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구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3
롤프 포츠, <여행자의 영혼을 깨우는 여행의 기술>, 넥서스BOOKS, 2008
다이라 아즈코, <먹고 자는 곳 사는 곳>, 웅진지식하우스, 2007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집은 책 한 권, 신간 소개를 보고 집은 책 한 권, 훑어보다가 책이 뭔가 귀여워 집은 책 한 권.
셋다 그리 길게 리뷰를 쓸만한 책은 아닙니다.

불연속 살인사건은 그냥 추리소설입니다. 엉뚱하게 모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가운데 하나 둘 씩 이유 없이 살해당하고 숨겨진 까닭을 찾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예전에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집어 들었는데 읽고 난 뒤에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 읽었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하네요. 예전에 보았던 엘러리 퀸 시리즈의 한 권과 조금 닮아 있습니다. 살인 사건의 배경 부분이 말입니다. 이 이상 이야기 하면 내용폭로가 될테니 함구!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은 공사판 이야기입니다. 직장내 상사와 불륜관계를 유지하며 일에 치이던 한 아가씨가 비계공에게 도움을 받은뒤 그 사람에게 홀딱 반해서 갑자기 건축계로 전직합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건축과 관련된 묘사가 굉장히 상세합니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웃으며 보실 수 있을겁니다.(아마도;) 내용이 길지 않고 짤막한데다 밝은 분위기의 소설이라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소재로도 소설이 나오는구나 싶더군요.

여행의 기술은 알랭 드 보통의 동명 책과 헷갈리면 안됩니다. 원제와 번역제목 사이의 거리가 태평양만큼 넓습니다. 원제는 배가본딩. 이노우에의 만화책 제목의 그 배가본드에 ing를 붙인겁니다. 패키지와는 정 반대이며 그렇다고 배낭여행도 아니고, 하여간 딱 잘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소박하고 작은(어쩌면 큰?) 여행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배가본딩이 어떤 종류의 여행인지는 직접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쉽게 말하면 한비야씨나 김남희씨의 여행을 배가본딩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말로 정확히 설명은 못하지만 감은 잡으셨을걸요.
어딘가에 얽매여 나중에, 언젠가, 돈 생기면, 시간 생기면 간다는 사람들에게 일갈을 하고 지금 즉시 짐싸서 여행을 떠날 것을 종용합니다. 그러니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뛰쳐나가고 싶다(그러나 그러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 책을 읽기 전 화를 가라앉히고 보세요. 해도 된다면 상관없지만 안된다면 이 책이 기폭제가 되어 진짜 사표 던지고 뛰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뭐, 이 책이 권장하는 것은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력입니다만, 저는 그럴 용기도 생각도 없습니다. 유유자적, 뒹굴뒹굴, 마음 편하고, 백 그라운드가 확실한 여행을 선호하니까요. 말하자면 산호초 밖의 망망대해에서 스노쿨링하는 것보다는 리조트 앞의 야트막한 자연 산호초 수영장에서 스노쿨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다. 안정지향적이라...;

Jamie와 나이젤라 요리책은 몇 주째 방치중입니다. 사진이라도 훑어 보아야 리뷰를 쓸 건데 손이 안가는군요. 역시 책이 너무 두꺼워 그런겁니다.;


Kaoru Mori, <엠마 1-9>, 북박스(랜덤하우스), 2007
Kozue Amano, <아쿠아 1-2, 아리아 1-11>, 북박스(랜덤하우스), 2008
Kariya Tetsu, <맛의 달인 100>, 대원씨아이, 2008

아쿠아와 아리아는 한참 전에 구입했지만 리뷰를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요.
아마노 코즈에는 꽤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크레센트 노이즈는 그 당시 제 취향과 잘 맞아 떨어져서 1-6권까지 차근차근 구입했고-완결권이 나왔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울겁니다- 지금도 가끔 꺼내 봅니다. 남녀 비율이 꽤 비슷했던 전작에 비해 아쿠아나 아리아는 여자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배경이 그렇다 보니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아쿠아는 아리아의 전작인데 왜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조금 궁금합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전체를 그려도 좋았을 건데 말입니다. 아마 이야기의 발단 부분은 따로 떼어서 연재하다가 나중에 이어 그리지 않았을까 추측할 정도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간단합니다. 모종의 사태로 인해 화성 극지에 있는 얼음이 몽창 녹아 화성은 물의 도시가 됩니다. 화성에 물이 있고 대기가 있자 지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성으로 이주하고 거기에는 지구의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있습니다. 공전주기가 지구의 두 배라 여기는 1년이 24개월입니다. 계절도 딱 두배지요. 한 계절이 6개월...여름이 6개월이라니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네오 베네치아는 물 바로 옆이라 굉장히 덥습니다. 묘사되는 것을 보면 한 여름의 도쿄인데 습도는 70-80% 정도이고 기온은 아마 35도 이상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한 여름엔 단 한 번도 일본에 가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한 겨울...;)
하여간 이런 네오 베네치아의 풍광은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여행온 사람들도 많고 하다보니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안내원도 존재합니다. 지구의 베네치아에서와 마찬가지로 곤돌라를 타고 돌아다니며 각 명소들에 대한 안내를 하고 때로는 아리아를 불러주기도 합니다. 단, 이들 관광안내원은 다 여자입니다. 베네치아는 남성이지만 네오 베네치아의 수상안내원은 전부 여자. 그리고 수습단계부터 시작해 프리마까지 세 단계로 나눠 운영됩니다. 주인공인 아카리는 네오 베네치아의 수상안내원이 되기 위해 지구에서 화성으로 오게 되고, 아리아 컴퍼니라는 작은 회사에서 네오 베네치아 최강(最强)의 수상안내원인 프리마 아리시아의 밑에서 일합니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건너와서 아리아 컴퍼니에 들어간 초기의 이야기가 아쿠아,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 프리마가 되기까지 정진하는 이야기가 아리아입니다.
설정도 매력적이지만 각 계절과 축제기간별로 보여주는 여러 에피소드가 맛깔납니다. 듀시스님이 아리아에 대해 카페 알파를 닮았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계절감을 잘 살린 이야기들이 절로 단팥죽이나 바람종 같은 계절의 상징물을 찾게 만듭니다. 물론 이게 일본의 계절감이라 그렇지만..... 한국의 여름은 죽부인이죠.



맛의 달인보다 아빠는 요리사가 먼저 100권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맛의 달인이 먼저 세자리 고지를 찍었습니다. 80권 가량까지는 보았는데 그 뒤로 손을 안대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유우코가 임신중이란 것, 100권이 아오모리 특집이라는 것 정도가 중요하죠. 아오모리라고 하면 환호성을 지를 몇몇 분들이 눈에 선합니다.(웃음) 생협 번개 때 들고 가겠습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리뷰를 돌린 엠마. 10권은 언제 나오는 겁니까!
저는 7권까지의 본편 이야기보다 8, 9권의 외전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G와 같이 이야기한 것처럼 10권에 나오는 모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아홉 권을 통 틀어 가장 잘생겨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이 이유가 대략 40%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60% 중 절반 이상은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라 취향이라는 점, 나머지는 작가의 그림과 내용 구성입니다. 지금까지 왜 사지 않았을까 후회했지만 한 번에 몰아서 볼 수 있었고 세일기간을 이용해 30% 할인 구입을 했으니 괜찮습니다.(...) 이젠 10권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야죠.

신인철, <마법의 지갑>, 한스미디어, 2008
재미있는 동화지만 지갑 관리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 지적한 책입니다. 보고 있자니 저도 지갑 하나가 가지고 싶어진..(이게 아닌데;)


이동진, <바리스타 따라잡기>, 엠북스, 2008
커피 프린스 제작 당시의 감수를 맡은 사람이 쓴 책이라는데 사기 보기엔 돈도 시간도 아깝습니다. 본격적이지도 않고 입문서라기에는 너무 설렁설렁하고. 그냥 사진이 화려한 커피책.

리처드 용재 오닐,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중앙북스, 2008
이 책을 먼저 보신 분이 글이 어렵다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고 나면 클래식 CD를 사고 싶어진다는 것이 단점.

신한균, <우리 사발 이야기>, 가야넷, 2005
필견. 막사발이 아닌 그냥 사발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일본의 찻사발들은 한국의 밥그릇이 아닙니다. 제기라고 말하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한국 밥그릇은 그렇게 안 생겼지요.
사진만 봐도 사발 하나를 지르고 싶어지는 책이니 그 부분은 주의하세요.

이지성, <꿈꾸는 다락방>, 국일미디어, 2007
교보에서의 평은 120개나 달려 있으면서 디자인, 책 내용 모두 별 다섯인데 저는 그닥..?
생생하게 꿈꾸어라, 그러면 이루어진다라는 것이 주 내용인데 미묘합니다.; 이런 책은 가르쳐주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문제거든요.



피로에 지쳐-왜 그런지는 저도 모릅니다. 일단 계획서 하나를 완료해야 좀 피로가 풀리려나-글을 길게 쓸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간단 리뷰.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우리 사발 이야기는 이후에 자세한 글이 올라갈지도 모릅니다.'ㅂ'
        

강봉조, <나는 오후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 이후, 2008
피터 멘절, <헝그리 플래닛>, 월북, 2008

작은 탐닉 시리즈인 나는 오후에 탐닉한다를 먼저 읽고, 헝그리 플래닛을 읽고, 슬로푸드 맛잇는 혁명을 나중에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 크기도, 작가도, 분위기도 다른 책들임에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강봉조씨는 사진작가입니다. 하지만 사진뿐만 아니라 공사도 하고, 집 인테리어도 하고, 직접 페인트칠도 하며 집 수리도 잘 합니다. 시카고에 예쁜 집을 한 채 사놓다 보니 예산이 부족해서 집 수리는 직접 몸으로 뛰어가며 해서 그런 것이겠지요.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조금씩 고치며 아기를 키우며, 집 옆에 텃밭을 만들고 마을 공동 채소밭도 가꾸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맛있는 채소를 직접 키웁니다. 농약도 화학비료도 쓰지 않고, 바둑이의 배설물과 여러 가지를 모아 퇴비를 만들어 채마밭에 줍니다. 검은색의, 비옥해보이는 토양에서 기른 채소는 밥상에 올라 식구들의 입을 즐겁게 합니다.


슬로푸드에서 말하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들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유를 대량생산하는 홀스타인종이 아니라 토착종으로, 적지만 진한 우유를 생산해 마을 특유의 치즈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소들의 이야기와 재래종의 다양한 옥수수를 키우려 하는 인디오들의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 닿아 있겠지요. 세계은행의 추천대로 해안가에 참새우 양식장을 만들었지만, 새우에게 주는 먹이가 부패하고, 대량의 항생제를 투여하며 해안은 망가지고 망그로브 숲은 사라집니다. 그 결과는 쓰나미로 돌아옵니다. 2005년의 대 지진으로 인한 대형 해일은 해안을 덥쳤고, 파도 완충판 역할을 하는 망그로브 숲이 사라진 그곳은 엄청난 피해를 입습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들이 그 지역을 "조금 더 잘 살게"하겠다며 돈을 벌기 위한 참새우 양식장을 만들었고 남은 것은 쓰나미의 피해뿐입니다. 만약 원주민들이 하던대로 작물 재배를 했다면 휴경기간에 참새우를 길러 여분의 수익을 올리고 땅은 또 잠시 쉴 수 있었을 거랍니다. 참새우 양식은 했습니다. 다만 대량이 아니었고 환경친화적으로 했다는 것이 달랐을 뿐입니다.

인디오들이 재배하는 대부분의 옥수수도 다국적 종자회사에 특허권이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한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작물도 아마 그 종자회사들이 특허 취득을 했을겁니다. 미스김라일락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헝그리 플래닛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식문화를 보여줍니다. 평균적은 아닐지 몰라도 그 나라를 다니다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족들의 집을 방문해 그들의 1주일치 식량을 구입하고 사진을 찍고 함께 생활합니다. 북쪽으로는 그린란드, 적도 근처의 나라들, 그리고 차드의 난민촌, 미국 텍사스, 일본의 오키나와, 중국의 농촌과 도시 근교 마을. 하여간 다양한 여러 나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식문화는 그리 다양해보이지 않습니다. 절반 정도의 국가에서는 청량음료와 맥주와 콜라가 빠지지 않습니다. 특히 콜라! 일주일 마시는 콜라를 모아 찍은 사진을 보면 정말 무섭습니다. 4인 가족이 저렇게 많은 콜라를 마신다니, 그 여분의 칼로리는 어디로 갔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의 입맛은 인스턴트로 향하고 있고 좋아하는 음식의 상당수가 패스트푸드랍니다. 점차 지구촌의 입맛은 하나로 모아지고 있는 걸까요. 슬로푸드와 헝그리 플래닛을 읽는 동안 서로의 글이 번갈아 떠오릅니다.



무거운 이야기는 이정도.
헝그리 플래닛은 책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그래서 읽는 도중에 몇 번은 들고 나가기 무겁다면서 슬로푸드를 들고 나갔습니다. 슬로푸드는 판형이 헝그리 플래닛보다 크지만 두께는 얇고 무게는 훨씬 가볍습니다. 지질의 차이입니다. 헝그리 플래닛은 전면 컬러화보에 아트지를 썼으니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고로 치한이 달려든다 싶으면 주의하세요. 이 책을 휘둘렀다가는 과실치사일겁니다.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 맞으면 살인 미수까지도..? 하지만 헝그리 플래닛의 매력은 그 생생한 사진들입니다.
보고 있는 내내 집안의 일주일 식량을 몽창 꺼내 찍어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일주일치 식량(간식)을 한 번에 사두면 하루면 없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아이스크림은 이틀이면 동이 날겁니다. 그런 무서운 일은 못하죠.

.. 그러고 보니 하겐다즈가 사진에 한 번도 등장을 안 한 것 같은데...?;

요네자와 호노부,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노블마인, 2007

그냥 제목을 봐서는 뭔가 싶은데, 원제를 보면 분위기가 조금 더 확실해집니다. 원제에는 한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주인공인 오사나이는 한정 디저트라면 사족을 못씁니다. 그러니 오죽하면 두번째 권인 여름철 트로피컬~에서는 친구를 함정에 빠뜨리고는 같이 여름한정 디저트 순례를 다니겠습니까. 하하하;


제목에 홀려서 본 책이지만 의외로 괜찮습니다. 특히 봄철 딸기 타르트에서 조금씩 밝혀지는 주인공들의 진면목은 남자여우, 여자늑대라는 역자의 평이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왜 숫여우, 암늑대가 아닌지는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책에는 4-5편 정도의 단편이 들어 있지만 각각의 단편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챕터라 보고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보아도 상관없지만 각 편에서 사건이 (거의) 완결되기 때문에 따로따로 골라서 읽어도 좋습니다. 단, 어느 이야기를 읽든지 케이크나 기타 디저트에 대한 언급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디저트를 미리 준비하고 읽으시거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맛없는 디저트나 양산형 과자는 피하세요. 이중으로 염장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읽는 도중에 지갑을 들고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사러 뛰어 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은 전직 영업맨의 능수능란한 말솜씨에 넘어간다지만 여기는 그 다양한 목록을 읽고 있노라면 절로 머릿 속에 모습이 떠올라 홀리는 겁니다. 특히 일본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여러 간식들(일본에서는 스위츠라 부르는 단과자들)을 많이 보셨다면 염장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럴 때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바토에게 감정 이입을 하시면 약간 도움이 됩니다. 어디까지나 약간이고, 고바토 마저도 맛있게 먹고 있는 여름철 트로피컬~의 디저트들은 2차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P5에 가서 딸기 쇼트 케이크와 크렘 브륄레를 시켜 놓고 유유자적하게 읽는 것이지만 비용이 상승하니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읽는 사람의 지갑에 달려 있습니다.

봄철~과 여름철~이 있으니 가을과 겨울도 있겠지요. 여름철의 끝부분을 본 이상 가을철과 겨울철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이들 두 사람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 그보다는 다음 권에 어떤 한정 디저트가 나올지가 더 궁금하군요. 허허;


가도와키 히로유키, <에스프레소 만들기>, 우듬지, 2006
김민주, <커피 경제학>, 지훈, 2008

에스프레소 만들기는 도서관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집어 들어 훑어 보고는 상세한 내용에 반해 빌려온 책입니다. 그렇게 홀딱 반해서는 반납하기도 전에 구입을 했지요. 허허;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방법에 대해, 커피콩부터 시작해 각 단계별로 세세한 설명과 사진을 곁들였습니다. 보고 있자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망상이 든다는 것이 문제죠. 이것이 그렇게 말처럼 쉬운 단계는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잘 설명했습니다. 특히 뒤에 소개된 메뉴는 다양하기도 하고 독특한 메뉴도 여럿 섞여 있습니다. 이모저모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도 많았고요. 어디까지나 해보고 싶은에서 멈춰 있는지만요.
(일단 카페인 민감증이 좀 가셔야 뭔가를 ... )


커피 경제학은 가격 대 성능비가 조금 미묘합니다. 책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있고요. 활자가 크고, 책이 좀 무거운 편이며, 편집 방식이 구형입니다. 책 자체는 재미있긴 한데 재미에서 끝나는 수준이랄까.. 두 번 읽게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대신 2008년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책에서 인용된 자료, 통계 등이 최신입니다. 2007년도 것도 있고 해서 최신 경향을 반영했다는 것은 볼만 합니다. 책으로 쓰다보니 두루뭉실하게 넘어간 부분도 많지만 말입니다. 커피 체인점들의 커피 맛에 대해서는 그렇게 넘어가더군요.

다른 것보다 흥미로운 것은 스타벅스에 대한 분석입니다. 스타벅스가 취하고 있는 전략적인 공세에 대해 알기 쉽게 잘 풀어 놓았습니다. 특히 공격적 매장 확대는 이 책을 읽은 다음날 직접 눈으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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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근처, 정확히는 성대입구 버스정류장 주변 지도입니다. 혜화로터리에서 창경궁(서울대병원 후문) 방향으로 가다보면 나옵니다.

대학로에 있는 스타벅스는 제가 아는 것만 두 개입니다. 하나는 혜화로터리에 있고 다른 하나는 대학로 큰길가에 있습니다. 큰길가 쪽은 스타벅스 2호점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긴지 오래되었지요. 혜화로터리에 있는 것도 생긴지 1년 남짓?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이 주변을 아시는 분이라면 던킨도너츠가 저 주변 어디에 있었나 고개를 갸웃하실겁니다. 버거킹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들어온 것이 얼마 전, 4월 30일에 개업했습니다. 관련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주변 지역은 커피체인점이라고 있는 것이 할리스가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할리스도 지난 겨울에 개업했고요. 서브웨이는 지도 상에서 스타벅스가 들어가 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4월 초, 이전한다는 게시물을 남겼더니 길 건너에 5월 하순 오픈 예정으로 공사중입니다. 일단 주변 지역의 점포 개업순서대로 적어보자면...

- 서브웨이는 성대 방면, 버거킹 옆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꽤 오래되었지요.
- T 플러스는 생긴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저 건물이 리모델링 하고 나서 들어왔으니 말입니다. 여기는 커피는 팔지만 오픈이 12시. 그리고 음식류도 있고 자릿세도 있어서 가격 대가 높습니다.
- 할리스는 지난 겨울에 생겼습니다.
- 버거킹이 없어지고 던킨이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버거킹의 철거는 몇 달 전에 완료되었지만 던킨카페의 오픈은 4월 30일. 공사를 미루고 있다가 한 번에 한 모양입니다. 2호선 홍대입구 카페 파리바게트(인지 파리크라상인지) 옆의 던킨 카페보다 훨씬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4월 30일, 오픈한 이후 사람이 바글바글한 던킨. 그런데 그 직후, 비어 있던 서브웨이 옛자리에 스타벅스가 입점한다는 공사가림막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그게 생긴 것은 지난 수요일입니다. 5일 아침까지만 해도 없었지요. 있었다면 그날 당장 G에게 이야기 했을 겁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의 오류일겁니다. 지난주에는 확실히 없었습니다.)
혜화로터리에서 여기까지는 200미터를 넘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스타벅스가 하나 더 들어선다라. 그리고 바로 옆에 던킨 카페, 길 건너편은 할리스. 왠지 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할리스일겁니다. 던킨은 커피와 도넛이 주력 메뉴이지 커피가 주력 메뉴는 아닙니다. 커피 판매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도넛의 판매는 오히려 상승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곁들임 메뉴(사이드 메뉴. 빵이나 케이크)가 비싼 편이라 사람들이 1천원 선인 던킨 메뉴를 사다가 스타벅스에서 먹는 쪽을  택할테니까요. 조금 느끼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T플러스는 커피 체인점이라기 보다는 밥 먹고 진득하게 붙어 있는 공부형 카페라는 느낌이라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좀 매상이 줄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근처에 갈만한 커피체인점이 없어 들어갔던 사람들이 스타벅스로 발길을 돌릴 수 있으니까요.
서브웨이는 매상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려는 사람들도 나오겠지요. 길 건너편이라 멀긴 하지만 그래도 이 주변에 샌드위치 전문점은 없습니다.(성대 방면으로 올라가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거기는 논외. 여기는 버스정류장 주변이고, 주로 대학로에서 올라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문제는 할리스입니다. 가격 대가 스타벅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위의 <커피 경제학>에서는 할리스 가격대가 스타벅스보다 낮다고 했는데 크게 낮지 않습니다. 저처럼 KTF로 사이즈 업그레이드를 하는 경우, 거기에 텀블러도 들고가 할인을 받으면 카페라떼 한 잔에 3천원입니다. 톨 사이즈를 숏사이즈 가격에 마실 수 있고, 텀블러 할인을 300원 받으니 그렇게 나옵니다. 기억에 의하면 할리스의 카페라떼 가격이 3300원인가 3500원입니다. 거의 차이가 없지요. 물론 KTF 할인을 받으면 가격이 낮아집니다만, 저는 할리스와 스타벅스가 있으면 웬만하면 스타벅스로 갑니다. 할리스 커피는 제 입맛에 안 맞습니다. 두 번인가 마셨지만 두 번 다 맛이 없었습니다.

대학로 내 할리스 매장은 제가 아는 것만 해서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하이퍼텍 나다 1층에, 하나는 여기 있는 할리스입니다. 하이퍼텍 나다 근처에는 스타벅스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없지만 있다면 거기도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왠지 스타벅스가 할리스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는 느낌인걸요. 대학로에 있던 할리스는 폐점했는데.... (먼산)

어떻게 상황이 흘러가는지는 스타벅스 오픈 이후 몇 달 간 관찰해 보고 올리겠습니다.'ㅂ'
  

김연희, <함께 드실래요?>, 랜덤하우스중앙, 2006
오기와라 히로시,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작가정신, 2007
오기와라 히로시, <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2007
마츠오 바쇼, <바쇼의 하이쿠 기행 1-3>, 바다출판사, 2008


오로로콩밭부터 시작합니다.'ㅂ'
이 책을 추천받은 것은 작년입니다. 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분이 이 책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고 꼭 보라고 추천을 했는데 내용이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 이제야 읽어보았습니다. 지금봐도 제 취향은 아닙니다.; 중간 내용은 홀랑 넘어갔으니까요.
내용이 독특합니다. 설정이 그리 독특하지 않을 수 있고 조금은 빤히 보이지만 그 과정이 더 재미있습니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마을 홍보를 위한 프로젝트를 세우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플롯은 그렇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프로젝트를 세우는 과정에서 오간 대화입니다. 시골이니까 당연히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절묘한 번역 덕에 대화가 귓가에서 들립니다. 성우 더빙한 것처럼 그 느릿느릿한 대화가 들리니 정말 웃기죠. 거기에 벌어지는 상황상황이 허를 찌르기 때문에 독특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제가 이 책을 별로 안 좋아한 것은 이런 류의 긴박감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소재의 취향차랄까요?
하드보일드 에그 쪽이 좀더 제 입맛에는 맞았습니다. 이쪽은 전작보다는 추리소설에 조금 더 근접한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삶은 달걀인겁니다. 왜 제목이 삶은 달걀인지는 앞부분 조금만 보셔도 아실겁니다.

그러고 보니 어쩌다가 오로로콩밭을 추천받았는지 기억났습니다. <벽장속의 치요> 때문이었군요. 괜히 읽었다고 투덜댔더니 이 책은 재미있다고 추천해주신 거였지요.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소설입니다.'ㅂ'


<함께 드실래요?>는 어쩌다 미국에 건너가게 되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며 그들에게 요리를 배운 김연희씨가 낸 요리책입니다. 그러니까 다국적 친구들에게 배운 다국적 요리법 모음인거죠. 다국적 요리법이라 어렵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실제 요리법을 보면 약간 변형을 해서 주변에 있는 재료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게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요리법이 지나치게 간략해서 요리를 좀 해본 사람이 아니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요리 수필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신기한 요리들도 많거든요. 다른 것보다 뉴질랜드의 디저트 파블로바가 나온 책은 처음 보았습니다. 만드는 법도 굉장히 간단한 걸요.


그리고 마지막인 바쇼의 하이쿠 기행. 1-3권을 한꺼번에 빌려 지금 3권만 남았습니다. 내용 자체는 너무 간단하고 일본의 역사나 지리를 모른다면 재미없을 겁니다. 각주도 아니고 미주라서, 미주 부분과 본문을 왔다갔다 하며 보는 것도 불편하고요. 하지만 그런 수고로움을 한 번에 날릴 수있을 정도로 마음에 든 것이 책 디자인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렸기 때문에 겉표지는 검색하면서 처음 보았지만, 정말 예쁜걸요. 바다출판사에서 이런 얇은 책들은 귀엽고 예쁘게 잘 내는데 이번 책들도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다 실제본이라 튼튼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체가 다 아트지에 컬러. 그리고 바쇼와 관련된 다양한 그림들이 함께 실려 있어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 책은 내용보다 그림과 장정이 마음에 들어 이후 구입할 예정입니다. 세 권을 나란히 모아서 꽂아 놓으면 참 예쁠겁니다. 가격이 예쁘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3권 세트에 34800원. 할인쿠폰도 이제는 출간한지 18개월 이내의 책에는 못 쓰는데 그냥 10% 할인가로 사야하나봅니다.(훌쩍) 그래도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요.


사카키 쓰카사, <끊어지지 않는 실>, 노블마인, 2008


책의 타입을 설명하자면, <스텝파더스텝>계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도둑 아버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최근에는 계속 노블마인 책만 보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책이 취향에 맞나봅니다. 이 책도 구입해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가즈야는 평범한 이름 그대로 평범한 세탁소 집 아들입니다. 하지만 세인트 미드 마을의 예에서도 나타나듯, 사건이 없는 마을은 없고 평범함이란 항상 숨겨진 무엇인가를 두고 있지요.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가즈야가 친구 사와다에게 이야기 하면 사와다는 머리를 잠깐 굴린 다음 해결해줍니다. 속 시원하게는 아니고 "마법의 주문"을 가즈야에게 건네주고 그 주문을 수수께끼의 대상에게 말하면 대상은 졸졸 끌려와 사와다의 카운슬러를 받고, 가즈야는 사와다의 해설을 통해 이해를 합니다. 설명만 하자면 책상 탐정? 아니, 직업이 카페 아르바이트니까 카페 탐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말그대로 설정일뿐이고 실제 책을 읽어보면 그 분위기에 젖어 가즈야나 하라다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도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제목인 끊어지지 않는 실도 그런 의미에서 지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의 인연은 실로 연결되어 있지만 한 번 연결되면 끊어지지 않고 죽 이어지니까요. 특히 가즈야처럼 한 마을에서 계속 살아간다면 말입니다.

이 책을 보기 전에 생협 번개 때 본 반짝반짝 은하마을 상점가가 떠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양쪽 모두 읽어보면 뭔가 흐뭇하니 기분 좋으니까요.







그러나 이 책의 묘미는 그런게 아닙니다. 뭐랄까, 딱 뒤통수를 치는 몇 군데의 문장이 특히 뇌리에 남거든요.

"네가 그 어딘가라면 참 좋을텐데" 라든지 (마스터가 이 부분을 읽으시면 책을 붙들고 데굴데굴 구를겁니다)
'아버지, 좋은 걸 주우셨군요'라든지.

덧붙이면 세탁의 기술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ㅂ'


이나미, <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안그라픽스, 2008


이나미씨의 책은 전작인 <프라하에서 길을 묻다>(리뷰)를 재미있게 봤기에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책을 검색하다 이스탄불~을 본 순간 바로 검색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생각만큼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도서관에 들어와 있더군요. 하기야 요즘 인기 있는 것은 좀 화려하고 젊은 사람들의 책 아닙니까. 거기에 이스탄불보다는 도쿄나 뉴욕, 파리 쪽이 훨씬 더 인기 있고요. 이제 뉴욕도 슬슬 한 물 가는 모양인데 다음 도시는 어디가 될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런던? 대도시라면 그쪽일 가능성이 높군요. 아니면 뉴욕이 아니라 시카고 등의 미국 대도시일 수도 있고요.

원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글 제목에 주의!가 들어가 있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잘찍힌 사진이 있다거나, 멋진 리뷰가 있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딸과 엄마가 같이 한 이스탄불의 여행에서 여기저기 둘러본 이야기, 그리고 다른 곳에는 많이 소개 되지 않은 이스탄불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나와 있을 따름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충동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소소한 여행을, 그것도 어렵지 않은 여행을 보고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여행 적금을 든다든지 여행 펀드를 든다든지, 조금 더 나아가서는 항공권을 결제한다든지하는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책은 그런 가능성을 거의 무한대로 늘려가며 만약 ISP나 공인 인증서가 바로 옆에 있고 카드가 옆에 있다면 당장에 여름 휴가 계획을 이스탄불로 돌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 된 그 작은 호텔을 구글링으로 찾아내어 있지도 않은 여름 휴가 기간 동안 예약을 하게 합니다.

물론 이 책에 나온 코스들이 제 취향에 딱 맞아서 그렇기도 합니다. 특히 고서점 거리나 세밀화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나니 평소 관심만 두고 읽지는 않았던 오르한 파묵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싶더군요. 그냥 여행의 일부분을 따라가는 느낌도 좋고, 바쁘게 움직이지 않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터키가 이슬람 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것도 그렇습니다. 히잡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강화시켜 주는-종교의 자유가 있다면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히잡을 학교내에서 쓰지 못하게 하는 프랑스의 조치는 특유의 톨레랑스를 거스르는 조치다-글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글도 좋고, 느낌도 좋고, 코스도 좋고. 그렇다 보니 이스탄불 항공권을 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이스탄불을 다녀오신 모님(첫**님)은 충동질을 당할 가능성이 더욱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올 여름에 예정 잡혀 있던 것이 불발되면 정말 적금을 들어서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통장 잔고가 위태위태하군요.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빅 포>, 황금가지, 2007
마쓰다 미치코, <천국의 수프>, 노블마인, 2007


빅포에 대한 짤막한 감상. 이건 되다만 국제 스릴러물...; 타성적이라고 해야할까요. 맨 마지막의 탈출신은 특히 억지스러움이 강했습니다. 포와로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국의 수프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집은 책이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일단 수프라는 소재에 끌린(낚인) 것이었지만 글 흐름도 괜찮고 분위기도 취향이었습니다. 게다가 집어 들고 나서 보니 그 직전에 읽었던 잠들지 않는 진주와 같은 출판사(노블마인: 웅진의 임프린트), 같은 번역자입니다. 확실히 분위기도 닮았군요. 역자가 같아서 그런가봅니다.
G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더니,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고 기겁하더군요. 완전한 사육 작가인줄 몰랐다면서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 <완전한 사육>이라는 영화(혹은 책)가 낯설었는데 말입니다. 은근히 유명한 이야기인가보군요.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패턴 또한 전형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천국의 수프를 찾고 있는 한 여자와, 수프를 만드는 어느 요리사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드라마를 보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그럼에도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상세한 조리 묘사 때문입니다. 수프라든지 다른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소설 속에 그런 장면이 녹아 있어요. 이대로 따라하면 수프 한 냄비가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일까요. 게다가 후반부에는 수프 만드는 법을 지도하기 때문에 재료 손질법도 간단히 나와 있습니다.
그런 고로 먹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패턴화 된 연애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도 추천하고요.

소노 아야코, 시리에다 마사유키, <우리, 헤어지는 날까지>, 제삼기획, 2007(초판 1984)

초판이 1984년에 나온만큼 굉장히 오래된 책입니다. 제가 본 것은 2007년에 나온 4판입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전혀 올리지 않았으니 대강은 짐작하시겠지요.



소노 아야코의 책은 <녹색의 가르침>을 처음으로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신청해서 봤다가 내용이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빌려다 보았고 결국 집에 따로 사서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녀가 중년을 지나 한참 작가로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을 때 백내장이 찾아와 눈 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 전까지 심한 난시와 근시로 시력이 좋지 않았던데다 백내장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으니, 수술후 경과는 아주 좋음에서 실명까지 어찌될 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글과 관련한 모든 일을 접고 있을 때 시작한 것이 정원일로, 도쿄에서 꽤 떨어진 해변 지역의 별장에서 지내며 여러 가지 채소를 심고 과일 나무를 심고 꽃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맛들린 정원일은 한 해 3-4명 나올까 말까하다는 기적적인 좋은 경과 후에도 이어집니다. 그 분위기와 책의 삽화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그 뒤에 소노 아야코의 책이 나오면 도서관에 신청해서 꽤 여러 권을 보았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이전에는 못봤던 책이 한 권 있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수술을 받을 즈음, 잘 알고 지내는 어느 신부님과 주고 받은 편지글 모음 책입니다. 신부님은 그 당시 바티칸에 나가 있었고 그리하여 편지를 주고 받는 텀은 상당히 길어보입니다. 장문의 편지글인데도 딱딱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신부님이 종종 선(禪)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때면 신기하기도 하였지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몇 있기도 했습니다.

P.93
(중략)
옛 중국의 귀종(歸宗) 선사에게 이런 일화가 있지요.
어느 날 노사(老師)가 부엌 쪽으로 가니 거기에 탁발승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들을 하였는가"하고 노사가 묻자 탁발승들은 "맷돌을 갈았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겨였는지 콩이었는지 밀기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젊은 스님들은 맷돌을 갈았던 것이지요. 그러자 노사는 "맷돌을 가는 것은 좋지만 한 가운데의 심봉(心棒)만을 갈지 마라"는 의미있는 말씀을 남기고는 사라지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략)


번역에 문제가 있지만, 어쨌건 마음 한 가운데 심을 남기고 그것은 굳건히 하라는 말이 꽤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그 뒤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다른 분들도 직접 읽어보고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앞 뒤 문맥도 보시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기에 부분이 꽤 깁니다. 저작권에 위배된다고는 생각하지만......



소노 아야코는 이런 저런 대외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것은 카톨릭계와 관련된 지원활동이랄까요. 정확하게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엠네스티 등에서 나오는 아동지원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압니다. 그리고 이 책 앞부분에도, 한국의 성 라자로 마을의 난방비 모금을 하여 그 금액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일진대, 그리고 이 편지가 1980년대의 것이라고는 해도.... 읽고 나서 책을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위의 글로 인해 받은 제 인상은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을겁니다.
이 사람이 김혜자씨 못지 않게 열심히 제 3세계와 난민들을 구하기 위해 뛰고 있다 한들, 제 이미지는 변하지 않을겁니다. 혹시 또 모릅니다. 일본과 한국의 역사와 관련해 다른 시각의 글을 쓴다면 그 때는 바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의 제 심정은 집에 있는 소노 아야코의 책마저 창 밖으로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암울합니다.


지금부터 소노 아야코는 제 목록에서 廢합니다.


나카야마 요코, <꿈을 이루어주는 일기>, 해냄, 2004

원제목이 더 마음에 듭니다. "ありたい自分"になれる中山式'いいこと日記'を作けよう. 제목이 길긴 하지만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원제에 다 들어가 있으니까요.



99년이었나, 집에서 놀고 있던 일기장 하나는 꺼내들어 색연필로 열심히 위시 리스트를 만든적이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사두었던 일기장으로 기억하는데 하드 커버에, 플라스틱 열쇠가 달려 있는 그런 종류였습니다. 안에다 이모저모 갖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죽 적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으로 열어본 것이 대학 졸업하기 전이었나, 직후였나 였을 겁니다. 그 때 보면서 웃었습니다. 목록에 적어두었던 것의 90% 이상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기억나는 것만 두서없이 적어보면 커피밀, 서버, 드립퍼, 홍차 세트(다기 세트) 등. 하고 싶은 것에는 커피 내리는 법, 홍차 우리는 법, 퀼트 등이 있었습니다. 웃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서늘하기도 했습니다. 그 목록에 대해서는 적은 본인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걸 다 이루었다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강하게 원하는 것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도 그와 비슷합니다.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일기고, 날마다 일기를 쓰면서 나쁜 감정을 털어내고 좋은 감정을 담고, 맛집 리스트를 적는다든지 소망 목록을 적는다든지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글쓰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짤막하게 한 줄로만 적어도 되니 일단 시작하라고요.
책이 굉장히 얇고 글씨도 크고 해서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기 쓸 결심을 하고 글쓸 결심을 하고 나아가 소망 목록, 희망 목록, 야망 목록을 적게 된다면 그것으로 좋은거죠. 쉽게 이야기를 쓰고 있어서 받아들이기도 좋습니다. 단, 실천 여부는 책에 달린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달려 있으니까요.


츠지무라 미즈키, <밤과 노는 아이들>, 손안의책, 2007


책 표지가 꽤 예쁘다고 하려 했더니 중간에 보이는 무언가...;
표지가 의미가 없을리 없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요.

츠지무라 미즈키의 전작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를 떠올리면서,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집어올까 말까 한참 망설였습니다. 지난 주에 들고 와서는 주말에 손도 못대고 방치하다가 어제 상권을 다 읽고, 오늘 하권을 다 읽었습니다. 그러나, 상권을 읽는 와중에 도저히 결말이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서-하권은 집에 있었습니다-도서관에 쫓아가 하권 뒷 부분만 날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상권 다 읽고, 하권 읽는 내내 후회했습니다. 뒤통수의 반격은 덜했지만 덜 아파서 더 아프게 느껴졌다 하면 말이 이상한가요. 미리니름을 원한 것은 저였지만 결말을 확인하고 보니 책을 맛있게 읽지 못했다는 후회가 물 밀듯 밀려옵니다. 그러니 읽는 분들은 저처럼 성급하게 먼저 결말을 확인하지는 마세요.



이 책의 감상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함정



저만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니었으니 그건 넘어가고, 함정에 빠지고 났다가 나왔더니 또 함정. 아놔. 게다가 뒤통수 때리기도 아니라 뒤통수 후려치기입니다. 흑흑. 이런 일본 추리소설 쪽을 좋아하신다면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이런 쪽에 약하신 분들께는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 소설도 캐릭터들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남자 3인방은 보면서 취향대로 골라드세요인가 싶더군요. 아사기, 교지, 고타말니다. 모든 남자들의 모습은 아니지만 뭐.... 그래도 제가 고른 취향의 남자를 보고는 제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와 하면 안되는 이유를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물론 소설 속의 캐릭터라 그런 것도 있지만 얼굴 위주로 골랐거든요.(먼산) 왠지 아사기의 경우엔 쿄우와 묘하게 겹쳐 보여서 말입니다. 그것도 나름 재미있긴 했지요. ... 그러고 보니 진짜 닮았네요. 쿄와 잇페이. 그러고 보면 주변인물도 끼워맞추면 되는겁니다?;

번역 제목보다 원제가 책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준다고 생각합니다. 子どもだちは夜と遊ぶ. 소소한 차이지만 그 쪽이 더 좋습니다.'ㅂ'
   

이준, <나는 맛있는 파티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애거서 크리스티, <목사관의 살인>, 황금가지, 2007


책 읽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한 간단한 메모 정도입니다.

목사관의 살인은 역시 발랄한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답습니다. 제목이 "목사관 살인사건"이 아니라 목사관의 살인이라는 것이 일본소설과의 차이랄까요. 답다라는 생각입니다. 표지도 좀 음산하지만 실제 내용은 무섭거나 하지 않습니다. 화자는 목사관의 실 거주자인 목사님이시고 탐정은 옆집의 늙은 노처녀입니다. 우후후~


맛있는 파티에 탐닉한다는 작은 탐닉 시리즈의 열 번째 책입니다. 이 책도 벌써 열 권이나 나왔군요. 지금 검색해보고는 열 한 번째 책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도서관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가볍게 읽을만하니까요.
맛있는 파티~도 책의 주제가 확실합니다. 대학 전공도 그렇고, 앞으로의 진로도 요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글쓴이가, 지금까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벌인 파티에 대한 기록입니다. 요리 레시피와 파티 준비 과정이 나와 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담, 문제점, 고쳐야 할 부분 등도 잘 다루고 있습니다. 집들이 하시려는 분들은 사전에 참고하셔도 좋겠네요. 몇 가지 음식들은 저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연어!!!)



리뷰는 적지 않지만 청바지 돌려입기도 지난 주말 동안에 읽었습니다. 그냥 가볍게 볼만한 청소년 소설쯤? 나쁘진 않지만 두 번 읽지는 않을듯합니다.'ㅅ';
최민철, <도쿄에서 하늘을 보다>, 창우, 2007


도서관 서가를 뒤지다가 문득 눈에 들어와서 집어온 책입니다. 표지도, 안의 사진 편집도 꽤 마음에 들어서 들고 왔는데 방금전 집어 들어 읽으면서 10분만에 책을 끝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10분도 오래 걸린겁니다. 필요 없는 부분은 다 버리고 안 가본 곳만 몇 군데 체크해서 볼걸 그랬습니다.

사진은 나쁘지 않으나 글투가 정말 안 좋습니다. 나쁩니다. 사진을 소개하는 두 줄의 문장을 읽으면서부터 눈에 탁 걸리더니 그 뒤부터 내내 걸립니다. 말투가 일본어 직역체가 대부분이고, 중간중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표현도 나타납니다. 뭐, 저도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종종 비문으로 쓰곤 하지만 출판해서 낸 책이 앞뒤 문맥이 안 맞는다거나 주어 동사가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표현이 어색하다거나 하면 문제있죠.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다봤지만 사서본 사람들은 돈 날리는 것 아닙니까.
사가모라고 해서, 예전에 다인의 편의점 블로그에도 올라왔던 오래된 분위기의 시장과 두 세군데 지역은 다른 책에서 다룬 적이 없어 볼만했지만 그마저도 주루룩 훑어 읽으며 내용 파악만 하고 전체를 읽지는 않았습니다. 읽다가는 성질 버리겠더군요.




제대로 내용 확인을 하지 않고 훑어서 책을 고르다보니 저렇게 폭탄이 걸리는 일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서가에서 꼼꼼히 보고 골랐는데 요즘은 시간에 쫓겨 1-2분만에 책을 고르다보니 그런가봅니다. 느긋하게 책을 골랐으면 좋겠는데, 20분 안에 도서관에 들어가 책 반납하고, 자료실에 들어가 책 고르고, 대출하고 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합니다. 익숙해지면 지뢰 밟는 일도 덜하겠지요.


이시다 이라, <잠들지 않는 진주>, 노블마인, 2007

도서관 서가를 헤매다가 이시다 이라 책이 눈에 들어오길래 이것저것 뽑아 보았습니다. 대표작이랄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책인 IWGP는 보지 않았지만 1파운드의 눈물이라는 단편이 묘하게 마음에 들어서 가끔 들여다 보고 있지요. 그러다가 엔딩 부분만 확인하고(비극이 아닌걸 확인;) 잠들지 않는 진주란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아마 맨 마지막 부분 때문에 제목이 저리 붙은게 아닐까 싶더군요.

G가 이 책을 본 것 같다고 하더니 다나베 세이코의 <아주 사적인 시간>의 내용을 풀어 놓으니 그것과 헷갈렸더군요. 분명 느낌이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판이하니 <사적인~>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도 그러려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주인공의 생활패턴이랄까 그런 부분이거든요. <잠들지~>는 독신에 별장에서 혼자 유유자적하게 생활하고 있고, <사적인~>에서는 남편과 함께지만 독립적인 느낌을 주는 주인공이 살고 있고. 일단 둘다 집이 시외에 있는 고급 별장 / 맨션인데다 식생활도 좀 닮아 있더군요. 그리고 양쪽다 예술가라서 더 헷갈렸던 모양입니다.

<잠들지~>의 주인공은 전업작가입니다. 무슨 작가인지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꽤 상세하게 작업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마음에 들었지요. 확신은 못하지만 미대 다니는 친구에게 보여주면 웃으며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다른 작품과 비슷하게 연애 물인데, 이것이 독특한 이유는 연상연하 커플입니다. 그것도 "엄마뻘"입니다. 17살 차이가 나는군요. 주인공이 우치다 사요코가 아무리 몸매 관리를 한다 한들 17살 차이란 만만치 않습니다. 사회적인 통념상, 남자가 17살 연하의 아가씨와 연애하면 능력있는 것이고, 여자가 17살 연하의 청년과 연애하면 노망난 것이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카메..였나요? 쟈니즈의 누구도 어머니뻘 되는 사람이랑 연애를 하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단순히 연상연하 커플의 연애담이면 이야기가 재미없겠지만 이쪽은 연애가 전부는 아닙니다. 재능은 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모토키(모 만화 등장인물과 이름이 같아서 오버랩되었습니다;)는 사요코를 만나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계기를 찾게 되며, 사요코는 갱년기 증상을 겪으면서 약간은 정체되어 있었지만 자신을 한층 더 발전시킬 계기를 갖게 됩니다. 엔딩은 무난하지만 그 뒤까지 무난할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요코나 모토키를 보면 무난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잘 해낼것이다라는 느낌을 주는군요.


하지만 이 소설의 무서움은 그게 아닙니다.lllOTL
읽는 내내 사요코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는데 그거 무진장 무서운 것 아닙니까! 제 나이는 모토키에 훨씬 가까운데 왜 사오코 쪽에 이입이 되는지 모르겠어요.;ㅂ; 그런 점에서 자동 감정이입이 되는 바람에 결혼 생각을 더 저버리게 한 <사적인~> 못지 않게 무서운 소설입니다. 흑흑흑..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뒷 느낌이 꽤 좋은 연애소설입니다.
     

김현근, <오겡끼데스까 교토>, 미다스북스, 2006
           <이랏샤이마세 도쿄>, 미다스북스, 2007


두 권다 내 돈주고 보면 절대 아까운 책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정도가 좋습니다.
앞서 리뷰했던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가 글쓴이의 최신간이고 이 두 권이 먼저 나왔길래 도서관에서 찾아다보았습니다. 하지만 완성도를 보면 도쿄를~쪽이 훨씬 놓고, 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2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두 권은 보는 시간이 좀 아깝습니다. 블로그에 올렸던 간단한 만화와 일본 생황 팁을 모은 책인데 팁은 볼만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만화는 그냥 블로그에서 보는 정도가 딱 좋습니다. 책도 두껍고 하지만 종이를 두꺼운 걸로 써서 그렇지 내용 자체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보는 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요. 특히 두 번째 책은 1년 만에 냈으면서 가격도 15000원(교토편은 9800원)이나 받고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비싸게 낸 건지 모르겠습니다.
2권 끝부분을 봐서는 아마 뒷 이야기도 더 있을 법한데 보고 싶은 생각은 더욱 없습니다. 이 책 역시 보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비슷한 타입의 책으로는 <새콤달콤 요리사 비비짱의 초감각 일본 요리여행>이란 것이 있는데, 이 책도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보고는 시간이 아깝다고 투덜거린 책입니다. 블로그에서 좀 재미있게 연재하는 만화라면 책으로 일단 출판하고 보는 건지. 시간뿐만 아니라 책을 찍어낸 종이도 아깝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한 평이었는데, 위의 두 권도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본유학이나 어학연수에 대한 생각이 있는 사람은 한 번쯤은 넘겨봐도 좋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평이 박하긴 하지만, 도쿄를~쪽보다 상태가 심하게 안 좋은 걸요.


윤현승, <라크리모사>, 로크미디어, 2008

현재의 평은 별 셋. 저는 별 넷 정도는 주고 싶은데 의외로 낮군요. 아, 하기야 제가 직전에 읽었던 흑사관이 워낙 이상한 책이어서 평점이 더 올라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고 난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은 지금 평하기에는 워낙 들떠 있어서요. 나중에 다시 읽고 다시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며칠 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일요일. 화들짝 놀라 교보를 검색하니 자세한 책정보는 뜨지 않았지만 주문은 가능했습니다. 발매일이 14일-월요일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잽싸게 주문하고 기다렸더니 화요일 아침에 도착해, 저녁 때 귀가하면서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받아보고는 좌절했습니다. 책 뒤의 내용 소개를 읽어보니 공포물입니다. 허허허.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맛없는 것을 먼저 먹는 심정으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것도, 화요일에 책 받아 들고 줄거리 보고는 뒷부분을 먼저 읽어서 어떻게 끝나는지 확인하는 만행-반칙-을 저지른 뒤에 말입니다.
일단 손에 잡고 보니 술술 읽힙니다. 읽기 시작한 것이 오늘 아침인데 저녁 퇴근시간까지 이용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총 독서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2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쉽게 읽히기도 했지만 책 페이지 수에 비해 책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책장이 빨리 넘어갔던 기억이 있으니 글자가 좀 큰편이며 행간이 넓다고 할 수도 있지요. 두껍지만 책 자체는 가벼운 편이니 손에 들고 읽기는 힘들지 않습니다.

끝을 본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기 때문에 긴장감은 좀 많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공포물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봤으니 다행이지요.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추리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스티븐 킹의 호러 추리물은 아니고 밀고 당기는 논리게임이랄까요.


이제부터는 내용폭로가 될 것이니 접어두겠습니다.


도서관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전체적인 흐름도 지금은 마음에 듭니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또 감상이 변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읽었을 때도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면, 아마 그 때는 다음 작업책이 될듯합니다. 훗훗훗~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5


표지는 넣지 않았습니다. 표지를 보신 분이라면 왜 거부당했는지 아실겁니다.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겉멋에 절은 소설입니다. 주인공인 노리미즈의 모델은 아마 필로 반스(파일로 반스)가 아닐까 싶은데 그게 도가 지나쳤습니다. 읽는 내내 저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번역이 좋지 않은 것도-DMB입니다-문제겠지만 책 전체 분위기가 그런걸 어쩝니까. 그닥 리뷰를 쓰고 싶은 생각도 없는 책이었습니다.




테메레르 4권은 도서관에 들어온 모양이고, 오늘 아침부터는 라크리모사를 읽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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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금단 증상인지 몸이 좀 부어 있고, 수면 부족에, 피곤에, 기타 등등의 무기력을 앓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할건데, 토요일에도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섭취 열량 자체도 꽤 부족한 느낌이라서요. 무지방 우유 1리터 한 팩을 어제 사왔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잊지말고 사와야지요. 아침 저녁으로 한 잔씩 마셔도 꽤 도움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골다공증 초기라는 걸요.

자아. 다시 업무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시마다 소지, <마신유희>, 두드림, 2007


시마다 소지의 책 마지막입니다. 한국에 번역된 책 중 지금 구해볼 수 있는 것은 <마신유희>, <점성술살인사건>, <용와정 살인사건>뿐이고 91년도에 국일미디어에서 <얼굴없는 시간>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절판이지만 현재의 분위기를 봐서는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도 더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니 왜 이제야 알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재미있게 읽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맛있는 것을 나중에 먹을 수 있었다는 기쁨도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은 뒤로 남기고 먹거든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봤고, 점성술이나 용와정은 표지가 무난해서 눈치를 못챘는데 마신유희의 표지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겁할 정도로 골 때립니다. 이런 이미지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보고 나서 가위 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이라면 저도 그랬겠지만 지금은 꽤 단련되었으니 얼굴을 찌푸리는 정도로 넘어갔지요.


이번에는 이시오카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배경이 스코틀랜드다보니 나올 수가 없었겠지요. 미타라이의 독주지만 용와정 당시 그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는 조금씩 감이 옵니다. 보면서 느꼈던 위화감도 맨 마지막에 확 풀리면서 쓴웃음을 짓게 만들지만 말입니다.
구약성서에서 나오는 모세와 이집트 탈출, 그리고 야훼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살짝 돌려 말하면 종교적(기독교쪽)으로 민감하신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것이 나을 것이고요.




그나저나, 밤과 노는 아이들은 이번에도 못 빌렸습니다. 빌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보고 나면 뒷 수습이 어려울 것 같아 이번에도 포기했습니다. 읽을 용기는 언제쯤 날까요.;
   

스기이 히카루, <하느님의 메모장 1>, 시드노벨, 2007
다카하시 겐이치로,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웅진지식하우스, 2008


<하느님의 메모장>은 kiril님께,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는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후자는 구입 가능성이 조금 있군요.


하느님의 메모장은 지난 번개 때 들고 와서 그날 다 읽었던 걸로 기억하니 리뷰가 꽤 많이 늦었습니다. 쓴다 쓴다 하고는 다른 일에 밀려 글 쓰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생각난 김에 써야 겠다 싶어 다른 포스팅은 뒤로 미루고 같이 씁니다. 연필로~가 이번 렛츠 리뷰에 올라가서 좀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드노벨은 이번에 처음으로 읽어보았지만 대원이나 학산에서 나오는 가벼운 일본판 판타지 소설과 같은 타입입니다. 다만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고 할까요. 이계가 아니라 현계가 배경이며 주인공들도 흔히들 말하는 "낙오자"들입니다. 그나마 보통의 판타지 소설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표지에도 등장하는 앨리스 때문입니다. 이 앨리스만 소설 속에서 둥둥 떠 있을 뿐, 다른 캐릭터는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로군요. 이런 사람이 많으면 사회 생산성이 떨어지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들이 없으면 참 재미없는 사회가 될 겁니다. 이들이야 말로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와 같은 부류 아닙니까.(...) 이런 삶을 조금은 동경하고 있어서 말이죠. 물론 100% 동경하지는 않습니다. 성격상 그렇게는 못해요. 거기에 100% 동경했다가는 누구처럼 인간에 휘말리고 사건에 휘말려서 정말로 니트가 되고 말겁니다.

늘어지는 듯하면서도-글이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일상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가볍게 읽어볼만한 소설입니다.
책 제목의 유래가 된 그 문장 때문에라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저 메모장이란 단어를 보았을 때 수첩이 아니라 윈도 보조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하하.

덧붙여서, 본 제목은 神樣のメモ帖입니다.



<연필로~>는 글쓰기, 정확히는 소설 쓰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진지하게 소설 작법을 다루어, 국어시간에 배우는 것처럼 "소설은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4단계를 거치며~"운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가 말하는 대로, 초등학생에게 소설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처럼 사람들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차근차근 지도하는 책입니다. 굉장히 딱딱할 것 같지만 사근사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글부터, 소설이라는 장르와 형식 파괴, 다양한 예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글까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 글 쓰기의 기본은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고 하지요? 여기서는 이 세 가지를 한데 모아 한 번에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셋을 각각 따로따로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삼다(三多)를 하지 않고는 소설을 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의 소설을 흉내내기 위해서는 여러 소설을 읽어보고 그 중 내가 흉내내고 싶은 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며, 흉내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두 번이 아니라 가능한 많이, 다양하게 써봐야 내 말을 꺼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해야하는 것도 당연한 겁니다. 다만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로 쓰지 않고 쉽게 쫓아갈 수 있는 말로 풀어 써주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지요.
다른 부분보다 특히 더 공감이 갔던 것은 꾹꾹 눌러 참으라는 것. 확실히 글은 꾹꾹 눌렀다가, 안에서 글들이 가득차서 밖으로 튀어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뻥 터지고 글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올 때가 가장 좋다니까요. 아직 덜 익었을 때 마개를 열면 꼴꼴꼴 흘러나오다가 맙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 더 재미있었습니다. 하하; (쓰다만 소설이 얼마나 있더라..;)





날은 따뜻한데 실내는 춥습니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ㅂ'


시마다 소지, <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2006



감상을 쓰려고 보니 이 책은 내용폭로 없이는 절대 감상을 쓸 수 없습니다. 아니, 제가 딱히 내용을 폭로하지 않아도 이 책을 찾아 읽을 분이라면 읽는 도중에 울분을 씹으며 *** 이자식! 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시게 될겁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읽으면서 이 썩을 놈의 자식이라고 내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만 당할 수는 없지요. 제 주변분들이라면, 제 소개를 읽고서 이 책을 읽을 분들이라면 이미 다 내용 폭로를 당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게 될테니까요. 어쨌거나 내용 폭로를 무의식중에 당했든 아니든 간에 이 책은 정말 읽을만 합니다. 책이 나온 것이 한참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소재를 쓴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당시는 아마 엽기 범죄로 생각되었을 법하지만 지금 본다면 잔혹성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꼭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접어두겠지만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거기는 덮어두시고 여기까지만 보신 후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아랫 부분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덧붙임.
중반부 이후에 교토 돌아다니는 장면을 읽다보니 저도 저 코스와 동일하게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토 여행을 꿈꾸는 분이라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2>, 손안의책, 2007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3>, 손안의책, 2007

샤바케 1권에 대해서는 앞서도 포스팅을 했습니다. 에도의 굉장한 부잣집 아들래미이나 몸이 굉장히 허약해 노상 누워만 있는 도련님(이치타로)이 주인공으로, 모종의 일로 인해 요괴들을 볼 수 있고 그들과 대화가 가능하고 그들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이모저모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 주요 설정입니다. 그 설정에 대해서는 1권의 사건에서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지요. 설명이 한 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설명을 위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의 발단은 도련님의 배경에 있는 것이니, 그에 대한 이야기가 1권 전체를 아우르고 있지요.

2-3권은 그런 배경 아래, 도련님이 겪는 여러 사건들과 그에 대한 해결이 담긴 단편 모음집입니다. 그런데 그 맛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1권은 너무 복잡하게 얽힌데다 이야기가 길고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었는데, 2-3권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짤막하면서도 맛깔납니다. 1권보다 더 마음에 들더군요. G도 1권은 재미없다며 2-3권은 사지말라 하더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후다닥 다 읽더군요. 책이 작기도 하고 그리 길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G의 책 읽는 속도를 생각하면 괜찮은 반응입니다. G는 읽는 속도 자체는 빠르지만 재미가 없거나 할경우엔 미루었다가 조금씩 읽어나가거든요. 책을 건넨지 하루만에 반납이 들어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하;


손안의책에서 나온 다른 책들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합니다. 단, 교고쿠도나 차가운 학교~ 시리즈 타입이 아니라 음양사나 집지기~쪽입니다. 그 쪽 분위기의 책이니 가려 읽으셔야 합니다.
옛 에도의 모습과, 니혼바시, 료고쿠 등의 익숙한 지명도 나오니 읽다보면 그 쪽 거리를 거닐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같을리는 없지만 그런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를 같이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그 당시의 먹거리 이야기가 자주 나오니까요. 화과자나 말차를 곁들이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홍차나 커피보다 말이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김현근,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 21세기북스, 2008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다음 메인에 뜨는 blog 기사 중에서 도쿄의 길거리 풍경과 관련된 글을 보고, "아, 이 글 이글루스에서도 읽었다."고 생각한 다음 블로그 주인이 자기 책 소개를 맨 아랫단에 광고처럼 올린 것에 흥미가 생겨 도서관에 주문한겁니다. 길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예전에 몇번 글을 읽었던 블로거가 낸 책이라 도서관에 신청했다 입니다.
돌이켜 보면 사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정도입니다. 책의 구성이 꽤 독특하더군요. 10페이지 내외의 짧은 장 안에 사진과 함께 도쿄의 생활 모습을 다루고 있고 그 안에서 여러 단어들을 일본어로 바꿔 써두었습니다. 물론 일본어 옆에는 한국어 단어로도 표기를 했고요. 읽으면서 단어를 하나 하나 음미했더니 읽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습니다. 그렇게 소개된 단어들은 각 페이지 아래에 다시 모아 단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했고 그 장의 주제와 관련한 다른 단어들은 따로 주제별로 모아 장 끝부분에 죽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본 생활 일본어 단어들을 아는데 유용하겠더군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각 주제가 지금까지 일본 관련 소개 책에서 보지 못한 것이 많았습니다. 최근 일본에서의 집 구하기 관련 이야기를 다른 책(비비의 도쿄 다이어리)에서도 보았지만 그 외에 일본의 문화,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보여줍니다. 그런 주제는 목차만 훑어 보셔도 아실겁니다.

보고 있자니 도쿄 장기 여행을 가고 싶어지더군요. 그런 고로 여행병에 걸리신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통장에 구멍이 나거나 카드가 블랙홀로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맛집 소개라든지 일본의 뜨는 지역 소개 같은 걸 기대하신 분은 실망하실 겁니다.'ㅂ'




떨이라고 표현한 책 한 권. 최근에는 일본 판타지쪽만 보고 있었는데-고식. 이것도 손 뗀지 오래죠-어느 작가의 자기 책 소개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한국작가의 판타지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책 값보다도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까운 책이었지요. 어쩐지 북 리뷰가 없더라니. 쓸 시간도 아깝습니다. 읽고 나서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가, 다른 사람에게도 평을 듣고 싶어서 G에게 넘겼습니다. 사실 공정하지는 않지요. G는 판타지 소설을 원래 안 읽습니다.
G는 이 책을 보고 표지부터가 도레미파솔라시도 분위기가 난다며 투덜대더니 채 10장도 못 넘기고 포기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다른 책 한 권은 작은탐닉 시리즈인 <나는 티타임에 탐닉한다>입니다. 리뷰를 따로 쓰고 싶지 않아서 이 글 끝부분에 끄적이는 겁니다. <부엌 탐닉>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티타임 탐닉>은 그냥 그랬습니다. 취향이랄까, 파장이랄까, 그런게 안 맞나봅니다. 아니 그보다 심층적인 분석도 가능하지만 일단 여기까지 선을 긋고, 한 번 훑어볼만은 하지만 구입해서 볼만한 책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단, 보실 때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홍차와 다구 지름신이 동시에 내려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지갑과 통장과 카드 관리를 철저히 하신 후 책을 열어보세요.



조에타 헨드릭 슐라박, <나눔의 밥상>, 한얼미디어, 2006


어떻게 하다가 이 책을 찾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읽은 것은 지난주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건망증이 차츰 심화되고 있다는 걸까요. 요즘은 메모 필수,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잊습니다. 추측컨대 교보문고의 음식 분류에 들어갔다가 베스트셀러라든지 기타 메뉴를 보고 집어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6년도에 나온 책이니 신간에서 본 것은 아닐테고요.


리뷰를 쓰기 전 출판사가 어떤 곳인가 싶어 잠시 검색을 해보니 분위기는 한겨레신문사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뉴라이트쪽에서 말한다면 "좌파"쪽에 해당될 겁니다. 이 책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슬로 라이프나 나눔, 세계공동체와도 이어지는 책입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 수록 더욱 나누려 한다는 것은 이 책을 보면 확실히 다가옵니다. 가끔 가진 것이 없어서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가진 것마저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밥상마저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제 3세계의 사람들입니다. 제3세계란 단어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국어 사전이라도 다시 봐야 할까요.

편집 방식은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닮아 있습니다. 내용도 꽤 닮았지만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소박한 밥상에서처럼 음료, 빵, 수프 식으로 종류를 나눠 거기에 여러 레시피를 담고 있는데, 여기 실린 요리법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아메리카, 혹은 미국 등으로 이주한 유럽 사람들의 소박하고 간소한 전통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다만 편집(원서)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만들어 볼 수 있게끔 구하기 쉬운 음식들을 넣어 레시피를 바꾼 것이 보입니다. 버터를 마가린으로 대체한 것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꽤 재미있는 레시피가 많은데다 각 나라가 비슷비슷한 요리법을 쓰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여기까지는 칭찬이고 이제부터는 불평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입니다. 레시피가 매끄럽게 번역되어 있지 않고 껄끄럽습니다. 재료를 소개할 때, 보통 영어 레시피에서는 diced tomato라고 소개하기 보다는 1 tomato, diced라는 식으로 소개합니다. 이걸 레시피에서는 요리법 소개하면서 "토마토(다져서)"라고 했습니다. 읽는 내내 눈에 걸립니다. 그리고 레시피가, 원래 가정용이다 보니 계량 자체는 정확할지 몰라도 만드는 방법이 대강대강입니다. 불친절하기로는 타샤 할머니의 레시피 못지 않습니다. 빵 만드는 법에 대한 레시피를 보면 기겁할 정도라니까요.
대개 통밀이나 호밀 등이 들어간 빵은 발효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 발효과정의 세세한 설명은 다 생략하고 "섞어서 치댄 뒤 두 배로 부풀 때까지 놔둔다"정도로 간략히 적어두었으니 초보자가 쉽다며 만들었다가는 재료 버리기 딱 좋습니다. 원 레시피가 그랬을테니 어쩔 수 없지만 요리를 웬만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쯤 훑어 볼만은 하지만 번역 문제와 불친절한 요리법 때문에 추천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소박한 밥상이나 타샤의 식탁을 재미있게 보신분, 요리법은 안봐도 된다는 분은 읽어보세요. 가격만 뺀다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시마다 소지, <용와정 살인사건 1-2>, 두드림, 2008


신간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 보게된 소설입니다. 교보에서는 평이 달랑 별 3개인데, 저는 그보다는 높게 주고 싶습니다. 다섯 개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거든요.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앞서 나온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냥 넘어간 모양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집니다. 대출중이니 예약을 걸어두면 이번 달 안에는 볼 수 있을겁니다.

추리소설이니 이모저모 이야기를 하면 내용 폭로가 될테니 피하고, 1-2권 합쳐 1천페이지가 넘음에도 굉장히 빨리 넘어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굉장히 세세한 묘사-1인칭시점-덕분에 제가 직접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건만 아니었다면 저 용와정을 홀랑 구입해다가(1천만엔이랍니다.;) 별장으로 쓰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습니다. 용와정은 굉장히 운치 있는 멋진 여관이더군요. 그런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입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슷하게 엽기 살인이 등장하지만 링컨 라임쪽보다는 이쪽이 훨씬 취향에 맞습니다. 그것 참 묘하죠. 같은 살인마인데도 링컨 라임쪽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링컨 라임이 너무 현실적이라서인가요? 아니, 그보다 용와정쪽이 적어도 피해자가 심적 고통은 덜 당해도 된다는 점에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팔묘촌을 비롯해 긴다이치 시리즈를 읽으신 분이라면 분위기가 굉장히 닮았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막판 반전은 긴다이치보다 이쪽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읽고 나면 "인생사 다 그런거지"라며 담배를 한 대 피워물고 싶어지니까요. 하하핫.



추천 대상은 긴다이치 시리즈(하지메의 외할아버지;)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 엽기 살인 사건도 괜찮다는 분, 책이 길어도 그정도는 충분히 참아낼 수 있다는 분입니다. 단, 모방범 쪽과는 분위기가 좀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배경이 그렇다 보니 태평양 전쟁과 관련되어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쓸쓸한 사냥꾼을 구입했다는 말에 아는 분이 보고 싶다고 빌려 달라 하십니다. 빌려드리겠다, 다음에 만날 때 들고 오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사정이 생겨 그 뒤에 만날 일이 없어졌습니다. 정확히는, 올 6월까지는 만나기가 어렵게 된 상황이지요. 그리하여 다른 분께 맡겨 책을 전달하고는 재미있게 보시겠지 싶어 잊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뒤, 책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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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깔려 있는 donna hay 책은 잊어주시고..

책을 받았는데 피에로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책을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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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엽서 뒷면에는 빌려줘서 고맙다, 잘 봤다는 내용의 메모가 남겨 있습니다. 엽서 그림은 육심원이군요.
피에로의 정체는 책갈피입니다. 나무 두 장의 윗부분을 붙인 아주 간단한 구조의 나무 책갈피. 집게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포스트잇에 "책 잘 보세요!"라고 달랑 적어보낸 것이 아쉽습니다. 다음에 빌려 드릴 때는 저도 머리를 써야겠는데요. 하하하.


애거서 크리스티,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황금가지, 2006
<비둘기 속의 고양이>, 황금가지, 2006
<창백한 말>, 황금가지, 2006

도서관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보이길래 열심히 집어들었는데, 지금 검색하고 보니 황금가지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50권 넘게 나왔군요. 다 읽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은 건너뛰고 읽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20여 권은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애거서 크리스티는 밋밋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패턴화라는 것이 덜 보이니 아직도 애거서 할머니의 머리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을 보고 범인을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군요.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는 건너 뛰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배경은 취향에 안 맞아서 건너 뛰곤 했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백한 말은 약간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포와로도, 마플 여사도 없어요! 하지만 역시 애거서 할머니 답습니다. 요즘 추리소설들에 비하면 짧지만 괜찮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둘기 속의 고양이입니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인물 설정이나, 안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도 좋았습니다. 아니, 보다가 모 만화를 떠올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떤 만화가 떠오르는지 적으려다 보니 이거, 내용 폭로가 되겠군요. 그 부분은 맨 아래에 흰색 폰트로 써 둘테니 보실 분만 보세요.
제목의 유래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증인 중 한 사람이 한 말에서 따왔습니다. 가끔 저도 느끼는 감정입니다. 비둘기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주변의 비둘기는 그 기척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겠지요. 살기는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양 속의 늑대보다 이쪽이 확실하게 감이 오네요.

떠오르는 만화는 <블루 마하라쟈>, <카시카(원제가 뭐였죠;)>. 끝까지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겁니다.


제프리 디버, <본컬렉터 1-2>, 노블하우스, 2005
<곤충소년 1-2>, 노블하우스, 2006
<돌원숭이 1-2>, 노블하우스, 2006


원래는 본컬렉터 다음이 <코핀댄서>인데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건너 뛰었습니다. 현재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위의 세 권과 <코핀댄서>, <사라진 마술사>, <12번째 카드>의 총 6권이 나와 있습니다.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에 비하면 적습니다. ... 그러고 보니 스카페타도 신간이 안나오네요. 뒷 권이 더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본콜렉터는 원작보다 영화를 먼저 보았습니다. 왜 봤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마 덴젤 워싱턴에 낚여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포물은 잘 보지도 못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엽기 스릴러(...)를 찾아봤는지 알 수 없군요. 하지만 그 영화 덕분에 원작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원작을 보고서야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원작이 더 낫군요. 아무리 안젤리나 졸리가 있고 덴젤 워싱턴이 있다지만 구성의 탄탄함은 원작이 낫다고 봅니다. 그래서 다 읽을 수 있었고요.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링컨 라임이 흑인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아실겁니다. 거기에 아멜리아는 붉은머리 아가씨. 하지만 몸매 좋고 얼굴도 예쁘고 터프한 아가씨니 안젤리나 졸리와 잘 어울립니다. 링컨 라임도 덴젤 워싱턴을 떠올리며 읽게 되더군요. 덕분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읽었지요.

곤충소년과 돌원숭이는 읽다가 도저히 못 참겠기에 맨 뒤로 넘어가 뒷부분만 보고, 결국 중간 부분은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긴장감을 참지 못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구성 자체가 본컬렉터랑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시간만에 두 권을 읽어내리는 속도로 막 달리다보면 세부 묘사는 다 지나치게 되고 결국 기둥만 남게되지요. 그 기둥이 닮았으니 아무래도 볼 생각이 더 안나는겁니다. 스카페타 시리즈에서도 꽤 경험했지만..

그래도 CSI류를 재미있게 보신다는 분은 찾아보세요. 쉽게 쉽게 넘어가고 심심풀이 땅콩으로는 제격입니다. 물론 읽다보면 "내가 왜 미친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을 계속 읽어야하지?"란 의문이 들겠지만 그런 건 사뿐히 넘어갑시다.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 그라운드>, 열림원, 1998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잘 안 읽지만 수필쪽은 꾸준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제목만 얼핏 기억하고 있는 책이 보이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수필은 거의 다 챙겨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두꺼운 책을 놓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봤지요. G는 예전에 이 책 앞 부분 몇 장만 보다가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들고 있노라면 팔목이 아파오는 정도의 무게라 그럴만도 합니다. 총 632쪽. 거기에 A5사이즈에 글씨가 빽빽합니다. 하지만 읽으면 손 떼기가 쉽지 않은 재미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다는 단어를 쓰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1995년에 일어난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95년 3월 20일, 신경계 독가스인 사린 가스가 도쿄 도에이 지하철(지금은 도쿄메트로) 다섯 편의 차량에서 살포되었습니다. 단어 선택에 좀 신경이 쓰이는데 사린은 액체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습니다. 각 실행책(2인 1조로 한 명은 실행, 한 명은 실행자를 다시 운전해서 태워옵니다)이 지하철에 탑승, 신문지 등으로 비닐봉지를 가린 상태에서 우산 끝으로 봉지를 찔러 구멍을 내고는 지하철을 내립니다. 일반 유류품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봉지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작은 실수가 겹쳐지면서 사건은 크게 확대 됩니다. 저도 95년 당시에 사린 살포에 대해서는 기사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12명 사망에 5510명이나 중경상을 입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 독이 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내적으로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억력 감퇴, 시력 저하, 성격의 급변 등.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책은 저자가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를 말하며 시작됩니다. 사건의 주동자인 옴진리교의 교주가 아니라, 피해자인 일반 시민들의 생활을 담고 싶다고 시작한 거죠. 보통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쓰면 가해자의 신상명부터 밝히지 않습니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다른 르포르타쥬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 책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사린 살포라는 사건을 만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접 대화를 하고 그것을 녹음해 글로 표현한 다음, 취재에 응한 사람들에게 다시 원고를 보내 첨삭을 받고 다시 수정하고 첨삭과 허락을 받는 식으로 이루어져서 살아 있는 한 권의 사건 기록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쓰면 길어지니 직접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고요.
(아, 현재 절판상태입니다. 도서관에서 구해보셔야....;)

12명의 사망자 중에 절반 이상이 승무원입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사린이 담긴 봉지를 치우고 관리했기 때문에 그렇고요. 독가스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도망치는 사람들 없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플랫폼을 돌아다니다보니 가장 많은 희생을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몇몇 실수들에 대한 지적-원래 회차시에는 유류품을 모두 치워야 함에도 치우지 않았던 차량, 액체가 흥건함에도 대걸레로 제대로 닦지 않아서 피해가 커진 경우도 있었고, 대처가 빠르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도쿄 지하철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많지 않습니다. 많다면 역시 구급차와 경찰의 대응 부족쯤일까요.

그나마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도 사린 사건이 있었답니다. 재판정(옴진리교 관련재판)에서 사린이 살포되는 바람에 7명이 사망했는데, 그 당시 환자를 받았던 병원에서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를 받은 도쿄내 각 병원에 팩스를 보내 대처 방법을 지시했답니다. 이런 것이 없었다면 어떤 독가스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왕좌왕 하다 사망자가 더 늘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외에 책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그 당시 대처에 대해서도 다음에서 검색하다가 몇 가지 몰랐던 것도 보았고요.

갑자기 휴거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 때는 또 언제였더라..? (1992년;)


뭐, 한국에서라고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한국도 은근 사이비 종교가 많아요.



*참으로 멋진 도서관이었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뱀파이어 헌터 D>, 위로 돌리면 <마술사 오펜>, 그 옆으로 돌리면 <창룡전>, <은영전>, <아루스란 전기> ...(흠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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