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수첩을 뒤지다가, 첫날 저녁의 음식점 이름을 안 적어 두었다는 걸 깨닫고 구글과 타베로그를 한참 뒤져 찾아냈습니다. 방문 당시에는 규슈 쪽 토종닭(地鷄, 지도리) 전문점이었다고 기억했는데 본 농장이 미야자키에 있는 모양입니다.
가게 이름은 宮崎県日南市 塚田農場. 타베로그에서 찾으니 센다이에는 매장이 둘 있는데, 제가 간 곳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립니다. 仙台名掛丁점이 아닐까 생각하는 건 상점 아케이드를 걷다가 큰 길의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보고 2층으로 올라간 기억이 있어 그렇습니다.'ㅂ'
쓰카다농장은 후쿠오카와 미야자키, 홋카이도에 각각 있는 모양입니다.(홈페이지 링크) 그러니까 밥집말고 농장 말입니다. 농장 홈페이지를 보면 한정 메뉴와 인기메뉴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요.
메뉴판을 받아들고 감탄했습니다. 이자카야에 가깝지만 밥메뉴도 좋습니다. 원래 저녁을 안 먹지만 메뉴판을 받아드니 술을 안 시킬 수 없고, 메뉴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먹고 죽자는 마음가짐으로 메뉴를 주문합니다.
술은 츄하이였는데, 섞은 것이 뭐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유자는 아니었고, 아마 여름귤이나 그 비슷한 종류였을 겁니다. 레몬보다 더 시큼시큼하던데, 아니나 달라. 위를 좀 훑더군요.
왼쪽의 스테인리스그릇은 차갑게 담근 채소입니다. 원하는 걸로 두 종 주던데 찍어 먹는 장이 관건이었습니다. 고기된장(니쿠미소)이 있는 걸 알았으면 무로 주문할 걸 그랬다고 일행이 후회하더군요.
접시에 살짝 덜어 놓은 그겁니다. 태공 발치에 놓인 팔각뚜껑의 단지에 저 된장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볶은 고추창과 비슷한데 고추장이 아니라 된장이니 더 맛있습니다. 그리 짜지 않고, 쌈장과 비슷하지만 고기가 들었으니 더 맛있지요. 따로 구하실 필요 없이 센다이 공항에서 팝니다. 공항에서 미소와 니쿠미소 둘다 구할 수 있습니다. 단, 출국장 안쪽 말고 밖에서 미리 구입하셔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한 번 더 다루지요.
오이도 맛있고 파프리카도 맛있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저 고기된장이고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 아니, 저거 사다 놓으면 채소 굉장히 열심히 먹을 것 같지만 아껴먹다가 고이 폐기할 것이란 걸 제가 가장 잘 압니다. 하하하하.
첫 주문의 멘치가스입니다. 닭고기가 아니지만 어느 것이든 고기는 맛있습니다. 하단에 보이는 것은 소스고요.
반으로 갈라, 개인 점시에 놓고 소스를 뿌립니다. 크흑. 고기된장 발라도 맛있어요!
이건 뭐였더라. 홈페이지의 메뉴를 확인하니 地鶏炭火たれ焼. 그러니까 토종닭 숯불양념구이쯤. 맛없을 수 없는 메뉴에 술이 술술 들어갑니다. 쓰읍.
다만 가격을 보고도 대강 짐작했지만 대체적으로 양이 적습니다. 그야말로 술안주고요. 술을 안 마셔도 즐길 수 있지만 양이 적으니 양 채우려면 한 두 접시로는 안됩니다.
그러니 추가 주문 들어갑니다.
메뉴판의 사진을 보고 이건 꼭 시켜야 한다 생각했던 오야코동. 닭고기도 쫀득하니 맛있지만 저 노른자가 맛을 휘어잡습니다. 색도 진하지만 맛도 매우 진하여 전체를 부드럽게 잡아줍니다. 대단하더군요.
마지막까지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주문한 것이 만두입니다. スープ溢れる丸餃子. 국물이 들어 있다길래 기대했는데 옆의 간장을 넣지 않아도 그 자체로 간간합니다. 이것도 맛없을리 없는 메뉴. 술안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매우 맛있습니다.
평소 저녁을 안 먹으니 위장이 슬슬 무겁습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디저트를 먹어야지요. 농장 달걀을 썼다는 푸딩을 시킵니다. 1인 1푸딩으로 주문했는데, 꼭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하나를 둘이 나눠먹으면 분명 하나 더 주문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냥 푸딩이 아니라 위는 또 크렘브륄레처럼 설탕과 토치질을 했습니다. 저 단단한 설탕 코팅을 숟가락으로 깨서 아래의 푸딩과 섞어 먹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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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푸딩을 먹고 돌아올 때까지 푸딩에는 손도 안댔습니다. 이 푸딩맛을 본 이상, 다른 푸딩으로 입을 버리면 안됩니다. 달걀 노른자를 듬뿍 넣었는지 아주 진한 크림맛에 질감도 뻑뻑한 쪽에 가깝습니다. 거기에 오독오독 씹히는 설탕과자는 씹는 맛을 추가하지요.
여행지에서는 위장 보호를 위해 숟가락을 도중에 멈추는 일도 많은데, 이 푸딩은 위장 빈 곳이 없어 하나를 더 먹지 못함을 슬퍼하며 멈췄습니다.
여러 음식을 시켜보았는데, 그 어떤 걸 주문해도 만족도가 보통 이상입니다. 게다가 예상보다 총액도 많지 않았습니다. 세부 가격은 홈페이지의 메뉴판을 확인하시면 됩니다.(링크)
센다이 외에도 여러 곳에 매장이 있으니 다른 곳 여행할 때도 시간 되면 방문하고 싶네요. 일단은 G 옆구리부터 찔러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