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추리소설 타입이라면 셜록 홈즈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묘하게 고풍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합 때문인지, 옛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소설입니다. 다만 뒤통수를 얻어 맞고 나면 그대로 뻗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전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탐정과 조수의 조합이나 그 분위기가 옛 만화책에서 자주 보이는 종류라 그렇습니다. 영명한 소녀 탐정과 그 옆에 붙은 어리버리한 청년. 그런 조합이 이 소설을 끌고 나갑니다. 하지만 이게 독자의 눈을 가리는 가장 큰 안대입니다. 저도 별 생각 없이 읽었다가 마지막 부분을 읽고는 헛웃음만 지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끌고 나갈 줄은 몰랐으니까요.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주인공 나는 일신상의 크나큰 문제로 인해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어느 온천장에 찾아옵니다. 몇 년 전 찾아왔던 작은 온천 지역은 무녀와도 같은 존재를 중심으로 하여 특정 가문의 위세가 센, 그런 시골입니다. 이 무녀님은 옛날 옛적 용을 물리친 분이라고 하는군요. 대대로 집안에서 여자가 그 무녀 역할을 물려 받고, 데릴사위를 들입니다. 그 용의 목이 있다는 곳 주변은 폭포가 있는데 경치가 나쁘지 않아서 주인공 종종 그 바위에 올라갑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서도 살인사건이 이어집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주인공은 한 소녀를 만납니다. 경찰들의 뒤에서 사건을 해결하기로 유명한 어느 애꾸눈 탐정이 있었고, 그 탐정의 유일한 자식인 소녀가 그 곳에 와 있었거든요. 하카마를 입고 검은 머리를 찰랑이는 10대의 소녀인데, 머리가 잘 돌아가기도 하거니와 새침떼기 기질도 있는 것이 주인공이 호감을 가지는 건 당연합니다. 아버지와 같이 주인공과 같은 온천장에 머무르고 있었고요.


자아. 여기서 끊습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살인사건을 소녀가 해결하는 것까지는 동일합니다. 다만 이 와중에 소녀도 여러 모로 상처를 입고 조용히 사라집니다. 청년은 결심했던 것을 행하고요. 이 이상을 이야기하면 내용 폭로가 될 것이 뻔해, 얌전히 놔둡니다.


결말이 의외로 밝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억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범인을 동정하기도 하게 되는 소설이더군요. 무난하게 읽을만 하고, 다른 의미로는 긴다이치 하지메의 여성판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그나마 범인 찍기라도 잘하지, 하지메는 헛짚었다가 우수수수수수 죽어나가는 일이 많잖아요. 하지만 뭐, 이 소설도 여기저기 함정이 많으니 결말을 보고는 허탈함에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지요.


총명한 여자아이와 어리버리하고 거기에 끌려 다니는 연상 청년의 조합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주변에 그런 조합을 좋아하실 분이 그리 많지 않군요. 하하;


마야 유타카. 『애꾸눈 소녀』, 김은모 옮김. 문학동네, 2012,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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