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디버, <본컬렉터 1-2>, 노블하우스, 2005
<곤충소년 1-2>, 노블하우스, 2006
<돌원숭이 1-2>, 노블하우스, 2006


원래는 본컬렉터 다음이 <코핀댄서>인데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건너 뛰었습니다. 현재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위의 세 권과 <코핀댄서>, <사라진 마술사>, <12번째 카드>의 총 6권이 나와 있습니다.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에 비하면 적습니다. ... 그러고 보니 스카페타도 신간이 안나오네요. 뒷 권이 더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본콜렉터는 원작보다 영화를 먼저 보았습니다. 왜 봤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마 덴젤 워싱턴에 낚여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포물은 잘 보지도 못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엽기 스릴러(...)를 찾아봤는지 알 수 없군요. 하지만 그 영화 덕분에 원작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원작을 보고서야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원작이 더 낫군요. 아무리 안젤리나 졸리가 있고 덴젤 워싱턴이 있다지만 구성의 탄탄함은 원작이 낫다고 봅니다. 그래서 다 읽을 수 있었고요.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링컨 라임이 흑인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아실겁니다. 거기에 아멜리아는 붉은머리 아가씨. 하지만 몸매 좋고 얼굴도 예쁘고 터프한 아가씨니 안젤리나 졸리와 잘 어울립니다. 링컨 라임도 덴젤 워싱턴을 떠올리며 읽게 되더군요. 덕분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읽었지요.

곤충소년과 돌원숭이는 읽다가 도저히 못 참겠기에 맨 뒤로 넘어가 뒷부분만 보고, 결국 중간 부분은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긴장감을 참지 못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구성 자체가 본컬렉터랑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시간만에 두 권을 읽어내리는 속도로 막 달리다보면 세부 묘사는 다 지나치게 되고 결국 기둥만 남게되지요. 그 기둥이 닮았으니 아무래도 볼 생각이 더 안나는겁니다. 스카페타 시리즈에서도 꽤 경험했지만..

그래도 CSI류를 재미있게 보신다는 분은 찾아보세요. 쉽게 쉽게 넘어가고 심심풀이 땅콩으로는 제격입니다. 물론 읽다보면 "내가 왜 미친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을 계속 읽어야하지?"란 의문이 들겠지만 그런 건 사뿐히 넘어갑시다.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 그라운드>, 열림원, 1998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잘 안 읽지만 수필쪽은 꾸준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제목만 얼핏 기억하고 있는 책이 보이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수필은 거의 다 챙겨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두꺼운 책을 놓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봤지요. G는 예전에 이 책 앞 부분 몇 장만 보다가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들고 있노라면 팔목이 아파오는 정도의 무게라 그럴만도 합니다. 총 632쪽. 거기에 A5사이즈에 글씨가 빽빽합니다. 하지만 읽으면 손 떼기가 쉽지 않은 재미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다는 단어를 쓰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1995년에 일어난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95년 3월 20일, 신경계 독가스인 사린 가스가 도쿄 도에이 지하철(지금은 도쿄메트로) 다섯 편의 차량에서 살포되었습니다. 단어 선택에 좀 신경이 쓰이는데 사린은 액체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습니다. 각 실행책(2인 1조로 한 명은 실행, 한 명은 실행자를 다시 운전해서 태워옵니다)이 지하철에 탑승, 신문지 등으로 비닐봉지를 가린 상태에서 우산 끝으로 봉지를 찔러 구멍을 내고는 지하철을 내립니다. 일반 유류품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봉지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작은 실수가 겹쳐지면서 사건은 크게 확대 됩니다. 저도 95년 당시에 사린 살포에 대해서는 기사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12명 사망에 5510명이나 중경상을 입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 독이 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내적으로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억력 감퇴, 시력 저하, 성격의 급변 등.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책은 저자가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를 말하며 시작됩니다. 사건의 주동자인 옴진리교의 교주가 아니라, 피해자인 일반 시민들의 생활을 담고 싶다고 시작한 거죠. 보통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쓰면 가해자의 신상명부터 밝히지 않습니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다른 르포르타쥬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 책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사린 살포라는 사건을 만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접 대화를 하고 그것을 녹음해 글로 표현한 다음, 취재에 응한 사람들에게 다시 원고를 보내 첨삭을 받고 다시 수정하고 첨삭과 허락을 받는 식으로 이루어져서 살아 있는 한 권의 사건 기록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쓰면 길어지니 직접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고요.
(아, 현재 절판상태입니다. 도서관에서 구해보셔야....;)

12명의 사망자 중에 절반 이상이 승무원입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사린이 담긴 봉지를 치우고 관리했기 때문에 그렇고요. 독가스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도망치는 사람들 없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플랫폼을 돌아다니다보니 가장 많은 희생을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몇몇 실수들에 대한 지적-원래 회차시에는 유류품을 모두 치워야 함에도 치우지 않았던 차량, 액체가 흥건함에도 대걸레로 제대로 닦지 않아서 피해가 커진 경우도 있었고, 대처가 빠르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도쿄 지하철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많지 않습니다. 많다면 역시 구급차와 경찰의 대응 부족쯤일까요.

그나마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도 사린 사건이 있었답니다. 재판정(옴진리교 관련재판)에서 사린이 살포되는 바람에 7명이 사망했는데, 그 당시 환자를 받았던 병원에서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를 받은 도쿄내 각 병원에 팩스를 보내 대처 방법을 지시했답니다. 이런 것이 없었다면 어떤 독가스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왕좌왕 하다 사망자가 더 늘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외에 책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그 당시 대처에 대해서도 다음에서 검색하다가 몇 가지 몰랐던 것도 보았고요.

갑자기 휴거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 때는 또 언제였더라..? (1992년;)


뭐, 한국에서라고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한국도 은근 사이비 종교가 많아요.



*참으로 멋진 도서관이었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뱀파이어 헌터 D>, 위로 돌리면 <마술사 오펜>, 그 옆으로 돌리면 <창룡전>, <은영전>, <아루스란 전기> ...(흠흠흠)


요시다 타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 작은 나라 쿠바의 커다란 도전, '늘 푸른 혁명'>, 들녘, 2004

부제가 길어서 그렇지 실제 제목은 생태도시 아바나입니다. 원제는 <NIHYAKUMAN TOSHI GA YUKIYASAI DE JIKYU DEKIRU WAKE>. <200만 도시가 유기채소로 자급 가능한 이유>. 훨씬 딱딱하군요. 하지만 원제쪽이 책의 내용을 백분 살리고 있습니다.

아바나의 생태혁명 - 도시 농업에 대해서는 이전에 KBS의 다큐멘터리로 본 적 있어 낯설지 않았습니다. 본 것이 2001년이었던가요. 맞을겁니다. 개인적으로 DVD를 사둘까 하고 있는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KBS의 DVD 복사가 3만원이 넘어서 눈물만 삼키고 고민하고 있지만요. 아바나의 생태 혁명, 영국의 정원, 코스타리카, 생태 건축 정도의 시리즈가 기억납니다.
하여간 그 때 아바나의 도시 농업을 보고는 집에도 저런 걸 해두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봉쇄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말입니다.

쿠바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오늘 대화를 나눈 분의 이야기를 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미국에 반항하는 나라, 카스트로라는 독재자가 있으며 북한과 교류하는 (나쁜) 나라, 보트피플, 가난한 나라, 무기를 외국에 팔아먹는 나라. 요약하면 북한 못지 않게 나쁜 나라. 이게 정년을 앞둔 어느 분의 생각입니다.
미국에 반항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1800년대 후반, 스페인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일으켰더니 다 되어가기 직전, 미국이 개입해 홀랑 스페인에게서 "양도" 받습니다. 그리하여 친미 정권이 들어서 있었는데 체 게바라를 위시한 좌파 정권이 친미 정권을 뒤엎고 내전(쿠데타였나..)에서 승리합니다. 그리고 친소 정책을 펴서 아~주 멀리 있지만 소련의 우산 아래 잘 크고 있었지요. 소련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그랬고요. 19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는 소련에게 기대고 있던 경제도 휘청합니다. 그 때까지는 정말 잘 살았다고 그럽니다. 사탕수수 플렌테이션으로 생산한 설탕은 소련이 비싼값으로 사주고 그외 생필품이나 원유 등의 물자를 모두 소련이 지원했으니까요. 소련 입장에서는 미국 턱 밑에 있는 공산주의(일지 사회주의일지) 국가는 비수나 마찬가지이므로 잘 갈아두었던 거죠.
그러다가 소련이 무너지면서, 설탕을 사줄 나라도 없어지고 풍부한 물자 지원도 사라진데다 다른 판로를 찾아보려던 찰나 미국이 쿠바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경제 봉쇄를 단행합니다. 그냥 단행한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고서도 만약 쿠바와 교역(교류도 포함)할 경우 무역 제재를 받을 줄 알아라라고 엄포를 놓았지요. 그리하여 1990년대 쿠바는 경제 공황상태가 되고 아사 직전까지 몰립니다. 쿠바에서 탈출하는 보트 피플도 이 당시일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런 쿠바가 어떻게 90년대의 경제 공황에서 지금의 생태 혁명 국가로 다시 태어났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도시 농업과 일반 농업, 그리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농업과 관련된 모든 업무, 많은 개발, 많은 과학자,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도,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면서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보통 생각하는 공산주의 국가의 모습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나 쿠바가서 살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달까요. 스페인어를 배워서 날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메가씨가 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걸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요. 아니,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다른 것보다 국가 차원의 농업 장려가 인상깊었습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자급을 하기 위해 도시 여기저기에 밭을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화학비료도, 농약도, 재료가 없어서 자급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유기농으로 가게 되었다라는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됩니다. 음. 너무 판에 박힌 말이었군요. 반성하겠습니다. 흠흠

그나저나 얼마나 미운털이 박혔으면 의약품에 대한 수입조차도 막혔을까요. 덕분에 의약품 대신 대체의학을 도입하고 있답니다. 침으로 마취하고 허브로 약을 만들며 농약조차도 허브라든지 천적관계를 이용해 해결합니다. 실제 책 속에서도 어느 채소를 심을 때는 이쪽엔 오레가노, 저기엔 로즈마리를 심으면 해충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이런 연구를 장려하고 개발하고 있으니까요. 하기야 라틴아메리카 전체 과학자의 10%가 쿠바 사람이랍니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원유 수입도 어려워지니 그 다음은 풍력과 수력, 태양력 에너지를 씁니다. 원자력은 미국의 봉쇄로 개발이 중단되었다는군요. 자연 에너지 개발로 눈을 돌리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태양 전지판도 수입이 안되니까 자체개발. 이쯤 되면 한국은 뭐하고 있나?란 생각이 듭니다. 정부에서 정책 지원을 해주니까 이런 것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교육과 의료입니다. 의사 1인당 인구 비율이 일본보다도 높습니다.(저자가 일본인이라 기준은 일본) 거기에 교육과 의료는 정부에서 아예 처음부터 공짜랍니다. 대학교도 공짜. 공부하는 것은 진짜 돈이 안듭니다. 이쯤 되면 한국을 뭐라 할게 아니라 스페인어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2-3년 공부하면 가서 살 수 있겠지요? 농담이 아니라 60% 정도는 진담으로, 정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입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면 저런 생각들과 동시에, 진짜 아바나가 지상 천국인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쿠바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삶의 질이 높은 국가나 행복한 국가가 아니니까요. 독재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고 그 독재자의 딸마저도 미국으로 망명해서 아버지를 비난하고, 재작년인가 있던 보트 피플 소년*의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 이미지를 많이 바꾸었다 한들 이 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책이 다른 이름 없는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그 의심은 한층 더 했을 겁니다.

사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의,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KBS의 다큐멘터리 구입을 다시 고민하러 갑니다.(..)



* 보트 피플 소년에 대한 기사는 검색하면 꽤 나올겁니다. 2년 전쯤 외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야기입니다.
쿠바의 한 소년이 어머니를 따라 보트 피플이 되었다가 미국 해경에 의해 구조됩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사망하고 소년 혼자 남게 되었지요. 쿠바에서는 이 소년의 아버지가 소년을 찾고 있다면서 아이를 보내 줄 것을 요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소년의 외가 친척들이 미국에 있으니 이들에게 보호를 받게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친권자인 아버지의 승리로 소년은 쿠바로 돌아갑니다. 돌아간 소년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TV에 등장했다고 기억합니다.
 

막심 샤탕, <악의 영혼 1-2>, 노블마인, 2007


어쩐지............... 느낌이 닮았다 싶었더니 같은 출판사였군요. 흥흥흥.
(모 도서관에서는 책 출판사를 웅진으로 넣어놔서 말입니다. 임프린트라고 해도 그냥 따로 넣어도 되지 않나요.)





신간 검색을 하다가 악의 심연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연쇄살인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호기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나 찾아보았지요. 그랬더니 심연은 없고 전작인 영혼이 있었습니다.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중 심연이 두 번째, 영혼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부터 읽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이쪽을 먼저 잡았지요.

오늘 1권의 80% 가량을 읽고는 불같이 화를 냈고, 2권 엔딩 부분을 찾아 읽고는 급기야 손을 털었습니다. 전체의 절반을 읽은 셈인데 나머지 반은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더 읽다가는 제 정신이 피폐해지겠군요.
연쇄살인이니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텐데 부검 과정이나 부검실, 참혹한 시체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저처럼 감정이입도가 높으면 피곤해지지요. 더 읽었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끝을 확인한 것인데 끝이 또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아아. 별 생각 없이 죽 내리 읽었다가는 며칠간 끙끙 앓을 뻔했습니다. 차라리 다행이군요.

앞서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책은 스카페타 시리즈입니다. 같은 노블마인에서 나왔지요. 링컨 라임 시리즈-이것은 영화 본 콜렉터만 보았지만 일단 분위기상-와 스카페타 시리즈를 섞어 믹서에 잘 갈아 사실과 부검과 미친짓을 섞으면 이 책이 나올 겁니다. 사이코패스니 뭐니 복잡한 이야기는 넘어가죠. 오늘 G와도 대화하며 나왔지만 사이코패스는 별 것 아닙니다. 그저 똑똑한, 머리 좋은 미친X인겁니다. 복잡하게 영어로 돌려 말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 인간이 반동인물인 셈이니 소설 내내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읽는 사람도 피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CSI가 강하다고 했지만 이건 새발의 피..ㅠ_ㅠ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 그대로 지면에 옮기면 저처럼 휘둘리는 사람들은 타격을 받는다니까요.






그런 고로 스카페타, CSI, 크리미널~, 링컨 라임 모두 즐겁고 재미있게 읽고 본다는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하지만 제대로(지대로) 미친 살인범이 등장하니 그 점은 참고하세요.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민음사, 2001
제프리 머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시공사, 2008


암리타는 도서관 서가에서 발굴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서가를 둘러보다가 출간당시에 한 번 읽고는 기억 저편으로 밀어둔 암리타가 보이길래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져서 집어 들었습니다. 시간~은 표지와 제목과 소개에 낚여서 구입한 책이고요. 낚였다라는 표현에 잘 드러나있지만 구입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암리타는 대체적인 구조만 기억하고 있고 나머지는 다 잊고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것은 남녀 주인공의 관계 정도. 그것도 간단히만 기억하고 있었고 세부적인 것은 모두 잊었나봅니다. 새 책을 읽는 기분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기야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은 한 번 읽으면 그걸로 족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엊그제 키친을 탐독하면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이 읽고 싶어져서 골랐는데 일단 시간 때우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작가 책 중에서는 가장 두꺼운 책이라 남는 시간 동안 모두 다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지하철 안에서 보낸 시간이 길기도 했고 대기 시간이 길기도 했고..)

며칠 전 일본 소설 중에서 가장 취향이라는 키친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읽은 것은 굉장히 오랜만의 일입니다. 대강 훑듯이 줄거리만 따라간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이번에 다시 읽고서는 내용이 낯설게 느껴져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아마도 번역체가 문제였을까요. 문단 문단이 끊어지는 느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은데다 비문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집에 원서 사다 놓기를 잘했다고,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원서 두께를 보면 민음사판은 옥수수 강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허허;) 요즘은 요시모토 바나나 책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달려가 찾아보지 않게 되는 이유가 그래서인가봅니다. 현실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이야기에 자주 볼 수 없는 관계 설정, 그리고 담담함. 하기야 일본 소설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그렇기도 하죠. 에쿠니 가오리보다는 조금 취향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암리타는 날려가며 읽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작가 답게 쉽게 볼 수 없는 관계 설정, 작품 설정이란 것은 변함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 그것으로 끝. 예전에는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정확하게 제 느낌을 표현하자면, "그래서?"정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바라보는 겁니다. 흠흠;
결국 암리타에 대한 한 줄 요약은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심심풀이 땅콩".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평이 상당히 박합니다.
제목에 낚이고, 표지에 낚이고, 출판사에 낚였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다가, 중간 부분 왕창 건너뛰고 맨 뒤로 넘어가 조금 더 읽고 끝냈습니다. 더 이상 읽을 필요도 없군요.
일반적인 장기여행객의 서점 숙박기라든지 서점 돕기 정도로 생각하고 집어든 책이었는데 완전 배신당했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내용이라니. 그러니까 캐나다의 어느 기자가 책 하나 썼다가 관련된 사람의 협박을 듣고는 지레 겁먹고 파리에 날랐는데 하도 방종한 생활을 해서 돈이 없어서 어쩔까 싶다가 우연한 기회에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고서점에서 숙소를 제공받아 거기서 지내게 된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중간은 서점내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의 부대낌, 생활을 그렸지요. 제가 생각했던 낭만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허허. 어떤 분위기인지는 말로 표현이 안되니 직접 읽어보세요. 조금만 읽어보시면 아실겁니다.

실은 이 서점에 대해 조금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파리의 스노우캣에서 소개가 되기도 했고 고서점이라는 말에 낭만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어이쿠..;
그런 고로, 이 책 가져가서 보실 분은 손들어주세요. 그냥 드리겠습니다.-_-a
       


베른트 하인리히, <동물들의 겨울나기>, 에코리브르, 2003
무라카미 하루키, <우천염천>, 명상, 2003


적고보니 둘다 2003년도 책이군요.

우천염천은 예전에 읽었지만 도서관 서가에서 보이길래 집어들었고, 동물들의 겨울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의 도입부분은 좀 지루합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보다가 좀 졸았거든요. 하지만 그 초반부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동물들이 겨울세계(winter world: 원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처음이 재미없다고 덮기에는 아까운 책이예요.
라고까지 적고, 이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을 봤는데?라고 생각하며 뒤지니 이거 참...; <숲에 사는 즐거움>(리뷰 링크)이 비슷한 내용입니다. 동면을 비롯한 동물들의 겨울 생활만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이 책이고, 숲에 사는 즐거움은 곤충을 포함해 다양한 숲 생물의 생태학을 재미있게 풀어쓴 것이고요.

같은 작가입니다.lllOTL

리뷰를 뒤져보니 확실하게 나오네요. 어쩐지 읽는 내내 익숙하더라니...;
<숲에 사는 즐거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동물들의 겨울나기>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동면에 들어가는 동물들의 자세가 굉장히 신기합니다. 영하 몇 십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동면에 들어가려면 가지고 있는 에너지 비축분(지방)을 효율적으로 써야하는데, 체온을 올려두면 에너지 소모가 많고, 체온을 내려두면 얼어죽을 가능성이 높고. 그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아직 냉동인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연구의 여지가 아주 넓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세상에 너무도 많아요.


우천염천은 하루키다운 기행기입니다. 최근 <먼 북소리>를 다시 읽었고 우천염천은 먼 북소리 도중의 그리스-터키 여행기이기 때문에 연결해가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에게-영원회귀의 바다>와 연결해서 봐도 재미있겠군요. 사진은 전혀 없고 글만 있는 여행기이지만 제가 갈 수 없는 곳-아토스 반도는 여성 출입 금지랍니다-에 대한 갈망을 한층 키웠습니다. 아, 하지만 저렇게 지낼 자신은 없어요. 저는 잠자리가 편해야 여행이 편하기 때문에 배낭여행은 못갑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편하게 다니는 것이 좋아요.


다 읽고 나면 터키식 커피나 터키의 차이를 한 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월광게임>, 시공사, 2007
미야베 미유키, <쓸쓸한 사냥꾼>, 북스피어, 2008

최근 갑자기 책 지름신이 내려오셔서 책 여러 권을 주문했을 때 함께 들어온 책입니다. G가 회사 문화비로 구입할 책을 추천해 달라 했을 때 북 리뷰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부탁한 것이 월광게임-하지만 정작 문화비로는 다른 책을 구입하고 이것은 개인적으로 샀습니다-, 책 구경하러 갔다가 미야베 미유키 신간이 나왔고 배경이 서점이라는 말에 홀딱 넘어가 구입한 것이 쓸쓸한 사냥꾼입니다.



월광게임은 Y의 비극 '88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필명)가 이 소설을 맨 처음 쓴 것은 78년으로 그 때는 Y의 비극 '78이라 했다가 다른 버전을 몇 번 거쳐 개작해 나온 것이 이것입니다.
구성은 셜록 홈즈와 엘러리 퀸의 혼합이랄까요. 주인공 이름이 아리스가와 아리스이며, 1인칭 주인공 + 관찰자 시점쯤 됩니다. 탐정은 따로 있고 아리스는 왓슨의 역할에 가까우니까요. 학생 아리스 시리즈도 꽤 여러 권이 나와 있다 하니 앞으로 계속 더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리즈가 지날수록 아리스도 성숙해진다 하니까요. 이번 권에서는 아직 어린 좌충우돌 대학 1학년 학생입니다.
구성이 엘러리 퀸과 닮았다고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도전입니다. 그 때까지의 힌트를 주고는 이 안에서 범인을 찾으라는 엘러리 퀸의 도전. 이 책에서도 작가가 주는 힌트(?)만 잘 따라가면 풀 수 있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작가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저야 그런 도전은 무시하고, 맨 뒤를 먼저 확인해 범인이 누군지 볼까 말까 계속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하하; 제가 추리소설을 볼 때 좀 인내심이 약해서..

쓸쓸한 사냥꾼은 단편집입니다. 그것도 90년대 초기의 작품들을 모았군요. G가 저보다 먼저 이 책을 보았는데 제게 주면서 모방범의 원형 소설이 있다 언급했습니다. 과연. 보고 나니 그렇군요. 모방범이 아니라 하더라도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에서 몇 번 보았던 구성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마술은 속삭인다의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 지갑은 알고 있다가 생각나기도 하고 모방범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익숙한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만담(?) 콤비가 할아버지와 손자라 재미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배경이 헌책방입니다. 그게 제일 좋아요.(웃음)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한 줄 감상으로 끝내겠습니다.

역시 그 감독답게 색채가 화려합니다! 무엇보다 언니들 파워. 그리고 공주님, 최강이십니다.ㅠ_ㅠb
1. 아카데미 상 시상식에 눈에 익은(좋아하는) 배우가 지나간다 싶어 지금 검색을 해보니 틸다 언냐가 레이더에 잡힙니다.;ㅁ; 언니님, 만만세! 하지만 마이클 클레이튼은 볼 생각이 없어요.
엘리자베스 팀이 의상상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는데, 눈 요기는 정말 실컷 했거든요. 케이트 언니도 좋지만 상 못 받았다고 아쉬워 할 것도 없고.; DVD는 현재 예약중입니다. 저는 <귀를 기울이면>과 <에반게리온 극장판 序>만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은 넘어갑니다. TV 화면으로 보기엔 아쉬운 영화라서 더 그렇죠.

2. 그러고 보니 다치바나 다카시. 귀를 기울이면의 성우진에서 立花陸이란 이름을 보고 패닉이 되어 찾아 본 것이 몇 개월 전의 일인데 직접 확인했습니다. 최근에 구입한 책에 그 이야기가 있더군요.


다치바나 다카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청어람미디어, 2008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나의 서재론, 공부론, 독서론", 2부는 주간문춘에 연재했던 독서노트 모음입니다. 2부보다는 1부가 훨씬 더 재미있었고 지적 자극도 이쪽이 더 좋습니다. 대신 2002년부터 2005년까지의 여러 독특한 과학, 사회문제 등의 서적 이야기는 2부에서 간단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절반 정도는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며, 번역된 책은 역자가 옮긴이 주로 번역 서적의 서지정보를 간략히 적어두었습니다. 번역된 책의 상당수는 저도 한 번 이상 제목을 들어본 책입니다.
하여간 이 책 1부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치바나 다카시의 교류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그 때문에(라고 해야하나 덕분이라고 해아하나) <귀를 기울이면>에서 등장한 적이 있다고요. 허허허허허; G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어디서 등장했나 감도 못잡다가 시즈쿠 아버지라는데서 넘어갑니다. 그 목소리, 다시 떠올려 보면 은근히 차분하면서도 귀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면 분위기도 상당히 닮아 있고요. 시즈쿠의 아버지는 공공도서관 사서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 읽어야지, 저 책 읽어야지 하다가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포스트잇을 꺼내들고 적어갔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때는 옆에 메모지나 수첩, 포스트잇 등을 두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미리 적어두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적 자극도 많이 주고 공부법도 배울 수 있고 내공이란 노력하는 자에게 쌓이는 것이다라는 것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도 올 한 해 열심히 머리를 갈고 닦아 보렵니다. 뇌세포가 나이먹을 수록 점차적으로 늙어간다지만 나이 든 뒤에도 왕성한 지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갈면 되는 거예요.
(단,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줄 경우 뇌세포가 자살할 수 있으니 조심합시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책 읽는 중간 중간 이 주제에 대해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몇 있었지만 꽤 긴 기간 동안 읽으면서 홀랑 다 잊었습니다. 메모라도 해둘 것을, 뭐가 바쁘다고 넘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뭉근하게 한 번 더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이니 다시 읽으면서 두 번째 리뷰를 준비하겠습니다.



3.


이루,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영진미디어, 2007 어제 G에게 오프라인에서 구입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ME를 덥석한 이후로 주변에서 필름 카메라 관련 자료를 구해놓기는 했는데 받았을 때 한 번만 훑어 보고는 그대로 서류뭉치에 들어갑니다. 두 번 보는 일이 없어서 제대로 된 책이라도 한 권 구해야 하나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주문해서 보고는 집에도 들여놓은 겁니다. 필름 카메라 관련해서 해설도 잘 되어 있고 사진도 잘 나와 있고 보기 편하게 큼직하게 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정말로 초보를 위한 해설서라라니까요. 이 한 권만 독파하면 그 다음은 연습하면서 훈련하는 것 뿐. 그러나 그 무엇보다 독파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렸을 때도 앞 부분만 2-3번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4. 지금부터는 다시 독서모드로 들어갑니다. <월광게임>, <쓸쓸한 사냥꾼>,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색맹의 섬>. 아빠는 요리사 95권은 아침에 읽고 G에게 넘겼습니다. 드디어 성이도 대입 막바지군요. 큐슈말고 다른 지역으로 간다 했는데 사나에와 같은 학교로? 그러고 보니 이번 권에서는 사나에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권에는 나온 것 같은데..

 

가이도 다케루, <나이팅게일의 침묵>, 예담, 2008
도로시 R. 세이어즈, <시체는 누구?>, 시공사, 2008


제목과 같은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적절히 섞어 쓴 겁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시체는 누구.


갑자기 책 지름신이 오시면서 두 권을 한 번에 구입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책 배송은 편의점 택배로 받고 있는데 하도 많이 드나들다보니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가 얼굴을 기억하시는군요.;; 이제는 신분증 안 보여줘도 된다 하십니다. 아주머니를 본 것이 몇 번 안된다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두 권의 책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가이도 다케루 쪽입니다. 앞서 나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도 하얀거탑과 섞이면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소설은 그 후속편입니다. 글도 맛나고 번역도 좋고-권일영씨 번역. 미야베 미유키 작품을 꽤 많이 번역하셨지요-,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미소년이 주인공입니다.(웃음) 병원 내에서 간호사 투표 미소년 순위 1위에 당당히 등극한 성질 나쁜 미소년 말이죠. 성격도 마모루(마술은 속삭인다의 주인공)과 닮아 있어서 양쪽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역자 후기에 이 책의 후편이 곧 나올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총알 준비해두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나오면 바로 주문 넣어야지요.


시체는 누구는 번역이 좀 걸립니다. 나이팅게일만큼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서일까요. 제목도 원래는 <Whose body?>라는 재기 넘치는 것이었는데 시체는 누구?라고 의역을 하니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피터 윔지 경 첫 번째 이야기인데다 멋진 집사님도 나와주니 넘어갑니다. 알프레드 못지 않게 다재다능한 집사님이 등장하시는군요. 윔지경도 열심히 휘둘리고 있습니다. 귀족 탐정이라는 점에서는 다아시경과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윔지경은 아직은 미숙하고 재미로 추리에 뛰어드는 아마추어 탐정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파일로 반스와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영국과 미국의 차이인건지, 파일로 반스 쪽은 좀더 잔혹하고 사건 전개가 복잡합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쪽은 윔지경쪽이지요.
피터 윔지 경의 다른 시리즈는 동서 미스테리 북스(DMB)로 두 권이 나와 있습니다. 작가 이름이 도로시 세이어스로 나와 있으니 찾아보세요. 지금 교보에서는 둘다 35% 세일중입니다. DMB시리즈는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내에 미발표된 작품을 찾아 읽는다는 의미 정도이니 몇 권만 찾아 보시면 됩니다. 긴다이치의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혼징살인사건이나 반 다인의 필로(파일로) 반스 시리즈, 지금 이야기한 도로시 세이어스의 시리즈 정도. 집에 가지고 있는 것도 그게 전부입니다. 아,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시공사에서 최근 미번역 추리소설들을 조금씩 내주고 있는데 책 사양이나 가격에 대해서는 불만의 여지가 좀 있습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일본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군요.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은 잔혹한 감이 있어 취향에서 꽤 벗어나는 통에..=_=)


CLAMP, <CLAMP IN 3-D LAND 3시리즈 + 츠바사 20 SET>, 학산문화사, 2008


지난달 말에 지를까 말까 하다가 설 직전에 지른 CLAMP in 3-D LAND + 츠바사 20권 세트가 어제 도착했습니다. 원래 발매일은 18일이라더니, 책 자체는 1월 25일 발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학산에서 나오는 책들은 모두 25일 발매일로 찍혀 있으니 실제 발매일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1월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

피규어에 낚여서 질러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제 온 것을 보고 상당히, 꽤 실망했습니다.
35000원-물론 그 돈을 다 주고 산 것은 아니지만-을 주고 샀는데 그 정도 값을 못한다라는 것이 G와 저의 판단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뜯어 보고야 알았지만 저 피규어는 텐시노스미카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피규어입니다. 원가가 10개 들이 한 박스에 5250엔, 한국에서는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텐스미에서 보긴 했지만 가격은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아서요. 뭐, 랜덤 뽑기인 피규어이지만 이쪽은 다섯 개 피규어가 각각 들어 있으니 뽑기의 위험은 없다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세지 않나 싶습니다.



박스를 뜯으면 이렇습니다. 아마 미리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혹시라도 랜덤으로 들어 있나 싶었는데 다섯 개의 박스가 다 들어 있었습니다.




이 중 하나만 제가 갖고 나머지 네 개는 G가 챙겨갔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가 굉장히 손해 본 것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같이 노리고 있던 와타누키를 제가 꿀꺽 했으니까요. 대신 G는 나머지 피규어를 다 챙겨갔습니다. 책 값을 제가 내기도 했지만 이날 제 기분이 거의 바닥을 달려서 음산한 포스를 내뿜고 있었던 것도 G가 알아서 양보를 한 이유일겁니다.

피규어의 크기는 <클램프의 기적>에 들어있는 체스말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투샷을 찍으면 알건데 그걸 확인하려면 베란다 가장 안쪽의 책장 맨 위에 올려둔 체스말 케이스를 꺼내야하기 때문에 시간 날 때로 미루겠습니다. 


김정은,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예담, 2007

최근 읽은 여행기, 체류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책입니다. 바꿔 말하면 뉴욕에 가서 살고 싶어집니다. 길게 아니더라도 단 한 달만이라도 머물고 있다 오고 싶은 생각이 팍팍 듭니다. 스노우캣의 뉴욕 체류기를 읽으면 근처 카페를 찾게 되지만 이 책은 뉴욕행 티켓을 찾게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좀더 강력한 뉴욕 펌프질을 제공합니다. 그것도 여행이 아닌 쳬류로 말입니다. 제가 일어만큼 영어가 된다면 아마 당장에 티켓을 끊지 않았을까 합니다. 뭐, 펌프질이 꽤나 강력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주인공만큼 뉴욕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진 않았으니까요. 폴 오스터의 책도 그렇지만 기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소설도 읽은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반대로 도쿄의 경우는 여러 번 다녀온 것도 있는데다 도쿄가 배경인 만화를 워낙 많이 보다보니 관련 여행책자나 여행기를 보면 펌프질을 쉽게 당합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뉴욕 시민들의 생활에 굉장히 가깝게 다가서 있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빵집도, 집 근처에 있는 책방도, 도서관도, 그리고 그들의 교통수단도, 관광객이 아니라 뉴욕 시민들과 좀더 가까운 장기 체류자로 같은 눈 높이에서 다녔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더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언젠가는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생활이거든요.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에 잠시 있다가 매너리즘이나 고착된 삶을 훌훌 벗어버리고 즐기는 삶.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차원 이동물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아주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도.;


저도 근교의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신선한 채소들을 구입해다 야채 수프를 끓여서 갓 구워낸 베이글이나 바게트와 함께 먹고 싶습니다.-ㅠ-


임주연, <씨엘 8>, 대원씨아이, 2008

간단한 한 줄 요약.

아버님 멋져요! >ㅅ<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랑 나이차이가 한 자릿수입니다.OTL 그것도 .... 음 .... .... ...
(두뇌 시스템의 거부반응으로 인한 계산 불가)


재뉴어리가 수수한 타입의 미형이라면 이쪽은 스승님이 설명하시는 그대로의 화려한 미형. 이비엔의 외모가 어디서 왔을까는 의문을 품을 필요도 없이 간단히 해소되었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이 상황이라면 O모 언니는 참 .... (먼산)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나오자마자 바로 주문;-이제야 리뷰를 올리는군요. 날림 포스팅 하고서 저는 이제 슬슬 식후 운동(?)하러 가겠습니다.
   

이윤기, <내려올 때 보았네>, 비채, 2007
이윤기, <꽃아 꽃아 문 열어라>, 열림원, 2007


도서관 서가 사이를 헤매이다 보고서는 덥석 집어 들은 것이 산문집, 산문집이 마음에 들어 주말 동안에 읽으려고 집어 든 것이 신화 에세이입니다. 신화 에세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 4권을 보고 나서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니 그리스 로마 신화 4권부터 하여 최근의 이윤기씨 책은 다 읽은 셈입니다. 물론 번역본은 제외. 거기까지 읽기엔 책이 너무 많습니다.
(책 정보를 집어 넣기 위해 저자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목록이 주륵 뜨는데 맨 위에 떠 있는 것이 위 두 책도 아니고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아니고 번역서였습니다. 하하;)


오늘 하도 징~하게 놀다 왔더니 길게 쓸 여력도 안되고, 길게 쓰려면 다시 한 번 더 읽어야 합니다. 두 권 다 한 번 읽고서 끝낼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꽃아~는 우리 신화 에세이라 책이 좀 어렵습니다. 깊게 이것저것 참고하며 읽어야하는 책이지만 제 내공이 아직 거기까지 닿지 못했습니다. 많이 잊기는 했지만 우리 신화를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삼국유사도 삼국사기도 다시 찾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삼국의 기원 설화와 부여의 신화도 다시 찾아 읽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신화를 읽어나가기 전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책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들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구지가의 해석, 참으로 ... 지당하십니다. 하하하..;
권신아 씨의 일러스트도 사람의 눈을 홀립니다. 독특한 그림이라 신화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했더니 기우였습니다. 이 신화 삽화들만 모아서 전시회를 해도 굉장히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꽃의 묘사도, 옷들도, 그리고 색도 멋집니다. 글과 함께 본다면 삽화가 또 다시 보이니까요. 삽화만 후르륵 넘겨보면 그 맛이 안 느껴집니다.

하지만 편집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줄간격 대략 200. 책이 작았다면 삽화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쉬웠을테지만 그렇다면 조금 얇게 해주시면 안되는 겁니까. 3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책인데 두꺼운(무거운) 종이를 썼기 때문에 책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들고 다니기 쉽지 않군요. 하지만 줄간격이 그렇게 넓고 큼직한 글씨니, 줄간격을 조금 줄이더라도 페이지 수를 줄였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글이 시원시원하게 보이는 것은 좋지만 무게와 가격을 생각하면 분량은 적은 편이라고 봅니다. 12000원이 요즘 책값에 비하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긴 하지만 편집에 신경을 써서 가격을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고가 전략으로 나온 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려올 때 보았네쪽이 신화보다는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월간에세이에서 연재되었던 수필도 몇몇 보이는군요. 여러 매체에 썼던 글을 모아서 냈나봅니다. 읽으면서 내내 웃었고 가끔 눈시울이 뜨거워졌으며, 자주 뜨끔했습니다. 한 두 달 묵혔다가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며 정신을 일깨우고 싶은 글들이 모여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은 많이 쓰지만 그런 것만 가지고는 경지에 이르기엔 택도 없다는 것을, 끝없는 공부만이 갈 길이라는 것을, 정진해야한다는 것을 떠올려 주었지요. 죽비와도 같습니다. 글쓴이의 유머에 입술 한 쪽 끝이 올라가고 내내 빙글빙글 웃다가도 죽비 한 대를 맞고 나면 머리가 울리면서 정신도 함께 울립니다.
이 책도 편집에 대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금 가벼운 종이로,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게 하면서 가격을 내렸으면 어떨까 싶은걸요. 벌써 수필들도 12000원을 돌파한 기미니, 올해는 또 책값이 얼마나 오를까 걱정됩니다.
(헉? 만약 중국에서 출판 홍수가 일어나면 전세계 종이값이 폭등하겠군요. 나무들이 남아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책 사재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니 이걸 어쩝니까. 총알이라도 잔뜩 채워두어야 하는 겁니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양진숙, <빵빵빵 파리>, 달, 2007

교보문고에 책 보러 갔다가 빵과 관련된 책이 나온 것을 보고는 훑어 보았다가 기회가 되었을 때 잽싸게 신청한 책입니다. 파리 생활기에 빵 이야기를 더한 책으로 역시 블로그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편집해 나온 책입니다. 그런 만큼 완성도*는 떨어진다 생각하지만 박한 평가를 내리기에도 후한 평가를 내리기에도 미묘한 책입니다.
단, 주변 사람들에게 사보라고 추천하겠냐고 물으신다면 단칼에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며, 그럼 읽지 말라고 할 것이냐 물으신다면 가볍게 보고 치우라라고 말하겠습니다. 요즘 이런 鷄肋과도 같은 책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런 책들을 제 돈 주고 사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이건 G네 회사 문화비로 구입을..;)

평가가 박한 것은 기대가 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대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보는 도중 편집상의 문제로 제가 내내 열 받았던 문제가 몇 가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이야기-블로그의 글 하나에 해당할-의 제목 편집이 굉장히 눈에 거슬렸습니다. 장식문자를 화려하지 않게 쓰긴 했는데 글씨에서 선이 자라나 장식을 하고 있는게 제목 하나당 2-3개 가량입니다. 하지만 분위기와 그리 어울리지 않았고 보는 순간 눈에 거슬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 제목 글자의 배열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붉은 노을에 쿠키를 굽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글 맨앞의 제목 배열을 이렇게 했습니다.

붉은.
노을에.
쿠키를.
굽다.

보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전에 모 클럽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서 모든 본문의 띄어쓰기 부분을 마침표로 찍어 표시*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동안 그런 글만 나오면 내용도 보지 않고 뒤로를 눌렀는데-그런 글의 경우 ~여체인 경우가 많습니다-이 글 역시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냥 마침표 없이 배열을 해도 좋았을 것을 왜 마침표를 찍었을까요.

여기서 점수가 -200점.
파리의 빵집 이야기와 장인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은 +500점, 하지만 중간중간 섞인 사랑 이야기와 솔로가 아니길 원하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는 각각 -400점. 한 두 번 정도 연애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400점까지는 안갔겠지만 그런 글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저랑은 상성이 안맞는 책이었던 겁니다.

일단 편집에 민감한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랑타령이 질색이라는 분께는 더더욱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장인과 관련된 이야기만 골라보시겠다는 분께는 심사숙고해서 구입하시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이 책의 편집에 울컥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달"은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입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에 공들인 티도 나고, 표지도 표지디자인관련해서 이름을 자주보는(유명한) 분이 맡았는데 말입니다.
정진하세요.

그래도 박하게만 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빵집 주인들의, 빵 장인들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열정과 꿈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제 마음도 같이 움직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글을 읽을 때는 그래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편집 문제와 사랑 이야기만 등장하면 또 다시 울컥해서 점수가 팍팍 깎였습니다.
책 맨 뒤에는 이 책에 소개된 빵집들의 약도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파리에 가본 적이 없으니 이 약도의 정확성은 논할 수 없지만-약도 안 좋기로는 UGUF의 도쿄책이 가장 떠오릅니다-지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요. 주소도 있으니 구글에서 검색할 수 있을지...도요?

그러고 보니 이글루스에서도 작년에 파리의 빵집 기행 하신 분을 봤습니다.
뒹굴이님: tortilla.egloos.com/3204659(시리즈 첫 번째 글)
책에서 등장한 게이빵집(웃음)도 같은 포스팅에 있습니다. 저는 홈페이지 사진으로 그 빵을 봤는데 참으로 리얼하더군요. tortilla.egloos.com/3215244
이쪽을 먼저 알고 나서 책을 봐서 감동(?)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하니 같은 분이라거나...? -_-a)

* 아무래도 책을 쓰기 위해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들에 비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리의 빵집 소개서라 하기에는 한참 부족하고, 단순히 수필로만 보기에는 빵집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어중간한 그 사이의 책들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가격 대 성능비는 바닥입니다.

*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저는.글을.그렇게.마무리.하는.것이.굉장히.싫어여.




B양은 보고 싶어할테니 G가 보고 나면 바로 넘기겠네. 생협에는 B가 보고 난 뒤의 모임 때 들고 나가겠습니다.


허시명, <허시명의 주당천리>, 예담, 2007


한겨레21이었는지 행복이가득한집이었는지 쿠켄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잡지에서 신간소개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신청해 보게 된 책입니다. 책이 두껍고-종이가 두껍습니다. 거기에 컬러사진.-좋은 종이를 써서 그런지 책도 무겁습니다. 하지만 무거움에도 신경쓰지 않고 들고 다니며 보게 된 책, 다른 분들께도 꼭 한 번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독자는 이렇습니다.

- 나는 맛있는 술이 좋다.
- 일본에는 사케가 있는데 왜 한국에는 없는거지?
- 술, 술, 술이 고프다.

여기까지는 보통수준. 심화로 들어가면..
- 난 모야시몬을 재미있게 봤다.'ㅂ'


실은 저 네 번째가 가장 큽니다. 보는 내내 옆에서 오리제가 둥둥 떠다니며 "빚어버릴거야!"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민속주, 한국 술에 대한 이야기. 지방의 술도가에서 빚어내는, 역사가 있는 술과 역사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술, 그리고 발전하는 한국 술, 사라진 한국 술, 법제에 가로 막힌 술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옵니다. 그러다보니 누룩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고, 당연히 누룩이 등장할 때마다 오리제가 둥둥 떠다닙니다. 오리제가 일본산이라는 것만 빼면 뭐... 납득할만 합니다.

대신 이 책의 부작용은 좀 심각합니다.
전 술을 안마십니다. 사정을 알고 있는 소수를 제외하면 다들, 저 술 못마시는 줄 압니다.'ㅂ' 대학교 때 술에 크게 당한 이후로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고 사회들어와서는 2년마다 받아야했던 위내시경의 결과를 슬쩍 흘리면 술을 강하게 권하지는 않으시는군요.
술을 안마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맛을 모릅니다. 특히 소주는 그 쓰고 칼칼(?)한 맛이 싫어서, 화학약품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 싫어서 마시지 않습니다. 그나마 마시는 것은 맥주 정도입니다. 맥주는 흑맥주와 가벼운 맥주(에비스 등의 일본맥주), 한국 맥주의 차이 정도는 감별하는데다 가끔 여름날 시원한 맥주가 땡기는 일도 있으니 이쪽은 마시는 술입니다. 포도주는 마시긴 하지만 있으면 마시지 즐기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포도주는 무스카토 다스티의 스파클링 와인. 마셔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거, 왠지 사과주 느낌입니다.; 달달하고 사이다 같기도 한 발포성의 음료입니다. 술이라기보다는 그런 느낌에 가깝습니다.
하여간 본론으로 돌아가 부작용이 뭔가 하면 .....


술이 땡깁니다.;ㅂ;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술이 땡깁니다. 책이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서 일부러 조금씩 아껴가며 보고 있었는데 마침 지난주에 G가 제주도 출장을 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제주도에서 만들었다는 감귤술을 보고 이게 분명 면세점 안에도 있을터이니 사오라 시킬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지름도 80%. 100%가 되면 구입합니다.-_-;) 다행히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경주법주인 화랑을 Kiril님께 졸라서 올 구정에 부탁드려볼까라는 망상의 나래도 펼치고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제가 이 책을 보는 내내 등장하는 모든 술에 군침을 흘리며 한 번쯤 마셔보고 싶다고, 기회가 되면 꼭 구해서 마셔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서운 책입니다.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절반 이상의 이유는 글발일겁니다. 맛깔나게, 술술 넘어가는 글을 쓰니 술도 술술 넘어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착각이겠지요. 아직 술맛도 제대로 모르는 제가 술이 술술 넘어갈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목에도 쓴 주당1천양병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한국술-민속주-들을 살리기 위해 술꾼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한다는 제 주장입니다. 희석식 소주가 아닌 증류식 소주나 탁주 등 다양한 술을 알고 그 맛을 즐기는 술꾼들을 양성해 술 시장을 넓히며, 이런 술꾼들이 늘어나면 술을 만드는 술꾼들 역시 살맛이 나서 옛 기록들을 뒤지고 술을 빚을 줄 아는 옛 아낙들을 찾아 전수를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옛술들이 복원되면 잊혀진 전통에 대한 관심들도 늘어나고....
여기서 잠시 멈추겠습니다. 이 이상 나가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저도 모르니까요.
하여간 알코올을 섭취하기 위해 술을 퍼붓는 술꾼이 아니라, 술맛을 알고 술을 즐기는 술꾼들을 길러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술도 음식이니 한국음식을 가르칠 때 술도 함께 가르쳐 酒道를 미리미리 가르쳐야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어딘가 찾아보면 한국주 코스라든지, 그런 것도 있을법한데 본 적이 없군요. 시간이 더 지나면 생기지 않을까요?


그리하여 이 책을 읽고 나서 마흔 되기 전의 목표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와인은 저 멀리 던져 놓고 일단 우리나라의 옛술부터 찾아가 하나하나 맛을 알고 술맛을 제대로 배우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은 고이 모셔두고 두고두고 목표를 일깨우기 위해 읽을 생각입니다. 아아.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군요.(...)


小川聖子, <コンフィチュ-ルレシピ 125>, グラフ社, 2007

엊그제 교보문고에서 훑어 보고는 살지 말지 한참 고민하다가 집을 수 밖에 없었던 책입니다. Confiture(콩피튀르)라고 하면 프랑스어로 잼입니다. 그냥 잼 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입하려고 고민하던 것은 여기 실린 마말레드 레시피에 홀딱 반했기 때문입니다. 과일 종류는 한정되어 있지만 과일의 품종별로 하나씩 다 잼을 만들어가며 비교를 해두었더군요. 사과도 홍옥, 부사, 츠가루, 그리고 이름도 어려운 여러 사과들로 조금씩 방법을 바꿔가며 만듭니다. 오렌지나 귤도 마찬가지고요. 아아. 집에 있는 포도잼과 딸기잼을 떠올리면 손대면 안되는 상황인데...; 그래도 마말레드는 꼭 만들어보렵니다.;ㅅ;
창간호부터 시작해 띄엄띄엄 가지고 있던 요리잡지 Cookand을 드디어 처치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3-4일쯤 전입니다. 저녁 때 날 잡고 저 잡지들을 분해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드디어 기회를 잡고는 어제 최근 잡지부터 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스크랩할 것이 많지 않다 했지만 그래도 두 시간 걸렸나봅니다. 최근 잡지야 자를 것들이 좀 있었지만 예전 것들은 잡지 분위기도 굉장히 다른데다 레시피가 최근 것만큼 자세하지 않아서 훑어보기만 하고 넘어간 것도 많습니다. 베이킹 관련 자료들을 모으기 위해 산 것도 꽤 있는데 그런 것이야 지금은 다른 책들을 찾아보아도 되고요. 특히 일본어를 읽을 수 있게 된 뒤로는 지평이 넓어졌습니다. 아, 가장 최근에 산 쿠켄은 2002년도. 그 이후에는 도서관에서 쿠켄을 구독했기 때문에 제가 따로 사지 않았습니다.
어쩐지...;
글 쓰고서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최신 잡지가 없었던 건 그런 이유였군요.;;

99년 잡지들을 뒤적이면서 지금은 없는 분들의 칼럼을 보고 숙연해지기도 하고(강인희 교수님) B 말마따나 촌스러운 광고들을 보고 웃기도 하고, 요 몇 년 간 이름도 듣지 못한 맛집 정보를 보고 쓴웃음을 짓기도 하고요. 아, 최근에 제가 다녀온 목란은 압구정에 있을 때 쿠켄에 실렸습니다. 작년에 맛집 비평을 연재한 스스무씨는 아내인 오정미씨와 함께 주말 브런치 기획 연재를 하기도 했군요. 재미있습니다. 취침시간에 쫓겨 대강 훑긴 했지만 재미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그 무거운 잡지들을 끌고 B를 만나 집 앞 스타벅스에서 재 스크랩을 했습니다. 99년부터 2002년까지의 쿠켄들, 약 30권..? 그 정도를 B가 스크랩하도록 도운 것이었지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차근차근 훑어 보면서 마음에 드는 기사를 찾고 싶어했을건데 B 역시 시간에 쫓겨 나중에는 후루룩 훑기만 했습니다. 체력만 되었어도 조금씩 B네 집으로 날라다 줬을 건데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그렇게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오늘 들고 가라하기엔 권이 너무 많았고요. 카트에 싣고 끌고 가는데, 잡지 무게 때문에 팔과 허리가 저려올 정도였습니다.;; 무게를 달아볼걸 그랬나봅니다. 사진이라도 좀 찍어두고요.



안녕, 과월호 쿠켄. 재활용품 있는 곳에 내놨더니 너만 쏙 사라진 것을 보면 누군가가 들고 들어갔나보다. 부디 다른 곳에서 또 스크랩되고 다시 재활용 되기를.'ㅂ'


에릭메이슬,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 북노마드, 2007
요시무라 켄지, <Eye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넥서스BOOKS, 2007

이 책들 말고도 꽤 읽은 것 같은데 왜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은걸까요. 하기야 요즘에는 집에서도 책을 갖다보았기 때문에 뭐...'ㅂ'
(모 책 때문에 또 바람났다는 것은 비밀;)

저렇게 보면 두 책의 크기가 꽤 차이나는 것 같은데 실제 비교하면 크기는 비슷합니다. 보헤미안은 A5정도, Eye는 키가 좀더 작고 가로로 판형이 조금 더 큽니다.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는 그냥 훑어보고는 샌프란시스코쪽 여행기로 생각했는데 여행기라기보다는 생활기입니다. 보헤미안이 쓴 샌프란시스코 생활기가 아니라 보헤미안들이 많이 모여사는, 그래서 보헤미안을 위한 도시 샌프란시스코란 의미더군요. 치료사이자 작가인 에릭 메이슬이, 자신이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 역사를 슬쩍 들여다보아 쓴 이야기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생활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고 표현하면 과장일까요? 뭔가 글쓰고 싶은 욕구도 자극하는 재미있는 수필입니다. 시간을 들여서 다시 한 번 찬찬히 훑어보려 합니다. 햇볕 잘드는 카페에서 커피(홍차도 아니고 밀크티도 아니고 코코아도 아니고) 한 잔을 시켜 놓고 따끈한 양지목에 뒹굴거리는 고양이마냥 읽어야 좋은 책입니다. 훗훗훗~


요시무라 켄지의 책은 다카하시 아유무의 Love & Free와 닮아 있습니다. 일본사람의 세계여행기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느낌일까요. 방랑을 하겠다라는 목적이 확실한 다카하시의 책과는 달리, Eye는 무념무상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여행입니다. 스물 여섯은 일본의 나이일테고 한국 나이로는 스물 여덟일겁니다. 일본은 군대를 가지 않으니, 만약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취직해 돈 벌다가 나갔다면, 아니 대학을 다녀왔더라도 스물 여덟이면 사회생활에 익숙해질즈음이겠지요. 그런 때 모은 돈을 들고 충동적으로 여행을 나간다면? 그것도 처음에는 그리 길지 않게 가려 하다가 친구들의 메일을 받고는 또 충동적으로 해가 지는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물론 계속 서쪽으로 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 앞은 개괄, 맨 뒤는 에필로그, 그리고 다른 네 개의 장이 지역 구분입니다. 첫 번째 단락은 중국과 몽골, 파키스탄 등 아시아, 두 번째 단락은 중동, 세 번째 단락은 아프리카, 네 번째가 유럽입니다.
책은 사진과 글이 반반 나뉘어 있지만 자세히 서술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여행다니는 동안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기적적으로 썼다는 일기가 기본이 되었다는데 그 때 그 때의 짧은 감상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은 본인이 들고간 필름카메라를 통해 뽑은 것이겠지요. 몰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최근의 여행서적사진들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피사체들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사진과 글이 마음에 들었을겁니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중 하나, 파키스탄 카슈미르에 있다는 <나우시카> 배경 마을. 엿새만 달랑 머물고 나온 것은 그 이상 있으면 도저히 그곳을 나올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데 그 말만 들어도 가고 싶습니다. 풍경사진 하나 없이 말만으로 사람을 홀리다니, 무섭습니다. 그리고 작은 돌이란 제목의 짧은 이야기도 무섭습니다. 이건 진짜 공포입니다. 직접 찾아보시라는 의미에서 내용은 쓰지 않지만, 200자 내외로 환경오염의 경고글을 쓰라고 한다면 이 글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아프리카 여행 도중에서 나온 짧은 글하나. 에티오피아 라리베리의 소년 사진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P. 134
나는 형이 정말 좋아요.
동양인들하고는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유럽인이나 미국인은 무슨 이유인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해요.

살짝 입가에 쓴웃음이 맺히지만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는 이야기지요.

넥서스BOOKS에서 나온 여행책들은 대체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On the road>, <이탈리안 조이>,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이 책 <Eye>. 특히 이번 책은 갈피를 못잡고 있을 때 한 번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들여다 볼 만한 책입니다. 가슴 속의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사태? 사건? 아니면 문제? 어떤 용어를 쓰는 것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써야죠.'ㅅ'



집에 있는 책들 몇 권을 들춰보고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대놓고 베드신이 있는데 12금이건 15금이건 19금이건 전혀 없습니다. 표시가 전혀 없어요. 소설도 야한장면 찾자면 굉장히 많지만, 특히 요즘의 일본 소설 중 신이 없거나 분위기가 요상하게 전개되지 않는 것을 찾기 어렵지만, 그렇다 해도 만화는 시각적으로 바로 정보가 들어오니 만큼 소설보다 조금 높게 기준을 맞춰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문제는 ① 연령제한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출판사, ② 이런 책들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제대로 판매하지 않은 서점쪽, ③ 연령제한 표시에 대한 규정을 확실하게 바로잡았어야 하는 관리당국 모두가 문제지요. 3번은 기대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은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다보니 관리당국의 책임자가 누구냐, 혹은 언론의 방향이 어떻게 흐르고 있냐에 따라 같은 책에 대해서도 심각한 연령제한이나 판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규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그거에 대한 감독도 설렁설렁이니 뭐..
그런 점에서는 출판사나 서점이 좀 바로잡아줬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도 있고요.

일방적으로 BL이 좋다 나쁘다 하는 것보다야, 그냥 딱지 달고 내라라는게 맞겠지요. 그리되면 서적 판매량이 확 줄어들겠지만 말입니다. 아마 출판사에서 잘라서 연령제한을 낮춰내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판매문제 때문일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청소년들이 BL보는 것은 반대. 고등학생 정도라면 그럭저럭이지만 중학생들이 보는 것은 더더욱 반대. 초등생들이 보는 것은 더 반대. 보고 나서 윤리관 의식의 문제를 갖는 것이 안 좋다기보다는 그런 것을 보고 나서 "난 이런 것도 봤으니 너희들과는 달라"라는 비뚤어진 애들이 싫은겁니다.'ㅅ' 그런 애들을 종종 봐왔거든요. 게다가 그런 영향인지 남자애들이 장난치며 뒹굴고 있는 것마저도 "쟤들 이상해!"라는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는 애들도 있습니다. 안 좋아요.-_-


이윤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웅진지식하우스, 2007


이윤기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 1-3권은 아주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반쯤은 의무감에 읽었기에 그리 재미있다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4권은 훌훌 넘겨보다가 뭔가 재미있겠다는 반응이 있어 집어 들었습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시작해 퇴근시간, 그리고 퇴근한 이후에도 다 읽어 하루에 죽 읽어내렸습니다. 책이 두껍긴 하지만 종이가 조금 두꺼운 편이고 그림이 많은데다 편집 자체가 느슨-글자가 빽빽하지 않은-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신 책이 좀 무겁더군요. 비슷한 두께의 소설책은 가벼운 종이를 쓰면 되니 이정도까지는 아닌데 그림들 때문에 아트지에 가까운 코팅 종이를 쓰다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끝부분이랄까요. 신들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넘어갈 때쯤의 이야기라 신들의 비중은 조금 낮습니다. 신화와 전설의 중간쯤. 어쨌건 처음부터 끝까지 헤라큘레스의 이야기고 그의 가계도에 대한 이야기, 그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 그와 얽힌 영웅들의 이야기가 죽 이어집니다.
헤라큘레스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는 대강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읽고는 정떨어졌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남성상입니다. 악동을 넘어서서 망나니에 패륜남, 온갖 사고는 다 치고 다닙니다. 게다가 본인이 종우(種牛)라는 사실에도 그리 신경쓰지 않고, 아니 아예 생각을 안하고 있다니까요. 그걸 감안하면 헤라큘레스의 자손은 환상적인 수준으로 많을 거라고 ... 12가지 과업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가끔은 머리를 쓰는 모습도 보이지만 그건 머리를 쓴다기 보다는 본능에 가깝습니다. 허허. 삼국지 인물 중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뽑으라면 단연 장비. 술 마시고 사고치는 것도 닮아 있군요. 그래도 장비는 형들에게는 꼼짝 못하기나 하지, 헤라큘레스는 아무나 가리지 않고 다 덤빕니다. 어머니를 닮은 부분이 없어 보이니 이건 제우스를 빼닮았다고 할까요? 씨 뿌리기가 장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맞습니다.

헤라큘레스 이야기 외에 몇 가지 곁다리 이야기들도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뜨악한 것은 제우스가 칼리스토를 유혹한 방법입니다. 큰곰, 작은곰자리의 모델인 칼리스토는 원래 아르테미스를 모시는 요정이었지요. 그러다 제우스에게 덜컥 걸렸는데, 레다때처럼 백조로 변한 것도 아니고, 페르세우스를 잉태시킬 때처럼 비로 변한 것도 아니고. 택한 방법은 아르테미스였답니다. 딸래미로 변해 요정을 유혹했다는 이야기에서 기겁했습니다. 칼리스토가 제우스 아이를 임신하고는 아르테미스에게 벌을 받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유혹했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허허허허허허...

그러고 보니 헤라큘레스가 죽을 때 남겼던 말도 뜨악합니다. 헤라큘레스가 죽은 이유는 아내의 착각과 투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헤라큘레스가 구혼했다가 구혼시험을 통과하고도 쫓겨난 나라가 하나 있었더랍니다. 거기서 쫓겨난 다음 자기 친구의 여동생을 만나 결혼하게 된건데-짧게 줄였습니다. 그 사이에도 사건 사고는 많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자기를 쫓아낸 그 나라를 찾아가 점령합니다. 당연히 예전에 구혼했던 그 나라 왕녀도 포로가 되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내가, 헤라큘레스가 그 여자랑 결혼하는 것 아닌가 싶어 사고를 쳤지요. 나중에 자기의 착각으로 남편이 죽게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목을 매달지만...
하여간 죽기 직전, 마지막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네가 왕녀를 거두어라라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구혼했다가 차이고 결혼해서 낳은 아들인건데, 아버지의 전 구혼녀와 아들의 나이차이는? 아름답다고 언급은 되어 있지만 그래도 나이가 안 맞아요!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읽고 나니 1-3권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군요. 차근차근 찾아볼까 합니다.

K서점은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내역이 보인다는게 편하군요. 하기야 온오프 양쪽 있는 서점이면 거의 그렇겠지요? 다른 서점을 쓰지 않으니-브랜드 충성도가 강합니다;-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도서 목록을 정리하다보니 2007년 동안의 K서점 구매내역이 떠올라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한 해동안 주문건수 78건. 생각보다 얼마 안됩니다. 게다가 만화책의 경우 낱권 구매를 했기 때문에 주문건수가 부풀어 오른 것도 있습니다.
그럼 총 금액은?

1368220원.



... 130만원 돌파. 올해는 얼마나 나올지 두렵습니다. 그도 그런게 12월 말에 원서 만화책이랑 책 몇 권을 주문했거든요. 연초부터 이렇게 폭주하면 연말이 걱정됩니다.
걱정되는 이유 하나 더. 구입한 책의 절반 이상이 원서, 원서의 30% 가량이 MOE 일것이고, 70%는 먹는 것과 만들기쪽 책일겁니다. 그리고 국내 서적의 절반 이상은 추리소설과 판타지류. 교양서적은 구입빈도가 굉장히 낮습니다. 기억을 뒤져보아도 교양서적 구입건은 없는데요.; 그래도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이 구입 권 수의 배 정도는 될테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교양서적 구입건이 낮다는게 슬프지만요.
총판에서도 구입내역이 있긴 하지만 많이 잡아봐야 20만원 선일겁니다. 그리고 전부 만화책, 혹은 NT노벨.
이달부터 천천히 도서목록을 다시 작성하면서 장서구성을 고민해야겠습니다. 하하.;



빌 버포드, <앗 뜨거워>, 해냄, 2007

독자평이 13개나 있길래 죽 내려봤더니 평이 조금 갈립니다. 저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분야의 사전 지식이 없다면 그럴만 하지요. 저야 먹는 것을 좋아하니 이모저모 주워들은 것이 많아 상당수 이해하며 읽었지만 G에게 추천해준다면 아마 첫 번째 장 채 넘어가기도 전에 재미없다고 할겁니다.

서평이나 이 책에 대한 평에서는 이 책을 좀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깊은 책입니다. 기본 내용은 간단하지요. 밥보-한국사람이라면 웃음을 터뜨릴만한-라는 이름의 유명한 음식점이 하나 있습니다. 본격 이탈리아 음식을 표방하는 곳인데, 이 책의 저자는 얼결에 이 음식점의 주인을 만나 감명을 받고는 자신의 직업을 때려치우고 밥보의 주방에 들어갑니다. 요리쪽은 아직 도제식 시스템이 많이 남아 있다보니 음식 재료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파스타 삶기, 고기 굽기 등등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게 됩니다. 글쓴이 본인의 이야기인만큼 표현들이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직접 주방에 뛰어들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재료 준비하다가 손가락 날려먹고, 파스타 솥 앞에서 끊임없이 파스타를 삶아내고, 에어컨은 무용지물인 거대 오븐 앞에서 밀려오는 주문들을 머릿속에 자동 입력하며 고기를 한정없이 굽고요.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주방 내에서의 인간관계도 여실히 보여주는데다 글 중간중간, 밥보의 주인인 마리오가 어떻게 밥보를 열게 되었는지 양쪽을 번갈아 보여줍니다. 이 책에 100% 빠져들지 못한 것도 바로 이겁니다.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저 마리오라는 인간이 제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상입니다. 이런 타입을 마초라 부를까요. 제멋대로이고 남성우월주의적인 모습도 보이며 폭군에 사람을 휘두르며 잔머리는 끝내주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마리오가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화딱지가 나 견딜 수 없어요!
초반부는 그런 모습이 많지만 후반부에 가서 빌이 마리오의 모습을 따라 이탈리아에 연수를 가며 그 쪽 생활에 익숙해 지는 모습이라든지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각종 문헌들을 찾아보고 분석하며 나오는 옛날 이야기들, 조리에 대한 세세하고 상세한 언급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서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책도 두껍고 읽기 편한 판형도 아니고, 읽기가 두려운 책임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다 읽고 나서의 보람도 큽니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세요!
 

책 리뷰를 쓰지 않았던 사이 읽었거나 읽다가 만 책들입니다.
읽다가 포기한 것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 <동경 산책>.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는 졸렸습니다.OTL 자다가 열심히 조는 바람에 결국 대강 대강 읽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칼럼을 모아 엮은 형식의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그게 또 어렵군요. 주제는 그리 가벼운 것들이 아니라 말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으리라 결심하고는 책을 덮었습니다.

사치코의 일본차 이야기는 한국에서 한국차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일본 유학생이 쓴 책입니다. 앞부분만 훑어 보았는데 교토를 중심으로 한 유명 찻집, 차 관련 상점, 다기 제작과 판매를 하는 곳, 그리고 중간중간 일본의 차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 읽지 않는 것은 읽고 있다가 다음 여행 계획을 교토쪽으로 짜고 있는 저를 발견해서 였습니다. 조금만 더 진도 나가면 숫제 항공권 끊을 태세입니다. 그런 고로 상당한 주의를 요합니다.;

동경 산책은 이전에 리뷰 올렸던 오! 수다와 비슷한 타입입니다. 일본 작가가 쓴 일본 여행기라고 할까요. 동경 산책은 그보다 좀더 범위가 좁아서, "표연한 여행"을 하고자 이리 저리 좌충우돌하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쓰면 재미있어 보이는데 하는 삽질 하나하나가 왜이리 눈에 거슬리는 겁니까.; 여행기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조용히 책을 내려놓았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두 책은 다시 읽으면서도 왠지 로맨스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자신이 나중에 직접 로맨스 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에르큘 포와로의 뚜쟁이짓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쪽은 부부 클리닉도 겸하고 있다니까요. 가볍게 기분 전환하면서 보기 딱 좋았습니다. 기왕이면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가 실제본이기를 바랬는데, 셜록홈즈도 그렇고 애거서 크리스티도 그렇고, 하여간 추리소설 쪽은 실제본 책이 거의 없습니다. 흑흑흑..



이전에 한 번 올렸던 작은 탐닉 시리즈. 지금 여덟 권 나와 있는 책들 중 한 권은 소장하고 있고 다른 일곱권을 이번에 몰아서 봤습니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가벼워서 출 퇴근 시간에 한 권씩 보기 좋습니다. 분량이 하루에 한 권~한 권 반 정도 읽게 되더군요. 두 권을 가방에 넣어도 그리 부담되는 무게는 아니라 더 좋습니다. 특히 요즘 읽고 있는 나무 공작소는 책이 무거워서 잡고 있노라면 손목이 뻐근합니다.(훌쩍)

직접 읽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많이 기대를하지 않아서 일까요. 독특하다는 점에서는 <장난감>, <아이디어>, <바닥>이 좋았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짧은 단상이 이어지는 <소소한 일상>도 좋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부엌>과 <아프리카>입니다. <부엌>은 다른 것보다 웰빙(이라고 쓰고 아토피 방지용이라 읽습니다;) 빵들과 쿠키에 대한 언급이 많아 신선했지요. 블로그 쪽에서는 그런 글들을 몇 번 보았지만 책으로 출판된 것 중에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주문한 책 중 한 권이 유기농, 아토피 방지 계통이라 궁금하기도 했고요. 바게트 만드는 방법 3종 세트랄지, 그릇에 대한 이야기, 커피에 대한 이야기 등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들고 다니기 좋아 자주 읽은 것도 있지요. <아프리카>는 보고 있노라면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적금을 하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취하게 됩니다. 아프리카 여행기가 많지 않은데다 아프리카의 자연 풍광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가고 싶어집니다. 아마 아프리카 투어를 따로 예약해 다녀오신 듯한데 저도 언젠가는 꼭 가볼겁니다.ㅠ_ㅠ


요즘 포스팅 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니까요.; 좀 길게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있었더니 춥습니다. 따끈한 차라도 한 잔 마시러갑니다.


조앤 K. 롤링,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4>, 문학수첩, 2007


감상을 딱 한 줄로 요약하면 에필로그만 좋아.
다른 것은 다 빼고 에필로그 부분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불의 잔 이후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으니, 본다 한 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4권이나 한 번에 읽으려니 손 대기도 싫고. 그래서 4권의 끝 부분만 읽었습니다. 해리와 톰 리들의 대결부터 말이죠.(이정도는 내용 폭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에필로그까지 다 보고 나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론이나 헤르미온느, 혹은 스네이프 교수였는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알버스 세베루스.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제 취향의 캐릭터로 당당히 등극했습니다. 엔딩 부분은 지금까지 해리 포터를 읽어온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제게는 꽤 재미있었습니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으니, 그냥 평범한 엔딩이 되었으니 제 입맛에는 맞는 것이겠지요. 어차피 대강의 내용은 영어판이 나온 직후, 이글루스에 뜬 리뷰와 간략 엔딩 소개를 통해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다들 정말 귀엽습니다.(여기까지; )



덧붙이자면, 스네이프 교수님께 "해리 포터 최강의 순정남"이라는 칭호를 드리고 싶습니다. 훗훗훗.



와타나베 준이치, <둔감력>, 형설라이프, 2007
고진우, <나는 아이디어 물건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7

둔감력. 원서 제목을 그대로 갖다 썼지만 노리고 제목을 지었다면 "둔감의 힘" 같은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합니다. 둔감력이나 고독력같은 제목은 굉장히 어색해서 말이죠. 하지만 모 베스트셀러의 이미지가 강하니 저런 제목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아류작으로 폄하될 수도 있으니 문제입니다.

둔감력은 가볍게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이름이 귀에 익다 싶었더니 원래 소설가이고 이 책은 본업에서 살짝 벗어나 쓴 책인가봅니다. 뭐, 소설가라고 이런 책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보통의 수필보다는 자기 계발서에 가까운 느낌이라 외도의 이미지가 강한겁니다. 하지만 출생년도를 보고 있자면 쓰셔도 됩니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것이 33년 생이십니다. 훗훗. 그쯤되면 후학들을 위해 이런 책 한 권 정도는 내셔도....;

내용은 간단합니다.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둔감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고 건강할 수 있다고요. 읽으면서, 2주 전에 터진 사건도 제가 둔감했다면-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더라면-이렇게 커지지 않았을텐데라는 약간의 후회가 들었습니다. 오늘 행사 하나 치뤄내면서 역시 잘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하하.
상사에게 잔소리를 듣거나 가벼운 꾸지람을 들어도 흘려보낼 수 있는 둔감함이 필요하고, 이런 둔감함은 자신을 튼튼하게 키워줄 수 있다고 말하는 거죠. 거기에 면역체계란 것도 둔감한 사람이 병치레 덜하고,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이 병이 잦다지 않습니까. 이런 이야기들을 예를 들어가며 차근차근 써나가고 있습니다. 자기 계발, 반성쪽의 책이지만 가볍게 읽어도 좋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생활습관을 고쳐볼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디어 물건에 탐닉한다는 갤리온에서 나온 작은 탐닉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입니다. 지난번에 책은 예쁜데라며 살짝 올린 적이 있지요.
보고 나서 알았는데 이글루스에서 몇 번 포스팅을 보았던 분입니다. 뽐뿌인사이드라고, 직업적 얼리어답터라고 본인을 소개하시는군요. 예. 직업 맞으십니다. 읽는 내내 펌프질을 당해 카드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탐나는 물건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그나마 다행인건 어제 펀샵 들어갔다가 지르기 직전 통장 잔고 확인하고는 긴급 통장동결을 시켰다는 것입니다. 통장 잔고가 굉장히 부족해서 다음 월급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외출도 자제, 지름도 자제모드입니다. 그래서 버텼지 약간 스트레스를 받아서 지름신이 떠밀고 계셨다면 아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찾고 있었을 겁니다.
얼리어답터의 기질이 있다면 가능하면 보시지 않는게 좋습니다. 잘못하면 다음달 카드 명세서가 무시무시해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난 그런 기질이 없다고 안심하지는 마세요. 보시는 동안 본인도 몰랐던 얼리어답터의 기질이 깨어날 수 있습니다. 훗훗훗훗훗.............


유시진, <온 1-3>, 시공사, 2007


오후에서 연재되던 작품들 중 끝까지 완결난 것은 몇 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의 딸~만 제대로 책이 나왔던가요. 권교정씨의 <마담베리의 살롱>도 1권만 나오고 도중에 멈췄습니다. 가끔 생각하지만 김진씨 못지 않게 권교정씨도 잡지 운이 없지요. 그리고 돌이켜 보면, 완결작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합니다. 완결작보다 연재중단 작품이 더 많고요. 물론 장담은 못합니다. 직접 세어보진 않았지만 책 나오다 만 것이 더 많은 것 같은 기분... 완결작 중에서 제 취향에 맞는게 몇 안되어 더 그런가봅니다. 매지션이랄지, 마담 베리랄지, 헬무트도 미완이라고 알고 있고, 디오티마는 나온다는 소문만 무성하고.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마스터께 세 권을 왕창 빌려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린빌을 다시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다르지요. 젤은 옛날 옛적의 마니를 보는 듯하고 사제씨(나단)도 그랬습니다. 거기에 아직 어리고 젊어서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결국 부숴버렸던 꼬맹이(사미르) 하나. 판타지적 설정을 다 배제하고 본다 해도, 이것을 현실 세계에 그대로 대입한다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고요. 거기에 사미르에 상당히 감정이입이 되어 보았기 때문에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갔을 때는 한 짐 내려놓은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항상 <남자들에게>에서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이아고와 오셀로의 관계를 가진 사람과 불능인 사람의 것으로 보았던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 말입니다. 임포텐스가 임포텐스가 아닌 사람에게 가지는 것이 선망이라고 보았던 것이 이 이야기를 보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닮아 있으니까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선망을 품고,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만 그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결국엔 독약을 먹여버렸다고 할까요. 그것은 사미르뿐만 아니라 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해 그것을 찾으려 하다가 함정에 빠졌지요.
뭐, 사미르와 젤의 인생을 말아먹은(...) 장본인인 나단은 자기 자신의 평온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어서 주변 사람을 돌아볼 수 없었으니 화를 자초한 셈입니다. 만약 그가 지도자가 되었다면, 정신 세계를 담당하기에는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온 누리의 샘솟는 사랑과 평온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발하는 빛을 따라오는 사람들이 갈구하는 것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주지 못했으니. 어떻게 보면 만인 평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을 똑같이 보고 똑같이 사랑을 주지만, 바로 옆에 있는 이들이 원하는 조금 더의 마음은 주지 못했으니까요.


그 C시가 어디인지 G랑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남쪽으로 생각했건만 남쪽이 아니었군요. 지도는 북쪽으로 되어 있지만 정답은 대사 속에 있었습니다.


게리 폴슨, <손도끼>, 사계절, 2001

난파 혹은 조난과 관련된 책의 상당수는 성장소설입니다. 로빈슨 크루소나 신비의 섬은 성장소설이라 보기 어렵지만 15소년 표류기, 나의 산에서 등 아이들이 한 번 조난 당했다 하면 그 때부터 이야기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했는지,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분께 추천받아 읽게 된 손도끼라는 소설은 굉장히 얇지만 제 취향의 책이었습니다. 줄거리를 보고는 바렌랜드 탈출작전-동서문화사에서 나온 ABE 전집 중 한 권. 친구인 인디언 소년과 백인 소년이 어쩌다 척박한 지역에 남겨져 함께 살아 남는 이야기-을 떠올린 것은 배경이 그 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공간적 배경이 알래스카나 그 근처 어딘가입니다. 배경이 겨울이었다면 채 3장이 넘어가기 전에 주인공이 동사했겠지만 다행히 여름이라 밤에도 그리 춥지 않아 주인공이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 흔히 그렇듯 주인공 브라이언도 집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현재 브라이언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아버지는 알래스카 저 건너에서 석유시추 기술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끼어듭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혼 요청 사유를 몰랐지만 브라이언은 어머니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겁니다.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이혼은 성립되고 부모님은 갈라섭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는 있지만 어머니의 부정장면을 목격했으니 마음이 편할리 없지요. 어머니도 아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모릅니다. 아마 끝까지 모르겠지요.

그렇게 주변 상황에 휘둘리던 아이는 비행기 사고로 숲 속 호수 옆에 떨어진 후 혼자서도 잘 살아요~라고 노랫말이 절로 흘러나오는 아이로 바뀝니다. 책이 길지 않아 세세하게 설명은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구조 요청을 들은 비행기가 호수에 착륙한 상황에서 아이가 담담하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래, 씩씩한 녀석. 부모들의 사정에 휘둘리지 말고 너는 네 갈길을 가는거야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두 달 동안 고립무원의 숲 속에서 생활하면서 군살이 빠져 단단한 몸매로 재 탄생했다는 것........ 이었지요, 아마도? (...)


애거서 크리스티, <구름 속의 죽음>, 해문출판사, 2007
애거서 크리스티, <크리스마스 살인>, 해문출판사, 2007

크리스마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가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해문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두 권 들고와 읽고 있게 되더군요. 둘다 이번에 나온 추리문학 베스트 시리즈입니다. 해문출판사, 기왕 하는 것 반 다인 것도 마저 내주지 말입니다. 반 다인의 파일로(필로) 밴스 시리즈는 12권이라고 알고 있는데 동서문화사의 날림판과 합치면 총 7권-해문에서 3권, 동서문화사에서 4권-인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언제쯤 읽을 수 있을까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시리즈에서는 벤슨을 내줘서 동서문화사와 겹칩니다. 흑흑.

분명 G가 아직 졸업하지 않았을 때 모 대학 도서관에서 해문판 미니 사이즈를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들은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이리 되면 거의 다 빌려보았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지요. 아니면 읽고 나서 홀랑 다 잊었다거나. 하지만 후자는 조금 신빙성이 없는게, 홀랑 다 잊는다 해도 이정도 되면 누가 범인인지 감이 와야하는데 전혀 감이 없습니다. 구름 속의 죽음은 하도 궁금해서 맨 뒤로 넘어가 범인을 확인했고 크리스마스는 나중에 범인이 밝혀진 다음에 입만 떡 벌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페어플레이라기엔 조금 미묘하지만 이정도 맛은 있어야지요.
셜록 홈즈보다는 길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 이럴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긴 책은 읽기 싫고 잠깐 머리를 식히는 정도로 읽으려 할 때 말입니다. 물론 한 번에 두 권을 다 읽으려면 벅차긴 하지요.

나이를 먹을 수록 추리소설도 취향이 변해가나봅니다. 아직 어렸을 때는 셜록 홈즈를 최 상위에 두었지만 지금은 셜록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이 좋습니다. 그래도 완숙 달걀은 주인공들이 취향이 아니라 넘어가고요.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도 읽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CSI라인도 재미있게는 읽지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미묘한 취향차이. 피가 튀기고 잔인한 살인 수법이 난무하는 것은 신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래도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까지는 수비범위 안입니다.
갑자기 떠오른 김에 퀸의 로마 모자를 읽으러 가야겠네요.


책 장정이 엉뚱하게 시리즈물로 취미가 붙어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중에 취향에 맞고 실제본인 것을 찾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적당한 시리즈가 없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스시가 해당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아직 완결이 안났지 않습니까. 그냥 일본판을 확 사다가 확 제본할까 싶기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군요. 정 안되면 올해는 편집에 매달려 제가 책을 제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제 편집 실력이 너무 안 좋아요. 몇 번 망쳐보면 좀 나아지려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 들어온 작은 탐닉 시리즈. 이 중 첫 번째 책인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는 나오는 것을 알고 바로 구입했기 때문에 갖고 있지만 이렇게 시리즈가 많이 나와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시리즈가 예뻐서 다 꽂아 놓고 한 번 찍어보았지요. 그리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훑어 보았는데 ......
가장 기대했던 <나는 부엌에 탐닉한다>도 그렇고 뭔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부엌이라길래 음식류보다는 조리기구나 부엌 가구 등을 떠올렸는데 그런 건 아니더군요. 다 읽어보기 전까지는 뭐라 말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나저나 올해 안에 이 새책들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군요.

지난 주 동안 읽은 책, 읽다가 포기한 책들이 이 책들입니다.



이동진, <필름 속을 걷다>, 예담, 2007
임윤정, <카페 도쿄>, 황소자리, 2007
아사노 아쓰코, <배터리1-6>, 해냄, 2007

쓰고 보니 다 올해 출간된 도서들이군요. 따끈따끈한 신간이란 이야기입니다. 뭐, 그래도 배터리는 여름, 다른 두 권은 10월 출간도서라 뜨끈하다고는 말 못합니다.;


필름 속을 걷다는 영화의 배경이 된 지역을 찾아가 영화를 회상하며 떠나는 여행기입니다.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기왕이면 어떻게 찾아갈 수 있는지도 포함하면 좋았을 걸, 그냥 여행기 자체만 책에 담아냈습니다. 원래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것을 살을 더 붙여 책으로 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러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연재물로 보는 것과 책으로 죽 이어 보는 것의 차이도 있을테니까요.
영화의 배경이 된 지역이 여기였구나라는 것을 알아가는 맛도 있긴 하지만, 그러기엔 글쓴이가 너무 시니컬해서 감정 이입이 잘 안됩니다. 뭐랄까, "나 솔로라서 이런 것 혼자 다니는데, 그래서 커플 미워!"쯤? 혼자 쓸쓸하게 다닌다는 티를 팍팍 냅니다. 어디에든 우수에 젖어 있고 어디에서든 항상 불행(까지는 아닐지라도 하여간 그 비슷한 즈음)하고 말이죠. 혼자 여행 다니는 것도 꽤 좋아하는 제게는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볍게 훑어 보는 정도는 괜찮지만 몰입해서 볼 필요는 없는 책입니다. 사진도 뭔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고요.

카페 도쿄도 아쉬웠습니다. 읽기는 다 읽었는데,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느낌이랄까요. 최근 많이 나오는 기행과 주제만 다를 뿐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하기야 이런 류의 여행정보알림책의 기준이 동경오감이 되었으니 많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밖에요. 게다가 제가 아는 카페가 2-3군데 가량 있었습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Cafe Sweets라든지 MOE를 통해서 알게 된 카페입니다. 모르는 카페만 나왔다면 더 재미있었을까요? 하여간 아는 카페가 나오다 보니 뭔가 김샜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지역 편중 현상도 보였지요. 본인이 지내던 곳과 가까운 곳이 나오다 보니 도쿄 서쪽 지역의 카페가 많았습니다.
점수가 깎인 것은 그런 잡지들에 실릴 정도로 잘 알려진 카페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진짜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카페였다면 더 마음에 들었을텐데. 그리고 실린 카페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고요. 지면 문제상이라기엔 편집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배터리는 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읽을 계획은 없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책이라서요. 하지만 일본에서도 800만부가 팔린 굉장히 잘 된 성장소설입니다. 내용도 좋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 문제입니다. 왜 취향에 맞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오오후리의 향기가 납니다.(먼산)

저거 분명히 성장소설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잘된 소설입니다. 결말 부분만 읽고 대강의 시놉시스만 알고 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들이 차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맞습니다. 문제가 그거라는 거죠.
야구에다가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이 정말 .... 자연스레 필터링이 되는겁니다! 덕분에 1권은 펼쳐보지도 않고 6권 끝부분과 시놉시스만으로 포기했습니다. 읽고 나면 내용이 머릿속을 파고 들어 한 동안 저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오오후리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분들은 그냥 그대로 있어주세요. 그리고 그런 분들 중에 성장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배터리는 수작(秀作)일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바람의 화원.
예전에 마쟈님이 바람의 화원 내용소개를 보고 망상에 대해 잠깐 언급하셨는데 신간에 함께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살짝 뒷부분만 훔쳐봤습니다. 아놔....................................................................
네, 망상해도 좋습니다. 물론 장미향이 풍기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장미향이 납니다. 지나치게 내용 폭로를 하면 안되겠지만 이산과도 겹쳐지고 ***도 떠오릅니다. 아, **의 *****도 있군요. 하여간 그렇습니다. 읽을 생각은 없어요.


*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를 긁어주세요.
차례로 오스칼, 순백, 피오렌티나. 아주 쉽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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