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노빅, <테메레르 - 왕의 용>, 노블마인, 2007
전체 6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2008년 완간된다는 테메레르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 왕의 용이라 되어 있지만 정확한 원서 제목은 His Majesty's Dragon. 왕이라고 단순히 이해하는 것은 애매하죠. 읽다보면 His Majesty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대강 감이 오실겁니다. 이중적 의미이기도 하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타입의 판타지 소설입니다. 역사꼬아보기. 로드 다아시 시리즈가 3권까지 출간되고 나서는 이제 가상역사 이야기는 더이상 못보는 것인가 했는데 테메레르가 있었습니다. 책이 나온 것은 직후부터 알고 있었지만 판타지라고 하고 피터 잭슨이 영화화 운운하길래 괜히 손대기 싫어지더군요. 뒷부분만 살짝 봤는데 그냥 저냥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가 생협 번개 때 이야기 나온 걸 듣고는 어제 손을 댔습니다.
덕분에 어제 오후는 업무고 뭐고 전혀 못하고 저 책만 붙들고 있었습니다.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아니라 읽고 나서 여기 마음에 든다고 또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다보니 이미 퇴근시간이.... (쉿!)
kiril님이랑 마스터님이랑 테메레르 이야기를 하다가 역시 작가가 대놓고 동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BL 쪽을 의미하는 그 동인 말입니다.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도 대놓고 동인이지만-어제 책을 정리하다가 문득 헤르만 헤세도 동인남인가 싶어지더군요-나오미 노빅도 만만치 않습니다. 치환할 필요도 없이 그대로 읽으신다면 그대로 이해되실겁니다. 아, 물론 그런 의미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넘칠만큼 재미있습니다. 로드 다아시의 가상역사가 대영제국과 마법학 중심이라면 이쪽은 역사에 용기사-공군을 살짝 끼워넣었습니다. 그냥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역사 안에 끼워넣은 용기사를 보고 있자니 그럴듯하군요. 특히 나폴레옹의 영국 점령시도-대륙봉쇄령-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말입니다. 훗훗훗.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 선호하는 애완동물 순위가 고양이(혹은 개)에서 용으로 단번에 바뀔겁니다. 주인이 애인을 못만들게 하는 주범이기는 하지만 용이 대신 애인 역할을 해주니까요.(응?) 제일 신경써주고 아껴주고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그야말로 이상적인 파트너 아닙니까! 게다가 테메레르는 외국어에도 능통하니, 테메레르한테 이것저것 짐을 잔뜩 실어 놓고 그대로 여행을 간다면 통역도 따로 필요 없겠다, 교통수단도 따로 필요 없겠다, 정말 좋지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가능하면 바다쪽으로 여행할 것. 용들이 하루에 먹어치우는 먹이량은 고양이와 비교가 안될 정도니 바다쪽으로 여행하면서 알아서 먹이를 사냥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돌고래 정도는 가볍게 잡더군요. 가끔 참치가 보이면 한 마리 잡아 달라 해서 회 떠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대뱃살...;
두말은 필요 없고, 다 읽고 나서 구입하러 교보들어갔다가 3권 예약 받길래 주문했습니다. 2권은 이번에 들어오는 신간에 들어 있을거예요. 6부작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참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