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빈, <그리우면 떠나라>,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요코야마 히데오, <사라진 이틀>, 들녘, 2004
김용규, 김성규, <알도와 떠도는 사원>, 웅진지식하우스, 2007

알도와 떠도는 사원부터 적어보지요. 왜냐하면 읽다가 도중에 포기했으니까.;;;
하드커버에 가벼운데다 책 자체도 꽤 마음에 들게 잘 나왔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앞부분 읽다가 포기하고 맨 뒤로 넘어가 엔딩 부분만 확인했습니다. 주인공은 김알도. 어머니가 독일인, 아버지는 한국인입니다. 아버지가 계신 인도의 연구소에 놀러갔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지요. 장르는 판타지입니다. 다만 철학 판타지라는게 독특합니다. 신화나 철학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등장해서 정신 없게 만듭니다.
하지만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걸 방해한 건 아닙니다. 소피의 세계보다는 쉽지만 읽는 내내 걸리는게 있었습니다. 매끄럽지가 않아요. 그게 계속 걸려서 읽어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얌전히 내려놓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긴 합니다. 철학적 이야기가 어떻게 들어가 있나 궁금해서 말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는 아닐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우면 떠나라는 오늘 다 읽었습니다.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40분. 포토에세이에 가까운 여행기입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친구와 같이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사람의 기록입니다. 사진들은 꽤 마음에 들지만 뭐랄까... 지난번에 포스팅한 치즈이야기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블로그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겠지요, 아마도. 사진도 예쁘고 글도 그럭저럭이지만 블로그 글을 차례차례 보는 쪽이 더 재미있을 듯합니다.
전반부는 실연극복기, 후반부는 우정의 재시험(?)이랄까요. 읽고 나면 유럽여행이 무서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라진 이틀은 엊그제 올린 종신검시관 작가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입니다. 사라진 이틀이 먼저 나왔고 종신검시관은 최근 책입니다. 종신검시관을 재미있게 읽어서 다른 책도 보고 싶어진 겁니다. 그리고는 덥석 집어 들어 1시간도 걸리지 않아 다 읽어내려갔습니다. 덕분에 어제 취침시간을 넘겼지요. 밤 10시 쯤에 저 책을 잡은게 문제는 문제였습니다.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으니까요.
끝부분은 예전에(...) 훑어 보아서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끝부분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 책은 경찰, 검찰, 기자, 변호사, 판사 등 사건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개개인의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범인과 경찰과의 관계, 경찰과 검찰과의 관계, 기자와 경찰 검찰과의 관계, 변호사와 범인, 검찰과의 관계, 판사와 범인의 관계 등 말입니다. 처음에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들의 관계가 형성되지만 법정을 중심으로도 또 다른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종신검시관에서도 그랬지만 이쪽도 현재 일본의 법조계와 경찰계 등을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군요.
예,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추리를 좋아하는 분보다는 경찰이나 검찰과 관련된 이야기,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추리가 전부가 아닌 책이니까요.


결론. 사라진 이틀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요코야마 히데오, <종신검시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 작가의 전 작품인 사라진 이틀은 읽을까 말까 하다가 끝 부분만 확인하고(...) 살며시 덮었던 책입니다. 한데 이 책을 읽고 났더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작가의 전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드는 멋진 책입니다.

일본과 한국에서의 검시관제도는 꽤 다른 모양입니다. 여기서는 경찰 보직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더군요. 종신검시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주인공은 깐깐하면서도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철두철미 합니다. 업무 스타일을 따지자면 CSI 라스베가스팀과도 비슷할까요? 하지만 이쪽은 혼자서 주변의 모든 정황을 살피고 추리해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있으니 훨씬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답게(?) 성격은 굉장히 안 좋습니다. 술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치정싸움에 휘말려 칼부림 당할 뻔하고, 쿨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삐딱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을 이뤘는데 그 동안 그를 통해 죽음의 비밀이 벗겨진 사람이 몇인지, 그 덕분에 미제가 될 뻔했다가 해결된 사건이 몇인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책에 나온게 그 정도면 (설정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겠지요.

간만에 마음에 드는 멋진 중년(노년?)탐정을 만났습니다. 음훗. 하지만 이런 사람이 상사라면 난감하긴 하겠군요. 일은 많이 배우겠지만 좀...;


표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티스타~와 같은 삽화가가 아닌가란 생각이 드네요.
이민희,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 고즈윈, 2007

다 읽고 나자 낚였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스산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 전율을 느껴야 했던 책입니다. 정말로, 낚기 위한 책인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군요.

G네 회사에서 2주마다 한 번씩 문화데이인가를 진행하며 책 한 권을 살 수 있게 배려를 해준답니다. 지난 번의 백합도 이쪽을 통해서, 동경오감도 이쪽을 통해서 구입한 겁니다. 지난 일요일에 G와 놀러 나가면서 교보에 갔던 것도 이때문입니다. 여행쪽 책으로 골라볼까 싶어서 이것 저것 뒤져 보고 있는데 G가 흥분한 목소리로 치즈 이야기라며 이걸 사겠다고 했습니다. 대강 훑어 보니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치즈 여행기이길래 그러자고 하고, 목요일에 제가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
....
..... -_-+

제대로 내용도 살펴보지 않고 구입을 결정한 제게 화가 나더군요. 15000원이나 주고 산 책인데 말입니다. 본인 돈은 아니었다지만 다른 좋은 책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닙니까.

치즈 때문에 유럽에 건너가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등지를 돌아보며 치즈 농장들과 공장들을 돌아다녔다는 소재는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내용이나 글이나 사진 모두가 책으로 나와서 저 가격을 받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의 소재로는 괜찮고 재미있게 읽을만 하지만 책으로 나왔을 때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죠. on-line에서는 OK, off-line에서는 Bad. 15000원 주고 어느 블로그에 입장해 포스트 몇 개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참.
책이 줄 수 있는 정보성도 약한 편이고-없진 않았지만 미미한 수준-여행기라 하기에는 내용이 많이 부족하고, 책이 크고 두껍지만 그것은 지질과 편집의 문제이고.

덕분에 좋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문학사상사, 1996

책은 1996년에 나왔다지만 수필의 배경은 1983-4년입니다. 올림픽 이야기가 나오는 편도 있으니 84년이 맞겠군요. 84년이면 아마도 LA 올림픽... 인가요? 미국에서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은 언제 잡고 읽어도 가볍고 명랑한 분위기라 읽을 책이 마땅히 눈에 들어오지 않을때 집곤 합니다. 아직 신간이 들어오지 않아서 다음주까지는 읽을 수 있는 책 재고가 달랑달랑한 상태라 집게 되었군요. 사실 책 재고 문제라면 베란다 쪽의 서가 정리가 먼저인데 정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도로 쌓였으니..=_=;


수필을 읽다가 점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어서 뜨끔했습니다.

<13일의 금요일> p.110
(중략)
개인적으로 나는 점이란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운수라든가 징크스 같은 것에도 흥미가 없다.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신경 쓰지 ㅇ낳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와 자동차의 관계랑 비슷하다. 그 유효성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점이나 운수라는 건 한 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늘 연연해 하게 마련이고, 무엇이든 한 번 연연해 하기 시작하면 그 영역은 점점 확대되어 가는 법이다. 나는 성격상 그런 부담이 증폭되어 가는 걸 참지 못하므로, 다소 재수가 없더라도 하려고 마음먹은 일은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안 한다. 이것은 성격이 강하냐 약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방식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중략)

얌전히 접고 만 후쿠오카 여행.(아차, 잊지말고 항공권 예약 취소해야죠;)
읽는 순간 그 건이 오버랩 되면서 심히 찔렸습니다. 그도 그런게 여행을 취소한 이유가 타로카드로 여행에 관련된 사항을 뽑아보았더니 심각할 정도로 안 좋은 패가 나와서였거든요. 그걸 보고 났더니 여행을 가고 싶은 기분이 싹 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저이지만 그런 결정에는 점이라는 묘한 것이 엮여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러니 찔릴 수 밖에.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정당화 하고 있습니다. 여행 자금을 펀드로 돌리든 다른 곳에 쓰든 그걸 운용해서 여행 외의 목적에 쓰겠다는 생각이 훨씬 강했다라고요. 후쿠오카 여행의 효용성이 낮아졌으니 더 높은 효용을 가진 다른 목적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겁니다. 거기에 타로카드를 뽑은 계기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확실한 결정을 위한 참고용이었던 것이고요. 그렇게 위로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

던 프린스-휴즈, <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북폴리오, 2006

자폐아 판정을 뒤늦게 받은 어떤 박사가 쓴 책이라길래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주변에 정말로 아까운 아이가 있어서 자폐라는 증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고(귀엽고), 몸도 늘씬하고 피부도 뽀얗고. 그러니까 자폐가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왕자님이었을텐데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읽게 된 이 책. 하지만 읽다가 몇 번이고 던지고 싶은 심정을 참았습니다. 하하.
작가인 던 프린스-휴즈는 서른 여섯에 자폐(정확히는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판정을 받습니다.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던 것이 자폐라는 증세가 하나가 아니더군요. 진작에 알 수 있었을 건데-대부분의 병들도 증세가 여러가지지 않습니까-뒤늦게야, 정상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판정을 내리면 자폐라는 거죠. 뭐랄까, 자폐인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세상을 보고 인식하는 시선이 다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도 사회 생활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피나는 노력을 하여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기 때문이랍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있는 모양입니다. 작가의 부모님이나 친가, 외가모두 조금 독특하더군요. 실제 사촌 중에도 아스퍼거 증후군 판정을 받은 아이가 있습니다. 이쪽은 작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말입니다. 좀더 폭력적이랄까, 분노폭발형이랄까 이런 성향을 가졌더군요.

그런 정보를 얻는 것은 좋은데...;
자신의 성장 기록을 적어나가면서 리얼하게 묘사한건 꽤 당황했습니다. 거기에 앞부분에서 아이의 출산을 경험했다고 했으니 결혼했나보다 했더니 그런게 아니었어요! 돌려 말하자면 백합. 아니아니, 이렇게 표현하면 그분들께 미안하지요. 서로 사랑해서 가정을 이뤘고 그래서 한 쪽이 임신해 아들을 낳았으니, 분명 출산을 경험한 것이고 프린스-휴즈의 아들인겁니다. 뒷부분에서 자기 아들에 대한 사랑을 여러 번 이야기 할 때는 좀 당황스러웠고,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제게 또 놀랐습니다. 담담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런 고로 이 책을 추천할 때는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이런 부분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안되겠지요.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상적인 가정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자 본인에게는 사랑하는 삶의 동반자와, 사랑하는 아들이 함께하는 가정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다른 역경을 딛고, 제대로 된 학교 교육 라인-고교 중퇴 후 대학 졸업, 석박사 진행-을 밟지 않았음에도 연구자로서 설 수 있었던 것이고요.

아, 제목에 등장하는 고릴라는 저자의 연구 분야 이야기입니다.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에게 반하고, 동물원에 직업을 얻어서 본격적으로 고릴라의 생태와 습관, 생활방식 등에 대해 보고서를 쓰게 되는데 이것이 굉장히 세밀하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고릴라를 연구합니다. 저자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동 떨어진 일종의 외계인(?)이라고 여기고 있어서 인지 고릴라를 연구하는데도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갑니다. 동화된다고 할까요. 인간 대 유인원이 아니라 같은 고릴라로 여긴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그런 교감이 저자가 연구에 몰두하고, 사회에 조금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더군요.

그러니까 반은 제인구달계(...), 반은 자전적 수필인거죠.

지난 주말, 정확히는 일요일부터 어제에 걸쳐 읽은 책들입니다. 전부다 그런 것은 아니군요. 적어도 어떤 한 책은 읽고 나서 소화불량에 걸렸으니 말입니다.

MITSURU YUKI, <소년 음양사 2-3>, 학산문화사
키릴님께 빌린 소년 음양사. 좀더 두었다가 읽고 싶었지만 결국 못참고는 어제 후다닥 2-3권을 내리 읽었습니다.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고 내용도 마음에 들고.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러스트는 세이메이-마사히로의 대결신과 목군의 강제퇴장입니다.
커플 밀어주기가 대세이긴 하지만 밀어주는 커플이 12세, 13세다보니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듭니다. 그나저나 7권에서 목군(일부러 이렇게 부르기-_-)이 쓸데 없는 짓을 하는 모양인데 참... 마사히로 괴롭히는 짓은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역시 큰 버전보다는 작은 버전(고양이 크기)이 마음에 듭니다. 성격도 그렇고요.


후시노 미치루, <귀족탐정 에드워드 2>, 학산문화사
이쪽도 키릴님께 빌렸습니다. 역시 어제 못참고 읽었지요. 최근 모 책을 오래 묵혔다 읽었더니 거슬리는 부분이 팍팍 튀어나온 덕에 좌절했거든요. 이 이야기는 넘어가고..;
시작이나 설정은 괜찮았는데 어떻게 보면 조금 정형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사립탐정과 그의 집사(겸 보모), 독특한 능력을 지닌 견습생, 이들과 자주 얽히지만 사이는 안 좋다고 할 수 있는 형사. 그리고 여기에 2권에서 악의 축이 드디어 등장합니다. 후세인이나 부시가 아닙니다. 사립탐정과 개인적으로 얽혀 있는데 덜자란 모리어티나, 모리어티의 카피캣이 되려다가만 미청년쯤? 그가 절대악이 되어야 했던 당위성 같은게 많이 부족했지요. 그렇게 고집피우지 말지란 생각이 퍼뜩.-_-; 능력이 아깝습니다.


시미즈 레이코, <비밀 3>, 서울문화사
......................................................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이 맞습니다. 1-2권을 읽고 나서는 손 안대겠다고 생각해놓고는 왜 건드린 걸까요. 하기야 눈 앞에 책이 있으니 무의식 중에 손이 간 것이었지만...; 읽고 나서 후회했습니다.
아주머님은 점점 자극적인 소재를 쓰고 계시는군요.(훌쩍)


사에나기 료, <선생님의 권유 1-3>, 학산문화사
사에나기씨의 책은 학산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첫작품이 아마, 토우카이도 탐정단이었나요? 그 때 잠시 선생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확장시켜 쓴 것이 이게 아닐까 추측합니다.(아마도;)
짧지만 내용도 그렇고 꽤 괜찮았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뭐, 놀림은 당한다 한들 그 애가 끄떡할까요. 하하하; 특유의 미소로 날려버리겠지요.
전작인 나나키는 1권만 사고 말았지만 이 책을 보고나니 나나키 쪽도 보고 싶어집니다.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려나..


모토 나오코, <레이디 빅토리안 20>,학산문화사 / <디어홈즈1-2>, 조은세상
레이디 빅토리안은 마지막권입니다. 반전이 나올까도 기대했지만 그리 되지는 않았지요. 예상했던 대로의 결말이랄까요? 흐음. 그래도 달큰한 엔딩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디어홈즈는 .... 셜로키안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설정을 여러 군데 손 봤다지만 두 권으로 깔끔하게 끝낸 것도 좋았고요. 가볍게 읽을만한 책입니다.


대강 이정도. 지금은 일본어 공부 겸 Cafe Sweets를 보고 있습니다. 이번 것은 B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해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 훗훗.
온다 리쿠, <황혼녘 백합의 뼈>, 북폴리오, 2007

아침에 책을 챙겨 나와 출근길에 보기 시작해 결국 끝을 보고 말았습니다.
역시 온다 리쿠 책은 손에서 놓기 어렵군요. 예전에 대량 구입했을 때도 내리 읽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감상을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정도?

리세야............................................;ㅂ;


반전은 아니지만 그 비스무리한 건 때문에 약간의 좌절이 있었다고 할까요.

이번 이야기는 보리 바다에서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입니다. 학교를 나온 리세는 영국에서 유학을 하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어 잠시 일본에 들어옵니다. 할머니가 유언장에다가 자기가 살고 있던 집은 리세가 6개월 이상 산 뒤에 처분할 것이라는 조항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레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에 영국에서 유학하다 말고 일본 학교로 편입해 들어온 것이지요. 그리고 사건은 시작됩니다.

리세는 여기서도 여지없이 실력(...)을 발휘합니다. 책 내내 리세에게 넘어간 남자들이 장난 아니게 많군요. 거참. 이미 장래는 결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거기에 닿기까지 (어울리지는 않지만?) 소녀의 감성에 젖어 있는 그녀의 모습이 꽤 괜찮습니다. 마지막의 사건은 삽질이라 생각하지만요. 아냐. 그래도 돼. 어차피 모 씨의 욕심을 네가 지킬 필요는 없으니까.(라는게 제 감상입니다.)

전편인 보리바다의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도 살짝 언급됩니다. 그리고 리세의 집안 이야기도. 굉장히 가계도가 복잡하더군요. 배경이 되는 공간도 읽다보면 확연히 알 수 있으니 맞춰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볼까 고민했던 곳 중 한 군데인데, 조금은 아쉽네요. (후쿠오카는 아닙니다;)


다음권은 언제쯤 나올까요.
번역에 대해 투덜투덜 대더라도 어차피 훑어만 본다면 눈에 안 들어오는 것을요. 원판을 보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거슬리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하기야 20분만에 한 번 다 훑어보는 날림 독서에서는 그리 거슬리지 않더군요.
... 다시 말하면 읽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

국왕폐하가 잡혀갔을 때 나시아스가 보인 변절. 그걸 두고 발로는 사자 앞에서 버럭버럭 화를 냈지만 돌아서서는 걱정하는 로자몬드에게 라모나 기사단장은 날로먹는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말을 합니다.
과연.
전대 단장의 종자였던 나시아스가 전대 단장을 빼닮은 것도 당연하고, 파라스트의 너구리 때문에 이쪽도 만만치 않은 너구리가 되는 것도 당연하군요. 그러니 그렇게 오랫동안 나시아스를 알아온 발로가 그런 소리를 한 것도 당연합니다. 처음으로 나시아스의 전투모습을 본 발로가 어이없음과 어안이벙벙이었던 것도 당연하지요. 틸레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테니까.

뒷부분의 이야기는 사족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독기장이나 폐하를 뵐 수 없으니까요. 작가도 그래서 그런지 웬만한 주요 인물들은 한 번씩 다 쓸고(?) 넘어갑니다. 그러고 보면 발로의 아들래미가 어떻게 커줄지도 기대됩니다. 아마 그 나이 또래 애들의 대장이 될텐데 말입니다. 쪼만쪼만한 애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쩌면 애보기로 전락할지도...?;



용의 기사단도 이제 막장입니다. 작가가 다음권이 마지막권이라면서 외전 이외에는 불거지지 않게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한 권으로 마무리될까요. 외전이 30권으로 늘어지는 것이 아닐지 걱정됩니다. 흑흑.
그래도 이번 권은 꽤 마음에 듭니다. 표지는 용관들(사망여부 관계없이)에 뒷표지는 용제님, 그리고 속의 일러스트가! 꼬마 라스를 안고 있는 카이스턴입니다.ㅠ_ㅠ 옛날 일러스트만 못하지만 그래도 귀엽습니다. 아아. 좋아요~
마지막권은 그래도 내년까지 나오겠지요? 내년이면 완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물러갑니다.
카야타 스나코, <큰 독수리의 맹세- 델피니아 전기 외전>, 대원씨아이, 2007


용의 기사단 25권을 사기 위해 홍대에 갔다가, NT 노벨 신간들 쌓여 있는 곳에서 굉장히 익숙한 그림을 발견하고 10초간 사고가 정지했다가 앞 뒤 가리지 않고-지갑 사정 생각하지 않고-집어 들었습니다. 아아. 드디어 나와주었군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리고 구입한지 3시간 후.
또 한 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내가 왜 이 책을 이 돈 주고 샀을고라는 후회가 물 밀려오듯 덥치더군요. 이쯤되면 후회의 파도나 후회의 해일을 넘어서 후회의 지진해일(쓰나미)입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전체를 다 읽지 못하고 보고 싶었던 몇몇 부분을 골라 읽었습니다. 해당 부분을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자니 내용 폭로가 될 것 같아서 일단 가려둡니다.




진짜, 생각같아서는 NT노벨 홈페이지에 들어가 번역 상태에 대해 항의라도 하고 싶지만, 그래서 다시 새로운 번역으로 책을 내라고 요구하고 싶지만 제대로 먹힐까요. 예전에 십이국기가 나왔을 때도 번역 문제가 굉장히 말이 많았지만 이 책은 그런 것도 없을 듯합니다. 번역도 아니고 해석 수준이니 이구 동성으로 개판 소리가 나올테니까요. 십이국기는 찬반으로라도 갈리지 않았습니까.
그런 이유에서 주변에 혹시 델피 외전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말리고 싶습니다. 보고 싶으면 제가 빌려드리겠습니다. 읽은 이후에 구입 여부를 결정하세요.
박성윤, 김남욱, <동경오감>, 삼성출판사, 2007

일요일부터 출장을 나가려고 생각하니 갑자기 금요일 저녁에 충동구매 지수가 역치를 넘어섰습니다. 그리하여 지른 책이 이 책.
원래는 G의 "2주에한번있는회사카드로도서구입하기"를 이용해 구입하려던 책이었는데 그 사이를 못참았습니다. 그리하여 다음에 지를 책은 온다 리쿠의 백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다음은 아사다 지로의 프리즌 호텔을 한 권씩 모으려고요. G도 동의했습니다. 그야 책은 사야하는데 무슨 책을 살까 먼저 물어본 건 G였으니까요.
(다음 리뷰로는 모리링의 책을 구입했으면 좋겠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서..)

마침 교보에서 동경오감을 구입하려 했더니 2천원짜리 쿠폰을 줍니다. 판매가도 20% 할인에 쿠폰까지 쓰면 1만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_+ 거기에 선착순으로 주는 여행수첩도 챙겼지요. 훗훗훗~


책을 받아보고는 꽤 놀랐습니다. 지난번에 오프라인에서도 한 번 봤지만 책이 굉장히 묵직하고 큽니다. 거기에 커버도 검은색. 겉으로 봐서는 여행 안내 책자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강 훑어봐도 오히려 디자인관련 책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주로 소개된 곳들도 도쿄 내에서 독특한 디자인, 인테리어를 가진 상점들이나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들, 요시토모 나라 등의 디자이너나 화가들이 참여한 카페나 가게,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럽 등의 다른 나라 상품을 판매하는 곳 등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책자들에 소개된 적이 없는 곳이지요.
지역도 그렇고 소개된 가게들도 그렇고. 인테리어나 디자인 등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숙독하고 도쿄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한 방법일겁니다.

저도 덕분에 한 군데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후타코타마가와(二子玉川). 다카시마야 S.C.(쇼핑센터)가 문제가 아니라 그 맛있다는 다코야키와 타이야키가 먹고 싶습니다. 타이야키의 단면에 팥이 듬뿍(진짜, 듬뿍듬뿍;;)들어간 것을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시부야에서 10분 가량, 지유가오카에서도 바로 가는 전철이 있으니까 지유가오카랑 묶어서 다녀와도 재미있겠네요.+_+

카미야 유우, <미궁시리즈 34>, 학산문화사, 2007

재미있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하지만 33권 못지 않게 이 권이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 작가 선언 때문입니다.
음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스터나 레이양이 보면 꽤 아쉬워 할듯.^^; 내용은 비밀로 하지요~♡



지난 주말에 델피니아 전기를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 다시 읽었더니 이번엔 외전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원서를 붙들고 고군분투하며 역시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 읽었지요. 지금 맨 마지막 몇 장면만 남겨 놓은 상태입니다.

다시 읽으면서 느꼈지만 외전편의 주인공은 발로가 아니라 나시아스입니다. 둘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지만 이야기는 나시아스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만큼 델피니아 전기에서 세라 다음으로 마음에 들어하는 나시아스에게 충분히 감정 이입을 하며 읽을 수 있었지요. 특히 나시아스가 라모나 기사단 부단장으로 추천되었을 때 틸레든 기사단 단장님의 반응에 쓴웃음만 지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멋집니다. 후훗.
100% 이해가 안되니 아쉽지만 다음 달에는 나온다니까 그 말만 믿고 기다리렵니다. 나오기만 하면 당장에 달려가야죠.+_+
  

이사카 코타로, <러시 라이프>, 한스미디어, 2006 (양억관)
이사카 코타로, <종말의 바보>,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윤덕주)

이사카 코타로일지, 이사카 고타로일지(코타로에 한표!) 모르니 영문으로. 영문으로도 K인데 참...

이 사람 책을 서점에서 검색하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많이 쓰기도 했지만 번역도 많이 되었다는 이야기겠지요. 생각해보면 첫 책은 사신 치바였습니다. 느낌이 꽤 마음에 들기도 해서 주변에 여러 번 추천한 책이었지요. 이후 손을 안댔다가 최근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 한번에 쏟아져 들어와서 몇 권 읽어봤습니다.
묘하군요. 요시모토 바나나는 키친까지만 좋다고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필집만 찾아 읽지만 이 사람 책도 처럼 소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립니다. 사신 치바나 종말의 바보는 취향이지만 러시 라이프나 오듀본의 기도는 아닙니다. 오듀본~의 경우는 경계에서 살짝 불호(不好)로 치우쳤지만 러시 라이프는 확실히 불호입니다.

러시라이프는 어느 역을 중심으로 해서 서로 얽고 얽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화자의 시점이 계속 바뀝니다-에서 등장한 누군가가 그 다음에 스치듯 지나간다거나, 이름이 언급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결국 맨 마지막에는 전체 등장인물이 우르르 달려 나와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합니다. 구성은 독특하고 재미있지만 거꾸로 말하면 산만하죠. 등장인물도 많고, 이야기도 많고. 결국 나중에는 후르륵 넘겨 보며 여기 등장하는 인물이 여기서 이렇게 일해서 저렇게 되는데, 그럼 시간표가 어떻게 되는거야라고 절규하고 말았습니다. 진짜 맨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면 시간표를 만들어서 쫓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만들려고 했지만 뭔가, 시간이 이상하게 엉키는 통에 손대기 난감하더군요.)
오듀본의 주인공도 여기에 살짝 등장합니다.

종말의 바보는 다른것보다 챕터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이것도 같은 공간(어느 맨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됩니다. 맨션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한 챕터 한 챕터의 주인공이 됩니다. 러시라이프와 비슷하게, 전 편의 주인공은 다음편에 이름이 언급된다거나 등장한다거나 합니다. 물론 같은 마을 주민이니까 이야기가 연결될 수 있지요.
챕터 제목이 재미있다는 것은 발음입니다.

01_종말의 바보(終末のフ-ル)
02_태양의 약속(太陽のシ-ル)
03_형제의 복수(籠城のビ-ル)
04_동면의 소녀(冬眠のガ-ル)
05_강철의 킥복서(鐵鋼のウ-ル)
06_소행성의 밤(天體のヨ-ル)
07_가족의 탄생(演劇のオ-ル)
08_노인의 망루(深海のポ-ル)

말장난이죠.^^;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의 접근으로 인류 멸망(지구 멸망은 아니죠. 인류가 죽는다고 지구가 죽는 것은 아닐테니.)이 3년 남은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종말을 눈 앞에 두고도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이야기라 더욱더. 인류 멸망이 머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벌어 놓은 돈을 챙겨들고 어딘가 도서관에서 뒹굴뒹굴 책을 읽지 않을까 싶군요.
이런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하고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
원제가 역시 카미노시즈쿠였군요. 지금 확인해보니...=_=;

1권은 예전에 읽었지만 뒷권을 읽을 기회가 없어서 계속 미루고 있다가 어제 2권을, 오늘 5-6권을 제외하고 8권까지 읽었습니다. 대여점에 5-6권이 없더군요.
그러니 감상도 그 때 그 때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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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까지의 감상.

왠지 단순한 선악구도? 노력형 수재와 최고강도 조기교육으로 인해 피폐해진 능력사장형 천재의 대결. 게다가 양쪽에 여자 하나씩을 붙이고 있으니 원. 취향이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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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까지의 감상

이런말 하면 잇세한테 많이 미안하지만, 너, 의빈우 같다.OTL
다시 말해 칸자키 유타카는 최고의 종우(種牛)를 만들기 위한 목장주...(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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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은 7-8권까지의 감상

흐응. 의빈우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아니, 어차피 의빈우는 맨 마지막에서 탈락한 존재가 될 것이니 어느 쪽이 되어도 상관없지만. 헉! 혹시 유타카, 이런 시너지 효과를 노린거냐! 그게 진의였구나! 영감탱이가 그냥 영감탱이가 아니었군.
특히 타클라마칸에 처박힌 잇세의 절박한 모습은 나름 꽤 괜찮았음. 하지만 역시 노력형인거지. 지금 시즈쿠를 둘러싼 여자 구도도 꽤 복잡하지만 이번 건으로 잇세도 복잡하게 되었군. 만약 그 아가씨가 일본으로 건너오면 기존의 사장과의 관계가 끊어지면서 진짜 의빈우에서 종우로 거듭나.... (소 이야기는 그만하자)

(덧붙임. 9권 뒷부분을 안 읽었군요. 그 아가씨 벌써(?) 건너왔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잇세녀석, 팍팍하군요. 오래 삶아야 할 것 같은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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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읽은 3-4권까지 포함한 감상

이 팀(와인부서) 무섭다.
하지만 와인을 마셨을 때의 느낌을 저렇게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이거이거, 5-6권까지 챙겨 읽다보면 분명 와인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야. (하지만 가격의 문제로 그럴 가능성은 낮음. 나 한 달 용돈이 얼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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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고 싶다는 생각은 안들었지만-스토리 전개하면서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취향이 아닙니다. 수위가 높은 것도 좀...;-;-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로군요. 명가의 술은 제조방식과 복원에 중점을 두었다면 물방울은 그것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너무 본격적입니다. 와인 초보자들이 이 만화를 본다면, 처음 의도(를 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고)와는 달리 여기에 등장한 맛있다는 와인만 사재기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 그런 상황이 되었다는 기사도 본 듯하군요.

지금은 커피와 홍차로도 충분합니다. 와인은 40대의 즐거움으로 남겨둘래요.+_+
(그리되면 50대의 즐거움은 아마도 전통주..?;)


이사카 코타로, <오듀본의 기도>, 황매, 2006

이사카 고타로인지 코타로인지.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더군요. 이 책도 나오기 전에는, 다른 책에서 소개될 때 오듀본의 기원이라 번역되기도 했습니다. 祈り. 기도, 기원 둘다 맞겠지요.

참으로 묘한 책입니다.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은 흡입력이 있다는 것이지만, 그 흡입력은 주인공에게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묘한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압권인 허수아비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지요. 이 허수아비의 제작비화(전설)을 듣게 되면 그것도 참 묘합니다.

시작은 간단합니다.
주인공인 이토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일본과 단절된 작은 섬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강도짓을 하다가 동창(경찰입니다)에게 걸렸다는 것. 그 동창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인물 중 하나이며... 중간중간 등장하지만, 한 단어로 정의하면 사이코패스입니다. 이런 녀석이 경찰이라니 참. 하여간 이토는 그 섬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몇 안되는 사람으로 추앙받으며 이 섬에 없는 무엇인가를 가져다 줄 존재로 받들어집니다. 하지만 이토가 섬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섬의 정신적 지주가 죽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듀본은 새 그림을 잘 그렸던 화가입니다. 여행비둘기의 종말을 안타까워 했던 사람이지요. 오듀본의 기도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시면 될겁니다.

살인사건의 범인도, 섬에 얽힌 이야기도, 섬에 부족했던 것도 독특합니다. 얽히고 섥힌 관계가 모든 것의 중심이랄까요. 그걸 쫓아가다 보면 고개를 돌릴 틈도 없습니다. 책이 두껍지만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한국 소설 출간하듯 출간하면 굉장히 얇아질 걸요. 일본 소설을 하드커버의 양장으로 출간하는 건 분량이 적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덕분에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근 차근 읽어나가야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것은 벚꽃이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특히 엔딩 부분의 벚꽃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훗.


사하시 게이죠, <아버지의 부엌>, 지향, 2007
쓰네카와 고타로, <야시>, 노블마인, 2006
니키 에츠코, <고양이는 알고 있다>, 시공사, 2006

읽고도 포스팅하는 것을 잊고 있던 것이 아버지의 부엌. 야시와 고양이는 지난 주말과 오늘에 걸쳐 읽었습니다. 야시는 아침 출근시간에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80% 정도 다 읽을 수 있는 짧은 책입니다.

아버지의 부엌은 홀로 된 아버지의 생존 투쟁기입니다. 어머니가 갑작스레 폐암으로 돌아가시게 되자 딸들은 고민합니다. 막내아들까지 포함한 다섯 남매 중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저자인 셋째 딸 뿐. 나머지 넷은 이미 가정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딸들이 모실 수 있는 형편도 여의치 않고, 아버지도 딸들에게 기대는 것은 내켜하지 않습니다. 기왕이면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아들이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아직 병도 몰랐을 때) 파산해서 도망을 칩니다. 간신히 찾아두었지만 그 쪽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결국 독신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던 셋째딸이 아버지 집과 도쿄를 오가면서 아버지가 홀로 서실 수 있도록 훈련을 합니다. 이 책은 그 1년 동안의 기록인겁니다.

어버이날 직전에 읽었는데 읽다보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는 보고 나면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싶어진다는데, 이 책은 읽는 도중에 전화기를 들어 아버지께 전화를 하고 싶어집니다.(결국 했습니다.///)

고양이는 알고 있다는 제목이 좀 낚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리소설인데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목에서 기대한 것처럼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살인 동기나 범인이나 알고나니 과연이라 생각했지만 아주 특이한 것도 아닙니다. 특이한 것이라면 탐정들일까요. 그리 많지 않은 남매 탐정입니다. 시리즈도 여럿 있는 모양인데 시리즈 뒤에 가면 여동생이 결혼해서 성이 바뀌고, 바뀐 성으로 다시 탐정 노릇(?)을 하는 이야기도 있나봅니다. 작가가 일본 추리소설 1세대라더니 분위기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닮아 있습니다. 부담없이 읽을만한 추리소설입니다. 피가 난무하는 최근의 추리소설들과는 분위기가 다르죠.(떠올리고 있는 것은 긴다이치 시리즈.)

야시는 이 세 권 중에서 가장 짧습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확실하게 잡혀 있는 책이군요. 처음 읽는 분이라면 분위기에 취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단편이라기엔 조금 긴, 장편이라기엔 짧은 듯한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저에게는 아주 독특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백귀야행이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이나, 그외 손안의책에서 나온 책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같은 라인으로 잡으실 겁니다. 특히 야시라는 개념은 세상비밀(원제 : 우유당 이야기)에 등장했던 장과도 닮아 있습니다. 야시가 음산한 느낌-그야말로 암시장-이라면 세상비밀의 장은 조금 개구지고 재미있는 느낌이지요. 그런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요.
아, 그리고 이쪽이 좀더 인간 관계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좋으냐 물으면 난감합니다만.^^;


자,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 ..... 헉; 오듀본의 기도 리뷰를 빼먹었군요. 이건 다음 기회에.
시구사와 케이이치, <학원 키노>, 대원씨아이, 2007

어제 책이 도착했습니다. 의외로 두꺼워서 놀라고는 집어 듭니다. 표지야 익히 봐 왔으니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읽습니다.

읽는 내내 피식피식피식.

읽는 도중의 후기에 머리가 어질어질어질.

그리고 최종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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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키노의 여행 팬들이 절대 읽으면 안되는 책 목록 0순위로 올립니다.



결국 제일 불쌍한 건 시즈, 그 다음이 리쿠로군요. 근데 리쿠가 왜 저리 되었을까...?
먼저 오듀본의 기도부터.

이사카 코타로, <오듀본의 기도>, 황매, 2006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 이번에 왕창 들어와서 그 중 가장 두꺼운 책으로 꺼내보았습니다. 이게 초기작이기도 했고요. 일본소설들은 대개 여자가 주인공으로 조금은 가볍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쪽은 다릅니다.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과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군요.
엔딩이 어찌될까 궁금해서 막 달려 읽어봤는데 맺음부를 보고는 두 손 들었습니다.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둥실 뜨는 멋진 결말이었지요. 음핫핫핫~
개인적으로는 벚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웃음)

유어예, <프랑스 오브 유어예>, 바이널, 2006
유어예.
이 책을 보고 나서야 유어예가 외국어도 아니고, 논어에 나오는 단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遊於藝라고 쓰더군요. 예술에서 노닐다라는 뜻이랍니다. 박서림 씨와 김인중 씨 부부가 예술이라는 필터를 끼고 프랑스를 들여다 본 것이라고 하면 맞겠군요. 여러 프랑스의 작가와 프랑스에서 살았던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찾아본 겁니다. 테마가 있는 프랑스 여행을 하려 할 때 미리 읽어보고 가시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그냥 읽는 것은 하지 마세요. 잘못하면 ... 적금 깨서 파리행 티켓 끊을지도 모릅니다.


이 두 권의 리뷰가 좀 날림 경향이 있는 것은 어제 읽은 또다른 책 때문입니다. 그건 별도 포스팅을 하도록 하죠.


진병팔, <늙은 여우를 단칼에 베다>, 더불어책, 2003

이 책의 내용은 단 한 구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一瞬電光刺老狐 한 순간에 번개같이 늙은 여우를 베었다
늙은 여우라니까 구미호라든지 아니면 추한 여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요? 이 한문 구절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당시 시해의 주역이었던 도오 가츠아키(藤勝顯)가,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쓴 칼집에 새겨져 있습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테니 넘어갑니다.

이 책은 저자가 일본 지역 중에서도 큐슈를 중심으로 하여 한국의 역사가 남아 있는 동해안쪽 지역의 여러 도시를 돌아보며 한국 역사의 발자취를 사진과 글로 모은 책입니다. 어느 블로거의 글에서 후쿠오카의 구시다 신사에 명성황후를 시해할 때 썼던 검이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때 언급된 이 책을 도서관에 주문했습니다. 어제 단숨에 다 읽었고요.
불편한 책입니다.
역사의식이랄까,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주로 쇼핑(...)에 몰두하여 도쿄만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다음에 일본에 간다면 오사카나 교토보다 이쪽을 먼저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것고 이 책 때문입니다. 검 뿐만아니라 명성황후를 모델로 만들었다는 관음상도 보고 싶습니다. 검은 일반 공개가 안된다 하지만 관음상은-처음 도오 가츠아키가 만든 것은 구리로 되어 있었으나 전쟁 당시 징발되었고 이후 일찍 죽은 딸을 위로하기 위해 어느 부부가 시주한 돌관음상이 남아 있습니다-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거기에 윤동주 시인이 죽었다는 그 후쿠오카 형무소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이전한데다 구치소로 변경되어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같은 것이니까요. 한 번도 이런 곳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부끄럽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불편한 책입니다.

후쿠오카 외에도 백제시대부터의 일본 교류와 관련된 지역, 조선통신사 행렬과 관련된 지역,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사카 성 등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라면 가기 전에 한 번 읽어보세요.
다나베 세이코, <아주 사적인 시간>, 북스토리, 2007

본제는 私的生活. 원제가 훨씬 느낌을 잘살리고 있지만 사적생활이란 제목을 그대로 쓰자니 한국어로의 어감은 안 좋지요. 그래서 아주 사적인 시간이란 제목을 썼나봅니다.

책을 내려 놓은 순간 제목을 100%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81년 작이라는데 시간의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점도 대단하지요. 아니, 조금은 느끼고 있었습니다. 핸드폰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약간 고풍적이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뭐라 설명을 해야할지. 처음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았을 때는 뭔가, 영계 남자를 꿰어찬 능수능란한 여자의 부잣집 마나님 탈출기로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전혀 아닙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는 꽤 잘된 내용 요약이지만 그건 책을 다 읽었을 때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고, 읽는 과정에서는 그 이야기가 언제쯤 나오나라고 생각하며 따라가기 바쁩니다. 그러니 그런 내용 소개는 잠시 접어두고 책에 몰두하셔도 좋습니다.

자, 여기부터는 진짜 감상입니다. 가짜 감상도 있냐고 물으신다면, 두리뭉실한 감상은 있다라고 답하겠습니다.(웃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잠시 고민하다 깨달았습니다. 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손에서 떼기 싫었는지, 왜 여주인공에게 지나치게 감정 이입이 되어 울컥했는지 말입니다. 간단하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점이라 하면 경제생활이 좀더 안정될 수 있다라는 점이지요. 주인공인 노리코는 특히 더 재벌 2세랑 결혼했으니 그런 점이 확연히 보이지만 맞벌이를 하게 되면 돈 모으는 것이 좀더 쉬워지지 않나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비춰봐도 그렇습니다.

단점? 여기에 나온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바람이야 그렇다 쳐도(물론 실제 제가 당하게 되면 화산폭발이 일어나겠지만;) 남편이라는 존재와 계속 연애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언젠가 사랑이라는 감정이 끝나게 되면 그 때는 서로간의 코드를 조율해 파장을 맞춰 나가면서 생활을 이뤄야 할 것인데, 노리코와 고의 커플은 그렇지 못합니다. 처음 노리코가 결혼할 때는 자신의 생활을 유지해나가겠다고 생각했겠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지요. 고의 생활에 휘둘리고 결국엔 자신의 사적영역들이 하나 둘 잘려나가는 것을 맛봐야 합니다. 처음엔 일, 친구, 그리고 자신의 작업실과 예전의 사적기록인 일기까지. 거기에 노리코와 고는 파장이 맞지 않습니다. 연애는 가능하지만 같은 취미와 같은 수준의 대화를 공유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노리코가 시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도, 시어머니와는 그런 대화가 가능했기 때문일겁니다. 거기에 결혼생활을 휘두르기 시작한 고는 급기야, 두목원숭이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지켜왔던 가치관까지 순식간에 바꿔버리고 자신들의 생활을 그 패턴에 맞춰버립니다. 그리고 노리코에게도 그것을 강요합니다. 본인은 강요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강요예요, 그건.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었나 봅니다. 하하; 하여간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글픔 역시 맛봐야했다는 것이 참..



읽고 나서 확인하니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였군요. 이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후기에는 후속편도 낸다고 되어 있는데 나왔는지 궁금하군요. 나와 있다면 언젠가 번역되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쓰히사 아쓰시, <천국의 책방 1-2>, 예담, 2007
M. 리 고프, <파리가 잡은 범인>, 해바라기, 2002

음? 분명 한 권 더 읽은 것 같은데, 어떤 책이었는지 그 사이에 잊었습니다. 리뷰는 읽고 나서 바로 올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천국의 책방은 책을 받아보고 상당히 열받았습니다. 하드 커버에, 책 자체는 잘 만든것 같지만 이렇게 얇은 책이 8천원이나 하다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거기에 두 권입니다. 각 권 8천원, 두 권 사면 16000원. 으윽; 상당하지요. 최근 책 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건 심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책을 다 읽고는 수긍했습니다. 8천원 주고 살만한 책입니다. 139페이지 밖에 안되고 내용도 짧지만 구성은 탄탄합니다. 보고 나면 책방로망스란 생각이 팍 떠오르는걸요. 1권과 2권은 배경(설정)만 같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지만, 이렇게 나간다면 3권이나 그 뒷권도 꾸준히 보고 싶어집니다. 뒷 권이 진짜 있는지 궁금합니다.


파리가 잡은 범인은  2002년에 나온 법의학 책입니다. 모 반장님과 친구로 지내지 않을까란 망상이 들게 하는, 곤충법의학자가 쓴 책이고요. 아마 곤충법의학의 시조쯤이 아닐까 생각되는 걸요. 굉장히 재미있게, 지루하지 않게 읽었지만 단점이 있다면 비위가 약한 분들에게는 쥐약이라는 겁니다. 구더기를 채집하고 기르는 것에 대한 리얼한 설명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구더기들은 번데기를 이루기 전 마른 장소를 찾아 이동합니다. 하지만 습한 장소에서 돼지를 가지고 실험했을 때 는....
p.80-81
(중략) 근처 몇 마일 이내에 사실 마른 지역이란 없었는데 구더기가 이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구더기들은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고 줄기를 타고 오른 후 가지를 따라 이동, 나뭇가지 끝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모두 돼지 세 마리로 실험을 한 당시, 시체가 있던 각각의 장소에서 수천마리의 구더기가 이동하여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가 결국 땅으로 떨어지는 광경은 마치 구더기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너무 엄청난 구더기가 떨어지는 바람에 연구실에서 우산을 가져온 다음에야 표본을 채집할 수 있었다.(중략)

이런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파리를 질색하고 구더기를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CSI를 무난하게 보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섬 반장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훗훗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리뷰는 예전에 올렸지만 이글루스 폭파 관계로 원본 글은 지금 없을 겁니다. 이글루스 백업도 한다 한다 했지만 용량 문제로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제 2부 나가고 있지만 서장에서 읽은 이야기 중에 사람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옮겨 봅니다.

P.30-31
(중략)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껏 어떤 매체에 어떤 형태로도 발표하지 않고 내 머릿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큰 여행이 몇이나 더 있다.(중략) 그러니 그 대부분은 내 머릿 속에 사적인 큰 여행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가 사라질 운명인 셈이지만, 나는 그것을 딱히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 여행들은 전부 내 가슴속에 지금껏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나의 일부를 이루었다.
영어의 통속적인 표현중에 "You are what you eat."라는 것이 있는데, (중략)

필요한 이야기만 따왔습니다.
여행기를 딱히 남길 필요가 없다는 것에 대해 서론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며 설명하고 있더군요. 기행문의 기본은 이미 옛날 사람들이 다 만들어서 현재 다시 쓴다면 옛 여행기들의 복제판이 될 것이니 굳이 여행기를 쓸 필요는 없다. 발표하거나 하지 않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도 여행의 경험은 내 몸 속에 녹아 들어 있을 것이니 괜찮다라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어디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이글루 밸리에서 봤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봤는지) 사진 찍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왔습니다. 아마, 이글루스 여행 밸리였을 겁니다. 사진만 찍다 보면 남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사진이니 사진을 찍기 전에는 충분히 눈으로 기록하고 마음에 담고 나서 사진을 찍으라는 것입니다. 이것과도 비슷한 이야기일겁니다.
하지만 저는 일기쓰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OTL 다치바나씨처럼 에너자이저가 되어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호텔에 들어와 배터리 방전된 것처럼 푹 쓰러져 자는 것은 못합니다. 어느 정도 비축 체력을 남겨 놓고는,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시간을 만들어 부지런히 기록을 하고 있지요. 사실 그렇게 기록을 하다보면 기억이 손 끝으로 흘러나가 일기장 속에 묻혀 버립니다. 머릿속에 남지 않더군요. 단편적인 기억들만 남는다고 할까요.... 어느 쪽이 좋은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아아. 존 러스킨의 그림 이야기 보면서 다음 여행 전에는 반드시 그림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이것도 손을 못댔군요. 사진 대신 그림도 좋긴 하지만 제게는 너무 어렵습니다. 허허;

p.52-53
(중략)그들이 본 것은 진짜 플라멩코가 아니라 언제나 왜곡된 것일 뿐이다. 이런 말을 해서 안됐지만 이는 관광객용 세션으로 하는 연주로서, 연주자들이 일정한 선에서 긴장을 늦추고 적당히 얼버무린 것에 불과하다.(중략)
디너는 일반적으로 9시부터 시작된다. 플라멩코는 디너를 든든히 먹고 난 뒤니까, 대체로 10시 정도가 보통이다. 그러나 초반의 연주는 거의 맛보기 같은 것이고, 제대로 흥을 내는 것은 대개 12시 이후다.
(중략)그들에게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이 결코 진짜 플라멩코를 감상할 수 없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제대로 된 플라멩코를 감상하려면 관광객용의 낮시간(혹은 저녁시간) 대의 공연을 볼 것이 아니라, 스페인 타임에 맞춰 점심을 먹고 시에스타를 즐긴 후에 9시부터 느긋하게 디너를 즐긴 뒤, 밤샐 준비를 단단히 하고 12시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공연을 봐야 한답니다. 이 시간이면 관광객들은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니, 이 시간 대의 공연을 보는 것은 거의 주민들이지요. 플라멩코를 알고, 즐기고, 함께 흥겨워할 줄 아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런 관객이 있어야 플라멩코 연주자, 공연자들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부분을 읽고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진짜 플라멩코를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다음날의 일정을 날리더라도 꼭 보고 싶습니다.

그 때 함께 보고 싶은 것이 p.55에 소개된 세비야 세마나산타 성상 행렬. 그리고 p.57에 소개된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여기까지 읽고 스페인 여행 풀무질 당했습니다.OTL



언제 시간나면 가상여행을 짜봐야겠군요. 그냥 일정이나 가고 싶은 곳을 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혹시 누가 압니까? 그 계획대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찍어둔 몇 군데의 여행계획을 짜보렵니다.+_+
어제 45분간-실은 그 이상. 약속시간 8분 전에 도착했으니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린 셈이지요?-기다리면서 종각 반디앤루니스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베스트셀러 판매대 앞을 서성거렸습니다. 원래 찍어두었던 몇몇 그림책들을 살펴볼 생각이었지만 서점이 작은 편이라 그런지 책들이 제대로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판매대 아래 쪽의, 보통 재고 수납용으로 쓰는 공간에도 책이 꽂혀 있습니다. 제가 찾는 그림 책들은 잘나가는 책이 아니라 아래 쪽을 뒤져야 겠더라고요. 그냥 다음에 영풍이나 교보에 가서 찾아보겠다고 생각하고 베스트셀러와 여행 관련 서적만 찾아봤습니다.

반디앤루니스의 서가 배열은 교보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교보에서의 여행 서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는 여행정보 중심을 다루고 있는, 여행-예술 코너에 들어간 책, 그리고 다른 한 쪽이 수필, 여행기로 분류되어 한국수필이나 외국수필들과 함께 꽂힌 책입니다. 하지만 반디앤루니스에서는 아예 특정 주제별로 서가를 분류해두었더군요. 국내 여행기, 국외 여행기 등으로 말입니다. 게다가 교보보다 사람이 적어서(...) 책 보기도 편하더군요. 눈 높이의, 한 눈에 들어오는 서가라는 점도 좋습니다.
하기야 종각 교보와 강남 교보도 책 배치에 있어서는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요? 강남 교보의 책 배치는 종각 교보보다 왠지 예전의 영풍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말입니다.

도서관에 신청하려고 찍어둔 책들이 꽤 있습니다.


권삼윤, <이탈리아, 지중해의 바람과 햇살 속을 거닐다>. 푸른숲, 2005

제목부터가 사람의 몸을 둥실 뜨게 만들지 않습니까.(웃음)
이탈리아는 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 곳이라 망설여지긴 하지만, 지난번의 이탈리안 조이가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도 찾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대강 훑어 보았는데 책 분위기도 꽤 마음에 들더군요. 북적북적한 곳 말고도 여러 곳이 등장한다는 점도 좋습니다. 읽고 나면 카드를 들고 로마행 티켓을 끊게 될까 두렵긴 합니다.



박사, 이명석, <여행자의 로망 백서>, 북하우스, 2005
작년 여름에 한 번 봤던 책인데, 얼마전 이글루스 여행 밸리에도 소개가 되어 문득 떠올랐습니다. 여행에서의 로망에 대해 이야기한 책. 올해 여행 가기 전에 한 번 더 읽고 여행의 로망을 다시 일깨워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석미, <스프링 고양이>, 마음산책, 2007
이 책을 신청도서로 고른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고양이라서.(웃음)


러디어드 키플링, <>, 북하우스, 2007

킴은 제목만 많이 들었지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번역본을 본 것도,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예전에 다른 판본으로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정글북도 어렸을 때만 읽고 다시 본 적이 없으니...
제국주의에 물든 작가가 편파적인 시각(?)으로 쓴 소설이라지만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박홍규, <윌리엄 모리스 평전>, 개마고원, 2007

이쪽은 구입 여부를 고민중입니다. 서가에 책이 올려진 것을 보고는 앞 뒤 가리지 않고 집어서 잠시간 열심히 읽고 있었으니까요. 역시 윌리엄 모리스는 제 이상형입니다.T-T 남자로서의 이상형은 아니고-이 아저씨의 연애담은 참..;-팔방미인이었다는 점이 굉장히 부럽습니다. 재능은 없지만 만들면 된다라고 애써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쫓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디자인 부분은 형편없이 떨어지지만 몇몇 부분은 그림자만이라도 쫓아가려고 부단히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윌리엄 모리스가 단명한 이유가 팔방미인이라 너무 일에 매진해서였다는데...? 그렇게 짧고 굵게 가는 것도 멋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광주 교수님의 윌리엄 모리스 이야기는 예술가적 분야에 촛점을 맞췄다면 이쪽은 사회운동가로서의 모습까지 두로 아울러 보고 있(다고 합니)다. 대강 훑어 보니 꽤 재미있는 이름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존 러스킨이랄지, 톨킨이랄지(모리스가 톨킨의 스승이었다는 것은 톨킨의 환상서가에서 들어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관계였는지는 책을 봐야 알듯합니다. 일단 다음달 월급 받아보고 통장 잔고 확인하고 질러야겠습니다. 흑흑;ㅅ;


지금 신청하면 언제쯤 들어올 수 있을까요. 한참 뒤의 일일게 분명한데, 올 여름 전까지는 볼 수 있겠지요.
  

미야베 미유키, <이름 없는 독>, 북스피어, 2007
알렉스 로비라 셀마, <희망을 찾아서 7>, 21세기북스, 2006

두 권을 연달아 올리는 것은 어제 <이름 없는 독> 올리는 것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하하; 어쩐지 어제 해야할 포스팅 중 뭔가 빠진 것 같더라니 이거였군요.

먼저 미미여사 책부터.
어느 날 아침. 출근 전에 잠시 신문을 뒤적이는데 신간 소개에 미야베 미유키 신간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순간 앞 뒤 가리지 않고 주문을 했다가, 쿠폰 적용을 잊었다는 것을 깨닫고 주문 취소, 그날 밤에 재주문했습니다. 약간의 삽질이 있었지만 그래도 책은 빨리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읽고 있는 책이 있었기 때문에-<멸망하는 국가>-G에게 먼저 읽으라고 넘겼지요. 책은 꽤 두껍지만 읽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누군가>에서 시작되는 스기무라 사부로 연작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역자 후기를 보니 미미여사가 앞으로 현대물은 스기무라 시리즈를 쓰겠다고 했다니 계속 이어 나올듯합니다. 뭐, 날개 부분의 출시 예정작 다음 책이 5월 7일이라 기대 반 상심 반-자금문제;-에 떨고 있지요. 근간 리스트가 거의 두 달 텀으로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흑과 다의 환상도 나온지 좀 되었으니까 5-6월 쯤에도 다음 책이 나오겠군요. 이런....)

상황의 긴박감, 전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바티스타> 쪽이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그쪽을 더 재미있게 읽었으니까요. 대신 두고두고 곰씹게 되는 것은 이쪽입니다. 다 읽고 감상을 쓰려는 지금에서야 저 <이름 없는 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습니다. 무엇인지 가르쳐 드리면 재미없지요. 읽고 나면 바로 아실테니 남겨두겠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스기무라의 소심함이 절정에 이른 듯합니다. 뭐랄까, 아내에게(그리고 아내의 친정식구들에게) 쥐어사는 모습이 꽤 여러 번 보이거든요.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만 문득 우리나라의 이런 위치에 놓인 남자-사위-들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S모 기업에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

너무 기대를 하고 읽어서 그런지 재미는 있지만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 이 책을 읽을 당시 터진 VT 사건이 동시에 오버랩 되는 것도 타이밍이 좋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군요.
이걸 이야기 하자면 살짝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접습니다.



(생협 대출 가능합니다.^ㅁ^)


희망을 찾아서는 자기계발동화류입니다. 처음부터 교훈을 주기 위해 씌어진 동화라는 거죠. 내용은 간단합니다. 세상은 어둠의 제왕인 눌이 거의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 눌에게 맞서고 있는 알보르 왕국. 눌은 왕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알보르 왕국의 왕자가 태어나자 아기를 납치하고 알보르 왕국의 수호검도 가져갑니다. 왕비는 아기를 잃은 슬픔에 시름 시름 앓다가 죽고 왕은 점점 늙어갑니다. 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안 왕은 휘하의 기사 중 한 젊은 기사를 후계자로 삼으려 합니다. 그리고 이 젊은 기사는 후계자가 되기 전, 눌에게 납치된 왕자를 찾아오겠다며 여행을 떠납니다.

동화죠.^^; 기사가 찾아 떠나는 것이 왕자가 아니라 공주였다면 로맨스까지 곁들인 이야기가 되었을 것인데 그건 아니고... 하여간 왕자를 찾으러 가는 도중 기사는 여러 차례의 시련을 받고 그것을 극복합니다. 그 와중에 던져지는 화두가 이 책의 주요 교훈입니다.

마음에 들었냐고 물으신다면 예라고 답하겠습니다. 내용도 꽤 재미있고 읽기 어렵지 않고. 하지만 내용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일러스트입니다. 표지 일러스트를 포함, 각 장의 앞에 붙어 있는 일러스트들이 굉장히 취향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이걸 퀼트나 태피스트리(-_-)로 재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을까요.
(아, 태피스트리 떠올리니 구입해야하는 책 한 권이 생각났습니다. 이런...;)

이런 류의 책을 보다가 일러스트 때문에 구입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것 참 고민되네요.
베르나르 앙리 레비, <아메리칸 버티고>, 황금부엉이, 2007

읽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 것은 책이 두껍기(476 p.)도 했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 역시 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닌, 두고두고 곰씹고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총 동원해 이리 끼워보고 저리 끼워보고 해야했기 때문이지요.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머리 아픈(좋은 의미로의 두통. 생각할 여지가 많습니다) 책이며, 누군가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단, 추천할 때는 대상을 잘 골라야 합니다. 뭐랄까, 어떤 종류의 책을 읽느냐를 두고 고른다면 주간조선파보다는 한겨레21파에게 추천하겠습니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 사람입니다.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으니 유명한 학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학계통-KDC 300에 분류되는 주제-의 학자로 보이는데 이름만 들어봤지 이 사람과 관계된 저작이나 영상물을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뭔가 이 사람에 대해 알겠다 싶더군요.
프랑스 사람이다 보니 미국에 대해서는 조금 시니컬하면서도 한 발자국 물러서 보고 있는-관조적인 분위기가 보입니다. 책에서 언급하는 토크빌도 한 번 만나 본 적이 없지만, 대강 어떤 사람인지 짐작은 갑니다. 이 책은 월간 아틀랜틱이라는 잡지사에서 레비씨에게 토크빌의 여정을 따라가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한데서 시작됩니다. 여정을 따라서 미국 전역을 여행하고 돌고 인터뷰하고 보고 사진을 찍고, 그리고 그 중간중간 글을 씁니다. 글 분위기를 봐서는 잡지에 칼럼식으로 연재되지 않았나 싶군요. 짤막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절대로.. 말이지요.

이 책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프랑스 지식인이 바라본 현대 미국 사회의 문화, 사회, 정치, 그리고 기타 등등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닮은 책을 꼽으라 하면 단연 <멸망하는 국가>(다치바나 다카시)지요. <멸망하는~>이 일본인이 말하는 일본 정치의 문제(안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본 이야기)라면 이쪽은 외부인이 본 이 나라의 문제점쯤 되겠습니다. 그 시선이 제가 가진 시선과도 닮아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이지 못한 나라 랭킹 상위권에 드는 미국을 이런 저런 시점에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죽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의 내용이나 두께에 비해 부담이 덜했다는 것도 좋고 말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쓰고 싶지만 제가 정리해서 담기엔 무리인 내용인데다, 한 번만 읽고 말하기엔 벅찹니다. 적어도 두 세 번은 읽어보고 정리를 한 다음 곰곰이 생각해서 다뤄야 할 내용이지요. ..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은 두 번재 손 댈 시기가 아니겠지요. 다른 책으로 머리를 좀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 다시 읽으면 뭔가 다른 느낌이 와 닿을 겁니다.

다른 이야기보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러슈모어 이야기. 이부분은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보통 여행기와는 다릅니다. 앞서 소개했던 아메리칸 자전거 여행보다 더 깊습니다.(하기야 여행의 계기가 달랐으니) 그러니 한 번 읽어보세요.

마쟈님이 가르쳐 주신 교보에서 책 구입하기 스킬 덕분에 최근 일주일간 책 세 권을 연속 지르는 신공을 보였습니다. 아직 한 권 남아 있지만 이건 월급날 이후에. 연속으로 지르다 보니 월급날도 되기 전에 카드값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체크카드가 아닌 카드는 사용 즉시 그 금액을 해당 통장에 입금합니다. 수동 체크카드라고 불러야할까요.)

오늘도 기상시간이 이릅니다. 6시 반에 일어나 샤워하고는 마비노기 돌리고 있는데 TV에서는 발효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산초가루 뿌리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순간 아차! 어제 만든 토마토 소스에다가 허브 드 프로방살을 뿌리겠다고 하고는 까맣게 잊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고상한 음식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작년에 코스트코에서 구입해서 쟁여두었던 토마토 통조림이 두 통 남았길래 양파 두 개 썰어 볶다가 거기에 지난 일본 여행 때 구입해온 인스턴트 토마토 수프 가루 두 봉을 투하하고-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먹고 버릴겁니다-그리고 토마토 두 통을 따서 부었습니다. 지난 주에 이것 만들 생각을 하면서 이번에는 꼭 허브 드 프로방살을 넣어봐야지 해놓고는 잊은거죠.
로베르 아저씨의 책에 종종 등장하는 이 믹스 허브를, 역시 지난 일본여행 때 신주쿠 이세탄 지하에서 발견해 덥석 질렀습니다.(캔이 예뻐서 질렀다고는 말 못함)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쓰나요. 이번에 토마토 다 먹었으니 다음에도 한 박스를..?

어제 필통 비스무리한 것도 만들어 두었으니 이번주의 만들기는 끝. 이제 한자 공부하러 갑니다.ㅠ_ㅠ



린 콕스,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열 일곱살의 바다>, 북폴리오, 2006


누군가가 이 책을 정말 읽어보고 싶다고 추천해서 잡게 되었습니다. 추천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책이지요. 제목부터가 피하고 싶은 분위기를 팍팍 느끼고 있거든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수영선수이자 나중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저자가 열 일곱살에 겪었던 작지만 큰 사건을 다룬 책입니다. 사건이 일어나서 종료되기까지는 아마 3시간 남짓. 하지만 그 3시간은 저자의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니까...
평소와 다름없이 바다에서 아침 수영연습을 하고 있던 저자는 수영 도중 조금 이상한 일을 당합니다. 바다에서라면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생각하고 수영 연습을 마치려던 중, 연습할 때면 항상 만나는 친한 할아버지에게 제지를 받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새끼 고래 한 마리가 같이 헤엄을 치고 있었던 것이지요. 졸졸 따라오고 있었던 겁니다. 만약 수영 연습을 마치고 뭍에 오른다면 얕은 해변가에서 죽을 것이 분명하니 계속 바다에 있기로 결심하고 그 새끼 고래의 어미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할아버지는 무전기를 통해 근처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에게 어미 수염고래를 찾아달라 부탁하고 소녀는 그 동안 새끼 고래와 함께 어미를 찾아 주변 바다를 헤맵니다.

물론 찾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미 고래를 찾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있었던 고래와 소녀와의 교감입니다. 그리고 그 교감에 대한 설명, 바다에 대한 묘사가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마음이 부우우우웅~ 떠 있는 상태라면 지금 당장 수영복을 집어들고 바다 속에 뛰어들어 고래를 찾아 헤맬 것 같은 정도?(웃음) 과장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글 맛도 꽤 좋고 짧은 이야기이면서 부드럽게 다가오는 느낌이 좋습니다. 수영이나 바다, 해양 생물을 좋아하는 학생에게 추천하면 괜찮겠군요.

예전에 읽었던 책 중 비슷한 느낌의 책이 두 권 있습니다.

사이 몽고메리, <아마존의 신비, 분홍 돌고래를 만나다>, 돌베개, 2003
바비 샌더즈, <돌고래에게 배운다>, 넥서스BOOKS, 2004

양쪽다 돌고래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분홍 돌고래 쪽이 좀더 아마존 생태기에 가깝다고 하면 돌고래에게 배운다는 돌고래들이 가르쳐준 삶의 지혜-자기계발 계통-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돌고래에게 배운다도 돌고래와 함께 하는 수영 투어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 이 세 권이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 기사를 보니 포경금지 때문에 동해에 고래가 많이 늘었다고 하는군요. 뭐, 고래가 늘은건지 아니면 동해를 다니는 배가 늘은건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고래가 늘었다고 해서 다시 포경재개를 하자고 하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요.
갈팡질팡하고 있긴 한데 제 심정을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고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고래고기를 먹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포경 재개를 하자고 하면 이건 아니다 싶고.

지난번에 읽었던 알래스카~에서 북극의 얼음 사이에 갇힌 고래를 구출하는 것을 보고 에스키모인들이 하는 말이 살며시 떠오릅니다. 이런 저런 생각만 많고 딱히 정리되지는 않는군요.
리처드 폴 에반스, <나의 백만장자 아저씨>, 작가정신, 2006

전체 요약 메모. 이거 적어두는게 혹시 저작권법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요약분이 아니라 전체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끄적입니다.
< 백만장자 아저씨가 주는 교훈 >

1.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라

2. 돈을 충직한 하인으로 만들어라
→ 현재 가진 돈은? 수입은? 지출 내역은?

3.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워라
→ 나만의 보물상자

4. 백만장자들은 백만달러짜리 정신자세가 있다.
: 지출할 때마다 신중히 생각한다.
: 소비가 주는 찰나의 기분에 연연하지 않는다.
: 소비와 행복을 동일시하지 않는다.
: 자신의 부를 흔들림 없이 지킨다.
  *  꼭 써야 할까? 여기에 쓰면 재산이 늘어날까, 줄어들까?
     : 충동구매 or 계획구매? → 반드시 꼭 사야할 것은 없다
  *  지금 꼭 원하는가?
  *  정말로 행복해질까?
  *  진정 지켜야할 것은 무엇인가?

5. 인생의 모범이 되어라.

책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조지 S. 클래이슨의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와 닮아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재산관리 책 중에서는 바빌론 부자가 제일 낫고, 백만장자가 그 다음이군요. 최근에 나온 재산관리 책 중에서는 가장 낫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신 자세와 관련된 것이고 실제 재테크와는 조금 거리가 있을 겁니다. 기본은 기본대로, 그리고 그 다음의 전략 전술은 따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변주해야겠지요.
다른 것보다 4번과 5번이 가장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돈을 벌면서도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것. 으으음. 우리나라 부자들 중에 이 다섯 가지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그러고 보니 이번호 쿠켄에 실린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명문종가를 찾아서)가 생각납니다. 이 이야기도 은근히 재미있었으니 한 번 찾아서 읽어보세요.


토드 홉킨스, 레이 힐버트, <청소부 밥>, 위즈덤하우스, 2006

청소부 밥은 마침 사람과 책(교보문고에서 제공하는 책관련 무가지)에 공저자들과의 만남이 실려서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덥석 집은 책입니다. 최근에 이런 류의 책을 하도 많이 읽었더니 슬슬 물린다고 할까요?
먼저 이 책에서 말하는 여섯 가지 지침은 이렇습니다.
<앨리스의 여섯 가지 지침>

1.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2.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3.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4. 배운것을 전달하라
5.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6. 삶의 지혜를 후대에게 물려주라

이야기의 시작은 간단합니다. 로저는 큰 회사의 사장이지만 최근 여러모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큰 거래처와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고, 업무량은 나날이 늘어만 가며, 그 때문에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합니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가족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주 평범한(...) 가장인겁니다.
그러던 그가 회사 청소부인 밥을 만나고 그에게서 한 주에 하나씩 여섯 가지 지침을 받습니다. 이 지침은 밥 자신의 것이 아니라 몇 년 전에 죽은 그의 아내 앨리스가 하나하나 일깨워준 것이지요.

이 중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1, 3, 5입니다. 나머지 세 가지는 지금의 제게는 해당사항이 없으니까요. 2번의 가족은 자신의 부양가족-결혼한 남자가 부양하는 아내와 자식-에 대한 것이고 4번이나 6번은 아직 제가 그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전달하기에 많이 부족하니까요.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종종 업무 중에 딴 짓을 하다가 본 업무로 돌아오면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든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렸다든지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집까지 일을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퇴근하면 그 뒤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푹 쉬는 것이지요. 집까지 업무를 끌어들이면 집은 휴식처가 아니라 업무처, 일터가 되고 맙니다. 이건 피해야 하는 것이니...

저는 개신교도, 카톨릭도 아닙니다. 종교란에는 불교라고 쓰지만 최근에는 종종 무교라고도 씁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는 것이 제게 해당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됩니다.; 기도라는게 꼭 하나님이나 하느님에게 하는 것은 아니고 나 자신이나 그 누군가에게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중요한 것은 투덜대면서 자기 속을 갉아 먹는 것보다는 기도하면서 상황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입니다. 명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겠지요.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거나 마구 써버리지 말고 새로운 것에 투자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이야기겠지요. 소비와 투자는 똑같이 쓰는 것이지만 결과물이 다릅니다. 이건 앞서 나온 백만장자 아저씨와도 관련 있군요.



오늘도 주저리 주저리. 다음에 읽을 책은 아메리칸 버티고가 될듯합니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이레, 2004

이 책은 첫비행님이 추천해주신 책입니다. 제목에 끌려서 도서관에 신청은 해놓았는데 한 번 펼쳐 보고는 그대로 덮어서 서가에 꽂아 두었습니다. 여행이라는 말에 덥석 집었다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상념기(혹은 깊은 탐색 기록)라서 어렵다는 생각에 내려두었던 것이지요.
초반은 그렇습니다. 이야기의 서술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뭔가 지루하고 답답하지만 읽어 가면 갈수록 은근히 맛이 느껴집니다. 작가가 어딘가를 여행하면서 그 여행에서 떠올린, 혹은 그 여행지와 관련 있는 누군가(대개는 유명인사)와 연결지어 그 사람의 이야기와 여행기록을 병행합니다. 사실 여행기록은 거의 없고, 여행지에서 떠올린 누군가에 대한 기록이 더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맛이 더 쏠쏠하지요. 종종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지유가오카에서 그랬습니다.
지유가오카=자유의 언덕은 원래 그 곳에 있었던 학교 이름입니다. 지유가오카가 지금은 부촌(느낌은 청담동에 가까울듯?)이지만 그 때는 허허벌판에 가깝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어떤 교육자가 그 땅에 작은 학교를 세웁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고요. 그 학교 이름이 자유의 언덕입니다. 학교 이름이 지명이 된 독특한 경우지요. 지금도 와치필드에서 몽생클레르로 올라가다보면 지유가오카 학원이 보입니다. 물론 처음의 학교와 지금의 학교는 상당히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의 학교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대안학교였으니까요.
이 대안학교가 기억에 남는 것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토토짱-구로야나기 테츠코, 창가의 토토 작가-이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바로 지유가오카 출신이거든요. 지역에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학교 출신인겁니다. 지유가오카 어딘가에 이 학교 기념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마트 앞이라고 했는데 미처 찾아보질 못했지요.

이런 식으로 여행 중에, 여행과 관련이 있는-혹은 여행중에 하는 행동과 관련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이야기를 잡아 채서 글을 쓴 것이고요.

몇 가지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적어볼까요.

p. 205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장소 : 레이크 디스트릭트, 안내자 : 윌리엄 워즈워스

(중략) 앰블사이드에서는 사람들이 신문을 사고 스콘(핫케이크의 일종)을 먹었다. (중략)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호수지방으로, 워즈워스가 신나게 노래한 멋진 지방이자 베아트릭스 포터가 농장을 사서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한-내셔널 트러스트 재단의 시작이 된 곳입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워즈워스를 떠올리면 문학자, 베아트릭스 포터를 떠올리면 일반인(?), 내셔널 트러스트를 떠올리면 사회운동가라고 하면 지나친 편견일까요.

..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저기저, 스콘에 대한 설명이 너무도 감명 깊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머릿 속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순간 암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역자가 정영목씨인 것을 확인하고 좌절했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T-T 팬케이크와 스콘은 재료가 비록 같을지언정 배합 비율과 만드는 법은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도대체 왜! 그냥 홍차에 곁들여 먹는 과자라고만 해도 되었을 것을요!
스콘을 두고 영국 웰빙빵이라고 한 모 백화점의 웃지 못할 선전 이후 최대 타격이었습니다.

p.305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장소 : 많음;;; 안내자 : 존 러스킨
(중략)
그러나 사진이 그것을 찍는 사람들 다수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의 열의는 사그라졌다. 사람들은 적극적이며 의식적으로 보기 위한 보조 장치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을 대체하는 물건으로 사용하였으며, 그 결과 전보다 세상에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었다. 사진이 자동적으로 세상의 소유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략)

존 러스킨. 사회운동가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을 떠올리면 토토로의 숲, 베아트릭스 포터,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이렇게 데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에게 예술 수업을 할 것,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칠 것이라는 점에서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곧 변질되겠지요. 잘 관찰하기 위해 데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가르칠 것이니까요.
주객 전도.
한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

이 편을 읽고 나니 미니 스케치북과 연필과 색연필이 땡깁니다. 이렇게 관심 분야를 계속 늘려가면 아니되는데, 왜 하고 싶은 것은 늘어만 갈까요.;
그래도 스케치, 데생이 중요하다는 것은 정말 공감이 갑니다. 사진의 폐해에 대해 지적한 것도 십분 이해하고요. 저 역시 사진의 폐해에 물들어 있으니 말입니다. 먹을 것이 나오면 일단 사진기부터 들이대고, 그것이 어땠는지 기억하려면 사진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이걸 데생으로 남긴다면 훨씬 더 잘,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인데요. 기억은 사진에게 밀어두고 저는 그저 셔터 누르기에 바쁜 것이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도 사진은 멈출 수 없습니다; )


맨 마지막 편인 귀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도 방여행을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고요. 하지만 같은 방여행이라는 단어를 써도 제가 가는 여행은 다릅니다. 여행 서적을 가져다 놓고, 예전에 여행갔던 기록을 펼쳐 놓고 다시 한 번 그곳을 탐험하는 겁니다. 기억을 더듬어 어느 골목길에 들어가면 어디로 통하는지, 어떤 가게가 나오는지 생각하면서 상상으로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차근차근 노트에 적어보렵니다.
... 스트레스로 인한 여행부족증의 처방전이랍니다.T-T



일단 이 책은 장바구니에 담아두었습니다. 언젠가 사게 될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이름없는 독>을 참고 읽기를 잘했습니다. 음,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까요. 청소부 밥, 7 Seven, 아메리칸 버티고, 25세 인간의 힘만으로 지구를 여행하다,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열일곱살의 바다 중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고민이군요~.
제인 오스틴, <이성과 감성>, 민음사, 2006

오만과 편견을 꽤 괜찮게 읽었기 때문에 이성과 감성도 꽤 기대를 했습니다. 이 말이 먼저 나온다는 것은 기대만 못했다는 것이죠. 책 읽은데 걸린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하하..

90년대 중반 쯤 센스 앤 센서빌리티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고 기억하는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왔습니다. 역지는 윤지관씨. 앞서 나온 오만과 편견의 공역자입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어떤 미망인에게는 세 딸이 있습니다. 이 딸 중 위의 둘-열 아홉, 열 일곱-의 연애담과 결혼사가 이성과 감성의 내용이지요. 큰 딸은 맏이 답게- 제 주변의 맏이는 대부분 성격이 그렇습니다-이성적이고 전체를 생각하는 반면, 작은 딸은 좀더 감성적이고 자신의 감정에 몰두해 있는 타입입니다. 보통 첫째와 둘째의 성격이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데 그 차이는 연애 차이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재미없을테니 패스. 하지만 제인 오스틴 답게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대체적으로 제인 오스틴이 편드는 것은 언니 쪽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침착하고 자기 절제가 강하고 자신의 슬픔을 어떻게든 이성적으로 조정해보려는 노력이 대단한 그 언니분.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그런 감정 컨트롤 능력을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뭐, 지나치게 감정 조절을 하는 덕에 주변 사람이 속내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어느 능력이건 장단점이 있지 않습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기 미안한 책, 대신 제인 오스틴의 팬이라면 한 번 읽어봐도 나쁘지 않은 책입니다.


노승국, 요시이 마유코, <도쿄의 보물창고>, 바이널, 2007

UGUF의 파리의 보물창고, 캐나다의 보물창고에 이은 세 번째 책입니다. UGUF의 도쿄 이야기-여행기가 아니라-_--인 30일간의 도쿄 여행은 바이널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한길아트에서 나왔습니다.

부제는 GUGI와 MAYU가 찾아낸 도쿄 뒷골목 탐험, 잡제는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가 찾아낸 살아 숨쉬는 골목 속 도쿄, 도쿄사람들. 두 사람의 공저인 셈입니다. 우연히 비행기 옆좌석에 앉아서 알게 된 두 사람이 도쿄 안에서 서로 교류를 가지며 만든 책인거지요.

느낌은 바이널의 다른 여행기와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특히 파리의 보물창고와 말이지요. 다른 곳에 소개된 곳도 많지만 가능하면 새로운 곳, 알려지지 않은 곳을 소개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중간의 리포트로 등장한 "일본여자들의 방"은 약하군요. 간단하게 집어 넣을 것이라면 좀더 세세하게 다뤘으면 좋았을 것을요.


다른 도쿄 여행 책도 많이 보셨을테고, 도쿄 여행 책도 많이 보셨을테니 이 책을 보고 싶은 분께는 딱 한 가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소개된 곳 중에 지유가오카 와치필드와 하라주쿠 텐시노스미카가 있습니다.(웃음) 이쯤이면 설명으로는 충분하지요?

구입 추천도는 반반. 사기는 조~금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보기만 하기도 조~금 아까운 책입니다. 책을 손에 들면 구입할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타입의 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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