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은 일찍 일어나 내내 숙소에서 굴렀습니다. 체크아웃이 11시라 그 전에 나와 설렁설렁 체크아웃하고, 짐을 챙겨 유락쵸까지 끌고 갑니다. 원래는 유락쵸에 짐을 넣고 움직이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걷다보니 만사 귀찮아서 도쿄역까지 전차를 타고, 거기서 코인로커에 짐을 넣는 걸로 바꿨습니다. 도쿄역 주변에서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었거든요.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했습니다. 실패원인은 도쿄역 1층의 코인로커가 다 찼다는 것. 더 있는 곳이 어디 없냐고 빙글빙글 돌았더니 코인로커가 지하에도 더 있었습니다. 아예 코인로커의 숲 같았던 곳. 거기에 짐을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예언했던 대로 사물함이 어디있는지 몰라 도쿄역을 세 바퀴 돌고서야 간신히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했는데, 그건 이 사진을 찍고 대략 3시간쯤 뒤의 일이었을 겁니다.-ㅁ-





도쿄역 지하 1층에 있는 코인로커의 숲은 찾는 이에게는 잘 안보이는 특성이 있는 모양입니다.


캐리어와 무거운 짐은 모두 밀어 넣고 홀랑홀랑 걸어 나갑니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 오늘 점심은 VIRON에서 먹으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11시 반부터 점심 시작. 으으으. 고이 돌아 나가 그 옆의 KITTE로 들어갑니다.






체력이 있었다면 다른 가게들도 더 둘러봤을 건데, 그런 체력은 없습니다. 일단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뭔가 마음에 드는 메뉴가 있는지 둘러봅니다. 이날은 화요일이었고, 평일이다보니 12시가 되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붐빌 것 같더군요. 그러기 전에 빨리 먹고 움직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적당한 카페가 없을까 하고 둘러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시세이도 파라. 여기는 옛날 옛적 Cafe Sweets에 실린 케이크를 보고 홀랑 반해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그마저도 홀랑 잊고는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더랬지요. 이제야 갑니다.



아직 시간이 일러 그런가, 사람이 없더군요. 신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메뉴를 고릅니다. 열심히 고민하다가 고른 것은 계절 한정인 딸기 파르페.





딸기파르페도 딸기 품종명이 들어갑니다. 기후의 노히메(野姬) 스페셜 파르페. 맛은 딸기지만 확실히 한국에서 자주 먹는 딸기들과는 다릅니다. 그 전날도 생각했지만 육보나 죽향, 설향과는 다르더군요. .. 정말 딸기 품종별로 주문해다가 딸기 타르트를 만들어...(하략)





딸기맛은 그냥 저냥해서 투덜댔지만 생딸기보다는 그 아래의 딸기 조림이 백미입니다. 조려야 맛있는 딸기인가요. 새콤달콤하니 사람을 사정없이 홀립니다. 퍼먹다보면 그 아래에 딸기 아이스크림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나옵니다. 크림도 괜찮고,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신 가격도 꽤 나갔지요. 이거 얼마짜리더라..?






하여간 아름다운 파르페는 열심히 사진을 찍어야 좋습니다.







맛있게 다 비워내고 나니 저 고급스러운 숟가락이 궁금합니다. 슬쩍 들어 뒤의 라벨을 확인하니 노리다케. 역시 그렇군요. 비싸보이는 제품이었습니다.=ㅁ=




먹고 나서 VIRON에 12시쯤 도착했더니만 이미 자리가 다 차고 하나도 안남았습니다. 20분쯤 기다리다가 이거 뭐하는 건가 싶어 도로 나왔습니다. 꼭 거기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다른 곳을 찾아보지요. 도로 KITTE로 돌아갑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양쪽 건물이 걸어서 1분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깝지요.


어디를 갈까 빙글빙글 돌다가, Tokyo Urban이라는 KITTE 1층의 음식점 메뉴에서 에그베네딕트를 발견합니다. 아주 잠시간 고민하다가 나쁘지 않아 보여 홀랑 들어갑니다. 점심세트메뉴라 샐러드와 음료를 포함해 950엔이라는군요. 주변의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메뉴인가봅니다. 이날의 저렴한 메뉴는 나폴리탄이었지만 그보다는 에그베네딕트가 더 끌렸습니다.






메뉴를 주문하고 신나게 트위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샐러드 등장. 으음. 여기도 샐러드 채소는 미리 물기를 빼놓는 건지, 채소가 버석버석합니다. 그래도 채소를 따로 먹을 일은 거의 없으니 얌전히 다 먹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도착한 에그 베네딕트.


T-T


주문하길 잘했습니다! 들어오길 잘했습니다! 크흑;ㅂ;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모양새의 에그 베네딕트! 사실 크로크마담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지만 어떤가요. 맛있으면 된거지!







무쇠팬에 버터를 녹이고, 그 위에 빵을 올린다음 생햄과 치즈를 올립니다. 그리고 오븐에서 지글지글 구운다음 수란을 올리고 소스를 뿌리고 치즈를 뿌려 다시 한 번 오븐. 아마도 그런 순일거라 생각하는게, 자르다보니 바닥에 기름이 흥건합니다. 물론 눌러붙은 치즈도 있지요. 햄도 있어서 간은 꽤 센 편이지만 나이프와 포크로 열심히 잘라가며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쟁반에 함께 나온 작은 컵은 디저트입니다. 안닌도후는 아니고, 사과젤리를 퍼담은 것 같더군요. 새콤달콤한 맛이 입가심으로 좋았습니다. 다음에 도쿄역 근처에 올 일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있을 테지만, 다른 방문할만한 가게가 없을 때 바로 여기를 선택해 찾아올 겁니다.'ㅠ'




슬슬 마지막 편이로군요. 여행 마지막 편은 다음 글이지만 여행 이야기는 그 뒤에도 조금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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