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와 사와코, <수프 오페라>, 랜덤하우스, 2007
임혜지,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한겨레출판사, 2007


수프 오페라는 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제목에 홀렸구나?라고 웃을만 합니다. 부정을 못하니 아쉬울 따름...;
처음 몇 장을 읽어보니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이날도 원래는 예약도서 찾으러 갔던 것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대출 권 수에 간당간당할 정도로 꽉꽉 채워 빌리고 있었습니다. 주로 빌리는 것은 일본 소설인데 사서 보기에는 많이 아깝거든요. 그러니 도서관을 애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용은 무난합니다. 그냥 무난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군요. 닭수프 요리법 정도? 내용 타입은 에쿠니 가오리와 유사하지만 그보다는 덜 공허합니다. 타입이 유사하다고 한 것은 진한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사람들의 동거기이기 때문입니다. 음식 만드는 법과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좋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한 수준입니다.


내게 말을 거는 공간은 한겨레출판사의 도서 목록을 보다가 빌리게 되었습니다. 책이 두껍고 무거워서-345쪽. 본드제본인데 지질 때문에 책이 무거운 편입니다-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어차피 G는 안볼테니 먼저 보고 반납하자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우와. 간만에 재미있는 건축 책을 만났습니다. 예전에는 건축 관련 책도 꽤 많이 빌려보았는데 어느 순간 손이 안가더군요. 아마 손이 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만나지 못해서일건데 이 책은 제 취향에도 맞고 글도 굉장히 쉽게 읽힙니다.
고등학교 때 독일로 이주해서 거기서 내내 지내다보니 한국어가 서툴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글 속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받기도 전에 죽 읽어내려가서 그럴까요. 내용은 집 이야기, 도시 이야기, 현장 이야기로 나뉘어 있습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뮌헨을 중심으로 한 독일 서민들의 집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전세가 아닌 월세 타입이란 것, 집 주변 가꾸기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주변 이웃들과의 이야기, 집의 단열 이야기부터 시작해 환경 건축으로 넘어가 마무리 짓기까지 하나하나 다 재미있었습니다.
도시 이야기에서는 뮌헨과, 작가의 연구 주제였던 칼스루에의 도시 계획, 그리고 여러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나옵니다. 건축사적 이야기는 그 뒤의 현장 이야기에서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책 판형도 마음에 듭니다. 표지 때문인지 다른 책보다 세로가 길게 느껴지는군요. 세로가 긴 판형의 책-카오산 로드 같은 타입-은 책이 튼튼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편합니다. 글이 많지만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도 아니고 좋아하는 내용이다보니 글이 많은 것이 오히려 호감이 갑니다. 아아. 이런 편애모드라니...;;

건축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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