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의 숙소는 여러 곳을 두고 고민하다가 조식 평가가 높은 메트로폴리탄 센다이로 결정했습니다. 메트로폴리탄도 두 곳이 있는데, 자란의 조식 평점이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골랐지요. 그리고 실제 방문해보고는 감탄했습니다. 그도 그런게, 센다이 역에서 아주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날은 내내 좋았습니다. 철도를 타고 이동하며 깨달았지만 일본은 평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지평선이 보일 때도 많고, 한국처럼 산이 중간에 있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산이 없는 건 아니라 보이는 산들은 매우 험준합니다. 언젠가 교토 여행 가서 길을 잘못 들었던 때 기후네 근처까지 간 적 있습니다. 그 때 본 산들은 지금도 가끔 떠오릅니다. 괜히 음양사 시리즈가 나온게 아니더군요. 산 자체만으로도 매우 음산합니다.(먼산)
센다이의 신칸센 탑승층은 3층인 걸로 기억합니다. 대합실은 2층에 있으니 거기로 내려오면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공중보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숙소 위치를 확인하고 이동하니, 아래 내려갈 필요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예 1층으로 이동하면 호텔 로비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고요.
호텔 바로 옆에는 설빙도 있더랍니다. Korean Desert Cafe 라길래 뭔가 했더니 설빙이더군요. 한국에서도 안 간 설빙이지만 여행 왔으니 한 번 가볼까 하다가 잊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체크인 시각이 3시인데 도착시각은 11시 반 정도라 짐만 맡기고 일단 나옵니다. 3시까지라면 점심 챙겨 먹고 쇼핑 다니면 충분할 겁니다.
12시부터는 사람들이 붐빌테니 그 전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지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들어감. 다테노규탄도 센다이 역 매장이 여럿 있는 모양입니다. 이전에는 센다이성에서 먹었지만 그 때의 맛을 잊지못해 이번에도 또 찾아갔습니다.
B님의 옆구리를 찌르기 위해 찍은 사진입니다. 흐흐흐흐흐흐.
여러 특선 메뉴가 있어서 뭘 먹을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토로로가 들어간 세트도 있더군요. 그것도 점심 시간에 수량 한정이라길래 고민했다가, 괜히 음식 더 먹고 배탈나는 것은 여행을 망치는 것이니, 내키지 않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하여 극상 규탄 정식을 주문. 절임 약간과 소혀구이가 함께 나옵니다. 그리고 고깃국이 함께 나오고요.
이 다음날 저녁으로 삿포로의 다른 가게에서 규탄을 먹었습니다. 거기서는 정통식이 아니라 다른 버전으로 먹었는데, 먹어보고는 알았습니다. 비교할 대상이 아니로군요. 다테노규탄이 더 맛있는 이유를 여럿 꼽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고기의 구운 정도가 훌륭합니다. 소혀다보니 조금 질기지만 그래도 그 씹는 맛이 매우 훌륭합니다. 게다가 구운 정도도 좋고요. 둘째, 고기의 간이 매우 좋습니다. 너무 소금을 많이 뿌리면 짜고, 덜뿌리면 맛이 안날 건데 아주 적절한 수준을 지킵니다. 크흑. 셋째, 고깃국물이 다릅니다. 삿포로에서 먹었을 때는 기름이 위에 둥둥 떠 있더군요. 이 국물은 다릅니다. 파채도 파의 흰부분만 썰어 넣었고, 국물도 매우 맑습니다. 기름기는 느껴지지 않고요. 매우 맛있는 소고기국입니다. 그것도 고기맛이 듬뿍 나는.
...
그리하여 이 고기를 위해 세 번째 센다이 여행을 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중이라는 이야기입니다.-ㅁ-/
맛있게 잘 먹고는 빙글빙글 돌아다닙니다. 여행 선물로 사갈 것을 생각하고 돌아다니다가, 이시노마키에 있다는 이시카와 커피의 드립백을 봅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홈페이지가 있군요.(링크) 여기의 드립백을 종류별로 모은 8개 세트가 있더라고요. 이걸 덥석 집어 듭니다. 다른 것보다 근처 지역명을 붙인 커피 블렌드도 있고, 시음한 이탈리안 로스트 커피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에도 드립백이든 커피든 구입해올 생각이 있고요.
(이건 나중에 숙소에 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센다이공항에서 보았던 과자들을 구입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야하나 했는데, 돌아다녀 보니 편의점 등에서도 같은 상품을 팝니다. 이쪽도 덥석 구입. 덕분에 여행선물은 거의 대부분 다 챙겼고, 부모님 몫만 정리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마음에 걸리던 문제도 해결하고 나니 느긋하게 차를 즐겨야지요. 하지만 점심 식사 후라 커피 마시기에는 밤잠 부담이 있으니 즌다사료에 갑니다. S.PAL 지하였나, 하여간 센다이 역 건물에 붙은 백화점 지하 매장에 있습니다. 센다이의 좋은 점은 센다이 역 안에 거의 모든 매장이 모여 있어서 역에서 바로 무인양품이나 스타벅스, 루피시아, 즌다사료, 규탄집 등등을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서점은 한 블럭 떨어져 있고요.
지하식품매장의 좌석이라 좁지만 먹고 갈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즌다셰이크 작은 컵과 따끈한 차가 딸려 오는 즌다안미츠를 주문합니다.
안미츠는 즌다 외에도 다른 콩들이 들어 있어 좋습니다. 검은콩도 좋고, 팥도 좋고요. 즌다셰이크는 명불허전. 여전히 맛있습니다.
느긋하게 먹으며 여행 수첩을 정리합니다. 짐을 정리하고, 여행 수첩을 정리하고. 2시 45분쯤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향하는데, 너무 가깝다보니 3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했네요. 로비에서 잠시 대기했다가 체크인하고 올라갑니다.
예약 당시에 자란에서는 하이크라스로 분류되는 고가의 호텔인 건 알았는데, 캐리어와 기타 짐을 포터가 직접 방까지 올려주어서 당황했습니다. 이런 숙소는 몇 안되었지요. 직원이 올려주는 경우는 몇 있었지만, 아예 제복을 차려 입은 포터가 올려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호텔 특유의 느낌은 여러 곳에 남아 있더랍니다.
창문 열고 찍은 사진. 창밖에 초점이 맞아서 방안은 거의 안 보이네요.
기억이 맞는지 모르지만 건너편에 보이는 저 높은 건물이 메트로폴리탄 센다이 이스트일겁니다. 가격이 조금 저렴하던데 역에서 더 떨어져 있어 그런가봅니다.
사람들이 보이는 곳이 2층 높이의 공중보도입니다. 보도라기 보다는 옥상에 길을 만든 걸까요. 하지만 사방의 여러 건물들과도 직접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쉽지 않지요.
숙소는 무난합니다. 하지만 이전에 머물렀던 숙소들을 생각해보면, USB 충전 포트가 없다거나 하는 것이 걸리더군요. 렘 히비야도 그랬지만 그런 숙소들은 대개 다양한 충전단자에 대응 가능한 포트를 별도로 준비하고 있더랍니다. 하여간 층이 높고 햇살도 적당히 잘 들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역 바로 옆이라 철도 소리가 들리다보니 예민한 사람들은 조금 힘들지도요. 뭐, 선로 가까이에 있는 숙소는 대개 그렇습니다. 역에서 가까우면 몸은 편하지만 잘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숙면 도구들을 미리 준비해가시길.
이날 구입한 여러 물건들을 찍어봅니다.
백곰, 토끼, 펭귄 손수건은 도쿄역 한정 벽돌모양 파운드케이크를 구입할 때 함께 구입했습니다. 이쪽은 L에게 줄 선물. 유리병은 스누피 커피병으로 디카페인입니다. 충동구매였지만 G에게 선물로 넘겼습니다. 그 옆의 도라에몽 테누구이는 An에게, 도쿄바나나 커피우유맛은 먹기 위해 충동구매했습니다.(...) 도쿄바나나도 유통기한이 짧아서 바로 먹을 것이 아니면 여행선물로는 애매합니다.
하마몬야라고, 지난 여행 때 손수건과 테누구이 등을 보고는 사고 싶다 생각하다가 드디어 이번에 구입했습니다. 각 테누구이의 펼친 그림은 스티커로 붙어 있습니다. 맨 아래가 판다책방, 그 오른쪽 위가 판다카페, 대단한 백곰, 꽃 피는 중, 센다이의 밤이었나; 하여간 이렇게 다섯 장을 구입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저 테누구이는 위 아래가 마감처리 안되었더군요.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둔 모양입니다.
나중에 커튼 대신해서 사용할까 생각하며 사왔습니다.
숙소 돌아오기 전에 구입한 맥주와 기타 등등입니다.
센다이 역 2층인가에 있었던 술판매상입니다. 술집이 아니라 지역 맥주와 와인 등을 취급하는 곳이었고요. 지난 여행 때 마셔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다테 마사무네 맥주도 여기서 구입했습니다.
그러한데... 다테 마사무네 뿐만 아니라 다른 시리즈 맥주 둘을 포함해 3개 세트(1386엔)로 팔더군요. 그리고 도쿠시마 맥주 둥켈도 있길래 병 맥주도 구입했습니다.
나중에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 가보니 다테 마사무네만 낱개로 팝니다. 낱개 가격은 426엔.
부탁받은 하기노츠키 한 상자와 제 몫의 하기노츠키와 밤만주 하나씩 구입했습니다.
루피시아의 이번 딸기 홍차.
그래도 홍차는 홍차입니다. 뜯으면 딸기향이 매우 확 올라옵니다. 하지만 루피시아 답게 맛은 홍차맛. 으으음. 루피시아는 매번 향에 홀려서 사지만 마음에 들었던 것은 거의 없었지요. 다테 이치고는 적당한 딸기향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이쪽은 딸기향이 강하기 때문에 맛도 딸기맛이 나길 기대했나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홍차는 홍차입니다. 크흑.
적는 걸 잊었지만 이쪽은 아버지께 드린 책 두 권. 일본 목공 관련 책입니다. 정확히는 목공중에서도 대공, 대목수 전문 서적입니다.
여담으로, 아래는 센다이 마루젠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다른 책이 아니라 별의 계승자 시리즈가 일본에서도 나온 모양입니다. 문고판뿐만 아니라 만화판도 있더군요. 지구에서 출발해 점점 판이 커지는 SF라. ... 그러고 보니 이거 4권은 사놓고도 아직 아까워서 못 읽었습니다.
도쿠시마맥주 둥켈은 이날 저녁에 마셨습니다. 그리고 이 맥주를 따다가 오른손 약지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2) 그 부상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이튿날에 일어나보니 손가락이 매우 심하게 부어서 감염이 의심되더군요. 한국에 돌아와 진찰 받았을 때도 염증 판정을 받아서 지금도 소염제와 진통제, 항생제를 먹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여러분, 병따개는 미리미리 챙겨갑시다.(먼산)
(부상의 원인: 병따개가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숟가락으로 병 따기 시도를 하다가 병뚜껑에 손가락이 심하게 긁힘)
저 맥주와 센비키야의 딸기 푸딩이 저녁이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갈까 고민했지만 점심 때와 마찬가지로 심약한 위장을 고려하여 얌전히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녁을 잔뜩 먹으면 높은 확률로 숙면이 어렵습니다. 나이 먹으면 이래서 힘드네요.
딸기 푸딩을 가까이서 찍어봅니다. 딸기 조각도 들어 있군요.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저 흰색의 크림은 달달한 연유소스 비슷합니다. 기억이 맞다면 소스에 살짝 술이 첨가되었다고 한 것 같군요. 딸기 푸딩은 딸기를 갈아 젤라틴 등으로 굳힌 걸로 추정합니다. 소스를 취향에 따라 저 푸딩에 붓고는 내키는 대로 퍼먹으면 됩니다. 맛있어요. 딸기도 맛있지만 달달한 소스를 추가하니 새콤달콤 그 자체입니다. 크흑.
거기에 자몽젤리는 말그대로 자몽젤리. 자몽을 통째로 떠내서 젤라틴 등으로 굳히되, 딸기 푸딩보다는 질감이 훨씬 단단합니다. 거기에 울퉁불퉁한 느낌이 있는 걸 보면 그냥 굳힌 것이 아니라 굳는 도중에 한 번 긁거나 휘저은 것이 아닌가 싶네요.'ㅠ' 씹는 맛이 있고 탱글탱글한 젤리입니다. 부드러운 딸기 푸딩과는 또 달라요.
다음 날은 삿포로까지 단번에 올라가니 조심해야합니다. 중간에 두 번 갈아타는데다 중간 퀘스트도 있습니다. 적는 걸 잊었지만 센다이에서의 퀘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규탄 먹기
2 규탄맛과 즌다맛 간식들
3 하마몬야의 테누구이
4 마루센
5 시간되면 맥주
00편에서 적은 이 다섯 가지 목표는 모두 달성했습니다. 첫날 점심이 규탄 극상 정식이었고, 여행선물용 과자도 잔뜩 구입했으며, 테누구이도 다섯 장 샀습니다. 마루센에 가서 제 몫의 Brutus를 포함해 아버지 선물도 구입해왔고, 도매상에 갈까 고민하게 만들었던 다테 마사무네 지역 맥주는 센다이 역에서 무사히 구했습니다. 판매하는 곳을 알았으니 다음번에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거고요.
센다이 일정도 이제 끝나갑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6시 반부터 시작하는 조식을 먹으러 갑니다.
첫 번째 접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래의 쟁반은 플라스틱 혹은 멜라민 계통입니다. 연두색인데, 직접 보면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킵니다. 아니, 이 식탁 자제도 그렇습니다. 식사 장소가 꼭대기 층에 있는 연회장인데, 연회장의 테이블 등을 그대로 이용합니다. 이거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았지요. 원탁이 아니라 죽 이어진, 개별 테이블. 거기에 연두색의 식판까지 보고 나니 이것이 레트로!라는 강렬한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한국에서도 중소도시의 오래되었지만 이름있는 호텔에 가면 이런 것이 나올까 싶은 그런 .... ... 여기는 하이크라스 호텔 맞습니다. 그러합니다.
뭐, 뷔페식이 아니라 일식이었다면 또 다를지 모르지요.'ㅠ'
하여간 식빵 두 종류 소시지, 달걀 등을 가져옵니다. 재미있는 건 접시 4-5시 방향에 놓인 희한한 음식입니다. 이게 센다이찜이라네요. 아주 질긴 밀기울빵 같은 걸 국물과 달걀 등을 넣고 찐 음식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오야코동의 그 국물에 바게트보다 더 치밀한 조직의 빵을 담가 낸 것에 가깝습니다. 빵푸딩은 달지만 이건 간간하지요. 국물맛도 가츠오부시 계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간간하지만 재미있는 맛입니다. 이걸 밥 반찬으로 먹으면 탄수화물과 탄수화물의 조합...은 아니고, 이건 글루텐이라고 했으니 단백질과 탄수화물로 균형은 맞을 겁니다. .. 아마도.
콩샐러드와 달걀, 빵을 담아 두 번째 접시로 합니다. 하지만 여기의 즌다는 맛없었어요
조식 점수가 높았지만 ..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일식을 먹어보고 싶네요. 과연 그건 언제가 되려나?
그 뒤에는 별 이야기 없습니다. 숙소에 돌아가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하고 역으로 갔으니까요. 아침 9시에는 플랫폼에 올라가야하니 늦으면 안됩니다.
으윽. 위에서 찍으니 저 스테인드 글라스가 제대로 안 보여요!
그러니 내려와서 D90으로 다시 찍어봅니다.
역을 지나가던 길에 발견한 재미있는 상품들. 맨 위의 페트병은 지역 특산 쌀입니다. 종자도 다양하고 재배 지역도 다양하니 각기 다른 맛이 나겠지요. 각각 사다가 맛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캐리어가 못 버틸겁니다. 쌀도 무게가 상당하니까요.
한국에서도 이렇게 팔면 재미있을 건데요. 하지만 포장 비용이나 그 설비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요.
중간 기착 이야기부터는 다음 편으로 넘깁니다. 이제 곧 삿포로에 들어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