물론 90년대 초반이지만 말입니다.

B님은 보셨으려나요..? 아야츠지 유키토는 B님 취향 범주는 아니라 원서로라도 건드리진 않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아요.'ㅂ'


그리고 몇 군데 걸렸던 번역문제.
다른 부분은 다 무난하지만 홋카이도를 홋카이 도로 띄어썼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도쿄 도 등으로 행정구역명과 지역명 사이를 띄어썼습니다. 눈에 걸리더군요.
그리고 앞부분의 민얼굴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아마 민낯이라고,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가리키는 유행어 때문에 그리 쓴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맨얼굴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지 않나요.
이 두 부분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기면관의 살인』, 박수지 옮김. 한스미디어, 2012, 13500원
Two thums up.

올해의 추리소설로 두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빙고님께는 원서로 보실 것을, 첫비행님과 아이쭈님과 티이타님께는 번역서 쪽을 추천합니다. 번역이 무난해서(걸리는 곳이 없어) 번역서로도 괜찮거든요. 그래도 빙고님은 이미 한 권 보셨다니까 원서를 추천합니다.

이 책도 프님 추천이었지요. 처음에는 아이이치로의 낭패인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아가 두 개, 이가 두 개인 『아아이이치로의 낭패』입니다. 물론 띄어쓰기는 그게 아닙니다. 아, 아이이치로입니다. 감탄사의 아도 아니고 성이 아, 이름이 아이이치로입니다. 거참, 거창한 이름이지요. 번역자 후기를 읽고 왜 이름이 이런지 알고 나서는 무릎을 쳤습니다. 그렇군요. 말하자면 한국어로 가가람이라는 이름을 짓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왜 인지는 번역자 후기를 읽으시어요.

처음 프님의 추천에서는 브라운 신부와 비슷하다라고 해서 덥석 미끼를 물었는데, 아닌게 아니라 저자 자체가 일본의 G. K. 체스터튼 소리를 듣는답니다. 과연, 주인공인 아이이치로가 이런 저런 행동의 맥락을 보고 앞으로 이리 될 것이다 예언(!)하는 것이 브라운 신부와 같은 신묘한 능력을 보이더군요. 심리적으로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근데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넘겨 짚는데 그것이 백발백중인 이 청년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물론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같은 엄친아는 아닙니다. 아주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거든요. 아무 것도 없는데도 허우적 거리며 쓰러지거나 뭔가 작은 일만 있어도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 가만히 서 있을 때의 귀공자 같은 분위기를 한순간에 날려버립니다. 입만 열지 않으면 서양인형이라는 장미십자탐정보다 상태가 심각합니다. 외모가 아니었다면 쪼다(...)나 등신(...)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입니다. 게다가 취미가 사진 찍기입니다. 아니, 아예 직업이 사진찍기지요. 그것도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는, 정말로 필요 없고 쓸모 없을 것 같은 것만 골라 찍습니다. 특이한 구름이나 특이한 곤충이나 특이한 식물만 찍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 여기저기를 헤메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사건들과도 자주 마주칩니다.
그러고 보니 어수룩하게 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긴다이치 쿄스케랑과도 비슷한데, 적어도 쿄스케는 아이이치로보다는 자주 똑똑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이이치로는 가만히 서 있을 때랑 트릭 풀이를 제시할 때를 제외하면 사람이 뭔가 부족해보이거든요.OTL

그러니까 이 소설은 아이이치로라는 인물 때문에 절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첫 단편을 보았을 때는 그 심리 트릭을 잘 파악하는 것이 대단하다 싶었는데, 몇 편 읽으면 읽을 수록 기괴한 트릭과 상황과 심리와 정황 등에 당황하며, 그걸 그렇게 잘 눈치채는 이 청년에게 홀딱 반합니다. 아, 차라리 외모가 이렇지 않았다면 차라리 귀엽기라도 했을 것을, 외모와 하고 다니는 것이 귀공자 급이니 여자들이 이 남자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혹시 다음에 나올 장편에는 뭔가 로맨스라도 있을까요. 아니, 없을 것 같은데. 양웬리보다도 이쪽이 더 접근하기 어려우니까요.(...)

아아이이치로의 한자명을 빼먹었네요. 亞愛一郞. 한자로는 간단하지요? 하지만 읽는 법은 난감합니다. 하하하.


아와사카 쓰마오. 『아아이이치로의 낭패』, 권영주 옮김. 시공사, 2010, 12000원.
『아아이이치로의 사고』, 권영주 옮김. 시공사, 2012, 12000원.



덧붙이자면.
1권에 해당하는 『아아이이치로의 낭패』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설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나온 곤다 만지의 해설입니다. 해설이라고는 하나, 이 소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다루고 있지요. 2차 대전 후, 대만 사람으로 일본 필명(?)은 시마자키 히로시인 傅金泉가 상당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전과 전후의 일본 추리소설을 수집합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관련 잡지들도 수집하여 그 컬렉션이 상당히 방대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환영성이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그 잡지를 통해 수 많은 추리소설 작가들과 교류합니다. 아니, 2권인 『아아이이치로의 사고』에서 해설을 다나카 요시키가 썼고 거기서도 환영성이 언급된 걸 보면 판타지 소설작가나 SF쪽과도 관련이 있었겠지요. 시마자키 히로시에 대한 이야기는 일본 위키 쪽을 참조하세요.(링크)
그러나 잡지란 돈 먹는 하마지요. 결국 환영성은 폐간되고 이 사람의 방대한 컬렉션도 결국 뿔뿔히 흩어집니다. 전무후무한 추리소설 컬렉션이 그렇게 흩어지다니.;ㅂ; 그 부분을 읽으면서 '일본의 추리소설 광들은 도대체 뭐 한 것이냐!'라고 버럭 화를 냈으니까요.
사실 한국이라고 다를 것 같진 않습니다. 이런 컬렉션이 나오면 자신의 막대한 돈을 들여 그 기록물들을 모아 남기는 사람들이 나올까요. 아니, 그렇진 않을 겁니다. 저도 그럴 생각은 있지만 자금이 없는 걸요. 1, 2억으로 될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참 아까운 컬렉션입니다. 그런 컬렉션을 추리소설 협회 등에서 모아 구해서 보존했다면, 차라리 그게 더 좋았을텐데요.
끄응.
이 책을 볼 때마다 불쑥 불쑥 화가 난단 말입니다.ㄱ-;


아래는 『청색의 수수께끼』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소설의 반전이 들어 있으니 가려서 열어 보셔야 합니다. 자칫하다가는 내용 폭로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봐도 이건 오역이네요. 끄응..
프님의 2012년 대출 목록(링크)을 보다보니 끌리는 책이 많았습니다. 한 번에 다 빌리는 것은 무리고, 그 중 일부만 골라 그 중에서도 또 일부를 빌려서 들고 왔습니다. 그렇게 빌려 읽은 책이 지금까지 세 권. 하나는 앞서 올렸고 다른 한 권은 이 다음에 따로 올릴 겁니다.

『부러진 용골』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입니다. 이 책 후기와 역자 후기를 보고 처음 알았는데, 요네자와 호노부의 데뷔작이 『빙과』더군요. 그건 미처 몰랐습니다.; 대표작이겠거니 생각만 했지 한국에는 아직 번역이 늦어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이랑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을 보고 그 다음에 『인사이트 밀』과 『덧없는 양들의 축연』을 보았습니다. 맨 뒤의 책 때문에 그 다음 책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굉장히 느낌이 다릅니다. 판타지소설에 가까운데다 여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일종의 연작소설이라 환상소설의 기묘하고 기이한 분위기, 그리고 결말의 반전이 허탈하게 만들더라고요. 『인사이트 밀』은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다루고 있고 역시 에필로그에서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아놔...;ㅂ;

자세한 리뷰는 앞서 적었으니 이쯤하지요.

『부러진 용골』은 그래서 교보의 책 내용 소개만 보고는 딱 이거다라고 감이 오진 않았습니다. 배경은 중세, 게다가 판타지입니다.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판타지라길래 손을 뗐는데, 덕후혼 양성서 중 최강이라는 평을 읽으니 안 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일단 굳게 마음을 먹고 빌려봤습니다.
그리고 G가 먼저 읽다가 중도포기 합니다.ㄱ-; 앞부분 읽다가 재미 없어서 결말을 읽고 내려놨다는데 취향이 아니었나봅니다. 그랬다니 궁금해서 그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제가 집어들었습니다.

...

음. 저도 그랬습니다. 출근하는 도중 10% 가량 보고나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어 마지막의 10%를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내용을 알았으니 되었다며 책을 덮고는 더 안 봤는데, 퇴근길에 심심한 겁니다. 다른 읽을 책도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면 앞부분 읽은 것의 뒤를 이어 봅니다. 그리고 주우우우욱 읽어 내려가면서 왜 결말을 먼저 보아 범인을 미리 확인했을까 자첵하며 끝까지 다시 읽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시구사와 케이이치 못지 않은 후기에 두 손 번쩍 들었습니다.
만세.
이 책은 헌정본입니다. 말하자면 헌정본입니다. 그리고 이게 왜 덕후혼 양성소인지는 저도 이해가 갑니다. 정말 덕후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소설이니까요. 그 덕후가 어떤 덕후인지는 접어둡니다.



어차피 간략 내용이야 서점에도 있으니까 이 책의 추천 포인트를 언급합니다.
시대적 배경은 12세기. 정확히는 밖에서만사자심왕 리처드가 십자군 원정 나가서 존이 섭정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러니 시간적 순서로는 엘리스 피터슨과 아리아나 프랭클린의 다음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티이타님과 빙고님께 먼저 추천합니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도 있지요.^^;

기본 틀은 오히려 『장미의 이름』과 닮았습니다. 먼 곳에서 찾아온 기사와 그의 종자. 그리고 솔론 제도라고 하는 런던 북동쪽, 북해 위의 작은 중계무역 섬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여기 역시 수도원 못지 않게 폐쇄된 공간입니다. 1차 용의자들은 일찌감치 정해졌으며 그 안에서 하나씩 여러 증거들을 뽑아 놓고 그에 맞는 사람들을 찾아나갑니다. 이건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의 사실 목록을 닮았지요.
배경은 역사적으로 실재한 공간과 시간이지만 여기는 또 마술이 횡행합니다. 마법보다는 주술적 도구를 사용하는 마술에 가깝지요. 하지만 그런 마술도 한계는 있으며, 탐정인 기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설령 누군가 마술사라 해도, 또 어떠한 마술을 사용했더라도, '미니온'이 바로 그 자이거나 혹은 그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범인의 조건에 맞아 들어가는, 혹은 범인이 아닐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거죠.


범인을 탐구하는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기사와 종자는 주인공인 '나'를 데리고 함께 섬을 돌아다니며 여러 정황을 탐구하며, 그 와중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집니다. 마술적인 이야기가 들어간 이 이야기는 신비롭기도 하지만 아름답기도 합니다. 넵. 멋집니다. 누님.+ㅁ+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역시 그 누님이에요.

읽다보면 느낍니다.
빠심과 덕심은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부러진 용골』,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2, 14800원.

올해의 추리소설 목록에 추가!
제목부터가 암시하고 있군요. 하하하하하;ㅂ;

북스피어 펀드의 이자조로 받은 책은 거의 다 오지 않았나 했는데 이번에 또 『푸른 작별』이 도착했습니다. 결론만 콕 찝어 말하자면 꽤 괜찮은 책입니다. 좋은 책이라고 말하지 않는건 제 취향에 완전히 부합하진 않기 때문이네요. 그게, 여자가 너무 많아요.-ㅁ-; 이 책은 맥도널드가 쓴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의 한 권인데, 교보문고에 올라온 제목처럼 순정 마초, 딱 그런 느낌입니다. 여자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며 혼자 지내도 괜찮아라는, 조금 마초 같은 분위기의 남정네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참 여립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그걸 더욱 더 느꼈고요.;

트래비스 맥기 시리즈에 대해서는 책 날개에 더 자세히 나왔으니 내용은 생략합니다. 그쪽을 읽는 것이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날개의 책 소개도 그렇게 맛깔나게 쓸 수가.-ㅁ-; 하여간 전체적인 분위기는 1980년대 즈음, 한국에서 방영했던 여러 미국 드라마와 비슷합니다. 여자가 등장하고, 남자는 능력있고. 위험에 처한 여자를 남자가 참으로 귀찮은듯하지만사실은신경써서 구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께는 츤데레라는 단어로 표현해도 충분히 알아들으실겁니다. 이 사람 참 여리다니까요.(2)

평소에는 플로리다 어느 해변에 정박시킨 배 안에서 살며 뒹굴뒹굴(하지만 하는 일은 많게) 시간을 보내지만 돈이 떨어지면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정식 경로로는 되찾을 수 없는 물건을 찾아주고 수고비로 절반을 가져갑니다. 하지만 이것도 이상해요. 날개의 설명에도 나오지만, 『푸른 작별』에서 쓴 경비는 분명 수고비로 받은 것 이상입니다. 절대 그래요. 물론 지금하고 물가가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동거리를 생각하면 절대 더 들었지 적게 들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달랑 그 만큼만 받겠다고? 그걸로 장사가 돼?;

맥가이버나 마이클(전격 Z작전)하고 비슷할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것이 있다면 이 사람이 그리 매력적인, 미남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평범한 아저씨 같은 이미지더군요. 대신 하는 짓이 귀여울(!) 뿐이지요.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부드러운 삶은 달걀(...)을 좋아하시면 추천합니다. 일단 M님과 C님 취향에는 맞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특히 M님 취향에 더 가까울듯?


추천 키워드는 추리소설, 해결사, 하드보일드, 옛 미국드라마 등등입니다.



존 D. 맥도널드. 『푸른 작별』, 송기철 옮김. 북스피어, 2012, 12000원



덧붙임. 바다 속에 들어간 그것...;ㅂ; 참 아깝군요...;ㅂ; 찾을 길은 없겠지요.
전작 『악마의 케이크 살인사건』(아마도 데빌스푸드 케이크를 의미한듯)의 결말부를 보고는 내 다시는 안보리라며 절규를 했는데 『시나몬 롤 살인사건』이라는 말에 홀랑 낚였습니다. 아니, 무엇보다 결말을 확인하고는 마음 놓고 보았습니다.-_-; 물론 이렇게 될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마음 놓고 보는 것이 좋잖아요?

이전에 한 번 언급했지만 다음 작품은 『레드 벨벳 컵케이크 살인사건』입니다. 『시나몬 롤』은 다음 작품이랑 이야기가 바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직 해결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어서 말입니다. 설마 이걸 수습하지 않고 다음 작품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꺼내려나?

실은 『레드 벨벳』의 내용을 확인하고 『시나몬 롤』을 집어들었습니다. 『레드 벨벳』은 처음 분위기로 이야기를 돌리려는지 피해자가 삐~거든요. 그 때문에 호기심도 생겼고 질색하는 B여사가 그래도 고개를 들이민다기에 전작부터 차근히 읽어보자 싶었습니다.

이하는 내용 폭로이니 읽으실 분들은 넘어가시어요.


시나몬 롤 레시피는 맨 앞에 나오는데 생각보다 특이합니다. 반죽에 커피가 들어가네요. 그렇지 않아도 이번호 쿠켄을 보고 번으로 만드는 시나몬 롤은 시도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 레시피도 꽤 마음에 듭니다. 시나몬은 좋아하지 않지만 한번 시도해볼까요.

사실 제일 신기한 레시피는 아보카도 쿠키였는데... 도전하기가 겁납니다.;
읽은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천은 하지만 앞부분 90%의 이야기가 고비라는 점은 꼭 기억해두시길. 다시말해 이 책은 마지막의 10%의 이야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 오히려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옛날 옛적에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발터 뫼르스의 책이지요. 두 권짜리로 하드커버인데 처음 앞부분은 굉장히 읽기 힘들었습니다. 난해하고 지루하고. 괴물들이 산다는 지하세계에 주인공이 떨어져서 헤매고 돌아다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뒤에 밝혀지지요. 그 책의 감상을 적으면서, 앞부분 ⅔와 뒷부분 ⅓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90%와 10%입니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은 앞 90%와 뒷 10%를 읽는데 걸리는 시간이 같습니다. 그리고 제일 고비를 넘기기 힘든 것은 중심 사건이 일어나는 그 즈음의 이야기입니다.

앞부분은 굉장히 장광설입니다. 나는 피아노 전공자로 고등학생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나가미네 마사토라는 유명한 학생과 만나 모차르트-살리에리와 같은 미묘한 관계를 구축합니다. 나가미네 마사토는 유수의 주니어 콩쿨에서 열두살의 나이로 우승한 천재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런 둘의 관계는 특정 분야의 천재와, 그 천재를 동경하는 인물의 관계와도 유사합니다. 앞의 이야기는 그런 관계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고 그에 덧붙여 나가미네 마사토가 좋아하는 슈만의 일대기와 그가 쓴 곡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음악론이 장황하게 펼쳐지니, 그 음악을 실제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긴가 민가합니다. 사실 유튜브 등에서 찾아 들을 수도 있을텐데 안 듣고 그냥 읽었네요. 빨리 읽으려고 서두른 것도 없지 않아 있고...;
그렇기 때문에 B님이 먼저 말씀하신, 슈만의 환상곡 형식을 따랐다는 것도 확실히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앞의 내용이 계속 걸릴 수 밖에 없지요. 솔직히 재미가 없습니다. 주인공의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고, 주인공과 마사토의 관계도 이상하고. 게다가 80%쯤 되었을 때부터 굉장히 걸리는 부분도 나옵니다. 이하는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접어둡니다.




_M#]
하여간 읽고 나서 끙끙대며 막판의 수수께끼와 중간의 여러 이야기들을 미친듯이 복기하게 만드는 무서운 소설입니다. 일단 첫비행님, 키릴님께 추천합니다. 아마 키릴님이라면 무난(...)하게 보실 듯?;


참고로 앞부분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면서 떠올린 또 다른 책이 있습니다. 『얼음나무 숲』. 음악가들의 대결, 혹은 라이벌 관계를 보는 거라면 이 소설의 두 주인공 구도가 더 마음에 든다 생각했지요. 하하하. 하지만 그건 마지막 이야기를 읽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고..OTL


오쿠이즈미 히카루. 『손가락 없는 환상곡』, 김선영 옮김. 시공사, 2012, 12500원

M님의 추천으로 본 책입니다.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으셔서 기대를 너무 하고 본 것이 패인이군요.T-T;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지경사에서 나온 플로시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아마 첫비행님이 그러셨던 것 같은데 말이죠. 첫비행님이랑 S에게는 괜찮을 책입니다.

빅토리아 시대를 지나 소설의 배경은 조지 6세 시대입니다. 5세도 아니고 6세 맞아요. 왜냐하면 제 기억에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가 1952년이었으니까요. 그러니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두고 보면 연대를 더 좁힐 수 있습니다.

2차대전도 끝난 어느 조용한 영국시골에는 플라비아라는 아이가 삽니다. 아버지는 그 지역 토박이이며 지역 유지에 가깝습니다. 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하는 해리엇은 죽은지 오래되었지요. 그리하여 아버지는 세 딸과 함께 시골에서 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여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조용히 살아갑니다. 어디까지나 아버지 기준에서 말이지요. 그 딸들은 절대 조용하지 않거든요.
나이 차이가 적진 않을텐데 이 딸래미들은 다 한 가닥 합니다. 이야기 서술이 막내인 플라비아를 중심으로 돌아가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보고 나면 참, 이런 딸들을 잘 데리고 있는 아버지가 대단합니다. 어떻게 보면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엊그제 M님과의 대화에서도 그랬듯, 이 얌전한 아버지에게서 이런 딸들이 나오려면 어머니가 대단했다는 추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아버지나 플라비아의 추억에서 등장하는 어머니는 약간 말괄량이일지는 모르나 대체적으로 얌젆나 것 같다니까요. 이건 아무래도 추억 오류가 아닌가 싶을뿐이고.ㄱ-; 저런 딸이 나오려면 절대, 절대, 절대, 어머니도 한 가닥 하셨을겁니다. 그러니 뒷 권이 기대됩니다. 어머니의 옛 이야기도 얽혀 나올 법하니까요.

전체 시리즈게 여섯 권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한국에는 『파이바닥의 달콤함』을 포함해서 두 권이 나왔습니다. 다음 권도 일단 도서관에 신청해야겠네요.



개인적으로 플라비아의 화학 실험실은 참으로 부럽습니다. 얘가 여자아이가 아니라 소년이었다면 아마 화학 만렙을 찍었을 겁니다. 독학한 것이 이 정도 수준이면..(먼산) 시리즈의 결말이 어떻게 나갈지 궁금하네요.


앨런 브래들리. 『파이 바닥의 달콤함』, 성문영 옮김. 문학동네, 2011, 13800원




읽으면서는 그럭저럭 재미있었지만 본격 감상을 쓰기엔 아쉬운 책 한 권이랑, 읽고 나서 허무했든 책 한 권, 도합 두 권의 리뷰를 올립니다.
으, 반쯤 졸면서 쓰는 글이라 글 내용이 날아갈지도 몰라요.-ㅁ-/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은 동화를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짜나갑니다. 도쿄 어드메에 있는 고급형(?) 술집에서 술판이 벌어집니다. 술판이라고는 하지만 주종이 일본주라 안주와 함께 일본주의 역사 이야기도 오가고, 조금 복작복작한 모습입니다. 거기에 평소에는 없었던 어느 젊은 아가씨가 한 명 끼어듭니다. 끼어든 이유는 바에에 앉아 안 풀리는 살인사건을 꺼내든 형사 때문이었지요. 술김에 실명을 거론하기도 하는 추태도 보이는데, 그 사건은 대학원에서 동화의 심리 분석을 하고 있다는 아가씨가 동화의 모티브와 맞춰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면서 풀립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총 여섯 편으로 이어집니다. 그 때마다 아가씨는 도저히 깰 수 없는 알리바이를 가뿐하게 깨고 형사에게 답을 가져다 줍니다. 덕분에 형사는 경시총감상을 연속 수상하지요. 다른 사람이 풀어준 수수께끼로 상을 탄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 모양이긴 합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저렇지만 막판의 이야기까지 읽으면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라이트노벨을 읽고 난 뒤의 허무함과 비슷하군요. 라이트노벨의 추리도 저런 분위기가 많습니다. 작위적인 설정, 끼워맞추기. 그렇게 맞춘 트리깅 또 정답이라네요.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게다가 매번 유명한 동화와 맞아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도 희한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동화는 동화로 보아야지, 이렇게 이면을 살펴본다,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 하며 적어 놓으면 환상이 깨진단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 나온 그림동화 다시 읽기 류의 소설은 질색인걸요.

동화 재해석에 대한 반감, 끼워맞추기식 트릭, 황당한 결말. 그리하여 별로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출간 당시부터 찍어 놓고 있었는데 빌리는 것을 잊고 있다 이제야 보았습니다. 이어진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세 개의 단편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착각이었군요. 언젠가 결말부분만 들여다 보았다가 내용이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앞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후기에도 나왔듯 세 이야기는 나름 공통점이 있습니다. 밀실입니다. 세 곳 모두 밀실 살인을 다루고 있지요. 하지만 방향은 전혀 다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시작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떠올렸는데 결말은 또 다릅니다. 게다가 나이스 타이밍, 시의적절한 때에 도착을 해서 그리 되었으니 말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결말은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짐작은 할 수 있는 선이군요. 그러고 보니 이건 또 긴다이치 하지메의 분위기가 폴폴...-ㅁ-;

불만이 있다면 몇 가지 번역 부분에서였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한 파이로 반스(라고 썼던 것 같군요). 이 책이 나온 것은 2010년인데, 북스피어에서 S. S. 밴다인의 책을 2009년에 냈습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파일로 밴스라고 맞췄으면 좋았을텐데요. 거기에 제목을 『승정 살인사건』이라 했는데, 승정보다는 『비숍 살인사건』이나 『주교 살인사건』이라 하는 쪽이 맞겠지요. 전자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파일로 밴스 시리즈 번역제목이고 후자는 북스피어판 번역제목입니다. 이런 걸 맞춰줬다면 무난하게 읽었을텐데 말입니다.




구지라 도이치로.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박지현 옮김. 살림, 2010, 12000원
우타노 쇼고.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 2010, 11000원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 중에는 흔히 학생 아리스와 작가 아리스로 불리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주인공 이름) 시리즈가 있습니다. 학생 아리스는 첫 편 기준으로 대학 신입생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주인공이며 왓슨 역입니다. 이쪽의 탐정은 에가미라는 대학 선배지요.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이름을 잊었는데, 그도 그런 것이 저는 작가 아리스를 더 좋아합니다. 작가 아리스도 주인공 이름이 아리스가와 아리스. 추리소설 작가이며 왓슨역입니다. 탐정은 대학 동창인 히무라 히데오. 범죄학자이며 교토의 사립대학 조교수라고 합니다.
설정이 재미있는 건 작가 아리스가 쓰는 소설이 학생 아리스 시리즈고, 학생 아리스가 쓰는 소설이 작가 아리스라는 부분입니다.
본인이 엘러리 퀸을 좋아해 주인공과 작가 이름을 같이 두기도 했고 국명시리즈를 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보다보면 엘러리 퀸보다는 파일로 밴스에 가까울까 싶습니다. 아니, 파일로 밴스도 딱 들어맞진 않습니다. 셜록 왓슨 콤비가 더 비슷하겠네요. 파일로 밴스에서처럼 조수가 관찰자로만 남아 있지는 않고 부지런히 추리하고 머리를 굴리고 찾아보니 말입니다. 실제로 히무라도 아리스가와를 상당히 괴롭힙니다. 괴롭히면서 키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군요.

본론으로 돌아가, 『쌍두의 악마』를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는데, 이쪽은 학생 아리스라 별로 내키지 않아 놔뒀습니다. 요즘은 책을 덜 봐서 『달리의 고치』도 볼 생각은 그리 없었는데 이걸 보게 된 것은 순전히 마스터님의 감상글 때문입니다. 본문은 일부러 책 볼 때까지 봉인했지만 감상을 적었다는 것 자체가 뭔가 있겠다 싶어 묵혔다가 보았거든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다 읽고 나서 나중에 마스터님의 감상을 보았는데 딱 그 부분을 짚어 내셨더군요. 그 부분은 아래에 따로 적어 이야기 하고 일단은 내용을 봅니다.


살바도르 달리를 참으로 좋아하는 어느 보석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수염도 달리처럼 길러 놓고, 고베 쪽에 있는 별장에는 달리의 작품을 가져다 놓기도 한데다 고치라는 별명을 가진 이상한 욕조 같은 것도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달리를 좋아하는 이 보석상에서 시작됩니다.




소설 속에서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이름을 듣고는 금방 기억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 '도'냐면 빙고님께 잠시 부연 설명을 들었거든요. 아리스가와라는 성이 교토 쪽에서는 종종 보이는 유서깊은 성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자면 전주 이씨쯤..? 그런 느낌에 가까운 성이랍니다. 하지만 딱히 아리스가와라는 성이 아니라 해도 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이 깊지요. 하하.-ㅂ-;


아리스가와 아리스. 『달리의 고치』,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12

첫비행님께 말씀드렸지만, 이번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는 읽고 나면 도쿄 여행이 땡깁니다. 그것도 서편이 아니라 동편, 정확히는 시타마치라 불리는 에도의 옛 서민 거주구역 쪽 말입니다.  그래서 일본여행 유혹에 대한 역치값이 낮은 분들은 이 책을 보다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쿄랭 항공권을 끊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합니다.
일본 동쪽, 아직 전통적인 일본 분위기가 살아 있다는 마을 닌교쵸(人形町)의 어느 가게에 형사들이 찾아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조사를 나왔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당시 어떤 사람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러 왔다더니, 찾아온 '형사 같지않은 형사'는 소소한 일상 미스테리를 해결하고 갑니다.

자아 . 여기부터는 상당한 내용 폭로가 있으니 접어둡니다. 이 책은 단편 모음, 혹은 연작 단편집 같아보이지만 그리 단순하진 않습니다.



유명 탐정들이 독신이라는 설에 대해 잠시.-ㅁ-;
엊그제 운동 나갔다가 문득 떠올렸는데 말입니다. 셜록 홈즈도 독신, 마플 여사도 독신, 에르큘 포와로도 독신. 파일로 밴스도 독신, 엘러리 퀸은 결혼했지만 은퇴한 뒤의 결혼이었습니다. 조르주 경감도 독신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대체적으로 탐정이나 형사들은 가정을 이룬 경우가 많지 않은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면 최근 나오는 소설들에서처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거나 말입니다. 그것도 나름 신기하군요...;;
그러고 보면 제가 집에 두고 있는 추리소설 시리즈는 엘러리 퀸, 캐드펠 수사님, 파일로 밴스이니 다 독신입니다. 물론 캐드펠 수사님은...(이하생략)
근데, 이거 기준이 2008-2009년 정도 기준이다?; 그게 요즘에는 그런 책을 잘 안 읽었거든. 아, 그보다 늦게 올려서 미안.OTL 모아서 쓴다 쓴다 하고는 그 동안 자료 모으는게 미뤄져서.T-T;


추천 기준이 어려워서 고르기가 쉽지 않네. 솔직히 이런 종류의 잔혹한 추리소설은 사서 보기가 쉽지 않아. 내가 그런 종류의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것도 그렇고, 사서 봐도 괜찮다고 할 정도면 최소 두 세 번은 보아야 만족하지 않을까 싶은데 두 번 이상 읽은 기억이 없거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로맨스는 있으나 암울합니다.ㄱ-; 그렇기 때문에 감안하고 봐야해.
(참, 네가 말했던 그 로맨스 소설 지난주인가에 나왔어! 그리고 닥터 진도 다음 권 나온 것 같다. 완결권까지는 한 권 더 남은 것 같았는데, 확인해봐.)


추천할 만한 책 중 옛날 작품부터 끌어 올려볼게.

1. 먼저 CSI 시리즈.
이건 미드 CSI 시리즈의 소설판이야. 지금은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도서관에는 있지 않을까 해.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걸랑. 기존 캐릭터를 알고 있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드라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결말이야. 그러니까 범인을 놓친다거나 하진 않았던 걸로 기억해. 개인적으로 연쇄살인범이 나온 19금 딱지 달린 책이 기억에 남는데, 제목이 떠오르질 않네.OTL 그 맨 뒤에 미국의 유명한 연쇄살인마 30명을 모아 소개했는데 읽다가 속이 울렁거려 혼났어.ㄱ-;


2.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이라는 사람이 쓴 법의학 소설이야. 법의학자가 주인공인데 주인공 이름이 스카페타라서 스카페타 시리즈라고 멋대로 부르고 있지. 책이 꽤 많이 나왔는데, 상-하로 나뉘어 냈더군. 이것도 10종(20권) 이상 나왔을거야.
스무 권 가까이 읽었다가 손을 내려 놓은 것은 로맨스 라인이 끊어졌기 때문이었지. 그건 도저히 용서 못하겠더라.
주인공이 살해위협을 당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꽤 조마조마한 편이야. 그리고 이 다음에 소개할 링컨 라임 시리즈도 그렇지만 이것도 읽고 나면 '세상에는 미친 사람들이 참 많구나' 싶다? -_-;


3. 링컨 라임 시리즈
이건 첫 번째 소설이 영화로도 나왔어. 『본 콜렉터』라고, 덴젤 워싱턴이랑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을 맡았지. 거기서는 주인공이 흑인인 셈이지만 실제로는 백인이야.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소설을 보고서는 조금 뜨악했어. 당연히 흑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ㅁ-;
이쪽은 주인공인 링컨 라임의 개인적인 사정을 해결하는 것도 전체 시리즈의 주요 내용이야. 여기서도 사건을 저지르는 것은 사이코패스들이고...ㄱ-; 본인이 위협을 받는 것도 몇 번 있긴 했지. 하지만 변태도(...)는 스카페타 시리즈가 더 높다고 기억해. 하하하;


4. 악의 영혼 등 악 시리즈 3부작.
막심 샤탕의 책인데, 이전에 악의 영혼을 읽다가 포기한 글을 적었으니 참고해.(링크) 보면 알겠지만 1권 거의 다 보고 나서는 도저히 내용을 견딜 수가 없어서 2권을 확인하고,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안 다음에 읽는 걸 포기했어. 도저히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더군.
변태도는 앞에 소개한 책들 중에서 최고야.-_-; 최근까지 읽었던 그 어떤 소설보다 강렬했다고 기억해. 그런데 엊그제 이 작가 이름을 다른 소설책에서 보고 기겁한게, 로맨스 소설(?)로 유명한 작가 기욤 뮈소의 『천사의 부름』을 보다 보니 작가 후기에 막심 샤탕이 언급되더라고.OTL 어쩐지 기욤 뮈소 신작, 『천사의 부름』이 조금 CSI 분위기가 난다 했더니 그랬어..ㄱ-;


5. 아리아나 프랭클린, 아델리아 시리즈
이전에 다른 분 댓글을 보니 작가가 3권까지 써내고 사망했다더라. 흑.;ㅂ; 내가 좋아하는 다른 추리소설과 시대가 비슷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았는데, 이쪽은 배경이 영국 중세시대야. 그러니까 헨리 2세. 사자심왕 리처드의 아버지지.
중세라지만 그래도 연쇄 살인범이 있는 것은 다르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책인 『죽음의 미로』보다 첫 번째 책인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쪽이 네 취향에 맞을거라 생각해. CSI 적인 요소도 이쪽이 강하고.'ㅂ'
(정확히는 변태도가 더 높아;..)
이쪽도 특이하게 중세임에도 여자 의사가 등장하더라니까.


6. 넬레 노이하우스 시리즈
이건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어. 분위기 자체는 링컨 라임이나 스카페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하지만 변태도는 조금 떨어지고 형사가 주인공이다보니 대체적으로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 다만 요즘 하도 인기작이라 일단 소개함. 솔직히 다른 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왜 인기가 있나 싶기는 해.;


7. 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소설이야. 찾다보니 내가 넬레 노이하우스 시리즈와 이걸 헷갈렸더군. 『사라진 소녀들』은 범죄자가 변태라..(먼산) CSI 같은 곳에서 자주 등장하는 타입이더라. 연쇄살인이라고 하기에는 어중간한데, 범죄자가 성격이나 하는 짓이 많이 뒤틀렸어.


8. 7년의 밤
정유정이라는 한국작가의 소설인데, 주변에서 하도 재미있다 추천해서 G에게 먼저 읽으라고 했다가 야단 맞았어. 앞부분 조금 읽다가 '토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고 해. 사실 나도 앞 부분 조금 보고 뒷부분만 보고 넘겼던 건데 그것만 보아도 참, 글발이 세. 근데 글발이 하도 좋고 흡입력이 너무 좋아서, 내게 이 책을 추천한 분이 왜 추천했는지 알만 하더라. 참 잘 썼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거지.(먼산)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추천해.


변태도라고 쓰긴 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풀어 쓰자면 CSI나 NCIS 등의 미드로 단련이 된 사람이 얼마나 버티고 읽어낼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면 돼. 뭐, 여기 등장하는 범죄자들은 사람을 죽일 때 그냥 안 죽이고 온갖 이상한 짓을 다 하고 죽이니까.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보다 '머리 좋지만 미친 사람'이라는 말을 선호하는데, 머리 좋다와 미쳤다의 수치가 올라가면 변태도도 상승하는 거지.
여기 소개한 책 중에서는 넬레 노이하우스가 제일 무난하려나? 『CSI 시리즈』나 『사라진 소녀들』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편이고, 그 다음이 『스카페타 시리즈』랑 『링컨 라임 시리즈』야.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 내용은 약한 편이지만 글솜씨 때문에 몰입도가 높아져서 읽기 버거웠던 것이 『7년의 밤』. 그리고 읽다가 포기했던 것이 『악의 영혼』.
일단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대강 훑어 본 다음 구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런 종류의 책은 취향을 타니까.^^;


0. 자가 염장용 스콘샷.
어제 다른 책을 보고 알았는데, 저 조리법-『영국은 맛있다』에 나오는 영국 스콘-에는 다른 방법의 두 배 정도 되는 버터가 들어간다.ㄱ-; 밀가루 125g에 버터 62g 정도였지? 내가 찾은 방법에는 밀가루 100g 당 버터 30g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바꿔야겠다.;


1. 이글루스 Agave 님-닉을 바꾸셨더라^^;-의 예전 글을 보고 있다가 문득.
자녀 문제 전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다루셨더라. 그걸 보고 이모저모 공감한 것이 있어 끄적끄적. 아니, 사실 이건 전에도 한 번 적으려 했는데 그 새 홀랑 까먹었어.-ㅁ-;

그러니까 앞으로 10년 간의 계획은 대강 세울 수 있는데, 그리고 30년 간의 계획은 세울 수 있는데 의외로 20년에 해당하는 계획이 안 세워지더라. 그건 아마 10년 계획은 중기 계획으로 프로젝트 완성을 목표로 삼고 있고, 30년 계획은 은퇴 뒤 생활에 대한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인데 반해 20년 계획은 그게 없다는 것이 크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여 따로 가정을 만들었다면 그 20년 계획도 세울 수 있을 법한데, 그렇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독립을 20년 계획으로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글세. 부모님이 언제쯤 독립 시켜주시려나. 아마 그건 10년 이내에는 가능하지 않을까.-ㅂ-;

하여간 10년 계획에는 P4의 퍼펙트 클리어가 들어 있다. 정말로 가능할지 의구심 ... ... 이 들면 절대로 안되는 것이고, 당연히 퍼펙트 클리어를 해야한다. 두말하면 잔소리.

30년 계획은 은퇴 계획이다. 그 때까지 부지런히 돈을 모아, 홋카이도(...)에 땅을 사서 거기에 집을 짓고 혼자서 노닥거리며 지내는 것이 꿈이다. 추위를 엄청나게 타면서 하필이면 홋카이도인지는 나도 모른다. 벌레가 적고 덜 덥고, 그 대쯤 되면 온난화로 홋카이도도 덜 추울 것이라 망상하는 것인가. 홋카이도로 자주 여행을 간다면 뭐, 어떻게든 결정을 내리겠지. 가서 텃밭 키우고 과일나무 키워서 딱 내가 먹을 것 만큼 소출하며 지내는 것이 목표라는거야. 아마 은퇴 전에 최종 결정을 내려 땅을 사고 미리 나무를 심어야겠지?

그런 망상을 하고 있음에도, 은퇴 뒤에 내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니, 꿈도 꾸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려낼 수 없다는 의미다. 언제나 상상 속의 나는 혼자서 어깨에 숄을 걸치고 나무 그늘 아래서 노닥노닥 혼자서 놀고 있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옆에 있지 않다. 허허허허; 이를 어째. 부모님이 아시면 버럭하실 것이야.;

그런데 이런 성향은 한 두 해 만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 초등학교 때 가장 좋아하던 것이 로빈슨 크루소였다. 15소년 표류기는 그 뒤에 보고 좋아하긴 했지만 지금은 15소년 표류기보다 로빈슨 크루소가 더 취향이다. 아마 지금 본다면 다르긴 할텐데, 초등학교 6학년 즈음에 쓰던 일기에도 로빈슨 크루소를 목표로 하고 있던 기억이 난다. 인간관계를 어렵게 생각했으니까. 뭐 그 때의 찌질(암울?)한 기억은 뒤로 넘기고.;; 하여간 나이 먹은 나도 당연히 혼자서 서 있다.

이쯤 되면 당연하네. 20년 계획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은퇴 준비 예비 단계-땅사기가 되겠구만. 미리 땅을 사서 이런 저런 나무를 심어 두고 잘 가꾸는 것. 그것이 20년 계획이겠지. 하지만 홋카이도에 얼마나 자주 갈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하하하.;


2. 빙고님의 답글을 보고는 문득.;
그러니까 취향이 영국 역사와 추리(거기에 신부님!)라면 딱 떠오르는 것이 있지 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부 탐정, 바로 브라운 신부님. 아주 평범한 성에 아주 평범한 외모를 가지셨지만 그 두뇌만큼은 참으로 비범하십니다. 수 많은 고해성사를 들으시고 그로하여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계시니, 미스 마플과 같은 과의 안락의자 탐정이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이 분이 영국출신이시잖아요? +ㅁ+ 영국국교회 목사가 아니라 카톨릭 목사 맞습니다. 저자 G. K. 체스터튼이 카톨릭으로 개종한데다 브라운 신부님도 따로 모델이 있다더군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체스터튼도 '너희들도 추리소설 쓰는데 나도 쓸 수 있다능!'이러면서 썼다는 이야기가...?
(이 부분은 집에 가서 확인해봐야겠네요.)

그리고 영국 역사 + 신부님이라면, 신부님은 아니시지만 수사님은 계십니다. 윌리엄 수사님 말고 캐드펠 수사님 말입니다. 번역은 엉망이고-스무 권을 여러 역자가 나눠 하였습니다. 조연 이름의 통일성 따위는 없음!-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책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배경은 백년 전쟁 전-헨리 1세 죽은 뒤의 왕위 계승 싸움입니다. 모드 왕후(마틸다)와 스티븐 왕의 대결이지요. 보고 있노라면 CSI를 보는 듯한...(이봐...) 물론 CSI보다 이쪽이 먼저입니다.; 1998년에 20권까지 내 놓고 작가가 사망했어요. 엉엉엉;ㅁ; 절단 신공도 이만한 절단 신공이 없어요. 엉엉엉엉엉!

아리아나 프랭클린의 책과는 몇 십년 정도 시간 차가 납니다. 캐드펠 시리즈가 조금 앞이고요. 그리고 영국 추리라 그런지 대체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 비슷하게, 모든 이야기에 로맨스가......(먼산) ... 아냐, 맨 마지막 권에는 없었어. 물론 우기면 우길 수는 있지만, 만...


결국 쓰다보니 말투가 오락가락.; 여튼 캐드펠 시리즈는 요즘 시즌에 슬슬 다시 개정판을 내준다면 책장이 부족하다 해도 재구매 의사가 있는데 말이지. 으.-_-; 엘러리 퀸의 재간 텀을 생각하면 10년은 더 기다려야하나.
그렇긴 하지만 슬프게도, 전 예술 쪽은 좀 둔합니다. 아니, 예술쪽이 둔하다는 것보다는 관심을 덜 둔다는 말이 맞겠지요. 들어보면 아는 노래라는 것까지는 알지만 그게 무슨 음악인지는 모릅니다.-ㅂ-; 어렸을 때 클래식을 들으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음악을 들으면 피곤합니다.(...)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으면 대개는 책에 몰두해서 음악이 안 들리거나, 귀가 피로해지면서 양쪽 다 놓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 책은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같이 들어 있는 CD를 틀어 놓거나, 미리 들어보고 나서 읽는 것이 훨씬 생생할겁니다. 소설 읽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들리는 것 같지만 이미 들어본 음악이라면 더 확실하고 깨끗하게(?) 들릴테니까요.

기본은 추리소설이되, 내용은 음악성장소설입니다. 빙고님이 이전에 감상글에서 적었듯이 추리요소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아니, 있긴 한데, 읽으면서 대강은 파악이 됩니다. 누가 저지른 일인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왜'냐는 대답을 보고 나니 하나 중요한 걸 놓쳤더군요.OTL 그게 바로 반전입니다. 전 그건 미처 예상 못했던 터라. 읽고 나서 빙고님 감상글 다시 보고는 허허허 웃었습니다. 행복한 결말은 아니되, 그렇다고 아주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이정도면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지만... 솔직히 읽고 나서 만 하루를 무력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그 반전을 읽은 것이 출근 지하철 안에서였고, 반전이 폭로되는 그 장면에서 정확하게 절단 신공을 당했거든요.

내용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둡니다. 이것도 뭐,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성장소설이라고 한 것은 위와 같은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이 상당히 상세하고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감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상을 입어서 피부이식을 하면 저렇게 간단히 끝날리가 없거든요. 제가 피부이식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증세로 추정되는 사람을 하나 알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분은 아마 화상을 입어서 피부이식을 받은 것 같더군요. 성격은 아주 좋았습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고. 하지만 그 분의 속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물어보기도 어려웠거든요. 솔직히 저 역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걸 억누르기 위해 꽤 애썼습니다.(먼산) 하여간 그 분은 종종 병원에 가서 색소침착을 레이저로 치료하더군요. 레이저를 쏘아서 검게 된 부분의 색을 죽이는 것 같았습니다. 점 빼는 것과 비슷하게 말입니다. 그렇게 치료하는데 오래 걸리는데 ... 음... 빙고님 감상에도 등장하지만 피부이식이 그렇게 한 번에, 쉽게 되는 것이었나요.; 그런 건 아닐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성형을 한다 한들 얼굴을 몽창 다 바꾸는 것이었을텐데 그것도 단번에 했다는게 이상합니다. 그런 부분을 빼고 음악만 본다면 꽤 재미있게 잘 썼더군요.


다른 무엇보다 탐정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G는 막판에 탐정(역)이 한 말 때문에 정이 뚝 떨어졌다네요. 관계없다라는 의미로 한 말이 방관자로 들릴 수도 있지만 방관자를 넘어서 방조자로 들리기도 합니다. G는 오히려 어머니쪽에 감정 이입이 되었다 하니..(먼산) 하여간 탐정의 외모나 성격만 두고 본다면 파일로 밴스, 엘러리 퀸 타입입니다.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겠군요.



이 뒤로도 두 권 정도 원서로 더 나와 있는 모양인데 한국에 이 작가의 책은 이것 하나만 들어와 있습니다. 아쉽네요. 하지만 그 뒤에도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된다면 읽을 용기가 안 납니다. 은근히 상처 받았나봐요..T-T;



나카야마 시치리. 『안녕, 드뷔시』, 권영주 옮김. 북에이드, 2010, 13000원

원제는 かまいたち입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쓴 서문에 나오는 대로 아주 오래전, 미야베 미유키가 데뷔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썼던 중편과 단편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 얇지만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책 소개에도 나왔듯이 『흔들리는 바위』랑 『미인』에 등장했던 아가씨, 오하쓰가 등장함에도 꽤 괜찮더라고요. '함에도'라고 표현하는 건 앞의 두 권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인』은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흔들리는 바위』는 취향에 안 맞았지요. 이전 리뷰에도 적었을 겁니다.;;

이 이야기들이 마음에 드는 건 깔끔하게 딱 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미인』이나 『흔들리는 바위』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데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읽고 나면 달콤한 잔상이 있습니다. 뒷맛이 쓴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오하쓰가 등장하는 것은 쌉쌀하고, 그 외의 다른 두 편은 로맨스 섞인 것과, 『우리 이웃의 범죄』와 비슷한 느낌의 것입니다. 앞서도 썼지만 미야베 월드임에도 오히려 애거서 크리스티나 『한시치』가 떠오르네요. 초기작이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오하쓰가 등장하는 이야기 두 편은 앞서 출간된 오하쓰 시리즈보다 앞서 썼고, 그 이야기들의 원형이라고 합니다. 등장인물 하나가 들어가고 하나가 빠졌는데, 빠진 인물이 워낙 매력적이라 좀 아쉽습니다. 하기야 이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이야기가 너무 쉽게 풀릴겁니다. 말하자면 행동력 있는 토마.....와 비슷한 느낌이라.ㄱ-; 머리도 좋고 인맥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겼고 몸도 잘쓰고. 그러니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면 소설의 밸런스가 확 무너질겁니다. 아마 이 사람을 뺀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대신 들어간 인물의 역할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이번 책을 한 줄로 표현하면 난하고 가볍게 읽을만한 시대물 모음쯤 됩니다.
앞서의 다른 이야기들보다 얇기도 하고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게 좋군요.+ㅅ+
(다만 가격은 자비심이 없다는게..T-T)


미야베 미유키. 『말하는 검』, 최고은 옮김. 북스피어, 2011, 11000원

북스피어에서 나온 에스프레소 노벨라 1권, 『위대한 탐정소설』을 이제야 다 읽었습니다. 정확히는 한 5장 정도는 그냥 넘어갔네요. 마지막 챕터였는데, 그 전 장의 맨 아랫단에 '추리소설 스포일러가 있다'는 경고문이 있어서 건너뛰고 보았습니다. 그 부분은 아마 각 추리소설들의 트릭을 언급하면서 좋고 나쁨을 이야기 하지 않았나 싶군요.

이 책을 소개받은 것은 초록불님의 이글루에서였습니다. 거기서 보고서는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있다가, 12월에서야 주문하고는 이제야 다 보았습니다. 원서랑 번역서가 동시에 있으면 번역서는 금방 보니 원서를 먼저 보게 되더군요. 그래서 밀리고 밀려 어제 다 읽었습니다. 『바티칸 기적조사관』2권 다 보고 나서 이어 읽었지요.


이 책의 저자는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입니다. 그냥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잘 모르시겠지만, S. S. 밴다인이라고 하시면 아실 분들이 많겠지요. 파일로(필로?) 밴스를 만들어 낸 작가입니다. 추리소설에 대한 글인데도 S. S. 밴다인이 아니라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인 것은 책을 읽다보면 그 배경이 대강 나오는군요.
원래 라이트는 예술 관련 글을 쓰던 작가였습니다. 전업 평론가로 활동하던 도중, 건강이 나빠져 의사의 지시아래 책도 읽지 못하고 2년 동안 요양을 해야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읽을 수 있었던 책은 오직 미스터리 소설이었다는군요. 그 동안 소설을 읽으면서 불만 있었던 부분을 생각하여 습작 소설을 썼고, 이걸 유명 편집자였던 친구에게 가져갑니다. 이게 첫 소설인 『벤슨살인사건』이었다는군요. 하지만 추리소설을 쓰는 것을 알면 자신의 이름에 누가될까 싶어 따로 필명을만듭니다. 이 책은 밴다인으로 활동한 이후에, 라이트의 이름으로 낸 글입니다. 그 때문에 읽다보면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있지요.

이 책은 책 뒷면의 소개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추리 소설 약사(略史)입니다.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탐정 소설을 간략하게 정의하고 추리(탐정)소설의 태동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작가들의 이름을 다 언급합니다. 그래도 추리소설 꽤 많이 보았고, 어렸을 때 축약본으로 소개된 여러 탐정들 이름도 많이 안다 생각했는데 새발의 피였군요. 우와. 제가 못 읽어본 소설들이 마구 쏟아집니다. 하지만 한국에 번역된 소설은 수가 상당히 적지요. 영미권 추리소설이라 해도 번역되지 않은 것이 많으니 독일이나 기타지역의 책은 더 안 보입니다. 일본추리소설은 아예 언급이 안 되어 있고요.
1927년에 같은 이름의 앤솔로지에 실린 글이라는데, 시기가 시기다보니 제가 알고 있는 작가 중에서도 언급이 안된 작가가 많습니다. 랜달 개릿도 등장하지 않고 엘러리 퀸도 안 나옵니다. 영국의 추리소설이 최고라고 추켜세우고 있는데 엘러리 퀸은 더 뒤에 등장하지요. 말타의 매도 이 글이 나온 것보다 더 뒤랍니다.'ㅂ'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러 작가의 탐정들이 비웃음(?) 당하는 걸 보면 그리 기분이 좋지 않긴 한데, 그래도 읽고 있노라면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 잔뜩 나옵니다. 하지만 갈증만 나고 그걸 풀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그래서 갈증나게 만드는 책이라고 언급한 겁니다.

20세기 초반까지의 추리소설 개략을 보고 싶으실 때 추천합니다. 게다가 책가격이 싸요! 3800원이니까요. 부담없이 사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좀 더 나왔으면 하는데 또, 취향에 따라보는 것만 챙겨보니 어떻게 독촉(?)은 하기 어렵네요.


윌러드 헌팅턴 라이트. 『위대한 탐정 소설』. 북스피어, 2011, 3800원

(1)이라 적었는데, 이후에 실제 책을 받아 읽어보면서 평가가 또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ㅁ-; 이전의 생각은 웹에서 표지를 들여다보고 느낀 것이었거든요.
일단 교보문고에서 들고 온 표지사진 한 장.



 
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올디..라고 해야하나. 빈티지라고 하기엔 미묘하게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문판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한데 실제 보니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어제 저녁 운동 나가면서 영풍문고를 질러 나갔거든요. 서가 사이를 지나가다가 최근에 새로 나온 책이 뭐 있나 슬쩍 들여다보는데, 엘러리 퀸 시리즈가 퍼뜩 떠오르더랍니다. 마침 매대에 올려져 있더군요. 그리고 보는 순간 '이것은 반드시 사야할 책'으로 지름목록 0순위에 바로 올렸습니다. 만져 보고 나서는 '서가 공간이 부족하면 다른 책을 처분하고서라도 구입해야하는 책'으로 다시 정정했습니다.

최근에는 책 판형이나 편집, 제책에 대해 홀딱 반해 책 스토킹(...)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공사에서 나온 『증인이 너무 많다』와 『맹독』은 그런 의미에서 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저속한 표현으로 하자면, 까였습니다.;)
이타카에서 나온 『은하영웅전설』은 제책과 편집, 표지에 홀딱 반한 경우인데, 책 자체가 그리 땡기지 않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공간이 충분했다면 당장에 구입했겠지요. 그리고 오타문제가 번역 문제의 지적이 있다는게 걸렸습니다.(그리고 10권을 훑어 보다가 몇몇 호칭문제가 거슬린 덕분에.;)

suha님이 검은숲이 시공사라고 가르쳐 주셨는데, 과연. 맨 뒤의 판권기(였나;)를 보니 출판사는 시공사, 브랜드는 검은숲으로 나옵니다. 그건 나중에 확인한거고, 일단 책 자체에 홀딱 반했습니다.
책 크기는 시공사에서 나온 도로시 세이어스의 『시체는 누구?』 초판과 비슷해 보입니다. 손에 알맞게 잡히는 정도의 크기로군요. 큰 판형은 아닙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아래의 붉은색 부분은 띠지더군요. 책 자체는 크래프트지의 하드커버. 크래프트리를 쓴 덕분에 오래된 책이라는 느낌을 주는데 실제본 하드커버라는 점에서 점수가 더 높습니다. 5장을 넘겨야 실이 등장하는 걸 보니 책 종이는 얇은 걸 썼고(보통은 3-4장), 책 무게도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페이지 수 확인은 하지 않았군요. 여튼 면지부터 시작해 책을 넘기면서 계속 하악하악대고 있었으니....;
속지는 가장자리를 염색했습니다. 주황에 가까운 색으로 염색했는데 그래서 낡은 느낌을 줍니다.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한 책이란 느낌이라니까요.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본문 편집이 어땠는지는 보지 않았습니다.OTL 책 값이 15000원이라 해도 아무렇지 않게 지르겠다 했는데 또 정작 책값 확인은 하지 않았네요.-ㅁ- 그정도로 흥분해 있었나봅니다.
지금 보니 『로마 모자 미스터리』 기준으로 가격은 13000원, 427쪽입니다. 쪽수가 많은데 비해서는 두껍다는 느낌이 안 들지요.

여튼 시공사 사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책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ㅁ;.. 아.. 이 애증관계;;


0. 패션파이브(Passion 5, P5) 간식이 냉동고에 들어 있는 걸 발굴해 밀크티랑 같이 먹었습니다. 사진을 보아하니 언젠가의 주말 아침 간식이었을듯..-ㅁ-; 햇살이 없는 걸 보니 아침 아니면 저녁인데, 저런 간식을 저녁에 먹었을리는 없거든요.


1. 엘러리 퀸 시리즈가 다시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는데 번역자가 제각각이라 손이 안갑니다. 거기에 현재 국명시리즈가 나오고 있는데 『로마 모자 미스터리』,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시공사에서 나온 엘러리 퀸 시리즈는 절판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다 구했거든요. 번역 비교를 해보고 싶은 마음 반, 있으니 안 사도 된다는 마음 반. 어느 쪽이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이러다가 도서관에 신청하고 끝...?;
(블로그에 적었다는 것은 사실 방문해주시는 다른 분들의 옆구리를 퍽퍽퍽 찌르기 위함인데.)
거기에 출판사가 어디 자회사인지 궁금하군요. 검은숲이라는 곳인데 여기서 낸 책의 번역자를 훑어보면 허투루 하는 곳은 아닌 모양입니다. 다들 제가 한 번 이상 번역서를 읽어본 분들이거든요. 신인이 아니라 어느 정도 검증된 번역자라는 걸 생각해보면 막 생긴 곳은 아닐 것 같고, 엘릭시르처럼 중견 출판사의 자회사일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다만 책 나온 걸 보니 엊그제 구입한 모 책에서 언급했던 장르소설 번역서 관련한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이건 다음 기회에 다시 이야기하지요.


2. 어제 일해보고 알았습니다. 전 단순 노동 작업을 굉장히 좋아하는군요.-ㅁ-;
하기야 마비노기에서도 단순 작업을 굉장히 즐겼지...ㄱ- 마비노기를 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긴 한데, 비용보다는 시간의 문제가 큽니다. 마비노기 다시 시작하면 거기에 몰두해서 한참 시간을 쏟을 것 같거든요.
여튼 행복하게 단순 노동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3. 아무래도 조만간 이천 내려갔다 올 것 같습니다... 커피 마시러 이천까지 가다니. 아니, 강릉 가는 것보다는 비용도 덜 들고 가깝잖아요? 휴가 있으니까 슬쩍 평일에 다녀올까 합니다. 설 전후에 가다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늘어질거예요.;


4.  베이킹 사각틀을 하나 살까 말까 하고 있습니다. 틀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게 오븐에 들어가느냐가 문제지요. 정 안되면 그냥 은박 도시락을 써서 구울지도. 그걸 안하는 건 굽고 난 뒤의 폼이 안나서 그렇습니다. 가장자리 모양이 예쁘게 안나거든요.-ㅂ-


5. 자아. 슬슬 나갈 채비를 해야지~. 
0. 최근 책은 좀 읽었는데, 리뷰를 제대로 적지 않았더니 그 동안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홀랑 잊었습니다. 이런.; 리뷰를 썼는지 아닌지 헷갈리는 책도 있네요.

1. 『M.G.H. 거울 속 낙원』는 다시 읽은 책입니다.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처음 읽은 책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먼 북소리』도 다시 읽은 책입니다.  그러고보니『1Q84』도 있었군요. 그 사이사이 『단탈리안의 서가』도 몇 번이나 돌려 읽었지요. 그 중간중간에는 무크지도 보았습니다. 무크지쪽은 대부분 조리법만 보고 넘어갔으니 딱히 리뷰쓸 것이 없군요.


2.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읽고 났더니 갑자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보고 싶어집니다. 그 리뷰는 앞서 간단히 적었으니 넘어가고, 여기까지 보고 나니 다른 수필집이 또 읽고 싶어집니다. 여행 취소 직전에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보았는데, 여행을 취소하고 나서 『먼 북소리』가 땡기는 바람에 들여다 보았더니 이건 내용상 앞서 보았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뒤를 이어 쓴 글이더랍니다. 『먼 북소리』가 마흔 되기 전에 유럽에서 3년 간 살며 『상실의 시대』를 썼을 때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작지만~』은 서른 일곱 즈음의 이야기더군요. 순서상 그렇게 보는게 맞구나 싶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출간일은 아주 차이나지만 말입니다.
여튼 간만에 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결혼공장 이야기가 재미있더군요. 아아. 비용이 너무 들어요..T-T


3. 『모든 것이 F가 된다』. 책 뒤의 후기를 보고는 다른 책도 보고 싶어 뒤져보았는데, 모리 히로시의 다른 책은 좀 묘한 내용의 소설 『조금 이상한 아이 있습니다』만 나와 있고 『모든 것이 F가~』의 시리즈 두 종은 전혀 안나왔습니다. 지금쯤이라면 출간해도 꽤 팔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분위기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랑 비슷하고, 트릭 쓰는 방식은 탐정 갈릴레오와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모든 것이 F가~』의 주인공들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나봅니다. 아, 그리고 시작 부분은 왠지 긴다이치 하지메랑 닮았습니다.ㄱ- 고립된 섬, 갇혀 있는 박사, 기묘한 트릭 말이죠. 하지만 트릭 자체만 놓고 보면 굉장히 신선하고 신기합니다. 최근에 보았던 어떤 추리소설보다 이 트릭이 마음에 드네요. (아, 하지만 최근에는 추리소설을 별로 안 보았던가..?)
까날님의 리뷰를 보고 골라든 책이었는데 현재는 절판입니다. 같이 추천하신 『M.G.H.』는 첫비행님의 추천으로 아주 재미있게 보았으니, 이 책 역시 첫비행님의 입에 맞으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빙고님은 원서로 보시는게 편하실거예요. 번역본 기다리다가는 속 터집니다. 흑흑.


4. 번역본 기다리다가 지친 책이 여럿 있습니다. 『늑대와 향신료』완결권. 15권 나오고 그 뒤에 외전이 나왔다는데, 완결 된지 한참 되었는데도 번역본이 안나옵니다. 일설에는 계약문제가 얽혀 있다고 하더군요. 시마다 소지의 책도 번역본을 기다리는데 이것도 잘 안나옵니다. 최근에 나온 책 한 권은 책 장정을 보는 순간 손이 멈췄습니다. 아무리 시마다 소지의 책이라 해도 이건 집어들 용기가 안나더군요. 차라리 니시오 이신이면 이해하겠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나 시마다 소지를 이렇게 책 낸다는게 참...;ㅂ; 직접 보시면 아실겁니다.
『단탈리안의 서가』 뒷 권도 기다리고 있는데 안나옵니다. 5권부터 8권까지만 나오면 되는데 안나옵니다. 번역자의 문제도 아닌 것 같고 말이죠. 이것도 원서로 보아야 하나 싶긴 한데, 북오프에서 구할 수 있으면 그 때 읽어보지요.;


『M.G.H.』만 신년에 읽은 책이니 나머지는 다 작년 독서 목록에 집어 넣어야겠네요. 슬슬 2011 애니메이션이랑 독서 목록을 작성해봐야겠습니다.'ㅂ'

 

모리 히로시.『모든 것이 F가 된다』, 윤덕주 옮김. 한스미디어, 2005, 15000원

 
피터 윔지경은 제가 좋아하는 탐정 수위 안에 듭니다. 하지만 이번 권으로 그 순위는 추락할 것으로 보이니, 역시 미스 마플이나 캐드펠 수사님이나 브라운 신부님을 상위권으로 밀어야 하는 건가요. 엘러리 퀸은 그렇게 해도 순위가 떨어지지 않는데 왜! ;ㅁ;


동서미스테리북스에서 나온 『의혹』에 실린 어느 단편에 피터 윔지경의 결혼 후 이야기가 잠깐 등장합니다. 그래서 윔지경이 퀸과 마찬가지로 기혼남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맹독』은 피터 윔지경이 어느 아가씨에게 홀라당 반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내리 담고 있습니다.
플롯은 아주 단순합니다.
피터 윔지경은 우연히 피고석에 앉아 있는 어느 아가씨를 보고 한 눈에 반합니다. 그 아가씨는, 그 때의 분위기를 살려 말하자면 빅토리아 시대의 꽉 막힌 시대를 벗어나 이제 본격적으로 여권 신장을 부르짖던 그 때에 맞춰 어느 남자와 동거를 했습니다. 뭐, 결혼하기를 원했었는데 남자가 거절했다던가요. 이 남자도 그리 좋은 남자는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몇년 뒤에 남자가 아가씨랑 결혼할 결심을 하고 청혼을 했을 때, 버럭 화를 내고는 남자와 헤어집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아가씨에게 미련이 남아 몇 번이고 주변을 서성이지요.
그랬는데 어느 날 이 남자가 죽습니다. 위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죽습니다. 남자의 죽음에 대해 또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무덤은 다시 파헤쳐져 검시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남자의 몸에서는 치사량의 비소가 검출됩니다. 그 날 이 남자가 먹은 것을 곰곰이 따져보니 아가씨와 같이 커피를 마셨단 말이죠. 그리고 이 남자가 아가씨를 귀찮고 번거롭게 한데다가 이날도 싸움이 났다는 것은 주변을 조사해보니 금방 나옵니다. 아가씨는 곧 독살 혐의로 재판장에 오릅니다.

이 아가씨에게 홀라당 반한 윔지경은 당장에 찾아가서 프로포즈(...)를 하고는 '제가 꺼내줄게요!'라고 호언장담을 합니다. 그 뒤는 피터경의 좌충우돌. 그리고 파커의 좌충우돌로 이어집니다. 마무리는 공작님의 경악.


커플염장은 이제 그만. 아... ... 물론 가상의 인물이란 건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홀라당 반해서 이렇게 바보짓을 하는 걸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그러니 차라리 전작에서 못난 남자에게 반해 하마터면 가족과 척을 질뻔한 메리 폴리가 귀여워 보일 지경이예요.
앞권인 『증인이 너무 많다』랑 이어지는 이야기라 괜찮긴 한데, 그래도 사이에 몇 권 쯤 빠진 모양입니다. 여튼 피터 윔지경 시리즈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 해야하는겁니다.

트릭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부분에서 퐁하고 등장하더군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 책보다는 전작이 조금 더 마음에 듭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윔지경이 자책하는 장면이 더 많이 등장해서 그런가봅니다.


여튼.
제일 마음에 안드는 것은 책의 판형과 편집입니다. 아무리봐도 이 책은 이렇게 크게 만들 필요가 없어요. 종이 낭비고 책값 낭비입니다. 아니, 작게 만들어서 이 가격을 매겨도 살 사람은 산다고 생각합니다. 도로시 세이어즈의 책을 볼 사람은 알아서 살텐데, 왜 이리 크게 만들었을까요. 신국판이라지만 맨 처음 책인 『시체는 누구』가 문고판형으로 작은 하드커버로 나온 걸 보면 다음 책도 그렇게 귀엽게 만들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에 파묻혀 발견되지 않을까봐 그랬나요. 멋있게 만들긴 했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작게 편집했다가 그걸 도로 확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작게 만들어도 좋았다고요.;ㅁ;
뭐, 이건 제가 작은 책을 선호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드커버라는 것은 마음에 드는데 이렇게 커다란 책을 뜯어서 다시 제본하려고 생각하니 훨씬 아쉽습니다. 작게 도로 내주진 않으려나요.ㅠ_ㅠ
거두절미하고 시작하자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북스피어에서 내는 미야베 월드 제2막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만 모았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는 『외딴집』으로 2007년. 교보 링크를 따라가서 본 원작은 2005년에 출간되었네요. 그 다음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2008/1991), 『괴이』(2008/2003, 문고), 『흔들리는 바위』(2008/1993), 『메롱』(2009/2002),『얼간이』(2010/2000), 『하루살이』(2011/2004), 『미인』(2011/) 순으로 나왔습니다. 미인의 원제는 몰라서 못찾았는데 빙고님이 이전에 이야기 하셨던 대로 출간 순서도 다르고 출판사도 다릅니다. 그걸 북스피어에서 모아서 시리즈로 내고 있지요. 책 내용과 디자인, 시리즈로서의 소장성을 생각하면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 하지만 집에는 한 권도 안 남아 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죠.; 그도 그런게 미야베 미유키 책 중에서는 현재 화차 한 권만 남아 있거든요. 나머지는 전부 읽고 바로 방출했습니다. 이 중 몇 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했지만 절반 정도는 구입한 걸로 기억합니다. 『메롱』부터는 확실히 구입한 걸로 기억하고요.

시리즈로 묶자면 『외딴집』은 별도, 『혼조 후카가와』랑 『괴이』도 낱권, 『메롱』도 별개, 『얼간이』와 『하루살이』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흔들리는 바위』랑 『미인』이 또 이어집니다. 『미인』 뒤쪽의 역자 후기를 보니 이 책 이후에 한참 동안 뒷권이 안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나왔다면 아마 또 염장당했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 하지요.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자면 편하게 읽히는 것은 『혼조 후카가와』와 『괴이』입니다. 공포물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메롱』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었고 『외딴집』은 입맛이 씁니다. 『얼간이』와 『하루살이』는 조금 얼간이 같아 보이는 무사와 그의 처조카인 미소년이 세트인데, 출판사도 광고는 그리했지만 두 사람이 제대로 콤비를 이루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시대물 본다고 생각하시고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처럼 콤비 활약은 기대하지 않으시는게 좋아요. 다만 『흔들리는 바위』와 『미인』에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제대로 콤비플레이가 이어집니다. 남녀 콤비인데, 남자쪽(우쿄노스케)이 두뇌파, 여자쪽(오하쓰)이 행동파입니다. 이렇게 쓰면 『Q.E.D.』같아 보이기도 하네요. 하기야 양쪽다 경찰(말하자면;)에 줄을 대고 있는데 오하쓰가 더 긴밀합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접도록 하지요.

남녀커플인 만큼 애정노선도 조금은 있습니다. 『흔들리는 바위』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했는데 『미인』은 꽤 괜찮았습니다. G에게 먼저 읽으라고 줬더니 한밤중에 보다가 무서워서 혼났다나요. 그러니 읽으시는 분들도 조금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한밤중에 다른 사람 다 자고 있는데 방에서 불켜고 본다면 무섭긴 하겠지만 전 그리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공포물에는 제가 더 약합니다.(...) 역시 TPO의 문제인가요.;

『미인』의 주제를 조금 있어보이게 써보면 가족간의 갈등과 봉합, 그리고 미의 기준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후자쪽일텐데, 예쁘지 않아도 예뻐보이는 사람이 있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미인이라도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게 상당한 주제지요. 사실 그보다 더 진한 소재가 있긴 한데.... 그건 내용 폭로이므로 살짝 접어둡니다.


이렇게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면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둘도 나옵니다. 괴이처럼 이상한 것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이상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느냐. 『외딴집』이나 『혼조 후카가와』, 『얼간이』,『하루살이』는 과학적인 입장에서 접근합니다. 그렇다보니 이상한 것에 대한 언급이 적거나 과학적으로 밝히려고 하지요. 그에 반해 『메롱』,『흔들리는 바위』나 『미인』은 아예 이상한 것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미인』은 특히 더 그렇네요. 내용에서도 가미가쿠시가 실제 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거든요. 어떤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미인』을 읽으면서 세 군데쯤 진하게 염장당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과 그 전의 70% 부분에서는 ....T-T
아.. 지난 주말부터 커플염장을 진하게 당하다보니 정말 죽겠네요. 어흑. 지금은 그 커플염장 4단 콤보 중 3단인 『맹독』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도 끝나고 나면 다시 원서 읽기로 돌아가야겠네요. 이번에 읽을 책은 요리책이니 설마 커플염장은 당하지 않겠지요.;



미야베 미유키. 『미인』, 이규원 옮김. 북스피어, 2011, 14000원


참참.
번역에 대해서 한 마디 더. 다른 부분은 특이한 점이 없었는데 딱 한 부분이 걸렸습니다. 등장인물 중 어느 두 사람의 관계가 친척관계라 하는데, '숙모가 그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면서 두 사람이 사촌이라고 하더군요.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데, 숙모는 작은어머니-다시 말해 숙부=작은아버지의 아내입니다. 숙모가 그 집안에 시집가서 사촌지간이 되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모나 고모라면 이해가 가는데 말입니다. 혹시 피가 섞이지는 않은 사촌지간이라거나? 숙부가 돌아가신 뒤 숙모가 재가를 했다든지.. 등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으니 머리가 아프네요. 원서에는 뭐라 나와 있었을라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