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조 세이지, <이누가미 일족>, 시공사, 2008, 11000원
아키타 요시노부, <마술사 오펜 1>, 대원씨아이, 2002, 5500원
매트 리들리, <The Red Queen = 붉은 여왕>, 김영사, 2006, 24000원


마술사 오펜부터.
오펜은 출간 당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은데다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애니메이션 쪽에서 먼저 음악을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애니 제목, 오프닝과 엔딩 음악, 소설 순으로 안 겁니다. 순서가 바뀌었지요. 제목만 알고 있다가 도서관에 오펜시리즈가 있길래 집어들었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취향이 아닙니다. 1권과 3권만 읽고는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고이 밀어 넣었습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은 이번에 오펜 소설이 연재중이란 이야기를 살짝 들었기 때문이지만..'ㅂ';
오펜이라는 캐릭터는 나쁘지 않지만 옆의 민폐 캐릭터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더군요.


붉은 여왕은 이번이 두 번째로 읽는 겁니다. 이 책은 개정판이라고 알고 있는데, 예전에 매트 리들리의 게놈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는 붉은 여왕도 호기심이 생겨서 예전 판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떡제본의 신국판 사이즈 책이었는데 지금은 책이 훨씬 두꺼워졌습니다. 판형은 조금 작아졌고요. 종이가 가벼워서 무게는 생각보다 가볍지만 그래도 원체 두꺼운데다 부피가 있어서 들고 다니며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읽을만 했지요.
지금 다시 읽으니 제 생각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상당히 많아서 뒷부분은 날려가며 읽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읽다보니 Alice가 다시 읽고 싶어지던걸요.


이누가미 일족.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꽤 죽어나갑니다. 김전일이 그렇게 할아버지 이름을 부르짖으면서 도 왜 계속 사람이 죽게 놔두나 싶었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할아버지를 빼 닮은 겁니다. 할아버지도 웬만큼 죽어나가야 사건 해결이 가능하더군요. 옛날 소설이다보니 정형화된 캐릭터가 나온다거나 상황도 신파에 가깝게 흐른다거나 하는데, 제목 때문에 목천이 주연을 맡은 모 드라마가 생각나더군요. 물론 줄거리는 상당히 다릅니다.;;
어쨌건 미인과 돈은 분쟁의 씨앗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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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짧으니 책 두 권 더 넣지요.

타니 미즈에, <백작과 요정 8>,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시노하라 미키(MIKI SHINOHARA), <영국요이담 Special>, 대원씨아이, 2008, 6천원


둘다 중간권만 덜렁 구입했습니다. 백작과 요정 8은 단편집, 영국요이담 Special은 외전입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전체 흐름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이 두 권은 외전이자 단편이라 따로 움직일 것 같아서 사전 조사차 읽었습니다.

영국요이담은 이 책이 처음으로 읽는 건 아닙니다. 예전에 파후에 실린 광고를 보고는 삽화가에 낚여서 원서로 1권만 사다보았던 겁니다. 그 때는 아직 메이퀸이니 뭐니 라이트 노벨이 많이 나와 있지 않아서 번역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NT 노벨만 있었거든요. 번역되어 나올 줄 알았으면 안 샀죠. 가격도 번역본이 저렴하고 말입니다.
하여간 읽어보고는 뒤통수를 여러 대 얻어 맞고 만신창이가 되어서 뒷권은 보지 않았습니다. Special은 1권보다 앞의 이야기고 표지만 봐서는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서 안심하고 구입했는데 다행입니다. 정말 밝은 분위기였습니다. 다른 책도 혹시 그럴까 싶었는데 작가 후기에, 이 외전이 전체 분위기와는 동떨어져있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런 고로 다른 책들은 볼 생각을 접었습니다.
영국요이담은 소재는 요정이고 주제는 남자 기숙학교생활이지만 느낌은 호러입니다. 유령도 등장하고 피튀기는 이야기도 등장하고 대체적으로 암울한 이야기입니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일단 괜찮게 끝나기는 하지만 이게 행복한 결말인지는 확신이 안 서는 타입입니다. 공포물을 좋아하고 요정이야기도 좋아하고 새드엔딩도 관계없다면 읽으셔도 좋습니다. 단, 스페셜편은 굉장히 반짝반짝 합니다.'ㅂ'

백작과 요정도 같은 요정물이지만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이건 소재가 요정이고 주제는 연애입니다. 페어리 닥터와 고용주인 백작의 관계가 참 .... 로맨스물 답습니다. 페어리 닥터는 둔하고, 백작은 바람둥이입니다. 백작은 이 여자, 저 여자, 마음에 드는 모든 여자에게 친절한 바람둥이지만 하도 바람둥이라 페어리 닥터에게 구애할 때마다 퇴짜를 맞습니다. 진심으로 대한다고 한들 다른 여자에게 대하는 것과의 차이를 둔한 리디아가 느낄 수 있을리 없지요. 맨날 뒤에서는 이렇게 좋아하는데라고 웅얼웅얼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니 리디아가 진심으로 받아 들일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리디아는 또 백작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으면서도 저런 바람둥이한테 마음이 가서는 안돼라며 다잡고 있지요. 그래도 8권까지 오는 동안 꽤 진전이 있었던 모양이니 엔딩까지는 결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 몇 권에서 완결날지는 감도 안옵니다.
요정이야기는 여럿 나오지만 연애에 시선이 팔리다보니 상대적으로 빈약합니다. 시이나의 정령일기(이쪽은 만화지만)와 비교하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네요. 장편은 또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이건 영국요이담보다는 짧으니-영국요이담은 본편만 16권 출간;-구입 시도는 해볼만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다 구입했다능~"이란 인증샷이 안 올라오길 바라고 있지만...;
책 이야기가 들어가니까 분류는 書.

10월부터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중 몇 가지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백작과 요정, 망량의 상자 두 가지입니다. 이런 저런 애니메이션들이 많던데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흑집사는 캐릭터만 마음에 들기 때문에 넘어가고요. 아, 성우진도 꽤 빵빵한 걸요.


망량의 상자 처음 캐릭터 설정을 봤을 때는 CLAMP라서 놀랐고, 캐릭터 이미지가 많이 달라서 또 놀랐습니다. 분명 이 얼굴들이 비슷한 나이대가 되어야 하는데 미묘하던걸요. 세키구치, 에노키즈, 추젠지가 동갑이라고 알고 있는데 추젠지의 나이가 훨씬 연상으로 보입니다. 세키구치는 ...으으으으으으으음; 생각보다 안 소심해서 낙심했습니다. 추젠지는 생각보다 무뚝뚝한 얼굴이고 추정 나이는 20대 후반. 다시 세키구치는 20대 중반 정도, 에노키즈는 20대 초반 으로 보입니다. 서양인형 같긴 한데, 보크스의 구체관절인형에 비유하자면 레이즈너 계통의 얼굴이 되어야 할 녀석이 토우야 얼굴이 되었달까요. 고양이계 총수라고 하면 알아 들으실듯.
원작하고 꽤 많이 다르기 때문에 기대는 하지 않는게 낫겠습니다.

백작과 요정은 원작을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기 때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 간 북새통에 갈 때마다 이걸 사봐 말아, 사봐 말아를 되풀이합니다. 주제가 요정이라 망설여지고, 비슷한 소재의 요정물인 영국요이담 시리즈에 손을 댔다가 화들짝 놀란적도 있고요. 영국요이담은 지금 스페셜 편만 사다 볼까 또 망설이고 있습니다. 백작과 요정은 연애소설 본다는 느낌으로 봐도 괜찮을텐데, 일단 낚인 것은 표지 일러스트의 백작님이 취향의 색-금발머리에 녹색 혹은 파랑눈이라 그럽니다. 취향이 확실하다는 것은 이런 때 문제입니다.


다나카 메카 신작도 이번에 나올 모양이니 잘 챙겨둬야겠습니다. 이전에 연재되는 것만 보았던 <키스보다 빨리>군요. 이게 몇 권 완결이더라..?


미야베 미유키, <외딴집 상-하>, 북스피어, 2007, 각 권 12000


오늘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업무시간 중 독서라는 이야기; )


줄거리를 듣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 내용이 달라 꽤 당황했습니다. 이미지는 보통의 죄수와 어벙버리한 꼬마 아이간의 인간적인 교류정도였는데 스케일이 확 크군요. 거기에 주변 분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약간의 내용폭로를 당한 셈이었지만 그것도 제가 생각한 최악의 수는 피했습니다. 하기야 미미여사가 그렇게까지 잔혹하게 갈리는 없지요. ... 모방범에서 누구가 죽고 크게 그런 장치로 쓰일 때는 속으로 분개했지만 말입니다.

초기에 나오는 것이니 이정도는 이야기해도 되겠지요?
초기 교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태어난 뒤의 가정 교육 말입니다. 아무리 후천적인 교육이 있다 한 들, 초기에 자극이 없으면 나중에 개발되기는 힘든 모양입니다. 하기야 늑대소녀나 늑대소년의 예를 봐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모 소설에서처럼 늑대소년이나 늑대소녀가 연구자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일반인 수준으로 지능이 개발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나포(?)되면 대체적으로 행동학자나 생태학자들에게 붙들려가서 연구소의 연구 대상이 되어 그렇게 길러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아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는 사례를 듣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다면 가르쳐주세요.;ㅅ;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좀 가혹해서 말입니다. 흑흑;

여론과 음모와 흑막의 삼중주를 들을 수 있지만 생각보다 평화롭습니다. 그리고 미미여사를 믿으세요.+ㅅ+


아, 역자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김소연씨입니다!
교고쿠도 시리즈랑 음양사, 샤바케에 외딴집까지 모두 시대물인셈입니다. 교고쿠도는 근대물에 가깝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시대물이지요. 이번 책도 굉장히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점의 처리에 꽤 고심하신 모양입니다. 아마도 요미가타(한자 위에 읽는 법을 쓴 작은 히라가나) 때문에 그리 하신 듯합니다. 방점에 유의하시면서 그 변화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본편에서는 아마 한자가 다 바뀌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서로 읽을 때는 한자난무에 모르는 단어 난무로 꽤 고생하지 않을까 싶은걸요.
        


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 살림, 2008, 12000원
다카노 가즈아키, <유령 인명구조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9800
김남희, <유럽의 걷고 싶은 길>, 미래인, 2008, 13800원


커다란 네부타는 가장 뒤에 온다. <내추럴>에서 나온 아오모리의 속담이라던가요. 주역 혹은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속담입니다. 죽음의 미로에서 폐하가 항상 나중에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으하하;

책 리뷰를 쓸 때도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이 뒤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인상이 가벼운 것은 앞으로 나옵니다.
이 세 권 중에서 가장 뒤로 밀리는 것은 <유럽이 걷고 싶은 길>입니다.
김남희씨의 책은 추천은 많이하지만 정작 저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투덜투덜 불평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봅니다. 이번 책에서도 걷는 동안 생긴 이런 저런 사건들이 불평에 가깝게 등장합니다. 진짜 걸어보고 싶은 마을도 많았지만 읽다보면 그런 불평이 튀어나와 읽는 사람을 조마조마하게 만듭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건이 발생할까, 어떤 일이 생길까라고요. 특히 저랑 상성이 안 맞는 이유는 저자가 길치라는 점입니다. 자주 헤매다보니 읽는 가 속이 답답합니다. 그런 고로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습니다.
그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자그마한 골목길, 산책길에 대한 글이기도 하고 사진들도 쏠쏠하니 볼만합니다. 대리만족으로는 괜찮겠네요.

<유령 인명구조대>는 추천강도가 꽤 높습니다. 하지만 닥추나 강추는 아닌 것은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아 인상이 깊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 조울증을 가지고 있거나 자살할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자살한 네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지막 멤버가 모였을 때 신이 나타나서 이들에게, 천국에 가고 싶으면 자살자 100명을 살려봐라며 장비를 주고는 도로 내려보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들이 입고 있는 것은 구조대들이 입는 주황색 옷. 거기에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몇 가지 장비와 통신 장비들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50일 동안 이 네 유령들은 자살 결심자인 적신호들을 찾아서 열심히 돕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살 결심자(혹은 예비 자살자?)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입니다. 주변 상황이나,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내몰린 상황, 그리고 그에 대한 처방까지 굉장히 묘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죽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유령들의 응원도 인상적입니다. 처음에야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설득하고 움직이지만 하다보면 그렇게만 하진 않습니다. 일본인 답달까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다만 걸리는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일단 전개가 약간 작위적입니다. G는 그렇게까지 감동은 못받았다는데, 지나치게 묘사가 길다는 것-안에서 다루고 있는 케이스가 긴 것, 짧은 것 합하면 거의 100명에 가깝습니다. 유령들의 목표인 100명을 거의 다 보여주는 셈입니다. .. 세지 않아서 확신은 못하지만 실제 100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과 작위적이고 어디서 많이 본(익숙한) 결말부분이 책에 확 몰입하는데 방해를 합니다. 그리고 편집문제로 인해 처음에 책을 보기가 싫다는 점도 걸리고요. 글자가 지나치게 작은데다 빽빽해서 처음 몇 페이지 넘어가는게 힘듭니다. 도서관에서도 책을 여러 번 보았는데 이제야 집어든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한 번에 손이 가는 책은 아닌거죠. 대신 한 번 손에 들어 읽기 시작하면 분량이 꽤 많은데도 속도는 잘 나갑니다.


<마지막 강의>는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가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맞은(날린?) 기분으로 끝낸 책입니다.
책을 읽을 때, 베스트셀러는 감상이나 별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생각해서-시크릿이 그랬습니다- 책을 읽을 때 기대치를 아주 낮게 잡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제 편견을 한 방에 날렸습니다. 그래서 홈런을 맞았다고 썼지만 맞았음에도 다 읽고 난 느낌은 또 만루홈런을 날린 기분입니다.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기대하고 봐도 이 책은 충분히 그런 기대에 부응할만하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꿈은★이루어진다'가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저자 본인의 경험담을 토대로 하고 있다보니 상당히 설득력을 가집니다. 백만장자 누가 어땠다더라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 해서 저렇게 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실화니까요. 그리고 보고 있짜면 충분히 나도 해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꿈은 크게, 그리고 못 이룰 것 같다고 지레짐작으로 자포자기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와 함께 발맞추어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다 이루어져 있는 겁니다.
본인이 사서 읽기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다고 봅니다. G는 '선물로 주는 것은 좋은데 <7막 7장> 같은 효과가 날 수도 있어'라는군요. 괜찮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기적을 이루지는 못했고 이미지를 망칠 일은 없으니까요.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제너럴 루주~>와는 다른 방향에서, "닥추"입니다.-ㅁ-
    

앨리스 설탕,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가이도 다케루, <제너럴 루주의 개선>, 예담, 2008, 10000원


어제 다 읽은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 리뷰를 적으려다가 문득 제너럴 루주의 개선 리뷰를 썼던가 싶은 겁니다. 뒤져보니 안 썼더군요. 읽고서 마음에 들어 광분하며 봐놓고는 이런 바보짓을 하다니. 도서 입수 경로가 달라서 까맣게 잊었나봅니다. 흑흑;

팝업북은 제게 있어 손댈 수 없는 영역의 물건입니다. 책은 좋아하지만 팝업북은 글이 주가 아니라 그림이 주가 되지요. 그림책도 좋아하지만 입체적인 영역의 팝업북은 취향이 아니랄까요. 상상하는 재미가 떨어져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뭐, 현실적인 이유를 몇 가지 대자면 가격이 비싼편이다, 책 판형이 일정하지 않아서 수납하기 어렵다 정도일겁니다. 예전에 마쟈님이 보여주신 위니 더 푸 팝업북을 보고도 홀랑 넘어갈뻔 했으니까요.

다른 작은탐닉 시리즈가 실명을 달고 나왔지만 이 책은 앨리스설탕이라는 닉으로 나왔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부부의 공동필명입니다. 잡화점이라고 함은 두 사람의 취향에 맞는 온갖 물건을 팔다보니 어느 물건을 판다고 딱 잘라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팝업북도 가게에서 파는 상품 중 하나고요. 저는 수집은 하지만 그걸 판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기 때문에 가게를 여는 것은 무리입니다. 소유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서 말입니다. 요즘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져서 필요가 적다 싶으면 버리지만 예전에는 온갖 잡동사니를 다 모아 끌어 안고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여러 종류의 팝업북을 다루면서 팝업북의 역사에 대한 개론적인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팝업북에 관심을 가지고 간단한 역사라도 알면서 수집하고 싶다는 분들, 팝업북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재미로 읽기에도 좋은 책이고요. 작은탐닉이라는 시리즈 주제에도 딱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나 지름신이 두려우신 분들은 건드리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덧붙여.
캔디캔디의 팝업북도 실려 있습니다.; 저는 만화판으로만 기억하고 이게 원작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소설판이 원작, 만화는 그 다음이랍니다. 문제는 원작 소설이 어떤 내용인가라는 점인데, 한창 캔디캔디가 인기를 끌 무렵에 한국에서 여러 판본의 캔디캔디가 나와서 말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 중에는 4권으로 완결나고, 속 캔디캔디인가..까지 나온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총 5권인셈이지요. 이 버전에서는 캔디와 테리가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거기까지 가는 이야기가 아침드라마수준입니다. 지금도 대강의 얼개를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살짝 가르쳐주세요.


제너럴 루주.
험한 표현으로 쓰면 "닥추"입니다. 닥치고, 추천합니다.(먼산)
일본에서는 아직 뒷 권이 나오지 않았고 나선미궁이라는 외전편만 나왔다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작가에게 뒷권을 달라고 메일이라도 보낼까 싶은 정도입니다.
이전 작품인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보면서 다구치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번 편에서 그 수수께끼의 상당수가 풀렸습니다.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다구치 외에 다른 사람의 시점도 많이 들어와 있고, 주인공이 다구치임에는 분명하지만 드디어 간호사들 사이에 떠도는 다구치에 대한 소문들도 등장해서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궁금증이 가셨습니다. 물론, 1-2편을 읽었다면 간호사들이나 병원 내의 소문이 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말입니다. 외부에서는 다구치를 이런 식으로 보고 있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갭이 좀 크다라는 정도만 밝히지요.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다구치가 아닙니다. 제너럴 루주라는 별명을 가진 구명구급센터의 하야미 부장이 주인공입니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도 잠깐잠깐 등장을 하지만 반하지 않을 수 없달까요.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나쁜 남자"계통입니다. 독선적이고, 독단에 카리스마가 있고 제멋대로입니다. 하지만 부장으로서 행동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능력있는 의사입니다. 의료적인 부분도, 행정적인 부분도, 그리고 환자만이 자신을 심판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고요. 그렇게 멋진 남자인데..... 엔딩까지 보고 나면 (독자는) 다구치에게 역으로 반하게 됩니다. 이유는 직접 찾아보세요.

원래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한 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늘어나자 편집부에서는 한 소설을 두 권으로 내는 것은 하지 말자고 했고 작가인 가이도 다케루는 이 소설을 반으로 나눕니다. 그리하여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으로 따로 나온겁니다. 그래서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을 때면 중간 중간 이야기가 비는 부분이 있습니다. 나이팅게일을 먼저 읽어서인지 그 갭이 꽤 크게 느껴집니다. 가능하면 옆에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가져다 놓고 비교하며 읽거나,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은 직후에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두 개를 동시에 읽어나가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군요.

그나저나 두 권을 다 보고 났더니 다구치가 그 연말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만 합니다. 허허;
        


이기중, <북유럽 백야 여행>, 즐거운 상상, 2008, 14800원
서태구, <47빛깔의 일본>, 푸른나무, 2008, 15000원
신이현, <에펠탑 없는 파리: 프랑스 파리 뒷골목 이야기>,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13000원
요시다 슈이치 외, <비밀>, 행복한책읽기, 2006, 8000원


신이현의 에펠탑 없는 파리가 가장 재미있었고 나머지는 고만고만합니다.'ㅂ'


<비밀>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다 읽었습니다. 원제목의 부제부분이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군요. 나와 상대방에 대한 12가지 이야기. 그러니까 한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두 입장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소재"입니다. 아마도 각 소설가에게 이런 이런 내용의 엽편(葉)을 써달라 하고 연재한 다음 그걸로 소설을 낸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의 서로 다른 이야기라기보다는 A라는 상황에서의 주인공과 그에 이어지는 상황에서의 주인공을 따로 둔 이야기가 많군요. 이런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의 상황처럼 한 사건에서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소설들일까 싶었거든요.
2006년에 나온 단편모음집인데 익숙한 이름들이 많아서 혼자 실실댔습니다. 다른 것보다 첫 번째 단편의 작가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인 것이 독특하군요. 훗훗훗.
가격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하철에서 오며가며 읽을 책 없을 때 아주 가볍게 읽을 내용으로 집어서 한 번 읽고 말 정도의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아주 가벼우니 그런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취향의 내용이 없었던 이유도 있고요.

<47빛깔의 일본>은 일본의 1도 1도 2부 47현을 모두 여행다녀온 다음 각 지역에 대한 짤막한 소개, 감상, 사진을 모아 낸 책입니다. 일본 지방에 대한 안내서 정도로 생각하고 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에 그렇게 많은 지방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보니 귀에 익은 지명이 많군요. 각각의 이미지를 비교해 읽어도 좋겠지요.

<북유럽 백야여행>도 47~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쪽이 사진이 더 많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일까요? 이 책은 아예 북유럽 여행을 가기 전 가볍게 볼만한 여행참고서적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47~은 여행준비서적쯤 되고요. 소개된 곳이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발트 3국, 러시아입니다. 생각해보니 아이슬란드가 빠져 있군요. 이쪽도 북유럽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다른 건 다 빼고, <카모메 식당>을 보신 분이라면 핀란드 편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이런 책에서 카모메 식당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ㅁ^


<에펠탑 없는 파리>는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책이었지요. 파리 여행기 혹은 체류기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파리의 여러 지역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를 곁들여 낸 책인데 사진도 괜찮지만 그보다는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류의 책은 사진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데 이 책은 글의 묵직함이 더 남았습니다. 글도 많고 빽빽하지만 읽고 나면 흐뭇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쉬운 이야기만 담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파리 시민들에 대한(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듯 보여주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판형도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요.
G가 지금 조금씩 읽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 작가가 <알자스> 작가라는 걸 몰랐답니다. 나중에 알고서 놀랐다네요. 글 느낌이 확 다르다더군요. 저야 대강 알고 보고도 글 느낌이 다르다 싶었는데 모르고 읽었다면 그 충격(?)도 꽤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알자스에서는 조금 툴툴대면서도 귀엽다고 하면 여기서는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 소설은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 전작을 찾아보지는 않을겁니다.;

글이 담담해서인지 여행을 부추기는 책은 아닙니다. 그냥 느긋하게 옆에 달큰한 밀크티 한 잔 가져다 놓고 홀짝이며 조금씩 읽어나가면 맛있을 책입니다. 저도 한 번에 죽 읽어나간 것이 조금 아깝더라고요.
       


미카게 에이지,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있다>,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진다>, 대원씨아이, 2007, 6000원
카몬 나나미, <저주의 혈맥>, 학산문화사, 2008, 6500원


카미스~는 도서관에 책이 있는 것을 보고 주변에 평을 구했지만 미묘한 대답만 돌아와서 망설이다가 집은 책입니다. 요즘에는 마음에 들어서 덥석 집는 책보다는 망설이다 집는 책의 소개가 많군요.
(하지만 이번에 빌려온 다른 책들은 보고 싶어 집은 책이니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ㅅ+)


이 책은 쓴 맛이 강합니다. 입맛이 굉장히 씁니다. 라이트 노벨이지만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소재가 소재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지요. 한참을 읽으면서도 저 카미스 레이나가 뭔가 싶었는데 두 권다 읽은 뒤에는 조금 이해가 갔습니다. 대체적인 느낌은 공의 경계와 닮아 있지만 공의 경계와는 달리 피튀기는 장면은 없습니다. 닮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보면 아시겠지만, 입맛이 쓰기 때문에 추천하기는 그렇습니다. 취향이 굉장히 갈릴만한 책입니다.

가라앉은 이야기, 피폐한 정신(!)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 자기존중감, 삶, 외부에서 보는 나 정도가 키워드일건데 말입니다.


저주의 혈맥은 CLAMP 삽화라는데 낚여서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생협 번개 때 Kiril님께 빌린 책입니다. 내부에도 몇 장의 삽화가 있고(카미스~는 없습니다) 수묵 느낌을 내려고 한 합법드러그 계통의 클램프 그림입니다. CG로 추정됩니다. 다시 살펴보면 알겠지만 보기가 미묘~한 책이라 말입니다.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에(435쪽) 6500원에 저 가격이면 납득할만하다며 구입을 옆에서 부추겼으니.. (먼산) 그냥 저냥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통상 대로의 결말에서 조금 비켜났다는 것이 재미있군요. 교고쿠도라든지에서라면 이렇게 결말이 나지 않겠지요? 짐작하듯이 일본 민속학의 전승과 관련한 공포소설입니다. 하지만 읽다보니 엉뚱하게 떠오르는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아발론의 안개>말입니다.; 정말 뜬금없지만 저는 저주의 혈맥을 읽으면서 아발론의 안개를 떠올렸습니다. 고대 전승이라는 점에서 조금 닮아 있어서일까요. 아니, 그보다는 아발론~에서 등장한 어느 의식과 저주의 혈맥에서 나오는 마츠리가 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동물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자세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넘어갑니다.

그나저나, 보통 서 있는 기둥이라 하면 남근신앙을 먼저 떠올리는데 여기에서는 다르군요. 일본에서는 지주를 그런 식으로 보는 것인가 싶습니다. .. 그러고 보면 마법기사 레이어스에서도 柱는 희생양이었지요.
헛; 그렇구나.; 에메로드 공주가 柱가 되어서 기원을 하는, 신녀가 되는 것은 전체를 위한 희생이었던겁니다. 지금와서 다시 생각하니 그것도 나름 심오한 이야기였군요.



코시가야 오사무, <보너스 트랙>, 스튜디오본프리, 2005, 9500원


아주 아주 예전에 첫비행님 이글루에서 리뷰를 봤던 책입니다. 하지만 표지의 이미지가 너무 고정화되는 바람에 손을 뗐지요.
도서관에 가서 빌릴 책 없나 어슬렁 거리다가 책을 보고, 이 책 이야기를 어디서 봤는지 기억하고, 표지를 떠올리고는 한참 고민하다가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도 몇 주를 버티다가 어제야 집어 들어 봤습니다. 자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즈미 교카의 <외과실>은 리뷰가 언제 올라갔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리뷰 쓸 생각이 확 드는 바람에 다행히 글이 올라온 겁니다. 하하하하하..

트랙백 걸려고 첫비행님의 글을 찾는데 거기에도 언급되어 있군요. 표지가 사기입니다. 저 표지는 절대로 믿지 마세요. 표지에 막혀서 저 책을 못 읽고 있던 시간이 정말로 아깝습니다. 무려 3년 동안이나 저 책을 방치했던 거라고요! 첫비행님은 마음에 든다 하셨지만 저는 저 표지 때문에 책을 멀리했던 지라 맺힌 것이 많습니다.


유령이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시선은 굉장히 따뜻합니다. 유쾌하고 발랄하고, 위트가 넘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책입니다.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내용을 공개하기가 망설여져서 하지 않습니다. 직접 보고 읽으시는 것이 훨씬 좋지요. 판타지 소설 대상의 우수상을 받았다고 해서 이 책에 대해 편견을 가지실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 편하게 두근거리며 보는 맛도 좋거든요. 그냥 제목이 이 책의 전체 분위기를 한 번에 이야기해준다는 것만으로 설명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도 조금은 삶을 긍정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ㅅ<


이즈미 교카, <외과실>, 생각의나무, 2007, 9800원


가끔 묘하게, 우연히, 특정 이름이나 단어를 계속적으로 만나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즈미 교카의 이름은 7월 말의 사천여행 때 처음 들었습니다. 카시아파님이 "하츠 아키코는 이즈미 교카의 천수각이야기 때문에 샀다"고 하면서 처음 이름을 들었습니다. 대원에서 나온 하츠 아키코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 하던 도중 나왔고, 그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일본색이 강하면서도 기담이나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였기에 대강 그런 느낌인가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저 천수각 이야기를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연못 옆의 종지기 이야기였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다시 떠올려보니 그게 아니라 아름다운 요괴들이 등장하고 매를 부리는 젊은 사무라이(종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였나봅니다. 집에는 그 시리즈가 없어서 확인해볼 길이 없군요. 하여간 그 천수각 이야기가 하츠 아키코에 의해 만화로 그려졌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며칠 뒤, 도서관에 갔다가 외과실이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작가가 이즈미 교카. 이전에 이름도 들어봤으니 호기심에 집어 들었다가 내용이 어떨까 싶어 조금 망설였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작가의 연보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니 외과실이 외과의사(...) 타입의 공포소설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나왔던 해부 관련 공포영화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호기심이 이겨서 책을 빌려 왔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읽고 나서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천수각 이야기와도 닮은, 짧지만 강렬한 분위기의 일본색 풍부한 괴담입니다. 생각의나무에서 나온 <<기담문학 고딕총서>>인 이유를 알만합니다.
(그나저나, 생각의 나무에서 이런 시리즈도 내는군요.'ㅂ';)

그 뒤에 이즈미 교카의 이름을 어디서 봤냐 하면, 온다 리쿠의 <호텔 정원에서 생긴일>에서 였습니다.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묘사하면서 이즈미 교카의 이름을 잠깐 언급합니다. <초콜릿 코스모스>를 보고, 양쪽의 등장인물이 겹친다는 이야기에 다시 꺼내 들어 읽었는데,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그 이름이 턱 눈에 들어온겁니다. 하하하. 짧은 시간 동안에 이름을 세 번 만났군요.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읽을만합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것은 <되돌이 고개>입니다. 혹시 <내일의 왕님>이라는 옛날 만화 아시는 분이 있을까요. 생협분들이라면 금방 아실텐데, 그 <내일의 왕님>에서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연극이 <되돌이 고개>였다고 기억합니다. 얼굴만 잘생긴 배우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남자주인공(아마도?)이 선택한 연극입니다. 점점 젊어지는 할머니를 연기하기 위해 꽤 애쓰고, 결국 연기파배우로도 인정받는 내용이었을건데, 그 <되돌이 고개>가 떠올랐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그 연극도 이즈미 교카 것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느낌이 닮아 있습니다. 이 책도 지금은 절판이라 만화를 찾아볼 수없으니 진짜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외과실> 덕분에 이즈미 교카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했고 덩달아 <내일의 왕님>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왕 생각난 김에 헌책으로라도 구해볼까요.'ㅂ';
(더 덧붙이자면 거의 번역이 안나온 이즈미 교카의 책을 원서로라도 구해볼까 하고 있습니다. 허허;)
  

미야베 미유키, <용은 잠들다>, 랜덤하우스, 2006, 12800원
히가시노 게이고, <탐정 갈릴레오>, 재인, 2008, 12000원

같이 빌려 읽은 두 권이라 함께 적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부터 먼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함정 제 1탄이라 합니다. 저는 그 책을 대강 훑어 보고는 취향이 아니라고 내려놓았기 때문에 정확한 분위기는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났더니 앞서 나온 책에 대한 호기심이 떨어집니다. 그 책뿐만 아니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도 다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최근 백마정 살인사건을 비롯해 이 작가의 책이 많이 나오고 있던데 안 찾아봐도 된다고 생각하니 어떤 면에서는 다행입니다. 경쟁이 은근히 치열하거든요.
소재도 나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살인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사건을 맡아서 과학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줄거리도 괜찮지만 이상하게 맛이 떨어집니다. 어쩌면 내용이 지나치게 짧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12000원이라는 가격에, 책 장정에, 두께에 기대했던 만큼의 내용이 없어서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내용이 많지 않아서라는 결론이군요. 그리고 뭔가 미묘~하게 나사하나가 빠진듯합니다.
탐정이나 탐정 옆의 조수(?) 역할을 하는 두 주인공 모두 괜찮지만 딱 이거다 싶게 끌리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평하면 심심할 때 읽을만한 평범한 이야기 = 범작입니다.


용은 잠들다는 취향이 많이 갈릴 작품입니다. 이 책이 마술은 속삭인다보다 먼저 나온 것 같은데 분위기가 꽤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SF 계통이니 이쪽에 관심이 없다면 손을 떼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信이라는 단어가 바탕에 깔려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저런 복선이 깔려 있기는 하나, 생각보다 쉽게 이야기가 풀린다는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 팬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이야기입니다. 키워드를 적어두고 싶지만 그러면 내용폭로가 될 것이니 가능한 정보를 적게 주기 위해 적당히 마무리 짓습니다.'ㅅ'
단, 이건 언급해야지요. 용은 잠들다란 제목을 보고 시미즈 레이코 책이 먼저 떠오르신 분은 없을까요? 비슷한 내용의 만화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목만 비슷할 뿐, 시미즈 레이코쪽은 아예 읽지를 않았습니다. 하하하;



다음 리뷰는 랜드리올이랑 저스트 고고가 되겠네요.


온다 리쿠, <초콜릿 코스모스>, 북폴리오, 2008, 12000원

책 내용 소개를 보고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 두었는데, 손이 안가서 놔두다가 시간 난 김에 후루룩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자세한 감상평은 접어둡니다. 가능하면 이 책은 사전 정보가 없이 읽는 쪽이 좋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알고 싶다면 1을, 더 자세한 내용 폭로도 상관없다 싶으시면 2까지 읽으세요.





연결되는 것은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이걸 읽고 나니 호텔 정원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텔 정원쪽이 초콜릿~보다 1년 정도 먼저 출간되었다는군요. 읽고 나서 다시 보시면 또 새록새록한 맛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내용 폭로에 가까운 언급들.



지금와서 감상 쓰며 생각하는 거지만 너무 짧아요오오오오오오오..........;ㅂ;
(그러나 508 쪽입니다.OTL)


가쿠다 미쓰요, <그녀의 메뉴첩>, 해냄출판사, 2007, 10000원
요시모토 바나나, <왕국 1-3>, 민음사, 2008, 8500원


그녀의 메뉴첩은 휙휙 서가를 둘러보다가 집은 책이고 왕국은 다른 경로로 본 책입니다.'ㅅ'


그녀의 메뉴첩은 연작 단편소설집입니다. 단편소설이라지만 한 편 한 편이 굉장히 짧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타입인데라고 생각했더니 무라카미 류가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책을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의 메뉴첩에서는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음식이, 그 바로 뒤에 소개 되어 있다는 겁니다. 대강 훑어 본 바로는 꽤 충실한 조리법입니다. 사진도 있고 분량이나 만드는 법이나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주인공은 100% 다 여자로 처음 이야기에서 잠깐 등장하는 사람이 그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인 식으로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순환 고리이니 끝까지 보시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옵니다.
음식들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집밥이나 일품, 단품 음식이라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책을 옆에 가져다 두고 하나씩 만들어보는 재미도 있겠네요.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치라시 초밥이었습니다.-ㅠ-


요시모토 바나나의 왕국은 하도 선전을 요란하게 해서 관심이 떨어졌다가, 그래도 요시모토 바나나인데라는 생각에 집어들었습니다. 3권까지 다 읽고 나서 이게 완결된 책이 맞나 싶어 일단 e-hon에서 검색해보고는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4권이 나올 수도 있는 여지는 분명 있습니다. 이 시리즈 자체가 2002년부터 2005년에 걸쳐 나온 만큼 지금 다시 4권이 나온다 해도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그런 에쿠니 가오리 같은(...) 일은 안하겠지요. ... 아마도.;
암리타 이후의 장편이라 했는데 장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암리타는 두껍게 한 권으로 나왔지만 왕국은 1-3권으로 나뉘어 나왔지요. 하지만 합권으로 낸다 한들 크게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키친에서 키친과 만월을 함께 실은 것과 같은 느낌으로 보면 됩니다. 약간의 시간적 간격은 있지만 1-3권은 오히려 그런 간격이 좁은 편입니다. 합본으로 내도 되는 것을 단 권으로 낸 것은 일본에서 출판한 순서를 따랐다기 보다는 책값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_- 3권을 묶는다 한들 분량이 많지 않으니 2만원은 넘길 수 없겠지만(게다가 소설이니), 각 권으로 내면 권 당 8500원씩 받을 수 있습니다. 이보다 두꺼운 키친이 8천원임을 생각하면 미묘하죠. 최근 일본 소설의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저 두께에 저 가격이라는 것은 머리가 아파옵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구입 의사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니 더 머리가(지갑이;) 아픈겁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 등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 한 번 읽고는 치워두었는데 이번의 왕국은 예전 작품이라 그런지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도마뱀이나 키친 쯤의 분위기랄까요. 그리고 조연들 때문에 에쿠니 가오리를 떠올리는 것도 있긴 있습니다.
주인공도, 배경도 같지만 각 권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한 권 한 권 읽는 것도 좋을테고, 아니면 한 번에 다 읽은 다음 좋아하는 편만 골라서 다시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비슷한 느낌의 소설은 암리타, 키친, 도마뱀. 거기에 하나 더 한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정도..?


덧붙이자면 K는 가능한 이 책을 피했으면 함.; 이 책까지 보고 나면 짐싸들고 몰타로 날아갈거야.


미야베 미유키, <가모우 저택 사건 1-2>, 북폴리오, 2008, 각 권 9800원
아리스가와 아리스, <외딴섬 퍼즐>, 시공사, 2008, 11000원
교고쿠 나쓰히코, <백기도연대 우>, 솔, 2007, 13000원

외딴섬 퍼즐은 읽은지 한참 됐는데도 아직 리뷰를 안 올렸군요. 이런....;
책 읽고서 리뷰 쓴다고 하며 계속 미루다가 한 번에 올리니 이리 되었습니다. 오늘 왕창 다 올려야겠는데요.

외딴섬 퍼즐은 이달 초에, 가모우 저택은 며칠 전에, 백기도연대 우는 오늘 읽은 책입니다. 책 읽은 간격은 좀 있지만 셋다 추리소설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한데 모아서 올립니다. 각기 올리는 것보다는 그쪽이 낫지요.

가장 먼저 읽은 외딴섬 퍼즐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학생 시리즈입니다. 학생 아리스와 소설가 아리스가 등장하는 각각의 시리즈가 있다고 들었는데 시공사에서 전담(?) 번역해서 내는 모양입니다. 학생 아리스는 이전에 월광게임이 나왔고 소설가 아리스 쪽은 아직입니다. 조만간 나올 모양이군요. 이것도 챙겨봐야지요.
일본 추리소설(특히 DMB쪽의;)에서 많이 보이는 피튀기고 잔인한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작가 본인이 엘러리 퀸을 좋아한다 하니 그런 이야기가 등장할 가능성은 낮지요. 월광게임이나 외딴섬 퍼즐이나 둘다 고립된 지역에서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잔혹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양쪽 모두 범인에게 동정심을 갖게 한다는 점은 비슷하군요. 깔끔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편에서는 에가미가 굉장히 돋보이는데다 책 뒤에 실린 작품 해설에서, 내용 폭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에가미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작품 해설은 읽지 않고 넘어가시는 것이 나중에 나올 소설들을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읽고 좀 후회했습니다.(그보다는 작품 해설하는 사람의 말투가 좀...=_=)


가모우 저택 사건은 간만에 읽은 미미여사 책입니다. 쓸쓸한 사냥꾼 이후 더 이상 구입을 하지 않고 손을 떼고 있었는데 여름을 맞아 한꺼번에 책이 쏟아져 나와서 고민하다가 봤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도서관에서 2권을 보고는 잽싸게 빌려 놓고 1권을 예약하는 바람에 보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하하하하하;
가모우 저택 사건은 읽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1권 앞부분을 보고는 지나치게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한 덕에 등에다가 뜨거운 물을 쏟아서 사고를 치고(....) 화가 난 김에 손 안대고 있다가 결말 부분만 먼저 본 다음 다시 호기심이 생겨서 2권을 처음부터 찾아보고, 그리고 다시 1권을 읽었습니다. 도식화하면 1권 앞부분→2권 뒷부분→2권 전체→1권 나머지 부분 순이 됩니다. 그래도 이해하는 데는 문제 없었지요.
SF와 가상역사가 혼재된 이야기이고 실제 존재하는 사건 속에 가상의 이야기를 슬쩍 끼워둔 것입니다. 다루고 있는 소재가 쉽지 않은 것이라 혹시 미미여사의 역사관에 대해 실망하게 될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고 무난무난하게 넘어갔다고 할까요. 중요한 부분은 그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이스터 에그는 못찾았습니다. 알고 계신 분은 살짝 알려주세요.;ㅅ;


백기도연대 우는 굉장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이 등장인물들이 다른 책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생각하면 더더욱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교고쿠 나츠히코 시리즈입니다. 으하하하하하~
하지만 주인공인 나는 삼류 소설가도 아니고 교고쿠도도 아닙니다. 어쩌다가 에노키즈에게 독니로 콱 물려서 그의 졸개(!)가 된 정비공입니다. 교고쿠도가 날마다 말하듯이 왜 끌려 다니는지 알 수 없이 졸졸졸 사건에 끌려 다니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관찰자가 되는군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에노키즈. 일단 에노키즈가 사건을 벌이고 교고쿠도가 수습한다는 얼개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공히 같습니다. 거기에 얼마나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나가 문제인 거죠. 일단 전작들을 다 읽고 나서 보시는 쪽이 이해하기가 더 쉬울거라 생각합니다. 그 사건들이 책 속에서 종종 언급됩니다. 광골의 꿈까지도 말입니다. 그냥 읽어도 재미있겠지만 재미를 배가시키는 방법인 것이지요. 단, 재미 배가를 위해 심각한 두뇌운동을 해야한다는 것이 조금 걸립니다. 우부메, 망량, 광골 모두 맨 정신으로 읽기에는 .... (먼산)

어쨌건 에노키즈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니 미남 탐정의 팬들은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얘, 이런 사람입니다.ㄱ-

덧붙이자면 장미십자탐정을 볼 때마다 미친듯이 웃어 제끼는 것은 역시 로젠 크로이츠가 자동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역시, 이들(음양사, 삼류소설가, 형사, 탐정)은 로젠 크로이츠 대원들이었어요.(응?)



아야츠지 유키토, <시계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1-3>, 한스미디어, 2005, 2007, 각각 13000원, 1800원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두드림,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의 암흑관은 작년에 나왔을 때부터 볼지 말지 고민하던 책입니다. 십각관을 가장 먼저 보았는데 뭔가 취향에 맞지 않았거든요. 읽으면서 뭔가 아니다 싶었던 책인데 도서관에서 한꺼번에 네 권-시계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1-3권-을 보고 나니 괜히 욕심이 생겼습니다. 언제 이 시리즈가 다 들어올지 알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덥석 다 빌렸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눈에 보일 때 빌려라라는 규칙입니다. 다음에 빌리자고 미뤄두면 어느 새 서가에서 사라지고 없는겁니다.(먼산) 그러다보니 지난번에 도서관에 가서 추리소설을 7권 빌렸던 거죠. 슬프게도 그제 저녁에 한 권, 어제 저녁에 네 권, 오늘 한 권, 도합 여섯 권을 읽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권. 그러나 한 권은 가모우 저택 사건 "2"권으로 1권은 아직 못 빌렸습니다. 그런 고로 실질 적으로 남은 것은 한 권입니다. 슬퍼라. 어쩌면 이 마저도 오늘 저녁 때 읽어버리고 읽을 책 없다고 눈물짓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래도 오늘 저녁 집에 가서 책좀 질러야...

십각관의 역자는 양억관, 시계관은 김난주, 암흑관은 권일영입니다. 제일 고생했을 것 같은 역자는 권일영씨. 역자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책 자체가 워낙 정신 없습니다. 저야 정신 없는 부분은 알아서 건너 뛰고 읽었지만 역자를 일일이 다 체크하고 가야했을테니까요.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어느 건축가의 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워낙 성격이 독특했던지라 세운 건물도 요상하고, 그런 건물을 요구한 시공주도 독특한 사람이어서 집에서 사건이 이모저모 많이 생기는 겁니다. 십각관은 놀러갔다가 단체로 당한 거고, 시계관은 밀실공포계이지만 안과 밖의 시점에서 동시에 사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암흑관은 시점이 계속 바뀝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기엔 묘했는데 한 번에 풀릴것 같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맨 마지막에 확 풀어줍니다. 세 이야기 중에서 가장 취향이었던 것은 암흑관.
암흑관은 1-3권 전체 페이지수가 1500페이지 가량 됩니다. 1권이 470, 2권이 443, 3권이 596. 그런데 반나절 만에 모두 읽었습니다. 속도가 굉장히 빠른건 제 읽는 속도보다는 편집상의 문제인듯합니다. 양 페이지의 줄이 몇 개 안된다고 할까요. 그리 빽빽하지 않습니다. 진도가 빠른 것도 당연하지요. 게다가 시점이 계속 변하면서 여기저기의 상황을 다 보여주기도 하고, 등장인물 중에서 마음에 드는 존재가 둘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등장인물들이 뒤에서 뒤통수를 좀 쳤지만 이정도는 봐줄 수 있습니다.(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더 쇼크였는지도.;)
괴이한 분위기와 뒤 섞여 있지만 기본은 건축물이라 건축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겁니다.
(어느 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음)

에도가와 란포는 생각보다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단편이 장편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다는데, 이런 타입이면 장편도 손 대지 않는 것이 낫겠습니다. 저는 범인이 주인공인 것은 별로 내켜하지 않거든요. 범인의 불안한 심경이 그대로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왠지 덜덜 떠는 것이 참...=_= 대체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많아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수확이 있다면 아케치 코고로. 이름을 보고는 폭소를 터뜨렸는데, 덕분에 아케치 소년과 아케치 경감의 단편집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고로 다음에 홍대가면 반드시 들고 올겁니다. 우후후후후~ 잠자는 어느 "명"탐정도 여기서 따왔겠다 싶은걸요.
몸이 부어 있는 것-이라 쓰고 요요라고 읽는다-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왠지 운동을 팍팍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제는 걸었습니다. 이대부터 남대문을 거쳐, 대학로까지 걸었지요. 중간에 다른 곳으로 많이 샜지만 6시쯤 끝냈고 시작한 것이 4시쯤이었으니 두 시간 가량 걸은 셈입니다. 생각보다는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라면 한 쪽 어깨에 책 여덟 권을 메고 있었다는 것. 책을 짊어지고 다녀서 집에 들어와서 보니 왼쪽 어깨가 조금 쓸려 있었습니다.

그냥 걷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모저모 구경도 쏠쏠했습니다. 조퇴를 달고 일찍 나가 돌아다닌 거라 시간적 여유도 있었습니다. 원래 목적은 도서관에서 예약한 책을 찾아오는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책도, 저 책도 집어 들어서 총 여덟 권이나 빌린 겁니다. 그것도 딱 한 권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르가 추리소설입니다. 1권은 없었지만 신간이니까 2권도 보였을 때 집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 잽싸게 들고 온 <가모우 저택 사건 2>,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 4권-<시계관 살인사건>, <암흑관 살인사건 1-3>, 예약한 책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외딴섬 퍼즐>, <에도가와 란포 단편선집 1>, 거기에 서가에 있길래 잽싸게 집어온 <부엉이와 밤의 왕>. 그래도 추리소설들이라 책이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부피는 크지만 과학이나 사회서적을 생각하면 훨씬 가볍습니다.

남대문에 가려고 한 것은 레이디 핑거를 오프 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가 확인하러 간 셈인데요, 결국 찾지는 못하고 나무 스푼 하나(1천원)만 샀습니다. 그리고 위타드 홍차를 꽤 괜찮은 가격에 구할 수 있고 컵이나 기타 다구도 굉장히 취향인 집도 하나 찾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뒤쪽에 다시 언급합니다.;

남대문에서 한국은행쪽으로 빠져서 롯데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가장 짧은 코스이지만 을지로와 종로에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에 지하도로 가야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빙글 돌아 시청 바로 옆쪽, 광화문 우체국 근처로 나오는 길로 갔습니다.
시청 광장에는 잔디보호용으로 뭔가 설치했는데, 보고 있자니 <풀 위의 생명들>에서 잔디 비용으로 언급한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꾸준히 잔디도 잘라줘야 하고 농약도 치고, 물도 엄청나게 많이 먹지요. 차라리 "서울 시내에서의 생태계 구성"이라는 주제하에, 아무 풀이건 잡초건 다 자랄 수 있게 두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기는 안 좋을지 몰라도 생태 공원 조성이라는 말을 걸면 좋지 않습니까. 하하하; 일단 물값도 농약값도 관리비도 덜 들건데요. 다른 비용이 더 들지 어떨지는 저도 모릅니다만;;

걷다가 알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나봅니다. 어제도 혼자 있는 시간 동안 괜히 훌쩍거리고 있었는데 걷는 동안은 그런 생각을 안해도 되고 그저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돌아다니면서 혼자 생각하고 이모저모 다른 생각 떠올릴 수 있으니 정리하는 데는 조금 도움이 되었나봅니다. 더웠지만 바람은 시원한 편이라 걷기에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서대문 근처 어딘가의 빌딩 숲에 호젓한 분위기의 커피 체인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업무중이라 호젓한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빌딩 숲 사이에 있어 그늘도 졌고 조용하기도 합니다. 언제 근처 탐방을 나가볼까 합니다. 주말에는 사람이 더 없지 않을까요?


자아. 위타드 이야기.-ㅅ-;
집에 있는 홍차도 처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들어온 차가 하나 있었으니, 위타드의 블루베리 요거트입니다. 홍차가 아니라 과일차입니다. 어제 남대문 대도종합상가를 갔다가 발견했지요. 그 가게가 굉장히 취향의 컵도 많아서 언제 한 번 더 다녀오려고 생각중인데요, 블루베리 요거트도 있길래 가격을 물었더니 한 봉에 15000원이랍니다. 현재 나와 있는 것은 유통기한이 지나서 한 봉에 1만원으로 판다고 하시는군요. 오오. 싸다.;ㅂ; 삼베리 한 봉지를 일본에서 1400엔 가량에 구했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트와이닝 얼그레이도 취급한다 하는데 이쪽은 양이 꽤 많으니 더 사면 안됩니다. 지금 손댈 것은 블루베리 요거트랑 컵 종류. 지금의 자금 상황으로는 무리이긴 하지만서도..;

어쨌건 자금 사정 생각하고 머리를 쥐어 짜야겠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북스피어, 2008, 9500원

이 책의 리뷰는 한 줄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김소연씨가 번역했습니다.'ㅅ'


제 책 리뷰를 계속 봐오신 분이라면(웃음) 김소연씨가 번역한 책에 대해서는 애정도가 상당히 높다는 걸 아실겁니다. 손안의책에서 나온 대부분의 책들도 그렇지만 다른 곳에서 나온 책도 일단 집어 들고는 김소연씨가 번역했다 싶으면 내용은 가리지 않고 읽습니다. 번역하는 책의 장르가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이라 이 분이 번역한 책은 거의 제 입맛에 맞습니다. 입맛에 착 감기지 않더라도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나온 혼조 후카가와도 나중에 역자를 보고는 웃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시감이 다시 확인된 셈이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은 에도이며, 에도의 혼조 후카가와 주변에 있는 일곱가지 불가사의(도시전설)를 배경으로 한 짧은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주인공은 각 편 다 다르지만 배경이 같고 공통된 등장인물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앞서 말한 기시감은 여기서 연유합니다. 손안의책에서 나온 샤바케. 그 시리즈가 이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샤바케와는 시점이 다르지만 같은 에도 배경에,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사건에 대한 해결을 다루고 있는 단편집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제 취향이었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샤바케와 혼조 후카가와의 가장 큰 차이는 요괴입니다. 샤바케에서는 요괴들이 등장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이 그대로 나오지만 혼조 후카가와는 기이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그런 이야기이고, 각 편에 등장하는 불가사의들도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소재 정도입니다. 물론 중요한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이 요괴의 짓이다-샤바케라면 그랬겠지요-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냥 괴담 정도로만 지나갑니다.

1991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역사물이라 그런지 깔끔하게 지나갑니다. 미미여사의 전작 중에서는 쓸쓸한 사냥꾼과 닮아 있군요. 연작 소설, 소소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외딴집은 읽지 않았고 도서관에 있는 것을 보았지만 괜히 손이 안갑니다. 그보다는 지금 예약중인 낙원이나 발매된 가모우 저택 살인사건이 끌리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낙원은 권일영씨 번역입니다. 흑, 낚이겠네요.ㅠ_ㅠ



에도가와 란포, <외딴섬 악마>, 동서문화사, 2004, 6800원
카메론 스트렌처, <아빠와 함께 저녁 프로젝트>, 로그인, 2008, 9800원


한 권은 그제, 한 권은 어제 다 읽었지요.'ㅅ'

외딴섬 악마는 DMB 시리즈입니다. 이리 적으니 DMB폰이 먼저 생각나지만 뭐...; DMB는 좋아하는 마음 반, 싫어하는 마음 반인 모호한 시리즈입니다. 일단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여러 책들을 많이 내고 있으니 그 점에서는 좋지만 대량으로 뽑아내다보니 번역이 엉망이라 읽고 나서 입맛 버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전에 도서관에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 세번째 수수께끼(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화요일 클럽 이야기)를 신청했다가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제 돈이 아닌데도 아까웠거든요. 직역해도 이보다는 낫겠다 싶은 수준입니다. 이전에 읽은 연쇄 살인 소설 하나도 직역체라 읽으면서 고생했습니다. 말이 딱딱하다보니 몰두하는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래도 이 책은 추천 대상이 아주 명확합니다. 에도가와 란포를 좋아한다, 일본 추리소설을 괜찮게 읽었다, BL을 좋아한다. 은유도 아니고 직설. 주인공을 쫓아다니는 남자 하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엔딩은 .... (음)
외딴섬 악마라길래 소설 초반부터 외딴섬에 고립되나 싶었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뭐랄까, 신비주의적이라기보다는 과학쪽에 가까운 추리입니다.


아빠와 함께 저녁 프로젝트는 가볍게 읽을 만한 수필입니다. 블로그에 연재하던 글을 다듬어 책을 냈다고 생각하는데 글 읽기가 편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아들, 딸, 아내와 함께 뉴욕 교외에 살고 있는 아빠는 어느 날 결심합니다. 출퇴근에 편도 2시간을 쏟아붓다보니, 일에 매달리다 보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집에서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혹은 회사를 그만두고-아이들에게 내가 직접 저녁을 만들어주자!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 아빠는 로펌에서 일하고 있고 로스쿨에 강사로 나가기도 합니다. 로펌을 그만두어도 변호사일은 계속할 수 있으며 강사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입은 확 줄어들지만 아주 밥줄이 끊어지지는 않는겁니다. 둘째, 요리를 못하진 않습니다. 종종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저녁을 해주겠다는, 보통 한국 남성에게는 꽤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이야기는 성공담으로 완벽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절반의 실패, 하지만 절반은 성공합니다. 금전적으로는 많이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가족과 다시 어울리는데 성공하고, 일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릅니다. 하지만 실패는 생활 자체보다는 저녁 식사의 문제였지요. 아이들이 왜이리 저녁을 안 먹을까요. 만드는 방법이나 메뉴를 보면, 저라면 덥석 먹을 음식들이 많은데 입 짧은 아들래미 딸래미는 음식을 거부합니다. 어떤 때는 먹고, 또 어떤 때는 안 먹고. 이런 과정에서 아내의 노고를 다시 한 번 깨닫는 모습도 감동이었습니다.(...)

책이 작고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좋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미묘합니다. 그래도 한 번 가볍게 읽을만한 책입니다.'ㅅ'


가노 도모코, <나선 계단의 앨리스>, <무지개집의 앨리스> 손안의책, 2008

나선 계단의 앨리스가 먼저 올 1월에 나왔고 무지개집의 앨리스는 4월에 나왔습니다. 비교적 따끈따끈한 신간이로군요.

서가를 죽 훑다가-기억에 의하면 끊어지지 않는 실을 다시 빌리기 위해 찾고 있었습니다-굉장히 눈에 확 들어오는 책등에 시선이 가서 뽑아든 책입니다. 제목에 낚였지만 샐러리맨 탐정과 앨리스라니 뭔가 조합이 눈에 빤히 보이는 타입이라서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볍게 읽을 마음으로 한 번에 집어들었습니다. 두 권 모두 오늘 읽기 시작해 오늘 다 읽었고 책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던 참입니다.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무지개집의 앨리스를 다 읽고 나서 다음 작은 없나 싶어 뒷날개를 보았더니 어디서 많이 보았던 책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습니다. 놀라서 출판사를 확인하니 손안의책이었군요. 출판사를 먼저 보았다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집었을 겁니다.

가볍습니다. 하지만 그 가벼움은 일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벼운 것이지 담고 있는 의미가 가볍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뜯어보면 생각할 거리가 꽤 많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현실성도 상당하고요. 현실에 바탕을 둔 사립탐정의 모습은 정말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의 사립탐정이야 흥신소에 가까울 것 같고, 이런 고상한(?) 분위기는 나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일단 제목이 앨리스이니 앨리스의 코드도 많이 나옵니다. 그런 고로 이 책을 보기 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둘다 읽고 나서 보시면 좋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읽은 기억을 다시 꺼내어 뒤져보았지만 좀더 자세히 기억했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라고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읽기 전까지는 그걸 몰랐지요.


살인사건이나 어두컴컴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으니 배겟머리에서 뒹굴거리며 가볍게 읽을만한 추리소설로 좋습니다. 보고 있자면 차가 마시고 싶어지니 그것도 미리 준비하세요~.


아가와 사와코, <수프 오페라>, 랜덤하우스, 2007
임혜지,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한겨레출판사, 2007


수프 오페라는 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제목에 홀렸구나?라고 웃을만 합니다. 부정을 못하니 아쉬울 따름...;
처음 몇 장을 읽어보니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이날도 원래는 예약도서 찾으러 갔던 것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대출 권 수에 간당간당할 정도로 꽉꽉 채워 빌리고 있었습니다. 주로 빌리는 것은 일본 소설인데 사서 보기에는 많이 아깝거든요. 그러니 도서관을 애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용은 무난합니다. 그냥 무난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군요. 닭수프 요리법 정도? 내용 타입은 에쿠니 가오리와 유사하지만 그보다는 덜 공허합니다. 타입이 유사하다고 한 것은 진한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사람들의 동거기이기 때문입니다. 음식 만드는 법과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좋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입니다.


내게 말을 거는 공간은 한겨레출판사의 도서 목록을 보다가 빌리게 되었습니다. 책이 두껍고 무거워서-345쪽. 본드제본인데 지질 때문에 책이 무거운 편입니다-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어차피 G는 안볼테니 먼저 보고 반납하자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우와. 간만에 재미있는 건축 책을 만났습니다. 예전에는 건축 관련 책도 꽤 많이 빌려보았는데 어느 순간 손이 안가더군요. 아마 손이 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만나지 못해서일건데 이 책은 제 취향에도 맞고 글도 굉장히 쉽게 읽힙니다.
고등학교 때 독일로 이주해서 거기서 내내 지내다보니 한국어가 서툴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글 속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받기도 전에 죽 읽어내려가서 그럴까요. 내용은 집 이야기, 도시 이야기, 현장 이야기로 나뉘어 있습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뮌헨을 중심으로 한 독일 서민들의 집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전세가 아닌 월세 타입이란 것, 집 주변 가꾸기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주변 이웃들과의 이야기, 집의 단열 이야기부터 시작해 환경 건축으로 넘어가 마무리 짓기까지 하나하나 다 재미있었습니다.
도시 이야기에서는 뮌헨과, 작가의 연구 주제였던 칼스루에의 도시 계획, 그리고 여러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나옵니다. 건축사적 이야기는 그 뒤의 현장 이야기에서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책 판형도 마음에 듭니다. 표지 때문인지 다른 책보다 세로가 길게 느껴지는군요. 세로가 긴 판형의 책-카오산 로드 같은 타입-은 책이 튼튼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편합니다. 글이 많지만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도 아니고 좋아하는 내용이다보니 글이 많은 것이 오히려 호감이 갑니다. 아아. 이런 편애모드라니...;;

건축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사카구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3
롤프 포츠, <여행자의 영혼을 깨우는 여행의 기술>, 넥서스BOOKS, 2008
다이라 아즈코, <먹고 자는 곳 사는 곳>, 웅진지식하우스, 2007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읽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집은 책 한 권, 신간 소개를 보고 집은 책 한 권, 훑어보다가 책이 뭔가 귀여워 집은 책 한 권.
셋다 그리 길게 리뷰를 쓸만한 책은 아닙니다.

불연속 살인사건은 그냥 추리소설입니다. 엉뚱하게 모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가운데 하나 둘 씩 이유 없이 살해당하고 숨겨진 까닭을 찾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예전에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일단 집어 들었는데 읽고 난 뒤에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 읽었는지 아닌지 가물가물하네요. 예전에 보았던 엘러리 퀸 시리즈의 한 권과 조금 닮아 있습니다. 살인 사건의 배경 부분이 말입니다. 이 이상 이야기 하면 내용폭로가 될테니 함구!

먹고 자는 곳 사는 곳은 공사판 이야기입니다. 직장내 상사와 불륜관계를 유지하며 일에 치이던 한 아가씨가 비계공에게 도움을 받은뒤 그 사람에게 홀딱 반해서 갑자기 건축계로 전직합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건축과 관련된 묘사가 굉장히 상세합니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웃으며 보실 수 있을겁니다.(아마도;) 내용이 길지 않고 짤막한데다 밝은 분위기의 소설이라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소재로도 소설이 나오는구나 싶더군요.

여행의 기술은 알랭 드 보통의 동명 책과 헷갈리면 안됩니다. 원제와 번역제목 사이의 거리가 태평양만큼 넓습니다. 원제는 배가본딩. 이노우에의 만화책 제목의 그 배가본드에 ing를 붙인겁니다. 패키지와는 정 반대이며 그렇다고 배낭여행도 아니고, 하여간 딱 잘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소박하고 작은(어쩌면 큰?) 여행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배가본딩이 어떤 종류의 여행인지는 직접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쉽게 말하면 한비야씨나 김남희씨의 여행을 배가본딩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말로 정확히 설명은 못하지만 감은 잡으셨을걸요.
어딘가에 얽매여 나중에, 언젠가, 돈 생기면, 시간 생기면 간다는 사람들에게 일갈을 하고 지금 즉시 짐싸서 여행을 떠날 것을 종용합니다. 그러니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뛰쳐나가고 싶다(그러나 그러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분은 이 책을 읽기 전 화를 가라앉히고 보세요. 해도 된다면 상관없지만 안된다면 이 책이 기폭제가 되어 진짜 사표 던지고 뛰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뭐, 이 책이 권장하는 것은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력입니다만, 저는 그럴 용기도 생각도 없습니다. 유유자적, 뒹굴뒹굴, 마음 편하고, 백 그라운드가 확실한 여행을 선호하니까요. 말하자면 산호초 밖의 망망대해에서 스노쿨링하는 것보다는 리조트 앞의 야트막한 자연 산호초 수영장에서 스노쿨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겁니다. 안정지향적이라...;

Jamie와 나이젤라 요리책은 몇 주째 방치중입니다. 사진이라도 훑어 보아야 리뷰를 쓸 건데 손이 안가는군요. 역시 책이 너무 두꺼워 그런겁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노블마인, 2007

그냥 제목을 봐서는 뭔가 싶은데, 원제를 보면 분위기가 조금 더 확실해집니다. 원제에는 한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주인공인 오사나이는 한정 디저트라면 사족을 못씁니다. 그러니 오죽하면 두번째 권인 여름철 트로피컬~에서는 친구를 함정에 빠뜨리고는 같이 여름한정 디저트 순례를 다니겠습니까. 하하하;


제목에 홀려서 본 책이지만 의외로 괜찮습니다. 특히 봄철 딸기 타르트에서 조금씩 밝혀지는 주인공들의 진면목은 남자여우, 여자늑대라는 역자의 평이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왜 숫여우, 암늑대가 아닌지는 읽어보시면 알겁니다.

책에는 4-5편 정도의 단편이 들어 있지만 각각의 단편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챕터라 보고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보아도 상관없지만 각 편에서 사건이 (거의) 완결되기 때문에 따로따로 골라서 읽어도 좋습니다. 단, 어느 이야기를 읽든지 케이크나 기타 디저트에 대한 언급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디저트를 미리 준비하고 읽으시거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맛없는 디저트나 양산형 과자는 피하세요. 이중으로 염장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읽는 도중에 지갑을 들고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사러 뛰어 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양 골동 양과자점은 전직 영업맨의 능수능란한 말솜씨에 넘어간다지만 여기는 그 다양한 목록을 읽고 있노라면 절로 머릿 속에 모습이 떠올라 홀리는 겁니다. 특히 일본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여러 간식들(일본에서는 스위츠라 부르는 단과자들)을 많이 보셨다면 염장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럴 때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바토에게 감정 이입을 하시면 약간 도움이 됩니다. 어디까지나 약간이고, 고바토 마저도 맛있게 먹고 있는 여름철 트로피컬~의 디저트들은 2차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P5에 가서 딸기 쇼트 케이크와 크렘 브륄레를 시켜 놓고 유유자적하게 읽는 것이지만 비용이 상승하니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읽는 사람의 지갑에 달려 있습니다.

봄철~과 여름철~이 있으니 가을과 겨울도 있겠지요. 여름철의 끝부분을 본 이상 가을철과 겨울철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이들 두 사람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 그보다는 다음 권에 어떤 한정 디저트가 나올지가 더 궁금하군요. 허허;
  

김연희, <함께 드실래요?>, 랜덤하우스중앙, 2006
오기와라 히로시,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작가정신, 2007
오기와라 히로시, <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2007
마츠오 바쇼, <바쇼의 하이쿠 기행 1-3>, 바다출판사, 2008


오로로콩밭부터 시작합니다.'ㅂ'
이 책을 추천받은 것은 작년입니다. 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분이 이 책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고 꼭 보라고 추천을 했는데 내용이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 이제야 읽어보았습니다. 지금봐도 제 취향은 아닙니다.; 중간 내용은 홀랑 넘어갔으니까요.
내용이 독특합니다. 설정이 그리 독특하지 않을 수 있고 조금은 빤히 보이지만 그 과정이 더 재미있습니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 마을 홍보를 위한 프로젝트를 세우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플롯은 그렇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프로젝트를 세우는 과정에서 오간 대화입니다. 시골이니까 당연히 사투리가 튀어나오고, 절묘한 번역 덕에 대화가 귓가에서 들립니다. 성우 더빙한 것처럼 그 느릿느릿한 대화가 들리니 정말 웃기죠. 거기에 벌어지는 상황상황이 허를 찌르기 때문에 독특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제가 이 책을 별로 안 좋아한 것은 이런 류의 긴박감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소재의 취향차랄까요?
하드보일드 에그 쪽이 좀더 제 입맛에는 맞았습니다. 이쪽은 전작보다는 추리소설에 조금 더 근접한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삶은 달걀인겁니다. 왜 제목이 삶은 달걀인지는 앞부분 조금만 보셔도 아실겁니다.

그러고 보니 어쩌다가 오로로콩밭을 추천받았는지 기억났습니다. <벽장속의 치요> 때문이었군요. 괜히 읽었다고 투덜댔더니 이 책은 재미있다고 추천해주신 거였지요.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소설입니다.'ㅂ'


<함께 드실래요?>는 어쩌다 미국에 건너가게 되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며 그들에게 요리를 배운 김연희씨가 낸 요리책입니다. 그러니까 다국적 친구들에게 배운 다국적 요리법 모음인거죠. 다국적 요리법이라 어렵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실제 요리법을 보면 약간 변형을 해서 주변에 있는 재료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게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요리법이 지나치게 간략해서 요리를 좀 해본 사람이 아니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요리 수필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신기한 요리들도 많거든요. 다른 것보다 뉴질랜드의 디저트 파블로바가 나온 책은 처음 보았습니다. 만드는 법도 굉장히 간단한 걸요.


그리고 마지막인 바쇼의 하이쿠 기행. 1-3권을 한꺼번에 빌려 지금 3권만 남았습니다. 내용 자체는 너무 간단하고 일본의 역사나 지리를 모른다면 재미없을 겁니다. 각주도 아니고 미주라서, 미주 부분과 본문을 왔다갔다 하며 보는 것도 불편하고요. 하지만 그런 수고로움을 한 번에 날릴 수있을 정도로 마음에 든 것이 책 디자인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렸기 때문에 겉표지는 검색하면서 처음 보았지만, 정말 예쁜걸요. 바다출판사에서 이런 얇은 책들은 귀엽고 예쁘게 잘 내는데 이번 책들도 마음에 듭니다. 게다가 다 실제본이라 튼튼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체가 다 아트지에 컬러. 그리고 바쇼와 관련된 다양한 그림들이 함께 실려 있어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 책은 내용보다 그림과 장정이 마음에 들어 이후 구입할 예정입니다. 세 권을 나란히 모아서 꽂아 놓으면 참 예쁠겁니다. 가격이 예쁘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3권 세트에 34800원. 할인쿠폰도 이제는 출간한지 18개월 이내의 책에는 못 쓰는데 그냥 10% 할인가로 사야하나봅니다.(훌쩍) 그래도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요.


사카키 쓰카사, <끊어지지 않는 실>, 노블마인, 2008


책의 타입을 설명하자면, <스텝파더스텝>계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도둑 아버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최근에는 계속 노블마인 책만 보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책이 취향에 맞나봅니다. 이 책도 구입해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가즈야는 평범한 이름 그대로 평범한 세탁소 집 아들입니다. 하지만 세인트 미드 마을의 예에서도 나타나듯, 사건이 없는 마을은 없고 평범함이란 항상 숨겨진 무엇인가를 두고 있지요.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가즈야가 친구 사와다에게 이야기 하면 사와다는 머리를 잠깐 굴린 다음 해결해줍니다. 속 시원하게는 아니고 "마법의 주문"을 가즈야에게 건네주고 그 주문을 수수께끼의 대상에게 말하면 대상은 졸졸 끌려와 사와다의 카운슬러를 받고, 가즈야는 사와다의 해설을 통해 이해를 합니다. 설명만 하자면 책상 탐정? 아니, 직업이 카페 아르바이트니까 카페 탐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말그대로 설정일뿐이고 실제 책을 읽어보면 그 분위기에 젖어 가즈야나 하라다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도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제목인 끊어지지 않는 실도 그런 의미에서 지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람의 인연은 실로 연결되어 있지만 한 번 연결되면 끊어지지 않고 죽 이어지니까요. 특히 가즈야처럼 한 마을에서 계속 살아간다면 말입니다.

이 책을 보기 전에 생협 번개 때 본 반짝반짝 은하마을 상점가가 떠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양쪽 모두 읽어보면 뭔가 흐뭇하니 기분 좋으니까요.







그러나 이 책의 묘미는 그런게 아닙니다. 뭐랄까, 딱 뒤통수를 치는 몇 군데의 문장이 특히 뇌리에 남거든요.

"네가 그 어딘가라면 참 좋을텐데" 라든지 (마스터가 이 부분을 읽으시면 책을 붙들고 데굴데굴 구를겁니다)
'아버지, 좋은 걸 주우셨군요'라든지.

덧붙이면 세탁의 기술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ㅂ'



애거서 크리스티, <빅 포>, 황금가지, 2007
마쓰다 미치코, <천국의 수프>, 노블마인, 2007


빅포에 대한 짤막한 감상. 이건 되다만 국제 스릴러물...; 타성적이라고 해야할까요. 맨 마지막의 탈출신은 특히 억지스러움이 강했습니다. 포와로 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국의 수프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집은 책이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일단 수프라는 소재에 끌린(낚인) 것이었지만 글 흐름도 괜찮고 분위기도 취향이었습니다. 게다가 집어 들고 나서 보니 그 직전에 읽었던 잠들지 않는 진주와 같은 출판사(노블마인: 웅진의 임프린트), 같은 번역자입니다. 확실히 분위기도 닮았군요. 역자가 같아서 그런가봅니다.
G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더니,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보고 기겁하더군요. 완전한 사육 작가인줄 몰랐다면서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 <완전한 사육>이라는 영화(혹은 책)가 낯설었는데 말입니다. 은근히 유명한 이야기인가보군요.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패턴 또한 전형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천국의 수프를 찾고 있는 한 여자와, 수프를 만드는 어느 요리사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드라마를 보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그럼에도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상세한 조리 묘사 때문입니다. 수프라든지 다른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소설 속에 그런 장면이 녹아 있어요. 이대로 따라하면 수프 한 냄비가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일까요. 게다가 후반부에는 수프 만드는 법을 지도하기 때문에 재료 손질법도 간단히 나와 있습니다.
그런 고로 먹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패턴화 된 연애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도 추천하고요.



츠지무라 미즈키, <밤과 노는 아이들>, 손안의책, 2007


책 표지가 꽤 예쁘다고 하려 했더니 중간에 보이는 무언가...;
표지가 의미가 없을리 없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요.

츠지무라 미즈키의 전작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를 떠올리면서,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집어올까 말까 한참 망설였습니다. 지난 주에 들고 와서는 주말에 손도 못대고 방치하다가 어제 상권을 다 읽고, 오늘 하권을 다 읽었습니다. 그러나, 상권을 읽는 와중에 도저히 결말이 궁금해서 못 견디겠어서-하권은 집에 있었습니다-도서관에 쫓아가 하권 뒷 부분만 날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상권 다 읽고, 하권 읽는 내내 후회했습니다. 뒤통수의 반격은 덜했지만 덜 아파서 더 아프게 느껴졌다 하면 말이 이상한가요. 미리니름을 원한 것은 저였지만 결말을 확인하고 보니 책을 맛있게 읽지 못했다는 후회가 물 밀듯 밀려옵니다. 그러니 읽는 분들은 저처럼 성급하게 먼저 결말을 확인하지는 마세요.



이 책의 감상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함정



저만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니었으니 그건 넘어가고, 함정에 빠지고 났다가 나왔더니 또 함정. 아놔. 게다가 뒤통수 때리기도 아니라 뒤통수 후려치기입니다. 흑흑. 이런 일본 추리소설 쪽을 좋아하신다면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이런 쪽에 약하신 분들께는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 소설도 캐릭터들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남자 3인방은 보면서 취향대로 골라드세요인가 싶더군요. 아사기, 교지, 고타말니다. 모든 남자들의 모습은 아니지만 뭐.... 그래도 제가 고른 취향의 남자를 보고는 제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와 하면 안되는 이유를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물론 소설 속의 캐릭터라 그런 것도 있지만 얼굴 위주로 골랐거든요.(먼산) 왠지 아사기의 경우엔 쿄우와 묘하게 겹쳐 보여서 말입니다. 그것도 나름 재미있긴 했지요. ... 그러고 보니 진짜 닮았네요. 쿄와 잇페이. 그러고 보면 주변인물도 끼워맞추면 되는겁니다?;

번역 제목보다 원제가 책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준다고 생각합니다. 子どもだちは夜と遊ぶ. 소소한 차이지만 그 쪽이 더 좋습니다.'ㅂ'


이시다 이라, <잠들지 않는 진주>, 노블마인, 2007

도서관 서가를 헤매다가 이시다 이라 책이 눈에 들어오길래 이것저것 뽑아 보았습니다. 대표작이랄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책인 IWGP는 보지 않았지만 1파운드의 눈물이라는 단편이 묘하게 마음에 들어서 가끔 들여다 보고 있지요. 그러다가 엔딩 부분만 확인하고(비극이 아닌걸 확인;) 잠들지 않는 진주란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아마 맨 마지막 부분 때문에 제목이 저리 붙은게 아닐까 싶더군요.

G가 이 책을 본 것 같다고 하더니 다나베 세이코의 <아주 사적인 시간>의 내용을 풀어 놓으니 그것과 헷갈렸더군요. 분명 느낌이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판이하니 <사적인~>을 읽었다고 해서 이 책도 그러려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주인공의 생활패턴이랄까 그런 부분이거든요. <잠들지~>는 독신에 별장에서 혼자 유유자적하게 생활하고 있고, <사적인~>에서는 남편과 함께지만 독립적인 느낌을 주는 주인공이 살고 있고. 일단 둘다 집이 시외에 있는 고급 별장 / 맨션인데다 식생활도 좀 닮아 있더군요. 그리고 양쪽다 예술가라서 더 헷갈렸던 모양입니다.

<잠들지~>의 주인공은 전업작가입니다. 무슨 작가인지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꽤 상세하게 작업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마음에 들었지요. 확신은 못하지만 미대 다니는 친구에게 보여주면 웃으며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다른 작품과 비슷하게 연애 물인데, 이것이 독특한 이유는 연상연하 커플입니다. 그것도 "엄마뻘"입니다. 17살 차이가 나는군요. 주인공이 우치다 사요코가 아무리 몸매 관리를 한다 한들 17살 차이란 만만치 않습니다. 사회적인 통념상, 남자가 17살 연하의 아가씨와 연애하면 능력있는 것이고, 여자가 17살 연하의 청년과 연애하면 노망난 것이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카메..였나요? 쟈니즈의 누구도 어머니뻘 되는 사람이랑 연애를 하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단순히 연상연하 커플의 연애담이면 이야기가 재미없겠지만 이쪽은 연애가 전부는 아닙니다. 재능은 있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모토키(모 만화 등장인물과 이름이 같아서 오버랩되었습니다;)는 사요코를 만나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계기를 찾게 되며, 사요코는 갱년기 증상을 겪으면서 약간은 정체되어 있었지만 자신을 한층 더 발전시킬 계기를 갖게 됩니다. 엔딩은 무난하지만 그 뒤까지 무난할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사요코나 모토키를 보면 무난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잘 해낼것이다라는 느낌을 주는군요.


하지만 이 소설의 무서움은 그게 아닙니다.lllOTL
읽는 내내 사요코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는데 그거 무진장 무서운 것 아닙니까! 제 나이는 모토키에 훨씬 가까운데 왜 사오코 쪽에 이입이 되는지 모르겠어요.;ㅂ; 그런 점에서 자동 감정이입이 되는 바람에 결혼 생각을 더 저버리게 한 <사적인~> 못지 않게 무서운 소설입니다. 흑흑흑..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뒷 느낌이 꽤 좋은 연애소설입니다.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 동서문화사, 2005


표지는 넣지 않았습니다. 표지를 보신 분이라면 왜 거부당했는지 아실겁니다.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겉멋에 절은 소설입니다. 주인공인 노리미즈의 모델은 아마 필로 반스(파일로 반스)가 아닐까 싶은데 그게 도가 지나쳤습니다. 읽는 내내 저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번역이 좋지 않은 것도-DMB입니다-문제겠지만 책 전체 분위기가 그런걸 어쩝니까. 그닥 리뷰를 쓰고 싶은 생각도 없는 책이었습니다.




테메레르 4권은 도서관에 들어온 모양이고, 오늘 아침부터는 라크리모사를 읽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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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금단 증상인지 몸이 좀 부어 있고, 수면 부족에, 피곤에, 기타 등등의 무기력을 앓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할건데, 토요일에도 일이 많습니다. 게다가 섭취 열량 자체도 꽤 부족한 느낌이라서요. 무지방 우유 1리터 한 팩을 어제 사왔어야 했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잊지말고 사와야지요. 아침 저녁으로 한 잔씩 마셔도 꽤 도움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골다공증 초기라는 걸요.

자아. 다시 업무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시마다 소지, <마신유희>, 두드림, 2007


시마다 소지의 책 마지막입니다. 한국에 번역된 책 중 지금 구해볼 수 있는 것은 <마신유희>, <점성술살인사건>, <용와정 살인사건>뿐이고 91년도에 국일미디어에서 <얼굴없는 시간>이란 책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절판이지만 현재의 분위기를 봐서는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도 더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니 왜 이제야 알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재미있게 읽었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맛있는 것을 나중에 먹을 수 있었다는 기쁨도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은 뒤로 남기고 먹거든요.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봤고, 점성술이나 용와정은 표지가 무난해서 눈치를 못챘는데 마신유희의 표지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겁할 정도로 골 때립니다. 이런 이미지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보고 나서 가위 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이라면 저도 그랬겠지만 지금은 꽤 단련되었으니 얼굴을 찌푸리는 정도로 넘어갔지요.


이번에는 이시오카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배경이 스코틀랜드다보니 나올 수가 없었겠지요. 미타라이의 독주지만 용와정 당시 그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는 조금씩 감이 옵니다. 보면서 느꼈던 위화감도 맨 마지막에 확 풀리면서 쓴웃음을 짓게 만들지만 말입니다.
구약성서에서 나오는 모세와 이집트 탈출, 그리고 야훼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살짝 돌려 말하면 종교적(기독교쪽)으로 민감하신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것이 나을 것이고요.




그나저나, 밤과 노는 아이들은 이번에도 못 빌렸습니다. 빌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보고 나면 뒷 수습이 어려울 것 같아 이번에도 포기했습니다. 읽을 용기는 언제쯤 날까요.;


시마다 소지, <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2006



감상을 쓰려고 보니 이 책은 내용폭로 없이는 절대 감상을 쓸 수 없습니다. 아니, 제가 딱히 내용을 폭로하지 않아도 이 책을 찾아 읽을 분이라면 읽는 도중에 울분을 씹으며 *** 이자식! 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시게 될겁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읽으면서 이 썩을 놈의 자식이라고 내내 울분을 토로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만 당할 수는 없지요. 제 주변분들이라면, 제 소개를 읽고서 이 책을 읽을 분들이라면 이미 다 내용 폭로를 당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게 될테니까요. 어쨌거나 내용 폭로를 무의식중에 당했든 아니든 간에 이 책은 정말 읽을만 합니다. 책이 나온 것이 한참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소재를 쓴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당시는 아마 엽기 범죄로 생각되었을 법하지만 지금 본다면 잔혹성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꼭 보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접어두겠지만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거기는 덮어두시고 여기까지만 보신 후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아랫 부분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덧붙임.
중반부 이후에 교토 돌아다니는 장면을 읽다보니 저도 저 코스와 동일하게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토 여행을 꿈꾸는 분이라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2>, 손안의책, 2007
하타케나카 메구미, <샤바케 3>, 손안의책, 2007

샤바케 1권에 대해서는 앞서도 포스팅을 했습니다. 에도의 굉장한 부잣집 아들래미이나 몸이 굉장히 허약해 노상 누워만 있는 도련님(이치타로)이 주인공으로, 모종의 일로 인해 요괴들을 볼 수 있고 그들과 대화가 가능하고 그들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이모저모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이 주요 설정입니다. 그 설정에 대해서는 1권의 사건에서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지요. 설명이 한 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설명을 위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의 발단은 도련님의 배경에 있는 것이니, 그에 대한 이야기가 1권 전체를 아우르고 있지요.

2-3권은 그런 배경 아래, 도련님이 겪는 여러 사건들과 그에 대한 해결이 담긴 단편 모음집입니다. 그런데 그 맛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1권은 너무 복잡하게 얽힌데다 이야기가 길고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었는데, 2-3권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짤막하면서도 맛깔납니다. 1권보다 더 마음에 들더군요. G도 1권은 재미없다며 2-3권은 사지말라 하더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후다닥 다 읽더군요. 책이 작기도 하고 그리 길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G의 책 읽는 속도를 생각하면 괜찮은 반응입니다. G는 읽는 속도 자체는 빠르지만 재미가 없거나 할경우엔 미루었다가 조금씩 읽어나가거든요. 책을 건넨지 하루만에 반납이 들어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하;


손안의책에서 나온 다른 책들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합니다. 단, 교고쿠도나 차가운 학교~ 시리즈 타입이 아니라 음양사나 집지기~쪽입니다. 그 쪽 분위기의 책이니 가려 읽으셔야 합니다.
옛 에도의 모습과, 니혼바시, 료고쿠 등의 익숙한 지명도 나오니 읽다보면 그 쪽 거리를 거닐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같을리는 없지만 그런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를 같이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그 당시의 먹거리 이야기가 자주 나오니까요. 화과자나 말차를 곁들이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홍차나 커피보다 말이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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