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아르테, 2007
존 J. 롤랜즈,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갈라파고스, 2006

양쪽 사진 크기가 안 맞는군요.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사진을 어떻게 찍었길래 저렇게 나온건가. 본래 책 두께는 저정도가 아닙니다. 480페이지로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맞으면 혹이 날 정도로 두껍지는 않습니다. 하기야 요즘 책들은 종이를 가벼운 걸로 써서 저정도 두께라도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저런 두께에 아트지로 된 책이라면야, 들고 다니며 읽기도 버거울 겁니다.

그 사이 책을 꽤 여러 권 읽었는데 그 때 그 때 리뷰를 안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책만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이에 읽은 책은 주로 일본 소설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 시간 낭비인 것, 돈이 아까운 것들이 주로 모여 한 동안은 일본 소설에 손을 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뭐, 지금 제 옆에 놓인 책이 비밀의 숲이긴 하지만 이건 수필이니까 예외. 비밀의 숲을 읽고 나면 다시 일본 원서 레시피 해독에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도 아니면 델피니아나 음양사 탐독. 위에서 말한 그런 류의 일본소설은 아니니 이정도는 괜찮습니다.;;

캐시 호숫가는 첫비행님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이지요. 취향입니다. 정말, 취향입니다. 숲에서의 생활을 이정도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구나라고 부르짖었던 책입니다. 재료만 있으면 손 끝에서 못 만드는 것이 없는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라디오...... 만들 수 있기는 하군요. 절대 저는 손 대지 않을 경지입니다.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와서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몇 가지는 따로 메모해두었다가 도전할 생각입니다. 뭔가 푸근하게 느긋하게, 한겨울에 따뜻한 난롯가나 화로 옆에 앉아 귤 까먹으며 뒹굴거리며 보면 딱 어울릴 책입니다. 훗훗훗.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좀 특별합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書計 포스팅은 더 늦어졌을 겁니다. 리뷰를 쓰고 싶은 만큼 즐거운 책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토요일,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다 읽으면 반드시 리뷰를 올리겠다고 부르짖었습니다. 딱, 취향의 책입니다.
그러니까, 몇 년전일까요. 한창 (아는 사람만 아는) R모씨의 CP를 읽고 나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가 본인은 그럴 생각이 아니었겠지만 읽는 저는 이것을 "동류" 개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르네와 카쿠로의 만남은 모든 것을 뛰어 넘은 동류의 만남으로 읽혔습니다.

서점의 책 소개에서는 보통사람들이 만든 수위라는 이미지에 둘러싸여 그 안에서 호젓하게 지적 풍류를 즐기는 르네라는 한 아줌마와, 국회의원의 막내딸로 자살을 꿈꾸는 꼬마 아가씨 팔로마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맞지만, 다릅니다. 과연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를 내내 생각하며 읽고 있었으니 출판사가 앞서나갔다고 할까요. 이 두 사람은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중반이 훨씬 넘어서야 교차하게 됩니다. 다만 이 교차의 정도가 문제였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담담하게 다루고 있지만 다 읽고 나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양쪽의 삶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소설 속에 들어가 있지 않은 제 3자인 제 입장에서는 말이지요.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만남을 일으켰다 할 수 있는 카쿠로. 이들이 살고 있는 맨션에 새로 입주한 이 일본인은 이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간만에 장황한 느낌을 늘어 놓고 있는 것은, 오늘 아침 막 읽기를 끝마친 이 소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게 자극도 되고, 동류라는 단어에 대한 새로운 느낌도 오랜만에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삶 자체가 끝 없이 동류(혹은 파트너)를 찾아 헤매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르네가 굉장히 부럽습니다. 엔딩이 갑작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마무리 짓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요.




그러니 르네, 저도 당신을 교본으로 삼아 열심히 움직여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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