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리뷰는 예전에 올렸지만 이글루스 폭파 관계로 원본 글은 지금 없을 겁니다. 이글루스 백업도 한다 한다 했지만 용량 문제로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제 2부 나가고 있지만 서장에서 읽은 이야기 중에 사람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옮겨 봅니다.

P.30-31
(중략)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껏 어떤 매체에 어떤 형태로도 발표하지 않고 내 머릿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큰 여행이 몇이나 더 있다.(중략) 그러니 그 대부분은 내 머릿 속에 사적인 큰 여행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가 사라질 운명인 셈이지만, 나는 그것을 딱히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 여행들은 전부 내 가슴속에 지금껏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나의 일부를 이루었다.
영어의 통속적인 표현중에 "You are what you eat."라는 것이 있는데, (중략)

필요한 이야기만 따왔습니다.
여행기를 딱히 남길 필요가 없다는 것에 대해 서론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며 설명하고 있더군요. 기행문의 기본은 이미 옛날 사람들이 다 만들어서 현재 다시 쓴다면 옛 여행기들의 복제판이 될 것이니 굳이 여행기를 쓸 필요는 없다. 발표하거나 하지 않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도 여행의 경험은 내 몸 속에 녹아 들어 있을 것이니 괜찮다라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어디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이글루 밸리에서 봤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봤는지) 사진 찍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왔습니다. 아마, 이글루스 여행 밸리였을 겁니다. 사진만 찍다 보면 남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사진이니 사진을 찍기 전에는 충분히 눈으로 기록하고 마음에 담고 나서 사진을 찍으라는 것입니다. 이것과도 비슷한 이야기일겁니다.
하지만 저는 일기쓰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OTL 다치바나씨처럼 에너자이저가 되어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호텔에 들어와 배터리 방전된 것처럼 푹 쓰러져 자는 것은 못합니다. 어느 정도 비축 체력을 남겨 놓고는,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시간을 만들어 부지런히 기록을 하고 있지요. 사실 그렇게 기록을 하다보면 기억이 손 끝으로 흘러나가 일기장 속에 묻혀 버립니다. 머릿속에 남지 않더군요. 단편적인 기억들만 남는다고 할까요.... 어느 쪽이 좋은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아아. 존 러스킨의 그림 이야기 보면서 다음 여행 전에는 반드시 그림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이것도 손을 못댔군요. 사진 대신 그림도 좋긴 하지만 제게는 너무 어렵습니다. 허허;

p.52-53
(중략)그들이 본 것은 진짜 플라멩코가 아니라 언제나 왜곡된 것일 뿐이다. 이런 말을 해서 안됐지만 이는 관광객용 세션으로 하는 연주로서, 연주자들이 일정한 선에서 긴장을 늦추고 적당히 얼버무린 것에 불과하다.(중략)
디너는 일반적으로 9시부터 시작된다. 플라멩코는 디너를 든든히 먹고 난 뒤니까, 대체로 10시 정도가 보통이다. 그러나 초반의 연주는 거의 맛보기 같은 것이고, 제대로 흥을 내는 것은 대개 12시 이후다.
(중략)그들에게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이 결코 진짜 플라멩코를 감상할 수 없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제대로 된 플라멩코를 감상하려면 관광객용의 낮시간(혹은 저녁시간) 대의 공연을 볼 것이 아니라, 스페인 타임에 맞춰 점심을 먹고 시에스타를 즐긴 후에 9시부터 느긋하게 디너를 즐긴 뒤, 밤샐 준비를 단단히 하고 12시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공연을 봐야 한답니다. 이 시간이면 관광객들은 다음날의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니, 이 시간 대의 공연을 보는 것은 거의 주민들이지요. 플라멩코를 알고, 즐기고, 함께 흥겨워할 줄 아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런 관객이 있어야 플라멩코 연주자, 공연자들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부분을 읽고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진짜 플라멩코를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다음날의 일정을 날리더라도 꼭 보고 싶습니다.

그 때 함께 보고 싶은 것이 p.55에 소개된 세비야 세마나산타 성상 행렬. 그리고 p.57에 소개된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여기까지 읽고 스페인 여행 풀무질 당했습니다.OTL



언제 시간나면 가상여행을 짜봐야겠군요. 그냥 일정이나 가고 싶은 곳을 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혹시 누가 압니까? 그 계획대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찍어둔 몇 군데의 여행계획을 짜보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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