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스나크 사냥>, 북스피어, 2007


엔드 게임 리뷰를 썼나 안 썼나 가물가물해서 찾아보니 있습니다. 쓴 기억이 이제야 돌아오는데 그 때도 상당히 날림으로 썼다고 기억합니다. 최근 기력이 좀 달려서(...) 글발도 떨어지고 있거든요.

스나크 사냥은 지난번에도 한 번 언급했던 것처럼 초판 한정으로 루이스 캐롤의 <스나크 사냥>을 준다길래 덥석 주문했던 책입니다. 그 당시 구입 목록에 있던 다른 책들을 제치고 이 책이 낙점되었던 것은 그런 뒷 사정이 있었지요. 스나크 사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소설 맨 마지막에 간략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루이스 캐롤의 책은 아직 손대지 않았습니다.

온다 리쿠 시리즈는 거의 컬렉션이 완성되어 있지만 미미여사는 북스피어에서 나온 책만 몇 권 있습니다. 아, 화차가 조만간 들어올 예정이긴 합니다. 모방범, 이유, 판타지 계통(이코, 브레이브 스토리)도 안샀고 단편집도 안샀고, 지갑도 안샀거든요. 이걸 다 사면 정말로 서가가 부족할 겁니다. 지금도 온다 리쿠로 포화상태인데 말이죠.

스나크 사냥은 읽을 때까지는 몰랐지만 책 뒤에 붙어 있는 역자의 말을 보니 다른 미미여사의 책과는 달리 속도감이 있다고 되어 있군요. 다른 건 속도감이 없나라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꼽아보니 과연 그렇습니다. 워낙 책 읽는 속도가 빨라 책 안에서의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는데, 화차나 이유, 모방범도 이야기 전체가 시작되어 끝나기까지 상당히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화차도 주인공이 조사하고 찾아가는 과정의 시간이 상당히 걸립니다. 이유야 사건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어느 작가에 의한 르포르타쥬 형식으로 씌어졌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하지만 스나크 사냥은 좀 다릅니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의 일을 여러 사람들의 시선에서 돌아가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간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은 굉장히 짜임새 있게 겹쳐집니다. 자연스럽게 말이죠.

웬만하면 출퇴근 시간에만 읽는 데 이 책도 결국 못참고는 업무중에 펼쳐 들었습니다.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읽고 나서의 뿌듯함은 큽니다. 맨 마지막에 붙은 사족은 없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작가 나름 대로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이 화차보다 먼저(스나크가 1992년, 화차가 1999년)이다보니 그 뒤에는 아예 과감하게 나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양쪽을 읽어보셨다면 스나크 사냥에 대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실 겁니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않고 구조나 다른 소설과의 비교만을 화제로 삼았는데.. 아무래도 온다 리쿠나 미미여사 책은 리뷰 쓸 때 내용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게 되더군요. 그러니 이번에도 넘어갑니다.
대신 중요한 것 하나!
이스터 에그는 짚고 넘어갑시다.-ㅁ-; 마술은 속삭인다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스터 에그를 두고 이번에도 고심했다는 출판사 대표의 이야기도 재미있군요. 덕분에 스나크 사냥에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보았습니다.(풋)


맨 마지막으로 역자의 말 하나.

p. 374, 역자의 말에서 발췌
(중략)
올여름 엄청난 출혈에도 불구하고 생존한 독자 분들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 여기 또 하나의 표적이 날아가니 총알을 장전하시기 바랍니다. 방아쇠를 당길 만한 표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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