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서는 미스터리의 출신국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영국 추리소설은 괜찮고, 일본 추리소설도 조금 가리지만 대체적으로 괜찮지만 프랑스 추리소설은 잘 안 맞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르센 뤼팽 시리즈입니다. 주인공이 느끼해요.(...) 너무 잘났어요.(...) 할렘 구축형 인간은 질색이예요.(...) 이건 딱히 프랑스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70년대의 미국드라마도 그랬군요. 600만 달러의 사나이 같은 것 말입니다. 요즘에야 덜하지만 그 당시에는 카우보이의 그 시대 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총잡이-가 아니라 역마살 낀 멋진 남자가 이리저리 헤매다니다가 어느 마을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고 석양과 함께 떠나는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음, 엉뚱한 곳으로 빠졌군요.
하여간 프랑스 추리소설은 저랑 잘 안 맞습니다. 막심 샤탕의 소설은 그런 것이 없었지만 잔혹도가 높아서 손을 뗐지요. 메그레 경감도 그냥 저냥 그렇고, 가스통 르루도 다시 보라면 못 볼 것 같고. 집에는 프랑스 추리소설이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는 전집에 들어간 것 외에는 없어요.

그럴진대, 셜록이라는 말에 홀려서 이 책을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불안한 기운이 스물스물 몰려옵니다. 중간에 실수로, 맨 마지막 쪽을 읽는 바람에 모든 걸 뒤집어 엎는 그 함정을 먼저 보았지만 그래서 재미가 더 없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홈즈학입니다. 셜록 홈즈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학회를 엽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는 위대한 탐정이며 탐정학에 상당한 족적을 남겼는걸요. 일부 사람들은 셜록 홈즈가 가상의 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말도 안되는 겁니다.
...
이해하시겠습니까? -ㅅ-;
하여간 소르본 대학에 홈즈학이 개설되면서 그 전임교수를 임명하게 됩니다.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보보교수라고, 이미 명예퇴직의 나이를 훌쩍 넘기면서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늙은이입니다. 이 사람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홈즈학회에서 굉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첫 홈즈학 교수라는 명예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홈즈학자들은 스위스 어드메에 있는 폭포 옆 호텔에 모여 초조하게 선출을 기다립니다. 그 사이에 엄청난 눈이 쏟아지고 눈사태까지 닥치면서 호텔은 고립되고 상황은 악화됩니다.

제목은 『셜록 미스터리』면서 분위기는 모 소설을 떠올리는 터라, 여왕님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수기가 번갈아 나타나는데 그건 또 조앤 해리스의 『초콜릿』과 닮았단 말입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국적이 제각각인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군요.


번갈아 가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 헕뜯고 함정을 파서 빠뜨리고. 거기에 그 나이 먹고서도 제 나이값 못하는 놈도 있고요. 그 덕분에 읽는 내내 짜증이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결론도 취향에 안 맞았어요. 하아.ㅠ_ㅠ 무엇보다 그런 허술한 추리를 했음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걸 설명했음에도 그에 대한 의문을 왜 가지지 않는 건가, 그런 사람을 홈즈학 교수로 앉히는 건가에 대한 분노가 올라왔습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홈즈학 교수는 아서 코난 도일 이외에 있을 수 없다고요!
혹시라도 그 다음에 앉을 사람이라면 쿠도 신이....(탕탕탕!)



J. M. 에르. 『셜록 미스터리』, 최정수 옮김. 단숨(자음과모음). 2013, 13700원.


그러니까 이 책은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을 것이 아니라, 프랑스쪽 추리소설, 혹은 블랙유머를 담은 소설을 읽는다 생각하셔야 합니다. 셜록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외려 반감에 지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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