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 <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안그라픽스, 2008


이나미씨의 책은 전작인 <프라하에서 길을 묻다>(리뷰)를 재미있게 봤기에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책을 검색하다 이스탄불~을 본 순간 바로 검색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생각만큼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도서관에 들어와 있더군요. 하기야 요즘 인기 있는 것은 좀 화려하고 젊은 사람들의 책 아닙니까. 거기에 이스탄불보다는 도쿄나 뉴욕, 파리 쪽이 훨씬 더 인기 있고요. 이제 뉴욕도 슬슬 한 물 가는 모양인데 다음 도시는 어디가 될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런던? 대도시라면 그쪽일 가능성이 높군요. 아니면 뉴욕이 아니라 시카고 등의 미국 대도시일 수도 있고요.

원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글 제목에 주의!가 들어가 있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잘찍힌 사진이 있다거나, 멋진 리뷰가 있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딸과 엄마가 같이 한 이스탄불의 여행에서 여기저기 둘러본 이야기, 그리고 다른 곳에는 많이 소개 되지 않은 이스탄불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나와 있을 따름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충동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소소한 여행을, 그것도 어렵지 않은 여행을 보고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여행 적금을 든다든지 여행 펀드를 든다든지, 조금 더 나아가서는 항공권을 결제한다든지하는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책은 그런 가능성을 거의 무한대로 늘려가며 만약 ISP나 공인 인증서가 바로 옆에 있고 카드가 옆에 있다면 당장에 여름 휴가 계획을 이스탄불로 돌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 된 그 작은 호텔을 구글링으로 찾아내어 있지도 않은 여름 휴가 기간 동안 예약을 하게 합니다.

물론 이 책에 나온 코스들이 제 취향에 딱 맞아서 그렇기도 합니다. 특히 고서점 거리나 세밀화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나니 평소 관심만 두고 읽지는 않았던 오르한 파묵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싶더군요. 그냥 여행의 일부분을 따라가는 느낌도 좋고, 바쁘게 움직이지 않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터키가 이슬람 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것도 그렇습니다. 히잡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강화시켜 주는-종교의 자유가 있다면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히잡을 학교내에서 쓰지 못하게 하는 프랑스의 조치는 특유의 톨레랑스를 거스르는 조치다-글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글도 좋고, 느낌도 좋고, 코스도 좋고. 그렇다 보니 이스탄불 항공권을 지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듭니다. 이스탄불을 다녀오신 모님(첫**님)은 충동질을 당할 가능성이 더욱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올 여름에 예정 잡혀 있던 것이 불발되면 정말 적금을 들어서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통장 잔고가 위태위태하군요.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빅 포>, 황금가지, 2007
마쓰다 미치코, <천국의 수프>, 노블마인, 2007


빅포에 대한 짤막한 감상. 이건 되다만 국제 스릴러물...; 타성적이라고 해야할까요. 맨 마지막의 탈출신은 특히 억지스러움이 강했습니다. 포와로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국의 수프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집은 책이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일단 수프라는 소재에 끌린(낚인) 것이었지만 글 흐름도 괜찮고 분위기도 취향이었습니다. 게다가 집어 들고 나서 보니 그 직전에 읽었던 잠들지 않는 진주와 같은 출판사(노블마인: 웅진의 임프린트), 같은 번역자입니다. 확실히 분위기도 닮았군요. 역자가 같아서 그런가봅니다.
G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더니,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고 기겁하더군요. 완전한 사육 작가인줄 몰랐다면서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 <완전한 사육>이라는 영화(혹은 책)가 낯설었는데 말입니다. 은근히 유명한 이야기인가보군요.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패턴 또한 전형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천국의 수프를 찾고 있는 한 여자와, 수프를 만드는 어느 요리사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드라마를 보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그럼에도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상세한 조리 묘사 때문입니다. 수프라든지 다른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소설 속에 그런 장면이 녹아 있어요. 이대로 따라하면 수프 한 냄비가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일까요. 게다가 후반부에는 수프 만드는 법을 지도하기 때문에 재료 손질법도 간단히 나와 있습니다.
그런 고로 먹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패턴화 된 연애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도 추천하고요.

소노 아야코, 시리에다 마사유키, <우리, 헤어지는 날까지>, 제삼기획, 2007(초판 1984)

초판이 1984년에 나온만큼 굉장히 오래된 책입니다. 제가 본 것은 2007년에 나온 4판입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전혀 올리지 않았으니 대강은 짐작하시겠지요.



소노 아야코의 책은 <녹색의 가르침>을 처음으로 읽었습니다. 도서관에 신청해서 봤다가 내용이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빌려다 보았고 결국 집에 따로 사서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녀가 중년을 지나 한참 작가로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을 때 백내장이 찾아와 눈 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 전까지 심한 난시와 근시로 시력이 좋지 않았던데다 백내장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으니, 수술후 경과는 아주 좋음에서 실명까지 어찌될 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글과 관련한 모든 일을 접고 있을 때 시작한 것이 정원일로, 도쿄에서 꽤 떨어진 해변 지역의 별장에서 지내며 여러 가지 채소를 심고 과일 나무를 심고 꽃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맛들린 정원일은 한 해 3-4명 나올까 말까하다는 기적적인 좋은 경과 후에도 이어집니다. 그 분위기와 책의 삽화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그 뒤에 소노 아야코의 책이 나오면 도서관에 신청해서 꽤 여러 권을 보았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이전에는 못봤던 책이 한 권 있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수술을 받을 즈음, 잘 알고 지내는 어느 신부님과 주고 받은 편지글 모음 책입니다. 신부님은 그 당시 바티칸에 나가 있었고 그리하여 편지를 주고 받는 텀은 상당히 길어보입니다. 장문의 편지글인데도 딱딱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신부님이 종종 선(禪)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낼 때면 신기하기도 하였지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몇 있기도 했습니다.

P.93
(중략)
옛 중국의 귀종(歸宗) 선사에게 이런 일화가 있지요.
어느 날 노사(老師)가 부엌 쪽으로 가니 거기에 탁발승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들을 하였는가"하고 노사가 묻자 탁발승들은 "맷돌을 갈았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겨였는지 콩이었는지 밀기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젊은 스님들은 맷돌을 갈았던 것이지요. 그러자 노사는 "맷돌을 가는 것은 좋지만 한 가운데의 심봉(心棒)만을 갈지 마라"는 의미있는 말씀을 남기고는 사라지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략)


번역에 문제가 있지만, 어쨌건 마음 한 가운데 심을 남기고 그것은 굳건히 하라는 말이 꽤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그 뒤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다른 분들도 직접 읽어보고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앞 뒤 문맥도 보시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기에 부분이 꽤 깁니다. 저작권에 위배된다고는 생각하지만......



소노 아야코는 이런 저런 대외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것은 카톨릭계와 관련된 지원활동이랄까요. 정확하게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엠네스티 등에서 나오는 아동지원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압니다. 그리고 이 책 앞부분에도, 한국의 성 라자로 마을의 난방비 모금을 하여 그 금액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일진대, 그리고 이 편지가 1980년대의 것이라고는 해도.... 읽고 나서 책을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위의 글로 인해 받은 제 인상은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을겁니다.
이 사람이 김혜자씨 못지 않게 열심히 제 3세계와 난민들을 구하기 위해 뛰고 있다 한들, 제 이미지는 변하지 않을겁니다. 혹시 또 모릅니다. 일본과 한국의 역사와 관련해 다른 시각의 글을 쓴다면 그 때는 바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의 제 심정은 집에 있는 소노 아야코의 책마저 창 밖으로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암울합니다.


지금부터 소노 아야코는 제 목록에서 廢합니다.


나카야마 요코, <꿈을 이루어주는 일기>, 해냄, 2004

원제목이 더 마음에 듭니다. "ありたい自分"になれる中山式'いいこと日記'を作けよう. 제목이 길긴 하지만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원제에 다 들어가 있으니까요.



99년이었나, 집에서 놀고 있던 일기장 하나는 꺼내들어 색연필로 열심히 위시 리스트를 만든적이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사두었던 일기장으로 기억하는데 하드 커버에, 플라스틱 열쇠가 달려 있는 그런 종류였습니다. 안에다 이모저모 갖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죽 적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으로 열어본 것이 대학 졸업하기 전이었나, 직후였나 였을 겁니다. 그 때 보면서 웃었습니다. 목록에 적어두었던 것의 90% 이상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기억나는 것만 두서없이 적어보면 커피밀, 서버, 드립퍼, 홍차 세트(다기 세트) 등. 하고 싶은 것에는 커피 내리는 법, 홍차 우리는 법, 퀼트 등이 있었습니다. 웃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서늘하기도 했습니다. 그 목록에 대해서는 적은 본인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걸 다 이루었다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강하게 원하는 것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도 그와 비슷합니다.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일기고, 날마다 일기를 쓰면서 나쁜 감정을 털어내고 좋은 감정을 담고, 맛집 리스트를 적는다든지 소망 목록을 적는다든지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글쓰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짤막하게 한 줄로만 적어도 되니 일단 시작하라고요.
책이 굉장히 얇고 글씨도 크고 해서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기 쓸 결심을 하고 글쓸 결심을 하고 나아가 소망 목록, 희망 목록, 야망 목록을 적게 된다면 그것으로 좋은거죠. 쉽게 이야기를 쓰고 있어서 받아들이기도 좋습니다. 단, 실천 여부는 책에 달린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달려 있으니까요.


츠지무라 미즈키, <밤과 노는 아이들>, 손안의책, 2007


책 표지가 꽤 예쁘다고 하려 했더니 중간에 보이는 무언가...;
표지가 의미가 없을리 없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요.

츠지무라 미즈키의 전작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를 떠올리면서,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집어올까 말까 한참 망설였습니다. 지난 주에 들고 와서는 주말에 손도 못대고 방치하다가 어제 상권을 다 읽고, 오늘 하권을 다 읽었습니다. 그러나, 상권을 읽는 와중에 도저히 결말이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서-하권은 집에 있었습니다-도서관에 쫓아가 하권 뒷 부분만 날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상권 다 읽고, 하권 읽는 내내 후회했습니다. 뒤통수의 반격은 덜했지만 덜 아파서 더 아프게 느껴졌다 하면 말이 이상한가요. 미리니름을 원한 것은 저였지만 결말을 확인하고 보니 책을 맛있게 읽지 못했다는 후회가 물 밀듯 밀려옵니다. 그러니 읽는 분들은 저처럼 성급하게 먼저 결말을 확인하지는 마세요.



이 책의 감상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함정



저만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니었으니 그건 넘어가고, 함정에 빠지고 났다가 나왔더니 또 함정. 아놔. 게다가 뒤통수 때리기도 아니라 뒤통수 후려치기입니다. 흑흑. 이런 일본 추리소설 쪽을 좋아하신다면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이런 쪽에 약하신 분들께는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 소설도 캐릭터들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남자 3인방은 보면서 취향대로 골라드세요인가 싶더군요. 아사기, 교지, 고타말니다. 모든 남자들의 모습은 아니지만 뭐.... 그래도 제가 고른 취향의 남자를 보고는 제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와 하면 안되는 이유를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물론 소설 속의 캐릭터라 그런 것도 있지만 얼굴 위주로 골랐거든요.(먼산) 왠지 아사기의 경우엔 쿄우와 묘하게 겹쳐 보여서 말입니다. 그것도 나름 재미있긴 했지요. ... 그러고 보니 진짜 닮았네요. 쿄와 잇페이. 그러고 보면 주변인물도 끼워맞추면 되는겁니다?;

번역 제목보다 원제가 책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준다고 생각합니다. 子どもだちは夜と遊ぶ. 소소한 차이지만 그 쪽이 더 좋습니다.'ㅂ'
   

이준, <나는 맛있는 파티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애거서 크리스티, <목사관의 살인>, 황금가지, 2007


책 읽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한 간단한 메모 정도입니다.

목사관의 살인은 역시 발랄한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 답습니다. 제목이 "목사관 살인사건"이 아니라 목사관의 살인이라는 것이 일본소설과의 차이랄까요. 답다라는 생각입니다. 표지도 좀 음산하지만 실제 내용은 무섭거나 하지 않습니다. 화자는 목사관의 실 거주자인 목사님이시고 탐정은 옆집의 늙은 노처녀입니다. 우후후~


맛있는 파티에 탐닉한다는 작은 탐닉 시리즈의 열 번째 책입니다. 이 책도 벌써 열 권이나 나왔군요. 지금 검색해보고는 열 한 번째 책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도서관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가볍게 읽을만하니까요.
맛있는 파티~도 책의 주제가 확실합니다. 대학 전공도 그렇고, 앞으로의 진로도 요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글쓴이가, 지금까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벌인 파티에 대한 기록입니다. 요리 레시피와 파티 준비 과정이 나와 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담, 문제점, 고쳐야 할 부분 등도 잘 다루고 있습니다. 집들이 하시려는 분들은 사전에 참고하셔도 좋겠네요. 몇 가지 음식들은 저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연어!!!)



리뷰는 적지 않지만 청바지 돌려입기도 지난 주말 동안에 읽었습니다. 그냥 가볍게 볼만한 청소년 소설쯤? 나쁘진 않지만 두 번 읽지는 않을듯합니다.'ㅅ';
최민철, <도쿄에서 하늘을 보다>, 창우, 2007


도서관 서가를 뒤지다가 문득 눈에 들어와서 집어온 책입니다. 표지도, 안의 사진 편집도 꽤 마음에 들어서 들고 왔는데 방금전 집어 들어 읽으면서 10분만에 책을 끝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10분도 오래 걸린겁니다. 필요 없는 부분은 다 버리고 안 가본 곳만 몇 군데 체크해서 볼걸 그랬습니다.

사진은 나쁘지 않으나 글투가 정말 안 좋습니다. 나쁩니다. 사진을 소개하는 두 줄의 문장을 읽으면서부터 눈에 탁 걸리더니 그 뒤부터 내내 걸립니다. 말투가 일본어 직역체가 대부분이고, 중간중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표현도 나타납니다. 뭐, 저도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종종 비문으로 쓰곤 하지만 출판해서 낸 책이 앞뒤 문맥이 안 맞는다거나 주어 동사가 일치하지 않는다거나, 표현이 어색하다거나 하면 문제있죠.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다봤지만 사서본 사람들은 돈 날리는 것 아닙니까.
사가모라고 해서, 예전에 다인의 편의점 블로그에도 올라왔던 오래된 분위기의 시장과 두 세군데 지역은 다른 책에서 다룬 적이 없어 볼만했지만 그마저도 주루룩 훑어 읽으며 내용 파악만 하고 전체를 읽지는 않았습니다. 읽다가는 성질 버리겠더군요.




제대로 내용 확인을 하지 않고 훑어서 책을 고르다보니 저렇게 폭탄이 걸리는 일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서가에서 꼼꼼히 보고 골랐는데 요즘은 시간에 쫓겨 1-2분만에 책을 고르다보니 그런가봅니다. 느긋하게 책을 골랐으면 좋겠는데, 20분 안에 도서관에 들어가 책 반납하고, 자료실에 들어가 책 고르고, 대출하고 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합니다. 익숙해지면 지뢰 밟는 일도 덜하겠지요.


이시다 이라, <잠들지 않는 진주>, 노블마인, 2007

도서관 서가를 헤매다가 이시다 이라 책이 눈에 들어오길래 이것저것 뽑아 보았습니다. 대표작이랄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책인 IWGP는 보지 않았지만 1파운드의 눈물이라는 단편이 묘하게 마음에 들어서 가끔 들여다 보고 있지요. 그러다가 엔딩 부분만 확인하고(비극이 아닌걸 확인;) 잠들지 않는 진주란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아마 맨 마지막 부분 때문에 제목이 저리 붙은게 아닐까 싶더군요.

G가 이 책을 본 것 같다고 하더니 다나베 세이코의 <아주 사적인 시간>의 내용을 풀어 놓으니 그것과 헷갈렸더군요. 분명 느낌이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판이하니 <사적인~>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도 그러려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주인공의 생활패턴이랄까 그런 부분이거든요. <잠들지~>는 독신에 별장에서 혼자 유유자적하게 생활하고 있고, <사적인~>에서는 남편과 함께지만 독립적인 느낌을 주는 주인공이 살고 있고. 일단 둘다 집이 시외에 있는 고급 별장 / 맨션인데다 식생활도 좀 닮아 있더군요. 그리고 양쪽다 예술가라서 더 헷갈렸던 모양입니다.

<잠들지~>의 주인공은 전업작가입니다. 무슨 작가인지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꽤 상세하게 작업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마음에 들었지요. 확신은 못하지만 미대 다니는 친구에게 보여주면 웃으며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다른 작품과 비슷하게 연애 물인데, 이것이 독특한 이유는 연상연하 커플입니다. 그것도 "엄마뻘"입니다. 17살 차이가 나는군요. 주인공이 우치다 사요코가 아무리 몸매 관리를 한다 한들 17살 차이란 만만치 않습니다. 사회적인 통념상, 남자가 17살 연하의 아가씨와 연애하면 능력있는 것이고, 여자가 17살 연하의 청년과 연애하면 노망난 것이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카메..였나요? 쟈니즈의 누구도 어머니뻘 되는 사람이랑 연애를 하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단순히 연상연하 커플의 연애담이면 이야기가 재미없겠지만 이쪽은 연애가 전부는 아닙니다. 재능은 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모토키(모 만화 등장인물과 이름이 같아서 오버랩되었습니다;)는 사요코를 만나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계기를 찾게 되며, 사요코는 갱년기 증상을 겪으면서 약간은 정체되어 있었지만 자신을 한층 더 발전시킬 계기를 갖게 됩니다. 엔딩은 무난하지만 그 뒤까지 무난할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요코나 모토키를 보면 무난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잘 해낼것이다라는 느낌을 주는군요.


하지만 이 소설의 무서움은 그게 아닙니다.lllOTL
읽는 내내 사요코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는데 그거 무진장 무서운 것 아닙니까! 제 나이는 모토키에 훨씬 가까운데 왜 사오코 쪽에 이입이 되는지 모르겠어요.;ㅂ; 그런 점에서 자동 감정이입이 되는 바람에 결혼 생각을 더 저버리게 한 <사적인~> 못지 않게 무서운 소설입니다. 흑흑흑..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뒷 느낌이 꽤 좋은 연애소설입니다.
     

김현근, <오겡끼데스까 교토>, 미다스북스, 2006
           <이랏샤이마세 도쿄>, 미다스북스, 2007


두 권다 내 돈주고 보면 절대 아까운 책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정도가 좋습니다.
앞서 리뷰했던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가 글쓴이의 최신간이고 이 두 권이 먼저 나왔길래 도서관에서 찾아다보았습니다. 하지만 완성도를 보면 도쿄를~쪽이 훨씬 놓고, 당그니의 일본표류기 1-2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두 권은 보는 시간이 좀 아깝습니다. 블로그에 올렸던 간단한 만화와 일본 생황 팁을 모은 책인데 팁은 볼만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만화는 그냥 블로그에서 보는 정도가 딱 좋습니다. 책도 두껍고 하지만 종이를 두꺼운 걸로 써서 그렇지 내용 자체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보는 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요. 특히 두 번째 책은 1년 만에 냈으면서 가격도 15000원(교토편은 9800원)이나 받고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비싸게 낸 건지 모르겠습니다.
2권 끝부분을 봐서는 아마 뒷 이야기도 더 있을 법한데 보고 싶은 생각은 더욱 없습니다. 이 책 역시 보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비슷한 타입의 책으로는 <새콤달콤 요리사 비비짱의 초감각 일본 요리여행>이란 것이 있는데, 이 책도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보고는 시간이 아깝다고 투덜거린 책입니다. 블로그에서 좀 재미있게 연재하는 만화라면 책으로 일단 출판하고 보는 건지. 시간뿐만 아니라 책을 찍어낸 종이도 아깝다는 것이 이 책에 대한 평이었는데, 위의 두 권도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본유학이나 어학연수에 대한 생각이 있는 사람은 한 번쯤은 넘겨봐도 좋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평이 박하긴 하지만, 도쿄를~쪽보다 상태가 심하게 안 좋은 걸요.


윤현승, <라크리모사>, 로크미디어, 2008

현재의 평은 별 셋. 저는 별 넷 정도는 주고 싶은데 의외로 낮군요. 아, 하기야 제가 직전에 읽었던 흑사관이 워낙 이상한 책이어서 평점이 더 올라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고 난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은 지금 평하기에는 워낙 들떠 있어서요. 나중에 다시 읽고 다시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며칠 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일요일. 화들짝 놀라 교보를 검색하니 자세한 책정보는 뜨지 않았지만 주문은 가능했습니다. 발매일이 14일-월요일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잽싸게 주문하고 기다렸더니 화요일 아침에 도착해, 저녁 때 귀가하면서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받아보고는 좌절했습니다. 책 뒤의 내용 소개를 읽어보니 공포물입니다. 허허허.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맛없는 것을 먼저 먹는 심정으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것도, 화요일에 책 받아 들고 줄거리 보고는 뒷부분을 먼저 읽어서 어떻게 끝나는지 확인하는 만행-반칙-을 저지른 뒤에 말입니다.
일단 손에 잡고 보니 술술 읽힙니다. 읽기 시작한 것이 오늘 아침인데 저녁 퇴근시간까지 이용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총 독서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2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쉽게 읽히기도 했지만 책 페이지 수에 비해 책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책장이 빨리 넘어갔던 기억이 있으니 글자가 좀 큰편이며 행간이 넓다고 할 수도 있지요. 두껍지만 책 자체는 가벼운 편이니 손에 들고 읽기는 힘들지 않습니다.

끝을 본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기 때문에 긴장감은 좀 많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공포물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봤으니 다행이지요.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추리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스티븐 킹의 호러 추리물은 아니고 밀고 당기는 논리게임이랄까요.


이제부터는 내용폭로가 될 것이니 접어두겠습니다.


도서관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전체적인 흐름도 지금은 마음에 듭니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또 감상이 변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읽었을 때도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면, 아마 그 때는 다음 작업책이 될듯합니다. 훗훗훗~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5


표지는 넣지 않았습니다. 표지를 보신 분이라면 왜 거부당했는지 아실겁니다.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겉멋에 절은 소설입니다. 주인공인 노리미즈의 모델은 아마 필로 반스(파일로 반스)가 아닐까 싶은데 그게 도가 지나쳤습니다. 읽는 내내 저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번역이 좋지 않은 것도-DMB입니다-문제겠지만 책 전체 분위기가 그런걸 어쩝니까. 그닥 리뷰를 쓰고 싶은 생각도 없는 책이었습니다.




테메레르 4권은 도서관에 들어온 모양이고, 오늘 아침부터는 라크리모사를 읽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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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금단 증상인지 몸이 좀 부어 있고, 수면 부족에, 피곤에, 기타 등등의 무기력을 앓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할건데, 토요일에도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섭취 열량 자체도 꽤 부족한 느낌이라서요. 무지방 우유 1리터 한 팩을 어제 사왔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잊지말고 사와야지요. 아침 저녁으로 한 잔씩 마셔도 꽤 도움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골다공증 초기라는 걸요.

자아. 다시 업무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시마다 소지, <마신유희>, 두드림, 2007


시마다 소지의 책 마지막입니다. 한국에 번역된 책 중 지금 구해볼 수 있는 것은 <마신유희>, <점성술살인사건>, <용와정 살인사건>뿐이고 91년도에 국일미디어에서 <얼굴없는 시간>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절판이지만 현재의 분위기를 봐서는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도 더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니 왜 이제야 알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재미있게 읽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맛있는 것을 나중에 먹을 수 있었다는 기쁨도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은 뒤로 남기고 먹거든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봤고, 점성술이나 용와정은 표지가 무난해서 눈치를 못챘는데 마신유희의 표지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겁할 정도로 골 때립니다. 이런 이미지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보고 나서 가위 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이라면 저도 그랬겠지만 지금은 꽤 단련되었으니 얼굴을 찌푸리는 정도로 넘어갔지요.


이번에는 이시오카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배경이 스코틀랜드다보니 나올 수가 없었겠지요. 미타라이의 독주지만 용와정 당시 그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는 조금씩 감이 옵니다. 보면서 느꼈던 위화감도 맨 마지막에 확 풀리면서 쓴웃음을 짓게 만들지만 말입니다.
구약성서에서 나오는 모세와 이집트 탈출, 그리고 야훼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살짝 돌려 말하면 종교적(기독교쪽)으로 민감하신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것이 나을 것이고요.




그나저나, 밤과 노는 아이들은 이번에도 못 빌렸습니다. 빌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보고 나면 뒷 수습이 어려울 것 같아 이번에도 포기했습니다. 읽을 용기는 언제쯤 날까요.;
   

스기이 히카루, <하느님의 메모장 1>, 시드노벨, 2007
다카하시 겐이치로,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웅진지식하우스, 2008


<하느님의 메모장>은 kiril님께,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는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후자는 구입 가능성이 조금 있군요.


하느님의 메모장은 지난 번개 때 들고 와서 그날 다 읽었던 걸로 기억하니 리뷰가 꽤 많이 늦었습니다. 쓴다 쓴다 하고는 다른 일에 밀려 글 쓰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생각난 김에 써야 겠다 싶어 다른 포스팅은 뒤로 미루고 같이 씁니다. 연필로~가 이번 렛츠 리뷰에 올라가서 좀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드노벨은 이번에 처음으로 읽어보았지만 대원이나 학산에서 나오는 가벼운 일본판 판타지 소설과 같은 타입입니다. 다만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고 할까요. 이계가 아니라 현계가 배경이며 주인공들도 흔히들 말하는 "낙오자"들입니다. 그나마 보통의 판타지 소설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표지에도 등장하는 앨리스 때문입니다. 이 앨리스만 소설 속에서 둥둥 떠 있을 뿐, 다른 캐릭터는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로군요. 이런 사람이 많으면 사회 생산성이 떨어지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들이 없으면 참 재미없는 사회가 될 겁니다. 이들이야 말로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와 같은 부류 아닙니까.(...) 이런 삶을 조금은 동경하고 있어서 말이죠. 물론 100% 동경하지는 않습니다. 성격상 그렇게는 못해요. 거기에 100% 동경했다가는 누구처럼 인간에 휘말리고 사건에 휘말려서 정말로 니트가 되고 말겁니다.

늘어지는 듯하면서도-글이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일상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가볍게 읽어볼만한 소설입니다.
책 제목의 유래가 된 그 문장 때문에라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저 메모장이란 단어를 보았을 때 수첩이 아니라 윈도 보조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하하.

덧붙여서, 본 제목은 神樣のメモ帖입니다.



<연필로~>는 글쓰기, 정확히는 소설 쓰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진지하게 소설 작법을 다루어, 국어시간에 배우는 것처럼 "소설은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4단계를 거치며~"운운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가 말하는 대로, 초등학생에게 소설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처럼 사람들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차근차근 지도하는 책입니다. 굉장히 딱딱할 것 같지만 사근사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글부터, 소설이라는 장르와 형식 파괴, 다양한 예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글까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 글 쓰기의 기본은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고 하지요? 여기서는 이 세 가지를 한데 모아 한 번에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셋을 각각 따로따로 정의하고 있지 않지만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삼다(三多)를 하지 않고는 소설을 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의 소설을 흉내내기 위해서는 여러 소설을 읽어보고 그 중 내가 흉내내고 싶은 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며, 흉내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두 번이 아니라 가능한 많이, 다양하게 써봐야 내 말을 꺼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해야하는 것도 당연한 겁니다. 다만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로 쓰지 않고 쉽게 쫓아갈 수 있는 말로 풀어 써주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지요.
다른 부분보다 특히 더 공감이 갔던 것은 꾹꾹 눌러 참으라는 것. 확실히 글은 꾹꾹 눌렀다가, 안에서 글들이 가득차서 밖으로 튀어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뻥 터지고 글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올 때가 가장 좋다니까요. 아직 덜 익었을 때 마개를 열면 꼴꼴꼴 흘러나오다가 맙니다. 그런 경험이 있었으니 더 재미있었습니다. 하하; (쓰다만 소설이 얼마나 있더라..;)





날은 따뜻한데 실내는 춥습니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ㅂ'


시마다 소지, <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2006



감상을 쓰려고 보니 이 책은 내용폭로 없이는 절대 감상을 쓸 수 없습니다. 아니, 제가 딱히 내용을 폭로하지 않아도 이 책을 찾아 읽을 분이라면 읽는 도중에 울분을 씹으며 *** 이자식! 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시게 될겁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읽으면서 이 썩을 놈의 자식이라고 내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만 당할 수는 없지요. 제 주변분들이라면, 제 소개를 읽고서 이 책을 읽을 분들이라면 이미 다 내용 폭로를 당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게 될테니까요. 어쨌거나 내용 폭로를 무의식중에 당했든 아니든 간에 이 책은 정말 읽을만 합니다. 책이 나온 것이 한참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소재를 쓴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당시는 아마 엽기 범죄로 생각되었을 법하지만 지금 본다면 잔혹성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꼭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접어두겠지만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거기는 덮어두시고 여기까지만 보신 후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아랫 부분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덧붙임.
중반부 이후에 교토 돌아다니는 장면을 읽다보니 저도 저 코스와 동일하게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토 여행을 꿈꾸는 분이라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2>, 손안의책, 2007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3>, 손안의책, 2007

샤바케 1권에 대해서는 앞서도 포스팅을 했습니다. 에도의 굉장한 부잣집 아들래미이나 몸이 굉장히 허약해 노상 누워만 있는 도련님(이치타로)이 주인공으로, 모종의 일로 인해 요괴들을 볼 수 있고 그들과 대화가 가능하고 그들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이모저모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 주요 설정입니다. 그 설정에 대해서는 1권의 사건에서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지요. 설명이 한 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설명을 위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의 발단은 도련님의 배경에 있는 것이니, 그에 대한 이야기가 1권 전체를 아우르고 있지요.

2-3권은 그런 배경 아래, 도련님이 겪는 여러 사건들과 그에 대한 해결이 담긴 단편 모음집입니다. 그런데 그 맛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1권은 너무 복잡하게 얽힌데다 이야기가 길고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었는데, 2-3권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짤막하면서도 맛깔납니다. 1권보다 더 마음에 들더군요. G도 1권은 재미없다며 2-3권은 사지말라 하더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후다닥 다 읽더군요. 책이 작기도 하고 그리 길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G의 책 읽는 속도를 생각하면 괜찮은 반응입니다. G는 읽는 속도 자체는 빠르지만 재미가 없거나 할경우엔 미루었다가 조금씩 읽어나가거든요. 책을 건넨지 하루만에 반납이 들어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하;


손안의책에서 나온 다른 책들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합니다. 단, 교고쿠도나 차가운 학교~ 시리즈 타입이 아니라 음양사나 집지기~쪽입니다. 그 쪽 분위기의 책이니 가려 읽으셔야 합니다.
옛 에도의 모습과, 니혼바시, 료고쿠 등의 익숙한 지명도 나오니 읽다보면 그 쪽 거리를 거닐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같을리는 없지만 그런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를 같이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그 당시의 먹거리 이야기가 자주 나오니까요. 화과자나 말차를 곁들이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홍차나 커피보다 말이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김현근,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 21세기북스, 2008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다음 메인에 뜨는 blog 기사 중에서 도쿄의 길거리 풍경과 관련된 글을 보고, "아, 이 글 이글루스에서도 읽었다."고 생각한 다음 블로그 주인이 자기 책 소개를 맨 아랫단에 광고처럼 올린 것에 흥미가 생겨 도서관에 주문한겁니다. 길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예전에 몇번 글을 읽었던 블로거가 낸 책이라 도서관에 신청했다 입니다.
돌이켜 보면 사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정도입니다. 책의 구성이 꽤 독특하더군요. 10페이지 내외의 짧은 장 안에 사진과 함께 도쿄의 생활 모습을 다루고 있고 그 안에서 여러 단어들을 일본어로 바꿔 써두었습니다. 물론 일본어 옆에는 한국어 단어로도 표기를 했고요. 읽으면서 단어를 하나 하나 음미했더니 읽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습니다. 그렇게 소개된 단어들은 각 페이지 아래에 다시 모아 단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했고 그 장의 주제와 관련한 다른 단어들은 따로 주제별로 모아 장 끝부분에 죽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본 생활 일본어 단어들을 아는데 유용하겠더군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각 주제가 지금까지 일본 관련 소개 책에서 보지 못한 것이 많았습니다. 최근 일본에서의 집 구하기 관련 이야기를 다른 책(비비의 도쿄 다이어리)에서도 보았지만 그 외에 일본의 문화,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보여줍니다. 그런 주제는 목차만 훑어 보셔도 아실겁니다.

보고 있자니 도쿄 장기 여행을 가고 싶어지더군요. 그런 고로 여행병에 걸리신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통장에 구멍이 나거나 카드가 블랙홀로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맛집 소개라든지 일본의 뜨는 지역 소개 같은 걸 기대하신 분은 실망하실 겁니다.'ㅂ'




떨이라고 표현한 책 한 권. 최근에는 일본 판타지쪽만 보고 있었는데-고식. 이것도 손 뗀지 오래죠-어느 작가의 자기 책 소개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한국작가의 판타지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책 값보다도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까운 책이었지요. 어쩐지 북 리뷰가 없더라니. 쓸 시간도 아깝습니다. 읽고 나서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가, 다른 사람에게도 평을 듣고 싶어서 G에게 넘겼습니다. 사실 공정하지는 않지요. G는 판타지 소설을 원래 안 읽습니다.
G는 이 책을 보고 표지부터가 도레미파솔라시도 분위기가 난다며 투덜대더니 채 10장도 못 넘기고 포기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다른 책 한 권은 작은탐닉 시리즈인 <나는 티타임에 탐닉한다>입니다. 리뷰를 따로 쓰고 싶지 않아서 이 글 끝부분에 끄적이는 겁니다. <부엌 탐닉>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티타임 탐닉>은 그냥 그랬습니다. 취향이랄까, 파장이랄까, 그런게 안 맞나봅니다. 아니 그보다 심층적인 분석도 가능하지만 일단 여기까지 선을 긋고, 한 번 훑어볼만은 하지만 구입해서 볼만한 책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단, 보실 때 조금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못하면 홍차와 다구 지름신이 동시에 내려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지갑과 통장과 카드 관리를 철저히 하신 후 책을 열어보세요.



조에타 헨드릭 슐라박, <나눔의 밥상>, 한얼미디어, 2006


어떻게 하다가 이 책을 찾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읽은 것은 지난주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건망증이 차츰 심화되고 있다는 걸까요. 요즘은 메모 필수,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잊습니다. 추측컨대 교보문고의 음식 분류에 들어갔다가 베스트셀러라든지 기타 메뉴를 보고 집어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6년도에 나온 책이니 신간에서 본 것은 아닐테고요.


리뷰를 쓰기 전 출판사가 어떤 곳인가 싶어 잠시 검색을 해보니 분위기는 한겨레신문사와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뉴라이트쪽에서 말한다면 "좌파"쪽에 해당될 겁니다. 이 책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슬로 라이프나 나눔, 세계공동체와도 이어지는 책입니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일 수록 더욱 나누려 한다는 것은 이 책을 보면 확실히 다가옵니다. 가끔 가진 것이 없어서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가진 것마저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밥상마저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제 3세계의 사람들입니다. 제3세계란 단어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국어 사전이라도 다시 봐야 할까요.

편집 방식은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닮아 있습니다. 내용도 꽤 닮았지만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소박한 밥상에서처럼 음료, 빵, 수프 식으로 종류를 나눠 거기에 여러 레시피를 담고 있는데, 여기 실린 요리법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아메리카, 혹은 미국 등으로 이주한 유럽 사람들의 소박하고 간소한 전통 음식들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다만 편집(원서)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만들어 볼 수 있게끔 구하기 쉬운 음식들을 넣어 레시피를 바꾼 것이 보입니다. 버터를 마가린으로 대체한 것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꽤 재미있는 레시피가 많은데다 각 나라가 비슷비슷한 요리법을 쓰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여기까지는 칭찬이고 이제부터는 불평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입니다. 레시피가 매끄럽게 번역되어 있지 않고 껄끄럽습니다. 재료를 소개할 때, 보통 영어 레시피에서는 diced tomato라고 소개하기 보다는 1 tomato, diced라는 식으로 소개합니다. 이걸 레시피에서는 요리법 소개하면서 "토마토(다져서)"라고 했습니다. 읽는 내내 눈에 걸립니다. 그리고 레시피가, 원래 가정용이다 보니 계량 자체는 정확할지 몰라도 만드는 방법이 대강대강입니다. 불친절하기로는 타샤 할머니의 레시피 못지 않습니다. 빵 만드는 법에 대한 레시피를 보면 기겁할 정도라니까요.
대개 통밀이나 호밀 등이 들어간 빵은 발효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 발효과정의 세세한 설명은 다 생략하고 "섞어서 치댄 뒤 두 배로 부풀 때까지 놔둔다"정도로 간략히 적어두었으니 초보자가 쉽다며 만들었다가는 재료 버리기 딱 좋습니다. 원 레시피가 그랬을테니 어쩔 수 없지만 요리를 웬만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도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번쯤 훑어 볼만은 하지만 번역 문제와 불친절한 요리법 때문에 추천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소박한 밥상이나 타샤의 식탁을 재미있게 보신분, 요리법은 안봐도 된다는 분은 읽어보세요. 가격만 뺀다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시마다 소지, <용와정 살인사건 1-2>, 두드림, 2008


신간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 보게된 소설입니다. 교보에서는 평이 달랑 별 3개인데, 저는 그보다는 높게 주고 싶습니다. 다섯 개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거든요.

시마다 소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앞서 나온 마신유희나 점성술 살인사건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냥 넘어간 모양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집니다. 대출중이니 예약을 걸어두면 이번 달 안에는 볼 수 있을겁니다.

추리소설이니 이모저모 이야기를 하면 내용 폭로가 될테니 피하고, 1-2권 합쳐 1천페이지가 넘음에도 굉장히 빨리 넘어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굉장히 세세한 묘사-1인칭시점-덕분에 제가 직접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건만 아니었다면 저 용와정을 홀랑 구입해다가(1천만엔이랍니다.;) 별장으로 쓰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습니다. 용와정은 굉장히 운치 있는 멋진 여관이더군요. 그런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말입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슷하게 엽기 살인이 등장하지만 링컨 라임쪽보다는 이쪽이 훨씬 취향에 맞습니다. 그것 참 묘하죠. 같은 살인마인데도 링컨 라임쪽은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링컨 라임이 너무 현실적이라서인가요? 아니, 그보다 용와정쪽이 적어도 피해자가 심적 고통은 덜 당해도 된다는 점에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팔묘촌을 비롯해 긴다이치 시리즈를 읽으신 분이라면 분위기가 굉장히 닮았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막판 반전은 긴다이치보다 이쪽에 점수를 더 주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읽고 나면 "인생사 다 그런거지"라며 담배를 한 대 피워물고 싶어지니까요. 하하핫.



추천 대상은 긴다이치 시리즈(하지메의 외할아버지;)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 엽기 살인 사건도 괜찮다는 분, 책이 길어도 그정도는 충분히 참아낼 수 있다는 분입니다. 단, 모방범 쪽과는 분위기가 좀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배경이 그렇다 보니 태평양 전쟁과 관련되어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쓸쓸한 사냥꾼을 구입했다는 말에 아는 분이 보고 싶다고 빌려 달라 하십니다. 빌려드리겠다, 다음에 만날 때 들고 오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사정이 생겨 그 뒤에 만날 일이 없어졌습니다. 정확히는, 올 6월까지는 만나기가 어렵게 된 상황이지요. 그리하여 다른 분께 맡겨 책을 전달하고는 재미있게 보시겠지 싶어 잊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뒤, 책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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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깔려 있는 donna hay 책은 잊어주시고..

책을 받았는데 피에로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책을 열어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와아!
엽서 뒷면에는 빌려줘서 고맙다, 잘 봤다는 내용의 메모가 남겨 있습니다. 엽서 그림은 육심원이군요.
피에로의 정체는 책갈피입니다. 나무 두 장의 윗부분을 붙인 아주 간단한 구조의 나무 책갈피. 집게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포스트잇에 "책 잘 보세요!"라고 달랑 적어보낸 것이 아쉽습니다. 다음에 빌려 드릴 때는 저도 머리를 써야겠는데요. 하하하.


애거서 크리스티,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황금가지, 2006
<비둘기 속의 고양이>, 황금가지, 2006
<창백한 말>, 황금가지, 2006

도서관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 보이길래 열심히 집어들었는데, 지금 검색하고 보니 황금가지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은 50권 넘게 나왔군요. 다 읽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은 건너뛰고 읽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20여 권은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링컨 라임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애거서 크리스티는 밋밋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패턴화라는 것이 덜 보이니 아직도 애거서 할머니의 머리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처음을 보고 범인을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렵군요.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는 건너 뛰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배경은 취향에 안 맞아서 건너 뛰곤 했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백한 말은 약간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포와로도, 마플 여사도 없어요! 하지만 역시 애거서 할머니 답습니다. 요즘 추리소설들에 비하면 짧지만 괜찮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둘기 속의 고양이입니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인물 설정이나, 안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도 좋았습니다. 아니, 보다가 모 만화를 떠올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떤 만화가 떠오르는지 적으려다 보니 이거, 내용 폭로가 되겠군요. 그 부분은 맨 아래에 흰색 폰트로 써 둘테니 보실 분만 보세요.
제목의 유래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에서 증인 중 한 사람이 한 말에서 따왔습니다. 가끔 저도 느끼는 감정입니다. 비둘기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으면 주변의 비둘기는 그 기척을 느끼고 불편함을 느끼겠지요. 살기는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양 속의 늑대보다 이쪽이 확실하게 감이 오네요.

떠오르는 만화는 <블루 마하라쟈>, <카시카(원제가 뭐였죠;)>. 끝까지 읽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아실겁니다.


제프리 디버, <본컬렉터 1-2>, 노블하우스, 2005
<곤충소년 1-2>, 노블하우스, 2006
<돌원숭이 1-2>, 노블하우스, 2006


원래는 본컬렉터 다음이 <코핀댄서>인데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건너 뛰었습니다. 현재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는 위의 세 권과 <코핀댄서>, <사라진 마술사>, <12번째 카드>의 총 6권이 나와 있습니다.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에 비하면 적습니다. ... 그러고 보니 스카페타도 신간이 안나오네요. 뒷 권이 더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본콜렉터는 원작보다 영화를 먼저 보았습니다. 왜 봤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마 덴젤 워싱턴에 낚여서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포물은 잘 보지도 못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엽기 스릴러(...)를 찾아봤는지 알 수 없군요. 하지만 그 영화 덕분에 원작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원작을 보고서야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원작이 더 낫군요. 아무리 안젤리나 졸리가 있고 덴젤 워싱턴이 있다지만 구성의 탄탄함은 원작이 낫다고 봅니다. 그래서 다 읽을 수 있었고요.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링컨 라임이 흑인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아실겁니다. 거기에 아멜리아는 붉은머리 아가씨. 하지만 몸매 좋고 얼굴도 예쁘고 터프한 아가씨니 안젤리나 졸리와 잘 어울립니다. 링컨 라임도 덴젤 워싱턴을 떠올리며 읽게 되더군요. 덕분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읽었지요.

곤충소년과 돌원숭이는 읽다가 도저히 못 참겠기에 맨 뒤로 넘어가 뒷부분만 보고, 결국 중간 부분은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긴장감을 참지 못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구성 자체가 본컬렉터랑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시간만에 두 권을 읽어내리는 속도로 막 달리다보면 세부 묘사는 다 지나치게 되고 결국 기둥만 남게되지요. 그 기둥이 닮았으니 아무래도 볼 생각이 더 안나는겁니다. 스카페타 시리즈에서도 꽤 경험했지만..

그래도 CSI류를 재미있게 보신다는 분은 찾아보세요. 쉽게 쉽게 넘어가고 심심풀이 땅콩으로는 제격입니다. 물론 읽다보면 "내가 왜 미친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을 계속 읽어야하지?"란 의문이 들겠지만 그런 건 사뿐히 넘어갑시다.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 그라운드>, 열림원, 1998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잘 안 읽지만 수필쪽은 꾸준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제목만 얼핏 기억하고 있는 책이 보이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수필은 거의 다 챙겨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두꺼운 책을 놓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봤지요. G는 예전에 이 책 앞 부분 몇 장만 보다가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들고 있노라면 팔목이 아파오는 정도의 무게라 그럴만도 합니다. 총 632쪽. 거기에 A5사이즈에 글씨가 빽빽합니다. 하지만 읽으면 손 떼기가 쉽지 않은 재미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다는 단어를 쓰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1995년에 일어난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95년 3월 20일, 신경계 독가스인 사린 가스가 도쿄 도에이 지하철(지금은 도쿄메트로) 다섯 편의 차량에서 살포되었습니다. 단어 선택에 좀 신경이 쓰이는데 사린은 액체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습니다. 각 실행책(2인 1조로 한 명은 실행, 한 명은 실행자를 다시 운전해서 태워옵니다)이 지하철에 탑승, 신문지 등으로 비닐봉지를 가린 상태에서 우산 끝으로 봉지를 찔러 구멍을 내고는 지하철을 내립니다. 일반 유류품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봉지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작은 실수가 겹쳐지면서 사건은 크게 확대 됩니다. 저도 95년 당시에 사린 살포에 대해서는 기사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12명 사망에 5510명이나 중경상을 입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 독이 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내적으로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억력 감퇴, 시력 저하, 성격의 급변 등.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책은 저자가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를 말하며 시작됩니다. 사건의 주동자인 옴진리교의 교주가 아니라, 피해자인 일반 시민들의 생활을 담고 싶다고 시작한 거죠. 보통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쓰면 가해자의 신상명부터 밝히지 않습니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다른 르포르타쥬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 책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사린 살포라는 사건을 만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접 대화를 하고 그것을 녹음해 글로 표현한 다음, 취재에 응한 사람들에게 다시 원고를 보내 첨삭을 받고 다시 수정하고 첨삭과 허락을 받는 식으로 이루어져서 살아 있는 한 권의 사건 기록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쓰면 길어지니 직접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고요.
(아, 현재 절판상태입니다. 도서관에서 구해보셔야....;)

12명의 사망자 중에 절반 이상이 승무원입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사린이 담긴 봉지를 치우고 관리했기 때문에 그렇고요. 독가스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도망치는 사람들 없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플랫폼을 돌아다니다보니 가장 많은 희생을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몇몇 실수들에 대한 지적-원래 회차시에는 유류품을 모두 치워야 함에도 치우지 않았던 차량, 액체가 흥건함에도 대걸레로 제대로 닦지 않아서 피해가 커진 경우도 있었고, 대처가 빠르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도쿄 지하철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많지 않습니다. 많다면 역시 구급차와 경찰의 대응 부족쯤일까요.

그나마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도 사린 사건이 있었답니다. 재판정(옴진리교 관련재판)에서 사린이 살포되는 바람에 7명이 사망했는데, 그 당시 환자를 받았던 병원에서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를 받은 도쿄내 각 병원에 팩스를 보내 대처 방법을 지시했답니다. 이런 것이 없었다면 어떤 독가스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왕좌왕 하다 사망자가 더 늘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외에 책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그 당시 대처에 대해서도 다음에서 검색하다가 몇 가지 몰랐던 것도 보았고요.

갑자기 휴거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 때는 또 언제였더라..? (1992년;)


뭐, 한국에서라고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한국도 은근 사이비 종교가 많아요.



*참으로 멋진 도서관이었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뱀파이어 헌터 D>, 위로 돌리면 <마술사 오펜>, 그 옆으로 돌리면 <창룡전>, <은영전>, <아루스란 전기> ...(흠흠흠)


요시다 타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 작은 나라 쿠바의 커다란 도전, '늘 푸른 혁명'>, 들녘, 2004

부제가 길어서 그렇지 실제 제목은 생태도시 아바나입니다. 원제는 <NIHYAKUMAN TOSHI GA YUKIYASAI DE JIKYU DEKIRU WAKE>. <200만 도시가 유기채소로 자급 가능한 이유>. 훨씬 딱딱하군요. 하지만 원제쪽이 책의 내용을 백분 살리고 있습니다.

아바나의 생태혁명 - 도시 농업에 대해서는 이전에 KBS의 다큐멘터리로 본 적 있어 낯설지 않았습니다. 본 것이 2001년이었던가요. 맞을겁니다. 개인적으로 DVD를 사둘까 하고 있는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KBS의 DVD 복사가 3만원이 넘어서 눈물만 삼키고 고민하고 있지만요. 아바나의 생태 혁명, 영국의 정원, 코스타리카, 생태 건축 정도의 시리즈가 기억납니다.
하여간 그 때 아바나의 도시 농업을 보고는 집에도 저런 걸 해두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봉쇄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말입니다.

쿠바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오늘 대화를 나눈 분의 이야기를 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미국에 반항하는 나라, 카스트로라는 독재자가 있으며 북한과 교류하는 (나쁜) 나라, 보트피플, 가난한 나라, 무기를 외국에 팔아먹는 나라. 요약하면 북한 못지 않게 나쁜 나라. 이게 정년을 앞둔 어느 분의 생각입니다.
미국에 반항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1800년대 후반, 스페인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일으켰더니 다 되어가기 직전, 미국이 개입해 홀랑 스페인에게서 "양도" 받습니다. 그리하여 친미 정권이 들어서 있었는데 체 게바라를 위시한 좌파 정권이 친미 정권을 뒤엎고 내전(쿠데타였나..)에서 승리합니다. 그리고 친소 정책을 펴서 아~주 멀리 있지만 소련의 우산 아래 잘 크고 있었지요. 소련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그랬고요. 19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는 소련에게 기대고 있던 경제도 휘청합니다. 그 때까지는 정말 잘 살았다고 그럽니다. 사탕수수 플렌테이션으로 생산한 설탕은 소련이 비싼값으로 사주고 그외 생필품이나 원유 등의 물자를 모두 소련이 지원했으니까요. 소련 입장에서는 미국 턱 밑에 있는 공산주의(일지 사회주의일지) 국가는 비수나 마찬가지이므로 잘 갈아두었던 거죠.
그러다가 소련이 무너지면서, 설탕을 사줄 나라도 없어지고 풍부한 물자 지원도 사라진데다 다른 판로를 찾아보려던 찰나 미국이 쿠바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경제 봉쇄를 단행합니다. 그냥 단행한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고서도 만약 쿠바와 교역(교류도 포함)할 경우 무역 제재를 받을 줄 알아라라고 엄포를 놓았지요. 그리하여 1990년대 쿠바는 경제 공황상태가 되고 아사 직전까지 몰립니다. 쿠바에서 탈출하는 보트 피플도 이 당시일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런 쿠바가 어떻게 90년대의 경제 공황에서 지금의 생태 혁명 국가로 다시 태어났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도시 농업과 일반 농업, 그리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농업과 관련된 모든 업무, 많은 개발, 많은 과학자,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도,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면서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보통 생각하는 공산주의 국가의 모습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나 쿠바가서 살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달까요. 스페인어를 배워서 날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메가씨가 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걸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요. 아니,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다른 것보다 국가 차원의 농업 장려가 인상깊었습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자급을 하기 위해 도시 여기저기에 밭을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화학비료도, 농약도, 재료가 없어서 자급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유기농으로 가게 되었다라는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됩니다. 음. 너무 판에 박힌 말이었군요. 반성하겠습니다. 흠흠

그나저나 얼마나 미운털이 박혔으면 의약품에 대한 수입조차도 막혔을까요. 덕분에 의약품 대신 대체의학을 도입하고 있답니다. 침으로 마취하고 허브로 약을 만들며 농약조차도 허브라든지 천적관계를 이용해 해결합니다. 실제 책 속에서도 어느 채소를 심을 때는 이쪽엔 오레가노, 저기엔 로즈마리를 심으면 해충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이런 연구를 장려하고 개발하고 있으니까요. 하기야 라틴아메리카 전체 과학자의 10%가 쿠바 사람이랍니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얼마 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원유 수입도 어려워지니 그 다음은 풍력과 수력, 태양력 에너지를 씁니다. 원자력은 미국의 봉쇄로 개발이 중단되었다는군요. 자연 에너지 개발로 눈을 돌리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태양 전지판도 수입이 안되니까 자체개발. 이쯤 되면 한국은 뭐하고 있나?란 생각이 듭니다. 정부에서 정책 지원을 해주니까 이런 것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교육과 의료입니다. 의사 1인당 인구 비율이 일본보다도 높습니다.(저자가 일본인이라 기준은 일본) 거기에 교육과 의료는 정부에서 아예 처음부터 공짜랍니다. 대학교도 공짜. 공부하는 것은 진짜 돈이 안듭니다. 이쯤 되면 한국을 뭐라 할게 아니라 스페인어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2-3년 공부하면 가서 살 수 있겠지요? 농담이 아니라 60% 정도는 진담으로, 정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입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면 저런 생각들과 동시에, 진짜 아바나가 지상 천국인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쿠바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삶의 질이 높은 국가나 행복한 국가가 아니니까요. 독재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고 그 독재자의 딸마저도 미국으로 망명해서 아버지를 비난하고, 재작년인가 있던 보트 피플 소년*의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 이미지를 많이 바꾸었다 한들 이 책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책이 다른 이름 없는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그 의심은 한층 더 했을 겁니다.

사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의, 마음에 드는 책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KBS의 다큐멘터리 구입을 다시 고민하러 갑니다.(..)



* 보트 피플 소년에 대한 기사는 검색하면 꽤 나올겁니다. 2년 전쯤 외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야기입니다.
쿠바의 한 소년이 어머니를 따라 보트 피플이 되었다가 미국 해경에 의해 구조됩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사망하고 소년 혼자 남게 되었지요. 쿠바에서는 이 소년의 아버지가 소년을 찾고 있다면서 아이를 보내 줄 것을 요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소년의 외가 친척들이 미국에 있으니 이들에게 보호를 받게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친권자인 아버지의 승리로 소년은 쿠바로 돌아갑니다. 돌아간 소년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TV에 등장했다고 기억합니다.
 

막심 샤탕, <악의 영혼 1-2>, 노블마인, 2007


어쩐지............... 느낌이 닮았다 싶었더니 같은 출판사였군요. 흥흥흥.
(모 도서관에서는 책 출판사를 웅진으로 넣어놔서 말입니다. 임프린트라고 해도 그냥 따로 넣어도 되지 않나요.)





신간 검색을 하다가 악의 심연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연쇄살인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호기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나 찾아보았지요. 그랬더니 심연은 없고 전작인 영혼이 있었습니다.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중 심연이 두 번째, 영혼이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부터 읽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이쪽을 먼저 잡았지요.

오늘 1권의 80% 가량을 읽고는 불같이 화를 냈고, 2권 엔딩 부분을 찾아 읽고는 급기야 손을 털었습니다. 전체의 절반을 읽은 셈인데 나머지 반은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더 읽다가는 제 정신이 피폐해지겠군요.
연쇄살인이니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텐데 부검 과정이나 부검실, 참혹한 시체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저처럼 감정이입도가 높으면 피곤해지지요. 더 읽었다가는 안되겠다 싶어 끝을 확인한 것인데 끝이 또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아아. 별 생각 없이 죽 내리 읽었다가는 며칠간 끙끙 앓을 뻔했습니다. 차라리 다행이군요.

앞서 느낌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책은 스카페타 시리즈입니다. 같은 노블마인에서 나왔지요. 링컨 라임 시리즈-이것은 영화 본 콜렉터만 보았지만 일단 분위기상-와 스카페타 시리즈를 섞어 믹서에 잘 갈아 사실과 부검과 미친짓을 섞으면 이 책이 나올 겁니다. 사이코패스니 뭐니 복잡한 이야기는 넘어가죠. 오늘 G와도 대화하며 나왔지만 사이코패스는 별 것 아닙니다. 그저 똑똑한, 머리 좋은 미친X인겁니다. 복잡하게 영어로 돌려 말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 인간이 반동인물인 셈이니 소설 내내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읽는 사람도 피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CSI가 강하다고 했지만 이건 새발의 피..ㅠ_ㅠ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 그대로 지면에 옮기면 저처럼 휘둘리는 사람들은 타격을 받는다니까요.






그런 고로 스카페타, CSI, 크리미널~, 링컨 라임 모두 즐겁고 재미있게 읽고 본다는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하지만 제대로(지대로) 미친 살인범이 등장하니 그 점은 참고하세요.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민음사, 2001
제프리 머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시공사, 2008


암리타는 도서관 서가에서 발굴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서가를 둘러보다가 출간당시에 한 번 읽고는 기억 저편으로 밀어둔 암리타가 보이길래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져서 집어 들었습니다. 시간~은 표지와 제목과 소개에 낚여서 구입한 책이고요. 낚였다라는 표현에 잘 드러나있지만 구입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암리타는 대체적인 구조만 기억하고 있고 나머지는 다 잊고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것은 남녀 주인공의 관계 정도. 그것도 간단히만 기억하고 있었고 세부적인 것은 모두 잊었나봅니다. 새 책을 읽는 기분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기야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은 한 번 읽으면 그걸로 족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엊그제 키친을 탐독하면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이 읽고 싶어져서 골랐는데 일단 시간 때우기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작가 책 중에서는 가장 두꺼운 책이라 남는 시간 동안 모두 다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지하철 안에서 보낸 시간이 길기도 했고 대기 시간이 길기도 했고..)

며칠 전 일본 소설 중에서 가장 취향이라는 키친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읽은 것은 굉장히 오랜만의 일입니다. 대강 훑듯이 줄거리만 따라간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이번에 다시 읽고서는 내용이 낯설게 느껴져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아마도 번역체가 문제였을까요. 문단 문단이 끊어지는 느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은데다 비문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집에 원서 사다 놓기를 잘했다고,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요.(원서 두께를 보면 민음사판은 옥수수 강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허허;) 요즘은 요시모토 바나나 책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달려가 찾아보지 않게 되는 이유가 그래서인가봅니다. 현실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이야기에 자주 볼 수 없는 관계 설정, 그리고 담담함. 하기야 일본 소설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그렇기도 하죠. 에쿠니 가오리보다는 조금 취향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암리타는 날려가며 읽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작가 답게 쉽게 볼 수 없는 관계 설정, 작품 설정이란 것은 변함없습니다. 가볍게 읽으면 그것으로 끝. 예전에는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정확하게 제 느낌을 표현하자면, "그래서?"정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서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바라보는 겁니다. 흠흠;
결국 암리타에 대한 한 줄 요약은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심심풀이 땅콩".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평이 상당히 박합니다.
제목에 낚이고, 표지에 낚이고, 출판사에 낚였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다가, 중간 부분 왕창 건너뛰고 맨 뒤로 넘어가 조금 더 읽고 끝냈습니다. 더 이상 읽을 필요도 없군요.
일반적인 장기여행객의 서점 숙박기라든지 서점 돕기 정도로 생각하고 집어든 책이었는데 완전 배신당했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내용이라니. 그러니까 캐나다의 어느 기자가 책 하나 썼다가 관련된 사람의 협박을 듣고는 지레 겁먹고 파리에 날랐는데 하도 방종한 생활을 해서 돈이 없어서 어쩔까 싶다가 우연한 기회에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고서점에서 숙소를 제공받아 거기서 지내게 된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중간은 서점내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의 부대낌, 생활을 그렸지요. 제가 생각했던 낭만이라고는 전혀 없습니다. 허허. 어떤 분위기인지는 말로 표현이 안되니 직접 읽어보세요. 조금만 읽어보시면 아실겁니다.

실은 이 서점에 대해 조금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파리의 스노우캣에서 소개가 되기도 했고 고서점이라는 말에 낭만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어이쿠..;
그런 고로, 이 책 가져가서 보실 분은 손들어주세요. 그냥 드리겠습니다.-_-a
       


베른트 하인리히, <동물들의 겨울나기>, 에코리브르, 2003
무라카미 하루키, <우천염천>, 명상, 2003


적고보니 둘다 2003년도 책이군요.

우천염천은 예전에 읽었지만 도서관 서가에서 보이길래 집어들었고, 동물들의 겨울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의 도입부분은 좀 지루합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보다가 좀 졸았거든요. 하지만 그 초반부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동물들이 겨울세계(winter world: 원제)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처음이 재미없다고 덮기에는 아까운 책이예요.
라고까지 적고, 이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을 봤는데?라고 생각하며 뒤지니 이거 참...; <숲에 사는 즐거움>(리뷰 링크)이 비슷한 내용입니다. 동면을 비롯한 동물들의 겨울 생활만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이 책이고, 숲에 사는 즐거움은 곤충을 포함해 다양한 숲 생물의 생태학을 재미있게 풀어쓴 것이고요.

같은 작가입니다.lllOTL

리뷰를 뒤져보니 확실하게 나오네요. 어쩐지 읽는 내내 익숙하더라니...;
<숲에 사는 즐거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동물들의 겨울나기>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동면에 들어가는 동물들의 자세가 굉장히 신기합니다. 영하 몇 십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동면에 들어가려면 가지고 있는 에너지 비축분(지방)을 효율적으로 써야하는데, 체온을 올려두면 에너지 소모가 많고, 체온을 내려두면 얼어죽을 가능성이 높고. 그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아직 냉동인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연구의 여지가 아주 넓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세상에 너무도 많아요.


우천염천은 하루키다운 기행기입니다. 최근 <먼 북소리>를 다시 읽었고 우천염천은 먼 북소리 도중의 그리스-터키 여행기이기 때문에 연결해가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에게-영원회귀의 바다>와 연결해서 봐도 재미있겠군요. 사진은 전혀 없고 글만 있는 여행기이지만 제가 갈 수 없는 곳-아토스 반도는 여성 출입 금지랍니다-에 대한 갈망을 한층 키웠습니다. 아, 하지만 저렇게 지낼 자신은 없어요. 저는 잠자리가 편해야 여행이 편하기 때문에 배낭여행은 못갑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편하게 다니는 것이 좋아요.


다 읽고 나면 터키식 커피나 터키의 차이를 한 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월광게임>, 시공사, 2007
미야베 미유키, <쓸쓸한 사냥꾼>, 북스피어, 2008

최근 갑자기 책 지름신이 내려오셔서 책 여러 권을 주문했을 때 함께 들어온 책입니다. G가 회사 문화비로 구입할 책을 추천해 달라 했을 때 북 리뷰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부탁한 것이 월광게임-하지만 정작 문화비로는 다른 책을 구입하고 이것은 개인적으로 샀습니다-, 책 구경하러 갔다가 미야베 미유키 신간이 나왔고 배경이 서점이라는 말에 홀딱 넘어가 구입한 것이 쓸쓸한 사냥꾼입니다.



월광게임은 Y의 비극 '88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필명)가 이 소설을 맨 처음 쓴 것은 78년으로 그 때는 Y의 비극 '78이라 했다가 다른 버전을 몇 번 거쳐 개작해 나온 것이 이것입니다.
구성은 셜록 홈즈와 엘러리 퀸의 혼합이랄까요. 주인공 이름이 아리스가와 아리스이며, 1인칭 주인공 + 관찰자 시점쯤 됩니다. 탐정은 따로 있고 아리스는 왓슨의 역할에 가까우니까요. 학생 아리스 시리즈도 꽤 여러 권이 나와 있다 하니 앞으로 계속 더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리즈가 지날수록 아리스도 성숙해진다 하니까요. 이번 권에서는 아직 어린 좌충우돌 대학 1학년 학생입니다.
구성이 엘러리 퀸과 닮았다고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도전입니다. 그 때까지의 힌트를 주고는 이 안에서 범인을 찾으라는 엘러리 퀸의 도전. 이 책에서도 작가가 주는 힌트(?)만 잘 따라가면 풀 수 있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작가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저야 그런 도전은 무시하고, 맨 뒤를 먼저 확인해 범인이 누군지 볼까 말까 계속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하하; 제가 추리소설을 볼 때 좀 인내심이 약해서..

쓸쓸한 사냥꾼은 단편집입니다. 그것도 90년대 초기의 작품들을 모았군요. G가 저보다 먼저 이 책을 보았는데 제게 주면서 모방범의 원형 소설이 있다 언급했습니다. 과연. 보고 나니 그렇군요. 모방범이 아니라 하더라도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에서 몇 번 보았던 구성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마술은 속삭인다의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 지갑은 알고 있다가 생각나기도 하고 모방범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익숙한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만담(?) 콤비가 할아버지와 손자라 재미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배경이 헌책방입니다. 그게 제일 좋아요.(웃음)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한 줄 감상으로 끝내겠습니다.

역시 그 감독답게 색채가 화려합니다! 무엇보다 언니들 파워. 그리고 공주님, 최강이십니다.ㅠ_ㅠb
1. 아카데미 상 시상식에 눈에 익은(좋아하는) 배우가 지나간다 싶어 지금 검색을 해보니 틸다 언냐가 레이더에 잡힙니다.;ㅁ; 언니님, 만만세! 하지만 마이클 클레이튼은 볼 생각이 없어요.
엘리자베스 팀이 의상상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는데, 눈 요기는 정말 실컷 했거든요. 케이트 언니도 좋지만 상 못 받았다고 아쉬워 할 것도 없고.; DVD는 현재 예약중입니다. 저는 <귀를 기울이면>과 <에반게리온 극장판 序>만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은 넘어갑니다. TV 화면으로 보기엔 아쉬운 영화라서 더 그렇죠.

2. 그러고 보니 다치바나 다카시. 귀를 기울이면의 성우진에서 立花陸이란 이름을 보고 패닉이 되어 찾아 본 것이 몇 개월 전의 일인데 직접 확인했습니다. 최근에 구입한 책에 그 이야기가 있더군요.


다치바나 다카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청어람미디어, 2008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나의 서재론, 공부론, 독서론", 2부는 주간문춘에 연재했던 독서노트 모음입니다. 2부보다는 1부가 훨씬 더 재미있었고 지적 자극도 이쪽이 더 좋습니다. 대신 2002년부터 2005년까지의 여러 독특한 과학, 사회문제 등의 서적 이야기는 2부에서 간단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절반 정도는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며, 번역된 책은 역자가 옮긴이 주로 번역 서적의 서지정보를 간략히 적어두었습니다. 번역된 책의 상당수는 저도 한 번 이상 제목을 들어본 책입니다.
하여간 이 책 1부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치바나 다카시의 교류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그 때문에(라고 해야하나 덕분이라고 해아하나) <귀를 기울이면>에서 등장한 적이 있다고요. 허허허허허; G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어디서 등장했나 감도 못잡다가 시즈쿠 아버지라는데서 넘어갑니다. 그 목소리, 다시 떠올려 보면 은근히 차분하면서도 귀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면 분위기도 상당히 닮아 있고요. 시즈쿠의 아버지는 공공도서관 사서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 읽어야지, 저 책 읽어야지 하다가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포스트잇을 꺼내들고 적어갔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때는 옆에 메모지나 수첩, 포스트잇 등을 두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미리 적어두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지적 자극도 많이 주고 공부법도 배울 수 있고 내공이란 노력하는 자에게 쌓이는 것이다라는 것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도 올 한 해 열심히 머리를 갈고 닦아 보렵니다. 뇌세포가 나이먹을 수록 점차적으로 늙어간다지만 나이 든 뒤에도 왕성한 지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갈면 되는 거예요.
(단,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줄 경우 뇌세포가 자살할 수 있으니 조심합시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책 읽는 중간 중간 이 주제에 대해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몇 있었지만 꽤 긴 기간 동안 읽으면서 홀랑 다 잊었습니다. 메모라도 해둘 것을, 뭐가 바쁘다고 넘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뭉근하게 한 번 더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이니 다시 읽으면서 두 번째 리뷰를 준비하겠습니다.



3.


이루,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영진미디어, 2007 어제 G에게 오프라인에서 구입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ME를 덥석한 이후로 주변에서 필름 카메라 관련 자료를 구해놓기는 했는데 받았을 때 한 번만 훑어 보고는 그대로 서류뭉치에 들어갑니다. 두 번 보는 일이 없어서 제대로 된 책이라도 한 권 구해야 하나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주문해서 보고는 집에도 들여놓은 겁니다. 필름 카메라 관련해서 해설도 잘 되어 있고 사진도 잘 나와 있고 보기 편하게 큼직하게 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정말로 초보를 위한 해설서라라니까요. 이 한 권만 독파하면 그 다음은 연습하면서 훈련하는 것 뿐. 그러나 그 무엇보다 독파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렸을 때도 앞 부분만 2-3번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4. 지금부터는 다시 독서모드로 들어갑니다. <월광게임>, <쓸쓸한 사냥꾼>,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색맹의 섬>. 아빠는 요리사 95권은 아침에 읽고 G에게 넘겼습니다. 드디어 성이도 대입 막바지군요. 큐슈말고 다른 지역으로 간다 했는데 사나에와 같은 학교로? 그러고 보니 이번 권에서는 사나에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권에는 나온 것 같은데..

 

가이도 다케루, <나이팅게일의 침묵>, 예담, 2008
도로시 R. 세이어즈, <시체는 누구?>, 시공사, 2008


제목과 같은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적절히 섞어 쓴 겁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시체는 누구.


갑자기 책 지름신이 오시면서 두 권을 한 번에 구입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책 배송은 편의점 택배로 받고 있는데 하도 많이 드나들다보니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가 얼굴을 기억하시는군요.;; 이제는 신분증 안 보여줘도 된다 하십니다. 아주머니를 본 것이 몇 번 안된다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두 권의 책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가이도 다케루 쪽입니다. 앞서 나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도 하얀거탑과 섞이면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소설은 그 후속편입니다. 글도 맛나고 번역도 좋고-권일영씨 번역. 미야베 미유키 작품을 꽤 많이 번역하셨지요-,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미소년이 주인공입니다.(웃음) 병원 내에서 간호사 투표 미소년 순위 1위에 당당히 등극한 성질 나쁜 미소년 말이죠. 성격도 마모루(마술은 속삭인다의 주인공)과 닮아 있어서 양쪽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역자 후기에 이 책의 후편이 곧 나올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총알 준비해두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나오면 바로 주문 넣어야지요.


시체는 누구는 번역이 좀 걸립니다. 나이팅게일만큼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서일까요. 제목도 원래는 <Whose body?>라는 재기 넘치는 것이었는데 시체는 누구?라고 의역을 하니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피터 윔지 경 첫 번째 이야기인데다 멋진 집사님도 나와주니 넘어갑니다. 알프레드 못지 않게 다재다능한 집사님이 등장하시는군요. 윔지경도 열심히 휘둘리고 있습니다. 귀족 탐정이라는 점에서는 다아시경과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윔지경은 아직은 미숙하고 재미로 추리에 뛰어드는 아마추어 탐정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파일로 반스와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영국과 미국의 차이인건지, 파일로 반스 쪽은 좀더 잔혹하고 사건 전개가 복잡합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쪽은 윔지경쪽이지요.
피터 윔지 경의 다른 시리즈는 동서 미스테리 북스(DMB)로 두 권이 나와 있습니다. 작가 이름이 도로시 세이어스로 나와 있으니 찾아보세요. 지금 교보에서는 둘다 35% 세일중입니다. DMB시리즈는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국내에 미발표된 작품을 찾아 읽는다는 의미 정도이니 몇 권만 찾아 보시면 됩니다. 긴다이치의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혼징살인사건이나 반 다인의 필로(파일로) 반스 시리즈, 지금 이야기한 도로시 세이어스의 시리즈 정도. 집에 가지고 있는 것도 그게 전부입니다. 아,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시공사에서 최근 미번역 추리소설들을 조금씩 내주고 있는데 책 사양이나 가격에 대해서는 불만의 여지가 좀 있습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일본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군요.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은 잔혹한 감이 있어 취향에서 꽤 벗어나는 통에..=_=)


CLAMP, <CLAMP IN 3-D LAND 3시리즈 + 츠바사 20 SET>, 학산문화사, 2008


지난달 말에 지를까 말까 하다가 설 직전에 지른 CLAMP in 3-D LAND + 츠바사 20권 세트가 어제 도착했습니다. 원래 발매일은 18일이라더니, 책 자체는 1월 25일 발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학산에서 나오는 책들은 모두 25일 발매일로 찍혀 있으니 실제 발매일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1월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

피규어에 낚여서 질러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제 온 것을 보고 상당히, 꽤 실망했습니다.
35000원-물론 그 돈을 다 주고 산 것은 아니지만-을 주고 샀는데 그 정도 값을 못한다라는 것이 G와 저의 판단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뜯어 보고야 알았지만 저 피규어는 텐시노스미카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는 피규어입니다. 원가가 10개 들이 한 박스에 5250엔, 한국에서는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텐스미에서 보긴 했지만 가격은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아서요. 뭐, 랜덤 뽑기인 피규어이지만 이쪽은 다섯 개 피규어가 각각 들어 있으니 뽑기의 위험은 없다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세지 않나 싶습니다.



박스를 뜯으면 이렇습니다. 아마 미리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혹시라도 랜덤으로 들어 있나 싶었는데 다섯 개의 박스가 다 들어 있었습니다.




이 중 하나만 제가 갖고 나머지 네 개는 G가 챙겨갔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가 굉장히 손해 본 것 같지만 전혀 아닙니다. 같이 노리고 있던 와타누키를 제가 꿀꺽 했으니까요. 대신 G는 나머지 피규어를 다 챙겨갔습니다. 책 값을 제가 내기도 했지만 이날 제 기분이 거의 바닥을 달려서 음산한 포스를 내뿜고 있었던 것도 G가 알아서 양보를 한 이유일겁니다.

피규어의 크기는 <클램프의 기적>에 들어있는 체스말과 비슷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투샷을 찍으면 알건데 그걸 확인하려면 베란다 가장 안쪽의 책장 맨 위에 올려둔 체스말 케이스를 꺼내야하기 때문에 시간 날 때로 미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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