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피아노 소나타는 책이 나왔을 때부터 구입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미루고 있다가 결국 완결난 책을 생협에서 키릴님께 빌려 보았습니다.

라이트 노벨이니 읽는 속도는 빠릅니다. 하지만 한 번 읽어서는 완전히 소화시키기 쉽지 않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연주 장면과 관련된 묘사들이 많기 때문에 그걸 다 이해하려면 음악을 직접 들어서 감을 잡은 다음에 읽는 수 밖에 없습니다. KISS는 아예 드라마 CD도 나왔으니 그나마 낫지만 이쪽은 그런 보조자료(?)도 없고, 결국 본인이 구하는 수 밖에 없지요. 쉽지 않겠습니다.

일단 처음 읽은 내용에 대한 감상부터 이야기 해보죠. 그 전에 전체적인 흐름을 잡자면, Boy meets girl(s).
지금부터 들어가는 내용 소개는 말장난입니다.-ㅂ-;

소년 켐벨은 소녀 에비마요를 만납니다. 에비마요를 마음에 들어 했던 혁명가의 함정에 빠져 결국 소꿉친구, 에비마요, 혁명가, 켐벨이 같이 밴드를 하게 됩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는 수 많은 우여곡절과 함정과 음모, 병원이 함께 합니다.(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공을 헤우는 것은 켐벨의 둔함, 무신경, 바보짓이고 켐벨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켐벨을 보면 이런 케이이치같은!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자아.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켐벨이란 성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소녀 에비마요의 아버지는 에비칠리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쪽은 에비마요. 에비칠리를 해석하면 칠리새우. 에비마요는 마요네즈 새우입니다. 에비칠리야 주인공의 아버지가 친구에게 붙여준 장난 별명이지만 에비마요는 아마 대부분의 독자가 떠올렸을 별명입니다. 훗.
소꿉친구는 유도소녀였다가 부상으로 은퇴(?)한 드러머입니다.
혁명가는 땡땡이를 밥먹듯이 하고 함정의 달인인, 어디선가 참 많이 본 듯한 인물입니다. 프리티 보이(덤의 고바야시군)에서 나오는 치히로의 업그레이드 여성 버전 ... 이라고 하기엔 치히로에게 참 많이 미안합니다. 그러니까 위에 흰 가운 하나만 걸쳐 놓으면 수 많은 세대를 거쳐 유전되어 온 매드 사이언티스트 겸 음모가의 모습이 여기에 응축된 것 같달까...


앞서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보니 주인공은 꽤나 못난 놈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역자 후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그대로 믿으면 안됩니다.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아버지 대신 글을 써도 대부분의 사람이 못 알아채고,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음악적 지식이 쌓여 있고, 거기에 상당한 손재주를 가졌습니다. 편곡 실력도 대단합니다. 그러나 본인은 이게 아무것도 아닌 잡지식, 잡기술이라 생각하나봅니다. 어이, 읽는 사람도 좀 생각해달라고.

이런 저런 이야기 다 빼놓고- 특히 로맨스를 제외하고 본다면 이 이야기는 성장소설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무엇보다 여기서 가장 많이 성장한 것은 주인공 나오입니다.(애칭이 아니라 본명을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그건 앞에서 유추하시면 대강 알테니 안 적겠습니다.) 처음에는 룸펜 느낌에 가까웠던 나오는 소꿉친구의 부추김과 혁명가의 함정에 걸려 에비마요와 함께 밴드에 낚입니다. 거기서 슬슬 자신의 실력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휘하게 되는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연습한지 몇 년 만에 프로들이 인정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니, 거참.-_- 네가 아무리 천재가 아니라 한들 수재 이상임은 분명하다고 소리를 버럭 질러주고 싶지 뭡니까. 4권 끝부분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슬렁 슬렁 써놓았던데 보고 있으면 속에서 열이 치솟습니다.

네 이놈! 못 가진 게 뭐냐! 마지막에 보면 천연기념물둔치가 눈치까지 업그레이드 하지 않냔 말이다!


하여간 클래식이건 팝이건 락이건 상관 없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읽어보고 나면 CD를 뒤적거리고 블로그를 뒤적이며 음악을 찾다가, 결국 못 찾는 것은 지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거기에 귀도 덩달아 높아지는 느낌에 좋은 헤드폰을 장만해야할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지만, 그리고 옆구리 허전함을 배로 느끼게 되지만 함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콘서트에 가고 싶어지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책이 아닐까요.


그리하여 열심히 돈을 모아 헤드폰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RQ에게 좋은 헤드폰을 쓰자니 이거 왠지 헤드폰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만-돼지목에 진주 목걸이?-나노는 헤드폰을 좋은 걸로 해주면 또 다른 소리를 낸다는 말도 듣긴 했습니다. 그런 고로 당위를 만드는거죠.


완결 뒤에 떠돌았던 모 삽화 때문에 이글루스 도서 밸리가 들끓었는데, 그 이야기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스기이 히카루, <안녕 피아노 소나타 1-4(완)>, 정효진, L노벨, 2009, 각 6000원


덧붙임.
1. 그러고 보니 나오의 아버지....... 중간에 등장한 묘사 중 '나가면 재수생으로 본다'는 말에 기겁했습니다.-_-;
2. 삽화는 그리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삽화. 종종 소설 내용과 삽화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던데 그 장면도 달랐습니다. 키 차이가 그거 밖에 안 날리 없잖아요. ... 근데 소년, 그 사이에 키가 좀 컸나? 그 앞에서는 키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감상을 쓸 책이 두 종이지만 일단 하나는 뒤로 돌리고, 아리카와 히로의 이야기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도서관 전쟁부터 시작해 도서관 내란, 하늘 속을 읽고 그 뒤에 도서관에서 빌려 소금의 거리 , 바다 밑까지 읽어 한국에 출간된 아리카와 히로의 책은 다 보았습니다. G는 이중 도서관 시리즈까지 보고는 손을 뗐고 그 이유로 '자위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싫다'고 했습니다. 저야 로맨스 소설 보는 느낌으로 책을 읽고 있었으니 조금 덜하긴 했는데 전체를 다 보고 나니 G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묻어두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하나 둘 튀어 나옵니다. 그러니 이 글은 불평글입니다. 이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넘어가시는게 나을지도..?



작가가 깊이 생각하고 포석을 깔았든 아니든간에,현재의 헌법 체계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위권만 인정하고 공격은 할 수 없게하는 것 말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양화대와 도서대의 싸움이 그랬고, 그 싸움에 대해 묘사하는 '신세계'의 오리쿠치가 그랬습니다. 물론 그렇게 끼워맞춰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도 자위권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등장합니다. 하늘 속은 아직 세계군수시장에 내놓을 수준이 안되는 일본의 항공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바다 밑은 아예 대놓고 써놓습니다.

엄청나게 웃자란 갑각류가 사람들을 습격해서 마구 잡아 먹는데, 경찰로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고로 자위대의 출동을 바라고 있지만 자위대는 출동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상황을 유도해 자위대가 출동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듭니다. 그 뒤에 이런 이야기를 담습니다.

<바다 밑>, p. 406
(중략)
 누구에게도 위로할 말이 없었다. 헛되고 중대한 희생을 강요당한 것은 전원이 알고 있었다.
 자위대만 빨리 나섰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가정에는 의미가 없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이 나라였다.
(중략)


그리고 이런 '자위권'에 대한 응당한 이유로 등장하는 것은 같은 편이라지만 뒷짐지고 사태 추이만 바라보고 있다는 미국과 모 나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위대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하늘 속에 자세히 나옵니다. 일본 정부가 공격을 했던 것은 모 나라에서 그 괴물을 없애라고 압박을 하며, 만약 공격하지 않으면 핵 미사일을 날리곘다라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핵 미사일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간까지 정해놓고 압박(협박)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와아. 안봐도 뻔하죠. 모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는 말입니다.
소금의 거리나 하늘 속이나 바다 밑이나 다 군대 이야기가 주류이기 때문에 미군도 꼬박꼬박 등장하는데 말입니다, 하늘 속에서는 역시 관망세. 바다 밑에서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주둔한 국가의 지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등장합니다. 아니, 뭐, 실제도 그럴거라 생각하지만 말입니다.-_-;

하여간 이들 책에서는 더 적극적인 자위권, 방위권을 주장하고 있고 이런 책을 읽은 학생들 역시 그런 생각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군대를 갖지 못하고, 세계에서 통하는 군수물자를 생산하지 못하며-하늘 속에서는 대체적으로 그런 분위기입니다;-이런 괴물들이 등장했을 때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가라고 말입니다.

바다 밑이나 소금의 거리를 읽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을텐데 끝까지 읽어서 차라리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잡다한 이야기.

바다 밑은 밀덕이 등장합니다. 으허허. 밀덕의 무서움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아니, 그보다는 밀덕이 일본을 구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금의 거리나 바다 밑이나 나이차는 엄청납니다. 하늘 속은 그래도 정상적이었는데 도서관 전쟁은 최대 7년 정도. 하지만 코마키는 (...) 도둑놈. 소금의 거리는 자위대 이위(한국에서는 중위)와 고등학생의 커플링이니 코마키 수준. 바다 밑은 5-6년 정도. 하지만 여긴 삼위(한국에서는 소위)와 고등학생. 훗.

소금의 거리는 일러스트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어쨌건 지고지순하고 백치미가 엿보이지만 고집하나는 끝내주는 여학생과 거기에 낛인 전 자위대 이위와의 로맨스. 뒤에 나온 다른 이야기들과 틀은 비슷합니다. 근데 보고 있자면 바다의 소금 농도가 몇 배로 진해지는 것에 더해, 달달하다 못해 입안이 소태가 됩니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이 압권입니다. 온몸에 닭살이 돋아 치킨 스타가 되어버릴 것 같아요.

재미로 보자면 도서관 시리즈 = 하늘 속 > 바다 밑 > 소금의 거리. 구입 예정도 하늘 속까지입니다. 다만 하늘 속은 구입할지 말지 확실하게 결정을 못내렸습니다. 메인 커플 두 팀 중 한 팀만 마음에 들었거든요.




새장관~은 도서관에서 책을 뽑아오다가 이전에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 도서관에 들어와 있길래 앞 뒤 안 가리고 빌렸습니다. 표지나 분위기를 보고는 치유계라 생각해서 구입하려 했던 것이었는데 주말 동안 두 권 다 보고는 이 책을 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제 자신을 마구 칭찬했습니다. 예. 전혀 취향에 안 맞습니다. 표지나 책 제목만 보고 홀린 것이지, 실제 내용은 굉장히 암울합니다.
새장관은 윌리엄스 차일드 버드라고 하는 건물입니다. 원룸형 맨션에 가까운데 방마다 주방과 욕실이 딸려 있고 가구도 다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건물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모여삽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사람들 중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에도 키즈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립니다.
에도 키즈나는 부모님은 안계시고 멀리 영국에 있는 후견인이 배려하여 이 건물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직업은 모델. 같은 건물 5층에 있는 아사이 유세이라는 화가의 모델입니다. 그리고 이들 둘을 연결해준 것이 아사이의 사촌인 이노우에 유키.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에 종종 같이 등장하는 것이 거대한 고양이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초딩 3학년의 야마다 카노코.
하나 하나 봐도 다 독특한데 이들이 같이 모여 있으면 아주 독특합니다. 그리고 암울합니다. 각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그런 분위기이기도 하고, 2권 말미에서는 아사이의 옛 연인과 관련해서 삼각, 아니 사각 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연애담이 이렇게 꼬이는 것도 질색인데 이야기 분위기도 암울하다보니 2권까지 읽은 것도 대단합니다. 말은 그리 하면서도 3권을 도서관에 신청한 건 무슨 심보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아하하.

완결 나면 그 때 보겠지만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다 콩가루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답게, 저는 연애는 행복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안 될 것 같군요.(먼산)



카베이 유카코, <새장관의 오늘도 졸린 주민들 1-2>, 김진수, 대원씨아이, 2009, 6000원
아리카와 히로, <소금의 거리>, <바다 밑>, 김소연, 대원씨아이, 2007, 각 6000원, 9800원
로맨스 소설 중에서 1816 시리즈는 따로 올리지 않았네요. <애쉬번 공작, 1816>, <레이디 블라이던, 1816>, <윌리엄 던포드, 1816>. 줄리아 퀸의 시리즈이고 브리저튼 시리즈와도 이야기가 살짝 겹칩니다. 애쉬번 공작은 브리저튼 시리즈에서도 살짝 언급만 되는 것 같더군요. 시리즈 순서는 제가 소개한 대로입니다. 무난한 로맨스 소설이긴 한데 전 브리저튼 시리즈가 더 좋군요.
브리저튼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것이 <마지막 춤은 콜린과 함께>입니다. 늑대와 함께 춤을이 떠오르는 제목인데 전혀 관계 없습니다. 이 시리즈의 최대 미스터리인 콜린의 결혼 상대자, 그리고 또 다른 건 하나가 여기서 밝혀집니다. 브리저튼가의 위쪽 세 형제 중 가장 나중까지 남은 대어 콜린이 누구랑 결혼하나 싶었는데 나름 이유가 있었군요. 재미있습니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합니다. 취향에 잘 맞는 것은 추리요소가 가미되어 있는데다 히아신스 이야기보다는 결말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러고 보니 이 작가는 결혼한 식구들이 모두 한 자리에서 와글와글 떠드는 장면은 쓴 적이 없습니다. 그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닌데-레이디 브리저튼의 생일이라든지;-전체가 다 모여 있는 모습은 그리질 않더군요. 워낙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니 모아 놓으면 누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겁니다. 말하자면 델피니아 + 스칼렛 위저드의 인물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고 알아서 놀게 했을 때 대화가 어디까지 튈 수 있는가의 문제쯤?;
콜린 편이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재미의 상당부분은 수수께끼의 그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앞서 다른 이야기들을 봐야 더 재미있습니다. 히아신스를 먼저 보았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순서대로 보았다면 더 재미있었겠지요.

도서관 전쟁 시리즈는 지난 추석 기간에 다 보았습니다. 혁명의 엔딩 부분이 입맛에 잘 맞아서 그 부분만 몇 번이나 돌려보고, 그러고 나서도 아껴두고 싶은 마음에 한참 망설이다가 위기-혁명을 차례로 읽었습니다.
와아.-ㅁ-
이 민폐커플. 염장커플. 게다가 혁명 결말에서 그 이야기는 뭔가 좀 뜬다 싶었는데 그 포석(?)이 위기편에 깔려 있었군요. 으허허허. 애니메이션은 아마 위기까지 나온 상태에서 만들어진 모양인데 그래서인지 맛이 좀 덜합니다. 아쉽다고 할까. 애니메이션은 잘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좀 많이 부족합니다. 25화 정도였다면 좋았을텐데 쉽더군요. 책 한 권당 이야기가 다섯 가지이니, 한 가지 이야기를 한 편씩 해서 25화로 만들었다면 끝까지 이야기를 다 다룰 수 있었을테니까요.
어쨌건 이 책으로 로맨스 소설 읽기의 마무리는 잘 했다 싶습니다. 이제 한동안은 아리카와 히로의 다른 책을 읽으려 합니다. 근데 소금의 거리는 도서관에 1권만 있는 것 같던데. 흐음..
(지금 찾아보니 1권만 출간된 모양입니다. 도서관에 있는 것은 겉표지를 벗겨두었는데 <소금의 거리 1>이라고 되어 있어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았습니다. 시리즈 1권만 있으면 안보거든요.)

아리카와 히로의 다른 책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빌린게 <하늘 속>입니다. 도서관 전쟁보다 앞에 나온 책 같은데 그 앞쪽 시리즈가 어떤 순서로 나왔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그저 도서관에서 보이길래, 가방 무게를 계산해서 한 권만 빌린 것이 하늘 속이었지요.
이것도 주 내용은 아마도 로맨스.OTL 근데 이 작가가 쓰는 주인공들의 성격이 굉장히 취향입니다. 아, 물론 여기서는 어린쪽이 아니라 나이많은 쪽입니다. 나이 많다 해봐야 20대 중반이지만 서로 말 주고 받는 것이, 툭툭 말은 던지고 싸우지만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자리잡고 있어서 가능한 상황들입니다. 게다가 엔딩. 헉. 사카린을 입에 넣은 것도 아닌데 달아서 죽을 것 같...
주인공들의 관계는 그렇다치고, 소재라든지 배경도 독특합니다. 아마도 취향이 이런 밀리터리인가 싶은게, 하늘 속의 소재는 항공기 제작입니다. 첫비행님이 이 책을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보셨다면 꼭 챙겨보시라 권하고 싶네요. 일본의 항공기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가 여럿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민항기 제작, 시험기 제작 등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남의 일만은 아니고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민항기가 아니라 헬리콥터 쪽이긴 합니다만 크게 다르진 않을겁니다. 어차피 그 바닥이 그 바닥이거든요.
그리고 티이타님 입맛에도 맞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호러걸작선도 이번에 빌려다 보았습니다. 책세상에서 나왔는데 이전에 소개한 적 있는 <뱀파이어 걸작선>처럼 유명한 일본의 공포 소설들을 모아 놓은 단편선집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할 소설, 작가들이네요. 게다가 제가 읽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라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문 많은 요릿집은 확실히 알고 있고, 기비쓰의 생령은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공포의 방향은 꽤 다양해서, 직접적으로 요괴가 등장하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중은 비슷하네요. 유령폭포는 무서운 이야기할 때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다시 봐도 무섭습니다. 허허허. 한 여름밤에 꺼내 놓고 읽으면 스릴 만점입니다.
기억이 맞다면 벚나무 아래의 시체 이야기는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숲 아래"라는데 그 이야기도 실려있습니다. 왜 벚나무가 아니라 벚꽃나무가 되었는지는 번역자에게 다시 묻고 싶군요. -ㅂ-;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나 나쓰메 소세키의 이야기도 실려 있으니 일본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재해석입니다. 고양이~는 워낙 예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이 이야기는 선생님의 서생으로 들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인물의 입장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전체 이야기를 다시 기술하고 있습니다. 원작을 몰라도 상관은 없고,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됩니다. 다만 이 책을 보고 다시 고양이~를 보면 맛이 색다를 거란 생각은 드는군요.
사건일지라는 제목대로 이 소설은 일개 서생이 선생님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잘 듣고 있다가 한 번에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딱히 탐정인 것은 아니지만 이렇고 저런 것을 보다보니 이게 실은 이런 이야기인 것 같아라는 생각에 내가 끼어들어 이차저차한 것이 아니냐고 물으면 거의 맞습니다. 그렇게 수수께끼를 풀이하다보니 참 가엾은 말도 듣습니다. 유유상종이랄까. 정말 그 학생 입장에서는 절대로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겠지요. 불쌍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리 듣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_-)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 원래 도서관에서 빌릴 예정이 없던 책인데 다른 책을 빌리러 갔다가 눈에 들어와서 덥석 집었습니다. 빌리러 갔던 책은 또 마침 대출되고 없더군요. 그래도 이 책을 만족스럽게 봤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방향은 <육식의 종말>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 <슈거 블루스>와 유사합니다. 채식을 강조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으며, 자연스레 채식으로 돌아가도록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채식이 어렵다 하면 건강하게 키운 소를 먹으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에서 나온 먹거리를 선택하고, 다국적기업이나 대규모기업들이 환경을 망가뜨리면서 만든 먹거리는 피하라고 말이지요. 슬로우 푸드나 로컬푸드 이야기와 같습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고 평소 이쪽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보고 났더니 고기를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이전에 <슈거 블루스>보고도 한동안 설탕을 안 먹었는데 이번에도 또 비슷하게 가려나 보네요. 아마 외식은 줄이고 유기농이나 공정무역 식자재를 구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진짜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교양서적 읽는 셈치고 읽어보세요. 거기 있는 이야기들을 다 지킬 필요는 없을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읽고 나니 딘스빈스의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가 사고 싶어졌습니다. 로컬푸드하고는 거리가 아주 멀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커피를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ㅁ-;
중간 중간 번역한 단어에서 걸려 넘어졌습니다. 오타도 그렇고('한 땀 함 땀' 같은) <샬롯의 거미줄>을 <샤를로트의 거미줄>이라고 한 것도 조금 그렇지만 무엇보다 영국 음식으로 등장한 양치기 파이는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셰퍼드를 번역하지 않고 그냥 셰퍼드 파이라고 두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런 몇몇 단어 빼고는 대체적으로 읽기 무난했습니다.


줄리아 퀸, <마지막 춤은 콜린과 함께>, 신영미디어, 2003, 9000원
<애쉬번 공작, 1816>, <레이디 블라이던, 1816>, <윌리엄 던포드, 1816>, 신영미디어, 2004-2005, 9000원
아리카와 히로, <도서관 위기>, <도서관 혁명>, 민용식, 대원씨아이, 2008-2009, 11000원
<하늘 속>, 김소연, 대원씨아이, 2007, 9800원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일본 호러 걸작선>, 임희선, 책세상, 2009, 12000원
야나기 코지, <소세키 선생의 사건 일지>, 안소현, 들녘, 2009, 9500원
제인 구달, <희망의 밥상>, 사이언스북스, 2006, 11000원
해가 뜹니다.



어, 틀렸다.
Sun rise가 아니라 sunny side up이로군요. 순간 헷갈렸습니다.'ㅂ'


지난 주에 이대 후문의 북카페 북포럼에서 있었던 문화살롱에 다녀왔습니다. 강사는 권일영씨, 주제는 하라 료를 중심으로 한 일본 하드보일드 이야기였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취침시간을 넘긴 것은 뼈아프지만요. 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 대해서는 이전에 리뷰를 올린 적이 있으니 넘어가고, 올 여름에 새로 출간된 내가 죽인 소녀는 당일에야 읽었습니다. 꽤 재미있게 보았지요. 그리고 밤은~보다는 내가 죽인 소녀의 유머도가 더 높습니다. 단 결말부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트릭이라 해야할지, 아니면 사건의 실체라고 해야할지 모호한 그 부분이 이전에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과 닮았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반전의 의미가 굉장히 약했습니다. 오히려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니시고리와 사와자키의 밀고 당기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거든요. 일본 소설,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키릴님, 첫비행님께 추천. 티이타님은 아마도 다른 책들이 밀려서 읽기 힘드실..(음?;)

제게 하드보일드의 이미지는 역시 험프리 보가트입니다. 중절모를 눌러쓰고 흔히 후카시라고 하는 것 비슷하게 분위기를 잡고 우수에 찬 눈빛.... 어, 잘못된 이미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고치기가 쉽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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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책을 안 읽은 것은 아닌데 상당히 부실합니다.-ㅁ-; 애거서 크리스티는 슬슬 물렸고, 거기에 마경의 기사는 리뷰 쓸만한 책은 아니라 생각하고. 갑자기 필이 와서 마경의 기사를 빌려다 보았는데 가볍게 볼만한 옛날 판타니라는 느낌입니다. 거기에 지금 다시 보니 BL 요소도 있긴 한데 그 부분에 대한 심리 묘사가 거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지금 망설이는 것은 S에게 SKT를 빌려 볼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점인데, 2부가 11월에 출간된다 하니 또 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드는군요.
뭐, 그걸 다 뛰어 넘어서 9월부터 12월까지의 하드 트레이닝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_-;

다른 책에 대한 리뷰는 나중에 한 번에 올리겠습니다.


하라 료, <내가 죽인 소녀>, 권일영, 비채, 2009, 12000원
드디어 사진 정리를 했습니다. 위키의 하드디스크에 옮긴것은 월요일이었는데 계속 미루다보니 어제 정리를 마쳤습니다. 정리라고 해봤자 사진 백업해두고 크기줄이고 포토샵 작업해서 저장하고, 중복 사진 지우는 것이 전부죠. 잠깐이면 할 수 있는 작업이긴 한데, 데스크탑이 아니라 노트북을 가지고 하다보니 미루게 되더랍니다. 어제는 일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정리를 했지요.

그리하여 첫 번째 글은 북스피어에서 나온 파일로 밴스의 정의에 대한 겁니다. 거기에 최근 읽은 몇몇 추리소설에 대한 감상도 들어갑니다.

이글루스 도서밸리에는 종종 신간 정보가 올라옵니다. 그래서 파일로 밴스 시리즈가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냉큼 달려가 도서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바로 도착한 책. 책을 받아보고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보았던 책 중에서 가장 취향의 표지입니다.


저작권법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일단 올려봅니다.
책 판형은 기본 판형입니다. 신국판? 그것보다는 작을겁니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놀라고 하드커버라서 놀라고, 손에 잡고 다른 책과 비교해보니 생각보다 작아서 놀랍니다. 책등을 둥글리지 않고 판지제본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책장에 꽂았을 때 상당히 폼이 납니다.
게다가 책등 쪽의 저 무늬는 가까이에서 보면 꽤 웃깁니다. 뱀가죽같은 느낌인데 잡아보면 종이거든요.



뒷표지. 뒤표지는 앞표지보다 뱀가죽무늬쪽이 넓습니다. 붉은색은 완전한 빨강이 아니라 다홍색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보니 다른 책들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시리즈의 묘미는 다음 책이 무슨색으로 나올까지요. 표지가 어떤 색일지 가장 행복하게 기다렸던 것이 바로 용의 기사단(원제 ドラゴン騎士團)이었습니다. 꽂아놓고 보면 책 등이 굉장히 화려합니다. 그게 책 모으는 재미이기도 했지요.
그 외엔 행복한 책읽기 시리즈도 좋았습니다. 몇 권 모으지 않았지만 꽂아 놓으면 색이 화려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북하우스에서 나온 브라운 신부 시리즈도 다섯 권이 제각각 다른 색이었고 한 번에 꽂아 놓으면 또 잘어울렸지요.



책등. 역시 깔끔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로 보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ㅅ+

게다가 무엇보다 감동한 것은 이 책의 제책 방식. 으허허허! 실제본입니다, 만세!
다만 책 자체가 굉장히 멋지게 잘 나와서 손대기가 망설여지더군요. 단, 그 생각은 24시간을 못갔습니다. 버스에서 책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책이 조금 불안정해졌습니다. 흔들흔들거린다고 할까요. 그리하여 지금 손대고 있는 책만 끝나면 너는 분해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협박(?)중입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책이 네 권짜리고 풀로 붙여야 하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감이 안잡힌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ㅁ-;



하지만 저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것은 저겁니다. 책 사이에 끼어 있던 광고지. 아니 광고지가 아니라 북스피어 소식지입니다. 제목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는데서 크게 공감하고 갑니다.



앞에는 미야베 미유키를 비롯해 북스피어에서 내고 있는 책 작가들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S.S. 밴 다인, 마쓰모토 세이초입니다. 여담이지만 G는 미야베 미유키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직원들이 게임 못하게 뜯어 말린다는데, 그런 이 아줌마(죄송합니다;)가 게임을 한단 말야?'
게임 중독에는 나이가 없죠.-ㅂ-;



뒷면에는 다른 책들에 대한 소식과 함께 북스피어의 편집부, 북스피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아는 이름들이 많아서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상당수가 왠지 이글루스에서 본 이름 같...?



자, 여기부터는 감상입니다.'ㅂ'


파일로 밴스 시리즈는 총 12권입니다. 이 중 한국에 출간된 것이 7종인가 그럴겁니다. 다시 말해 북스피어에서 책을 낸다면 이 7종은 겹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고요. 해문에서 나온 3종은 확인을 하지 않았지만 동서 미스테리 북스(DMB)쪽은 라이센스 체결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번역도 엉망이지만 읽을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덤볐더랬지요. 하여간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책을 내더라도 겹칠 수 밖에 없는데다 밴슨 살인사건은 이미 황금가지에서 한 차례 냈습니다. 밀리언셀러 시리즈로 말입니다. 기억에 의하면 밴슨 살인사건이 파일로 밴스 시리즈의 첫 사건이었을겁니다. 그러니 북스피어에서는 고민이었을겁니다. 순서대로 하자니 중복 출간도 걸리고, 첫 작품인 밴슨은 이미 정식으로 나왔고. 그래서 순서를 가리지 않고 이미 나왔던 책과 나온 적이 없는 책을 묶어 한 권으로 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파일로 밴스의 정의에 실린 이야기는 '스카라베 살인사건'과 '겨울 살인사건'입니다. 스카라베~는 DMB에서 딱정벌레 살인사건이란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다시 읽진 않았으니 새롭게 읽는 기분이었지만 범인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재미가 꽤 떨어지는군요. 그래도 번역이나 분위기나 약간의 위화감이 있을 뿐 대체적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위화감의 정체는 다른 번역으로 먼저 읽었다-그래서 말투가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엘러리 퀸이 결혼한 뒤, 유일하게 남아 있는 30대 독신 엄친아를 다시 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후후후. 30대라고 정확하게 찍은 것은 독신 엄친아는 그 외에도 은근 있기 때문입니다. 브라운 신부님.(...)

하지만 99쪽에 있는 오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큰따옴표가 하나 더 들어갔습니다. 2쇄를 찍게 된다면 수정해주시길...


파일로 밴스와 비슷한 시기에 주문해서 먼저 도착하고 먼저 본 책이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입니다. 이 책은 제목을 쓸 때마다 헷갈립니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악마의 피리 뭐시기 등등. 긴다이치 코스케의 다른 시리즈는 이런 문장 제목이 아니었으니까요. 악마의 공놀이 노래와도 헷갈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용만큼은 지금까지 보았던 다른 시리즈보다 가장 강렬하게 남습니다. 문제는 그겁니다. 왜 강렬하게 남는가라는 점. 제가 가장 싫어하는 코드가 들어 있어서 그렇습니다.-_- 이 책이 나온 시점을 생각해보던 G가 '일본 사람들은 이런 코드를 옛날부터 좋아하는 구나'라고 했으니. 유구한 소재(떡밥)인가 싶습니다. 범인을 잡는 과정이나 몰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긴 한데 그 이유가 밝혀지는 시점에서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습니다. 알고 나서 다시보니 정말 입에서 불을 뿜을 지경입니다. 그런 고로 이 책도 다음 처분대상에 들어갈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읽어볼만은 하나, 하지메의 원조가 코스케라는 것을 납득할만한 상황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모티브가 되었다는 사건들은 나중에라도 한 번 찾아보고 싶어지더군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시공사에서 계속 내주고 있고 번역자도 같아서 위화감같은 것은 없습니다. 하기야 100% 없다고 하긴 또 그렇네요. 워낙 옛날 작품이니 시대의 간극은 느껴집니다. 이건 지금 보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주문한 소설이 <항설백물어>입니다. 이건 작가 이름을 보고 대강의 내용을 확인한 다음 무조건 구입이란 결론을 내려 책이 나온 걸 안지 24시간 안에 주문했습니다. 역시 여름은 추리소설과 괴기소설의 계절이지요. 여름에 도서구입 금액이 높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책이 많이 나와서 그런거죠.
이 책은 생협분들-특히 키릴님의 취향에 잘 맞을거라 생각합니다. 샤바케나 혼조 후카가와와 닮은 꼴입니다. 우부메의 여름보다는 이게 뒤에 나왔겠지만 교고쿠도 시리즈의 골격(기본 구조)는 이어받았으면서도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G가 제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책 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 보냐며 투덜거렸는데 그 때도 이 책을 먼저 추천했습니다. 파일로 밴스보다는 이쪽이 훨씬 가볍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연작 단편집이기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는 따로 또 같이 움직입니다. 맨 처음 이야기만 먼저 본다면 그 외의 이야기들은 어떤 순서로 봐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 책이 재미있다고 여긴 것은 통쾌하기 때문입니다. CSI보다 NCIS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ㅂ- 양쪽 모두 보신 분은 대강 짐작하시겠지요.
번역도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 없었습니다. 이름이 조금 낯설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군요. 하기야 비채에서 나온 시리즈도 번역이 크게 문제된 책은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S. S. 밴 다인, <파일로 밴스의 정의>, 김상훈, 북스피어, 2009, 16500원
요코미조 세이시, <악마가 피리를 분다>, 정명원, 시공사, 2009, 11000원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금정, 비채, 2009, 14000원



덧붙임. 태그 넣다보니 반 다인과 교고쿠 나츠히코로 들어가 있네요. 태그 수정하러 가야겠습니다.ㅠ_ㅠ

꽤 오랫동안 안 적었다 했는데 그래도 그간 읽은 책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간단히 적을 수 있는 책부터 리뷰를 하고 애거서 크리스티나 니시오 이신은 뒤로 미루지요.

카페 책은 <모든 카페의 요일>입니다. 커피에 카페에 대한 책이라 두근두근하며 읽었는데 기대한 만큼 괜찮았다 싶습니다. 카페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커피나 다른 음료, 인테리어, 분위기, 위치 등등-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가 많은데 말입니다, 제가 재미를 느낀 부분은 그런 이야기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글쓴이의 거주지와 활동 영역이 저와 상당히 겹치기 때문에 여기에 등장한 대부분의 카페를 알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혜화에서 성북동쪽으로 달려 어디를 들어갔다가 어디를 잠깐 거쳐 산울림 소극장 앞의 카페에 들어갔다고 하면 그 코스가 제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겁니다. 그리고 홍대 앞도 자주 다니다보니 언급된 카페들이 어떤 분위기인지, 어디 있는지, 평이 어땠는지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요. 가장 큰 수확이라 하면 강릉의 테라로사인데 민박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홀랑 혼자서 여행가는 것을 꿈꿨더랍니다. 어머니의 반응이 별로 안 좋아서 눈물을 머금고 미뤘습니다.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볼만한 책입니다. 서울 여행책으로 삼아도 재미있겠더군요.
덧붙이자면, <나의 핫 드링크 노트>, <오늘의 행복 레시피>를 낸 나비장책이 효형출판이더군요. 나비장책에서 나온 음식 관련 책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래서 망하면 안되는데 싶었더니 그래도 중견 출판사였습니다. 다행입니다.ㅠ_ㅠ

슬로라이프 책이라 언급한 것은 출간된지 시간이 지난 책인데, <여기에 사는 즐거움>입니다. 도서관의 일본 소설 서가를 들여다보다가 엉뚱하게 꽂혀 있는 책이 한 권 있어 빼들었더니 이 책이었습니다. 잘못 꽂힌 책이니까 일단 서가 옆에 놔두려고 했는데 대강 훑어보니 재미있어 보여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일본 '아웃도어'지에 96년 즈음해서 연재된 글이랍니다. 그걸 모아서 책을 만들었고 저자는 2001년에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의 글이지만 그 몇 년 뒤에 유행한 슬로라이프와 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방향은 조금 다르군요. 풀뿌리 문화운동이랄까, 주변에서 신(가미)를 찾아 그에 감동하고 모든 것에 만족하는 작은 삶을 사는 것이니까요. 저는 아웃도어 라이프, 산에서 작고 소박하게 사는 생활로 보았습니다. 오키나와보다는 규슈가 가깝긴 하지만 기후는 아열대니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른 것보다 새해맞이 떡치기는 상상만 해도 좋습니다.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보았던 절구통이 떠오르더군요. 절구통에 떡을 치면 밥알도 살짝 살짝 씹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지금이야 그런 분위기도 맛보기 힘들죠.'ㅅ'
그러고 보니 이 책 번역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마구노리아. 목련이야기를 하면서 마구노리아가 등장하면 그걸 적당히 매그놀리아로 바꿔주면 안됩니까.OTL 일본어 발음 그대로 적으시면 안되죠.

애거서 크리스티는 지난번에 리뷰 올린 책과 뒤죽박죽이 되어 저도 헷갈립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예고 살인>, <시태퍼드 미스터리>, <뮤스가의 살인>, <테이블 위의 카드>, <골프장 살인사건>. 아마 여기까지가 그간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같네요. 근데 지금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나! 하도 많이 봐서 저도 헷갈립니다.
예고 살인은 미스마플이 등장하는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재미 없었던 것이 골프장 살인사건. 오늘 아침에 막 다 읽은 책인데 로맨스 분위기가 너무 나는데다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습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는 열세가지 수수께끼의 어느 트릭을 떠올렸고 테이블 위의 카드도 그런 점에서는 닮아 있습니다. 뮤스가의 살인은 단편집.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엷게 남아 있네요. 어쨌건 저는 헤이스팅스의 비중이 적은 것을 선호하나봅니다. 이 순박한 아저씨의 비중이 높아지면 이야기가 산으로 갑니다.; 더 꼬이더라고요.

니시오 이신은 다 읽고 나서 그 간의 평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책이 사이코 로지컬과 모든 것의 래디컬인데, 사이코 로지컬은 다 보고 나서도 트릭이 헷갈려서 다시 봤더랍니다. 그리고 트릭을 다 안 상태에서 주요 장면을 다시 보았더니 이렇게 골 때릴 수가. 어허허. 맨 첫 번째 권인 잘린 머리 사이클, 사이코 로지컬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요. 그 다음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 목매다는 하이스쿨. 맨 마지막의 두 시리즈는 별로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특히 모든 것의 래디컬은 사족에 가깝지 않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물론 제가 경사났네 경사났어~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 이런 엔딩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냥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만으로도 족한데 그게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맨 마지막 두 이야기는 특이능력이 중심이 되어 있지, 트릭이나 추리 요소는 굉장히 약합니다. 그 간의 평이 다 맞습니다. 아하하......
그래도 앞 권이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토모는 언제나 좋아요.>ㅆ<

그 간 읽었던 책 중에는 문학소녀 앞권도 있습니다. 한 권 두 권 읽고 있는 참인데 일러스트에 실수가 보입니다. 연어와 하얀 머플러와 곰이야긴데, 컬러 삽화에는 건장한 남자가 흰 머플러를 두르고 손에 창(작살)을 든 채 옆구리에 연어 한 마리를 끼고 있습니다. 곰은 그 뒤를 따르고요. 하지만 소설 상에서는 곰이 연어를 입에 물고 있어야 합니다. 엔딩에서도 그리 나오지요.-ㅁ- 내용 전달과정에서의 실수라고 봅니다. 그런 일이 종종 있는지라 모 BL 소설은 삽화에  Love & Heart를 Love & Hate로 적었습니다. 발음을 생각하면 헷갈릴만하죠.
하여간 화집은 조만간 구입할 예정입니다. 8월 넘어가야 지르죠. 그 전까지 부지런히 구매 목록을 작성해야겠네요.


이명석, <모든 요일의 카페>, 효형출판>, 2009, 13000원
야마오 산세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 이반 옮김, 도솔, 2002, 8500원
애거서 크리스티,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예고 살인>, <시태퍼드 미스터리>, <뮤스가의 살인>, <테이블 위의 카드>, <골프장 살인사건>, 2003-2007, 9천원
니시오 이신, <사이코 로지컬 상-하>, <모든 것의 래디컬 상중하>, 현정수 옮김, 학산문화사, 2008-2009, 각 9500원, 11000원
(히죽)

전 권 삽니다.+ㅠ+b


아, 7-8은 있으니 1-6만 사면 되겠네요. 문제는 이후에 단편집이 나올 수 있을지지만. 학산은 안내주기로 유명하다는군요. 이번에는 그 공식을 깼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안나오면 그냥 원서로 삽니다.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제격입니다. 하지만 추리소설도 나름이지요. 입맛에 맞는 것만 좋아하지, 괴기나 호러가 들어가 있다거나 잔혹 엽기코드가 들어 있으면 못봅니다. 특히 엽기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것처럼 의외성이나 유쾌한 반전 등을 주제로 했다면 괜찮지만 엽기 잔혹 호러라면 절대 안 봅니다. 테스 게리첸의 외과의사 시리즈,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그외 노블마인에서 나온 링컨 라임 시리즈나 퍼트리샤 콘웰 책은 몇 권 보다가 최근에는 손을 안대고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제 영혼을 갉아 먹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고풍스러운 표현이니 조금 바꿔 쓴다면 제 마음을 좀 먹는 책이란 겁니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더군요. CSI 라스베가스 편의 엽기 살인마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바꿔쓰고 150% 정도 잔혹도를 올리면 저런 책이 나옵니다. 물론 책에 따라 잔혹도의 뻥튀기 여부는 다릅니다. 가장 심한 것이 막심 샤탕이고 나머지는 테스 게리첸>퍼트리샤 콘웰=링컨 라임 시리즈정도 되겠네요. 이런 책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먼산)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은 거의 가 다 가볍습니다. 저런 책을 떠올리다가 애거서 크리스티를 돌아보면 참으로 밝고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어렸을 적-초등학교 때-기암성의 표지가 무섭다고 책을 박스에 담아 놓고도 무서워서 가위 눌렸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금에야 뭐, 피 뚝뚝 흘리며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는 살인마가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요약하면 미친놈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아니라면 그럭저럭 괜찮다니까요.


슈가와 미나토의 <도시전설 세피아>를 다 보고 나서 감상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붙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간 책을 또 많이 읽었더랍니다. 어제 반납한 책도 꽤 되었으니까요. 그 중 한 권은 리뷰를 따로 쓰기로 하고 나머지만 몰아 올립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 <침니스의 비밀>,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서재의 시체>는 모두 애거서 크리스티입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는 그저 마플 여사님이 보고 싶어 빌렸는데 뒤적거리다보니 서재의 시체도 마플여사 책이더랍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서재의 시체는 보면서 얼추 트릭이 보였습니다. 엘러리 퀸의 모 소설과 분위기가 닮았더군요. 아니, 분위기가 아니라 구조라 해야 맞겠네요. 하여간 넷 다 모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는 마플 여사가 본격적으로 추리실력을 발휘하는 이야기고, 침니스의 비밀과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는 서로 연관된 이야기입니다. 앞쪽은 연애소설이고(..) 뒤쪽은 하드보일드가 되려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첩보물입니다. 읽다보면 역시 애거서란 생각과 함께 짝짓기의 화살표를 들고 흉악한 웃음을 짓고 있는 할머님이 떠오르게 될겁니다. 이번에도 또 왕창 애거서를 빌려왔는데 이러다가 올 여름에는 애거서 크리스티만 읽게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목매다는 하이스쿨>과 <카니발 매지컬>은 헛소리꾼 시리즈의 중간쯤 됩니다. 목매다는~은 앞서 본 목조르는 이야기와 바로 이어지는데 카니발 매지컬은 그 다음 다음 이야기였습니다. 사이에 <사이코 로지컬>이 있더군요. 두 권 짜리인데 책이 일부만 있어서 안 빌렸더니 사이가 떴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것이 4권이고 앞으로 다섯 권이 남았으니 절반쯤 왔나봅니다. 하지만 책 권 수는 그렇다 해도 시리즈는 두 개만 남았으니까요. 사이코 로지컬은 평이 나쁘지 않은데 마지막인 모든 것의 래디컬은 평이 안 좋습니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읽어야겠군요.
목매다는 하이스쿨은 니시오 이신의 마구 죽이기 필살기가 발휘되었다 하여 원성을 샀는데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 저는 주인공과 그 커플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그 둘만 살아남으면 됩니다.(...) 그런 고로 그 외의 등장인물은 웬만해선 사라져도 관계 없다는 겁니다. 아하하.

그런 의미에서 문학소녀 8권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걱정됩니다. 6권 맨 뒤의 에필로그만 다시 보았는데 묘한 분위기던걸요. 거참. 지금 검색하니 8권 나왔던데 오늘이라도 당장 책 사러 달려가고 싶은 걸 참고 있습니다. 내일 가서 사야지요. 오늘은 무조건 집에서 쉬는 날입니다. 삐~랑 이어지면 화낼겁니다.;ㅂ; 그렇게 되면 7-8권 합해 마스터님께 넘기겠습니다.(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상 적는 책이 <도시전설 세피아>입니다. 제목이 참 뭣하죠. 슈가와 미나토는 이전에 꽃밥이란 책이 나오키 상을 탔다 해서 도서관에서 관심깊게 보았지만 정작 빌려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수은충이란 책이 나와서 빌려 볼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옆에 있는 책과 함께 집어 오게 되었으니, 그 옆에 있던 책이 도시전설 세피아였습니다. 단편집인데 대강 넘겨 보는 사이에 그럭저럭 괜찮다 싶어서 빌렸습니다.
하지만 취향을 꽤 탈만한 이야기네요. 분위기는 도쿄기담집(무라카미 하루키)이나 환상루기담(아사다 지로), 아시야 가의 전설(쓰하라 야스미)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도시 괴담이라는 점에서는 코끼리와 귀울음(온다 리쿠)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맥은 같이 하지만 완성도에서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작 단편인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쪽은 단편들이 다 떨어져 있거든요. 앞의 두 편은 해설(이시다 이라;)에 의하면 문학지 발표작이랍니다. 분위기가 조금 가볍다 싶었는데 그렇더군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제의 공원은 꽤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괴담이지만 그 풀어내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시야가의 전설처럼 약간의 장광설을 포함해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조금은 혐오스런 분위기로 가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이쪽은 아예 단편 하나 하나가 완결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완전한 끝맺음에 여운은 조금 남지만 완결된 공간 안에서 만족스러운 여운을 맛보는 겁니다. 먹는 것에 비유하자면 맛있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혀 끝에 남는 향기로움을 만끽하는 것 같은 거죠. 단편에 따라서는 마지막에 혀끝에 와닿는 맛이 의외인 경우도 있습니다.
괴담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기 망설여지네요. 하지만 글 자체의 느낌은 꽤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인 월석이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감상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맨 마지막 문장가지고 한 마디 더.'ㅅ'
란포상 수상 작가의 단편 모음인 *색의 수수께끼 시리즈는 단편 단편의 느낌은 꽤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단편도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집 서가에서 방출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을 읽었을 때의 뒷맛이 썼습니다. 대개 맨 앞에 놓인 것은 시대물이고 중간에는 제 취향에 잘 맞는 단편이 들어가 있었지만 맨 뒤에는 꺼림칙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마무리가 나빴습니다. 그런 고로 방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을 보면서도 '다나에'는 조금 아쉽지만 나머지는 아쉬울 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단편 한 편 때문에 들고 있기에는 집안 서가가 포화상태입니다.



오늘 대강 거실에 있는 책을 뽑았습니다. 오래된 책들이 많아서 뽑아 내면서도 대부분은 폐지 처분되겠다 싶었습니다. 전체 목록 올리고 나서 안 나가는 것은 대학로의 구세군 카페에 기증해야지요.



애거서 크리스티, <열세가지 수수께끼>, <침니스의 비밀>,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서재의 시체>, 황금가지, 2003-2007, 9천원
니시오 이신, <목매다는 하이스쿨>, <카니발 매지컬>, 현정수,  학산문화사, 2007-2008, 9500원, 13000원
슈가와 미나토, <도시전설 세피아>, 이규원, 노블마인, 2007, 1만원
짤막 감상 및 잡담입니다.-ㅁ-
마지막으로 책 리뷰를 쓴 것이 15일. 이것도 이주만이네요.
읽으면서 바로바로 써야지 해놓고는 홀랑 잊었으니, 책 리뷰는 다른 글감에 묻힌 겁니다. 하하.



카도노 코헤이,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김수현, 학산문화사, 2009, 5900원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기괴환상>, 두드림, 2008, 13500원
애거서 크리스티, <맥긴티 부인의 죽음>, <부부탐정>, <패딩턴발 4시 50분>, 황금가지, 2008, 9000원
온다 리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박수지, 노블마인, 2008, 10000원
가와후치 게이이치, <내과의사 고로와 유령 고로>, 한성례, 바이북스, 2007, 9000원
타무라 히로시, <홈리스 중학생>, 양수현, 씨네21, 2008, 9800원
니시오 이신, <잘린머리 사이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 현정수, 학산문화사, 2006, 11000원
쓰하라 야스미, <아시야가의 전설>, 권영주, 비채, 2009, 10000원
다나카 로미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3-4>, 곽형준, 2009, 6000원
미야베 미유키, <퍼펙트 블루>, 김해용, 황매, 2009, 11000원


어, 책이 많네요. 밀려서 그런 것이니 어쩐답니까. 흑.(목록 체크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을 거라 생각 안했는데.)


재미없었던 책부터 먼저 체크합니다. <홈리스 중학생>은 소설쪽에 꽂혀 있어서 집어들었는데 실화입니다. 그러니 수필이나 르포르타주로 분류 변경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뭔가 맥이 빠진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 해산을 외치면서 순식간에 홈리스가 된 어느 중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점차 자리를 잡고 요시모토 흥업에 들어가 만담(?) 콤비를 이뤄 꽤 유명해진 개그맨이라는데 저는 모릅니다.; 그야 일본 연예계에서는 쟈니즈나 가수 쪽에만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ㅁ-; 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미묘합니다.

보다가 접은 책이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입니다. 2권은 안나오고 1, 3권만 나와 있는데 1권은 챙겨 보았습니다. 이전에 리뷰 올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1권만 했을 겁니다. 3권은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확인하고는 빌려다보았는데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제가 감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 유래처럼, 에드거 앨런 포의 감성을 일본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만 한 가득하니 읽다가 도저히 못 읽겠다 싶어 던졌습니다. 포의 이야기가 심리와 공포가 중점이라면 에도가와는 일본적으로 한 번 걸러서 그런지 제게는 혐오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아시야가의 전설도 읽다보면 포의 영향이 물씬 풍깁니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혐오 또는 기피할만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지만 그래도 조금 낫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이라면 안 보시는 것이 낫겠지만 제게는 에도가와 보다 쓰하라 쪽이 나았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인 나와 '백작'의 관계가 참으로 마음에 와닿는 것이, 흐뭇함을 불러 일으켜서 기피하는 마음을 눌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게다가 단락 단락 끊어지는 각각의 이야기들 앞에는 일본의 전통적인 전설이나 설화에 대한 재 해석이 덧붙여집니다. 표제작인 아시야 가의 전설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는데다 맨 마지막의 역자 후기를 보면 제목에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지는군요. 몰랐습니다. 하하.
그런 고로 제게는 아시야 가의 전설 >>>>>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3 입니다.


내과의사 고로와 유령 고로는 그냥 따뜻한 이야기. 업무 만능주의에 일만을 생각하며 달리던 레지던트 고로가 우연히 유령을 만나 조금씩 감화를 받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성격이 확 바뀐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냥 무난하게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입니다.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3권은 안 살 겁니다. 표지나 내용이나 다 백합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안락의자 탐정과 조사원의 이미지는 잘 잡았는데 그 해결책-풀이가 일반적인 상식과는 동떨어진 것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이번 권은 1권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입맛엔 잘 맞지 않네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진리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마땅치 않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는 그분. 다시 말하면 요 며칠 사이엔 읽을 책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보석 같은 책을 여럿 찾았으니 이제는 괜찮겠지요.
맥긴티 부인의 죽음은 애거서 크리스티 다운 이야기입니다. 포와로가 등장하고요.
부부탐정은 연작 단편 모음인데 그 당시 유명한 추리소설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이 몇 없어서 아쉽습니다. 번역이 들어오지 않은 것도 상당하니까요. 그나마 알아챈 것은 어렸을 때 읽은 명탐정 추리 트릭이나 범죄 트릭 같은 해적판 모음에서 이름만 들었던 탐정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보다는 뒷부분이 더 재미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먼저 문제를 풀려고 벌이는 신경전도 괜찮고요.
패딩턴발~은 미스 마플이 보고 싶어서 예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빌렸습니다. 아니, 뭐, 거기에서 중요한 역할은 아니고 어떤 꼬맹이가 꽤 제 취향이어서 마음을 울렸다고는 말 못합니다. 그 색의 조합이...;; 루시가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는 빤히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루시 같은 타입도 좋습니다. 집사가 아니더라도 이런 멋진 누님이 집을 돌봐주신다면 좋지요. 하지만 이 분은 가격이 비싸고 한 번에 2주 남짓 밖에 고용할 수 없으니 오래 고용하려면 결혼하는 수 밖에 없는데 성별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어렵습니다. 아쉽네요. 메이드 엠마, 가정부 와타누키, 집사 알프레드에 가정부 루시까지 두면 완벽할텐데.

나뭇잎 사이로는 연극 같은 분위기도 줍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방에서 밤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데, 그 동안의 여러 미스테리가 파해됩니다. 그리고 싸늘하게 식지요. 제 취향은 둘째치고서라도 온다 리쿠다운 소재에 온다 리쿠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여 온다 리쿠는 이런 대결신에서는 남자보다는 여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더 쿨한 이미지로군요. 하기야 온다 리쿠의 소설 책 중에서 남자들이 강한 이미지로 남은 것은 세키네 가 사람들을 빼면 네크로만...이 아니라 네크로폴리스의 준, 네버랜드의 학생들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여자만 남아요.

미미여사의 퍼펙트 블루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번역입니다. 이름을 자주 들어본 역자이기도 하고 이전에 다른 번역도 읽어보긴 했는데 이번에는 초반에서부터 확 열이 치솟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이 짧은 책 감상을 쓰려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 목록을 뽑아 쓰고 있는데, 그 사이에 읽은 책 중에서 번역 때문에 저를 화나게 만든 책 한 권이 떠오르질 않는 겁니다. 그래도 이름을 들어본 역자였고 남자였는데 번역이 취향에 안 맞아서 버럭 화나게 만든 그 책이, 분명 일본 소설일텐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는 없더군요. 교보에서 구입한 책 목록을 뒤지다가 뒤늦게 퍼펙트 블루도 읽었다는 걸 떠올린 겁니다. 책 내용보다 번역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는 거네요.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정확한 번역투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일 걸렸던 것은 '짱'과 '상'이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저는 번역 소설에서 ~짱이나 ~상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특히 미미여사의 책에서라면 더욱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니시오 이신의 소설에서는 이짱이나 이군이라는 호칭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건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전체 소설의 분위기, 대체할 수 있는 호칭이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 번역 문제를 빼놓는다면 퍼펙트 블루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소재가 야구입니다. 그러니 민메이레이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네요. 가볍게 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고요. 소재가 야구이지만 야구 이야기가 많이 나오진 않는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합니다.
레이냥. 보고 싶다면 이야기 하시게. 다음에 볼 때 책 들고 가도 되니까.

인류 쇠퇴는 1권보다는 2권이, 3권이, 4권이 더 재미있습니다. 이야기가 어디까지 튈 수 있는가,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쥘 베른과도 유사한 상상력은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특히 4권 띠지에 있는 닭들의 질주는, 띠지만 보고 소름돋는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살신성계는 열심히 본받아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피실피실 웃게 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니시오 이신.
이글루스 밸리에서 자주 보이지만 취향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고 해서 손대는 것을 망설였던 책입니다. 책이 굉장히 화려한데다, 표지를 벗긴 속표지도 화려해서 손이 잘 안갔습니다. 도서관에서 본지는 꽤 오래되었지요.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한 권 들고 오고, 그리고 또 한 권을 빌려 온 다음엔 전권을 다 빌려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은근히 괜찮네요.
근데 이리 저리 살펴보면 주인공에 대한 비난이 많습니다.-ㅁ-; 최강의 헛소리꾼에 심지어는 미군마짱의 주인공보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는걸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무념무상의 이상한 애 정도인데..; 제가 그냥 가볍게 읽고 넘어가서 그런걸까요.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었으니 한 번에 몰아본다 한 들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시간이 문제지요.



안 적은 책은 없겠지요?
다음 리뷰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르귄 여사의 대결입니다.(음?)

나루미 쇼 외, <흑색의 수수께끼>, 황금가지, 2008, 9500원
하지은, <얼음나무 숲>, 로크미디어, 2008, 1만원
가노 도모코, <무지개 집의 앨리스>, <나선 계단의 앨리스>, 손안의책, 2008, 각 8500원
쇼지 유키야, <하트비트>, 현정수, 한스미디어, 2008, 1만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베네치아의 연인>,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 강혜연, 시공사, 2008, 각 1만원
문상현,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시공사, 2009, 13000원
오카다 데쓰, <국수와 빵의 문화사>, 이윤정, 뿌리와이파리, 2006, 14000원
오쿠보 히로코, <에도의 패스트푸드>, 이언숙, 청어람미디어, 2004, 12000원
조앤 플루크, <Cream puff murder>(원서)
시구사와 케이이치, <키노의 여행 12>, 김진수, 대원씨아이, 2009, 6천원
애거서 크리스티, <맥긴티 부인의 죽음>, 황금가지 2008, 9천원


회색으로 체크한 것은 이전에 리뷰를 올린 책입니다. 얼음나무 숲은 짧게 올렸지만 그래도 나중에 2009년도 결산 시에 중복될까봐 회색으로 넣었습니다.

제목을 보면 대강 아시겠지만 얼음나무의 숲을 제외하면 저 세 권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리뷰는 간단하게 적고 넘어갑니다.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는 글맛이 지독하게 떨어집니다.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 여행기가 슬쩍 떠오르는데 양쪽의 방향이 다르기도 하지만 제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워킹홀리데이와 비슷한 '영국 농장에서 일하면서 여행하기'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분이라면 정보를 얻기에 좋을 수도 있습니다. 앞 부분 조금 읽다가 말았씁니다.

흑색의 수수께끼는 읽은지 벌써 몇 주 되어서-도서관 대출 목록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내용이 가물가물합니다. 다른 색 시리즈보다 책이 얇지만 꽤 강렬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뒷맛이 안 좋은 이야기도 있어서 아마 뇌리에서 빨리 지웠을겁니다? 아.-ㅅ- 뇌리에서 왜 지웠나 했더니 그 단편이 지독하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군요. 흠흠.

Cream puff murder는 조앤 플루크의 쿠키단지 시리즈 최근 책입니다.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페이퍼북도 책 한 권에 3만원이 넘어가는군요. 어머나...; 번역본의 레시피 번역을 확인하려고 찾아보았는데 보고 있자니 레시피가 별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직역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더군요.

무지개 집, 나선계단~은 예전에도 읽었지요. 생활 속의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요. 꽤 잔잔한 추리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아리사가 마음에 들어서 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한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요. 간만에 보니 이전의 추리 내용을 거의 잊어버려서 새 책을 읽는 기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하하;

맥긴티 부인은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없어 손을 댔는데 간만에 보니 애거서 크리스티도 좋군요. 하지만 전 포와로보다 마플이 좋습니다. 마플 여사가 등장하는 시리즈만 뽑아서 다시 찾아볼까요.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베네치아의 연인,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입니다. 그래서 낚였습니다. 낚였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만큼 책이 재미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책에는 해당 지역-미국, 이탈리아, 파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글은 잘썼다 싶지만 주인공인 카티가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하하. 이 책은 카티의 연애담으로 세 권을 묶어서 한 책으로 만들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로맨스라고 광고를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 로맨스 분위기는 두 번째인 베네치아의 연인만 나지만 각 권 모두 커플이 있으니까요. 아주 가볍게 훌훌 넘어가는 책이고, 짧지만 지역색을 잘 살리고 있으니 한 번쯤 보셔도 무난합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와 국수와 빵의 문화사는 일본 음식 자료가 필요해 빌렸습니다. 원래는 에도의 패스트푸드를 빌리러 갔는데 도서관 서가에 국수와 빵도 꽂혀 있어서 덥석 집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자료는 국수와 빵의 문화사가 훨씬 내용이 풍부합니다. 밀가루를 사용한 일본 음식의 유래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적어둔데다 세계 각지의 국수, 빵, 과자에 대해서도 표로 만들어 간단히 설명을 적었습니다. 특히 세계의 과자나 빵을 적은 표를 보고는 감탄했습니다. 보통 이런 번역본을 보면 가타카나 때문에 엉뚱한 명칭을 적기 일쑤인데 이 책은 눈에 걸리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매끄럽습니다. 일본 문화와 빵, 밀가루, 국수 등 음식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키노의 여행 12권.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역시 키노의 여행 답습니다.
만..........
평화주의자 관련 글은 묘하게 걸립니다. 어,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라 더 걸린 걸까요. 키노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라 보지만 시선을 올려 일본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고 보면 미묘합니다. 이 때문에 평이 갈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하트비트. 이전부터 도서관에 있는 것은 보았지만 손이 안가다가 읽을 책이 없길래 빌렸습니다. 쇼지 유키야는 이전에 극찬에 가까운 평을 올렸던 도쿄밴드왜건과 쉬러브즈미의 작가입니다. 이 뒷 권이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아직 나올 기미는 안 보이네요. 재미있는데 왜그럴까. 하여간 같은 작가라 책 뒷면의 줄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빌렸습니다.
책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옵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하는 이야기가 겹치는 것은 중반 이후. 그리고 당연히 중반 이후부터 전개가 빨라집니다. 마지막에 나온 결론은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데,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 앞부터 다시 보면 몇몇 대사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우와. 노리고 있었구나 싶던걸요. 그리고 애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말도 마지막 대사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쿄밴드왜건과도 같은 선 위에 서 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지요. 하드 커버였다면 당장에 뜯었을지도 모릅니다.



맨 마지막 문장을 썼더니 또 예고 하나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ㅂ-; 전시회 안내 나갑니다.

조선희,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 노블마인, 2009, 13800원
미야베 미유키, <대답은 필요없어>, 한희선 옮김, 북스피어, 2007, 9500원
딘 사이컨, <자바 트레커>, 최성애 옮김, 황소걸음, 2009, 12000원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존 딕슨 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권일영 옮김, 북스피어, 2008, 11000원
아리스가와 아리스, <절규성 살인사건>, <46번째 밀실>,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09, 각 10000원



목록을 보고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상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의미를 담아 지은 제목입니다. 훗훗훗..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어제 끝낸 <자바 트레커>이니 이 책부터 씁니다.
책 제목만 봐서는 감이 전혀 잡히지 않겠지만 이 책은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글입니다. 저자인 딘 사이컨은 딘스빈스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전세계의 커피지대를 돌아다니며 품질 좋은 커피들을 직거래로 구합니다. 요구하는 것은 공정무역일 것이라는 점. 회사 단위로 대규모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발로 뛰며 품질을 확인하고 거래를 틉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이 판매하는 원두 양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협동조합에 적립금조로 별도로 비용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비용은 협동조합이 새로운 설비를 갖추거나 마을 내의 환경을 개선하거나 하는 일에 쓰입니다. 말로 하면 그냥 그런 사업 이야기에 자기 자랑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전혀 아닙니다. 자신이 마시는 커피의 맛을 한 순간에 좌우할 만큼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지고 있는 책이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중 하나가 케냐 AA입니다. 신맛이 강한 커피보다는 묵직하고 진하고 강한 맛의 커피를 선호하다보니 케냐를 보통 많이 추천 받아 그렇습니다. 케냐 AA가 구하기 쉬운 커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자바 트레커>를 보다보니 케냐는 제 선호 순위에서 바닥까지 추락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많은 커피를 사 마신다 한들 그 돈은 커피 재배 농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아는 사람만 압니다. 농민들이 받는 돈은 받아야 하는 돈의 아주 일부일뿐이군요. 그리고 그런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온 시점에서는 말입니다.
반대로 페루의 커피는 한 번 맛보고 싶은 커피로 단번에 뛰어 올랐습니다. 물론 나리타 미나코의 <내추럴> 때문에 페루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에서 나온 페루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지만 배전 취향의 문제로 손을 대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커피에서 기왕이면 배전 조절도 가능하게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전광수 커피집에 가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페루는 협동조합의 지도 아래 양질의 커피를 생산하며 계속적으로 자신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멋지죠. 그래서 더 마셔보고 싶었습니다.

Peet's의 예도 있어서 딘스빈스(링크)에 들어갔더니 해외배송이 됩니다.OTL 배송비가 어마어마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커피가 상대적으로 싼 편(1파운드에 7.25달러)이라 도전해볼까 합니다. 지금 찾아보니 페루 원두는 강배전으로는 나와 있는게 없군요. 아쉽지만 뭐... (근데 장바구니에 담아 결재 직전까지 해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큽니다;)



<대답은 필요없어>는 화차의 원형이 들어 있는 단편집이라길래 일부러 피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그처럼 뚝 잘려서 끝나면 속이 허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한데 역자 후기를 보니 대체적으로 밝게 끝난다고 하길래 용기(?)를 가지고 붙잡아 읽었습니다. 과연,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초기 단편들이라 지금 읽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으니 스텝파더스텝이나 쓸쓸한 사냥꾼과는 다릅니다. 분위기 자체만 놓고 보자면 나는 지갑이다와 닮았습니다. 묵혔다 읽어서 더 재미있었던 건지도 모르지요.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권이 완결권이라 하던데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었지만 이는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덮어둡시다'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OTL 이 이야기를 덮어둔 것은 동인 팬들을 위한 여백인걸까요. 아무리봐도 그렇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빌헬름 하우프의 영향이 많이 보입니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신파극도? 이거야 영원한 무협지(...) 소재이기도 합니다. 아니, 이건 무협지 영향보다는 스타워즈가 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지만 2권에서 프리가가 받은 충격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고요.
엔딩 부분이 꽤 마음에 들어 그부분만 몇 번 다시 읽었습니다. 완결을 보고 나니 마음이 누그러진건지 평점은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 두 권과 <셜록 홈즈 미공개 단편선>을 같이 묶어 쓰는 것은 두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들의 장르는 추리소설이지만 제 기분은 '동인소설'이었으니까요. 하하하.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은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작가 아리스 시리즈가 있습니다. 학생 아리스는 시공사에서 두 권이 나왔고 그 외에 나온 다른 책들은 다 작가 아리스입니다. 학생 아리스는 그런 느낌이 덜하지만 작가 아리스는 분위기가 묘합니다. 약간 어벙버리한 추리소설 작가 아리스, 거기에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의 영향을 듬뿍 받은 것이 분명한 히무라는 확실히 좋은 콤비입니다. 다만 필터링을 심하게 하지 않아도 동인소설에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이 참...;
그런 면을 빼더라도 대체적으로 재미있는 추리소설입니다. 밀도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허술해보이긴 하지만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이런 재미없는 추리소설도 있냐고 분개하실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이야기인겁니다.

<셜록 홈즈 미공개 단편선>은 감상을 여섯 글자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오피셜 동인지. 셜록 홈즈 본편의 이야기와 맥을 아주 잘 살리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 원래 이야기 중에서 그냥 언급만 되고 넘어간 여러 사건들을 상상해 전개했는데 실제 셜록 홈즈 단편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조금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왓슨의 아내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늘어 놓는 불평 때문일겁니다. 절친한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제 착각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출판사 북스피어입니다. 아놔. 맨 마지막의 장난을 보고는 설마설마 했는데 보고 나서는 미친듯이 굴러 다녔습니다. 마스터님, 꼭 찾아보세요. 저처럼 배를 잡고 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닐겁니다. 저는 거실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심하게 굴러다닐 수 있었습니다. 맨 뒤의 암호는 아주 쉽게 풀었는데 그 세 단어가, 이 책을 바라보는 출판사의 입장을 아주 잘 말해줍니다. 그러니 책을 보지 않으시더라도 미미여사 파이팅부터 이어진 북스피어의 장난만이라도 꼭 챙겨서 봐주세요. 그 덕분에 북스피어에 대한 애정도가 100 상승했습니다.



이 외에 읽은 책이 몇 권 더 있는데 그쪽은 내일마저 적도록 하겠습니다.-ㅂ-

제목에 올라간 책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점과 선을 넣었다 뺀 것은 할 말이 상대적으로 덜해서였다고 해두지요. 추천할 만한 책으로 올라간 것은 다카페 일기 정도? 나머지 두 권은 제가 특별히 추천하지 않아도 다들 찾아서 보실테니 말입니다.(아마도..)


마쓰모토 세이초, <점과 선>, 강영길 옮김, 동서문화사, 2003, 9800원
쉐리 콘웨이 어필, <엄마가 딸에게 멋진 삶을 위한 지혜와 충고>, 권진욱 옮김, 오늘의책, 2000, 5500원
조선희,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노블마인, 2008, 13800원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녹색은 위험>, 이진 옮김, 시작, 2009, 11000원
모리 유지, <다카페 일기>, 권남희 옮김, 북스코프, 2009, 15000원


<점과 선>은 미미여사가 책임 편집을 맡았다는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집의 구입 여부를 확정짓기 전에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 골라 읽어본겁니다. 동서 미스테리 북스로 꽤 여러 권이 나와 있는데 뒷면을 보고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암울할 것 같은 책으로 골랐습니다. 모래그릇이나 다른 한 권(제목을 잊었습니다)은 분위기가 상당히 어두워 보여서 말입니다. 읽고 나서 알았지만 <점과 선>은 장편이 아닌 중편입니다. 두 개의 소설이 실려 있더군요.
북스피어의 블로그에서 미미여사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 불린다는 글을 보고는 어떤 타입같다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생각한 그대로입니다. 사회적 배경을 뒤에 깔고 있는 심각한 이야기들이 주 내용입니다. 딱히 탐정이라 할 만한 사람이 등장하지도 않고 경찰이나 사건 관계자가 진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면 요코야마 히데오도 떠오르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작은 사건에 대해 조금씩 범위를 좁혀가며 보는 사건 조사형 소설이라고 하면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회적 배경이나 관련 이야기들이 함께 움직입니다. 미미여사의 책 중에서는 <화차>, <이름없는 독>, <누군가> 등이 그런 타입이곘지요. <스텝파더스텝>이나 <쓸쓸한 사냥꾼>은 요코야마 히데오씨의 분위기와 더 닮아 있다고 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미미여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범인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실마리를 따라 쫓아가는 그 전개가 좋습니다. 단번에 읽어내릴 수 있는 소설입니다.


<멋진 삶을 위한 지혜와 충고>는 같은 출판사인지 아닌지 기억은 안나지만 동일 작가(편집자)가 요리책 버전도 냈기 때문에 서가에서 보고는 흥미가 끌려 집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훑어 보고 말 책이란 느낌이네요. 삽화도 있고 짧은 이야기(훈수;) 모음집이니 읽는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두 번 볼 책은 아닙니다. 레시피는 꽤 재미있었는데 말이죠.'ㅂ'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는 최근 2권이 나오면서 도서밸리에 감상글이 여럿 올라오기에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책이 상당히 두껍지만 종이가 요즘 많이 쓰는 약간 도톰하고 가벼운 것이라 들고 다니며 읽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긴 하지만 읽고 나면 입맛이 껄끄럽습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지만 어디서 너무 많이 보았던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기본 플롯은 하울이며 거기에 츤데레 남자 캐릭터와 출생의 비밀을 가진 둔한 여주인공과 다양한 조연이 섞입니다. 양념으로는 여왕의 기사(김강원), 난쟁이 코, 황새가 된 임금님(둘다 빌헬름 하우프)가 들어갑니다. 작가 서문에 이런 저런 동화의 이야기가 들어간다고 했으니 그냥 저냥 넘어갔지만 참 미묘합니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를 모른다면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여왕의 기사야 제가 집어낸 것이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눈의 여왕이 소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 그러고 보니 G가 소녀마법사파르페를 하고 싶다고 선언한 시점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같은데 원인이 이 책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A를 채집해서 B를 만들어 C하는데 사용하는데 왠지 파르페 분위기도 나거든요.
2권도 도서관에 주문했으니 조만간 리뷰가 올라갈 겁니다. 부디 2권은 조금 더 낫기를.


녹색은 위험. 이 책을 왜 도서관에 신청했는지는 잊었습니다. 아마 어떤 추리소설과 연관해서 이 책을 소개해서 그렇지 않았나 싶은데 어제 아침부터 붙잡고 있다가 저녁 때 다 읽었습니다. 엔딩 부분은 애거서 크리스티와 비슷하지만-활동시기도 비슷한가요-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이에 대해 이야기를 더 쓰다보면 내용폭로가 될 것 같아 넘어갑니다.
탐정역을 경감이 맡다보니 모스 경감 시리즈와도 닮아 있는데요(사실 모스 경감 시리즈는 딱 한 권만 봤습니다;) 커크릴 경감은 업무 중엔 상당히 무섭습니다. 특히 해결해 나가는 부분에서 굉장히 현실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봤더니 은근히 무섭습니다. 이런 경감님께 걸리면 벼랑끝에 내몰린 기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던데요.
집에 가서 다시 읽어보고는 몇 마디 더 덧붙이겠습니다. 그 사이에 아마 올리버 색스 책 한 두 권은 더 읽을테니 리뷰 올릴 때 같이 쓰지요.


다카페 일기는 사진집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사진 에세이.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모아 출간한 책(저자 직업이 사진작가)이고 사진마다 아주 짧은 설명이 붙어 있으니 사진 에세이라 부르는 것이 맞겠지요. 지금까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을 여럿 보았지만 그 상당수는 글맛이 부족해서 한 번 보고는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았던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상당히 다릅니다. 사진의 느낌이 좋습니다. 사진을 찍고 설명을 단 것이 블로그 운영자인 모리 유지고 피사체는 딸과 아들, 아내, 또 다른 식구입니다. 즉, 가족입니다. 일상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찍어 사진으로 담은 건데 보고 있자면 배시시 웃게 됩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보게 되는 책. 게다가 사진에 달린 설명이 촌철살인에 정확히 핵심을 찌르고 있어서 더 재미있습니다. 뒷부분에는 아내가 쓴 짧은 이야기도 있고요. 기분이 울적하다거나, 사진을 찍고 싶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없다고 투덜대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처음엔 카페라길래 정말 카페 이야긴 줄 알고 봤다가 개인 일기라고 해서 일상 생활의 간단한 이야기인가 했더니 인물 사진이 대부분이라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잡고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마음정화용으로 갖다 놓아도 좋을겁니다.
단, 아이들 이름을 바다, 하늘이라고 번역한 것은 상당히 걸렸습니다. 나중에는 익숙해지기도 하고 원래 어떤 이름이었을지 짐작이 가니까(바다=우미, 하늘=소라) 그냥 봤지만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고 싶더군요. 그냥 우미, 소라로 두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애 이름이 유키였다면 눈이라고 했으려나...

 


오늘도 신나게 도서관 서가를 뒤져 책을 찾아오렵니다. 올리버 색스가 지은 책 중 안 읽은 책이 몇 권 있어서 빌려오려고요.

박훈규,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한길아트, 2007, 18000원
고솜이, <런치 브레이크 스토리>, 강모림 그림, 돌풍, 2006, 11000원
마이크 게이츠 길, <땡큐! 스타벅스>, 세종서적,2009,  12000원
스티븐 베일리, 테렌스 콘란,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 & 디자인>, 디자인하우스, 2009, 63000원
제럴드 더럴, <나의 특별한 동물친구들>, 김석희 옮김, 웅진닷컴, 2004, 11000원
다이라 아스코, <오늘의 레시피>, 문학동네, 2008, 9800원
제임스 헤리엇, <수의사 헤리엇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 <수의사 헤리엇의 행복을 전하는 개 이야기>, 김석희 옮김, 웅진닷컴, 2003, 9000원

이게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래 다시 쓰겠습니다. 한 번에 몰아 쓰려니 힘들군요.

<콘란과 베일리의 디자인 & 디자인>은 사실 여기 쓰면 안됩니다. 책 첫 장을 펼치고는 고이 덮어 그대로 반납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주 빽빽하게 있는데, 가격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 판형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일반 백과사전보다 가로가 조금 더 긴, 정사각에 가까운 모양인데다 두께도 무게도 내용도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나중에 마음이 평안해지면 그 때 읽겠다 싶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디자인 전공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땡큐! 스타벅스>도 사실 여기에 쓰면 안됩니다. 앞에 1장인가 2장까지 읽다가-스타벅스 취직되는 부분-던졌습니다.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때도 낚였지만 이번에도 처절하게 낚였습니다. 하도 낚이다 못해, 도서관 책을 들고 스타벅스에 가서 공짜 라떼라도 받아 먹으면 기분이 풀릴까 생각했지만 예의가 아니다 싶어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신청해 보길 잘했지요. 은근히 뜬 책이라 보려는 사람은 많을거라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딱딱한 문체도 그렇지만 대강의 정보만 알고 보기 시작했다가 뜨악해서 덮은 경우였습니다. 그러니까 광고회사의 잘나가던 아저씨가 구조조정으로 잘리고, 무일푼에서 어쩌다가 스타벅스에 고용되어 일하게 되어 제 2의 인생을 살았다라는 것이 배경지식이었고, 그 아저씨가 기본 재산도 있을텐데 왜 무일푼일까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앞부분을 읽고 알았지요. 내용 폭로가 될 수도 있어서 일단 흰색 글씨로 씁니다. 잘린 다음 혼외정사로 막내가 태어납니다-_- 덕분에 이혼당하면서 전 재산을 다 두고 나옵니다. 하.하.하. 그래서 읽기를 멈췄습니다.

고솜이의 런치 브레이크 스토리는 도서관에서 몇 번 보았다가 볼 생각이 들진 않아서 내버려 두었는데 갑자기 확 땡겨서 빌려왔습니다. 그림이 없었다면 매력이 40%는 감소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군요. 음식에 대한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인데 잘못하면 여기 있는 이야기가 진짜인줄로 아는 사람이 생길까 걱정됩니다. 그래서인지 책 중간중간에 가상의 이야기다라고 언급했지만 그다지 도움은 안될거라 봅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읽고 싶을 때 아주 가볍게 볼만한 책입니다. 뒤에 나온 <싱가포르에서 아침을>이 더 낫습니다. 보시려면 이쪽을. 대신 더 낫기 때문에 배고픈 상태에서 본다면 뒷 상황을 책임질 수 없습니다.

다이라 아스코의 책은 간단하게. 이 작가 책은 역시 제 입맛에 안 맞습니다.; 음식을 소재로 해서 다양한 상황에서의 연애담을 담은 단편집인데 입맛에 딱 맞진 않습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양파와 도마뱀 이야기. 도마뱀은 혐오에 가까운지라 기억하고 있고 양파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기억합니다. 아주 뜨악한 단편도 하나 있었으니, 필터링하지 않아도 OK. 아놔. 이런 상황은 만화에서만 봤지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는데 뭡니까.OTL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콘란~>과 같이 읽어도 재미있을겁니다. 영국디자인여행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만큼 디자인, 설계, 조각 등 미술적 관점에서 영국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행한 기록입니다. 나왔을 당시부터 책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 휘릭 넘기다가 윌리엄 모리스 관련 글을 봐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덥석 빌렸습니다. 감격! 캠스콧 매너에 가는 방법, 레드하우스에 가는 방법이 간단하게 나마 나와 있습니다. 언젠가 꼭 찾아가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만큼 먼저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가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티이타님이나 첫비행님이 보시면 좋아할 책이라 생각하는데요 공공기관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한국의 지자체는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야구 구장 관련된 이야기도 참..(먼산) 영국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디자인에 관심 있고 영국 디자인과 건축, 박물관을 주시하고 있던 분이라면 꼭 챙겨보셔야 합니다.'ㅂ'


나머지 세 권은 몰아서 쓰지요. 검색하면서 알았지만 세 권 보두 역자가 김석희씨입니다. 호오. 그리고 내용도 굉장히 닮아 있고요. <나의 특별한 동물친구들>은 이전에 몇 번 올렸던 생물학자/동물학자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정체인데요, 형은 영국의 유명한 작가-하지만 전 몰라요;-이고 형의 권유를 받아 쓰게 된 책이 히트를 쳐서 그걸로 동물보호에 나섰다는 특이한 사람입니다. 전 포유류는 상당히 좋아하지만 절지류나 곤충류는 질색이기 때문에 몇몇 이야기에서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런 걸 두고서라도 읽기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서 검색했는데 번역된 것은 달랑 이 책 한 권이더군요. 흑;
제임스 헤리엇이야 <아름다운 이야기>나 그 다음 책(제목을 잊었습니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개와 관련된 이야기만 모아 놓은 이 책들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원래 한 권짜리인 책을 두 권으로 나눠 출간한 것이라는데 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필독입니다. 유쾌하고 발랄한 개들의 이야기가 모여 있습니다. 우울할 때 읽으면 기분전환으로 딱 좋은 책이고요. 에피소드 별로 끊어져 있기 때문에 나눠 읽기도 좋습니다.
그러니 이 세 권은 추천.-ㅁ- 아마도 첫비행님은 읽는 도중에 낚이셨을 것 같으니..?


자아. 길지만 한 번에 다 나갑니다. 이번엔 추리소설 모음입니다.

클레오 코일, <커피하우스 살인사건>, <카푸치노 살인사건>, 김지숙 옮김, 해문출판사, 2007-2008, 9800원-1만원
아서 코난 도일 외,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정영목 옮김, 도솔, 2002, 170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통곡의 순례자(시리즈 5)>, 최고은 옮김, 학산문화사, 2009, 5900원
미야베 미유키, <흔들리는 바위>,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2008, 12000원
아베 요이치 외, <청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도바 료 외, <백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나가사카 슈헤이, <적색의 수수께끼>,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12000원


커피하우스 살인사건은 아마 이글루스 밸리에서 보고 낚여서 빌려 봤을겁니다. 커피하우스가 먼저, 카푸치노가 그 다음입니다. 뉴욕 중심가에 있는 굉장히 오래된 커피하우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 주 내용입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던 것은 살인사건도 그렇지만 커피 이야기도 많고, 소설 밑바탕이 재미있게 볼만한 로맨스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살인사건 해결은 둘째치고 일단 연애담을 보는 느낌이 강합니다. 다른 것보다 주인공의 일터와 집은 정말로 부럽더라고요.
하지만 추천도는 낮습니다. 다른 부분은 괜찮은데 커피용어만 등장하면 엉뚱한 단어가 튀어나와 집중이 안됩니다. 마끼아또를 뭐라 썼는지 잊었지만 영어 발음식으로 읽었더랍니다. 스팀우유도 그냥 스팀우유라고 하면 되는데 김낸우유라고 썼던가요? 하도 낯선 용어라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아마 티이타님 취향에는 잘 맞을겁니다.'ㅂ'

흔들리는 바위야 미미여사 책이니 두말할 나위 없고, 앞 시리즈인 <괴이>나 <혼조 후카가와~>와는 달리 단편집이 아닙니다. 한 권이 통째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앞 책보다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한 것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란 것도 그렇지만 괴이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이런 거라면 트릭 자체가 안 먹히잖아라는 겁니다. 샤바케에서는 이계 이야기가 섞이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은 사람들에 의한 것이지만 여긴 평범한 이야기 같았는데 흔들리는 바위는 그 반대입니다. 평범한 이야기 같았는데 엉뚱하게 흘러간다 싶었고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미미여사.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테리 걸작선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은 단편들이 많았고-엘러리 퀸이랄지, 도로시 세이어즈랄지-대체적인 흐름이 요즘의 뒷맛 씁쓸한 이야기와는 달라서 더 좋았습니다. 추리소설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선호하거든요. 이야기가 다 풀리고 깨끗하게 정리되는 해피엔딩이 좋다는 겁니다. 뭐, 다른 소설도 행복한 결말인 쪽이 훨씬 좋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했고 그래서 구입 여부에 대해 조금 고민중입니다. 꽂을 곳이 없다는 것이 책 구입할 때의 최대 난제라.;

<*색의 수수께끼> 시리즈는 집에 세 권만 있어서 들고 보게 되었습니다. 앞에도 썼지만 모종의 사건 때 G가 집에 들고온 책 중 셋입니다. 흑색의 수수께끼는 없고 적색, 백색, 청색의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보고 있자니 <BLUE>, <RED>, <WHITE>가 떠올라서 말이죠. 으하하~ (여기에 덧붙여 떠오른 어느 망상에 대해서는 함구;)
이 책은 교보문고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에도가와 란포 수상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이렇게 늦게 보게 된 것은 책이 워낙 두꺼운데다 이런 류의 단편집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잘못하면 취향에 맞지 않는 소설을 봐서 입맛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왠걸.; 시리즈가 거의 다 제 취향이었습니다. 위의 세 권은 단편이 5편씩 실려 있는데-단편이라기 보다는 중편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많습니다-60% 이상의 확률로 괜찮았습니다. 묘하지만 처음의 세 편 정도는 괜찮아서 기분이 고조되면 뒤의 두 편은 또 제 입맛에 살짝 맞지 않아서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더군요. 그래도 평균점은 80점 이상입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는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문학소녀로군요. 앞으로 3권이 남아 있고 그 중 한 권은 3월에 출간된 모양입니다. 외전이라고 하는데 이 책부터라도 먼저 사볼까 하고 있고요.'ㅅ' 엔딩을 봐야 마음놓고 살텐데 말입니다.
일단 1-4권까지 나왔던 복선 하나는 해결되었습니다. 깔끔하게 해결되었는데 문제는 5권인 이번 이야기의 맨 마지막에서 던져진 소재입니다.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 궁금하게 여겼을텐데 6권은 넘어가고 7-8권에서 해결될 모양입니다. 원서를 먼저 보신 분들은 엔딩이 깔끔하다 평하고 있으니 언해피는 아닐 것 같고, 제게는 과연 주인공이 누구랑 커플이 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합니다.(먼산) 밀고 있는 커플이 있는데 5권에서도 상당수 복선을 깔았습니다. 거참. 이 녀석도 여자는 많은데-그러고 보니 5권에도 그 이야기가;;-그게 묘하게 거슬리지 않는단 말입니다? 7-8권이 가능한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4권 이후, 5-6권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하면 조금 더 기다려야겠네요.

정동주, <한국 다완의 문양 그 향기로운 상징세계>, 상상의숲, 2008, 22000원
박재은, <밥시: 글도 맛있는 요리사 박재은의 행복 조리법>, 지안, 2008, 11000원
아카가와 지로, <세자매 탐정단: 유치하고 무서운 연애 살인사건>, 이선희 옮김, 이레, 2005, 8천원
안도 미키에, <해질녘의 매그놀리아>, 현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8, 8500원
클레오 코일, <커피하우스 살인사건>, 김지숙 옮김, 해문, 9800원
츠지무라 미즈키, <얼음고래>, 이윤정 옮김, 손안의책, 2008, 12800원
나시키 가호, <늪지가 있는 숲을 지나>, 김현정 옮김, 손안의책, 2008, 12800원



이 책들 말고도 더 있을텐데 도서관 홈페이지 접속이 안되는군요. -ㅁ-; 빌린 책 목록을 봐야 나머지는 기억날 듯합니다.


주말에는 굴러다니느라 글이 없기도 했지만, 간만에 저녁 때 굴러다니며 책을 붙들고 있었던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글에 시달렸더니 글쓰기가 싫더라고요? 요즘은 일기도 잘 안씁니다. 잠시 손이 쉬는 거죠.

<얼음고래>와 <늪지가 있는 숲을 지나>는 앞서 짧게 감상을 썼으니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얼음고래>의 최종 감상은 겐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시지 않겠지만 다 읽고 나면 과연이라고 생각할겁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은 손안의책에서 나온 것으로 다 읽었는데-그 외엔 없습니다;-읽고 난 다음의 독서 행보는 거의 비슷합니다. 끝부분만 다시 살펴보지 앞부분은 볼 생각을 전혀 못합니다. 묘하죠. <얼음고래>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한 번 다 읽고 나서는 뒷부분만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끝부분이 마음에 드는 작가라고 해야겠지요? 엔딩이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소재가 취향이라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울 생각입니다. 그리고 집안에서 모종의 움직임도 있고 해서요.
<늪지~>는 끝까지 한 번 다 읽었지만 두 번 손대지는 않을겁니다. 재미는 있었는데 저와는 잘 안 맞습니다. 나시키 가호의 책도 <집지기~>로 맨 처음 만나고 나서 <서쪽 마녀~>로 작가 이름을 인식하고는 출판된 것은 찾아 읽고 있는데요 <집지기~>는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고 나서도 몇 번이고 다시 넘겨 보았지만 <서쪽 마녀~>는 아닙니다. <엔젤>은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가 G의 평이 안 좋아서 그대로 반납했고, <늪지~>도 한 번 보고 나자 다시 손댈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내용 구성은 <집지기~>와 닮아 있지만 구성만 닮았고 결말부가 취향이 아닙니다. 읽어보시면 아마 이해하실 수 있을겁니다.'ㅂ';
둘다 일본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하지만 가벼운 일본 소설과는 거리가 있으니 그 점은 감안하시고, <얼음고래>는 청소년 소설의 느낌도 나니 감안하고 읽으세요.

<해질녘의 매그놀리아>는 그야말로 청소년 소설입니다. 그래서 제 입맛에는 그닥 맞지 않았습니다. ... 끝.
이렇게만 넘어가면 또 안 보실 분들이 있겠지요.; 볼만 했지만 취향은 아닙니다.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것은 그거고요. 10대 초반의 어린이들 특유의 파워게임이 그대로 녹아난 소설이라 읽으면서 불편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도 맨 마지막 이야기만은 마음에 들었지요. 그 분위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세자매 탐정단>은 옛날 일본 추리소설 그대로의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취향에 맞지 않았고...; 또 유치하다는 느낌일까요. 최근 얼룩고양이 홈즈의 책도 빌려다 보고 있는데 아카가와 지로의 추리소설은 저랑은 잘 안 맞습니다. 주인공들이 흐느적거리는 면이 그렇군요.-ㅁ-;

<한국 다완의 문양 그 향기로운 상징세계>는 문양 때문에 빌렸는데 엉뚱하게 찻잔에 불타오르게 만든 무서운 책입니다. 하지만 글의 방향성이 또 맞지 않았습니다. 방향성이라고 하니 거창한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는 겁니다. 다완의 문양을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찻그릇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동다완이란 용어도 새로 만들고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그런 주장에는 알레르기가 나는 제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진만큼은 멋지니 다기 사진으로 눈호강하는 겸해서 넘겨보시면 좋습니다. 사서 보기에는 가격이 상당히 걸리지만 책의 전체적인 편집이나 디자인 등이 그럴만한 가격이다 싶네요. .. 그래도 몇 년전에는 이 정도 책이면 15000원 선이었을텐데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순간입니다.

<밥시>는 G의 지적을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책 지은이가 자기 동생이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던데 이름이 굉장히 낯선겁니다. 글 분위기를 봐서는 굉장히 유명한 것 같은데 이름이 낯설어서 이상하다, 언더 계통인가 했더니 G가 처음 몇 장 읽고는 바로 그럽니다. "싸이 누나네?" lllOTL 그랬구나.; 싸이 본명이 이랬구나 싶더군요.
글 분량을 봐서는 신문 등에 연재하던 칼럼을 묶은 것 같은데 그래서 맛있겠다 싶으면 글이 뚝 잘리는 느낌입니다. 비슷한 책인 <행복한 밥상>에서는 꽤 걸죽한 입담을 풀어 놓았는데 거기에 비한다면 이 책은 글맛이 약합니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걸요. 종류가 다르고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먹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은 하나 더 있습니다. 음... 지나친 여성성의 강조? 그러니까 글쓴이 본인이 저랑 파장이 잘 안 맞는겁니다.-ㅁ-; 읽다보시면 자연스레 호불호가 갈릴 책이 아닐까 합니다.

<커피하우스 살인사건>은 책 검색을 하다 찾은 것 같지요, 아마. 배경이 뉴욕의 커피전문점이다보니 커피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커피 레시피도 나오고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고요. 그래서 상당히 취향이었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번역이 문제입니다. 읽다가 몇몇 부분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책을 부여잡고 있었거든요. 스팀우유라고 하면 (저는;) 잘 알아들을텐데 묘한 단어로 썼습니다. 그리고 대박은 카페 모치아토. 으허허. 마끼아또를 철자 그대로 읽은 모양입니다.;ㅁ;
그런 커피 용어들의 몇몇 번역 오류를 뺀다면 꽤 재미있는 책입니다. 두 번째 책인 <카푸치노 살인사건>도 꽤 재미있겠다 싶은걸요. 그쪽 내용 소개를 조금 읽었기 때문에 내용 폭로가 될 수도 있는 몇몇 이야기는 뺍니다. 대신 읽고 있다보면 부드러운 우유거품을 올린 에스프레소 바리에이션이 땡긴다는 것-카푸치노든 마끼아또든 카페라떼든-만 이야기하지요. 그래도 전 그냥 넘어갔지만..
맨 뒤에 나오는 호두 치즈케이크는 나중에라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들어가는 설탕과 버터의 양이 무지막지하다는 것만 빼면 먹음직해보입니다.


어제부터 손에 잡고 있는 책은 상당히 두꺼워서 시간이 걸릴거라 생각했는데 몇몇 단편은 읽어본 적이 있던 거라 쉽게 넘어가는군요. <매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이것도 열심히 읽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얼음 고래>를 방금 막 다 읽었습니다.



훗.



후후후후후후훗.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훗.



묘하다니까요. 점심시간에 틈이 날 때 잠깐 읽겠다고 들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손에서 끝났습니다. 그 동안의 업무는 날아갔...던 것은 아니고 그래도 해야하는 업무는 챙겨서 하긴 했군요. 완전히 넋이 나간 것은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어쩌다보니 나시키 가호의 <늪지가 있는 숲을 지나>를 바로 이 앞에 읽었는데 말이죠. 두 책 모두 손안의책입니다. 나시키 가호는 <집지기가 들려주는~>이 첫 책이었고, <늪지~>는 그 다음입니다. 환상문학 계통의 일본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할만한데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묘해집니다. 처음 시작부분은 백귀야행과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던 것이 이야기가 점차 산으로 가는 듯한 느낌에 엔딩은 .......(먼산)
<얼음 고래는> 엔딩 직전부터 정신이 휙 날아가더니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 답게 반전을 아주 잘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어허허허. 그리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어요. 물론 복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런 복선인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뒤통수에 도끼를 맞은 느낌을 진하게 받고는 헛웃음만 들이키고 있는 겁니다. <밤과 노는 아이들>이나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는 피가 난무하지만 이쪽은 상당히 얌전합니다. 그래도 교보문고의 책 내용 소개는 절대 믿지 마세요. 그런 얌전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내용 폭로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렇게 얼버무리고는 있지만.... 그리고 글이 마구 중구난방이 되고 있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구입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요. <늪지~>는 구입 목록에서 빠져 있지만 <얼음 고래>는 구입 예정이랍니다. 특히 소재가 제 취향과도 맞아 떨어져서요.

집에 잠자고 있는 ***를 깨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슬 포근해져가니 다시 나가서 잡아 보렵니다. <얼음 고래> 덕분에 의욕이 솟구치는군요.


(주말 일정을 생각하면 또 의욕이 확 꺾이지만...;)

다이라 아스코, <오늘의 레시피>, 문학동네, 박미옥 역, 2008, 9800원
기타무라 가오루, <이야기꾼 여자들>, 북하우스, 정유리 역, 2006, 9800원
일본무라카미월드연구회 엮음,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 사전>, 새물결사, 김선영 역, 2000, 8800원
시바타 요시키, <참을 수 없는 월요일>, 바우하우스, 박수현, 2008, 9800원
가토 미아키, <클럽 인디고: 제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  갤리온, 김소영 역, 10000원


요즘 책 리뷰를 쓰면서는 일본소설과 추리소설 태그는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그만큼 책의 편식이 심하다는 이야기겠네요. 사회과학 등의 책은 거의 손도 안대고 있는데 이제 슬슬 도서관에 신청 들어가야겠습니다. 신간 검색 열심히 해서 읽고 싶은 책을 찾아봐야지요.


이야기꾼 여자들은 그 전주에 빌려 보았던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을 읽고 났더니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책이 기억나서 빌려온 겁니다. 새로 읽은 책이 아니라 되새김질이지요. 그러니까 부잣집의 약간 방탕한 아들래미가 한 명 있어서 집안 사업은 동생에게 맡기고 자기는 그저 크게 사고치지 않고 놀기만 하면 되었단 말입니다. 책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가지가지 이야기들을 모아 보았는데 시력이 떨어지면서 책을 읽는 것이 여의치 않자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을 찾습니다. 자기가 가진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면 그에 대해 사례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나온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입니다. 분위기는 꽤 독특한데, <코끼리와 귀울음>은 이런 느낌의 확장판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까 이런 기이한 이야기의 발목을 잡아 풀어 쓰면 온다 리쿠의 추리소설이 되고, 그냥 놔두면 이런 환상 소설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 기담집>도 비슷한 느낌일겁니다.
들려주는 이야기다보니 길지 않고 짧게 읽을 수 있다는 점, 공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묘하게 잔상이 남습니다. 신비소설이라고 해도 괜찮겠네요.


오늘의 레시피는 제목과 표지그림에 낚였습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취향에 합치하진 않습니다. 표지가 강모림씨라 맛있게 보인데다 제목도 그래서 재미있겠다 생각했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뒷맛이 쓴 연애소설입니다. 일본소설 다운 연애소설이다라는 것이 제가 받은 감상입니다. 그래도 읽고 있다보면 음식을 만들고 싶어진다는 것이 장점일까요. 아니, 음식조절 중이라면 단점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사전은 새로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찾다가 발견해서 빌려 왔습니다. 
전화번호부를 영어로 옐로페이지라고 하는데, 그 비슷하게 어느 학문에 대한 다양한 관련 링크들을 모아둔 홈페이지를 또 옐로페이지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하도 링크가 방대하게 늘어서 그런 것을 제대로 모은다는 것이 쉽진 않겠지요. 관련 대학이나 학과, 연구소, 사전 등의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상당할 겁니다. 예를 들어 한문학과의 옐로 페이지에는 한국학 중앙연구소 등의 전문 연구소와 여러 대학의 한문학과 홈페이지, 교수 홈페이지, 자전, 옥편, 한문학사전 등의 홈페이지가 모여 있을 겁니다.(아마도.; 이리 말하는 것은 한문학과에 대한 옐로페이지가 실제 존재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 관련 전공도 예전에는 옐로페이지가 있었으나 지금도 있는지는 모릅니다. 졸업 후에는 찾아볼 일이 많지 않아서..) 그러니 무라카미 하루키 옐로 사전이라고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모여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요. 수필은 좋아하기 때문에 번역된 것은 거의 다 찾아 읽었지만 소설은 최근에 나온 몇 권만 읽고 거의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해변의 카프카, 도쿄 기담집 정도만 읽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다보니 소설에 대한 정보도 궁금해서 한 번 빌려 보았습니다.
교보문고에서 검색했더니  현재는 품절이라는데 차라리 개정판을 내는 것이 낫겠다 싶습니다. 번역이 아주 엉망입니다. 이 책이 나온 2000년이면 그 때까지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은 거의가 다 출판되었을텐데 그런 인용부분도 그렇고, 주인공에 대한 호칭을 비롯해 글 전체가 다 번역체입니다. 읽다보면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일본어 원서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간만에 '내가 해석해도 이것보단 낫겠다' 싶은 책을 만났습니다. 그야말로 직역체. 이에 비하면 델피 외전은 번역을 수준급으로 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허허. 일본어 번역체의 모든 문제점을 그대로 다 안고 있는 책입니다. 차라리 원서로 보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요약하기 난감한 것은 알고 있지만 종잡을 수 없는 줄거리를 읽고 있자면 책 읽을 생각도 싹 사라집니다;)


클럽 인디고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훗훗훗. 이번에도 귀여운 호스트들과 사장님들의 좌충우돌 사고기가 이어집니다. 압권은 역시 마담. 아아. 마담은 멋집니다. 그 당당한 포즈, 그 당당한 포스, 그 당당한 엎어치기! 하지만 마담의 애견은 좋아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애지중지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음.............; 뒷권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작년에 읽은 여러 일본 소설 중에서 후속편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쿄 밴드 왜건>,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입니다. 거기에 <클럽 인디고>도 추가. 아, <나선미궁>도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언제쯤 나올까요. 엔화가 너무 올라 일본 소설 출간도 쉽지 않겠다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5월 도서전에 맞춰 일본소설 신간들이 한꺼번에 쏟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자금을 충분히 마련해야겠습니다. 허허.


자.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장 재미있는 책을 가장 나중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주의 대박이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참을 수 없는 월요일>. 내용만 보면 그렇게 끌리지 않는데 주인공의 취미를 보고는 박장대소를 한턱에 쓸 말이 많았습니다. 주인공은 20대의 OL(오피스 레이디)입니다. 공채가 아니라 낙하산으로 입사를 해왔기 때문에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아니, 자격지심인지 아니면 실제 다른 사원들도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ㅂ-
소설의 구조는 <클럽 인디고>와 비슷합니다. 한 편의 이야기에 사건이 터지고 해결되고 하는 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클럽 인디고>보다는 일상생활밀착형의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감정 이입이 쉽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주인공의 취미 때문입니다. 모형제작. 주택모형이라고 해야하나요. 디오라마에 많이 쓰이는 그런 작은 소품을 제작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는 코미케에 BL 소설을 내는 것이 취미입니다. 친구는 주인공에게 오타쿠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오타쿠 같단 말입니다. 하하;
처음에는 낙하산으로 들어온 회사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붕 떠있는 것 같던 주인공이 이런 저런 사건을 통해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부럽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한 이중적인 감정이 교차합니다. 요즘 제 마음이 붕붕 떠서 날아다니고 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모형제작은 저도 한 때 손 대볼까 고민하기도 했고요. 정확히는 주인공처럼 일반 모형제작이 아니라 FSS의 미라쥬 나이트였지만... (먼산)

주인공과 친구의 이름을 일부러 적지 않은 것은 독특한 이름 때문입니다. 그 독특한 이름 때문에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외모가 그 상황을 해결하니... 어쨌건 읽는 내내 입가가 풀어져 있었습니다. 시리즈로 더 나왔으면 좋겠지만 끝맺음이 확실해서 뒷 권이 더 나올 것 같지는 않군요.

그러고 보니 그 디오라마. <마신유희>가 살짝 떠올랐습니다. 디오라마라는 단어가 뇌리에 콱 박힌 것은 그 책 때였으니까요.

이치카와 다쿠지,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9800원
기타무라 가오루,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황매, 2004, 8500원
미야모토 테루, <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2007, 8500원
김지희 외, <nowhere: 어디에도 없는 그곳>, 예담, 2008, 13000원
와카타케 나나미,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시작, 2009, 10000원
쇼지 유키야, <도쿄밴드왜건>, <She loves you(쉬 러브스 유)>, 2007, 2008, 9800원
금난새,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생각의나무, 2008, 15000원


아하하하. 한꺼번에 밀린 독서 일기를 쓰다보니 책이 이렇게 많군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과 서평단으로 읽은 책 외에도 되새김질한 책이 몇 권 더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만화책 13권을 읽었지만 그 전 주말에도 만만치 않게 봤지요. <AQUA>와 <ARIA>를 둘다 꺼내 다시 읽었거든요. 만화책을 대규모로 꺼내보는 것은 주말에만 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출퇴근시간을 이용한 독서가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에 반추하고 있는 책은 먼 북소리고요.



가장 재미없게 본 것은 <우리가 좋아했던 것>. 이건 딱 일본 드라마의 전형적인 느낌을 닮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이야기에 복잡하게 꼬인 돈 문제, 그리고 엇갈리는 마음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결말은 나름대로 깨끗하게 냈기 때문에 그나마 리뷰를 쓸 생각이 든 겁니다. 운이 좋아서 아파트 입주권-한국으로 치면 국민임대주택쯤-을 따내게 되고 친구 하나가 들어와 살게 되었는데, 또 어쩌다보니 생판 모르던 여자 둘이 아파트에 같이 들어와 살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문제를 보듬어 앉다가 다들 암흑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는 이야기고요. 앞으로는 어떻게든 될거야, 그러니 일단 가보자라는 식의 생각이 난무하다보니 머리를 부여잡고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설정을 떼어놓고 보면 20대의 청춘남녀들에게 있을 법한 일들이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볼 지는 판단에 맡겨두지요.


<노웨어>는 앞부분 60% 가량만 읽고는 반납한 책입니다. 도서 대출 연장을 해서 뒷부분을 마저 보아도 좋았겠지만 읽는 도중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이 책은 남들이 잘 찾아가지 않는 곳들을 골라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여행기를 모아놓았습니다. 글쓴이의 상당수가 여행작가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 본 곳보다는 세계의 끝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짧지만 그런 곳을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데는 충분합니다. 특히 파란 바다나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산-틀에 박힌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없습니다-을 보고 있자면 통장잔고를 확인하고 항공편을 검색해 여행 계획을 짜고 싶은 충동이 입니다. 60%쯤 나갔을 때부터 그러길래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 쯤에서 책을 덮고 반납했습니다. 오지 여행을 즐기지 않는 저조차 그런 충동에 빠졌는데, 그런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통장파산선고와 다를바 없을겁니다. 그러니 책을 보실 때는 주의하세요.
하지만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를요. 마다가스카, 라파누이, 부탄 등. 하여간 nowhere이지만 now here를 말하는 장소들이 가득합니다. 곁들여 보시기엔 Azafran님의 이글루가 참 좋습니다. 후훗.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은 참 묘한 책입니다. 도서관에 기타무라 가오루의 책이 여러 권 꽂혀 있길래 볼까 말까 하다가 가장 얇은 책을 손에 들었는데, 나중에 펼쳐보니 이 책은 또 삽화가 그려진 동화책인겁니다. 그냥 동화책이라고만 말할 수도 없지만 왠지 포근하고 상냥한 느낌 속에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파스텔과 색연필 같은 부드러운 톤의 그림도 내용과 잘 어울리고요. 싱글맘과 딸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흐뭇합니다. 만화책과 비교하자면 이건 딱 치유계. 카페 알파나 아리아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치유계 이야기입니다. 책도 얇으니 가볍게 읽기에 좋습니다.
아, 지금 찾아보고는 이 작가가 익숙했던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이야기꾼 여자들의 작가였군요. 그쪽도 전래동화풍의 차분한 이야기였는데 느낌이 닮았습니다.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은 서평단 도서로 들어왔습니다. 이 책과 위기의 경제가 함께 들어왔는데 읽기 싫어 미적대다가 일부러 더 두꺼운 책먼저 손에 들었습니다.
간접적으로 금난새씨와 관련된 일을 겪은지라-Link 3(L3)정도의 관계도; 그러니까 G가 아는 사람이 이 사람과 블라블라블라~-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자면 그런 일이든 뭐든 신경쓰지 않고 재미있게 교향곡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한 때 모 공공도서관 서가를 마구 뒤져 음악, 미술 서적을 섭렵했던지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니 다시 보는 것도 재미있군요. 작곡가와 그의 대표 교향곡을 소개하면서 작곡가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풀어 놓는데 그 글맛이 괜찮습니다. 웃으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지요. 단,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인명표기인데요, 차이코프스키를 차이콥스키, 무소르크스키를 무소륵스키라고 쓴 것은 읽는 내내 눈에 거슬렸습니다. 이런 유명 음악가들은 한국명 표기가 정해져 있을것이니 그쪽에 맞춰 통일시켰다면 더 좋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에서는 일부러 말을 돌리는 (음...;) 부분도 있더군요.-ㅂ-; 책의 제본이나 지질, 컬러판도 마음에 들어서 가격 대 성능비가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이 가격에 이런 장정의 책을 팔아서 장사가 될까 싶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신청해둘만한 책이군요.
이 책도 단점은 있습니다. 읽고 있으면 책에 등장하는 교향곡을 찾아서 한 번씩 다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클래식 입문서로도 나름 훌륭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겠지요. 그러니 지갑 단속을 잘하지 않으면 때마침 나온 어느 오케스트라의 전곡 녹음 실황 같은 것을 구입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주의하세요.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는 읽은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아마 3주 전쯤. 구정 전에 읽은 책 같은데 리뷰를 이제야 하고 있군요. 허허허.(아니, 설마 리뷰를 했는데 또 하는걸까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작가가 쓴 또 다른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쪽도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고요. 주인공이 자신의 어렸을적 이야기를 맞선상대자에게 들려주면서,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공간적 배경도 마음에 들고-전개도 재미있게 흘러가는데다 로맨틱한 엔딩(-_-)까지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엄마친구아들같은 멋진 남자가 주인공인 것도 아니고, 돈 많은 남자가 주인공인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로맨스 소설의 공식과는 동 떨어져 있습니다. 평범하다기엔 어폐가 있지만 그냥 평범한 것으로 해두지요. 사실 그런 가게가 아니라 건담샵이라 해도 어느 정도 이야기는 통할 것 같긴 한데...(응?)
솜사탕 같은 느낌의 알콩달콩한 로맨스 소설이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합니다.


자아.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에 드디어 도달했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이 새로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잽싸게 도서관에 신청을 해서 챙겨보았습니다. 빌린 바로 그날, 읽기 시작해서 한 번에 다 읽어내린 추리소설입니다. 앞에 읽었던 <네 탓이야>와 느낌이 굉장히 닮아 있으니 <네 탓이야>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화자가 바뀌었던 앞 책처럼 이 책도 두 종류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옵니다. 하나는 '사건 수첩'이고 하나는 '현재 사건'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내용폭로가 될 수 있어서 가능한 입을 다물겠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점입가경이라는 단어에 맞게 점점 심오해집니다. 이 복선이 여기서 펼쳐지고 저 이야기가 저기서 다시 등장하고 하는 식이지요. 특히 사건 수첩과 현재 사건이 한 세트가  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읽다보면 헛웃음을 키게 만드는 전개가 기다립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G가 아주 많이 기대를 했는지 엔딩이 맹하다고 투덜대더군요. 저는 엔딩까지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을 덮고 나면 반드시 반추를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요. 그래야 복선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가며 볼 수 있으니까요. 경찰, 형사계 추리물, 하드보일드 계통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도쿄 밴드 왜건>. 가장 아끼면서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설정 자체는 일일드라마 수준이지만 벌어지는 사건과 수습하는 모습은 일일드라마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도쿄 어드메에-대강의 추측은 가능합니다-독특한 이름을 가진 헌책방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도쿄 밴드 왜건. 이 책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는 3대째 인물이고 그 아래의 계승자도 탄탄합니다. 작은 집에 4대가 모여 살다보니 식구들이 바글바글하여 바람잘날이 없습니다. 계절별로 진행되는 이야기라지만 아마 그 사이사이에도 책 몇 권은 나올 정도로 사건이 많을 겁니다. 형식만 놓고 본다면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과도 닮았지만 거긴 이 책만큼 복작복작하진 않지요. 여러 등장인물이 있는만큼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러가기 쉽지만 묘하게 한 곳으로 모입니다. 아마 아침 저녁은 항상 같이 먹게 되고 생활 기반이 헌책방과 그 옆의 카페다보니 그 안에서 정보가 다 공유되기 때문에 그런가봅니다. 외국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하츠 아키코의 <정원의 이방인>도 떠오르네요. 도서관에서 본 지는 한참 되었지만 책 제목에서 연상되는 이미지 때문에 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까울따름입니다. <도쿄 밴드 왜건>이 나온 뒤 팬들의 요청이 있어 나온 것이 <쉬 러브스 유>랍니다. 바로 이어 읽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연결되지요. 지금 원서를 검색해보니 그 다음권도 나온 모양인데 이 책은 언제쯤 번역이 될지 궁금합니다. 하루 빨리 나와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는데 과연 어떨지. 일상 생활의 소소하고 유쾌한 수수께끼가 모여 있으니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챙겨 보세요.>ㅅ<





덧붙임. 만세.;ㅅ; 다 썼다아!
마츠히사 아츠시, <풀(Pool)>, 양윤옥 옮김, 에이지21, 2005, 9000원
하라 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권일영 옮김, 비채, 2008, 12000원
와카타케 나나미, <네 탓이야>,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2008, 9000원
호시 신이치, <의뢰한 일>, 윤성규 옮김, 지식여행, 2008, 8900원
아카가와 지로, <삼색털 고양이>, 심상곤 옮김, 해문, 2004, 8000원
다나베 세이코, <두근두근 우타코씨>, 권남희 이학선 같이 옮김, 여성신문사, 2007, 9800원
김재현, <루디's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 아르고나인, 2008, 10000원
유동주, <지구 반대편에서 3650일>, 나무와숲, 2008, 12000원
전원경,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 리수, 2008, 15000원


한꺼번에 몰아서 쓰다보니 또 길어지는 책 감상문. 밀리지 않고 써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요즘 저녁 때도 일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차분히 글을 쓸 시간이 나질 않았거든요. 오늘도 약속이 있어 서둘러 써야하는 글이라 날림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일단 써보도록 하지요.


서가에서 일본 소설을 고를 때는 마구잡이로 고르기 보다는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가의 책을 우선으로 고릅니다. 그 외에 서가에서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을 경우 책 뒷면의 이야기를 보거나 앞부분의 이야기를 읽어본 다음 책을 뽑습니다. 그렇게 해서 집어 든 것이 마츠히사 아츠시의 <풀>입니다. fool이 아니라 pool. 이야기 전개상 pool이 꽤 중요한 소재라서 제목이 그런가봅니다. 읽을 당시에 시간에 따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회상신이 들어가고 다른 이야기가 함께 나가다보니 여러 시점이 뒤섞여 헷갈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등장하고요.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어떤 소설이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읽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 중 한 손에 꼽힐 정도의 사람만이 읽었던 r모님의 i모 소설과 구조가 닮아 있습니다. 다만 그 쪽은 사람이 적게 등장하고 이쪽은 사람이 많이 등장하고, <풀>은 시점과 사람들이 꽤 다양하게 얽혀 있지만 그 소설은 주인공들의 관계에 주로 촛점을 맞췄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을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 가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누워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이때 들었거든요. 배낭여행은 제 취향과 거리가 멀어서 할 가능성은 낮지만 말입니다.

<그라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하드 보일드 소설이라고 뒷면에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만 봐서는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별로 나지 않아서 괜찮다 싶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거 이상합니다? 결론은 하드 보일드 맞고요, 그것도 반숙이 아니라 완숙입니다. 삶은 달걀을 좋아하지만 소설 장르로서의 삶은 달걀은 퍽퍽해서 잘 먹지 않습니다. 제 취향에서 벗어나니까요.
하지만 삶은 달걀이 퍽퍽하다 한들 이 추리소설은 꽤 구성이 괜찮습니다. 설정상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글도 괜찮고 이야기 전개도, 등장인물들도 마음에 듭니다. 한 번에 죽 읽어 내리고는 목이 메인다고 투덜댔지만 충분히 맛있는 삶은 달걀이었다니까요.-ㅂ-

<네 탓이야>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옆에 꽂혀 있어서 빼들고 왔습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 이것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깔끔한 입맛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미스터리한 일상 맨 마지막에 등장한 고백에서처럼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많고요. 단편 연작이지만 모두가 이어진 이야기이고 맨 마지막에 고리를 묶어 매듭짓는 듯한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읽다보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습니다. 살짝 반전이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고요. <종신검시관>이나 <동기> 같은 연작 소설집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그러니 아이쭈님은 아마도 재미있게 보실테고..^ㅁ^;)

호시 신이치는 플라시보 시리즈라고 책이 주르륵 꽂혀 있길래 궁금해서 한 권 빌려왔습니다. 꽤 유명한 작가더라고요. 이름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빼보니 느낌도 독특합니다. 초단편소설집으로 한 편 한 편이 굉장히 짧습니다. 이름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를 짧은 이야기로 쓴 듯한 이야기들이지요. 그 아이디어들이 다들 독특하고 허를 찌르는 것으로 가득차 있으니 SF,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소설 내용을 소개하다가는 그게 다 줄거리 요약이 될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후훗. 발상 전환이나 기분 전환으로 딱이긴 한데 이것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결말은 아닙니다.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끝맺음이라서요.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는 예전에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얼룩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있어 펼쳐 보았더니 예전에 보았는지 어떤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빌렸습니다. 읽다가 중반쯤 되니 트릭은 기억이 나는데 그 사람이 죽은 이유는 또 기억이 나질 않고 범인이 누구인지 까먹어서 다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기억력 감퇴가 이럴 때는 좋은 걸까요. 다만 주인공의 범행을 이번에 잡힌 연쇄살인범과 비교해서 보면 참 .... (먼산)

<두근두근 우타코씨>는 여기 적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은 책입니다. 다나베 세이코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로 알려졌다지만 저는 <아주 사적인 시간>이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처절(?)하게 공감했던 소설이라 그 책을 읽고 나서는 결혼 못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거든요. 이번 책도 그런 부분의 공감대 형성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문제를 넘어서서 일흔 일곱 먹은 할머니가 정말로 귀엽게 보이니 일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할머니의 일인칭 시점 소설이라 속내가 고스란히 보이니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으며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보송보송 노래는 압권이라고요!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는 책을 빌려다 놓고는 웹툰이라 손이 안가서 2주 정도 책상 위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게 읽어볼까 싶어 집어 들고 보았다 홀딱 반한 책입니다. 커피의 기본 지식에 대해 그림으로 아주 쉽게 설명한데다 너구리 캐릭터가 참 귀엽습니다. 커피입문서라고 할까요. 커피에 대해 가볍게 보고 싶으시다면 읽어보세요. 웹툰이라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습니다. 뭐, 제가 커피 관련 기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봐서 더 재미있게 읽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전에 보았던 커피 홀릭 노트보다는 내용이 더 쉽습니다. 커피 홀릭쪽은 커피용구 중심으로 소개를 했고 그림에 등장하는 필기체 영어 때문에 읽는데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쪽은 가볍게 볼 수 있으니까요.

<지구 반대편에서 3750일>이나 <런던: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서>는 여행서가 꽂힌 서가에 갔다가 집어든 책입니다. 보통 여행서는 한 지역에 관련된 책을 함께 빌리게 됩니다. 파리 여행기(체류기)를 두 권 집어든다든지, 세계기행을 여러 권 집어 든다든지 말입니다. 이 두 권도 함께 빌렸는데 제 입맛에는 <런던~>쪽이 더 잘 맞았습니다. 둘다 런던-영국 유학기를 다루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영국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지구 반대편~>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활기를 주로 다루고 있고 <런던~>은 런던 여행기+체류기에 영국인, 런던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읽기에도 후자가 더 편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도 후자가 더 큽니다. 지금 유럽여행 적금을 하나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으니, 준비하는 걸 봐선 2년 내에 가겠다 싶습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번 책 감상은 무작위로 적은 거라 맨 뒤쪽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닙니다.-ㅂ-; 일단 나갔다 와서 이후에 오타나 비문 정리를 해야겠네요.
요네자와 호노부, <인사이트 밀>, 최고은 역, 학산문화사, 2008, 13000원


지금 서지사항 찾아 적으면서, "이거 학산문화사 책이었어? 어쩐지!"라고 경악하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어딘지 확인할 생각도 안하고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그냥 찾아 꺼내왔거든요. 그러고 보니 이 책, 정말 저자와 역자만 확인하고 출판사는 확인 안했습니다. 으허..; 보통은 일본 소설 꺼내면서 출판사도 확인하거든요. 어쩐지 판형이 다른 소설과는 다른 판형-<하늘속> 같은-이길래 독특하다 했지요. 역자 이름도 만화책 쪽에서 더 많이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ㅂ' (물론 저도 제 기억력을 100% 신뢰하진 않습니다; 으하;)

지금 방금 전 책 다 읽고 나서 반쯤은 흥분해서 책 감상을 올리고 있다니까요. 평소라면 취침해야하는 이 시간에 위키 프로그램 업데이트 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하하;


도서관 서가를 휘휘 둘러보다가 골라온 책이란 건 앞서도 이야기 했었고, 마지막의 몇 장과 후기만 읽어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작가를 믿고 뽑아온 책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시리즈의 작가거든요. <가을철~>도 기대하고 있는데 그 사이 다른 책이 번역되어 나왔나봅니다. 본격 추리라서 조금 망설였지만 최근에는 유혈낭자한 추리소설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뽑아 들었습니다.
저보다는 G가 먼저 읽었는데 평은 그다지 좋지 않더군요. 요즘 심리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마음 잡고 읽었습니다.


;ㅂ;

미스터리 팬들에게 강력 추천! (이라고 하면 또 나중에 실망하실까봐 기대치를 줄이고 싶지만...;)

시작부분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데 힘 없고 맥 없는 녀석이 주인공이라 기운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 라고 뒤까지 이어 쓰다보니 내용 폭로가 될 수 있겠군요.

일단 맨 앞의 배치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디서 많이 본 방 배치입니다. 십각관도 비슷했고 시계관도 비슷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용와정 살인사건도 그랬지요. 그리고 또 비슷한 느낌의 배치는 많습니다. 보고 있자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싶은 이야기가 있고요.
그리고 462페이지. 아니, 정확하게는 그 100페이지 앞 쯤에서부터-분위기의 반전은 시작됩니다. 거기서부터 입을 떡 벌리고 처음 느꼈던 이야기에 대한 '간격'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에필로그를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마무리 하게 되지요. 하하. 가능한 많은 정보를 담고 싶지만 추리소설에서는 그렇게 하면 내용 폭로가 지나치게 많겠지요.
간단하게 내용을 이야기 하자면 굉장히 이상한 아르바이트 모집광고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름과 성도 독특한 일련의 사람들은 자신들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아르바이트 모집에 응시합니다. 처음에는 장난 삼아 실수겠거니 생각했던 상황은 곧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등장인물들이 실험의 대상자가 된다는 점에서는 여러 인문학 실험과도 닮아 있지만 나중에 누군가 지적했던 대로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코드가 있습니다. 방관자이자 주시자인 저에게도 그런 코드가 보였는데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건 아무것도 아니겠더라 싶었습니다.'ㅂ'
요약하면 호기심, 장난, 도전 등 다양한 이유로 이상한 아르바이트 모집에 응모하여 선발된 사람들이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깁니다. 추리소설이니 어떤 사건인지는 대강 짐작 가시죠?


목요조곡에 대한 추가 감상 더.
- 99년 작품이라 그런지 초기 분위기가 많이 감돕니다. 뒷맛이 깨끗한 편인 것도 그래서가 아닌가 합니다.
- 최근 읽은 온다 리쿠 작품 중에서 분위기가 비슷한 것을 꼽으라면 <초콜릿 코스모스>. 특히 함께 식사하는 장면에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 남자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군요.
- <***>가 시작하는 장면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초콜릿 코스모스>와 연결했는지도 모릅니다. 연결 고리가 있잖아요.
- 저런 집 한 채 있으면 좋겠다...라며 보고 있었습니다.
- 아니, 사실 집만 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저런 집사(!)도 한 명? 기왕이면 알프레도나 엠마나 와타누키나 ... 그러고 보니 최근에 본 소설인지 뭔지에서 최강의 집사 반열에 올리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누군지 기억이 안납니다. 혹시 <마술사가 너무 많다>일까요. 일본소설인 것 같기도 하고. 메이드는 엠마씨가 좋아요.(..)
- 다 보고 나면 그 다음주 목요일에는 왠지 친구들을 불러서 파자마 파티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들 좋아하는 책 한 권씩 들고서 목요일에 모여 홍차나 커피 한 잔 같이 하며 느긋하게 거실에서 굴러다니며 시간을 즐기고 싶습니다. 목요일은 확실히 주의 중반을 넘긴 시점이고, 그 다음날이 금요일이니 주 5일제가 기본인 일본에서는 느긋하긴 하겠네요. 목요일의 모임이라.
- 위의 이유 때문에 <화요일 클럽의 살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화요일 클럽의 살인>은 어느 출판사 것이 번역이 괜찮은가요? 새로 한 권 더 살까 싶기도 한데. 가지고 있는 것은 해문의 문고판이거든요.

잡담은 이 정도.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이트 밀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팍팍듭니다.)
온다 리쿠, <목요조곡>, 김경인 역, 북스토리, 2008, 11000원
잰 캐런, <미트포드 이야기 1-2>, 김세미 역, 문예출판사, 2008, 각권 11000원
사카키 구니히코, <백만분의 일의 연인>, 김재현 역, 멜론, 2008, 9800원



더 늦게 내버려뒀다가는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는 책 감상기. 그래서 서둘러 올립니다.-ㅂ-;


가장 짧게 쓸 수 있는 것은 온다 리쿠의 목요조곡. 그러니 이것부터 갑니다.
그러니까 온다 리쿠를 좋아하신다면 그냥 보세요. 아무말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보시는 겁니다. 단, 보시기 전에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언제건 차를 끓일 수 있게 세팅을 하고 언제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드립퍼와 서버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가스렌지는 채소수프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식탁 의자에 앉아 이 책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 책을 잠시 내려놓고 차 한 잔 가져와 식탁에 내려 놓은 다음에는 채소 수프의 상태를 살피고 홀짝홀짝. 그리고 잠시 뒤에는 커피물을 올리고는 물이 끓기를 기다려 커피를 내린 다음 또 홀짝홀짝. 위의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책을 덮어 두어야 하며 다시 손에 들었다가는 소방차와 경찰차가 출동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먹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와서-배경 자체가 그렇습니다;-읽다보면 커피나 차가 꼭 필요하게 되니 미리 준비를 해두시라는 겁니다. 반전은 뭐 ... 음 ... 그냥 그랬지요. 그래도 최근에 읽은 온다 리쿠 책 중에서는 뒷맛이 가장 낫습니다. 일단 구입 목록에 올려 두었습니다.


백만분의 일의 연인은 번역 때문에 책을 말아 먹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책 한 페이지가 채 넘어가기도 전에 번역가를 확인하고는 이를 갈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문어체에 가까운 말을 쓴다고 해도 어조, 말투 등에 따라 그 분위기는 굉장히 달라집니다. 문어체라고 느끼지 않는 겁니다. 그럴진대, 책에다가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를 갖다 놓으면 ..(먼산) ~~했다, ~~다라고 대화하고 있는 주인공을 보면 속이 터집니다.
내용이 꽤 괜찮았던 만큼 번역이 더 아쉬웠던 책입니다. 헌팅턴 무도병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전에 프라이즈에서 잠시 들었던 이야기라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유전 쪽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저런 책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는군요. 번역만 아니면 추천할텐데 말입니다. 번역은 신경 안 쓰고 재미있는 책이면 가리지 않고 본다 하시면 추천합니다.


미트포드 이야기는 알라딘 블로그 서평단 맛보기 책으로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이 나왔을 즈음, 신간 검색을 하다가 내용 소개를 보고 읽을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고이 내려놓은 책이었습니다. 1-2권이 함께 와서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불평부터 해보죠. 일단 책 디자인이 마음에 안듭니다. 책 판형은 조그마한게 들고 다니기 좋지만, 디자인 점수를 매기자면 팍 깎을 겁니다. 한 5-6년 전의 책 표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책 가장자리 여백이 활자나 자간, 행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아서 보는 동안 불편했습니다. 편집도 마음에 안든다는 겁니다. 거기에 저 가격이면 차라리 조금 고급스럽게 분위기를 잡아 양장본으로 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즐겁고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내용상 걸리는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주인공이 성공회 목사(신부)라는 점, 그래서 성경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는 점. 교회 배경 지식이 조금 있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성경 몇 절이 튀어나올 정도가 아닌지라 보면서도 주석의 도움을 상당히 받았습니다. 단 몇 군데의 주석은 지나치지 않나 싶은 감도 있었고요. 거기에 글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기 때문에-이게 번역 때문인지 원서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읽다 보면 정신이 없습니다. 내용은 재미있지만 워낙 나오는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도 많고 중구 난방으로 일이 터져서 저 사람이 그 사람인지, 이 사람이 앞의 그 사람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보다는 등장인물이 훨씬 적을텐데도 왜이리 등장인물 이름이 헷갈리는 겁니까. 하기야 여기서는 앞에서 나온 사람이 또 등장하고 다시 등장하고 하지만 말입니다.

거기에 미국의 국민소설이라는 광고문구가 좀 걸립니다. 뭐랄까.................... 미국의 수준이 이렇게 낮았나 싶은 생각이 조금?;

요약하자면 책 표지가 마음에 안들고 편집도 마음에 안들고 내용도 중구 난방이고 산만해서 정신 없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모순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니까요. 주인공 신부님이 정말 귀엽고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라 책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내용이야 미트포드라고 하는 미국의 아주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한 이런 저런 이야기인건데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서 정신이 좀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빨간머리 앤의 에이번리 집들을 드문 드문 배치하지 않고 동(한국 행정지역으로) 하나에 몽창 몰아 넣어서 사람들이 계속 부딪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남의 이야기 하길 좋아하고 재잘대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밝고 명랑하니 앤의 분위기와도 닮아 있지만 에이번리는 공간이 넓어서 그렇게 사람들이 자주 마주치는 일은 없잖아요. 이것이 미국과 캐나다의 차이인가(혹은 시대의 차이인가) 싶기도 합니다.

가격이 걸리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서 가볍게 보시면 유쾌하게 웃으실 수 있을 겁니다.-ㅂ-
고인준, <5번가의 주얼리 뮤지엄>, 마리북스, 2008, 13500원
아야츠지 유키토,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시공사, 한희선 역, 2008, 13000원
임진평,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위즈덤피플, 2008, 12000원
이현주, <행복한 정원 & 즐거운 살림>, 다빈치, 2008, 12000원
고야마 군도, <필름: 우연이 가져온 행복한 기적>, 가람북, 박소연 역, 10000원

그 동안 열심히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왜 목록이 이것밖에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다 어디에? 라곤 하지만 계산해보면 요즘은 책보다는 마비노기 하는 시간이 길었을걸요.-ㅁ-;;
이번에 올리는 책들은 재미 순이 아니라 그냥 먼저 생각난 순으로 올립니다.


주얼리, 혹은 보석과 관련된 책은 이전에도 몇 번 보았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기초 입문쯤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사진은 꽤 깔끔하고 괜찮지만 내용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해 아쉬웠던 책입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 깊은 이야기를 바랬는데 입문서라서 그런지 아주 얇게 뜨고만 넘어가는군요. 게다가 보석 용어를 처음부터 정의했다면 좋았을텐데 용어는 뒷부분에 따로 모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얼리, 보석, 귀금속 등 헷갈릴 수 있는 용어를 이 책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이야기 중간중간에야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보고 있자면 보석 브랜드와 명가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2-3년 전에 G가 자기 취향의 반지를 찾긴 찾았는데 지나치게 비싸다면서 반 클리프 앤 아펠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이번에 다시 들었지요. 그리고 궁금해진 김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아보았는데 저도 취향 직격입니다. 쇼메, 카르티에, 반 클리프 앤 아펠 중에서는 반 클리프~쪽이 가장 취향에 맞았습니다. 터키석을 세련되게 다룬 솜씨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른 곳에서는 터키석을 많이 쓰지도 않았을뿐더러 쓰인 것도 다른 보석의 장식 정도로만 쓰고 있습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의 알함브라 시리즈에서는 나비 모양의 터키석이 나오거든요.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흑..
친구 K는 반 클리프~ 시계에 홀딱 반했는데 나중에 가격 알아보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전세금보다도 더 나옵니다. 언젠가 죽기 전에는 손에 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일이죠. 그래서 저는 아예 가격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랑 정초에 모여 놀 때 주얼리와 예물 관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해주는 예물말입니다. 기왕 해주시는 것, 거기에 취향 물어보신다면 진짜 며느리가 원하는 것으로 해주시면 안될까요.-_- 고만고만한-그리고 다시 팔아도 돈 안될;-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세트보다는 마음에 드는 카르티에 예물 한 세트가 낫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습니다. 뭐, 받는 상황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기도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더랬죠.
(한 번 공방에 가서도 그 이야기를 해볼까요..'ㅂ'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을텐데 말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신작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혹시 관시리즈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저택이 배경이긴 했지만 이전편에 등장한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아마 같은 건축가가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만 하고 있지만 정확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군요.
어쨌건 이번 이야기의 결론은 '미친놈은 답이 없다'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듭니다. 저택 전체의 묘사도 그렇지만 특히 서재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런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고 거기 꽂힌 수많은 한정판에 낚였기 때문일겁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츠바사 한정판 하드커버북 같은 것이 꽂힌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 서재에는 1900년대 초의 여러 문학가들의 소설과 시집 초판본과 한정 출판본이 꽂혀 있거든요. 한국식으로 말하면 윤동주, 방정환, 이광수나 기타 여러 동인들의 소설집이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겁니다. 관리가 쉽지 않았을텐데 용케도 했다 싶네요.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봉신연의 예전판 꺼내봤다가 책 냄새 때문에 신장판 구입 의욕이 40% 정도 상승했거든요. 좋은 종이를 쓰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엔 종이가 산화되어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책이 누렇게 변하고 바스라지고 합니다. 그러니 1900년대 초반의 책이라면 더 오래되었을 것이고 종이의 산화도 상당히 진행되었을거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그 저택의 서재가 정말 가지고 싶었습니다. 일단 그런 서재를 손에 넣으면 바닥공사부터 해서 온돌부터 깔고...(중얼)




같은 제목을 가진 다큐멘터리를 발표한 후,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있었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모아 낸 겁니다. 드라마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음악으로 알려진 '두 개의 달'에 관심이 있고 아일랜드라는 나라에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들여다 보시길. 하지만 재미보다는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과거를 보는 눈은 한 개여야 하는가 두 개여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를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 장님이라던데 설명을 읽고 나니 납득이 가는군요. 두 눈 모두 과거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나아가더라도, 앞을 보지 않으니 장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한 눈은 과거를, 다른 한 눈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해당된다는 이야기이니 가슴에 새기자고요.
이 책은 다른 여행기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여행충동을 불러일으키므로 읽기 전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쪽은 Kiril님이나 첫비행님 취향이라고 장담합니다. 정원을 예쁘게 가꾸며 표지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티매트와 티포트를 준비하고 정원에 핀 꽃을 감상하며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내용의 책이라 보시면 됩니다.(웃음) 정원가꾸기, 소품만들기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양쪽의 비율은 비슷합니다. 가볍게 다루는 감이 있지만 안에 등장하는 티매트나 바구니, 천 염색하기, 염색한 천으로 조각보 만들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 가볍게 다룰 수 밖에 없었겠지요. 길게 하다가는 보는 사람도 지칠겁니다.
조각보도 예쁘지만 티매트나 바구니 덮개 등의 조각잇기 배색이 멋집니다. 이런 부분은 Kiril님의 입맛에 잘 맞을겁니다. 훗훗훗..





이 책은 단편집입니다. 서가를 둘러보다가 제목만 보고 앞뒤 안 가리고 빌려온 책인데 나쁘진 않았습니다. 우연한 만남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우연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하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종종 마주치는 우연이기 때문에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우연이 지나치다 싶었더니 필연이었다더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약간 쓸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가볍게 보기에는 딱 좋습니다. 카레 이야기나 그 다음에 실린 바 만들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지요.






날림 리뷰는 이것으로 끝!

글 쓰기 싫은 걸, 밀린 글거리가 너무 많아서 붙들고 있었더니 그럭저럭 말은 풀리네요. 하지만 마음에 흡족하지는 않으니.. 이정도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가토 미아키, <클럽 인디고: 밤을 달리는 자들>, 김소영 역, 갤리온, 2008, 10000원
아이작 아시모프,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 작가정신, 1995 (현재 품절)
김지혁, <그림으로 읽는 책>, 이미지박스, 2008, 11000원
사쿠라바 가즈키, <청년을 위한 독서 클럽>, 박수지 역, 노블마인, 2008, 10000원
마츠히사 아츠시, 다나카 와타루, <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 권남희 역, 에이지21, 2008, 11000원
요코야마 히데오, <그늘의 계절>, 민경욱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9500원
요코야마 히데오, <제3의 시효>, 김성기 역, 노블마인, 2008, 11000원


이렇게 총 일곱 권. 되새김질하는 책들 여럿을 포함해 최근에 읽은 책들입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다섯 권이었는데 그 사이 두 권을 더 읽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은 도서 밸리에 잠본이님이 발췌를 올린 것을 보고는 빌리겠다고 생각하다가 최근에야 빌려 보았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읽다보면 작가의 자기 자랑에 질려 두 손을 들게 됩니다. 1권은 끝까지 다 읽었는데 2권은 읽는 도중에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 던졌습니다. 위트가 넘치는 글이기도 하고 작가가 언제 어떤 소설을 썼는지에 대한 기록도 꾸준히 있지만 자기 자랑은 정말 싫습니다. 흑.;

그림으로 읽는 책은 표지그림에 반해 고른 책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미묘하네요. 글이 그림을 못따라간다는 느낌입니다. 읽으면서 조금 걸리는 표현(문법적으로 걸렸다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그림이 은근 취향이라 그림만 보아도 좋을 책입니다. 좋았지요.

바나나로 못질할만큼 외로워는 3류 연애소설이라고 애초에 작가들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주 가볍게, 일본 드라마에서 나오는 상황설정을 보듯이 보면 됩니다. 주인공 두 사람이 엇갈리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습니다. 그리고 배경이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이 있다보니 성우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뒷부분의 이야기 흘러가는 것이 꽤 재미있습니다. 훗훗.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 클럽 인디고는 강력 추천작입니다. 일본 소설 많이 보는 분들은 챙겨보셔야 할 책 중 하나입니다.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은 언뜻 보면 마리미떼=마리아님이 보고 계셔를 떠올리게 합니다. 배경이 여학교이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하지만 성 마리아나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독서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맨 마지막의 이야기 전개는! 읽으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읽고 나면 나카노 브로드웨이를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도 잘 찾아보면 어딘가 이런 곳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 안되면 생협 합작으로 만들어 보아도 되는거죠.
클럽 인디고도 독서클럽과 묘하게 분위기가 닮아 있습니다. 이야기가 단편단편 끊어져 있다는 점,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고 해결되는 추리소설과 비슷한 전개로 가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클럽 인디고쪽이 추리소설에 조금 더 가깝긴 하지요. 클럽 인디고 시리즈는 한 권이 더 있나본데 도서관에서 무작위로 집어든 책이라 손에 들어온 것만 먼저 보았습니다. 이쪽이 앞쪽 이야기입니다. 프리라이터인 두 사람이 충동적으로 만든 클럽을 배경으로, 여기의 호스트들이 사건 해결을 해나갑니다. 물론 주인공은 따로 있지만 이 주인공은 사건에 뛰어 들어 가는 쪽이라 해결은 주변에서 많이 해줍니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두 작품은 무조건 추천. 하지만 순서대로 그늘의 계절을 먼저, 제3의 시효를 나중에 보셔야 합니다. 그늘의 계절은 뒷맛이 씁쓸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 제3의 시효를 입가심(G의 표현)으로 보시면 됩니다. 둘다 경찰물이니 경찰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시기를. 종신검시관과 닮아 있습니다.'ㅁ'
이번에도 몰아서 하다보니 책 권 수가 좀 많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도 있고 여러 차례 읽어서 서지사항을 적지 않은 것도 있고요. 지금 읽고 있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기 겸 수필이고 그 직전에 읽은 것은 신이현의 <알자스>입니다. 크리스마스 때 보면 딱인 책이라니까요. 알자스의 겨울은 역시 크리스마스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제과신이 살짝 어깨에 내려오셨습니다. 흑;

김연수, <여행할 권리>, 창비, 2008, 12000원
채다인,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8, 8800원
백희나, <구름빵>, 한솔교육, 2007, 8500원
박상희, <커피홀릭's 노트>, 예담, 2008, 12000원
가이도 다케루,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은행나무, 2008, 11000원
미야베 미유키, <레벨 7 상-하>, 북스피어, 2008, 각 9500원
임윤정, <카페 오사카 교토>, 황소자리, 2008, 12000원

권 수로는 8권이군요. 레벨 7이 상, 하로 나뉘어 있어 그렇습니다.


짧게 쓸 수 있는 것부터 하지요.
카페 오사카 교토는 이전에 카페 도쿄를 쓴 작가가 도쿄에 있을 때 잠시 다녀온 오사카, 교토의 카페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책을 내기 전 조사차 다녀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도쿄쪽보다는 오사카나 교토 카페 분위기가 조금 더 독특합니다. 요즘 생기는 홍대 카페 분위기가 이런 주제를 따라가려고 한다는 생각인데, 커피 맛 자체보다는 분위기에 승부한다는 느낌? 하지만 각각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오사카나 교토의 카페가 나아 보입니다. 홍대 카페들 중에서 자신만의 주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곳은 몇 군데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런겁니다. 요즘이야 홍대 카페를 들어갈 일이 거의 없으니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마포 도서관 근처의 카페 무리는 비슷비슷하게 보이거든요. 너무 몰려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관서를 여행하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지만, 지나치게 몰두하지는 마세요. 자칫하면 여기 나온 카페들을 모두 찍어보겠다라는 만용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하핫.

여행할 권리를 읽고 난 감상은 왜 이 책이 그렇게 도서관에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온지는 꽤 되었는데 이상하게 예약자가 많은 책이거든요. 예약 시도를 했다가 포기하고는 다른 경로로 구해 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빠리라든지 토오꾜오 등의 표기가 낯설어서 글에 몰두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소설가가 쓴 여행기다보니 글은 꽤 잘 읽힙니다. 여행도 보통은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다니기 때문에 재미있었고요. 도쿄 여행기는 이상의 생애와 연결해서 글이 흘러가는데 이상의 삶이 이랬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날개의 기둥서방 이미지만 강했거든요.;
다른 것보다 소설가 모임에서 보인 뻔뻔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부분은 꼭 읽어보세요.

구름빵은 강력 추천작. 우울할 때 보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일러스트가 재미있습니다. 길이도 짧고 하니 서점에서 휘릭 넘겨보셔도 됩니다. 보고 나면 사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그 부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저도 구입 예정 목록에 넣어 두었습니다.

편의점 탐닉은 무난무난합니다. 편의점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른 곳은 별 문제가 없지만 걸리는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더군요. 블로그에서라면 그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지만 책으로 나왔을 때는 한 줄 빼도 괜찮았을건데 말입니다. 작은 탐닉이라는 시리즈 제목에 잘 맞는 책이란 생각입니다. 

커피홀릭의 노트는 처음 읽을 때와 나중에 다시 생각했을 때의 느낌이 확 다른 책이었습니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글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불평했는데 뒷부분으로 갈 수록 집중도는 높아집니다. 아마도 제가 커피에 대한 기본 지식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앞부분에는 그다지 집중을 못했고 뒷부분의 특이한 커피용구들을 보고는 홀딱 반해서 그랬을 겁니다.
책의 가독성이 낮은 편인 것은 삽화 때문입니다. 책의 절반 가까이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삽화 비율이 40% 가량) 문제는 삽화에 들어간 설명이 필기체 영어라는 겁니다. 캘리그라피처럼 장식 글자이기도 해서 도저히 알아볼 수 없습니다. 작가가 영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필기체 영어를 쓴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 커피에 지식이 조금 있으니 그나마 몇 개는 알아보았지만 나머지는 철자를 몰라봤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익숙한' 그림체라는 것도 반감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도 가격 대 성능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용구들을 다양하게 소개해서 커피 입문서로도 나쁘지 않고요. 살지 말지는 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걸 사면 커피 지름신이 확 내려올 것 같아 무섭습니다.

레벨 7은 교보에서 처음에 보았던 리뷰를 보고 상상한 내용과 실제 내용에 굉장한 거리감이 느껴져 읽으면서 당황했습니다. 이 때는 또 묘하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 안 땡겨서 놔두고 있다가 대충 대충 건너 뛰면서 반납하기 직전에 다 읽었습니다. 읽은 뒤의 느낌은 꽤 좋았습니다. 어제 또 온다 리쿠의 책을 빌려서 다시 보고 있는데 온다 리쿠는 읽고 나면 입맛이 씁니다. 미미 여사 쪽은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니 훨씬 취향인 거죠.
실험적인 형식이나 그런 것은 등장하지 않지만 딱 추리 소설 느낌에 맞춰 볼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미미여사 책 답게 사회문제도 섞여 있으니 생각하며 읽어봅시다.(음?)

다음은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
처음에 가이도 다케루의 책이 또 나왔다고 해서 같은 출판사에서 냈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은행나무에서 나왔군요. 일본 소설이 한창 쏟아지던 때 은행나무에서도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 읽은 책들 중에는 은행나무에서 나온 책이 없었나 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보고 있자면 한국의 출산 정책이 어디부터 잘못 되었는지 빤히 들여다 보입니다. 일본 이야기지만 일본의 저출산보다 한국의 저출산이 훨씬 시급한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의 저출산은 다른 쪽의 문제가 크기도 하지만 그래도 리에가 말하는 출산 대책이 머리 굳어 있는 후생성 공무원들의 정책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하도 출산인구가 줄어서 한국도 산부인과들이 폐업하기 직전이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산원 문제도 있군요. 한국에서는 조산원도 완전히 없어졌지요? 아기를 받는 것은 경험많은 조산원과 의사의 합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더 재미있었습니다.
냉혈이든 냉철이든 얼음이든 하여간 멋진 의사선생님 밑에서 저도 생물학 수업 받고 싶어요.;ㅂ;



書목록을 보니 12일이 마지막으로 글 올린 날입니다. 그 동안 읽은 책들을 쭉 뽑아보니 대강 이정도로군요.

와카타케 나나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북폴리오, 권영주 옮김, 2007, 9500원
김정은,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 예담, 2007, 11000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낭만동화집 1>, 이룸, 차경아 외 옮김, 2006, 15000원 
이어령, <우리문화박물지>, 디자인하우스, 2007, 13000원
에릭 메이슬, <보헤미안의 파리>, 북노마드, 노지양 옮김, 2008, 11000원
제환정, <뉴욕 다이어리>, 시공사, 2007, 13000원
아사쿠라 다쿠야, <4일간의 기적>, 한스미디어, 김난주 옮김, 10000원
온다 리쿠, <메이즈>, 노블마인, 박수지 옮김, 2008, 10000원
아사다 지로, <월하의 연인>, 지식여행, 2007, 9900원
노다 마사아키, <전쟁과 인간>, 길, 서혜영 옮김, 2000, 15000원



일단 읽었음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부터 적지요. <뉴욕 다이어리>. 며칠 전에 읽은 책인데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거참 신기합니다. 보다가 엉뚱하게 예전에 읽은 뉴욕 체류기가 떠올라서 도서관에서 다시 <내가 사랑한 뉴욕 나를 사랑한 뉴욕>을 빌려왔다는 것 외엔 남는 것이 없군요. 유행에 따라 나온 그저 그런 뉴욕 여행기였나봅니다. 강렬한 기억이 없군요. <내가 사랑한~>은 뉴욕 체류기나 일본 체류기 등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에도 다시 빌려 보았건만 두 번 보아도 재미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체류기라는 것이 무섭습니다. 덕분에 일본 장기 여행 준비를 다시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 이전에 부었던 것은 펀드라 지금 원금을 삐~% 깎아 먹은 덕분에 손을 못댑니다. 이번엔 적금으로 넣어야할까요.



그다음으로 기억이 없는 것은 <월하의 연인>. 아사다 지로 특유의 괴이한 이야기 모음집입니다. 보고 나면 뒤끝이 안 좋은데도 빌릴 책이 없으면 빌려오게 된다니까요.=_=



<메이즈>는 솔직히 재미 없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그래도 여행기, 체류기 비슷해서 H시-보면 어딘지 다 압니다-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메이즈는 시작부터가 공포물이고 배경도 아프가니스탄 그 안쪽 어딘가로 잡혀 있어서 갈 수 없지요. 아, 아프가니스탄하니까 자동 연상으로 훈자가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훈자도 언젠가 가보고 싶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배경이 되었다는 파키스탄 지방이지요.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무서운 지역이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지 않습니까. 공포물이라거나 위험지대라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다는 의미입니다. 눌러 앉게 된다는 거죠.
이것도 추리이긴 한데 마음에 들었던 누구의 행방이 묘연해지는 바람에 입맛(?)을 잃었습니다. 거기에 온다 리쿠 특유의 씁쓸한 엔딩이라 더 그랬지요. 저는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먼저 보고 <메이즈>를 나중에 보았는데 G는 순서대로 <메이즈> 먼저, <클레오~>를 나중에 봤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을 보고 나더니 온다 리쿠 소설 중에서 깔끔하게 끝나는 소설도 있었냐고 하더군요. 그 직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 책이 <구형의 계절>이라 열린 결말에 질려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우리문화 박물지>는 그럭저럭. 최근 일본 소설만 읽어서 제게 부족해 있던 한국 문화 영양소를 공급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좀 확대해석의 기미가 보입니다.;;
이 책은 다른 것보다 외국인들에게 선물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ㅂ' 번역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어 공부 겸 한국 문화의 키워드를 보여주는 책으로 말입니다. 책 편집도 깔끔하고 각각의 소재에 대한 글도 짧으니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에게 괜찮지 않을까요.



<낭만동화집 1>은 도서관에서 보고 덥석 집은 책인데 독일 낭만주의 소설 모음입니다. 책이 두껍고 하드커버라는 것을 생각하면 15000원이라는 가격이 싸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몇 군데 번역의 오류가 보인다는 점, 읽다가 졸았다는 점,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걸립니다. gnome을 그놈이라고 했더라고요. g는 묵음인데 생각을 못했나봅니다.
낭만동화라길래 행복한 결말을 주로 생각했는데 내용의 절반 이상은 불행한 결말입니다. 로맨틱하고 핑크빛이 만발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니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디네를 포함해 그 때쯤의 소설들을 여럿 볼 수 있다는 건 좋았습니다. 2권을 빌릴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단편 연작집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사보 편집자가 한 달에 한 번씩 단편소설을 연재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글로 시작해서는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고백하는 편지로 끝이 납니다. 달마다 연재하는 소설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요 각 장의 앞에는 그 달의 사보 목차가 올라와 있습니다. 철저하게 설정을 한 겁니다. 거기에 사보에 연재되는 소설이다보니 계절감도 충실하고요. 일상생활의 미스터리지만 맨 마지막에 뒤통수를 가격 당하면 흐물흐물 늘어지게 됩니다. 평범한 이야기다보니 맨 마지막의 반전도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나올 줄 몰랐습니다. 아마 아이쭈님 취향에 맞을겁니다. 후후후후후~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어느 전직(?) 피아니스트와 정신지체 소녀가 같이 다니면서 봉사활동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요 피아노 연주를 하러 가는 4일동안에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내용을 다 소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이 작지만 두꺼워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4일간의 이야기가 충실하게 들어오면서 그 사이사이에 과거의 기억, 과거의 사건도 함께 다룹니다. 그리고 희망적인 장면으로 끝이 나기 때문에 읽고 나면 뿌듯합니다. <눈의 야화>, <새틀라이트 크루즈>도 괜찮았다 생각했는데 <4일간의 기적>도 재미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만한 책들입니다.



<전쟁과 인간>은 이 목록에서 가장 안 어울리지 않나합니다. 종전 후, 일본의 어느 정신과 의사가 전쟁에 나갔다 살아 돌아온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쟁 기억을 모아봅니다. 독일에서 유태인 생존자의 증언을 모으는 것, 그리고 독일의 전후 처리과정을 보고는 마음이 움직여 시작한 겁니다. 왜 일본 사람들은 전쟁 기간 동안 저지른 일에 대해 죄책감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알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작가의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온지 오래된 책이고 한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는 중국, 만주 쪽에서 활동한 전범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처음 보는 이야기도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읽고 나면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니 옆에 심신정화용으로 다른 만화책이나 책을 가져다 두고 읽으세요. 읽고 나면 일본 물품에 대한 지름신이 잠시간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니 지름신 제어책으로도 유용합니다.;;



<보헤미안의 파리>는 예전에 읽었던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작가입니다. 파리를 중심으로 한 글쓰기 이야기고요. 앞서의 샌프란시스코와 닮아 있습니다. 파리에 대해서 작가를 위해 열린 공간, 일단 질러(?)놓고 보자고 들어와서 꾸준히 하면 기회는 많다고 하는군요. 다른 무엇보다 아침 저녁으로 A4한 장씩 글을 쓴다면 1년 안에 책 한 권을 만들 분량이 나온다는 것은 감명 깊었습니다. 그냥 체류기나 여행기로 보기보다는 작가지망생에게 말하는 글쓰기 준비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게 읽었습니다.

책 읽은 것들 정리하기가 정말 싫어서 그냥 한 번에 몰아 쓰렵니다. 요 며칠 지뢰를 계속 밟아서 그런가봅니다.

온다 리쿠, <금지된 낙원>
온다 리쿠, <구형의 계절>
우에다 아키나리, <우게쓰 이야기>
아사다 지로,<월하의 연인>
카리야 테츠,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 1-2>
케이트 케리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데이비드 제롤드,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
여성건축기술자회,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
아사쿠라 다쿠야, <눈의 야화>
모리오카 히로유키, <달과 어둠의 전기>
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하이델베르크>
제프리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


음, 이것말고도 또 있었던 것 같은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니 넘어가고.

달과 어둠의 전기.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 끝까지 가보자 싶어서 읽었는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뒷 권이나 관련 시리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제 취향에는 전혀 맞지 않더군요. 영감은 있으나 능력은 없는 10대의 방약무인한 소년이 무전취식을 노리면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퇴치할 능력도 없으면서 퇴치하겠다고 한 것이 사기 치는 것이지 뭡니까. 하여간 도서관에서 망설이다가 집어 들어 피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달과 어둠의 전기보다 더 지독했던 것이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입니다. 이건 읽다가 던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앞에 몇 장 읽어보고는 더 읽다가는 속 터지겠다 싶어 반납했습니다. 뉴욕에서 잘 나가는 어느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충동적으로 결혼하고는 그에 대해 후회를 할까 마음 편히 살까 고민하는 이야기인데 외할머니의 이야기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앞 부분만 읽고는 도저히 공감이 안가서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레시피라도 잔뜩 있을까 싶었는데 각 장 앞에 하나씩 소개 되어 있어 5-6개 남짓만 있더군요.
느낌은 할리퀸 로맨스의 뒷 이야기랄까..? 공주님과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결혼해서 이렇게 마음 고생하고 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 두 권도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앞부분은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한 소설, 뒤는 사진 위주입니다. 짤막한 에세이 같은 것도 있는데 전 에세이 쪽이 더 좋더군요. 그러고 보니 김영하는 소설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네요. 예전에 랄랄라 하우스만 빌려 읽었던가요.

아사다 지로는 프리즌 호텔만 좋은가봅니다. 특히 몽환적이고 알 수 없는 단편집들은 정말 책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손 대지만 읽고 나서는 항상 후회합니다. 사고루 기담은 그럭저럭이었지만 아야시~는 뒤끝이 안 좋았고 월하의 연인은 쓰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단편이 몇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다 읽는다 해도 평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것인데 책 판형이나 글씨 크기, 편집, 그림 등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캔터베리 이야기 자체는 재미없었습니다.

아사쿠라 다쿠야의 눈의 야화는 이전에 새틀라이트 크루즈를 괜찮게 봐서 빌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묘. 책이 두껍지만 안 읽히는 책은 아닌데 몇 군데서 묘하게 늘어집니다. 특정 부분의 묘사, 주인공의 심리적 독백 같은 곳이 지나치게 길어서 소설의 맥을 가늘게 만듭니다. 요약하자면 별 생각 없이 미술을 시작했다가 꽤 잘나가던 주인공이 좌절하고 다시 손대기까지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눈과 관련된 설화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무난하게 볼만하지만 중간에 그 늘어지는 부분에서 지겨워질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답답한 성격입니다. 무심에 소심을 더하면 이런 성격일거예요.;

행복을 연출하는 다이닝 & 키친은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상황과 다른 부분도 많고요. 한국은 아파트를 선호하는데다 단독주택도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경우가 드문데, 일본은 아파트나 빌라보다도 정원 가꾸기가 가능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지 단독주택에 대한 개조 사례가 많습니다. 그것도 오래된 집에 대한 개축이 많더군요.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로 거실과 부엌을 개조하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세요.
부엌을 배치할 때 햇살이 잘 들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둔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는 에도 시대에 나온 유명한 설화문학이랍니다. 신간을 둘러보다가 내용 소개에 흥미가 끌려서 도서관에 주문해 빌려다 보았습니다.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군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이야기가 많은데 각 이야기의 뒤에 실려 있는 해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많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요재지이였나, 하여간 그런 류의 이야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특강은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인 카리야 테츠가 쓴 책입니다. 맛의 달인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동안 일어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작가 성격이 나쁘다는 것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엊그제 초록불님이 편집자와 작가의 차이는 자뻑기질 차이라고 했는데 이걸 떠올리면 금방 납득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제 멋에 사는 작가예요.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 그림들과 함께 먹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1권은 주로 음식 재료와 관련된 이야기가, 2권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등 국가별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가별 요리라고는 해도 프랑스 요리 때는 푸와그라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재료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두서 없이 늘어 놓는 음식 이야기이니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맛의 달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두말없이 추천합니다. 읽고 있자면 카이바라(번역판에서는 우미하라. 카이바라라고 읽는 것이 맞답니다)나 지로의 나쁜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단번에 아실겁니다.

화성아이 지구 입양기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독신으로 살아오던 어느 작가가 문득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온갖 문제아로 낙인 찍힌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하는데, 이 아이는 자신이 화성인이고 언젠가 화성인들이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화성인에서 지구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주 내용입니다. 이게 순위가 높은 것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작가가 스타트랙 작가라고 해서 홀랑 낚였거든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Happy SF를 봤고, 그래서 여러 SF 소설에 구미가 당기던 차에 별 생각 없이 빌린 책이 SF 작가가 쓴 책인겁니다. 그것만 해도 우연의 일치라 할텐데 번역자는 Happy SF 2호에 실린 단편의 작가였습니다.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같은 분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SF관련 여러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책은 작고 얇지만 여운도 그렇고 느낌도 좋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입니다.

마지막이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과 구형의 계절인데, 사실 둘다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처음 시작은 도시괴담이더니 어느 순간 판타지 소설로 넘어가더군요. 아이쭈님이 네크로폴리스랑 구형의 계절을 보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화냈다 하시던데 이해가 갑니다. 구형의 계절보다는 네크로폴리스가 조금 더 낫긴 합니다. 구형의 계절은 60%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왜 이리 전개되는지, 엉뚱하게 마구 흘러버립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나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처럼 학원물을 기대했는데 뒤통수를 퍽 맞은 느낌일까요. 열린 엔딩이라 더 그렇습니다.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마음에 안듭니다.
금지된 낙원도 막판 뒤집기에서 빈대떡을 홀랑 다 태워먹은 느낌입니다. 긴장감을 잘 조성하면서 공포물로 나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오컬트가 됩니다. 두 사람이 막판 뒤집기를 할 거란건 알았지만 그쪽이 막판 뒤집기를 한 것은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 싶었고, 다른 한 쪽은 최종보스 치고는 너무 약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엘프가 매그넘샷 한 발에 글라스기브넨을 날려버린 듯한 느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묵혀둔 책이 몇 권 안 남았는데 이것 다 읽고 나서 뭘 보나 싶습니다.ㅠ_ㅠ

         

온다 리쿠, <네크로폴리스 1-2>, 문학동네, 2008, 12000원
<클레오파트라의 꿈>, 노블마인, 2008, 10000원
<구형의 계절>,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10000원


어쩌다보니 온다 리쿠의 책을 몰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네크로폴리스. 두 권을 몰입해 읽고 나서는 간만에 재미있게 봤다고 흥분하다가 도서관에 클레오파트라의 꿈이 들어온 것을 봤습니다. 이게 시리즈였다는 것은 기억하는데 몇 번째 편인지도 가물가물해서 일단 빌려놓고 보자는 생각에 빌렸습니다. 꽤 재미있게 보고 나서는 이번엔 구형의 계절이 서가에 꽂힌 것을 봅니다. 이쪽은 조금 망설였다가 빌려서 보게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읽을 책이 있었다면 구형의 계절은 손을 대지 않았을건데 묘하게 요즘에는 읽을 책이 없더군요. 재탕을 하느니 도전을 하겠다 싶어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빌렸습니다.


구형의 계절은 초기작품입니다. 느낌은 여섯번째 사요코와 가장 닮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도시전설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뒤로 갈 수록 이야기가 붕 뜹니다. 앞과 뒤의 괴리감이랄까요. 기대하던 방향에서 책이 멀어지면서 불만족스럽게 결말을 맞았습니다. 여섯번째 사요코처럼 남녀 고등학생들의 치열한 이야기(?)를 보신다면 좋지만 뒷부분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알아두세요.;
아참. 덧붙이면 번역이 어긋난 부분이 한 곳 있습니다. 밀크빵.................. 나우시카에 대한 주석을 엉뚱하게 달았던 무라카미 류의 수필집 못지 않게 강렬했습니다. 한 동안 잊지 못할겁니다.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인 메이즈는 예약 신청했는데 아직 들어오려면 멀었나봅니다.
앞 권을 예약할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메구미란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군요. 그러니까 조인성 같은 외모를 가진 남자가 여자말투를 쓴다는 설정인가본데 한국은 여자말투와 남자말투가 나뉘어 있지 않으니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없지만 이걸 여성스러운 말투를 쓴다로 살짝 바꿔보면 닭살이 오도독 돋습니다. 대체적으로 번역은 무난한데 몇 군데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집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렇더군요. 여성스러운 말투로 바꾸다보니 말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요.
이 책은 스토리의 전개보다는 캐릭터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정도로 메구미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미지가 강렬합니다.


네크로폴리스는 엔딩부분만 아니면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겁니다. 결말이 취향이 아니긴 한데 전체 흐름이나 설정은 굉장히 취향입니다. 끝맺음이 걸려서 그런 것이지만 설정도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1-2권으로 나뉘어 있음에도 상당히 두꺼운데다 페이지당 글도 굉장히 많습니다. 가격 대 성능비가 좋다고 할까요.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구입 예정 목록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계속 밀릴 가능성도 있지만, 읽는 재미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자금 여유가 생기면 바로 구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너스 트랙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재미있게 본 순서는 감상 쓴 순서의 반대입니다. -ㅂ-



하여간 책 살 돈 좀 넉넉하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달 유가환급금 나오면 그걸로 좀 질러볼까요.;ㅂ;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더럽혀진 천사>, 학산문화사, 2008, 5800원

이글루스 밸리에서 '문학소녀' 시리즈가 일본에서 완결났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기뻐했습니다. 그리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4권을 보고 있었는데...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 e-hon을 검색했더니 문학소녀는 전 시리즈가 8권입니다. 최근권이 8번째 책이더라고요. 한국에서는 4권까지만 나와 있고 말입니다. 아직 4권이 더 남았습니다. 5권이 완결일 거라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다음권부터는 구입해서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완결권 나올 때까지 봉인을 할지 말지 고민입니다. 토오코가 1권에서는 2학년, 4권에서는 수험생(그것도 시험이 코앞)입니다. 그렇다면 재수생일 될 것인가 대학생이 될 것인가가 문제?; 4권 분위기 봐서는 재수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걸요. 등급 E라니 말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모의고사는 후배가 신경쓰여서 땡땡이 쳤답니다. 으허허허;

나나세 같은 타입은 제가 질색하고 있는데다 문학부원 커플을 밀고 있으니 엔딩이 어떻게 날지 궁금합니다. 올해 안에 완결권까지 나오는 것은 무리고, 내년까지 꼬박 모으면 되겠지요. 하여간 꽂아둘 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ㅂ-;;


아리스가와 아리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시작, 2008, 11000원
카와이 치구사, <에스페란사 7(완결)>, 신서관


에스페란사는 정보 따로 빼오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그냥 글로만 적겠습니다.;;

에스페란사는 1-6까지 잘 모아 놓고, 7권을 못구했습니다. 이게 완결권인데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품절된 뒤에야 알았습니다. 서울문화사의 품절은 대개 절판과 이어지기 때문에 다시 나올거라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품절된지도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에야 구하기가 더욱 어렵지요.
(지난주에 북새통 갔다가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몇몇 책들의 앞 권 재고가 빠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S에게 이야기 했더니 혹시 덤핑목록이 풀리는 것이 아닌가 하더군요. 주목하시길; )

에스페란사와 용기단 외전을 같이 주문했는데, 안면이 있는 그 직원분이 책을 검색해보시고는 고개를 갸웃거리시더군요. 둘다 e-hon에서 탐미쪽으로 카테고리가 잡혀 있더랍니다. 으허허허; 특히 표지가 묘한 경우 검수과정에서 잡힐 수가 있기 때문에 교보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런 쪽 책들의 주문을 꺼린답니다. 뭐, 듣기로는 최근 검수쪽 담당자가 바뀌어서 묘한 표지가 보이면 주문처인 교보에 전화를 한다나요. 어쨌건 교보에서는 책 주문이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ㅂ- 저야 그렇게 심각한 책은 주문하지 않지만요. 아, 다음에 일본갈 때까지 안 나오면 G-Defend 마지막 두 권도 구해와야죠.; 동수사책은 교보에서 아예 주문이 안되어서..

에스페란사의 결말이 어찌되었는지 물었더니 해피엔딩이라 해서 가슴을 쓸어 내렸는데 이렇게 나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놔.......; 끝부분의 그 장면을 보고는 패닉이 되어서 책장을 넘기지 못했는데 2-3번 정도 죽 읽어나가다보니 전개가 이해되는군요. 허허. 게다가 내부 일러스트도 의도적이었다는게 밝혀지고요. 흑..;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카와이 치구사는 한국에 나온 책이 에스페란사 한 권뿐이라 모르는 분들이 많을텐데, 가장 최근 작업으로 알고 있는 것이 영국요이담의 삽화입니다. 영국요이담도 원래 그 삽화에 낚여서 원서로 1권 주문했다가 크리티컬 히트 맞고는 뻗어서 그 뒤로는 손을 안댔지요. 스페셜은 그래도 이야기가 무난했지만 나머지는 어둡습니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읽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리뷰를 적는다, 적는다 하고는 까맣게 잊고 이제 올리는 바람에 내용도 가물가물하네요.
작가를 보면 아시겠지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입니다. 이 작가 책은 시공사에서만 두 권이 나왔습니다. 시리즈가 조금 특이해서,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로 나뉘는데 시공사에서 나온 것은 둘다 학생 쪽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하얀 토끼~는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고요. 어느 쪽이건간에 아리스가와는 보조역, 실제 트릭을 풀어내는 것은 범죄학자인 히무라 히데오와 대학 동아리 부장 에가미 지로입니다.
하얀 토끼~는 단편집인데 구성이나 전개되는 이야기나 <탐정 갈릴레오>가 떠오릅니다. 갈릴레오는 탐정과 형사가 한 팀이고 하얀 토끼는 범죄학자와 소설가 한 팀이지만 단편의 구성이 그래서인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대신 하얀 토끼는 트릭에 중점을 둡니다. 시점이 자주 바뀌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독자에게도 같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 같은데, 그런 쪽에 신경 안 쓰는 저는 조금 산만하게 보였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처음으로 나온 작가 아리스 이야기니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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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읽고 있는 것은 Happy SF. 으허허허;ㅂ; 어제 마일즈의 전쟁 읽다가 데굴데굴 굴러버린 고로 지금도 아주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마스터.....;ㅂ; 덕분에 책 질러야할 것 같아요.;ㅂ;

         

미야베 미유키, <괴이>, 북스피어, 2008, 1만원
아사다 지로,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북하우스, 2008, 11000원
오노 후유미, <녹색의 집>, 조은세상, 2005, 7500원


녹색의 집부터. 워낙 옛날 책이고 작가 활동 초창기에 쓴 소설인가봅니다. 이쪽의 일러스트는 하츠 아키코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는데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반납해서 지금 확인할 수는 없고요.
내용이야 그럭저럭 읽을만 하고 이정도 공포는 악령이 깃든 집보다는 훨씬 얌전하니까 괜찮습니다. 그래도 일본 평균 수준(?)은 됩니다. 공포물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읽지 마세요. 게다가 무엇보다 저 표지가 공포입니다. 책 편집은 내용에만 집중해 읽어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구시대 무협소설이나 로맨스, 틴즈문고를 읽는 느낌입니다. 흑흑; 문고판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발행해주었으면 하지만 어떨런지는 모르겠네요.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이나 괴이는 느낌이 닮았습니다. 슬프고~는 이전에 나온 사고루기담과 같은 타입입니다. 기담집으로 거의 연관이 없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 음, 이 이야기를 적으면 소설 읽는 맛이 떨어질테니 살짝 피하겠습니다.
괴이보다는 슬프고~쪽이 가슴에 가라앉습니다. 애잔하다고 해야할까요. 처음에는 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나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제목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납득할 수 있었지요. 등 뒤가 오싹해지는 이야기는 질색이라 생각하신다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뭐랄까, 대놓고 무섭다기보다는 무서운 감정이 스며들어오는 느낌입니다. 아주 무섭지는 않지만 읽고 나면 스산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 고로 기이한 이야기, 괴담류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괴이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책도 같은 시리즈로 나왔지만 읽으면서도 연장선에 놓인 이야기를 보는 듯했습니다. 아아. 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통된 등장인물이 있고 추리소설인 혼조 후카가와랑 다르게, 괴이는 비슷한 공간적 시간적 배경을 두고 단편으로 끊어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사환이나 하녀 등의 아랫사람들이 중심이 된 이야기입니다. 고백체의 소설도 있고 1인칭 시점도, 3인칭 시점도 있어 다양하게 골라 맛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단 이것도 제목대로(원제는 あやし. 슬프고~의 원제도 あやし うらめし あなかなし입니다) 괴이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소름돋는 이야기는 질색이라는 분들은 피해가세요. 혼조~는 추리소설이라 괴이한 이야기도 다 정체가 밝혀지지만 이 책에서는 괴이한 이야기 그대로입니다.
샤바케와 비교하며 읽는 것도 꽤 재미있겠네요.
(사고 싶지만 꽂을 곳이 없어서...ㅠ_ㅠ)


저렇게 적고도 아직 더 올릴 책이 남아 있습니다. 나머지는 내일마저 적지요.;

                             

아마기 슈스케, <강각의 레기오스 1>, 대원씨아이, 2008, 6천원
타니 미즈에, <백작과 요정 1>, 학산문화사, 2007, 5900원
코다 가쿠토, <Missing 1>, 시드노벨, 2008, 5900원
다나카 로미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1>, 서울문화사, 2008, 6천원
오노 후유미, <17세의 봄>, 조은세상, 2005, 75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죽고 싶은 광대>,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노무라 미즈키, <'문학소녀'와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 학산문화사, 2008, 5900원


순서대로 따지면 대출, 구입, 대출, 구입, 대출, 대출, 대출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저리 섞였군요. 신기할세....;

강각의 레기오스와 미싱은 생협 번개 때 빌린 책입니다. 백작과 요정과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지난 일요일에 구입했고, 17세의 봄은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왔습니다.


이 17세의 봄은 작가 후기의 표지 이야기를 보고 금방 알았습니다. 읽으면서도 그게 아닌가 싶었는데, 2년 전엔가 신주쿠 기노쿠니야 포레스트점 2층의 모 코너에 갔다가 눈에 휙 들어온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작가는 오노 후유미인데 삽화가 하츠 아키코씨더군요. 오노 후유미보다는 하츠 아키코가 더 끌려서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손을 뗐는데 그러길 잘했습니다. 불행한 결말은 아니지만 공포물이니까요. 그래도 악몽이 깃든 집보다는 덜 무섭습니다.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아서, 차라리 라이트노벨처럼 문고판으로 나왔다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그도 그런게, 표지는 십이국기보다 더 괴악하고, 편집이나 표지 디자인이나 다 책에 손을 대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십이국기도 그렇고 오노 후유미씨 책은 일반 사양(신국판)보다는 문고판이 낫다고 보거든요. 어쨌건 소설 내용과 작가 때문에는 추천할만하지만 구입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작가를 정말 좋아해서 사서 읽고 싶다면 말리지 않지만, 그러기에도 책 만듦새가 마음에 안듭니다. 그러니 제가 십이국기를 원서로 샀죠.;
내용은 혈통에 얽힌 이야기인데, 옛날 이야기구나~ 싶습니다. 필터링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음?)


미싱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책에서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어요. 게다가 지나치게 잘난 고등학생들에게 반감이 들기도 했고요.

학교 배경이라면 차라리 '문학소녀'쪽이 낫습니다. 전개나 구성이나 제 취향은 이쪽에 가깝습니다. 4권까지 나와 있는데 2권까지 읽고는 구입해서 뒷 권을 볼까, 도서관에서 빌려다 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라이트 노벨은 사는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사고 난 뒤에 보관하기가 더 복잡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서가는 입추의 여지도 없습니다. 이제 어디다 쌓아야 하는지가 고민입니다. 바닥에 더 쌓아 두었다가는 어머니의 시선이 두렵고요. 박스에 담아 올리려 해도 이제 올릴 곳이 없는 상황인데..
'문학소녀'는 뭔가 사정이 있는 남자주인공 코노하와 독특한 취향을 가진 여자주인공 토오코의 조합입니다. 사건에 휘말리는 것은 코노하지만 휘말리게 만드는 것은 항상 토오코입니다. 시점은 코노하를 중심으로 움직이니 굳이 따지자면 코노하쪽이 왓슨이군요. 사건의 정리를 하는 것이 토오코라는 점도 왓슨역으로 무게를 잡는 이유입니다.
뭐, 내용이야 평이하지만 '문학소녀'가 주인공인만큼 여러 소설이나 책이 언급됩니다. 보고 있자면 저도 먹고 싶어지는걸요. 구입여부를 망설이는 것도 꽤 마음에 들었다는 반증이고요. 일러스트에 반했다는 것은 부차적인 이유이고요. .. 정말 부차적인지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는 이글루스 도서밸리에서 관련 글이 몇 번 올라오길래 호기심이 생겨 집어 들었습니다. 책 뒷면의 요정에다가 표지 일러스트에 걸려들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흠흠.
이야기의 설정도, 요정 일러스트도 굉장히 귀엽습니다. 도입부라서 아직 어떤 이야기로 넘어갈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아쉽고요. 2권이, 이 시리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최악일지, 무난할지, 재미있다일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추천 보류입니다.'ㅅ'


강각의 레기오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에 역으로 호기심이 생겼는데 1권을 끌고 나가는 글 타입은 전형적인 용자물입니다. 좌절한 남자주인공, 새로운 환경, 수 많은 여자들(...), 활기를 얻고, 갱생(?)하여 활약. 2권 예고를 보면 지상(지극히 상식적인) 전개로 갈 모양인데 그럼에도 궁금한 것이 사람 심리죠. 전투장면이나 돌아가는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2권은 현재 번역중이라는데 빨리 다음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추천. 첫비행님 취향이 아닐까 생각이..?


백작과 요정. 애니메이션 프리뷰만 봤는데 딱 1권 앞부분이더군요. 이 일러스트가 움직이는 것을 본 셈이니 흐뭇한 마음으로 책을 봤습니다. 무난합니다. 로맨스가 주가 된 요정이야기로군요. 그렇다고 해서 요정이야기가 아주 허술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한 이야기에 담겨 있으니 거기에 맞춰 요정들도 등장합니다. 요정 일러스트가 많지 않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요. 일러스트는 상당수가 백작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워낙 잘생겼으니 (여성) 독자를 유혹하려면 가장 적절한 방법입니다. 음.
저는 취향에 맞아서 다음 책도 사볼 생각이지만 다른 분들께 사서 보라고 추천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취향에 따라 느낌이 갈릴 수 있으니까요. 할리퀸이나 기타 로맨스와 닮았으니 그쪽을 좋아하시고 요정이나 영국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지요.



(와아, 끝! 이제는 아사다 지로 책 한 권만 남았군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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